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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작심하고 중국을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자극하려고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이용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압박하겠다고 시사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동북아 정세에 격랑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양안 문제를 대중(對中) 압박,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무역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안들과 관련해 현 상황을 변화시킬 협상을 중국과 못 한다면 왜 우리가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솔직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고 노골적으로 중국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우리는 북한 문제가 있고, 그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 중국이 그 문제를 진작 풀 수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를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 대형 요새(인공 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이 1979년 이후 양국 관계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북핵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이를 풀기 위해서는 중국의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선 경선후보 때인 3월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들과의 집단 인터뷰에서도 중국에 대해 “겉으로는 북한을 제재한다고 해놓고 옆방에선 북한과 함께 낄낄거리면서 비웃고 있다”며 중국과 북한이 한통속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가 북핵과 대중 무역역조 문제 등을 양안 문제와 연계시키는 데 대해 “트럼프가 미중 관계의 근간을 돌연 협상카드로 사용하고 나섰다”고 평가했다. 폭스뉴스는 “‘워싱턴 아웃사이더’다운 기습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2일 통화가 중국의 속내를 떠보기 위한 사업가 출신 특유의 일회성 승부수일 것이라는 평가에서 더욱 진전된 것이다. 최근 대만을 방문한 트럼프의 외교 참모인 스티븐 예이츠 미 아이다호주 공화당 지부장이 친중 성향인 국민당 훙슈주(洪秀柱) 주석과의 면담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중 간 신경전이 실제 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은 미중 관계의 특성상 중국이 미국의 대만 정책에 반대하면서 경제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에도 치명타를 준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하나의 중국 원칙 포기 카드를 계속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 관한 문제”라며 “건강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초가 방해와 간섭을 받을 경우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이날 ‘하나의 중국 원칙은 흥정할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는 잘 듣길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단호하게 한판 붙어 뜨거운 맛을 보게 해야 중국을 만만히 여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동시에 대만에 대한 무력 침공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했다. 런민(人民)일보는 11일 미국의 과다 재정적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압박이 가중되면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내비쳤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즐겨 쓰는 흰색 모자를 하나 갖고 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기념품으로 산 것이다. 하지만 그의 구호인 ‘Make America Great Again’이 크게 적혀 있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대선 전 이 모자를 쓰고 커피숍에 갔다가 안면이 있는 직원에게 “당신 트럼프 지지자였어?”라는 말을 들었다. 기자는 10일 이 모자를 쓰고 다시 그 커피숍에 갔다. 그 직원이 있었다. 예상되는 반응이 귀찮아 모자를 벗으려 했더니 직원이 “모자 멋진데”라고 했다. “마음이 변했냐?”고 물었더니 “(트럼프가) 예상보단 덜 미친 것 같다”며 웃었다. 트럼프가 8일로 당선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미국 안팎에서 이런 반응을 자주 접한다. 트럼프가 정적을 만나고, 심지어 자신을 저주하는 뉴욕타임스까지 찾아가는 광폭 행보에 따른 인식 변화였다. 미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워낙 기대 수준이 낮아서 그런지 우려했던 것보다는 잘한다”고 했다. 대선 후 트럼프를 처음 인터뷰했던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레슬리 스타 기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훨씬 심각하게 국정 사안을 보고 있었다. 껄렁껄렁한 자세도 변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한국 정부도 비슷하다.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 주변 인사들을 만나러 미국에 온 정부대표단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의 ‘핵심 동맹(vital alliance)’이란 말에 무게를 두며 미래의 한미 관계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주로 중국이나 일본과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지난 한 달간 보여준 정치적 결정, 특히 가장 중요한 차기 내각 인선을 뜯어보면 이런 인식은 성급해 보인다. 그는 사람들이 “트럼프가 변했나?”라며 헷갈려하는 틈을 타 철저히 자신의 입맛과 국정 방향에 맞는 인선을 밀어붙였다. 상무장관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온갖 FTA에 반대해 온 월가의 기업사냥꾼 윌버 로스를 앉혔다. 국방 장관(제임스 매티스) 국토안보부 장관 후보자(존 켈리)는 군인 출신 중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골랐다. 물론 트럼프는 대선 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한국 관련 이슈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하지만 권투로 치면 종잡을 수 없는 변칙 복서인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국정 최우선 과제를 정리하고 나면 언제 어떻게 한국 이슈를 꺼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사업가로 평생 협상을 해 온 트럼프로서는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이 공석인 한국은 ‘좋은 먹잇감’이다. 한국이 몸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트럼프는 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 소개로 트럼프의 이전 동영상을 최근 봤다. 28년 전인 1988년 유명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올해 대선 기간과 똑같은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그는 동영상에서 “지금 일본이 미국 시장에 TV를 얼마나 많이 팔고 있는 줄 아느냐. 그들이 우리 일자리의 싹을 말리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 말에 ‘한국’을 추가해 28년 뒤인 올해 미 전역을 돌아다녔다.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격언 중에 “Hope for the best, Plan for the worst”라는 게 있다.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되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라는 말이다. 미증유의 국정 공백을 겪고 있는 한국 정부와 컨트롤타워 없이 트럼프를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들이 새길 말이다. 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총괄할 국무장관으로 세계 최대 글로벌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64·사진)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틸러슨이 실제로 지명돼 상원에서 인준되면 공직은 물론이고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첫 미 국무장관이 된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한 트럼프가 동맹 등 외교 현안까지도 금전 거래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트럼프와 틸러슨이라는 두 ‘워싱턴 아웃사이더’가 주도하게 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 텍사스 출신인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한 뒤 2006년 CEO에 오른 세계 석유업계의 거물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틸러슨은 그저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월드 클래스 수준의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은 석유사업을 하면서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틸러슨은 푸틴과 최소 17년간 인연을 맺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를 경영해오면서 다른 국가의 핵심 플레이어를 많이 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엑손모빌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64)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자신과 같은 사업가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외교에도 접목할 수 있는 점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전직 엑손모빌 임원인 수잰 멀로니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날 트위터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대형 석유사업을 해 온 사람은 사업 대상 국가의 정치역학 구도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올렸다. 하지만 그의 경영 능력과는 별개로 미국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서열(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장관 순)의 네 번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놓고 논란이 인다. 석유사업을 하면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등과 다양한 합작사업을 해왔고, 틸러슨은 ‘17년 인연’을 맺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2013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틸러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 등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2014년부터 단행한 대(對)러시아 제재에 비판적이었다. 엑손모빌과 로스네프트의 카라해 원유 채굴을 포함한 합작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틸러슨의 경력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여전히 부정적인 공화당 내 상당수 인사는 날을 세우고 있어 상원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공직자로서 이해상충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세계 5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틸러슨은 엑손모빌 주식을 1억5100만 달러(약 1745억 원)어치나 갖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국무장관의 직무와 이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부닥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줄곧 엑손모빌에 근무한 틸러슨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기록은 별로 없다. 틸러슨은 2009년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우리의 최대 희망은 세계 에너지 및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의 힘과 자유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이 지명되면 트럼프 내각엔 기업가 출신 7명이 포진하게 된다. 앞서 트럼프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상무부 산하 제조업위원장에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를 지명했다. 콘은 1990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채권과 상품거래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2006년부터 사장 겸 COO를 맡아왔다. 리버리스는 “미국은 관료적 국가가 아닌, 미 기업들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국가가 돼야 한다”며 친기업 정책을 펼 것을 다짐했다. 유력 국무장관 후보였던 트럼프의 최측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물러섰다. 또 다른 국무장관 후보였던 존 볼턴 전 주유엔 대사는 국무부 부장관으로 검토되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노동부 장관에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패스트푸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햄버거 브랜드 ‘하디스’를 산하에 둔 지주회사 ‘CKE레스토랑’의 앤드루 퍼즈더 CEO(66·사진)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8일 “퍼즈더는 트럼프 경제 메시지의 훌륭한 옹호자이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가 모든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려면 우리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퍼즈더 지명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 대상 확대에 반대하고 있어 노동자 권익 증대를 위한 노동부 장관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행 7.5달러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아무리 많아도 9달러 이하로 묶어야 한다는 게 퍼즈더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CNN은 퍼즈더를 “(노동자들이 원하는)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의 적”이라고 지칭했다. 대선 기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시간당 15달러 인상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초기에는 인상에 반대하다가 소폭 인상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법안이 의회에서 공화당 반대로 무산되자 2014년 1월 연방정부와 계약하는 모든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10.1달러로 인상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당시 퍼즈더는 언론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 프랜차이즈 모델을 공격했으며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 기술 비용은 점점 싸지는데 정부는 인건비 인상을 의무화했다”고 비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안호영 주미 대사(사진)는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맏딸인 이방카에게 액자에 담은 대형 인사장을 보냈다. 이방카가 정권인수위원회의 집행위원이긴 하지만 주미 대사가 대통령 당선인 가족에게 인사장을 보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가 난리통인 상황에서 그나마 트럼프 측에 손을 뻗으려는 노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측 인사를 만나기 위한 새누리당 방미단의 일원인 안상수 의원은 6일 워싱턴특파원들에게 2009년 트럼프와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인천시장 시절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방문해 투자 유치를 논의하면서 찍은 것이다. 안 의원은 “지금 청와대나 정부가 트럼프 측과 대화하기 어려우니 의원들이라도 채널을 뚫어야 하지 않겠느냐. 미국의 지인들을 통해 트럼프 측에 선을 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청와대 외교 컨트롤타워가 올스톱이다 보니 현장에선 웃지 못할 대미 외교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모자랄 판에 현장 외교관이나 여야 의원들이 각개약진 식으로 트럼프 측과의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조태용 대통령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미국으로 보내 트럼프 측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회동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주변에서 한미관계를 조율하는 핵심 인사를 접촉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재 의원들이 접촉하고 있는 인사 중 한국과 인연이 있는 에드윈 퓰너 인수위원회 고문(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정도가 트럼프에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9일 가결되면 청와대,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마저 탄핵 후폭풍에 휩싸일 텐데 트럼프 취임(내년 1월 20일)까지는 이제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미 외교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한국 측의 카운터파트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미 본토에 대한 대(對)테러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해병대 대장 출신인 존 켈리 전 미 남부사령관(66)을 지명했다. ‘미친 개’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데 이어 또다시 해병대 출신을 내각에 발탁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켈리 전 사령관은 제1해병원정군사령관으로 이라크전쟁에 참전했으며 올해 1월 중남미를 총괄하는 남부사령관을 끝으로 45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매티스와 마찬가지로 군 내부 신망이 두텁지만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켈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관타나모수용소 폐지에 반대했으며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과 같은 정예부대의 문호를 여군에 개방하는 것은 전투력 유지 차원에서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장에서 자식을 잃은 아픔도 갖고 있다. 아들 로버트 켈리 해병 중위는 29세이던 2010년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주에서 순찰 중 폭탄 공격을 받고 전사했다. 켈리는 아들이 전사한 지 나흘 후 세인트루이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아들 이름을 한 글자도 거론하지 않은 채 “미군의 봉사에 감사한다면서 정작 우리가 싸우는 목적이나 취지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선”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켈리의 지명으로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장성 출신 인사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해 3명으로 늘어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켈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는 데는 무리가 없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군 출신을 지나치게 선호한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중소기업청장에 오랜 친분을 이어온 ‘억만장자’인 린다 맥마흔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 소유자(68)를 내정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린다가 중소기업들의 옹호자가 돼 미국의 기업가정신을 온 나라에 퍼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맥마흔 부부의 재산은 최소 15억 달러(약 1조7400억 원)로 추산돼 WP는 “프로레슬링을 전파해 온 억만장자가 어떻게 중소기업을 육성할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환경보호청장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반대해 온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48)을 낙점했다. 프루이트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오염 방지 대책 등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소송을 주도해 온 인물로 그가 인준을 통과하면 환경 규제를 철폐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이번 인사로 15개 부처(백악관 제외) 장관 중 9개 부처 인선을 완료했다. 관심을 모으는 국무장관은 다음 주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NBC 인터뷰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여전히 고려 대상이다. 몹시 어려운 점이 있지만 우리는 오랜 길을 함께 왔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연이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석유업체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도 국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온 중국 측이 급기야 대만과의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환추(環球)시보는 7일 사설에서 “대만해협은 군사적으로 병풍막이 될 수 없다”며 “중국은 평화통일을 원하지만 무력통일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민해방군은 몇 시간이면 대만군을 궤멸시키고 전 대만섬을 탈취할 능력이 있다”며 “대만을 돕는 미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전투는 끝날 것이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활용해 중국을 긴장시킨 것은 향후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6일 원유철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새누리당 방미특사단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수출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가는 상황인데도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의 통화를 계기로 중국이 대만에 신경 쓰는 것만큼 (북핵 문제 등) 북한에 대해서도 이니셔티브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이 커지자 미국 대만 양측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차이 총통은 6일 총통부에서 대만을 방문한 미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전화 한 통으로 미국의 주요 정책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대만 모두 지역의 안정 유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정보기관 소속의 싱크탱크인 위안징(遠景)기금회 초청으로 6일 대만에 온 트럼프의 외교참모 스티븐 예이츠 아이다호 주 공화당 지부장도 “현 시점에 미국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예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통화 막후에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밥 돌 전 상원의원과 그가 속한 로펌 ‘올스턴 앤드 버드’가 역할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대만 관리와 트럼프 측 인사들을 연결해 전화통화를 성사시켰으며 5월부터 10월까지 일한 대가로 14만 달러(약 1억6000만 원)를 받았다는 것이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1한국이 응원했던 일본계 미국인위안부(성노예) 피해자 지킴이 혼다 미 하원의원의 작별인사 #.2“당신 같은 지도자들과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당신이 캘리포니아 주와 이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되새기고자 한다.”-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 #.3‘위안부(성노예) 피해자 지킴이’ 민주당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75)이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4동료 의원들은 그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믿을 수 있는 사람”“혼다 의원은 평생 열심히 올바른 일을 해왔다” #.5혼다 의원은 한국이 응원한 일본계 미국인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일본계 사람을 응원한다는게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그의 활동내역을 들여다보면금세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6혼다 의원은 재임 중 일관되게 일본 정부가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또한 한국과 일본 간에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그는 한국을 대변해 온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었죠. #.7언뜻 별나 보이는 그의 행보는 그의 특별했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콜로라도 주 강제수용소에서 유년기 4년을 보냈죠.그곳에서 그는 폭력의 부당함을 목격하고, 인권의식을 길렀습니다. #.8이후 정치인이 된 그는사회적 약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인권 침해’를 없애고자 노력해왔죠.그런 맥락에서 2001년 9·11테러 이후미국에서 무슬림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던 중 자칫 무고한 무슬림이 인권침해 피해를 받지 않도록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활동도 했습니다. #.92007년 7월 천신만고 끝에 그는미 연방의회에서 ‘일본군 강제종군위안부 결의안’을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데 성공합니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이었죠. #.10결의안 통과 이후당시 일본 아베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위안부가 겪은 어려움에 동정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혼다 의원은 아베총리를 크게 꾸짖었습니다. "일본은 왜 미국 대통령에게 사과하느냐"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일본군이 존엄성을 짓밟은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이라는 것이었죠. #.11그는 2000년 첫 당선 이래 2014년 선거까지 하원 8선에 성공했습니다.올 11월 선거에서 9선 고지를 앞두고“한반도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낙선하고 말았죠. 그를 응원하던 한국인들은 낙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2낙선을 했지만 송별회장에서 그는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으며아내와 지지자 등 200명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습니다.가끔 눈을 감고 회상에 잠겼다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죠. #.13그렇게 한국이 응원한 혼다 의원은 작별인사를 했습니다.국제사회가 갈수록 포용력을 잃고자국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그의 빈 자리는 유독 크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관련 활동을 했다고) 내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성이 혼다(일본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현대(한국 자동차 회사)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위안부 문제에 앞장선 것은 진정으로 일본을 위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마이크 혼다원본: 이승헌 특파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 이고은 인턴}

“당신 같은 지도자들과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당신이 캘리포니아 주와 이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되새기고자 한다.” 5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하는 ‘위안부 지킴이’ 민주당 마이크 혼다 연방 하원의원(75) 송별회장에서 같은 당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낭독하자 행사장은 순간 숙연해졌다. 혼다 의원은 아내와 지지자 등 200명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았다. 참석한 동료 의원들의 덕담이 이어졌다. 지난달 대선과 함께 실시된 연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부터 상원의원이 되는 태미 더크워스 하원의원(민주·일리노이)을 비롯한 약 10명의 동료 의원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혼다 의원을 칭찬했다. 행사장을 찾은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도 “혼다 의원은 평생 열심히 올바른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혼다 의원은 긴 회상에 잠기며 가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의 옆에는 2007년 미 하원에서 역사적인 ‘위안부 결의’가 채택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미국인이지만 재임 중 일관되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일본과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서도 한국을 대변해 온 대표적 지한파 정치인이다. 그는 2000년 첫 당선 이래 2014년 선거까지 하원 8선에 성공했다. 올 11월 선거에서 9선 고지를 앞두고 “한반도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관련 활동을 했다고) 내게 화가 많이 나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성이 혼다(일본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현대(한국 자동차 회사)일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내가 위안부 문제에 앞장선 것은 진정으로 일본을 위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콜로라도 주 강제수용소에서 유년기 4년을 보냈던 그는 정치인이 된 뒤 사회적 약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인권 침해를 단호하게 거부해 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무슬림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서도 미국 내 무슬림의 인권과 권리 보호를 꾸준히 옹호해 왔다. 혼다 의원은 이날 행사장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미국 정부가 더 잘 작동되도록 만들자”면서 “난민이나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등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도록 함께 서는 것이 미국적인 삶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이 국교 단절 상태인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를 한 데 이어 연일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극도로 예민해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활용해 트럼프 식의 새로운 미중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4일 트위터에서 “중국은 (내가 대만 총통과 통화한 것을 놓고 비판하는데) 미국 기업을 어렵게 만들 위안화 평가절하나 우리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갈 때 과도한 세금을 매겼을 때, 남중국해 한가운데에 군사시설을 만들었을 때 미국에 물어봤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썼다. 강대국 외교에서 민감한 사안을 트위터에 공개해 지지를 호소하는 특유의 ‘트위터 정치’를 미중 관계에서도 서슴없이 발휘한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 참모인 스티븐 예이츠 아이다호 주 공화당지부장은 6일 대만을 방문해 닷새간 머물며 차이 총통과 비공개 회동을 하기로 했다.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딕 체니 전 미 부통령의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낸 예이츠는 대만 정보기관 소속 싱크탱크인 ‘위안징(遠景) 기금회’ 초청으로 미-중-대만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비공개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차이 총통과 통화한 직후 외교 참모를 대만에 보내는 만큼 트럼프의 메시지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5일 차이 총통이 내년 1월 8일 출발해 니카라과 등 중남미 3개국을 순방하고 15일 돌아오는 일정 중 뉴욕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 진영의 고위 인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발(發) ‘미중 격랑’의 시발점이 된 트럼프-차이 통화는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고문인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막후에서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퓰너 전 이사장은 대선 직전인 10월 대만을 방문해 차이 총통과 면담했다. 미 언론은 미중 관계가 예상보다 큰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후보에 대중 강경파 인사들이 새롭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재부상하고 있으며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최고사령관 등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헌츠먼은 2009년부터 2년간 주중 미국대사를 지낸 대중 강경파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힘이 많이 빠진 레임덕(임기말 증후군) 세션에서 미 연방하원은 2일 2017년 국방수권법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처음으로 미국과 대만의 군 장성과 고위급 관료의 교류를 새롭게 포함시켰다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가 5일 보도했다. 법안은 미국 현역 장성과 국방부 차관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없앴다. 대만 국방부장(장관)이 워싱턴을 방문할 수 없다는 규정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대만 중양(中央)통신은 전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트럼프-차이의 통화에 대해)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유관 방면에 엄중하게 항의했다”며 “양국이 좋은 발전 추세를 유지하려면 쌍방이 양국 관계의 중요한 원칙의 기초 아래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외교부는 또 하원의 법안 통과에 대해서는 “미국과 대만이 진행하는 어떤 형식의 공식 왕래와 군사연계도 반대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 때처럼 미묘한 외교 문제에도 기존 질서를 깨는 수(手)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일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를 하면서 1979년 지미 카터 행정부 때부터 지켜오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들자 CNN은 이같이 분석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부터 예고했던 전방위 대중(對中) 압박의 신호탄을 대만 총통과의 통화라는 지극히 트럼프다운 방식으로 쏘아 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환율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킹 등 사이버 보안, 대북제재 이행 등 주요 이슈마다 미국과 갈등을 빚어 온 중국을 대상으로 양안(兩岸) 문제라는 새로운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즉각 진의 파악에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베이징에서 열린 ‘2016년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만 측이 일으킨 ‘작은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대(對)아시아 외교의 파탄 위험까지 무릅쓰며 중국 압박에 나섰다”며 이번 통화가 반중(反中) 성향 외교 참모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2일 통화가 이뤄진 시점에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그는 올해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새 행정부는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일부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을 지지하고 나서 파장이 단순히 트럼프의 돌발적이거나,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나, 핵협상을 하겠다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보다는 대만 차이 총통과 대화하는 게 더 낫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피터 킹 하원의원도 “차이 총통과 역사적인 통화를 한 트럼프 당선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는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서 각종 국제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외교 파트너인 중국을 대상으로 전략적인 고려 없이 돌발 행동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중국과의 대형 외교 분쟁을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중 관계의 판을 완전히 깨진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무역 역조 해소 등 향후 중국과의 줄다리기 협상을 앞두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사업가 출신 특유의 승부수를 던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통화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트럼프도 우리가 북핵 문제 해결 등 중국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 총통과 통화한 것은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오거나이제이션’의 대만 사업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원찬(鄭文燦) 타오위안(桃園) 시장이 9월 자신을 트럼프의 ‘판매 대사’로 소개한 샬린 첸 씨와 만나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의 개발 사업을 논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3일 소개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가디언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첸 씨가) 자신을 트럼프와 관련돼 있다고 소개하고 투자 계획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오거나이제이션 측은 “트럼프호텔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대만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트럼프가 대만에 사업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의 사업제국과 미국 외교정책 사이에 이해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와 대만 사이의 사적 관계가 존재한다면 향후 미중 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과 대만이 단교한 1979년 이후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전제로 한 미중 관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의 통상전쟁도 불사한다는 태세여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활용해 트럼프가 본격적인 대중(對中) 압박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위원회는 2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10분간 통화를 하고 긴밀한 경제·정치·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도 3일 성명에서 통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미국 관련 부서에 엄중하게 항의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3일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트럼프의 돌발 행동에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를 팔고 있는데, 내가 (대만 측의 당선) 축하전화도 받지 말라는 주장은 참 흥미롭다”고 적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일(현지 시간)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제임스 매티스 전 미 중부군사령관(66)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가진 대선 승리 감사 연설에서 “‘미친 개’ 매티스를 우리 국방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는 1969년 해병대 사병으로 자원입대한 뒤 44년간 복무하며 4성 장군까지 오른 미 해병대의 전설로 통한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활약한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이란 정책 등을 놓고 충돌해 2013년 중부군사령관을 끝으로 예편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상원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는 화려한 경력 못지않게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강렬한 어록으로도 유명하다. ‘이기는 군’을 강조하면서 “도발하면 모두 죽여 버린다(If you f××× with me, I will kill you all)”라고 말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세상에는 사냥꾼이 있고 먹잇감(hunters and victims)이 있다. 지금까지 받은 훈련과 민첩함, 충성심, 경계심 등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네가 사냥꾼이 될지, 먹잇감이 될지가 결정된다”라는 말도 회자된다. 하지만 매티스가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 사령관일 당시 한국 합동참모본부를 대표한 연락장교로 활동하며 2007년부터 2년간 매티스와 인연을 맺은 홍재기 공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소장)은 “당시 JFCOM에 21개국 연락장교 40명이 있었는데 매티스는 언제나 나를 포함한 모두를 굉장히 부드러운 말투로 친절하게, 친구처럼 대했다”라고 회상했다. 홍 부사령관은 “1년에 2번 매티스가 사령관 관저를 개방하는 ‘오픈하우스’ 파티를 했는데 가 보니 서가에 엄청난 양의 책이 있었다”라며 “전쟁사, 전투 전략 및 체계 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도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으며 박식했다”라고 전했다. 다만 전투에 돌입하면 매티스는 평상시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 전했다. 지휘관으로서의 매티스는 누구보다 저돌적이고 강한 인물이라는 것. 홍 부사령관은 “매티스는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어진 인물로 국방장관에 임명되면 북한에 대해서도 ‘사실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손효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저녁식사를 한 최고급 레스토랑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들이 만찬을 즐긴 식당은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소유의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안에 있는 ‘장조지’라는 프렌치 레스토랑. 세계적 명성의 셰프인 장조지가 자신의 이름을 따 운영하는 식당으로 최고급 식당이 밀집한 맨해튼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맨해튼에 있는 미슐랭 가이드(프랑스의 레스토랑 평가안내서) 최고 평점인 별점 3개짜리 레스토랑 5곳 중 하나다. 이날 트럼프와 롬니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함께 최고급 만찬을 즐겼다. 트럼프 일행은 우선 전채 요리로 타임이라는 향신료를 곁들인 마늘종 수프와 개구리 뒷다리 튀김, 꽃양배추를 곁들인 관자 요리 등을 먹었다. 메인 요리로 트럼프와 프리버스는 당근을 곁들인 최고급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를, 롬니는 버섯 소스를 곁들인 양갈비를 시켰다. 디저트는 초콜릿케이크였다. 구체적인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식당의 만찬 기본코스는 1인당 218달러(약 25만7000원)부터 시작한다. 트럼프가 계산한 이날 메뉴는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만큼 실제 가격은 이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CNN은 “새해 전야에 같은 메뉴를 즐겼다면 팁과 세금을 제외하고 1인당 888달러(약 104만8000원)의 계산서가 나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평소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맏딸 이방카와도 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 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 2명 중 1명인 조모 대위(28·여)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진료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위는 태반주사, 프로포폴 등의 시술 여부에 대해서는 “의료법상 말할 수 없다”라고 피해 갔다. ① 참사 당일 의료 행위 있었나 조 대위는 이날 미국 워싱턴 특파원단과 20여 분 동안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제 기억으로는 나를 포함해 다른 의료진도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 간 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함께 근무한 또 다른 간호장교인 신모 전 대위(30·여)는 “그날 관저로 구강청결제를 가져다 드린 적이 있다”라고 밝혀 차이를 보였다. 조 대위는 현재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육군 시설관리사령부 내 병원에서 연수 중이다. 청와대 근무 후 6개월 만에 미국 연수를 간 배경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는 “2015년 여름에 ‘중환자 간호과정’ 연수에 지원했고 정상적 절차를 밟았다”라고 반박했다.② 청와대에서 미용 시술 있었나 조 대위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직원들에게 정맥주사나 피하주사를 놓은 적은 있다”라고 답했다.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 2명 중 1명이 대통령 주사제 처치를 전담한다. 하지만 조 대위는 청와대에서 구매한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제에 대해 “환자 처방 정보는 의료법상 비밀누설 금지 조항에 위반되므로 말할 수 없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프로포폴 처방 여부 역시 같은 이유로 “밝힐 수 없다”라고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평소 보톡스, 주름 제거 등 미용 시술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제가 알고 있는 한”이란 단서를 붙여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 자신이 간호사 신분으로 의무실장과 주치의의 결정을 따르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했다.③ 비선 진료 실체는? 조 대위는 ‘비선 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에 대해 “본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청와대에 들어가 비타민 주사를 간호장교와 함께 처치했다”라는 김 원장 주장과 일치한다. 하지만 조 대위는 주사제 성분을 묻는 질문에 “성분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 의무실장과 주치의 입회하에 (처방된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타민 주사제 등 각종 주사제는 간호사들이 직접 개별 의약품(앰풀)을 들고 환자 앞에서 수액과 함께 섞은 후 혈관에 투입한다. 즉 의료 관행상 간호사가 주사제 성분을 모를 수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④ 대통령 혈액은 왜 차움으로 갔나 보건 당국 조사 결과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혈액을 채취해 차움의원으로 가져가 최 씨 이름으로 검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 대위는 대통령이 외부 병원에서 진료나 시술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한 부분은 국가기밀”이라고 답했다. 각종 의혹을 풀 열쇠로 지목된 대통령 주치의, 청와대 의무실장, 의무실 간호장교 등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의료 관계자들은 말을 맞춘 듯 ‘의료법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히거나 “상대방 관할이다”, “난 지시에 따랐다”라는 식으로 정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 진료를 실질적으로 총괄해 온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이 직접 나서서 정확한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세월호 참사 당일(2014년 4월 16일) 청와대에서 근무한 간호장교 2명 중 1명인 조 모 대위(28)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료 진료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의 육군 시설관리사령본부 내 병원에서 연수 중인 조 대위는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 20여분 간 전화 인터뷰를 갖고 "사건 당일 내 기억으로는 (내가) 관저에 가지도 않았고, 의료와 무관하게라도 그날 박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날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는 당시 또 다른 청와대 근무 간호장교인 신 모 전 대위의 언론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설명이다. 올해 2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자대에 복귀한 뒤 8월부터 미국에서 연수 중인 조 대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의무실 소속 간호장교들이 박 대통령에게 주사 처방 등 의료행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쥔 인물로 주목받아 왔다. 조 대위는 주로 대통령 관저에서 근무했다는 항간의 관측에 대해 "나는 관저에서 근무한 적이 없고 청와대 내 의무동에서 근무했다"고 부인한 뒤 "세월호 참사 당일 신 모 전 대위와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근무 후 6개월 만에 미국 연수를 간 게 특혜이거나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감안한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미 2015년 여름에 '중환자 간호과정' 연수에 지원했고 정상적 서류를 통해 (연수를 왔다)"며 부인했다. 조 대위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내에서 보톡스 주입이나 주름제거 등 미용시술을 받았느냐"는 질문엔 "(내가 2년 간 근무하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한 없다"고 말했다. 조 대위는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에게 정맥 주사, 피하 주사를 놓은 적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정맥주사나 피하주사를 놓은 적은 있지만 (주사) 성분은 의무실장과 주치의님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위는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외부 의료기관에서 '비선 진료' 여부 △마늘주사 등 투여 여부 △프로포폴 투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의료법을 거론하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조 대위는 이 같은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환자 정보의 공개는 의료법상 기밀누설 금지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에 답할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는 같은 의료법 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 청와대 내 미용 시술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안 한 것은 안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국방부에 인터뷰를 자청했다"며 "국민으로서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프지만 국민의 알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로부터 제 신상이 공개되고 저를 만나자는 분들이 쇄도하면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위는 인터뷰 도중 두 차례 울먹였고,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망설이다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인터뷰에 응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아시아계 ‘호랑이 부인’이 미국 야당 퍼스트레이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재건 공약을 수행할 장관에 발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새 행정부의 교통장관에 대만계인 일레인 차오 전 노동장관(63)을 발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74·켄터키)의 부인이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경력과 영감을 갖고 있는 일레인은 우리의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는 니키 헤일리 주유엔 대사(인도계), 시마 베르마 의료서비스센터(CMS) 센터장(인도계) 등 아시아계 여성 3명을 고위직에 포진시켰다. 복지부 산하인 CMS는 메디케어(고령층 의료 지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 지원)를 담당하는 기구다. 존스홉킨스대 출신으로 인디애나 주 정책고문을 맡고 있는 베르마는 인디애나 주지사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오는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교통부 부장관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8년 동안 노동장관을 지낸 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장관이다. 8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뒤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거쳐 뱅크오브아메리카 부사장 등으로 일하다 부시 부자(父子)에게 잇달아 발탁돼 행정 경험을 쌓았다. 노동장관 시절 규제 개혁을 밀어붙였고, 2003년엔 존 스노 당시 재무장관과 버스를 타고 미 전역을 돌며 부시 행정부의 세금 감면 정책을 홍보하는 강단을 보여줬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내 야당 수장(首長)으로 위세를 떨쳤던 매코널의 부인을 교통장관에 발탁한 것은 남편과의 관계를 감안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차오를 거쳐 매코널이 장악한 상원의 지원을 얻겠다는 것이다. CNN은 “차오의 발탁은 일종의 ‘BOGO(Buy One Get One·하나 사면 덤으로 하나 더 주는 것)’ 거래”라고 평가했다. 차오는 40세이던 1993년 상원의원으로 잘나가던 매코널을 만나 결혼했다. 11세 연상인 매코널은 재혼이었다. 차오는 결혼 후에도 성(姓)을 바꾸지 않았고, 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때는 남편을 돕는 데 진력했다. 2014년 남편의 상원의원 선거에선 후원금 내용을 직접 챙기는 등 선대위원장 역할을 했다. 당시 매코널이 6선에 성공한 뒤 “내 가장 큰 무기는 일레인”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평소에는 고령의 남편 건강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 초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우연히 만난 매코널은 부부 동반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매코널은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했지만 차오는 “기름기가 너무 많다. 샐러드 드시라”고 했고 결국 부인 뜻대로 됐다. 이런 입지전적인 경력과 억척스러운 기질 덕분에 차오는 워싱턴 정가에서 ‘호랑이 부인’ ‘티타늄 여사’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매코널이 각종 협상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승부사라 ‘다스베이더’(영화 ‘스타워즈’의 악역)로 불리는 것을 보면 별명도 부창부수(夫唱婦隨)인 셈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대해 “미국은 평화적 시위와 집회 권리를 계속 지지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정치적 시위와 관련한 보도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다. 국민은 당연히 정부에 대한 우려를 (거리로) 나가서 말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커비 대변인은 미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얘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매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한국에 대한 우리의 방위 약속을 조금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자 친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한국 대통령은 나라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당장 검찰을 만나 최순실과의 관계를 모두 털어놓아야 하고 아니면 즉각 사임해 한국이 몇 달, 몇 년간 마비와 정치적 다툼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검찰 수사와 하야를 촉구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내각의 최고위직인 국무장관 지명을 놓고 내부 진통을 겪으면서 제3의 카드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이 부상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28일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회동했다. 당초 트럼프는 탕평 인사 차원에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국무장관으로 검토했으나 측근들이 “트럼프를 비난한 사람은 안 된다”고 맞서 또 다른 유력한 후보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비롯한 퍼트레이어스 등 대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퍼트레이어스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한 시간 정도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트럼프도 트위터에 “(만남에서) 매우 감명 받았다”고 전했다. 퍼트레이어스는 중부군사령관과 이라크전을 이끈 국제안보지원군(ISAF)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으로 국무장관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퍼트레이어스는 미국의 지금까지의 중동 전략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며 “퍼트레이어스의 관점은 트럼프보다 존 케리 국무장관에 더 가깝다”고 분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사설에서 “롬니를 선호하지만 논의가 지나치게 분열적이라면 넓은 전략적 시야를 갖추고 외교와 힘을 사용할 때를 분별할 줄 아는 퍼트레이어스를 고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IA 국장 시절 자신의 전기 작가와 불륜 관계였던 사실이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기밀문서까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나 불명예 사임한 전력이 최대 약점이다. 지난해 4월 기밀 누설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 2년에 벌금 10만 달러가 선고됐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클 플린, 국방장관 물망에 오르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에 이은 또 다른 군 출신 인사라는 점도 흠이다. WSJ는 “트럼프의 핵심 인사 선임이 정권인수위원회 내 주도권 다툼으로 늦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수석고문 내정자인 켈리언 콘웨이는 28일 CNN 인터뷰에서 “반(反)트럼프 운동에 앞장선 롬니가 내각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는 수많은 목소리를 듣고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온건파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일부 참모는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안정감 있는 롬니를 여전히 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29일 또 다른 국무장관 후보인 공화당 소속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회동한 뒤 롬니를 다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