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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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칼럼23%
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지구 온난화로 당겨진 봄… 동식물 멸종 위기

    지구 온난화로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수만 년 동안 계절 주기에 맞춰 진화해 온 동식물들이 멸종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그린란드 순록(카리부)은 매년 겨울 해안가에서 이끼를 먹고 지내다 봄과 여름이면 내륙으로 들어가 번식하고 그곳에서 자라는 북극 식물을 먹는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의 해빙이 줄어들면서 내륙의 북극 식물은 과거보다 이른 시기에 자라난다. 10년 전에 비해 무려 26일 일찍 성장하는 식물도 있다. 순록이 몸에 익은 패턴에 따라 도착했을 때 식물은 이미 소화시키기엔 너무 단단해지고 영양도 떨어져 있다. 식물이 일찍 자라날수록 새끼 순록이 죽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북부의 도요새는 봄에 농부들이 심은 보리밭에 둥지를 만든다. 그러나 봄이 일찍 찾아오면서 도요새들은 농부들이 보리를 심기 전에 들판에 알을 낳는다. 이후 농부들이 트랙터로 밭을 갈면 도요새 알들이 피해를 입는다. 핀란드 자연사박물관의 안드레아 산탄겔리 연구원은 “40년 전에 비해 농부들의 파종은 일주일 앞당겨졌지만 새들의 번식은 2~3주 더 빨라졌다”며 “계절 불일치로 도요새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번식하는 눈덧신토끼도 지구 온난화로 최근 개체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이 토끼는 봄부터 가을까진 갈색이지만, 겨울엔 털갈이를 해 온몸이 하얗게 변한다. 계절에 맞춰 위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털이 미처 갈색으로 바뀌기 전에 서식지의 눈이 일찍 녹아버리면서 토끼의 위장 능력이 사라지게 됐다. 털갈이 시점과 계절이 일주일만 차이가 나도 토끼가 스라소니 같은 천적의 먹이가 될 확률이 7%씩 증가한다. 지금은 털갈이 주기가 1~2주 정도 불일치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8주 정도 차이가 날 경우 눈덧신토끼는 멸종의 우려도 있다.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유럽의 딱새류도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딱새들은 겨울엔 아프리카에 살다가 봄엔 수천 ㎞를 비행해 유럽으로 와 떡갈나무에 기생하는 벌레를 먹고 알을 낳는다. 그러나 최근 떡갈나무 새잎이 평균 2주 빨리 돋아나면서 애벌레의 출현 시기도 빨라졌다. 딱새가 날짜에 맞춰 돌아왔을 때는 이미 먹을 만한 애벌레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산탄겔리 연구원은 “지구 역사에서 지금처럼 기후가 급격히 변한 사례가 없었다”며 “동식물들이 기후변화 속도에 맞춰 진화하지 못하면 멸종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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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도 감동했다는 평양의 환호

    “오늘밤 테레비에서 남조선 공연을 방영한대.” 소문은 바람처럼 빨랐다. 어린 나도 어른들 따라 일찌감치 TV와 마주앉았다. 그때가 1985년 9월이었다. 분단 이후 최초의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 행사가 진행됐고, 북한은 이를 생중계했다. 내가 본 첫 남쪽 예술이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는 이내 바늘에 찔린 풍선처럼 피식 빠졌다. 예술인처럼 보이지 않는 노인들이 느릿느릿한 가야금에 맞춰 이상한 발성으로 목청을 뽑았다. 어머니는 전통 가야금과 판소리라고 말해주었다. 참고로 북한은 1960년대에 가야금을 기존 12현에서 21현으로 개량했고, 판소리는 음악계에서 퇴출시켰다. 난 공연을 보다 잠들었다. 그렇게 졸음을 부르는 음악은 처음이었다. 이후부터 “예술은 북쪽이 훨씬 앞섰다”란 당국의 선전을 확실히 믿었다. 내가 봤으니까. 그러다 1997년 겨울 평양행 열차에서 ‘홀로 아리랑’을 만났다. 당시는 전력난으로 기차가 수백 km를 가는 데 일주일씩 걸렸다. 사람들은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추위와 무료함을 달랬다. 어느 밤 객차 앞쪽에서 청년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와 창법이었다. 사람들은 연방 재청을 외쳤고, 나 역시 그랬다. 전율을 느낄 만큼 좋았다. 탈북해서야 그날 밤 청년이 부른 노래들이 한국 가요였고, 그중 하나가 홀로 아리랑이란 걸 알았다. 어둠에 얼굴을 숨겼던 그 청년은 노래를 참 잘했다. 그가 어디서 배웠는지는 알 수 없다. 초기에 탈북해 중국에 갔다 왔던 청년은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고, 지금은 북한 사람들도 웬만한 한국 노래는 다 안다. 남북 간 예술 교류도 적잖았다. 가장 화려했던 공연은 2005년 8월 조용필 평양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공연은 훌륭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홀로 아리랑’을 부르며 조용필은 “함께 불러요. 다 아시죠”라고 객석에 호소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객석의 7000여 평양 시민 중 이 노래를 모를 사람은 거의 없었겠지만, 누가 간 크게 호응한단 말인가. 카메라에 비친 얼굴들은 썰렁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눈물 가득한 눈은 감동으로 파르르 떨렸고, 입술은 따라 부르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오물거렸다. 급기야 마지막엔 몇 명이 조용히 따라 불렀다. 카메라에 잡힌 이들이 보위부에 끌려가지는 않을까 걱정됐다. 예전엔 평양 가는 가수들에게 “당신이 들려주고 싶은 곡이 아니라, 탈북 예술인들과 상의해 그들이 듣고 싶은 곡을 선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런 생각도 바뀌었다. 가령 2002년 9월 윤도현밴드가 평양에 갔을 때 “저 록(Rock) 버전 아리랑을 북에서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탈북한 평양 청년은 “처량한 줄로만 알았던 아리랑이 저렇게 신나는 노래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너를 보내고’는 북한 국민가요가 돼 버렸다. 얼마 전 마이클 잭슨의 공연 영상을 몰래 보고 미치도록 황홀했다는 탈북 예술인도 만났다. 평양은 마이클 잭슨도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평양 사람들도 친지끼리 모이면 남한 사람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 놀고 잘 춤춘다. 한민족 특유의 음주가무 DNA가 어딜 가겠는가. 평양에서 공연한 이들은 객석의 무반응에 당황한다. 지금까진 부르르 떨리는 눈동자와 꾹 다문 입술이 평양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의 찬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보며 난 평양이 또 많이 바뀌었음을 느꼈다. 공연장의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앞에서 노래에 맞춰 손도 흔들고 소리도 질렀다. 김정은이 직접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면, 이건 대단한 파격이다. 다만 과거엔 이런 공연을 생중계하던 북한이 이번엔 중계를 하지 않았으니 말과 행동의 괴리는 크다. 한국 노래만 불러도 여전히 잡혀 갈 것이다. 그럼에도 13년 만에 재개된 평양 공연을 보며 새삼 느꼈다. 평양의 예술혼은 잠들지 않았고, 잠든 적도 없었고, 다만 억눌려 있었을 뿐이다. 평양의 얼어붙은 가슴들을 깨워주는 이 봄이 참 좋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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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기울어진 운동장” 아마존 또 때려, 아마존 주가 급락… 시총 5일새 63조원 증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연일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을 겨냥한 트위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단지 바보들 혹은 바보보다 더 못한 사람들만이 우체국이 아마존을 통해 돈을 번다고 말한다. 우체국은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이는 바뀔 것이다. 또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소매점들이 전국에 걸쳐 문을 닫고 있다.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엔 “미국 우체국은 아마존 택배를 배달할 때마다 평균 1.50달러를 손해보고 있다”고 썼다. 또 29일엔 “아마존은 미국 우체국을 배달부로 사용하면서 수천 개의 소매업자를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체국이 우편 수수료를 인상한다면, 아마존의 배송 비용은 26억 달러(약 2조7443억 원)에 이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일 이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공세에 아마존 주가는 2일 5.21%나 하락했다. 아마존은 한 달 전만 해도 시가총액이 7680억 달러(약 810조6240억 원)로, 애플에 이어 시총 규모 2위였다. 하지만 지난 닷새 동안 시총은 600억 달러(약 63조3300억 원)나 증발했다. 트럼프의 아마존 공격은 베이조스가 소유한 신문 워싱턴포스트에 대한 보복으로 분석된다. 베이조스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검증 특별 취재팀’을 꾸렸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각종 문제를 고발했다. 베이조스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민간 로켓 ‘블루오리진’에 “그를 태워 우주로 보내버리겠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한편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댈러스, 인디애나폴리스, 워싱턴 등 20여 개 지역을 제2본사 후보지로 선정해 유치 작업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아마존이 10여 개 도시에 은밀히 실사단을 파견했다”며 “후보 도시 공무원들은 48시간도 안 되는 아마존의 실사 방문 때 자신들의 매력과 장점을 펼쳐 보일 방안을 마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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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철 ‘천안함 비아냥’ 이어 노동신문은 ‘폭침 조작’ 주장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입니다”라고 말해 유족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북한 노동신문이 천안함 용사 등을 기리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대결광대극’이라고 비난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의 소행으로 조작됐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논평을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3일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대해 “명백히 북남 관계 개선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조선반도의 평화 흐름에 역행하는 용납 못할 대결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적폐청산을 떠드는 현 남조선 당국이 리명박 역도의 집권 시기에 조작되고 박근혜 역적패당에 의해 더욱 악랄하게 분칠된 반공화국모략사건을 거들며 맞장구를 친 것은 실로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관계 개선을 운운하고 뒤에서는 대화 상대방을 중상하는 이런 이중적인 처사가 지속된다면 북남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영철이 2일 북측의 보도 통제에 대해 우리 기자단을 만나 사과하는 자리에서 “(제가) 천안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한 것도 농담이라기보단 북한이나 자신은 천안함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은 이때 ‘천안함 사건’이 아니라 ‘폭침’이라는 말을 골라 썼는데, 이 역시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사실을 비아냥거리며 반박하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지난주 북-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조속히 실천에 옮기자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북-중은 양국 최고지도자의 베이징 회담이 가리킨 방향에 따라 한반도 유관 문제에 대해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도 “현재 상황에서 북-중 전통 우의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은 양국 및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리 외무상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 참석 및 러시아 방문 길에 베이징에 들렀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리 외무상 등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진행되는 불가담(비동맹)운동 외무상 회의에 참가하고 러시아와 독립국가협동체(CIS·독립국가연합) 나라들을 방문하기 위하여 3일 평양을 출발하였다”고 전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비핵화 협상 전략을 논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의전, 경호, 보도 실무회담을 북측의 요청으로 하루 연기해 5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연다고 밝혔다. 또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등을 협의하는 통신 실무회담은 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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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보다 무서운 칼… 런던 올 2, 3월 살인사건 뉴욕보다 처음으로 많아

    영국 런던의 살인사건 발생 건수가 미국 뉴욕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주목할 점은 뉴욕에서는 살인사건이 주로 총기류에 의해 발생하지만 런던에서는 칼부림에 의한 살인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영국의 총기 규제는 미국보다 엄격하다. 1일 런던경찰청과 뉴욕경찰청(NYPD) 통계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런던에서는 15명이, 뉴욕에선 14명이 살해됐다. 런던에서는 3월에도 2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21건의 뉴욕보다 1건이 더 많았다. 두 도시의 인구는 850만 명으로 비슷하다. 영국 더타임스는 1일 “런던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수치가 뉴욕을 넘어선 적은 현대사에서 한 번도 없었다”며 “특히 런던에서는 칼부림 범죄가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년간 영국 전역에서는 칼 등 흉기에 인한 살인사건이 215건 발생했다. 작년 7월까지 1년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생한 흉기 범죄는 3만6998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01건의 흉기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직전 1년에 비해 26% 늘었다. BBC는 “작년의 흉기 범죄는 비교 가능한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라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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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김정은 방중때 2억원짜리 마오타이주 접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만찬 때 병당 2억 원이 넘는 최고급 마오타이(茅台)주가 등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등에 보도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달 26일 만찬 때 중국 측 남성 요원이 한 손에 한 병씩, 두 병의 마오타이주를 들고 서 있었다. 누리꾼들이 이 사진을 확대해 보니 1960∼80년대 생산된 한정판 마오타이주인 아이쭈이(矮嘴·작은 주둥이) 장핑(醬甁) 브랜드로 밝혀졌다. 황갈색의 독특한 병 디자인의 이 술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540mL 한 병에 128만 위안(약 2억1715만 원)에 팔린다. 한 모금(작은 술잔) 분량이 약 320만 원인 셈이다. 중국 누리꾼들은 ‘국민의 피(혈세)로 짜낸 술’이라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후난(湖南)성 천이쉬안(陳以軒) 변호사는 “북-중 정상 간 만찬 비용과 내역을 공개하라”는 신청서를 국무원에 제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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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 中과 정상회담 앞둔 인도… 달라이 라마 망명60년 행사 막아

    인도 정부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사진)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밍(明)보는 인도 외교부가 최근 현지 관료들에게 달라이 라마가 참석할 예정이었던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행사가 결국 취소됐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인들은 인도가 60년 전 자신들에게 망명지를 제공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31일 뉴델리의 한 체육관에서 ‘고맙습니다, 인도(Thank You, India)’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이 행사에 자국 관료들이 참석하는 것을 금지했다. 소남 닥포 티베트 망명정부 대변인은 “뉴델리에서 많은 고위층을 접촉하고 행사에 초청했으나 인도 외교장관이 참석을 막는 통지를 내렸다”며 “행사를 개최할 의미가 사라져 추진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는 또 달라이 라마의 시킴주 방문 계획도 취소시켰다. 이곳은 지난해 6∼8월 인도군과 중국군이 73일간 국경 대치를 벌였던 곳과 가까운 곳이다. 인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6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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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요지경 가상통화’ 국가발행 시대, 기발하거나 기가 차거나…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가상통화 열풍은 한풀 꺾였다. 그러나 최근 각국에서 정부 발행 가상통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지폐를 없애기 위해, 복지를 위해서 등 가상통화를 발행하려는 각국의 속사정은 제가끔 다르다. 일각에선 2018년이 ‘국가 발행 가상통화의 해’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베네수엘라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법정화폐가 기능을 상실한 베네수엘라는 2월 20일 원유를 담보로 정부가 발행하는 가상통화 ‘페트로(PETRO)’를 발행해 19일까지 비공개로 사전 판매했다. 이달 23일부터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15일간 개인과 기관에 공식 판매에 들어갔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페트로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가상통화 페트로 완판? 베네수엘라는 사전 판매를 통해 20만927건의 페트로 구매가 이뤄졌고, 50억2000만 달러 상당의 페트로가 판매됐다고 발표했다. 애초의 판매 목표를 거의 달성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애초에 “신용이 바닥에 떨어진 베네수엘라의 가상통화는 사기”라며 비웃던 세계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9일 페트로의 미국 내 거래와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페트로는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담보로 하며 1페트로의 가격은 석유 1배럴의 가치에 해당하는 60달러로 책정됐다. 베네수엘라는 발행 첫날에만 7억3500만 달러(약 7867억 원) 상당의 페트로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페트로가 인기를 끌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달 21일엔 세계 4위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국의 금을 담보로 ‘페트로 골드(Petro Oro)’라는 가상통화도 발행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에 따르면 페트로의 사전 판매에는 세계 133개 국가가 참여했고 결제 수단은 달러(52.7%), 위안(22.59%), 유로(15.9%), 이더리움(7.9%), 비트코인(0.7%) 순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가상통화의 사용처가 베네수엘라 내로 한정됐음에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페트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공공요금, 세금, 이자 납부 등에 페트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20일부터 부동산 거래에서도 페트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식료품 의약품 분야의 34개 기업은 페트로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페트로를 이용한 상품 및 서비스 유통이 가능한 4개의 페트로 경제특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페트로에 대한 여전한 불신 그럼에도 페트로의 미래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가상통화 발행국이 다름 아닌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이기 때문. 신용평가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의 추산에 따르면 국제 항공사, 석유업체 등 베네수엘라 정부가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만 지난해 하반기 현재 약 1410억 달러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올해 인플레이션이 13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지난해 대비 4000%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페트로를 관리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부패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는 “페트로는 가상통화의 기본인 ‘탈중앙화’와 달리 유가에 따라 변동하고 부패한 정부의 통제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공공 뉴스 사이트 ‘더컨버세이션’에 따르면 페트로는 가상통화 교환소에서 자유롭게 채굴되고 거래될 수 있는 화폐라기보다는 정부의 디지털 담보나 토큰에 가깝다. 모든 정보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 수익에 대한 증거와 초기 투자자가 누구인지도 베네수엘라 정부가 밝히지 않으면 알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사전 판매가 성공적이었다는 베네수엘라의 발표도 확실히 검증되진 않는다. 외국인투자가들만이 페트로에 투자할 수 있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페트로를 판매할 때 유로나 달러 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을 취급하지만, 자국 내에서 외화 유통이 금지됐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합법적으로 페트로에 투자할 수 없다. 여기에다 페트로가 가치 기반으로 삼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자체의 신용도도 바닥이다. 베네수엘라의 최근 석유 생산량은 과거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할 석유가 없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1페트로가 석유 1배럴의 가격과 동일한지도 의심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가상통화 발행에 눈 돌리는 각국 그럼에도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 경제가 파탄 난 베네수엘라가 페트로를 활용해 50억 달러의 외화를 끌어들였다고 발표하자 러시아 터키 이란 등 다른 제재를 받는 국가들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상통화에 관심을 가져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0월 “‘가상루블’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의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모하마드자바드 아자리 자로미 정보통신부 장관은 베네수엘라가 페트로를 발표한 다음 날인 2월 21일 “국영은행 ‘포스트뱅크’가 클라우드 기반 가상통화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터키도 2월 ‘튀르크 코인’이란 정부 차원의 가상통화 검토에 착수했다. 제재가 아닌 이유로 가상통화를 발행하는 국가도 있다. 태평양 섬나라인 마셜제도는 5일 세계 최초로 ‘소버린’이란 가상통화를 국가 법정 통화로 인정했다. 인구 6만 명의 마셜제도에는 자체 통화가 없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한다. 마셜제도는 2400만 개의 소버린을 발행해 70%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핵 실험 피해 주민들의 복지 및 보상금으로 쓸 예정이다. 또 240만 개는 국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준다. 가상통화를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캄보디아 멘 삼 안 부총리는 이달 초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2018 블록체인 서밋’에 참석해 정부 주도 가상통화 ‘엔타페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엔타페이는 캄보디아 경제 성장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가 주도로 ‘현금 없는 사회’를 강하게 추진해 세계에서 제일 먼저 화폐가 사라질 것이란 예상을 받는 스웨덴도 중앙은행이 ‘e-크로나’ 시스템 도입을 적극 연구하고 있다. 미국 가상통화 전문매체 크립토 인사이더는 22일 “기능에 대한 의문과는 관계없이 2018년은 분명히 국가 발행 가상통화의 해라고 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가상통화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라고 전망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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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인류 이끌 젊은 버락-미셸 오바마 100만명 키울것”

    “인류 진보의 바통을 넘겨받을 100만 명의 젊은 버락 오바마들과 미셸 오바마들을 키우겠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5일(현지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일은 차세대의 발전을 돕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을 방문한 그는 이날 비정부기구 주최로 도쿄(東京)에서 열린 ‘세계 오피니언 리더스 서밋’ 연설에서 차세대 리더 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각 분야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비영리단체 ‘오바마 재단’이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가족의 ‘클린턴 재단’을 본뜬 ‘오바마 재단’을 2014년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오바마 재단’은 도시 빈민층 젊은이들의 교육 지원 활동에 주력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일이 효과적으로 진행된다면 아마도 수백 명 혹은 수천 명, 나아가 100만 명의 젊은 버락과 미셸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차세대 그룹이 바통을 이어가는 과정이 곧 인류의 진보”라고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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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 격화땐 한국 中수출 30兆 타격”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이 매년 약 30조 원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국이 중국 상품의 수입을 줄이면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한국 수출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한국 중국 미국의 무역통계를 분석해 앞으로 일어날 상황의 여파를 추정했다.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약 10%에 해당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해당 상품의 교역이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미국이 중국 수입의 10%를 줄여 버리면 ‘나비효과’로 한국의 중국 수출 규모가 약 282억6000만 달러(약 30조58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부품들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미국’ 수출이 끊기면 연쇄 타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의 19.9%, 한국 전체 수출액의 4.9%에 달하는 수준이다. 연구원은 특히 전자장비, 정보기술(IT), 석유화학 산업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장비는 한국이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제품이다. 미국이 중국에서 관련 상품 교역을 중단하면 한국에서는 약 109억2000만 달러(약 11조8000억 원) 규모의 수출 감소가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 다음으로는 IT(―56억 달러), 석유화학(―35억2000만 달러), 기계(―27억2000만 달러), 경공업(―23억6000만 달러) 순으로 수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한국 기업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태국 등 5개국에서 수입된 페놀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겨냥한 반덤핑 조사에 한국도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놀은 석유에서 추출하는 화합물로, 살균제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조사 대상이 된 한국 기업은 LG화학, 금호피앤비화학이다. 상무부는 “중국 기업들은 이들 5개국의 기업들이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중국에 제품을 수출했고, 중국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미국, 중국의 시장 동향이나 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기업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출국 다변화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은택 nabi@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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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주도 ‘목숨을 위한 행진’… 베트남 反戰 이후 최대 인파

    총기 난사에 친구들을 잃은 미국 10대들의 분노가 1970년대 베트남 반전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인파를 거리에 불러 모았다. 24일(현지 시간) 10대들이 주도한 ‘총기 규제 강화 시위’가 미 전역 800여 도시에서 열렸으며, 특히 수도 워싱턴에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운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이 보도했다. 영국 스페인 스위스 프랑스 등 해외 각국에서도 이날 동조 시위가 열렸다. ‘우리의 목숨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시위는 지난달 14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주 더글러스고교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 학생들이 주도했다. 10대들의 호소에 미 국민들이 화답했다. 워싱턴에서만 주최 측 추산으로 80만 명이 쏟아져 나와 의회의사당과 2.5km가량 떨어진 백악관까지 도로를 가득 메웠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도 동참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USA투데이는 “역사상 하루 기준 수도에서 일어난 집회로는 최대 규모”라며 “지난해 50만 명이 모였던 ‘위민스 마치(여성 행진)’보다도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AP통신도 이번 행진이 1960, 70년대 베트남 반전 시위 이후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청년 시위라고 전했다. 의회의사당 인근에 만들어진 연단에는 20여 명의 청소년이 연이어 올라 총기 규제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달 참사 직후 “전미총기협회로부터 돈을 받는 정치인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규탄해 주목받았던 더글러스고교의 생존 학생 에마 곤잘러스의 ‘눈물의 연설’은 세계의 심금을 울렸다. “6분 20초. 그 시간에 내 친구 17명이 죽었고, 15명이 부상을 입었고, 더글러스 공동체 모두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곤잘러스는 참사로 숨진 친구들의 이름과 이들이 잃어버린 작은 일상과 기회를 하나씩 언급한 뒤 총기 난사가 진행된 시간인 6분 20초가 될 때까지 약 4분간 침묵하며 연단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 시간 동안 공포 속에서 쓰러져 갔을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슬픔과 분노를 공유했다. 올해 9세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손녀 욜란다 르네 킹도 연단에 올랐다. 1968년 암살자의 총격에 쓰러진 킹 목사의 서거 50주기를 2주가량 앞둔 이날 욜란다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할아버지의 연설을 빌려 “나에게는 총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해 대중의 박수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 “미셸과 나는 오늘 행진이 있게 한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 계속해라. 여러분은 우리를 앞으로 이끌고 있으며, 변화를 외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잇달아 응원 글을 올렸으나, 공화당 인사들은 말을 아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해 워싱턴에 있지 않았다. 백악관은 24일 성명을 통해 “수정헌법 제1조(표현의 자유 보장)를 행사하는 용감한 젊은 미국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대통령은 범죄경력조회시스템(NICS) 강화 법안과 학교폭력방지법의 의회 통과를 촉구해 왔다”고 발표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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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민 아이들에 음악의 구원 주고 떠나다

    빈곤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 교육 시스템 ‘엘시스테마’(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의 창립자인 베네수엘라 출신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25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79세. 아브레우 박사는 1939년 베네수엘라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 피아노, 파이프오르간 등을 연주했고, 작곡과 지휘하는 법을 익혔다. 한때는 대학에서 경제 및 법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지만 이내 베네수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성장 환경에 눈을 돌렸다. 1970년대 중반 베네수엘라에선 음악이 상류층의 전유물로 돼 있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에도 꿈을 이루지 못해 방황했다. 아브레우 박사는 36세였던 1975년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청소년 11명을 모아 악기를 무료로 나눠주고 관현악 합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엘시스테마의 첫걸음이었다. 마약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던 아이들은 클래식 교육을 통해 점차 협동과 이해를 배우게 됐고, 방황을 접고 삶의 목표도 생겼다. 2년 뒤 아브레우 박사는 이렇게 키운 최초의 청소년 악단 ‘호세 란다에타 국립 청소년 관현악단’을 이끌고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공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때마침 베네수엘라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돼 국가 예산이 급증하게 되었고, 정부도 엘시스테마의 긍정적 면에 주목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엘시스테마는 오늘날 베네수엘라에서만 30만∼4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음악 교육을 하고 있다. 또 남미 이웃 국가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엘시스테마 시스템을 받아들여 빈곤층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나눠주고 무료로 음악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한국판 엘시스테마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아브레우 박사는 2010년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했을 당시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협동과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엘시스테마 창립 목적을 밝혔다. 그는 엘시스테마에 대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까지 참여해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마약과 폭력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사례는 없다”고 평가했다.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베네수엘라 문화장관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음악인들과 모국 베네수엘라는 선생님을 잃은 걸 깊이 슬퍼한다”고 추모했다. 훌리오 보르헤스 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도 “베네수엘라는 40여 년에 걸쳐 걸출한 음악인들을 길러낸 오케스트라 시스템 창설이라는 그의 특별한 업적에 빚지고 있다”고 애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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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정찰총국으로 黨-軍조직 통합… 김정은 정권 장악후 다시 경쟁체제로

    김정은이 후계자로 등장한 2009년 이후 북한의 정보기관도 대대적 변화를 겪고 있다. 북한은 2009년 초 노동당과 군에서 운영하던 대남·해외 공작기구를 통합해 정찰총국을 창설했다. 당에 소속돼 있던 노동당 작전부와 35호실(일명 대외정보조사부)이 군 소속 정찰국에 통합됐다. 정찰총국은 대남공작은 물론이고 해외공작 권한까지 모두 장악했을 뿐 아니라 특수전 부대들까지 산하에 두어 정보 수집, 테러, 사이버 공격 등이 모두 가능한 기관으로 비대화됐다. 정찰총국 창설은 정보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행됐다기보다는 후계 이양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쿠데타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작전부는 다른 모든 정보기관을 합친 것 이상의 작전 능력과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 ‘소왕국’은 20년 동안 작전부장으로 군림해온 오극렬 한 사람의 손에 좌우됐다. 오극렬을 믿기 어려웠던 김정일은 2009년 그를 허울뿐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형식상 승격시키고, 작전부와 기타 모든 공작기관의 지휘권을 김정은에게 넘겨줬던 것. 이런 방식으로 대남·해외 공작기관의 정예요원과 자금을 모두 틀어쥐고 쿠데타 걱정에서 벗어난 김정은은 김영철을 내세워 정찰총국을 관리했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통합의 부작용도 컸다. 과거 하찮게 보던 군 정찰국에 흡수 통합된 작전부와 35호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고, 부처별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2016년 6월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를 발표하기에 앞서 대남·해외 공작기구들을 다시 원상 복구시켰다는 정보도 있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군 소속 정찰총국은 다시 쪼그라들어 무장 침투, 전투정찰 및 폭파, 후방 교란, 사이버 테러 등 종래의 임무만 맡았다고 한다. 다만 김정은은 정찰총국장이던 김영철에게 변함없는 신임을 부여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대남담당 부위원장으로 과거처럼 모든 정보기관을 통솔하게 했다. 김영철은 과거 정찰총국 소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당 통일전선부와 문화교류국(옛 225국)까지 지휘하게 됐다. 이는 확실하게 정권을 장악했다고 생각한 김정은이 김영철을 ‘정보 총사령탑’으로 내세우고 정보기관을 다시 경쟁 체제로 재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북한의 특성상 정보기관의 개편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라 북한의 정보기관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해 북한의 해외 최대 공작 거점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칠보산호텔과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소재 류경호텔을 폐쇄하면서 해외에 파견됐던 정보요원들이 대거 귀국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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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EU-난민들과 싸워 헝가리 지키자”… ‘동유럽 트럼프’ 압도적 지지로 4선 유력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55)는 유럽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는 장기 집권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르반 총리는 다음 달 8일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4선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르반 총리는 1998년 불과 35세에 총리 자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서구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당시 그는 헝가리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주도했다. 2002년 선거에서 패배해 8년 동안 절치부심했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기존의 친서방 자유주의 노선에서 민족주의 우파 성향으로 180도 변신해 다시 집권했다. 그는 자신이 도입했던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정책을 되돌렸고 민족과 국가를 강조했다. 20대 청년 시절 ‘유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쳤던 오르반은 재집권 이후 “헝가리의 가치와 전통을 수호하고 발전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헝가리가 서방의 진보 민주주의를 좇은 결과 국가 자산을 지키지 못하고, 공동체가 무시되고, 빚더미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에서 그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다. 헝가리는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몰렸지만 오르반 총리 집권 이후 3년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경제성장률은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안정됐다. 국민은 “다국적 기업과 은행들, EU 관리들이 헝가리를 공격하려 한다. 탐욕스러운 저들이 이득을 얻지 못하게 하겠다”며 EU와 IMF에 맞서 싸운 오르반 총리에게 열광했다. 그가 공공연하게 “헝가리는 서방이 추구하는 가치 대신 러시아나 중국 같은 국가를 모델로 삼아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유권자들은 기꺼이 표를 던졌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골칫거리인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배타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맞서 싸울 마지막 요새”라고 강조하는 그는 난민을 ‘테러리즘의 트로이 목마’ ‘무슬림 침략자’ ‘독극물’로 불렀다. 난민이 밀려오자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남쪽 국경 전체에 장벽을 쌓아 국경을 차단했다. 2015년 EU가 시작한 난민 강제할당제에 반기를 들어 단 한 명의 난민도 받지 않았다.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프랑스와 독일에서 난민과 관련된 테러가 벌어질 때마다 오르반 총리의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201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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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강한 나라’ 내세워 선거로 장기집권… 스트롱맨들 新독재시대

    세계에 ‘장기 집권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 러시아 독일 일본과 같은 영향력이 큰 강대국들에서 속속 장기 집권이 현실화되면서 민주주의 퇴조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장기 집권자들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국민의 반대를 무자비한 피의 숙청을 통해 진압하던 20세기 독재자들과는 뚜렷이 비교가 된다. 일본과 독일처럼 민주주의적 선거제도가 잘 작동하는 나라들에서도 국민들이 통치자의 장기 집권에 찬성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나라들조차 장기 집권이 가능한 이유를 단순히 정적 제거나 언론 탄압 때문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장기 집권자들은 대개 다른 국가보다 나은 경제 성과 및 정치적 안정을 내세우며 자신들이야말로 외부의 위험에 맞서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이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으며, 국민이 이들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① “국민의 밥그릇부터 지켜라”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오늘날 장기 집권에 성공한 통치자들은 대개 확실한 경제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언제든지 다른 나라와 자국의 경제성장을 비교할 수 있다. 인터넷 덕분이다. 세계 평균보다 밑도는 경제 성과를 낸 지도자가 장기 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2%를 달성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 2.6%를 크게 웃돈 수치다.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평균 30% 내외로, 미국과 유로존 및 일본의 기여도를 합한 것을 뛰어넘는 세계 1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아베노믹스’를 강하게 밀어붙여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시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집권 10년간 연평균 4.5%의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터키를 제조업 및 수출 강국으로 키워냈다. 2001년 터키의 경제성장률이 ―5.7%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반전이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서 헝가리를 조기 졸업시켰으며 성장률을 크게 높이고 실업률을 크게 낮춰 호평을 받았다.② 공포와 두려움이 ‘스트롱맨’을 부른다 “중동은 보다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2차 ‘아랍의 봄’을 앞두고 있으며 이슬람국가(IS)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할 것이다.” 이달 초 요르단 외교장관 출신인 마르완 무아셰르 카네기국제평화기금 부총재가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혁명 이후를 정의한 말이다. 독재자가 사라진 후 누구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혼란에 빠진 아랍의 현실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혁명이 능사가 아님을 일깨워줬다. 통치자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자신을 국가의 안정을 지킬 ‘스트롱맨’으로 포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나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시진핑 주석은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려면 강력한 1인 통치가 필수다”라고 주장한다. 대표적 민주주의 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미국의 헤게모니에 대항해 유럽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대항마 이미지로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도 국민에게 중국과 북한을 외부 위협으로 주지시키며 ‘강한 국가’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③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파고드는 신(新)독재 20세기 후반 세계에는 거대한 민주주의 바람이 불었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1927∼2008)가 정의한 ‘민주주의 제3의 물결’ 시대다. 2000년 기준으로 189개 독립국 중 121개가 민주국가로 분류됐는데, 이 중 60∼80개국이 직전 25년 안에 민주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은 최근 각종 위기에 노출됐다. 민주주의 이론의 세계적 석학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포퓰리즘이 부상해 민주주의가 2006년경부터 급격히 퇴보했다. 이제는 모든 학자가 민주주의에 문제가 생겼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조차 2011년 부를 독점하는 1%에 대항해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벌어졌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가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믿음도 동시에 흔들렸다. 이런 가운데 독재에 대한 반감은 과거보다 희석되고 있다. 독재 국가라는 비판을 받는 중국과 러시아에서조차 대규모 피의 숙청이나 정치수용소 같은 강압적 통치는 사라지고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 용인된다. 중국처럼 세계 패권을 노리는 국가는 오히려 자신들의 정치체제가 우월하다며 세계에 끊임없이 설파한다. 대표적으로 왕샤오링(王曉玲) 중국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신화통신 등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상적 지도자를 선출하지 못하는 서구식 선거 제도의 폐단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방에서부터 능력을 쌓아 최고 지도자가 되는 중국식 정치 제도는 안정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자화자찬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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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북한인권법이 죽여 버린 북한인권단체

    2년 전 3월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1년 가까이 여야가 옥신각신 싸운 끝에 가까스로 통과되긴 했지만, 법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법은 두 가지 핵심 이행사항을 담고 있다. 하나는 통일부에 북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키는 것이었다. 기록센터는 법안 통과 직후 통일부 산하에 만들어졌지만, 인권재단은 아직도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재단 이사 5명씩을 추천하게 됐지만, 아직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가 무슨 대단한 벼슬도 아닌데, 그걸 2년씩이나 방치하는 이유가 뭘까. 국회의 위선이다. 북한인권법은 선거 때 활용하는 소재였을 뿐이다. 법안이 통과돼 볼 장 다 봤으니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개선에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해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도 북한인권법의 실효성엔 의문이 든다. 2012년 6월 ‘누구를 위한 북한인권법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과 일본에서도 떠들썩하게 북한인권법이 통과됐지만, 상징적 차원에 머물러 있을 뿐 실질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난 칼럼에서 북한인권법을 이왕 만들겠다면, 딴 건 몰라도 북한 인권 침해 기록 하나만은 성실히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것만 제대로 해도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부담을 주고 가해자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에 큰 영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통일되면 이런 기록은 대한민국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정의의 무기가 된다. 내 판단으론 북한인권법 통과 이전에 북한 인권 조사 및 기록을 그나마 제대로 해온 곳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라는 민간단체뿐이다. 나는 6년 전 칼럼에서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최초로 기록하기 시작한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연구원들은 9년째 박봉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엄청난 자료를 축적해 놓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뒤 나는 슬픈 광경을 보게 됐다. 북한인권법 통과의 최대 수혜자가 되길 바랐던 NKDB가 오히려 최대 피해자가 된 것이다. 북한인권법으로 북한인권기록센터라는 산하 기관 하나를 더 갖게 된 통일부는 탈북자 조사를 독점하고 NKDB의 탈북자 면담 조사는 거의 막아버렸다. 15년 동안 사명감 하나로 버텼던 NKDB는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 현재 북한 인권 조사는 정부가 급히 공모해 뽑은 신입 조사원들이 맡고 있고,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NKDB 조사원들은 하나둘 센터를 떠나 새 일자리를 찾아 헤매게 됐다. 북한 인권 조사는 몇 년만 공백이 생겨도 나중에 메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하나원을 졸업하고 전국에 흩어진 탈북자들을 다시 찾아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NKDB는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다. 그런데 통일부는 아직 백서조차 발급하지 않으니 얼마나 성실히 조사하는지도 알 수 없다. 잘할 것이라 믿고 싶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건 그렇지 못한 사례들뿐이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만들어진 국정원개혁위원회는 탈북자동지회 지원금부터 잘라버렸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탈북자동지회를 만든 이후 역대 정부는 이 단체의 상징성 때문에 사무실 월세와 일부 인건비를 지원했다. 19년째 이어지던 지원은 현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완전히 끊겼고, 탈북자동지회는 일개 민간단체로 전락해 유명무실하게 됐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 인사들이 내려오자 태영호 전 공사 등 탈북 인사들을 ‘압박해’ 언론에 등장하지 못하게 했다.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 교육 교재도 올해부터 북한 인권 관련 부분을 대폭 축소하고, ‘독재’ ‘세습’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등의 단어와 설명이 모두 삭제됐다. 이런 정부가 북한 인권 기록만큼은 성실히 하고 있을까. 솔직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 인권 조사 기관이 남북대화에 나서는 통일부에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앞으로 북한은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없애라며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과거 동독도 서독 정부가 운영하는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폐지를 양국 관계 진전과 연계시켰다. 북한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서독은 끝내 버텼다. 하지만 통일부는 버틸 것 같지 않다. 그러니 남북대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미리 북한 인권 업무를 법무부에 넘기는 게 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 인권 조사와 기록은 반드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태만해도 민간이 커버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정부는 NKDB의 하나원 접근을 전면 허용해 주길 바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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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매스터 경질설, 백악관은 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격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기로 결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15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WP는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맥매스터 보좌관을 내보내고 싶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인사 물색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3성 장군 출신인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굴욕감을 주지 않고 후임자 후보군을 정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교체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의 ‘설교하는 듯한’ 보고 스타일을 싫어하는데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처럼 이란 핵협상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호해 ‘13일 트위터로 경질된 틸러슨 다음은 맥매스터 차례’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후임으로는 초강경파로 통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 대사와 키스 켈로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에 “보도와는 달리 그들(트럼프와 맥매스터)은 훌륭한 업무 관계를 맺고 있고, NSC에도 변동이 없다”는 반박문을 올려 해임설을 일축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1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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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국에 무역-군사 모두 돈 잃어”, WP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한 것”

    미국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1000억 달러(약 107조 원) 감축을 목표로 중국을 압박하고, 이에 반발한 중국이 보복을 거론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시작한 보호무역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산 철강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중국의 무역흑자가 줄지 않으면 가전제품, 신발, 의류 등에 추가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트위터에 올린 ‘중국이 무역흑자를 10억 달러 줄이기를 원한다’는 글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1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달러를 잘못 쓴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미 행정부 관리들이 이달 초 워싱턴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게도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나라를 상대로 만연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눈감아 줄 수 없다”는 글을 올려 무역전쟁을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01조 원)로 2016년 3470억 달러에 비해 8% 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7087억 달러의 무역적자 이후 최대 적자 규모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도 격앙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떠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자국의 행동 준칙을 부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만약 서로 원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자신의 권익을 수호할 의지가 있다”고 말해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도 이날 “중국은 미국과 대등하게, 과도하지는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타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 등에 고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발맞춰 일본도 한국과 중국에서 수입하는 일부 철강 제품에 반(反)덤핑 관세를 매기며 보호무역 전쟁에 가세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재무성이 전날 심의회를 열고 ‘한국과 중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손해를 주고 있는 것이 인정된다’며 5년간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미주리주의 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장 연설에서 “우리는 (한국과) 매우 큰 규모의 무역적자가 있는데도 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며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동맹들은 자기 자신만을 걱정하고 우리(미국)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과 북한 사이에 3만2000명의 미군 병사가 주둔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발언에 대해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불공정하다고 비난해왔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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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큐 틸러슨” 트윗 경질… 반발한 차관 바로 해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자신의 경질 소식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알았다. 트위터에 글이 오른 지 3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10일(현지 시간) 새벽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머지않아 경질될 것임을 짐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일정을 하루 앞당겨 13일 오전 4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때만 해도 틸러슨 장관은 자신이 몇 시간 뒤 갑작스럽게 경질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가 공항에 도착하고 4시간여 지난 오전 8시 44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새 국무장관이 된다. 그는 환상적으로 일할 것이다. 틸러슨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경질 사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런 전례 없는 해고 통지에 분노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공공외교정책 차관은 30분 뒤 “이야기도 없었고, 경질 이유조차 알지 못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10분 뒤 상기된 얼굴로 백악관 기자들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고 설명한 뒤, 이 자리에서 골드스타인 차관마저 해임한다고 선언했다. 오후 2시 10분경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브리핑룸에서 고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착잡한 목소리로 국무부와 국방부, 미국민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감사를 표하지 않았고 대통령의 이름도 딱 한 번만 거론했다. “낮 12시가 좀 넘은 시점에 트럼프의 전화를 받았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 이름이 거론됐다.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세계 외교를 주무르던 국무장관이 트위터로 해고되는 어이없는 방식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틸러슨 장관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며 “트위터로 해고를 통보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에서 남긴 유행어 “넌 해고야(You‘re fired)” 방식의 해임이 현실에서 실제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국무부 서열 3위 톰 섀넌 정무차관이 지난달 사의를 표한 데 이어 서열 1위 틸러슨 장관과 4위 골드스타인 차관이 경질돼 현재 국무부 고위직엔 존 설리번 부장관 1명만 남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 중 재임기간이 세 번째로 짧다(13일 기준 405일). 하지만 그는 사실상 전후 최단명 국무장관이나 다름없다. 틸러슨보다 재임기간이 더 짧았던 전후 국무장관인 에드먼드 머스키(257일)와 로런스 이글버거(43일)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실패로 새 행정부가 출범하자 어쩔 수 없이 물러난 경우다. 백악관 ‘파워게임’에서 밀려 일방적 해고를 당한 틸러슨과는 경우가 다르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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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트럼프, 즉각적 이익에만 열정… 실적 안나오면 “넌 해고야”

    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거쳐 다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 대통령 취임 선서가 여섯 번 낭독된 24년(1993∼2017년)간 미국의 국무장관은 정확히 6명 존재했다. 워런 크리스토퍼가 클린턴 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었고 존 케리가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외교사령탑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거나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해의 1, 2월에 국무장관직을 맡아 1400일 이상 세계 최강 미국의 외교를 진두지휘한 뒤 워싱턴을 떠났다. 이처럼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임기 4년을 함께 보내며 국정 안정과 연속성을 책임지는 건 일종의 전통으로 굳어져 왔다. 하지만 부동산 재벌 출신의 ‘워싱턴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국정 안전핀’ 역할을 해온 이 전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버렸다. 약 1년 2개월간 외교사령탑을 맡아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13일 전격 경질한 것이다. 그것도 트위터를 통해 핵폭탄급 뉴스를 터뜨렸다. 전통을 낡은 관행으로 치부하고, 전임 행정부를 철저히 부인하는 데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트럼프다운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개구리’ 근성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가족을 백악관 참모로 등용하고 장관들을 공개적으로 면박하는 데 익숙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 크게 놀랍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트럼프가 마냥 딴지만 거는 청개구리가 아닐 수 있다. 일부 정치평론가는 북-미 정상회담 등 중요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로지 결과물 하나만을 바라보며 걸림돌을 치우는 ‘극실용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갑작스러운 국무장관 경질은 ‘혼란왕(King chaos)’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국무장관의 교체가 전체적인 팀워크를 위해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자신의 즉각적인 이익에만 열정 갖는 사람” “트럼프는 깊이 있는 사상적 신념은 전혀 없었고, 자신의 즉각적인 이익을 제외하면 그 무엇에도 열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트럼프 자서전 ‘거래의 기술’을 공저한 작가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한 글을 모아 최근에 출간된 저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쉽게 분노하며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지만 폭발적인 성격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쓰일 때는 강력한 추진력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틸러슨 경질에는 트럼프의 최고경영자(CEO)적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틸러슨에게 제대로 된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트럼프의 귀에 꾸준히 들려왔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강경 메시지를 주문했지만 틸러슨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유화 메시지를 발신했다. 틸러슨은 또 과도한 구조조정 등의 이유로 국무부 내부에서 신망을 잃기도 했다. 결국 사면초가에 몰린 틸러슨 장관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같은 중요한 현안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기업의 대주주가 실적이 부진한 CEO를 교체하듯이 틸러슨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휴 휴잇은 13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에서 “갑작스럽고 다소 혼란스러운 변화였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틸러슨 해고는 필요했다”고 평가했다. 전통과 관행을 깨는 파격 행보이지만 원활한 일처리를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은 참모와 작별하는 건 오히려 국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적대적 인수’ 완료 신호? 감세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극단적인 국수주의 성향을 자극하는 극우 포퓰리스트를 경계해온 공화당이 완전히 ‘트럼프화’됐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모나 채런은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에 올해 보수주의연맹(ACU) 연차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마리옹 마레샬르펜이 초대된 것을 거론하며 “보수주의자들이 유럽의 국수주의자들에게 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틸러슨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시한 포퓰리스트들의 공화당 ‘적대적 인수’의 연장선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틸러슨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주류 세력 사이에 이뤄진 ‘보기 드문 합의’가 낳은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와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가 트럼프에게 국무장관 후보로 적극 추천했던 인물이 바로 틸러슨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충성파’ 마이크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직을 차지하면서 공화당 주류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더 줄어들게 됐다.○ 다음 경질 1순위는? 취임 1년을 갓 넘긴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히 국정을 장악하겠다며 참모진 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다음번엔 어떤 각료가 해고 통지서를 받을지가 큰 관심사다. CNN은 13일 1순위 경질 대상자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꼽았다. 세션스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특검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미 트럼프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다. 최근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을 ‘미스터 마구(Mr. magoo)’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미스터 마구는 나이가 많고 근시안적이며 도박에 빠진 만화 주인공이다. 2순위는 데이비드 셜킨 보훈장관이다. 셜킨 장관은 지난해 영국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교체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올해 들어 경질되거나 사임한 사람은 10명이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트위터에 “미 상원의 민주당 때문에 수백 명의 좋은 사람이 (인선에서) 차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이런 방해 탓에 정부의 많은 요직이 공석으로 남은 것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일이다”라고 말했다.한기재 record@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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