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신원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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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원건 기자입니다.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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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한겨울, 꽃과 나비

    돌담 한편에 꽃과 나비가 담기니 한 폭의 ‘화접도(花蝶圖)’가 됐네요. 아직 봄이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겠지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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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사회[고양이 눈썹 No.49]

    “장사라는 전쟁터에 뛰어들면서 너무 준비를 안 하고 들어온 거에요.” (TV프로그램 ‘골목식당’의 요리연구가 백종원씨 멘트)“니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걸로 해!” (영화 ‘극한직업’에서 주인공 고반장이 빌런 이무배와 격투를 벌이며 터뜨리는 대사)“회사가 전쟁터라고?…밖은 지옥이다.” (만화 ‘미생’ 대사)“제가 땀을 좀 많이 흘리죠? 이거 육수도 아니고 골수에요.” (한 여름, 취재 현장에서 만난 타 언론사 사진기자의 넋두리)“애들에게 용돈 주면서 늘 이렇게 말하죠. 이거 그냥 아빠 월급에서 주는 거 아니다. 아빠 목숨 값이야. 생명을 줄여 가며 번 돈이다.” (건강문제로 애먹는 50대 중소기업 본부장)▽일본에는 잇쇼켄메이(一生懸命)’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가지 무언가를 엄청 열심히 한다’는 뜻이라고들 하는데요, 원래 ‘一所懸命(사무라이가 자신의 영지(領地) 한 곳을 목숨 걸고 지키는 것)’과 발음이 비슷해 변용됐고 ‘일생에 목숨 걸고’라는 뜻쯤으로 번역될 듯 합니다. ▽‘전쟁’, ‘목숨 걸고’, ‘지옥’, ‘죽을 각오’, ‘모가지 내놓고’….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무서운 말들입니다. 일제 강점 36년과 6.25동란을 겪은 후유증일까요? 물론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남아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일으킨 것도 사실입니다. 전쟁에서 지면 3가지 길만 남습니다. 패잔병, 죽음, 포로…. 전술적으로 ‘질서 있는 후퇴’를 한 뒤 훗날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요.전투 용어는 언론 기사에도 난무합니다. 특히 정치 기사와 스포츠 기사에. ‘저격수 정치인’, ‘토트넘 삼각편대, EPL 맹폭’, ‘OOO 한마디에 XX당 초토화’, ‘폭탄 발언’, ‘홈런왕 OOO, 장거리포 본격 가동’….▽사회가 전쟁터가 되면 승자와 패자를 정확히 가르고 승자에게는 전리품을, 패자에겐 참혹한 결과만을 남겨줍니다. 실패자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습니다. 승자와 패자의 서열을 정확히 나누고 사회적 혜택을 받거나, 반대로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건강 문제로 사업을 접고 은퇴를 결심한 60대 지인이 있습니다. 이젠 아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천천히 노후를 생각해 보겠다고 하십니다. 만나 뵀을 때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연유를 물으니 “여행 계획을 짜느라 새벽3시까지 잠을 못 잤다”며 작업 중인 엑셀 파일을 스마트폰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시간 단위 스케줄에, 맛집 탐방 계획까지 완벽하더군요. 제가 “여행 일정을 투자계획서처럼 준비하셨네요”라고 놀리자 그제서야 ‘아차’하시며 “옛날 버릇을 못 버렸다”고 하십니다. 여행 준비마저 전투 치르듯 하신 것이죠.백두대간 종주 완료. 제주 올레길 전 구간 순례 도전. 100대 명산 등정 완료.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인증….도시 생활에서 지친 마음을 힐링하고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하는 이런 활동마저 무슨 게임 포인트 쌓듯, 도장 깨기 하듯 전투를 치르려 합니다. 심지어 완주 상황을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 중계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자신을 만나야 하는 시간에도 타인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자신과의 싸움에 몰두하며 ‘승전’ 소식을 전합니다. 재미삼아 시작한 취미 생활도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고요.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들에게 이런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이런 근성 때문에 성과를 이루신 것이겠지만요.▽그런데 이 ‘전쟁’를 거부하는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참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죠. 반 강제적으로 다 끼어든 이 전쟁에 이제 참전을 회피하거나 징집 자체를 과감히 주도적으로 거부하는 운동이 벌어진다는 느낌입니다.‘취업 전쟁’과 ‘육아 전쟁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입니다. 정식 취업하지 않고 임시직으로 일하다 몇 개월 내에 그만두거나 아예 프리랜서처럼 활동하는 노동자들이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노동시장의 변화에 ‘긱 경제(Gig Economy)’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로운 노동을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직업의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죠.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필요할 때만 고용하는 형태라 사업주에게만 유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이를 선호하는 근로자도 많다고 합니다. 배달라이더 같은 업종이 대표적이죠. “취업시장이 얼어붙어서“가 1차 원인이겠지만 기업들의 신입사원 1년 이내 퇴사율이 25% 안팎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도 크게 미련을 갖지는 않는 듯 합니다.출산·육아 전쟁 징집도 거부합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입니다. 여성만 출산 거부하는 것 아닙니다. 많은 남성들도 동참 중입니다. 기성세대의 ‘졸업→취업→결혼→출산→육아·교육’ 공식을 거부하는 것이죠.결혼도 미루거나 안 하고 설사 한다 해도 아이를 안 가집니다. 출산 전쟁은 곧 육아 전쟁, 교육 전쟁으로 이어져 평생에 걸친 장기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죠. 아예 처음부터 참전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의 한 부부는 “아이가 이런 전쟁터에 억지로 내몰리는 꼴을 보면 더 마음이 아플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이와는 반대로 입시·취업전쟁에 승리해 이른바 ‘좋은 직업’을 얻은 분들은 기득권이라는 훈장을 받습니다. 심지어 이 전리품을 쥐고 사다리를 걷어차 서열을 공고히 하려들기까지 하는 일부 움직임도 있습니다. 그게 당연하다는 것이죠. 계약직의 정규직 변경을 반대하는 분위기가 그 예라고 봅니다. 그런데 애초에 참전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전리품에 그다지 관심 없습니다. 이들을 일본에선 사토리 세대, 한국에선 득도 세대라 명명하기도 하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평균’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위해서는 ‘보통’ 이상 수준의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너무 높게 설정돼 있다는 뜻이죠.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야 한다는 것이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를 모르니 그냥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주장입니다.경쟁심리를 버리기 힘들다면, 전쟁이나 전투까지는 하지 말고 수위를 좀 낮춰 단순한 게임을 하면 어떨까요. 도박 말고 게임이요. 야구처럼 게임은 오늘 지더라도 내일 경기가 계속 열리니까요. 꼴지라도 어떤가요. ‘찐팬’이라면 부처님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잖아요. 아무리 축구가 전쟁이라지만 ‘월드컵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관람하면 지더라도 충분히 좋지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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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전기 문명 시대

    전기 없인 한시도 돌아가지 않는 전기 문명 시대. 탄소중립이 화두인 만큼 전기 절약 지혜도 필요한 때입니다. ―서울 마포새빛문화숲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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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차량에 숨진 친구 추모하는 초등생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언북초교 후문에서 학생들이 국화를 헌화대에 올려놓고 있다. 2일 이 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의 이면도로에서 하교하던 이 학교 3학년 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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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매연이 아닙니다

    굴뚝이 내뿜는 매연에 눈살이 찌푸려지다가… 앗, 지나가는 구름이네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서울 마포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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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도, 현대의 골목[고양이 눈썹 No.48]

    ▽동아일보 지면의 ‘고양이 눈’ 애독자시라면 눈치 채셨겠지만, 게재된 사진들 상당수는 골목에서 찍힌 것들입니다. 골목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채로운 공간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숨결과 흔적이 늘 느껴지는 공간이죠. 그만큼 사진 소재도 많기 때문에 ‘고양이 눈’ 취재를 위해 저희는 골목길을 많이 걸어 다닙니다. ▽물론 요즘 골목엔 예전의 정취가 없다는 푸념도 많이 들립니다. 시대가 변하듯 골목도 변했죠. 요즘 골목이 옛날 골목같이 안 느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차도 많이 다니는데다 주차장처럼 됐기 때문이죠. 주차구역 선이 그려지며 ‘골목다움’을 잃었습니다. 좁아요. 어렸을 때 골목길은 광장 같이 느껴졌습니다. 몸집이 작은 어릴 때이기도 했지만 그때는 주차된 차들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방범·주차 위반 CCTV 등도 곳곳에 있어 더 삭막하게 느껴집니다. 그 덕분에 범죄가 줄었지만요. 골목이 오직 이동만을 위한, 지나치는 공간이 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골목은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임에는 분명합니다.▽옛날 골목은 교류와 소통, 놀이의 공간이었습니다. 이웃주민들이 만나 대화를 하고 음식을 나눴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갖은 놀이를 즐겼습니다. 집이 확장된 구역이었죠. 마당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골목엔 하늘이 있었습니다. 비와 눈도 맞고요. 도시였어도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골목이 생활의 콤플렉스(복합)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이 역할을 지금은 도시계획에 의해 나뉜 구역이 대체합니다. 이웃간의 교류는 동네 카페(상업구역)에서 하고요, 아이들은 놀이터에 모여 놉니다. 놀이터 옆엔 동네 경로당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을 느끼려면 곳곳에 조성된 공원 녹지를 찾으면 됩니다.도심 재개발이 끝나면 피맛골이 사라지고 아케이드로 바뀌어 있죠. 시장도 캐노피를 덮어 날씨를 알 수 없습니다.물론 요즘 ‘*리단길’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들은 여전히 골목의 몫이지만 지자체가 의도적으로 기획·개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자연 발생적인 골목에 대한 아쉬움도 남습니다.▽‘복합 공간’으로서의 골목을 현대도시에선 복도가 대신합니다. 새로 짓는 건물들은 복도가 널찍널찍합니다. 대형 쇼핑몰의 복도는 광장급이죠. 지붕을 투명하게 설계해 햇볕도 들어오게 합니다. 피맛골 자리를 대체한 아케이드도 복도로 봐야 합니다. 복도 양쪽엔 가게들이 나열돼 구경거리를 제공합니다.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큰 아파트 단지엔 상가 건물이 있기 마련이고, 그 안에도 제법 넓은 복도가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골목의 역할은 상가 건물의 복도가 대신하는 것 같습니다.대형 건물에 개방된 복도, 즉 골목이나 광장 느낌을 주는 첫 건물로 보험회사 로이드의 영국 런던 본사 빌딩을 꼽습니다. 1978년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했는데요, 중정(中庭) 역할을 하는 건물 가운데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복도 한 편에서 맞은 편 복도를 훤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부서 직원들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구조지요. 요즘엔 국내 대기업 본사나 쇼핑몰도 이런 형태로 많이 설계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대형빌딩들이 복도를 이용해 옛날의 개방된 골목길을 재현하려는 이유는 교류와 소통 때문입니다. 복도가 이동만 하는 공간이라면 재미가 없죠. 다른 회사나 다른 부서 사람들을 조우하게 만드려는 의도입니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성과가 뛰어난 연구원들의 업무 패턴을 분석했는데,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무실 밖에서 연구와는 관련 없는 직원들을 만나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내식당, 탕비실, 복도, 엘리베이터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를 즐긴다는 겁니다. 가장 실적이 좋은 연구원은 환경미화원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며 근무시간에 ‘쓸 데 없는’ 잡담을 많이 했음을 발견했다고 하네요.이질적인 것들과 교류할 때 ‘스파크(불꽃)’ 이 튄다고 하죠.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접촉하며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시야가 넓어지겠죠. 요즘 공유 오피스의 로비는 매우 수다스런 공간이라고 하는데 맞는지요? ‘복도’가 대신하고 있는 현대의 골목도 ‘익명의 자유’를 넘어 사람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얽히고설키며 융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봅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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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리는’ 수능성적 확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9일 서울 강남구 은광여고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이날 받은 자신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수능도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를 11점 웃도는 등 이과생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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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여행 상상

    몸은 생활과 현실에 묶여 있지만 마음만은 늘 여행지에 먼저 가 있습니다. 여객기를 보면서 언젠가 출발을 꿈꿉니다. ―서울 양천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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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친절한 전등

    “밤이 되면 딱 이만큼까지 밝아요.” 노란 선이 말해주는 듯합니다. 덕분에 낮에도 어스름 저녁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하네요. ―충남 공주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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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새해 소망

    “새해에는 감사가 넘치게 해주세요.” 촛불 모양 카드에 소망을 적습니다. 이렇게 또 새해를 맞습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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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처마 밑 매듭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전하려는 걸까요. 한옥 처마에 매달아둔 연분홍 매듭의 주인이 궁금해집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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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否定)’이 더 힘세다[고양이 눈썹No.47]

    ▽이순신 : “되겠느냐!” 나대용 : (머뭇거리며) “그러다 다 죽습니다!” 이순신 : (단호하게) “된다고 말하게!” 나대용 : (결심한 듯) “예! 해보겠습니다!” - 영화 ‘명량’의 전투 장면 대사▽‘긍정의 힘’ ‘긍정 습관’ ‘자기 긍정감’ ‘긍정 사고’ ‘긍정의 코치 기술’ ‘매일매일 긍정하라’…. 시중에 나와 있는 ‘긍정’을 주제로 하는 자기계발서 제목들입니다.일부 뇌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부정을 인식하지 못 한다고 합니다. 대표 사례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입니다. 스키선수들은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을 하거나 사전 연습을 할 때 기문(깃대)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문은 피해야 하는, 즉 부정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부정을 의식하다보면 무의식적으로 긍정의 대상으로 착각해 부딪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대신 지나야 할 ‘길’만을 응시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경기에서도 눈 위에 길의 굴곡을 파란색 페인트로 칠 해 놓습니다. 선수들이 코스를 벗어나는 사고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그런데, 과연 긍정은 부정보다 더 좋은 것일까요?▽TV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는 출연자들이 먹을 것을 스스로 해결합니다. 채집과 수렵이라는 원시적인 활동을 하는데요, 먹거리를 발견하면 먼저 ‘부정’부터 합니다. 먹으면 배탈이 나겠지? 먹을 수 있는 것인가? 잡으면 현지법을 어기는 것 아닌가? 등등. 현지 전문가가 ‘먹어도 된다’고 조언을 해 준 뒤에야 비로소 안심하고 먹습니다. 선 부정, 후 긍정입니다.자연에서의 생존은 긍정보다 부정이 유리합니다. 덮어놓고 먹다보면 큰 일 나지요. 옆에서 ‘부스럭’ 소리가 나면 일단 도망치는 게 낫습니다. 긍정보다는 부정이 자연의 리듬에 더 맞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부정은 야만이나 본능의 어법이고, 긍정은 진일보한 문명의 언어일까요?▽성경의 십계명은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마라’ 등 총 10개 계명 중 7개가 부정 명령입니다. ‘하라’ 보다 ‘하지마라’가 훨씬 많죠. 기독교는 순종과 긍정의 종교인데도 말이죠.‘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지만, 만약 ‘긍정이 먼저인가, 부정이 먼저인가’라는 질문이 있다면 저는 부정이 먼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부정은 힘이 셉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정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지도 모릅니다. 태초의 습성이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긍정을 하라는 가르침이 나오는 것이겠죠. 즉 부정을 부정하라는 것이죠.‘지하경제’인 사채업계에는 ‘고객’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웃는 고객 vs 화를 내는 고객.돈을 빌리러 와서는 연신 싱글벙글하고 이자에 대해 설명하면 ‘예예’하며 다 수긍하는 사람과, “이런 고금리가 말이 되느냐”며 항의하고 짜증을 내는 손님입니다. ‘예스맨’에게는 돈을 내주지 말라는 것이 저 업계의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웃으며 돈을 빌려가는 이유는 어차피 돈을 갚을 마음이 없기 때문이죠. 짜증을 내는 사람은 돈을 빌리면서 상환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증거라네요. 그러니 고금리에 분노하는 것이고요.▽사진기자로 일하면서도 사실 긍정할 때보다 부정할 때가 많습니다. 취재현장에선 보여주는 것보다 숨기려는 것을 찾아야 하니까요. 보이면 믿는 것이 사진기자의 직업병 중 하나인데요, 그 성향을 극복하고 사실을 통한 진실에 접근하려면 일단 보이는 것을 믿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얘기를 할 때 그냥 흔히 버릇처럼 쓰는 말이 있죠. 영어로 ‘you know’, ‘well’. 일본인들은 ‘아노…’ 라는 말을 낳이 쓰시더군요. 한국어로는 ‘에… ’ ‘음…’ ‘글쎄…’ 도 있는데, 사실 한국사람들이 버릇처럼 많이 쓰는 단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아니’입니다.“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아니, 밥은 먹었고?”“아니, 세상에 비가 이렇게 오다니…”‘아니’라는 부정어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한국인입니다. 피해야 하는 버릇일까요? 우리는 이미 부정의 언어와 태도가 몸에 완전히 밴 사람들인가요? 긍정 문화의 가장 큰 폐해는 부정에 대해서까지 긍정해 버리는 것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 캐릭터는 권력자를 수긍하는 한편 본인도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부당한 지시도 ‘현실’이라며 긍정하고 약자의 어려움에는 고개를 돌리는 흔한 우리네.물론 이런 무조건적인 긍정의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며 성장해 나가죠. 드라마 마지막 회에선 ‘저도 좀 바보같이 살려고요’라며 ‘아니오’를 말하기 시작합니다.사실 긍정이 더 쉽습니다. ‘예’라고 대답하고 나면 사실 더 이상 할 말도 없습니다. ‘이건 먹어도 돼’라면 그냥 먹으면 되니까요. ‘아니오’라고 부정하면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칩니다. 아닌 이유를 설명을 해야 합니다. 먹어도 되는지 검증해야 합니다. ‘아니오’는 ‘왜’로 이어집니다. 그 다음엔 ‘그게 아니면 어떻게 할 건데?’로 또 이어집니다.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야기가 꼬리를 뭅니다. 발전합니다. 인류가 여태까지 진보하고 발전해 온 것도 “이건 아니야” “이래선 안 돼”라고 생각하고 외친 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쓴 사람들 덕분 아닐까요?긍정이 쉬운 길이고, 부정이 어려운 길이라해도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 있을까요? 가야 하는 길이라면 가야겠죠. 괜찮습니다. 부정을 부정하면, ‘쉬운 길’ 긍정이 되니 어렵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강한 긍정이라고 국어시간에 배웠잖아요. 오늘도 저는 씩씩하게 ‘아니오’를 외쳐보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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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월동 준비

    줄기는 새끼줄 두르고 가지는 비닐 옷을 입었네요. 든든히 채비했으니 올겨울 추위가 두렵지 않겠네요.―서울 종로구 북촌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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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하야” 국내 中유학생들도 시위

    30일 오후 7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걷고싶은거리 광장에서 중국인 유학생 등 수십 명이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참가자들은 ‘시진핑 주석 하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중국어와 한국어로 “인권 개선” “언론 자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상당수 참가자는 중국에 있는 가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모자와 선글라스, 팻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회에 참여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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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광화문글판 겨울편 선보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광화문글판 겨울편이 걸렸다. 진은영 시인의 시 ‘어울린다’ 중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빛속을 걷는다” 구절을 따왔다. 자신과 주변에 관심을 갖고 서로 응원하며 희망찬 새해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교보생명은 설명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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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새 광화문 글판 [퇴근길 한 컷]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 겨울편 글판이 새롭게 걸렸습니다. 진은영 시인의 시 ‘어울린다’ 중 “너에게는 내가 잘 어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어둠을 헤엄치고/ 빛속을 걷는다” 구절을 따왔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 먼저 손을 내미는 작은 행동이 상대를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회사는 설명했습니다.경제 상황이 힘들고, 넘치는 진영 논리로 갈등이 쉬이 줄지 않는 우리 사회.‘다름’보다는 ‘어울림’이 더 커지는 새해를 맞길 바랍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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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형으로 제작된 스위스 기차마을

    22일 서울 노원구 화랑대철도공원의 ‘노원기차마을―스위스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알프스 마을과 스위스 철길 도시 모형 등을 감상하고 있다. 이 전시관에선 스위스 유명 관광지 50곳을 재현한 모형을 볼 수 있다. 개관 시간은 평일과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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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뭐가 보이나요?

    한 소녀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 집 안쪽을 들여다보네요. 고양이도 함께네요. 무엇이 있을까요. ―충남 공주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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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칼’과 ‘솜’의 미학 [고양이 눈썹 No.46]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작가 이상(李霜)의 단편 ‘날개’(1936년)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작가는 소설 첫 문단에는 ‘박제’를, 마지에는 ‘날개’를 배치했습니다. ‘박제’를 통해 주인공이 죽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합니다. 그러나 첫 문단에 대응해 마지막 문단은 ‘날개’ 즉 생명으로 끝을 내죠. 박제와 날개를 대칭 관계로 설정했습니다. 이상에게 ‘박제’란 죽은 것입니다. 박제를 프랑스어로 ‘Empaillage’라고 하는데요, 의자나 베개 등에 솜이나 짚을 채워넣는 걸 의미합니다. 반면 동아시아권의 ‘박제(剝製)’에서 ‘剝’은 가죽을 벗긴다는 뜻입니다. 물론 동물 사체에서 가죽을 벗기고 썩지 않도록 속을 다른 물질로 채우는 과정은 같지만, 서양권에서는 ‘채운다’는 데 의미를 더 부여하는데 비해 동아시아권은 ‘벗긴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권에서의 박제는 생명의 의미가 강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선 영생을 희망하며 미라로 만들었고요. 반면 동양권에선 죽음의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Empaillage’에선 생명(솜)이, ‘剝製’에선 죽음(칼)의 이미지가 그려집니다.‘화석’이란 단어도 박제와 비슷하게 쓰이죠. 좀처럼 변하지 않고 옛 것을 지루하게 고수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화석으로 박제됐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살아있는 화석’이란 대칭적 표현에서 보듯 오래도록 버틴 생명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화석·박제 모두 이중적입니다. 정지돼 있지만 가장 역동적입니다. 호랑이 박제는 포효하고 있고 백조 박제는 힘찬 날개 짓을 합니다. 공룡 뼈 화석은 다시 맞춰져 서 있습니다. 죽었지만 살아있지요. 고대 화석은 과거를 세워 현재를 보여줍니다. 시간을 뛰어 넘었죠. 박물관에서 박제나 화석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박제돼 있고 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닐까 하는 판타지에 빠지기도 합니다.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이니 이미 부활한 것 아닐까요? 박제사의 작업 과정을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솜과 칼의 예술이더군요. 칼(빼기)과 솜(더하기)의 균형을 맞춰 영원불멸의 작품을 창작한다고 느꼈습니다. 살과 내장은 버린 뒤 가죽만을 남기고, 이 생물의 가장 멋진 모습이 되도록 채워 넣는 과정.▽사진은 박제와 닮은 매체입니다. 사진은 시공간의 순간을 포착하죠. 사진가는 공간을 제한해 앵글을 선택하고, 시간을 제한해 빛이라는 도구로 평면 이미지를 만듭니다. 과거를 선택적으로 고른 뒤(앵글 잡기) 현재를 포착해(촬영) 미래로 연결(사진작품)합니다.시간은 순간순간 이미 지나가고 있으니 끊임없이 죽음을 양산합니다. 사진가는 소멸해가는 한 순간을 가장 사실적으로 잡아 영원불멸을 창작하고자 욕망합니다. 카메라에도 ‘솜’과 ‘칼’이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것은 칼의 행위죠.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솜’(내용)을 채워 넣습니다. 이 순간이 박제돼 영원으로 남는 것이죠. 사진은 순간과 공간을 멈춰 세움과 동시에 생명을 채워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진가는 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픈 권력욕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순간과 공간에 자신이 질서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질서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왜곡을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칫 그 순간과 공간을 두 번 죽입니다. 칼은 잘 못 쓰면 허무하고, 솜을 잘 못 채우면 어수선한 사진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사진가입니다. 모두가 박제사들입니다. ‘전화기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다 들고 계시잖아요. 멋진 곳을 방문하면 사진을 찍죠. “남는 건 사진뿐이야”라면서요. 기록의 행위입니다. 추억을 박제하고 기억을 화석으로 남기는 행위. 다만, 그 순간을 영원히 빠짐없이 모두 살려두고 싶다면? 지나친 욕망입니다. 다 살릴 수는 없죠. 기록의 가치가 없는 것은 칼을 휘둘러 과감히 빼야 합니다. 칼은 때론 방패가 됩니다. 다른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칼질은 적게 하고 솜만 잔뜩 넣는 분들도 있죠. 모든 것을 기록하고픈 바람 때문입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어수선하고 질서가 너무 없는 사진이 되고 맙니다. 정리 안 된 역사의 너절한 기록은 역사가 아니듯, 선택 없는 사진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냥 촬영한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것을 다 살리려다보면 모두를 다 죽이게 됩니다. 그냥 촬영해 기록하는 것은 CCTV와 블랙박스가 더 잘합니다. 과감하게 한 두가지 주제만 정하고, 그 주제가 잘 부각되도록 앵글을 잡아야 사진이 비움과 채움의 예술이 되지 않을까요?오늘도 우리 모두는 사진가로서 한손엔 칼을, 다른 한손엔 솜을 쥐고 순간과 공간을 박제하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멋진 박제작품을 응원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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