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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행운동 주민 이영란 씨(34)는 요즘 다섯 살과 16개월 된 두 딸을 데리고 매일 오후 동네의 ‘책이랑 놀이랑 작은도서관’을 찾는다. 알록달록한 놀이기구와 어린이 도서 5500여 권으로 꾸며진 이곳에 아이들이 푹 빠졌기 때문이다. 낡은 복지센터 건물 2층을 리모델링해 만든 도서관은 잘 꾸민 어린이집 같다. 중앙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대형 놀이기구가 놓여 있다. 아이들은 바닥에 깔려 있는 유아용 매트 위 여기저기서 책을 보고 있었다. 11일 도서관에서 만난 이 씨는 “유치원이 끝나면 아이들과 곧장 도서관으로 온다”며 “아이들이 책을 놀이처럼 쉽게 접하면서 동시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시내 25개 구청 중 17위. 재정자립도가 높은 다른 자치구처럼 주민들을 위해 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때문에 ‘걸어서 10분 거리 작은도서관’을 목표로 누구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동네 작은도서관을 확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관악구가 운영하는 구립 작은도서관은 21개, 주민센터에 설치된 새마을문고와 학교도서관까지 포함하면 관악구 내 도서관은 총 111개에 이른다. 2011년 관악산 입구에 들어선 ‘관악산 시(詩) 도서관’은 매표소로 사용하던 낡은 공간을 개조한 것. 시가 외면당하는 요즘 국내외 시집 4100여 권을 보유한 독특한 공간이다. 주말이면 이 도서관은 관악산과 시를 한꺼번에 즐기려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구청 청사 구석을 활용한 ‘용꿈꾸는 작은도서관’은 도서 1만2000여 권과 열람석 70석을 구비했다. 11일 찾은 이 도서관 열람석은 빈 자리가 없었다. 주민들이 계단 구석구석까지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낙성대공원 안에는 빨간색 컨테이너 모양의 ‘낙성대공원도서관’이 들어섰다. 신림로3길 구립도서관 1층에는 취업 정보 관련 도서 1300여 권을 따로 모아놓은 취업도서관 ‘잡 오아시스’가 설치돼 취업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다. 난우10가길 골목에는 낡은 경로당을 새로 단장한 ‘고맙습니다 하난곡 작은도서관’이 자리 잡았다. 어린이 도서 약 3200권과 다문화 어린이 및 부모를 위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된 아동, 육아용 도서 80여 권을 비치했다.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책이랑 놀이랑 작은도서관의 김혜정 사서는 “유아와 부모들을 위해 운영하는 책 놀이 프로그램은 동네 부모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신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구내 도서관들을 연결해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찾는 책이 없을 때 다른 도서관에 신청해 받아보는 상호대차 서비스,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예약해 지하철역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U-도서관 서비스’가 인기다. 예약한 책 배달이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으면 지하철 무인도서반납기를 이용해 책을 빌리고 반납할 수 있다. 이 같은 관악구의 ‘지식복지’ 실험은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신문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어린이들이 책을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과 취업정보까지 제공하는 점에 주목해 한국의 매력적인 지역 도서관으로 관악구 도서관을 꼽았다. 도서관 주소 등 자세한 정보는 관악구 통합도서관 홈페이지(lib.gwanak.go.kr) 참조.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믿을 수 있는 김장 재료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직거래 장터가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서울 마포구는 각종 김장 재료를 포함해 국내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마포나루길 농특산물 장터’를 14, 15, 21, 22일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 마포주차장 내 토정카페에서 연다. 강원 원주시의 배추, 무 등 김장 재료와 경기 김포시에서 당일 수확한 상추와 시금치, 오이도 구입할 수 있다. 양천구는 15일 오전 9시∼오후 5시 양천공원에서 전남 순천시 등 전국 9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김장철 직거래 장터’를 개장한다. 판매 품목은 김장에 필요한 배추, 무, 젓갈류 등이며 과일류와 축산물도 구입할 수 있다. 김장 담그기 시범 행사가 열리고 참여 자치단체별 시식코너도 마련된다. 서대문구도 15일 오전 10시∼오후 5시 구청 광장에서 ‘김장 직거래 장터’를 열고 배추, 절임배추, 총각무, 고춧가루, 젓갈류 등 각종 김장 재료를 시중가보다 10∼30%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장터에는 자매결연 지자체인 전북 완주군, 충남 아산시, 전남 여수시 등 전국 8개 시군이 참여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노약자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이동에 힘이 드는 주부들을 위해 서울시내 산과 숲의 문턱이 낮아진다. 서울시는 최근 개통한 강동구 고덕산과 서대문구 안산을 포함해 내년까지 시내에 근교산자락길 13곳의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근교산자락길이란 주택가 주변 낮은 산자락 숲을 따라 폭이 넓고 경사는 완만한 길을 조성해 평소 산을 오르기 힘들었던 보행 약자들이 쉽게 산이나 숲 속을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다. 서울 서대문구는 13일 휠체어와 유모차가 장애물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무장애 자락길인 안산자락길을 완공해 개통한다. 말 안장을 닮아 안산(鞍山)이라고 이름이 붙은 서대문구 안산은 높이 296m로 서울 남산보다 높다. 서대문구는 서울 자치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이 5위(전체 인구의 13.7%)일 정도로 노령 인구가 많아 편한 산행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서대문구는 2010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3차에 걸쳐 약 3년 만에 서울에서 유일한 전 구간 무장애 자락길을 만들어냈다. 코스는 시범아파트철거지∼한성과학고∼무악정∼연흥약수터를 잇는 총 7km 구간.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12일 시청에서 “자락길을 둘러본 장애인으로부터 평생 자신의 힘으로 처음 숲에서 산책을 해보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무장애 숲길에서는 발에 걸리는 것이 없어 비장애인들도 시선을 자유롭게 두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길은 폭 2m, 경사는 9도 미만으로 유모차나 휠체어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길 바닥을 평평한 목재 덱이나 친환경 마사토를 이용해 다졌다. 휠체어가 방향을 틀거나 양 방향에서 사람이 오가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100m마다 폭 3∼4.5m의 쉼터도 만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자락길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대략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자락길 인근에는 북 카페와 전망대, 연희 숲속 쉼터 등이 있다. 지하철 3호선 홍제역 인근 서대문구청과 서대문자연사박물관, 3호선 독립문역 독립공원에서 무장애 코스가 시작된다. 고덕산자락길, 안산자락길에 이어 올해 말까지 △동대문구 배봉산 △동작구 서달산 △종로구 인왕산에 새 자락길이 열린다. 안산자락길처럼 전 구간이 무장애 길로 조성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이 무장애 숲길로 조성된다. 12일 개통한 고덕산자락길은 총 4km 구간 중 경사가 완만하고 숲이 잘 조성된 고덕동 평생학습관∼고덕중 0.8km 구간이 무장애 숲길로 조성됐다. 동대문구 배봉산연육교∼동성빌라 뒤로 이어지는 동대문구 배봉산자락길은 총 2.7km 중 0.8km가 무장애 구간이다. 자락길 중간에는 넓이 7000m²의 유아숲 체험장도 조성됐다. 동작구 숭실대 뒤편 서달산자락길은 무허가 건물 1동을 철거한 뒤 진입광장을 만들고 잣나무산림욕장을 이용해 산림욕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총 1.5km 구간에 무장애 구간은 0.5km다. 내년 중에는 △중랑구 용마산 △강서구 개화산 △구로구 매봉산 △노원구 불암산 등 무장애 구간을 포함한 자락길 총 4곳이 추가로 개통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노원구가 수락산 동막골 국궁장 인근에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유아 숲 체험장’을 열었다. 노원구는 상계3·4동 산155-1 일대에 조성된 숲 체험장을 12일 개장한다고 11일 밝혔다. 1만3000m² 넓이로 꾸민 체험장에는 통나무 오르기, 통나무 걷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모험놀이장과 숲 속 교실,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이용해서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교구마당이 마련됐다. 아이들은 숲에서 모래나 나무, 나뭇잎을 이용해 자연과 친화적인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초화원과 계곡에서는 숲에서 자라는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노원구는 주중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기관 단위로 협약을 통한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주말에는 가족과 학부모 모임 등 개인·단체 단위로 체험장을 운영한다. 이용료는 무료. 02-2116-3943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마포구는 마포구청 12층에 구립 ‘하늘도서관’을 개관한다고 11일 밝혔다. 대강당을 개조해 만든 이 도서관은 면적 약 470m² 규모로 도서 약 3만 권과 열람석 100석을 갖췄다. 열람석은 조망과 햇볕을 즐길 수 있는 창가를 따라 아늑한 카페 분위기로 조성됐다. 낮 시간대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토, 일요일에도 개방한다. 휴관일은 월요일. 이용 문의는 02-3153-6260}

8일 중국 다롄(大連) 시 량윈(良運)호텔 3층에 마련된 서울 강남구 내 병원 12곳의 한국 의료관광 설명회 현장. 다롄 시민들과 현지 의료관광 여행사, 현지 병원 관계자 등 3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삼성서울병원, 미즈메디병원, BK성형외과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한국 병원 의사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 이번 행사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질 좋은 의료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진 중국인 환자들을 강남의 병원으로 유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강남구는 종합병원과 검진센터,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주요 병원 12곳 원장과 각 병원의 중국인 통역 전문 직원들을 대동하고 자매 자치단체인 다롄 시 중산(中山) 구를 찾았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강남구는 종합병원은 물론이고 성형, 피부, 척추 등 총 2400여 개 병원이 밀집해 중증질환부터 미용 성형에 이르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의료관광의 메카”라고 소개했다. 강남구를 초청한 중산 구 장수화(張淑華) 구장(구청장)은 “한국의 의료기술 가운데 미용 성형 분야의 우수성은 중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며 “강남구와 중국의 교류가 늘어 큰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한국 의사들에게 직접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다롄 시 현지 환자들도 눈에 띄었다. 75세의 한 노인은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에 복통이 심하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박민정 교수는 중국어 통역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과 처방전을 살펴 본 뒤 잘못된 약이 처방된 사실을 발견하고 약과 식습관에 대해 조언해 줬다. 의료관광 환자를 모집하는 현지 여행사들도 행사장을 찾아 각 병원 관계자들에게 주요 의료 서비스를 문의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설명회가 의료관광객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환자들 사이에서 불임시술로 잘 알려진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몇 년 전 러시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올해 우리 병원의 러시아 환자 관련 매출이 40억 원대로 성장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의료기술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중국 의료관광 시장에 주목해 2010년 베이징과 톈진을 시작으로 2011년 광저우, 상하이 등을 방문해 중국인 환자 유치에 주력해왔다. 강남구를 방문한 중국인 환자는 2010년 5766명에서 2012년 8295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다롄=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게 만든다는 한약을 달여 먹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에어비타 이길순 대표(49)는 결국 술로 ‘영업’을 하는 길은 포기하기로 했다.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여사장이 사업을 하려면 부품을 제조하는 많은 협력사 사장들과 자주 부딪쳐야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술자리가 생겼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남자라면 ‘형님, 형님’ 하면서 넉살 좋게 읍소도 해보고 때로는 밤새 술을 마시며 ‘맞짱’도 뜨겠지만 평생 주부로 살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에 뛰어든 이 대표가 남자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2000년 에어비타를 세우기 전 이 씨의 직업은 주부였다. ‘쓰기 편한 소형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신기술도 개발했지만 남성 위주의 시장에서 여자 혼자 사업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더 독해지기로 했다. 남자 사장들의 넉살과 주량 대신 기술력과 꼼꼼함으로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처럼 일해 보려고 했지만 타고난 자기 색깔을 버릴 수가 있나요. 생판 모르는 길을 저만의 방법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어요.” ○ 언니들의 경영사(經營史) 맨땅에서 새 사업을 일궈내는 창업은 남녀에 관계없이 힘든 일이다. 특히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벤처업계에서 여성 기업인들은 보이지 않는 벽과 싸우며 묵묵히 자신들의 방법으로 새로운 경영사를 써가고 있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설 법인 수 중 여성이 설립한 사업체의 수는 2008년 9812개(19.2%)에서 지난해 1만6742개(22.5%)로 늘었다. 개수는 늘었지만 모든 기업이 순탄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기업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 중 32.7%는 창업 후 한 번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조직 형태도 개인사업자가 96.8%로 (법인사업자 3.1%) 영세한 1인 사업장이 대부분이었다. 사업 아이템도 쇼핑몰, 요식업 등 경쟁이 치열하고 영세한 유통, 서비스업에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정부조직 등 여러 조직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여성 기업인들은 남성 기업에 비해서 많은 불리함을 겪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성 기업인들은 여성이 신생 기업을 운영하는 어려움을 ‘유리 천장’이 아니라 ‘강철 천장’에 비유했다. 여성이 사업을 경영하다 보면 깨지지 않는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는 의미였다. 수도권에서 유아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여성 사업가 유모 씨(38)는 최근 겪은 대출 과정의 ‘굴욕’을 떠올리며 하소연했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할 때마다 그저 경기가 나빠서 모든 중소기업이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금융기관에서 남편 직업을 묻고 보증을 요구할 때는 ‘남자가 운영하는 기업도 이런 대접을 받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전히 공고한 남성 위주 네트워크도 여성 기업인들을 좌절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비슷한 업종에 있는 경영인들끼리 공유하는 정보에서 소외되거나 사업 추진 중 부딪치는 난관을 툭 터놓고 상의할 만한 경험 많은 멘토가 적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젊은 남녀를 연결해 주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소시어스’를 창업한 박희은 대표(27)는 “어린 데다 여자라는 점이 결합돼 창업 초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래 남성 창업가들은 사업 경험이 많은 ‘형’들에게 전해 들어 여러 정보를 공유했지만 저는 정보를 얻거나 어려움을 털어놓을 만한 네트워크가 없었어요.” 10여 년 전 미용기기 제조업에 뛰어든 배모 씨(44)는 직장 생활을 접고 창업을 하자마자 인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와 대학 동창회에 처음으로 나갔다. 배 씨는 “동창회에 나온 친구들 중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는 나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남자 동기들은 초중고교뿐 아니라 군대, 대학, 동호회 등 여러 인맥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동창회에 가보니 일하던 여자 동기들도 대부분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되는 경우가 많아 동창회에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술’이 없으면 돈독한 관계를 맺기 힘든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 역시 여성 기업인들에게는 큰 장벽이다. 사업 파트너들과 힘들게 술자리를 가져도 동등한 파트너로 대접받기보다는 술집 도우미 취급을 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여러 어려움 중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점은 사업 파트너로 대접받기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모욕적인 가십에 시달리거나 사업 아이템의 가치가 무시당할 때였다. 남성 부하직원과 단둘이 지방 출장을 갔을 때 불륜으로 의심을 받거나 특허까지 낸 사업 아이템을 가져가고도 거래처 공장 앞에서 거래하지 않겠다며 거래처 남자 사장에게 문전박대당한 일을 토로하는 여성 사업가도 있었다. ○ 투명하고 유연한 조직이 경쟁력 견고한 장애물을 뚫고 회사의 기반을 세운 여성 기업인들에게는 어떤 경쟁력이 있었을까. 2005년 12월 2일 경기 부평시 에어비타 공장에 갑자기 불이 났을 때 공장으로 달려가는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12월 30일에 독일에 선적하기로 한 계약뿐이었다. 창업 초기였다면 주저앉아 울었겠지만 절망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박스는 한 군데 주문하면 기간 내 물량을 맞출 수 없으니 여러 군데 분산해 주문해야겠다. 독일 거래처에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타버린 제품을 아쉬워하며 울거나 절망하는 대신 머리가 빠르게 움직였어요. 사고를 당하고 사기를 당한 것도 여럿이었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냉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어요.” 이길순 대표는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여성 기업인은 오히려 남성 기업인보다 더 대범하다고 설명했다. 남성 기업인보다 더 좌절이 큰 만큼 오히려 경험이 쌓이면 더 합리적으로 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성 기업인이 중심이 된 유연한 기업 문화는 조직원들을 편하고 활기차게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조직 내외부에서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은 조직원들끼리 소통을 잘하고 기업이 투명하게 경영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이음소시어스’ 박희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내부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성이 리더로 있으면 성별이 다른 구성원들 가운데 조율하기 껄끄러운 부분들도 트러블 없이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성원을 선발할 때도 개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모였을 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인지 고려하는 것도 여성이 경영하는 기업의 특징이다. 때로는 여성이 진두지휘하는 기업이라 회사 경영이 안정적이고 투명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한다. 유아용품 제조업체 유 대표는 “수출시장을 알아보러 유럽에 갔을 때 상대 회사에서 여성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호적인 시선과 신뢰감을 느꼈다”며 “회사 경영이나 투자 방향에 대해서 설명할 때 남자 기업인보다 신뢰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라고 회상했다. 성장 과정에서 성차별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며 ‘알파걸’로 성장한 20대 젊은 여성 창업자들은 이러한 여성 기업인으로서의 콤플렉스나 좌절이 덜한 편이다. 프린트 광고업체 애드투페이퍼는 대학생들이 학내에서 프린터를 이용할 때 사용하는 종이 하단에 광고를 삽입하고 프린트를 무료로 할 수 있도록 광고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 회사 대표는 26세 여성인 전해나 씨다. 전 대표는 광고주들과 만날 때나 회사를 알릴 때 직접 뛰며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여성이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희 세대는 권위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은데 나이가 많은 분들 중에는 가끔 여자가 운영하고 이끄는 조직을 가볍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기는 해요. 여자가 말하는 ‘숫자’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벽이 느껴지긴 하지만 사업 아이템에 경쟁력이 있으면 성별은 결국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창업에 성공한 선배 여성 경영인들도 ‘여성이라 힘들 것이다’라는 한계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여성 후배들에게 ‘최대한 많이 실패하고 넘어져 볼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지원이 많이 늘었지만 처음부터 투자와 지원을 많이 받는 것은 독이라고 생각해요. 도움을 받아 얻은 건 결국 내 것이 아닙니다. 남자보다 더 많이 실패하겠지만 그 실패를 딛고 일어나면 남자보다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여름철 폭우에 서울 시내 도로 안전을 위협하던 ‘포트홀(pothole)’이 발견되면 24시간 내 복구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공하는 시내 도로는 소석회를 첨가해 더 단단하게 만들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트홀 관리 대책을 5일 발표했다. 올해 초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시내에서 발견된 포트홀은 7만1128개로 지난해 포트홀 수(4만1313개)를 훨씬 넘어섰다. 서울시는 폭우나 폭설에 따른 이상기후로 포트홀 발생 건수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연말까지 중앙버스전용차로 3개 노선을 시범 선정해 승차감 측정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한 버스를 한 대씩 투입해 포트홀이 발견되면 시로 자료를 전송해 곧바로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포트홀이 발견되면 시설관리공단과 각 도로사업소에 있는 복구팀 28개 팀을 가동해 24시간 내 응급 복구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아스팔트에 눈과 비에 강한 포장재인 소석회를 사용하고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아스콘 온도를 관리해 포트홀 발생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시는 7∼9일 서울광장과 서울도서관에서 ‘2013 서울 북 페스티벌’을 연다고 4일 밝혔다. 행사기간 동안 서울시청 시민청과 서울도서관에서는 김민웅 김진명 김형경 성석제 등 유명 작가 11명의 강연이 열린다. 9일 오후 3시 반∼4시 반 서울도서관에서는 ‘미실’의 저자 김별아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대담 프로그램 ‘휴먼 라이브러리’를 연다. 서울광장에서는 책 선물 캠페인이 열려 책 기증과 나눔 운동을 벌이는 봉사단체 ‘기적의 책꽂이’가 주제별로 나뉜 책꽂이에 시민들이 직접 기증하고 싶은 주제를 선택해 책을 기증할 수 있도록 했다. 9일 폐막식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어린이들에게 직접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마련된다. 행사정보는 홈페이지(lib.seoul.go.kr)와 02-782-8005.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자, 악보 보고 왈츠주법으로 다시 연주해보자.” 지난달 31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중계1동 주민센터 2층에서 흥겨운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주곡은 한스밴드의 노래 ‘오락실’이었다. 초등학생 8명이 악보를 보며 신나게 기타를 치고 있었다. 그 옆에서 기타를 멘 구현순 씨(52)와 이경은 씨(40)는 꼬마 연주자들의 코드 짚는 자세를 자세히 살폈다. 이 씨와 구 씨는 ‘포크기타 음악 마을학교 선생님’이다. 구 씨와 이 씨는 노원구 하모니 기타 합주단 단원이다. 각각 10년, 7년씩 활동한 베테랑으로 아이들을 둔 주부들이다. 취미 생활로 기타를 연주하던 이들은 올해 8월부터 매주 월요일, 목요일 두 차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료는 없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기타만 가져오면 된다. 을지초교 5학년 심영진 군(11)은 “엄마가 ‘기타를 배워보겠느냐’고 하셔서 오게 됐는데 지금은 기타가 피아노만큼 쉽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구 씨처럼 주민들이 교사로 참여하는 ‘마을학교’가 노원구에는 80곳이나 된다. 교사로 참여하는 주민이 350명, 수강하는 아이들은 650명에 이른다. 노원구는 올해 7월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등 학교 문제를 주민들과 함께 해결한다는 목표로 마을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이 학교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글이 적힌 현수막도 구내 곳곳에 설치해 주민 참여를 독려했다. 아이들이 방과 후에 학원에 몰려가거나 빈집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텔레비전에 몰두하는 대신 동네 주민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였다. 마을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만한 재능이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구는 북부교육지원청과 함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강의 내용을 심사한 뒤 개설을 허가하고 있다. 상업적인 강의를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강사에게는 시간당 2만 원가량의 교통비만 제공한다. 아이들은 재료비나 교재비 정도를 부담한다. 사실상 무료로 수업을 듣는 셈이다. 구청은 주민센터나 구립 도서관을 수업장소로 제공한다. 구 씨는 “아이를 다 키워놓고 봉사활동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재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며 “아이들이 잠시라도 학원을 벗어나 노래를 하며 어울리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을학교에는 영어, 논술, 토론 등 학습과 관련된 강의뿐 아니라 다양한 예체능,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돼 인기를 얻고 있다. 사설학원에서 수강료를 내도 배우기 힘든 프로그램도 많다. 상원초교 운동장에서는 현직 과학교사인 이동호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망원경으로 별과 달을 관찰하는 ‘별을 보는 마을학교’가 매달 서너 차례 열린다. 장우진 건축가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계 유명 건축물의 모형을 만들고 반려동물의 집을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하게 하는 ‘어린이 건축마을학교’를 운영한다. 노원구는 학생들의 마을학교 활동 내용을 ‘성장이력관리시스템’으로 만들어 대학교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나 기업체 입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30일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 1층 통로를 바삐 지나가던 사람들이 긴 터널 같은 전시장 안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약 150m에 이르는 지하철 아치형 천장을 따라 설치된 조명 밑에 다양한 디자인 작품이 양쪽 벽에 걸려 있었다. 두원공과대 산업디자인과와 브랜드디자인과의 졸업 전시회가 지하철 역사 내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디자인과 허시은 씨(21)는 “전시 공간이 넓고 여러 사람이 관람할 수 있어 매년 이곳에서 졸업 전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사람들로 가득한 승강장과 열차, 지하 역사는 ‘서울 시민의 분주한 생활’의 상징과 같다. 그러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다양한 지하철 내 체험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지하철역 3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약 1000m² 규모에 이르는 경복궁역 미술관과 4호선 혜화역, 2호선 서울대입구역 전시관에서는 연중 각종 전시가 열려 시민들을 사로잡고 있다. 서울메트로는 미술과 사진, 서예를 즐기는 시민들이나 동호회, 학교 졸업전시회 등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전시관을 대여해 올해 말까지 이미 전시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 있다. 지하철에서는 1년에 한 차례 예술가들의 ‘오디션’도 벌어진다. 마땅한 공연장이 없는 예술가들이 사당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수서역 등 8개 지하철역에 설치된 예술무대에 정기적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선발된 예술가들은 공연장이 설치된 역사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할 수 있다. 올해는 노래와 연주를 하는 18개 팀과 마술과 댄스 등 퍼포먼스를 하는 5개 팀이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2호선 뚝섬역 안에 있는 펜싱훈련장에서 열리는 펜싱교실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메달 행진을 이어가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서울메트로 소속 펜싱팀이 직접 펜싱을 지도해준다. 도구 착용법, 기본기 연습, 펜싱 경기 등 쉽게 배우기 힘든 펜싱을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열차 밖 시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이다. 영화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지하철 차량기지는 운행을 마친 전동차들을 정비하고 점검하는 곳. 이 차량기지를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매주 화·수·목요일 세 차례씩 준비돼 있다. 홀수 달 둘째 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서울메트로 견학 프로그램’은 차량기지 견학보다 직접 체험하는 코스가 많아 인기가 더 많다. 지하철을 직접 운전해보는 시뮬레이션 체험이 포함돼 있어 실제 지하철 기관사들이 주행 연습을 하는 곳에서 지하철 운전을 해볼 수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로마 오페라극장에서 직접 사용한 무대 의상과 디자인을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9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눈으로 듣다: 로마 오페라극장 의상, 무대디자인 100선’ 전시회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로마 오페라극장은 1880년 개관했으며 루치아노 파바로티, 마리아 칼라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이 공연한 곳.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가 초연된 것을 비롯해 투란도트, 삼손과 델릴라 등 수많은 오페라가 이곳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 극장은 예술가들이 디자인한 1만1000여 점의 의상과 디자인, 무대디자인 등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 20세기 극장 예술을 보여줄 만한 조르조 데 키리코, 자코모 만추 등 이탈리아 예술가 25명의 무대 의상 및 디자인 등 105점이 전시된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예술가와 극장 무대미술의 협업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서울에서 이탈리아 로마의 예술과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로마 오페라극장의 역대 공연 모습과 무대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무료. 02-724-0274∼6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시에서 아르바이트 채용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1∼6월) 아르바이트 채용공고 57만9082건을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 일자리 4개 중 1개가 강남3구(25.5%)에 몰려 있었다고 29일 밝혔다. 평균 시급이 가장 높은 곳은 은평구(5785원)였다. 아르바이트생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업종은 음식점으로 상반기에 총 6만2883건의 공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전체 채용 공고에서 ‘협의 후 급여를 결정’하겠다며 시급을 공개하지 않는 공고가 전체의 46%를 차지하는 만큼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시급을 주는 사례도 많다고 보고 근로 환경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청량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마음 맞는 사람과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서울시는 시간과 지역, 테마에 맞게 걸을 만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걷고 싶은 서울길’ 홈페이지(gil.seoul.go.kr)를 새 단장해 28일 열었다. ‘걷고…’는 서울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문화를 걸으면서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도보 중심의 걷기 코스를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기존 구글 지도에서 서울시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로 변경해 인근 지리 정보가 더 정확해졌고 출력하기도 편해졌다. 지도에는 △서울 둘레길 8개 노선 △한양 도성길 4개 노선 △근교산 자락길 8개 노선 △생태문화길 87개 노선 △한양지천길 33개 노선 등 서울시내 크고 작은 길 140개 노선 846km에 대한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다. 대중교통으로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코스와 가까운 지하철역, 버스 노선과 함께 코스 중간 쉬어가거나 둘러볼 만한 명소를 표시했다. 주택가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를 조성해 노약자나 가족 단위로 가벼운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만든 ‘서울 자락길’의 세부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휠체어나 유모차도 불편 없이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2014년까지 자락길 총 14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중 이미 개통한 8개 노선이 지도에 등재돼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곳은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로 총 6.2km에 2시간 반 코스다. 이 길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휠체어와 유모차도 장애물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길이다. 아까시숲, 메타세쿼이아숲, 가문비나무숲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자락길은 어디에 있든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도록 코스를 만들었다. 계절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길도 있다.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역 주변 곰달래길, 종로구 종로3가역 돈화문길 등 봄이 되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벚꽃길’과 도봉구 노해길, 보라매공원 단풍길 등 가을 낙엽을 밟을 수 있는 ‘단풍길’도 따로 분류했다. 시내 트레킹·등산로를 정리한 생태문화길은 각 구의 주민들과 트레킹 전문가가 직접 걸어보고 경사로의 완급과 전체 코스를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을 종합해 난이도를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눴다. 수락산과 불암산을 통과하는 17.8km 트레킹 코스인 서울둘레길 수락불암 코스와 송파구 석촌호수를 출발해 탄천 등 약 8시간에 걸쳐 30.21km를 걸을 수 있는 송파소리길 등이 대표적인 고난도 코스다. 걷고 싶은 길을 구별로 검색할 수 있어 빌딩으로 가득한 광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서도 가장 가까운 산책로를 찾을 수 있다. 사직공원에서 시작하는 인왕산 자락길, 단군성전에서 시작하는 인왕산 나들길은 소요시간 1시간 안팎으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짧은 길이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옆 선정릉 나들길과 서초구 서리풀 나들길도 도심과 가까운 코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시가 옛 시청사를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만든 ‘서울도서관’이 26일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1년 동안 이 도서관에서 누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서울도서관은 개관 이후 약 220만 명이 도서관을 찾았다고 28일 밝혔다. 전체 회원 5만7100여 명 중 30대가 27%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40대(23.9%)였다. 1년간 서울도서관에서 대출된 책 3권 중 1권은 문학(13만1189권·33.8%) 도서였다. 예술(16.4%)과 사회과학(14.0%) 도서가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대출된 자료는 서울의 나들이 길을 안내하는 ‘지하철로 떠나는 서울&근교여행’이었으며, 전자책을 이용한 회원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을 가장 많이 찾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시가 학교 앞 어린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차량 과속을 막기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방지턱 700여 개를 재정비한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과속방지턱 132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과속방지턱 겸 횡단보도인 ‘고원식 횡단보도’를 96개 늘리겠다고 27일 밝혔다. 어린이 통행이 많은 스쿨존에서는 통행 속도가 시속 30km로 제한되며 불법 주·정차시 과태료가 일반 도로의 두 배 수준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올해 4월 사고 다발 스쿨존을 조사한 결과 과속 차량이 많은데도 방지턱 수가 부족하거나 방지턱의 높이가 낮아 제 기능을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는 올해 5월 시내 9개 초등학교 앞에 속도측정기를 설치하고 차량 주행 속도를 측정한 결과 과속방지턱이 촘촘하게 설치된 지점의 평균 차량 속도는 약 시속 16km로 과속방지턱이 부족한 지역(25.4km)보다 느렸다. 서울시는 과속방지턱이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운전자가 과속방지턱을 먼 곳에서도 인식할 수 있도록 탈색된 곳은 다시 도색하고 높이가 낮아 차량 속도를 줄이는 데 효과가 없는 방지턱은 재정비할 계획이다. 또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과속방지턱과 횡단보도가 결합된 형태의 고원식 횡단보도를 확대 설치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지도 ‘아마추어 서울’에는 유명한 관광지나 이름난 맛집이 없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나 랜드마크 건물도 안 보인다. 천편일률적인 관광지 소개 지도와는 많이 다르다. 서울 곳곳의 평범한 동네와 사소한 역사를 담은 이 지도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서울은 지도 제작자들이 주관적으로 가볼 만한 장소를 선정해 장소에 얽힌 소박한 정보를 담은 서울의 동네 지도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동갑내기 디자이너 김지은, 유혜인 씨가 다른 대학 동기 두 명과 의기투합해 지도를 만들었다. 2009년 종로구 재동 계동 원서동 일대를 담은 첫 지도가 나왔다. 두 번째인 종로구 익선동 지도(2012년)에 이어 올해 종로구 서쪽 홍파동 행촌동 일대 지도와 163, 301번 버스 노선을 타고 여행하는 지도 등 총 4개가 탄생했다. 아마추어 서울은 주목받지 못한 지역을 주목한다. 서울에 오는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종로구 삼청동 북촌마을이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대신 낙원상가 옆 익선동 일대, 사직터널 근처 홍파동과 행촌동을 다루는 식이다. 익선동 지도에는 과거에 성업했던 익선동 일대 요정을 중심으로 들어섰던 한복집, 세탁소, 전통악기점 등이 표시돼 있다. 지도 뒷면에는 이광수의 ‘흙’에 묘사된 과거 익선동 모습이 그대로 인쇄돼 있다. “익선동 조고만 초가집이라고 하면 한 선생 집이다. 방이 좁고 래객(來客)은 많으니까 턱없이 넓은 삼간 마루에는 당치도 아니한 유리분합을 들였다.” 종로구 서쪽 홍파동 행촌동 일대를 다룬 지도를 들고 이 동네를 걸으면 염상섭의 ‘삼대’에서 덕기가 병화의 홍파동 하숙집을 찾아가는 과정이 절로 떠오른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꼬불꼬불 뺑뺑 돌아야 양의 창자다. 서울서 이십여 년을 자랐건만 이런 동네에는 처음 와보았다.” 김 씨는 “유명인이 살던 곳,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만 주목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옛날이야기를 듣거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회상하듯 둘러보며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도 제작을 위해 3∼6개월 동안 수십 번 동네를 찾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옛 문헌 속에 감춰진 동네 정보를 찾아냈다. 매회 500∼1000장 정도 인쇄하는 이 지도는 홈페이지(www.amateur-seoul.com)를 통해서만 장당 6000원에 판매하고 있지만 입소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금세 알려졌다. 독특한 지도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지도에 나오는 곳을 함께 여행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20∼30여 명이 모여 홍난파 가옥, 일제강점기 서울특파원으로 활동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의 집 ‘딜쿠샤’ 등을 방문하거나 동네에서 시조창을 하는 명인으로부터 시조를 듣고 그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다. 서울의 골목길을 탐방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투어가 끝나면 참가자 사이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감상과 함께 보존과 개발 방향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다. 유 씨는 “아마추어 서울 지도를 통해 평범한 장소에서 ‘아, 우리 아버지가 예전에 이런 집에서 사셨다고 했었지’라며 생활의 역사나 추억을 되새기는 사람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서울의 평범한 곳을 특정 테마에 맞게 발굴해 계속 지도로 만들 계획이다. 여러 시각으로 새롭게 보는 지도들이 쌓여 누구나 마음에 드는 지도를 꺼내 서울 곳곳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통합진보당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공안부(부장 최태원)는 24일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로 김 위원장과 김근래 도당 부위원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내란선동 혐의가 추가됐다. 김 위원장 등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과 함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 130여 명과 가진 5월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법은 김 위원장 등에 대한 재판을 현재 공판준비기일이 진행 중인 이 의원 등 4명의 공판과 병합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광진구가 유기동물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행사를 연다. 광진구는 ‘제3회 유기동물과의 만남의 날’을 24일 오후 2시부터 자양동 광진구청 후문 은행나무길에서 연다고 22일 밝혔다. 광진구는 건강하고 성격이 온순한 강아지 15마리와 고양이 5마리 등 유기동물 총 20마리를 선정해 입양 희망자와의 만남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구민을 위해 전문 수의사가 반려동물에 대한 무료 건강검진과 상담, 광견병 예방백신 무료 접종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광진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의 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준비했다. 용산구에서는 동물보호 단체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 2011년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새 가족을 찾은 반려동물은 총 1600여 마리다. 이 단체는 용산구에서 구조된 유기동물과 일부 다른 지역 유기동물을 지역 주민에게 분양하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시의 가족 형태는 30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는 1980년 10만 가구(5.5%)에서 2010년 42만 가구(12.8%)로 늘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8만 가구(4.5%)에서 85만 가구(24.3%)로 10여 배로 늘었다. 서울 시내 가족 셋 중 하나가 부부만 있거나 1인 가구인 셈이다.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서울시내 미혼 남성 중 34.1%와 미혼 여성 50.9%는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가사와 육아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돼 가족 관계에 대한 여성의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하는 남성은 전체 71.8%였지만 여성은 59.2%에 그쳤다. 서울시는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가족 공동체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