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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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책의 향기]깃발 꽂는 자가 주인?… 소유의 원칙은 누가 정하는가

    #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괴뢰공화국 두 곳을 자국으로 편입하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이를 결사 저지하고 있다. #2.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구글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수백억 원씩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기업이 이용자의 충분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이유다. #3. 음식점 주인이 플라스틱 의자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다 이웃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웃들은 주민 차량이 우선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갈등의 크기도, 주체도 다르지만 세 일화는 공통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건 내 거(mine)야!” 누가 소유권을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소유권이란 여섯 가지 논리가 치르는 전투”라고 요약한다. 선착순(먼저 차지했으면 내 것), 점유(계속 차지하고 있으면 내 것), 노동(내가 일해서 얻은 건 내 것), 귀속(내 소유물에 딸려 있으면 내 것), 자기소유권(내 몸은 내 것), 상속(물려받은 건 내 것). 그런데 실은, 여섯 논리 중 어느 것에도 분명한 우선권은 없다. 미국에서는 자기 집으로 날아온 드론을 총으로 쏘아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집 위 상공은 자기 것인가. 판결들은 엇갈린다. 몇몇 나라는 바다 위 암초에 콘크리트를 부어 물 밖에 나와 있도록 한다. 주변 지역을 영해로 선포하기 위해서다. 둘 다 ‘귀속’에 관한 문제지만 누구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그나마 선착순 논리는 이해하기 쉽고 얼핏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19세기 말 미국에서 “서쪽으로 가서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땅을 얻는다”는 ‘랜드 런’ 광풍이 불었던 당시를 떠올려 보자. 그 과정에서 유럽인보다 훨씬 먼저 ‘선착’한 원주민의 권리는 증발됐다. 지식재산이 중요해진 오늘날, 소유권과 관련한 갈등은 더욱 첨예하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유산은 차남이 운영하는 ‘킹 주식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킹 목사의 사진 한 장만 임의로 사용해도 소송에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킹 목사의 뜻을 선용하려는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이런 식으로 20세기 문화 대부분이 저작권에 묶여 있다. 문제는 ‘누가 소유권을 조종하는 리모컨을 쥘 것인가’이다. 저자는 “희소한 자원을 소유한 이들은 원칙을 설계해 남으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놀이공원에서 ‘패스트패스’를 끊은 사람은 놀이기구 세 개를 바로 탈 수 있다. 누구나 끊을 수 있으니 공평한 것 같지만 거금을 내고 구입하는 ‘초초(超超) 패스트패스’도 따로 있다. 인기 놀이기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업체가 ‘놀이기구 이용’이라는 소유권을 조종해 최대의 이익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겼다. 저자는 “소유권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어야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힘을 가진 이들이 마음대로 소유권의 원칙을 설계하도록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조종하는 리모컨은? 분명한 이해와 인식을 가진 사람만이 쥘 수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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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것’ 만들기 위한 싸움…소유권을 쥘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1.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괴뢰공화국 두 곳을 자국으로 편입하려 한다.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이를 결사 저지하고 있다. #2.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4일 구글과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수백억 원 씩 과징금을 부과했다. 두 기업이 이용자의 충분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이유다. #3. 음식점 주인이 플라스틱 의자로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다 이웃과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웃들은 주민 차량이 우선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갈등의 크기도, 주체도 다르지만 세 일화는 공통된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 “이건 내 거(mine)야!” 누가 소유권을 가지는지에 대한 문제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신간 ‘마인’에서 “소유권이란 여섯 가지 논리가 치르는 전투”라고 요약한다. 선착순(먼저 차지했으면 내 것), 점유(계속 차지하고 있으면 내 것), 노동(내가 일해서 얻은 건 내 것), 귀속(내 소유물에 딸려 있으면 내 것), 자기소유권(내 몸은 내 것), 상속(물려받은 건 내 것). 그런데 실은, 여섯 논리 중 어느 것에도 분명한 우선권은 없다. 미국에서는 자기 집으로 날아온 드론을 총으로 쏘아 떨어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집 위 상공은 자기 것인가. 판결들은 엇갈린다. 몇몇 나라는 바다 위 암초에 콘크리트를 부어 물 밖에 나와 있도록 한다. 주변 지역을 영해로 선포하기 위해서다. 둘 다 ‘귀속’에 관한 문제지만 누구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그나마 선착순 논리는 이해하기 쉽고 얼핏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19세기 말 미국에서 “서쪽으로 가서 깃발을 먼저 꽂는 사람이 땅을 얻는다”는 ‘랜드 런’ 광풍이 불었던 당시를 떠올려보자. 그 과정에서 유럽인보다 훨씬 먼저 ‘선착’한 원주민의 권리는 증발됐다. 지적 자산이 중요해진 오늘날, 소유권과 관련한 갈등은 더욱 첨예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유산은 차남이 운영하는 ‘킹 주식회사’가 관리하고 있다. 킹 목사의 사진 한 장만 임의로 사용해도 소송에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킹 목사의 뜻을 선용하려는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이런 식으로 20세기 문화 대부분이 저작권에 묶여 있다. 문제는 ‘누가 소유권을 조종하는 리모컨을 쥘 것인가’이다. 저자는 “희소한 자원을 소유한 이들은 원칙을 설계해 남으로부터 자기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낸다”고 말한다. 놀이공원에서 ‘패스트 패스’를 끊은 사람은 놀이기구 세 개를 바로 탈 수 있다. 누구나 끊을 수 있으니 공평한 것 같지만 거금을 내고 구입하는 ‘초초(超超) 패스트패스’도 따로 있다. 인기 놀이기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업체가 ‘놀이기구 이용’이라는 소유권을 조종해 최대의 이익을 이끌어내는 의도가 담겼다. 저자는 “소유권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있어야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평화롭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힘을 가진 이들이 마음대로 소유권의 원칙을 설계하도록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조종하는 리모컨은? 분명한 이해와 인식을 가진 사람만이 쥘 수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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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관객들 즉각적이고 열정적… 연주하는 무대에서도 느껴”

    세계 지휘계를 장악한 ‘핀란드 군단’ 가운데서도 유카페카 사라스테(66)는 일찌감치 한국 음악 팬에게 친근한 이름이었다. 2011년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다섯 차례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객원 지휘했다. 올해 4월, 핀란드의 수도를 대표하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사라스테를 내년 임기가 시작되는 이 악단의 새 수석지휘자로 지명했다. 그가 여섯 번째로 서울시향 지휘대에 선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9, 30일 제임스 에네스 협연으로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루크너 교향곡 3번 ‘바그너 교향곡’을 메인 곡으로 연주한다. 그를 1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여러 차례 서울시향을 지휘했습니다. 이 악단과 서울의 관객들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시향은 기술적으로 우수하며 지휘자가 의도하는 바를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악단입니다. 서울 관객들의 즉각적이고 열정적인 반응은 연주를 하는 동안에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었죠.” ―이번에 지휘할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은 바그너에게 헌정된 곡이고, 말러도 좋아해서 피아노 편곡판을 만들어 브루크너에게 보인 일도 있는 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라티 교향악단에 바이올리니스트로 입단한 뒤 처음 연주한 곡이어서 제게도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종교적 신념이 강했던 브루크너의 겸허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곡이죠.”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번에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베르크의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에네스는 강건하고 재능 있는 연주자입니다. 베르크의 협주곡은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인데 뛰어난 기량과 깨끗한 음색을 가진 에네스에게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토론토 교향악단, 오슬로 필하모닉, 쾰른 교향악단 등 유명 악단들에 이어 헬싱키 필을 맡게 되셨습니다. 어떤 계획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요. “헬싱키 필은 늘 성장하는 악단이죠. 핀란드의 작곡 거장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여러 곡 초연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해요. 시벨리우스와 연관된 전통을 임기 동안 이어갈 예정이고요, 음반 녹음을 비롯한 많은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명 지휘교수 요르마 파눌라 문하로 동문수학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지휘 클래스에 바이올린 전공인 나와 클라리네티스트인 벤스케, 호르니스트인 에사페카 살로넨(현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 음악감독)까지 세 명이 있었죠.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셋이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짓궂은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지휘할 때 엄숙하다고 할까, 표정 변화가 적습니다. “지휘하면서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웃음). 중요한 건 지휘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에너지를 표현하느냐겠죠.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경회루를 찍은 사진도 올렸던데요. 공연이나 연습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나요. “서울에 올 때마다 한국 음식을 즐겼습니다. 평소 먹는 음식과 다른 색다른 방법으로 조리해서 내놓는 게 흥미로워요. 서울에서 사우나를 가기도 하는데 습식인 핀란드 사우나와는 다르더군요. 야외에서 자전거 타기나 테니스, 수영도 좋아합니다. 핀란드인은 자연을 사랑하죠. 최근에는 윈드서핑을 시작했는데 몸의 밸런스를 잡는 데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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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사라스테 “브루크너의 겸허함과 강렬함 보일것”

    세계 지휘계를 장악한 ‘핀란드 군단’ 가운데서도 유카페카 사라스테(66)는 일찌감치 한국 음악팬에게 친근한 이름이었다. 2011년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다섯 차례나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객원 지휘했다. 올해 4월, 핀란드의 수도를 대표하는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사라스테를 내년 임기가 시작되는 이 악단 새 수석지휘자로 지명했다. 그가 여섯 번째로 서울시향 지휘대에 선다. 29,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임스 에네스 협연으로 베르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브루크너 교향곡 3번 ‘바그너 교향곡’을 메인 곡으로 연주한다. 그를 19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여러 차례 서울시향을 지휘했습니다. 이 악단과 서울의 관객들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서울시향은 기술적으로 우수하며 지휘자가 의도하는 바를 훌륭하게 구현해내는 악단입니다. 서울 관객들의 즉각적이고 열정적인 반응은 연주를 하는 동안에도 무대 위에서 느낄 수 있었죠.” ―이번에 지휘할 브루크너 교향곡 3번은 바그너에게 헌정된 곡이고, 말러도 좋아해서 피아노 편곡판을 만들어 브루크너에게 보인 일도 있는 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라티 교향악단에 바이올리니스트로 입단한 뒤 처음 연주한 곡이어서 제게도 의미깊은 작품입니다. 종교적 신념이 강했던 브루크너의 겸허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전해주는 곡이죠.”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습니다만 이번에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와 베르크의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에네스는 강건하고 재능있는 연주자입니다. 베르크의 협주곡은 기교적으로 어려운 곡인데 뛰어난 기량과 깨끗한 음색을 가진 에네스에게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토론토 교향악단 100주년 기념 공연에서 그를 만났는데, 서로 서울시향과 연주할 이 곡에 무척 기대가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토론토 교향악단, 오슬로 필하모닉, 쾰른 교향악단 등 유명 악단들에 이어 헬싱키 필을 맡게 되셨습니다. 어떤 계획과 기대를 갖고 있는지요. “헬싱키 필은 늘 성장하는 악단이죠. 핀란드의 작곡 거장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여러 곡 초연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해요. 시벨리우스와 연관된 전통을 임기 동안 이어갈 예정이구요, 음반 녹음을 비롯한 많은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명 지휘교수 요르마 파눌라 문하로 동문수학한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지휘 클래스에 바이올린 전공인 나와 클라리네티스트인 벤스케, 호르니스트인 에사페카 살로넨(현 샌프란시스코 교향악단 음악감독) 등 세 명이 있었죠.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셋이 즐겁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짓궂은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지휘할 때 엄숙하다고 할까, 표정 변화가 적습니다. “지휘하면서 내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요.(웃음) 중요한 건 지휘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에너지를 표현하느냐겠죠.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은 대부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에 경회루를 찍은 사진도 올렸던데요. 공연이나 연습이 없을 때는 무엇을 하나요? “서울에 올 때마다 한국 음식을 즐겼습니다. 평소 먹는 음식들과 다른 색다른 방법으로 조리해서 내놓는 게 흥미로워요. 서울에서 사우나를 가기도 하는데 습식인 핀란드 사우나와는 다르더군요. 야외에서 자전거 타기나 테니스, 수영도 좋아합니다. 핀란드인들은 자연을 사랑하죠. 최근에는 윈드서핑을 시작했는데 몸의 밸런스를 잡는 데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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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의 시대에 시벨리우스를 듣다[유윤종튜브]

    “어제 결선 보셨나요?”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53년을 산 집이자 그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근교 ‘아이놀라’의 직원은 “라디오로 들었어요. 멋진 연주였죠”라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는 우승자의 나라 한국에서 왔어요. 당신들은 이 위대한 작곡가를 자랑할 분명한 이유가 있지만, 저는 오늘 내 나라가 자랑스럽군요.” 5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우승한 다음 날이었다. 20여 년 만에 찾은 시벨리우스의 집은 봄의 푸른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몇십 걸음 떨어진 그의 묘로 걸어가며 마스크를 벗었다. 코로 훅 들어오는 숲의 냄새에서 나는 문득 시벨리우스의 화음을 들었다…고 느꼈다. 얼마간 ‘민족주의적’이었던 대화로 글을 시작했지만, 그 뜰에 누워 있는 대작곡가가 내 얘기를 마음에 들어 했을지는 모르겠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서 초기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고 러시아의 지배에 대한 저항을 담은 교향시 ‘핀란디아’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시선은 ‘나라’ ‘민족’에서 ‘자연’으로 향했다. 열정적으로 끝나는 교향곡 2번에 대해 세상은 ‘러시아에 대한 저항’을 떠올렸지만 시벨리우스는 관련해 답하기를 거절했다. 이후 나온 다섯 교향곡들은 열정보다 자연과의 대화가 두드러지는, 간결하고 압축된 작품들이었다. 지난 밀레니엄이 끝나갈 무렵, 이웃 나라 일본을 대표하는 음악전문지는 평론가들에게 ‘21세기에 주목받을 음악가는 누구입니까?’라는 설문을 제시했다. 여러 답 중 하나에 눈길이 갔다. “21세기에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자연이 드러나는 작품을 쓴 작곡가가 인기를 끌 것이다.” 이 평론가가 제시한 답은 교향시 ‘바다’ 등을 쓴 프랑스인 드뷔시였다. 이 평론가의 전제에는 분명히 공감했지만 그 순간 내가 먼저 떠올린 작곡가는 시벨리우스였다. 시벨리우스의 음악에는 북방의 바람과 눈보라, 숲의 적막이 들려온다. 그의 선율은 북유럽인의 민요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는 민요에서 멜로디의 소재를 찾지 않았다. 그는 핀란드 각지를 돌아다니며 토착 무당들의 주문을 들었고, 그 단순한 리듬과 가락이라고 할 수 없는 낭송은 그의 선율에 침투했다. 한 평론가는 “그의 음악에서는 대자연의 오르간포인트(지속저음)가 들린다”고 말했다. 위 성부가 요동쳐도 완강하게 저음을 붙들고 있는 오르간포인트처럼,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대자연의 거대함과 신성함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보복이 점차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는 오늘, 우리는 그가 전하려 한 대자연의 메시지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오늘(20일)은 시벨리우스가 92세로 아이놀라에서 세상을 떠난 지 65년 되는 날이다. 때맞춰 이달과 다음 달에는 풍성한 시벨리우스 음악의 선물들이 준비된다. 30일에는 장윤성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10월 11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해 임기가 끝나는 핀란드 출신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지휘로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10월 13일에는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옆에 문을 여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사이먼 래틀 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래틀과 런던 심포니는 이틀 뒤인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같은 곡을 선보인다. 시벨리우스는 만년에 이를수록 민족주의를 자신의 음악세계에서 지워나갔다고 앞서 소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이름은 ‘핀란드’와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1917년 핀란드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했을 때 세계는 이 북방의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가장 먼저 시벨리우스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후 이 나라는 음악가들을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그 큰 성과 중 하나가 ‘지휘대국 핀란드’로 남았다. 벤스케, 올해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이 된 피에타리 잉키넨, 최근 네덜란드의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된 26세의 클라우스 메켈레 등 수많은 핀란드 지휘자들이 전 세계의 지휘대를 장악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 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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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사이틀, 콩쿠르 운영위원, 음악축제… 백주영 ‘불타는 가을’

    “오늘 저녁엔 브루흐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내일? 낮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가 있어요. 저녁에는 전주에서 국악 콘셉트의 곡을 연주하고….” 가히 ‘대만민국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릴 만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음대 교수)과는 통화 약속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연일 바쁜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가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외젠 이자이(1858∼1931)의 무반주 소나타 2, 3, 6번에 이어 끝 곡으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연주한다. 백주영은 2007년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하루 두 차례 무대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 6곡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전 6곡 등 12곡을 전곡 연주하는 도전을 한 바 있다. 다음 달에는 소니 레이블로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6곡 전곡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제가 조금 일찍(29세) 대학에 몸담게 됐잖아요. 연주가 역할에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당시 자신을 다잡는 의미에서 큰 도전을 했어요. 이제 세월도 흘렀고, 제가 느껴온 이자이를 다시 보여드리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이자이를 ‘환상’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수많은 색채를 표현할 수 있죠. 기교 위에 그 색깔들을 입혀야 하니 연주자로서는 도전이고요.”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그를 가르친 아론 로잔드가 이자이의 ‘손(孫)제자’(제자의 제자)라는 인연도 있다. 이진상과 함께 연주할 프랑크의 소나타는 프랑크가 이자이에게 결혼 선물로 선사한 작품이다. “다채로운 화성과 예측 못할 변화가 매력적인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백주영은 10월 11∼25일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부문)에서 운영위원 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그는 25년 전인 1997년 당시 ‘동아국제음악콩쿠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콩쿠르 2회 대회에서 21세 나이로 루마니아의 리비우 프루나루(현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와 공동 1위에 올랐다. “4반세기(25년)가 지나 새로운 유망주들을 뽑게 되다니…. 당시 백병동 선생님(작곡가)의 곡을 외워 연습하던 일, 저보다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기억 등 모두 생생해요(웃음). 함께 1위를 한 프루나루와는 지금도 친하죠. 울고 싶어도 잘 못 우는 성격인데, 당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기쁨의 눈물’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됐어요. 시상식 후 일주일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는데, 상금으로 큰 외화(5만 달러)를 받은 직후라 송구스러웠던 기억도 나고요.” 그는 10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SIMF)에서도 매년 맹활약해 왔다. 지난해에는 축제 악단인 SIMF 오케스트라의 악장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10월 30일 열리는 폐막 연주회에서 류재준의 현악4중주 협주곡 초연에 참가하고 실내악 시리즈에도 두 차례 무대에 선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일정으로 올해 악장 역할은 못 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서울’을 양보한 셈”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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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이자이 소나타는 ‘판타지’같은 작품”

    “오늘 저녁에 브루흐 협주곡을 연주하게 되어서요, 내일? 낮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가 있어요. 저녁에는 전주에서 국악 컨셉트의 곡을 연주하고….”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과는 전화 통화도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하는 그는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1858~1931)의 무반주 소나타 2, 3, 6번에 이어 끝 곡으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연주한다.백주영은 2007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하루 두 차례 무대에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 6곡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전 6곡 등 12곡을 전곡 연주하는 도전을 펼친 바 있다. 다음달에는 소니 레이블로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6곡 전곡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제가 조금 일찍(29세) 대학에 몸담게 됐잖아요. 연주가 역할에 소홀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죠. 당시 자신을 다잡는 의미에서 큰 도전을 했어요. 이제 세월도 흘렀고, 제가 느껴온 이자이를 다시 보여드리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이자이를 ‘판타지(환상)’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수많은 색채를 표현할 수 있죠. 기교 위에 그 색깔들을 입혀야 하니 연주자로서는 도전이구요.”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그를 가르친 아론 로잔드가 이자이의 손(孫)제자라는 인연도 있다. 이진상과 함께 연주할 프랑크의 소나타는 이자이에게 결혼선물로 선사한 작품이다. “다채로운 화성과 예측 못할 변화가 매력적인 곡”이라고 그는 말했다. 백주영은 다음달 11~25일 열리는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바이올린부문)에서 운영위원 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그는 25년 전인 1997년 당시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이름으로 열린 해당 콩쿠르 2회 대회에서 21세 나이로 루마니아의 리비우 프루나루(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악장)와 공동 1위를 수상했다. “4반세기가 지나 새로운 유망주들을 뽑게 되다니…. 당시 백병동(작곡가) 선생님의 곡을 외워 연습하던 일, 저보다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기억 등 모두 생생해요.(웃음) 함께 1위를 한 프루나루와는 지금도 친하죠. 울고 싶어도 잘 못 우는 성격인데, 당시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기쁨의 눈물’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됐어요. 시상식 뒤 1주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는데, 상금으로 큰 외화(5만 달러)를 받은 직후라 송구스러웠던 기억도 나고요.” 그는 10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음악제에서도 매년 맹활약을 펼쳐왔다. 지난해는 축제 악단인 SIMF 오케스트라의 악장 역할을 맡았다. 올해는 10월 30일 열리는 폐막연주회에서 류재준의 현악4중주 협주곡 초연에 참가하고 실내악 시리즈에도 두 차례 무대에 선다. 그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일정으로 올해 악장 역할은 못 하게 되었어요. ‘서울’에 ‘서울’을 양보한 셈”이라며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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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과일, 살아남기 위해 더 달콤해지다

    “하느님께서 아담을 데려다가 에덴에 있는 이 동산을 돌보게 하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 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 먹지 마라.” 구약성서 창세기는 인류의 심층 의식에 과수원이 이미 낙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려준다. 독일의 자연 전문 논픽션 작가인 저자는 “역사 속의 다양한 과수원과 그 형태를 설명하며 그 나무 사이사이 자리 잡은 사람들의 삶과 노동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식물의 다른 부분과 달리 과일은 ‘자발적으로 내주는’ 영양소다.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 동물을 유혹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축처럼 지금의 인간과 과일도 서로 영향을 끼쳐온 공진화(共進化)의 산물이다. 인간은 과일을 자신에게 더 매력적으로 변모시켰고 과일을 맺는 식물 편에서도 자손을 더 퍼뜨리기 위해 인간에게 영향을 끼쳤다. 과일을 먹는 영장류의 뇌는 그러지 않는 종보다 평균 25% 크다. 과일을 섭취하려면 언제 열매가 익고 어느 열매가 독이 없는지, 어떤 색깔이 제대로 익은 건지 판별할 수 있어야 했다. 과일을 먹게 된 인간은 조상인 유인원 대에 스스로 비타민C를 합성할 수 없게 됐다. 과수원을 만드는 것은 미래에나 결실을 볼 계획적 투자이므로 문명의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 과일 역시 크기, 당도, 빛깔, 향 등 모든 면에서 인간을 만족시키기 위해 큰 변화를 겪었다. 말려야만 쓴맛이 없어져 먹을 만했던 옛 사과는 오늘날 다양하고 매력적인 사과 품종들로 변모했다. 로마제국은 각지의 과일을 불러오고 퍼뜨리는 허브(Hub)였다. 대(大) 플리니우스가 쓴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 박물지에는 1000여 종의 과일이 나오는데 그중 71종이 양조용 포도였다. 과일의 문화예술사도 풍성히 담아냈다. 화가 세잔은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한 뒤 빼어난 그림들로 이를 실현했고 르누아르는 자기 사유지에서 자란 올리브기름을 맛만 보고 구분해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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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 대작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대구서 만난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필생의 대작이자 19세기 후반 유럽 작곡계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이 대구에서 공연된다. 공연 시간만 총 14시간에 이르는 거작이다. 국내에서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이 연속으로 공연되는 데다 나흘간 14시간 동안 오페라를 공연하는 건 처음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달 31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대연습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제19회 대구 국제오페라축제 계획을 공개했다.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은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이 올해 7월에 공연한 최신 프로덕션이다.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가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한 한국인 요나 김이 연출을 맡았다. 10월 16일 ‘라인의 황금’으로 시작해 17일 ‘발퀴레’, 19일 ‘지크프리트’, 23일 ‘신들의 황혼’을 공연한다. 만하임극장 주역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230여 명을 초청한다고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밝혔다. ‘니벨룽겐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바그너가 직접 모든 각본을 쓰고 작곡한 작품이다. 작곡에 28년이 걸렸으며 1876년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극장에서 열린 초연은 유럽 예술계에 충격을 던진 대사건으로 꼽혔다. 올해 대구 국제오페라축제는 이달 23,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광주시립오페라단이 합작한 푸치니 ‘투란도트’로 개막한다. 10월 7, 8일에는 이탈리아 페라라 시립오페라극장과 합작한 모차르트 ‘돈 조반니’가 공연된다.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에 이어서 10월 28, 29일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11월 4, 5일 영남오페라단의 로시니 ‘신데렐라’, 11월 18, 19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윤이상의 ‘심청’이 공연된다. ‘심청’은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만하임 국립극장의 공연 교류 프로그램으로 2026년 만하임에서 공연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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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의 ‘줄리엣’, 한복 드레스 입은 ‘올랭피아’

    19세기 말 프랑스를 울리고 웃긴 대형 오페라 두 편이 서울을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2∼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프랑스 교회음악과 오페라의 거장인 샤를 구노(1818∼1893)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프랑스 오페레타(가벼운 희극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인 자크 오펜바흐(1819∼1880)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파우스트’와 함께 구노의 대표작이자 최대 흥행작. 셰익스피어 원작을 토대로 한 30여 편의 ‘롬앤줄(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줄리엣의 아리아 ‘꿈속에 살고 싶어’ 등은 세계 갈라 콘서트와 콩쿠르에서도 널리 불린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취임 뒤 처음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자 서울시오페라단이 2020년 ‘토스카’ 이후 처음 공연하는 전막 오페라이기도 하다.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활동해온 연출가 이혜영은 “원작과 달리 1940년대 미국 뉴욕으로 극의 배경을 옮겨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미오 역에 테너 최원휘 이승묵, 줄리엣 역에 소프라노 박소영 김유미, 머큐시오 역에 바리톤 공병우 김경천이 출연한다. 최원휘 박소영은 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한 바 있다. 조정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2019년 공연해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올해 호프만 서거 20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3년 전 지휘자인 세바스티안 랑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독일 낭만주의 문호 호프만의 환상적인 소설 세 편을 엮은 ‘세 이야기 같은 한 오페라’다. 오페레타 붐을 타고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장악했던 오펜바흐가 유일하게 ‘오페라’란 제목을 달고 내놓은 야심작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세 명의 여성 주역을 각기 다른 개성의 소프라노가 맡는다. 인형 올랭피아는 이윤정 강혜정, 병약한 여성 안토니아는 윤상아 김순영, 요부 줄리에타는 오예은 김지은이 캐스팅됐다. 타이틀 롤인 테너 호프만 역은 2019년 호프만으로 열연을 펼친 국윤종과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 ‘아이다’에서 주역 라다메스로 출연했던 이범주가 노래한다. 이 오페라의 악당 바리톤 네 명 역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주역가수로 활약한 바리톤 양준모가 도맡는다. 연출가 부사르는 “보랏빛 구름, 은빛 별과 거대한 달,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의 상징적 오브제로 원작의 환상적 세계를 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신사들이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아름다운 여인들은 한복을 모티브로 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는 점도 눈길이 간다. 이번 공연은 클림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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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말 프랑스 울리고 웃긴 오페라 두 편…이달 서울 찾아온다

    19세기 말 프랑스를 울리고 웃긴 대형 오페라 두 편이 9월 서울의 오페라 무대를 찾아온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2~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프랑스 교회음악과 오페라의 거장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프랑스 오페레타(가벼운 희극 오페라)의 대표 작곡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를 29~10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파우스트’와 함께 구노의 대표작이자 최대 흥행작.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토대로 한 30여 편의 ‘롬앤줄’ 오페라 중에서도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줄리엣의 아리아 ‘꿈속에 살고 싶어’ 등은 전세계 갈라 콘서트와 콩쿠르에서도 널리 불린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취임 후 처음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자 서울시오페라단이 2020년 ‘토스카’ 이후 처음 공연하는 전막 오페라이기도 하다. 독일 아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활동해온 연출가 이혜영은 ‘원작과 달리 1940년대 뉴욕으로 극의 배경을 옮겨 색다른 분위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미오 역에 테너 최원휘 이승묵, 줄리엣 역에 소프라노 박소영 김유미, 머큐시오 역에 바리톤 공병우 김경천이 출연한다. 최원휘 박소영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한 바 있다. 조정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국립오페라단의 ‘호프만의 이야기’는 2019년 공연해 호평을 받은 작품을 올해 호프만 서거 200주년을 맞아 3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것. 3년 전의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레싱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다시 호흡을 맞춘다. 독일 낭만주의 문호 호프만의 환상적인 소설 세 편을 엮은 ‘세 이야기 같은 한 오페라’다. 오페레타 붐을 타고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를 장악했던 오펜바흐가 유일하게 ‘오페라’란 제목을 달고 내놓은 야심작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는 세 명의 여성 주역을 각기 다른 개성의 소프라노가 맡는다. 인형 올랭피아는 이윤정 강혜정, 병약한 여성 안토니아는 윤상아 김순영, 요부 줄리에타는 오예은 김지은이 출연한다. 타이틀 롤인 테너 호프만 역은 2019년 호프만으로 열연을 펼친 국윤종과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 ‘아이다’에서 주역 라다메스로 출연했던 이범주가 노래한다. 이 오페라의 악당 바리톤 네 명 역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주역가수로 활약한 바리톤 양준모가 도맡는다.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보랏빛 구름, 은빛 별과 거대한 달,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의 상징적 오브제로 원작의 환상적 세계를 표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신사들이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아름다운 여인들은 한복 모티브의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다는 데도 눈길이 간다. 지휘를 맡은 랑레싱은 프랑스 낭시 오페라와 로렌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2018년 ‘마농’을 시작으로 ‘윌리엄 텔’ ‘피델리오’ ‘삼손과 델릴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등 국립오페라단의 여러 작품을 지휘해 왔다. 이번 공연은 클림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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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獨 ARD 콩쿠르 피아노 2위

    피아니스트 김준형 씨(25·사진)가 11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제71회 ARD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김 씨는 2017년 ARD 국제콩쿠르 특별상, 2019년 센다이 국제콩쿠르 6위와 오르후스 국제콩쿠르 4위에 이어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수료했다. 뮌헨국립음대 연주 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현대음악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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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루티스트 김유빈, 獨 ARD 음악콩쿠르 우승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 중인 플루티스트 김유빈(25·사진)이 7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폐막한 ARD 음악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우승했다. 올해 71회째인 ARD 콩쿠르는 독일 제1방송 ARD가 주최하는 콩쿠르로 매년 악기별로 4개 부문이 열린다. 그중 관악 부문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로 꼽힌다. 올해는 플루트와 현악4중주, 트롬본, 피아노 부문이 열렸다. 김유빈은 결선에서 요슈아 바일러슈타인이 지휘하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협연으로 현대 작곡가 달바비의 플루트 협주곡을 연주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2위는 이탈리아의 마리오 브루노, 3위는 독일의 레오니 부뮐러가 수상했다. 김유빈은 2016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최연소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됐고 이듬해 종신 수석에 임명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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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설공주’ ‘겨울왕국’ 등 연주앨범 낸 랑랑

    “오랫동안 꿈꿔온 앨범이죠.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반이기도 하고요.”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40·사진)이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만났다. 그는 16일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발매하는 새 앨범 ‘디즈니 북’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음악 27곡을 담았다. ‘백설공주’ 같은 초기작부터 ‘겨울왕국’ ‘코코’까지 여러 세대를 매혹시킨 영화 속 선율이 피아노 선율로 피어났다. 지난달 30일 화상으로 만난 랑랑은 “편곡 등 준비만 4년 걸렸다”고 했다. 크로스오버 앨범 대부분이 클래식 원곡을 대중음악 스타일로 편곡한 것과 반대로 이 앨범에 실린 곡은 대중을 위해 쓴 원곡에 클래식 스타일을 입혔다. “‘신데렐라’는 쇼팽, ‘겨울왕국’은 라흐마니노프와 리스트, ‘라이온 킹’ ‘덤보’는 드뷔시 스타일로 재탄생했죠. 클래식만은 아니고 ‘정글북’은 모던 재즈, ‘카’는 로큰롤 스타일로 편곡됐어요.” 그에게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평생의 벗이다. ‘아기 돼지 삼형제’를 처음 만났고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라이언 킹’이다. “요즘 작품 중에선 ‘코코’를 좋아해요.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죠.” 유명 아티스트들과도 협업했다. 보컬리스트 안드레아 보첼리는 ‘타잔’ 주제곡 ‘You‘ll Be in My Heart’를 이탈리아어로 불렀다. 올해 그래미상 최다 부문 수상자인 재즈 뮤지션 존 배티스트는 자신이 작곡한 ‘소울’의 ‘It’s All Right’를 랑랑과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다. 랑랑의 한국계 부인인 지나 레들링거는 ‘피노키오’ 주제가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영어와 한국어로 불렀다. “이 악보들로 어린이와 젊은이가 피아노로 즐겁게 칠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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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필 음악감독 즈베던, 서울시향 감독 맡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후임으로 얍 판 즈베던(61·사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5년이다. 네덜란드인인 즈베던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 경력을 시작해 19세 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악장으로 취임한 뒤 17년 동안 악장을 지냈다. 지휘자로 변신한 뒤에는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와 미국 댈러스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냈고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2018년부터는 세계 정상급 악단이자 북미 대표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시향은 “즈베던은 댈러스 교향악단과 홍콩 필하모닉의 역량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등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명성을 얻어 왔다”고 설명했다. 즈베던은 2018년 8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9년 2월과 2021년 11월에 KBS교향악단을 지휘한 바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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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퀸 엘리자베스의 여왕’ 최하영, 이번엔 국내 팬들 홀린다

    올해 6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은 한 사람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휘몰아간 무대였다. 예선에서 준결선까지…. 최하영(24)에게 쏟아지는 갈채는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했고 결선에서 그가 루토스와프스키 첼로협주곡의 마지막 음표를 힘차게 긋자 기다렸다는 듯 환호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객석 분위기부터 ‘어차피 우승은 최하영’이었다. 그가 우승 후 첫 고국 전국 투어를 연다. 1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시작해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까지, 단 하루만 쉬는 7일의 대장정이다. 나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사흘의 피아노 반주 무대를 엮었다. 18일까지 5개 콘서트는 이번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중국의 천이바이와 함께 한다. 큰 일정을 앞둔 그를 새로 단장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일 만났다. ―이번 투어에서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1번과 드보르자크의 협주곡, 퀸 엘리자베스 결선곡이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을 두루 연주합니다. 고전과 낭만, 현대가 두루 섞인 셈인데요. “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과 비드만의 창작곡, 브리튼의 소나타에 대한 인상이 컸던지 ‘현대곡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여러 시대의 음악을 좋아하고, 이번에 연주할 곡들도 정말로 사랑하는 작품들입니다.” ―연주에 충분한 파워가 느껴지고 그 파워가 곡 해석의 튼실한 설계로 이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연주를 위해 운동을 하나요.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태권도도 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어릴 때 얘기를 하자면 노래와 춤도 잘했다면서요. “교육 TV 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춤도 추고 노래도 했어요. 뮤지컬에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이달 말 라트비아 작곡가 바스크스의 ‘프레젠스’라는 곡을 벨기에 음악축제에서 연주하게 되어 있는데, 이 곡 말미에 연주자가 노래를 하도록 되어 있어요. 오랜만에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됐네요.”(웃음) ―현재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에 다니고 있죠. 연주와 연습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베를린은 문화적 체험이 풍성한 곳이어서 좋아요. 큰 미술관과 박물관들도 있지만 동네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전시회들도 보곤 하죠. 큰 취미는 그림 그리기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동생과 함께 기차 여행도 자주 다녀요. 문학 작품 읽기도 좋아하죠. 국내 작가와 독일 작가의 책은 원문으로, 다른 나라 작가의 책은 영어로 읽어요.” ―이번에 함께 무대에 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입상자 천이바이는 어떤 연주가인가요. 콩쿠르를 통해 친해졌나요. “콩쿠르 이후 벨기에 여섯 도시에서 입상자 투어를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저보다 세 살 어리지만 배려심이 많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친구예요. 연주도 카리스마 있고 색깔이 뚜렷하죠.” 이번 투어는 14일 부산문화회관, 15일 서울 노원문화회관, 16일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 17일 강원 철원제일교회 옛터,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이어진다. 16, 17, 18일 듀오 연주회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입상자이자 이 대회 협력 피아니스트인 라이브레히트 판베케보르트가 반주를 맡는다. 12월 5일에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손정범 피아노 반주로 최하영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기념 내한 리사이틀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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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음악감독에 츠베덴…‘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명성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후임으로 얍 판 츠베덴(61)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임기는 2024년 1월부터 5년이다. 네덜란드인인 츠베덴은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 경력을 시작해 19세 때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최연소 악장으로 취임한 뒤 17년 동안 악장을 지냈다. 지휘자로 변신한 뒤에는 네덜란드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와 미국 댈러스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냈고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2018년부터는 세계 정상급 악단이자 북미 대표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시향은 “츠베덴은 댈러스 교향악단과 홍콩 필하모닉의 역량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등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로 명성을 얻어 왔다”고 설명했다. 츠베덴은 2018년 8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2019년 2월과 2021년 11월에 KBS교향악단을 지휘한 바 있다. 서울시향은 “츠베덴 차기 음악감독은 홍콩 필하모닉을 이끈 경험으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여러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연주자들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게 됐다. 특히 국내 최고의 연주 실력을 가진 서울시향의 도약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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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 있는 연주·튼튼한 곡 해석…‘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장악한 그녀

    올해 6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폐막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부문은 한 사람이 분위기를 장악하고 휘몰아간 무대였다. 예선에서 준결선까지, 최하영(24)에게 쏟아지는 갈채는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했고 결선에서 그가 루토스와프스키 첼로협주곡의 마지막 음표를 힘차게 긋자 기다렸다는 듯 환호와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객석 분위기부터 ‘어차피 우승은 최하영’이었다. 그가 우승 후 첫 고국 전국 투어를 연다. 14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시작해 2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까지, 단 하루만 쉬는 7일의 대장정이다. 나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사흘의 피아노 반주 무대를 엮었다. 18일까지 5개 콘서트는 이번 콩쿠르 2위 입상자인 중국의 이바이 첸과 함께 한다. 큰 일정을 앞둔 그를 새로 단장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일 만났다. ―이번 투어에서 하이든의 첼로협주곡 1번과 드보르자크의 협주곡, 퀸 엘리자베스 결선곡이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을 두루 연주합니다. 고전과 낭만, 현대가 두루 섞인 셈인데요. “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과 비드만의 창작곡, 브리튼의 소나타에 대한 인상이 컸던지 ‘현대곡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여러 시대의 음악을 좋아하고, 이번에 연주할 곡들도 정말로 사랑하는 작품들입니다.”―연주에 충분한 파워가 느껴지고 그 파워가 곡 해석의 튼실한 설계로 이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연주를 위해 운동을 하나요.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한때 아령도 했지만 손목에 무리가 갈지 몰라 그만뒀죠. 어릴 때부터 태권도도 했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어릴 때 얘기를 하자면 노래와 춤도 잘했다면서요. “교육 TV 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춤도 추고 노래도 했어요. 뮤지컬에 아역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이달 말 라트비아 작곡가 바스크스의 ‘프레젠스’라는 곡을 벨기에 음악축제에서 연주하게 되어있는데, 이 곡 말미에 연주자가 노래를 하도록 되어 있어요. 오랜만에 여러 사람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됐네요.”(웃음) ―현재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에 다니고 있죠. 연주와 연습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베를린은 문화적 체험이 풍성한 곳이어서 좋아요. 큰 미술관과 박물관들도 있지만 동네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전시회들도 보곤 하죠. 큰 취미는 그림 그리기입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동생과 함께 기차 여행도 자주 다녀요. 문학 작품 읽기도 좋아하죠. 국내 작가와 독일 작가의 책은 원문으로, 다른 나라 작가의 책은 영어로 읽어요.”―이번에 함께 무대에 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 입상자 이바이첸은 어떤 연주가인가요. 콩쿠르를 통해 친해졌나요. “콩쿠르 이후 벨기에 여섯 도시에서 입상자 투어를 다니면서 친해졌어요. 저보다 세살 어리지만 배려심이 많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친구에요. 연주도 카리스마 있고 색깔이 뚜렷하죠.” 이번 투어는 14일 부산문화회관, 15일 서울 노원문화회관, 16일 제주 서귀포예술의전당, 17일 강원 철원제일교회 옛터, 18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1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으로 이어진다. 16, 17, 18일 듀오 연주회는 2007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부문 입상자이자 이 대회 협력 피아니스트인 리브레히트 반베케부르트가 반주를 맡는다. 12월 5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손정범 피아노 반주로 최하영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기념 내한 리사이틀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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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보르자크 선율, 10월 한국-독일 합창으로 울려퍼진다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가)는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소박하고도 인간미 넘치는 곡입니다. 이 곡의 아름다움을 고국과 클래식 문화의 중심인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알리게 돼 행복합니다.”(최영철 서울오라토리오 감독·71) ‘드보르자크 음악 전도사’로 불려온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이 10월 16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터전인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공연한다. 이에 앞서 이달 6일에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주한체코대사관의 후원으로 공연을 갖는다. 10월 11일에는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무대로 한국 민요와 가곡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베를린의 합창단 ‘베를린 징아카데미’가 자신들과 성격이 비슷한 한국 단체와 교류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베를린 공연에는 서울오라토리오 단원과 베를린 징아카데미 단원이 절반씩 합창을 맡고 제가 지휘를 합니다.” 1991년 창단한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은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레퀴엠’(장송미사곡) 등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유독 자주 연주해 왔다. 최 감독의 드보르자크 사랑이 남다른 인연을 만든 결과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던 중 드보르자크의 음악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1992년 국경이 열리자마자 체코를 찾아 그의 자취를 찾았고 그의 후손들을 만났죠. 작곡가의 3세인 안토닌 드보르자크 3세는 저의 열정에 감동했다며 드보르자크의 후손들 앞에서 저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할아버지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초판본 악보와 친필 서신 등 유품들도 제게 주셨습니다.” 그 뒤 최 감독은 2010년 국제 드보르자크 작곡 콩쿠르를 설립했다. 드보르자크 성악 콩쿠르에도 집행위원 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문화외교 공로자에게 주는 ‘그라시아스 아지트’ 상도 수상했다. 드보르자크에 대한 사랑 가운데서도 ‘스타바트 마테르’는 그 한가운데 있다. 정기공연 등에서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이 이 곡을 연주하는 것만 여섯 번째라고 최 감독은 말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의 슬픔을 그린 곡이죠. 작곡 당시 드보르자크는 세 자식을 연달아 잃었습니다. 곡을 듣다 보면 음악적 분석이나 종교적 관점을 넘어 아이를 잃은 어버이의 한없는 아픔이 들여다보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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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미 엿 볼 수 있어”…서울·베를린서 드보르자크 ‘성모애가’ 연주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자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소박하고도 인간미 넘치는 곡입니다. 이 곡의 아름다움을 고국과 클래식 문화의 중심인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알리게 돼 행복합니다.” (최영철·71·서울오라토리오 감독) ‘드보르자크 음악 전도사’로 불려온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이 10월 16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터전인 베를린 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 드보르자크 ‘스타바트 마테르’(성모애가)를 공연한다. 이에 앞서 이달 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주한체코대사관 후원으로 공연을 갖는다. 10월 11일에는 베를린 카이저 빌헬름 교회를 무대로 한국 민요와 가곡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베를린의 합창단 ‘베를린 징아카데미’가 자신들과 성격이 비슷한 한국 단체와 교류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베를린 공연에는 서울오라토리오 단원과 베를린 징아카데미 단원 절반씩이 합창을 맡고 제가 지휘를 합니다.” 1991년 창단한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은 드보르자크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레퀴엠(장송미사곡) 등 드보르자크의 작품을 유독 자주 연주해 왔다. 최 감독의 드보르자크 사랑이 남다른 인연을 만든 결과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하던 중 드보르자크의 음악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1992년 국경이 열리자마자 체코를 찾아 그의 자취를 찾았고 그의 후손들을 만났죠. 작곡가의 3세인 안토닌 드보르자크 3세는 저의 열정에 감동했다며 드보르자크의 후손들 앞에서 저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할아버지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초판본 악보와 친필 서신 등 유품들도 제게 주셨습니다.” 그 뒤 최 감독은 국제 드보르자크 작곡 콩쿠르를 설립했고 드보르자크 성악 콩쿠르에도 집행위원 겸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체코 정부가 문화외교 공로자에게 주는 ‘Gratias Agit’ 상도 수상했다. 프라하 음악원과 협정을 맺고 국내에 ‘드보르자크 아카데미’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드보르자크에 대한 사랑 가운데서도 ‘스타바트 마테르’는 그 한 가운데 있다. 정기공연 등에서 서울오라토리오 합창단이 이 곡을 연주하는 것만 여섯 번째라고 최 감독은 말했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의 슬픔을 그린 곡이죠. 작곡 당시 드보르자크는 세 자식을 연달아 잃었습니다. 곡을 듣다보면 음악적 분석이나 종교적 관점을 넘어 아이를 잃은 어버이의 한없는 아픔이 들여다보입니다. 서울 연주회에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드보르자크의 인간미에 공감하셨으면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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