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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은 참담하다. 성형외과, 피부과가 즐비한 서울 압구정동과 달리 지방은 의사를 구할 수 없는 곳이 부지기수이고 부모들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 의대 지망생은 미어 터지는데, 필수의료 분야는 고사 직전. 고육책으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자, 의사들은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그들이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 뇌종양 전문 신경외과의가 수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하며 깨달은 경험을 담담히 풀어냈다. 서두에 언급한 의사의 사회적 사명이나 잘못된 의료 문제의 개선 같은 엄숙한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또는 수술을 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떠올리는 인간과 생명, 그리고 의사라는 존재에 대한 단상 같은 독백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저자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의사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무튼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뇌와 배를 가르도록 허락한 유일한 존재이니 말이다. ‘“미안해요”라는 내 사과에 그는 “왜요”라고 답했다. 구식 타자기를 이용해 한 번에 한 키씩 누르는 속도로 1시간 동안 대화하며 우리는 소통했다. 환자는 그런 복잡한 수술을 나에게 부탁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마치 내가 슬픔을 정리하고, 자신의 결단을 이해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했다.’(10장 ‘삶―환자들이 가르쳐준 인생의 태도’ 중) 읽다 보면 유명 미국 드라마로 2005년부터 시작해 현재 시즌 20이 방영 중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는 느낌도 든다. 드라마 내용과 일치하는 사례도 꽤 있다. 책 제목은 20년 넘게 1만5000명의 환자, 4000건이 넘는 수술을 해온 저자의 삶을 상징한 것. 저자는 전혀 생각조차 안 했겠지만, 힘들고 돈 안 되는 분야를 외면하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풍자하는 것 같아 섬뜩하기도 하다. 원제는 ‘Life on a Knife’s Edge’.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모습이 동물일 뿐 그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지요. 어느 생명이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천도재를 지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12일 강원 강릉 만월산 현덕사(대한불교조계종)에서 만난 주지 현종 스님은 “25년 동안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현종 스님은 절을 세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신자,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 ―대웅전에 정말 동식물 위패가 있습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 장난치다 빨랫줄에 앉은 제비 새끼를 죽인 적이 있습니다. 출가 후에도 그게 늘 마음에 걸려서 절을 세운 후에 그 제비 새끼를 위한 천도재를 지냈지요. 몇 년 하다 보니 어떻게 알고 여기저기서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의뢰하는 분들이 늘면서 지금은 음력 7월 15일(백중)과 10월 셋째 주, 이렇게 두 번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부감도 컸다고요. “동물 천도재도 낯설었지만 사람 위패와 함께 모셨으니까요. 저는 모습만 강아지와 고양이지 마음은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기특해서 눈물이 날 때가 많지요. 세상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는 연기(緣起)의 관계지요. 하물며 생명이겠습니까.” ―실험용 쥐를 위한 천도재도 지내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약사의 요청이었어요. 대학 시절 쥐를 실험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도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는데 같은 생각을 한 선후배들이 있어서 뜻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살처분된 가축들을 위한 천도재, 야생 동물을 위한 천도재도 지냈지요.” ―외람됩니다만, 재를 지낸다고 극락에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저는 천도재가 천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모두가 느끼는 계기가 되길 바라지요. 천도재를 통해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면 거기가 극락이지요.” ―최근에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담앤북스)라는 책도 내셨더군요. “생명과 환경에 대한 제 생각을 적은 건데…. 그래서 천도재 이야기도 들어 있는 거죠. 억지로라도 쉬어가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없어져도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달이 뜹니다. 별도 빛나지요.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많은 사람이 마치 내가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갈 것처럼 삽니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일하며 살고 몸이 망가지지요. 억지로라도 쉬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첫아이를 낳는 신도에게 2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1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구절벽 극복은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라며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첫째 아이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넷째 500만 원, 다섯째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왔다. 이를 올해부터 첫째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 1000만 원으로 각각 인상한 것이다. 쌍둥이는 500만 원, 세쌍둥이는 1000만 원이다. 출산장려금은 현재까지 총 5016명에게 54억여 원이 지급됐다. 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 가족복지 시설인 ‘바인센터’ 지원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2019년 문을 연 바인센터는 24세 이하 미혼모를 위해 특화된 주거시설로, 최대 1년간 머물며 사회 복귀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에는 한 미혼모가 서울 소재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2022 삼성행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첫아이를 낳는 신도에게 2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는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구절벽 극복은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라며 “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첫째 100만 원, 둘째 200만 원, 셋째·넷째는 500만 원, 다섯째는 1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해왔다. 이를 올해부터 첫째 200만 원, 둘째 300만 원, 셋째 500만 원, 넷째부터 100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한 것이다. 쌍둥이는 500만 원, 세쌍둥이는 1000만 원이다. 출산장려금은 현재까지 모두 5016명에게 54억여 원이 지급됐다.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자가족복지 시설인 ‘바인센터’ 지원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2019년 문을 연 바인센터는 24세 이하 미혼모를 위해 특화된 주거시설로, 최대 1년간 머물며 사회 복귀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2년에는 한 미혼모가 아기가 자는 시간을 이용해 공부하는 등 노력 끝에 서울 소재 한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해 ‘2022 삼성행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순복음교회는 이 밖에도 ‘양육인지감수성’ 고양을 위해 직장 내 육아문화 개선, 지역 공동체와 교회를 연계한 육아 시스템 모색,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문화 사회의 희망 조명 등 육아 문화와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이영훈 목사는 “저출산 극복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모든 과제를 함축하고 있는 중차대한 국가 대사이자 교회가 마땅히 해야할 사회선교의 새 영역”이라며 “국가와 사회가 있어야 교회도 있다는 점에서 향후 5년간 저출산 문제 극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장병들에게 ‘자비심’을 심어주고 싶지 말입니다.” 7일 경기 가평군 호국연호사에서 만난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군종법사 균재 스님(대위)은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2015년 임관한 그는 군내 2호 비구니 군종법사. 첫 번째 비구니 군종법사인 명법 스님은 지난해 대위로 만기 전역했다. 현재 군에는 균재 스님을 포함해 모두 7명(육군 5명, 공군 2명)의 비구니 군종법사가 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게 전쟁인데 자비심이라니요. “전쟁에서 윤리 이야기를 하니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 말입니다. 전장에서 적용하기 쉬운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이 인간성과 생명의 소중함, 정의와 자유의 가치, 이런 정신입니다. 전쟁은 이런 것을 파괴하는 집단에 맞서기 위해 하는 것이고, 군인과 군대는 이것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 전쟁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하면 살육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용사들과 ‘자비경’을 읽으며 남을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려고 하지요.” ―비구니 군종법사는 흔치 않은 선택인데요. “2014년 여군 군종법사 제도가 생겼는데 전 그 다음 해에 임관했지 말입니다. 동국대 불교학과 재학 중에 여군 군종법사 선발 소식을 들었는데, 참선이나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젊은 사람들을 만나 포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마음을 끌었지요. 절에서는 대부분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밖을 보고 살 필요가 적고, 또 그러다 보니 좀 고여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장병 상담도 많이 한다던데, 주로 어떤 고민이 많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기성세대와 고민거리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 말입니다. 군 복무의 어려움, 인간관계 등등 비슷하지요. 고민 중에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게 많은데, 저는 그럴 때 이렇게 말해줍니다. 뭘 할지보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그것 없이 무조건 뭘 해야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오고, 또 결정해도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고 말해주지요.” ―장병들이 다 MZ세대인데 좀 많이 다릅니까. “하하하, 제가 처음 임관했을 때와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지 말입니다. ‘초코파이 먹을래?’ 하고 주면 ‘제가 몸 만드는 중이어서 못 먹지 말입니다’라고 하니까요. 전에는 장교가 주면 싫더라도 먹거나 안 먹더라도 받아두긴 했거든요. 초코파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핫도그나 꽈배기, 꿀떡 이런 걸 주로 주지요.” ―종교를 가리지 않고 요즘 신자가 줄고 있고, 불교도 마찬가지인데요.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종교가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지 말입니다. 저희가 더 다가가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 저도 군종법사가 된 후 알게 됐는데, 대부분의 청년들은 미디어를 통해 스님을 만났지 직접 만난 적은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스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좋아하더군요. 저는 법회에 오는 장병들에게 ‘군복무 잘하고, 무사히 전역하고, 불자로 살지는 않더라도 법당에서 보낸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전역하고도 찾아오는 장병들이 있는데, 그럴 땐 참 보람을 느끼지 말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9일 전북 부안군 내소사에서 ‘내소사 동종(銅鐘·구리로 만든 종·사진)’ 국보 지정식이 열렸다. 높이 104.8cm, 입지름(원통 모양으로 된 물건의 지름) 67.2cm로 고려 후기 동종 중 가장 큰 이 종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12월 국보로 승격됐다. 5일 내소사에서 만난 주지 진성 스님은 “지금은 보존 때문에 수장고에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모든 국민이 내소사 동종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내소사 동종은 통일신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고려의 예술혼이 잘 깃든 걸작으로 꼽힌다. 용이 입을 벌린 채 살아서 날아갈 것 같은 용뉴(종을 매달기 위한 고리), 섬세한 꽃잎으로 표현된 4개의 당좌(撞座·범종을 칠 때 당목이 닿는 곳), 균형 잡힌 비례와 몸체의 아름다운 곡선 등 뛰어난 조형성과 장식성은 고려 후기 동종의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종 아랫부분과 윗부분을 두른 덩굴무늬 띠, 어깨 부분에 표현된 입체적인 연꽃 문양도 아름다움을 더한다. 몸체에 부처가 설법할 때 그 주변에서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존재인 천인상(天人像) 대신 삼존상을 부조로 배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삼존상은 불교에서 받들어 모셔야 할 세 분의 존귀한 존재, 부처와 양옆에 두 보살을 나란히 새긴 조각상을 뜻한다. 보기 드물게 종을 만든 내력이 담긴 주종기(鑄鐘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주종기에 따르면 이 종은 고려 고종 9년(1222년) 한중서(韓冲敍)라는 장인이 만들었다. 원래 ‘청림사’라는 절에 봉안됐다가 1850년(조선 철종 1년) 내소사로 옮겨졌는데, 이런 내용을 적은 이안기(移安記)가 몸체에 새겨져 있다. 한중서는 13세기 초·중반 활동한 장인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고령사 청동북(1213년), 복천사 청동북(1238년), 신룡사명 소종(1238년), 옥천사 청동북(1252년) 등 여러 작품을 남겼다. 이 때문에 문화재청은 국보 승격 당시 “내소사 동종은 양식, 의장, 주조 등에서 한국 범종 역사와 제작 기술, 기법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라며 “주종기와 이안기 등을 통해 봉안처, 발원자, 제작 장인 등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내소사 동종이 국보로 승격될 수 있었던 데는 출가 이후 40년 넘게 이 절에서 생활하며 동종을 지켜온 진성 스님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진성 스님은 “원래 경내 보종각 안에 있었는데, 구경 오는 사람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궁금하다고 동전이나 심지어 돌을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나라의 보물이 어떻게 훼손될지 몰라 2017년 주지가 되면서 절 안에 수장고를 짓고 동시에 국보 승격도 추진하게 됐다는 것. 진성 스님은 “보존이 시급해 먼저 수장고에 보관했는데 (수장고를) 상설 박물관, 전시관으로 이용하기에는 시설과 관리 인력 등의 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특정 기간이나 행사 때 공개 전시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수장고를 박물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부안=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금, 지치고 힘들다면 섬티아고 순례길 어때?’ 순례의 궁극적인 목표는 변화된 나로 새로 태어나는 것. 신앙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많은 이들이 고통을 마다치 않고 일부러 힘든 길을 찾아 걷는 것은 그 과정에서 더 큰 삶의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에서 이름을 따온 ‘섬티아고 순례길’은 내 안의 나를 찾는 시간은 물론, 걷는 과정에서 모세의 기적과 유사한 체험도 할 수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힐링 공간이다. 섬티아고 순례길은 전남 신안군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 등 5개 섬 12km를 잇는 길이다. 2017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된 뒤 국내외 건축·미술 작가들이 예수의 열두 제자를 상징하는 기도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 12곳을 길로 연결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건축물 자체가 아름다운데 섬 안에 크고 작은 호수와 저수지가 많아 화보 촬영 장소로 인기라고 한다. 섬티아고 순례길의 또 다른 매력은 모세의 기적을 체험하는 듯한 느낌도 들 수 있다는 점.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이 노둣길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노둣길은 물이 빠지는 썰물 때 섬과 섬, 또는 섬과 육지 사이를 오가기 위해 크고 작은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를 말한다. 밀물과 썰물에 맞춰 길이 하루 두 번씩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는데, 썰물 때면 그 모습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12곳의 기도 공간은 건강의 집(베드로),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그리움의 집(야고보), 생명 평화의 집(요한), 행복의 집(필립보),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인연의 집(토마스), 기쁨의 집(마태오),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칭찬의 집(유다 타대오), 사랑의 집(시몬), 지혜의 집(유다 이스카리옷) 등이다. 노둣길, 숲속, 언덕과 호수 위 등에 멋스럽게 들어서 있는데, 모두 한 사람이 들어가 기도하거나 신앙이 없다면 홀로 사색하기에 적당한 크기(약 3평)로 지어졌다.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는 건강의 집은 초대 교황 베드로 사도를 기리기 위해 지었는데, 방문자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듯 새하얀 외벽과 지중해풍 푸른 돔 형태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러시아 정교회 건물 같은 외양의 기쁨의 집은 소기점도에서 소악도로 가는 갯벌 중간에 있다. 이 때문에 밀물 때면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집처럼 보이는데, 세 방향의 대형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바다 풍광이 일품이다. 단, 다시 물이 빠질 때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장 마지막 지점에 있는 지혜의 집은 예수를 배신한 유다 이스카리옷을 상징해 지었다. 붉은 벽돌의 본체와 첨탑은 마치 중세 유럽 교회 같은 모습인데, 푸른 바다와 붉은 벽돌의 조화가 아름답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포함된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작가는 배신했지만, 나중에 잘못을 뉘우쳤다는 점에서 배신이 아닌 반성의 아이콘으로 해석했다고 한다. 순례와는 관계없지만, 대기점도에서는 고양이 섬으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 아이노시마에 온 듯한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30여 년 전 극심한 들쥐 피해 때문에 고양이를 들여왔는데, 개들이 고양이를 물어 죽이는 일이 빈번해지자 개들을 모두 뭍으로 내보냈다. 그 뒤로 번식을 거듭해 이제는 400여 마리의 고양이가 30여 가구와 함께 살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로 불교계에 발송된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등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 편향 논란이 일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대통령실 불자회장인 이 실장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1일 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착한 윤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에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포함됐다. 불교계를 위한 선물에는 차례용 전통주인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는 제외됐다. 문제는 선물 상자에 십자가, 성당, 묵주를 든 여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물 상자는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 작품으로 꾸며졌다. 선물에는 한 한센인의 기도문을 담은 메시지 카드도 동봉됐다.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불교계 일각에서 논란이 일자 이 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 스님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는 큰 결례를 했다”며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은 회수하고 포장을 다시 해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 진우 스님은 이 실장에게 “저도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와 해명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해달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명의로 불교계에 발송된 설 선물 포장에 십자가 등이 포함돼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편향 논란이 일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직접 찾아 사과했다. 대통령실 불자회장인 이 실장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배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1일 조계종에 따르면 이날 오전 도착한 윤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에 아카시아꿀, 유자청, 잣, 표고채 등이 포함됐다. 불교계를 위한 선물에는 차례용 전통주인 백일주와 소고기 육포는 제외됐다. 문제는 선물 상자에 십자가, 성당, 묵주를 든 여인 등 가톨릭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물 상자는 국립소록도병원 입원 환자들의 미술작품으로 꾸며졌다. 선물에는 한 한센인의 기도문을 담은 메시지 카드도 동봉됐다. 카드에는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불교계 일각서 논란이 일자 이 실장과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진우 스님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실장은 “저희가 좀 많이 부주의하고 생각이 짧아서 큰스님들께 보내는 선물에 다른 종교의 표식이 들어가는 큰 결례를 했다”며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은 회수하고 포장을 다시 해 발송하는 등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고 했다.진우 스님은 이 실장에게 “저도 조금 놀라기는 했는데 이렇게 빨리 와 해명해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를 해달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교회가 사회를 끌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처져서야 되겠습니까.” 29일 서울 종로구 여전도회관에서 만난 사단법인 예장여연 홍기숙 대표는 지난해 개신교 내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산하 단체인 예장여연은 지난해 8월 센터를 개설하고 같은 해 12월 1기 수료생 25명을 배출했다.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된다. ―교회에서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교회 내 일반 상담센터에서 성폭력 상담을 해주는 곳은 있지만 성폭력 전문 상담원 훈련센터를 만든 곳은 저희가 처음인 것 같아요.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사실 성폭력 문제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스스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는 신앙이라는 문제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더 어렵지요. 그래서 문제가 발생해도 쉬쉬하는 일이 많고, 주변에서 함께 아파하기보다 오히려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주변에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혼자서 끙끙 앓지 않고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만들게 됐지요.” ―성범죄가 신앙과 결부돼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요.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목사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어요. 사이비 종교에서는 목사가 아예 신자들을 그렇게 길들이기도 하지요. 원래도 신자들은 목사에게 순종하고 의지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면 성추행, 성폭행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서 2차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요. “자기가 다니는 교회가 문제 있는 교회로 입에 오르내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좀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분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네가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이렇게 대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교회 공동체라는 특성 때문에 ‘용서해라’ ‘기도로 이겨내자’ 이런 식으로 대하기도 하고요. 피해자는 더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수료생들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습니까. “현재는 자기가 다니는 교회를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어요. 다음 달 1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되는데 인력이 쌓이면 전문 상담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인 상담과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피해자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피해자 자신도 어떤 경우에는 그런 착각에 빠지기도 해요. 나이가 있으신 중장년 여성분들은 과거에 워낙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서 더 많고요. 수료생들이 완전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그런 분들에게 ‘당신이 잘못한 게 아니다’는 걸 알려주고, 교회와 사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어릴 적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로 시작하는 청마 유치환의 ‘바위’를 읽으면서 엉뚱한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청마의 마음을 흔든 바위가 어떤 바위일까’ 정말 궁금했는데 물어봐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시험에 나오는, 알고 싶지 않은 지식만 가르쳐줬다. 만약 그 바위가 실제로 있어서 직접 볼 수 있다면 이 아름다운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등단 50년이 넘은 시인도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시인 정호승이 자신의 시 68편과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한데 묶은 일명 ‘시가 있는 산문집’을 펴냈다. 자신의 대표작과 그 시를 쓸 당시의 사연을 함께 소개한 내용이다. “…국화빵을 굽는 초라한 노점 하나가 집 앞 횡단보도 부근에 들어선 걸 보고도 늘 무심히 지나치곤 했는데, 그날은 비닐 포장 사이로 국화빵을 먹고 있는 초라한 주인 사내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아, 저녁 대신 자기가 구운 국화빵을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국화빵을 사 먹는 이유’ 중) 시인의 시선은 주인 사내의 허옇게 센 머리와 허름한 옷차림, 서투른 손동작을 넘어 떨어진 국화빵과 빵틀의 빈자리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달픈 삶을 사는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으로 시작해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으로 끝나는 시 ‘국화빵을 굽는 사내’는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흔히 보는 시 해설이나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시가 나오기까지의 뒷이야기에 가깝다. 혹자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개인사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시를 공부하거나 시에 관심이 있는, 나도 한번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보고 겪는 일상에서 시인이 어떻게 시를 만들어내는지,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이렇게 주옥같은 단어와 문장을 뽑아내는지 가르쳐주는 훌륭한 참고서도 될 수 있을 것 같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25일 구민들로 구성된 ‘소셜미디어(SNS) 주민홍보단’을 발족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국가적인 큰 정책과 정보도 필요하지만, 주민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뉴스에는 잘 안 나는, 작지만 일상생활에는 꼭 필요한 동네 정보”라며 “이런 정책과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주민홍보단을 발족했다”고 말했다.20~60대로 구성된 홍보단은 지역 사정에 밝은 통장, 아파트 내 카페 운영자, 문화 관광해설사 등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구청 정책, 행사, 유용한 생활 정보 등을 알리고 일상에서 찾은 미담 사례를 주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중구 홍보팀 양찬승 주무관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유용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활정보들은 많은데 이를 적절하게 알릴 수단이 부족했다”며 “홍보단 자신이 지역 주민인 만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화재청은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지리산 대화엄사(전남 구례·주지 덕문 스님)의 홍매화 1주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홍매화는 화엄사 각황전(국보) 옆에 있는 것으로 지정 명칭은 ‘구례 화엄사 화엄매’(사진)다. 화엄사 천연기념물에는 1962년 지정된 지장암 옆 올벚나무(1주)와 2007년 지정된 길상암 앞 매화(속칭 들매화·1주)가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된 각황전 옆 화엄매는 앞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대 매화(순천 선암사 선암매, 강릉 오죽헌 율곡매, 장성 백양사 고불매, 구례 화엄사 들매화)와 달리 검붉은 꽃을 피우는 유일한 매화”라며 “학술적 가치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화엄사의 대표 경관으로 자리 잡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조선 숙종(1674∼1720) 때 심어진 것으로 알려진 홍매화는 각황전 옆에 있어 ‘각황매’ 또는 다른 홍매화보다 꽃 색깔이 붉다 못해 검붉다고 해 흑매화(黑梅花)로도 불린다. 화엄사에 따르면 수량을 늘리기 위해 다른 곳에도 씨를 심어봤지만 각황전 옆을 제외한 다른 장소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꽃을 피우는 매년 3월 초중순에는 화엄사 홍매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 인근 마을까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다. 매년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올해 4회 대회는 3월 11일∼4월 6일 열린다. 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위원장은 “지난해 화엄사 이미지 노출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총 82억여 원으로 분석됐는데 이 중 홍매화가 23억4500여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 화엄사 요가대회 11억 원, 모기장 영화음악회 11억 원, 화엄 문화재 7억 원 등이다. 주지 덕문 스님은 “화엄사 홍매화는 자태도 아름답지만 300여 년 동안 피고 지고를 거듭하며 많은 위안과 감동을 준 국민과 함께한 나무”라며 “천연기념물 지정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화엄사를 방문해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사진)은 2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갈등과 위화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계층과 세대 간 조화를 이루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상진 스님은 “지금 우리 사회는 다종교, 다문화 등 다양한 계층이 살고 있는 속에 지역간 대립과 경제적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우리 종단은 다종교·다문화 계층과 세대 간 조화를 이루면서 미래를 향한 평화와 화합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전법교화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태고종은 비정부기구(NGO)와 연대해 국제구호 활동을 전개하고, 각종 재난과 사고 피해자를 위한 폭넓은 사회구호 활동을 펴기로 했다. 이밖에 태고종이 전승·보존하고 있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태고종 영산재’ 및 생전예수재, 수륙재 등 불교의식의 해외 공연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화를 참지 마세요. 이해하면 사라집니다.” 1996∼1997년 서울대 졸업생과 재학생 10여 명이 세속의 보장된 삶을 버리고 잇따라 출가해 화제가 됐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됐을 정도. 이들 중 한 명으로 현재 서울과 강원 춘천에서 사성제 수행도량인 제따와나 선원을 운영하는 일묵 스님은 2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화의 근본 원인을 알고 통찰하면, 화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현실의 상황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수학과 83학번인 그는 박사학위 과정을 밟던 1996년 성철 스님의 상좌(제자)인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외람됩니다만, 스님은 화를 안 내시는지요. “하하하, 저라고 어떻게 화가 안 나겠습니까. 화라는 게 막 성질내고 분노를 폭발하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뭔가를 통제하고 싶은데 잘 안될 때, 이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안 될 때 느끼는 감정도 모두 화이지요. 불교적으로는 불안, 초조, 답답함, 우울, 걱정, 공포, 이런 게 다 화에 들어가거든요. 저도 제자들이 잘 따라오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끼지요.” ―화를 이해하면 사라진다고 하셨습니다만…. “화를 완전히 버리는 건 부처님의 경지지요. 수행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차에 독이 있다는 걸 알면 먹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모르면 먹겠지요. 내가 아예 관심이 없는 대상에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어떤 대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 데 대한 반작용입니다. 그 집착하는 마음이 바로 독이고요. 지금 나를 화나게 하는 이것이 바로 독이라는 걸 안다면 당연히 놓고 싶고, 놓으려고 노력하겠지요.” ―요즘 유행하는 ‘멍때리기’도 도움이 됩니까. “명상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정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균형 있게 유지하는 법을 몸에 체득시키는 과정이지요. 멍때리기가 일시적인 편안함은 줄 수 있어도 너무 심하게 빠지면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멍한 상태에 있으면 의식이 둔해지고 몽롱해지는 걸 느끼지요. 그러니 편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의식 멈춤 상태인데….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화가 날 때 술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술이 일시적으로 괴롭고 힘든 생각을 멈추거나 둔화시키는 거죠. 그런데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계속 마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슷해요. 명상은 일상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필요하지요.” ―명상은 참선과 비슷한 줄 알았습니다. “운전과 비슷해요. 안전 운전을 하려면 교통신호, 법규 등을 알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빨간불이 뭘 의미하는지 모르고 운전하면 당연히 사고가 나겠지요. 그래서 사성제, 팔정도 등 불교 공부도 필요해요. 불교 이론을 배우라는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 모두 부처님이 먼저 경험한 괴로움을 소멸하는 수행 방법이거든요. 그 뒤에 자기에게 맞게 재구성하는 거죠. 요즘 세상이 화로 가득 차 있는 건 자기 마음을 자기가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듯 마음도 훈련해야 제어할 수 있지요.”춘천=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청년들이 돈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가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마음이 좋아서요.” 1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따뜻한 밥상(따밥) 외대점’에서 만난 심성훈 따뜻한말씀교회 목사(58)는 목회 활동으로 식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끼 식사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시대에 ‘따밥’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단일 메뉴인 김치찌개를 3000원에 제공해 유명해진 곳. 밥은 무한 리필이고 라면과 달걀, 김 등은 각각 500원으로 저렴하다. 전국에 13개 지점이 있고, 지난해 5월 문을 연 심 목사의 외대점은 9호점이다. ―웬만한 동네 김치찌개가 8000∼9000원인데, 이문은 고사하고 재료비도 안 될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지난해 문을 열 때 파 한 단에 20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000원이 넘어요. 좀 빠듯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운영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오셔서 1만 원 내고 거스름돈 안 받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또 쌀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힘들기는 하지만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식당이 곧 교회라고요. 그런데 왜 십자가 하나 없습니까. “평일에는 식당을 하고 주말에는 여기서 신도들과 예배를 드려요. 그런데 제가 큰 교회에 있으면서 좀 한계를 느꼈던 게, 목사는 99% 기독교인만 만나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종교를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목회 활동으로 식당을 열었지만 여기서는 전도하지 않아요. 종교가 다르거나 없는 분들은 밥 먹으러 왔다가 불편해지니까요.” ―목회 활동을 할 분야는 매우 많지 않습니까. “몇 년간 위임목사로 있던 곳에서 나온 뒤 따밥 1호점(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2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서빙을 했는데 점차 재료도 준비하고, 밥과 찌개도 만들게 됐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좋은 거예요. 그때 ‘사람을 먹이는 일’이 하나님이 제게 준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손님 대부분이 학생이라고요. “인근에 대학이 있거든요. 1호점인 연신내점은 어르신들이 많지요. 요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화려한 생활을 자랑하는 일부 젊은이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데…. 지난해 대학 구내식당에서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니까 매우 많은 학생이 몰렸잖아요. 저는 그게 지금 학생들의 경제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끼를 먹으면 한 끼를 굶어야 하는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이곳도 학기 중에는 하루에 60∼70명씩 오거든요.” ―밥 주는 게 설교보다 좋습니까. “하하하. 이곳에서 늘 혼자 밥을 먹던 학생이 있었어요. 아주 자주 왔죠. 그런데 어느 날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는데, 목에 삼성증권 사원증을 걸고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마음이 좋던지…. 혼자 늘 귀퉁이에서 밥을 먹던 한 남학생이 어느 날 여자 친구와 함께 오더라고요. 그것도 참 보기 좋았어요. 보통 하루 14, 15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고되기는 하지요. 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요즘 정치가 시끄러운 건 정치인들이 빈 깡통처럼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권을 향해 일갈했다. 진우 스님은 15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장실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내공이 없는 사람들이 꼭 큰소리치고, 소리 지르고 싸운다”라며 이처럼 지적했다. 진우 스님은 “정치권이 하나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서로 싸우지만, 지금 양보한다고 영원히 빼앗기는 게 아니라는 것은 동서고금, 역사가 증명해 준다”며 “먼저 내려놓고 양보하는 사람이 이긴다. 그런데 내려놓지를 못하니까 양 진영이 이전투구로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또 “국가 원로들과 종교계가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인과 진영에 대해 어른으로서 꾸짖고, 또 양보하고 내려놓는 행위에 대해서는 용기를 주고 칭찬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인들, 서로 다 가지려해… 평안이 없으니 치고받는 싸움만” [신년 인터뷰]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인터뷰정치인 중에 무식한 사람 너무 많아… 양보하면 잃어버리는 게 아닌데내공 없으면 꼭 큰소리치고 싸워… 양보하면 이긴다는 것 보여줬으면인구감소는 민족 정체성의 문제… 최소한 출산율 1.0명은 넘어야 경남 양산의 통도사에는 지난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여야 지도부가 총선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경쟁적으로 신년하례 법회가 열리는 통도사를 찾아 진우 스님을 예방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한국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을 대표하는 종교 지도자이자 사회 원로다. 1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실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진우 스님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당장 양보한다고 해서 영원히 잃어버리는 게 아닌데, 마치 영원히 빼앗기는 것처럼 여겨 다 가지려고 이전투구를 하니 안타깝다”며 “먼저 양보하는 쪽이 이긴다는 것을 국민이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진우 스님과의 대담 진행은 이정은 부국장이 맡았다. ―내일(16일)이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49재입니다. 지난해 비보를 듣고 많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당일(지난해 11월 29일) 연락을 받고 당연히 굉장히 놀랐습니다. 동시에 한편으로 ‘아, 때가 왔구나’라는 느낌도 들었지요. 흔한 일은 아닙니다만, 우리 스님들이나 수행자들이 원적에 들기 전에 일반인으로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 기록들이 많이 있지요. 그래서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원적하신 곳(경기 안성 칠장사)에 내려갔고, 남기신 게송을 보며 ‘그때가 지금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형(師兄)처럼 지낸 사이라 지금도 안 계신다는 게 잘 믿기지는 않지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가 첨예한 진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급기야 최근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피습당하는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정치권의 상호 비방과 막말, 강성 팬덤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치인들이 찾아올 때마다 ‘제발 좀 내공을 키워라, 내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지요. 정치인들 중에 너무 무식한 사람이 많아요. 기억력은 좋은지 몰라도 본인이 (정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소화력이 좀 없어 보입니다. 내공이 없는 사람들이 꼭 큰소리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싸웁니다. 마음이 넉넉하고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은 안 그러지요.”―정치인들이 내공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사람이 자기 마음이 평안해야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기고 양보도 타협도 거기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적 협상도 그래야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본인 마음이 평안하지 못하니까 당연히 여유가 없고, 그러니 치고받는 싸움에만 빠지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인들이 명상 수행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고요. “했지요. 윤 대통령도 많이 수긍하더라고요. 불교에 보살(菩薩)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보리살타(菩提薩埵)의 준말인데, 자신과 타인을 함께 완성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말하지요. 물론 정치인들더러 그런 경지에 이르도록 수행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못 하더라도 명색이 나라의 지도자들인데 그런 마음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상은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 같은 정치 환경에서 그런 평정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하려면 모든 걸 내려놓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정치, 정치인들은 내려놓지를 못해서, 서로 다 가지려고 양 진영이 생으로 부딪치고 있지요. 지금 어떤 걸 양보한다고 해서 영원히 뺏기거나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는 건 동서고금을 통해 이미 다 증명된 것입니다. 그러니 새옹지마,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당장 내가 양보하면 영원히 그걸 잃어버린다고만 생각하니까 못 놓는 거지요. 그러니 타협이 되겠습니까. 전쟁이 나는 거지요. 그런 용기를 가지려면 내공을 길러야 하고, 명상은 내공을 기르는 자기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국민께도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양보하는 정치인, 정치 집단을 지지하고 응원해줬으면 합니다. 먼저 내려놓고 양보하는 쪽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하지요.” ―12일 통도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모두 만나셨지요. “워낙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차분하게 얘기할 시간은 별로 없었어요. 저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니까요. 그저 단편적으로 ‘잘했으면 좋겠다’라고 한 정도지요. 물론 말이 쉽지,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분야는 아니잖아요. 이 고해의 바다에 들어와서 얼마만큼 역량을 발휘할지 걱정스럽긴 한데…. 그래도 국운이 따르면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가 마약, 인터넷 중독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정신적 빈곤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너무 큰 행복을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은 동전의 앞뒤 면과 같습니다. 생기면 사라지고, 선이 있으면 악이 있고, 호(好)가 있으면 불호(不好)가 있기 마련이지요. 좋은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해가 뜨면 반드시 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있으면 당연히 썰물이 돼 나가는 시간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처님 경전에는 ‘행복’이란 말이 없습니다.”―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행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불행이라는 과(過)가 생기지요. 손등과 손바닥처럼 양면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여기 사바세계지요. 사바세계의 업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잡념과 관념을 줄여나가는 게 명상의 핵심이지요.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고 가능하면 더 큰 행복을 원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사바세계는 동전의 앞뒤 면이기에 큰 행복은 반드시 큰 불행도 가져옵니다. 행복하고 즐거움이 클수록 불행도 커지는 것이지요. 극단적인 즐거움을 누리려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상대적으로 똑같은 크기의 괴로움과 불행에 빠지기 쉽지요. 마약 중독이 그렇지 않습니까.”―올해 한국적 명상 프로그램인 K명상을 개발해 글로벌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명상은 일본의 선(ZEN)이나 티베트 불교의 명상 등을 미국과 유럽에서 가져가 약간의 변형을 한 것이에요. 대부분 잠깐 마음을 쉬게 하고, 복잡한 마음을 잠시 끊어주는 방식이지요. 마음의 불을 잠시 꺼주는 효과는 있지만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어느 정도 하다 보면 면역이 돼서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되는 경우가 생겨요. 우리 K명상은 명상을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스님들이 하는 간화선, 조사선까지 여러 단계로 나눈 것이에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놀라운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바로 세우기가 애초 예상과 달리 많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마애불인 데다 불상의 얼굴이 정말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신라시대 기술력의 총화라고 할 수 있지요. 80t에 이르는 워낙 거대한 불상이다 보니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 데다 관련된 행정기관이 여럿이다 보니 행정절차가 복잡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상을 일으키는 모의실험 등을 거쳐 내년에는 바로 세우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넘어져 계시던 부처님을 일으켜 세우면 왠지 우리나라 국운이 다시 부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국운’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면서 ‘국가 소멸’ 위기에 놓였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이 문제를 푸는 데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저출산으로 인해) 우리의 국운은 지금 바닥을 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 문제이기도 하지요.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빨리 역전시켜야 합니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까 인구는 다시 증가해서 최소한 출산율이 1.0명은 넘어야 해요. 우리가 단일민족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지요. (저출산 문제와 함께) 자살률도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 가장 높습니다. 젊은이들이 불안하고, 미래를 기약할 수 없으니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청년들의 마음을 이제는 정상적으로 순환시켜 나가야 합니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1961년 강원 강릉시 출생△1978년 강릉 보현사에서 관응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수지△1998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청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 수지△2017∼2018년 총무원 총무부장·기획실장·호법부장·사서실장△2018∼2019년 불교신문사 사장△2019∼2022년 8월 조계종 교육원장△2022년 9월∼현재 조계종 37대 총무원장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펜화 한 점을 그리려면 선을 수십만 번 이상 그어야 해요. 고찰(古刹)의 깊은 느낌을 주는 데도 제격이지만, 한 획 한 획 그으며 완성해 가는 과정이 모두 수행이지요.” 최근 ‘펜화로 읽는 사찰 1, 2’(불교시대사)를 출간한 김유식 작가(60)는 12일 인터뷰에서 0.05mm의 가는 펜으로 절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펜화로 읽는 사찰’은 펜으로 그린 전국 전통 사찰 53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엮은 내용이다. ―펜으로 사찰을 그리는 이유가 있습니까. “수백 년 된 절에는 오랫동안 풍파를 이겨낸 세월의 깊이, 무게가 있어요. 또 기둥에도 아주 세밀한 잔금이 수도 없이 많고요. 펜으로 선을 긋고, 그 위에 또 긋고 하는 식으로 중첩하다 보면 선들이 두께를 만들어서 세월의 무게감, 고풍스러움을 표현하기가 좋지요. 고찰의 곳곳에 보이는 잔금도 붓이나 다른 도구로는 표현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고요. 그런데 같은 펜으로 현대식 건물을 그리면 절을 그릴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요. 마치 설계도처럼 보이거든요. 참 신기하죠.” ―작업 과정이 수행의 일부라고요. “보통 한 점(53×40cm)을 그리는 데 하루 8시간씩 열흘 이상 걸리니까요. 붓으로 칠하면 몇 번이면 될 공간도 펜으로는 수십만 번을 그어야 하지요. 또 절을 제대로 그리려다 보니 그 안에 담긴 역사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등도 취재하고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불교 신자여서이기도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이 모든 과정이 일종의 수행 과정처럼 되더군요.” ―함께 소개한 사찰에 숨겨진 이야기도 꽤 눈길을 끕니다. “세밀한 도구로 그리다 보니 곳곳을 세밀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기 때문인가 봐요. 인천 강화 전등사 대웅전(보물 제178호) 네 귀퉁이에는 벌거벗은 여인 조각상이 쪼그리고 앉아 처마를 힘겹게 떠받들고 있어요. 절에서 그런 조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절을 만든 도편수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여인에게 평생 고통받으라고 몰래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죠.” ―큰절보다 말사(末寺)의 아름다움에 더 큰 비중을 뒀더군요. “경기 파주 고령산 자락에 있는 보광사는 경기 남양주 봉선사 말사인데 대웅보전의 건축미도 대단하지만, 3m 가까이 되는 목어(木魚)가 일품이지요. 다른 곳에서 순회 전시를 할 정도니까요. 목어는 보통 종각에 달려 있는데, 만세루 툇마루에 달린 것도 이채롭고요. 대웅보전 편액은 영조대왕 친필이고, 관음전 뒤편 어실각은 드라마 ‘동이’의 주인공으로 그려졌던 숙빈 최씨, 즉 영조대왕 모친의 위패를 모신 곳이에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숨은 매력이 많은 말사가 많이 있어요. 제 그림이 사람들에게 잘 몰랐던 절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막 출근한 직장인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믹스. 믹스 커피는 커피 맛 때문에 선택하는 걸까, 달달한 설탕 맛 때문에 마시는 걸까. ‘믹스 커피에 중독됐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는 걸 보면 후자가 더 큰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이 책은 희귀품이던 설탕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된 과정과 그로 인해 벌어진 착취, 노예제, 비만, 환경 파괴 등 세계사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황제 같은 특권층만 접하던 설탕이 유럽에 확산되면서 폭력적인 공급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대서양을 건넌 아프리카 노예 상당수가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끌려갔는데, 이는 설탕에 대한 유럽인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저자는 설탕의 대량 생산으로 교역이 발달하면서 주도권 쟁탈을 위한 자본가들과 설탕 가문, 설탕을 대체할 인공 감미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의 각축전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들이 국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스파르템(인공 감미료)은 1975년에 판매가 금지됐지만, 금지 조치가 영원하지는 않았다.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나중에 또 그 자리에 오르는 도널드 럼즈펠드가 설(아스파르템 개발사)의 회장으로 고용되는데, 금지 조치의 취소를 이끌어 내는 것이 그의 임무 중 하나였다.”(14장 ‘천연 식품보다 더 달게’ 중) 저자는 현대의 설탕 산업이 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노동자를 저임금 착취 노동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의학계가 오랫동안 설탕이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등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설탕 산업계는 단합해 다양한 방법으로 설탕의 부정적인 면을 감추고 오히려 설탕이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깨끗하다고 호도한다고 말한다. 내용이 다소 전문적이고 딱딱하지만, 설탕을 중심으로 본 세계사와 근현대 관련 산업계의 각축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읽다 보면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 저)의 ‘설탕’ 버전 같다는 느낌도 든다. 원제는 ‘The World of Sugar’.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누구의 답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중 누군가의 말이라도 따뜻한 위로와 희망으로 전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만남 중창단’의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2년 결성된 만남 중창단은 종교의 벽을 허물고 사랑과 화합을 노래하자는 취지로 성진 스님, 하성용 신부, 김진 목사, 박세웅 교무(원불교) 등 4대 종교 성직자들이 모여 만든 노래 모임. 신간은 평소 노래로 평화와 화합, 치유의 메시지를 전해 온 이들이 행복이란 주제를 죽음, 돈, 관계, 감정, 중독 등 5가지 분야로 나눠 이야기한 책이다. 이날 간담회는 평소 TV와 라디오, 유튜브, 각종 공연에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던 이들답게 웃음과 해학, 그 속에 담긴 깨달음으로 가득 찼다. “죽기 직전에 부처님께 귀의하거나 ‘나무아미타불’ 세 번을 외면 극락에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아가시는 분들 임종을 지켜본 바로는 안 됩니다. 숨 넘어가는 중에 ‘나무아미타불’ 못 외어요.”(성진 스님) “한순간에 회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죽음을 앞둔 사람이나 그 주변인들이 위안을 얻으려는 속셈에 불과합니다. 회개는 믿음이고, 믿음은 실천입니다. 진심으로 믿고 그렇게 생활해야 회개했다고 말할 수 있지요.”(김진 목사) 박세웅 교무는 책을 통해 외모, 성적, 취업 등이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아 자존감이 낮은 청소년들에게 1억 원짜리 수표 이야기를 비유로 해준다고 말했다. “구겨지고 찢어졌어도 1억 원짜리 수표의 가치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존감도 마찬가지여서 살다 보면 지치고 힘들고 상처받지만, 자신의 고귀한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요.” 하성용 신부는 마음의 문을 닫는 자녀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안일하게 있다가 안 되면 종교인의 도움을 받으러 찾아오는데 먼저 전문가에게 상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신부는 “종교인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며 “하느님께 기도한다고 아픈 몸이 낫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고 믿는 건 전적으로 잘못된 신앙”이라고 했다. 성진 스님은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떤 부분에서는 결을 같이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향한 자비심과 배려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의 삶과 항상 이어져 있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수 없듯, 하나의 존재가 행복해지려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더불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삶의 진리”라고 덧붙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