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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쌍방향(interactive) 소통’이 ‘하태핫태’(열광적이란 뜻의 신조어)하다. 21세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당연한 일일지도. 시청자 혹은 누리꾼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는다. 지난달 MBC 추석 특집 ‘상상극장 우.설.리’는 아예 댓글 따라 드라마를 진행하는 방식까지 선보였다. 세 지상파 방송사 모두 쌍방향 소통 예능을 방영 중이다. 지난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을 시작으로 올해 5월부터 시작한 KBS2 ‘어서옵SHOW’, 7월 파일럿으로 처음 선을 보인 SBS ‘꽃놀이패’까지. 지난달 ‘꽃놀이패’가 론칭에 성공하며 드디어 삼국지 구도가 완성됐다. 서로 활을 쏘아대진 않겠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모양새다.○ 레알 소통 or 쌍방향 코스프레 셋 다 쌍방향 소통을 주 종목으로 내세웠지만 ‘요리법’은 다르다. ‘원조국밥’ 격인 마리텔은 기존 인터넷 방송 형식 그대로다. 출연자가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는데 참가 수에 따라 순위를 겨룬다. 어서옵SHOW는 홈쇼핑 스타일을 빌려왔다. 다양한 출연진을 모셔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재능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꽃놀이패는 야외 버라이어티에 쌍방향 소통을 가미한 형태다. 여행을 떠난 출연진이 누리꾼 선택에 따라 ‘꽃길’(호화여행)과 ‘흙길’(생고생)로 간다는 설정이다. 쌍방향 소통이란 기존 취지만 보자면 후발 주자들은 마리텔을 따라올 수 없다. 쌍방향성 자체가 프로그램의 근간이다.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를 준비한 출연자도 소통에 실패하면 순위가 곤두박질친다. 다만 누리꾼 반응에 절대적 영향을 받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반면 다른 두 예능은 ‘왜 굳이 이런 포맷을 하는 거지’란 의문이 든다. 특히 어서옵SHOW는 딱히 누리꾼 반응이 영향을 끼칠 일도 없다. 댓글도 효과음이나 자막과 별 차이가 없다. 꽃놀이패는 꽃길, 흙길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선 좀 더 시청자 개입이 두드러지긴 한다. 하지만 아직은 ‘1박 2일’의 복불복 게임 수준인 데다 그마저도 야무지게 풀어내질 못한다. 한 예능 PD는 “현재로선 쌍방향 소통의 역할이 프로그램 주목도를 높이는 ‘불쏘시개’에 그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본질은 재밌어야 불쏘시개면 어떤가. 활활 타오르기만 한다면야. 근데 그게 쉽지 않다. 최근 방송 시청률을 보면 마리텔이 5.4%(TNMS 기준) 정도고, 어서옵SHOW와 꽃놀이패는 각각 3.4%, 3.3%로 잔잔하다. 어서옵SHOW는 방영 5개월이 지났는데 지금도 산만하다. 16회에 출연했던 박명수 말마따나 뭔가 중심이 잡히질 않았다. 이서진 김종국 노홍철 등 베테랑이 호스트인데, 이제 갓 데뷔한 김세정이 진행을 이끈다. 게스트의 재능 기부가 대체로 뻔하게 흘러가는 것도 아쉽다. 확실히 웃겨주든가 해야 하는데 전문적이질 않고, 어디선가 본 듯하다. 심지어 18회에 등장한 최민수의 가죽공예는 신선한 소재인데도 신변잡기 토크에 치중하다 배가 떠내려간다. 꽃놀이패는 이음매가 느슨하다. 이 예능은 출연진의 ‘합(合)’이 의외로 좋다. 유병재 조세호는 별것 아닌 걸로도 웃길 줄 안다. 서장훈 안정환이란 ‘아재 스포츠맨’ 조합도 상당히 재미있다. 그런데 이걸 편집과 자막이 못 살린다. 추성훈이 게스트로 나온 4회부터 다소 나아졌으나 ‘다큐’ 같은 속도감은 분명 개선할 대목. 마리텔의 적은 마리텔이다. 1년 이상 방영되며 시청자들은 애정만큼 익숙함도 커졌다. 물론 편집도 근사하고, 최근 우주소녀 성소의 사례처럼 폭발력도 여전하다. 하지만 백종원 김영만 같은 대박 스타가 오래 부재하면 ‘예전만 못하다’는 인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달 초, 동아일보가 3회 시리즈 를 연재한 뒤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정년퇴직한 60대라고 밝힌 어르신은 “요즘 가요시장을 알게 돼 반갑다”면서도 약간의 푸념을 털어놓았다. 노래도 용어도 너무 생경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룹 이름이야 그러려니 합니다. 근데 웬 외래어가 그리 많소. 인터넷도 찾아봤는데, 몇몇은 도저히 모르겠습디다. 손자 놈은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만 주네요.” ‘나쁜 손자 놈’(글에 적힌 호칭이다). 그리고 더 나쁜 기자 놈. 워낙 요즘 한국 가요가 ‘케이팝(K-pop)’이라 불리며 국제적인지라. 다시 들춰봐도 확실히 영어식 표현이 많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그 대신 해외 팬들은 좀 편안하지 않을까. 근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최근 미국 인터넷 매체 ‘데일리닷’은 ‘케이팝 A-Z: 초보자 용어사전’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우린 쉽게 쓴 말도 그들 눈에 희한한 모양. 그중 몇 가지만 보자. ①컴백(comeback)=망했거나 은퇴했다가 나타난다는 의미의 복귀나 재기가 아니다. 케이팝에선 ‘새 노래를 발표하며 공식 활동에 나서는 것’을 컴백이라 부른다. 한 가수가 수십 번씩 복귀하는 셈이다. 쉰 것도 아니다. 발표 몇 달 전부터 뮤직비디오 촬영, 군무 연습, 사진 촬영과 배포 등으로 정신없다. 주야장천 일하는데 ‘돌아왔다’고 한다는 것이다. ②눈웃음(eye smile)=당장 유튜브에 ‘eye smile’만 쳐봐도 이게 왜 케이팝 문화인지 안다. 한국 걸그룹의 눈웃음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데일리닷은 “눈웃음이란 아이돌이 기쁨을 표현하며 눈이 초승달(crescent) 형태로 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역시 영어엔 없는 표현이다. ③네티즌(netizen)=이것도 외국인은 낯설다. “정확한 뜻은 인터넷 시민”이란 설명까지 붙였다. 그들에게 한류 ‘네티즌’은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가 보다. “아이돌에 대한 비난으로 악명 높은데 때론 악독(toxic)하기까지 하다. 외모와 몸무게, 성형수술, 데이트나 스캔들까지 모든 걸 문제 삼는다.” ④여장(X-dressing)=데일리닷은 “보이그룹이라면 꼭 한 번씩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콘서트나 TV쇼에서 소녀 차림으로 유명 걸그룹 노래를 따라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한류에 빠지고 싶거든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단다. 한국에선 이를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거론하지 않는다며. 한류는 참 멋진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해도 쉽지 않던 한국 알리기가 아이돌 노래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진다. 그런데 한류의 확산은 외국인도 우리를 더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뜻일 터. 이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데일리닷은 케이팝의 ‘서열’에 대한 해설도 곁들였다. “한국 아이돌 그룹엔 꼭 ‘리더’가 존재한다. 주로 나이가 많거나 연습생 생활을 오래한 멤버가 맡는다. 리더는 그룹을 통솔하며 대변자 역할도 한다. ‘막내’도 있다. 노래 중간에 팬들은 멤버 이름을 외치는데, 주로 나이순이다. 아이돌은 이르면 12세부터 시작하는 연습생 시절부터 엄격한 예절교육까지 받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유, 이젠 연예인이라 부르는 것도 너무 어색하네요. 방송 안 한 지도 오래됐고, 10년째 목사로 활동했으니…. 이런 인터뷰도 쑥스럽습니다, 허허.”‘밥풀때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김정식(57). “이젠 알아보는 이도 별로 없다”는 말마따나 젊은 세대에겐 생경한 이름이다. 허나 중장년층이라면 그가 출연했던 ‘도시의 천사들’ ‘동작 그만’ 개그 코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1981년 KBS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임하룡과 콤비로 1990년대까지 콩트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세월 저편으로 잊혀져 갔던 그가 최근 또 한 번 주목받는 일이 생겼다. 지난달 패션쇼핑몰 ‘엔터식스’에서 주최했던 ‘제1회 재치 있는 불효(不孝) 사연 공모전’ 수상자에 포함된 것. 치매에 걸려 고생하다 2010년 작고한 모친의 사연을 담은 글 ‘어머님의 절친, 뚫어 뻥 여사’가 금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 사이, 그는 목회에 전념해 현재 경기 파주시에 있는 ‘예온교회’ 담임목사로 변해 있었다. 최근 전화로 그를 인터뷰했다. ―이젠 정말 ‘목사님’이란 호칭이 더 어울립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하. 누가 ‘김 목사’ 해야 돌아보지, 개그맨 그러면 긴가민가해요. 2007년 목사가 됐으니 시간 빠르네요. 장애인 사역을 한 지 20년 가까이 됐고요. 일부러 방송도 인터뷰를 자제했는데, 괜히 공모전에 응모했다가 더 민망해졌네요.” ―굳이 대외활동을 피한 이유가 있습니까. “선입견을 벗고 싶었습니다. 전 정말 장애인을 사랑하고, 목회 일이 행복해서 합니다. 그런데 웃기는 직업을 가졌던 탓에 색안경을 쓰고 보는 분도 있어요. 물론 제가 감당할 몫이지만 ‘과거를 지우는 작업’이 녹록지 않습디다. 전문가가 아니란 지적에 지난해 서울기독교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도 취득했어요.”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정이 갔어요. 초등학교 3학년 짝이 소아마비였는데 참 친했습니다. 코미디언 때도 아무리 바빠도 장애인 팬은 그냥 못 지나쳤어요. 장애인을 위한 교회인 예온교회 담임목사가 된 것도 그냥 그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원래 피붙이였던 것처럼…. 실은 제가 최근 사재를 털어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교육협회’를 만들었습니다.” ―공모 글을 보니 어머님이 치매로 고생했다는데요. “네, 병세가 심하셨죠. 빗자루랑 ‘뚫어 뻥’을 친구라며 이불 깔고 눕혀 놓으실 정도였으니까요. 처음엔 속상해서 눈물로 애원한 적도 많았습니다. 근데 한번은 큰 결심하고 빗자루한테 ‘아이고, 이모님 오셨어요’ 하고 절을 했죠. 그랬더니 어머니가 엄청 기뻐하며 그날 밤 잘 주무시는 거예요. 그때 깨달았죠. 기왕 완치가 불가능하다면 맘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 그렇게 생활하니 웃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나중에 제 품에서 정말 편안한 미소를 머금고 떠나셨어요.” ―효자셨네요. “에휴, 아닙니다. 막내가 연예인 한다고 맘고생 많이 시켜 드렸어요. 그냥…. 말년에 치매건 아니건 어머님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평생 홀로 자식들 수발하셨는데 그 정도도 못하나 싶어서요. 그렇게 맞춰 드리면 어머니와 뭔가 통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한테 마음을 여시는 느낌이랄까. 제가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맘도 그와 비슷한 건가요. “장애인 부모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소원이 똑같습니다. ‘우리가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고. 협회도 그런 의미에서 만든 겁니다. 장애인 가족이 함께 생활하며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예요. 이런 아들의 모습을, 어머니도 기뻐하시겠죠?”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좀비, 너 어디서 왔니?” 올해 약 11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은 알려진 대로 좀비 영화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로 변한 시민들이 떼거리로 달려드는 장면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원래 역사 속 좀비는 지금 대중문화에서 비치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어원적으로 아프리카 말인 ‘은잠비(Nzambi·신)’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좀비는 아이티를 비롯한 서인도제도에서 성행하는 민간신앙인 부두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좀비는 부두교 사제가 마술로 인간에게서 영혼을 뽑아낸 존재다. 지성과 인성을 빼앗긴 좀비는 사제의 명령에 복종하는데, 대체로 고통스러운 노동에 동원된다. 초기 좀비는 ‘자아를 잃고 끊임없이 일을 하는 노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랬던 좀비가 현재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컸다. ‘호러 영화의 거장’인 조지 로메로 감독(미국)의 1968년 첫 상업영화 데뷔작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 그 출발이다. 로메로 감독은 다시 살아난 시체에게 인간을 죽이고 먹어치우는 흡혈귀나 악마 같은 면을 부여해 공포를 극대화했다. 두 번째 작품인 ‘시체들의 새벽’(1979년)에선 본격적으로 좀비란 용어를 유행시켰다. 게다가 이후 좀비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1982년) 뮤직비디오에서 근사한 댄스(?)까지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드높였다. 이후 좀비는 수많은 영화에 재등장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사실 ‘부산행’처럼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능력’은 21세기 들어 새로이 장착됐다. 기존 영화 속 좀비는 썩은 몸을 지닌 시체이다 보니 다소 행동이 느릿느릿했다. 하지만 영국의 대니 보일 감독은 ‘28일 후’(2002년)에서 인간이 분노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가 된다는 설정 아래 강력한 신체능력을 가진 존재로 그렸다. 이후 2007년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선 사랑과 의리 같은 감정을 지닌 좀비가 등장했고 2013년 ‘웜바디스’에선 멋들어진 외모를 지니고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좀비(니컬러스 홀트)까지 나왔다. 한국에서도 ‘부산행’이 첫 좀비 영화는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무덤이 갈라지며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1967년)를 한국 좀비의 원형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 좀비의 특성을 잘 살린 1980년 강범구 감독의 ‘괴시’가 한국 좀비 영화의 출발로 인정받는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존재의 출현은 알 수 없는 힘에 위협받는 집단구성원의 심리적 불안정을 파고들었다”며 “한국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좀비 영화가 이런 흥행 성적을 거둔 것도 우리 사회의 현실이 잘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산 넘어 산이다. 남성들 입장에서 그렇다. 젊은 여성들은 물론 중년층까지 상반기에는 ‘유 대위’(KBS2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란 허리케인에 ‘중병’을 앓았다. 좀 낫나 했더니 이종석에 김우빈이 몰아쳤다. 그런데 또 휘몰아쳤다. 박보검이란 태풍이. 도대체 ‘구르미 그린 달빛’(KBS2)의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매력은 뭘까. 물론 작품의 흥행이 그만의 덕이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이 배우는 이리도 오글거리는 드라마를 찾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목소리, 얼굴 전문가 등의 분석을 통해 세자 저하의 번쩍이는 곤룡포를 스르륵 벗겨 봤다. 》①옥음(玉音·왕의 목소리)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박보검의 목소리는 성대진동 주파수가 평균 108메가헤르츠(MHz). 외모와 달리 중저음이다. 그런데 소리발성기관인 코에서 나는 비음이 많이 반영돼 부드럽고 매끄럽다. 배 교수는 “혀를 감아 치며 발음하는 말투가 있어 상대방에게 끌림(애착)을 느끼게 만든다”고 성문을 분석했다.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는 음폭에 주목했다. 편차가 120MHz로 적어 신뢰감을 준다. 음성분석요소도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성대 떨림(지터 1.88%)과 힘을 싣는 방식(1.10 데시벨)이 규칙적이라 상대방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다. 조 교수는 “음성이 조화롭게 들리는지 살피는 배음비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②용안(龍顔·왕의 얼굴)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세련되게 조화를 이룬 얼굴.”(조용진 한국얼굴연구소장) 박보검의 얼굴은 딱 ‘무슨 형’이라 말하기 힘들다. 두상이 각지고 턱이 뾰족해 남방계에 가깝지만, 코가 길고 입술이 얇은 북방계 특징도 지녔다. 조 소장은 “어떤 국적이라 해도 어울리는 ‘범동양적’ 스타일의 국제적 외모”라고 평가했다. 권위적이지 않고 반듯한 인상은 요즘 가치에도 잘 부합한다. 코가 긴 편이지만 콧등이 낮고 코끝이 둥글어 친밀한 기운을 머금었다. 윗입술이 얇아 지적이면서도, 아랫입술이 두꺼워 차가워 보이지 않는다. 가는 쌍꺼풀과 얇은 피부는 여성스럽지만, 진한 눈썹의 남성성도 갖췄다. 조 소장은 “뚜렷한 생김새가 아닌데도 보는 이의 뇌를 절묘하게 자극하는 미남”이라고 말했다.③안정(眼精·왕의 눈빛) “여린 듯한데도 사연 있어 보이는 눈빛.” 윤석진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이다. 소년처럼 웃지만 왠지 슬픔이 담겨 있다. 연약하지만 내적인 강단을 지녔다. 이 때문에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해맑지만 꿋꿋한 석현 역이 무척 잘 맞았다. 윤 교수는 “캐릭터 ‘선구안’이 좋고 소화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도 박보검의 강점으로 “속내에 감춘 비밀을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보통 사연이 많으면 뭔가 감추는 인상을 주기 쉽다. 허나 그는 상대가 얘기를 건네고픈 기분을 전한다. 강 평론가는 “왁자지껄한 친근함이 아닌 조용히 밀담을 나누기 좋은 느낌”이라며 “tvN ‘응답하라 1988’의 택이 역시 ‘저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시청자가 먼저 다가서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④성덕(聖德·왕의 덕) 박보검은 인성(人性)이 좋다는 평판이 자자하다. 명지대 교수인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제자’ 박보검을 “예의가 바르고 스타라고 특별 대접을 바라지도 않는다”며 “스케줄 없을 땐 출석도 열심이다”고 말했다. 올해 3학년 첫 수업 때 누가 강단에 커피를 올려놔 기분 좋게 마셨는데, 알고 보니 그 제자는 박보검이었다. ‘구르미…’의 강병택 CP는 “겸손하지만 상당한 악바리”라고 했다. 2014년 KBS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의 윤후 역으로 출연했을 때 주연급이 아닌데도 오케스트라 지휘 장면을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다는 것. 강 CP는 “지휘 경험이 있는 줄 착각했을 정도였다”며 “그때부터 박보검은 성공할 재목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떠올렸다.⑤즉위(卽位·왕위에 오름) 박보검은 김수현처럼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윤 교수) “모든 세대가 좋아할 이미지”(강 평론가) “시기가 문제일 뿐 충분히 갖춘 배우”(강 CP)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스승인 박 예술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밀한 호흡이 다소 달리고 발성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범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 잘 소화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배우로서 호흡과 발성은 죽을 때까지 고민해야 하고요. 그 대신 ‘연기를 대하는 자세’는 매우 훌륭합니다.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는 게 아닐까요.”(박 예술감독)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 “외계인이 어디 있어?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누리꾼 p○○○) 이런 식빵. 에이전트41(김배중)은 눈이 튀어나오려다 가까스로 참았다. 그렇게 외계 요원이라 떠들어댔는데도 믿질 않다니. 게다가 우리 행성에선 진짜 개돼지도 웃는단 말이다! 강철 같은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에 ‘현피 뜨자(인터넷에서 다투다 실제 만나 싸우는 것)’를 두드리는 순간…. 배바지를 추어올리던 에이전트2(정양환)가 쓰윽 백 허그, 아니 백 초크(뒤에서 목을 조르는 주짓수 기술)를 건다. “말실수로 골로 가는 연예인들 못 봤어? 그간 쌓은 업적 다 무너져.”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든 41. “근데… 우린 유명하지도, 잃을 공적도 없잖아요.” 하긴. 그렇담 간만에 남 걱정 좀 하자. 셀럽(유명인·celebrity의 줄임말)들이 입(혹은 손가락) 잘못 놀려 망신살 뻗치는 세상. 천재지변은 못 막아도 인재는 줄여야 하지 않겠나. 말로 먹고사는 스피치 전문가와 연예인 입 관리에 바쁜 기획사 대표, 허구한 날 말실수 솎아내느라 눈에 불을 켠 TV 예능PD 등을 불러 모았다.》 ○ 한번 삐끗하면 평생 꼬리표 될 수도 전문가에 따르면 말실수가 나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실수’다. 긴장하거나 평정심을 잃고 말이 잘못 나왔을 때다. 둘째, 배려심 결여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가 부족해 상처를 입히는 경우다. ‘떨지 말고 말 잘하는 법’의 저자인 송원섭 다이룸센터 원장은 “대체로 전자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자기중심적 상황 판단으로 적절한 대처를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입길에 오르내리는 2005년 가수 김상혁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가 전자의 대표적 사례다. 모 배우의 매니저 A 씨는 “아마 ‘조금밖에 안 마셔 음주운전 수치를 넘을지 몰랐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당황해서 일단 사과가 먼저라는 걸 놓친 게 컸다”고 말했다. 심각한 말실수는 세월이 흘러도 ‘주홍글씨’로 남는다. 최근 배우 하연수나 박신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논란은 후자에 해당한다. 똑똑한 ‘개념 연예인’으로 통했던 두 사람은 누리꾼들의 지적에 대해 정색하며 다소 까칠한 말투로 응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모 기획사 대표 B 씨는 “두 사람의 반응은 20대 여성이 울컥했을 때 충분히 표출할 법한 수위”라며 “허나 본인이 셀럽이고 결국 여러 입과 매체를 거치며 확대 재생산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을 못한 건 경험 미숙”이라고 지적했다.○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 그렇다고 셀럽이 ‘묵언(默言)수행’을 할 순 없는 일. 전문가들이 꼽는 주의사항 몇 가지를 눈여겨보자. ▽열심히 공부하세=웬 씻나락(볍씨) 까먹는 소리냐고? 아니다. 안중근 의사 보고 ‘긴도깡’이라 했다간 만시지탄이다. 최소한 회피 기술을 익혀라. 어려우면 출연 말고, 모르면 끼지 말자. 금기어도 익혀 두길. 최근 몇몇 아이돌은 적절치 못한 신조어를 무심코 썼다 혼쭐이 났다. 지난해 ‘일베용어사전’을 공개했던 이두희 프로그래머(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자신이 쓰는 말이 최소한 어떤 배경을 지녔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일단 데뷔 전 SNS는 다 지워라. 당시 말은 셀럽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공개 계정도 위험하다. 지드래곤을 보라. 혹시 모르니 비공개 계정도 ‘고운 말’만 쓰는 게 좋겠다. 가족 친지도 교육해라. 누가 개고기를 먹든 말든 신경 꺼라. 셀럽에겐 연좌제가 적용된다. ▽김흥국이 돼라=말실수 안 할 자신이 없다고? 그럼 김흥국을 본받아 끊임없이 자잘한 말실수를 쏟아내라. ‘원래 그런 인간’이 돼야 한다. 다만 무지하단 평은 감수할 것. 배우는 일정 배역은 포기해야 할지도. 예능PD C 씨는 “도박에 가깝지만 이게 경지에 오르면, 역사나 정치를 건드리지 않는 한 편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납작 엎드려라=그래도 실수는 벌어진다. 쏟아진 물이라면 선(先)사과 후(後)해명이다. 사과는 빠르고 구체적일수록 효과가 크다. 한동안 ‘손편지’가 유행했는데 요샌 인기 없다. B 씨는 “상황이 심각하다면 적잖은 기부나 사회봉사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 원장은 “셀럽은 상대의 입장과 제3자가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다음 편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김배중 기자}

#.1존중해 주세요 제발.#.2I can‘t handle people anymore.나는 더 이상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다.지드래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한장의 사진으로 심경을 밝혔는데요.#.3요즘 지드래곤과 일본 배우 고마츠 나나의 열애설을 둘러싸고’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죠.#.4지난 18일 인터넷과 SNS에 지드래곤과 고마츠 나나가 함께 찍은 사진여러 장이 올라왔는데이 사진들은 팬이 지드래곤의 비공개 SNS 계정을 해킹해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5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지드래곤은 공식 계정 이외에 가까운 지인들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활동했는데 이 계정이 한 팬에 의해 누출된 것이죠.현재 이 계정은 삭제됐습니다#.6(댓글 사진)누리꾼들은 한일 톱스타의 열애설에 놀라워하면서도사생활 침해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을 했는데요.#.7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는 심각합니다.얼마 전 크리스탈과 카이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CCTV 사진이 유포됐었죠.#.8이후 자신이 유포자라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SNS에 사과문을 공개하며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9빅뱅의 또 다른 멤버인 탑도 사생활 침해 피해자 입니다.지난 16일 탑은 자신의 SNS에 집 앞에 찾아오는 중국 사생팬에게저격글을 날렸죠.#.10이 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사생활 침해‘에 홍역을 앓았는데요.(정경호 태연 SNS 해킹의 피해 사진)#.11팬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먹고 사는 스타들.팬들은 스타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는지.궁금한것이 당연합니다.그러나 그들도 스타이기전에 ’사람‘입니다.그들의 사생활도 존중받아야 하는게 마땅합니다. 원본/ 정양환 기자기획·제작/ 김재형 기자·김미리 인턴}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8)과 일본 배우 고마쓰 나나(20)의 열애설을 둘러싸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18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드래곤과 고마쓰가 함께 찍은 것으로 짐작되는 사진 여러 장이 유출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이 사진들이 지드래곤의 비공개 SNS 계정이 해킹돼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지며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사생활은 확인해 줄 수 없다. 고발 여부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 고마쓰는 기존에 운영하던 블로그를 폐쇄한 상태이며, 지드래곤은 다른 SNS 계정에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다(I can‘t handle people anymore)’는 말로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한일 톱스타의 열애설에 놀라워하면서도 사생활 침해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팬이라고 불법까지 저지르는 짓은 용서받아선 안 된다’ ‘연예인은 연애도 SNS도 맘대로 못 하냐’ ‘한류에 찬물 끼얹는 국제적 망신’ 등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고마쓰는 2014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영화 ‘갈증’에 출연한 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모델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994년 당시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킨 O J 심슨 사건을 다룬 드라마 ‘더 피플 vs O J 심슨: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가 에미상 9개 부문을 휩쓸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제68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더 피플…’은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코트니 B 밴스), 여우주연상(세라 폴슨) 등을 포함해 9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지난해 방영된 ‘더 피플…’은 1970년대 유명 미식축구 선수이자 영화배우인 O J 심슨이 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뒤 2년 가까이 벌어진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실화를 담았다. 쿠바 구딩 주니어가 심슨 역할을 맡았고, ‘프렌즈’의 로스로 유명한 데이비드 슈위머도 출연했다. 변호사를 연기한 존 트래볼타는 이번 에미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는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논란의 사건을 다시 되짚어보는 시리즈. 내년에 방영할 시즌2는 2005년 8월 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둘러싼 문제점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에미상을 휩쓴 시즌1은 내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방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시즌6까지 이어지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12개의 상을 거머쥐며 위용을 과시했다. ‘왕좌의 게임’은 지난해에도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왕좌의 게임’은 조지 R R 마틴의 판타지소설이 원작으로 왕국의 통치권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코미디 부문은 미국 부통령을 소재로 한 ‘빕’이 작품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은 최근 뜨거운 미국 대선 열기를 반영한 듯 정치적 발언이 무수히 쏟아졌다. 대부분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조소였다. 특히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시상식 오프닝 영상에서 우버택시 운전사로 출연해 사회자 지미 키멀을 태운 뒤 “당신이 긍정적인 (선거) 캠페인을 벌이면 유권자들은 옳은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 뒤 “농담인 거 알지”라며 자학 개그를 펼쳤다. 인도계 코미디언인 아지즈 안사리도 “앞으로 트럼프와 함께하기로 했다. 지금 시상식장에 있는 무슬림과 라틴계는 모두 나가 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빕’에서 대통령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는 “(트럼프가 등장한) 지금의 정치 풍토에 사과한다”며 “우리 작품은 원래 풍자 코미디였는데 점점 현실을 반영한 다큐멘터리가 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더 피플…’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밴스 역시 “오바마가 가고 힐러리가 온다”며 트럼프에 대한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2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경주 지진 때 공영방송인 KBS가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KBS1 TV는 이날 오후 7시 44분 규모 5.1의 1차 지진에 이어 8시 32분 규모 5.8의 본진(本震)으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정규 편성인 ‘우리말 겨루기’와 드라마 ‘별난 가족’을 방송했다. 중간에 자막과 4분짜리 특보를 내보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9시 뉴스가 시작할 때까지 1시간 10여 분간 KBS는 사실상 ‘재난 방송 공백 사태’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는 “첫 지진 3분 후 1TV에서 자막을 내보냈다. 드라마 방송을 계속한 것은 (지진과 관련해) 확인된 정보가 한정돼 특보를 길게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KBS를 포함한 69개 방송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방발법)에 따라 ‘재난 3단계’부터 국민안전처, 기상청 등의 요청을 받으면 ‘재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 재난 3단계는 지진 기준으로는 규모 3.5(내륙) 또는 4.0(해역) 이상이다. KBS와 달리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36초 후 경보음과 함께 자막을 내보냈고, 1분 30여 초 만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전면 특보로 전환했다. 특보를 편성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도 화면의 3분의 1 이상을 그래픽과 자막으로 채워 재난 상황, 대피 요령 등의 정보를 내보낸다. 국내에서는 재난 방송을 얼마나 빨리 내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물론이고 지연 시 제재 수단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풍, 호우가 많았던 올 2분기(4∼6월) 재난방송 40건 중 상황 발생 2시간 후에야 전파를 탄 비율이 17%나 됐다. 해당 방송사들은 “뉴스 시간이 아니다”, “심야에 인력이 없다”고 지연 이유를 해명했다. 김 의원은 “재해로 통신이 두절되면 정보를 얻을 곳은 방송뿐이지만 이번 지진에서 재난 방송은 신속한 정보 제공에 실패했다. 제도를 정비해 ‘부실 재난 방송’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정양환·김재희 기자}

김지훈 감독.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출연.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의 시설관리팀장 대호(김상경)는 딸 하나(조민아)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대호가 워낙 바빠 대호가 연모하는 매니저 윤희(손예진)가 하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편 전설로 불리는 여의도소방서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결혼 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내와의 데이트를 약속한다. 당일 저녁,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는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데….}

칼 린슈 감독. 키아누 리브스, 사나다 히로유키, 시바사키 고 출연. 일본 봉건 시대에 아사노 영주는 군주로서 무사들에게서 존경받는 인물. 어느 날 요괴가 산다는 숲에서 혼혈인 소년 ‘카이’(키아누 리브스)를 발견하고, 주위의 만류에도 그를 수하에 거둔다. 세월이 흘러 영주의 딸 미카(시바사키 고)는 성인이 된 카이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인근 영주 키라의 계략에 빠져 아사노는 명예를 실추시킨 죄로 할복을 하게 된다. 결국 미카는 강제로 키라에게 시집가고, 카이는 노예로 팔려가게 되는데….}
14일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는 MBC 드라마 ‘W(더블유)’를 집필한 송재정 작가(43)가 W의 대본을 모두 공개했다. 송 작가는 12일 새벽 드라마 홈페이지의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드라마에 애정을 갖고 봐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작은 깜짝 선물로 드라마 W의 1∼15회 대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16회 대본 역시 14일 방송이 끝나는 대로 올릴 예정이다. 드라마 작가가 방송 대본을 모두 공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송 작가는 “낯설고 복잡해 (시청자들에게) 의도치 않게 불친절하게 전개돼 송구하다”며 “대본을 읽고 나면 마지막 회를 보는 데 이해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작가 지망생과 시청자 모두에게 흥미로운 선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 번도 정확히 밝힌 적이 없는데 ‘W’는 주인공 강철(이종석)이 누가(who) 왜(why) 가족을 죽였는지 찾는다는 의미와 작품의 소재인 만화 속 세상을 뜻하는 ‘원더 월드(Wonder World)’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채널A 예능 ‘개밥 주는 남자’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양세형 양세찬 씨 형제가 반려견을 위한 노래 ‘견습생’을 만들었다. 채널A는 8일 “양 씨 형제가 ‘개밥…’에서 유명 뮤지션들과 협업해 만든 힙합곡 ‘견습생’을 9일 정오 멜론과 벅스 등 모든 음원 서비스에서 동시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곡은 양 씨 형제의 반려견 옥희, 독희를 위한 노래로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음역 대를 고려해 만들었다. ‘견습생’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조PD가 프로듀싱을 담당했고, 작곡가 윤일상 씨가 작곡했다. 작사는 양 씨 형제와 최근 해체된 걸그룹 ‘포미닛’ 멤버 전지윤 씨, 조PD가 공동 작업했다. 전 씨는 ‘견습생’ 피처링에도 참여했다. 뮤직비디오는 그룹 ‘UV’의 멤버이자 개그맨인 유세윤 씨가 연출을 맡았다. 양 씨 형제는 음원 출시를 기념해 이날 오전 11시 40분 인터넷 생방송인 ‘네이버 V-Live방송’도 진행한다. 전 씨와 래퍼 딘딘 등이 출연하며, 옥희, 독희는 물론 전 씨의 반려견들도 함께한다. 채널A ‘개밥 주는 남자’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연예인들과 반려견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양 씨 형제를 비롯해 방송인 주병진 씨, 걸그룹 아이오아이 등이 출연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우리는 초인(超人)을 원한다. 이젠 부정하지 말자. 우린 슈퍼히어로만 보길 바란다. 보통 인간이어선 안 된다. 한국에서 연예인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 대중문화가 ‘초인의 세상’이 될 낌새는 이미 보였다. 진작부터 할리우드 영화는 내다봤으리라. 만화 속에나 살던 이들이 스크린을 지배했다. 한국도 뒤따랐다. 웹툰을 넘나들고(MBC드라마 ‘W’), 과거와 통화하며(tvN ‘시그널’), 속마음까지 들을 수 있거나(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백 년간 살아 있다(SBS ‘별에서 온 그대’).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이를 ‘현실과 가상의 멜팅폿(melting pot) 효과’라고 불렀다. “1차적으론 대중문화 소재를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많이 가져오기 때문이겠죠. 기존 장르 구분이 무너진 데다, ‘만화적 상상력’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 한국 시청자는 원래 ‘만화 같은 드라마’에 적응된 상태기도 해요. 김치로 귀싸대기 때리고, 허구한 날 출생의 비밀에 백혈병에…. 게다가 이젠 사이버 공간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잖아요. 주인공이 초능력 좀 발휘한다고 뭐가 놀랍겠습니까.” 맞다. 아무리 가난해도 재벌 2세(혹은 실장님)가 사랑해주는 그들은 원래부터 특별했다. 평범하지 않으니, 그런 역할 맡아도 어색하지 않은 거다. 그런 초인적 능력에 감화한 시청자들이 그들은 현실에서도 슈퍼히어로가 돼야 한다고 믿는 거다. 이 때문에 초인들의 실수에 무섭도록 엄격하다. 소녀시대 티파니 사건이 그렇지 않을까. 광복절에 욱일기 이모티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다니. 금방 내렸다는 건 대중에게 변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반성문도 진정성 논란만 키웠다. 결국 그는 출연하던 KBS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하차했다. 딱히 두둔할 생각은 없다. 연예인은 누리는 만큼 책임이 뒤따른단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 TV 프로그램 관둔다고 생활이 어려워질 리도 없다. 허나 한 ‘20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한 번쯤 돌이켜봤으면. 성 차별적 요소는 잠시 접어두고 상상해보자. 내 누이가 뭔가 잘못을 저질러 회사에서 쫓겨났다. 숱한 비난과 멸시를 받으며. 그럼 우린 “나가라는데 어쩌겠어. 먹고살 만하니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까.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언젠가부터 연예인을 분노 표출의 표적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모르긴 해도 조카가 독립투사를 몰랐다고 해서 매국노라 부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연예인에겐 쉽게 인격모독을 저지르죠. 그런데 이번 사건만 봐도, 욱일기 이모티콘을 만든 ‘스냅챗’을 향한 비난은 크게 들려오지 않습니다. 요즘 연예인을 보는 도덕 기준은 정치인이나 종교인보다도 높아요. 온갖 회한을 그들에게 푸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 힘들어서 그렇다. 삶이 하도 팍팍해서. 세상은 불공평하지. 억울한 일 많지. 근데 어디 가서 하소연도 잘 못한다. 슈퍼히어로들이여, 당신들이 이해해 달라. 초인답게. 다만 우리도 잊지 말자. 계속 초인으로 대하는 한, 그들이 복면을 벗는 날은 오지 않는다. 우릴 믿지 않을 테니.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이돌이 이 땅에 자리 잡은 지 20년, 대한민국의 일상은 아이돌에 둘러싸여 있다. 백화점과 화장품가게, 편의점 등 어디에서나 그들의 미소와 마주한다. TV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수지(미쓰에이)와 설현(AOA), 빅뱅과 EXO 등으로 가득하다.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는 “아이돌 문화가 상품화된 게 아니라 그 자체가 한국 사회의 경제이자 문화”라고 했다.○ 10대 팬 문화가 글로벌 한류의 주역으로 1996년 ‘10대들의 승리(High-five of Teenagers·그룹 H.O.T.)’를 외치던 아이돌은 20년 새 세대를 넘어섰다. 당시에도 H.O.T.를 비롯한 젝스키스, S.E.S., 핑클 등의 폭발력은 엄청났다. 허나 2016년 아이돌은 문화를 넘어 산업적 영향력까지 갖춘 ‘한류의 중심’이 됐다. 초기 한류는 아이돌과 크게 상관없었다. ‘사랑이 뭐길래’(1997년 중국중앙(CC)TV 방영)나 ‘겨울연가’(2003년 일본 NHK 방영)처럼 콘텐츠나 배우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러나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이 상황을 변모시켰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보고서 ‘싸이, 그 이후의 한류’에서 “2010년대 초반 한류3.0 시대에 접어들며 케이팝이 핵심 키워드가 됐다”며 “아이돌이 외국 공연 등 음악 수출로만 2015년 기준 약 3억5000만 달러(약 3926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전문가 역시 한류 위상의 제고를 아이돌 최고의 공적으로 꼽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현재 해외의 한글과 한국 문화 사랑은 아이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며 “H.O.T.나 god 등이 마련한 아이돌 산업의 발판 위에 현 아이돌이 세계인과 소통하는 매개체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반대로 한류가 있어 초기 ‘가내수공업’ 수준이던 아이돌이 글로벌 대기업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이젠 아이돌이란 콘텐츠로 산업 다각화와 해외 투자 유치를 이루는 시대”라고 했다.○ 아이돌 지망생 100만 명 시대… 청소년 일탈 완충재 역할도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등록된 기획사만 1700개가 넘고 잠재적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을 꿈꾸며 한국에 거주하거나 입·출국을 반복하는 중국인 지망생도 1000명이 넘는다(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자료). 이렇다 보니 아이돌과 연습생의 근로 환경이나 인권 논란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이슈가 됐다. 아이돌을 향한 열망을 나쁜 쪽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돌이 청소년 일탈행위에 완충작용을 하는 ‘에어백’ 역할을 해왔다고 봤다. “극단적인 양상을 띠는 극성 팬까지 옹호할 순 없겠죠. 하지만 청소년 마약이나 미혼모 문제가 극심한 해외 상황과 비교할 때, 아이돌은 한국 10대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창구로서 순기능을 했습니다. 자신의 우상과의 연계를 통해 사회적 건강함을 유지하는 겁니다.” 20년 동안 아이돌 문화가 주류로 올라서며 기성세대의 시각 역시 달라졌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이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3%가 ‘아이돌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이솔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는 “20년 전 자식의 연예계 진출을 꺼리던 부모들이 요즘은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라며 “청소년은 물론이고 기성세대도 아이돌을 더이상 ‘딴따라’가 아닌 ‘꿈의 직장’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이지훈 기자}

뻔한 말이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스무 해를 맞은 아이돌 역사에서도 무수히 많은 일이 벌어졌다. 동아일보는 아이돌 전문 비평 웹진 ‘아이돌로지’와 함께 ‘아이돌 20년, 20대 사건’을 뽑았다. 대중문화를 넘어 사회적 파장이 컸던 이슈에 주로 초점을 맞춰 시기순으로 정리했다. [1]H.O.T. 데뷔(1996년)한국 아이돌 역사의 시작. 이전에도 ‘만들어진’ 뮤지션이 없진 않았지만 명확한 타깃을 갖고 철저한 기획 아래 체계적으로 양성된 첫 사례였다. 이후 젝스키스와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이 등장하며 초기 아이돌 시대를 열었다.[2]SM 코스닥 상장(2000년)소속 아이돌의 성공에 힘입어 SM엔터테인먼트는 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YG, JYP 등도 상장하며 아이돌 시장은 문화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3]god 아이돌 최초 앨범 100만 장 돌파(2000년)10대 취향 중심이던 기존 아이돌과 달리 god는 ‘국민그룹’이라고 불리며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누렸다. 2000년 3집은 184만 장, 2001년 4집은 171만 장 이상 판매됐다.[4]젝스키스 & H.O.T. 해체(2000, 2001년)두 그룹의 해체는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반발한 팬들은 시위에 나섰고, 일부 폭력사태도 벌어졌다. 뭣보다 이들의 해체로 불거진 ‘부당계약’ 논란은 지금까지 회자된다.[5]god 박준형 퇴출 번복(2001년)박준형의 열애를 문제 삼아 소속사가 그의 퇴출을 선언했다. 팬들은 신문에 반대 광고를 싣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고, 10일 만에 퇴출이 번복됐다. 아이돌의 사생활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고, 소속사를 상대로 팬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킨 최초의 사례.[6]보아 오리콘 차트 1위(2002년)현재의 한류를 이끈 선구자. 일본 첫 정규앨범은 한국 가수 최초로 오리콘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1000만 장 이상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에선 “보아의 경제적 가치는 2000억 원”이라고 평가했다.[7]이효리 ‘텐미닛’ 열풍(2003년)핑클 이후 첫 솔로앨범 타이틀곡 ‘10 minutes’의 성공은 그를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다. 아이돌 출신으론 처음으로 2009년 TV 연예대상도 받았다. 아이돌 이후의 방향을 성공적으로 제시한 모델이란 평가를 받았다.[8]비 타임지 100인 선정(2006년)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돼 한국 아이돌의 위상을 떨쳤다.[9]빅뱅 ‘거짓말’ 발표(2007년)데뷔 이듬해 내놓은 ‘거짓말’이 큰 인기를 얻으며 본격적인 보이그룹의 세대교체를 알렸다. 리더 지드래곤은 작사·작곡을 통해 음악적 역량을 선보여 ‘진화한 아이돌’의 모델이 됐다.[10]원더걸스 ‘Tell Me’ 열풍(2007년)복고풍 음악과 귀여운 소녀의 결합이란 2세대 걸그룹의 성공 공식을 제시했다. 향후 ‘삼촌팬’으로 불리는 성인 남성 팬의 등장을 이끌었다. 2009년 미국 데뷔 싱글 ‘Nobody’는 한국 최초로 ‘빌보드 핫100’ 76위에 올랐다.[11]동방신기 전속계약 소송(2009년)세 멤버가 7월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노예계약’이란 표현이 처음 등장했고, 표준계약서 도입의 계기가 됐다.[12]슈퍼주니어 한경 탈퇴(2009년)같은 해 12월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이 전속계약을 문제 삼고 탈퇴했다. 2014, 2015년엔 EXO의 세 중국인 멤버 역시 계약무효 소송을 벌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2PM 재범 탈퇴(2010년)아이돌 ‘2PM’ 리더 박재범이 데뷔 전 인터넷에 썼던 글이 한국 비하로 받아들여져 공분을 샀다. 자진 탈퇴로 마무리됐지만 당시 ‘제2의 유승준 사태’로 불리며 사회적 논란을 만들었다.[14]파리 플래시몹(2011년)SM타운의 프랑스 공연 당시 표를 구하지 못한 팬 수백 명이 루브르박물관 앞에 모여 연장 공연을 요구해 성사시켰다. 이후 유럽과 북·남미로도 플래시몹이 번지며 한류의 세계화를 확인시켜 준 상징적 사건.[15]동방신기 일본 5대 돔 투어(2012년)동방신기가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돔 콘서트를 개최했다. 해외 가수로는 본조비와 이글스, 빌리 조엘에 이어 4번째. [16]티아라 ‘왕따’ 논란(2012년)당시 최고 인기였던 티아라는 7월 일본 도쿄 부도칸 무대에 섰다. 그러나 현장에서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이 ‘왕따’ 의혹을 일으키며 인기가 추락했다. 연예계 SNS의 위력을 보여준 사례.[17]카라 도쿄돔 입성(2013년)카라가 한국 걸그룹 최초로 일본 도쿄돔 콘서트를 개최했다. 첫 일본 싱글 ‘미스터’는 아시아 여성 그룹 최초로 오리콘 싱글 차트 주간 톱10에 들어갔다.[18]EXO 앨범판매 100만 장 돌파(2013년)첫 정규앨범 ‘XOXO’가 150만 장 이상 팔렸다. 아이돌이 100만 장을 넘긴 건 god 이후 12년 만. 타이틀곡 ‘으르렁’의 인기도 컸지만 370만 명에 이르는 팬클럽의 위력을 보여줬다.[19]레이디스코드 사고(2014년)9월 새벽 교통사고로 걸그룹 ‘레이디스코드’ 멤버 은비와 리세가 유명을 달리했다. 이 사건은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아이돌의 과도한 스케줄과 관리 부족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20]트와이스 쯔위 논란(2016년)대만 출신 쯔위가 한 방송에서 대만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의 공분을 샀다. 아이돌 산업이 국제 정치이슈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10대 소녀는 고개를 조아렸고, 미성년 연예인에 대한 처우 논란도 이어졌다.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 기자}

‘H.O.T.’부터 ‘빅뱅’, 그리고 ‘트와이스’까지.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국내에서 아이돌은 통상 철저한 기획 아래 체계적으로 양성된 10, 20대 남녀 가수를 일컫는다. 최초의 아이돌로 불리는 H.O.T.가 1집 앨범 발표와 함께 TV에 처음 출연한 때가 1996년 9월 7일이었다. 한류의 확산은 아이돌이 주역으로 이뤄낸 ‘문화적 혁명’이었다. 지난해 한류의 직간접 영향을 받은 수출 총액은 8조 원이 넘는다.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SM과 YG, JYP, FNC, 큐브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아이돌은 사회적 인식 변화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은 ‘연예인’(약 40%)이 1위다. 일부 청소년 문화로 폄하하던 시각도 바뀌었다. 설문조사업체 엠브레인이 국민 2000명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조사한 결과 79.3%가 ‘아이돌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특히 팬덤(fandom·특정 인물이나 분야에 몰입하는 집단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40대와 50대 이상도 각각 80.3%, 77.3%가 아이돌 문화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3회에 걸쳐 시리즈를 게재한다.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이지훈 기자}

‘I‘m so sorry but I love you 다 거짓말….’(빅뱅 ‘거짓말’)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 No No No….’(소녀시대 ‘Gee’) 최근 서울 한 대학의 시위 현장에서 투쟁가 대신 소녀시대의 노래가 불렸다. 지난달 빅뱅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엔 6만여 관객이 몰렸다. 이달 10, 11일 열리는 젝스키스의 재결합 공연 입장권은 이미 매진됐다. 7일은 H.O.T.가 데뷔하며 한국 아이돌 역사가 시작된 지 꼭 20년 되는 날이다. 아이돌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는 즈음에 동아일보는 20년간 최고 아이돌 가수와 노래를 뽑았다.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일반 시민 2000명, 대중음악 전문가 30명을 상대로 설문했다. 일반인 설문은 웹진 ‘아이돌로지’, 조사업체 엠브레인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H.O.T. 이후 현재까지 아이돌과 노래들을 대상으로 했다.○ 30대는 H.O.T., 50대 이상은 god 선호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약속한 듯 빅뱅과 소녀시대를 최고의 남녀 아이돌로, ‘거짓말’(빅뱅)과 ‘Gee’(소녀시대)를 남녀 아이돌 노래 중 최고로 지목했다. 성(性)과 연령을 막론하고 압도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빅뱅에 대해 “대중성과 음악성, 솔로와 그룹 활동, 시각적 매력과 창작 능력을 두루 갖추고 10년 이상 생명력을 지켰다”는 점을 높게 쳤다.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성별을 불문하고 지지할 만한 걸 그룹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아이돌이 태동한 1990년대에 10대를 보낸 30대는 ‘원조 아이돌’에 대한 향수가 여전했다. H.O.T.와 ‘캔디’, 젝스키스와 ‘커플’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2000년은 아이돌 역사에서 또 한 번 전기가 마련된 해였다. god가 ‘거짓말’이 담긴 음반을 180만 장 판매하며 ‘국민 그룹’이란 신조어를 만든 해. 아이돌의 지위가 ‘10대들의 별난 우상’에서 ‘보편적 유명인’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때의 기억이 각인된 30대 이상 전 연령대는 10, 20대와 달리 god를 최상위권으로 꼽았다. 50대 이상은 빅뱅이 아닌 god의 ‘거짓말’을 최고 남성 아이돌 노래로 쳤다. 10대는 빅뱅의 ‘거짓말’ 다음으로 ‘으르렁’(EXO), ‘쏘리 쏘리’(슈퍼주니어)에 표를 던졌다.○ 여성은 이효리의 ‘10 Minutes’, 남성은 트와이스에 지지 몰려 여성 아이돌과 노래에서 남녀의 선호도 차가 두드러졌다. 여성 아이돌 최고의 노래로 여성은 ‘Tell me’(원더걸스)를 꼽은 반면 남성은 ‘Gee’를 선택했다. 씨스타와 트와이스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드러나는 일종의 리트머스였다. 여성은 씨스타, 남성은 트와이스에 2배 가까운 지지를 보낸 것. 당찬 여성상을 내비친 ‘10 Minutes’(이효리) ‘Bad Girl Good Girl’(미쓰에이)에도 여성의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10 Minutes’는 여성 응답자 사이에서 ‘Tell me’, ‘Gee’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었다. ‘CHEER UP’(트와이스)은 귀엽고 발랄한 멤버들의 인기와 맞물려 남성의 지지가 몰렸다. 평단은 샤이니, f(x)의 독특한 음악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투쟁가처럼 불려 화제가 된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도 이들이 특히 주목한 노래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빅뱅의 ‘거짓말’, 원더걸스의 ‘Tell me’가 히트하고 소녀시대 원더걸스 샤이니가 데뷔한 2007, 2008년이 아이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면서 “아이돌이 소수 팬덤 문화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확실히 올라섰고, 현재의 케이팝 붐의 씨앗을 심은 기반이 이때 만들어졌다”고 평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30명 명단 ::강일권 김경진 김봉현 김성환 김영대 김윤하 남성훈 박준우 배순탁 서정민갑 송기철 송명하 이경준 이대화 차우진 최규성 최지선 한동윤 한명륜(이상 대중음악평론가), 마두식(Mnet ‘엠카운트다운’ PD), 미묘(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박정규(MBC TV ‘쇼! 음악중심’ CP), 신형관(Mnet 콘텐츠부문장), 안동진(MBC FM4U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 PD), 윤의준(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 PD), 한경천(KBS 2TV ‘뮤직뱅크’ CP), 정양환 임희윤 장선희 이지훈(이상 동아일보 문화부 트렌드팀 기자) 임희윤 imi@donga.com·정양환·이지훈 기자}

《 ‘취준생(취업준비생) 100만 명 시대.’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15∼29세)은 65만2000명. 허나 전문가들은 나이나 이직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취준생은 10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본다. 일하고 싶어도, 일해야 하는데도 일하지 못하는 심정은 얼마나 괴로울까. 채널A에서 31일 오후 8시 20분 첫 방송되는 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는 고단한 취준생들을 위로하고 조금이나마 도움 되는 정보를 전하는 작품이다.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채널A의 첫 웹드라마로 30일 오후 10시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앞서 공개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 “아이돌 연습생도 취준생과 마찬가지”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나는 취준생이다’ 기자간담회에는 아이돌 걸그룹 ‘러블리즈’의 이미주와 배우 한재석 김윤배 이영훈이 참석해 출연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이 첫 연기 도전인 이미주는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 시절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취준생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공감하며 많이 배웠다”며 “‘안 되는 일은 없다’는 열정을 갖고 좋은 결과를 이뤄내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러블리즈는 2014년 데뷔해 ‘아츄(Ah-Choo)’ ‘데스티니(Destiny)’ 등으로 인기를 얻은 8인조 걸그룹. 이미주는 ‘열정페이’를 받으며 고단한 사회생활을 하는 영희 역을 맡았다. tvN ‘SNL 코리아’에서 친숙해진 배우 한재석은 치열한 취업 경쟁을 헤쳐 나가는 청년 영규 역을 맡았다. 한재석은 “배우가 작품에서 역할을 맡기 위해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치르고 준비하는 과정이 취준생의 고단한 삶과 많이 닮았다”며 “주위에 취준생 친구도 많고 실제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오래 해 봐서 그런 경험을 녹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이미주에 대해서는 “극중 여동생으로 나오는데 진짜 친동생처럼 발랄하고 귀여워서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취준생… 서로가 다독여줬으면” ‘나는 취준생이다’는 모두 5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준비 △지원 △면접 △취직 △이직 등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주제별로 담았다. 김건준 PD는 “제작에 앞서 고용노동부 자료를 많이 참조하고 실제 취준생을 수없이 만나 취재했다”며 “나 스스로를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잠재적 취준생이라 여기며 제작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스펙맨’을 맡은 이영훈은 “높은 학력과 뛰어난 외국어 실력이 취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여기는 역할”이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스펙 외에도) 다양한 취업의 길이 있다는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한재석도 “열정만으로 맨땅에 헤딩할 순 없겠지만 현실적인 준비와 정보를 바탕으로 끈기 있게 버틸 수 있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드라마에서는 청년 말고도 중장년 취준생도 함께 다룬다. 배우 조형기가 정년퇴직 뒤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아빠, 개그우먼 박미선이 가정주부 생활로 경력이 단절됐다가 재취업을 꿈꾸는 엄마로 출연했다. 김 PD는 “취업을 고민하는 모든 세대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