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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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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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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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잊혀진 전쟁? 잊혀지지 않을 영웅!”

    1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그 중요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Some have called the Korean War the ‘forgotten war’. But today, we prove these heroes were never forgotten.”(누군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초반에 ‘잊혀진 전쟁’에 대해 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대통령 시절 ‘잊혀진 전쟁’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잊혀진 전쟁’을 ‘잊혀지지 않는 전쟁(unforgotten war)’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 많은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한국전 기념비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전쟁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80, 90대 나이의 할아버지들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과연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될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전용사들에 따르면 한국전을 널리 알리는 일에는 많은 장애요소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참전했던 다른 전쟁들과 형평성을 가지려면 한국전만 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예상외로 강력하다는 겁니다. 미국에서의 한국전 위상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국이 해줄 일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Today our boys are coming home.”(오늘 우리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워싱턴에서는 매년 10여 개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참전용사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타고 워싱턴에 집결합니다. 기념행사에 여러 번 가봤습니다. 참전용사들의 손에는 앨범이 한 권씩 들려 있습니다. 앨범 속에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앳된 미군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한 할아버지 앨범에는 젊은 한국 여인의 사진도 있습니다. 좋아했던 여인이라고 합니다. 참전용사들의 얘기는 언제나 무용담으로 시작해 아쉬움으로 끝납니다. 전쟁터에 남겨두고 온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우는 할아버지들도 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Our boys are coming home.”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 것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8-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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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터게이트 특종’ 밥 우드워드, 신간서 트럼프 작심 비판

    “마치 다시 태어난 거 같아(It feels like a rebirth).”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던 워터게이트 스캔들 보도로 미국 언론사에 한 획을 그은 밥 우드워드 기자(75)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던진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내막을 알고 있는 주요 인물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밤중에 집 앞에서 대기하는 열혈 취재를 하면서 45년 전쯤 ‘세기의 대특종’을 취재하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70대 중반 우드워드 기자의 근성과 노력이 담긴 결과물이 바로 9월 11일 발간되는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라는 책이다. 현재 WP의 부편집장으로 있는 우드워드는 백악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수백 시간이 넘게 얘기를 나눴다. 그들로부터 백악관을 지배하는 공포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됐고, 책 제목에 ‘공포’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썼다는 것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붓고 창피를 주기 때문에 백악관 토론은 언제나 공포의 분위기가 감돌며 트럼프로부터 무시당한 관리들은 줄줄이 사임을 결심한다. 트럼프의 위압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외교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돼 상대 국가들에 보복 위협을 가하고 공포심을 조장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출판사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는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백악관 관리들의 증언을 토대로 트럼프 집무실에서, 상황실에서, 전용 비행기 에어포스원에서 벌어지는 긴장감 넘치는 토론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우드워드의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될 11월 중간선거 두 달 전에 발간된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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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요즘 ‘폭염’에 안녕하신가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나 특파원 생활을 할 때 일기예보를 열심히 봤습니다.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날씨와 관련된 표현을 배우기 위해서죠. 날씨에 대한 다양한 영어 표현들을 모르면 미국인들과의 대화에 끼기 힘듭니다. ‘날씨 영어’(weather English)를 알아둬야 하는 이유입니다. △비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 요즘 비가 오는 꿈을 꿉니다. 하루 종일 비가 콸콸 쏟아지는 꿈을 꾸지만 현실에서는 소나기가 찔끔 내립니다. 물난리가 날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를 가리켜 ‘downpour’라고 합니다. 한동안 시원하게 내리다가 금방 그치는 소나기는 ‘shower’입니다. 가늘게 내리는 부슬비도 있죠. 이건 ‘drizzle’이라고 합니다. 날씨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drizzle to downpour’가 있습니다. 미약하게 시작해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는 대사건으로 발전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비나 눈, 우박 등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들을 총체적으로 ‘precipitation(강하)’이라고 합니다. 눈의 경우도 비와 같습니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눈은 ‘downpour’ 또는 ‘downpouring snow’라고 합니다. 한동안 쏟아지다가 그치는 눈은 ‘snow shower’입니다. △폭염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 폭염은 말 그대로 영역하면 ‘extreme heat’이지만 이렇게는 잘 안 씁니다. ‘Heat wave’라는 표현을 더 많이 씁니다. 올해 미국 영국 일본의 폭염이 얼마나 대단한지 위키피디아에 새로운 항목이 생겼습니다. ‘2018 North American heat wave’ ‘2018 British Isles heat wave’ ‘2018 Japan heat wave’입니다. 한국도 그들만큼 덥지만 ‘2018 Korea heat wave’라는 항목은 아직 없네요. 폭염은 ‘dog day’라고도 합니다.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까지 폭염 시즌을 가리켜 ‘dog days of summer’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신화에 ‘dog star’(천랑성)가 나옵니다. 흔히 ‘시리우스’로 불리는 가장 빛나는 별이죠. 이 별이 태양과 일직선이 되면 큰 더위가 찾아온다는 데에서 유래했습니다. 1975년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dog day afternoon’이 있습니다. 복날 오후에 벌어지는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룬 명작이라고 합니다. 요즘처럼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에 이 영화의 땀범벅 주인공을 만나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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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중한 첫 일터와의 약속… 그는 밤새 32km를 걷고 또 걸었다

    “그날 힘들겠는데….” 미국 앨라배마주 홈우드에 사는 청년 월터 카 씨(20)는 친구들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이런 대답만이 돌아왔다. ‘벨홉스’ 이삿짐센터의 운반 직원으로 갓 취직한 그는 2003년형 닛산 중고차가 고장 나 첫 일터에 갈 수 없는 처지였다. 목적지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남쪽으로 32km(20마일) 떨어진 펠럼 지역. “(다른 방법이 없으니) 걸어가자.” 카 씨는 12일 밤 12시(현지 시간)가 조금 안 된 시간 집을 출발했다. 미리 4시간 정도 자두었다.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해가며 껌껌한 밤길을 걸었다. 그의 머릿속 단 하나의 생각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터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참 직원인 자신은 오전 8시경 이삿짐을 운반하는 집에 모이기로 한 다른 직원들보다 먼저 현장에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보로 갈 경우 걸음 속도에 따라 7, 8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4시간을 걸은 뒤에야 펠럼 지역으로 진입했다. 순찰하던 경찰차가 즉각 그를 향해 사이렌을 울렸다. 흑인인 카 씨를 위험인물로 간주한 것이다. “이 시간에 왜 길을 걷고 있지?”(경찰) “(웃으며) 제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직장에 출근하는 중입니다.”(카 씨) 그의 사정을 들은 경찰관 3명은 가슴이 뭉클했다. 청년을 24시간 음식점인 ‘와타버거’로 데려가 이른 아침을 사줬고 점심용 햄버거까지 챙겨줬다. 경찰들은 그를 안전한 곳까지 몇 km를 태워다 줬다. 이후 만난 다른 경찰도 사정을 듣고 그를 태워줬다. 그 덕분에 당초 예상보다 빠른 13일 오전 6시 반경 이삿짐 운반을 요청한 제니 레이미 씨(54)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이미 씨는 그 이른 시간에 문 밖에 서 있는 카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 다른 직원들이 오기 전까지 쉬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물 한 잔을 얻어 마신 뒤 곧바로 이삿짐 운반 작업에 돌입했다. 레이미 씨는 카 씨가 기특해 이것저것 물었고 그의 대답은 이랬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모든 것을 잃고 고향 뉴올리언스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앨라배마로 왔어요. 제 꿈은 오직 하나예요. 직장생활과 야간대학을 병행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입니다.” 레이미 씨는 어린 청년의 열정과 직업정신에 감동받았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연은 소셜미디어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카 씨의 회사 루크 마클린 사장도 알게 됐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30대 자수성가형 마클린 사장은 청년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마클린 사장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터(카 씨)와 같은 팀(회사)에서 일하게 돼서 기쁘다. 월터는 쉽고 편한 일만 찾는 젊은이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어린 나이에 직장의 소중함을 벌써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마클린 사장은 카 씨에게 자신이 타던 2014년형 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16일 열린 자동차 증정식에 모두 모였다. 카 씨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용기를 북돋아 준 펠럼 경찰관들, 그의 이야기를 널리 알린 레이미 씨까지. 특히 레이미 씨는 카 씨의 고장 난 자동차 수리비를 마련해주려고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 활동을 펼쳤고 단 하루 만에 8500달러(약 962만 원)를 모았다. 당초 목표치인 2000달러(약 226만 원)를 훌쩍 넘었다. 레이미 씨는 “약 7시간을 걸어온 그가 무거운 이삿짐 박스를 들 때 마음이 아팠다. 자동차는 생겼으니 수리비 모금액은 학비에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인공 카 씨는 이날도 차가 없어 행사장까지 30분을 걸어서 왔다. 많은 사람의 격려를 받은 카 씨는 “거의 7시간을 걸으니 솔직히 다리가 좀 아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 앞에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걷고 또 걸어도 힘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보도한 ABC방송은 “20마일 출근 대장정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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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에 헌납한 치명적 자살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미-러 정상회담을 자신의 러시아 대선 개입 연루 의혹을 해명하는 계기로 삼으려다가 ‘반역자’라는 초유의 비난에 직면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을 더 신뢰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트럼프 “미국은 어리석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가진 푸틴 대통령과의 단독·확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담에서 이 문제(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논의했다”며 “나의 정보요원들을 신뢰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극도로 강하게 부인했다. 나는 (러시아가 그렇게 했을) 어떤 이유도 보지 못했다”고 러시아를 대놓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공모는 없었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미국은 어리석었고 우리 모두가 어리석었다”며 미국의 잘못으로 돌렸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e메일을 해킹해 폭로한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를 다른 사람도 아니라 의혹의 중심에 있는 푸틴 대통령이 지켜보는 앞에서 미국 대통령이 부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와 FBI를 겨냥해 “나는 (러시아 관련 의혹) 조사가 우리나라에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전 세계 핵무기의 90%를 갖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단절시켰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도 “선거 과정을 포함한 미국 내정에 러시아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고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소문이 아니라 사실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공모가 있었다는 단 하나의 증거라도 있느냐. 이건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바랐느냐’는 질문에 “그(트럼프)는 후보 시절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했고 다른 사람(클린턴)은 다르게 말했는데 우리와 잘해 보겠다는 사람에게 동조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회담 직전 대선 당시 클린턴 후보 캠프 등에 대한 전산망 해킹 혐의로 12명의 러시아 인사를 기소했다.○ “반역적 발언” “수치스러운 대통령” 비난 가열 미 정가는 벌집을 쑤신 듯 난리가 났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발언들은 어리석었을 뿐 아니라 푸틴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간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기자회견은 중범죄나 반역 그 이상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에서도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비극적 실수”라고 말하며 “트럼프와 푸틴은 똑같은 각본을 보고 얘기하는 듯했다”고 비꼬았다. 공화당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미 의회는 민주당의 요구로 백악관 국가안보팀에 대한 청문회 개최, 미 정보기관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적인 지지 표명, 러시아 제재 확대, 러시아 스파이 12명의 미국 소환 등 4가지 대책을 행정부와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독설에 익숙한 미 언론도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선 ‘말을 잃을 지경(stunning)’, ‘입이 딱 벌어질(jaw-dropping) 정도의 충격’ 등의 혹평을 내놨다.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와 기자들까지도 트위터를 통해 “역겹다” “수치스럽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러시아 두둔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트럼프가 푸틴에게 큰 약점을 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푸틴 대통령에게 저자세로 일관한 트럼프 대통령보다 푸틴과의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친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가 더 많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미 언론은 이번 논란으로 행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사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콕 집어서 비난한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DNI)은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책임을 지고 사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의회 전문지 ‘더힐’은 전했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정미경 전문기자}

    •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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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북한은 ‘속임수 미끼’만 던진 것일까?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혼란스럽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척척 협상을 잘하던데 유독 북한만 만나면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고위급 회담도, 북한의 6·25전쟁 미군 유해 송환 회담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미국 언론은 북-미 협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기사 제목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North Korea’s predictable bait-and-switch. 인터넷 쇼핑 해보셨나요. 근사한 제품에 저렴한 가격이 나와 있어 기쁜 마음에 얼른 판매자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실상 근사한 제품은 비싼 가격이고, 저렴한 가격은 다른 근사하지 않은 제품에 붙여진 것이었습니다. ‘Bait-and-switch’는 마케팅 용어로, 미끼를 던져 소비자를 유인한 뒤 제품을 살짝 바꾸는 판매 행위를 가리킵니다. 비핵화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미국을 유인한 뒤 ‘제재를 풀어 달라’ ‘종전선언을 먼저 하자’ 등 다른 요구를 쏟아내는 북한의 행태를 가리킵니다. 충분히 ‘predictable(예상 가능)’한 북한의 술책인데 미국은 번번이 말려든다는 보스턴글로브의 기사 제목입니다. △Trump has nobody to blame for North Korea but himself. 외교잡지 포린폴리시에 실린 외교 전문가 콜린 칼의 기고 제목입니다. 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업적이 없다”고 비난해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보좌관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이 삐걱거리는 것이 속으로는 기쁘겠지요. ‘대북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트럼프는 자신 이외에는 비난할 사람이 없다’는 이중 부정을 해서 더욱 강력한 긍정을 만들었습니다. ‘트럼프, 모두 당신 잘못이야’ ‘당신이 다 책임져’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 △After North Korea’s swipe, Pompeo must focus on pace and structure if nuclear talks are to succeed.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강도 같다(gangster-like)’는 예상치 못한 비난을 들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를 ‘북한의 일격(swip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Swipe’는 매우 쓰임새가 많은 단어인데 원래는 ‘직선으로 강하게 밀다’라는 뜻입니다. 북한으로부터 직선타를 맞았으니 이제 미국은 전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워싱턴 특파원}

    •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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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미투운동까지 공격하는 트럼프… 백인남성 지지층은 열광

    ‘정치 아웃사이더(이방인)’라는 슬로건으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버전’과 ‘전국 투어 버전’으로 살아간다. ‘워싱턴 버전’일 때는 얌전하다. 백악관에 있을 땐 정치인들과 별로 교류하지 않고, 공화당 정치인들과도 서먹서먹한 사이다. 공식 발언을 할 때는 조심스럽게 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하게 하는 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연설 투어에 나설 땐 기세등등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스캔들과 이민정책 혼선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을 때도 전국 이곳저곳을 돌며 수만 명의 지지자들 앞에 당당하게 서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말을 내뱉고 설화(舌禍)를 일으키는 경우도 대부분 연설 투어를 할 때다.○ ‘미투’ 운동에 딴지 걸다 지지자들에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선동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트럼프 연설을 ‘위험하다’고 평했다. 미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원칙이 결여됐을 뿐 아니라 편협하고 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연설 투어의 단골 주제는 여성이다. 연설 초반 장내 분위기를 띄워야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어김없이 여성 정치인을 거론한다. 여성 성폭력·성희롱 고발 운동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도 자주 언급한다. 미투 때문에 남성들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여성 직원들의 성추행 고발로 해고된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과 빌 오라일리 전 폭스뉴스 진행자는 트럼프가 연설할 때마다 변호해 주는 단골손님들이다. 일단 “나는 그들의 무죄를 100% 믿는다”라고 운을 뗀 뒤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사기꾼 여성들에게 돈을 주기를 거부한 정직한 성품일 것”이라고 대놓고 두둔한다. 트럼프는 성추행 고발 여성들을 ‘악덕 돈놀이꾼’이라고 부른다. 5일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에서 열린 연설에서도 미투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의 민주당 선두주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한참 비난한 뒤 “아차, 우리는 미투 시대에 살고 있구나. 말도 여자처럼 해야 돼. 사근사근하게”라고 비꼬았다. 미투 운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런 발언에 트럼프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넘어 ‘치유됐다’고 주장하는 지지자들도 많다. 지난해 9월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 계층은 백인 노동자 남성이 72%다. 여성 운동가들은 트럼프를 ‘미투 운동의 공적 1호’로 규정한다.○ 민주당 여성 정치인 수난시대 미투 운동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의 여성 정치인은 트럼프의 ‘밥’으로 통한다. 트럼프 독설과 조롱이 집중적으로 향하는 대상은 민주당 여성의원 4명이다. 미 언론은 이들에게 ‘팹포(Fab Four·멋진 4인조)’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원래 팹포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 멤버 4명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는 미 언론은 ‘힘내라’는 의미로 여성 정치인 4명을 팹포라고 부른다. 팹포는 상원과 하원에 2명씩 있다. 하원의 낸시 펠로시 원내대표와 맥신 워터스 의원, 상원의 워런 의원과 카말라 해리스 의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 침체에 빠진 민주당에서 가장 뚜렷하게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외교와 국내정치, 워런 의원은 기업 감시, 워터스 의원과 해리스 의원은 이민정책에서 트럼프 비판 선봉을 맡고 있다.○ 트럼프의 여성혐오를 방관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정치인들에게 저속한 별명을 붙여 웃음거리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워런 의원을 부를 때는 ‘포카혼타스(미국 원주민 추장 딸)’, 워터스 의원은 ‘저지능(low IQ)’, 해리스 의원은 ‘MS-13 그루피(미국의 악명 높은 멕시코 갱단 추종 팬)’라고 부른다. 펠로시 원내대표에게는 ‘정신 나간 민주당의 얼굴’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CNN은 “국가 통치보다 여성의원 별명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들이는 대통령”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여성혐오적 태도에 미국인들은 별다른 비난을 하지 않고 있다. 여성계만이 시위를 하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5월 트럼프와 여성 유권자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던 온라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진보주의적 미국인들조차 트럼프의 여성혐오적 세계관에 별로 관심을 쓰지 않는다”면서 ‘트럼프니까(Because it’s Trump)’라는 유행어를 소개했다. 데브라 킨지 다트머스대 사회학 교수는 “트럼프 독설과 악담의 홍수 속에 살다보니 미국인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체제순응형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트럼프의 여혐적 세계관도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체념이 미국 사회를 지배한다”고 설명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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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베트남처럼 개방한다 해도 해외투자자들은 진출 꺼릴 것”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8일 북한 경제 발전의 롤모델로 베트남을 제시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식 개혁·개방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베트남식 모델 채택은 거의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이 베트남을 롤모델로 삼을 경우 성공 가능성은 빈약하다(slim)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경제구조와 집권체제가 매우 다를 뿐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방식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 연구소의 개러스 레더와 크리스털 탠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1980년대 중반 미국과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미국의 자본과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북한의 경우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설사 개방 정책을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은 상당 기간 북한에 들어가기를 꺼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이 투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결국 폐쇄된 것이나 중국의 5대 채굴 기업 중 하나인 시양이 북한과의 합작으로 철광석 채굴 사업을 벌인 지 1년도 안 돼 철수한 것을 보면 북한의 투자 유치 및 관리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김정은이 베트남식 성장을 따르려는 이유가 베트남 공산당이 1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해외 자본의 투자 러시가 자신의 통치력 손실로 이어진다고 판단되면 김정은 체제는 해외 투자자들을 가차 없이 몰아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제재 해제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의 적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미국의 제재 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1985년 미국과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 송환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신뢰를 쌓아갔고 1994년 미국의 제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와 긴밀히 맞물려 있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는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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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미국]미국의 대북정책은 ‘길에 꽂힌 포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세 번째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1, 2차 방북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3차 방북은 회담의 성과물을 준수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북한과 협상을 해본 사람들은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We have reached a fork in the road. 보수적 성향의 외교안보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는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대해 ‘fork in the road’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길 한가운데 꽂혀 있는 포크’는 Y형 갈림길로 나눠지는 지점을 말합니다. ‘중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란 뜻입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North Korea poured cold water on the talks. ‘fork in the road’를 보고 곧바로 ‘중대 결정 시점’이란 의미를 떠올릴 한국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쉽게 예측 가능한 표현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찬물을 끼얹다’의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pour cold water on’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협상 태도를 ‘강도(gangster) 같다’고 비난한 담화를 발표한 뒤 미 NBC 방송은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elcome to our world, Mr. Secretary. 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중에 ‘Welcome to my world’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환영하는 대상은 연인입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부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환영하는 대상은 폼페이오 국무장관(Mr. Secretary)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 그룹을 말합니다. 방북 성과도 내지 못하고,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북한에 헛걸음을 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 그룹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냉소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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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트럼프 대북정책은 ‘길 한가운데 꽂힌 포크’ …어떤 의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세번 째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1,2차 방북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3차 방북은 회담의 성과물을 준수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을 설득하고 북한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북한과 협상을 해 본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폼페이오 평양행에 대해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비난과 충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We have reached a fork in the road./보수적 성향의 미국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는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대해 ‘fork in the road’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길 한가운데 꽂혀 있는 포크’는 Y형 갈림길로 나눠지는 지점을 말합니다. 의역을 한다면 ‘중대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북한을 앞으로 어떻게 대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처럼 김정은에게 칭찬을 퍼부을 것인가, 아니면 많은 전문가들이 충고하는 것처럼 냉정하게 돌아설 것인가. 이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North Korea poured cold water on the talks./영어 표현이 너무 다양하고 개수가 많아서 혼란스럽다는 한국 분들이 있습니다. ‘중대 결정 시점’의 영어 표현이 ‘fork in the road’라는 것은 예상 밖 아닙니까. 그렇지만 예측 가능한 것들도 있습니다. ‘찬물을 끼얹다’의 영어 표현은 말 그대로 ‘pour cold water on’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협상 태도를 ‘강도(gangster) 같다’고 비난한 담화를 발표한 뒤 미 NBC 방송은 ‘북한이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보도했습니다. △Welcome to our world, Mr. Secretary./미국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중에 ‘Welcome to my world’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환영하는 대상은 연인입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환영하는 대상은 국무장관 귀하(Mr. Secretary)입니다. ‘우리의 세계’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해온 전문가 그룹을 말합니다. 방북 성과도 내지 못하고, 김정은도 만나지 못하고 북한에 헛걸음을 한 폼페이오 장관에게 ‘우리 그룹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냉소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전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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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철 “어제 대화 생각에 잘 못 잤겠네요”… 폼페이오 “아니요, 잘 잤습니다” 기싸움 팽팽

    “어제 잘 못 잤겠네요. 어제 회담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를 생각하느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일행의 북한 방문 둘째 날인 7일 오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례적인 아침인사를 던졌다. 두 사람이 이날 오전 9시쯤 재개되는 회담에 앞서 ‘잘 주무셨느냐’ ‘덕분에 잘 잤다’는 일상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직후였다. 김영철의 돌발 발언에 폼페이오 장관은 “아니요, 잘 잤습니다”라고 답했다.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이어 “우리는 어제 좋은 대화를 나눴고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도 계속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뉴욕타임스(NYT) 가드너 해리스 기자는 7일 평양발 기사에서 “첫째 날 회담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오갔기에 김영철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런 농담을 던졌는지 모두가 궁금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주장을 미국 측에 최후통첩식으로 전달했다든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시간표를 단번에 거절했기 때문에 김영철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평양의 잠 못 드는 밤’을 비꼬는 식으로 얘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NYT에 따르면 폼페이오 일행은 1박 2일의 방북 일정 동안 북한의 도청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오전 북측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숙소를 빠져나와 트럼프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과 통화했다. 경호원들을 대동해야 하는 불편에도 불구하고 숙소 밖으로 나가 통화를 할 정도로 북한의 도청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는 것이다. 도청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는 방북 기간 내내 기자들에게서 자주 포착됐다. 니컬러스 위드험 블룸버그 기자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장이던 (영빈관) 백화원초대소 밖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대화하는 영상을 올리며 “영빈관은 도청 우려가 있어 그들은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고 밝혔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구가인 기자}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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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親트럼프 매체까지 “실망스러운 방북”… 최대압박 회귀론 봇물

    ‘Gangster-like(깡패 같은)’, ‘regrettable(유감스러운)’, ‘very concerning(매우 우려스러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평양 방문에 대해 미국 언론이 내놓은 평가는 비판 일색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productive(생산적)’이고 ‘progress(진전)’를 이뤘다고 자평했지만 이를 주목한 미 언론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한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번 담화의 영문판은 미 언론이 자체적으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직접 작성해 공개한 것이다.○ ‘친(親)트럼프’ 폭스뉴스마저 등 돌리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CNN 등 주요 언론은 7일(현지 시간) 북한 담화에 등장하는 미국 비판 문구를 그대로 제목으로 뽑았다. 특히 담화의 핵심인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배 같은 비핵화 요구(unilateral and gangster-like demand for denuclearization)”에서 ‘gangster-like’라는 단어는 외교 성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거친 표현이어서 미국 언론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WP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북한의 대미(對美) 독설과 악담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한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담화가 몇 시간 뒤 ‘유감스럽다’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식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칭찬 일색이었던 폭스뉴스의 냉정한 평가다. 폭스뉴스는 북한 담화에 등장하는 단어 ‘유감스러운’을 제목으로 뽑으며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평양행을 ‘빈손(empty-handed) 방북’이라고 규정했다.○ 대북 군사공격까지 거론하는 전문가들 폭스뉴스는 또 폼페이오 장관의 실망스러운 평양 방문으로 인해 북한 비핵화의 판돈(stake)이 극적으로 높아졌다는 북한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CAI) 국방연구국장의 기고를 실었다. 대북 초강경 보수파인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은 달갑지 않은 세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 둘째는 최대 압박 정책으로 회귀, 셋째는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자신의 방북 성과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폼페이오 장관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반응이 이러한데 어떻게 그들이 계속 선의로 협상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지 신경을 쓴다면 나는 미쳐버릴 것(I‘d go nuts)”이라며 “그래서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쏠린 관심에 압박감을 드러낸 것인 동시에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섭섭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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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변호하다니… 우리 섬 별장서 나가”

    미국의 저명 변호사 앨런 더쇼위츠 하버드대 법대 교수(사진)와 매사츠세츠주의 대표적인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 주민들이 거주권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과거 살인죄로 기소된 미식축구 스타 O J 심프슨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받아낸 것으로 유명한 더쇼위츠 교수는 여름마다 마서스비니어드에 있는 별장에서 살았으나 올해는 주민들로부터 나가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서스비니어드 주민들이 자신을 추방하려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변호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수차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에 연루돼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달 미국에서 발간될 예정인 더쇼위츠 교수의 책 ‘트럼프 탄핵 사건’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조사를 반대하는 내용이 한가득 담겨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3일 보도했다. 마서스비니어드섬은 미국 민주당 인사들의 ‘여름 성지’로 불릴 정도로 진보적 색채가 깊은 곳이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부인 재클린 여사와 여름마다 이곳에서 지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곳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더쇼위츠 교수가 마서스비니어드 주민들을 가리켜 ‘매카시주의자’들이라고 몰아대자 주민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자신들을 1950년대 미국을 휩쓴 반공산주의 광신자들에 비유하자 주민들은 더쇼위츠 교수가 마서스비니어드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거주 반대 e메일을 돌리고 모임까지 열고 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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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 △‘Families belong together’ 시위의 대표 슬로건입니다. 누가 만든 문구인지는 모르지만 피켓과 플래카드에 가장 많이 걸린 구호입니다. 한국 시위에 등장하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긍정의 메시지입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고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는 공유의식을 강조했습니다. △‘We are better than this’ 이 또한 시위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슬로건입니다. 짧은 문구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We’는 미국의 정신, 또는 미국인들을 말합니다. ‘This’는 이번에 문제가 된 격리정책 좀 더 넓게 보자면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보다 낫다’는 것은 ‘우리는 이것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We deserve better than this)’는 겁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인들은 배타적인 이민정책을 밀고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해밀턴’의 제작자 겸 배우 린마누엘 미란다가 로스앤젤레스 시위에 나와 자작곡을 부릅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소년이 청년이 되고, 더 나아가 성인으로 커 나가는 과정으로 말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어린아이가 성인으로 커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나 소설을 가리켜 ‘coming-of-age’ movie 또는 story라고 합니다. ‘보이후드(Boyhood·2014년)’ 같은 영화 말입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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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핵개발”

    북한이 최근 수개월 동안 여러 곳의 비밀 장소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농축 우라늄 생산을 확대해 왔으며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개발 작업을 계속한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들이 결론 내렸다고 미 NBC방송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으로, 워싱턴포스트(WP)도 DIA가 북한이 핵탄두와 주요 비밀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하루 뒤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은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언과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결론이어서 주목된다. 보고서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내부 반발이 심화되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 핵 개발 능력 확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았다’고 분노해 북한에 대해 전쟁을 벌이는 최악의 경우의 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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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최근 수개월간 비밀장소 여러곳서 농축 우라늄 생산 늘려”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최근 내놓은 북한 핵 개발 실태에 대한 보고서가 미 정치권과 외교가를 강타했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새롭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북한이 최근 수개월간 핵무기 개발을 위한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려 왔으며,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후에도 핵 개발 작업을 계속 진행해 왔다고 결론지었다. 북한이 해외 언론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라는 ‘큰 쇼(big show)’를 벌였지만 진정한 비핵화에 나설 의지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앞두고 공개된 보고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보고서는 작성에 관여한 미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주요 내용을 누설(leak)하면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게 됐다. 상부의 지시 없이 정보관리들이 언론에 북한의 핵능력 확대와 은폐 실태를 공개한 것은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은 없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고 뉴욕매거진은 지적했다. 정보 당국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호언장담하는 북한 비핵화 약속을 믿지 않을 정도로 행정부 내부 분열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보고서 내용을 처음 보도한 NBC방송은 “미국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중대 양보까지 했는데 북한이 핵 비축량을 줄인다든지, 핵무기 생산을 포기하겠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정보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6일 전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 핵개발 관련 기밀 정보가 알려지면서 비핵화 확약에 금이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측과 만나 비핵화 의제 등을 사전 조율했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다시 방한해 1일 판문점에서 북측 인사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 논의를 위한 실무 접촉인 것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에 관여했던 당국자 간 접촉이 확인된 것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19일 만이다. 지난 주말 방한한 김 대사는 이날 오전 판문점에서 북측과 1시간가량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대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김 대사의 상대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의 이번 (세 번째) 방북은 북-미 정상회담 후 다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김 대사가 판문점으로 와서 직접 조율한다는 건 미군 유해 송환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후속 조치까지 논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보복’ 가능성 우려 트럼프 행정부는 DIA 보고서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확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대책에 대해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트위터에 “북한에 핵시설을 폐쇄하도록 압력을 넣는 데 레버리지(지렛대)로 이용될 수 있다”고 적었다. 일부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거짓 약속에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매파의 충고에 따라 ‘(군사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볼턴 보좌관은 1일(현지 시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 대다수가 1년 이내에 해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이 업무(비핵화 협상)를 진행 중인 이들에게는 몽상적(starry-eyed)인 감정이 조금도 없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과거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외교를 관장해 온 수전 손턴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7월 말 퇴임한다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밝혔다. 2월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퇴임한 데 이어 손턴 지명자까지 물러나면 당장 미국의 대북 외교라인에 적잖은 공백이 예상된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신나리·주성하 기자}

    •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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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대-화려함에 파스텔톤 도배… “체제선전 위한 거대 세트장”

    “여기가 두바이야, 플로리다야.” 북한 평양 문수대 실내외 물놀이장을 찾은 영국 건축가 올리버 웨인라이트 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털 천장, 인공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일어나는 물보라들, 형형색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관람객들…. 그가 상상해 온 북한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관광대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동화 같은 정경에 푹 빠져 있던 그를 확 깨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물놀이장 로비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마치 실물 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밀랍 동상이었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의 동상이나 초상화가 걸려 있지 않은 건물은 없었다. 설사 건축물의 미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동상과 초상화는 언제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건축물은 경애하는 지도자의 은혜로 지어진 것이니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건물 정면에 두는 것은 북한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 ‘건축의 장인’ 김정은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건축담당 기고를 하는 웨인라이트 씨는 2015년 평양을 방문해 문수대 물놀이장을 비롯해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들을 둘러봤다. 북한 패키지여행에 참가해 열흘 정도밖에는 평양에 머물지 못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는 건축 전문가적 시각에서 2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북한 여행기와 사진들을 모은 책 ‘Inside North Korea(북한 내부에서)’가 22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출간됐다. 가디언 등에 게재된 저서 요약본에는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본 북한 건축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웨인라이트 씨가 본 평양은 포클레인 지게차 등이 하루 종일 오가며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이방인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시끄러운 건설 붐은 김정은 집권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평해튼(평양+맨해튼)’으로 불리는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문수대 물놀이장, 미래과학자거리 등 수많은 건축물이 새로 지어지거나 개축됐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 외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미지가 핵 위협을 일삼는 무분별한 지도자였지만 북한 주민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김정은은 일종의 ‘건설 장인(master builder)’으로 통했다. 새롭게 생겨나는 북한 중산층의 욕구가 뭔지 알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현대적 건물과 시설들을 만들어낼 줄 아는 ‘수호신(champion)’과 같은 존재였다. 웨인라이트 씨와 동행했던 북한 현지 가이드는 요즘 북한에서는 ‘평양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 ‘천리마 속도전’이 있었다면 지금은 평양에서 빨리빨리 건물들을 짓도록 지도부가 속도전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14년 평양 평천구역 23층 아파트 단지 붕괴 사고 같은 부실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옛 소련과 파스텔 컬러 웨인라이트 씨가 주목한 북한 건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은 옛 소련 건축의 영향으로 무슨 건물이든 화려하고 장대하게 짓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수 북한 건축가는 과거 소련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소련식 건축에 익숙했다. 1989년 소련의 건축기술을 접목해 세운 능라도 5·1경기장은 수용인원 15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라고 북한은 선전한다. 북한은 크게만 짓는 것이 아니라 고전주의적 기교를 통해 건물의 미적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련의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가 평양의 지하철역이다. 평양 지하철역 중 가장 큰 영광역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장을 자랑한다. 세밀하게 조각된 석조 기둥이 물결치듯 천장을 받치고 있으며 한가운데에는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건축이 단순히 소련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주적 주체사상의 결과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1950년대 김일성은 평양을 가리켜 “주체 건축의 위대한 정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평양 지하철역의 석조 기둥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한 김일성의 투쟁과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번영을 향한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북한 당국은 설명한다. 북한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파스텔 색상의 과도한 사용이다. 소련식 건축이 김일성-김정일 2대에 유행했다면 26세에 집권한 젊은 리더 김정은 시대의 건축은 아기자기한 외형에 파스텔색을 주로 사용한다. 겨자색, 연어색, 분홍색, 연녹색 같은 파스텔톤은 서구 건축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지만 평양에 가면 건물 외벽이든 내부 벽지이든 흔히 볼 수 있다. 2015년 김정은이 “멋쟁이 아동궁전”이라고 칭찬해 화제가 됐던 강원도 원산 고아원 신축 건물은 내부는 온통 연노랑이며 외관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행복감을 유발하는 파스텔색으로 치장한 건축물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웨인라이트 씨는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스텔의 낙천적이고 모더니즘적인 분위기를 통해 김정은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걱정거리 없는 북한’ ‘번영 일로의 북한’이라는 설명이다. 웨인라이트 씨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북한(김정은)은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고 있으며, 국민을 어린이화(化)시키는 강력한 마취제 도구로 건축이 이용되고 있다.” ○ 화려하지만 텅 빈 건축물들 북-미 정상회담 후 ‘절친’ 사이로 거듭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건축물에서도 유사점이 있다. 유리거울 외관으로 치장한 뉴욕 트럼프타워나 손잡이까지 대리석으로 장식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별장은 평양 여명거리 초호화 아파트나 47층짜리 양각도 호텔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웨인라이트 씨는 이를 ‘독재자 패션(dictator chic)’이라고 비꼬았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호사스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 건축물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은 화려하게 꾸며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는 있지만 물놀이장, 스키장, 수족관 등을 즐길 만큼 아직 소비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웨인라이트 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연극 세트장 같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연극의 무대가 바로 평양인 것이다. 북한 가이드조차 “텅 빈 건물에 외국 관광객들이 들어와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웨인라이트 씨는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북한의 현실을 봤다.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자 허물어진 집들과 여기저기 구멍 뚫린 고속도로, 누렇게 녹슨 철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수대 물놀이장이 아니라 이런 곳들이 진짜 북한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건축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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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본 북한 건물…“화려하지만 텅 빈 연극 세트장”

    “여기가 두바이야, 플로리다야.” 북한 평양 문수대 실내외 물놀이장을 찾은 영국 건축가 올리버 웨인라이트 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털 천장, 인공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일어나는 물보라들, 형형색색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며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관람객들…. 그가 상상해 온 북한의 모습이 아니었다. 세계 어디 내놓아도 꿀릴 것 없는 관광대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 동화 같은 정경에 푹 빠져 있던 그를 확 깨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물놀이장 로비에 떡하니 세워져 있는, 마치 실물 같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밀랍 동상이었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부자의 동상이나 초상화가 걸려 있지 않은 건물은 없었다. 설사 건축물의 미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동상과 초상화는 언제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모든 건축물은 경애하는 지도자의 은혜로 지어진 것이니 업적을 기리는 동상을 건물 정면에 두는 것은 북한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 ‘건축의 장인’ 김정은 영국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건축담당 기고를 하는 웨인라이트 씨는 2015년 평양을 방문해 문수대 물놀이장을 비롯해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들을 둘러봤다. 북한 패키지여행에 참가해 열흘 정도밖에는 평양에 머물지 못했지만 눈썰미가 좋은 그는 건축 전문가적 시각에서 2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북한 여행기와 사진들을 모은 책 ‘Inside North Korea(북한 내부에서)’가 22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출간됐다. 가디언 등에 게재된 저서 요약본에는 건축 전문가의 눈으로 본 북한 건축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흥미롭게 담겨 있다. 웨인라이트 씨가 본 평양은 포클레인 지게차 등이 하루 종일 오가며 동시다발적으로 건설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었다. 이방인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시끄러운 건설 붐은 김정은 집권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평해튼(평양+맨해튼)’으로 불리는 여명거리 초고층 아파트단지를 비롯해 문수대 물놀이장, 미래과학자거리 등 수많은 건축물들이 새로 지어지거나 개축됐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 외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미지가 핵 위협을 일삼는 무분별한 지도자였지만 북한 주민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랐다. 김정은은 일종의 ‘건설 장인(master builder)’으로 통했다. 새롭게 생겨나는 북한 중산층의 욕구가 뭔지 알고, 그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현대적 건물과 시설들을 만들어낼 줄 아는 ‘수호신(champion)’과 같은 존재였다. 웨인라이트 씨와 동행했던 북한 현지 가이드는 요즘 북한에서는 ‘평양 속도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과거 김일성 시대에 ‘천리마 속도전’이 있었다면 지금은 평양에서 빨리빨리 건물들을 짓도록 지도부가 속도전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14년 평양 평천구역 23층 아파트 단지 붕괴 사고 같은 부실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옛 소련과 파스텔 컬러 웨인라이트 씨가 주목한 북한 건축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은 옛 소련 건축의 영향으로 무슨 건물이든 화려하고 장대하게 짓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수 북한 건축가들은 과거 소련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소련식 건축에 익숙했다. 1989년 소련의 건축기술을 접목해 세운 능라도 5·1경기장은 수용인원 15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라고 북한은 선전한다. 북한은 크게만 짓는 것이 아니라 고전주의적 기교를 통해 건물의 미적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소련의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을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가 평양의 지하철역이다. 평양 지하철역 중 가장 큰 영광역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장을 자랑한다. 세밀하게 조각된 석조 기둥이 물결치듯 천장을 받치고 있으며 한가운데에는 샹들리에가 빛을 발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건축이 단순히 소련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자주적 주체사상의 결과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1950년대 김일성은 평양을 가리켜 “주체 건축의 위대한 정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평양 지하철역의 석조 기둥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한 김일성의 투쟁과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번영을 향한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북한 당국은 설명한다. 북한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파스텔 색상의 과도한 사용이다. 소련식 건축이 김일성-김정일 2대에 유행했다면 26세에 집권한 젊은 리더 김정은 시대의 건축은 아기자기한 외형에 파스텔색을 주로 사용한다. 겨자색, 연어색, 분홍색, 연녹색 같은 파스텔톤은 서구 건축에서는 별로 쓰이지 않지만 평양에 가면 건물 외벽이든 내부 벽지이든 흔히 볼 수 있다. 2015년 김정은이 “멋쟁이 아동궁전”이라고 칭찬해 화제가 됐던 강원도 원산 고아원 신축 건물은 내부는 온통 연노랑이며 외관은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다. ‘행복감을 유발하는 파스텔색으로 치장한 건축물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웨인라이트 씨는 “김정은 정권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파스텔의 낙천적이고 모더니즘적인 분위기를 통해 김정은이 만들어낸 이미지는 ‘걱정거리 없는 북한’ ‘번영 일로의 북한’이라는 설명이다. 웨인라이트 씨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북한(김정은)은 국민을 어린애 취급하고 있으며, 국민을 어린이화(化)시키는 강력한 마취제 도구로 건축이 이용되고 있다.” ● 화려하지만 텅 빈 건축물들 북-미 정상회담 후 ‘절친’ 사이로 거듭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건축물에서도 유사점이 있다. 유리거울 외관으로 치장한 뉴욕 트럼프타워나 손잡이까지 대리석으로 장식한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별장은 평양 여명거리 초호화 아파트나 47층짜리 양각도 호텔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웨인라이트 씨는 이를 ‘독재자 패션(dictator chic)’이라고 비꼬았다.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려는 호사스러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 건축물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자랑하는 건축물은 화려하게 꾸며 놓기는 했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 중산층이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는 있지만 물놀이장, 스키장, 수족관 등을 즐길 만큼 아직 소비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웨인라이트 씨는 “(사람이 살지 않는) 연극 세트장 같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연극의 무대가 바로 평양인 것이다. 북한 가이드조차 “텅 빈 건물에 외국 관광객들이 들어와 볼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웨인라이트 씨는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북한의 현실을 봤다. 평양을 조금만 벗어나자 허물어진 집들과 여기저기 구멍 뚫린 고속도로, 누렇게 녹슨 철탑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수대 물놀이장이 아니라 이런 곳들이 진짜 북한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건축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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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트럼프의 장기는 모욕적 별명 짓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임 콜링(name calling)’의 대가입니다. ‘네임 콜링’은 상대방의 별명을 지어 부르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별명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모욕적인 별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극도로 사이가 나빴을 때 ‘little rocket man(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습니다. 왜 ‘네임 콜링’을 하냐고요. 정적(政敵)을 비웃고 조롱하는 효과가 크니까요. △“Cryin’ Chuck, I’m going to ask him who is his acting coach.” 미 의회에서 민주당의 톱이라고 할 수 있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감정이 풍부한 슈머 의원은 의회 연설에서 몇 차례 울먹인 경험 때문에 트럼프로부터 ‘울보 척’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눈물이 가짜 눈물이라고 놀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울보 척에게 가짜 눈물을 가르친 연기 코치가 도대체 누구냐”고 조롱하면 지지자들 사이에선 한바탕 폭소가 터집니다. △“Wacky Jacky is campaigning with Pocahontas.” ‘포카혼타스’는 2020년 대선의 민주당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입니다. ‘Wacky Jacky(왜키 재키)’는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재키 로즌 후보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입니다. ‘정신 나간 재키’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은 “왜키 재키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비웃었습니다. 이거야말로 ‘더블 네임 콜링’ 아니겠습니까. △“It may be Prime Minister Abe. It may be Justin from Canada.” ‘캐나다의 저스틴’이 누구일까요. 얼마 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판 싸운 캐나다 총리, 저스틴(쥐스탱) 트뤼도를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깍듯하게 ‘총리’ 직함을 붙였는데 트뤼도 총리는 그냥 ‘캐나다의 저스틴’이라고 했습니다. 외교 결례입니다. 이 말은 원래 트럼프 대통령이 트뤼도 총리에 대한 애칭으로 쓴 말인데 ‘G7 사건’ 이후에는 극도로 사이가 나빠진 트뤼도 총리에 대한 네임 콜링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를 비난할 때면 꼭 “캐나다의 저스틴 있잖아”라고 업신여기듯이 말합니다. ‘젊고 총리스럽지 않게 잘생긴 저스틴’이라서 미워하는 거겠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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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축구대표팀이 보여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의 ‘기적’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한 가운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첫 국제무대를 밟으며 8강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던 북한 축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데일리스타, 이스라엘 하레츠 등은 20일 북한 축구 대표팀의 뛰어난 투지와 북한팀을 열렬히 응원했던 현지 주민들, 당시 북한 선수들의 현재 상황 등을 소개했다. 북한팀의 본선 진출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영국은 적대국인 북한의 참가를 막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았다. 영국 정부는 처음에는 북한 대표팀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고 비자를 발급했다. 또 영국 정부는 북한 인공기를 내걸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영국은 월드컵 토너먼트 중에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빼고 북한 국가를 틀지 않겠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이탈리아를 꺾는 대활약 북한 대표팀은 출전하기 전에 김일성 주석을 만나는 영광을 누렸다. 김일성은 이 자리에서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축구를 통한 북한의 주체사상을 보여 달라”는 주문을 했다. 북한이 속한 조에는 구 소련, 칠레, 이탈리아가 포함됐다. 이 조의 경기는 모두 런던에서 떨어진 미들스브러에서 열렸다. 북한 대표팀은 미들스브러로 기차로 이동하는 중에 긴장을 풀기 위해 ‘천리마 군단’ 응원가를 합창하기도 했다. 미들스브러는 영국 북부의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로 칙칙한 분위기였다. 미들스브러 주민들은 이 조에서 최고 약체인 ‘언더독’ 북한을 응원했다. 첫 경기 상대였던 구 소련 선수들이 건장한 체격으로 필드를 누볐지만 주민들은 평균 신장 165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북한을 목이 터지게 응원했다. 미들스브러 주민들에게 북한은 ‘홈팀’이 됐다. 그러나 구 소련의 체력적 우세에 밀린 북한은 3 대 0으로 패했다. 북한은 다음 게임인 칠레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미들스브러 주민들은 북한 인공기까지 만들어 팔며 “코리아, 코리아”를 외쳤다. 북한 골키퍼 이찬명이 수차례 칠레의 공격을 막아냈고 주장 박승진이 페널티킥에 성공했다. 마지막 경기인 북한과 이탈리아의 경기를 보기 위해 1만8000명의 관객이 모여 들었다. 북한은 1 대 0으로 승리했다. 북한 대표팀은 미들스브러 시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는 등 축하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포르투갈과의 8강전은 리버풀에서 열렸다. 경기를 보기 위해 미들스브러에서 3000~5000명이 원정 응원에 나섰다. 리버풀 구디슨 스타디움에 4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관객들은 북한팀의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에 나섰다. 열광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북한팀은 포르투갈 에우제비오의 활약으로 5 대 3으로 패했다.● 당시 북한 선수들 지금은 어디에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변을 낳았던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김일성 주석의 명대로 북한 주체사상의 승리를 보여줬으니 큰 영광을 누렸을까. 북한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저서 ‘수용소의 노래’(미국판 저서명: Aquarium in Pyongyang)‘에서 자신이 요덕수용소에 감금돼 있을 때 북한 축구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승진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박승진이 요덕수용소의 악명 높은 독방에 수감된 것을 보았다는 것. 박승진은 독방에서 바퀴벌레 등 모든 벌레를 먹으며 생존해 별명이 ’바퀴벌레‘로 통했다고 강 대표는 전했다. 북한 대표팀은 이탈리아전 승리 후 술에 취해 현지 여성들과 몰려다닌 것이 적발돼 귀국 후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한다. 강 대표는 “내가 요덕수용소에 처음 갔을 때 박승진은 이미 그곳에 12년 동안이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 다큐 3부작‘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대니얼 고든은 2002년 직접 북한에 가서 촬영한 작품 ’천리마 축구단‘에서 박승진, 이찬명 등 당시 북한 대표팀 선수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전했다. 선수들은 각종 메달을 목에 갈고 월드컵 당시 영국 팬들과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회상하는가 하면 김일성 체제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다큐 마지막에서 귀국 후 고초를 당했다는 서구 언론의 보도를 부인하기도 했다. 북한의 잉글랜드 월드컵 참가 후 5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 201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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