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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눈에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 군 사진을 실었어요. 그걸 본 학생들은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다’며 시위를 하자고 결의했습니다. 동아일보가 4·19혁명 촉발에 크게 일조한 것이니 지금도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웃음)” 1960년 4·19혁명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유인학(80)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은 그때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유 회장이 언급한 사진은 1960년 4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다. 김군 시신 사진은 물론, 최루탄이 어떻게 박혔는지를 보여주는 그림까지 실은 것. 유 회장의 말대로 이 한 장의 사진은 학생과 시민들의 분노를 샀고,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2900만 명이었는데, 450만 명이 참여했으니 대략 전 인구의 15%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혁명입니다.” 유 회장은 2016년 고(故)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에 이어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4·19혁명을 세계 4대 혁명의 하나로 격상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개념이 생소한 ‘4대 혁명’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차분한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유 회장은 세계사 흐름을 바꾼 혁명으로 영국 명예혁명(1688), 미국 독립혁명(1776), 프랑스 혁명(1789), 러시아 소비에트 혁명(1917), 중국 사회주의 혁명(1949)을 들었다.세계 4대 혁명으로 기념해야“러시아와 중국은 혁명 후 민주주의를 이룩하지 못했으니 세계 4대 민주혁명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영국 명예혁명은 법에 의한 통치, 미국 독립혁명은 식민지 해방과 민주공화국 수립, 프랑스 혁명은 인간 평등과 시민정의 확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4·19혁명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유일하게 이끌어낸 혁명이라는 점에서 세계 많은 국가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기독교권 국가에서는 자력으로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가 없죠.” 유 회장은 한양대 법대 교수를 지내면서 법제사와 법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4·19혁명의 의미에 대한 남다른 분석을 이끌어낸 것. 4·19혁명에 그런 의미를 부여한 근거에 대해 유 회장은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4·19혁명 세대는 해방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새로 탄생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후진을 탈피하고 선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위에만 그친 것은 아니었다. 이들 세대는 산업화의 역군이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철강, 조선, 건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비롯됐는데, 해당 분야 기업체에서 4·19혁명 세대가 공채 1세대입니다. 1960년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8달러였습니다. 40년 뒤 4·19혁명 세대가 정년퇴직하던 2000년에는 2만9830달러였습니다. 민주화의 주역들이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것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죠.” 그는 한국처럼 민주화는 성공했는데 산업화를 제대로 못 하고 포퓰리즘에 젖어 몰락한 국가들로 남미의 여러 나라를 꼽았다. 그는 특히 북한과 세계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4·19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출입구 같은 곳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에 둘러싸인 우리가 흔들리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경제적으로 부강해야 휘둘리지 않습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라고도 부를 수 없죠. 특정 가문이 이끄는 가부장적, 폐쇄적, 강압적 독재 국가입니다. 중국은 G2로서 미국과 경제력, 군사력을 다투고 있지만 민주주의 국가는 아니고요. 러시아는 민주주의도 아니고 쇠락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숙명적으로 같이 가야 할 이들에 맞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세계 상위권의 경제력을 지켜야 하고, 그를 위해 민주화와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4·19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필요합니다.”서울에 4·19 기념 조형물 만들었으면그러나 젊은 세대에게 4·19혁명에 대한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벌써 10여 년 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의 4분의 1이 4·19혁명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유 회장도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특히 서울 시내에 변변한 기념 조형물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에는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가 거의 유일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시위에 대해 기념 조형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서울은 한성백제, 조선, 그리고 대한민국이 수도로 삼은 1000년 고도인데 역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없습니다. 4대 혁명 추진을 계기로 서울에 의미 있는 조형물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유 회장이 지목한 4·19혁명 조형물의 위치는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바로 옆에 있는 청계광장. 현재 그곳에는 미국 팝아트 작가 클라스 올든버그 등이 만든 ‘스프링’이 있다. 2006년 청계천 복원 기념으로 세운 것. “미술적으로는 의미가 있어도 서울을 대표하는 조형물은 아닙니다. 2020년 60주년을 기념해 이곳에 청계천 바닥에서부터 41.9m 높이의 탑을 세우면 어떨까 합니다. 청계천 바닥과 지표 사이에는 전시관을 세웁니다. 지표 위의 탑은 사방에 4개의 보조 기둥과 1개의 메인 기둥을 세우고, 맨 꼭대기에는 9개의 등을 달려고 합니다. 9개의 등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으로 꺼지지 않게 하고요.” 그는 이곳을 세계적인 민주화 성지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관광객들이 이 기념탑 앞에서 4·19혁명을 비롯해 모든 민주화운동을 기리며 경건하게 꽃을 바치는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그에게 4·19정신을 바탕으로 요즘 현실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제발 진영논리와 자기 이익 때문에 모든 것을 재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진영논리에 빠져 과도하게 촛불을 켜는 것이나, 과도하게 태극기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화합하는 길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입니다.”4·19 서울 한복판서 대규모 기념행사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혁명공로자회는 올해 4·19혁명 59주년을 기념해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 축제마당을 마련하고 기념식과 행진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4월 19일 낮 12시부터 ‘4·19혁명 세계 4대 민주혁명 대행진:민주화·산업화 융합의 대축제’라는 이름으로 치러진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등 여야 국회의장단, 박원순 서울시장,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등 내빈을 비롯해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우선 식전행사로 ‘7080 콘서트’ ‘열린 음악회’를 연다. 오후 2시엔 내년 60주년을 앞두고 4·19혁명 홍보를 위한 전국 투어 출정식을 갖는다. ‘팔도품바’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돌 예정이다. 이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대행진을 펼친다. 행진은 취타대와 군악대를 앞세워 4대 혁명 주체인 한국, 영국, 미국, 프랑스 대표단과 4·19혁명 단체, 민주화 단체, 산업화 단체, 시민사회단체, 대학교, 고교, 일반 시민 순으로 이뤄진다. 오후 4시에는 4·19기념식을 개최한다. 타악그룹 티안의 난타 공연, 수원대·율곡고의 취타대 공연, 아리랑무용단의 부채춤과 농악을 오픈행사로 선보인 뒤 개회식이 열린다. 엔딩 공연으로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펼쳐진다. 이어 정영숙 한식 명인이 주도해 2019명분의 비빔밥을 만들어 참가자와 시민이 함께 나눠 먹는 ‘비빔밥 대축제’, 아이돌그룹과 김수희, 구창모 등이 출연해 케이팝(K-pop)을 열창하는 ‘광화문 이끌림’, 특별 기념공연으로 박명수 등이 DJ를 보며 모든 참가자가 동참하는 ‘EDM 공연’을 잇따라 연다. 유인학 4·19혁명공로자회 회장은 “서울 광화문 등 도심 한복판에 행사장을 마련한 것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유혈 사태를 빚은 시위가 4·19이기 때문”이라며 “여야,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 어르신과 젊은이, 한국과 세계가 모두 어울려 한마음이 되는 축제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유인학은…● 1939년 전남 영암 생● 광주고, 전남대 법대 졸● 전남대 법학석사, 동국대 법학박사● 미주리주립대 대학원 정치학박사● 한양대 법대 교수● 13, 14대 국회의원(영암)● 한국조폐공사 사장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사활에 밝은 사람들은 백 ◎로 먹여친 수에 대해 직감적으로 따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참고 1도를 보면 백 8까지 양자충으로 귀의 흑이 잡힌다. 따라서 흑 61로 패 모양을 만드는 것이 최선. 한돌은 즉각 좌하귀를 건드리지 않고, 백 62, 64로 하변 흑의 삶을 강요한다. 흑은 67의 날카로운 수를 둔 뒤 69까지 안형을 확보했다. 흑 69 대신 참고 2도 흑 1로 끼우는 묘수가 있다. 이 묘수로 흑은 우하 백 넉 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백 8이 오면 백의 자세가 너무 두터워져 흑이 이득을 본 것인지 불확실하다. 한돌은 백 70으로 흑 한 점을 따내며 흑에게 가일수를 요구한다. 좌하귀는 흑이 먼저 보강해도 패가 나는 곳. 그래서 박정환 9단은 좌하귀를 내버려두고 흑 75로 우변 개척에 나섰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아무래도 흑 ●로 바로 끊어간 것이 과했다. 참고 1도와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흑 1, 3으로 백이 ‘가’를 두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연하고 멀리 내다보는 진행이다. 흑 ●로 국면이 급해졌는데 흑이 더 피곤한 느낌이다. 백 46은 강수. 만약 평범하게 참고 2도 백 1을 두면 흑 2부터 8까지 회돌이 치며 하변을 넘어가는 수가 있다. 흑이 만족스러운 그림이다. 백 46은 좌하 귀 흑의 생사도 엿보고 있다. 이어 백은 52까지 한껏 비상하며 자세를 잡았다. 백 58은 자체로도 크지만, 귀의 흑을 잡으러 가는 수단이 있어 선수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여기서 물러서면 뒤처진다고 보고 흑 59로 반격했다. 백 60으로 먹여쳤는데, 귀의 사활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우하귀에 먼저 손을 대지 않고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는 방법도 있었다. 백 4로 받는다면 자체로 이득이다. 만약 백 4를 두지 않는다면 흑 ‘가’로 미는 수가 너무 좋다. 우하귀 정석은 요즘 많이 쓰는 정석이다. 백 22로 얼마 전까진 참고 2도 백 1로 잡는 정석이 유행했다. 흑 10까지 외길 수순(백 5=●). 너무 많이 반상에 나온 탓인지 요즘은 약간 시들해졌다. 한돌은 우하귀에서 손을 빼고 백 24, 26을 두는 진행이 더 좋다고 계산한다. 흑도 우하귀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좌상귀로 걸친다. 한돌은 백 28로 끊어 여기서 전단을 구한다. 흑이 하변에서 31로 한 칸 멀리 뛰자 백은 즉각 32로 갈라친다. 이 바둑 첫 번째 전투가 시작된다.<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올 초 이 대국을 둘 당시에는 신진서 9단이 한국 랭킹 1위였다. 그래서 박정환 9단이 랭킹 2위로서 한돌과의 대국에 먼저 나서게 됐다. 현재는 박 9단이 2월과 3월 각각 하세배와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랭킹 1위에 올랐다. 흑을 잡은 박정환 9단은 흑 5로 일찌감치 3·3에 침입한다. 요즘 흔한 포석이다. 백은 어디로 막아야 할까. 한돌은 백 6으로 막았는데, 요즘은 참고도 백 1로 막는 수가 더 많이 두어진다. 백 3으로 간명하게 처리하고 5로 발 빠르게 우상 귀에 걸치는 것이 포인트. 흑 9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전에 한돌과 둔 프로기사들이 3·3 침입 이후 변화를 구하다가 한돌의 신수에 걸려 초반부터 형세가 나빠졌다. 박 9단은 이를 감안해 가장 쉬운 진행을 택한 것. 백 12의 3·3침입 후 백 18까지 좌하 귀와 똑같은 진행이 이뤄졌다. 여기서 흑의 다음 수가 이 판의 골격을 결정하는데 박 9단의 선택은 흑 19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번 바둑도 1국 신민준 9단, 2국 이동훈 9단 대국처럼 한돌의 완승이었다. 한돌이 마지막 수인 246으로 자기 집을 메웠다. 그래도 백이 반 집을 남긴다는 것이다. 김지석 9단은 이 바둑에서 인간적인 실수를 많이 했다. 참고도를 보자. 흑 1 때 한돌은 백 2라는 신수를 내놓았다. 귀의 실리를 차지해서 백이 좋다는 것이다. 이때 흑 25가 백 두 점의 준동을 막고 흑의 두터움을 살리는 당연한 보강처럼 보였지만 백에게 우상을 빼앗겨 실리에서 뒤지게 됐다. 흑 63이나 89, 91도 마찬가지. 인간들이 선호하는 이 수들이 전체 국면 흐름에서 반 박자씩 뒤지게 만든 주범이었다. 인공지능(AI)의 바둑은 이토록 민감하다. 한돌의 실력은 알파고의 은퇴 이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의 줴이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39=19, 163 171 177=55, 168 174=62, 194=97, 202=137, 224=35, 231=160, 240=149, 241=36. 246수 끝 백 불계승.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2는 참고 1도 백 1을 선수하는 것이 이득. 흑 83까지 하변 패를 둘러싼 흥정이 끝났다. 흑이 백 한 점을 잡은 이득은 선수 7집 정도이고 백이 중앙을 뚫은 것은 선수 4집의 크기여서, 흑이 부분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확실하다. 형세가 미세해졌지만 2, 3집은 백이 남는다. 흑 89는 보강은 필수. 만약 흑이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로 끼어 붙이는 수가 있다. 백 9까지 큰 수가 난다. 백 96은 후수 6집짜리로 마지막 남은 큰 끝내기. 백 98은 99의 곳에 둬 흑 한 점을 잡는 것이 한 집 이득이다. 백이 끝내기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이 모두 계산에 의한 것이니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 이후 공배만 남은 상태에서 김지석 9단이 돌을 던졌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전보에서 상변의 패맛을 없애느라 반상 최대의 곳인 백 ○를 빼앗겼다. 흑이 상변 백을 잡으면서 얻은 이득을 모두 토해낸 셈이다. 반상에 빈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백의 우세는 불변이다. 흑 59, 61은 그나마 떼를 써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백 62는 올바른 끝내기는 아니다.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것이 실전에 비해 2집 이득이다. 흑 63에 대해 백은 굴복하지 않고 패를 버틴다. 백 72의 팻감에 흑은 응수하지 않고 73으로 패를 키운다. 흑 75의 자체 팻감이 있어 가능한 수. 만약 백이 참고 2도 1로 패를 해소하면 흑 6까지 백이 잡혀버린다. 결국 백은 78로 패를 양보하고 80을 선수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63·71·77=○, 68·74=◎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반상 최대의 곳이던 백 ◎를 허용한 이유는 바로 흑 35 때문. 이 수로 상변 백을 추궁해 보겠다는 뜻이다. 백이 만약 흑 35에 즉각 반응하면 어떨까. 그러면 참고도의 그림이 예상된다. 백 9까지 바꿔치기인데 백이 두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한돌은 백 36으로 반발해 버린다. 이게 더 확실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의 진행. 흑은 45로 원하는 대로 상변 백돌을 잡았다. 그 대신 백은 46으로 좌변에서 빵따냄을 얻어냈다. 이 바꿔치기는 분명 흑이 약간이라도 이득을 보긴 했는데 아직 역전은 멀다. 그런데 흑 47은 어땠을까. 참고 2도의 패를 예방한 것이지만 백 52가 너무 크다. 상변 패는 백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흑은 먼저 A로 둬 버텼어야 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원하는 대로 우변 집을 지켰다. 하지만 백 ◎를 허용해 중앙에서 오히려 백 집이 날 조짐이다. 백은 18을 선수하고 20으로 중앙 집 만들기에 나섰다. 10여 집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흑 25로 단수한 뒤 27로 찌른 것은 중앙 백 집을 무산시키려는 노림수. 백이 그냥 참고 1도 1로 받으면 흑 2를 선수하고 12까지 두겠다는 것이다. 백으로선 내키지 않는 그림. 그래서 백 28로 반발했다. 흑 29가 아프긴 해도 백 30이면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김지석 9단은 결단을 내린다. 지금 참고 2도 흑 1이 반상 최대의 곳. 그러나 이렇게 집으로 가면 역전이 요원하다. 김 9단은 흑 31로 상변 백을 노린다. 백은 아랑곳없이 백 32로 실리 차이를 더 벌린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저돌적인 보디체크. 백을 공격하려는 것보다는 우변 흑 집을 한 집이라도 더 내기 위한 수법이다. 흑 105까지 의도한 대로 진행됐지만 백 106의 붙임이 좋은 수. 참고 1도 흑 1처럼 받으면 안 된다. 백 10까지 흑이 무리한 진행이다. 그래서 흑 107로 받았으나 백 108로 한술 더 뜬다. 흑 113은 어땠을까. 참고 2도 흑 1로 이으면 백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흑 9까지 백 3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회돌이를 당해 백 중앙이 두터워지고, 흑 한 점마저 뜯기면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 (9=◎) 그래서 흑 113을 선수하고 115로 지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젠 끝내기 단계인데 흑이 갈 길이 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오자 백 돌 가운데 가장 약했던 상변 백 돌이 안정됐다. 그 효과는 현재 국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중앙이 두터운 흑으로선 상변 백을 공격해 역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그 한 사례가 참고 1도다. 그러나 실리를 탐한 흑 ●가 또 한 번의 완착이었고, 백 ◎로 공격 기회가 영영 사라진 셈이다. 뒤늦게 흑 93으로 공격 자세를 취했으나 백 94가 완벽한 방어. A로 끊는 수와 상변으로 백 대마를 연결하는 비상구를 확보했다. 백 96 때 참고 2도 흑 1로 파호하는 극약처방은 어떨까. 그러나 백은 2부터 6까지 가볍게 날아서 무탈하다. 흑 99는 형세 반전을 위한 마지막 시도다. 과연 흑의 노림은 무엇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두 수가 모양에만 집착해 대세를 놓치게 만든 장본인. 흑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에 반해 백은 실리를 챙기면서도 흑 세력의 허술한 곳을 적절하게 공략하고 있다. 백 ○도 ‘타임리 히트’ 중 하나다. 좌상 귀도 백의 수중에 들어가면 실리로 흑이 따라갈 수 없다. 세력을 중시해서 흑 81 대신 참고도 흑 1처럼 밖에서 막아 11까지 중앙 모양을 최대로 넓히는 진행도 있지만 이건 불확실하다. 그래서 김지석 9단은 일단 85로 귀의 실리를 챙기면서 백을 밖으로 몰아낸다. 백의 실리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다. 덤으로 상변 백돌을 공격하면서 역전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데 실리 부족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김 9단은 갑자기 흑 89, 91로 우변 집을 확정짓고자 나섰다. 그러나 백 92로 상변 백을 안정시키면서 흑 세력을 견제하자 흑이 더 이상 해볼 데가 없어진 느낌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다음 수는 63. 흔히 이런 곳을 대세의 요처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수를 웬만하면 ‘한가하거나 불요불급한’ 수로 계산한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어느 곳에도 확실한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면은 흑이 세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 그러나 세력의 경계선이 너무 넓어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우선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곳부터 막아야 했다. 참고도 흑 1, 3으로 우하 쪽을 막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백도 4로 삭감해 들어오겠지만 이 그림이 흑으로선 실전보다 훨씬 두텁다. 그러나 63이라는 무늬만 요처를 집착한 순간 백 64, 66으로 우하가 뚫렸다. 이렇게 되자 흑의 세력은 이제 사방이 허술한 느낌이다. 우변 흑 세력도 백 70으로 집을 만들기 쉽지 않고, 좌상을 키우고 싶어도 백 78 침입의 급소 때문에 안 된다. 형세가 급격히 백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명백한 완착(기회를 놓치는 무른 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김지석 9단도 이 수를 둘 때는 중앙 백 두 점의 준동을 막으면서 두터움을 배가시키는 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계산에 따르면 흑 ●는 지나친 보강일 뿐이다. 백 50, 52로 두자 벌써 백이 실리에서 앞서가는 느낌이다. 백 54도 좋은 임기응변. 늘 두듯 참고 1도 백 1로 받으면 흑 2, 4로 근거가 위협받는다. 흑이 8로 우변을 키우며 우하 백을 은근히 노려 보는 진행이 백으로선 기분 나쁘다. 백 58은 참고 2도 백 1로 늘 수도 있다. 백 15까지 중앙으로 뛰어나오면 자연스럽게 우변 흑 모양을 삭감하게 돼 백이 괜찮은 진행이다. 흑은 61로 점점 세력을 키우는데 백은 62로 계속 실리를 챙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김지석 9단의 고민은 참고 1도 흑 1로 두면 백 2가 너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흑 35로 먼저 단수를 했는데, 이것이 실착이었다. 백 40 때 42의 곳을 늘어야 하는데, 그러면 41의 곳을 놓친다. 그것은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흑 41을 둘 수밖에 없다. 백 42로 힘차게 단수하자 아까 참고 1도 흑 7까지 된 모양보다 백의 입장에서 더 잘됐다. 좌변으로의 발전성이 실전이 낫기 때문이다. 흑 49로 지킨 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선수를 좋아하는 인공지능(AI)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 한가한 수였다는 것이다.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해 백 ‘가’로 움직일 때를 대비하고, 흑 3, 5로 우상귀를 선착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9=○.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기발한 흑 ●에 대해 백이 참고 1도처럼 두면 흑은 손을 뺀다. 나중에 국면 진행 상황을 보고 가나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상대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는 것은 인공지능도 싫은 모양. 그래서 백 16으로 밀었고, 흑 17로 고전 정석이 등장했다. 한돌은 이 정석이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볼까. 백 26으로 젖힌 것이 유력한 신수다. 인공지능 바둑이 재미있는 건 인간이 두지 않은 신수를 계속 내놓기 때문. 보통 참고 2도 백 1로 두는데 백 13 이후 복잡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김지석 9단의 흑 27도 침착한 정수. 백 34까지 외길의 진행이다. 백은 귀의 흑 두 점을 잡고 흑은 두터움을 얻었다. 흑의 다음 수는 A가 당연해 보이는데 김 9단은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돌은 신민준, 이동훈 9단에게 완승한 뒤 국내 랭킹 3위 김지석 9단과 만났다. 앞선 두 판 모두 프로기사들이 계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일패도지했다. 흑 5까지는 한돌이 신 9단을 상대로 쓴 포석인데 김 9단이 거꾸로 들고나왔다. 모든 포석 유행은 인공지능이 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흑 9까지는 한돌-신민준 대국과 같은데 10부터 달라졌다. 당시 신 9단은 참고 1도 백 1로 붙이는 수를 뒀다가 흑 12의 신수를 당한 뒤 침몰했다. 한돌은 평범하게 백 10, 12로 응수. 흑 13으로 발 빠르게 두는 김 9단. 그런데 백 14의 붙임에 흑 15가 뜻밖의 한 수. 요즘은 참고 2도 흑 1로 막고 9까지 진행하는 알파고 정석이 많이 두어진다. 흑 15는 어떤 의미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동훈 9단은 초반 포석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흑이 발 빠르게 실리를 차지해 백의 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 그런데 어디서 형세가 나빠졌을까. 대국 후 프로기사들은 흑 45를 지목했다. 이렇게 2선으로 민 수가 나약했다는 것이다. 프로기사들은 참고도 흑 1처럼 위에서 밀어야 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 흑 23까지 예상되는데 팽팽한 형세다. 다른 대국에서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전처럼 중앙 흑 두 점이 잡히고 백 56의 자리를 빼앗겨서 형세가 급속히 백으로 기운 모양. 이어 우변에서도 흑 75, 77이 너무 느슨했다. 빨리 중앙으로 뛰어나가든지, 백의 약점을 노려야 했는데 미적지근한 수를 두다가 결국 우변이 통째로 잡히면서 실리에서도 크게 밀리게 됐다. 이후는 한돌의 완벽한 마무리 솜씨가 돋보였다. 부담이 큰 탓인지 프로기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다음 상대는 김지석 9단. 168수 백 불계승.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기발한 붙임처럼 보인다. 백 ◎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것인데, 사실 마지막 던질 곳을 찾은 수. 백 56이 정확한 반격. 백 60까지 오히려 흑 ●가 백의 수중에 들어갔다. 안 그래도 불리한 형세인데 중앙 백 집이 크게 늘어났고 선수까지 잡았으니 이제 계속 두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백 62는 굳이 교환할 필요는 없지만, 형세가 유리할 때 보이는 인공지능(AI)의 부자 몸조심이다. 흑 63을 두지 않으면 참고도 백 1, 3으로 두어 알기 쉽게 흑이 죽는다. 백 64로 좌상 백 대마가 확실하게 살고, 백 68까지 중앙마저 마무리되자 이동훈 9단은 기권 버튼을 클릭한다. 이 9단은 국 후 고개를 갸웃하며 “언제 형세가 나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초반은 내 스타일대로 짜인 것 같은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나빴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돌은 신민준 9단에 이어 이 바둑을 승리하며 프로기사에게 2연승을 거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