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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82는 참고 1도 백 1을 선수하는 것이 이득. 흑 83까지 하변 패를 둘러싼 흥정이 끝났다. 흑이 백 한 점을 잡은 이득은 선수 7집 정도이고 백이 중앙을 뚫은 것은 선수 4집의 크기여서, 흑이 부분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확실하다. 형세가 미세해졌지만 2, 3집은 백이 남는다. 흑 89는 보강은 필수. 만약 흑이 손을 빼면 참고 2도 백 1로 끼어 붙이는 수가 있다. 백 9까지 큰 수가 난다. 백 96은 후수 6집짜리로 마지막 남은 큰 끝내기. 백 98은 99의 곳에 둬 흑 한 점을 잡는 것이 한 집 이득이다. 백이 끝내기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고 있는데, 이것이 모두 계산에 의한 것이니 승부를 뒤집을 수 없다. 이후 공배만 남은 상태에서 김지석 9단이 돌을 던졌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전보에서 상변의 패맛을 없애느라 반상 최대의 곳인 백 ○를 빼앗겼다. 흑이 상변 백을 잡으면서 얻은 이득을 모두 토해낸 셈이다. 반상에 빈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백의 우세는 불변이다. 흑 59, 61은 그나마 떼를 써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백 62는 올바른 끝내기는 아니다. 참고 1도 백 1로 두는 것이 실전에 비해 2집 이득이다. 흑 63에 대해 백은 굴복하지 않고 패를 버틴다. 백 72의 팻감에 흑은 응수하지 않고 73으로 패를 키운다. 흑 75의 자체 팻감이 있어 가능한 수. 만약 백이 참고 2도 1로 패를 해소하면 흑 6까지 백이 잡혀버린다. 결국 백은 78로 패를 양보하고 80을 선수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63·71·77=○, 68·74=◎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반상 최대의 곳이던 백 ◎를 허용한 이유는 바로 흑 35 때문. 이 수로 상변 백을 추궁해 보겠다는 뜻이다. 백이 만약 흑 35에 즉각 반응하면 어떨까. 그러면 참고도의 그림이 예상된다. 백 9까지 바꿔치기인데 백이 두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한돌은 백 36으로 반발해 버린다. 이게 더 확실한 길이라고 본 것이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의 진행. 흑은 45로 원하는 대로 상변 백돌을 잡았다. 그 대신 백은 46으로 좌변에서 빵따냄을 얻어냈다. 이 바꿔치기는 분명 흑이 약간이라도 이득을 보긴 했는데 아직 역전은 멀다. 그런데 흑 47은 어땠을까. 참고 2도의 패를 예방한 것이지만 백 52가 너무 크다. 상변 패는 백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흑은 먼저 A로 둬 버텼어야 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이 원하는 대로 우변 집을 지켰다. 하지만 백 ◎를 허용해 중앙에서 오히려 백 집이 날 조짐이다. 백은 18을 선수하고 20으로 중앙 집 만들기에 나섰다. 10여 집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흑 25로 단수한 뒤 27로 찌른 것은 중앙 백 집을 무산시키려는 노림수. 백이 그냥 참고 1도 1로 받으면 흑 2를 선수하고 12까지 두겠다는 것이다. 백으로선 내키지 않는 그림. 그래서 백 28로 반발했다. 흑 29가 아프긴 해도 백 30이면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김지석 9단은 결단을 내린다. 지금 참고 2도 흑 1이 반상 최대의 곳. 그러나 이렇게 집으로 가면 역전이 요원하다. 김 9단은 흑 31로 상변 백을 노린다. 백은 아랑곳없이 백 32로 실리 차이를 더 벌린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저돌적인 보디체크. 백을 공격하려는 것보다는 우변 흑 집을 한 집이라도 더 내기 위한 수법이다. 흑 105까지 의도한 대로 진행됐지만 백 106의 붙임이 좋은 수. 참고 1도 흑 1처럼 받으면 안 된다. 백 10까지 흑이 무리한 진행이다. 그래서 흑 107로 받았으나 백 108로 한술 더 뜬다. 흑 113은 어땠을까. 참고 2도 흑 1로 이으면 백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흑 9까지 백 3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회돌이를 당해 백 중앙이 두터워지고, 흑 한 점마저 뜯기면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 (9=◎) 그래서 흑 113을 선수하고 115로 지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젠 끝내기 단계인데 흑이 갈 길이 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오자 백 돌 가운데 가장 약했던 상변 백 돌이 안정됐다. 그 효과는 현재 국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쨌든 중앙이 두터운 흑으로선 상변 백을 공격해 역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그 한 사례가 참고 1도다. 그러나 실리를 탐한 흑 ●가 또 한 번의 완착이었고, 백 ◎로 공격 기회가 영영 사라진 셈이다. 뒤늦게 흑 93으로 공격 자세를 취했으나 백 94가 완벽한 방어. A로 끊는 수와 상변으로 백 대마를 연결하는 비상구를 확보했다. 백 96 때 참고 2도 흑 1로 파호하는 극약처방은 어떨까. 그러나 백은 2부터 6까지 가볍게 날아서 무탈하다. 흑 99는 형세 반전을 위한 마지막 시도다. 과연 흑의 노림은 무엇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두 수가 모양에만 집착해 대세를 놓치게 만든 장본인. 흑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에 반해 백은 실리를 챙기면서도 흑 세력의 허술한 곳을 적절하게 공략하고 있다. 백 ○도 ‘타임리 히트’ 중 하나다. 좌상 귀도 백의 수중에 들어가면 실리로 흑이 따라갈 수 없다. 세력을 중시해서 흑 81 대신 참고도 흑 1처럼 밖에서 막아 11까지 중앙 모양을 최대로 넓히는 진행도 있지만 이건 불확실하다. 그래서 김지석 9단은 일단 85로 귀의 실리를 챙기면서 백을 밖으로 몰아낸다. 백의 실리를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다. 덤으로 상변 백돌을 공격하면서 역전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데 실리 부족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김 9단은 갑자기 흑 89, 91로 우변 집을 확정짓고자 나섰다. 그러나 백 92로 상변 백을 안정시키면서 흑 세력을 견제하자 흑이 더 이상 해볼 데가 없어진 느낌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의 다음 수는 63. 흔히 이런 곳을 대세의 요처라고 여겨 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수를 웬만하면 ‘한가하거나 불요불급한’ 수로 계산한다. 모양은 그럴듯한데 어느 곳에도 확실한 도움을 주거나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면은 흑이 세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 그러나 세력의 경계선이 너무 넓어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우선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곳부터 막아야 했다. 참고도 흑 1, 3으로 우하 쪽을 막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백도 4로 삭감해 들어오겠지만 이 그림이 흑으로선 실전보다 훨씬 두텁다. 그러나 63이라는 무늬만 요처를 집착한 순간 백 64, 66으로 우하가 뚫렸다. 이렇게 되자 흑의 세력은 이제 사방이 허술한 느낌이다. 우변 흑 세력도 백 70으로 집을 만들기 쉽지 않고, 좌상을 키우고 싶어도 백 78 침입의 급소 때문에 안 된다. 형세가 급격히 백이 유리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명백한 완착(기회를 놓치는 무른 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김지석 9단도 이 수를 둘 때는 중앙 백 두 점의 준동을 막으면서 두터움을 배가시키는 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 계산에 따르면 흑 ●는 지나친 보강일 뿐이다. 백 50, 52로 두자 벌써 백이 실리에서 앞서가는 느낌이다. 백 54도 좋은 임기응변. 늘 두듯 참고 1도 백 1로 받으면 흑 2, 4로 근거가 위협받는다. 흑이 8로 우변을 키우며 우하 백을 은근히 노려 보는 진행이 백으로선 기분 나쁘다. 백 58은 참고 2도 백 1로 늘 수도 있다. 백 15까지 중앙으로 뛰어나오면 자연스럽게 우변 흑 모양을 삭감하게 돼 백이 괜찮은 진행이다. 흑은 61로 점점 세력을 키우는데 백은 62로 계속 실리를 챙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김지석 9단의 고민은 참고 1도 흑 1로 두면 백 2가 너무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흑 35로 먼저 단수를 했는데, 이것이 실착이었다. 백 40 때 42의 곳을 늘어야 하는데, 그러면 41의 곳을 놓친다. 그것은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흑 41을 둘 수밖에 없다. 백 42로 힘차게 단수하자 아까 참고 1도 흑 7까지 된 모양보다 백의 입장에서 더 잘됐다. 좌변으로의 발전성이 실전이 낫기 때문이다. 흑 49로 지킨 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선수를 좋아하는 인공지능(AI)의 시선에서 보면 분명 한가한 수였다는 것이다. 참고 2도 흑 1을 선수해 백 ‘가’로 움직일 때를 대비하고, 흑 3, 5로 우상귀를 선착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39=○.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기발한 흑 ●에 대해 백이 참고 1도처럼 두면 흑은 손을 뺀다. 나중에 국면 진행 상황을 보고 가나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상대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는 것은 인공지능도 싫은 모양. 그래서 백 16으로 밀었고, 흑 17로 고전 정석이 등장했다. 한돌은 이 정석이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볼까. 백 26으로 젖힌 것이 유력한 신수다. 인공지능 바둑이 재미있는 건 인간이 두지 않은 신수를 계속 내놓기 때문. 보통 참고 2도 백 1로 두는데 백 13 이후 복잡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김지석 9단의 흑 27도 침착한 정수. 백 34까지 외길의 진행이다. 백은 귀의 흑 두 점을 잡고 흑은 두터움을 얻었다. 흑의 다음 수는 A가 당연해 보이는데 김 9단은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한돌은 신민준, 이동훈 9단에게 완승한 뒤 국내 랭킹 3위 김지석 9단과 만났다. 앞선 두 판 모두 프로기사들이 계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일패도지했다. 흑 5까지는 한돌이 신 9단을 상대로 쓴 포석인데 김 9단이 거꾸로 들고나왔다. 모든 포석 유행은 인공지능이 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흑 9까지는 한돌-신민준 대국과 같은데 10부터 달라졌다. 당시 신 9단은 참고 1도 백 1로 붙이는 수를 뒀다가 흑 12의 신수를 당한 뒤 침몰했다. 한돌은 평범하게 백 10, 12로 응수. 흑 13으로 발 빠르게 두는 김 9단. 그런데 백 14의 붙임에 흑 15가 뜻밖의 한 수. 요즘은 참고 2도 흑 1로 막고 9까지 진행하는 알파고 정석이 많이 두어진다. 흑 15는 어떤 의미일까.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동훈 9단은 초반 포석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흑이 발 빠르게 실리를 차지해 백의 부담이 작지 않은 상황. 그런데 어디서 형세가 나빠졌을까. 대국 후 프로기사들은 흑 45를 지목했다. 이렇게 2선으로 민 수가 나약했다는 것이다. 프로기사들은 참고도 흑 1처럼 위에서 밀어야 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 흑 23까지 예상되는데 팽팽한 형세다. 다른 대국에서도 많이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실전처럼 중앙 흑 두 점이 잡히고 백 56의 자리를 빼앗겨서 형세가 급속히 백으로 기운 모양. 이어 우변에서도 흑 75, 77이 너무 느슨했다. 빨리 중앙으로 뛰어나가든지, 백의 약점을 노려야 했는데 미적지근한 수를 두다가 결국 우변이 통째로 잡히면서 실리에서도 크게 밀리게 됐다. 이후는 한돌의 완벽한 마무리 솜씨가 돋보였다. 부담이 큰 탓인지 프로기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다음 상대는 김지석 9단. 168수 백 불계승.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는 기발한 붙임처럼 보인다. 백 ◎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것인데, 사실 마지막 던질 곳을 찾은 수. 백 56이 정확한 반격. 백 60까지 오히려 흑 ●가 백의 수중에 들어갔다. 안 그래도 불리한 형세인데 중앙 백 집이 크게 늘어났고 선수까지 잡았으니 이제 계속 두기가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백 62는 굳이 교환할 필요는 없지만, 형세가 유리할 때 보이는 인공지능(AI)의 부자 몸조심이다. 흑 63을 두지 않으면 참고도 백 1, 3으로 두어 알기 쉽게 흑이 죽는다. 백 64로 좌상 백 대마가 확실하게 살고, 백 68까지 중앙마저 마무리되자 이동훈 9단은 기권 버튼을 클릭한다. 이 9단은 국 후 고개를 갸웃하며 “언제 형세가 나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초반은 내 스타일대로 짜인 것 같은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나빴던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돌은 신민준 9단에 이어 이 바둑을 승리하며 프로기사에게 2연승을 거뒀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가 승부수였으나 “끊으면 뻗어라”는 기훈대로 백 34로 뻗자 막상 흑의 다음 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흑으로선 승부를 포기하고 싶은 상황이다. 백은 중앙에 더 이상 가일수를 하지 않고 반상 최대의 곳인 36으로 달린다. 이어 백 42까지 흑이 원하는 대로 다 받아주며 여유를 부린다. 흑 43 때 백은 참고 1도처럼 두면 가장 안전하다. 약간 손해라도 말이다. 하지만 한돌은 그냥 백 44로 넘었다. 이때다 싶은 흑은 흑 45, 47로 젖혀 잇는다. 50의 곳과 A로 나와 끊는 수를 노리는 것. 순간 백이 곤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한돌은 역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백 48이 약점 두 곳을 모두 방비하는 수다. 만약 흑이 참고 2도 1로 끊으면 수상전이 벌어지는데 백 10까지 흑의 수가 부족하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놓이면 흑 17의 보강은 필수. 손 빼면 A의 침입이 통렬해 흑의 생사가 불투명해진다. 살더라도 손해가 크다. 백 18은 하변 흑 말에 대해 선수다. 역시 손 빼면 죽는다. 흑 23은 정수. 참고 1도 흑 1로 두는 것은 백 2의 치중이 있다. 흑 7까지 실전보다 흑이 2집 손해다. 백 24부터는 나중에 팻감으로 써도 되는데 아낌없이 교환해 놓는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백 30은 한돌이 얼마나 유리하다고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수. 큰 곳이 많아도 일관되게 두터운 모양을 골라 두고 있다. 흑 31, 33은 마지막 몸부림. 실리로는 참고 2도 흑 1에 두는 것이 가장 크지만 백 2를 선수로 당하는 것이 아프고 백 4, 6으로 두텁게 두면 흑이 더 이상 해볼 데가 없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의 액션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은 100으로 밀어 좌상 백을 보강했다. 이 백만 살면 중앙에서 좀 당해도 우세를 지키는 데는 전혀 문제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 108이 놓이자 더 이상의 공격은 불가능하다. 흑 109는 호구 자리의 급소. 형세가 팽팽할 때 이런 곳을 놓치면 매우 아쉬웠겠지만 지금 배가 부른 백은 “얼마든지 가져가라”는 태도다. 백 110은 흑 111을 불러 손해인 듯하지만 백 112로 두텁게 잇는 수순을 얻기 위한 수. 백은 어디서든 깔끔하게 정리하려 하고 있다. 흑 113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응수타진. 이 9단은 백이 계속 안전 위주의 수만 골라 두자 흑 113으로 둬 A로 물러서는지를 테스트한 것. 하지만 한돌이 물러서지 않고 백 114로 반격하자 흑이 손해를 본 셈이다. 흑 115는 손 뺄 수 없다. 참고도 백 1로 나가 5까지 진행되면 좌변 흑이 뿌리째 흔들린다. 결국 백이 선수를 잡아 116으로 두텁게 막자 형세는 더 벌어진 느낌이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로 우변 흑은 잡히기 직전이다. 이동훈 9단은 우변 흑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흑 89, 93으로 활용했다. 흑 93 대신 참고 1도 흑 1로 둬도 백 2, 4면 탈출로가 없다. 흑이 노려보는 건 좌상 귀 백. 우변을 내주는 대신 상변을 지키고, 그 세력을 바탕으로 좌상 백을 도모해 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좌상 백은 A가 선수인 데다 B로 달리는 수가 있어 좀처럼 공격당할 돌이 아니다. 그래도 흑은 여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백은 94로 가장 안전하게 우변 흑을 잡았다. 사실 백 94로는 참고 2도 백 1로 둬도 된다. 흑 2, 4로 버텨 봐도 백 5면 ‘가’의 약점도 있어 흑이 살 길이 없다. 흑 95로 드디어 좌상 백 공격이 시작됐다. 백 96은 응수타진. 흑은 우선 99로 차단벽을 더 길게 지으려고 한다.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우변 흑 말이 위기에 빠졌다. 전보 마지막 수인 ○부터 다시 보자. 모양상 이 수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착이었다. 지금은 이렇게 연결만을 도모해서는 타개가 쉽지 않다. 오히려 참고도 흑 1, 3으로 반격하는 것이 실전보단 더 나았다. 이후 백 14까지의 진행이 예상된다. 흑으로선 상변이 깨지고 흑 두 점도 고립되는 상황을 맞게 되지만 일단 우변 흑을 살렸다는 것이 포인트. 백에게 우변에 진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생스럽지만 실전보단 변화의 가능성이 많아진다. 집을 내주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유력한 작전이다. 물론 그렇다고 흑이 유리해진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고생스럽지만 실전보단 변화의 가능성이 많아진다. 백 78이 참고도를 방지한 수. 흑은 79로 우변부터 보강했으나 백 80의 튼튼한 마늘모 행마가 흑의 삶과 중앙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여기서 이동훈 9단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변을 계속 살릴 것인지, 아니면 버리고 다른 길로 갈 것인지. 흑 87까지는 일단 버리겠다는 뜻처럼 보이는데….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대국을 생중계로 보던 사람들은 백 70에 대해 마우스 미스가 아닐까 생각했을 수 있다. 그만큼 백 70은 인간 바둑에선 거의 나오지 않는 수. A로 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백 70은 한돌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여준다. 백 70이 금기시된 것은 백 72로 밀어갈 때 참고 1도 흑 1처럼 두 점 머리를 맞는 것이 아프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백 12까지 우변을 완벽하게 집으로 만들 수 있고 ‘가’로 두는 노림도 있어 백이 우세한 모양이다. 이동훈 9단이 과감하게 흑 73으로 뛰어든 것은 우변을 모두 백에게 헌납하면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흑 75가 너무 단단했다. 지금은 백 세력이 강하기 때문에 참고 2도 흑 1처럼 발 빠르게 뛰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이어 흑 77도 문제의 한 수로 지적됐는데…. <한게임바둑·한국기원 제공>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