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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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학/출판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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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3%
  • [어린이 책]스티븐 호킹이 펴낸 어린이 우주과학 동화

    조지와 애니가 사는 조용한 도시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든다. 은행 기계에서 쏟아져 나온 돈을 줍기 위해서다. 알고 보니 누군가 양자 컴퓨터를 이용해 전 세계 컴퓨터를 해킹했고 도시가 대혼란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양자 컴퓨터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 걸까. 현대 물리학계 거장인 스티븐 호킹이 펴낸 어린이를 위한 우주과학 동화다. 호킹이 과학이론 부분을 책임지고,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딸이 스토리를 맡았다. 동화 중간중간 우주 관련 내용, 과학 개념을 알기 쉽게 정리해 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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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박선희]노벨문학상의 실종

    ‘노벨상의 꽃’이라 불리는 노벨 문학상은 매년 떠들썩한 추리게임을 불러일으켰다. 여타의 문학상과 달리 후보작을 공개하는 과정도 없고 후보자 역시 따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상자 선정 과정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한림원 관계자의 아리송한 발언이나 역대 수상자의 국가, 장르 등을 분석해 ‘영미권이 아닐 가능성’ ‘시인이 될 가능성’ 정도를 추측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조차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결론은 늘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로 나곤 했다. 이런 비밀주의와 폐쇄성 덕분에 노벨 문학상 후보는 오히려 영국 도박 사이트 ‘래드브룩스’의 배당률을 보는 게 더 정확했다. 2006년 오르한 파무크 때처럼 수상자를 정확히 맞힌 적도 있었고, 발표에 임박해 순위가 뛴 작가가 수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그해가 아니어도 이곳에서 거론되던 작가들은 몇 년간 시차를 두고 상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단 여기서 물망에 오르면 언젠가는 수상하리라 여겨졌다.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밥 딜런도 이 사이트에서는 꽤 오랫동안 단골 후보였다.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 거대한 도박판처럼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했지만 별 수 없었다. 작가들의 배당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며 결과를 점쳐 봐야 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손꼽혔던 한 시인도 한때 순위가 4위까지 오르며 ‘이번엔 혹시?’란 기대감을 높이곤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그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이 떠들썩한 ‘추리게임’이 실종됐다. 해당 시인의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노벨상 가운데 유일하게 문학상은 아예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노벨 문학상을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학술원 한림원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서다. 한림원 종신위원이 수상자 명단을 유출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데다 그의 남편이 한림원이 소유한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고 문화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한림원은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오히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노벨상은 한림원 종신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과 도서관 사서, 일반 시민이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문학상을 만드는 방향까지 고려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토록 폐쇄적으로 운영했음에도 끄떡없던 이 상의 권위에 치명적 균열은 불가피해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우리는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였던 시인의 추문으로 떠들썩한 한때를 보냈다.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다 위기에 직면한 한림원의 처지가 좀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폐쇄적 문화권력, 권위와 전통의 허울 아래 오점까지도 대충 묻히고 용인되던 시절이 끝났음을 묘하게 겹쳐진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마저 사라진 유례없는 가을,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차분히 고민해야 하는 건 우리의 숙제이기도 하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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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림원의 추한 민낯…노벨문학상이 사라진 이유

    ‘노벨상의 꽃’이라 불리는 노벨문학상은 매년 떠들썩한 추리게임을 불러일으켰다. 여타의 문학상과 달리 후보작을 공개하는 과정도 없고 후보자 역시 따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상자 선정과정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 한림원 관계자의 아리송한 발언이나 역대 수상자의 국가, 장르 등을 분석해 ‘영미권이 아닐 가능성’ ‘시인이 될 가능성’ 정도를 추측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조차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론은 늘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고’로 나곤 했다. 이런 비밀주의와 폐쇄성 덕분에 노벨문학상 후보는 오히려 영국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배당률을 보는 게 더 정확했다. 2006년 오르한 파묵 때처럼 수상자를 정확히 맞춘 적도 있었고, 발표에 임박해 순위가 뛴 작가가 수상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그 해가 아니어도 이곳에서 거론되던 작가들은 몇 년간 시차를 두고 상을 받았다. 때문에 일단 여기서 물망에 오르면 언젠가는 수상하리라 여겨졌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밥 딜런도, 이 사이트에서는 꽤 오랫동안 단골 후보였다.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 거대한 도박판처럼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했지만 별 수 없었다. 작가들의 배당률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보며 결과를 점쳐봐야 했다. 국내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손꼽혔던 한 시인도 한때 순위가 3위까지 오르며 ‘이번엔 혹시?’란 기대감을 높이곤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처럼 그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이 떠들썩한 ‘추리게임’이 실종됐다. 해당 시인의 논란 때문만이 아니다. 노벨상 가운데 유일하게 문학상은 아예 수상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 노벨문학상을 결정하는 스웨덴 왕립학술원 한림원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서다. 한림원 종신위원이 수상자 명단을 유출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데다, 그의 남편이 한림원이 소유한 아파트에서 성폭행을 저지르고 문화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단 폭로까지 나왔다. 한림원은 초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오히려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노벨상은 한림원 종신제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과 도서관 사서, 일반 시민이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문학상을 만드는 방향까지 고려하고 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그토록 폐쇄적으로 운영했음에도 끄떡없던 이 상의 권위에 치명적 균열은 불가피해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우리는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였던 시인의 추문으로 떠들썩한 한 때를 보냈다. 막강한 권한을 남용하다 위기에 직면한 한림원의 처지가 좀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폐쇄적 문화권력, 권위와 전통의 허울 아래 오점까지도 대충 묻히고 용인되던 시절이 끝났음을 묘하게 겹쳐진 두 사건이 보여주는 것 같다. 노벨문학상마저 사라진 유례없는 가을,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차분히 고민해야하는 건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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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고 새로워진 ‘밀양 연극제’

    젊은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난 ‘2018 밀양푸른연극제’가 5일 개막했다. ‘밀양푸른연극제’는 그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란 명칭으로 열렸지만 17년간 연극제를 꾸려온 이윤택 연출가가 미투 가해자로 하차하며 올해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젊은 연극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연극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모여 축제 명칭과 일정을 바꾸고 밀양 대표 축제의 명맥을 이어간다. 주제도 ‘치유, 성찰, 새 희망’을 내걸었다. 연극제는 9일까지 밀양연극촌과 밀양아리랑아트센터를 오가며 열린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초청작 12편과 낭독공연 공모 선정작 7편, 밀양시민생활예술 프린지공연 10편 등 모두 29편의 작품을 준비했다. 가족극과 청소년극, 음악극 등을 더해 구성을 다채롭게 했다. 5일 개막제 축하공연작으로는 야외 가족음악극 ‘캔터빌의 유령’을 선보였다. 나쓰메 소세키 원작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음악극 ‘시인의 나라’ 등이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9일에는 10대들의 권력 구조를 통해 소통과 성장과정을 그려낸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을, 트렌디한 각색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음악극 ‘토끼전’ 등을 공연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전문가 초청 포럼’ ‘젊은 연극인 토크 라운지’를 통해 국내외 연극계·공연예술축제 전반에 관한 발표를 듣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진행했다.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여 향후 축제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홈페이지 참조.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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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친구야” 팽팽한 긴장 깬 외침… 극적인 現남북관계 떠올려

    《노르웨이 오슬로의 숲속 고성에서 비밀리에 마주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표자들.관례적 외교협정으로는 유혈 사태와 증오를 멈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 만났지만오랜 적대로 인한 긴장감은 어쩔 수 없다.그 긴장이 폭발하기 직전,자리를 주선한 노르웨이 사회학자 라르센(손상규)이 이렇게 외친다.“여기서 우리는 모두 친구입니다.이것은 훼손될 수 없는 단 하나의 규칙입니다!”》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연습이 한창인 연극 ‘오슬로’는 현 남북관계에 대한 한편의 거대한 은유로 읽혔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취임한 뒤 첫 연출작으로 낙점한 이 작품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극적으로 타결했던 ‘오슬로 협정’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평화를 원하지만 해법을 찾기 어려웠던 이들이 화합해 가는 과정은 역사적 배경이나 지리, 정치적 상황 등이 다름에도 한반도가 처한 현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세계적인 미국 극작가 J T 로저스(50)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2016년 뉴욕 초연 이후 토니상 등 주요 상을 휩쓸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립극단은 지난해 말부터 소개할 만한 해외 신작으로 이 작품을 심사숙고했다. 결정적 계기는 올해 4월 남북관계 진전이었다. 이 감독은 “중동지역 분쟁과 평화 이야기가 국내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는데 그때 이후 해야겠다 싶어졌다”고 말했다. 극은 가자지구에서의 근무 경험으로 인해 분쟁 해결에 큰 관심을 갖게 된 한 노르웨이 부부의 비밀 중재노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손상규가 ‘사적으로 친밀해지는 것만이 진정한 대화의 출발’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열정적 사회학자 라르센 역을, 전미도가 그의 아내이자 외교관인 모나 역을 맡았다. 묵직한 주제를 다루지만 장면 전환이 빠르고 유머를 적절히 녹여내 극은 경쾌하게 흘러간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톡톡 튄다. 손상규는 “대본이 재밌고 캐릭터가 모두 살아 있어 즐거운 연습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도 역시 “우리 상황과 맞닿은 부분이 많아 본능적으로 끌렸다”고 말했다. 7차례에 걸친 비밀 협상 끝에 서로에게 마음을 연 양국은 마침내 평화협정을 끌어내 세계를 놀라게 한다. 올해만 세 차례 정상회담으로 친밀해진 남북관계 결말도 이와 같을까. 이 감독은 “사실 오슬로 협정은 불과 2년 뒤에 무산되고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양측 인사 모두 반대파에 의해 숙청되거나 밀려났다”며 “이 작품의 가치는 평화로 가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하고 힘든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관계로 많이 들떠 있지만 사실 시작일 뿐이고 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하다”며 “그렇다고 해도 관객들이 연극을 보며 ‘그 길로 갈 수 있고, 가야 한다’는 희망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남북관계로 인한 시의성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이 작품은 분열의 극복과 공익을 향한 합의나 희망 등 각자가 고민하는 지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손상규는 “살면서 ‘안 될 거야’라고 지레 포기하는 것이 많지 않나”며 “상상도 못 했던 것들에 대해 ‘왜 안 돼?’ ‘해보자!’란 해방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12일∼11월 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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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방정환 선생 번역 명작동화 다시읽기

    세계 10개국의 명작동화를 번역한 방정환 선생의 유일한 저서 ‘사랑의 선물’을 복간했다. ‘사랑의 선물’은 1922년 처음 발행되자마자 4판까지 연이어 판매한 우리나라 근대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힌다. “학대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우리처럼, 또,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혼들을 위하여”로 시작되는 서문으로도 유명한 책. ‘난파선’ ‘왕자와 제비’ ‘잠자는 왕녀’ ‘천당 가는 길’ 등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는 명작들을 방 선생의 맛깔 난 번역을 그대로 살려 실었고, 방정환 연구가의 해설도 함께 수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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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조선 최고 ‘대동여지도’…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조선시대 지도 중 최고로 손꼽히는 ‘대동여지도’ 속에는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사실들이 숨어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줄기, 물줄기, 고을과 도로 등 자연과 인문, 지리 정보를 모두 담은 ‘대동여지도’를 어린이들이 보기 쉽게 재구성했다. 옛 우리 땅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지역별로 지도를 나눠 수록했다. 경기도란 지명의 유래, 역사적 장소 등 국토 구석구석의 특색과 문화와 관련된 정보를 담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일러스트와 해설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살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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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제-공연도 태풍 비상… 줄줄이 취소-연기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야외 공연과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예술의전당 신세계스퀘어 야외무대에서 6, 7일 열릴 예정이던 ‘2018 대한민국무용대상’은 첫날 일정을 취소하고 7일 오후에만 행사를 갖기로 했다. 조용필의 데뷔 50주년 기념 투어 여수 공연도 취소됐다. 당초 6일 오후 7시 야외공연장인 전남 여수시 망마경기장에서 ‘Thanks to You’ 공연을 할 계획이었다. 티켓은 전액 환불하기로 했다. 6일 밤 예정된 ‘한화 서울세계불꽃축제’는 5일 오전 태풍 경로를 확인한 뒤 연기 또는 취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남 남해군은 6∼8일 열리는 독일마을 맥주 축제와 6, 7일 개최하는 제11회 남해군수배 보물섬컵 전국요트대회를 취소했다. 영주문화관광재단은 경북 영주시 문수면에서 5일부터 열기로 한 ‘2018 영주 무섬외나무다리축제’를 12일부터 개최한다. 대구시도 6일 개최하기로 했던 ‘2018 대구 스트리트 모터 페스티벌’을 20일로 변경했다. 전남 광양시는 5∼8일 열릴 예정이던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를 7일로 연기했다. ‘여수 여자만 갯벌노을 축제’(8, 9일)는 13일로 날짜를 옮겼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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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가을, 연극-춤으로 물든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무용, 연극 팬의 감성을 채워줄 명작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공연축전인 제18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회고와 전망’. 국내뿐 아니라 리투아니아, 벨기에, 세르비아, 프랑스 등 8개국의 혁신적인 연극과 무용 총 22편을 마련했다.○ 회고를 통해 직시한 현재 올해 무대에 오르는 연극 작품들은 고전부터 근현대사를 관통한 사건을 다루며 역사의 아픔, 시대의 부조리를 조망한다. 이병훈 연극 프로그램 디렉터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돌아보고 과거와 미래의 징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작은 150년 전통을 가진 세르비아 국립극장의 ‘드리나강의 다리’다. 발칸반도의 비극적 역사를 그린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보 안드리치의 소설이 원작. 연출가 코칸 믈라데노비치는 생생한 라이브 음악과 간결한 무대, 문화적 상징을 활용한 연출로 인류 비극의 역사를 부각시킨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리투아니아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연출가로 자리 잡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의 ‘갈매기’도 주목할 만하다. 체호프의 대표 희곡 ‘갈매기’를 호화로운 무대 디자인이나 극적 정서를 배제한 채 배우들의 연기와 지적인 재해석을 앞세워 실험적으로 풀어내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 유럽을 강타한 민족주의 문제를 다룬 벨기에 정치풍자극 ‘트리스테스, 슬픔의 섬’, 1930년대 부산에서 있었던 참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국극단 하땅세의 폐막작 ‘그때, 변홍례’ 등 욕망과 탐욕으로 얽힌 근현대의 어두운 이면을 되짚는 문제작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미래로 확장되는 무용 무용 분야에서는 첨단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공연예술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니멀한 음악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접목해 현실과 가상세계가 소통하는 무대를 구현한 프랑스 무용 ‘픽셀’이 대표적. 3차원 무대 위에 재기발랄한 장면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첨단 미디어 아트와 결합한 비보이 댄스 ‘비보이 픽션 코드네임815’도 무용 공연의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 스트리트 댄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그램, 레이저, 3D미디어 등 첨단 디지털 예술을 춤과 결합시켰다. 내년 프랑스 공연이 확정된 안무가 안은미의 ‘북.한.춤’도 눈길을 끈다. 오랫동안 막연한 궁금증과 금기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북한 무용을 독창적으로 해석했다. 올해는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제14회 서울아트마켓(PAMS)이 SPAF와 하나의 행사로 합쳐지며 축제의 판이 커졌다. 페미니즘 연극 ‘아담스 미스’와 양반들이 추던 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양반춤’, 스웨덴 하이테크 뮤지컬 ‘아이 엠 썸바디’ 등 국내외 공모를 통해 선정한 21개 작품이 서울남산국악당 등에서 선보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홈페이지 참조.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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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박선희]금연광고 폭력성은 괜찮을까

    2년 전 개봉했던 영화 ‘곡성’을 보고 일주일 정도 잠을 설쳤었다. 당시 놀랐던 건 이 영화가 ‘15세 관람 가’였다는 점이다. 모골이 송연할 정도의 괴기스러움에 잔혹한 장면이 많았는데 어떻게 청소년 관람 판정을 받은 건지 의아했다. 당시에도 이 점은 적잖게 논란이 됐었다. 일각에선 엽기적인 살인과 좀비의 출현이 비현실적이라 모방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섬뜩한 암시는 많아도, 범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장면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상물의 폭력성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일부 저명한 감독의 작품에서 폭력성은 예술적 성취의 일부로 이해되기도 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르 클레지오도 “한국 영화의 큰 축은 폭력성”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 강도와 표현이 갈수록 자극적이고 거칠어지면서 경계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 전반적으로 폭력성 자체에 둔감해지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을 보자. 물기 젖은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총성과 함께 쓰러진다. 죽은 남자의 머리가 지면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 클로즈업 된다. 무슨 일인지 커피숍 안의 여자,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자도 머리에 총을 맞고 차례로 목을 꺾으며 넘어간다. 총소리가 한 번씩 날 때마다 효과음과 슬로모션으로 죽음이 강조된다. 거리는 곧 시체 더미로 가득 찬다. 심지어 횡단보도에 널린 시신들을 카메라가 천천히 훑으며 지나간다. 잔인한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지만, 실은 보건복지부가 최근까지도 방영했던 금연광고다. 배우들이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의 묘사는 제법 섬뜩하다. 총알과 피가 실제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모든 정황이 총에 머리, 심장, 목 같은 급소를 맞아 즉사하는 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볼까 걱정이 될 정도인데 공익광고란 이유로 거리의 전광판, 병원 대기실에서도 수시로 재생됐다. 사실 금연광고는 유독 불편하고 불쾌한 것이 많다. 혐오감을 주는 것이 흡연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때문이다. 해외의 금연광고도 독하다. 하지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혐오감을 차용하는 것과 무차별적 폭력성까지 용인한 것에는 차이가 있다. 금연광고는 흡연자뿐만이 아니라 비흡연자부터 어린아이들까지 온 국민이 함께 보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관람 등급이라도 있지만 광고는 속수무책이다. 새로운 금연광고가 방영 중이다. 흡연이 타인에 대한 갑질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흡연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공익성’을 띠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적 묘사나 흡연 장면 노출의 부작용까지 무시해버리는 것은 다른 의미의 갑질일 수도 있다. 금연광고의 독한 기조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그 폭력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선희 문화부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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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게 740kg 바퀴서 곡예… 1mm 오차도 없어야죠”

    ‘태양의 서커스’가 3년 만에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쿠자’로 다음 달 한국을 찾아온다. 1984년 창립된 ‘태양의 서커스’는 곡예에 연극적 요소와 라이브 밴드 연주, 세련된 안무와 의상을 결합시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공연. 국내에서도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5차례 무대에 올랐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졌던 서커스의 낡은 느낌을 없애기 위해 제작진은 최첨단 기술과 현란한 무대장치를 적극 활용해 왔다. 이번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쿠자’는 특히 정교한 곡예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력과 장비를 동원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고난도 곡예를 위한 기술을 전담하고 있는 크리스티나 헨리 기술감독(38)을 서면 인터뷰했다. 헨리 감독은 10년간 ‘코르테오’ ‘루시아’ 등 ‘태양의 서커스’의 다양한 작품을 두루 거쳤다. 그는 ‘쿠자’에 대해 “기존 공연에서 볼 수 없는 고난도 기술을 특별히 더 많이 적용했다”며 “‘태양의 서커스’ 중 가장 크고 화려한 무대가 필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더블 하이 와이어’와 ‘휠 오브 데스’를 꼽았다. ‘더블 하이 와이어’는 7.6m 상공에서 4명의 곡예사가 4.5m에 달하는 두 개의 줄을 타는 곡예다. 줄 위에서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동작을 소화한다. 그는 “아티스트들의 안전이 보장되면서도 공연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줄을 팽팽하게 당기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3t짜리 모터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휠 오브 데스’는 공연의 압권으로 꼽힌다. 무게 740kg에 달하는 거대한 바퀴 두 개 안에 아티스트들이 들어가서 뛰거나 달리고 역주행하며 용감무쌍한 곡예를 선보인다. 그는 “지붕에 설치된 모터와 무대의 당김줄을 이용해 균형을 유지하는데 만약 1mm라도 차이가 나면 공연을 할 수 없다”며 “극도의 정교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곡예사들이 끈에 의지해 공중에서 날거나 의자 7개로 만든 탑 위에서 균형을 잡는 아슬아슬한 묘기들을 펼친다. 이런 기술들은 섬세하게 고안된 설비로만 구현 가능하기 때문에 자체 공연장이 아니면 선보이기 어렵다. 이들이 ‘움직이는 마을’이란 별명이 붙은 자체 공연장 ‘빅탑(빅톱)’을 갖고 세계를 순회하는 이유다. 헨리 감독은 “공연할 도시를 정할 때 우리의 자체 공연장을 수용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극장부터 티켓 창고, 부엌, 사무실, 아티스트 텐트 등 공연을 위한 모든 시설을 직접 가져오기 때문에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그는 “완벽한 공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디테일을 정확히 수행하는 것”이라며 “그 작은 차이가 우리 공연을 다른 작품과 차별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들과 2500명의 관객들이 가까이 맞붙어 만들어내는 흥미진진한 분위기는 빅탑 아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신나는 체험”이라며 “관객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동심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월 3일∼12월 3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7만∼26만 원.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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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만에 다시 달리는 ‘지하철 1호선’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은 공연 전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국내 뮤지컬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지하철 1호선’이 1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것을 기념해 원작 ‘라인1’의 극작가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을 초청해 흉상 제막식을 열었기 때문이다. 김민기 학전 대표와 ‘지하철 1호선’ 출신 배우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제막식에 이어 열린 공연도 함께 관람하며 다시 달리는 ‘지하철 1호선’을 응원했다. 오랜만의 공연이지만 작품이 가진 서사의 힘은 여전히 강력했다. 지하철 안의 천태만상은 외환위기 당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지하철을 탄 부부, 상처 때문에 엇나간 여고생, 시간강사로 전전하는 남자, 반대 방향 열차를 타버린 평범한 직장인…. 무심한 듯 신문을 들여다보고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지만, 다들 각자의 사연과 삶의 무게를 안은 채 덜컹이는 어두운 선로 위를 함께 달린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의 쓸쓸한 삶이 주축을 이루지만 극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밴드 음악이다. 5인조 라이브 밴드가 극 내내 함께 공연한다. 올해 남북 정상회담 당시 음악감독을 맡았던 정재일이 편곡해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다만, 밴드 음향 때문에 배우들의 노래가 묻히는 부분은 아쉬웠다. 이날 학전 출신 배우들은 관람석을 끝까지 지킨 채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김윤석은 “10년 만의 공연이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시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교통수단이고 그 안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통일이 된 후에도 공연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현성 역시 “예전 이야기지만 보편적인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어루만지기 때문에 요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막 다시 시작했으니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본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의 서울은 열망과 좌절, 실패를 간직한 과거의 공간일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비춰주는 현재형 공간이기도 했다. 그 공간을 관통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하철이다. 극의 마지막, 서울역의 부랑자들이 “우리를 태워주는 건 지하철밖에 없다”고 말할 때의 울림은, 그래서 여전히 묵직하다. 12월 30일까지. 6만 원. ★★★☆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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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괴물 트롤이 현실로? 북유럽 신화에 빠져봐

    작은 체구의 깜찍한 소녀 힐다. 탐험을 즐기고 낯선 것에 호기심이 많은 소녀는 매일같이 산으로 들로 강으로 쏘다닌다. 여느 때처럼 들판을 돌아다니던 힐다는 특이한 바위를 발견하는데. 깜빡 잠이 든 사이 바위는 무시무시한 트롤로 변해 소녀를 쫓기 시작한다. 영국 젊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으로 북유럽 신화에 작가의 상상을 버무렸다. 엘프 트롤 등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과 나무인간, 사슴여우 등이 어울려 살아가는 환상의 세계를 그려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힐다’의 원작이기도 하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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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아름다운 바다 산호초, 되살릴 방법을 찾아라

    무엇이든 꿈꾸면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소년 켄. 어릴 적 헤엄치며 즐겁게 놀던 바닷속 산호초가 점점 파괴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산호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던 켄은 연구를 거듭해 산호초를 되살리는 데 성공한다. 바닷속에 나무 모양의 기둥을 만들고 산호를 잘 키운 뒤 스스로 붙어 살 수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옮겨준 것. 바닷속 산호들은 아름답게 자랐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켄이 개발한 방법으로 산호초를 되살리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산호복구재단을 설립한 켄 네디마이어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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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달팽이 지나간 자리 반짝반짝 빛이 나요

    비 오는 날이면 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달팽이들. 달팽이는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것을 먹고 자라날까.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르면 달팽이는 식물 그늘 아래로 숨는다. 날이 더 뜨거워지면 껍데기 속에 들어가거나 땅 밑으로도 들어간다. 달팽이 몸에선 피부를 보호해주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나온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 반짝이는 자국이 남는 이유다. 이 점액은 달팽이가 미끄러지듯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준다. 달팽이의 겨울나기부터 천적, 육식하는 달팽이까지, 달팽이에 대한 모든 것을 그림으로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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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우물 안에 빠진 아이, ‘용신’이 지켜주셨나

    우물 속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우물 안에 빠진 아이. 파도를 일으키며 커다랗고 검푸른 물체가 다가온다. 용이다. 오랜 세월 우물에 갇혀 지내 누군가 하늘 문을 여는 주문을 외워주기만 기다렸던 미르는 아이를 만나자마자 물회오리를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오른다. 정신을 잃고 난 아이가 깨어난 곳은 할아버지 품. 꿈인가 어리둥절하던 때, 비를 기다리던 마을에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예로부터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마을과 우물터를 지켜주고 비를 내려준다고 믿었던 우리 문화의 ‘용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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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진책-최용훈 연출가 “연극? 관객이 생각하게끔 만들어야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곡과 영국 신진 작가의 공상과학(SF) 작품이 손진책 극단 미추 대표(71)와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55)의 손을 거쳐 이달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국내 초연작을 공연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스트 앤드 퍼스트’전에 참여한 두 연출가는 성격이 사뭇 다른 작품을 택했다. 손 연출가가 고른 남아공 출신의 세계적 작가 아톨 푸가드의 ‘돼지우리’는 탈영한 병사가 전사자로 위장해 40년간 돼지우리에서 숨어 지낸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영국 신인 작가 앨리스터 맥다월의 ‘X’는 명왕성으로 간 과학자들이 우주선에 고립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탄탄한 내공을 지닌 두 연출가의 손끝에서 태어날 ‘신상 작품’은 어떨 모습일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2일 두 사람을 만났다. ―작품의 선택 기준이 무엇이었나. ▽손진책=사회적 효용성이다. 푸가드가 평생 일관되게 밀고 나간 인권, 실존, 두려움에 관한 주제 의식이 이 작품에도 녹아 있는데, 유독 저평가됐다. 어떤 면에서 사회나 국가도 우리의 ‘돼지우리’일 수 있다. 우리의 현재와 연결되는 지점을 고민하며 골랐다. ▽최용훈=공연 시점에 우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찾는 편이다. 전쟁, 국제 회담 등과 관련된 작품을 검토하다 이것으로 낙점했다. 국제 관계 속 고립, 생태문제, 무분별한 기술의 폐해 등 다양한 문제를 짚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 ―서로의 작품에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손진책=‘X’는 바라보는 시선이 크고 멀어 한국 작가들이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용훈 연출가 특유의 스타일과 만나면 강렬한 인상을 줄 것이라 믿는다. ▽최용훈=‘돼지우리’는 농익은 공연이 될 것 같다. 2인극이 드물고 또 힘든데 좋은 배우와 조화를 이뤄 깊이 있는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극의 현대화나 실험적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이번에는 어떤가. ▽손진책=내 연극정신은 마당정신이다. ‘지금 여기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당정신이라고 본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문제의식이 일맥상통한다. 전통극의 현대화는 평생의 화두지만 억지로 기법이나 형식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최용훈=작가가 구조적, 극적인 실험을 해놓았다. 엉킨 시간과 기억을 퍼즐 맞추기 해야 한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데 관객에게 잘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 중이다. ―공연장의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손진책=공연장의 위상에 걸맞은 작품을 올리려는 기획이 이어져야 한다. 시류와 관계없이 장강같이 연극정신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생각을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게 연극의 역할이다. ▽최용훈=공감한다. 좋은 의미의 ‘정통 연극’에 대한 관심과 제작이 이어졌으면 한다. 이번에 그 첫걸음을 잘 뗄 수 있길 바란다. ‘돼지우리’ 8∼22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X’ 14∼3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각 3만∼5만 원.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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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위한 큰 걸음… 영광의 얼굴들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는 6일 인촌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32회를 맞은 올해 인촌상은 교육, 언론·문화, 인문·사회, 과학·기술 4개 부문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4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는 부문별로 권위 있는 외부 전문가가 4명씩 참여해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진행했다. 수상자들의 소감과 공적을 소개한다.》 ▼ 절망 딛고 교육현장 폭력추방 앞장… “버팀목 되어준 시민들 덕분에 가능” ▼[교육]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 설립자“상 받으려고 일한 건 아닌데….”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설립자 겸 명예이사장(71)은 수상 소감을 말하다 잠시 말을 멈췄다. 세상을 먼저 떠난 외아들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회사에서 촉망받던 직장인이었다. 해외 출장 중이던 1995년 6월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대현 군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했다. 학교는 쉬쉬했고, 가해 학생 부모들은 제 자식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세상도, 신도 원망스러워 한국을 떠나려고 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과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절망에서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언론 인터뷰를 자청했다. 더 나아가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는 부모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구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비로 서울 마포구에 조그만 오피스텔을 빌렸다. 청예단의 시작이었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빠듯한 운영비로 매달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냉대와 무관심이 그를 힘들게 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그가 찾아가면 피하기에 급급했다. “학교폭력이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이때 버팀목이 되어준 게 시민들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금이 모였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서명 운동에 시민 47만 명이 동참했다. 그 결실로 2004년 법이 제정됐다. “모든 게 선한 시민들 덕분이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하지 못한 걸 시민사회의 힘으로 이룬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5명이던 청예단은 지금 전국 14개 지부에서 직원 약 330명이 일하고 있다. 연간 학교폭력 관련 상담 건수가 6만 건이 넘는다. 아들의 이름을 딴 ‘대현장학회’를 만들어 학교폭력 피해자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그는 4년 전 명예 이사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쉬지 않고 학교폭력 예방 강연과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극심한 갈등이 학교에서 나타나는 게 학교폭력이며, 이걸 줄이는 게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면서 “청예단이 설립정신 그대로 100년 이상 가는 게 제 꿈”이라며 입가에 시원한 팔자주름을 지으며 웃었다. 청예단 사무실에 걸린 사진 속 아들 대현 군과 꼭 닮은 웃음이었다. ● 공적삼성전자와 신원그룹에서 20년간 근무했다. 1995년 학교폭력으로 외아들을 잃고 난 뒤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뛰어들었다. 자비로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로 학교폭력 문제를 공론화했다. 특히 학교폭력을 일부 ‘문제아’의 일탈 행동으로 치부하던 정부의 인식을 바꾸는 데 앞장섰다. 청예단은 연간 6만여 건의 학교폭력 상담과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를 인증 받아 유엔 이사회 등 공식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 인간 내면 파고든 연출로 깊은 울림 “뜻밖의 큰상 놀라워… 부담감 크다” ▼[언론·문화] 한태숙 연극연출가“인촌상은 연극 분야와는 상관이 없는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다니 무척 놀랍습니다. 부담감으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한태숙 연출가(68)는 인간을 집요하게 파헤친 묵직한 연극을 통해 섬세하고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현한 연출가로 꼽힌다. 40년 동안 연극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서안화차’ ‘단테의 신곡’ 등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인간 내면의 흐름을 심도 있게 표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연출가는 “심연의 바닥까지 내려가 봐야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런 믿음은 작품을 선택할 때 적용하는 그만의 철칙이자 기준이다. 인간이 가진 깊은 불안과 그로테스크한 부분들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그의 작품에 담겨 있다. 그는 “자칫 고지식할 수 있는 이런 자세를 연극과 무대가 허락해 준다”며 “비록 참혹하게 무대에서 깨질지언정 그 지점까지 가는 것이 연극이 주는 힘이라는 것에 관객들도 공감을 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 연출가는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카리스마로 배우들에게 엄청난 연습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연극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는 ‘현재의 예술’인 만큼 그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사투가 불가피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1998년 초연한 ‘레이디 맥베스’를 꼽았다. 그는 “오브제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창극으로도 해봤지만 다른 실험도 가능했을 것 같다”며 “무대에 올린 지 20년이 됐으니 다시 해본다면 음악이나 미술적인 실험을 통해 더 일을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2003년 초연한 연극 ‘서안화차’는 제4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 9개 연극상을 휩쓴 수작으로,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 연출가는 ‘레이디 맥베스’를 비롯해 창극 ‘장화홍련’ 등 여성 중심 서사에 강점을 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이 작품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강한 여성으로 새롭게 창조되는 것에서 가치를 느낀다”며 “특히 요즘은 연극계 여장사들의 존재감을 실감하고 있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한 연출가는 “연극은 언제나 시대정신이 중요하다”며 “큰 이야기를 하려는 연극인들의 투지가 문화 정책이나 환경의 사소한 불편 때문에 소모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 공적1976년 연극 ‘더치맨’으로 연출가로 데뷔한 뒤 1999년부터 극단 ‘물리’를 창단해 대표를 맡고 있다. ‘오이디푸스’ ‘리처드 3세’ ‘세일즈맨의 죽음’ ‘단테의 신곡’ 등 독창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출로 인간 심연을 파헤친 무게감 있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 왔다. 철학적이고 사회성 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극의 긴장과 묘미를 놓치지 않는 연출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두루 사랑 받는 작품을 배출해냈다. 특히 연극 ‘레이디 맥베스’와 아동극 ‘엄마 이야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다룬 연극 ‘하나코’ 등 여성 중심의 다양한 서사를 다룸으로써 양성평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 왔다는 평을 받았다. 동아연극상 연출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한국여성연극인상 연출상, 이해랑연극상,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등을 받았다. ▼ 한국 근현대 정치사 연구 초석 마련… “사실 먼저 규명하는 게 학자의 자세” ▼[인문·사회]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이정식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과 교수(87)가 쓴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한국어판이 1970년대 서울에서 번역 출판됐을 때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던 동명이인 교수는 이 책의 저자로 오인돼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 교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조차 러시아 작곡가라는 이유로 다방에서 틀지 못하게 했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였다”며 “혼돈의 한국 정치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교수는 20세기 격변기에 청소년기를 중국에서 보내며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국공내전을 겪었다. 해방 후 돌아온 조국에선 6·25전쟁의 참화를 목격했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혼돈기를 직접 경험한 그는 엄격한 사실과 구체적인 증거에 입각해 서재필 이승만 김구 김규식 여운형 박정희 등 한국 근현대사 핵심 정치 지도자들의 자취를 추적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현대 정치사와 정치 인물 연구의 주춧돌을 놨다. 그는 “혼돈이 정리되면 시스템이 움직이지만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지도자들의 역할이 각별히 크다”며 “해방 후 혼란기에 지도자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이름으로 주는 상이어서 영광입니다. 한국의 근대화와 독립운동 등 여러 면에서 인촌의 숨은 공로가 많습니다만 특히 중앙학교와 보성전문학교를 세워 한국 근대화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한국 근현대 정치 인물 연구의 대가인 그는 “훌륭한 스승 없이는 인재도, 나라의 미래도 없다”며 “인촌이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학교부터 세운 건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고 인촌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 만주에서 15세에 부친을 잃고 소년 가장이 돼 하루 12시간씩 공장에서 일했고 평양에서는 19세까지 쌀장사를 했다”며 “내 삶이 여기까지 온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와의 인연을 거론하며 “훌륭한 스승을 만나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스칼라피노 교수의 연구 조교로 들어가 12년간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를 함께 저술했다. 이 교수는 “독립운동, 해방 후 남북 관계 등 한국 현대사는 조금 깊이 들어가면 자료가 많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후학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없는 자료를 갖고 무슨 이론, 추론을 앞세우면 사실 수집이나 해석이 왜곡되기 십상”이라며 “역사의 진실을 추적하는 탐정처럼 사실을 규명하는 걸 우선하고 다음에 해설을 하는 것이 학문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 공적 6·25전쟁 중인 1951년 부산에서 미군의 중국어 통역으로 일하며 신흥대(경희대의 전신)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과 동아시아 근현대 정치사 연구에 매진했다. 동아시아 연구의 석학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와 함께 일제강점기 민족해방운동과 북한 체제를 분석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로 아시아계 학자 최초로 미 정치학회가 그해 최고 저작물에 주는 ‘우드로 윌슨’상을 탔다. ▼ 반도체 외길… 연구년에도 후학 지도 “인재 양성 사명감에 준 상이라 믿어” ▼[과학·기술] 황철성 서울대 교수“황 교수, 한 우물 파는 건 좋은데 전체의 5% 정도는 반도체 말고 다른 유행 분야를 해보는 건 어때? 그래야 남들처럼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학술지에도 이름을 올리지.”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54)는 몇 해 전 총장으로부터 이런 권유를 받았다. 우직하게 반도체, 그것도 가장 ‘정통’이라고 할 수 있는 메모리와 로직(논리회로) 반도체 연구만 30년째 고수하고 있는 황 교수를 안타깝게 여긴 선배의 조언이었다.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대표적 분야지만, 기업들이 첨단 연구와 제품화까지 온갖 과정을 좌지우지한다. 대학에서 제자 수십 명을 데리고 연구하며 두각을 나타내기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 교수는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메모리 반도체만 해도 해야 할 연구가 너무 많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지금도 뉴로모픽(신경모방) 등 새로운 반도체 소자와 함께, 제가 초창기부터 해오던 D램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D램에 아직도 연구할 게 남았냐는 질문에 그는 “모르는 소리”라며 “선폭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등 해야 할 일이 넘쳐난다”고 답했다. 황 교수는 “우물을 파면 아래에 지하수가 보이고, 더 파면 지하수가 거대한 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반도체도 이와 닮아서, 어렵더라도 누군가는 우직하게 계속 파내려가야 더 큰 세상이 열린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악에 받쳐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대한민국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반도체 분야 석학의 말로는 의외였다. 하지만 가장 밝은 곳에 가장 깊은 그늘도 있다는 말처럼, 적어도 지금 학계에서는 최신 유행하는 분야에 비해 반도체가 주목을 덜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이 발전한 분야들이 그렇듯, 새로운 연구를 하기가 만만치 않다. 연구를 해도 소위 ‘티’가 덜 난다 황 교수는 이렇게 까다로운 반도체 판에서 무려 545편의 논문을 써 왔다. 11명의 제자 교수 등 후학도 많이 길렀다. 올해가 연구년인데도 국내에 머무르며 일주일에 이틀은 삼성종합기술원에 나가 강의하고, 나머지 시간은 55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한다. 학계와 산업의 괴리가 커져 ‘전자산업의 쌀’ 반도체의 대가 끊길까 염려돼서다. 그는 “반도체가 멈추면 자동차, 미사일 모두 멈춘다”며 “지금 기업들이 잘해주고 있지만, 대학에서 뒷받침할 인력을 키우지 못하면 반도체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인촌상은 나의 이런 사명감에 준 상으로 믿는다”며 “더욱 우직하게 반도체라는 한 우물을 깊게 파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공적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를 모두 마친 보기 드문 ‘토종’ 공학자다. 1994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을 견인한 D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재와 함께, 새로운 메모리 소자인 저항 스위칭 메모리의 작동 원리를 연구해 미래 메모리 소자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2014년 영국왕립학회 펠로로 선정됐고 2014∼2015년에는 대한민국 반도체 연구의 산실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냈다. 2004년 제7회 젊은과학자상 대통령상, 2016년 과학기술진흥 대통령표창, 2018년 제2회 강대원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 제32회 인촌상 심사위원 ▽교육 △위원장 정진곤 한양대 명예교수 △위원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김성훈 동국대 교무부총장, 신현석 고려대 사범대학장▽언론·문화 △위원장 윤영철 연세대 원주부총장 △위원 왕은철 전북대 교수, 우찬제 서강대 교수, 최맹호 전 동아일보 부사장▽인문·사회 △위원장 박찬욱 서울대 총장직무대리 △위원 김준영 전 성균관대 총장, 이재열 서울대 교수, 주경철 서울대 교수▽과학·기술 △위원장 국양 서울대 명예교수 △위원 김승환 포스텍 교수, 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 전호환 부산대 총장}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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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실험의 場… ‘연출의 판’ 시작됐다

    연출가들이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험적 무대로 구성한 ‘연출의 판’ 쇼케이스가 8일부터 시작한다. 지원금 경쟁 때문에 솔직한 무대를 만들기 어려운 연출가들에게 발언권을 제공하고 소극장 ‘판’(서울 용산구 청파로)을 연출가 중심의 실험극장으로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국립극단이 기획한 행사다. 이번 쇼케이스에는 응용연극연구소의 박해성, 극단 북새통의 남인우, 플레이씨어터 즉각반응의 하수민, 이언시 스튜디오의 김지나 등 네 명의 연출가가 참여한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윤한솔 감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연출가들에게 실패할 여지가 있더라도 본인들이 고민해왔거나 형식적으로 풀어보지 못한 것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우리의 연극은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의 진실을 담는다’는 국립극단 연극선언문을 주제로 연극의 동시대성과 공공성을 풀어낸다.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엄숙해진 연극의 틀을 깨보는 박해성 연출가의 ‘프로토콜’, 디지털 세계에서 연극의 변화를 다룬 김지나 연출가의 ‘잉그리드, 범람’ 등이 준비됐다. 9월 8일∼10월 15일. 서울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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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뮤지컬 흥행작… 화려한 라인업에 기대감 UP

    뮤지컬 팬을 위한 흥행작 재공연이 하반기에 줄줄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흥행성이 이미 검증된 콘텐츠에 화려한 라인업까지 더해져 폭발력이 기대되는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와 홍광호, 박은태를 캐스팅해 11월 13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첫 공연을 가진다. 내로라하는 국내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만큼 티켓 판매가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제작사 오디컴퍼니는 “티켓 예매처 사이트들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 초연된 뒤 독일, 스웨덴 등 세계 10여 개국에서 공연된 ‘지킬 앤 하이드’는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무대는 2004년 한국 초연 당시 이 작품의 흥행을 견인했던 배우 조승우가 2016년 ‘스위니토드’ 이후 2년 만에 다시 컴백해 화제다. 상반기에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를 선보였던 EMK뮤지컬컴퍼니도 대표작 ‘엘리자벳’과 ‘팬텀’을 각각 11월 1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와 12월 1일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재공연해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특히 2012년 초연 당시 10주 연속 티켓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옥주현 김선영 김소현 박효신 등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 갔던 뮤지컬 ‘엘리자벳’은 2015년 이후 3년 만의 재공연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말 한 달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회 매진이라는 흥행 기록을 썼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도 11월 2일 디큐브아트센터 무대로 돌아온다. ‘깊은 밤을 날아서’ ‘소녀’ 등 고 이영훈 작곡가의 명곡들을 기반으로 한 주크박스 창작뮤지컬로 세대를 초월해 큰 호응을 받은 작품으로 최근 캐스팅을 완료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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