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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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5~2025-12-05
칼럼100%
  • 아베, 맨해튼 자택 찾아가… 트럼프 “위대한 우정 시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미일 동맹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8일 대선 승리 후 해외 정상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거처인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1시간 반 동안 회담을 한 뒤 “차분하게 흉금을 터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기본적인 내 생각을 말했고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담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아베 총리가 내 집을 방문해 위대한 우정을 시작하게 돼 즐겁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선거 기간 일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로 일본의 처지를 전달하고 정상 간 신뢰를 구축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NHK는 “현직 일본 총리가 취임 전인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국제무대에 데뷔하며 세계에 어필하는 기회를 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주미 이스라엘 대사 론 더머를 만난 날 아베 총리와도 회동했다며 “(트럼프가) 외교에 푹 빠진 날”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능한 한 적은 인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트럼프 측 요청에 따라 아베 총리는 통역만 데리고 참석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당선인 외에 큰딸 이방카,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참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뜻이 없다고 밝힌 바 있는 플린이 회담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본을) 안심시키려는 제스처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회담은 예정 시간(45분)보다 두 배가량 길게 이어졌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상기된 표정으로 “당선인이 인사 때문에 한창 바쁠 때 시간을 내주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임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은 신뢰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함께 신뢰를 쌓아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양측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다시 만나 더 논의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측은 당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도록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전인 데다 TPP,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 등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큰 만큼 첫 만남에서는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만 외부에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출발 전 국회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밝힌 대로 TPP의 당위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 니혼TV는 “미일 동맹과 북한 등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례를 깨고 회담 전 국무부 브리핑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이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골프클럽을 선물로 전달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셔츠 등 골프용품을 답례로 건넸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둘 다 골프 애호가로 유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1957년 당시 일본 총리였던 아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미국 방문 중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골프를 쳤던 기록을 언급하며 “미국 대통령과 친교를 다지기 위해 골프를 사용한 할아버지의 시나리오를 빌려왔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14일 외교담당 보좌관을 파견한 데 이어 정상회담 직후인 18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을 뉴욕에 보내는 등 트럼프 측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동 속에 손을 놓고 있다가 16일에야 부랴부랴 대표단을 보낸 한국과 뚜렷이 대비된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기재 기자}

    • 20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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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인수위 사실상 접수한 ‘사위 쿠슈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35·사진)가 정권인수위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그 측근들을 내치는 등 핵심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의 신임을 받는 ‘비선 실세’ 쿠슈너가 트럼프 당선 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는 예상됐지만 최근 행보는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인수위 관계자를 인용해 “쿠슈너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보좌관이나 특별고문 등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된 라인스 프리버스와 수석전략가에 임명된 스티븐 배넌은 모두 쿠슈너의 백악관 입성을 바라고 있다. AP통신은 “쿠슈너가 트럼프 캠프에서 온라인 선거 전략과 자금 모금을 지휘하면서 ‘사실상(de facto) 선대위원장’ ‘트럼프의 닮은꼴’로 불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친족등용금지법은 대통령이 친족을 내각이나 정부 공식 직책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백악관에도 이 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쿠슈너가 백악관에 들어오면 140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르는 그의 부동산 사업이 공직 수행에 저촉되지 않도록 급여를 받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는 5월 같은 유대계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의 회동을 주선하면서 주목받았다. 트럼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쿠슈너에 대한 애정을 피력해 왔다. 올 6월 기자들과 만나 “재러드는 훌륭한 부동산개발업자이면서 정치에 소질이 있다. 오히려 정치를 더 잘한다”고 칭찬했다. 쿠슈너가 인수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데는 트럼프와 같은 부동산개발업자이면서도 불같은 기질의 트럼프와 달리 냉철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이 한몫한다고 뉴요커는 전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쿠슈너가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쿠슈너가 동갑내기 아내이자 트럼프의 ‘비밀 병기’인 맏딸 이방카의 절대적인 애정과 신뢰를 받고 있는 게 인수위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라고 CNN은 분석했다. 하버드대 출신에 준수한 외모, 퇴근 후 세 자녀를 돌보는 가정적인 성격의 쿠슈너에 대해 이방카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뢰를 표현해 왔다. 최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 “재러드는 남편을 넘어 내가 가장 신뢰하고 모든 것을 논의하는 상대”라며 “재러드에게서 내가 하는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그가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방카는 2009년 쿠슈너와 결혼하려고 기독교에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남편과 유대교 안식일(토요일)을 지키기 위해 종종 금요일 일몰 후부터 하루 동안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차를 타지 않고 뉴욕 맨해튼을 걷기도 한다고 CNN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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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리티지재단 “한국, 미군 주둔비용 상당수준 분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보수 성향의 워싱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16일(현지 시간)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상당한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발간한 ‘2017년 미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자금 제공은 물론이고 인건비 분담, 병참 지원, 시설 개선비 등의 현물 지원을 통해 연간 9억 달러(약 1조566억 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밝힌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인수 전후 밝힐 한미동맹의 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현재 최소 8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 수준을 총 5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severe)’에서 두 번째인 ‘높음(high)’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 재단의 2016년 보고서에선 러시아, 이란, 중동지역 테러,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테러, 중국, 북한 등 6대 위협 가운데 북한을 유일하게 심각 단계로 분류했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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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인수위 관여 헤리티지재단 “한국, 상당한 방위비 부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보수 성향 워싱턴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16일(현지시간)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와 관련해 상당한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은 이날 발간한 '2017년 미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분담하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자금 제공은 물론 인건비 분담, 병참 지원, 시설개선비 등의 현물 지원을 통해 연간 9억 달러(약 1조566억 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밝힌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과는 크게 다른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 인수 전후 밝힐 한미동맹의 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한국을 포함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정당한 몫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선 "방위비를 100% 내는 것은 왜 안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현재 최소 8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의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 수준을 총 5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severe)'에서 두 번째인 '높음(high)'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 재단의 2016년 보고서에선 러시아, 이란, 중동지역 테러,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테러, 중국, 북한 등 6대 위협 가운데 북한을 유일하게 심각 단계로 분류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북한은 중국보다 핵무기도 적고 운반 수단(미사일) 능력도 의문스럽지만 동시에 덜 안정적이고 예측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핵미사일은 한국과 일본, 괌의 미군기지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대규모 탄도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스커드 미사일(사거리 300~500㎞) 800발, 노동 미사일(1300㎞) 300발, 무수단 미사일(3000㎞ 이상) 50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미사일과 KN-08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고 기술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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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신’끼리 권력투쟁… 시작부터 시끄러운 트럼프 인수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시끄럽다. 가족을 비롯한 ‘원조 측근’과 ‘워싱턴 인사이더’ 간의 권력투쟁,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둘러싼 노선 투쟁 등이 벌어지면서 잇달아 파열음을 내고 있다. CNN은 “인수위 내부에서 ‘칼부림(knife fight)’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P통신은 백악관과의 업무 인수인계도 잠시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내분은 트럼프 당선인이 11일 인수위원장을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예고된 것이었다. 크리스티는 이른바 ‘브리지게이트’와 관련해 측근들이 유죄 판결을 받자 트럼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의 비선 실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입김이 있었다고 CNN이 15일 보도했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과 함께 국가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브리핑’을 함께 듣게 해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힌다. 쿠슈너의 아버지이자 트럼프의 사돈인 찰스 쿠슈너는 2004년 당시 연방검사였던 크리스티에게서 탈세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악연이 있다. 쿠슈너는 ‘브리지게이트’ 판결을 계기로 인수위에 포진하고 있던 크리스티와 그의 세력을 몰아내기로 했다. 크리스티에 이어 그의 핵심 측근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 정보위원장이 15일 갑자기 인수위를 떠난 게 대표적이다. 로저스는 인수위에서 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었다. 로저스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와 연관된 최소 5명이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NBC방송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로저스가 후보 명단에서 완전히 탈락하게 됐다. 이른바 스탈린식 숙청의 희생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크리스티에 이은 로저스의 축출은 권력투쟁을 넘어 인수위 내부의 노선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 인사이더’인 로저스 등은 공화당의 외교 기조를 인수위에 접목하려 했지만 트럼프를 오랫동안 지킨 원조 캠프그룹은 반대하고 있다. 대(對)러시아 정책이 대표적이다. ‘워싱턴 인사이더’들은 러시아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원조 측근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선 공신 간 자리다툼도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외교 경력이 전무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거론되는 게 대표적이다. 줄리아니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위원회 행사에서 “법무장관을 하지 않겠다.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가 국무장관을 하면 잘하겠지만 더 좋은 선택이 있다. 바로 나다”라며 자신의 희망 사항을 밝히기까지 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에서 지지자로 선회한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도 이날 “나는 안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밖에서 일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내각 인선 회의를 가진 뒤 트위터에 “각종 인선을 앞두고 매우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올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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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측 “中기업 등 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자문역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사진)은 15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퓰너 회장은 공화당 및 트럼프 측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방미 중인 새누리당 나경원 정병국,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등을 만나 “지금의 대북제재 외에 추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나 의원 등이 전했다. 그는 또 “한미동맹에는 어떤 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동맹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그것은 있을 수 없다”며 “핵과 재래식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이중능력 전략기(dual capable aircraft)’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핵을 배치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늘 긴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의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국인의 안보 불안을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굳게 지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북핵 문제에 대해 톱 어젠다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 조슈아 볼턴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 안보 측면에서는 기본 노선을 바꾸기 어렵지만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는 취임 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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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측, 북핵 제재 강조 “核전략자산 한반도 배치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자문역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퓰너 회장은 공화당 및 트럼프 측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방미 중인 새누리당 나경원, 정병국,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등을 만나 "지금의 대북제재 외에 추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나 의원 등이 전했다. 그는 또 "한미동맹에는 어떤 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 동맹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퓰너 회장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는 "그것은 있을 수 없다"며 "핵과 재래식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이중능력 전략기(dual capable aircraft)'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핵을 배치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늘 긴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의 전략자산을 추가 배치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국인의 안보 불안을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굳게 지킨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북핵 문제에 대해 톱 어젠다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 조슈아 볼턴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기본 노선을 바꾸기 어렵지만 경제와 통상 분야에서는 취임 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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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회원국 계속 보호”… 안보 실용주의로 몸 낮춘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대선 기간 밝힌 것과 달리 세계 최대의 단일 안보협의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보호에 계속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한 데 이어 또다시 자신의 안보 공약을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이익이 걸린 아시아와 유럽, 두 핵심 지역에서 동맹국을 기반으로 한 안보 틀을 유지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당선인이 10일 자신과의 회동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전략 관계와 나토를 유지하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나토 방위공약 준수 의사를 밝혔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나토에 대한 미국의 결의는 약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갖는 군사적·외교적 관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운동과 대통령직 수행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 회견 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날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순방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독일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의 나토에 대한 안보 의지를 전달할 방침이다. 나토는 1949년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영국 등이 주도해 만든 협의체로 28개국이 가입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때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독일 터키 등 나토 회원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나토는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내게 돼 있는데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을 포함한 5개국밖에 없다. 그는 7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발트 3국 등 유럽에서 나토군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나라들이 우리에게 자신들의 할 바를 다 했는지 따져본 뒤에 도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미국이 유럽에서 철군하거나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대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나토 동맹국은 서로 방위하기로 엄숙히 약속했으며 이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이다. 안보 보장이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잇달아 말을 바꾸는 것은 이슬람국가(IS) 퇴치 등 국제분쟁 이슈뿐 아니라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검토 등 국내 및 통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통한 글로벌 안보 틀을 당장은 바꾸기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루크 코피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안정적인 유럽은 미국 국익을 위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동맹들에 방위비 분담을 제대로 설득해서 (트럼프 선거 구호처럼) 나토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대선 기간의 레토릭(정치적 수사)을 거둬들여야 한다”며 “임기 동안 미국은 아시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아시아에 설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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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일 핵무장 용인론’ 번복… “그런 말 한 적 없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대선 기간 언급해온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뉴욕타임스(NYT)는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부정직한 이들인가.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동맹국 핵무장에 대한 과거의 허용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대선 때 논란을 일으킨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해 그가 내놓은 한반도 방위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한국 핵무장론을 조기에 진화하고 방위비 증액 요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의 13일 발언은 자신의 외교정책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반박하는 가운데 나왔다.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뒤집은 것이다. 그는 TV 토론 과정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비판하자 “거짓말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3월 25일 NYT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이며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9일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도 “북한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일정 시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의 ‘미치광이’(김정은)에 맞서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의 형편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일이 자체 핵무장에 나서면 미국이 핵우산 등 억제력 제공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에 따른 것이다. 이를 뒤집는 이날 발언은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하나인 핵 비확산을 정면으로 거슬러 워싱턴 정가에서 “트럼프는 외교를 잘 모른다”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트럼프’가 아닌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책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대선 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일부 주요 공약에 대해 이전보다 후퇴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가 정권 인수 과정을 거치며 내놓을 구체적인 아시아 안보 구상을 봐야겠지만 이날 발언은 미군의 핵우산 제공을 축으로 하는 한미일 안보동맹 체계를 큰 틀에서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경제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사실상 폐기한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 축까지 흔들 경우 아시아권에서 중국의 굴기(굴起)를 제대로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연합 방위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를 더 내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피터 후크스트러 전 연방 정보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 이슈에 대해서는 한일과 협상해 나갈 것이며 공평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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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비서실장에 ‘워싱턴 인사이더’ 프리버스 임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장 중요한 첫 인선에서 ‘워싱턴 인사이더’를 골랐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44·사진)을 임명했다.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던 스티븐 배넌 트럼프캠프 최고경영자(CEO) 겸 브레이트바트뉴스 창업자(62)는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으로 발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스티븐과 라인스 모두 선거 때 아주 일을 잘했고, 또 역사적 승리를 일궈낸 훌륭한 자질을 갖춘 지도자들이다. 두 사람 모두 나와 함께 백악관에 들어가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몇 안 되는 공화당 지도부 가운데 한 명으로 대선 막판에는 캠프의 핵심으로 분류됐다. 트럼프는 9일 대선 승리 연설 도중 프리버스를 연단으로 불러 “(대선 캠프의) 슈퍼스타”라고 치켜세웠다. 프리버스는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 선출을 매끄럽게 조율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지난달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 후 열린 2차 TV토론 직후에도 변심하지 않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특히 변호사 출신으로 30대부터 RNC 핵심 요직을 맡았고 지금까지 RNC 위원장을 세 번째 연임할 정도로 당내 인사들과 절친해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와 의회 간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후 급속히 친(親)트럼프계로 돌변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는 위스콘신 주 고향친구 사이다. 폭스뉴스는 인선 후 “트럼프의 인선을 걱정했던 많은 미국인에게 프리버스의 발탁은 한마디로 굿 뉴스”라면서 “충성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지불하는 트럼프다운 인선”이라고 평가했다. 별명이 ‘길거리 싸움꾼’일 정도로 트럼프와 기질이 닮은 배넌은 비서실장 경쟁에선 밀렸지만 트럼프의 전략가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트럼프가 무슬림 전몰용사 부모 비하 발언으로 위기에 빠졌던 8월 폴 매너포트 당시 선대위원장을 대신해 트럼프캠프를 접수한 뒤 탁월한 이슈 선점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선 막판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라이언 하원의장에 대해 자신이 소유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지나치게 과격한 측면도 있어 트럼프 맏딸 이방카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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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일 핵무장 용인론? 그런 말 한적 없다” 번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인이 자신이 대선 기간 언급해 온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무장 용인론을 번복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뉴욕타임스(NYT)는 내가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나 부정직한 이들인가. 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핵무장 용인 시사 등 자신의 외교정책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NYT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동맹국 핵무장에 대한 과거 유연한 자세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여러 차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25일 NYT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 허용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이며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은 어쨌든 핵무장을 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의 북핵 등 아시아 관련 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기존 한미동맹의 틀은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인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안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에는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피터 후크스트러 전 연방 정보위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 이슈에 대해서는 한일과 협상해 나갈 것이며 공평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라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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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때리기’만 열올린 美진보 “밑바닥 민심 못봤다”

     “미국 시민들이 ‘이런 자격 없는 후보(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정말 끔찍한 날이다. 도시 외곽, 시골에 사는 많은 백인들의 미국에 대한 견해가 (나와)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논객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8일 대선에서 ‘자격이 없는 후보’가 당선하자 NYT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을 ‘몰랐던 나라’라고 표현했다. 공영 라디오 방송 NPR는 12일 ‘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진보 주류 미디어와 크루그먼 같은 언론인들이 왜 성난 민심을 읽지 못했느냐’는 주제의 기획 프로그램에서 “트럼프만 비난하느라 ‘트럼프 현상’의 본질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자인 한 대학교수는 “힐러리 클린턴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동부 경합 주에선 ‘4년 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찍었지만 이번엔 트럼프를 찍겠다’는 유권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NYT 등은 그들에게 ‘왜’라고 묻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올해 내내 “진보 진영이 (클린턴 당선 축하)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있다. 소외돼온 백인 남성 노동자 등이 기성 체제의 상징인 워싱턴과 월가를 향해 던지는 ‘인간 화염병’이 바로 트럼프”라고 경고했지만 진보 엘리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진보 진영의 집단사고, 또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메아리를 만들어 내는 방)’ 현상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류 미디어는 말할 것도 없고 TV 연예계와 할리우드 영화계, 스포츠 등 대부분의 영역을 진보 이데올로기와 진보 인사들이 장악하면서 일반 민초(民草)들과의 소통은 꽉 막혀 있었다는 얘기다. 소외된 미국 백인의 현실을 그린 책 ‘힐빌리 엘레지’의 저자 J D 밴스는 선거 직후 “진보 진영이 일종의 ‘거품(bubble)’ 속에 빠져 양극화된 미국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명 경제학자들부터 TV쇼 진행자, 최고 인기 연예인들까지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을 보고,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살면서 주위의 클린턴 지지자들만 만나다 보면 다른 사람들(트럼프 지지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WP 칼럼니스트 마거릿 설리번도 9일 “주류 미디어 기자들은 고학력의 대도시 출신으로 진보 성향이어서 사실상 미국의 반쪽만을 보고 있었다”고 자성했다. 선거는 진보 진영의 공고했던 ‘에코 체임버’를 사실상 깨뜨렸다. 기자가 만난 한 20대 여성 뉴요커는 “내가 딛고 있던 마룻바닥마저 내려앉은 느낌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미국 시민이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백인 여성 변호사 메리 스키너 씨(56)도 “내 주위의 남성 오피니언 리더들 중 ‘트럼프 지지’를 밝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여성이어서 그들이 속마음을 숨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슬펐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로만 인식됐던 트럼프의 당선은 대학가의 젊은 진보 전사(戰士)들을 큰 충격에 몰아넣었다. 하버드대에선 선거 다음 날 예정됐던 시험이 미뤄졌고 학생들의 결석으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뉴욕주립대의 한 교수는 기자에게 “학생들의 심리 치료를 위한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제기될 정도”라고 전했다. 선거 직후부터 벌어진 주요 대도시의 ‘반(反)트럼프 시위’가 진정 기미 없이 나날이 확산되고 있고 인종 차별과 성 차별 범죄에 맞서기 위한 ‘옷핀 달기’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 진영 일각에선 “이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총체적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 진보 주간지 ‘더 네이션’은 “앞으로 이런 식의 클린턴주의(Clintonism)로는 트럼프주의(Trumpism)를 이기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클린턴주의가 기성 제도권, 진보 기득권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트럼프주의는 유권자들의 소외감을 달래며 그들로부터 정치 변화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는 풀뿌리운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잡지는 “분노하는 풀뿌리 민심에 ‘극우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는 기름을 부은 트럼프주의에 맞서려면 버니 샌더스가 주창한 인간적인 사회민주주의 비전을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후보 선택도 기성 인물인 클린턴이 아니라 신예인 샌더스였어야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한기재 기자}

    •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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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야심작 ‘TPP’ 휴지통으로… 중국은 ‘RCEP’ 가속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앞서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후 TPP 의회 비준을 밀어붙일 방침이었지만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 다수당을 석권하면서 빛도 보기 전에 TPP를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트럼프의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가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대선 결과에 따라 TPP 비준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다”며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도 현재로선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월리 아데예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부보좌관은 WSJ 인터뷰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새 무역협정은 차기 대통령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굴기(굴起)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을 모토로 세계 최대의 단일 무역협정으로 야심 차게 추진했던 TPP는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순 없다”며 TPP를 추진해 지난해 관련 국가들과 협상을 타결했다. TP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대선 유세 중에 핵심 경합 주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미 중서부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층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뜨거운 정치 이슈가 되었다. 일자리를 잃은 백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TPP에 반대한 것이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미국인들의 건전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TPP 반대를 외쳤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표를 얻기 위해 “TPP를 포함해 우리의 일자리를 죽이고 임금을 억제하는 어떤 무역협정도 중단할 것”이라며 “TPP는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있으면서 추진했던 것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중은 통상질서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패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45% 부과 등의 카드로 중국을 직접 겨냥할 참이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의 TPP 폐기를 호기로 보고 대항 카드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을 밀어붙이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중국은 올해 이미 미국 주도의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다. 상하이(上海) 국제문제연구원의 장저신(張哲馨) 연구원은 “TPP가 불발되면 미국의 세계 경제에서의 리더십도 의문시되는 반면 중국으로선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경제 관계를 심화하는 큰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RCEP 체결에 탄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 정부의 역점 대외경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19, 20일 페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RCEP의 조속한 타결을 어젠다로 제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정권인수 기간을 틈타 중국이 아태 지역 무역질서를 재편할 주도권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RCEP는 201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공동선언을 통해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뒤 지난해 말까지 타결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TPP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TPP에도 참가하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위는 TPP와 함께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취임 200일 이내에 폐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당분간 세계 통상 질서는 ‘트럼프 변수’로 기존 틀이 흔들리는 격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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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몇몇 어려운 일 논의”… 경제정책 견해차 드러낸듯

     10일(현지 시간) 오전 10시경 미국 워싱턴 로널드레이건공항. ‘트럼프(TRUMP)’라고 선명하게 적힌 보잉 757기가 착륙하자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주변에 몰려들었다. 이내 트랩이 설치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내렸다.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권 인수를 논의하기 위해 대선 후 처음 워싱턴을 방문한 것이다. 출발지인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는 당선인 예우 차원에서 트럼프 전용기 주변에 물을 뿌리는 ‘물대포 경례(water salute)’ 행사도 열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전 11시경 요원들의 삼엄한 경비를 받으면서 백악관 남쪽 잔디 마당인 사우스론에 도착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풀 기사(pool report·대표 취재한 뒤 공유하는 메모)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PEOTUS(대통령 당선인·President Elect Of The United States)’로 공식 표기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직후 승리 연설 때 입은 것과 비슷한 짙은 감색 양복에 특유의 길게 늘어뜨린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오바마 대통령과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후 “우리는 많은 다른 상황에 대해 대화했으며 멋지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은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이 회동 뒤 정권인수위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도입한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비춰보면 경기 진작방안을 놓고도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함께 협력해 우리가 직면한 많은 도전을 다루는 게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현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 회동 후 곧장 의회로 이동해 대선 막판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자신을 지지하는 데 미온적이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만났다. 라이언 의장은 의회 입구까지 트럼프를 마중하러 나왔고 자신의 집무실 밖 발코니에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워싱턴 시내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달라진 트럼프 당선인의 입지를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라이언 의장은 회동 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말로 그치지 말고) 실행에 옮기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드리운 수많은 규제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에서 “오늘 워싱턴에서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궁합(chemistry)도 아주 좋았다”고 대선 후 첫 워싱턴 입성 소감을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대선 기간 중 물고 늘어졌던 힐러리 클린턴의 가족재단인 클린턴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 의지를 밝혔다. 새 내각의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0일 폭스뉴스에 “클린턴재단의 의문스러운 재정에 대해 조사하지 않으면 향후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수사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이 무죄인지 유죄인지 사법 시스템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 퇴임 전 수사 개입에 반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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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대권력 다진 中-日-러… 아시아 패권 놓고 트럼프와 ‘밀당’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4대 강국은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지도자의 리더십을 갖추게 됐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자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열강들의 국제정치적인 원심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4대 열강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한반도의 미래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동중국해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암시한 고립주의적 대외정책을 현실화할 경우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내에 자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최고로 높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 역시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아시아는 북한 문제에 공조하고 있고 일본은 영토 문제를 놓고 러시아와 밀월 관계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환경이 하루가 달리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 농단이라는 미증유의 스캔들로 동력을 상실해 국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국의 ‘슈퍼 스트롱 맨’들이 벌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패권 경쟁이라는 체스 판에서 한국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지지율 탄탄한 4강 정상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인 성난 백인 남성(앵그리 화이트 맨)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강력한 대외정책을 밀어붙일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했다. 백악관은 물론이고 연방 상원과 하원까지 싹쓸이한 트럼프는 민주당의 저지를 뿌리칠 권력구조를 부여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3년을 지나면서 더욱 공고한 권력 집중화를 이뤄냈다. 시 주석은 이미 대선배인 덩샤오핑(鄧小平)을 넘어 마오쩌둥(毛澤東)의 권력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발표된 ‘공보’(公報·결과문)에서 시 주석에게 ‘핵심(核心)’이라는 칭호가 부여된 것은 시 주석의 공고한 입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021년 8월까지 임기를 연장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보수 진영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포스트 아베’의 부재와 지리멸렬한 야당 덕에 국내 지지율이 60%를 웃돌 정도로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다진 상태다.   ‘원조 마초 맨’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내 미국과 대립해 오면서 국내에선 오히려 지지 기반이 강화됐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85%에 육박한다. ○ 트럼프 대외정책의 불확실성에 촉각 이들 4대 강국의 정상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일 권력투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변화의 시발점인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특히 대(對)아시아 정책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과거보다 미국의 대외적 개입을 줄일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동시에 ‘강한 미국의 재건’을 주창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의 힘을 과시하거나 탄력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층의 성향으로 볼 때 미국이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대외 개입을 줄이거나 선택적으로 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5월 실시한 조사 결과 미국인의 57%는 “미국은 국내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하고 다른 나라 일은 (그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고, 37%만이 “미국이 글로벌 분쟁에 개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 상대국이 있는 상황에서 무모한 고립주의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국익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공약과 배치되는 것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트럼프 독트린’은 고립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제한적 고립주의를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의 경우도 트럼프는 중국의 굴기(굴起)를 막기 위해 남중국해에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 개입을 하더라도 미국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을 통해 해당 지역 동맹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가 달고 있는 전제 조건이다. ○ 트럼프-시진핑 충돌 불가피 중국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시 주석은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전문을 보내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 관계 유지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중미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당선인과 함께 이런 노력을 해나갈 것을 기대하며 서로 충돌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으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미중 양국이 서로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공존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의 갈등 고조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강력한 권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 행정부와 아시아권에서의 패권 경쟁에 뛰어들 게 확실하다. 대선 기간 내내 중국을 ‘일자리 강도국’ ‘환율조작국’으로 비난해 온 트럼프가 경제 전쟁을 걸어올 경우 응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질 미중 격돌의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과정에서도 한국의 참여 정도를 놓고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 취임 초기부터 한국은 시진핑과 트럼프라는, 과거 미중의 어느 정상보다 마초 기질이 강한 두 슈퍼파워를 상대로 국운이 걸린 힘든 줄타기를 해야 할 형편에 놓여 있다.○ 기대 큰 아베와 푸틴 이에 비해 아베 총리는 한층 강화된 국정 장악력을 발판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조성된 한미일 3각 동맹을 넘어 한국을 제치고 ‘신(新)미일 밀월 관계’를 한층 강화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의 우세가 확연해지자 즉각 보좌관을 미국에 급파하고 아베 총리 본인도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기로 하는 등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리아 내전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들과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일본, 터키, 인도 정상과 잇달아 회담을 갖고 있다.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트럼프까지 당선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푸틴 대통령은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전문을 보내 “위기 상황에 처한 미-러 관계 개선, 국제 현안 해결, 국제 안보 도전에 대한 효율적 대응 방안 모색 등에서 공동 작업을 해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 외교, ‘퍼펙트 스톰’에 갇히나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당선 직후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선 기간 보여준 것과는 다른 인식을 보였다. 하지만 동맹관계 재정립, 협상을 통한 최선의 결과물 도출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미 동맹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흔들리는 리더십과 지속되는 북핵 위기를 틈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자신의 핵심 공약을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이를 방어할 명분이나 외교적 기제가 마땅찮은 게 현실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정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이 전례 없이 강한 주변국 정상들의 압박과 요구에 민낯 그대로 노출될 상황에 빠졌다”며 “한 번도 겪지 못한 ‘퍼펙트 스톰’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도쿄=서영아 /파리=동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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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의 ‘오바마 지우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주도한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정권 인수를 협의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진 뒤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측이 정권 인수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오바마 레거시(유산)’ 지우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이날 홈페이지에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지하고 새 법률로 대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수팀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금융회사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금융규제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당선 직후 대표적인 규제 법안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공약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내놓은 것에 비춰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에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등도 얼마든지 실제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당초 예정됐던 15분을 훌쩍 넘겨 1시간 반가량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이 나라가) 이룩한 정말 위대한 일들과 몇몇 어려운 일을 포함해 여러 상황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몇몇 어려운 일’은 오바마케어를 비롯해 이란 핵 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트럼프가 반대해 온 오바마 어젠다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더 많이 만날 것을 고대한다”고 말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 위대한 나라가 직면한 많은 이슈를 놓고 내 팀과 함께 일하는 데 관심이 있어 아주 고무됐다. 대화는 매우 훌륭했고 폭넓은 사안을 다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회동 후 의회로 건너가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를 잇달아 만나 순조로운 정권 인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을 당부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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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트럼프 격랑, 흔들리는 세계질서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 아래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대외적 개입을 줄이는 고립주의 성향의 외교정책 기조를 밝혀 온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정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리더십 변화는 자유무역과 민주주의 확산,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세계평화 유지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질서를 크게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 온 아시아 중시 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트럼프가 이끌 미국호(號),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국과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 “한국 정부는 안팎의 모든 채널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강화에 힘써야 한다. 새 행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69)은 미국 대선 다음 날인 9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이익에 반(反)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를 감행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속내를 100% 알기 어렵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본인도 어떻게 동맹관계를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락 석좌는 그러나 트럼프 시대 한미관계의 또 다른 쟁점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이슈에 대해서는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의 제1원칙이 ‘협상을 통한 더 나은 결과물 산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한미 양국은 2017년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재협상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진다. 아마 지금보다는 분담금을 더 늘리려 할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대선 기간에 동맹들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대해서는 “최대 외교 현안 가운데 하나지만 역시 취임 후에나 본격적으로 구체화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트럼프는 이 문제와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 적극적인 군사·외교적 개입과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한 극적인 ‘그랜드 바겐세일’을 노릴 가능성도 내비쳐 왔다.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폴락 석좌는 트럼프 당선인이 아시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는 원고를 다듬고 있었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이자 여야를 넘나들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지한파(知韓派)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아시아재균형 정책)’을 공론화하기 이전인 2006년 자신의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Korea-The East Asian Pivot)’를 통해 ‘pivo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 당선인이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재균형 정책’을 이어갈 것인가. “오바마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트럼프 당선인이 이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어도 이름은 바꾸었을 것이다. 다만 아시아는 미국에 가장 중요한 단일 지역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도 이곳에서 미국의 힘을 더 발휘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큰 틀에서 ‘아시아 중시’ 정책은 이어질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일단 ‘고립주의’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아시아를 중시하면서도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 아닌가.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 구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국내 정치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인들에게 ‘당신들에게 더 신경을 쓰겠다’는 메시지를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에 담아낸 것이다. 눈여겨봐야할 것은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는 사실이다. 원칙을 정해 놓고 모든 이슈를 그 틀에서 해석하기보다는 협상과 거래(deal)를 통해 순간순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권 인수 기간에 아시아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지정학적 가치를 지금보다 더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가치는 트럼프가 중시하는 돈 문제로도 직결된다. 아시아에서의 ‘고립주의’는 트럼프에게 손해 보는 장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남중국해 이슈, 북핵 해법을 놓고 미중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의 미중 관계는 어떨 것인가. “미국의 힘은 정체되거나 줄어들었지만 중국은 굴기(굴起)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수직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글로벌 패권을 놓고 파열음은 불가피했다.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시해 왔다. ‘중국이 미국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를 강간하고 있다’고 말했고, 논란의 소지에도 중국을 명백한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했다. 관건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어떻게 나올지에 달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처럼 ‘신형 대국(大國) 관계’를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밀어붙인다면 집권 초반 마찰은 불 보듯 뻔하다. 평생 사업을 하며 경쟁해 온 트럼프가 초반부터 기 싸움에 밀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너선 폴락 미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대행 겸 선임연구원△ 저서 ‘한국, 동아시아의 중심축 국가’   ‘출구가 없다-북한과 핵무기, 국제 안보’ 등● [美-日 석학에게 듣는다]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국가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일본이다. 일본은 트럼프의 당선에서 어떤 위기를 느끼고 기회를 찾아내고 있을까. 10일 일본 내 미국 연구 일인자로 꼽히는 구보 후미아키(久保文明·60) 도쿄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아베 신조 총리의 행보가 예상보다 빠르다. “잘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유세 과정에서 언동을 보면 무지에 기초한 것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부터 이 기회에 자주국방을 하자는 말이 나오는데….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해 애써 왔던 일본으로서는 트럼프 정권 탄생은 충격이다. 정면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민주적 프로세스로 당선됐다. ‘미국에 의존할 수만은 없다. 일본은 일본대로 국토를 지키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다만 개헌을 한다고 해도 중국 한국이 우려하는 것처럼 일본이 과거의 제국주의 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 외교나 방위 위주의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을 실행에 옮기면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직은 어떤 판단도 성급하다. 우선 어떤 인물이 관료나 측근이 되느냐, 특히 국방장관, 국무장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누가 맡느냐를 봐야 한다. 그의 주변에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 존 볼턴 전 유엔대사,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와 달리 국제주의자이고 매파다. 이런 사람들이 외교 안보를 맡게 된다면 한국이나 일본도 한숨 돌릴 수 있다. 가령 깅리치 같은 사람은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이들에게 정책 운용을 전적으로 맡길 것인가도 관건이다. 일일이 끼어들어 자기 생각을 실현하려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유업(遺業)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트럼프 집권으로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TPP가 무산되면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힘이 빠지는 것 아닌가. “TPP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중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TPP 없이도 정치, 외교 안보에만 한정된 아시아 재균형은 성립 가능하다. 물론 함께할 경우 더욱 강력하다. TPP에는 중국 주도의 국제통상 질서는 곤란하다는 안전보장상의 함의가 들어 있다.” ―자국 제일주의, 고립주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은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는데….  “경제 문제가 크다. 일자리가 줄고 격차 문제가 더해지고 계층이 고정화되고. 여기에 불법이민 문제가 기폭제가 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경우도 같았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할 힘이 약해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 글로벌리즘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 세계화는 강자의 이론이고 엘리트의 이론이다. 현실에서는 하나의 정책에 의해 돈을 더 버는 사람, 피해 보는 사람이 엇갈린다. 루저(loser)가 되는 사람의 불안과 분노, 여기에 대한 배려와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을 은근히 반기는 것 같다. “트럼프의 언행을 보면 중국에 대한 비판은 통상정책에 한정돼 있다. 중국 입장에선 통상에서 조금만 양보하면 남중국해 패권 확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할 것이다. 지금 일본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실시했던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트럼프 정권이 중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는 일본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인데, 볼턴이나 깅리치가 전면에 나서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밖에서 보자면 한국이 중국에 대해 너무 기대를 하거나 낙관적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인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는 미국도 일본도 하고 있지만 과도한 의존은 안 한다. 한국과 중국의 안전보장의 기조는 전혀 다르다.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 생산적이고 국익에 부합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도 상황을 보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속이기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제 정세하에서 행동할 찬스라고 오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한미일 협력 태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보 후미아키 도쿄대 교수△ 도쿄대 법학 박사△ 쓰쿠바대 교수, 게이오대 교수△ 미국학회 회장, 일본국제포럼 정책위원△ 저서: ‘미국에게 동맹이란 무엇인가’ ‘미국 정치를   지탱하는 것―정치적 인프라스트럭처 연구’ 등 다수.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20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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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 가치에 ‘억눌렸던’ 백인 보수층, 트럼프 등장에 해방감

     “만일 동성애자 커플이 자신들의 결혼식에 쓸 피자를 우리 가게에서 주문한다면 난 ‘안 된다(No)’고 하겠다.” 지난해 4월 미국 인디애나 주 워커턴의 ‘메모리스 피자’ 주인 크리스털 오코너 씨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동성 결혼을 옹호하고 동성애자 차별에 반대하는 진보 진영의 거센 공격을 받았다. 무차별 사이버 공격은 물론이고 ‘가게 방화(放火) 결행단’ 조직까지 추진됐다. 오코너 씨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결혼에 반대할 수 있는 ‘종교자유보호법’ 찬반 논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일 뿐이었다. 온·오프라인상의 공격과 협박으로 가게 운영이 힘들게 되자 일부 보수 인사들이 오코너 씨를 돕기 위한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불과 이틀 만에 84만 달러(약 9억6600만 원)가 모였다. 9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에게 압도적 몰표를 던진 대표적 집단이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도’(81%)이다. 이들이 메모리스 피자 가게에 ‘조용히’ 성금을 보낸 ‘침묵하는 다수’였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짓눌러 온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때문에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못해 온 ‘소심한(Shy) 트럼프 지지자’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PC는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적인 언어나 소수자 및 약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표현을 바로잡으려는 진보적 사회운동이다. 1980년대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뒤 영향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으로 확산됐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종교색이 짙은 표현이어서 안 되고 ‘해피 홀리데이(행복한 휴일)’란 인사로 대체하는 식이다. 대변인(spokesman)의 ‘-man’이 남성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립적인 ‘spokesperson’으로 쓰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PC와의 전쟁’을 선거 캠페인의 대표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는 “기성 워싱턴 정치인들은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문제의 핵심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미국은 망가지고 있다”고 외쳤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가 PC의 사회적 강요에 질린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나는 내가 쓰는 단어나 표현 때문에 누가 상처받을까 걱정해야 하는데 내가 PC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이나 상실감은 아무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독설과 직설은 그들에겐 ‘내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복음’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7월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의 무려 83%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PC 관련) 말 한마디 때문에 너무 쉽게 공격받는다’는 인식을 보였다. 반대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 지지자의 59%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더욱 말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PC에 대한 인식이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PC에 대한 거부감은 남자(68%), 백인(67%)일수록 높았다. 반면 흑인의 67%는 PC가 존중돼야 한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여자는 거부감(51%)과 지지 의견(46%)이 엇비슷했다.  특히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 동안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등 흑백차별 반대 시위, 성적 소수자(LGBT) 인권 존중 강화, 동성결혼 합법화 등으로 ‘PC의 압박감’이 훨씬 컸다고 느끼는 백인들이 더욱 많아졌다. 그들이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대반격에 나선 셈이다. 버니지아 주 페어팩스에 사는 백인 스포츠칼럼니스트 보 듀어 씨는 9일 기자에게 “오바마 행정부 동안 나는 일종의 짓눌림을 느껴 왔다. 대학 나온 백인이라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야 제대로 대우받는 분위기가 점차 부담스러워졌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찍었다. 미국 건국의 토대인 기독교적 가치, 보수의 대표적 상징인 애국주의가 사회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었는데 트럼프의 ‘PC와의 전쟁’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외침이 듀어 씨 같은 백인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미국 내 적지 않은 중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미국 성조기 게양조차 삼가기도 하고, 일부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미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성조기에 대한 경례 거부로 표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옹호했다. 올 4월 미 재무부는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현재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7대)에서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2∼1913)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 민주 공화 경선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트럼프만 “PC의 또 다른 나쁜 사례”라며 “잭슨 전 대통령도 미국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를 앞면에 그대로 두고 터브먼은 새로운 단위의 지폐를 만들어 모델로 세워도 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월가 대형은행의 한 백인 임원은 “그 전까지 내 주위의 고학력 고소득 백인들은 트럼프를 우습게 봤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판은 매우 합당한 것이었다. 그때가 트럼프에 대한 백인의 지지세가 저학력 노동자에서 고학력 화이트칼라까지 확장된 순간”이라고 말했다.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한기재 기자}

    •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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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측 “미군 주둔비 문제, 韓日과 단도직입적으로 논의”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70)이 대선 이전과는 다른 포용의 메시지를 잇달아 던지며 본격적인 정권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대선 내내 막말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못 참는 불같은 기질을 보였지만 최고경영자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이 정권 인수 기간에 대통령의 자질을 새롭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10일(현지 시간) 오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선 후 첫 회동을 갖고 정권 인수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수 준비 작업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 매끄러운 인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9일 트위터에 “잊혀진 사람들이 다시는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함께할 것”이라며 승리 수락 연설에 이어 다시 한번 포용의 메시지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트럼프 당선인이 여러 면에서 의견이 다르다는 점은 비밀도 아니다. 하지만 성공적이고 매끈한 대통령직 인수가 이뤄지도록 백악관의 모든 직원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 다음 날인 9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선거캠프가 있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정권 인수 준비 작업에 몰두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권인수팀의 세부 조직을 확정해 가동에 들어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팀은 론 니콜 보스턴컨설팅그룹 고문이 총괄한다.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 의원이 외교를, 오하이오 주 국무장관을 지낸 켄 블랙웰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 등 국내 문제를, 캠프에서 활약해온 키스 켈로그 예비역 미 육군 중장이 국방 분야를 맡는다. 트럼프는 분야별 인수팀과 별도로 주요 부처별로 인수팀을 두기로 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은 가장 중요한 부처인 국무부 인수를 담당하고, 로펌인 ‘윌리엄스 앤드 젠슨’의 스티브 하트 대표 변호사는 노동부를 인수한다. 셜리 이바라 전 리즌 재단 선임연구원은 교통부 인수를 담당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새롭게 드러난 인수팀 핵심 멤버 중 오래전부터 트럼프 캠프에 관여한 로저스를 제외하고는 워싱턴 정가에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 절차가 가속화하면서 트럼프가 대선 전 밝힌 ‘취임 후 100일’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펜실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한 연설에서 취임 첫날 오바마 행정부의 대표적 무역협정 중 하나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고 각종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0만 명 이상의 불법이민 범죄자에 대한 추방을 시작하며 이민심사를 안전하게 할 수 없는 국가로부터의 이민자 수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캠프의 선임자문역인 알렉산더 그레이와 자문역인 피터 나바로는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기고문을 싣고 “트럼프는 서울과 도쿄가 미군의 자국 주둔을 지원하는 추가적인 방법을 두 나라 정부와 단도직입적이고 실용적이며 정중하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 두 나라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증액을 주장해온 트럼프가 선거 유세 때 한 공약을 빈말로 두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길 것이라는 얘기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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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성정치를 향한 분노… ‘앵그리 화이트’ 일 냈다

     8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대선 투표소가 설치된 미국 버지니아 주 비엔나 시의 한 초등학교.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인 앤서니 로버츠 씨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뒤로 갔다. 그리고 자신이 준비한 ‘트럼프-펜스’ 푯말을 땅에 꽂았다. 기자가 “트럼프를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트럼프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기존 질서, 기성 워싱턴 세력에 다시 미국을 맡긴다? 이건 더 악몽이다”라고만 말했다. 예상을 뒤엎고 공직 경력이 전무한 ‘워싱턴 아웃사이더’ 부동산 재벌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만큼 미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CNN이 이날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 기준과 관련해 응답자의 38%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이력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갖고 있는 ‘풍부한 경험’과 ‘판단력’은 각각 22%에 그쳤다. 미국인들이 선택한 변화는 기성 워싱턴 정치 세력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공화당 간의 정쟁이 일상화된 정치 시스템에 대한 염증이 정치 경력이 전무한 트럼프를 통해 분출됐다는 것이다. 대선 직전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 추가 수사 결정도 “클린턴은 기성정치에 얽힌 사람”이란 인식을 확산시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기이한 이력에 가려 미국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얼마나 큰지 못 봤다”고 고백했다.  선거에서 폭발한 변화에 대한 열망은 미국이 그동안 추구해 온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까지 겨냥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민주주의를 이끌어 왔지만 이젠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더 이상 예외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를 강타한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위기로 중산층이 무너졌고,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과의 무역전쟁에서 종종 손해를 보는 미국이 앞으론 ‘세계 경영’보다는 ‘미국의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트럼프의 캐치프레이즈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바로 이런 미국인들의 요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인들, 구체적으로는 최대 인종인 백인들의 삶을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중동 등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분쟁에 개입하면서 정부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실속을 차려야 한다는 ‘고립주의’를 외친 구호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히스패닉 인구가 밀집한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승리하고,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러스트 벨트’(중서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사는 백인 노동자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 CNN 등 주류 언론들은 표심 깊숙이 스며든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우리끼리 잘살자’는 것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미국 사회의 또 다른 불문율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적 올바름을 거부한다”고 선언한 트럼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꼈고 선거에서 ‘침묵했던 다수(silent majority)’로서 트럼프를 백악관 주인으로 만들어냈다.  이제 미국은 트럼프 전과 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미국만을 우선하는 보통 국가로 남을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세계를 주도하게 될지 지구촌의 시선이 워싱턴으로 쏠리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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