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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적신호가 커지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으로 낮추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반도체 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에 본사를 둔 민간 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CE)는 19일(현지 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0.1%포인트 낮췄다. CE가 이번에 제시한 수치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IB 8곳의 평균 전망치(1.6%)를 밑도는 수준이며 JP모건의 전망(1.2%)보다도 낮다. 이에 한국은행이 이달 25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6∼1.7%) 대비 하향 조정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경기지표에서도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월 전(全)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85.3으로, 2020년 9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2.7% 뒷걸음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IB들이 미국이 보편관세를 10% 부과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며 “1% 수준의 성장률을 전망하는 기관이 나오는 건 놀랄 일이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韓경제 괜찮나” 해외서도 우려… 美관세 맞기도 전에 수출액 감소[한국 경제 줄줄이 적신호]이달 하루 평균 수출액 2.7% 감소… 기업 체감경기 4개월째 하락세“해외서 정치혼란-美관세 영향 물어”… “추경 등 모든 수단 동원 경기부양을”대기업 임원 지모 씨(54)는 미국, 싱가포르, 유럽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을 돌며 기관투자가 대상 설명회(IR)를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이나 미국발(發) 통상전쟁 대비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 씨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연기금, 국부펀드 같은 기관들이 ‘한국 경제가 정치 혼란, 미국 관세 폭탄 등의 변수로 인해 예전만큼의 성장을 할 수 있겠냐’고 쉼 없이 물어본다”며 “한국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그대로이고 국가 신용등급도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계속해서 반문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경제가 예전처럼 견조한 성장을 구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평균 수출액 전년 대비 2.7% 감소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여겨져 온 수출이 심상치 않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가시화되지도 않았는데 하루 평균 수출액만 1년 전 대비 3% 가까이 하락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5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6.0% 증가했다. 지난달 이른 설 연휴의 영향으로 조업 일수가 급감하면서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중단됐다 한 달 만에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는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2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 감소했다. 이달 20일까지의 조업 일수는 15.5일로 지난해 동기(13.0일) 대비 2.5일 많았다. 다음 달에는 수출액 감소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압박은 이 같은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관세도 한 달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시일 내로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에서 나란히 1·2위의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반도체(20.8%)와 자동차(10.4%)였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수출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간 총수출액이 9조2000억 원(약 18.6%)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기업 일선에서 체감하는 경기 수준은 나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기업심리지수는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한 85.3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 갔다. 기업심리지수란 경기실사지수 중 제조업 5개, 비제조업 4개 지수를 바탕으로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건설경기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비제조업 업황이 나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모든 수단 총동원해 경기 부양해야”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이행하기 어려운 시기라는 점이다. 전날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이 논의됐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끝난 바 있다. 마냥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한국(연 3.00%)보다 1.5%포인트 높은 미국의 기준금리(연 4.50%)와 원-달러 환율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를 크게 낮추는 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추경과 금리 인하를 동시에 활용하는 것이 최선인데, 추경에 대한 정치적인 대립이 큰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금리 인하로 이번 달에라도 (금리를) 낮춰서 건설사의 도산을 막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반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고 실시간 매매도 가능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급증한 결과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TF 948종목의 순자산 총액은 19일 기준 190조5578억 원으로 전달 말(182조8211억 원) 대비 7조7367억 원 증가했다. 2023년 6월 말 100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19개월여 만에 순자산이 90조 원이나 불어난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증가 추이가 유지된다면 다음 달 중 200조 원을 돌파할 분위기”라고 했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된 펀드로 미국에서는 1989년, 한국에서는 2002년에 첫 상품이 각각 출시됐다. 장중에 사고팔 수 있는 데다 공모펀드 대비 수수료(운용 및 판매보수의 합계)도 낮아 개인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개인들의 ETF 누적 순매수는 6조 원 수준이었으나 이후 20조 원 이상으로 급증한 상황”이라며 “한국에서 ETF가 개인들의 주요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달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S&P100, 나스닥100 지수를 좇는 ETF의 수수료를 인하하자 삼성자산운용은 다음 날, KB자산운용은 11일에 수수료를 순차적으로 낮췄다. 보다 많은 고객들의 거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수수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ETF로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일단 고객 유입을 최대한 늘려보자는 차원의 접근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사이 10%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르헨티나에서 발생한 ‘밈코인 사태’로 인해 알트코인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68% 하락한 9만5512달러(약 1억 3764만 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달 15일 9만8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하락폭이 13%에 달했다. 비트코인이 하락하는 배경에는 1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기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 속에,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더리움(―1.29%), 리플(XRP·―3.93%), 솔라나(―4.95%) 등 주요 알트코인의 가격도 24시간 전 대비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밈코인(실질적인 효용 가치 없이 패러디나 농담 등에 기반을 두고 만든 암호화폐)을 잘못 추천했다 탄핵 위기에 놓이면서 가상자산 시장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달 14일 중소기업에 유리하다며 페이스북이 발행한 ‘리브라’ 밈코인을 추천한 바 있다. 이후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들며 가격이 한때 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0.19달러까지 폭락했다. 가상자산 리서치 업체 K33의 베틀 룬데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거래량, 수익률, 상장지수펀드(ETF) 흐름 등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가 뚜렷한 상황이며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트레이더들도 하방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지난해 가계빚 규모가 2000조 원 턱밑까지 불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4분기(10∼12월) 이후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거래가 줄며 가계빚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다시 폭증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새해 들어 은행권이 다시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재개한 데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의 토지거래허가 규제 해제로 인해 ‘집값이 뛸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총 1927조 원으로 전년 말보다 약 42조 원 불어났다. 전 분기 말(1914조 원)과 대비해서도 13조 원 증가했다. 한은이 해당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2년 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민간·공공 금융기관,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과 카드 사용 금액을 합산한 값이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4∼6월) 이후 세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신용 규모를 키운 주된 원인은 주담대 수요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주담대는 59조 원 넘게 증가하며 2021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그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매수하는 것)에 나선 가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영끌족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 대출이 막히자 저축은행,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대출까지 동원해 집을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주담대 규모는 작년 3분기(7∼9월) 22조2000억 원에서 4분기 7조3000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에 같은 기간 2금융권 등 비은행 예금기관의 주담대 증가액은 9000억 원에서 7조 원으로 불어났다. 다만 연말 들어 가계신용 잔액은 주택 거래 감소, 은행권 및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실제로 4분기 증가 폭(+13조 원)은 전 분기(+18조5000억 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작년 3분기 중 가계신용이 크게 늘었지만, 주택 거래가 7월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9월에는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책이 시행되면서 4분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까지의 대출 추이와 별개로 올 들어 주담대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이 신년을 맞이해 대출 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이달 12일 ‘잠삼대청’ 아파트 단지 291곳을 5년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점이 집값을 다시 꿈틀거리게 만들 요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이 반영돼 일찌감치 호가가 강세를 보여 왔다”며 “(서울시의) 이번 규제 완화로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더 커질 것이며 갭투자의 형태로 상급지 교체 수요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늘 인생의 ‘비 오는 날’을 대비해야 합니다. 항상 경차, 중고차를 탔지만 종신보험은 40년 넘게 유지했습니다.”(미국 뉴욕 거주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초고령사회 진입에 발맞춰 본보는 호주,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등 글로벌 7개국의 48명의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와 정부, 연금기관 담당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젊은 시절 꼬박꼬박 연금을 부으면 은퇴 이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다층 연금 제도, 풍부한 노하우를 가졌다면 얼마든지 현역으로 시장을 누빌 수 있는 노동 시장 등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다양한 시스템을 엿본 동시에 영올드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들었다.선진국의 영올드들은 한국 은퇴자를 향해 자녀도 중요하지만 노후에도 미리미리 투자할 것을, 부동산에 묶이지 말고 자산 리모델링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팁’을 전했다. 심리적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일자리든, 새로운 취미생활이든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선진국 영올드 “부동산 규모 줄이면 여유 생겨”젊을 때부터 허용되는 최대한의 금액을 연금에 납입했다는 키예단 씨는 한국의 은퇴자들이 자녀에 대한 투자에 치중하다가 여유 없는 노년을 맞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들도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극도로 헌신하는 편”이라며 “그만큼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내지만 조금 더 자녀와 내 노후에 대한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요한 프라이스 씨(70)도 “현역 때 연금을 많이 부어놔서, 아내가 아픈데도 생활에 문제가 없다”며 연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한국 은퇴자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점도 꼬집었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은퇴 후 호주의 시니어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린 씨(78)는 “(호주에서는) 오히려 은퇴 후 전반적으로 재정 상황이 나아진다. 대부분이 은퇴자 마을에서 살기 위해 기존 부동산의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은퇴 이후에 지출을 줄이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에서는 3:3:3:1 법칙이 있는데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이 저 정도로 유지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전 재산이 부동산에 ‘몰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일하고파”은퇴자의 적극적인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선진국의 영올드들은 입을 모았다. 호주 이민자인 장모 씨(64)는 “메모리얼 파크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며 연봉은 10만 달러(약 9200만 원)를 받는다. 70세 넘어서까지 일하려고 한다”며 “일자리가 없는 허전한 존재가 되는 것보다는 신체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취미 등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5세 이상을 위한 주택단지인 영국 헨리온템스 ‘로리엣 가든스(Laureate Gardens)’에 거주하는 캐런 그리브 씨(70)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시간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지역 노인들은 운동이나 취미,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구마이 아쓰코(熊井敦子·60) 씨는 “드라마, 케이팝 콘서트를 한국어로 직접 듣고 싶은 마음에, 또 치매 예방을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삶의 큰 부분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한국 정부를 향한 당부도 적지 않았다. 메리 들라헌티 호주 연금기금협회 최고경영자(CEO)는 효율적인 퇴직연금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호주의 퇴직연금 ‘슈퍼(슈퍼애뉴에이션)’ 가입자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펀드가 성과를 부풀리거나 장기간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면 개선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퇴출된다”고 말했다.한국도 고령층이 눈여겨볼 만한 세제 혜택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관련 일본 금융청 관계자는 “신NISA 계좌로 인해 시니어 세대의 자산 증식과 일본 기업 주가 상승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과감한 세제 혜택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NISA는 평생 비과세 투자 계좌로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자’는 일본 정부의 목표 아래 지난해 도입됐다.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2030세대도 연금에서 주식 비율을 높이는 등 도전적인 투자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노동 기간이 짧은데, 50대 이상의 경우 적극적인 자세로 노동 시장에 오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인구가 고령화되면 근로 연령대의 기여금,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연금 수령액이라는 ‘연금개혁의 삼각형’ 중 하나를 조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수급 개시 연령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어데어 터너 에너지전환위원회(ETC) 위원장이자 전 영국 연금위원장(사진)은 지난달 24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국의 연금개혁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터너 위원장은 “초고령사회의 도래는 퇴직자의 비율이 노동자보다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어떤 식으로든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영국 정부는 2002년 12월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총리실의 추천으로 당시 메릴린치 부회장이었던 터너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무부와 노동연금부가 각각 지니 드레이크 영국 노동조합회의 의장, 존 힐스 런던 정경대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은 2006년까지 활동하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냈다.연금위원회는 상황 분석에만 1년을 쏟아부었다. 인구통계, 기대수명, 출산율 변화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액에 대한 예측, 사적 연금의 제공 비용 등을 분석한 자료가 500페이지에 달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고용주, 고령자 단체, 정당 등 사회 구성원들과 논의에 돌입했다. 사회적 소통에도 공을 들였다. 런던,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등 4개 지역에서 250명씩 총 1000명의 시민과 공청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터너 위원장은 “과거 영국 산업연맹 수장으로 있었을 때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연금위원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정부가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인사를 임명한 이유”라고 회상했다. 4년여에 걸쳐 완성된 영국 연금위원회의 개혁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 2007년 영국 정부는 공적연금의 수급연령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평균 임금소득 증가율에 연동하기로 했다. 국가퇴직연금신탁(NEST) 자동가입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 개정도 2008년 이뤄졌다. 2012년부터 NEST를 통해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도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로 공적 협의를 이어간 덕분에 영국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 연금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영국은 지금까지도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개혁을 이어 가고 있다.터너 위원장은 “최근 들어서는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대립적인 정치와 단기적인 사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연금개혁과 같은 사회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의 논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국내 기업의 경영진 10명 중 9명이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은 지난달 개최한 ‘2025년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기업 경영진 3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1%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을 ‘부정적’이라 평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률(76%)보다 15%포인트 높아졌으며, EY한영이 최근 5년간 진행한 설문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지난해 49%에서 올해 41%로 8%포인트 감소했다. 수익성 개선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54%)과 ‘고금리·고물가 장기화’(53%)가 꼽혔다. 경영진들은 기업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위험으로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76%)을 지목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65%), ‘한국 정치 리스크’(57%) 등도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이라 평가했다. 박용근 EY한영 대표이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우위 확보와 운용 효율화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국내 기업의 경영진 10명 중 9명이 올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국내 정치 리스크,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인해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악화됐다.EY한영은 지난달 개최한 ‘2025년 EY한영 신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 3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1%가 올해 국내 경제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률(76%)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응답 결과는 EY한영이 최근 5년간 진행한 설문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실적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한 비중도 지난해 49%에서 올해 41%로 8%포인트 감소했다. 기업의 경영진들은 수익성 개선에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54%)과 고금리·고물가 장기화(53%)를 지목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세 번째 순위에 그쳤으나 올 들어서는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고물가 국면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들은 기업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외부 위험으로 ‘경기 둔화 및 경제 불확실성(76%)’을 꼽았다. 이와 더불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65%), 국내 정치 리스크(57%) 등도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요인으로 지목됐다.박용근 EY한영 대표이사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들의 기술 우위 확보, 운영 효율성 제고 등이 절실해질 수 밖에 없다“며 ”핵심 사업을 주축으로 한 사업 영역 조정(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혁신 기술 및 인재 확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기업의 생존에)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EY한영의 이번 조사에서는 15개 산업 부문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5000억 원 미만의 비중이 41%로 가장 높았으며 2조 원 이상(39%), 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2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 증대로 금값이 폭등하자 ‘금 투자 광풍’이 불어온 결과다. 금 수요가 단기에 급증하면서 국내 금 현물 가격이 다른 국가에 비해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금을 단기 차익 목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 이달 들어 골드바 400억 원 넘게 팔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총 406억345만 원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이는 한 달 전 같은 기간(135억4867만 원)의 3배, 1년 전(20억1823만 원)의 20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다. ‘금 사재기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했다. 그 결과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 시장에서 금을 매입하고,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까지 가서 금을 사는 등 국가별 금 값 차이를 노리고 투자에 나서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직후인 이달 5일 하루에만 시중은행에서 38억873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렸다. 11일 한국조폐공사가 은행권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금 수요는 더욱 폭증했다. 13일 하루에만 108억3217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리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은행의 지점장은 “지난주(10∼14일) 내내 골드바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일상적인 업무를 소화하기조차 힘들었다”며 “당분간은 고객들 수요에 맞춰 골드바를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인 이어 금 시장에서도 ‘김치 프리미엄’ 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전 세계 시장보다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금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의 종가는 g당 16만3530원이었다. 같은 시간 국제 금 가격이 13만613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값이 약 20.1% 비싸게 거래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KRX금시장이 개설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 투자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체 자산의 10% 정도를 금, 달러 등의 안전자산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선일 신한프리미어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시점에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며 “당장의 가격 상승이 아닌 자산 운용 과정에서 분산 투자 용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서 골드바 판매 금액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불확실성 증대로 금값이 폭등하자 ‘금 투자 광풍’이 불어온 결과다. 금 수요가 단기에 급증하면서 국내 금 현물 가격이 타 국가 대비 비싸게 거래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금을 단기 차익 목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불확실성 대비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 이달 들어 골드바 400억 넘게 팔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들어 13일까지 총 406억345만 원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이는 전월 동기(135억4867만 원)의 3배, 전년 동기(20억1823만 원)의 20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다.‘금 사재기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폭증했다. 그 결과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영국 런던 시장에서 금을 매입하고, 중국 본토인들은 홍콩까지 가서 금을 사는 등 국가별 금 값 차이를 노리고 투자에 나서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한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직후인 이달 5일부터 골드바 판매액이 4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11일 한국조폐공사가 은행권에 골드바 공급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판매액은 더욱 치솟았다. 13일 하루에만 108억3217만 원어치의 골드바가 팔리는 등 전례없는 상황이 펼쳐졌다.서울 영등포구 소재 은행의 지점장은 “지난주(10~14일) 내내 골드바 문의가 끊이지 않아 일상적인 업무를 소화하기조차 힘들었다”며 “당분간은 고객들 수요에 맞춰 골드바를 공급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계속 말씀드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인 이어 금 시장에서도 ‘김치 프리미엄’단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가격은 전 세계 시장보다 높게 책정되는 상황이 펼쳐졌다.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 거래소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금 시장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의 종가는 1g당 16만3530원이었다. 같은 시각 국제 금 가격이 13만613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금값이 약 20.1% 비싸게 거래됐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금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가 20% 이상 벌어진 것은 KRX금시장이 개설된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전문가들은 최근 금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식의 추격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금 투자는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전체 자산의 약 10% 정도를 금, 달러 등의 안전자산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최선일 신한프리미어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도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시점에 단기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며 “당장의 가격 상승이 아닌 자산운용 과정에서 분산 투자 용도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에 전 세계 투자금이 금(金)으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12년째 ‘정중동’ 행보를 보여온 한국은행도 금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수익성, 유동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금 매입을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실이 세계금협회(WG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8개국의 중앙은행 중 약 69%가 향후 5년 내에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일정 비중을 금, 미국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넣어둔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할 때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WGC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1000t 이상의 금을 3년 연속으로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금 매입액은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으며 4분기(10∼12월)에만 333t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등 6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보유 비중은 평균 47.6%(작년 말 기준·캐나다 제외)였다. 탈(脫)달러화 움직임을 보여온 신흥국 연합체 BRICS의 평균 금 비중도 13.2%로 한국(2.1%)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런 점 때문에 한은도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금 보유량을 적극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무역 갈등으로) 미중 간 화폐 전쟁이 재점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 자산인 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났다”며 “한은도 금을 전략 자산으로 삼아 (외환보유액 대비) 보유 비중을 최소 5% 수준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은은 최근까지 금 편입 비중을 높이는 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이 주식, 채권 대비 유동성이 떨어지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외환보유액의 성격상 손쉬운 현금화가 필요한데 금은 정반대 특징을 갖고 있다. 금 매수를 통해 이자, 배당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보관(관리)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완호 한은 외자운용원 운용기획팀장은 지난해 4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금은 주식, 채권 등에 비해 운용 대상으로서의 유용성이 크지 않다”며 “특히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한번 금을 매입하면 매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투자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값 하락으로 ‘트라우마’를 겪었던 과거 사례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2011∼2013년 총 90t의 금을 사들였는데, 매입 당시 온스당 1900달러에 달했던 금 가격이 2015년 들어 100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 등으로 연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몰리고 있다. 치솟는 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내에선 한국조폐공사가 금 판매를 일시 중단했고, 국제 금 시장에서도 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934.4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사상 최초로 2900달러를 넘어섰다. 연초 대비 10% 이상, 전년 대비 무려 40% 넘게 상승한 가격이다.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에 국내 유일의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액은 10일 기준 전년 동기 7배 수준인 9086억 원으로 불어났다. KRX 금 거래소 일일 거래대금도 6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 금 사재기 열풍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금 가격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은 영국 런던 시장으로 옮겨가 금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폐공사가 수급 여건 악화로 이날부터 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조폐공사로부터 금을 공급받아 온 일부 국내 은행도 온라인 및 창구 판매를 당분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돌반지 한돈 60만원… “금 사겠다” 급증에 조폐公 판매 일시중단[천정부지 금값]통상전쟁에 안전자산 金 최고가… “웃돈 줘도 못사, 말 그대로 금값”1g당 15만9410원… 1년새 84% 급증현물 ETF 수익률 올들어 26% 올라金 관세 부과 우려에 美선 ‘사재기’… 각국 중앙은행, 3년째 1000t씩 매입“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입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파는 사람은 없어요. 웃돈 주고도 원하는 물량 구하기 어렵습니다.”서울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상을 하는 박모 씨(48)는 최근 금 시장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완벽한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골드바를 사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지만 물량이 없다”며 “금을 가진 사람들은 더 오를 거란 기대감에 팔지 않고, 구매자만 몰리다 보니 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금 가격이 오르면서 돌잔치 선물도 바뀌고 있다. 돌 반지 한 돈(3.75g) 가격이 60만 원까지 치솟자 1g짜리 반지까지 등장했다. 최근 돌 잔치를 한 이모 씨(42)는 “돌 선물로 반지보다는 현금이나 장난감 선물이 많았다”며 “금값이 오르면서 한 돈짜리 돌 반지를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韓 금 가격, 1년 만에 83% 이상 올라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전일 대비 4.33% 오른 15만9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상 최고가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83.91%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국제 금 시세 상승 폭보다 두 배가량 큰 것으로, 이는 국내 금 수급 문제와 함께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금값이 상승하면서 금 관련 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 금현물’ ETF는 올 들어 25.56% 올랐다. 금 선물과 연동한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등도 올 들어 각각 11.09%, 10.63% 상승했다.골드바 등 금 현물 투자에 몰리면서 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국조폐공사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이날부터 일시적으로 금 판매를 중단했다. 앞서 6일에는 한국금거래소 홈페이지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먹통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서민철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금 현물을 확보하기 어려워 고객들이 물건을 받기 위해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최근 주문이 2배 이상 급증하는 등 국내외에서 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관세 위협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 등 안전 자산 쏠림 현상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귀금속에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에 ‘금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 금 가격에 ‘프리미엄’까지 붙으면서 영국에서 금을 매입해 미국에서 파는 현상까지 발생했다.박진영 코리아피디에스 선임연구원은 “최근 JP모건은 약 40억 달러 규모의 금을 영국에서 매입한 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인도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1994년 이후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인도 물량”이라고 말했다.● “금값, 온스당 30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금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금 매집 국가인 중국은 최근 자국의 10대 보험사가 자산의 최대 1%까지 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연간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씨티 등 글로벌 IB들은 금 가격이 조만간 1온스(약 28.3g)당 3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값이 급등한 데 대한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경우 금 가격은 많이 오른 만큼 더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금값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은(銀)과 동(銅·구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일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 따르면 은 현물 가격은 10일(현지 시간) 기준 온스당 32.265달러로 연초 이후 약 9.72% 상승했다. 은은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물가 상승을 상쇄(헤지)하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인해 구리 가격도 빠르게 치솟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 구리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 상승하며 t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런던비철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에 비해 t당 800달러 이상 비싼 수준이다. 양국 거래소 간의 가격 차이는 줄곧 250∼500달러 사이를 유지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가격 차가 커졌다. 상대적으로 구리 공급이 부족한 미국 시장의 선물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기 전에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잠재적인 국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비철 가격이 상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시니어를 위한 금융교육은 물론이고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또한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더불어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 일본처럼 고령자의 금융 피해를 막을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일찌감치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 연방의회는 2018년 ‘경제 성장, 규제 완화 및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며 제303조에 고령자 대상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 직원이 관계 당국에 적극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정보 공개가 이뤄지더라도 민사상·행정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은 2013년 일본증권업협회(JSDA)에서 “금융회사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에 대해 투자 권유를 할 때 보다 신중한 대응을 통해 적절한 투자 권유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고령소비자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80세 이상 초고령자의 경우 투자 권유를 한 다음 날 거래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와 판매가 보다 더 신중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고령자의 금융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황이다. 고령층의 금융피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처에 초점을 둔 개정안들도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금융소비자법(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금융소비자법과 노인복지법은 고령층 대상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법 개정안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금융피해의 정의를 명시하고 금융상품 판매업자 등이 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피해 의심 사안을 법 집행기관, 금융감독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피해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노인학대 관련 범죄에 사기·횡령·배임 등을 추가하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적 착취 등 노인학대 의심사례 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이 협력해 업무를 수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에 눈을 뜨며 삶이 변화했다.” 영국의 금융교육 및 자문 단체 ‘머니 A+E’의 프레데릭 림바야 금융교육 책임자 겸 비상임 이사는 10여 년 전 우연히 머니 A+E의 금융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아예 이곳을 일터로 삼게 됐다. 그는 금융교육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예산을 세우고 현명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이해하면서 빚이 줄고 저축이 늘었다. 또 재정이 안정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고, 자연스레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게 됐다. 지난해 만난 림바야 이사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한 사람의 웰빙(well-being)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英-日 “금융교육이 국가 경제 살린다” 주요 선진국은 개인의 재정 안정이 더 나아가 경제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금융 웰빙’을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영국의 경우 아예 노동연금부(DWP) 산하 공공기관 자금연금청(MaPS·Money and Pensions Service)에서 2020년 금융교육 장기 로드맵 성격의 ‘금융 웰빙을 위한 영국 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2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의미 있는 금융교육 제공 △부채 문제 상담자 200만 명 증가 △노후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 500만 명 증가 등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금융교육이나 상담만으로 재정 상태가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캐시(가명·54) 씨는 건강 문제로 대학을 그만둔 딸과 함께 사는 데다 보조금 성격의 개인자립수당(PIP)을 신청했다가 거부돼 재정적, 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머니 A+E는 상담을 통해 그에게 통신비를 줄이고 지방세(council tax)를 10개월에서 12개월로 분할 납부할 것을 제안했다. 캐시 씨는 “통신 요금제 변경과 지방세 납부 기간 조정으로 각각 월 15파운드(약 2만7000원), 20파운드(약 3만6000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예산을 영양제와 치료 비용에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을 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정부와 일본은행, 은행협회, 증권업협회 등 민관이 함께 출자해 ‘금융경제교육추진기구(J-FLEC)’를 정식으로 설립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금융교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산발적인 운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통합 추진체를 갖춘 것이다. J-FLEC는 연 1만 회 강사 파견으로 75만 명에게 금융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령별 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200회의 고령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러한 금융교육이 투자로 이어져 경제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것이 J-FLEC의 설명이다. 이와부치 히토시 J-FLEC 경영전략부 경영기획과장은 “예금, 저축에 쏠려 있는 자금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금융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한 ‘연금 강국’ 호주도 가입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금 펀드에서 교육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웹사이트 ‘머니스마트’를 통해 국민들에게 금융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노인단체연방협의체(BAGSO)를 중심으로 노인의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활발한 금융교육 등의 성과로 선진국 영올드는 금융에 밝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70대 로버트 키예단 씨는 지금도 투자 자산의 일부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는 “10%는 예금 형태로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식시장, 뮤추얼 펀드, 채권 등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상 완충장치를 설정한다”고 전했다.● 부족한 금융교육, 고령층 금융범죄로 이어져 반면 한국의 고령층은 낮은 금융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2022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 60대와 7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각각 64.4점, 61.1점으로, 성인 전체 금융이해력(66.5점)을 밑돌았다. 금융범죄에도 노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36.4%)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손실에도 취약하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당시에도 60대 이상이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피해 개인투자자 5명 중 1명 역시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였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금융교육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서울 및 수도권, 6대 광역시 등에 거주하는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내 금융교육을 받은 경우는 16.2%에 불과했다. ‘향후 금융교육을 받고 싶다’는 응답자는 8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직장인 시기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주기별 의사결정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 설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직장인 대상 금융교육을 의무화하고 금융교육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손주뻘 되는 대학생들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가 주기적으로 소통하면서 심리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못토 메이트’ 서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좋은 파트너’라는 의미의 해당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주 세대 짝꿍’이라는 콘셉트로 2020년부터 일본에서 운영돼왔다. 이를 운영하는 회사 ‘에이지웰저팬’은 “금전적인 여유와는 별개로 외로워하는 고령자들이 많다”며 “시니어 세대의 고독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심과 존엄심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서비스의 회원이 되면 짝꿍이 된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찾아와 스마트폰이나 가전 사용법 등을 가르쳐준다. 고령자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외출 시 동반하기도 한다. ‘대학생 짝꿍’은 고령자를 방문할 때마다 고객 진료기록 카드를 휴대해 약 150개의 질문지 중 3, 4개 문항씩 답변을 함께 채워 나간다. 예컨대 고령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묻고 그 학교를 구글 맵으로 검색해 유튜브로 교가를 찾아 보는 등 친숙한 것들로부터 디지털을 습득하는 방식이다. 정기적인 대화, 서로의 개별적 고민을 들어주면서 기존의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 사이의 공백지대를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비슷한 세대보단 차라리 한 세대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한다.‘대학생 짝꿍’은 엄격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 면접에서는 ‘누구를, 왜 존경하고 있는가’ 등 심층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자와 소통해야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감사하고 존경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것이다. 합격 후엔 고령자와의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교육받는다. 특히 행동지침에 대한 연수, 상대방의 요구를 어떻게 발굴해 어떻게 요구에 응할 것인가에 대한 호스피탤리티 연수 등을 거치며 수준에 따라 시급도 달라진다.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6일 오후 찾은 부산 남구 동명대 정문 앞. 대학가답게 맥도널드, 스타벅스를 비롯해 각종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차량으로 5분만 이동하면 부산 최대 상권 중 하나인 경성대, 부경대 번화가에 닿을 수 있는 이곳에 이제 3년여 뒤면 ‘영올드(Young Old·젊은 노인)’들이 청년과 호흡하며 경험을 공유하는 UBRC(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가 조성된다. 동명대에서 만난 강승한 캠퍼스혁신팀장은 “이 일대에 2027년까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기숙사가 건립되고, 바로 옆에 UBRC가 조성될 것”이라며 “젊게 살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로 북적일 것”이라고 했다.예전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하면서 학력 수준도 높은 영올드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도 UBRC의 도입이 본격화됐다. 노년기를 제2의 자아실현 기회로 여기는 영올드들로서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평생 교육 기회도 누릴 수 있는 UBRC가 매력적인 주거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도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동명대, 국내 첫 UBRC 조성 채비 10일 동명대에 따르면 대학은 현재 UBRC의 건축, 운영을 위한 기초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전호환 총장은 “공사가 끝나고 거주 시설이 완공되면 UBRC의 운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UBRC란 대학 캠퍼스 안에 지어지는 은퇴자 주거 단지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에 생긴 ‘메도우드 은퇴자 커뮤니티’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 UBRC의 인기는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거주자는 강의실, 피트니스센터 등 대학 시설을 이용하는 동시에 다양한 강좌를 수강하고, 대학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동명대는 국내에서 UBRC에 도전하는 첫 대학이다. 반려동물학과, 언어청각재활학과, 간호학과 등 은퇴자의 관심도가 높은 전공을 운영 중인 만큼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사업자에 주거단지를 빌려 주는 방식으로 연간 200억 원 정도의 임대료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기 힘든 상황에서 UBRC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팀장은 “(UBRC가 구축되면) 자연스레 시니어 맞춤형 미용 및 건강 관리를 위한 회사들이 생겨나 이 일대가 부산의 ‘노인 복지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 2032년까지 UBRC 400개로 증가” 은퇴자 주거 단지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현재 이미 100개 이상의 UBRC가 조성돼 있다. 미국은퇴자협회는 영올드의 부상에 힘입어 2032년까지 UBRC가 400여 개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다. UBRC가 대학뿐 아니라 호기심 넘치고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영올드 은퇴자에게도 유익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의 시니어 타운과 달리 UBRC는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해 거주자 교육, 입주민 간의 교감 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며 “국내 지방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로 잉여 시설 문제가 큰데, UBRC를 활용해 이 같은 자원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UBRC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플로리다주립대의 ‘오크 해먹’과 스탠퍼드대의 ‘클래식 레지던스’가 꼽힌다. 지난해 100세를 맞이한 거주자 로니 톰프슨 씨는 3일 오크 해먹과의 인터뷰에서 “입주한 지 올해로 16년째가 됐으며 그동안 이곳에서 좋은 서비스와 인간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만 모여 있는 단지를 만들면 폐쇄적인 데다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젊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계속해서 학습할 능력을 배양시켜 준다는 점에서 UBRC는 유의미한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선진국, 대학-시니어 교류 활발 지난해 11월 본보가 방문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 본관의 강의실들은 흰머리이거나 머리숱이 적은 노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곳의 강의실에서 문학, 인도 경제, 천문학 수업 등을 듣는 고령층 수강생만 100명에 육박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대학들도 고령화에 발맞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길 희망하는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도서관을 개방하거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레이던, 틸뷔르흐 등 주요 대학 5곳이 ‘노인을 위한 고등교육(HOVO)’을 운영 중이다. 스페인도 고령층의 평생 교육을 장려하기 위해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지난해 말 암스테르담자유대에서 만난 카롤리언 판 베르헌 HOVO 프로그램 디렉터는 “많은 고령자들이 3∼4일 정도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면서 각자의 흥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고령자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UBRC란?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로, 고령자가 대학 캠퍼스 또는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평생 교육, 건강관리, 사회참여 활동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한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특별취재팀▽팀장 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 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특파원,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지난해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을 통해 9만 명이 넘는 이들이 1조7000억 원에 육박하는 원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원금 감면을 받은 사람 수도, 금액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9만3366명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해 총 1조6713억 원어치의 원금을 감면받았다. 이는 1년 전보다 18.2% 늘어난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인 2020년과 비교하면 57.8% 증가했다. 개인워크아웃으로 빚을 탕감받은 이들의 숫자 자체도 2023년보다 7.6% 늘었다. 1인당 감면받은 금액은 평균 약 1790만 원이었다. 개인워크아웃이란 신용카드 대금, 대출금 등이 3개월 이상 장기 연체된 사람에게 채무상환을 지원하는 제도로 신청자를 대상으로 신복위가 선정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대상자로 확정되면 원금, 이자 등의 감면을 받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해 물가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20대 개인워크아웃 4년새 2배로… 사회 나오기도 전 ‘빚수렁’작년 개인워크아웃 1.7조 역대 최대취업난속 학자금-생활비 대출 늘어… 20대 감면액 증가율 全연령서 최고60대 이상 감면 총액도 90% 늘어… “취약계층 채무조정-재기 지원을”경기 시흥시에서 홀로 거주 중인 최모 씨(26)는 2년 전 서울 소재 대학 전자공학과에 뒤늦게 입학했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아르바이트만으로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급전을 빌리며 가까스로 버티다 빚이 200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그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대학 졸업 때까지 부채 상환을 잠정적으로 유예했다.최 씨는 “현실적으로 빚을 갚는 게 도무지 어려워 포털을 찾던 중 신복위의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알게 됐다”며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선택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60대 원금 감면액 급증9일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워크아웃 원금 감면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1조592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왔다. 코로나19 국면을 대출로 연명해 왔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에서 빚을 갚기 힘든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에는 1조6713억 원으로 2002년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대출로 버텨온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문제는 20대 이하, 60대 이상의 취약계층 중에서 개인워크아웃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이하가 감면받은 총액은 2020년 529억 원에서 지난해 1070억 원으로 4년 사이 약 102% 증가해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 추이를 보였다. 60대 이상의 원금 감면 총액도 2020년 1372억 원에서 지난해 2602억 원으로 약 90% 늘어나며 20대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20대 이하의 이 같은 상황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 단계부터 ‘빚의 수렁’에 빠진다는 점에서 문제다. 60대 이상은 노후 빈곤으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다.서범수 의원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이들의 재기를 위한 신용회복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애초부터 워크아웃에 이르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금융-통화당국도 취약계층 예의주시정부 당국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국면에서 취약계층의 부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취약층, 청년층, 미취업자 등에 대한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안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자와 개인워크아웃을 이행 중인 청년에 대한 감면 정책을 추가로 실시하며 ‘핀셋 관리’에 나섰다.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하반기(7∼12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신용점수가 낮고 소득이 적은 대출자들이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은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은 둔화됐지만 연체율이 상승세고 저소득·저신용 차주가 급증한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재기 지원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미국 증시는 인공지능(AI) 투자 백화점입니다. 현시점에 이익을 내면서 미래 전망까지 높은 기업이 널려 있습니다.”직장인 이모 씨(42)는 2023년부터 미국 증시에 올인했다. AI 칩 기업 엔비디아로 시작해 지금은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방산 AI 팔란티어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속에 국내 투자자의 ‘국장 탈출’ 행렬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등 해외 주식 거래 규모(매수·매도 합산)는 1564억1900만 주로 2023년(1124억3500만 주) 대비 39.1%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 거래 규모는 6352억5400만 주로 같은 기간 13%가량 쪼그라들었다. 2021년(1조2283억4200만 주)과 비교할 땐 반 토막이 났다.미 증시가 새로운 혁신 기업의 등장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에 코스피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도 지난해 9.6% 내리는 등 부진하자 투자자들이 대거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혁신 격차가 증시의 경쟁력을 갈랐다고 평가한다. 본보가 한국경제인협회로부터 받은 2016∼2024년 한미 증시 시가총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비디아 등 미국 정보기술(IT) 10대 기업의 시총 합계가 5.6배로 불어나는 동안, 한국 IT 10대 기업은 3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밸류업 못믿어” 국장 탈출… 美 증시서 테슬라-팔란티어 샀다美 기업들 높은 성장성 기대감지난달 순매수액 6조원 육박“혁신 기업-비즈니스 모델 안보여”국내 주식거래 1년새 13% 급감“막둥이 출생 이후 한국과 미국 증시에 나눠서 10년간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한국 증시는 ―30%, 미국 증시는 140%였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만 투자했는데 수익률을 확인하고서는 미국 투자 비중을 확 늘렸습니다” 직장인 김모 씨(51)는 인공지능(AI) 관련 개별 주식을 비롯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ETF 등에 투자 중이다. 김 씨는 “AI의 본토가 미국인 만큼, 미국 증시 투자는 당연하다”라며 “한국 증시에는 성장 사업이 안 보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할 생각이 당분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2030세대는 물론이고 세금과 환율 때문에 미국 증시 투자를 꺼리던 중장년층의 ‘영 올드(Young Old)’ 고액 자산가들도 고수익을 좇아 미국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유명 자산관리전문가(PB)는 “고액자산가들도 비상계엄 이후 환율이 치솟자 미국 증시에 대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 트럼프 효과에 지난달 美 증시 순매수액 40억 달러 넘겨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순매수액은 40억7841만 달러(약 5조9059억 원)에 달했다. 2021년 1월(45억3227만 달러)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수액이 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장기 부진에 빠진 국내 증시 대비 미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높은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달러화 강세 기조까지 강화되면서 미국 증시에 베팅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에 따른 미국 중심주의 강화와 대규모 감세로 미국 기업 실적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대규모 감세 등으로 미 증시가 크게 상승했다”며 “미국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미 증시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증시에서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액이 4일 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30.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투자액도 236억2668만 달러(약 34조2326억 원)로 전체 1.8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1.31%)보다 많은 수준이다. ● 韓 증시 활력 줄 ‘혁신스타’ 안 보인다 정부가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해 지난해 1월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가 활황세에 접어든 건 10년 전부터 추진한 거래소 개혁, 중앙은행의 주식 매입, 저금리 정책 등 다양한 요인들의 합산물이지만 한국의 밸류업 정책에는 단기적 대책만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근본적인 원인은 혁신 기업 기근이 꼽힌다. 미국에서는 AI칩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연 넷플릭스, 기업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의 혁신을 가져온 세일즈포스 등 새로운 ‘신흥 강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전통(레거시) 기업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혁신에 성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4년 사티아 나델라 취임 후 클라우드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브로드컴 역시 데이터 처리를 돕는 네트워킹 반도체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으며 주목받고 있다. 반면 우리 시총 상위 기업들은 수십 년째 삼성, SK, LG 등 대기업 계열사로, 새로운 혁신 기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지 않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장사들이 미국 나스닥 기업에 비해 혁신 의지가 약하다”며 “상장사들의 의지도 필요하지만 이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행보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증시가 사흘째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오전 11시 8분 현재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0.71% 오른 2,527.06에 거래되고 있다. 기관이 1158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장 초반 소폭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도 207억 원 규모의 순매수로 태세를 전환했다. 반면 개인은 1656억 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간밤 사이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종목이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삼성전자(0.76%)와 SK하이닉스(1.86%)가 사흘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로부터 고조된 무역 갈등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장 심리에 온기가 불어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일 곳곳을 휘젓고 다녀온 트럼프가 어제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보니 주식시장도 숨을 돌렸다”며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여부를 놓고 조만간 시진핑이랑 전화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멕시코, 캐나다 사례 때처럼 실제 관세가 발효되는 10일 이전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KB금융(―6.37%), 신한지주(―0.79%), 메리츠금융지주(―0.71%) 등 금융주는 약세다. KB금융이 전일 발표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가 시장의 기대 수준을 밑돌면서 금융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 이에 대해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KB금융이 밝힌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과 자사주 규모는 높아진 시장 기대치와 비교했을 때 다소 미흡한 수준”이라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이 타행보다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2원 오른 1445.1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