김선미

김선미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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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선미 기자입니다.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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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0~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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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ha kinder]“자유로운 미술놀이로 정서지능 발달 꾀한다”

    최근 영유아 대상의 심리미술 놀이학교인 ‘아하 킨더’를 론칭한 이동영 ㈜마음과교육 대표. 그는 미술치료와 임상심리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05년 ㈜마음과교육을 설립하고 아동미술교육 브랜드 ‘아트 & 하트’를 이 업계의 국내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전국에 340개 지점)로 키워냈다. 국내 아동미술 분야의 개척자인 그가 애정을 쏟아 키우는 아하 킨더가 궁금했다. 이 대표를 만나봤다. ―왜 아하 킨더를 내게 됐습니까.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잖아요. 기존 아트 & 하트도 토들러(3∼5세), 키즈(5∼7세), 주니어(7∼13세) 등 나이별로 단계가 나뉘어 있지만 주 1회 한 시간 수업이라 한계가 있었어요. 아하 킨더는 주 5회 세 시간 동안 자기 주도적 놀이와 미술을 함께 하죠. 비싼 일부 영유아 사교육 기관에서는 추석보다는 할로윈데이를 기념하고, 친구와 함께 가기보다는 친구보다 먼저 가기를 원합니다. 어릴 때부터 학습에 시달리는 우리 영유아들을 올바른 인성을 가진 어린이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아하 킨더가 기존 놀이학교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부 놀이학교는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비싸고, 결정적으로 아이들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소화능력이 없으면 많이 먹을수록 체해서 몸이 나빠지잖아요. 기지도 못하는 아이가 뛸 수 없듯, 인간의 발달과정에는 순서가 있기 때문에 인지학습 시작 전에 반드시 정서 발달이 튼튼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아하 킨더는 미술과 놀이를 통해 만 24개월∼5세 영유아들의 정서지능 발달을 꾀합니다.” ―아이의 정서지능을 어떤 방법으로 키워줍니까. “첫째, 아하 킨더에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정형화된 장난감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자동차 장난감을 주면 전진, 후진, 좌회전, 우회전 기능만 익혀도 금세 싫증내고 다른 장난감으로 눈을 돌리니까요. 우리는 대신 굵은 천 끈을 줍니다. 그 끈은 친구와 함께 탈 기차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께 선물할 예쁜 목걸이가 되기도 하거든요. 둘째는 엄격한 프랜차이즈 관리를 통해 교사의 덕목을 강조합니다. 미소 띤 얼굴, 구체적 칭찬, 긍정적 말과 행동, 한계점에서 한 번 더 격려하기 등은 영유아들에게 앞으로 세상을 살아갈 큰 힘을 줍니다.” ―왜 미술 놀이입니까. “우뇌가 발달한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려면 그 해답이 자유로운 미술 놀이입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충분한 에너지를 발산하면 나중에 공부할 때 차분해지고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세계적 교육성취도를 보이는 북유럽에서는 영유아들이 공부가 아닌 철저한 놀이에 집중합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 영유아들은 거의 자연 속에서 놀거나 잠자고, 예술 활동을 합니다. 미술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익히죠. 우리처럼 글자를 배우거나 학습지를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포부는 무엇입니까. “8년 전 아트 & 하트를 내면서 정서지능을 내세웠을 때 사람들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했습니다. 당시에 비해서는 정서지능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커졌지만, 여전히 입시미술은 한 가지 답만 요구하고 아동학과에는 예술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따뜻한 사랑을 받은 아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잖아요. 자존감 높고 남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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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ha kinder]조기교육의 방향, ‘아는 것’보단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미국의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려면 먼저 가장 보람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루의 활동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얘기하긴 쉽지만,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1990년 미 심리학자 셀로비와 메이어는 ‘정서지능(EQ)’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정서를 평가하고 표현할 줄 아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남을 공감하는 능력, 자신의 삶의 목표를 위해 계획하고 성취하기 위해 정서를 사용하는 자기 동기화 능력이 곧 정서지능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인지지능(IQ)보다 정서지능(EQ)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같은 인지지능을 가졌더라도,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에 비해 회사에서의 업무성과 및 승진, 결혼 및 대인관계,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동들을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현대 심리학에서 강조하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 및 행복은 보통 짐작할 수 있듯이 어릴 적부터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는지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똑똑하고 유능한 ‘난 사람’이 되기보다는 지혜롭고 원만한 ‘된 사람’이 성장한 뒤에 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 쉬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최근 한국의 어린이들은 지나친 조기교육 열풍으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몰입과 정서지능 함양의 기회를 잃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라는 인지적 성취만이 강조되다보니 정서적 성숙은 등한히 여기는 세태라는 것입니다. 최근 신문기사에도 나왔듯 자식들이 “수발 들어 키웠더니, 망나니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당연히 태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의 정서지능과 행복을 키워주는 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어릴수록 배우는 것을 그대로 습득하기 때문에, 조기교육의 방향은 ‘아는 것’보다는 ‘느끼고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어야만 합니다. 반갑게도 최근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즐거운 정서적 체험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조기교육프로그램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이 보급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아동이 행복한 성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온 몸으로 체험하고 몰입하며, 인지지능뿐만 아니라 정서지능도 키워줄 수 있도록 부모님의 각별한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 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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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인류의 유산]새콤달콤 오미자 와인 ‘오미로제’ 김치와 환상 궁합

    김치볶음밥 롤 튀김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 와인인 오미로제가 어울린다. 이종기 한경대 교수(디아지오코리아 전 부사장)가 경북 문경에서 만든 와인이다. 오미로제 와인은 첫 빈티지가 2008년이다. 세계적 와인들처럼 프랑스 오크 통에서 숙성시켰다. 스파클링과 스틸(거품이 없는 일반 와인) 두 가지가 있으며 모두 오미자 100%를 사용한다. 색은 오미자 껍질에서 나온 밝은 홍색을 띠고 있으며 맛은 오미자가 품고 있는 다섯 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 맛)이 서로 어우러져 쌉싸름하게 느껴진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과하지 않은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게 느껴져 침샘을 자극한다. 오미로제는 전반적으로 강한 양념을 동반한 우리나라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데 특히 김치, 고추장을 사용한 매운 음식이나 굴 같은 비린 재료와도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또한 느끼함을 동반한 기름에 튀긴 음식과 함께하면 입안에서 깔끔함을 느낄 수 있으며, 마늘과 같은 강한 향신료와도 좋은 하모니를 이룬다. 이 때문에 김치 자체에 있는 다양한 재료와 이를 계란에 말아 튀긴 음식에서는 다양한 미각을 느낄 수 있어 이 다양함을 조화롭게 감싸줄 수 있는 오미로제가 잘 어울린다. 단 오미로제는 차갑게(6∼8도) 마시면 더욱 좋다. 글 김혁 와인칼럼니스트}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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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인류의 유산]형형색색 김치, 지혜를 담다

    우리나라 궁중음식연구가 고(故) 황혜성 선생은 “김치 맛은 손끝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김치를 담그는 손맛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손맛은 곧 마음의 맛 아닐까요? 말하지 않아도 그저 통하는 맛, 야박하게 굴지 않고 두루 감싸 안는 맛. 그런 맛 말예요.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있는 국내 도예회사 ‘이도’의 이윤신 대표는 조금은 비장한 김치의 손맛론(論)을 펼칩니다. “내가 어떤 김치를 얼마만큼 집어서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 이건 결국 내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아니겠어요? 혼자 밥을 먹을 때 왜 김치를 반찬통째 꺼내 놓고 먹나요? 인생이 짧은데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요.” 이 대표는 조리대에서 배추김치, 열무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깍두기, 백김치를 손질해 ‘이도’의 수공예 도자기 그릇에 차례로 담아냈습니다. 손으로 공들여 빚은 그릇에 손맛으로 담근 김치를 정성스레 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니 김치가 한결 귀하게 보입니다. 우리의 김치와 김장문화가 다음 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입니다. 김치와 김장문화가 한국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돼 왔고, 공동체가 지닌 정체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 시대 석학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김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김치는 단순한 김치가 아니다. 김치를 먹는다는 것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바람개비 모양의 삼태극(三太極)을 먹는 것이며, 삼태극을 먹는다는 것은 우주를 먹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되고 우주는 내가 된다.” 그 신비로운 우주, 김치의 우주로 독자 여러분과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글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사진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촬영협조 이도, CJ제일제당 ‘하선정 김치’}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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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인류의 유산]김치볶음밥 롤 튀김

    르네상스서울 호텔 한식당 사비루 이상훈 셰프(사진)가 김치 가열 요리인 ‘김치볶음밥 롤 튀김’ 레시피를 소개한다.::재료 불고기 30g, 김치 50g, 밥 150g, 깻잎 5장, 유기농 샐러드, 전분가루 적당량, 물 400g, 튀김가루 300g, 계란 지단 1장, 달걀 1개, 참기름 조금, 깨소금::소스 케첩 4큰술, 약고추장 2큰술, 꿀 1큰술을 넣고 잘 섞어준다.::조리 방법 1. 불고기와 김치를 각각 볶는다.2. 볶아 놓은 불고기와 김치에 밥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볶아준다.3. 황지단 또는 백지단 위에 깻잎을 깔고 전분 가루를 살짝 뿌리고, 2를 올린 뒤 돌돌 만다.4. 3을 전분가루에 골고루 묻힌다.5. 볼에 튀김가루, 물, 달걀을 넣고 잘 섞은 뒤 4를 넣고 골고루 묻힌다.6. 180도로 예열한 냄비에서 바싹 튀겨준다.7. 접시에 소스를 뿌리고 먹기 좋게 썬 튀김과 샐러드 채소를 올려 낸다.}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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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 인류의 유산]“세계화 이루려면 김치에 미적 감각 넣어야죠, 그릇으로…”

    ‘이도.’ 국내에서 ‘살림 한 센스’하는 세련된 여성들이 갖추고 있는 그릇. 때로는 백자 같고 때로는 청자 같은 한국적인 그릇.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양의 음식까지 두루 다 어울리는 그릇. 2004년 설립된 ‘이도’의 이윤신 대표를 6일 만났다. 그는 홍익대 도예과와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원을 나온 국내 생활도자 디자이너 1세대로, 이도를 명실상부한 도자기 전문기업으로 키워냈다. 아웃렛 W몰의 창업주인 이우혁 명예회장의 딸로, 원신월드 회장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 일반인 대상의 도예 아카데미와 신진 국내작가들의 생활도자를 소개하는 갤러리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이도갤러리’를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지었다. 도예 아카데미는 몇 달씩 대기자가 밀려 있고, 최근 시작한 요리스쿨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 그는 다음 달 이도갤러리 강남점을 새롭게 내면서 브런치 식당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려면 한국 그릇에 음식을 아름답게 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하거든요. 그 방법을 브런치 식당에서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김치, 그 김치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기 위한 길은 뭘까. 그와 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교토에서 유학하셨는데, 일본의 그릇이 일본 음식의 세계화에 영향을 미쳤습니까. “그럼요. 스시의 세계화에 일본의 테이블세팅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죠. 일본은 그릇에 음식을 담을 때 계절감을 담은 자연물을 장식하는데, 식탁 사방에서 보는 미적 효과를 중시합니다. ‘예술 같은 요리’는 음식 맛을 보기 전부터 서양인들의 관심을 끌죠. 우리 김치에도 미적 감각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2011년 미국 공영방송 PBS 18부작 한식 프로그램인 ‘김치 크로니클’에 이도 그릇이 쓰여 그 미적 감각을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미슐랭 스리스타 셰프인 장 조지 반거리크턴 씨가 이도갤러리를 찾아 그릇을 여러 개 사 간 뒤 그해 방영된 ‘김치 크로니클’에 나온 거예요. 그릇은 음식을 담는 사람의 생각, 감각, 기술이 음식과 총체적으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제가 디저트볼 용도로 생각하고 만든 그릇에 어떤 고객이 김치를 담아 손님상에 냈는데, 기가 막히게 어울려 그날 모임에 화제가 됐다고 합니다. 제가 꿈꾸는 음식과 그릇의 창조적 궁합입니다.”―이도 그릇은 김치와 어떻게 어울립니까. “제가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그릇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유약이 화려하지 않고 덤덤하기 때문에, 꽉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여유를 음식이 채워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직접 조리대에서 김치를 썰어 열무김치와 깍두기는 깊은 푸른빛 ‘청연’ 라인 그릇에, 총각김치와 백김치는 연한 하늘빛 ‘윤빛’ 라인 그릇에 담았다. 화려한 장식이 있는 서양 그릇과 달리 주연으로 나서지 않아 겸손한 그릇이었다. 대구 태생의 그는 젓갈 양념이 강렬한 전라도 김치에 비해 경상도 김치는 삭히기 전의 깊이가 있는 ‘품위 있는 맛’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달 24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300여 점의 도자기를 전시하는 ‘이윤신-흉내낼 수 없는 일상의 아름다움’이란 개인전을 열고 있다. 중간 회고전 성격이다. 쓰임으로서의 공예, 예술로서의 공예를 줄곧 고민해 온 이도의 행보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김치의 앞으로의 행보에는 닮은 점이 있는 듯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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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좋은 벗, 반려동물]반려동물과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을 기록하세요

    포토그래퍼 겸 에세이스트 문유선 씨가 지난 12년간 반려동물과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과 글을 소개한다. 문 씨는 “소중한 존재와 함께한 즐거운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어쩌면 반려동물의 사진을 찍는 진짜 이유는 조금 더 좋은 반려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말한다. “틈 나는 대로 지금의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세요. 조금 어둡거나 흔들려도 상관 없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그 순간이 당신과 반려동물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시간입니다.” 올가을엔 반려동물과의 추억이 담긴 예쁜 포토 앨범을 꾸며보면 좋겠다. 그들과 함께하는 이 좋은 계절의 바람 냄새,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보드라운 털의 촉감을 렌즈에 담아 낸…. 그러다 어느 날 포토앨범을 꺼내보면 놀라게 되지 않을까.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는 것을, 사랑하면 자꾸 웃게 된다는 것을, 사랑하면 담대해진다는 것을, 사랑하면 감사하다는 것을, 곧 사랑은 선물이라는 것을 우리의 반려동물들이 나지막이 들려주고 있으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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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좋은 벗, 반려동물]마음이 따뜻해졌죠, 사랑스런 그들을 알아가면서…

    ‘견우(犬友)의 마음이 햇님처럼 빛나.’ 저와 함께 사는 개들의 이름(견우, 마음, 햇님, 빛나)에 조사를 붙이면 완성되는 문장입니다. 저는 자주 이 문장을 소곤소곤 되뇌곤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빛나면 제 마음에도 빛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저는 사진을 찍으며 밥벌이를 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해맑고 착한 남편,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살아온 네 마리의 노견, 나를 사랑하듯 너를 사랑하겠다는 다짐으로 이름 지은 고양이 ‘나’와 봄에 입양해 ‘봄’이라 부르는 두 마리의 고양이, 그리고 저는 밥만 줄 뿐이고 스스로의 삶을 유유히 영위하는 세 마리의 길 고양이(오남이, 오순이, 오돌이)와 함께 소담한 마당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함께 산다는 표현이 키운다는 표현보다 정확할 겁니다. 꽤 자주 아이들이 저를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이 아이들에게서 받은 위로와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깨닫고 배운 것들에 대해 풀어내려 합니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 장자(莊子)는 ‘외물(外物)’에서 ‘나는 어디서 말을 잊은 사람을 얻어서 그와 말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라고 기대 반, 한탄 반 했습니다. 장자는 찰떡같이 말해도 콩떡같이 알아듣는 말동무가 필요했나 봅니다. 사람과 동물은 분명 다르겠지만 저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 말을 잊고 뜻을 나누는 기이한 경험을 매일 합니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서로의 착각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저로서는 위의 착각에 몹시 행복해집니다. 어떤 방식으로 제 마음을 알아채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감정의 변화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된 저의 몸짓을 보고 판단하는지, 특정한 호르몬이 방출되면 후각이 예민한 동물이 냄새를 맡고 알아채는지, 그것도 아니면 육감이라는 동물적 감각으로 모든 상황을 통찰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들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저를 바라봅니다. 시각적, 화학적 정보를 분석하거나 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하는 토대는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눈을 맞추고, 알고 싶어하는 그들의 마음입니다. 함께 있고 싶다는 것, 상대와 마주보고 싶다는 것, 상대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은 우리가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할 때 절실해지는 행동들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원해지는 사람들과 다르게 동물은 한결같습니다. 변함없고 헌신적인 사랑을 아무 대가 없이, 숨김없이 온몸으로 표현합니다. 그런 행동들이 사람으로 하여금 확고한 믿음을 갖게 합니다. 약간은 의뭉스럽고 내심이 많았던 제 성격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변했습니다. 단순한 감정 표현과 순수한 애정 표현으로 상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 것,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 준 소중한 가치입니다. 배려한다는 것 12년 전의 어느 한때는 ‘말 못하는 동물이니까, 나는 주인이니까, 내가 키우니까’라고 착각하며 제 편의 위주로 아이들을 미숙하게 대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목뒤까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창피한 시절입니다. 대소변을 못 가린다거나, 이갈이를 하거나 날카로운 발톱을 정리하느라 새 가구에 흠집을 낸다거나, 날아가는 새를 쫓아 혼자 내달린다거나 할 때는 어김없이 언성을 높이고 신문지를 돌돌 말아 겁을 주고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 당시에는 그들의 습성에 대해 무지했고 사람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개념보다는 애완동물의 개념으로 대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어떤 개념을 취하고 동물을 대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반려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한자 뜻을 풀면 말 그대로 벗이 됩니다. 함께 생활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게 되면서, 다시 말해 가장 가까운 벗이 되면서부터 그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아이들을 향한 배려도 깊어졌습니다. 결과와 현상만 보고 판단하고 행동한, 사려 깊지 못했던 시절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반려동물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섣부르고 얄팍한 판단으로 얼마나 많은 오해들을 쌓아왔는지 생각하면서, 저는 조금씩 자랐습니다. “다 나름의 이유가 있지요”라고 그들은 제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족하고 모자란 벗인 제게 이리도 관대한가 봅니다. ▼ 다 나름의 이유가 있어… 매순간 그들 입장서 생각하세요 ▼다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 함께 있다는 것 십 년 안팎 이 세상을 사는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면 압축된 생의 기승전결을 경험하게 됩니다. 모든 행동이 어설프지만 귀여운 어린 시절, 철없는 망아지처럼 날뛰는 유년기, 열정적이고 활기찬 청년기, 뭘 좀 아는 장년기를 지나 나른해지고 노쇠해지는 노년기까지의 물리적 심리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합니다. 압축된 만큼 변화도 급격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이 병들고 늙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입장은 마음 아프고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제 불안을 달래듯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알고, 현재에 만족하며, 현재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을 찾습니다. 요즘 ‘빛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상추밭에서 상추를 몰래 따 먹는 것입니다. 당나라 의학서 ‘천금식치’에 상추를 정력제로 기술했다는데, 빛나는 아마도 본능적으로 아는 모양입니다. 마치 늙어가는 것이 별일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듯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 속엔 어딘지 모르게 범접할 수 없는 여유가 있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거나, 피로가 쉬이 풀리지 않을 때를 제하곤 늙는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무한하게 살 것처럼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는 우리와는 참 많이 다릅니다. 아이들을 보면 지금 제가 잡고 놓지 않는 것이 진짜 원하는 것인지, 기쁨을 주는 것인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고통을 나누는 것, 그리고 이별한다는 것 반려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아마도 위의 두 가지일 겁니다. 2년 전, 그리고 지난 5월 두 마리의 반려견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메자이’와 ‘까미’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메자이는 “메자이, 이거 먹어”라며 외국인 이름을 부르듯해야 달려오는 멋지고 착한 개였습니다. 흔히 ‘첫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엄마인 것처럼 키운 첫 번째 개입니다. ‘열 손가락 물면 안 아픈 손가락도 있더라’라는 생각이 들 만큼 편애했습니다. 아프기 시작한 후 일반병원 치료에 이어 종합병원 치료까지 받다가 “예후가 좋지 않고 고통이 심각해 편히 보내는 게 좋겠다”는 병원 측과 협의한 후 한 달 만에 안락사를 선택했습니다. 고통의 순간,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순간에 반려동물이 사람의 언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돌이켜보면 나 아닌 다른 대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가장 깊이 고민하고 가장 절실하게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부자가 아닌 저는 치료비용에 대한 고민 역시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만 넘기면, 이번 수술만 잘되면…’ 하면서 불어난 병원비에 대한 부담이 컸습니다. 동시에 생명과 돈을 저울질하는 제 모습을 보며 자괴감을 느낀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산책을 좀 더 자주 갈걸, 조금 더 나긋이 부를걸, 조금 더 많이 쓰다듬고 손을 잡을걸, 맛있는 것 많이 줄걸, 사료를 좋은 걸 먹였으면 좀 더 살았을까, 목욕시키는 중 거품 묻힌 채 도망 다닌다고 소리 지르는 게 아니었는데…’ 등, 미안한 마음은 마치 자가증식이라도 하듯 불어났습니다. 가을 길 위로 낙엽이 내리듯, 후회의 바람이 불 때마다 켜켜이 쌓이는 미안함에 무거워진 마음은 발치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상황이 무기력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당시에 유일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이자, 메자이가 가장 원할 것 같은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선택의 기준은 ‘후회의 가능성’입니다. ‘까미’는 ‘빛나’와 ‘견우’의 우발적인 합방으로 태어난, 제 손으로 받아낸, 저희 집에서 가장 어린 개입니다. 친부모와 떨어지지 않았고, 주인도 바뀐 적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막내니까 제일 오랫동안 함께 살 거라는 근거 없이 교만한 기대를 가진 주인 때문에, 뭐든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오는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때는 순서가 없는 법인데, 저는 ‘넌 혼자 사랑을 독차지할 날이 올 테니 나중에 듬뿍 사랑해 줄게’라며 뭐든 자주 미뤘습니다. 갑작스레 아프기 시작한 까미의 건강은 급격히 안 좋아졌고, 참 자주 나쁜 주인이었던 저는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곁을 지켰습니다.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서도 이름을 부르면 힘없이 꼬리를 흔들고 앞발을 건네는 까미를 보면서 미루고 주지 못한 많은 것이 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루느라 표현하지 못한 사랑이 애달파 마음이 저릿해졌습니다. 까미는 제가 해외 출장을 떠나기 며칠 전, 제 무릎 위에서 기지개를 켜듯 마지막 숨을 내쉬고 떠났습니다. 유난히 영특했던 이 아이는 마치 ‘때를 알고 있다’는 듯이, 때 모르고 언제나 미루기만 하던 어리석은 주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아득하기도, 어젯일 같은 두 번의 이별을 겪으며 여러 가지를 깨달았지만 아직까지 어려운 점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느 선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반려동물은 무엇을 원할 것인지, 반려인의 욕심이 개입되지는 않았는지, 안락사는 옳은지, 안락사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지 같은 수없이 많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다시 겪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반려동물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함께 걷는다는 것 해외출장 때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반려동물과 함께 버스나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원 평창에 다녀왔습니다. 대형견이 동반 입실할 수 있는 애견 펜션이 있다는 말을 듣고 견우, 햇님이와 함께 달려갔습니다. 우리나라 여건상 대형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버스나 기차는 못 탔지만, 한껏 설레고 들뜬 표정으로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의 붉게 물든 자연을 등에 업은 이 펜션의 이름은 북두칠성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그랑샤리오’입니다. 개와 동반 입수할 수 있는 커다란 야외 수영장, 넓은 운동장, 그릴이 놓인 야외 덱까지 모든 것이 기대 이상이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펜션 옆으로 뻗은 인적 없는 오솔길 산책로입니다. 평창엔 지금 가을이 한창입니다. 햇님이와 견우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단풍잎을 쫓아 계곡물로 첨벙첨벙 들어가더니 흐르는 물에 몸을 맡깁니다. 계곡에서 나와서는 모든 스트레스를 쫓아내는 의식이라도 행하듯 온몸을 흔들어 화끈하게 물기를 털어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함께 걸을 시간이, 같은 바람을 느낄 시간이, 뭉실뭉실한 손을 잡고 마음 가득 충만함을 느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걱정되거나 두렵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내일이 되면 우리들은 오늘보다 더 행복한, 또 다른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겁니다. 언젠가 손을 놓아야 할 때 후회할 일이 적도록,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저와 반려동물들은 오늘을 삽니다. 더 교감하고, 더 배려하고, 더 잘하고, 더 표현하고, 더 함께합니다. 언제나 간절했지만 이 글을 쓰며 더 간절해진 저의 큰 바람이 있습니다. 제 반려동물들의 마지막 순간에 인사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제 모습이 끝까지 책임을 다한 주인이기보다는 마지막까지 함께한, 사랑을 나눈, 서로 감사를 전하고 작별할 수 있는 벗의 모습이길 기대합니다. 여러분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의 작별의 시간도 그런 모습이길 바랍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이 ‘고마워’여서… 정말 고마워”라고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글: 문유선 포토그래퍼 겸 에세이스트장소협찬: 롯데JTB, 강원 평창 그랑샤리오▼ 함께 사는 ‘벗’과 여행하고 같이 잠자고 ▼반려동물과 입실할 수 있는 펜션그랑샤리오 http://www.grandchariot.co.kr/ 애견 두 마리까지 동반 입실이 가능하다. 애견 수영장, 운동장, 산책로, 애견 목욕실, 애견 드라이룸을 구비했다. 1박 10만 원부터. 2인 기준이며 최대 4인까지 입실이 가능하다. 인원 추가 시 1인 1만 원을 추가로 내면 된다. 햇살 객실과 구름 객실에는 애견용품(식기, 타월, 샴푸, 패드)이 구비되어 있다. 인근 관광지로는 봉평 허브나라,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양떼목장, 이효석문학관 등이 있다. 가평 모닝펠리스 http://www.morningpalace.net/ 아침 햇살, 아침 하늘 객실은 소형견 2마리까지 동반 입실이 가능하다. 1박 12만 원부터. 4인 기준이며 최대 6인까지 입실이 가능하다. 인원 추가 시 1만 원을 내면 된다. 인근 관광지로는 아침고요수목원, 남이섬, 명성산 등이 있다. 제주 상록수 숲속의 집 http://www.jejuview.com/ 멀티룸 또는 시네마룸에 중형견 이하 애완견의 동반 입실이 가능하다. 1박 주중 16만 원이며 주말, 성수기, 극성수기에 따라 요금 차이가 있다. 4인 기준이며 최대 6인까지 입실이 가능하다. 인원 추가 시 성인 1인당 1만 원, 소인 5000원, 애완견 1마리당 1만 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인근 관광지로는 테디베어박물관, 퍼시픽랜드, 아프리카박물관, 여미지식물원, 중문관광단지 등이 있다. 예약 문의 및 자세한 정보: 롯데JTB 1577-6511}

    • 201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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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l Schmidt]최고를 향한 끝없는 노력… 주방에 혁신을 부르다

    [1] 카멘 어린이용 5P 식기 세트: 의료기기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해 어린이에게 안전한 식기 세트. 3만3000원[2] 인디아나 골드: 고급 스테인리스 소재로 위생도를 높이고 금색 컬러를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한 양식기 24P 세트. 19만8000원[3] 컬러칼 6P 세트: 식재료가 달라붙지 않도록 특수 컬러 코팅한 5종류의 칼과 칼꽂이 블록세트. 9만8000원[4] 토르가 회전 블록 6P 칼세트: 독일산 최상급 철강으로 만든 5가지 종류의 칼과 회전되는 블록의 6P 칼세트. 49만8000원[5] 풀다 유니버설 블록: 세균방지용 소재로 만들어 위생적인 칼 관리가 가능한 신개념 칼블록. 어떠한 모양의 칼도 편하게 보관할 수 있다. 8만9000원[6] 플로리나듀오 칼가위: 합치면 가위, 분리하면 칼로 쓸 수 있도록 설계한 아웃도어 용품. 1만9800원[7] 칼프 세라믹 컬러 나이프: 예리함이 오래 지속되는 세라믹 소재와 미끄러지지 않는 손잡이로 구성. 1만9800원∼3만9800원[8] 스틸로 컬랜더&믹싱볼: 최고급 스테인리스로 만든 조리용 기구. 내부는 유광, 밖은 무광으로 제작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인체공학적 손잡이 설계를 도입했다. 5만9800원∼7만5000원[9] 익스클루시브 나이프: 전체가 하나로 된 통 칼. 견고함과 위생성을 구현하는 전형적인 유럽스타일 제품. 1만5800원∼2만9800원[10] 리프트 앤드 푸어 양수 냄비: 물을 따라내기 쉽고 면이나 야채 등을 삶기에 편리하다.2012년 레드닷디자인상 수상제품. 8만9000원∼12만9000원[11] 르모나코 4P 냄비 세트: 최고급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었으며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바닥에 인덕션 디자인을 채택. 전기난로에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 21만8000원[12] 보겐 티타늄 코팅 프라이팬, 궁중팬: 일반 코팅보다 2배 더 지속가능한 티타늄 코팅을 입힌 유럽형 디자인의 프라이팬. 2만9800원∼4만4800원 테신(TESSIN)독일 장인의 숨결을 수작업으로 담은 명칼칼의 고장 졸링겐에서 전통 수공업 방식으로 제작했다. 명장들이 직접 쇠를 벼려 만든 제품으로 금형에 최고급의 철물을 부어 일체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주물이 완성되면 장인들이 직접 다듬고 마지막으로 최고급 호두나무를 손잡이로 붙여 완성된다. 작은 칼 한 자루가 20만 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 제품이다. 카벤(KARBEN)바리스타의 필수 장비 커피 추출 용기 커피 추출액을 최상의 상태로 담아 커피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제품. 의료용 기기에 쓰일 정도로 위생도가 높은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들었다. 고온의 커피 추출액과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기 때문에 커피의 맛과 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추출된 커피 원액을 나누어 따르기 쉽게 일자형 핸들로 설계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2만 원 후반부터 3만 원 후반.아스파라거스 포트(Aspargus pot)주방에서 무엇을 삶든 필요한 필수 아이템 숙취 해소에 으뜸인 아스파라거스를 손쉽게 삶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안에 철망이 들어가 있어 면이나 고구마 등을 삶는 데도 제격이다. 최상급 스테인리스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겉모습이 돋보인다. 가격이 14만 원으로 다소 높지만 탁월한 내구성으로 10년 이상 사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바렐(VAREL)밥솥과 찜기 기능을 모두 살렸다 유럽의 압력솥은 주로 찜 요리를 위한 도구여서 밥맛을 제대로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제품은 찜기의 기능과 취사 기능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독일의 찜기 기술과 한국의 밥솥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뚜껑에 압력 인디케이터가 있어서 쌀이 끓고 뜸이 드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고열 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5겹으로 제작해 안전성을 높였다. 용량에 따라 25만 원부터 38만 원. 다음 달 출시한다.지금 칼 슈미트 온라인몰(CSchef)에서 상품 구매시 실바노 컬러풀 휴대용 칼 5종 세트를 드립니다. www.cschef.co.kr 전화문의 070-4077-0739}

    •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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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rl Schmidt]눈부시지만 치명적인… 칼의 매력

    칼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놈, 매끈하니 잘생겼다. 검푸른 바다를 유려하게 헤치는 은빛 물고기 같다. 좋은 칼은 보기에도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오래 잡고 있어도 편안하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칼의 매력, 그것은 삶을 허투루 살지 않겠다는 아찔한 긴장감. 요리하는 당신이 좋은 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용도에 맞는 정확한 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독일 주방기구 전문회사 ‘칼 슈미트 손(Carl Schmidt Sohn·이하 칼 슈미트)’의 칼을 소개한다. 1829년 무기회사로 시작한 이 회사가 지금의 주방기구 회사로 변모해 성장한 계기는 주방용 칼의 전문화였다. 서울 용산구 남산N그릴의 요리사인 던컨 로버트슨 씨는 칼 슈미트 브랜드 칼의 첫인상을 이렇게 회고한다. “칼 슈미트 칼은 다른 칼들을 압도하는 군계일학의 모습이었어요. 디자인만 예쁜 게 아니라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었죠. 특히 손잡이와 칼날 부분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한 곡선 형태는 칼을 움켜쥘 때 만족을 극대화했습니다.” 이제 요리는 주요한 사회활동이자 당신의 스타일을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주방에 어떤 칼을 갖추어야 하나. 당신에게 필요한 칼을 추려 보았다. (참고 문헌: 마리안 럼브, ‘주방 칼 다루기’)[1] 셰프 나이프: 만능 필수 아이템. 야채를 잘게 썰거나 고기를 자르는 등 대부분의 요리와 다양한 커팅에 사용할 수 있다. [2] 카빙 나이프: 칼날이 직선, 물결, 톱니 모양으로 나뉜다. 후진했다가 앞으로 톱질하는 형태로 자르기 때문에 몸체가 길다. 고기를 베는 용도로 쓰인다.[3] 빵 칼: 거친 톱니날이 딱딱한 빵의 껍질을 가르고 부드러운 내부를 상하지 않게 자른다.[4] 산토쿠 칼: 동양 식도 또는 일본 식도라고도 한다. 산토쿠(三德)는 일본어로 지·용·인(智·勇·仁)의 세 가지 미덕을 뜻한다. 대부분의 식도보다 몸체는 조금 짧지만 넓다. 아주 얇게 저미기, 내려썰기, 섬세한 다지기 등에 적합하다.[5] 연어 슬라이서: 보통 오목하게 홈이 파여 기름기 많은 연어와 칼 사이에 공기 주머니를 만든다. 그러면 서로 붙지 않는다. 날이 길고 가늘면서 유연해 얇은 조각으로 썰 수 있다.[6] 중국 식도: 넓고 각이 진 중국 식도는 다양한 식재료를 정확하고 질서 있게 다진다.[7] 본 나이프: 주로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칼이다. 단검을 쓰듯 사용하는데, 고기의 뼈를 발라내거나 지방을 도려내는 데 유용하다.[8] 페어링 나이프: 정교한 요리작업에 좋은 다용도 칼이다. 새우의 내장을 빼내거나 버섯의 껍질을 벗기기에 편리하다. 칼을 갖추는 건 시작일 뿐이다. 칼날은 무디지 않아야 하기에 정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인내와 청결도 요구한다. 칼은 사람됨, 인간관계를 두루 돌아보게 한다. 무정한 끊고 자름에 서럽기도 하지만 칼바람처럼 깨어 있는 정신은 고매하다. 칼 슈미트 칼이 준 명상이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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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보다 중년男]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그 남자가 나는 좋다

    그 남자는 말입니다.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합니다. 작정한 듯 멋을 내지 않지만 멋이 납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고 좋은 것을 좋다 하고 슬플 때는 슬프다고 합니다. 센 척, 멋진 척, 잘난 척 하지 않습니다. 그럴 줄 모르는 게 아니라 이제는 그러기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욕망이 없지는 않지만 온도가 매우 떨어져 뜨거운 열망 대신 따뜻한 소망 몇 개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릴 뿐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혹은 자신이 이뤄 낸 것들의 소중함을 진하고 깊게 알고 있어 혹시 상처를 내는 일을 하게 될까 봐 겁을 더럭 냅니다. 기념비적인 일을 이뤄 내는 수컷으로서의 욕심도 있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작은 일에 기뻐하는 가족과 동료들의 얼굴에 더 욕심이 납니다. 숱이 줄어든 머리모양이 거울을 볼 때마다 얕은 한숨을 만들지만 그것도 세월이라 생각하니 낙담은 있으나 안달 같은 걱정은 없습니다. 몸이야 한창 때 같지는 않지만 조금 더 걸으면, 조금 덜 먹으면 된다고 위로하면 괜찮습니다. 젊은 남자들에게 있는 다양한 스펙과 자유자재의 외국어 구사력보다 낭만과 시대의식 위에 더께로 쌓인 경험과 여유가 조금은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상사이고 자식인 그는 이제 다른 이름을 얻었습니다. 제대하고 나서 듣던 ‘아저씨’ 소리보다 그를 더 놀라게 한 ‘중년 남자’라는 타이틀입니다. 처음에는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진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그 남자, 중년 남자가 나는 좋습니다. 우리가 알던 중년 남자들이 ‘달라졌다’ 한국의 아줌마만큼이나 부끄러운 일화를 양산하던, 예를 들면 물수건으로 목과 발을 함께 닦고 이쑤시개 꽂은 채로 트림을 올리던 아저씨들이 할아버지가 된 이후 새로 중년 남자가 된 남자들은 그들이 직접 지켜보았던 인생의 선배들과는 꽤 다른 삶의 양태를 보이고 있다. 먼저 그들은 성공한 직장인에서 성공한 어른으로 삶의 목적을 바꾸었다. 가화만사성은 아내의 몫이고 자신은 치국평천하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직장에서의 성공이 인생의 성공이라 믿었던 그들의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좋은 아버지라는 타이틀과 진급한 직함을 바꾸기 싫었고 아내의 존경과 사랑대신 받은 사회적 명망이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학교에는 자모회만큼이나 활기를 띤 아버지 모임이 생겼고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는 남편으로 시장은 가득해졌다. 자기 관리가 직장에서의 평판은 물론, 가족 안에서도 의미 있는 덕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트레드밀이나 강변을 달렸고, 누가 챙겨 주기 전에 영양제를 갖춰 책상 위에 두었다. 옷 입는 즐거움, 그것에 대한 칭찬이 달콤하다는 것을 느낀 그들은 아내의 취향이 아닌 자신의 안목에 맞는 옷을 직접 쇼핑하는 데에도 시간과 돈을 쓰기 시작했다. 또 아내가 보는 드라마를 함께 보며 먼저 눈물이 나는 상황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더는 이상 혼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권위에 사로잡혀 자신이 아닌 아버지, 남편, 상사로 사는 것보다는 오롯한 채로의 나의 삶 속에 그것들을 재편했다.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이런 중년 남자의 변화를 진료실에서 빈번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강함을 우겼던 사람들이 약함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죠. 남자가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입니다. 현대사회는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여자들이 훨씬 우월하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강하다고 우기는 대신 현실 세계에서 조화를 택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현명한 세대인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남자 잡지의 활황으로도 대변된다. 2000년에 ‘에스콰이어’와 ‘지큐’가 전부이던 남자 잡지는 현재 10여 종에 달한다. 남성지 ‘루엘’의 문일완 편집장은 “초창기 남성지를 통해 기초 학습을 한 세대들이 함께 나이 들어 가며 고급스러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고 그것을 반영한 매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층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는 가르치려하지 않고 함께 향유하는 문화를 보여 주는 중이다. 이제는 겉모습뿐 아니라 그 겉 속에 쌓인 안까지 멋진 중년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중년남자는 멋지다. 지금의 멋진 중년을 보고 자란 멋진 청년은 역시 그럴듯한 중년이 될 것이고 그 중년이 길러 낸 소년들도 그럴 것이다. 외양이 아니라 정서가 달라진 대한민국의 중년들, 충분히 매력적이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지독한 클리셰이지만 어쩐지 어울리는 BGM이다. 글: 조경아 칼럼니스트}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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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보다 중년男]멋 내는 남자는 기생 오라비? 이젠 외양도 능력인 시대!

    《칼럼니스트 조경아 씨가 옷 잘 입기로 소문난 두 중년 남자를 최근 만났다. 세계적 장인들을 초청해 고급 원단으로 맞춤 슈트를 만드는 ‘빌라 델 꼬레아’의 박성준 이사와 연 매출 800억 원의 무역상사인 한석인터내쇼날의 대표이자 유명 패션 블로거인 전정욱 씨다.》 조경아: 대한민국 남자가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성준: 10년 전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한국의 남자들이 검정 구두 속 흰 양말을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 ‘검정 구두에 흰 양말’이 촌스러운 패션 감각의 대표적 예이기는 하나 어떤 한 세대를 지나치게 면구스럽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민망함도 있다. 어느 기업의 50대 후반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교복을 입을 때부터 신입사원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건네 주신 것도, 아내가 눈부시게 빨아 신겨준 것도 흰 양말이었다고. 박: 거기에서 변화의 촉발이 있다. 예전의 중년들은 어머니가 사다 준 옷을 입고 자라 아내가 사 입히는 옷을 입고 늙어서는 딸이 사 준 옷을 입고 돌아가셨다. 지금의 중년이라 불리는, 여전히 혈기왕성한 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직접 향유하는 데 적극적이다. 조: 그 취향과 안목, 그것을 향유하는 방식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전정욱: 외국 ‘경영학석사(MBA) 세대’의 출현에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슈트는 서양의 복식이다.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 일상의 복식으로 입어 온 나라에서 유학을 하고, 성취가 곧 패션으로도 드러나는 비즈니스맨의 세계를 체험하고 돌아온 MBA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남자들의 패션 안목이 성장했다고 본다. 박: 매체가 다양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남성 잡지, 남성 패션을 따로 이야기하는 방송 프로그램,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멋진 남자들이 넘친다. 유학파 남자를 포함한 여유 있는 세대의 등장이 이 변화를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정서적, 경제적 여유를 획득한 세대들의 움직임이 주효했다. 조: 그런데 전통적으로 한국의 남자들은 멋을 내는 것에 터부 아닌 터부가 있었다. 두루마기 대신 코트를 입는 시절이 오면서 멋을 내는 남자들은 ‘기생 오라비’라는 표현을 들어야 했고 남자가 자신을 꾸미는 것은 남자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선비는 외양을 꾸미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배운 유교적 영향도 있었다. 설령 경제적으로 풍요해도 남자 스스로 치장하는 데 비용을 쓰는 것을 불편해했다. 그런데 요즘 주말에 백화점에 가보면 청년층은 물론이고 중장년층들도 동반자 없이 쇼핑하기에 여념이 없다. 전: 교육이 달라졌다. 그리고 남자들도 아름다움을 욕망하고 소비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아들을 키울 때에도 예전과 다르게 자신만의 개성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려서부터 가르치고 있다. 외양과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성공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가 이제 대한민국에는 없는 듯하다. 멋진 외양 역시 능력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진 것이다. 조: 중년 남자의 스타일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 입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그 모습을 좋아하는 아내, 가족, 동료의 시선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옷에 대해, 옷에 깃든 수많은 콘텐츠들을 얘기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니 보다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 관심이 보다 좋은 몸, 좋은 음식, 좋은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전: 주말의 패션이 달라졌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일을 하는 주중의 패션은 멋을 내기가 어렵지 않다. 많지 않은 규칙이 있고 그것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슈트에 검은색 구두, 염색이 잘된 넥타이와 정갈한 셔츠면 충분하니까. 그러나 주말의 옷차림은 다르다. 자신의 스타일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프 패션이 일상에 범람했다. 그 다음은 등산복이었다. 등산복을 입고 백화점에도, 식당에도, 친구네 집에도 갔다. 그런데 요즘은 남자 어른들이 입어야 하는 ‘잘 갖춘 주말 룩’이 자주 눈에 띈다. 재킷과 치노 팬츠, 로퍼를 신은 중년 남자가 늘어났다. 조: 예전에는 긴장된 어깨, 총기 넘치는 눈빛이 신입사원을 식별하는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갈색 구두에 짧은 바지를 입으면 그가 곧 신입사원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몇 년 전부터 비즈니스 슈트에 클래식 강풍이 불면서 갈색 구두가 ‘대세’가 되었다. 국내 제화브랜드들이 앞다퉈 갈색 구두를 내놓고 있다. 검정 구두는 이제 흰 양말과 함께 박물관에 갈 판이다. 박: 과도하게 왜곡된 것 같다. 비즈니스맨의 기본은 검정 구두이다. 요즘 검정 구두를 신으면 촌스럽고 고루하게 느끼는 것 같은데 오히려 갈색 구두는 멋을 낼 때 신는 특별한 선택일 뿐, 넥타이를 매고 고객을 응대하거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사람에게 맞는 신발은 오히려 검은색 신발이다. 전: 바지의 길이도 마찬가지다. 슈트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재킷이 길어지면 바지도 길어지고 재킷이 짧으면 바지도 짧아진다. 남성의 옷 입기의 교과서와 같은 ‘Dressing the man’이라는 책을 봐도 1 대 1이 가장 조화로운 비율이라고 나와 있다. 슈트에 유행은 분명히 있지만 슈트는 유행 이전의 어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 슈트를 유니폼이 아니라 멋을 내는 하나의 형태로 조금 더 발전시켜 입은 중년의 남자를 보면 엄격함과 동시에 유려한 여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최근에 그런 중년들이 더 많아져 ‘옷을 잘 입는다’의 스펙트럼도 굉장히 넓어졌다. 슈트를 잘 입는다는 것, 나아가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전: 튀지 않는데 튀는 사람이 옷을 잘 입는 사람이다. 옷으로 자신을 주장하는 것이나 옷이 스스로 주장하는 스타일은 보기에 불편하다. 40, 50대의 옷 잘 입는 남자는 함께 있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옷차림을 한다. 그것이 남자 어른의 옷 입기라고 생각한다. 가장 흉해 보이는 것은 아내는 정말 훌륭하게 차려입었는데 남편은 그렇지 않거나 그보다 더 보기 싫은 것은 남자는 있는 대로 멋을 냈는데 아내는 전혀 멋과는 상관없는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멋보다는 조화가 중요한 시기다. 나는 외출할 때 먼저 아내가 무엇을 입었는지 본다. 그리고 컬러를 맞춘다. 아내보다는 덜 돋보이지만 우리 둘을 봤을 때에는 조화로운 커플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입는다. 절친한 패션 브랜드 아트디렉터의 동시통역을 한 적이 있다. 그가 더블 슈트에 타이드업을 하겠다고 해서 나는 싱글 수트를 입어 상대적으로 수수해 보이도록 했다. 그것이 남자의 멋내기다. 박: 동감한다. 옷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 보이도록 옷을 입는 남자가 옷을 잘 입는 남자다. 스타일이 먼저 보이거나 비싼 옷을 많이 입는 남자, 그런 자신을 자랑하는 남자는 옷 잘 입는, 멋있는 중년의 남자는 아니다. 빌라 델 꼬레아의 고객들을 보면 옷이 기능을 넘어선 심미적 만족,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담는 그릇, 그리고 그것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대체로 연륜이 있고 보다 정중한 서비스와 보다 각별하게 엄선된 선택들을 원한다. 전: 남자에게 옷은 전통적으로 계급의 식별 수단이었다. 한 회사를 예로 들 때 대표와 대리가 같은 브랜드의 같은 스타일을 입은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브랜드로 대별해 얘기하자면 대표가 ‘키톤’이나 ‘브리오니’의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면 중간관리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나 ‘벨베스트’, 그 아래는 국내 기성복을 입을 것이다. 이것은 월급의 차이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경제, 정서, 연륜의 차이인 것이다. 조: 남성 잡지 ‘GQ’의 이충걸 편집장은 “지금의 20대가 중장년이 되면 대한민국은 댄디한 남자들이 가득찬 나라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나. 박: 한국의 여자는 매우 패셔너블하다.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고 그것에 자신의 개성을 반영한다. 남자들에 비해 적어도 10년은 앞서 있는 것 같다. 남자들 역시 점진적으로 그 사이를 좁힐 것 같다. 한국 남자들은 미감이 뛰어나고 섬세하고 심지가 굳다. 지금의 중년층이 장년층이 되고 청년이 중년이 되는 그 시기, 한국의 패션 역사의 매우 멋진 한 장면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전: 그 세대는 패션을 그저 호흡하듯 누려왔다. 더 다양한 스타일이 나올 것이고 더 진화한 룩이 나올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즐긴 그들이 보여주는 중장년층의 슈트는 어떤 사회의 풍경을 만들어낼지 기분 좋은 기대가 된다. 글: 조경아 칼럼니스트}

    • 201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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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ruki, Murakami]하루키, 무채색의 세상에 色을 선물한 남자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혹시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아시겠어요?패션: 반듯한 아이비 룩(미국 동북부 명문대생 패션)의 대명사인 ‘브룩스 브라더스’의 버튼다운(양깃에 단추를 채우는) 셔츠를 즐긴다. 짙은 회색의 ‘반’ 더플코트, 감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콤데 가르송’ 정장도 좋아한다. 가방은 캔버스 토트백을 즐기며, 손목시계는 1만 원 이하의 것만 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술: 위스키의 성지(聖地)라는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섬을 여행하면서 ‘라프로익’ 위스키의 맛을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 초기작의 절제된 문체에 비교하는, 못 말리는 위스키 마니아. 일본 ‘삿포로’와 하와이 ‘마루이 브로이’ 맥주도 즐긴다. 와인의 주량은 두 잔. 음식: 심플하고 조리 과정이 적은 단순한 음식을 선호한다. 생선과 야채, 두부를 주로 먹는다. 제대로 된 두부 가게에서 사 온 두부를 여름엔 풋콩과 맥주, 겨울엔 어묵국과 함께 먹는다. 조림과 무침 반찬,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라면과 만두는 질색한다. 특식으로는 장어덮밥을 즐긴다. 운동: 일상적으로 달리기와 수영을 한다. 철인3종경기와 100km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스쿼시와 서핑도 즐긴다. 자동차: 렉서스 예찬론자. 최근 신간에서 ‘시험코스를 운전했을 때 시속 250km나 나왔지만 핸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어. 브레이크도 터프하고 대단한 놈이야’라고 렉서스를 치켜세웠다.음악: 비틀스보다는 비치보이스를 좋아한다. R.E.M과 라디오헤드 등의 얼터너티브 록 음악, 스탠 개츠의 보사노바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도 좋아한다. 요리할 때는 푸치니의 오페라를 즐겨 듣는다. CD보다 LP를 좋아하고 6000여 장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다.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레이먼드 챈들러, 레이먼드 카버, 트루먼 커포티, JD 샐린저, 도스토옙스키, 스티븐킹을 좋아하고 요즘엔 ‘나를 보내지 마’의 이시구로 가즈오를 편애한다. 장소: 동물원에 가서 멍하니 동물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도서관도 즐겨 간다. 하와이를 향한 특별한 애정이 있어 장기간 체류한다.스포츠 관람: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오랜 팬으로 야구 시즌이 되면 진구구장에 야구를 보러 간다. 가장 이상하게 여기는 스포츠는 골프. 골프 선수의 얼굴 표정이나 골프웨어나 동작이 왜 그리 기묘한지 모르겠다고. 매체: 시사문예지 ‘뉴요커’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일본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글이 실렸을 때 감동했다. ‘에스콰이어’도 즐겨 본다. 매체의 영향력보다는 자신의 취향과 궁합에 따라 인터뷰 의뢰를 수락한다. 일본 잡지로는 ‘브루터스’와 ‘앙앙’에 호의적이다.호텔: 숙소에 대한 취향이 분명하다. 대형 체인호텔보다는 자기만의 전통과 색채가 있는 중간 규모의 호젓한 숙소를 좋아한다. 뉴욕의 리젠트호텔, 일본 하코네의 후지야호텔 등. 개성적인 주인장들이 운영하는 B&B(Bed&Breakfast)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펴내 또 다시 그의 힘을 보여 주고 있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씨입니다. 30여 년간 줄기차게 소설과 에세이를 펴내면서 ‘하루키 스타일’로 안부를 건네는 이 남자. 그는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인데, 우리 시대 사람들은 그를 따라 달리기도 하고 그가 추천하는 위스키의 매력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나이를 먹습니다. 글로벌 문화 향유자들에게 있어 하루키는 어쩌면 그 자체로 먹고 입고 마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 반갑습니다. 우리는 이제 당신이 전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러니까 색채가 없기는커녕 매우 뚜렷한 ‘하루키 스타일 순례’를 떠나 보려고 합니다. 당신을 향한 쓴소리도 붙였습니다. ‘우리가 본 당신의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글: 임경선 칼럼니스트}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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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ruki, Murakami/하루키와 음악]음악이 문학으로, 문학은 다시 음악으로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손님처럼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이다. 그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지도 벌써 30년을 헤아린다. 이제 하루키는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설가의 이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일본을 넘어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출판계에서 굳건한 위치를 다지면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섰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소설만 30여 종을 헤아리며, 에세이나 기행문 등도 20편이 넘는다. 대부분 번역되어 출판되는 즉시 국내 출판시장의 판도를 뒤흔든다. 분명 놀라운 일이다. 하루키 매력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기존 일본 문학과는 판이한 현대적 스타일, 마치 미국 작가가 쓰는 듯 코즈모폴리턴적인 시각, 쉬우면서도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키는 문체,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대한 섬세하고도 따뜻한 시각, 일반 독자가 공감하기 쉬운 주인공의 소시민적인 도회생활, 균형 잡힌 교양인으로서의 자세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즉 뉴욕이나 로마나 서울의 독자도 마치 옆에서 일어난 것처럼 쉽게 느낄 수 있는 친근함 등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만이 가진 독특하고 따뜻한 소재들이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특정한 소재들이 있다. 예를 들면 여행, 마라톤, 스파게티, 맥주, 야구, 미국 소설, 꿈, 고양이, 혼자 먹는 식사 같은 것들은 그의 작품에서 거의 매번 등장한다. 마치 허리춤에 소재의 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손닿는 대로 집어내어 풀어놓는데 늘 맛깔스럽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음악은 하루키의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에게 음악은 단순한 소재로서의 역할을 넘어서 종종 상당히 깊은 부분에까지 들어가고, 최근에는 아예 작품의 발단이 음악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 하루키의 음악들은 재즈도 많고 팝송도 있지만,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클래식 음악들이다. 그의 글 속에 음악 이야기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크게 화제를 뿌린 것은 4년 전 국내에 출간된 ‘1Q84’일 것이다. 이 작품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원래 2권으로 출간되었던 것이 제3권까지 추가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당시 소설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이 음악이었다. ‘1Q84’의 첫 부분에 야나체크의 관현악곡 ‘신포니에타’가 나오는데, 이것은 소설의 시작이자 주인공이 겪게 되는 환상적인 경험의 도입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음악에 대해서 여주인공의 입을 빌려 상세하게 설명하는데, 그가 자주 음악을 얘기하는 방식이다. 도쿄 시내에서 택시를 탄 그녀는 고가도로 위에서 교통체증으로 오도 가도 못하게 된다. 그때 택시기사가 켠 라디오에서 이 음악이 흐른다. 그리고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 음악이 나오면서 변환의 계기를 만들어준다. ‘1Q84’의 성공은 소설 속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당시 도쿄의 서점들에서는 이 책을 탑처럼 쌓아놓고 팔았는데, 눈앞에서 동영상의 슬로모션처럼 탑이 계속 사라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그 옆에 함께 탑으로 쌓아놓았던 ‘신포니에타’ CD까지 더불어 소진되었던 것이다. ‘신포니에타’는 사실 대중적인 작품도 아니고, 소설을 읽은 사람이 음반을 사서 플레이어에 넣는다고 하여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실제로 야나체크의 작품 가운데에서 아름답고 감동적인 작품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신포니에타’에 그런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소설의 영향으로 이미 절판되었던 조지 셀이 지휘한 CD가 복원되어 나오는가 하면, 오자와 세이지의 음반은 베스트셀러 1위로 등극하는 등 여파가 대단하였다. 이번에 나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에도 음악이 등장하니 바로 리스트의 ‘순례의 해’이다. 작곡가 리스트 자신이 겪었던 순례의 여정을 그린 것으로, 피아노 독주곡으로서는 손꼽을 만한 아름답고 진지한 명곡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순례의 해’는 지금까지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언급되었던 음악들보다는 한 차원 깊게 소설의 내용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소설 속 음악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한 단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목에 ‘순례’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것처럼, 소설의 내용 자체가 리스트의 ‘순례의 해’에서 나온 것이다. 쓰쿠루는 사라진 후배가 놓고 간 LP판을 듣는데, 그것은 피아니스트 라자르 베르만이 녹음한 3장짜리 ‘순례의 해’ 박스이다. 그는 그중 제2면의 여섯 곡을 반복해 들으면서 우울과 격리의 구렁텅이로부터 점점 빠져나오게 된다. 결국 쓰쿠루는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버렸던 이유를 듣기 위해 네 명을 차례로 찾는 순례의 길에 오른다. 마치 리스트의 곡명처럼…. 그들과 헤어진 지, 아니 그들로부터 추방당한 지 16년 만의 일이다. 리스트의 음악이 하루키를 통해서 음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이전의 하루키 소설들에서 이미 음악은 많이 등장하였다.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부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흐른다. ‘1973년의 핀볼’에는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과 하이든의 G단조 소나타가 나오고, ‘양을 둘러싼 모험’에는 쇼팽의 발라드가 등장한다. ‘오후의 마지막 잔디밭’에서 주인공이 듣는 음악은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가 남긴 피아노곡들뿐인데, 그는 굴드의 음반 38장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은 제목부터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비틀스보다는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4번이 등장하며 라벨과 말러를 좋아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차라리 “바흐와 비틀스는 덤”이라고 그는 말한다. ‘댄스 댄스 댄스’에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가 언급되고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쇼팽의 발라드도 나온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그리그의 ‘페르귄트’를 비롯하여, 로시니의 서곡집, 베토벤의 ‘전원’,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등장한다. ‘태엽 감는 새’에는 “파스타를 삶을 때 틀어놓으면 면이 익는 시간이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도 나온다. 그 외에도 차이콥스키, 슈만, 버르토크, 프랑크, 헨델 등이 대사 속에서 쏟아진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에는 모차르트의 ‘제비꽃’, 쇼팽의 스케르초, 브람스의 발라드,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등이 언급된다. 하루키의 글에는 작품뿐 아니라 연주자의 이름도 적잖이 나온다. 호로비츠, 아바도, 아르헤리치, 바크하우스, 뵘, 카자드쉬, 푸르트벵글러 등이 그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소개된다. 음악에 대한 그의 조예는 콘서트보다는 많은 레코드 감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상당기간 음악에 천착했던 젊은 시절이 문학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소설인 ‘해변의 카프카’에는 음악에 대해 보다 깊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베토벤 피아노 3중주곡 ‘대공’이 자세히 묘사되는데, ‘백만 불의 트리오’로 알려진 피아노 3중주단, 즉 루빈스타인, 하이페츠, 포이어만 등 3인의 음반에 대해 말한다. 또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도 나오고 이어서 하이든과 베토벤 두 작곡가의 재미있는 비교도 나오는 등 실로 음악에 대해서 어느 수준에서 자유롭게 휘젓고 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흥미로운 것은 야구팬이기도 한 하루키가 야구를 보는 자신과 음악을 듣는 자신을 비교하면서, 음악을 듣는 행위에 훨씬 높은 가치를 둔다는 점이다. “나는 늘 드래건스를 응원했지만, 드래건스가 자이언츠에 이긴다고 나의 삶이 향상된다는 말인가”라며 자조하는 것이다. 그는 또 ‘해변의 카프카’에서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장조에 대해 철학적인 견해를 내보인다. “이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의 하나다. 곡 자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든지 불완전한 연주인 것이다. 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전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운다. 더이상은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연주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면 눈을 감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소나타를 들으면 인간의 한계를 듣게 된다.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삶을 격려해준다.” 이 말에서 우리는 음악에 대한 그의 언급들이 멋이나 치기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루키를 읽다보면 종종 기대하지 않았던 대목에서 그만의 음악론에 감탄할 때가 있는데, 하루키 독서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박종호 ‘풍월당’ 대표}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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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ruki, Murakami/이 남자가 사는 법]반듯한 일상, 거기에 더해진 자유로움… 문득 달리고 싶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7년, 나는 일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만났다. 당시 선풍적 인기였던 선명한 빨강 초록 커버의 ‘노르웨이의 숲’은 애틋한 연애담이라 부모님 몰래 매일 밤 조금씩 나눠 읽었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매일 밤 그를 읽는다. 하루키가 오래도록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킬 수 있던 것은 비단 그의 인기나 스토리텔링의 흡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작품과 자기 자신을 통해 하나의 분명한 ‘스타일’을 제시했다. 매체에 얼굴을 드러내길 꺼리는 나름의 신비주의 작가인 하루키의 관점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에 독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루키는 기존에 사람들이 접하던 전형적인 작가상과 근본부터가 달랐다. 그는 ‘노동자형’ 작가였다. 속세적인 밥벌이에 신경을 안 쓰는 ‘풍운아형’ 작가가 대세인 일본 문단의 분위기와 달리 그에게는 작가 데뷔 전 7년간의 치열한 노동의 세월이 있었다. 겨우 스물둘의 나이에 와세다대 동창이던 아내 요코 씨와 결혼 후, 재즈카페 ‘피터 캣’을 직접 운영했는데 당시의 힘든 육체노동 경험이 글쓰기를 향한 그의 태도를 보다 정직하고 강인하게 만들었다. 가령 작가업이 자유롭다고 해서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이나 ‘영감이 찾아올 때 쓰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쓸거리가 생각 안 나도 그는 자신이 흠모하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처럼 반드시 일정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그랬다. 오늘 기분이 좀 안 내킨다고 영업을 안 할 수는 없다. 노동이란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에게 글쓰기란 고상한 문학적 취향이나 자유분방한 풍류라기보다 차라리 노동과 수행에 가까웠다. 탈권위주의적인 태도는 그의 문장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화려한 미사어구보다 단순하고 알기 쉬운 단어를 사용해 재미있고 깊고 복잡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애썼고, 비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범한 이야기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범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29세에 첫 소설을 쓴 이래 순수문학 한 길을 고집하기보다는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물론이고 그 사이사이 논픽션, 기행문, 르포, 에세이, 스포츠취재기, 재즈에세이, 상담칼럼, 미국문학서 번역 등 어깨 힘을 빼고 다채로운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것도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는 그의 태도에서 비롯했다. 일본 문단의 획일주의와 철저히 거리를 두며 그는 한 명의 자유로운 개인으로 이탈리아나 그리스, 미국 등지에서 마음껏 글을 썼다. 갓 30대로 진입해 본격적으로 글을 써나가려는 무렵 그에겐 일본 사회나 일본 문학 환경의 제도적인 억압과 권위에서 벗어나 ‘개인성’과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루키의 자유는 성실하고 반듯한, 어쩌면 금욕적이기까지 한 일상을 전제로 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도 그의 일상생활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다. 오전 4시에 깨어나 곧바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쓴다. 하루에 원고지 20매를 쓴다. 오전 10시까지 일한 후, 10km를 달리고 한 시간 수영한다. 일단 정하면 변명하거나 투덜거리거나 후회하지 않으며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 나갔다. 건강한 육체에 글쓰기에 필요한 ‘다크’한 정신이 깃든다고 믿었다. 오후 2시부터는 방전 및 재충전의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산보를 하거나 중고 음반가게에 마실을 나갔다. 귀갓길에 단골 생선가게나 야채가게에 들러 장을 봐와서 푸치니의 오페라를 들으며 맥주나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소박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도 규칙적이고 절제된 일상을 보내는데 그것은 사사로운 일상을 지켜나가는 것이 실은 세상의 질서와 선의를 지탱시키는 귀중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발이 땅바닥에 닿아있는 감각을 존중했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는 꾸준함과 일관성도 뒷받침되었다. 지속적인 장편소설 출간이나 33번에 걸친 마라톤 완주도 그가 오랜 시간을 들여 스스로를 심화시킨 결과다. 그는 말하자면 몸집을 쓸데없이 충동적으로 부풀리는 대신 끊임없이 제 자리에서 보다 선명하게 재생해 나가는 사람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많은 작품을 함께 해 온 단짝 일러스트작가 안자이 미즈마루에 의하면 하루키는 ‘굉장히 낯을 가리지만, 인간관계의 깊이에 대해선 완벽한 그 무언가가 있다’고 귀띔한다. ‘한번 사귀면 진짜 오래간다’고 하는데 이는 고단샤 출판사의 편집자인 사이토 요코 씨가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시작해 무려 25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이 담당 편집자로서 함께 일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나는 그녀와 직접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목소리가 매섭도록 카리스마 있다!). 물론 10대 때 만나 연애결혼한 부인과는 현재 거뜬히 40년 지기다. 이렇게 모범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하루키는 항간의 자기계발 멘토처럼 ‘노력하면 된다’ 식의 긍정주의자일까? 천만에. 도리어 그는 비관적 현실주의자다. 그에게 인생은 ‘어차피 지는 게임’이다. 계속 뭔가를 잃어가기만하는 절망의 여정이다. 어차피 허무하게 지는 게임이라면, 적어도 내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해나갈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살만할 수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규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애초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하고 기본적으로 모든 인생은 고독하다고도 그는 말했는데 고독이 존재하기에 어쩌면 우리는 타자와 소통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소설을 쓰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루키의 주인공들도 늘 뭔가 자신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방황한다. 그 과정에서 서툰 그들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가능성을 잃어버린다. 그야말로 불확실하고 불안한 보통의 삶을 반영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하루키와 그의 소설 주인공들의 태도는 어딘가 ‘소년’의 그것을 많이 닮아있다. 하루키의 해석에 의하면 ‘소년다움’이란 힘든 일이 닥쳐도 그것을 꾹 삼키고 헤쳐 나가는 것이며, 아무리 고독하다 해도 그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그 가운데 원시적인 사랑의 힘을 끊임없이 믿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의 작품을 읽으며 감상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가 소개하는 생소한 외국의 문화상품을 접하며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혹자는 치밀하고 감각적인 묘사 덕에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맥주나 위스키를 홀짝이거나 갑자기 스파게티면을 삶거나 고양이들을 키우게 됐을지도 모른다. 불현듯 마라톤에 도전해 보거나 어느 날 먼 북소리의 부름을 받아 여행길을 떠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소싯적의 나처럼 글이 쓰고 싶어졌을 수도 있다. 하루키는 마치 조금씩 각도를 틀면 근사한 새 풍경을 보여주는 만화경처럼, 움직일 때마다 다방면의 매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그것이 그의 작품세계이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에 깊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은 결국 가장 보편적이었던 셈이다. 많은 것들이 불확실해지고 진정한 소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하루키를 통해 하나의 명징한 삶의 방식을 배운다. 개인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고 부조리한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지켜가는 것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고 어려움을 인정하되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내재된 힘에 대해. ‘당신은 지금 어느 역에 서있습니까?’ 하루키는 나지막이 우리에게 묻는다. 그러나 굳이 대답을 기다리진 않을 것이다. 과묵하게 저마다의 길을 자발적으로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 역시도 자신이 가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어쩌면 뛰어갈 수도 있다. 그는 말하자면 그런 남자인 것이다.▼그의 열린 결말, 작가로서의 무책임함?▼하루키를 향한 또 다른 목소리유명해진다는 것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 수만큼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일찌기 말했던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그 자신이었다. 하루키가 본격적인 관심, 그리고 비판을 받게 된 것은 ‘노르웨이의 숲’이 일본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다음부터였다. 문학 평론가들은 일제히 ‘무라카미 하루키 증후군’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나름의 혁신적인 작풍을 구사해오던 하루키가 갑자기 평범하고 흔해빠진 러브스토리를 쓴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 그들은 하루키가 미국 문학과 문화의 영향을 너무 받아 해외 브랜드와 관련된 속물근성과 미국 팝문화를 숭배하는 사대주의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제8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었을 때 “외국의 번역소설을 너무 많이 읽고 쓴 것처럼 버터냄새가 난다”며 강하게 만류했으며 하루키가 “일본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이 나르시시즘의 발현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인공들은 깊은 고뇌나 성찰이 없이 얄팍한 자기애적인 정신을 보여주며 그 빈틈을 그럴싸한 고유명사와 브랜드로 매꾸려 한다는 것. 인물뿐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풍기는 체념적 태도도 문제삼았다. 일본의 여성학계에서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하루키가 여성을 그려내는 방식이 성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평론가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9년에 출판된 ‘상실의 시대’가 당시 젊은 세대의 정서에 부합하며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다. ‘일본 책은 국내에서는 안 팔린다’라는 징크스를 깬 것이 하루키였다. 그러나 그의 급격한 인기를 경계한 목소리들도 있었다. 문학의 계몽적 역할을 믿는 문학계 인사들은 하루키 소설을 표피적인 오락소설로 치부하고 진지한 고민이 없다고 일갈했다. 허세와 겉멋으로 가득한 ‘된장소설’로 폄하되기도 했다. 하루키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는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는 하루키의 작품을 두고 “약삭빠른 글장수의 책이지 결코 예술가의 책은 아니다”라며 많은 젊은 세대들이 애독서로 하루키의 책을 거론하는 풍토를 개탄했다. ‘팝소설’이자 ‘음담패설적인 소설’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으며 독자들의 독서 편식에 우려를 표했다. 하루키의 ‘안티’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그들은 하루키 소설의 주요 테마인 상실이나 고독 같은 개념이 지나치게 감상적이고, 그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맛깔난 비유들이 닭살스럽다고 지적한다. 등장하는 여자들이 남자 주인공과 너무 쉽게 동침하는 작위성에 대해서도 못마땅해한다. 모호하고 열린 결말들에 대해서도 ‘작가로서 무책임하다’는 견해도 있다.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대해서는 한 젊은 남성 독자가 일본 아마존닷컴 후기에 “고독한 샐러리맨의 오징어 냄새나는 망상소설”이라고 일갈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루키는 자신에 대한 비평은 일절 읽지 않는다며, 소설가는 마땅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책을 쓸 권리가 있고 비평가도 마찬가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비평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유력한 차기 노벨상 후보자로서의 위상만큼이나 그를 향한 매섭고 날카로운 시선은 앞으로도 계속 쏟아질 수밖에 없다.임경선 칼럼니스트}

    • 201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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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SNS 스트레스를 어찌할꼬

    #1. A 씨는 자신의 지인이자 페친(페이스북 친구)인 40대 중반 여성의 포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 “아직도 자기가 청춘인 줄 알고 매번 귀신처럼 허옇게 분칠한 얼굴을 셀카로 찍어 포토샵 처리해 올려요. 멘트도 압권이에요. ‘아들이랑 걸어가는데 사람들이 여자친구냐고 물어봤다’고. 아무리 페이스북이 자기 홍보 수단이라지만 자화자찬이 너무 심해 꼴불견이에요.” #2. 어느 날 B 씨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란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렸다. 사진도 없는 그의 넋두리는 앞뒤 맥락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페친들은 ‘좋아요’를 누를 수도, 댓글을 달 수도 없었다. 이런 경우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토로한다. “일기는 일기장에 쓸 것이지, 왜 남들이 다 보는 페이스북에 쓰냐고요.” 국내 페이스북 이용 인구 1100만 명 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SNS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시시콜콜한 일상을 게시하며 자기애를 뽐내는 페이스북의 경우 정작 게시자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골프 모임을 갖는 경우 당사자들은 오프라인에서 대놓고 자랑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들이 악의 없이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는 사람들 중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종류의 SNS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입한 SNS를 탈퇴하거나 SNS 친구 관계를 끊기도 한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오프라인 인간관계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보거나 안 들을 수 있지만 SNS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뉴스피드’ 등을 통해 정보가 전달되면서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열등감과 비교의식이 커질 수 있다”며 “역사가 짧은 SNS 소통에서 새로 생겨난 SNS 스트레스는 향후 큰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11, 12일 이틀에 걸쳐 페이스북 이용자 25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두 가지 질문을 해봤다. “SNS 소통할 때 당신은 언제 스트레스를 받습니까?”(‘SNS 꼴불견’)와 “어떤 페이스북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릅니까?”(‘SNS 좋아요’)였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주로 꼽은 ‘SNS 꼴불견’은 △심한 자기 자랑 △막말 비방 트집 △허세 △특정 정파에 치우치거나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글 △자신의 진짜 모습과는 딴판으로 가식적인 태도 등이었다. 이 밖에도 △맞춤법 틀린 것만 지적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글에 밉상 댓글을 다는 것 △힘들고 우울하고 불쌍한 척 3종 퍼레이드 △갖가지 명언과 인용구로 담벼락을 도배하며 훈수를 두려는 태도 등이 있었다. 가장 예민한 이슈는 역시나 자기 자랑이었다. 50대 여성은 자신의 아들이 명문 대학 두 곳에 동시에 붙은 합격증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동창 페친들의 질투 섞인 싸늘한 침묵을 체험했다고 한다. 한동섭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면전(面前)이라면 내키지 않아도 ‘축하한다’는 말을 해야 하겠지만 SNS 댓글은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못 본 척할 수 있는 ‘SNS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페이스북 포스팅에 ‘좋아요’를 누를까. 대체적으로 △긍정적 격려와 진실된 공감 △책 전시 영화 추천 등 정보와 조언 △잔잔하고 소박하게 묻어나는 일상 △잠재적으로 글을 읽는 사람을 고려해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배려 등이 꼽혔다. 김무곤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한국인은 공개적인 칭찬과 응원에 인색한 측면이 있었는데 페이스북의 ‘좋아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칭찬과 격려의 문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기능을 하는 듯하다”며 “SNS도 결국 사람이 모인 공간이므로 상대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켜야 남에게 스트레스도 주지 않고 인기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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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뒷맛 씁쓸한 ‘KAL 라면’ 소동

    최근 대기업 계열사 임원의 대한항공 기내 폭행 논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었다. 대한항공 홍보실에 사건이 공개된 진원지를 물었더니 홍보실 관계자는 “YTN의 ‘단독’ 기사였다”고 했다. YTN 사회부 사건 데스크에게 물어보니 “제보를 받았다”고 했다. 기내라는 특수공간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단순 해프닝이랄 수 있는 이번 사건이 시간이 흐를수록 누리꾼 사이에서 빠르고 거세게 퍼진 것에 대해 한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의 ‘갑’에 대한 ‘을’의 억눌린 감정이 대리 폭발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내라는 밀폐된 환경 속에서 남자와 여자, 대기업 임원과 승무원,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에서만 먹을 수 있는 ‘끓여주는 봉지라면’ 등 권력적 요소와 통속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것이다. SNS 특유의 평등, 정의, 피해의식이 골고루 녹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감정 노동’을 새롭게 돌아보자는 얘기들도 나왔다. 이번 사건은 SNS에서는 ‘선동자=오피니언 리더’라는 점도 여실히 보여 주었다. 오프라인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흥분한 대중을 진정시키는 일을 맡는다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선동적 성격이 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해당 임원이 소속된 기업의) 구내식당 라면 끓이는 담당자는 신(神)의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해당 임원은 한국 라면에 과도하게 들어 있는 나트륨 문제를 온몸으로 알리기 위한 ‘살신성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는 트윗을 했다. 소설가 공지영은 “소름 돋습니다. 이거 폭행죄 모욕죄 아닌가요?”라고 트윗했고, 개그맨 남희석은 “손님은 왕이다. 하지만 응대하며 일하는 사람이 하인은 아니다”라고 트윗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SNS 여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숙제들을 남겼다고 말한다. 우선, 공정성 문제이다. SNS 여론은 집단지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이번 소동의 경우 대한항공의 기내 일지라는 일방적인 주장에만 기반해 이야기와 의견이 덧붙여졌다. 그래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대한항공과 승무원의 시각에서만 주로 전개되고 ‘가해자’라고 알려진 임원의 입장은 균형감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죽 지켜보았다는 한 대기업 임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일은 ‘초짜’ 임원이 지나치게 우쭐해져 일어난 것 같은데 어느 회사나 임원을 시킬 때는 도덕적 자질도 신중하게 평가한다. 그 임원이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는 현재 나온 팩트만 갖고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대한항공의 서비스 방법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한 누리꾼은 “지금껏 나온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대한항공의 비즈니스석 라면 서비스는 평소에도 다른 고객들로부터 불만을 많이 받아온 사항이라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회사 측이 미리 이런 불만들을 적극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임원의 얼굴 사진은 물론이고 이름 나이 소속회사 직책 등 구체적인 신상들이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의견도 많다. 한 누리꾼은 “법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 신상 털기로 심각한 인권침해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형법상 명예훼손 또는 정보통신법 위반이지만 SNS에서는 거짓된 정보라 하더라도 최초의 유포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다. 법조인들에 따르면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은 30만∼100만 원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해당 임원은 사표를 썼지만 대한항공이 반드시 승자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항공 기내 일지가 모조리 공개 유출됐다는 점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이번 일로 대한항공은 잠재적 고객을 잃었다. 기내에서 하는 모든 일이 만천하에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누가 그 비행기를 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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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장편소설 ‘천년 한(恨) 대마도’ 쓴 이원호 작가

    《 “대마도는 우리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장편소설 ‘천년 한(恨) 대마도’(사진)가 22일 출간됐다. 소설을 쓴 작가는 문화일보 인기 연재 성인소설 ‘강안 남자’(2002∼2009년)를 쓴 이원호 씨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60종 160권을 써내 총 1000만 권은 족히 팔았다(작가 주장)는 밀리언셀러 작가다. 공전의 히트작 ‘강안 남자’의 후광이 강렬해서였을까, 이번에 그가 ‘대마도’라는 묵직한 소재로 소설을 쓴 이유가 궁금했다. 대마도는 현재 일본 나가사키(長崎) 현(縣) 부속이다. 섬 전체가 쓰시마(對馬) 시(市)에 속한다. 부산에서는 49.5km,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는 147km 떨어져 있다. ‘천년 한 대마도’는 대마도에서 1000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두 한국인 가문의 후예들이 남북한 합동 군사작전을 펼쳐 과거 일본에 빼앗겼던 대마도를 2014년 수복한다는 줄거리다. 이 과정에서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까지 세 차례의 대마도 정벌(1389년 박위의 1차 정벌, 1396년 김사형의 2차 정벌, 1419년 이종무의 3차 정벌)도 소개되고 임진왜란 관동대지진 학살 등 일본의 한민족 침탈사를 녹여냈다. 》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작가는 “대마도는 1867년 메이지(明治) 유신 이전까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사실상 버려져 있다가 어수선한 국제정세를 틈타 일본이 대마도를 1871년 이즈하라(嚴原) 현으로, 다시 1876년엔 나가사키 현으로 편입시켰다”고 말했다. “그 후론 끊임없이 ‘대마도는 일본 땅’이라고 우리와 그들 자신을 세뇌한 겁니다. 우리가 그 조작된 일제 식민사관을 여전히 지닌 채 대마도를 당연히 일본 땅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1785년 日 고지도에 ‘대마도는 조선땅’ ―대마도가 우리 땅인 근거는 뭡니까. “1750년대에 제작된 ‘해동지도’ 설명문에는 ‘백두산이 머리가 되고 태백산맥이 척추가 되며 영남의 대마도와 호남의 탐라를 양발로 삼는다’고 쓰여 있어요. 1785년 정한론(征韓論)의 시조 격인 일본 지리학자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만든 ‘삼국접양지도’에도 대마도가 조선 땅으로 표기돼 있고요. 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흘 뒤 연 첫 기자회견부터 1950년 6·25전쟁 전까지 60여 회에 걸쳐 일본 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요구했어요. 그러나 6·25가 발발하자 한국은 일본을 통해 유엔군과 물자를 공급 받아야 해서 더이상 반환을 거론할 수 없었죠. 그게 무척 안타까워요.” 그는 결연한 어조로 두툼한 A4 용지 이면지 뭉치에 손 글씨로 빼곡하게 쓴 메모들을 꺼내놓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각종 자료와 책에서 발췌한 역사적 사실을 정리했다고 한다. “대마도 이즈하라 항 부근엔 최익현 순국비, 덕혜옹주 결혼기념비가 서 있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조선통신사비와 고려문도 세워져 있어요. 대마도의 유전자(DNA)는 곧 한국이라는 걸 가보면 바로 알게 됩니다. 또 한국의 성황당처럼 조상신이나 토지신을 모시는 일본의 신사가 대마도에 29개 있는데 모두 한반도를 향해 세워져 있어요. 역시 대마도가 우리 땅이란 증거입니다. 일제가 대마도에서 한국의 흔적을 지워내면서도 신사까지 없애지는 못했던 겁니다. 그런데 제가 전문적으로 자료를 모은다면 역사학자이겠죠. 저는 학자가 아니라 작가입니다. 역사를 통해 확신을 얻고 역사적 사실을 추려내 거기에 인물과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는 이미 백제 멸망사인 ‘계백’, 이승만 대통령의 삶을 다룬 ‘불굴’이란 역사서를 비롯해 연애, 기업, 폭력, 공상과학(SF)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이번엔 갑자기 왜 대마도에 대해 썼을까. “어느 날 신문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됐어요. 1923년 조선총독부 소속 조선사편찬위원회가 역사학자 구로이타 가쓰미(黑板勝美) 고문 주관하에 대마도를 방문해 한국 관련 문서 6만6469장, 고기록 3576권, 고지도 34장 등을 불태웠다는 사실을요. 일본이 그토록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왜 없앴을까요? 대마도가 조선 땅이라는 증거를 없애려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어 이때부터 대마도를 다니고 자료를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일본이 한반도 역사에 걸쳐 침략하고 약탈한 게 자꾸 부각됩디다. 고려 말기 잦은 왜구의 침입, 임진왜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이번에 내가 낸 ‘천년 한 대마도’는 한마디로 1000년 동안의 일본 침략사예요. 우리는 이웃나라라고 해도 일본으로부터 얻은 게 거의 없는데, 일본은 독도까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니 억울했습니다. 대마도 문제를 덮기 위해 독도로 까다롭게 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설까지 쓰게 됐습니다.”“日, 지금도 한국흔적 부지런히 없애” ―소설 ‘천년 한 대마도’에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의 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제 소설은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문화장르)입니다. 팩트(사실)와 픽션(허구)의 비율이 3 대 7 정도겠네요. 제가 책을 많이 써봐서 아는데 팩션에서 팩트가 절반만 돼도 독자들이 지루해서 못 읽습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 소설의 등장인물을 전부 실명 처리했어요. 제 소설로 인해 대마도가 이슈화돼 이제라도 대중이 관심을 갖고 학자들은 더 늦지 않게 연구해 줬으면 좋겠어요. ‘계백’을 쓸 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망한 나라, 잊혀진 땅의 자료는 금방 사라져요. 그래서 초조해집니다. 역사적 기록이 조작되거나 분실되면 후세는 뿌리 없는 존재가 되잖아요. 대마도 관광 가이드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본은 지금도 대마도 유적에 한국 역사의 흔적이 있으면 부지런히 없애고 있다고 합디다.” 소설 속 남북 관계는 지극히 돈독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특사를 보내 2000명의 남북 연합군을 관광객으로 위장시켜 대마도에 잠입시킨다. 김 위원장은 노동미사일을 대마도에 쏘아 한국의 대마도 탈환에 기여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썼나요. “대선 전인 지난해 초 소설을 시작할 땐 가상의 인물로 설정했는데, 쓰다 보니 대마도 문제를 이슈화하고 리얼리티를 살리려면 실명이 좋겠더라고요. 국방부 장관도 김병관 씨로 만들었다가 김관진 씨로 바꿨죠(웃음). 소설 말미에 박 대통령이 물어요. 과거 지방유세 중 테러를 당하고 질문했던 ‘대전은요?’를 패러디해서 ‘북한은요?’라고. 김정은 위원장이 일본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죠(웃음).” ―소설에는 ‘강안 남자’를 연상시키는 야한 묘사도 나오던데…. “대중이 원하는 역사는 결국 이해할 수 있는 역사 아니겠어요? 괜히 교과서적으로 팩트에만 연연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죠. 제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아, 그렇구나. 일본이 1000년 동안 우리에게서 많이 빼앗아 갔구나. 그런데 우리 한민족은 너무 잘 잊어버리는 민족이구나’ 깨닫도록 썼어요. 대중 역사소설은 재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지, 의미 속에서 재미를 찾으면 안 돼요.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사람이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나 같은 사람이라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다룬 ‘레임덕’이란 실명 정치소설을 쓸 때 청와대로 불려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때 뭐라고 명함을 파야 하나 고민하다가 지금의 ‘대중소설가’란 직함을 떠올려냈죠. 문학적 가치보다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소설가…. 이문열 조정래 황석영은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매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나는 좌판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죠. 짝퉁도 있고 잘못된 제품도 있지만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파는 상인 말이에요. 전 등단한 적이 없어요. 문단? 스스로 단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깟 것 꼭 양반 상놈의 구분 같아서. 한 지인은 저더러 ‘면허증 없는 운전사’라던데 그 면허를 누가 주나요? 깊이나 재미는 독자가 판단하는 것 아니겠어요? 문단에서만 인정받고 독자들이 외면하면 그 작가는 시체나 다름없죠. 참, 이 얘기 신문에 써도 돼요.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경성사범학교를 나온 친일파였어요. 헌신적인 초등학교 교장이었지만 한국과 일본이 스포츠 경기를 할 때면 일본을 응원했어요. 얼마나 일제가 교육을 시켰으면…. 어렸을 땐 그런 아버지를 보며 살의마저 느꼈죠.”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의 작가 인생으로 넘어갔다. 전북대 섬유공학과를 나온 그는 1980년대 속옷회사 BYC의 중동지역 담당자로 일하다가 1987년 경세무역이란 무역회사를 차렸다. 잘나가던 사업은 1990년 부도가 났다. 그는 사업을 접고 대학 때부터 소질이 있던 글쓰기에 나섰다. 이후 출판사의 권유로 소설 ‘밤의 대통령’(정의로운 조직폭력배가 사회악을 일소한다는 내용)을 썼는데 이게 대박이 나면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대마도의 올바른 역사 깨달아야” 그는 다작의 작가로 유명하다. 이번에 ‘천년 한 대마도’를 쓸 때에도 5권의 서로 다른 소설을 함께 써나갔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살기 위해 썼다. 그리고 여러 소설을 동시에 쓸 때 지치지 않고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제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어 그런지 소설가는 끊임없이 생산해내야 한다는 의식이 있습니다. 사업을 망하고 보니 한쪽 시장(중동)만 집중해 시장과 제품을 다변화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들더군요. 어느덧 소설 카테고리는 다양해졌고, 독자층도 견고해졌습니다. 단, 소설가는 소설로 독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부 소설가는 트위터에만 열중이던데, 그건 소설가의 본분이 아니죠.” 이 씨의 이번 소설은 오프라인 출간에 앞서 이미 이달 중순부터 인터파크에서 무료로 인터넷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10, 20대 젊은 독자들과 소통해야겠다 싶어 인터넷 장르소설 사이트인 ‘문피아’ 등에도 몇 년 전부터 소설들을 연재해 왔다. “온라인 시장의 독자들에게도 대마도에 관한 역사의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에 참고하기 위해 이 씨의 역사 메모 뭉치를 빌렸다. 다음 날인 18일 그는 기자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불쑥불쑥 내지르듯 인터뷰해서 당혹스럽지는 않으셨을까 신경이 쓰입니다. 참, 메모지는 월요일쯤 찾아가도 되겠지요? 전 자료, 오리지널 원고 메모지까지 다 보관하는 습성이 있어서요.’ 20여 년간 대중과 함께 호흡하다가 대마도라는 우리 민족의 숙제에 매달리게 된 작가의 집념인 듯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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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서스펜디드 커피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맡겨 둔 커피)를 아세요? 형편이 어려운 낯선 사람을 위해 값을 미리 지불해 놓는 커피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방식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커피 값을 덤으로 내고 가는 것이다. 그러면 노숙자와 실업자 등이 카페에 들어와 “서스펜디드 커피가 있나요?”라고 물은 뒤 누군가 미리 돈을 낸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 ‘착한 기부 커피’는 약 100년 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지방에서 ‘caffe sospeso’(맡겨 둔 커피)라는 이름으로 전해 오던 전통에서 비롯됐다.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2010년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즈음해 이탈리아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네트워크’란 페스티벌 조직이 결성되면서 다시 이어졌다. 불가리아에서는 현재 150여 개 카페가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SNS에서는 ‘가장 뛰어난 인간성 운동’이란 칭송까지 생겨났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패션 컨설턴트 양서영 씨는 “불경기를 겪는 고된 일상에서 ‘과시하지 않는 절대 익명’의 작은 커피 선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초 조국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커피 운동을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누리꾼들은 “훈훈한 실천이 우리나라에도 아름답게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 동시에 “국내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부 모델을 찾아보자”란 고민도 나누고 있다. 또 “커피빈의 핑크 카드처럼 서스펜디드 커피 스탬프를 만들어 카페와 이용자가 함께 기부하자”, “커피보다는 밥 기부가 더 실질적이다” 등 다양한 기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착하면 복을 받을까. 적어도 서스펜디드 커피를 보면 그렇다. 나폴리에 본사를 둔 세계적 원두커피 회사 ‘킴보’는 원두 가격 상승과 불황에도 불구하고 2011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4.7% 늘었다. 이 회사는 오페라 ‘아이다’의 주인공이 커피 재배국인 에티오피아의 흑인 공주인 것에 착안해 라 스칼라 극장의 아이다 공연을 후원하고 서스펜디드 커피를 선보인 바 있다. 다른 커피 회사들도 주목하고 있다. 박찬경 스타벅스 코리아 홍보부장은 “당장 서스펜디드 커피를 실시할 계획은 없지만 커피가 영세 농가에서 재배되는 ‘사회적 음료’인 만큼 나눔의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착한 커피’ 이야기를 접하면서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자,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로 법정에 출석한 재벌가 3세 유통회사 오너들의 모습이 씁쓸하게 오버랩됐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SNS가 ‘따뜻한 변화’를 이끄는 기부 브레인스토밍 공간이 되고 있으니까.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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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마광수의 분노

    마광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최근 그가 수강생들에게 자신이 쓴 책들의 영수증을 리포트에 첨부하도록 한 게 알려지면서다. 이 책들은 그의 수업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수가 책장사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25일 대학 홈페이지에 ‘학생들의 뻔뻔스러운 수강태도에 분노한다’는 글을 올리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학기 내 과목 수강생 600여 명 중 교재를 구입한 학생이 50여 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교육적 소신으로 책을 반드시 구입하라고 유도한 것이다. 이걸 반칙이라고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분노가 치민다”는 것이다. 마 교수가 수업 중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책은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9000원·철학과 현실사)와 ‘문학과 성’(1만2000원·철학과 현실사)이다. 마 교수는 26일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교재를 읽어가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책이 반드시 필요한데 수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읽어 오라’고 하면 ‘집에 놓고 왔다’ ‘두고 왔다’고 해도 참았다. 지난 학기가 최악이었다”며 “심지어 인터넷에는 가짜 영수증 만드는 법까지 돌아다닌다”고 하소연했다. 마 교수는 더 나아가 학생들이 불성실하다고 주장했다. “커닝페이퍼 적발도 많다. 거짓말도 많이 하고. 내가 학생을 굉장히 사랑하려고 애쓰고, 학생들 덕분에 복직도 되고 그랬는데 요즘 학생들은 진짜 얌체다.” 처음에는 ‘과외 알바로 30만 원 받아서 20만 원 고시원 방값 내고 5만 원 교통비 하고 5만 원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의 (어려운) 처지를 알아야 한다’(트위터 reneekun7575)는 등 마 교수에 대해 비난 일색이던 SNS와 인터넷에서는 차츰 마 교수를 이해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마 교수가 학생들에게 책을 사라고 했다니, 괴상한 짓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대학 강의실 분위기는 그럴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 리포트를 짜깁기해 오는 학생이 너무 많다고. 그럴 거면 돈 아깝게 학교는 뭐 하러 다니나.’(트위터 mumigunzo) 한 사립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강의에 쓸 책을 구입하라는 지시를 강매라고 말하니 한심하다. …이번에 마 교수님이 결코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의 지적재산권을 비용 없이 향유하려는 한국인의 나쁜 습관을 어릴 때부터 호되게 고쳐 놓아야 한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마 교수를 향해 ‘책을 강매했다’고 하는 주장은 교수의 지식을 양말, 맥주 등과 같은 급으로 접근한 천박한 태도”라며 “선생은 학생에게 강제로라도 책을 읽힐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한편 마 교수는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일은 인문학 공부는 ‘널널하게’ 해도 좋다는 학생들의 ‘무시’가 담겨 있다. 학생들에게 책을 꼭 사게 하겠다는 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일일이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20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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