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전 공동대표(사진)는 1일 “이대로 가면 정권 교체는 물론이고 내년 총선을 치르기도 어렵다”며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좌장인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위가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혁신위가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혁신위와 함께 문재인 대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독자 혁신’안에 공감하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짜 혁신’과 패권정치에 절망해 당을 떠난 이들이 돌아와 하나가 되는 야권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문 대표는 김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당의 단합과 통합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지역에서 어떤 상대와 대결하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전날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상임고문과 만났다. 권 고문 등이 “문 대표에 대한 여론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자 문 대표는 “(비주류 측이)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려면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1일 “‘진짜 혁신’과 ‘야권 통합’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공박했다. 비노(비노무현)진영의 좌장인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는 고사하고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루기도 어렵겠다고 걱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혁신위는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하지 못했고 당내 분열과 분란을 조장했다”며 “혁신위가 탈당 및 신당 창당이나 합류를 선언한 사람은 복당도 불허해야 한다고 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수가 적어도 자기들끼리만 가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당 혁신안을 옹호하는 문재인 대표를 겨냥한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반면 그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독자 혁신’안에 공감하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진짜 혁신’과 패권정치에 절망해 당을 떠난 이들이 돌아와 하나가 되는 야권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탈당한 천정배 박주선 의원, 김민석 전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문 대표는 김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혁신위의) 공천 혁신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혁신인 단합과 통합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농어촌 지역 여야 의원들이 1일 국회 본관에서 선거구획정위의 선거구 획정 연기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 위기에 처한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서다. 선거구획정위는 2일 내년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현행 246석)를 244~249석 중에서 확정하면 농어촌 선거구의 대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어촌 지방 주권지키기 모임’ 소속 여야 의원 등 10명은 이날 성명서에서 △여야 대표의 조속한 지역대표성 확보 위한 원칙과 기준 합의 △‘농어촌·지방 특별선거구’ 설치 수용 △정치권의 원칙과 기준 합의 마련까지 선거구획정위의 획정 잠정 연기 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전남·북 농어촌지역이다. 헌재 판결대로 선거구가 획정되면 이 지역은 3석이 준다. 특별선거구 지정과 관련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검토를 해봤지만 위헌 시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다만 지역구 의석을 기존의 246석에서 10여 석 늘리면 지역구 생존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구 하한선이 낮아지기 때문에 ‘커트라인’을 넘어설 지역이 다수 생긴다는 의미다. 영남에서 7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이미 “지역구를 259석으로 늘리되 비례대표를 줄이자”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비례대표 의석(현 56석)을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자”고 밝혀 여야간 견해가 갈리고 있다. 여기서 문 대표의 ‘호남 딜레마’가 발생한다. 새정치연합 농어촌 의원들은 “문 대표가 호남 물갈이를 위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고 볼 멘 소리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역구 10여 석을 늘려도 농어촌 군(郡) 단위 지역구까지 지켜주지는 못 한다”고 일축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여야 당 대표가 28일 회동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방식의 안심번호에 관심이 쏠린다. 안심번호는 유권자의 기존 휴대전화 번호 대신 이동통신회사에서 주는 일회성 가상번호다. 단, 사용 기간을 정해 놔 특정한 날짜가 지나면 쓸 수 없다. 이 방식은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경선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통신사가 무작위 추출한 휴대전화 번호에 각각 안심번호를 부여한다. 휴대전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그동안 당내 경선용 선거인단 모집이나 여론조사 때마다 제기된 사전 동원 및 조작 확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혼정보업체, 택배업체,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안심번호나 가상번호를 쓰고 있다. 안심번호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심번호를 전제로 한 공천제도 혁신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여야 당 대표 회동에서도 20대 총선의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수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내놓은 지역구 의석수 확정기일은 다음 달 2일. 그러나 여야가 절충점을 찾지 못해 이 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8일 “(지역구 의석이) 259석 정도면 그런대로 수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246석에서 13석까지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현 54석) 축소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위는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지역구 의석을 244∼249석 중 단일안으로 확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사진집 ‘국민과 함께, 민주 60’을 펴냈다. 1955년 민주당의 창당을 뿌리로 보고 올해가 60주년이라며 그간의 주요 사건을 사진으로 묶었다고 한다. 이 책을 본 소감은 “뿌리를 강조하다 보니 순혈주의로 흐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뿌리’라는 원칙에 집착하다 보니 줄기만 도드라지고 풍성했던 가지는 너무 많이 쳐 낸 것 같다. 먼저 정동영 전 의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이 당의 전신 중 하나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였다. 비록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8만 표 차로 패하긴 했지만 당 60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탈당했기 때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음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JP)가 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의 60년사는 집권이 없었다면 볼품없는 일개 정당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집권을 가져다 준 결정적 인물이 JP다. 1997년 DJP연합을 빼놓고 김대중 대통령(DJ)의 당선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몽준 전 의원도 없다. 2002년 대선에서 이 당에 두 번째 집권을 선물한 한 축이 정 전 의원이다. 비록 대선 전날 밤 지지를 철회하긴 했지만 정 전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 체 한 것은 DJ의 유연성이다. DJ는 오히려 민주당을 두 번이나 깨고 나갔다. 1987년 김영삼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가 여의치 않자 통일민주당을 나가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1995년에는 2년여 만에 정계복귀를 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을 끌어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당시 민주당의 법통은 DJ에게 없었다. 그럼에도 DJ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욕망과 호남의 굳건한 지지,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으로 정권을 잡았다. 이는 2002년 노 대통령 당선의 토대였다. DJ는 자서전에서 “(목포상업고등학교 3학년 때) 원칙의 고수와 유연성의 활용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 나는 일생 동안 그 가르침을 새겼다”고 말했다.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진집에 새정치연합의 현재가 그대로 투영된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혁신 실패” 주장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서만 들어 달라고 외친다는 점이다. 다른 당원들, 더 나아가 국민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관견(管見)’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 나오는데 ‘붓 대롱을 통해 하늘을 본다’는 뜻이다. 가는 붓 대롱 속 하늘은 좁기만 하다. 대롱을 통해 보이는 지지층은 아무리 많아 보여도 큰 뜻을 도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견을 아무리 넓혀 봤자 48%가 한계라는 사실은 2012년 대선에서 이미 깨닫지 않았는가.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 당내 중진을 향해 ‘백의종군’할 것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는 부산에 출마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상당수 반발하고 있어 당은 혁신위발(發) 물갈이의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김한길 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은 통합과 승리를 위해 살신성인을 실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당의 열세 지역 출마를 비롯한 당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 달라”고 덧붙였다. 김한길 안철수 의원은 비노 진영으로 분류되며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의원은 친노(친노무현)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이 호소는 열세 지역 출마 하나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본인들이 앞장서서 희생정신으로 판단해주시면 고맙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거론된 중진들이 알아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당이 지정하는 열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호남의 비노 좌장 격인 박 의원을 거명하지 않았지만 “하급심(1심 혹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 나서지 말라는 얘기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등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7월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앞서 이날 오전 혁신위는 공직선거 후보자의 부적격 기준에 ‘예비 후보자 이전의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라는 조항을 더하는 내용의 11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당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김 위원장은 2·8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문재인 대표에 대해선 “부산에 출마하라”고 촉구했다. 문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이 아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서의 정면 대결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심사숙고하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우리 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헌신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말해 부산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혁신위의 제안에 힘을 싣고 다른 중진들의 결단을 요구한 셈이다. 반면 안 의원은 “(내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 밀집 지역으로 이분들 삶의 문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며 혁신위 제안을 일축했다. 혁신위는 안 의원의 부산 출마를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며 혁신안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공갈’ 발언으로 당직 자격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면해 ‘친노 감싸기’ 논란이 일고 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민주 60년’ 기념식을 연다. 당의 환갑잔치를 열어 ‘당의 뿌리인 민주당의 역사를 기리며 화합을 꾀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통합과 미래의 진수성찬으로 환갑 상다리가 휘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분열과 갈등 메뉴로 상 자체가 두 동강 날 지경이어서다. 문재인 대표는 16일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을 통과시켰지만 당내 화합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60년 역사’에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제1 야당이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만났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문 대표 책임론을 들고나왔을 때다. 김 전 대표가 도움을 청하는 문 대표에게 ‘왜 내가 대표할 때 친노(친노무현)가 그렇게 흔들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문 대표는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물었다. ‘그럼 말리기라도 하셨습니까.’ 문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2년 대선 직후 야당에선 자신들이 뽑은 대표를 흔드는 게 관례처럼 됐다. 김 전 대표 측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이슈에서 친노 혹은 범친노 진영이 조직적으로 김 전 대표를 흔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안철수 의원 측과 합당했을 때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7·30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집단성명을 내는 등 흔들기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중도우파 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데리고 오려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문 대표 측은 불과 4개 지역구 선거였던 4·29 재·보선 패배를 이유로 비노 진영이 문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명분이 부족한 흔들기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보면 ‘당 리더십의 부재’를 방증한다. 타협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상대를 아우르려는 정상적인 노력보다 ‘극약 처방’ 같은 비정상적인 방식을 쓰는 것이 체질화된 탓이다. 지난해 3월 김 전 대표가 안 의원과 전광석화처럼 통합을 발표한 것이나, 문 대표가 최고위원회 상의도 없이 전격적 재신임 제안을 내놓은 것도 쫓기는 마음에서 나온 한 수(手)라는 지적이다. ○ 계파 폐쇄주의로 갈라지는 당 이 같은 현상의 바닥에는 계파정치가 낳은 폐쇄주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폐쇄주의는 ‘더불어 살기’보다는 ‘갈라치기’ 정치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도 성향의 중부권 의원은 “(문 대표가) 대표직을 혁신안 통과에 결부시키겠다는 건 큰 정치인의 풍모는 아닌 것 같다”며 “당을 재신임과 불신임 진영으로 나눠 놓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가 친노 지지층만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대법원의 유죄 선고에 대해선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노 성향인 윤후덕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전화를 두고 당 윤리심판원에서 윤 의원이 ‘면죄부’를 받았을 때는 말을 아꼈다. 사실상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안 의원이 문 대표를 겨냥해 ‘혁신 대 반(反)혁신’ 프레임을 들고나온 것도 비슷한 속내를 갖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몸값 올리기 차원도 있다. 정치지도자라고 하면 당연히 권력투쟁에서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 내홍의 근원은 ‘불신’ 새정치연합 내부 친노와 비노, ‘문재인과 안철수’ 사이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평가다. 비노 진영의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사석에서 ‘이 당에선 친노와 386그룹만 개혁적이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고 한다”며 “우리는 믿을 수 없다는 말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친노 진영에서는 김 전 대표가 2007년 열린우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마치자마자 의원 20여 명을 이끌고 탈당했다는 점을 들어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해왔다. 옛 민주당계 호남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친노 진영이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분당한 것을 놓고 ‘같이 하지 못할 사이’라는 의식이 잠재해 있다. 반면 친노 진영은 200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를 반대하며 이른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호남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있다. 이렇게 불신이 쌓였는데 각 계파 지도급 의원들은 당권을 잡고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 오히려 더 의심을 키우는 행보를 하면서 당의 분열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재신임의 첫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분당의 기로에 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오후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위원 전체 576명 중 417명이 출석해 통과 요건인 재적 과반이 넘는 340명이 박수로 만장일치 가결했다. 중앙위 연기를 요구했던 안철수 의원은 불참했다. 무기명 투표를 주장한 비노(비노무현) 진영 일부는 표결 전 퇴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1차로 자신의 대표직을 걸었던 문재인 대표는 첫 번째 재신임을 받았다. 문 대표는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따로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신임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날 중앙위 직후 문 대표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만장일치 통과는 제대로 혁신하고 우리 당을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요구”라며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전원(문 대표 제외 128명)에게 편지를 보내 “혁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로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 혁신안과 저의 재신임을 연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어 사실상 중앙위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노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날 ‘승리’로 내홍이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내 인사는 드물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강행 통과시킨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당내 분란이 지속될 텐데 왜 그렇게 무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출석은 했지만 표결 직전 퇴장한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왜 그렇게 몰아붙이고 국민과 당원을 둘로 가르려는 선택을 강요합니까. 문재인 대표의 결단만이 당을 구하고 분열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비노 진영인 주승용 최고위원,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도 각각 페이스북에서 문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제1 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재신임 절차를 강행하지 말고 화합을 위한 노력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당을 추슬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혁신안 통과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며 “문 대표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더 뛰어넘는 대탕평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가 당에 가득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원평가위원장과 공천심사위원장을 비노 진영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첫 번째 재신임 관문은 16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중앙위원회다. 문 대표는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부결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중앙위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에 빠졌다. 비노 진영은 여러 방안을 두고 숙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위에 불참해 의결 정족수 미달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다. 혁신안이 가결되려면 중앙위원 재적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중앙위원은 모두 576명. 따라서 최소 288명이 참석해야 의결이 가능한데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표결 자체를 무효화, 즉 부결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위에는 이른바 친노 성향의 위원이 수에서 우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워낙 중요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중앙위원들은 당일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시켰을 때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노 진영에서는 “표결을 할 경우 무기명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중앙위 의결의 전통은 만장일치 통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통과시켰을 때는 거수를 했다. 기명투표를 한 셈이다. 이 방식은 혁신안 반대나 문 대표 재신임 반대를 주장하는 중앙위원을 노출시킨다. 정치인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이종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위는 문 대표의 재신임이 걸려 있는 인사 사안이니 무기명(비밀)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결로 결정하면 정세균 전 대표계가 캐스팅보트를 쥘 확률이 높다는 전망도 있다. 정 전 대표는 범친노 진영의 좌장 격이며 문 대표 체제의 한 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재신임 정국에서 새 지도체제로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문 대표의 대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문 대표와 거리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지금 대표는 총선에만 올인(다 걸기) 해야지, 대선 행보를 하면 안 된다”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한편 비노 의원 모임인 ‘민집모’는 14일 오찬을 하며 중앙위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던진 ‘재신임 카드’는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고 당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담은 복합적 승부수다. 혁신안 통과와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한 싸움에서 이겨 ‘문재인 퇴진론’을 일축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재신임을 받으면 당내 반발도 힘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문 대표가 전격적으로 재신임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거듭 제기하는 ‘혁신 실패론’과 퇴진론에 떠밀린 고육지책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혁신이냐 기득권이냐. 단결이냐 분열이냐”며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분열적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혁신 대 기득권 프레임을 씌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특히 범친노(친노무현) 진영의 대표 격이며 2·8전당대회 때 문 대표를 도운 정세균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문 대표의 살신성인을 기반으로 한 대결단을 촉구한다’고 주장하려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해석했다. 우군인 줄 알았던 정 전 대표마저 ‘퇴진론’을 제기한다면 문 대표로선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 전 대표는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먼저 하자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혁신안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이고 대표직을 흔드는 움직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은 이미 있었다”고 해 이날 기자회견이 급조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도 지난달 “혁신안 통과를 갖고 (재신임을) 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측근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혁신안이 중앙위원회를 통과할 경우에도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등을 통해 재신임을 묻기로 했다. 이날 밝힌 ‘뉴파티(New Party)’ 구상을 떠밀려서 실행하기보다 주도적으로 꾸려 나가겠다는 문 대표의 뜻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노 진영에서는 이날 당무위를 통과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은 당 대표직 유지를 위해서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혁신안이) 중앙위에서도 큰 문제 없으면 의결되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4·29 재·보궐선거 참패 후 재신임을 물었다면 내부 갈등이 적었을 텐데…”라며 혀를 찼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일부 의원은 문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간사인 최원식 의원은 “이게 과연 민주적인 것이냐. 반대파를 협박하는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다만 박지원 의원은 “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문 대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비노 일각에서는 재신임 절차를 거부하고 대신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산토끼는 없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 제목이다. ‘산토끼’는 정치권에서 특정 정당의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를 뜻하는 말이다. 다른 정당 지지자도 있고 부동층도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자신의 정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집토끼’로 불린다. 산토끼 집토끼 논쟁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벌어지는 단골 메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존 지지 세력을 확실히 붙드는 게 우선이냐, 아니면 부동층 포섭을 위한 외연 확장이 먼저냐는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보면 집토끼는 진보 성향의 고정 지지층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20% 안팎이니 대략 그 정도로 보면 된다. 산토끼는 주로 중도를 말한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결국 새정치연합의 집토끼 산토끼 논쟁의 중심 테마는 ‘진보적 정책의 강화’냐, ‘중도로의 전환이냐’다. 이날 세미나에서도 논쟁은 여기에 집중됐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정체성 확립이 혁신과 선거 승리의 요체”라고 주장했다. 정체성 확립이란 진보의 색깔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집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새정치연합은 진보 노선을 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진보의 토대를 이번 기회에 단단히 하자는 말이다. 역시 집토끼 먼저라는 주장이다. 반면 당 민주정책연구원 이진복 연구위원은 “산토끼는 있다”고 말했다. 중도로 확장해야 집권이 보인다는 산토끼파다. 진보, 중도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최근 새정치연합의 모습을 보면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딸 취업 청탁 전화를 건 윤후덕 의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은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청탁 전화를 건 시점이 징계시효(2년)를 지났기 때문에 징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앞으로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은 자신의 자식 취업을 부탁하는 전화를 걸어도 2년만 숨기고 있으면 당의 징계를 받을 이유가 없어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징역형을 살기 위해 수감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복을 입고 나온 한 전 총리는 ‘분노를 조직화하자’는 취지의 선동적 발언을 남겼다. 대법관 13명이 한 전 총리가 받았다는 9억 원 중 3억 원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했음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당 혁신위원회의 30대 위원인 이동학 씨는 한 전 총리 판결이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가 급기야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해야 할 말을 한 사람은 지탄을 받고, 지탄을 받아야 할 사람은 모면을 하며, 죄가 인정된 사람은 밖에다 손가락질을 한다. 그리고 이런 행태에 아무도 지적을 못 한다. 진보냐, 중도냐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상식(常識)’이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2004년 여당 대표가 됐을 때 그는 51세였다. 정계에 입문한 지 꼭 8년 된 재선 의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8년간 그의 행보는 파란을 일으켰다. 2000년 12월, 권부의 핵심으로 불리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당시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김대중(DJ)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였다. 2001년에는 여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당내 정풍(整風)운동을 주도했다. 1970년대 김영삼(YS), DJ의 ‘40대 기수론’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완주했다. 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지만 그는 차기 주자의 위상을 굳혔다. 2002년 대선이 끝나자 신기남 천정배 의원과 신당 운동의 물꼬를 텄다.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의 기획자였다. 그리고 당을 대표하는 주역이 됐다. 그는 정동영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다. 51세가 될 때까지 그는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대중적인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비판도 받았다. 권 전 최고위원은 그의 정치를 ‘하극상 정치’라고 일축했다. 혹자는 “정치인 정동영의 스타덤은 권노갑과 노무현의 ‘묘비’ 위에 세워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몸값이 오르자 매니저를 갈아 치우는 스타를 연상시킨다”라고 꼬집었다. “방송 앵커 출신이라는 꼬리표 탓인지 내용이 빈약한 이벤트 정치에만 능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이’ 뭔가를 했다. 그의 문제 제기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평가도 들었다. 51세의 정 전 고문을 끄집어낸 이유는 새정치연합의 비슷한 51세 재선 의원이 떠올라서다. 지난해 그는 세대교체론을 앞세우며 당 대표를 노렸다. 하지만 3위에 머물렀다. 정 전 고문이 첫 최고위원을 지냈을 때(47세)와 비슷한 나이(46세)에 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그러나 정 전 고문처럼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어느덧 그는 당 안팎에서 ‘기득권’으로 불린다. 30대 당원으로부터는 “지역구를 떠나 고향으로 하방(下放)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당 여기저기서 내년 총선 불출마 대상으로 꼽히기도 한다. 최고위원 한 번 했을 뿐 당권을 쥔 적도 없는 그로서는 억울할 만한 일이다. 그는 이인영 의원이다. 이른바 정치권 386(30대·19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의 상징이다. 386으로 국회에 들어와 이제 ‘586’이 됐다. 이 의원은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의 적자(嫡子)다. 김 전 고문은 어쩌면 그의 삶의 멘토다. 그에게 김 전 고문을 밟고 일어서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 386 정치인에게 따라 붙는 ‘기생(寄生) 정치’라는 딱지가 온전히 그의 탓일 수도 없다. 새정치연합 지리멸렬함의 책임을 그에게 따져 묻는 것 또한 부당하다. 그럼에도 “51세 정치인 이인영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일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수용한다면 우리 당도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주장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맞바꾸자는 ‘빅딜’ 제안인 셈이다. 문 대표의 발언은 김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여야 공동으로 오픈프라이머리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자고 말한 데 대한 역제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어떤 한 개혁을 위해 다른 부분을 붙여서 한다는 것은 조금 수용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국회의 선거구 획정기준 제출시한(13일)이 임박해지자 여야 대표가 총선 룰을 놓고 당리당략에 따라 핑퐁 하듯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서 현행 의원정수(300명)를 유지한 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만 조정하자는 중앙선관위 안에 찬성한다”며 “선거구를 재획정하는 이번 기회에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의원정수 유지를 전제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압박한 것이다. 새누리당의 기류는 냉랭하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각 당의 후보를 정하는 공천제도이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선거제도인 만큼 같은 저울에 올려 놓고 협상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얻는 ‘이득’보다 영남에서 잃는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날 “모처럼 야당 대표가 제안한 것인 만큼 신중하게 잘 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긴 김 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을 밝힐 예정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청와대의 공천 지분 빼앗기로 보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빅딜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통령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정당의 공천제도와 국가의 선거제도를 뒤섞어 정치적 딜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라며 “편법 거래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이재명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시한(13일)이 9일 앞으로 다가온 4일에도 여야의 ‘총선 룰’ 논의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박상천 상임고문의 빈소에서 “300석보다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재 우리(새누리당)에게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론은 복잡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선 본격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강세지역인 영남에서 의석을 더 잃을 수 있어 불리하다는 모의실험 결과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정수 유지 이외에는 뚜렷한 반대논리가 없다.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다당제가 현실화돼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여당에 꼭 불리해서가 아니라 대단히 현실적인 이유인데 이를 내세우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 비공개회의에서도 “분당 가능성이 있는 야당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됐다”,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빅딜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한다. 정개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빅딜론을 제기한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의원정수 확대 주장으로 곤욕을 치른 탓인지 의원정수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놓고도 영남과 호남의 온도차가 크다. 김영춘 부산시당위원장을 비롯한 영남권 5개 시·도당위원장과 당원 50여 명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수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30일에도 영남권 지역위원장 57명이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열세인 영남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정치연합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실시되면 영남의 지역위원장들이 비례대표 후보로 많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상당수가 친노(친노무현) 성향 및 운동권 출신이다. 이 지점에서 문재인 대표 체제에 불만이 많은 호남권 의원들의 생각은 복잡해지는 것 같다. 당 관계자는 “호남 의원들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영남의 친노 인사들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이 꼭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8월 초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전셋집을 계약한다. 연수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을 적용하면 선거구 인구 상한을 초과하게 돼 분구(分區)가 유력한 지역. 비례대표인 민 의원은 20대 총선 출마를 결심하며 이 지역을 선택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어서 교수 출신이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현역 의원들을 피하자는 이유도 컸다. 민 의원은 “내가 원외 인사라면 안면몰수하고 현역과 붙어보겠지만 같은 당 현역 의원끼리는 정말 ‘원수’가 된다”며 “가능한 한 비어 있는 지역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내년 4월 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이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로 7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현역 의원 대부분은 ‘지역 챙기기’ 모드로 들어갔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지역을 찾는 현역 의원이 부쩍 늘었다. 재기를 노리는 전직 의원들도 공공기관장 등의 직을 속속 내려놓으며 총선 채비에 한창이다. ○ 비례대표 “분구를 잡아라” 총선을 향해 잰걸음을 하는 인사들은 여야 비례대표다. 총선 첫 관문인 지역구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 단계에서 ‘전투력 부족’으로 백기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는 분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가 생기면서 ‘해볼 만하다’며 뛰고 있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최근 자신이 쓴 자녀 교육 관련 서적이 많이 팔린 지역을 조사했다. 앞서 분구가 예상되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도 타진했지만 일부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설이 나오자 뜻을 접었다. 신 의원은 “교육열이 높은 서울 근교의 분구 예상 지역이나 책이 많이 팔려 인지도가 높은 지역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정했더라도 마음은 급하다. 이미 책임 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표심 다지기를 하는 현역 의원에 비해 출전 준비가 늦었다고 생각해서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인 A 의원은 서울 강북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평일에도 수시로 지역구를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신이 발의한 법안만 처리하고 회의장을 떠나 다른 의원들이 황당해하기도 했다. A 의원의 보좌진은 다른 의원들에게 “지역에 일이 있어 갔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 지자체장 출마설에 떠는 현역 의원 일부 현역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출마 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가 실시될 경우 가장 무서운 게 지명도이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구에서는 3선의 곽대훈 달서구청장의 출마 여부에 새누리당 홍지만(달서갑), 윤재옥(달서을), 조원진 의원(달서병)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곽 구청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상당한 득표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구 지역 한 의원은 “달서구는 국회의원이 3명이지만 구청장은 1명이라 구청장 인지도가 의원보다 더 높다”고 전했다. 신당론이 불거진 전북의 경우 기초단체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무소속 단체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현역 의원과 기초단체장 간 사적인 인간관계에 의존한 ‘우리가 남이가’ 식 주고받기 협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종합편성채널(종편) 시사프로그램의 단골 출연자가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에 긴장하기도 한다. 경북 지역의 B 의원은 “다음주부터 여의도 일정을 최소화하고 지역에 내려갈 예정”이라며 “어르신들에게 종편 출연자의 인지도가 높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기관장 “직 내려놓고 지역으로” 여권에서는 의원 출신 공공기관장들의 총선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입후보자 공직 사퇴 시한은 내년 1월 14일이지만 지역구 다지기를 위해 사임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 그 스타트는 정옥임 전 의원이 끊었다. 정 전 의원은 6월 30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하나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3년의 임기 중 1년 7개월만 채운 것이다. 7월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에서 물러난 손범규 전 의원을 비롯해 18대 국회에서 활동한 이은재 한국행정연구원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도 총선 출마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장인 한 전직 의원은 언론인 등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그만두는 게 좋겠느냐” “사임의 변에 총선 출마를 언급해야 하느냐” 등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한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가능성에 19대 총선에서 낙천했거나 낙선한 원로, 중진들도 정치권 복귀를 노리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6선의 홍사덕, 4선의 이윤성, 3선의 조진형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명도에서 지역의 다른 경쟁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이전 조직을 재가동하는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의 추경 11조8000억 원 가운데 세입 부문은 5조6000억 원 중 2000억 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세출 부문은 6조2000억 원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 5000억 원을 줄여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예산 등으로 쓰기로 했다.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은 야당이 주장하던 국회 정보위원회 청문회 대신 사실상 청문회 형식과 절차를 준용해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3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및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와 4시간 반에 걸친 난상토론 끝에 이같이 합의했다. 여야가 모처럼 잠정 합의한 추경 처리시한(24일)을 지킨 것이다. 여야는 추경에 ‘정부는 연례적 세수 결손 방지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세입 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소득세·법인세 등의 정비 등)을 마련하고, 국회와 논의하여 대책을 수립한다’는 부대의견을 달기로 했다. 이는 부대의견에 ‘법인세 정상화’를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새정치연합과 소득세 감면제도 정비를 바라는 새누리당이 한발씩 양보한 셈이다. 국정원 논란을 두고는 다음 달 14일까지 관련 상임위인 정보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방위, 안전행정위를 열어 관련 자료 및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8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여야는 이어 4개 상임위가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 통상 정보위 출입이 허용되지 않던 증인, 감정인, 참고인의 출석과 제출이 허용되지 않는 증거방법은 양당 합의로 결정하기로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차기 당직 인선’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20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첫 혁신안을 통과시킨 뒤 당 정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표는 2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책위의장과 5개 본부장에 대한 최종 인선작업을 한 뒤 22일 그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가까운 재선의 최재천 의원이 유력하다. 사무총장 직이 폐지되고 구성될 5개 본부장 자리 중 당 인사와 재정을 맡을 총무본부장엔 최재성 전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의원의 평가와 관련한 현장 실사를 이끌 조직본부장에는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재선인 이윤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계로 통하는 이 의원은 지역구가 전남 무안-신안으로 당 주요 보직에 호남 인사가 별로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존의 전략홍보본부장과 디지털소통본부장은 안규백 홍종학 의원이 각각 유임됐다. 이번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이달 초 이 원내대표에게 한 약속을 지킨 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직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이 2일 회동했을 때 문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 추천권은 이 원내대표에게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문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조직사무부총장 역할을 하는 조직본부장을 비노 몫으로 건넸다는 것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의혹을 두고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임모 과장의 유서가 전날 공개되고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의 성명까지 발표되자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며 발끈한 것이다. 전날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의 ‘선(先) 진상규명, 후(後) 현장조사’라는 차분한 기조와는 사뭇 다른 격한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인의 죽음이 오히려 사건의 의혹을 더 키웠다”면서 “검찰의 조속한 수사와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즉각 수사와 압수수색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은폐와 정보 인멸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표는 “국민의 불안감과 의혹이 커지는데도 새누리당은 거꾸로 국정원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심지어 야당 책임이라며 정쟁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안 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 등 조사가 이뤄진 다음 밝혀지지 않는 게 있다면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표는 검찰 수사부터 하자고 강경 발언을 한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2005년 휴대전화 도청 의혹 사건인 ‘안기부 X파일 사건’보다 100배, 1000배 더 심각한 사건”이라며 “진상 규명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과 방관이 더이상 길어져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대간첩작전이라는 주장이 새빨간 거짓말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특검 등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고 가세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4월 중순 어느 저녁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한국과 미국 정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참석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 의원은 빙그레 웃으며 “책임과 수습”이라고 했다. 큰일이 터졌을 때 한국은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수습’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치인이든 관료든 누구든 책임을 지고 현직을 사퇴하면 사태는 정리 국면에 들어간다. 반면 미국에서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찾기보다 상황 수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했다. 한국은 누군가 책임을 지고 나면 수습은 등한시한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의 실책을 문제 삼으려 하면 여론이 악화된다. ‘책임지고 물러났으면 됐지…. 다 끝난 일 아니냐’는 동정론이 우세해진다. 반면 미국은 수습이 되고 나면 책임자들의 잘잘못을 따져 엄정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의원 개인의 인상비평적 관찰이긴 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책임과 수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석 달 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린 이유는 새정치연합의 현재 상황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었는데도 제1야당의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비노(비노무현) 진영, 당 대표와 원내대표,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갈등은 이제 일상화됐다. 신당, 분당, 탈당…. 설(說)들이 어지럽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책임과 수습의 부재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성싶다. 당 대표가 된 지 2개월여 만에 맞은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문재인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 당시 여론도 문 대표의 사퇴 쪽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선거 패배 이튿날 문 대표가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은 책임지는 자세는 아니었다. 한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그때 ‘책임을 통감한다. 의원총회나 중앙위원회에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면 비노 진영이 차마 불신임을 했을까?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책임은 지나갔지만 수습은 남았다. 선거 패배 후의 새로운 당직 인선이 그것이다. “계파의 ‘ㄱ’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더 넓게 탕평하겠다”라는 문 대표의 공언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결과는 유쾌하지 않았다. 어느새 당직 인선은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 삼켜져 버린 형국이다. 전당대회 때 문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한 486 의원은 “수습할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수습을 혁신으로 덮어 버리지 않았느냐”라고 탄식했다. 혁신안이 20일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문 대표에게는 다시 한번 수습할 기회가 온다. 사무총장직이 없어지고 5개 본부장 체제로 바뀌면서 닥칠 또 한번의 당직 인선이다. 답은 나와 있다. 서두에 밝힌 의원의 주장을 역으로 생각하면 한국 정치에서는 수습을 하고 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호남 민심의 이반이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까. ‘신당(新黨)’ 창당은 명분, 인물(대선주자), 물적 토대라는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다. 신당이 출범한다 해도 그 정당이 정계개편을 추동할지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야권의 신당 담론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박지원 의원 3개 축으로 돌고 있다. 이들의 구상과 한계를 짚어봤다.○ 전방위 접촉에 나선 천정배 박지원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당은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그 상수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천 의원이다. 그는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을에서 당선하면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표방했다. 9일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한 당원 100여 명 중 일부는 천 의원 선거를 도왔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당이나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야권을 재편하겠다고 이미 출마하면서 밝혔다”고 했다. 최근 천 의원을 만난 새정치연합 인사는 “천 의원은 궁극적으로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어 언론, 법조, 재야에서 새로운 인사들을 발굴한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천 의원 자신을 비롯해 정동영 김근태 신기남 추미애 등이 국회에 입성했고, 이듬해 DJ 집권의 밑거름이 됐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친분 있는 의원들과도 만나고 있다. 8일에는 새정치연합 문병호 의원 등과 저녁을 했다. 문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도 가깝다. 재·보선에서 천 의원의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이철 전 의원은 이미 여의도 부근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무실을 열었다. 채일병 조재환 김낙순 전 의원도 가세했다고 한다. 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신당의 설계는 끝났다. (총선에 나설) 장수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개혁 보수인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정태근 전 의원을 상대로 합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천 의원이 10월 재·보선에 후보를 낼지도 관심사다. 최종심이 나진 않았지만 전북 익산시장과 전남 장흥군수 선거가 예상된다. 호남 민심을 재확인할 기회인 셈이다. 천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는 “천 의원은 신당설을 퍼뜨리는 전·현직 의원들과의 결합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년 총선에서 시민연대 형식으로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정예 인사와 출마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열쇠는 얼마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신당 인사들이 전직 의원들 중심으로 채워질 경우 신당 바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한길 ‘중도 정당’으로 힘 모을까 최근 김한길 의원을 만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김 의원은 수직선상의 양극인 진보와 보수의 중간이라는 의미의 중도가 아니라 그것의 위 공간을 점유하는 중도를 구상하더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이념,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중도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올해 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재구성과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김 의원의 마음은 당에서 이미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 대표가 5월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공천 지분 나눠먹기에 매달리는 사람들로 규정한 듯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파문을 일으키자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의원의 당내 추동력이 부족하다는 점. 외부의 동력은 천 의원뿐이다. 그러나 ‘뉴 DJ’를 모으겠다는 천 의원에게 김 대표는 같이할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정치토론회를 열었던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가 탈당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만 김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의 ‘신당 추진’ 기사를 보고 “너무 빠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 신당 분위기만 잡는 박지원 박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신당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신당과 분당(分黨)이 언급된 건 문재인 당 대표를 뽑은 2·8전당대회 때부터였다. 당시 문 대표의 경선 상대였던 박 의원은 “문 후보가 당선되면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표 취임 후 친노 패권주의 논란은 계속됐고 탈당한 천 의원은 당선됐다. 그러나 박 의원 본인은 신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여기에 이날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그의 행보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신당을 얘기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위기론을 키워 기득권을 지키려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