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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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문화 일반32%
인물/CEO17%
정당13%
선거9%
정치일반9%
사회일반4%
IT4%
산업4%
검찰-법원판결4%
패션4%
  • “재즈 피아노 연주하며 무아지경에 빠진 모습… 가장 어려웠죠”

    ‘꿈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40대 흑인 캐릭터. 20일 개봉하는 피트 닥터 감독의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여러 면에서 기존 디즈니·픽사 작품들과 다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처음으로 흑인 캐릭터 ‘조 가드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의 메시지 역시 희망적인 여느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무겁고 심오하다. 학교 음악 선생님 조는 자신에게 꿈의 무대와 같았던 재즈 클럽에서 유명한 밴드와 공연을 하게 되지만, 꿈을 이뤘다는 충만함보다 ‘이게 다야?’라는 허무함을 느낀다. 12일 인터넷 화상 통화로 만난 김재형 애니메이터(48)는 소울에 대해 “기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난 작품”이라고 입을 열었다. 2008년 픽사에 입사한 그는 ‘업’ ‘인사이드 아웃’ ‘토이스토리 4’ 등에 참여해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만들었다. “디즈니 영화 대부분이 꿈을 찾아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는데 소울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어두웠어요. 주인공도 최초의 흑인이고요. 수년 전부터 디즈니·픽사가 직원의 다양성 존중을 강조해 왔는데 이 영화는 그런 차원에서 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천편일률적 메시지와 백인 위주의 캐릭터에서 벗어났으니까요.” 흑인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흑인인 공동 연출 켐프 파워스와 사내 흑인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영화 제작 도중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관의 과잉 진압으로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해 인종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기에 영화에 편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켐프가 흑인 문화, 움직임, 표정 등에 대해 애니메이터들에게 많은 조언을 줬습니다. 공교롭게도 제작 중 미국 내 인종갈등이 심각해졌기에 ‘이 문화는 이럴 거야’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제대로 그들의 문화를 반영하려고 했어요.” ‘업’ ‘인사이드 아웃’ ‘토이스토리’ 등 닥터 감독과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지만 조가 재즈 피아노를 연주하는 오디션 신만큼은 연출이 까다로웠다고 털어놨다. “닥터 감독은 본인이 원하는 게 확고한데 애니메이터가 그걸 찾는 게 쉽지는 않아요. 특히 조의 피아노 연주 신에서 그가 무아지경에 빠진 모습을 표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손가락 움직임은 정확하면서도, 표정과 몸동작은 꿈을 꾸는 것 같은 부드러운 느낌을 원했거든요. 가장 오랜 시간을 들인 장면인데 결과적으로 만족해요.” 연세대 의대 졸업 후 의사로 일하다 애니메이터의 꿈을 안고 2003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 애니메이터. 학교 음악 선생님이 됐지만 재즈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조와도 닮았다. 꿈을 이룬 뒤 비로소 행복은 ‘소원 성취’와 같은 거창한 순간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조처럼 김 애니메이터도 여유를 갖는 삶의 소중함을 배웠다. “부모님과 한동안 대화를 단절했을 정도로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가 좋아서 택한 애니메이터의 길이지만 그럼에도 일에서 오는 힘듦과 치열함이 있어요. 좀 더 여유를 갖고 즐기며 살아가도 된다는 소울의 메시지가 제게도 울림을 줬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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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서 뛰쳐나온 듯한 크리처들… 그뒤엔 안무가와 VFX

    “헐크 크기의 ‘근육괴물’,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연근괴물’은 놀라움 그 자체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대해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한 평론가가 남긴 리뷰다. 국내외 넷플릭스 ‘톱10’을 휩쓴 스위트홈의 인기 요인은 웹툰에서 걸어 나온 듯한 괴물 크리처에 있다. 운동 중독으로 “프로틴”을 중얼거리는 근육괴물, 머리가 잘려나간 단면이 연근을 닮아 ‘연근이’라는 별명이 붙은 연근괴물 등 크리처들에 숨을 불어넣은 김설진 안무가(40)와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웨스트월드’의 이병주 슈퍼바이저(39), 정고은 이사(42)를 만났다. ○ ‘연근이의 실체’, 김설진 안무가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 단원이자 엠넷 ‘댄싱9’ 우승자로도 잘 알려진 김 안무가는 스위트홈에서 크리처들의 움직임을 설계했다. 이응복 PD는 김 안무가가 크리처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로 제시한 ‘반덴브란데 32번지’ 무대 영상에서 그가 뭉크의 ‘절규’를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연근괴물 역할도 함께 맡겼다. 8일 서울 강동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안무가는 크리처 구축 과정을 ‘전사(前史)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크리처의 행동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고,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유 없는 움직임이 나오게 된 전사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연근괴물도 철저한 전사의 구축을 통해 태어났다. 연근괴물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심한 인물로, 괴물화 직후 머리가 베여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김 안무가는 “직장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느낀 인물인 만큼 ‘누가 내 얘기를 하면 어떡하지?’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것 같았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크리처로 설정했다”며 “시력을 갑자기 상실했기에 발바닥의 감각에 의존해 발을 질질 끌고, 손톱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연근이의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11kg을 감량했다. 연근괴물의 목소리도 김 안무가가 직접 냈다. 그는 “코의 윗부분이 잘렸으니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겠다고 생각해 파이프오르간 뚜껑이 열린 듯한 쇳소리를 냈다”고 했다. ○ ‘버추얼 프로덕션’ 도입한 웨스트월드 웨스트월드는 스위트홈에 참여한 유일한 VFX 업체로 크리처들의 CG를 총괄했다. 6일 경기 고양시 웨스트월드 본사에서 만난 정 이사와 스위트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 슈퍼바이저는 가장 주목할 점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꼽았다. 이는 촬영 현장에서 CG가 입혀진 화면을 실시간으로 카메라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근육괴물은 키가 430cm에 달해 현장 구현이 불가능한데,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하면 근육괴물 역할을 하는 배우의 움직임에 CG가 입혀져 카메라에 나타난다. 이를 위해 카메라 안에서 가상공간의 3차원 좌표를 만들고, 좌표 내에서 크리처의 움직임을 파악해주는 ‘N캠’을 도입했다. 정 이사는 “N캠은 장비들이 많고 설치도 복잡해 스튜디오 촬영에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야외 촬영에 N캠을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을 국내 최초로 시도했다”고 했다.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정교한 연출이 가능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크리처의 크기가 촬영 감독의 상상보다 크거나 작을 수 있는데 CG로 완성된 크리처가 카메라에 나타나 촬영감독이 정확하게 앵글을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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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빼빼 마른 몸, 기괴한 움직임…‘스위트홈’ 연근이의 실체는?

    ‘헐크 크기의 ’근육괴물‘,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연근괴물‘은 놀라움 그 자체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에 대해 미국 영화 정보 사이트 ‘IMDb’에 한 평론가가 남긴 리뷰다. 또 다른 인기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한 평론가는 ‘숱한 아포칼립스물과 스위트홈의 차별점은 신선한 괴물들에 있다’고 적었다. 스위트홈은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상황에서 ‘괴물화’를 버티는 사람들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 정보 커뮤니티 방문자 수 1, 2위를 다투는 사이트 내 평가에서도 알 수 있듯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넷플릭스 ‘톱10’을 휩쓴 스위트홈의 인기 요인은 웹툰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듯한 크리쳐에 있다. 운동중독으로 “프로틴”을 중얼거리는 근육괴물, 머리의 절반이 잘려나간 단면이 연근 같아 ‘연근이’라는 별명도 붙은 연근괴물 등 10종이 넘는 크리쳐들에 숨을 불어 넣은 주역들을 만났다. 김설진 안무가(40)와 시각특수효과(VFX) 업체 ‘웨스트월드’의 이병주 슈퍼바이저(39), 정고은 이사(42)가 그들이다. ● 빼빼 마른 몸, 기괴한 움직임… ‘연근이’의 실체 김설진 안무가 벨기에 현대무용단 ‘피핑톰’ 단원이자 엠넷 ‘댄싱9’ 시즌2·3의 우승자로도 잘 알려진 김 안무가는 스위트홈에서 크리쳐들의 움직임을 설계했다. 이응복 PD는 김 안무가가 크리쳐 디자인을 위해 레퍼런스로 제시한 ‘반덴브란데 32번지’ 무대 영상에서 그가 뭉크의 ‘절규’를 표현하는 장면을 보고 연근괴물 역할도 함께 맡겼다. 연근괴물은 기괴한 움직임, 삐쩍 마른 몸으로 시청자들이 ‘원작과 가장 싱크로율(유사성)이 높은 캐릭터’로 꼽는다. 8일 서울 강동구 연습실에서 만난 김 안무가는 크리쳐 구축 과정을 ‘전사(前史)를 찾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쳐들은 욕망에 잡아 먹혀 괴물이 됐기에 인간일 때의 욕망을 상상해 움직임을 설정했다는 것. 그는 “크리쳐의 행동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고,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유 없는 움직임이 나오게 된 전사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안무가가 연기한 연근괴물도 철저한 전사의 구축을 통해 태어났다. 연근괴물은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심한 인물로, 술에 취한 채 과장 욕을 하던 중 괴물로 변한다. 괴물화 직후 ‘재헌’에게 머리가 베여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김 안무가는 “직장 상사로부터 모멸감을 느낀 인물인 만큼 ‘누가 내 얘기를 하면 어떡하지?’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을 것 같았다. 작은 소리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각이 발달한 크리쳐로 설정했다”며 “시력을 갑자기 상실했기에 서툰 걸음을 표현하기 위해 발바닥의 감각에 의존해 발을 질질 끌고, 손톱으로 벽을 더듬거리며 걷는 모습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머리가 잘려 피가 빠져나간 연근이의 빼빼 마른 몸을 표현하기 위해 11kg을 감량하는 혹독한 다이어트도 감행했다. 연근괴물의 목소리도 김 안무가가 직접 냈다. 그는 “코의 윗부분이 잘렸으니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파이프오르간 뚜껑이 열린 듯한 쇳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크리쳐의 외형은 절반의 집념과 절반의 타고난 감각으로 만들어냈다. “하루 종일 괴물 생각만 하니 모든 사물들이 괴물과 연관된 이미지로 변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들을 보며 크리쳐의 초현실주의적 느낌을 살렸고, 벽지의 패턴부터 꼬여있는 전선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모든 사물이 영감의 원천이 됐다. “한라봉 사진을 보다가 눈알괴물의 두꺼운 피부와 주름진 질감을 떠올렸고, 난로를 켜면 서서히 불이 주황색으로 달궈지는 과정을 근육괴물의 몸이 붉게 변하는 과정에 녹였죠. 힘들지 않았냐고요? 스위트홈을 만들 땐 제 안에 없던 다른 호르몬이 나왔던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언제 해 보겠냐’는 생각으로 자유롭고 즐겁게 임했어요.”● ‘버추얼 프로덕션’으로 실시간 CG 구현한 웨스트월드웨스트월드는 스위트홈에 참여한 유일한 VFX 업체로 크리쳐들의 움직임, 질감, 빛에 따른 색감 변화 등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총괄했다. 6일 경기 고양시 웨스트월드 본사에서 만난 정 이사와 스위트홈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 슈퍼바이저는 가장 주목할 점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꼽았다. 버추얼 프로덕션이란 촬영 현장에서 CG가 입혀진 화면을 실시간으로 카메라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근육괴물은 키가 430㎝에 달해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하면 근육괴물 역할을 하는 배우의 움직임에 CG가 입혀져 카메라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메라 안에서 가상공간의 3차원 좌표를 만들고, 좌표 내에서 크리쳐의 움직임을 파악해주는 ‘N캠’을 도입했다. N캠이 가상공간과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기술 지원으로 N캠을 제작하는 영국 기업인 'N캠 테크놀로지' 본사 직원을 비롯한 N캠 전문가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웨스트월드 직원들에게 N캠 활용 방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정 이사는 “N캠은 장비들이 많고 설치도 복잡해 스튜디오 촬영에만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위트홈에서 야외 촬영에도 N캠을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을 처음 시도했다”며 “N캠을 공급한 해외 업체도 ‘이 기술을 야외에서 사용한 경우는 처음 본다’며 놀라더라”고 전했다.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로 더욱 정교한 장면 연출이 가능했다. 이 슈퍼바이저는 “크리쳐의 크기가 촬영 감독의 상상보다 크거나 작을 수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이 접목되면 CG가 입혀진 완성된 크리쳐가 카메라에 나타나 촬영감독이 정확하게 앵글을 잡을 수 있다. 배우가 크리쳐와 눈을 마주치는 연기를 하거나, 동선 파악을 할 때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디테일한 크리쳐들의 CG도 몰입감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흡혈괴물의 입에서 나오는 촉수, 연근괴물의 잘린 머리 단면과 펄럭이는 귀 등 특수효과로 만들지 못하는 크리쳐의 특징들을 CG로 구현했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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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치로 내 틀 깨줬으면 하는 순간, 이 대본이 나타났다”

    “왕년의 대스타? 웃기지 마세요. 단물 다 빠졌어요. 한물갔단 말입니다.” 한때 연예계를 주름잡던 배우에게 이보다 뼈아픈 ‘돌직구’가 있을까.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벼락 스타’가 된 차인표였다. 그 후로 27년이 지났지만 과거의 이미지에 갇혀 있는 차인표에게 매니저는 위와 같이 말한다. 물론 실제가 아닌,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차인표’에서다. 영화는 차인표가 벌거벗은 채 건물에 갇힌 와중에도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고자 구조대를 부르지 않고 탈출하려는 고군분투를 코믹하게 그렸다. 김동규 감독이 연출하고, 1626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의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제작한 이 영화는 차인표의 이미지에 기반해 감독이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7일 화상으로 만난 차인표는 “이름을 내건 제목에 부담도 컸지만 정체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2015년 대본을 받았을 때만 해도 미국을 비롯해 여러 영화 제의가 들어오던 시기였어요. 그 후 정체기가 왔어요. 팬들께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해 4년 만에 출연을 결정했죠.” 영화 속 차인표는 대중이 생각하는 차인표와 완전히 다르다. 진흙탕에서 구르는 건 기본. 배우 ‘4대 천왕’이 출연하는 예능에 송강호, 이병헌, 설경구와 함께 섭외되지만 “3대 천왕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매니저의 말에 “설경구가 빠지는 거냐”는 ‘눈치 없음’도 시전한다. “저는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가 강해요. 제가 실제로 안 그렇더라도 대중이 그렇게 본다면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굴레를 만들었어요. 니체 같은 철학자가 나타나 망치로 제 틀을 깨주길 기다리던 순간 제 손에 쥐어진 대본이 차인표였어요. 앞으로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스스로 틀을 깬 그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있고, 드라마와 영화도 기획하고 있다. “영화가 나온 뒤 ‘찐팬’이라며 응원하는 팬들 반응에 정말 행복했어요. 제일 닮고 싶은 배우가 주성치예요. 그처럼 남을 웃길 수 있고 저도 웃을 수 있는 코믹 장르에 또 도전하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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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이루는 순간, 진정한 행복도 얻을수 있을까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주제다. 몰입하게 되는 것, 인생을 쏟을 무언가를 찾는다. 20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애니메이션 ‘소울’에서는 이를 ‘스파크(Spark·불꽃)’라고 표현한다. 진부한 삶에 불꽃을 튀게 할 대상을 찾는다. 불꽃을 찾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삶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성공의 순간을 꿈꾼다. 과학자는 전에 없던 이론을 발견하는 것을, 작곡가는 길이 남을 명곡을 만드는 것을, 스포츠 선수는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소울은 삶의 불꽃을 찾는 영혼들의 이야기다. 영혼들의 중심에는 주인공 ‘조 가드너’가 있다. 조 역시 삶의 불꽃을 찾는 사람 중 하나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학교 음악 선생님이 된 그는 공허함을 느낀다. 뉴욕 최고 밴드와의 합주 기회를 얻고 ‘드디어 인생이 바뀔 순간이 왔다’며 기뻐하지만 공연 당일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다. 현생과 사후세계 사이 어딘가를 헤매던 조의 영혼이 인간이 태어나기 전 영혼들의 성격이 형성되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 아웃’ ‘업’ 등 애니메이션 히트작들을 만들어 온 피트 닥터 감독이 2015년부터 5년간 준비했다. 영화는 조의 영혼이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몸으로 들어가 꿈에 그리던 공연을 마친 뒤부터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 생에 최고의 순간일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 시간을 누렸지만 이후 그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때 조의 머리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간 건 삶에서 소소했던 행복의 기억들이다.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끼던 순간, 단골 미용실에서 친한 미용사와 수다를 떨던 기억. 조의 모습에서 관객들도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이는 숱한 애니메이션 명작들을 만들어온 닥터 감독이 했던 고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2월 6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만 완성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평생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제 안에 있었지만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 털어놨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만큼이나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디즈니·픽사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조뿐만 아니라 영화에는 조의 어머니, 조의 단골 미용실 직원들까지 여러 흑인이 등장한다. 소울 제작팀은 흑인들의 외형과 이들의 고유한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사내 흑인 직원부터 뉴욕의 재즈 클럽, 미용실,학교 등에서 일하는 흑인들을 직접 만나고 인터뷰했다. 영화 중간중간 배치한 재즈 음악에 귀도 즐겁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가 연주에 참여해 소울 오리지널 스코어 중 재즈 음악 작곡과 편곡을 맡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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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이응복-전지현 ‘레전드 작감배’ 기대되네

    ‘킹덤’으로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김은희 작가의 ‘지리산’부터 ‘해를 품은 달’을 쓴 정은궐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리메이크한 ‘홍천기’까지. 올해는 특급 작가들의 드라마와 탄탄한 원작을 리메이크한 드라마가 대거 쏟아진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개봉이 연기된 ‘1000만 감독’들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스크린 라인업도 화려하다. 드라마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작품은 ‘네임드 작가’들의 드라마다. tvN에서 하반기 방영할 예정인 김 작가의 지리산은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미스터 션샤인’ ‘스위트홈’ 등을 연출한 이응복 PD가 감독을 맡고, 배우 전지현과 주지훈이 주연으로 확정되면서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작감배(작가 감독 배우) 라인업이 완벽하다’는 평이 나온다. 조난자들을 구하는 지리산 국립공원 레인저들의 이야기로, 제작비는 32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CJ ENM 관계자는 “지리산이 주배경이라 스케일이 매우 크고, 전지현이 4년 만에 드라마 컴백하는 작품이라 내부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드라마”라고 말했다. 영화 ‘부산행’에 이어 지난해 tvN 드라마 ‘방법’을 성공시키며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헬 바운드’도 기대작이다. 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웹툰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작화를 맡은 네이버 웹툰 ‘지옥’이 원작. 예고 없이 지옥행을 고지받는 사람들, 이들의 공포감을 이용해 편을 가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팽배한 불안과 혐오를 그린다. 제작사 관계자는 “지옥의 사자를 어떻게 CG로 구현해낼지, 주연 유아인과 박정민이 인간의 광기를 얼마나 잘 표현할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리메이크 소재도 풍성해졌다. 지난해에는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등 웹툰 원작 드라마가 많았는데 올해는 그 범위가 소설과 만화로 확장됐다.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화공(畵工) 이야기를 다룬 SBS 홍천기는 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으로, 올가을 방영될 예정이다. OCN ‘아일랜드’는 1997년 윤인완, 양경일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 및 세계관을 확장시킨 네이버 웹툰 ‘아일랜드2’를 리메이크했다. 인기 시리즈물의 차기 시즌도 출격한다. 2월 방영하는 SBS ‘펜트하우스2’를 시작으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2’, ‘킹덤: 아신전’이 선을 보인다. 영화계는 1000만 감독들이 대작으로 찾아온다. 지난해 개봉할 예정이었던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 흥행 1위 ‘명량’(관객 1761만 명)의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해전 3부작을 완성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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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후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때는 2050년이다. … 폭풍과 폭염이 겹치는 시기에는 대기오염과 지표 오존 농도가 심각해진다. 그럴 때 외출하려면 부자들만 장만할 수 있는 고가의 특수제작 얼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저자들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파리협정’에서 세워진 탄소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지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상을 보여준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기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며 마스크를 써야만 외출할 수 있는 사람들. 소설 같지만 데이터와 연구에 기반한 시나리오라는 점이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UNFCCC 사무총장을 지낸 저자 피게레스는 5년 전 파리협정 체결을 이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협에 대응해 개인과 기업, 국가가 취해야 할 행동 방향을 제안한다.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해 ‘단호한 낙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이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 움츠러들기보다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설득시키기 위해 파리협정을 이끌어낸 과정을 풀어낸다. 협약 내용을 둘러싸고 각국 정부들이 대치하고, 총회 직전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로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 보였던 상황이었음에도 만장일치로 파리협정을 도출한 이야기는 단호한 낙관의 힘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구체적 실현 방안도 제시한다. 화석연료 문명에서 벗어나는 방법, 화석연료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산업계의 주장에 맞서는 법 등 국가 정책부터 개인까지 환경을 위한 행동 수칙 10가지를 정리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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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바일 콘텐츠 시대… 영화도 ‘가로형 화면’ 고정관념 깼다

    고층 건물에서 떨어지는 스턴트맨,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스마트폰 화면…. 이런 장면을 담기에 가장 좋은 화면 포맷은 ‘세로’다. 높게 뻗은 건물들 사이로 수직 낙하하는 남성의 모습을 담은 세로형 영화 ‘스턴트 더블’을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꽉 채워 감상하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건물에서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든다.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거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스마트폰 화면 역시 가로보다 세로로 화면에 담겼을 때 더 진짜 같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는 ‘스크린라이프’ 기법을 활용해 ‘세로형 예능’의 포문을 연 카카오M의 ‘페이스아이디’가 대표적이다. 세로형 콘텐츠가 새로운 제작 문법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주된 동영상 소비 플랫폼이 된 데다, 스마트폰을 세로로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기에 콘텐츠 업계가 세로형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틱톡, 스냅챗 같은 플랫폼을 활용한 간단한 영상이 주를 이뤘지만 점차 예능, 영화 등 서사와 완성도를 갖춘 세로형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세로형 콘텐츠의 등장이 가장 놀라운 곳은 영화 업계다. 가로세로 화면비 1.33 대 1에서 출발한 극장 스크린은 광활한 장면을 담을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대표적인 화면비는 2.35 대 1이다. 그런데 이달 열린 ‘충무로 영화제’는 ‘충무로, 새(세)로 보다’라는 슬로건 아래 이를 뒤집었다. 개막작으로 세로 영화 ‘The CMR’를 네이버TV와 틱톡에서 선보였다. ‘메기’의 이옥섭 감독, ‘69세’의 임선애 감독 등 15명의 감독이 서울 중구 15개 행정동 거리를 세로로 담은 1시간 분량의 옴니버스 영화다. 충무로영화제를 주최한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 민규동 감독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서사가 없는 세로 동영상은 각자의 휴대전화에 이미 넘치도록 있었기에 내러티브를 갖춘 세로형 영화를 만드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로에 최적화된 연출을 보여준 영화는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아이폰11 프로로 촬영한 9분짜리 영화 스턴트 더블이다. 아이폰11 프로 홍보차 만들어진 영화로 8월 공개됐다. 주인공인 스턴트맨이 고층 건물에서 낙하하는 장면, 곡예를 선보이며 높은 계단에서 내려오는 장면 등 수직 구조를 활용해 세로 화면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민 감독은 “세로 프레임을 쓸 경우 풀샷, 대화 화면 등에서 기존의 가로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취해야 하기에 새로운 프레임에 맞는 고유한 이미지를 고민해야 한다. 스턴트 더블이 세로에 최적화된 영화 제작 사례”라고 했다. 최초의 세로 블록버스터 영화도 나온다. ‘서칭’을 만든 러시아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는 내년 초 1000만 달러가 들어간 영화 ‘V2. Escape form Hell’을 세로로 선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소련 파일럿이 비행기를 공중 납치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일찍이 시청 플랫폼이 TV에서 모바일로 옮겨 온 예능에서도 세로 콘텐츠가 강세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카카오M이다. 가수 이효리의 일상을 세로 화면에 담은 페이스아이디는 이효리의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편집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9월 공개된 2화의 조회수는 528만 회에 달한다. 작사가 김이나가 게스트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톡이나 할까’도 카카오톡 대화창을 보여주는 세로 예능이다. 카카오M 관계자는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시대가 된 만큼 세로뿐만 아니라 일대일 등 스마트폰에 적합한 화면비를 찾고 있다. 향후 세로 드라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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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리메이크도… 30년전 만화가 웹소설로, 다시 웹툰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리메이크 중 이처럼 신선한 시도가 있었을까. ‘아 뉴스데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레드문’ 등을 그린 ‘순정만화의 대모’ 황미나 작가(59)의 1991년 작품이 무협 소설계에서 가장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진산 작가(51)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22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된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취접냉월’이다. 웹툰·웹소설이 영화나 드라마로 리메이크된 경우는 많았지만 2권의 만화책으로 나온 작품을 소설책 5권, 웹소설 125화 분량으로 다시 쓰는 작업은 업력 30년에 가까운 진 작가에게도 도전이었다. 취접냉월의 웹소설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떻게?’가 먼저 떠올랐다는 진 작가, 그리고 황 작가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취접냉월은 발표 때부터 순정만화에 무협을 접목한 파격이었다. 유년시절 언니와 오빠가 읽던 무협소설을 접하면서 “무협이 몸의 기본기로 자리 잡았다”는 황 작가는 검은 생머리를 두건으로 가리고 ‘살수무정’(살수는 정을 가져선 안 된다)의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주인공 ‘냉소월’을 만들었다. 어렸을 적 부모가 죽는 장면을 목격한 소월은 원수를 갚고자 무술을 연마해 강호 최고의 여살수로 거듭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원수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 ‘백운비’임을 알게 된 뒤 죽음을 택한다. 진 작가는 처음 리메이크를 제안받았을 땐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했지만 “황미나의 무협 순정을 다시 세상에 선보일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기에” 고민 끝에 1년에 걸쳐 리메이크를 진행했다. 웹소설은 원작에 비해 세계관은 확장됐고 등장인물도 다양해졌다. “원작이 주인공에 집중했다면 웹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간상을 조망했어요. 원작에 없던 캐릭터가 생겼고, 극 초반까지만 등장했던 캐릭터가 끝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죠. 과거 무협에선 영웅이 홀로 싸우고 고독하게 죽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어벤져스’에도 다양한 히어로가 등장하듯 취접냉월에서도 여러 조연의 이야기를 강화했습니다.”(진 작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술을 연마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냉소월은 대표적 여성 히어로인 원더우먼이나 캡틴마블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냉소월의 주체성과 강인함은 황 작가가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면서 진 작가가 리메이크에서 반드시 지킬 원작의 기준으로 삼았던 점이다. “냉소월은 잘 단련된 특수부대의 여성 킬러와 같은 인물이에요. ‘이렇게 독한 여성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죠. 원수를 갚겠다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고, 나약해지면 사정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여요. 최근 여자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죠. 원작 속 냉소월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하려 했습니다.”(진 작가) 웹소설 취접냉월은 웹툰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가 만화를 웹소설로, 웹소설을 웹툰으로 두 단계에 거쳐 리메이크하는 첫 사례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 깊어진 세계관과 풍부해진 캐릭터들로 독자와 만나는 것이다. “묻히기 아까운 옛날 만화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림체나 대사가 옛날 스타일이라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훌륭하죠. 과거 만화들이 웹소설과 웹툰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많은 이들을 만나는 게 원작자가 가장 바라는 것 아닐까요. 작품의 생명력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니까요.”(황 작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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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더우먼·캡틴마블 넘는 매력…웹버전 ‘냉소월’을 만난다

    장르를 넘나드는 리메이크 중 이처럼 신선한 시도가 있었을까. ‘아 뉴스데이’ ‘굿바이 미스터 블랙’ ‘레드문’ 등을 그린 ‘순정만화의 대모’ 황미나 작가(59)의 1991년 만화가 무협 소설계에서 가장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진산 작가(51)의 손에서 재탄생했다. 22일 카카오페이지에 공개된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 ‘취접냉월’이다. 웹툰과 웹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 경우는 많았지만 2권의 만화책으로 출시된 작품이 소설책 5권, 웹소설 125화 분량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작업은 카카오페이지는 물론 업력 30년에 가까운 베테랑 진 작가에게도 첫 도전이었다. 취접냉월의 웹소설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떻게?’라는 세 글자가 먼저 떠올랐다는 진 작가와 황 작가 두 사람을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취접냉월은 출시 당시부터 순정만화에 무협을 접목한 파격이었다. 순정만화를 연재하던 잡지 ‘르네상스’에 정통 순정만화가 아닌 무협 순정만화가 처음으로 실렸다. 유년시절 언니와 오빠가 읽던 무협소설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무협이 내 몸의 기본기로 자리 잡았다”는 황 작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를 두건으로 가리고 ‘살수무정’(살수는 정을 가져선 안 된다)의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주인공 ‘냉소월’을 만들어냈다. 어렸을 적 부모가 죽는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한 소월은 원수를 갚고자 무술을 연마해 강호 최고의 여살수로 거듭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마주한 원수가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남자 ‘백운비’임을 알게 된 뒤 죽음을 택한다. “‘여자들의 만화’였던 순정만화에 무협을 가미한 첫 시도였어요. ‘여성들은 싸우는 장면이 들어가면 안 본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순정만화의 확장을 위해선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무협은 무술 자체에 집중했다면 취접냉월은 상대에게 칼을 한 번 휘두르더라도 그 안에 감정이 들어가도록 해 차별화를 꾀했죠.” (황미나 작가) 진 작가는 처음 리메이크를 제안 받았을 땐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했지만 “황미나의 무협 순정을 다시 세상에 선보일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1년에 걸쳐 리메이크를 진행했다. 웹소설은 원작과 비교해 세계관은 확장됐고 등장인물은 다양해졌다. 원작은 냉소월과 백운비 두 가문의 갈등에 집중했다면 웹소설에서는 강호 전체가 수십 년에 걸쳐 엮이는 음모가 등장한다. 조연의 역할도 강화됐다.“원작이 주인공에 집중했다면 웹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간상, 그들과 주인공이 만드는 풍부한 인간관계를 조망했어요. 원작에 없던 조연 캐릭터가 생기기도 했고, 극 초반까지 등장했던 조연 캐릭터가 끝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죠. 과거 무협에선 영웅이 홀로 싸우고 고독하게 죽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어벤저스’에도 다양한 히어로가 등장하듯 취접냉월에서도 다양한 조연의 이야기를 강화했습니다.”(진산 작가) 목표 달성을 위해 무술을 연마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냉소월은 여성 히어로의 대명사로 불리는 원더우먼이나 캡틴마블을 뛰어넘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냉소월은 여성 캐릭터가 곤경에 빠졌다가 남성에 의해 구조되거나, 남성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치는 과거 히어로물의 문법에 완벽히 반대되는 인물이다. 냉소월의 주체성과 강인함은 황 작가가 만화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임과 동시에 진 작가가 리메이크에서 반드시 지킬 원작의 기준으로 삼았던 점이다. “냉소월은 잘 단련된 특수부대의 여성 킬러와 같은 인물이에요. ‘이렇게 독한 여성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죠. 원수를 갚겠다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고, 나약해 지면 사정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여요. 이는 최근 콘텐츠의 여자 주인공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해요. 원작에서 그려진 냉소월의 특징을 최대한 강조해 쓰려고 했습니다.”(진산 작가) 진 작가가 쓴 웹소설 취접냉월은 웹툰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지가 만화를 웹소설로, 웹소설을 웹툰으로 두 단계에 거쳐 리메이크하는 첫 사례다.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 더 깊어진 세계관과 풍부해진 캐릭터들로 독자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묻히기 아까운 옛날 만화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림체나 대사가 옛날 스타일이라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훌륭하죠. 과거 만화들이 웹소설과 웹툰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리메이크되고 소비자들을 만나는 게 원작자가 가장 바라는 것 아닐까요. 작품의 생명력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니까요.”(황미나 작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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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의 삶을 바꾼 ‘인생 책’이 있나요

    20대에 백만장자가 된 남성, 두 번 교통사고를 당하고 절망에서 빠져나온 국가대표 선수…. 세계에서 5억 부 이상 판매된 ‘101가지 이야기’ 시리즈의 잭 캔필드가 심리학 교수 게이 헨드릭스와 함께 각계각층 인사 46명이 꼽은 ‘인생 책’을 소개한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사지가 마비된 스포츠맨, 환경운동가, 홀로코스트 생존자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인물들의 책에 얽힌 사연과, 책으로 인생을 바꿔 나간 여정을 공유한다. 헨드릭스는 한 해 수만 권 쏟아져 나오는 책 중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책을 소개하고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빈곤의 종말’을 읽고 빈곤 퇴치에 인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운동가, ‘돈키호테’를 읽고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삶의 태도를 갖게 된 이의 이야기 등은 덮었던 책을 다시 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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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총장 복귀에…가수 이승환 “세상이 모두 너희들 발밑이지?”

    가수 이승환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는 듯한 게시물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승환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이 모두 너희들 발밑이지?’라고 적고,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관련 기사 링크를 붙였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이라는 해시태그도 달았다. 이승환은 25일에는 ‘우리는 승리한다. 꺾이지 아니한다’는 글도 올렸다. 이와 함께 올 8월 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 74주년을 기념해 열린 ‘봉하음악회’에서 ‘태양의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무대 영상 링크도 첨부했다. 이승환은 세월호 참사 추모곡을 발매하고 2016년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촛불집회’와 현 정부 들어 검찰개혁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자축하는 게시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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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무비 ‘기생충’ 세계 홀리고, K드라마 ‘킹덤2’ 랜선 접수

    2020년은 국내 영화산업이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오간 한 해였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전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썼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품임과 동시에, 아카데미가 비(非)영어 영화에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여한 첫 사례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룬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영화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영화 제작 지연, 신작들의 극장 개봉 연기, 관객 수 급감이 맞물리면서 제작, 투자, 배급, 극장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유통 체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 산업이 휘청거렸던 것과 달리 ‘K드라마’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 시간이 급증한 데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투자로 제작비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되면서다. 방송사 드라마들의 경우 스포츠, 클래식 등 각 분야 전문성을 앞세운 신인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 넘은 K무비 올해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달성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 중 가장 파급력이 약했던 영화가 주류 시장인 북미권을 파고들면서 한류의 정점을 찍은 해였다. 기생충에 이어 홍상수 감독은 3월 ‘도망친 여자’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던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의 기세도 무섭다.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비평가협회상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진 영향이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도망친 여자와 미나리의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한국 영화들이 해외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한 해였지만 코로나19로 영화의 1차 윈도인 극장이 휘청거리면서 영화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극장 관객 수는 전년(2억2668만 명) 대비 73.7% 폭락한 6000만여 명으로 예상된다. 관객이 끊기면서 ‘1000만 영화’는 고사하고 ‘500만 영화’도 실종됐다.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작품은 475만 명이 본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극장, 디지털 온라인, 해외 매출을 합친 영화산업 전체 매출은 지난해 2조5093억 원에서 올해 913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6% 감소했다. 영화들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 직행을 택하면서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는 기존 개념도 완전히 깨졌다. ‘사냥의 시간’, ‘콜’에 이어 한국 최초 SF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승리호’까지 넷플릭스로 향했다.○ 넷플릭스 등에 업고 세계로 도약한 K드라마 코로나19로 인한 OTT 시청 시간 급증,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회당 제작비가 각각 20억여 원, 30억 원에 달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와 ‘스위트홈’이 대표적이다. OTT 서비스 순위 차트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스위트홈은 공개 3일 만인 21일 넷플릭스 일일 랭킹에서 미국 7위, 독일 8위, 프랑스 6위에 올랐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미국과 유럽 넷플릭스 톱10에 든 건 스위트홈이 처음이다. tvN ‘사랑의 불시착’과 ‘사이코지만 괜찮아’,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톱10에 들며 한류 열풍을 재점화했다. 지상파 3사 드라마에서 신인 작가들이 약진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기존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보장할 유명 작가를 선호했지만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젊은 감각’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스포츠 드라마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불문율을 깨고 19.1%의 시청률을 기록한 SBS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 변호사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SBS ‘하이에나’의 김루리 작가는 모두 신인이다. 신인 작가의 전문성을 내세운 드라마도 많았다. 교직에 몸담은 바 있는 박주연 작가는 tvN ‘블랙독’에서 기간제 교사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류보리 작가 역시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음대 졸업생들의 진로 고민을 상세히 그리면서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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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장르, 멜로보다 더 큰 카타르시스”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김은숙 작가가 각본을 쓴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을 연이어 성공시킨 스타 PD다. 로맨스와 멜로에서 아름다운 연출이 빛을 발했던 이 PD에게 스위트홈과 같은 ‘크리처물’(괴물들이 등장하는 장르)은 첫 도전이었다. 공개되자마자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위트홈은 내면에 품은 욕망으로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상황, 폐허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 주민들이 괴물과 싸우는 과정을 그렸다. 21일 화상으로 만난 이 PD는 “스위트홈은 인간애를 다룬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크리처물은 괴물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인간 군상, 이들이 나누는 애정과 사랑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멜로나 로맨스보다 더 큰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명의 웹툰 원작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12억 회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자인 김칸비 작가는 원작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달라는 정도만 당부했고, 나머지는 이 감독에게 맡겼다. 특전사 출신 소방관으로 ‘인간병기’ 수준의 전투력을 보여주는 ‘서이경’(이시영)은 원작에 없던 캐릭터다. 이진욱이 연기한 ‘편상욱’은 원작에선 깡패 같은 경찰이지만 드라마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청부업자로 설정됐다. “남성 못지않은 강인함을 가진 여성이 주체적으로 괴물화의 상황을 극복하는 설정을 만들고 싶어 서이경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편상욱의 경우 ‘이미 괴물이 되어 버린 사람’을 떠올렸어요. 괴물과 같은 인간이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마침내 진짜 괴물을 처단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죠.” 편당 3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 다양한 크리처들이 매회 등장하는 크리처물은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 크리처의 모습이 어색할 경우 몰입을 해칠 수 있었기에 표정, 움직임 하나까지 신경 썼다. “하늘의 색에 따라 괴물의 피부 색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 컴퓨터그래픽(CG) 후반 과정에서 세밀하게 보정했어요. 괴물들의 움직임은 김설진 안무가의 도움이 컸어요. 뭉크의 ‘절규’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공연을 보고 ‘괴물 같다’는 느낌을 받아 섭외했죠.” 그린홈의 주민들은 시시각각 생존을 결정짓는 질문과 마주한다. 괴물화가 진행되고 있는 주민을 격리할 것인가, 아파트 밖으로 내쫓을 것인가. 괴물을 피해 필사의 힘으로 달려오는 고등학생 소녀를 위해 셔터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순간 사람들은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며 연대를 택한다. “저 역시 ‘재앙의 순간 나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고민에 빠지곤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나’가 아닌 ‘우리’가 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살아갈 이유를 잃고 자살하려 했던 주인공 현수가 괴물의 공격을 받은 순간 타인을 살리고자 하는 내면의 욕망을 발견한 것처럼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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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정 설원 노닐다… 잿빛 세상에 건네는 제주의 새하얀 위로

    제주특별자치도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제12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에서 현홍영 씨의 작품 ‘설원에 노루 나들이’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제주도’를 주제로 한 올해 공모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21개국에서 1717명이 6792점을 출품해 지난해 6920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외국인은 62명이 130점을 출품했다. 수상자는 대상 1명을 비롯해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3명, 입선 10명 등 모두 17명이다. 이들에게는 상장과 상금 총 1250만 원이 주어진다. 대상 수상작 ‘설원에 노루 나들이’는 병풍처럼 펼쳐진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설원을 질주하는 노루 가족을 담았다.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제주 자연의 깨끗함과 청정함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공모전 심사는 관습적 표현을 답습하지 않고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 속의 사람들을 창의적 시각으로 프레임에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상투적 표현, 디지털 합성, 과도한 보정을 활용한 사진은 배제한다는 원칙으로 심사했다. 심사는 양종훈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교수, 고남수 사진작가(제주대 평생교육원 강사), 실라스 퐁 중앙대 공연영상학부 교수가 맡았다. 고 심사위원은 “코로나19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고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음에도 사진 애호가들이 큰 관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상식은 열리지 않는다. 수상작은 공모전 홈페이지 등에 전시될 계획이다. 제주국제사진공모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독특한 문화를 지닌 제주도의 진면목을 국내외에 알리자는 취지에서 열리고 있다. 대상현홍영 ‘설원에노루나들이’눈 쌓인 들판을 뛰어가는 노루들의 모습을 간명하게 구성해 제주 자연의 깨끗함과 청정함을 잘 담아냈다.금상차용현 ‘성산일출봉 안개 일출’운무에 뒤덮인 왕관 같은 성산일출봉과 일출 무렵의 붉은색, 하얀 구름, 여름의 풀색, 진한 바다색이 잘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느낌이다.은상김정수 ‘오름에서 나를 외치다’ 오름 정상의 사람을 담았다. 길을 따라 인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 시점과 구도가 좋다.최수정 ‘겨울나기’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제주를 표현했다. 들판의 하얀 눈과 어두운 색의 말들, 황색 건초가 조화를 이뤘다.동상손묵광 ‘가파도의 4월’농로로 나뉜 밭과 산담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서로 다른 색의 밭과 경계선, 쌓인 돌들로 단조로움을 피했다이운철 ‘돌하루방’바닷속 돌하루방(돌하르방)이 신비롭다. 다이버의 밝은 조명과 어우러져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김지호 ‘포근한 빛의 이불’오름에서 순식간에 변하는 빛의 황홀함을 잘 포착했다. 명암과 색의 대비를 통한 구성이 돋보인다.● 입선강광식 강금남 고순환 김국진 김병우 윤석주 이익두 임영록 조반니 테알디(이탈리아) 최병훈● 심사위원양종훈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고남수 작가·제주대 평생교육원 사진 강사실라스퐁 중앙대 공연영상학부 교수(사진 전공)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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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이 소설을 문학수준으로 올린 러카레이 별세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등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러카레이(사진)가 12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블룸버그통신 등은 러카레이가 영국 콘월에서 폐렴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장르로 여겨지지 않던 스파이 소설을 문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의 작품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작품 10여 편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박찬욱 감독도 2018년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을 영국에서 연출했다.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끔찍한 해가 문학의 거장과 인류애적 정신을 모두 앗아갔다”고 애도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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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멸종위기 현실 알리려 ‘상괭이 티셔츠’ 제작”

    “‘상괭이’에 대한 국내 보호 활동은 거의 없었어요. 상괭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채널A ‘하트시그널3’에 출연한 조형 작가 정의동 씨(29)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비토우’와 협업한 ‘상괭이 프로젝트(Smiling Whale Project)’를 시작한 건 상괭이를 향한 애정 때문이었다. 비토우는 채널A에서 론칭했다. 13일 전화로 인터뷰한 그는 “상괭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가 너무 낮다”고 했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하는 토종 고래 상괭이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국제 멸종위기종이다. 상괭이 프로젝트는 상괭이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정 씨가 그린 상괭이 스케치를 담은 티셔츠와 액세서리 상품을 제작한다. 티셔츠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1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펀딩이 시작된 지 2주도 안 된 13일, 목표 금액인 50만 원을 훌쩍 넘긴 427만 원을 달성했다. 펀딩은 이달 28일까지 진행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멸종위기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며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최근 우연히 접한 상괭이는 국내 보호 활동이 개인 및 비영리 단체에서만 이뤄지고 있더라고요. 최근에서야 해양수산부에서 경남 고성군 앞바다 해역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했어요.” 정 씨는 와디즈를 통해 소개된 두 가지 종류의 티셔츠에 들어가는 상괭이의 모습과 로고를 디자인했다. ‘스마일링 웨일 로고 스웨트 셔츠’는 미소를 짓는 것 같은 상괭이의 입 모양을 따온 로고를 앞에 넣었다. ‘백 프린팅 스웨트 셔츠’는 티셔츠 뒷면에 상괭이의 모습이 크게 들어간다. “상괭이는 사진과 논문을 참고해 디자인했어요. ‘웃는 고래’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미소를 띠는 듯한 귀여운 모습이어서 이를 부각했죠. 상괭이가 처한 힘든 현실을 나타낸 ‘It‘s tough to be smiling whale’이라는 문구도 만들어 티셔츠에 넣었고요.” 하트시그널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내년 초 방영 예정인 ‘프렌즈’에선 정 씨가 상괭이 프로젝트의 작가로 활동하는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괭이가 처한 현실을 알게 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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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을 추모할 수 없는 영화계[현장에서/김재희]

    “(영화계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라 말을 하기 어렵다.” 고 김기덕 감독의 데뷔작 ‘악어’부터 그의 여러 작품에 대해 평론했던 한 영화평론가의 말이다. 그와 인연이 있는 한 영화사 대표는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고, 그와 친분이 있던 한 평론가 역시 “그 사람을 놓은 지 오래”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실상 그에 대한 추모를 거부한 셈이다. 고인의 업적에 대해 반박의 여지는 없다. 그는 한국 감독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모두 본상을 수상했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빈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2011년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상을 받았다. 2012년 ‘피에타’로 한국 감독 최초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의 영화는 인간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이라는 평전을 냈다. 하지만 지나친 폭력성,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그에 순응하는 여성 캐릭터를 자주 등장시켜 시대착오적이고 가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에 대한 시선이 호불호를 넘어 옳고 그름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2017년 ‘뫼비우스’에 참여했던 여배우 A 씨의 고백이었다. 김 감독에게 뺨을 맞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현장에서 요구받았다는 폭로였다. 2018년 ‘#미투’ 운동으로 다수의 여성 스태프, 배우들이 그에게 성희롱,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범죄의 결과물을 옹호할 순 없다”며 등을 돌렸다. A 씨에 대한 성폭력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됐지만 법원은 그의 폭행 혐의에 대해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그에 대한 추모가 금기시되는 것도 결과물보다 과정의 문제 때문이다. 특히 그 문제가 범죄의 영역을 넘나든다면 결과물에 대한 찬사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9개 부문을 휩쓴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도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촬영 과정에서 “성폭행 장면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졌다”는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의 폭로로 2016년 비판의 한가운데 섰다. ‘인격과 작품은 별개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범죄로까지 나아갔을 때는 작품과 별개가 될 수 없다. 김 감독은 생전 “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대중은 물론 영화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도 거기까지다. 폭력적인 영화는 인내할 수 있지만 폭력적 인격을 인내해 주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정정보도문본보는 2018. 6. 3.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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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 입원 치료중 사망

    영화감독 김기덕 씨(60·사진)가 11일 동유럽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졌다. 외교부는 김 감독이 “이날 새벽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로 병원 진료 중 사망했다”며 “라트비아 주재 대사관이 현지 병원을 통해 경위를 확인하고 한국 유족에게 연락해 장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해 유르말라 지역에 집을 사서 거주 허가를 신청하려 했지만 이달 5일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본상을 모두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2018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에 휘말려 고소를 당한 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세계 3대 영화제 본상 모두 수상20일 환갑 앞두고 라트비아서 숨져11일 라트비아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김기덕 감독(60)의 삶은 명예와 불명예의 줄타기였다. ‘사마리아’로 한국 영화 최초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2004년),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2011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2012년) 등 세계 3대 영화제 본상을 석권했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거장이 됐지만 2018년 발생한 ‘#미투’ 논란으로 도덕적 위상이 추락한 끝에 해외에서 숨을 거뒀다. 김 감독은 스스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말할 만큼 시련과 좌절을 겪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 작은 공장에서 일했다. 30대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프랑스로 떠나 3년간 파리에서 미술관을 전전하고 독학으로 길거리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무명 화가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다 ‘양들의 침묵’ ‘퐁뇌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에 빠졌다. 귀국한 뒤 199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저예산 영화 ‘악어’로 데뷔한 뒤에도 ‘비주류’ ‘이단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시류와 대세를 추종하기보다 예술영화의 외길을 고집했다. ‘사마리아’의 베를린 영화제 수상 이후 유럽에선 호평의 연속이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아리랑’이 칸에서 수상하자 국내 영화계 주류에서도 주목받았다. ‘피에타’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여성에 대한 가학적 장면을 끝까지 거칠게 끌고 가는 연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 일쑤였다. 김 감독은 2018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여배우 A 씨로부터 자신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연기를 요구했다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김 감독을 폭행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성폭력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감독은 A 씨와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올 10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미투 논란이 불거진 뒤 김 감독은 카자흐스탄으로 떠나 현지 영화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화 활동을 지속했다. 지난해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한 영화 ‘딘’을 칸 영화제 바이어에게만 공개하는 등 해외 활동만 간간이 이어갔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감독이 미투 의혹이 터지고 동유럽으로 떠난 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모두 끊었다”며 “20일 환갑을 맞는 그를 위해 현지 영화인들이 에스토니아에서 김 감독 영화 기념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타지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한기재·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정정보도문본보는 2018. 6. 3.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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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영화제 수상’ 김기덕, 20일 환갑 앞두고 코로나로 사망

    11일 라트비아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숨진 김기덕 감독(60)의 삶은 명예와 불명예의 줄타기였다. ‘사마리아’로 한국 영화 최초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2004), ‘아리랑’으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2011), ‘피에타’로 베네치아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2012) 등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했다.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거장이 됐지만 2018년 발생한 ‘#미투’ 논란으로 도덕적 위상이 추락한 끝에 해외에서 숨을 거뒀다. 김 감독은 스스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말할 만큼 시련과 좌절을 겪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 작은 공장에서 일했다. 30대에 그동안 모은 돈으로 프랑스로 3년간 파리에서 미술관을 전전하고 독학으로 길거리에서 그림을 공부했다. 무명 화가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다 ‘양들의 침묵’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영화에 빠졌다. 귀국한 뒤 199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듬해 저예산영화 ‘악어’로 데뷔한 뒤에도 ‘비주류’ ‘이단아’라는 소리를 들었다. 시류와 대세를 추종하기보다 예술영화의 외길을 고집했다. 자신이 영화가 국내 상영관에 걸리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칩거하기도 했다. ‘사마리아’의 베를린 영화제 수상 이후 유럽에선 호평의 연속이었다. 영화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 ‘아리랑’이 칸에서 수상하자 국내 영화계 주류에서도 주목받았다. ‘피에타’로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영화는 대부분 충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여성에 대한 가학적 장면을 끝까지 거칠게 끌고 가는 연출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 일쑤였다. ‘나쁜남자’(2002) ‘섬’(2000) 등 성매매와 폭력에 무비판적으로 노출된 여성과 남성 조폭 등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여성단체의 비판을 자주 받았다. 김 감독은 2018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여배우 A 씨로부터 자신의 뺨을 때리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연기를 요구했다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김 감독을 폭행 혐의로 벌금 500만 원 약식 기소했다. 성폭력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김 감독은 A 씨와 이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올 10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했다. #미투 논란이 불거진 뒤 김 감독은 카자흐스탄으로 떠나 현지 영화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화 활동을 지속했다. 지난해 모스크바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같은 해 카자흐즈탄에서 촬영한 영화 ‘딘’을 칸 영화제 바이어에게만 공개하는 등 해외 활동만 간간이 이어갔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감독이 미투 의혹이 터지고 동유럽으로 떠난 뒤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연락을 모두 끊었다”며 “20일 환갑을 맞는 그를 위해 현지 영화인들이 에스토니아에서 김 감독 영화 기념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타지에서 떠났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으로 한국영화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기 전까지 해외에서 그 누구보다 인정받았던 감독”이라며 “한국 영화를 빛낸 감독 중 하나였다”고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정정보도문본보는 2018. 6. 3. 제목의 기사 등에서 ‘영화 뫼비우스에서 중도하차한 여배우가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여배우는 김기덕이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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