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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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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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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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이세형]미네르바대 학장의 조언

    하버드대 심리학과에 32년간 재직했던 교수. 사회과학대 학장을 지냈고, 탁월한 연구 성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석학. 특히 심리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육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하버드대의 교육개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독특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계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공부하는 방식 덕분에 ‘스타트업 대학’ 혹은 ‘새로운 모델의 대학’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대학을 이끌고 있다. 바로 스티븐 코슬린 미네르바대 학장이다. 대학 교육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코슬린 학장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학은 어떤 곳일까. 최근 미네르바대의 국내 협력대학인 한양대와 융합교육 및 교육방법 혁신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코슬린 학장은 인터뷰 내내 ‘잘 배울 수 있는 대학’을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이른바 연구중심대(대학 운영의 중심을 교수 연구 성과 높이기에 둠)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다양한 국제 대학평가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대학들이지만 학생 교육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교육 내용과 방법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코슬린 학장이 ‘하버드대 교수’란 타이틀을 버리고 미네르바대로 옮긴 이유도 제대로 학생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교수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철저히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이뤄지는 연구중심대에선 학부생 교육에 대한 역량이 모아지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연구중심대에선 교수가 학생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기 어렵고, 교육 방식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보다 학생 교육에 훨씬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래야 대학이 배출하는 학생들이 미래에도 경쟁력 있게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슬린 학장의 이런 지적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교수 연구 성과 높이기에 집중해온 한국의 대학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명문대들은 국내외 대학평가들이 교수 연구 성과를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분야 중심의 발전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평가기관 중 하나인 영국 QS가 올해 진행한 세계대학평가(올 6월 기준)에서 한국 대학들은 100위 이내에 4곳, 101∼200위 이내에 3곳이 들었다. 비슷한 경제·인구 규모를 지닌 나라 중에선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심지어 QS 대학평가에서 200위 안에 든 한국 대학들의 순위는 미국 ‘아이비리그’(하버드대 등 동부 8개 명문 사립대)에 속하는 다트머스대(169위)보다 모두 높다. 다트머스대는 미국 최상위권 대학 중 대표적으로 학부 교육 중심의 대학 운영을 지향하는 곳이다. 교수 연구보다 학생 교육에 역량을 집중하는 학풍이다 보니 연구 성과를 비중 있게 평가하는 QS 평가 같은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트머스대에서는 ‘학부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연구에 대한 지원도 학부 교육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식의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다트머스대의 모습은 미네르바대 못지않게 한국 대학가에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대학 간 경쟁에서 연구 성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동시에 명문대들, 조금 과장하면 사실상 모든 주요 대학이 연구중심대를 지향하는 한국의 모습이 정상적인 것만은 아니란 점을 증명한다. 국내 대학들은 학생 수 감소와 취업난 등으로 대학 교육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게 이는 위기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생 교육을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대학은 한국 대학들에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사회 진출 성과가 나온다면, 학생들은 취업난을 이겨 나갈 수 있고 대학은 현실에 꼭 필요한 공부를 잘 가르치는 대학이란 명성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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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하원 “북핵 대응력 증강”… 784조원 국방예산안 통과

    미국 하원이 북한 핵위협 대응 관련 비용 등 총 7000억 달러(약 784조 원)로 책정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국방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14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방비를 지난 회계연도(6190억 달러·약 693조2800억 원)보다 약 13.1% 인상한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예산 중 북한 핵위협과 관련된 미사일 방어력 증강 비용으로 123억 달러(약 13조7760억 원)가 책정됐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관련 비용으로 99억 달러(약 11조1000억 원)를 요청했지만 24억 달러(약 2조6760억 원)나 늘었다. 한편 유엔은 14일 북한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북한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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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게이츠 “알츠하이머 퇴치에 1120억원 기부”

    에이즈, 결핵, 소아마비 등 질병 퇴치에 거액을 기부해 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62·사진)가 이번에는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13일(현지 시간) AP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알츠하이머는) 우리 인생 후반부를 괴롭히는 질병 중 하나이고 사회에 큰 위험이 되는 병”이라며 병 퇴치에 총 1억 달러(약 112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자신이 운영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아닌 개인 돈으로 치매 관련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치매 발견 기금(DDF)’에 5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나머지 5000만 달러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된다. 스타트업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류에서 벗어난 연구를 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계획이다. 게이츠가 알츠하이머병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건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친이 조만간 92번째 생일을 맞이한다고 밝힌 게이츠는 “가족 중 여러 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며 “80대 중반이 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50% 가까이 되고, 의미 있는 치료법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10대 질병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이 병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적 능력이 떨어져 고생하는 모습을 보는 건 끔찍하다”며 “아는 사람의 점진적인 죽음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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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미네르바大 코슬린 학장 “연구중심대학, 창의인재 육성엔 한계”

    “한국 대학들이 국제평가에서 순위 올리기를 지향한다면 지금처럼 연구성과 중심의 대학 운영을 하면 됩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시민의식을 갖추고 혁신적인 사고로 국가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인재 양성이 목표라면 이런 식의 대학 운영이 바람직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파격적인 학사관리로 유명한 미국 미네르바대의 스티븐 코슬린 학장(69·사진)은 13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 대학은 100% 온라인 세미나식 수업, 전원 기숙사 생활, 재학 중 세계 7개 도시(서울, 샌프란시스코, 베를린, 런던, 타이베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하이데라바드)에서 공부하기 같은 독특한 학사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네르바대의 한국 내 유일한 협력대학으로, 최근 융합교육과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혁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한양대는 코슬린 학장을 초청해 ‘고등교육의 미래’를 논의했다. 코슬린 학장은 “연구 중심 대학들은 대학 운영의 중심이 연구에 너무 집중돼 있어 학부 교육에는 신경을 못 쓰고, 교육 효과 개선 작업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며 “하버드대 교수 시절 교육개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단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 방식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32년간 재직했던 하버드대 심리학과를 떠나 신생 대학인 미네르바대에 합류한 가장 큰 이유도 다양하고 혁신적인 교육 기법을 활용해 미래에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과 융합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데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코슬린 학장은 “미네르바대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하면서도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하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교육이 ‘오프라인 강의’보다 우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대 19명 이하로 진행되는 미네르바대 수업들은 학생들의 참여와 교수의 피드백이 자동적으로 측정, 관리되고 리얼타임 토론도 가능하다”며 “일반적인 오프라인 강의보다 교육 효과가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네르바대의 교육 방식은 주목받고 있다. 200여 명이 입학한 2017년 9월의 경우 총 2만50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고, 재학생의 국적이 60여 개국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슬린 학장은 “첫 입학생(2014년 입학)이 졸업하는 2019년에는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우수한지 증명될 것”이라며 “창업, 예술, 교육, 의학과 법학 전문대학원 등에서 졸업생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니며 쌓은 언어와 문화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이해력 등도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대학을 포함한 기존 대학들에 주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코슬린 학장은 “교육 방법 개선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미 진행됐다”며 “적어도 연구를 통해 입증된 개선 방안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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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 에브리싱’ 사우디 왕세자의 불안한 독주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32·사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뉴스메이커가 됐다. 왕자 최소 11명을 포함해 정·관계 주요 인사들을 부정부패, 업무과실 등의 혐의로 체포 또는 직위해제하는 ‘사우디판 적폐청산’ 작업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번 숙청 작업은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고 정예군인 국가수비대 장관으로 한때 왕세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를 큰 무리 없이 체포했다는 건 사실상 군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라며 “본격적인 왕위 계승 작업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며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수차례 회동해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고, 아랍권의 적국인 이스라엘도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로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성향도 갖췄다. 또한 △여성 운전 허용 △친환경 신도시 건설 △비(非)석유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 사우디 ‘개혁의 아이콘’과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무함마드의 사우디’가 점점 현실이 되면서 그의 문제점도 부각되고 있다. 주변에 비판자나 조언자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사우디 정세에 밝은 한 소식통은 “아버지(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도 더 이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책이나 방침에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많다”며 “국정 경험이 부족한 30대 젊은 리더가 주변에 강력한 조언자나 비판자가 없다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본 많은 사람들이 ‘똑똑하고 실용적이며 소탈한 면도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가 신중함과 인내심을 갖췄다는 평가는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안팎에선 △카타르 단교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 △사우디 내부 시아파 탄압 △예멘 후티 반군 공습 등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밀어붙인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는다. 카타르 단교와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은 오히려 이란의 힘만 키워주는 결과를 낳았다. 예멘 공습은 예멘의 기근과 콜레라 창궐 등을 심화시켜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문제만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자국 내 시아파 탄압으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사우디는 최근 동부 시아파 거주 지역에 대대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웃 나라 카타르처럼 사우디도 살만 국왕이 살아 있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줄 수 있다는 전망도 끊이질 않는다. 이 경우 무함마드 왕세자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살만 국왕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위에 오를 경우 어떤 인사를 왕세자에 책봉하느냐가 큰 논란거리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왕세자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는 국정 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다. 결국 무함마드 왕세자의 나이를 고려할 때 누구를 책봉하든 간에 잠재적으로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기득권을 잃게 될 왕족들의 불만으로 내부 갈등이 강하게 터져 나오고 다양한 형태의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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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vs 이란 ‘포스트 IS’ 주도권 다툼… 중동에 다시 戰雲

    이슬람국가(IS)가 마지막으로 점령하고 있는 도시인 시리아 동부 아부카말을 놓고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다. 12일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反)IS 진영(시리아 정부군과 민병대)이 9일 아부카말을 장악했으나, 10∼11일 IS가 반격을 통해 도시를 재장악했다. 또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가 아직 아부카말에 남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비록 IS의 마지막 도시 점령지를 놓고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IS는 자칭 수도였던 시리아 락까와 경제 중심지였던 이라크 모술을 잃는 과정에서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사실상 ‘포스트 IS 시대’가 개막됐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중동은 다시 위험한 화약고가 되어가고 있다. 중동의 핵심 세력이며 지역패권·영토·종교 등을 놓고 서로가 주적 관계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수, 자원 보유 규모, 군사력 등에서 월등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아랍의 대표 주자 사우디가 아랍권의 ‘공통의 적’ 이스라엘과 사실상 협력에 나서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이란은 IS 퇴치 과정에서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 주변국들에 파격적인 군사, 자금 지원을 하며 ‘작은 이란’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레바논·이라크 등서 부딪치는 사우디와 이란 현재 가장 부각되는 건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맹주인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다. 두 나라는 아직 군사적으로 직접 충돌하진 않았다. 그러나 레바논과 예멘을 시작으로 이라크와 사우디 동부같이 종파 혹은 지리적으로 ‘중간 지대’에서 지속적으로 충돌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레바논이 뜨겁다. 4일 사우디는 자국과 교전 중이며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이 이란산 미사일을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에 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親)사우디파이며 사우디 이중 국적자이기도 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4일 사우디 방문 중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배경에도 이란과의 갈등이 있다. 하리리는 이란의 간섭과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레바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시아파 무장단체)의 암살 위협을 사퇴 이유로 꼽았다. 일각에선 이란과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레바논에서 계속 커지자 사우디가 하리리를 물러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사우디는 하리리 사퇴 뒤에도 노골적으로 헤즈볼라와 이란을 비판하고 자국민의 레바논 탈출을 지시하는 등 긴장을 키우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10일 예멘 후티 반군이 장악한 수도 사나에 있는 국방부에 전투기들을 동원해 두 차례 공습을 진행하는 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 위치해 있어 두 나라가 동시에 ‘자기편’ 만들기 작업을 진행 중인 이라크와 시아파 인구 비율이 높은 사우디 동부 지역에서도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사우디 동부 지역은 이 나라의 유전과 담수화 시설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동시에 시아파들의 반정부 정서도 강하다. 이란으로선 사우디 동부의 시아파들이 사우디의 돈줄(원유)과 생명줄(물)을 동시에 흔들 수 있는 카드인 것이다. 해외의 한 사우디 전문가는 “이란은 사우디와 갈등이 커질수록 사우디 동부 지역 민심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라며 “이 경우 원유와 물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사우디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리아, 헤즈볼라와 충돌 가능성 커진 이스라엘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이용해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두 나라는 최고위급 인사들 간 비밀 회동과 정보 교환을 공공연히 늘리고 있다. 국경을 헤즈볼라 통제 지역과 맞대고 있어 이들을 피부에 와 닿는 주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적극적으로 헤즈볼라 공격 또는 견제에 나설 수 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2006년에 전쟁을 치른 경험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 아래 그동안 군사적, 정치적 역량이 커져 이스라엘로서는 큰 부담”이라며 “이스라엘은 언제든 강한 대응을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 김수연 기자}

    •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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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당신은 스트롱맨… 북핵 해결을”, 시진핑 “대북제재 효과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뒤 베이징에서 미국 매체들과 만나 “시 주석은 안보리 대북 제재가 즉각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시 주석이 제재는 (북한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라는 결과로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면서도 “시 주석의 견해로도 북한 정권이 제재의 효과(영향)를 완전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제재의 압력을 느끼고 있어 제재 효과가 있으며 김정은의 태도 변화 때까지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당신은 스트롱맨이다. 북한의 매우 강력한 이웃이고 그들 무역 경제활동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시 주석이 나를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북한을 고립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틸러슨 장관이 전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요구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는 유보 입장을 표시하면서 중국 내 북한 계좌 폐쇄,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 추방에 대해서는 이행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있는 자국 노동자 17만 명에 대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말까지 귀국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아사히신문이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유엔 제재 결의를 수용한 중국과 러시아가 더 이상 북한 노동자를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귀국 명령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봉제공장 직원 및 식당 종업원 등 12만 명, 러시아에 벌목공 등 5만 명을 파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파트너인 중국인 경영자의 사정을 고려해 일단 8만 명을 연말까지 귀국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내년 중 철수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중국에 전한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이 60일 동안 핵무기나 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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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T, 타임워너 인수하려면 CNN 팔아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거대 통신기업인 AT&T에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면 CNN을 매각해야 한다”는 다소 특이한 합병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악연인 CNN에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CNN이 자신을 자주 비판한 것에 불만을 품고 ‘가짜 뉴스’라고 비난해왔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8일 매각 협상에 관여한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법무부가 AT&T 측에 CNN을 매각해야 타임워너 인수가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AT&T는 미국 2위 통신기업이고, 타임워너는 CNN을 비롯해 TBS, HBO, 워너브러더스 등을 소유한 종합 미디어 기업이다.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를 그대로 인수할 경우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독점과 시장 경쟁 저해 등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845억 달러·약 95조 원) 계획은 지난해 10월 발표됐으나 이를 ‘나쁜 거래’라고 비판한 트럼프가 한 달 뒤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AT&T는 타임워너 인수 과정에서 CNN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매각 협상이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미디어업계에선 CNN에 대한 트럼프의 반감이 워낙 커 법무부가 지금과 같은 강경한 방침을 바꾸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T&T 입장에서도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압도적인 CNN을 포기하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편 중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당선 1주년을 맞이해 자신의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올리며 대선 경쟁자였던 클린턴을 비꼬아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개탄스러운(Deplorables) 사람들’과 선거인단 득표에서 압도적(304 대 227) 승리를 안겨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개탄스러운 사람들’이란 클린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비판할 때 사용했던 표현이다. 클린턴은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성소수자 기부 행사 때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s)으로 부를 수 있다. 이들은 인종과 성 차별을 하고 동성애, 외국인 이슬람 혐오 성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발언은 트럼프 지지층을 단결시켜 클린턴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당선 1주년을 맞이한 상황에도 낮은 수준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CNN이 2∼5일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6%로 한 달 전에 비해 1%포인트 떨어졌다. CNN이 1월 취임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때 지지율(44%)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4%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라는 게 자랑스럽지 않다’고 밝혔고, 국정 수행 지지 여부에 대해서도 58%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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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왕양-딩쉐샹, 시진핑 좌우 포진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단독 정상회담 뒤 이어진 확대 정상회담장. 이날 핵심 이슈가 중국의 대규모 미국 투자로 압축되면서 배석한 측근 가운데 경제통상 분야 참모들에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 주석 바로 오른쪽에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7명)에 새로 진입한 경제전문가 왕양(汪洋) 부총리가 앉았다. 왕 부총리는 이번 트럼프 방중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통해 트럼프 방중의 최고 성과인 2535억 달러(약 284조 원)어치 양국 기업 간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의 옆에는 시 주석의 최측근 경제 책사로 이번에 새로 정치국 위원에 진입한 신실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자리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중산(鐘山) 상무부장도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뤄 왔다. 기업인 출신으로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낸 로스 상무장관은 확대 정상회담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무역 장벽을 쌓는 중국의 무역 전략을 꾸준히 비판해온 인물로 이번 방중 때도 에너지와 원자재 부문으로 이뤄진 29명의 기업 대표단을 동행시켜 “즉각적인 성과와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큰소리쳤다. 회담장에 얼굴을 드러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오른쪽에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대사가 앉았다. 브랜스태드 대사 옆에는 정통 군인 출신으로 안보 전문가로 분류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리했고 틸러슨 장관 옆에는 라이트하이저 대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핵심 실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차례로 앉았다. 배석자 중 한 명인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틸러슨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 중 연설문 작성에도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왼쪽에는 역시 최측근으로 정치국 위원(25명)에 발탁된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앉았다. 시진핑 1기에서 정상회담 등 국내외 일정에 빠짐없이 시 주석 양옆에 배석했던 리잔수(栗戰書)와 왕후닝(王호寧)이 상무위원에 오르면서 배석자에서 빠지는 대신 리잔수 후임인 딩쉐샹과 시 주석 1기부터 경제무역 외교를 지휘해온 왕양 구도로 바뀐 것이다. 역시 이번에 정치국 위원이 된 미중 관계 전문가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 등 외교안보 라인이 참석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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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판까지 원고 수정… ‘트럼프의 펜’ 밀러 작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일 한국 국회 연설문은 이미 수주일 전부터 구상과 수정 작업이 이뤄져 왔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현장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깐깐한 스타일 때문에 낭독 직전까지 수정이 이뤄졌다. 이날 국회 연설이 예정보다 20여 분 늦어진 것은 원고 수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지대(DMZ) 방문이 취소됐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한 연설 내용 일부를 빼는 과정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깜짝 발언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박성현 선수와 한국 골프를 칭찬하는 대목을 연설 직전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원고 작성과 수정은 이번 아시아 순방을 동행하고 있는 ‘트럼프의 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고문(사진)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밀러 고문의 순방 동행 사실을 전하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의 연설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구체적인 인권 유린 사례 등은 밀러의 보수적인 시각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설립된 ‘북한임무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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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금성 통째로 비워 만찬… 오바마도 못받은 ‘파격 접대’

    “아라벨라에게 A+를 줄 수 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오후 중국을 처음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이징 쯔진청(자금성) 내 남서쪽의 보온루(寶蘊樓)에서 차를 마시고 환담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패드를 꺼내 외손녀 아라벨라(이방카의 딸)가 중국어로 노래 부르고 송나라 때 아이들에게 문자 교육용으로 사용한 교과서 삼자경(三字經)과 중국 옛 시를 암송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아라벨라의 중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칭찬하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시 주석은 아라벨라가 이미 중국에서 ‘꼬마 스타’라며 “외손녀도 중국에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두 정상 부부는 차를 마시며 환담한 뒤 황제가 관료들을 접견하던 정전(正殿)인 태화전을 둘러보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특히 두 정상 부부는 태화전-중화전-보화전으로 이어지는 쯔진청의 주요 전각을 과거 황제들만 다녔던 동선을 따라 걸으며 관람했다. 시 주석이 쯔진청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감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궁문물복원센터를 방문해 중국 문물을 둘러보면서 서화 제작과 도자기 채색 등 체험도 했다. 이어 청나라 시대 연극 공연장이었던 쯔진청 내 창음각(暢音閣)에서 손오공 이야기인 미후왕 등 경극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을 보며 간혹 박수를 치긴 했지만 특별히 환호하거나 웃음을 짓지는 않았다. 매일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던 쯔진청은 이날 하루 임시 휴관해 미중 정상 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됐다. 경극을 본 두 정상은 쯔진청 북서쪽의 건복궁(建福宮)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함께했다. 건복궁은 청나라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건륭제의 화원으로 쯔진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황제 의전’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쯔진청으로 향했다. 미국 대통령이 쯔진청에서 중국 최고지도자와 만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쯔진청을 방문해 내부를 관람하기만 했다. 미중 정상 부부는 애초 알려졌던 양심전(養心殿) 내 삼희당(三希堂)이 아니라 보온루에서 차담을 나눴다. 보온루는 1915년에 완공된 서양식 건물로, 청나라 황실의 보물 23만여 점을 보관하던 곳이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가 10일 오전 중국을 떠나기 전 만리장성과 베이징 동물원을 방문해 중국 시민들과 교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위터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는 트위터 생중계를 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트위터 접속이 금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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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예멘반군 미사일 배후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이 예멘 후티 반군을 배후에서 조종해 자국을 공격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각각 이슬람교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슬람국가(IS) 퇴치 전쟁과 쿠르드족 독립 움직임 등으로 혼란스러운 중동의 긴장도가 더 올라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의 정적 숙청으로 혼란에 빠진 사우디가 내부 불만과 혼란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우디는 6일 이틀 전 탄도미사일이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으로 발사된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밝혔다. 아델 알 주바이르 사우디 외교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영토에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발사한 이란 미사일이었다”며 “우리는 이를 전쟁 행위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태 초기 사우디는 헤즈볼라를 배후로 지목했다. 하지만 주적인 이란을 직접 언급하며 ‘몸통’을 공격하고 있다. 사우디 발표에 대해 바흐람 까세미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사우디의 미사일 관련 주장은 허위이며 무책임하고, 파괴적이고, 공격적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부패 등의 혐의로 왕자 11명을 포함해 전현직 정·관계 고위 인사 수십 명이 체포되거나 자리에서 물러난 사우디의 숙청 작업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사우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큰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이 가혹하게 다루는 이들 중 일부는 수년간 자기 나라를 쥐어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이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적 숙청 작업을 지지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찾았고,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의 주적인 이란에 대해서도 “핵 합의는 최악의 거래”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 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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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제조업체 없는 이스라엘, 자율주행 스타트업 중심지로

    지난달 29일 방문한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기업 ‘모빌아이’ 본사의 연구개발실은 다양한 자동차 실험을 진행하는 엔지니어들로 붐볐다. 실험 중에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자동차에 적용하는 게 많았다. 대학 연구실 또는 공작실을 연상케 하는 자유로운 옷차림의 엔지니어들은 큰 소리로 토론을 해가며 실험을 진행했다. 히브리대 컴퓨터공학과 암논 샤슈아 교수가 설립한 모빌아이는 자동차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선을 바꾸는 것 같은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올해 3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에 153억 달러(약 17조 원)에 인수된 이 회사는 이스라엘 경제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첨단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가치를 인정받아 비싸게 유명 기업에 팔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 메이커가 없는 이스라엘이 미래형 자동차 기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아워크라우드’의 존 메드베드 대표는 “수지타(1970년대 생산됐던 이스라엘 기업의 자동차 모델)가 생산이 중단된 뒤 이스라엘에서 다시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비록 완성차 메이커는 없지만 소프트웨어, 친환경, 첨단 에너지 관련 기술이 자동차에 대거 적용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이스라엘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로 몰려오는 자동차 기업들 현지 벤처투자업계는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5000여 개 가운데 500여 개가 미래형 자동차 기술 관련 업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도 많다. 다임러, 피아트, 제너럴모터스(GM) 같은 완성차 업체는 물론이고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보쉬와 LG전자 등도 이스라엘에서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텔아비브에서 진행된 ‘2017 대체연료&스마트 모빌리티 서밋’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전기자동차 △교통정보 분석 서비스 △자동차 및 운송장비용 친환경 연료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등 이른바 미래형 자동차 관련 기술에 대한 이스라엘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총 40여 개의 관련 업체가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는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미래 자동차 기술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편리하게 타고 다닐 수 있는 전기차를 개발한 ‘시티 트랜스포머’의 경우 이미 일본의 야마하 같은 비(非)자동차 기업도 관심을 보이며 협력하고 있다. 또 전기를 연료로 삼는 자동차 경주용 카트를 개발한 스타트업인 ‘그립’도 관심을 끌었다. 엘리 그로네르 총리실 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대체연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정부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2015년부터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육성으로 투자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대체연료 기술이 미래 자동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이고, 갈수록 자동차 개발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진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에 R&D센터를 만들지 않은 현대자동차와 독일 폴크스바겐도 각각 지영조 전력기술본부장(부사장)과 피터 해리스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서밋에 파견해 이스라엘의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는 내년 이스라엘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다양한 미래 자동차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은 규모 면에선 작지만 현대차가 1위, 기아자동차가 2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좋다”며 “현대차 R&D 시설이 들어서면 협력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보안과 항공 기술 대거 자동차에 적용 현지 전문가들은 향후 이스라엘 내 미래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스라엘이 강세를 보여 온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항공, 친환경 에너지 등의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미래 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밋에 참여했던 ‘가드 녹스’ 같은 스타트업의 경우 원래 공군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던 경험이 있다. 창업과 특허 개발에 적극적인 이스라엘 대학들도 미래 자동차 관련 기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컴퓨터 분야의 경우 교수진을 확충하는 건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아카데믹한 연구에 치중했던 학풍도 바꾸고 있다. 히브리대 기술이전센터인 ‘이숨’의 타미르 후베르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근에는 실용적인 연구를 해 왔거나, 실무 경력이 있는 교수에게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샤슈아 교수도 현재 연구 못지않게 스타트업 창업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텔아비브·예루살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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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론 없는 한국의 기업문화 이해안돼… 경직된 조직선 창의적 스타트업 불가능”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은 탁월합니다. 그런데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는 매우 약하더군요.” 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난 정보기술(IT) 기업 ‘무빗’의 니르 에레즈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사진)는 현지 스타트업 문화와 창업 경제를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유명 IT 기업과 회의를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반대 의견을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특이했다”고 설명했다. 무빗은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업체다. 현재 무빗 서비스는 사실상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에레즈 CEO는 무빗을 포함해 3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과거 창업했던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과 일한 적이 있다. 이때 한국도 다녀갔다. 그는 “한국 기업과 회의하던 중 내가 한 말을 우리 기업 직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판하자 오히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불안해했다”며 “경직된 조직문화와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절대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CEO와 인턴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고,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문화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창업가들이 존경받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레즈 CEO는 “내 자식들은 학교에서 법조인, 고위 공무원, 의사, 대학 교수, 글로벌 기업 임원 등을 부모로 둔 아이들 앞에서 아주 당당하게 ‘우리 아빠는 창업가야’라고 자랑한다”며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 창업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한 창업가들의 멘토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업가들이 성공한 뒤에 후배 창업가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 건 곤란하다”며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을 꾸준히 관리해 주는 건 힘들더라도 그들의 상담을 받아주고 자신의 의견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활동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에레즈 CEO는 해외 출장이 없을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대학생 등 젊은 예비 창업가들과 만난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상담을 요청하는 적극적인 창업 준비생들과는 꼭 만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레즈 CEO는 이스라엘 창업 문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마인드를 꼽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들은 일단 미국 시장부터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창업가들은 워낙 나라가 작다 보니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봅니다. 이게 큰 잠재력이고, 성공비결입니다.”텔아비브·예루살렘=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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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王家에 숙청 피바람… 왕자 11명 부패혐의 체포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숙청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사우디 반부패위원회가 부정부패 척결을 이유로 왕자 11명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 사업가 38명 등을 체포했다고 4일 사우디 국영TV가 보도했다. 왕실 법원 관계자인 바드르 알 아사케르는 트위터를 통해 “부패에 대한 역사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안보 당국은 고위 인사들의 해외 도주를 막기 위해 홍해 연안 지다에 있는 자가용 제트기를 이륙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대적인 체포 작전은 올 4월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 사우드를 밀어내고 왕세자에 오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가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벌인 것으로 보인다. 부패 혐의로 체포된 인사들 중에는 아랍권 최고 부자로 꼽히는 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포함됐다. 개인 재산이 32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현 국왕(무함마드 왕세자의 아버지)의 사촌 동생인 왈리드는 애플, 제너럴모터스(GM), 디즈니, 20세기폭스 같은 미국 유력 기업들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킹덤홀딩스를 소유하고 있다. 왈리드 체포 소식에 킹덤홀딩스 주식이 5일 크게 떨어졌다. 군대를 지휘할 권한이 있고, 한때 왕세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무타입 빈 압둘라 국가방위장관도 직위해제 된 뒤 체포됐다. 무타입은 1974년부터 군에서 활동해 온 사우디 왕자 중 대표적인 군 고위 인사로 꼽힌다. 지난달 말 한국과의 수교 55주년을 기념하기 위배 방한해 이낙연 국무총리와도 만났던 아델 파케이흐 경제기획장관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파케이흐는 무함마드 왕자의 사우디 경제개혁안인 ‘비전 2030’의 주무부처인 경제기획부를 이끌어 사우디 개혁 개방의 실무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2009년 지다 홍수와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이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 주요 정부 부처를 이끌었던 왕자와 고위 관계자들 다수가 계속 체포될 가능성도 높다. 사우디 안팎에서는 무함마드 왕자가 여성 운전 허용과 대규모 국토 개발 같은 개혁 개방 못지않게 잠재적인 반대파 숙청 작업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정치 전문가들은 “무함마드 왕자는 실용적인 성향 못지않게 권력 의지가 강하고 어린 나이에 왕세자에 올랐다는 부담도 크다”며 “다양한 강경책을 동원해 자신의 권한을 빠르게 강화해 나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우디는 이날 예멘 반군이 로켓 공격을 했지만 수도 리야드 상공에서 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사우디 정부가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따른 반발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예멘 반군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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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이슈/이세형]위기 속에 가까워진 이스라엘과 아랍

    이스라엘의 혁신 기술과 창업 경제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주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방문했다. 출장 마지막 날인 2일 아침 현지인들은 “오늘 새벽에 일부 지역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 혹시 사이렌 소리를 들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단순한 시스템 오작동이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라면서도 “일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최근 이스라엘 공군이 친(親)이란·반(反)이스라엘 성향이 강한 시리아 일부 지역을 공습했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도 이스라엘에 반격을 해 공습경보가 울렸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적인 느낌과 고전미가 잘 어우러진 도시 풍경과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기술 허브를 지향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현지 스타트업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대화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이스라엘의 엄중한 안보 현실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최근에는 비교적 조용했지만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도 대표적인 분쟁 국가인 이스라엘이 극도의 위험 지역이 되는 건 언제든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날따라 유독 많은 군인과 경찰이 거리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처럼 공습경보가 울렸다는 사실만으로 긴장하게 된 외국인(기자)과 달리 현지인들은 “과거보다 평화로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분위기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UAE에서 열린 ‘2017 아부다비 유도 그랜드슬램 대회’는 적잖은 이스라엘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이스라엘 선수 5명이 메달을 땄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스라엘 선수와의 악수를 거부한 UAE 선수의 행동에 대해 이 나라 체육계의 고위 인사들이 이스라엘 측에 ‘사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스라엘 선수단도 ‘비록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를 금지하고 있음)는 없었지만 UAE 측이 대회 기간 내내 배려를 해줬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아워크라우드’를 운영하는 존 메드베드 대표는 이스라엘 경제 현황을 설명하던 중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비중 있게 설명했다. “아부다비 유도 대회에서 벌어진 일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스라엘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던 큰 리스크 중 하나가 축소되고 있고, 미래가 그만큼 밝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별다른 제한 없이 사용하는 아랍 국가도 많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무빗’은 사우디, UAE, 바레인 같은 아랍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빗 관계자는 “우리 서비스를 막겠다는 반응을 보인 아랍 국가는 아직 없다. 북한 빼고는 사실상 어느 나라에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웃었다. 이스라엘이 비밀리에 오랜 앙숙 사우디와 고위 인사 회동 및 지역 정세 협의 등을 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필요한 조치다”라는 반응이 많았다. 또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가 추진 중인 △여성 운전 허용 △탈석유 전략 △국토개발 프로젝트 등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에는 자체적인 긴장 완화 필요성 못지않게 이란의 부상이란 변수가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모두 적으로 여기는 이란이 ‘핵 합의’를 바탕으로 영향력이 확대되자 대(對)이란 견제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란은 중동국가 중 인구 규모, 석유와 가스 매장량, 과학기술과 교육 수준 등 종합적인 역량을 볼 때 가장 돋보이는 나라다. 어떤 형태로든 공동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새로운 화해 움직임은 향후 △지역 패권 경쟁 △팔레스타인 분쟁 △이슬람국가(IS) 퇴치 뒤 시리아와 이라크 재건, 나아가 미국과 유럽의 중동정책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줄 것이다. 또 국익과 정세 변화에 따라 국가 관계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도 느끼게 해준다. 중동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많지 않지만, 복잡한 국가 간 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는 동북아에도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텔아비브·예루살렘에서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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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트럼프 마음 사기… ‘황제골프’ 대접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첫 방문국인 일본에 도착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북 대응과 무역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정상이 통산 다섯 번째 만남,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통해 친밀감을 과시하면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에 일본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고 북핵 문제 등에서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사이타마(埼玉)현 가스미가세키(霞が關)골프장으로 초대해 9홀 라운드를 가졌다. 클럽하우스에서 통역만을 동석시킨 뒤 미국산 쇠고기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마친 두 정상은 오후 1시경부터 일본 최고의 프로 골퍼인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 선수와 라운드를 했다. 여성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아 남녀 차별 논란을 일으켰던 곳인 데다 세계 랭킹 4위 선수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남성 위주의 황제 골프라는 비난이 일본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를 본떠 ‘도널드 & 신조: 동맹을 더욱 위대하게(Donald and Shinzo: Make Alliance Even Greater)’라고 적힌 흰색 모자를 선물하고 함께 서명하는 이벤트를 가지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도중 두 정상은 함께 그린을 걸어가며 대화를 나눠 미일 관계는 물론이고 다음 순방지인 한국 중국 등과 관련한 의제도 사전에 논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6일 정상회담 이후 아베 정권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내세운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표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일본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나아가게 되는 셈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두 나라가 주도하는 중국 견제 목적의 전략이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중국과도 잘 지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외교적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고, 미중 사이의 균형외교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력 증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내는 한편 가급적 경제 분야로 화제가 옮아가지 않도록 한다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이세형 기자}

    • 20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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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44배 규모 사막신도시…사우디 왕세자의 ‘개혁 야심’

    ‘수도 리야드의 북서쪽 홍해 인근 사막과 산악 지대에 서울 면적의 약 43.8배(2만6500km²)에 이르는 첨단 미래형 도시 개발. 총예산 약 5000억 달러(약 565조 원).’ 사우디아라비아의 ‘미스터 에브리싱’ 혹은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32)가 또 하나의 대형 개혁 카드를 던졌다. 그가 24일 발표한 야심 찬 국토 개발 프로젝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카타르의 그것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규모다. 지난달 여성 운전 허용에 이어 또 다른 파격 조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네옴(NEOM)’이란 이름이 붙여진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소개했다. 행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최고경영자(CEO) 같은 세계 경제의 거물들이 참석했다. 프로젝트 곳곳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 개혁’ 청사진이 들어 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라 도시에서 쓰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얻을 계획이다. 애플과 실리콘밸리에 관심 많은 젊은 지도자답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네옴에서는 단순 반복 업무와 노인 및 어린이 돌보기 등은 로봇이 담당한다. 8시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70%가 살고 있는 지역에 갈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최첨단 공항도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네옴에서는 다른 사우디 도시들과 달리 여성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네옴 홍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고 자유롭게 파티를 즐겼다. 왕세자도 FII 행사 중 열린 패널 대담 때 히잡을 쓰지 않은 미국 폭스뉴스 여성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CNN과 사우디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왕세자는 네옴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우리는 꿈을 꾸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 이곳(네옴)은 관습에 익숙한 사람과 기업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패널 대담 중 2G폰과 최신형 스마트폰을 꺼내 비교하며 “현재의 사우디와 네옴은 이 두 휴대전화의 차이와 같다”고 말해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왕세자는 아랍권 국가 중에서도 보수·강경 성향이 가장 강해 극단주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받는 사우디의 이슬람주의를 버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 30년을 극단주의 사상에 맞서면서 살아갈 수 없다”며 “오늘 당장 그것(극단주의 사상)을 없애 버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는 (보수화 정책이 추진되기 전인) 1979년 전에는 지금 같지 않았다”며 “(우리의 변화는) 모든 종교와 전통에 열려 있는 예전의 온건한 이슬람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비전 2030’으로 설명되는 왕세자의 사우디 탈석유화 및 사회문화 개혁 전략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세자의 네옴 프로젝트와 보수적 이슬람 개혁 움직임에 대해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사우디의 경제 성장과 개혁에 도움이 되는 움직임이지만 종교계를 중심으로 한 보수파들의 저항이나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용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인 건 맞지만 네옴 건설과 온건한 이슬람 강조 같은 국가 프로젝트를 장기적,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성급하고 강경한 성향으로 예멘 공습과 이란에 대한 적대적 외교, 카타르와의 단교, 자국 내 시아파 탄압 같은 극단적인 사우디 외교의 배후로 지목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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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첨단 기술만큼 중요한건 경영전략”

    KAIST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는 다른 대학의 창업 행사보다 좀 더 주목을 받는다. 한국 최고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제공하는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받은 스타트업들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KAIST가 지난해부터 열고 있는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이 행사에는 약 1년간 KAIST가 주관하는 ‘창업맞춤형 사업화 및 창업 도약 패키지 지원 사업’(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공동 주최)에 참여했던 스타트업 중 기업설명회(IR)를 해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곳들이 나온다. 이달 17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2에서 열린 KAIST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는 8개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잠재적 고객들 앞에서 제품과 기술을 선보였다. 올해는 웨어러블, 로봇, 생명과학 등 미래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만든 스타트업들이 많았다. KAIST 관계자는 “지원하는 스타트업 중 최신 융합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제품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 있는 골프 로봇과 IT 서비스 웨어러블과 로봇 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 기업으로는 ‘비햅틱스’와 ‘레봇’이 참여했다.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인 곽기욱 대표가 설립한 비햅틱스는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길 때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웨어러블 햅틱 기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팔 장착형과 조끼형 제품을 개발했다. VR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형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비햅틱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봇은 세계 최초의 골프 레슨용 로봇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가 만든 ‘닥터레봇’은 언뜻 보면 웨어러블 기기처럼 생겼다. 로봇이 직접 이용자의 몸을 잡은 상태에서 센서를 활용해 스윙 등 움직임을 분석한다. 그리고 적절한 자세를 알려 준다. 혼자 연습하는 과정에서도 자가 진단을 통해 올바른 스윙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 VR와 증강현실(AR) 기능도 있다. 정보기술(IT) 기반 서비스를 개발해 데모데이에 참석한 스타트업들도 있다. ‘위딧소프트’, ‘데이투라이프’, ‘레터플라이’가 주인공들이다. 위딧소프트는 행사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이벤터스’를 개발해 LG, IBM,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행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이벤트 추첨을 쉽게 진행 및 관리할 수 있다. 데이투라이프는 캘린더형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맞춤형 개인 일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IT와 추천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에게 맞는 주요 일정을 알려주는 것. 가령 영화를 좋아하는 이용자에게는 주요 영화 시사회 관련 일정을 알려 주는 것이다. 레터플라이는 모바일과 웹을 통한 레터 서비스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용 쉬운 자동차 코팅제와 세포 분리 기구 화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돋보이는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들도 이번 데모데이에 참여했다. 화학 관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용 코팅제를 개발하고 있는 ‘씨앤에스테크’는 사용이 편리한 자동차용 코팅제를 데모데이에서 선보였다. 이 제품을 활용하면 자동차 스크래치를 예방하고, 세차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세라믹 코팅을 일반인들도 쉽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용 세라믹 코팅은 카센터 등에 가서 해야 해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박종희 씨앤에스테크 대표는 “데모데이 참가 뒤 제품에 대한 투자자들과 바이어들의 관심이 더 커졌다”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판매도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과학 스타트업인 ‘페라메드’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분리하는 데 사용하는 ‘일회용 초 단위 세포 분리 기구’를 개발했다. 제약회사와 생명과학 관련 실험실에서 자주 해야 하는 세포 분리 작업은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원심분리’ 방식으로 많이 진행된다. 그러나 페라메드의 세포 분리 기구를 이용할 경우 30초면 가능하다. 김세일 페라메드 대표는 “실험 시간을 단축시키고 사용도 편리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데모데이 참가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KAIST 창업 교육의 장점으로 ‘경영 지원’ 부문에 대한 조언과 컨설팅을 꼽았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대부분 이공계 전공자라 경영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을 KAIST의 지원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데모데이 참가자들은 기술 개발보다 마케팅, 회계, 경영전략 수립 등이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안영학 위딧소프트 대표는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전략적인 제품 소개 등에 필요한 역량을 KAIST의 창업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일 데이투라이프 대표는 “세밀한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KAIST 측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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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강해진 아베-시진핑 권력기반… 거세질 동북아 ‘힘의 경쟁’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2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발목을 잡던 사학 스캔들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아베 총리는 정치인생 최대 목표인 평화헌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우경화 행보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대회에서 강력한 권력을 확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파고들어 세계 외교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내 입지를 다진 두 ‘스트롱맨’이 강력한 외교를 표방하고 나서면서 중간에 낀 한국의 외교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아베 “지금 요구되는 건 강한 외교력” 아베 총리는 21일 도쿄(東京)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열린 선거 전 마지막 유세에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강한 외교력”이라며 “대화로 시간을 벌면서 20년 동안 국제사회를 속인 북한에 강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백 장의 일장기가 물결치는 가운데 지지 세력은 빗속에서 깃발을 흔들며 ‘아베, 힘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은 이날 유세를 두고 “극우집회 그 자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50석 이상 의석을 잃어 총리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NHK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자민당이 공명당과 합쳐 개헌선(3분의 2) 전후인 281∼336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 공약에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담은 헌법 9조에 자위대의 근거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2일 여권의 과반수 의석 획득이 확실해지자 인터뷰에 응해 “자위대의 위헌 논란을 해소하고 싶다”며 의욕을 밝혔다. 선거 승리를 통해 개헌안이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2020년 새 헌법 시행’ 목표를 향해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을에 임시국회를 소집해 여당의 개헌안을 내놓고, 내년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시나리오가 정치권에 돌고 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를 기반으로 북한 압박과 중국 견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5∼7일 일본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상자위대 최대 호위함 ‘이즈모’를 시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항모와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즈모는 중국 항모에 대항하는 핵심 전력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전 세계서 미국과 경쟁 예고 시 주석은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외교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의 세계 영향력과 적극적인 역할론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미국의 고립주의로 발생한 리더십 공백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미중 간 협력뿐만 아니라 경쟁과 긴장, 갈등전선이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차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교수는 시 주석의 19차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대외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성향과 영국의 브렉시트, 유럽연합(EU)의 약화 등이 중국의 전략적 기회”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국제협력을 강조한 ‘신형 국제관계’를 제시한 것은 이런 기회를 이용해 중국의 영향력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란 설명이다. 시 주석은 “결코 정당한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 자국 이익에 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독립 문제에서는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핵심 이익이 걸린 분쟁에서는 힘을 내세우고 보복외교까지 불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시 주석이 2050년까지 일류 군대 전면 건설을 강조하면서 군사강국을 표방한 데 대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FT는 “아시아 주변 국가들을 괘 우려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세형 기자}

    • 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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