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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술 전투가 제2의 팔루자 전투가 될까.’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이라크 내 최대 거점 도시 모술(인구 200만 명)에 대한 대규모 탈환 작전을 4월로 예고하면서 전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모술 탈환 작전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과 독일군 간 교전으로 200만 명이 사망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2004년 미국이 이라크 알카에다(AQI)를 소탕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인 팔루자 전투보다 더 평화적인 방식이 되길 원한다고 보도했다. AQI는 IS의 전신이다. 언론은 또 오바마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모술 탈환 작전의 시기와 투입 병력 등 군사정보를 자세히 공개한 것은 IS 무장대원들을 향해 빨리 모술을 떠나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투 개시에 앞서 적진을 분열시키려는 미국의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고가 먹혀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이 지난달 쿠르드 민병대를 앞세워 시리아 북부 전략 요충지 코바니를 IS로부터 탈환했을 때에도 IS 대원들은 끝까지 저항한 바 있다. 현재 모술에 남아 있는 IS 대원은 2000여 명. 이들은 전투가 시작되면 건물 곳곳에 저격수를 배치해 지상전을 담당할 2만5000명의 이라크군 병력을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건드리면 터지는 부비트랩도 위험요소다. 이라크군은 이런 종류의 시가전에는 경험이 별로 없다. 따라서 미군이 지상전에 투입돼 현장에서 이라크군을 지휘하거나 정밀 폭격을 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IS가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활용하는 등 완강하게 저항할 경우 모술 전투는 ‘제2의 팔루자 전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군은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2004년 4월과 11월 반미 수니파 세력의 근거지였던 팔루자를 공략해 AQI와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다. 탱크와 전투기까지 동원한 결과 건물 4만 채 가운데 절반을 파괴시켰지만 희생이 너무 컸다. 미국으로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전투로 기억된다. 설사 미군의 지원을 업은 이라크군이 모술을 손에 넣더라도 종파 갈등은 두고두고 미국을 괴롭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술 주민의 대다수는 수니파인 반면 탈환 작전에 투입되는 이라크군은 압도적 다수가 시아파여서 치안 확보 과정에서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도적인 모술 작전계획 공개에 맞서 IS는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 군사조직 페슈메르가 대원 중 최소 21명을 참수했다고 CNN이 22일 보도했다. IS가 21일 공개한 동영상에는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에서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페슈메르가 대원들이 철창에 갇힌 채 소형트럭에 실려 환호하는 군중 사이로 행진하는 모습이 나온다. IS는 이 동영상에서 인질들을 한 명씩 클로즈업하며 자막으로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질들은 겁에 질린 채 “페슈메르가는 IS에 더는 저항하지 말라”고 호소했다.최창봉 ceric@donga.com·이유종 기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57·사진)은 첫 여성 국방장관이다. 군 경력은 전무하지만 18여만 명에 이르는 독일군의 평시 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다. 그는 2005년부터 10년째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서 3차례나 장관을 지낸 ‘실세 장관’이다. 대중적인 인기도 높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42세에 정계에 입문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의 늦깎이 정치인이다. 2001년 하노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2003년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제도 개혁에 두각을 나타면서 니더작센 주의 사회 분야 담당 장관에 올랐다. 그는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연합(CDU)에서 가정과 일의 양립 가능성을 몸소 증명한 ‘슈퍼맘’이다. 의대 교수이자 기업 대표인 남편 하이코 폰데어라이엔과의 사이에 무려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괴팅겐대 합창단에서 처음 만난 남편은 바쁜 아내를 위해 가사를 분담하고 있다. 독일 총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저출산 이슈에서 다산의 장관은 아이가 없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이미지를 보완한다. CDU는 2005년 총선에서 정치 경력 5년에 불과한 그를 차기 가족여성부 장관으로 발표해 상당한 득표 효과를 거뒀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일하는 여성의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가 많다. 가족여성부 장관으로 재직할 때 출산과 육아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2009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에게 급여의 67%를 보조하는 정책을 추진해 큰 지지를 받았다.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산이 늘어야 경제가 산다”며 밀어붙여 ‘저출산 파이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후 남성에게도 2개월의 유급 육아휴가를 도입했다. ‘아동 포르노 전쟁’을 선포해 인터넷 검열을 강화했고 국방장관에 오른 뒤에는 군인이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항상 부드러운 모습만 보인 것은 아니다. 2013년 기업에서 여성의 고위직 비율을 정부가 강제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반대하는 메르켈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당론에 반대해 최저임금제 도입을 지지하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메르켈 3기 내각에서 보건부 장관으로 거론되자 메르켈 총리를 직접 만나 보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며 배수진까지 치고 국방장관직을 얻어내는 강단도 보였다. 사회복지 분야 장관만을 맡으면 차기 총리 후보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7년 임기를 마치는 메르켈 총리의 자리를 넘겨받으려면 국방장관 자리는 기회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국방장관 직무와 관련된 평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족여성부 장관(2005∼2009년)과 노동부 장관(2009∼2013년) 때처럼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독일은 지난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맞서는 쿠르드 자치정부에 미사일과 소총 등 무기를 제공하려고 했으나 군용기 고장으로 네덜란드의 수송기를 빌려 무기를 운반해야 했다. 군사장비 대부분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도 잇따라 공개됐다. 세계 4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역할론을 적극 주장했던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에게 “집안 단속이나 잘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와 ARD방송이 지난해 9월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장관의 직무 수행 만족도는 36%에 그쳤다. 국방장관 자리가 적합한지를 묻는 조사에선 6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이 능력을 입증할 기회는 아직 많다. 2011년 징병제가 폐지되고 병력이 22만 명에서 18만5000명으로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군을 추스르고 효율적인 군의 기틀을 정비하면 된다. 무인정찰기 ‘유로 호크’ 도입 사업의 실패 이후 국방력 강화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도 있다. 독일인들을 설득해서 패전국의 콤플렉스를 벗고 우크라이나 내전 등에서 경제대국에 걸맞게 기여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밸런타인데이이자 토요일인 14일 오후 3시경. 덴마크 코펜하겐의 관광 명소인 인어공주 동상에서 2∼3km 떨어진 크루퇸덴 문화센터 카페 안에서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예술, 신성모독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프랑수아 지므레 덴마크 주재 프랑스 대사가 파리 테러(지난달 7일)를 상기시키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자 오늘 행사에 참석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마치고 다음 연사에게 마이크를 막 넘겨주려던 순간 갑자기 ‘다다다다’ 하는 총성과 함께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들었다. 참석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다.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지므레 대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리창이 깨지면서 밖에서 자동소총이 40∼50발 연속으로 발사되는 소리가 들렸다”며 “총격은 20초간 계속됐는데 이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만약 범인이 실내로 난입했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는 유리로 돼 있어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행사에 참여했던 폴란드 예술가 아그니에슈카 콜레크 씨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통화에서 “범인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2005년 스웨덴 언론에 처음으로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오랜 테러 표적이었던 스웨덴 예술가 라르스 빌크스 씨(69)가 토론자에 끼어 있었다. 총성이 터지자 덴마크 경찰은 빌크스 씨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을 카페 옆방으로 피신시켰다. 경찰과 괴한 간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카페 밖에 서 있던 55세 남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빌크스 씨의 경호 임무를 맡았던 덴마크 정보기관(PET) 소속 경찰 3명이 어깨와 다리 등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이들은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경찰이 응사를 시작하고 난 몇 분 뒤 범인은 폴크스바겐 폴로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 같은 총격이 끝나자 행사를 재개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덴마크 경찰은 사건 초기 범인을 2명으로 추정했다가 1명으로 수정했으며 트위터를 통해 용의자 사진을 배포했다. 25∼30세 아랍인으로 보이는 용의자는 키 185cm가량의 건장한 체격에 90∼100cm 길이의 검은색 기관총 또는 자동소총을 들고 복면, 모자, 털조끼를 착용했으며 검은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이 용의자는 카페 총격 후 9시간 반가량 지난 이튿날 15일 오전 1시 무렵 2차 총격테러를 했다. 이번에는 카페에서 걸어서 30분 정도인 코펜하겐 시내 노레포르트 역 인근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였다. 이 과정에서 회당 밖을 지키던 유대인 남성 1명이 숨지고 경찰 2명이 부상했다. 현지 유대인 단체인 북유럽유대인안전협회(NJSC)는 총격 당시 회당 안에서 유대교 성인식(바르 미츠바)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회당 출입 통제를 담당하던 유대인 단 우잔 씨(37)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4시간 뒤인 15일 오전 5시 1차 총격이 있었던 카페에서 멀지 않은 도심 다문화 지역 뇌레브로 기차역에서 용의자가 사살됐다. 덴마크 경찰은 “뇌레브로 역에서 검문을 하던 중 한 남성을 불러 세우자 그가 경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해 경찰도 총격을 가해 사살했다”고 말했다. 덴마크 정보당국은 용의자가 “아랍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코펜하겐 출신”이라며 “시리아나 이라크 출국 흔적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lone wolf)’일 수도 있지만 이슬람국가(IS) 훈련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덴마크 출신 친이슬람 청년 100여 명이 IS에서 훈련을 받고 귀국해 덴마크가 테러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칫 시민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파리 테러처럼 큰 희생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었지만 덴마크 당국의 테러 예방 조치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되어 온 빌크스 씨가 참석한 행사에 위험이 따를 것으로 예상한 덴마크 당국이 이날 행사장에 공항 수준의 검색을 거쳐 참석자들을 입장시켰으며 출입문도 봉쇄해 테러범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CNN 등은 전했다. 한편 덴마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IS 공습에 전투기까지 파견하는 등 북유럽 국가 중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또 일간지 윌란포스텐 등 이슬람권을 자극하는 언론도 다수 존재한다. 2005년에도 이 신문이 무함마드가 머리에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모습을 묘사한 만평을 싣기도 했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는 성명에서 “정치적 테러 행위라는 점이 명백하다”며 “덴마크는 폭력 앞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덴마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시하고 내무장관을 코펜하겐에 급파해 지난달 파리 테러와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이유종 기자}
북아프리카에서 남유럽으로 향하던 불법 이주민의 배가 리비아 인근 지중해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3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지역담당관에 따르면 리비아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지나던 작은 배 4척이 침몰해 300명 이상이 실종됐다. 난민선은 9일 지중해에서 가라앉았고 탑승자들은 대부분 숨진 것으로 보인다. 생존한 탑승자 9명은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난민수용소가 있는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 섬으로 옮겨졌다. 생존자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서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떠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과 이탈리아는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 섬을 방문해 난민 대책을 촉구한 이후 ‘마레 노스트룸(우리의 바다)’이라는 이름으로 난민 구출작전을 펴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렸다. 두 정상은 9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방안 등 외교력으로 사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도 지원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를 지원하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우려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 여러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메르켈 총리뿐 아니라 다른 동맹 정상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는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반군 거점인)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주권을 침범했다”면서도 “나는 군사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항상 말해 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도 오바마 대통령이 살상무기 지원을 강행한다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방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변함없이 계속 이어지고 굳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메르켈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독일과 프랑스가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이 살상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저지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도 논의했으나 시기는 향후 조율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했으며 11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리는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우크라이나 평화안 관련 4개국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중재로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 대표들이 모여 휴전안에 서명했으나 교전 지속으로 현재 유명무실해진 상태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영국을 대표하는 은행인 HSBC홀딩스 산하 프라이빗뱅킹(PB) 스위스 지부가 전 세계 권력자와 부자들의 돈을 비밀리에 관리해주면서 탈세 컨설팅에까지 적극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8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스위스은행 고객정보 유출(스위스 리크스·Swiss Leaks)’이라는 제목으로 HSBC 스위스 제네바 지부의 탈법 영업과 탈세가 의심되는 고객 정보를 공개했다. 이번 취재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영국 BBC 대표 탐사프로그램 파노라마팀 등이 함께 진행했다. ICIJ는 “1988∼2007년 HSBC 제네바 PB센터의 전 세계 203개국, 10만6000명의 고객 정보를 입수했다”며 “이들이 예치한 금액만 총 1000억 달러(약 109조4900억 원)를 웃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명단에는 영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등 국가의 전현직 정치인 6만여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2007년 퇴사한 HSBC 전 직원 헤르베 팔치아니 씨(43)가 퇴사 직전 고객 명단을 해킹해 프랑스 세무당국에 넘기면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이날 “ICIJ 자료를 분석한 프랑스 당국이 자료에 등장한 99.8%의 고객이 탈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불법 자금 속속 유입 HSBC는 1999년 스위스 제네바의 한 PB 은행을 인수해 자사의 PB센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PB센터는 본사의 통제를 크게 받지 않으면서 제네바에 있는 다른 스위스 은행들처럼 철저하게 비밀주의를 준수했다. 그러면서 2007년 현재 3만412개의 계좌, 780억 파운드(약 130조5000억 원)의 금융자산을 운용했다고 ICIJ는 밝혔다. 일단 이날 공개된 일부 명단만 봐도 화려하다. 중동지역 국왕들을 비롯해 각국 권력자와 관련된 사람이 줄줄이 등장한다. 30년 독재 이후 ‘아랍의 봄’을 가져온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측근인 라시드 무함마드 라시드 전 통상산업 장관 계좌에만 3100만 달러(약 339억 원)가 남아 있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재벌 압둘카림 단 아주미의 계좌에도 46만7592달러(약 5억1196만 원)가 있었다. 리펑 전 중국 총리의 딸인 리샤오린의 계좌에도 248만 달러(약 27억 원)가 있었다. 성직자도 있었다. 아르메니아의 카레킨 2세 총대주교도 110만 달러(약 12억 원)를 가지고 있었다. 중동의 군주들은 오랜 단골이었다. 현재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4180만 달러(약 457억 원)를 예치했다. 까부스 빈 알사이드 오만 국왕은 1974년부터 계좌를 가지고 있었고 4460만 달러(약 488억 원)를 예치했다. 모로코 무함마드 6세 국왕도 910만 달러(약 99억 원)를 예치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니나리치의 상속녀인 아를레트 리치 씨(73)는 파나마에 본사를 둔 파리타 콤파니아 피난시에라라는 회사의 명의 등 3개 계좌를 통해 2440만 달러(약 267억 원)를 맡겼다. 고객의 국적은 스위스가 312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영국(217억 달러) 베네수엘라(147억 달러) 미국(133억 달러) 프랑스(125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한국인 및 법인도 20개 계좌를 보유했고 2130만 달러(약 232억 원)를 예치했다.○ 불법 자금세탁을 돕다 ICIJ 보도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일부 고객과 결탁해 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검은’ 계좌를 숨겼으며 국제적인 범죄자, 부패한 기업가, 위험한 개인들에게도 계좌를 제공했다. 기니 국방부는 카텍스 광물회사를 통해 라이베리아 반군에 무기를 팔았다. 카텍스 광물회사의 계좌에는 714만 달러(약 78억 원)가 예치됐다. 라이베리아 반군은 내전으로 숱한 생명을 앗아갔다. 은행은 또 고객들의 탈세 행위에 눈을 감은 정도가 아니라 내야 할 세금을 물지 않도록 고객들에게 탈세 정보를 제공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해당 기업 계좌로 예금할 수 있도록 도왔고, 강화된 세법을 피해가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돈 많은 주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ICIJ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의 주부 하네 톡스 씨(57)는 2005년 제네바의 HSBC PB센터를 찾았다. 은행원은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면 된다”고 조언했다. 톡스 씨는 돈이 필요할 때마다 2일 동안 제네바의 5성급 호텔에 머무르고 현금 1만6000달러(약 1700만 원)를 찾아갔다. 이렇게 주부라고 기재된 고객만 7300명 이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주도 타깃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에파트대 부이사장인 롤로와 알파이살 알사우드 공주(67)는 케이맨 제도에 본사를 둔 펄엔터프라이즈 명의로 175만 달러(약 19억 원)를 예치했다.○ 위협받는 스위스 비밀주의 스위스는 1934년 은행비밀법을 제정해 10만 프랑 이상 예치한다면 예금주의 이름 없이 숫자와 문자로 된 계좌만으로 입출금이나 거래명세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 후 재정 압박에 시달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자국민 탈세 추적에 나서면서 스위스에 비밀주의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스위스는 지난달 외국 조세 당국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계좌정보를 발견하면 이를 ‘자발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의 법 초안을 공개했으며 이르면 2018년 비밀계좌제를 폐지할 예정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그림(사진)이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가에 팔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스위스의 미술품 소장자인 루돌프 슈테헬린 씨(62)가 고갱의 1892년 유화 ‘언제 결혼하니?(When Will You Marry?)’를 약 3억 달러(약 3269억 원)에 팔았다고 미술계 소식통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뉴욕의 토드 러빈 미술품 컨설턴트는 “지난해 말 고갱의 작품이 매물로 나왔다고 들었다. 판매가는 2억 달러 후반에서 3억 달러다”라고 말했다. 슈테헬린 씨는 개인 거래를 통해 그림을 팔아 정확한 판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언제 결혼하니?’ 이전까지 가장 비싼 값에 팔린 미술품은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로, 2011년 약 2억5000만 달러(약 2724억 원)에 거래됐다.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된 작품은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습작 3점’으로 2013년 1억4240만 달러(약 1550억 원)를 기록했다. 고갱 작품의 구입자는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 왕가인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 왕가는 최근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봄의 자장가’ 등을 사들였다. 이 왕가는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는 남태평양의 타히티 원주민 여인 2명을 그린 작품이다. 슈테헬린 씨가 거주하는 스위스의 바젤미술관에서 반세기 가까이 전시됐다. 바젤미술관은 2016년까지 공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 작품은 당분간 바젤 외곽의 바이엘러재단 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긴축 반대’ 공약으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신임 총리가 27일 재무장관에 ‘구제금융 반대론자’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아테네대 교수(54·사진)를 임명했다. 강성 인물이 재무장관에 기용됨에 따라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재협상이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에는 부정적이지만 긴축정책 지속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영국 에식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케임브리지대, 아테네대, 텍사스대 등에서 강의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임명 직후부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빌린 돈을 당신에게 갚겠다면서 당신에게 또 다른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협상을 통해) 유럽인 모두를 위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그리스가 진 채무의 탕감을 채권단에 요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그리스의 공세에 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7일 “채무조정은 논의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며 그리스의 채무조정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이어 “2010년과 달리 금융시장이 유로존을 신뢰한다. 위기 전염 우려가 없는 만큼 유로존이 쉽게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용인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독일의 유력 민간경제연구소인 독일경제연구소(IW)도 이날 “그리스가 개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은 중단돼야 한다”며 독일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27일까지 집에서 나오지 마세요.”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등 미국 동북부에 폭설이 내려 일부 지역에서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항공기 7700여 편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예상 적설량은 보스턴 90cm, 뉴욕 60cm, 필라델피아 30cm 등이다. 지금까지 뉴욕의 최대 적설량은 2006년 약 68.3cm다. 26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5개 주가 ‘비상 상황’을 발령했다. 미국기상청(NWS)은 26, 27일 뉴저지 주에서 캐나다 접경인 메인 주에 이르는 지역에 ‘눈폭풍 경보’를 내렸다. 시속 121km의 돌풍을 동반한 악천후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동북부 지역 학교는 대부분 26일 조기 하교에 들어갔으며 27일에는 쉰다. 뉴욕 주는 직장인들에게 조기 퇴근과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뉴욕 시 등 13개 카운티에서는 26일 오후 11시부터 버스, 지하철, 통근열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뉴욕 맨해튼과 뉴저지 주를 잇는 링컨터널, 홀랜드터널, 조지워싱턴교도 통행이 금지됐다. 뉴저지 주는 27일 공무원의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통근열차를 운행하지 않기로 했다. 코네티컷 주는 26일 오후 9시부터 일부 도로를 폐쇄했다. 매사추세츠 주는 27일부터 전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보스턴의 대중교통은 27일 하루 종일 멈춘다. 항공기도 발이 묶였다.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동북부 지역 공항에서 7700편 이상이 취소됐다. 대형 마트와 주유소에는 휘발유와 식료품 등을 구입하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빵, 생수, 통조림 등 일부 생필품과 제설 장비가 바닥을 드러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27일까지 집에서 나오지 마세요.” 미국 동북부에 최고 3피트(약 90cm)로 예보되는 폭설이 강타했다.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등 동북부 5개 주는 ‘비상 상황’을 발령했다. 항공기 6000여 편이 취소됐고 차량 운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27일에는 휴교령도 내려진다. 미국기상청(NWS)은 26, 27일(현지시간) 북동부에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설이 내릴 것이라며 ‘눈폭풍 경보’를 발령했다. 뉴욕과 뉴저지 주 일대에는 26일 오전 내리던 눈이 오후부터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밤에는 눈폭풍이 전망된다. 뉴욕 주는 피해가 예상되는 주 남부 카운티에 주 방위군을 배치했다. 오후 11시부터 간선도로 통행금지도 검토하고 있다. 뉴욕 시는 26일 오후 8시까지 지하철을 정상 운행하고 이후에는 감축 운행한다. 시 외곽 통근열차는 오후 11시부터 감축 운행에 들어간다. 뉴저지 주는 공무원들에게 27일 출근하지 않도록 했다. 이날 통근열차 운행도 쉰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하라”며 차량 운전 자제를 당부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눈폭풍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뉴욕시의 역대 최대 강설량은 2006년 26.9인치(약 68.3cm)다. 이어 1947년 26인치(66cm), 1888년 21인치(53cm)가 각각 기록됐다. 코네티컷 주도 26일 오후 9시부터 도로를 폐쇄하는 등 긴급상황준비령을 발동했다. 버스운행시스템인 ‘코네티컷 트랜지트’도 이날 오후 8시까지만 운행한다. 매사추세츠 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보스턴은 27일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 항공사도 폭설에 대비하고 있다. NBC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까지 결항은 6000여 편으로 늘었다.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의 공항은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항공사들은 운항 취소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지하는 등 예약 항공편의 운항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을 승객에게 당부했다. 25일부터는 기름과 장작, 식료품 등 생필품을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도 가게들이 혼잡을 이뤘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빵, 생수, 제설장비 등 주요 생활필수품이 바닥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도 폭설 여파로 의사일정을 연기했다. 미 하원은 26일 오후 인신매매 근절 등과 관련한 법안 6건을 표결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항공편 결항으로 동북부 지역 의원의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표결을 취소했다. 28일로 예정된 국경강화법의 처리도 미뤄졌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북한은 김 씨 일가 독재 체제가 신흥부자들과 권력을 나눠 갖는 과두제(oligarchy)로 변모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평양을 방문한 스위스의 크리스토프 기센 기자(사진)는 최근 북한의 모습을 한마디로 이렇게 전했다. 그의 평양 방문기는 21일자 스위스 일간지 타게스안차이거에 실렸다. 사회주의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타임캡슐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던 북한은 스위스 기자의 눈에선 분명 변하고 있었다. 우선 스포츠를 좋아하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성향 탓인지 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높았다. 기센 기자가 방문한 곳은 평양 미림승마구락부. 평일 오전에도 값비싼 승마 헬멧을 쓰고 러시아산 명마를 타는 여성과 아이들이 보였다고 한다. 1시간 이용료는 외국인 35달러(약 3만5000원), 내국인 5달러(약 5000원). 기센 기자는 “이용료는 북한 노동자의 한 달 치 급여”라고 전했다. 평양 거리에도 새로운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 등 활기가 있었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대동강변 고층 주택단지를 ‘리틀 두바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종종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김일성광장에는 유럽 지식인들의 회합 장소인 ‘빈 카페’를 떠오르게 하는 가게들까지 들어섰다. 2.75유로(약 3300원)를 내면 케이크나 에스프레소 커피, 레몬주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요리사가 즉석에서 125g의 면을 삶아 스파게티를 만든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코카콜라와 캔음료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기센 기자는 김 위원장이 ‘권력의 딜레마’에 빠져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미 많은 북한 사람이 북한과 남한의 격차를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 밀수입된 DVD와 USB로 남한의 TV 드라마를 본다. 더 이상 북한이 노동자의 천국이라고 선전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35년 전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했던 경제 개방을 추진할 수도 없다. 중국의 번영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이 묘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게다가 아버지, 할아버지와의 차별화까지 추진해야 한다.’ 결국 김정은이 선택한 것은 정치 엘리트들이 부유해지도록 허락하는 ‘거래’였다는 게 기센 기자의 생각이다. 수영장 승마장 유원지 등을 지은 것도 모두 부유층에 대한 배려로 보인다는 것이다. ‘신흥부자들은 아이들과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스마트폰으로 통화한다. 슈퍼마켓에서는 달러와 유로, 위안으로 화장품, 초콜릿, 쇠고기 등을 살 수 있다. 인터넷만큼은 매우 제한된다…현재 북한의 모습이 김 씨 일가에게만 권력이 집중된 독재 체제에서 신흥부자들에게도 일정 부분 권력을 나눠 주는 과두제와 비슷한 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기센 기자는 북한 사회과학원 이기송 교수를 양각도호텔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교수는 북한이 2007∼2011년 연평균 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2009년 기준 자료에는 북한에 375개의 외국 기업이 있으며 이 가운데 230개는 중국계라고 나와 있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고대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사진)에서 턱수염이 부서져 박물관이 미봉책으로 접착제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AP통신에 따르면 황금마스크가 전시된 카이로 이집트국립박물관에서 전시 유물들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황금마스크의 턱수염이 파손됐으며 직원들이 에폭시 접착제로 턱수염을 다시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파손됐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는지 아니면 유물이 낡아서 자연스럽게 부서졌는지에 대해선 현장 직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AP통신은 “모두 다른 대답을 했다. 다만 상부에서 빨리 고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에폭시 접착제를 사용한 것은 모두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현지 언론은 박물관 직원이 황금마스크를 파손했고 이집트국립박물관은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턱수염을 붙이는 데 사용된 접착제는 접착력은 강하지만 고대 유물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또 접착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마스크 얼굴에도 떨어져 주걱으로 접착제를 긁어 그 자국까지 남았다. 이집트국립박물관 관계자는 “체계적인 수선을 위해서 황금마스크를 보존실로 보내야 했으나 빨리 전시하려고 돌이킬 수 없는 물질을 썼다”고 말했다. 고대 이집트의 유물을 다량 보관하고 있는 이집트국립박물관은 현재 유물 관리 및 보존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축출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줄었고 이집트국립박물관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금색 바탕에 푸른색 줄무늬가 특징인 황금마스크는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중 가장 유명한 문화재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엔의 인권 수장이 한국 출신의 유엔 인권 특사를 “암캐” 및 “매춘부”로 부른 미얀마 국수주의 불교 승려를 미얀마 국민과 정부가 다같이 질책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BBC가 22일 보도했다. 제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고등판무관(UNHCHR)은 승려 아신 위라투의 발언은 “증오심 선동”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욕설을 들은 유엔 특사는 한국 출신의 이양희 특사다. 이 특사는 지난주 미얀마에서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고 있는 로힝야족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미얀마에 입국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10일 동안 미얀마를 둘러본 이양희 특사는 “집을 잃은 로힝야족 사람들이 난민 캠프의 끔찍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며 인권 대책을 요구했다. 또 국수주의 불교 승려 연합 세력이 제안한, 이종교간 결혼과 종교 전환을 억제하는 취지의 법안을 비판했다. 이에 승려 위라투는 16일 열린 대중 집회에서 유엔의 개입을 비난하고 이 특사를 개인적으로 모욕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위라투는 “우리가 인종보호법을 설명했으나 이 암캐는 이 법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비판했다”고 군중들에게 말했다. 이어 그는 “네 지위 때문에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한테는, 너는 창녀다”라고 비난했다. 21일 미얀마 정부는 이 발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드 인권고등판무관은 위라투의 발언을 “성차별적이며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위라투는 반무슬림 폭력을 선동한 죄로 거의 10년 가까이 복역한 전력이 있다. 그는 ‘969 운동’이란 단체의 대표로, 이 단체는 미얀마는 불교 국가로 남아야 한다면서 무슬림 거주민에 대한 제한과 보이콧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2012년 라키네주에서는 불교도들과 무슬림인 로힝야족 간에 폭력 충돌이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집을 버리고 도망갔다. 피해자 대부분이 미얀마 국적을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 로힝야족 사람들이었다.. 유엔은 로힝야족이 박해를 받고 있다면서 지난주 미얀마 정부가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지난해 11월 소니픽처스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강한 확신을 가지고 북한을 배후로 지목할 수 있었던 것은 미 국가안보국(NSA)이 사전에 한국 등의 도움으로 북한 네트워크에 침투해 관련 증거를 수집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해킹 배후를 거론할 때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소니 해킹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북한 배후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공개된 NSA 기밀문서와 전직 외교 및 정보 당국자 증언 등을 바탕으로 “NSA가 2010년 북한의 컴퓨터망에 침투해 내부 작업을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심었다”고 18일 보도했다. NSA는 북한을 다른 국가들과 연결하는 중국의 컴퓨터망에 들어가 북한 해커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레이시아의 회선을 찾았고 이후 북한 컴퓨터망에 직접 침투했다. 북한 해커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내부 작업을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심어 전산망을 감시했다. 소프트웨어는 때로는 전산망에 해를 끼치는 악성 프로그램으로 돌변하기도 했다. 한국 등 동맹국들은 NSA의 북한 컴퓨터망 침투 작전을 도왔다. NSA가 소프트웨어를 심어 놓은 기관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지도국(121국)이었다. NSA는 여기서 얻은 정보로 소니 해킹 배후를 찾았고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인권 침해, 사이버 테러 등 모든 악행(惡行)을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고강도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은 해외 네트워크 침투 등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사이버테러 등과 관련된 정보를 얻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010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공격할 때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요긴하게 사용하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손가락 9개라는 몸의 장애와 알카에다 인질로까지 붙잡혔던 트라우마를 이기고, 온갖 등산 장비를 갖추고도 오르기 어렵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수직 암벽 ‘엘캐피탠’을 맨손으로 오른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6). 그는 동료 등반가 케빈 조기슨(30)과 함께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엘캐피탠 동남쪽 ‘돈월’을 맨손으로 오르기 시작해 19일 만인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정상에 올랐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요세미티 공원 엘캐피탠은 해발 2308m의 높이로 등반 코스들이 보통 900m가 넘는다. 화강암이나 표면이 석회석처럼 물러 미끄럽고 낮에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손에 땀이 나 자칫 추락하기 십상인 코스다. 콜드웰은 “엘캐피탠은 춥고 바람이 불며 매우 건조해서 등반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낮에 쉬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를 붙잡고 기어오를 때도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물자수송팀과 영상팀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하면서 914m 구간을 올랐다. 첫날에는 전체 32피치(전체 등반로 중 한 구간) 중 14피치까지 도달했다. 15피치가 고비였다. 콜드웰은 쉽게 15피치를 올랐지만 조기슨은 일주일 동안 열한 차례나 떨어지며 더 나아가지 못했다. 조기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를 잡았다가 손가락 끝에 심한 상처를 입어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며 “9일에야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도전했다가 3분의 1 지점에서 악천후로 포기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2011년에는 조기슨이 등반 도중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하기도 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콜드웰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세 살부터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 열네 살 때는 스위스 마터호른과 프랑스 몽블랑도 등반했다. 2001년 집에서 전기톱을 사용하다 왼손 검지를 잃었는데도 등반을 쉬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잘렸을 때 “봉합 수술을 하게 되면 등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붙였던 손가락을 다시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내 베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손가락 한 개가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낸 기회였다. 그는 도전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콜드웰은 또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인질로 붙잡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경험까지 있다. 200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 이슬람 조직에 몇 주 동안 인질로 붙잡혔다가 감시병을 죽이고 탈출한 것. 하지만 이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인질 사건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가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콜드웰이 엘캐피탠의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뒤 조기슨의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먼저 정상에 올라와 있던 수많은 동료와 가족은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를 계기로 사회 통합을 부쩍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특히 파리 테러 사건 이후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연방정부 각료들은 13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열린 이슬람 교계와 터키계 단체의 ‘반(反)이슬람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주의, 극단주의는 이 땅에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수뇌부가 이슬람 단체 주도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평가다. 전날 독일을 방문한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터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는 “출신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슬람인도 독일의 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독일에는 약 400만 명의 터키계가 거주하고 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옛 동독지역 도시인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반이슬람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던 지난해 12월 12일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연합(CSU) 전당대회에서 “독일에서는 무슬림과 다른 소수자에 대한 증오가 설 땅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도 한때는 다문화 사회에 회의적이었다. 2010년 10월 포츠담에서 열린 기독민주연합(CDU) 청년당원 대상 연설에서 “다문화 사회를 건설해 함께 어울려 공존하자는 접근법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또 “독일어를 못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독일의 미래를 위해서는 통합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태도를 다시 바꿨다. 메르켈 총리가 지금 통합을 선도하는 것은 타협과 발전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독일은 선거 때마다 연립과 제휴를 통해 여당과 야당, 그리고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타협을 이뤄내곤 했다. 이 과정은 지금의 독일을 만든 저력 중 하나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이 모든 것을 삼킨다(Angela Merkel isst Alles)’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모든 이슈와 정책의 용광로임을 자임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이 제기한 사회보장제도 강화를 받아들였고 녹색당의 탈핵(脫核) 정책도 수용했다. 독일 북부 항구 도시인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메르켈 총리는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옛 동독 지역에서 성장했다. 그는 독일 총리에 오르면서 동서 통합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메르켈 총리가 추구한 사회 통합의 리더십은 그 효과가 컸다. 통일 후유증으로 비틀거리던 독일은 사회 저변에 흐르는 합리적인 포용성을 바탕으로 개혁을 안정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독일은 ‘유럽 경제의 기관차’로 재탄생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크로아티아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12일 A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보수 성향의 야당연합 후보인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46·사진)가 중도 좌파 성향의 여당이 지지하는 이보 요시포비치 현 대통령을 근소한 표 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관광 수익 덕분에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6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업률이 20%까지 치솟았다. 결국 요시포비치 대통령은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는 경제 성장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외교관 출신인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당선자는 외교장관과 주미 대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공외교 담당 사무부총장을 지냈으며 1996년 결혼해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에펠탑에서 5∼6km 떨어진 프랑스 파리 11구에 있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부근에 검은색 시트로엥 C3 해치백 차량이 도착한 시각은 7일 오전 11시 30분경(현지 시간). 1명은 차에 남고 2명은 차에서 내렸다. 2명의 손에는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소총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1층에서 조우한 건물 관리 직원에게 잡지사 위치를 물어본 뒤 “2층”이라는 답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총을 쏴 그를 죽였다. 테러범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마침 만평작가인 코린 레 씨가 어린 딸을 보육원에서 데리고 돌아오다 범인과 마주쳤다. 레 씨는 “마스크를 쓰고 무장한 두 명이 잔인하게 협박해 포기하는 심정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다”고 프랑스 신문 뤼마니테에 말했다. 테러범들은 이내 수요일마다 편집회의가 열리고 있는 뉴스룸으로 쳐들어갔다. 편집장 겸 만평가인 스테판 샤르보니에 씨는 알카에다의 살해 협박을 수차례 받았던 인물로 당시 점심식사를 겸해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테러범들은 사람들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눠 세우고 주머니에서 처형 대상 명단을 꺼내 한 명씩 호명한 뒤 바로 쏴 죽였다. 유창하면서도 악센트가 없는 프랑스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생존자들을 치료한 의사 제랄드 키에르제크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테러범들은 총을 난사한 게 아니라 희생자들을 처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뉴스룸에서만 10명이 죽었다. 샤르보니에 씨의 경호를 맡고 있던 경찰관 1명도 포함됐다. 한 목격자는 AP통신에 “그들이 너무 체계적이라 처음에는 프랑스 반테러 정예요원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훈련을 받은 바 있는 토니 섀퍼 전 미 육군 중령은 “테러범들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조직적으로 보인다. 군사훈련 없이는 이런 잘 짜인 각본 같은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그동안에도 무슬림 비판 만평을 자주 실어 심각한 테러 위협을 받아 현지 경찰이 주위를 감시했다. 하지만 “프랑스 경찰도 건물 내부에까지 무장 괴한들이 들어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단 5분 만에 임무를 마친 테러범들은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타고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3차례 총격전을 벌였다. 총에 맞아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경찰관을 향해 총구를 머리 부근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잔혹함을 보였다. 희생자가 총 12명으로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은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도주하던 테러범들은 포르트드팡탱 지하철역 부근에서 차를 빼앗아 갈아타고 달아났다. 놀란 시민들에게는 “예멘의 알카에다가 저지른 일이라고 언론에 알려라”고 말하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경찰은 테러범들이 도주 차량에 흘린 신분증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프랑스 동북부 도시 랭스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쳤지만 달아난 이들의 행방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연초 발생한 매서운 한파로 미국과 캐나다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6일 웨더채널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평원 지역인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와 오대호 인근의 미네소타, 위스콘신 주,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체감 기온은 강풍으로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추운 지역으로 손꼽히는 미네소타 주 인터내셔널 폴스는 영하 22도를 기록했고 초속 30km가 넘는 찬 바람에 체감 기온은 영하 45도까지 뚝 떨어졌다. 한파 피해도 속출했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 카운티에서는 냉방에서 자던 91세 노인과 50대 후반 노숙인이 숨졌다. 시카고공항과 미니애폴리스공항, 버펄로공항에서는 활주로가 얼고 강한 눈바람이 이어져 운항이 지연됐다. 오대호 일대에서는 폭설로 상당수 도로가 폐쇄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7일 중서부와 뉴욕 보스턴 등 동부까지 한파 영향권에 들어가고 주말에는 미국 서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에 눈과 비를 동반한 혹한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일(현지 시간) 독감이 43개 주까지 확산됐으며 어린이 2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지난주보다 독감 지역은 7개 주, 숨진 어린이는 6명이나 늘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보리스 존슨 영국 런던시장(51·사진)의 인기는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이브닝스탠더드가 꼽은 ‘영국을 움직이는 파워 인물 1000’에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조사한 ‘지도층 인물 선호도’에서는 정치인 중 최고(41%)였다. 존슨 시장은 5월 치러질 총선에서 런던 서부 억스브리지·사우스뤼슬립 지역구에 보수당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구는 1970년부터 보수당이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곳이다. 그의 인기 비결은 단연 소통능력이다. 영국인들은 명문 가문에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엉뚱한 유머로 사람들을 웃기는 소탈한 존슨 시장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명문 이튼칼리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존슨 시장은 부친이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간부를 지낸 명문가 출신이다. 유럽인권위원회 의장 출신의 저명한 변호사인 제임스 포셋이 외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증조할아버지는 터키 오토만제국의 내무장관을 지낸 터키계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구겨진 양복과 자다 막 나온 듯한 더벅머리. 출근할 때에도 가죽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런던 올림픽 때에는 우스꽝스러운 ‘와이어 타기’로 대회를 홍보했다. 이런 이미지 덕에 성(姓) 대신에 이름(‘보리스’)으로 불리는 흔치 않은 정치인이다. 즉흥 연설도 잘하고 거침없는 돌직구 화법으로 사람들 감성을 파고드는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때로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어서 크고 작은 설화(舌禍)도 잦다. 영국 언론들은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편안한 이미지가 사실은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라고도 전한다. 대중 앞에 나서기 전 일부러 머리를 헝클어뜨린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삶은 실수의 연속이었다. 1980년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기자로 일할 때 가짜로 인용 문구를 작성해 해고당했을 정도였다. 2004년 여성 언론인과 불륜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는 거짓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전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으로 성공한 것은 앞서 언급한 탁월한 소통능력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대화를 즐기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2020 런던 전략 계획’을 세울 때에는 경영인, 금융인, 지역자치단체 대표 등 모든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을 하면서 일의 줄거리를 잡았다. 런던을 가로지르는 도시고속철도 사업을 할 때 재무부가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자 지역 사회 여론을 수렴한 진정서를 내 밀어붙였다. 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실수나 위기를 ‘완벽한 승리’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정치인은 존슨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더타임스와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을 시작으로 시사 주간지 스펙테이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인 존슨 시장은 한 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뒤 2001년 하원에 입성해 2004년과 2005∼2007년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야당이 집권을 대비해 미리 짜둔 각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44세의 나이로 런던 행정 수장에 오른 이후부터이다. 신출내기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 존슨 시장의 정치 인생은 올해부터 시작이라고 영국 정가는 진단하고 있다. 우선 여타 지도자와 확연하게 구별되는 정책 노선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수당 내 다른 지도자처럼 사회적으로는 진보, 재정적으로는 보수 성향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존슨만이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나 정치철학이 아직 안 보인다’는 것이다. 향후 차기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그가 ‘탁월한 현실감각을 가진 정치인’ 소리를 들을지, ‘줏대 없는 기회주의자’ 소리를 들을지 새해 행보가 주목된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