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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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칼럼100%
  • 도시바, WD-훙하이와도 협상 재개…‘한국에 기술유출’ 우려에

    경영난으로 반도체 자회사 매각을 진행 중인 도시바가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 및 대만 훙하이(鴻海) 그룹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의 계약 체결이 지연되자 조속한 매각을 위해 대안 찾기를 병행하는 모습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의 히라다 마사요시(平田政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미일 연합과의) 정식 계약에 당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며 WD 및 훙하이와의 협상 진행 사실을 공개했다. 한미일 연합과의 계약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연합은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주축으로 한다. SK하이닉스는 전환사채(CB)의 형태로 참여해 향후 베인캐피털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우선협상자 선정 후 일본 내에서 한국 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를 가급적 빨리 끝내려 하는 도시바도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취득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도시바는 2위, SK하이닉스는 5위다. 도시바와 협상을 재개한 훙하이는 애플, 아마존 등과 손잡고 입찰에서 3조 엔(약 30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가안보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메모리 사업이 ‘차이나머니’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해 탈락했다. 그럼에도 궈타이밍(郭臺銘) 회장은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욧카이치 공장에서 도시바와 반도체를 공동 생산해 온 WD는 “합작사의 동의 없이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며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한편으로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잡고 인수에 나서고 있다. 다만 WD가 인수할 경우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래은행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든 반도체 자회사를 조기에 매각할 것을 도시바에 요구하고 있다. 도시바 측은 이날 “몇 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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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내려와야” 반기 든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급격히 추락하는 가운데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끌어내리기 조짐이 보이고 있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한 공명당 중진은 “국민으로부터 의심받는 총리로는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 자민당 내에서도 ‘차기 중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 밑에서 싸울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공기가 변했다. 아베 총리의 장악력이 확실히 사라지고 있다”는 자민당 중진의 목소리를 전했다. 10일을 전후해 각 언론사가 발표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0%대로 한 달 전보다 많게는 13%포인트 떨어졌다. 요미우리신문 조사에서는 5개월간 30%포인트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 획기적인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20%대 추락을 예고하고 있다. 2012년 12월 집권한 아베 총리가 그간 ‘아베 1강(强)’이라 불리며 ‘제왕적’ 권력을 누려온 이유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지지율과 선거마다 승리로 이끈 리더십 덕이었다. 하지만 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와 지지율 추락으로 두 개의 신화가 순식간에 깨졌다. 때를 만난 ‘포스트 아베’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찌감치 아베 체제에 반기를 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가 서두는) 헌법 개정 논의는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거나 “당내 이론(異論)을 봉쇄하면 안 된다”며 아베 체제에 대한 비판에 나서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거나 “아베노믹스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전국정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정계의 이합집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가 “자민당에 대항할 정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베 정권이 연일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도 일본 내부에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의 대피 요령을 알리는 광고에 지난달 말부터 2주 동안 3억6000만 엔(약 36억4000만 원)을 썼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의 독려 및 자체 판단에 따라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곳에서 대피 훈련을 진행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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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스 위드 월드] 직원들 퇴사 가능성 점치는 AI 등장해 화제…정확도는?

    일본에서 회사 직원들의 퇴사 가능성을 점치는 인공지능(AI)이 등장해 화제다. 포브스재팬에 따르면 후레이드라는 회사가 만든 이 AI는 4개월 후 퇴직 확률을 90%의 정확도로 예측한다. 월요일 출근의 미묘한 시간 변화, 지각, 야근, 조퇴 등 7000개 이상의 요소를 분석해 퇴직 확률을 예측해 낸다. 4개월 후의 퇴직 확률을 알면 그 사이에 문제를 개선해 퇴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포함해 AI를 인사 부문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도쿄(東京)의 인터넷 마케팅회사 세프테니 홀딩스는 2년 전부터 AI가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인사전략을 짜고 있다. 이를 위해 성격, 근태, 평가, 업무 성과 등을 세세하게 수치화했다. 데이터의 종류는 신입사원은 180개, 입사 10년차 사원은 800~1000개에 이른다. AI는 이를 토대로 모든 직원에 대해 ‘잠재 퇴직률’을 매긴 뒤 이직 확률이 높은 직원을 적성에 맞는 부서로 옮기고 있다. 회사 측은 “도입 후 이직률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신입사원 채용에도 AI를 1차 면접관으로 활용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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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댄스 위드 월드] 부서 전체가 한번에 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날을 정해 부서나 지점 전체가 한꺼번에 쉬시기 바랍니다.” 이런 공문이 온다면 직장인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기록적인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파격적인 휴가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을 보유한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최근 계열사 8곳에 ‘부서별 일제휴가’를 적극 활용하라고 통지했다. 제도가 적용되는 직원 수는 2만5000명에 달한다. 제도를 도입한 것은 소매점포가 매일 열려 있는 상황에서 상사와 동료를 두고 혼자 휴가를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유급휴가 사용 비율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크게 낮다. 휴일은 부서에 따라 업무 상 영향이 적은 날로 자유롭게 정하면 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모두 쉴 수 없다면 절반씩 돌아가면서 쉴 수도 있다. 부서 일제휴가는 2달에 1일 정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자재 기업 스미토모린교도 2, 4, 6, 12월에 하루 씩 연간 4일 동안 전국 80개 지점 및 영업소의 문을 닫고 쉬게 했다. 이는 주 2회 휴무와 별도로 시행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30%인 유급휴가 소진 비율을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형 이사업체인 아트도 다음달부터 업계 최초로 전 사원이 쉬는 정기휴일을 연간 30일 가량 도입할 예정이다. 주말에도 업무가 이어지는 현장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신문은 “일손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휴가지에서의 근무를 인정해주는 곳도 있다. 일본항공(JAL)은 이달 중 국내외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는 새 제도를 시행한다. 업무(work)와 휴가(vacation)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워케이션(wakation)’으로 불리는 제도다. 연간 최대 5일까지 휴가를 즐기면서 회사가 지급한 컴퓨터를 이용해 맡은 업무를 처리하면 정상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 휴가지에서 필수적인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보니 최장 2주 이상의 휴가를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5월 유효구인배율(구인자 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비율)은 1.49배로 4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자 1인 당 일자리 1.49개가 있다는 뜻이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5년 7700만 명에서 2029년에는 70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갈수록 인재 유치 및 이직 방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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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지율 급락 아베, 8월초 대규모 개각

    2일 도쿄(東京)도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 달 3, 4일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 쇄신을 통해 급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선거 직전 정치 중립을 규정한 자위대법을 어기고 지지를 호소해 파문을 일으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과 테러대책법안(공모죄법) 처리 과정에서 국회 답변을 제대로 못해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네다 가쓰토시(金田勝年) 법무상은 교체가 확실시된다. 특히 이나다 방위상은 6일 규슈(九州) 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려 자위대가 주민 구조에 나선 가운데 1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고 외부 행사에 참석해 비판을 받았다. 산케이신문은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후생노동상도 교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기시다 외상의 경우 “본인의 의향에 입각해 당 요직에 기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권의 중추 역할을 해 온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은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36%까지 떨어졌다. 내치에서 잃은 점수를 “적극적인 외교활동으로 만회하겠다”던 아베 총리는 성과보다는 숙제를 잔뜩 떠안은 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외교를 마쳤다. 특히 미중러 스트롱맨들에게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미국에는) 대일(對日)무역 적자라는 과제가 있다”고 압박했다. 트럼프가 취임 후 아베와의 정상회담에서 대일 무역적자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국 간 무역 마찰이 재연될 가능성을 점쳤다. 9일 NHK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 간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타결에 위기감을 보이며 관련 보고서를 7일 미 정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40여 분에 걸친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거나 “일본이 양국 관계 개선을 염원한다면 정책과 행동에서 더 많이 보여주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이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대해 조건부 협력 의사를 표명했으나 시 주석은 “역사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고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두 정상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 대해서도 팽팽하게 평행선을 그렸다. 아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관련 문제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러-일 정상회담은 15분으로 단축돼 진행됐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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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빠지는 아베의 개헌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정치인생을 걸고 추진하던 ‘평화헌법 개정’이 무산될 징조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 도쿄(東京)도의원 선거 참패 후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약해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5일 기자회견에서 “정권의 과제는 경제재생과 아베노믹스의 추진이다. 헌법은 정권이 노력할 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4일 보도된 인터뷰에서 “예정대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아베 총리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야마구치 대표는 또 “여당이 만든 틀이 당장 헌법 논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민당이 개헌안을 내놓더라도 논의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공명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공명당은 자민당 대신 도민퍼스트회와 손잡고 승리했다. 아사히신문은 “정권 내에서 공명당의 발언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하고 “(계획대로)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제시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총리 관저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 자민당 개헌추진본부의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을 임시국회에 개헌안을 제출한다는 목표에 대해 “정식 제출이 아니라 중의원 헌법심사회의 논의의 토대를 제시한다는 의미”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사실상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열린 추진본부의 임원회의에서 아리무라 하루코(有村治子) 전 여성활약담당상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신중하게 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당내 후보들도 개헌에 부정적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은 “(선거에서) 국민, 도민은 신중하게 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개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5일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선거 전부터 “지금은 (무력 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자민당 일각에선 개헌을 포기하고 조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전국 정당을 만들기 전에 빨리 선거를 해 정권만이라도 지키자는 것이다. 이 경우 개헌세력이 3분의 2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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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EU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한국, 유럽수출 경쟁력 비상

    일본과 유럽연합(EU)이 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경제 규모 2위인 EU와 4위인 일본의 EPA 체결로 세계 무역 규모의 37%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하게 됐다. 2011년 먼저 EU와 FTA를 맺고 현지 시장을 공략해온 한국 산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낮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EPA 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음을 선언했다. 일본과 체결하는 이번 협정은 EU가 지금까지 맺은 FTA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양자협정으로는 가장 크다. 양측은 세부항목에 대한 협의를 계속해 연내 최종 타결하고, 2019년에 발효시키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EU가 자유무역의 깃발을 높이 치켜드는 강한 정치적 의사를 보였다. 세계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정이 발효되면 일본과 EU의 전체 교역 품목 중 약 95%의 관세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협정 체결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EU는 0.76%, 일본은 1% 이상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던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현재 10%)와 관련해 양측은 EPA 발효 7년 후에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했다. 일본 측은 당초 EU가 한국과의 FTA에서 5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만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EU는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이유로 10년을 주장해왔다. EU가 일본에 수출하는 품목 중에서는 치즈를 두고 막판까지 협상이 치열하게 이뤄졌다. 결국 양측은 연성치즈의 경우 저관세 물량을 별도로 마련하는 대신 16년째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와인은 양쪽 모두에서 즉시 관세가 사라진다. ‘FTA 후진국’으로 불리던 일본은 2012년 말 아베 총리 집권 이후 “한국을 따라잡자”며 동시다발적인 FTA 협상에 돌입했다. 2013년에만 EU와의 EPA를 비롯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 ‘메가 FTA 협상’을 한꺼번에 시작했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뒀던 TPP는 2015년 10월 타결됐지만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탈퇴를 선언해 발효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EU와 일본은 7,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서둘렀다. 보호무역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해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영국이 문을 닫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은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화는 죽지 않았고 자유무역주의에 대한 포퓰리스트들의 반감 역시 세계를 지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가 최근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 후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어 외교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내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노림수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EU와 FTA를 체결한 한국으로선 반가워할 수 없는 처지다. 관세 철폐로 일본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이와 경쟁하는 한국 수출 품목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대(對)EU 자동차 수출은 2009년 35만 대에서 지난해 40만 대로 증가했다. 현지 생산도 늘어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현지 생산이 2009년 대비 3배로 늘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수출은 같은 기간 70만 대에서 60만 대로 줄었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업체들에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 반격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대EU 수출 시 상당수 품목에서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가전제품(TV는 5년) 분야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일본 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일본상공회의소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회장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JA전중)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나카야 도루(中家徹) 씨는 “일본의 농업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반발했다. EU 내부에선 치즈, 파스타, 초콜릿을 포함해 거의 모든 농산품의 관세를 없앴다는 점에서 농업과 식품 산업에서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 진출하려는 미국 농축산 업계나 유럽에 진출하려는 미국 자동차 업계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2017-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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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케이 “고이케 신당 나오면 자민당 도쿄서 참패”…‘포스트 아베’는 누구?

    일본 도쿄(東京) 도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현 상태로 총선에 도전할 경우 도쿄 내 25개 선거구에서 최대 24석을 휩쓸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심각한 민심이반이 확인되면서 집권 자민당 내부에선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이들이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2일 치러진 도쿄도의원 선거의 출구조사 자료를 중의원 선거에 대입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도민퍼스트회가 1석을 제외하고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선거에서 22석을 차지했던 집권 자민당은 겨우 1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신문은 “만약 이번 선거에서처럼 도민퍼스트회가 공명당과 협력해 자민당과 대결하면 자민당이 차지할 수 있는 의석은 0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과 협력하던 공명당은 이번 선거에서 도민퍼스트회와 손을 잡아 자민당의 패배에 일조했다. 다만 공명당은 지금까지는 “도의회와 달리 총선에서는 자민당과 계속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다음 총선에서 공명당이 자민당과 협력할 경우 도민퍼스트회가 획득 가능한 의석은 8석으로 줄고 나머지 17석은 연립여당이 가져가게 된다. 결국 고이케 지사가 신당을 만들 경우 공명당이 캐스팅보드를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자민당 내부에서는 선거 참패 후 ‘포스트 아베’를 노리는 차기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내 유력 파벌인 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전날 한 심포지엄에서 ‘차기 총리가 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집권을 생각할 경우 중요한 것은 인내와 겸손이다. 권력을 겸허하게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총리직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격차라는 측면에서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판적 조언을 했다. ‘포스트 아베’ 후보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도 5일 당내 모임에서 선거 패배와 관련 “국민들로부터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있다. 헌법 개정도 마찬가지”라며 아베 총리의 일방적인 개헌 추진을 비판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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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받을 때 내려온 고이케

    “저는 이제 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도쿄도의원 선거 압승을 이끈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3일 기자회견에서 도민퍼스트회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임 발표를 접한 기자들이 웅성거리자 “의회의 견제 기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도민퍼스트회가 도쿄도의회의 제1당이 된 상황에서 자신이 도지사와 도민퍼스트회 대표를 다 맡는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고이케는 이번 선거를 통해 도의회 의석 3분의 2에 육박하는 폭넓은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 올 초 도민퍼스트회를 만들고 특별고문으로 측면 지원을 하던 고이케는 선거가 본격화되자 지난달 1일 자민당에 탈당계를 내고 도민퍼스트회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선거를 총지휘하며 101번의 거리유세를 통해 집권 자민당을 꺾고 제1당 자리를 차지하는 압승을 이끌었다. 이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승을 거둔 뒤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는 모습으로 ‘고이케 극장(劇場)’의 한 막을 내렸다. 고이케는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특별고문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후임 대표는 노다 가즈사(野田數) 전 대표가 맡았다. 하지만 노다는 고이케의 특별비서를 지낸 바 있어 일각에선 ‘형식적으로만 물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고이케 뜻대로 도의회가 운영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고이케의 ‘신속하고 깔끔한 처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이케의 도민퍼스트회 대표직 사임이 집권 자민당과의 갈등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는 노림수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와 필요한 협력은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2020년 도쿄 올림픽, 도쿄 최대 수산물시장인 쓰키지(築地)시장 이전 등의 과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고이케가 도지사로서 성과를 내려면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또 중장기적으로 총리 자리를 노린다면 내년 중의원 선거에서 발판이 될 자신의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자민당 일부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고이케가 1990년대 초 일본 정계를 흔들었던 일본신당을 모델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등장한 일본신당은 참의원, 도쿄도의원,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하며 연립정권을 세워 자민당 일당지배를 끝내고 정권교체를 이뤘다. 고이케 자신도 일본신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올 초 ‘와신상담’을 이유로 금주를 선언하고 이번 선거에 다걸기(올인)했던 고이케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끝나고 집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아주 맛있었다”고 승자의 여유를 드러냈다. 고이케가 2009년 자신이 속했던 자민당이 야당이 되자 “정권 탈환 때까지 머리를 깎지 않겠다”며 1년 9개월 동안 머리를 길렀던 일화는 지금도 정치권에 회자되는 얘기다. 고이케는 이때의 헤어스타일을 ‘와신상담 헤어’라고 명명한 적도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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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헌 마이웨이’ 고집하는 아베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2일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헌법 개정 방침은 변함없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개헌 불가론이 힘을 얻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4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가을 임시국회에 헌법개정안을 제출한다는 당초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내 세대에서 자위대가 위헌인가 아닌가 하는 논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평화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지인이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의 불신을 초래한 것을 솔직히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대폭 개각 방침을 언급하고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 후 2번 전화회담을 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며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발전시키기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보도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8%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 이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비주류인 무라카미 세이이치로(村上誠一郞) 전 행정개혁상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아베 하야론’을 들고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주류 진영에서는 ‘좀 더 지켜보자’는 쪽이어서 당장 아베 총리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고집하는 ‘평화헌법 개정’은 사실상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당 내외의 평가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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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北위협 증가 명확… 中-러 건설적 대응 촉구”

    일본 정부는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두 차례나 열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사일은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에서 약 300km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이날 미사일 발사 직후인 오전 10시 반경 NSC를 서둘러 소집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위협이 한층 증가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강한 결속을 토대로 국제사회의 압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더 건설적인 대응을 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이날 베이징(北京)의 대사관 루트를 통해 북한에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주장이 나오자 다시 NSC를 소집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기자들에게 이날 발사체가 ICBM인지에 대해서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사체가 사상 최대 고도, 최장 비행시간을 기록했다면서 “미사일은 2500km를 훨씬 넘는 고도에 도달했고, 약 40분간 비행한 후 900km가량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 5월 14일 발사된 신형 탄도미사일이나 그 파생형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EEZ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5번째로 5월 29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발표 이후 “북한이 ICBM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며 긴급 속보를 내보냈다. NHK는 “40분 동안 비행한 것으로 볼 때 사정거리는 7000km 전후일 가능성도 있다. ICBM 개발이 한층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발언을 전했다. 일각에선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아베 총리가 북한 미사일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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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원재 도쿄 특파원의 글로벌 뷰]고이케의 ‘생활밀착 정치’ 표심 잡았다

    “도쿄(東京)도민이 도정(都政)을 되찾아온 순간이다.” 2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자민당을 격침시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도민의 눈높이에서 추진해 온 성과가 인정받았다”며 선거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는 이번 선거에서 전체 127석 중 55석(당선 후 합류한 무소속 포함)을 얻으며 제1당이 됐다. 자체 공천 후보 50명 가운데 49명이 당선됐다. ‘고이케 걸스’로 불리는 여성 후보 17명도 모두 당선됐다. 가히 ‘고이케 태풍’이라고 일컬을 만한 ‘완벽한 승리’였다. 도민퍼스트회와 제휴한 공명당 등 우호 세력을 포함하면 고이케 지지 세력은 과반(64석)을 훌쩍 넘는 79석까지 올라간다. 반면 아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기존 의석(57석)의 절반도 지키지 못하고 23석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자민당의 역대 최소 의석이었던 38석(1965년, 2009년)도 무너지면서 아베 총리는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겪게 됐다. 아베 총리는 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준엄한 질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깊이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고이케 압승의 비결은 철저하게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접근했다는 점이다. 공약으로 의원 공용차 폐지, 정무활동비로 식사 금지, 의사당 내 금연, 상임위 활동 인터넷 중계 등 거대담론 대신 구체적이면서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것들을 내세웠다. 보육 서비스 인력 정원 7만 명 확충, 휴일보육 지원 확대, 양변기 보급 확대 등 생활 밀착형 공약들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장 유세에서 헌법 개정 논란이나 아베 총리의 스캔들에 집중하기보다는 ‘낡은 도정’에 타깃을 맞췄다. 뉴스 앵커 출신이라는 이색 경력을 살려 알기 쉬운 표현과 구체적인 수치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말만 앞세우지 않고 행동으로 변화를 실천한 점 역시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해 8월 취임 후 자신의 연봉을 절반(2896만 엔→1448만 엔)으로 삭감하고, 예산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올림픽 신축 경기장 3곳 건설을 보류했다. 의회의 반발에도 당시 제도로 남아 있던 ‘쪽지예산’을 없앴다. 예산안에 없는 항목이라도 의회 측이 요청하면 부활시키는 정당부활예산제도는 정의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일련의 개혁적 조치로 치솟은 지지율은 한때 80%를 넘었고 지금도 60∼70%를 오간다. 필요할 때 승부를 거는 배짱은 고이케 지사가 가진 강점이다. 자민당 소속이었던 그는 지난해 ‘제명하겠다’는 자민당 지도부의 협박을 뿌리치고 공천도 받지 않은 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녹색을 입고 모이자’는 글을 올려 유세장에 ‘녹색 물결’을 만들었다. 이후 ‘녹색’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그는 지난달 15년 동안 몸담았던 자민당을 탈당하고 도민퍼스트회 대표로 취임했고, 이후 101번이나 가두연설을 다니며 선거에 ‘다걸기(올인)’했다. 일부 언론에선 고이케 지사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하기도 한다. 개혁을 부르짖으며 등장한 신생 정치세력이 기성 정치권을 무너뜨리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얘기가 있다’고 질문하자 “하고 있는 것은 같다. 기존 정당이 아닌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 싸우고 있다”고 인정했다. 세간의 관심은 고이케 지사의 향후 행보에 쏠린다. 전국 정당을 만들어 중앙 정치로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본인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고이케 지사는 2일 밤 선거 승리 후 ‘(전국) 신당 창당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도민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0∼40%대인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그만큼 고이케 지사로 더 힘이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만간 대폭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개각 카드로 이반된 민심을 돌이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관저 안팎에서는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후 아베 총리가 사퇴한 것을 떠올리며 ‘10년 만에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말도 나온다.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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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연임-개헌 내닫던 아베… ‘고이케 태풍’에 휘청

    “아베 총리는 물러나라.” 1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아키하바라(秋葉原)역 앞.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마이크를 잡기 전부터 시민 100여 명은 ‘내각 퇴진’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물러나라” “집에 가라”고 연호했다. 아베 총리는 흥분해 “남의 연설을 방해하는 행위를 자민당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외쳤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대한 일본 유권자들의 민심이 어떤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2012년 정권 탈환 후 승승장구하던 아베 총리는 자신과 부인이 연루된 학원 특혜 지원 스캔들로 체면을 구겼고,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 등이 겹치면서 2일 실시된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예상된 참패, 흔들리는 아베 정권 도쿄도의원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전국 민심의 선행(先行) 지표로 여겨져 정계 개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민당은 2009년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당(현 민진당)에 참패한 후 한 달 만에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전례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둔 자민당 내부에선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과 도쿄 모처에서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올해와 내년은 아베 총리 필생의 과업인 ‘개헌’을 위해 중요한 해다. 아베 총리는 내년 가을 총재선거에서 3연임을 하고 2020년까지 개헌을 완수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참패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자민당의 참패는 예상된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명예교장이었던 모리토모(森友)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하고, 지인이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60%를 웃돌던 정권 지지율은 30%대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반성한다”며 두 번이나 머리를 숙였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자민당 내부 악재들도 이어졌다.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 중의원 의원이 연상의 비서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은 녹취 파일이 공개되면서 망신을 당했고,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정치 중립을 규정한 자위대법을 어기고 “자위대, 방위상으로서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가 사과하고 철회했다. 전통적으로 자민당과 손잡았던 공명당이 고이케 진영으로 돌아선 것도 자민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고이케 “기대 이상 결과에 감동” 고이케 유리코 지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후 마이크 앞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감동했다”고 말했다. NHK 출구조사에서 도민퍼스트회는 48∼50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천 후보 전원(50명)이 당선권인 최상의 결과다. 공명당(21∼23석) 등 지지세력을 포함하면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자민당 추천 없이 단기필마로 출마해 당선된 고이케 지사는 자신의 급여를 반으로 깎는 등 개혁적 언행으로 연예인급 인기를 얻었다. 2일 NHK 출구조사에서 고이케 지사의 도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이 77%에 달했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희망의 주쿠(塾)’라는 정치인 양성소를 만들고 여기서 배출된 정치 신인을 대거 공천했다. 또 ‘의원 특권 타파’를 공약으로 내걸고 공천 후보 3분의 1을 여성으로 채웠다. 이 때문에 기성 정당과 정치인에게 실망한 국민들이 신생 정치세력에서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미국, 유럽을 거쳐 일본에 상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당장) 국정에 진출할 예정은 없다”며 총리 도전설에 선을 그었다. 안정적인 도정을 통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기존 정치세력을 흡수하며 세력을 키워 올림픽 이후 국정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베 체제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아베’라는 구심점이 상당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 등 ‘포스트 아베’로 거론되는 이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장원재 특파원}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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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레이크 걸린 아베…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

    철옹성 같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강(强) 체제’에 금이 갔다. 2일 실시된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가 압승을 거뒀다. 도민퍼스트회와 공명당 등 고이케 지지 세력은 과반을 넘어 전체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제1당이었던 집권 자민당은 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참패해 아베 총리의 개헌 시도와 장기집권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NHK의 출구조사 등에 따르면 도민퍼스트회는 전체 127석 중 48∼50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에서 연대한 공명당(21∼23석 예상)과 합치면 과반(64석) 확보가 확실하다. 고이케 지지 성향의 무소속 등을 합치면 73∼85석을 차지하게 된다. NHK는 “출구조사와 개표 상황을 고려하면 자민당은 13∼37석을 거둘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57석)보다 크게 줄어든 역대 최저 의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아베 총리의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자민당의 패배를 가져온 원인을 자신(학원 특혜 제공 스캔들)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내년 가을 총재 3연임을 확정짓고 임기 중 개헌을 완수한다는 아베 총리의 목표도 실현 여부가 불확실하게 됐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 압승을 통해 아베 견제 세력으로서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 고이케 지사는 도민퍼스트회를 전국 정당으로 바꾸고 세력을 키워 중장기적으로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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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공연마다 커튼콜 받는 ‘한국의 장발장’

    “정말 최고였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졌어.” 지난달 9일 밤 일본 도쿄(東京) 데이코쿠(帝國)극장.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관람한 여성 관객들이 눈물을 글썽였다. 주인공 장발장 역을 맡은 배우 양준모 씨(37)가 감격 어린 표정으로 인사를 하러 나오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립박수를 포함한 커튼콜은 여섯 번이나 이어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이 극장에선 5월부터 레미제라블 30주년 기념공연이 열리고 있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중 하나인 레미제라블은 1987년 일본 초연 이후 지금까지 3100회 넘게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도 전회 전석 매진이다. 지난달 28일 극장에서 기자와 만난 양 씨는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게 얼마 만이냐”며 반가워했다. 이어 “같이 공연하는 일본 배우 중에는 어렸을 때 레미제라블을 보고 배우가 된 사람이 많다”며 “나 역시 장발장 역을 하면서 십수 년 동안 이 역을 맡기 위해 연기를 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19년 동안 감옥에 있다 출소한 장발장을 통해 죄와 구원, 혁명과 사랑, 인간애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는 작품 속 ‘민중의 노래’가 널리 불리기도 했다. 레미제라블을 ‘인생의 작품’으로 꼽는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힘이 있는 작품”이라며 “30주년 기념 공연에 서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양 씨가 일본 공연에서 장발장 역을 맡은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 ‘영웅’ 등에 출연하며 스타가 된 그는 우연히 오디션 기회를 얻고 장발장 역에 발탁됐다. 일본 기획사의 작품에, 일본어를 전혀 못 하던 양 씨가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은 그만큼 그의 노래와 연기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일본에 가기 전 6개월 동안 매일 북한산을 걸으며 노래를 연습했다”며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첫 연습 때 이미 대사를 다 외우고 발음까지 고쳐서 갔다”고 돌이켰다. 일본에서 그는 “작품에 담긴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장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0년 동안 줄곧 공연을 지켜본 팬이 “당신 덕분에 작품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고 감격했을 정도다. 그는 “직접 경험한 신앙적 경험이 바탕이 됐다. 일본은 기독교인이 거의 없다 보니 배우들이 성경을 쥐는 방법, 성호를 긋는 방법을 묻더라”며 웃었다. 2015년은 한일관계가 한창 악화됐을 때였다. 양 씨는 “그럴수록 흠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했고, 동료 배우들에게도 겸손하게 다가갔다. 결국 진심은 통하더라”고 말했다. 또 “‘나는 한국은 좋아하지 않지만 양준모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관람 후기를 읽고 문화의 힘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연기에 감동한 일본 팬들은 지난해 양 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단체로 한국까지 오기도 했다. 양 씨는 일본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지난해엔 한국에서도 장발장 역을 했다. 요청이 온다면 2019년 일본 공연에도 출연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맞는 작품을 만나면 아무리 오래 공연을 해도 힘들지 않다”며 “(3년째 장발장 역을 하면서)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양 씨는 “낮 공연에는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처음 보는 한국인일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정성을 들인다”고 강조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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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일 정상, 6일 G20서 만찬회동…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미뤄질듯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6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 만찬을 갖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3국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 형식으로 만찬이 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내외와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정상만찬에서도 한미일 정상 만찬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측은 “많은 현안과 관련해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첫 만찬 자리인 만큼 세 정상은 유대를 다지면서 3국 공통의 안보 위협 요소인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3국 공조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본 정부가 이달 말 도쿄(東京)에서 개최하려던 한중일 정상회의는 11, 12월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의장국인 일본은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일정을 확정지으려 했지만 중국이 7월 말 개최는 곤란하다는 의향을 전해 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10월에는 5년마다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제19차 당 대회’가 예정돼 있어 연내 개최하려면 11, 12월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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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비자금 관리’ 北간부 “러시아서 매년 20만~30만t 석유제품 들여와”

    북한이 최근까지 싱가포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매년 석유제품 20만~30만t을 수입해 왔다고 일본 교도통신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전 간부 리정호 씨(59)의 인터뷰에서 나온 내용이다. 리 씨는 중국 다롄(大連)에 거주하다 2014년 가족과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 미국 워싱턴 근교에 살고 있다. 리 씨는 인터뷰에서 “1990년대부터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연간 20만~30만t을 들여왔는데 이것이 북한 정권을 유지하는 생명줄”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계약을 맺은 싱가포르의 중개업자가 러시아 원유회사와도 계약을 맺고, 블라디보스토크와 나홋카에서 유조선을 통해 북한으로 석유제품을 보낸다고 했다.또 그는 “중국이 공급하는 원유를 정제한 가솔린과 경유는 17만~20만t이지만 군이 독점한다. 반면 러시아산은 자동차, 선박, 열차 등 폭넓게 유통돼 북한의 시장경제는 중국보다 러시아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4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한 대신 한국을 찾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반발하면서 ‘중국과 모든 정상적인 관계를 차단하고, 러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무역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통신은 “다른 북한 관계자에 따르면 서류를 위조해 러시아산 연료를 중국용으로 사들인 뒤 실제로는 북한으로 보내는 양이 상당한데, 이는 공식통계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미국이 이달 초 러시아 석유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도 최근 리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리 씨는 자신을 “1998년~2004년 39호실 대흥총국 무역관리국장으로 일하며 무역산업 전반을 지도했다”고 소개했다. 북일 무역,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연료 조달, 대(對)중국 석탄 수출 등을 담당했다. 39호실은 농수산물 수출과 해운을 담당하는 대흥총국, 가공무역과 중계무역을 담당하는 대성총국 등 크게 5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그는 “대흥총국 산하에만 수백 개의 기업이 있으며 근로자 수도 수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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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장원재]아베 총리는 바뀌지 않는다

    지난달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의원들과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여러 정관계 인사를 만났다. 당시 함께 왔던 여당 의원은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일본 쪽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입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 때의 양국관계를 거론하며 “한일관계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고, 일본이 할 수 있는 게 많다. 일본의 전향적 조치로 한일관계가 획기적 전환점을 맞았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5월 중순 특사로 일본을 다녀간 문희상 의원 역시 한국에 돌아가 “일본 측에 국민이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전달했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청와대에서도 방일 성과를 보고받고 굉장히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한국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아베 정권이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두 차례 문 대통령과 통화했고, 특사를 주고받았다. 다음 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첫 정상회담까지 3년 가까이 걸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에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한일관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외교부가 아베 총리 명의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안을 거론했을 때, 아베 총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국 내 반발을 샀다. 이후 곤란해진 한국 측에서 “편지가 안 되면 합의 내용을 그대로 인쇄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보내 달라”고 제안했다. 합의 내용에 ‘아베 총리가 깊은 사죄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이 전문가는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아베 정권의 한계”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최근 일생의 과업인 ‘헌법 개정’을 앞두고 터진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3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본 국민 10명 중 6명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 대승적 양보를 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은 26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을 미국에 보내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미국 조야에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위안부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합의에 불만을 가진 한국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 사과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새 정권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것이란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아베 총리와 아베 정권은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전향적이고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처럼 한일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일본을 보고, 현실적인 대일정책을 짜야 한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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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NHK “스마트폰으로 TV 봐도 수신료 부과해야”

    2019년부터 지상파 방송을 인터넷으로도 동시에 전송한다는 방침을 세운 일본 NHK가 TV 없이 인터넷으로만 방송을 보는 경우에도 수신료를 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7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신료 제도를 검토 중인 ‘NHK 수신료 제도 등 검토위원회’는 TV를 보유하지 않고 인터넷으로만 TV를 보는 세대를 위한 별도의 계약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걷는 한국과 달리 NHK는 TV가 있는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수신료를 징수한다. 지상파만 볼 경우 월 1260엔(약 1만3000원), 위성방송까지 볼 경우 2230엔(약 2만3000원)이다. 신문은 “수신료는 스마트폰으로 방송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은 사람이 있을 경우 세대 단위로 부과할 방침”이라며 “인터넷으로만 보는 경우에도 지상파 계약과 동일한 수준의 수신료를 부과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을 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지상파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NHK 내부에서는 “그렇게 하면 TV 대신 인터넷으로 방송을 보는 사람이 늘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만 지상파 수신료를 이미 내고 있는 경우에는 인터넷 동시 전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수신료 부과 방안은 27일 NHK 경영위원회에 제출됐으며 다음 달 말 정식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TV를 보유한 가구 중에서도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세대가 20%가 넘는 상황에서 TV가 없는 가구에까지 수신료를 부과할 경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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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백 결함 덮다가… 日 다카타 결국 파산

    품질 관리에 실패하고 이 때문에 닥친 위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의 끝은 비참했다. 세계 2위 에어백 업체인 다카타가 ‘죽음의 에어백’ 논란 끝에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부채 총액이 1조 엔(약 10조2000억 원)을 넘는다. 일본 제조업체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파산이다. 다카타 시게히사(高田重久) 다카타 회장 겸 사장은 26일 오전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에서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법 적용을 신청하기로 했다. 관계자, 채권자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창업자의 손자인 그는 또 “적절한 시기에 경영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민사재생법 적용은 파산을 의미한다. 1933년 창립된 다카타는 세계 20개국에 56개 공장을 운영하며 에어백과 안전벨트 등 자동차 안전용품에서 세계 시장의 20%를 점유한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이 6600억 엔(약 6조7000억 원)에 종업원이 4만6000명이나 된다. 일본 경제계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2004년 처음 에어백 결함이 발견된 이후 다카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며 문제를 키웠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다카타의 에어백은 에어백을 부풀게 하는 인플레이터라는 장치에서 발생한 금속 파편이 운전자에게 날아가는 결함이 발견됐다. 다카타는 2000년경부터 제품의 결함을 알았지만 사고 후에도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며 계속 제품을 판매했다. 2014년 혼다가 “원인은 제쳐놓고 일단 문제를 수습하자”며 미국에서 전면 리콜을 선언했을 때도 “원인 규명이 먼저”라며 거부해 큰 비판을 받았다. 올 1월 미국 법무부는 다카타가 에어백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카타는 형사상 책임을 인정하고 10억 달러(약 1조140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미국 검찰은 자동차에 장착되는 에어백 팽창 장치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숨긴 혐의로 다카타 전직 직원 3명을 기소했다. 다카타는 안전을 위한 에어백을 만들면서도 에어백이 치명적인 위험을 안길 수 있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 했던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품질 관리를 소홀히 하면 세계적인 회사도 한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함을 알고도 숨겼던 것이 결국 더 큰 문제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잘못을 인정해 오너 경영자가 책임을 지게 되면 오너가 보유한 주식 가치도 떨어지다 보니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다카타 에어백 결함으로 숨진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17명이나 된다.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 수는 약 1억 대로 늘었다. 3월 말 기준으로 부채는 3800억 엔(약 3조9000억 원)이지만 리콜 비용을 포함하면 1조 엔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 결함 하나가 여러 차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카타의 사례는 플랫폼 단일화와 부품 공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완성차 업계에도 경종을 울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부품 공용화를 통해서 생산 비용을 줄이고 제품 개발이 쉬워지는 등의 효과를 봤다. 하지만 공용화된 부품에 결함이 발생하면 다양한 차종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도 “특히 안전부품은 완벽한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다카타는 중국 기업 산하인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 ‘키 세이프티 시스템스(KSS)’에 모든 자산과 사업을 1750억 엔(약 1조8000억 원)에 양도할 방침이다. KSS는 회사를 두 개로 분할해 하나에는 주력 사업을 맡기고, 다른 하나는 리콜과 손해배상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타 에어백을 달고 국내에 팔린 차량은 18개 업체가 제작, 수입, 판매한 34만8000여 대다. 일부 모델은 리콜이 진행된 가운데 국내에서 관련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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