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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5개의 법안 중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에 대해서만 29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는 법안이 폐기되면 피해자 지원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5년 시행된 세월호참사피해지원법은 사고 여파로 신체·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의료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정부가 올 4월 15일까지 의료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급 기한을 2029년 4월 15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긴 했지만 (개정안 내용은) 기존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됐던 내용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결국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기한만 5년 연장을 해달라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법안 이송 이튿날인 29일 바로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한 배경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이 30일 이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롭게 출범할 22대 국회가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재의결 가능할지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이 법안들을 22대 국회에 재의 요구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모 상병 순직 사건으로 사퇴를 준비하던 중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통화 직후 복귀 명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집무실에서 받아 적었다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 작성 전후로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통화한 기록도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건 직후 군 수뇌부가 텔레그램으로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과 임 전 사단장의 근무 여부를 확인한 내역도 나왔다.● ‘사퇴 준비’ 임성근, 대통령실 통화 후 복귀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오전까지 해병대사령부와 ‘사퇴 입장문’ 작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조사 결과를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고,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해군참모총장에게 임 전 사단장 후임 후보군까지 보고한 상태였다고 한다. 해병대는 31일 오전 11시 17분 임 전 사단장을 직무 배제하고 사령부 파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 11시 54분 ‘02-800’으로 시작되는 대통령실 번호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와 168초간 통화가 이뤄진 뒤 상황이 반전됐다. 통화 종료 직후 이 전 장관은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을 통해 김 사령관에게 전화해 임 전 사단장 복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 11시엔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대통령국가안보실 회의가 열린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임 전 사단장의 사퇴 입장문 작성을 조율했던 해병대 고위 관계자를 최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임 전 사단장의 사퇴를 철회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종범 메모’ 작성 때도 대통령실 전화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한 직후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이 당일에만 이 장관 측과 6차례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통화를 마치고 50분 후인 7월 31일 낮 12시 46분, 임 전 비서관은 박 전 보좌관에게 전화한 것을 시작으로 이 전 장관, 박 전 보좌관과 총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특히 이날 오후 2시경 이 전 장관이 참모들과 회의를 열었는데, 임 전 비서관이 오후 2시 7분 박 전 보좌관과 3분 7초간 통화한 기록도 나왔다. 이 회의에 참석한 정 전 부사령관은 ‘누구누구 수사 언급하면 안 됨’ ‘사람에 대해서 조치·혐의는 안 됨’ 등 사건 처리 지침으로 보이는 이른바 ‘정종범 메모’를 작성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는 해당 메모가 임 전 비서관과 통화 후 이 전 장관이 참모들에게 지시한 내용일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직후 이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한 배경을 유추할 수 있는 통화 기록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7~11분 이 전 장관과 첫 통화를 했는데, 통화 종료 17분 후 박 전 보좌관이 김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여부와 임 전 사단장의 근무 여부 등을 확인했다.이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4차례 통화뿐 아니라 한덕수 국무총리(8월 2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8월 4~7일), 방문규 전 국무조정실장(8월 3일),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8월 4~7일) 등과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 전 사단장은 동아일보에 “저도 말하고 싶은 것이 많다”면서도 “해병대사령부의 강력한 언론 대응 금지 지침에 입각해 현직 군인으로서 이를 명확히 준수해야 한다”고만 했다. 이 전 장관 변호를 맡은 김재훈 변호사는 “대통령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으며, 대통령실 그 누구로부터도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적도, 그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장관은 원래 수시로 통화를 한다”며 “무슨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지 모르면서 채 상병 사건을 놓고 통화했다고 추론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구민기 기자 koo@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 ‘전세사기 특별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14개로 늘었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주요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이고, 대통령실은 “입법부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22대 국회에서 ‘거부권 충돌’ 정국이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처리한 5개 법안 중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부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피해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된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여당 의견을 따랐다”고 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의 경우 ‘기한 연장’에 초점을 맞춘 법안인 만큼 거부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 또는 주변 인물들의 범죄 비리 행위를 방어하기 위해서 헌법이 부여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이것은 직권남용의 명백한 위헌 행위”라며 “민주당은 내일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 내용을 보완해 재발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거부권(재의요구권) 무력화 문턱이 8석으로 대폭 낮아지지 않았나. 22대 국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22대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29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거나 할 수밖에 없는 법안들을 추진하는 데 전반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재발의하겠다고 벼르면서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법안을 윤 대통령이 거부하고,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표결하는 행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윤 대통령은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안, 한우산업 지원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들 법안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으로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만 14개가 됐다.● 野 “거부권 법안 패키지로 묶어 재발의 검토”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1호 당론법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를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도 빠른 시일 내 다시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기존 주가조작 의혹에 더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디올백 수수 의혹까지 함께 수사하도록 하는 ‘종합 특검법’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여기에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방송 3법 등 기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법안을 비롯해 29일 윤 대통령이 추가로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까지 총 14개 법안 중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제외한 12개 법안을 ‘거부권 패키지’로 묶어 발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법안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TF 회의에서 “7월 초까지는 법안을 만들어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민생 이슈를 고리로 한 대여 공세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한민수 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내일(30일) 22대 국회 첫 의원총회를 열어 민생회복지원금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당 지도부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윤 대통령이 대부분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범야권이 192석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도 22대 국회에서는 ‘무조건 거부권’ 전략으로 일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다수당 일방통행 견제해야”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22대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다수 정당의 일방통행이 계속된다면 현 정부도 입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입법 독주’ 예고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불통’ ‘거부’ 이미지를 고착화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입법부만 행정부를 견제할 것이 아니라 행정부도 불통과 협치 거부를 일삼는 입법부를 견제해야 맞다”며 “지금 상태는 다수당인 야당이 여당과 행정부를 아예 무시한 채 마음대로 하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대통령실은 이번 거부권 행사 과정에서는 여당과 의견 조율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통령실은 “당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윤 대통령을 ‘거부권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거부권 행사를 계속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과 협의하며 야당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에는 재적의원 296명 중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수진 의원과 구속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 2명을 제외한 여야 의원 294명이 참여했다. 민주당(155명) 등 범야권 의원이 179명, 국민의힘(113명) 등 범여권 의원이 115명 참석했다. 범야권 179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여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 5명을 더하면 찬성표가 184표가 나와야 하지만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179표였다. 반대가 111표, 무효가 4표로 특검법은 부결됐다. 헌법상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법안은 재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당초 여당에서는 17표 이상 이탈되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뜻을 밝힌 안철수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히면서 예상보다 적은 찬성표 결과를 두고 여야는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 폭주에 맞선 단일대오의 결과다.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유지했다. 여당에서 찬성한다던 의원이 이탈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 내부에선 범여권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은 데다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안 의원 등 여당 의원 5명의 말에 따르면 야권에서 5명이 이탈해 반대표를 던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무효표 3표, 찬성 표시 뒤 점 찍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안 의원 등 5명은 모두 소신대로 투표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통화에서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찬성표가 적은 것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나를 징계하시라. 나는 찬성했다”고 밝혔다. 무효표 4표 중 3표가 찬성을 뜻하는 ‘가’를 표기하고 점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여당 의원은 “찬성하겠다는 여당 의원도 특검법엔 찬성해도 민주당에 표를 보탤 순 없다는 의미로 무효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보 입장을 밝혔던 의원이 최소 4명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드는 방식으로 ‘소극적 이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당은 찬성 의원 5명 외에 추가 이탈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전현직 원내지도부가 일일이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표를 단속했다. 해외출장도 취소시키고, 지역 연고별로 의원들을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마뜩지 않아도 민주당의 패에 우리가 놀아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당 일각에선 “국회를 떠나더라도 공석인 공공기관장 자리 등을 기대한다면 재를 뿌리고 떠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상 상황에 단일대오로 뭉쳐준 덕분에 특검법이 부결됐다”고 공지했다.● “야권서 6명 이탈한 셈” 분석도 민주당은 “무효표는 모두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여권 내 이탈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야당 내 이탈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기류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낙천했거나,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발해 탈당한 민주당 출신 범야권 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공개 찬성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 범야권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탈표 5표에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이수진 의원까지 6명이 이탈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의원은 민주당 공천 탈락 뒤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서 쌓인 서운함이 표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여당 이탈표 다수 발생’이 현실화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대규모 여당 이탈표가 나왔다면 대통령실의 국정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용산도 내심 긴장한 채 재표결을 지켜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이번 표결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똘똘 뭉쳐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이 재추진되면 여당에서 8표 이탈로 거부권이 무력화돼 여당이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안 의원과 김재섭, 한지아 당선인 등 3명이 특검법 찬성 입장이어서 5명이 추가로 이탈하면 통과가 가능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에는 재적의원 296명 중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수진 의원과 구속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 등 2명을 제외한 여야 의원 294명이 참여했다. 민주당(155명) 등 범야권 의원이 179명, 국민의힘(113명) 등 범여권 의원이 115명 참석했다. 범야권 179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여기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여당 의원 5명을 더하면 찬성표가 184표가 나와야 하지만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179표였다. 반대가 111표, 무효가 4표로 특검법은 부결됐다. 헌법상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법안은 재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여당에서 공개적으로 찬성 뜻을 밝힌 안철수 김웅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 등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히면서 예상보다 적은 찬성표 결과를 두고 여야는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거야(巨野) 폭주에 맞선 단일대오의 결과다.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대오를 유지했다. 여당에서 찬성한다던 의원이 이탈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 내부에선 범여권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은 데다 범야권에서 이탈표가 나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안 의원 등 여당 의원 5명의 말에 따르면 야권에서 5명이 이탈해 반대표를 던진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무효표 3표, 찬성 표시 뒤 점 찍어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안 의원 등 5명은 모두 소신대로 투표했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통화에서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찬성표가 적은 것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나를 징계하시라. 나는 찬성했다”고 밝혔다. 무효표 4표 중 3표가 찬성을 뜻하는 ‘가’를 표기하고 점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여당 의원은 “찬성하겠다는 여당 의원도 특검법엔 찬성해도 민주당에 표를 보탤 순 없다는 의미로 무효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유보 입장을 밝혔던 의원이 최소 4명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일부러 무효표를 만드는 방식으로 ‘소극적 이탈’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여당은 찬성 의원 5명 외에 추가 이탈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막기 위해 전현직 원내지도부가 일일이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며 표를 단속했다. 해외출장도 취소시키고, 지역 연고별로 의원들을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마뜩지 않아도 민주당의 패에 우리가 놀아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당 일각에선 “국회를 떠나더라도 공석인 공공기관장 자리 등을 기대한다면 재를 뿌리고 떠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비상 상황에 단일대오로 뭉쳐준 덕분에 특검법이 부결됐다”고 공지했다.● “야권서 6명 이탈한 셈” 분석도민주당은 “무효표는 모두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여권 내 이탈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야당 내 이탈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기류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낙천했거나,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발해 탈당한 민주당 출신 범야권 의원들이 이탈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공개 찬성 입장을 밝힌 여당 의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면 범야권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탈표 5표에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이수진 의원까지 6명이 이탈한 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의원은 민주당 공천 탈락 뒤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효표 4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가 (관건)”이라며 “저도 정확하게 분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총선 과정에서 쌓인 서운함이 표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대통령실은 ‘여당 이탈표 다수 발생’이 현실화되지 않은 점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대규모 여당 이탈표가 나왔다면 대통령실의 국정 장악력이 급속도로 떨어졌을 것”이라며 “용산도 내심 긴장한 채 재표결을 지켜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이번 표결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똘똘 뭉쳐 국정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다.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이 재추진되면 여당에서 8표 이탈로 거부권이 무력화돼 여당이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활동할 안 의원과 김재섭, 한지아 당선인 등 3명이 특검법 찬성 입장이어서 5명이 추가로 이탈하면 통과가 가능하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28일 열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실은 ‘선구제 후보상’ 방안을 담은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개정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170명에 찬성 170표, 반대 0표로 통과됐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투표에 불참했다.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법은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안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시행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에) 재의 요구 행사를 건의드릴 예정”이라고 했다.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현행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피해자로 인정될 수 있는 임차인에 외국인도 포함하는 내용도 담겼다.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데다, 다른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올해 2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특별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달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법안에 대한 재의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법안 내용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범죄 피해와의 형평성만 따져봐도 거부권 행사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가령 전세사기 피해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다면 주식사기 등 다른 여러 범죄 피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주택 서민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을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것으로 기금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해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기업의 투자는 3국 관계의 안전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함께 참석해 “외국 투자가들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3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국 기업의 투자와 경영 활동이 국제 정세나 자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3국 관계를 변함없이 지탱할 수 있는 확고한 매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칫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이 발언은 중국 내 한국 기업 차별에 대한 지적, 최근 네이버를 향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중일 교역, 상호 존중과 신뢰 바탕해야”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서밋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역내 교역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3국 간 교역 투자 플랫폼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2019년 이후 중단된 한일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 경제협력 기반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밋은 상의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의 공동 주최로 진행됐다. 각국 대표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280여 명(한국 90여 명, 일본 90여 명, 중국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밋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4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서울 행사는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중 3국은 이제 동북아를 넘어 글로벌 이슈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원전,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무탄소 에너지의 강점을 보유한 우리 3국이 함께 힘을 합친다면 글로벌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출범한 무탄소 에너지 연합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한일중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사우스(개발도상국) 국가들과의 포용적 동반 성장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태원, ‘3국 민간 협력 플랫폼’ 제안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는 지금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5% 가까이를 차지하는 글로벌 성장 센터”라며 “그중에서도 세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3국은 아시아의 성장을 견인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프런티어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3개국 협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친선혜용(親善惠容·이웃 국가와 친하게 지내고 성실하게 대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을 언급하며 “경제 글로벌화의 대세를 잘 파악하고 산업 협조를 심화해 포괄적 연결 수준과 요소 배치 효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지속적으로 역내 통합 가속화를 견인하고 더욱 평화하고 안정하며 발전 번영하는 새 국면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3국 경제인들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내실 있는 논의를 통해 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민간 차원의 3국 협력 플랫폼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그간 코로나 팬데믹 등의 공백으로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추진이 어려웠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급한 경제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3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합의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3국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서도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3국 경제계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과 교역 활성화, 공급망 안정화 분야에서 협력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린 전환과 고령화 대응, 의료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을 3국 간 민간 경제협력 회의체로 내실화하기 위해 ‘실무협의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경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속력을 내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허와 상표 등 6개 분야의 지식재산권 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다만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한미일 공조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경제·통상 분야 협력 증진에 합의했다. 특히 세 나라는 앞으로 3국 FTA 협상 가속화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3국 간의 관계 악화로 2019년에 중단된 FTA 관련 협의를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3국은 시장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공급망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중일은 그동안 서로 간의 관계에 따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요소 등의 수출 제한에 나선 바 있는데 앞으로는 이런 우려를 최소화하는 경제 협력에 나서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3국 협력이 3국 국민들의 민생에 보탬이 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이를 위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 경제 질서의 유지와 강화의 중요성을 지적했다”며 “이런 관점에서 무역과 투자 양면에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3국이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정 플러스를 지향하고, 또 높은 수준의 규범을 포함하는 미래지향적 일중한 FTA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자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정상들은 ‘3국 지식재산 협력 10년 비전에 관한 공동성명’을 부속문서로 채택하고 지식재산 자동화, 특허, 디자인, 인적자원 개발, 심판, 상표 등 6개 분야에서 지식재산권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을 수호해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서 무역보호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세전쟁 격화 등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27일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갖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안보 최대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2019년 중국 청두 회의 등 기존 한중일 정상회의 성명에 6차례 명시됐던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에 이르지는 못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 신냉전 구도가 또렷해지면서 한중일 3국이 정상회의 정례화에 합의하면서도 북핵 위협과 대만 문제 등 안보 현안에서 접점을 찾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3국 간 경제통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에 동참하지 말라는 뜻을 표출하는 등 미중 갈등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 한중일 관계의 현주소가 이번 회의로 묻어났다. 3국 정상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강조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국과 일본이 강조한 한반도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를 각각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 3국에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했다. 반면 리 총리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와 안정,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추진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리 총리와 별도 환담을 갖고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에 탈북민 북송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리 총리는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 3국 정상은 4년 5개월 만에 개최한 회의 뒤 성명에서 “정상회의의 정례적 개최를 통해 3국 협력의 제도화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했다. 3국 정상은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 실현을 목표로 하는 3국 FTA 협상을 5년 만에 재개해 속도를 내기로 했다. 리 총리는 3국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경제·무역 문제, 범정치화, 범안보화를 반대해 무역보호주의와 디커플링을 반대해야 한다. 집단화와 진영화를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尹-기시다 “北 비핵화” 리창 “자제 유지”… 공동선언 ‘안보 이견’ [한중일 정상회의]접점 못찾은 ‘안보 공동선언’… 공동선언 초안 “한반도 비핵화” 문구한일, 막판까지 요구했지만 中 거부… 한중일, 각자 입장 표명으로 대체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하는 목표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윤석열 대통령)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 3국 공동의 이익이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리창 중국 총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한일과 중국이 엇갈렸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며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리 총리는 북한을 명시하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리 총리의 “관련 측” 발언을 두고 “남북을 모두 담는 표현”이라고 했다. 3국 정상이 4년 5개월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호 협력 제도화와 경제 사회 문화 협력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북한 비핵화 등 핵심 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중 갈등과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속에 중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협력’ 등 이전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했던 문구들의 공동선언문 포함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반대로 ‘3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 문구 빠져” 3국은 이날 발표한 제9차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며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한반도 비핵화와 납북자 문제를 더 강조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냈고, 반면 중국은 비핵화 명시를 거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더 중점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중일 3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지지한다는 문구는 앞서 8차례 정상회의 공동선언 가운데 7차례 포함됐지만 이번엔 포함되지 않았다. 그 대신 한중일 3국은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3국이 각자 입장을 재강조하는 표현으로 대체했다. 직전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2019년 3국은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에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협력” 등을 명시했다. 2018년 7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도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한다” “유엔 안보리 관련 결의에 따라 협력” 표현이 포함됐다. 정상회의에 앞서 한일은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전례대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막판까지 중국에 이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3국의 공통 목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대화와 외교,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공동선언 초안에 반영됐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회의 직전 중국의 반대로 이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비핵화 문구에 대한 중국의 입장 변화는 미중 전략 경쟁과 신냉전 구도가 심화되는 현 상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를 명시한 뒤 핵개발을 가속화하고 노골적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 수위는 더욱 대립함에 따라 그간 중국도 호응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에 선뜻 동의하지는 못한 셈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중 전략 경쟁이 없었던 과거와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2023년 이후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쓰지 않을 정도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견이 있다”며 “최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합의를 끌어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한국 입장으로 포함됐지만) 중국이 지난해부터 대외적으로 쓰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을 공동성명에 포함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표현이 후퇴한 것도 중국이 북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때는 “납치 문제가 대화를 통해 가능한 한 조속히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2018년 제7차 회의 공동선언에도 같은 문구가 포함됐다.● 리창 “핵심 이익-중대 관심사 배려해야” 중국은 미중 경쟁이 심화된 2022년 이후에는 “미국이 대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어떠한 공조에도 협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엔 안보리의 북한 관련 제재 논의를 거부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 총리와의 별도 환담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글로벌 핵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세 안정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 한일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공동선언에 포함시키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은 예민한 문제와 갈등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 존중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아쉽게 마무리됐는데 국민의 알권리 충족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출입기자단 200여 명과 가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취임 초 출입기자의 고성 논란 끝에 중단된 도어스테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공간적으로 더 가깝게 하고 더 많은 비판을 받고 국정 운영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어 “전 세계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언론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론이 없으면 그 자리에 갈 수가 없다”며 “비판도 받고 또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지금 온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집권 3년 차 계획에 대해 “연금, 노동, 교육, 의료, 저출생이 5대 핵심 과제”라며 “특히 저출생은 혁명적인 수준으로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저출생은 모든 과제가 다 연결되어 있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의료개혁도 저출생 문제에 다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메뉴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속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나도록 못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계란말이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출입기자단과 만찬 간담회를 갖고 “여러분과 공간적으로 더 가깝게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더 많은 조언과 비판을 받고 국정을 운영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출입기자단 200여 명과 가진 저녁 식사 겸 간담회에서 “정부나 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언론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렇다는 분들이 있다”며 “맞다. 전 세계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언론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론이 없으면 그 자리에 갈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또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지금 온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며 “언론도 글로벌 취재, 국제 뉴스를 더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연수 취재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한 연수 인원을 내년 80명 선으로 늘릴 계획이라는 이도운 홍보수석비서관의 보고에 “언론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는 세 자리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도 했다. 메뉴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속한 김치찌개와 계란말이가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제가 취임하면서부터, 아마 후보 시절에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나도록 못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한우, 돼지갈비, 오겹살, 닭꼬치, 소시지 등을 구워 기자단에 배식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계란말이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만찬에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등 3실장과 정무·홍보·민정·시민사회·경제·사회·과학기술수석 등 7수석이 모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출입기자단 전체와 만나는 자리를 만든 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일 협력 제도화 성과와 별도로 한중일 3국 협력 강화를 위한 물밑 교섭과 진통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26,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는 소통의 결과물이자 신뢰, 협력 강화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불거진 한일 관계 경색과 관계 정상화 등 4년 5개월 만에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진통이 적지 않았다. 한계도 묻어난다. 미중 관세 전쟁 등 미중 경쟁 심화, 북핵 고도화라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 3국 협력의 퍼즐을 맞춰야 하는 만큼 경제·공급망 협력 수위, 대만 문제, 북핵과 대북 제재 이행 등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북한 비핵화 문제, 남북 관계는 한일중 3국이 간단하게 짧은 시간에 깨끗한 합의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3국 관계의 복잡성이 묻어난 장면이다.● 대통령실 “3국 협력 체제 완전히 복원, 정상화” 윤 대통령은 26일 리창(李强)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각각 양자 회담을 갖는다. 리 총리의 방한은 지난해 3월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양국 간 전략적 소통 증진, 경제통상 협력 확대, 중국 내 우호적 투자 환경 조성, 인적 문화 교류 촉진,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호적 분위기를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성사가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연결하려는 심리도 엿보인다. 기시다 총리와 갖는 한일 정상회담에선 공고화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혹시라도 양국 정상이 각자 꼭 제기하고픈 의제가 있으면 현장에서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27일에는 3국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다. 협력 지역적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 및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일 정상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자세를 요청할 가능성을 비롯해 북핵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다수의 시간은 경제, 민생 관계, 무역, 산업, 공급망 등에 할애될 것”이라며 “한일중 3국 협력 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논의 결과는 3국 공동선언에 포함될 것”이라며 “정상들의 협력 의지가 결집한 결과물인 만큼 각급별 협력 사업의 이행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일, 안보문제 합의 어려울 듯 한중일 정상회의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관세 전쟁 등 경제 이슈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열린다. 한국, 일본은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중국은 미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공동성명 문안 수위를 놓고는 이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 3국은 보호무역 심화에 따른 자유무역 훼손,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역내 경제안보 분야 도전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자유무역, 다자주의를 인정하고 3국이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 공정 경쟁의 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역내 경제안보 불안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내 한미일 공조 강화에 따라 남중국해·대만 문제나 북핵 문제 등에서 한일, 중국의 입장 차가 극명해 세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문안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반도체 등 자국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수출 규제에 맞서 3국의 자유무역 확대를 원하지만 경제 안보에서 미국과 밀착 중인 한일은 신중해 보인다. 직전 회의인 2019년 3국이 채택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 문서에 담긴 “자유무역협정(FTA) 실현을 목표로 관련 협상을 가속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도 이번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세계 시장이 여러분의 시장이 되고 80억 인류가 여러분의 고객이 되도록 세일즈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4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연속으로 중소기업인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대회를 열었다. 올해로 35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국가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한 중소기업인을 포상하고 격려하는 목적으로 열린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규제 혁신이야말로 국가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경제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중소기업중앙회에 오셔서 중소기업과도 규제혁신 대토론회를 해달라”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11개 정부 부처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총수, 중소기업단체장, 수출기업 및 해외 한상기업 대표까지 모두 6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정부 들어 열린 3번의 행사 중 규모가 가장 컸다. 윤 대통령은 K뷰티 스타트업 멜릭서의 이하나 대표에게 사업 현황을 물어본 뒤 “K콘텐츠의 인기가 화장품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해외 순방 시 중소기업 화장품을 가지고 가서 홍보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을 비롯해 구광모 ㈜LG 대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자리에 함께했다. 기업 총수들의 자리는 모두 윤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로 배치됐지만 행사 시작 후 뒤쪽의 여러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은 뒷자리로 물러나 행사 주인공인 중소기업인의 성과를 응원하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테이블을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과 셀카를 찍으려는 중소기업인들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중소기업인 대회로서는 처음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12개국 주한 대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한국과 무역을 많이 하거나 국내 중소기업에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보낸 나라들이다. 이날 수출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모범 중소기업인, 모범 근로자, 육성 공로자, 우수 단체에 금탑산업훈장 등 정부 포상이 총 92점 수여됐다. 금탑산업훈장은 선박자재·부품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선보공업 최금식 대표이사(72)와 차세대 고효율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용 ACF(이방성 도전필름) 기술을 개발·양산하고 있는 NHS하이텍 김정희 대표(61)가 받았다. 행사장 한쪽엔 간편하게 즉석 사진 촬영이 가능한 ‘인생네컷’ 부스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엘케이벤처스가 운영하는 인생네컷은 글로벌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해외 16개국에서 16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K푸드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소기업의 제품들이 참석자들에게 제공됐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소스 제조사 에스엔디), 냉동김밥(올곧), 어묵바·크로켓(삼진식품), 즉석쌀국수·떡국(칠갑농산), 김치전·빈대떡(사옹원), 돌김·재래김(홍도식품) 등이 포함됐다. 올해도 주요 메뉴로 치킨이 등장했다. 노랑통닭, 바른통닭, 굽네치킨, 후라이드참잘하는집 등 4곳에서 약 150마리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참석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치맥’을 준비했지만 올해 행사에선 주류가 빠졌다. 참석자들은 그 대신 주스와 물로 건배를 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철회 등 정책 혼선을 줄이고 국민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정책 조율을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첫 당정대 정책협의회가 비공개로 열렸다. 당정대가 소통을 강화해 정책 논란 소지를 최소화하고 충분히 조율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 수립부터 집행까지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늘 오전 당정 간 정책협의를 강화하기 위한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며 “매주 당 정책위의장, 대통령실 정책실장, 국무조정실장, 기획재정부 1차관 및 사안에 따라 관련 차관이 참여하는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혔다. 매주 일요일 열리는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국정 전반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이뤄진다면,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는 정책적 측면에서 한층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는 협의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첫 회의에는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과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김병환 기재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내용에 대해 “정부의 기본적인 방향인 서민과 중산층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정책,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등이 함께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고위 당정 정책협의회 개최 시기 관련 요일을 정하지는 않되 가급적 매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실무 당정회의’도 열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세부적인 정책 마련과 관련해 각 부처 실무진과 당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비서관실별로 정책 현실성을 점검하는 등 정책 조정 기능 강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과의 소통 강화에 더해 각 부처와 대통령실 차원에서도 정책 관련 사항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보강할 예정”이라며 “비서관실별로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정책실장 주재로 관련 수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정책 티타임’에서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한 점검 관리를 강화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이 정책 추진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챙겨 나가겠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사진)이 28∼29일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UAE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에너지, 국방·방산, 투자, 첨단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무함마드 대통령 방한과 관련 의제에 대한 정부의 추가 설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방안과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된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UAE를 국빈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결과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UAE 역대 국가 간 최대 투자 규모였다. 정부 관계자는 “UAE의 투자 약속과 진행 경과에 대한 설명도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왕세제 시절 한국을 다섯 차례 방문했고 2019년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대통령 자격 국빈 방한은 처음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중순 방한하려 했지만 역내 사정으로 이를 연기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법이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10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다. 장외투쟁 등 전면전을 예고한 야당이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정국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알리며 “특검법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삼권분립의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삼권분립 원칙하에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그 중대한 예외인 특검 제도는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데 (민주당이)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도 했다. 또 “특검법은 사건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했다”며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경위를 가리는 해병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역시 공수처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으면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제안한다고 밝히지 않았느냐”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5개 야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대선 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궤변으로 주권자를 기만하고 주권자에 도전했던 그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기억하라”고 주장했다.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재의결에 실패하더라도 예고했던 대로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28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안철수, 김웅 의원에 이어 유의동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추가로 밝히면서 이탈표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낙선 의원이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이탈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원내지도부는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접촉하며 이탈표 방지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대통령실 “일방적 특검, 삼권분립 파괴” 野 “거부권 남용이 위헌”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충돌]정진석, ‘헌법’ 9번 언급 거부권 설명尹, 공수처장 임명 재가 ‘先수사’ 의지이재명 “尹정권 파도앞 돛단배 신세”… 25일 야권 대규모 장외집회 등 공세 “이 법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같이 밝히며 법안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강조했다.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을 특검에 임명해야 하는 조항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보장돼야 할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고 지적한 것. 반면 야당은 높은 특검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거부권 행사가 위헌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선포”라고 반발하며 장외투쟁 등 총공세에 나서면서 극심한 대치 정국이 예상된다. ● 비서실장, ‘헌법’ 9차례 거론…尹 의중 반영 정 실장이 거부권 행사의 첫 번째 이유로 “특검 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은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브리핑에서 ‘헌법’을 9차례 언급했다. 고위 관계자 발언까지 포함하면 모두 12차례다. “헌법 수호자인 윤 대통령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깔렸다. 정 실장은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온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특검법은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따라서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채 상병 관련 수사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도 거부권 행사 이유로 거론됐다. 정 실장은 “공수처는 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한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했던 수사기관”이라며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임명에 동의하며 한쪽에서는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고집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맞춰 윤 대통령은 이날 여야가 합의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안을 이날 재가했다.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필요시 특검론’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뒤 오후 이를 재가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때도 이 같은 방식을 택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 부담을 인식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 李 “尹 정권, 파도 앞 돛단배 신세” 민주당은 야권과 연대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총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도 한도가 있는 것”이라며 “가족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헌법이 준 권한을 남용하면 이게 바로 위헌이고 이게 바로 위법이고 이게 바로 부정”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국민의 분노, 역사의 심판 앞에 윤석열 정권은 파도 앞에 돛단배와 같은 신세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대통령 자신과 배우자의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 위헌적 권한행사로 탄핵 사유에 해당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5일 시민단체를 비롯한 야권과 함께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통과가 될 때까지 발의하고 또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뉴스 등 저작물을 인공지능(AI) 학습에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 ‘AI 공짜 학습’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르면 연말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 외에도 딥페이크 등을 이용한 거짓정보 확산에 대응하고 AI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도 내놨다. 정부는 21, 22일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여하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AI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딥페이크를 통한 가짜뉴스와 디지털 격차 등 AI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디지털은 국경을 넘어 초연결성을 지닌 만큼 글로벌 차원의 디지털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반으로 디지털 시대 새롭게 불거지는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담았다. 우선 정부는 AI 저작권 대책을 만들기 위해 법조계, 산업기술계 등으로 구성된 ‘AI-저작권 워킹그룹’을 연말까지 운영한다. AI 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AI 학습데이터 목록 공개’ 등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NYT)가 오픈AI 등을 상대로 AI 학습에 NYT 기사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며 수조 원대 소송을 제기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난해 1차 워킹그룹을 운영해 AI 학습 시 뉴스, 음악 등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며 “올해는 2차 워킹그룹을 운영해 구체적인 보상 여부 및 방식 등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말까지 연구 내용 등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파급성과 시급성이 높은 정책 8개를 핵심 과제로 정했다. △AI 기술의 안전성 및 신뢰·윤리 확보 △딥페이크 이용 거짓정보 대응 △AI 개발·활용 관련 저작권 제도 정비 △디지털 재난 및 사이버 위협·범죄 대응 △디지털 접근성 제고 및 대체 수단 확보 △비대면 진료 안정적 시행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호 △잊힐 권리 보장 등이다. AI 안전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는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허위정보 대응을 위해 워터마크(일종의 꼬리표)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령을 만들 계획이다. 딥페이크 허위정보를 탐지하는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등 기술적 대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의 ‘잊힐 권리’도 제도화한다. 성인 이전 시기의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지우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AI 산업 발전의 제도적 기초인 AI 기본법을 연내 제정하는 것도 추진한다. 또 자율주행차 사고 등 AI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어떻게 입증 책임을 지울지, 책임 주체는 어떻게 설정할지 등 법적 쟁점도 발굴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령 개정 사안이 많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 법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온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같이 밝히며 법안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강조했다. “우리 사법 시스템 어디에도 고발인이 자기 사건을 수사할 검사를 고르도록 하는 모델은 없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인물 중 한 명을 특검에 임명해야 하는 조항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보장돼야 할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고 지적한 것.반면 야당은 높은 특검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거부권 행사가 위헌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 선포”라고 반발하며 장외투쟁 등 총공세에 나서면서 극심한 대치 정국이 예상된다. ● 용산, ‘헌법’ 9차례 발언…尹 의중 반영정 실장이 거부권 행사의 첫번째 이유로 “특검 법안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은 대통령 의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브리핑에서 ‘헌법’을 9차례 언급했다. 고위관계자 발언까지 포함하면 모두 12차례다. “헌법 수호자인 윤 대통령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깔렸다. 정 실장은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 특검 제도는 그 중대한 예외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국회가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예외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온 것도 이같은 이유”라며 “야당이 일방 처리한 특검법은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따라서 재의요구를 하지 않으면 대통령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도 했다.채 상병 관련 수사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도 거부권 행사 이유로 거론됐다. 정 실장은 “공수처는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한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했던 수사기관”이라며 “여야 합의로 공수처장 임명에 동의하며 한쪽에서는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는 특검법을 고집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맞춰 윤 대통령은 이날 여야가 합의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안을 이날 재가했다. ‘선(先) 공수처 수사, 후(後) 필요시 특검론’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뒤 오후 이를 재가하는 형태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때도 이같은 방식을 택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 부담을 인식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 李 “尹 정권, 파도 앞 돛단배 신세” 더불어민주당은 야권과 연대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총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도 한도가 있는 것”이라며 “가족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자신의 부정과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헌법이 준 권한을 남용하면 이게 바로 위헌이고 이게 바로 위법이고 이게 바로 부정”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국민의 분노, 역사의 심판 앞에 윤석열 정권은 파도 앞에 돛단배와 같은 신세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이승만의 말로를 기억하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대통령 자신과 배우자의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 위헌적 권한행사로 탄핵 사유에 해당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민주당은 25일 시민단체를 비롯한 야권과 함께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어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채 상병 특검법은 22대 국회에서 통과가 될 때까지 발의하고 또 발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11번 행사한 바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탄핵이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법이 7일 정부로 이송된 지 14일 만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10번째 법안 거부권 행사다. 장외투쟁 등 전면전을 예고한 야당이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정국이 극심한 대치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실을 알리며 “특검법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삼권분립의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삼권분립 원칙하에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그 중대한 예외인 특검 제도는 행정부 수반이 소속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데 (민주당이)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도 했다. 또 “특검법은 사건 대국민 보고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을 하도록 했다”며 “법상 금지된 피의사실 공표를 허용하는 잘못된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경위를 가리는 해병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 역시 공수처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며 “수사에 미진한 점이 있으면 대통령이 먼저 특검을 제안한다고 밝히지 않았느냐”고 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5개 야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대선 때)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했다”며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했으니 이제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궤변으로 주권자를 기만하고 주권자에 도전했던 그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기억하라”고 주장했다.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재의결에 실패하더라도 예고했던 대로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국민의힘은 28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안철수, 김웅 의원에 이어 유의동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추가로 밝히면서 이탈표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낙선 의원이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고 반발하는 등 이탈표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원내지도부는 개별적으로 의원들을 접촉하며 이탈표 방지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