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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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col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칼럼100%
  • “광주비엔날레에 광주가 보이면 안 됩니다”

    《 “20년 전 제가 공동으로 창설했던 행사인데, 성년식을 준비하다가 그 성년식 때문에 그만두게 됐네요. 예술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광주 비엔날레가 개막한 5일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62)는 짐을 쌌다.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풍자한 그림으로 ‘홍성담 사건’이 터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개막까지 마무리해놓고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지킨 것이다.》               그는 1993년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을 기획해 한국에 비엔날레를 처음 소개했고, 고려대 미술교육과 교수 시절이던 1995년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의 제안으로 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을 맡아 광주 비엔날레를 창립했다. 10주년이던 2004년엔 예술총감독을 맡았고, 2008년 상임부이사장, 2012년 대표이사로 자리를 바꿔 앉으며 광주 비엔날레를 세계 200여 개 비엔날레 중 5위로 키워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로는 최고 순위다. 그는 광주 비엔날레의 고속 성장 비결에 대해 “현대미술 전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담론이 생산되고 교류되는 플랫폼이 되도록 애썼다”며 “나는 광주 비엔날레의 20년 역사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광주 비엔날레가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기까지는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박사인 그의 세계적인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유럽이 주도하는 세계비엔날레협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정작 광주 미술계는 소외된다’는 불만과 함께 ‘글로벌화에는 성공했으나 지역화엔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백남준이 ‘애국하면 망한다’고 했듯 광주 비엔날레에 광주가 보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미디어아트의 세계적인 거장인 백남준(1932∼2006)은 진정한 애국이란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유명하고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는 뜻에서 이 말을 했다. “글로벌과 로컬 논쟁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지역과 세계가 양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글로벌이란 로컬을 전제로 해야 하듯 지역주의 자체만을 주장하는 협소한 지역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동아일보 사건기자로 광주에서 희생자들을 취재했던 그는 ‘광주정신의 세계화’도 주장했다. 그가 사퇴하는 계기가 됐던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는 ‘광주정신’을 상생과 치유를 위한 미래적 가치로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5·18 당시 시민군의 문화선전대로 활약하고 제1회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던 스타작가 홍성담 카드를 꺼내든 것. 홍 작가는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세월오월’을 불쑥 내놨고, 비엔날레 이사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 그림의 전시에 난색을 표명해 검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홍 작가는 스스로 전시를 철회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주시로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는 글로벌한 잔치인 만큼 국가원수를 풍자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걸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광주정신을 1980년대 광주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이제는 놓아주어야 합니다. 일각에선 ‘5·18 때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고 광주정신의 갑을 논쟁도 하는데, 광주정신을 사유화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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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시간 격론 끝… ‘문창극 보도’ KBS에 제작유의 권고

    왜곡 보도 논란을 일으킨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보도에 대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문 전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보도한 ‘KBS 뉴스’에 대해 9명 위원 전원 합의로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고’는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전달하는 행정 지도로, 문제는 있지만 법적인 징계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조치다. 행정 지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의견 제시’보다는 한 단계 높은 조치다. 방통심의위는 △신앙적 믿음을 고백하는 교회 강연 내용을 후보자의 역사관 검증의 판단 근거로 제시하고 △해당 강연의 일부 발언만을 편집 보도해 발언 취지를 왜곡했으며 △문 후보자의 반론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KBS는 6월 11일 온누리교회 강연 영상물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문 전 후보자가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심의위의 방송소위원회에서는 3 대 2로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의견이 많아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중징계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4일 오후 3시에 시작된 전체회의는 여야 추천을 받은 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져 두 차례 정회를 하고 야당 추천을 받은 장낙인 위원이 퇴장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오후 8시경 ‘중징계’와 ‘문제없음’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봤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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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와! 화려한 뮤지컬에 ‘황홀’… 아∼ 잔잔한 드라마에 ‘감동’

    넉넉한 추석 연휴, 하루 정도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는다면 풍요로운 추억 하나를 더할 수 있다. 날씨도 선선해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할인해주는 공연도 많아 가격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다. 흥겨운 노래, 탄탄한 이야기 귀에 익숙한 노래와 화려한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뮤지컬 ‘프리실라’가 딱이다. ‘이츠 레이닝 멘(It’s raining men)’ ‘트루 컬러스(True colours)’ 등 히트 팝송을 엮어 만들었다. 드래그퀸(여장남자)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간다. 틱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8세 아들이 자신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한다. 500여 벌의 의상이 등장하는 총천연색 무대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13세 이상 관람. 5만∼13만 원(7∼10일 공연은 40% 할인). 1577-3363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 초연 이후 높은 완성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료 병원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에 가슴이 찡해진다. 이현 한세라 양경원 라준 박세웅 출연. 2015년 1월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4만5000원(6∼10일 공연은 50% 할인). 02-744-7090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초록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다. 마법 같은 무대와 철학적인 이야기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김선영 박혜나 김소현 김보경 남경주 출연. 10월 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7∼10일 공연은 30% 할인), 1577-3363 매혹적인 재즈 음악과 섹시한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시카고’도 6∼9일에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최정원이 벨마 역, 아이비가 록시 역을 단독으로 맡아 탄탄한 연기와 춤 솜씨로 무대를 꽉 채운다. 28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 원. 02-577-1987꿈과 인생을 말하다 연극 ‘이기동체육관’은 잊고 살았던 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낡은 복싱체육관을 한 청년이 찾는다. 그는 관장 이기동을 숭배했던 팬이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관장 이기동은 아들을 복싱으로 잃은 후 좌절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복싱대회에 몰래 나가려던 관장의 딸 연희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진다. 가족이 함께 보면 30% 할인해준다. 김수로 강성진 문진아 박은미 김동현 류경환 출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마당 2관, 4만 원. 02-6227-0301 죽음을 앞둔 남편과 이를 지켜보는 아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잔잔하고 진솔하게 그린 연극 ‘슬픈 연극’도 공연된다. 극단 차이무 민복기 대표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강신일-남기애, 김학선-김정영, 김중기-이지현이 커플을 이뤄 차례로 공연한다. 21일까지는 강신일 남기애의 무대다. 11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3만5000원. 02-762-001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보고싶던 그 전시 이번 추석에 꼭▼20세기, 위대한 화가들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마티스,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럽의 거장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같은 미국의 팝아티스트까지 서양 미술사의 빛나는 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대형 전시다. 작고한 거장부터 쟁쟁한 현역들까지 작가 53명의 작품 104점을 선보인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앵포르멜 옵아트 등 시대를 이어온 미술계의 변화를 11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8000∼1만3000원. 1544-1555매트릭스: 수학 순수에의 동경과 심연 지난달 개최된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기념해 열리는 전시. 그래픽디자이너 슬기와 민이 수능 수리문제 문항을 이미지로 재해석한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수학과 교수가 30년 넘게 써온 노트 10권을 확대해 방 하나에 도배한 송희진 작가의 ‘진리의 성’ 등이 전시된다.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3, 4전시실. 추석 연휴엔 무료. 02-3701-9500올해의 작가상 2014 구동희(40) 김신일(43) 노순택(43) 장지아(41)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4명의 전시.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 2전시실과 중앙홀. 추석 연휴엔 무료. 02-2188-6000▼보고싶던 그 공연 이번 추석에 꼭▼블루문 페스티벌 클래식과 판소리, 국악이 어우러지는 추석맞이 공연 ‘블루문 페스티벌’이 6, 7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첫 테이프는 6일 오후 7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프렌즈 문라잇 스토리’를 주제로 끊는다. 7일 오후 2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이자람이 판소리 다섯대목의 하이라이트와 ‘사천가’의 주요 장면을 보여준다. 같은 날 오후 7시 공연에선 ‘국악계의 아이돌’ 송소희가 첫 콘서트 무대를 연다. 관람료는 2만2000∼12만 원. 1544-1555국립국악원 한가위 특별공연 8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는 한가위 특별공연이 열린다. 1부에선 풍년을 기뻐하는 ‘경풍년’ 연주를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과 소리꾼 남상일이 꾸미는 단막 창극 ‘박타령’ 무대가 이어진다. 경기·서도민요 ‘오봉산타령’ ‘술타령’, 남도 민요 ‘팔월가’ 등 추석을 주제로 하는 소리가 박을 타며 펼쳐진다. 2부는 8개 팀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너도나도 아리랑 부르기’ 본선 무대가 이어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이 꾸미는 강강술래와 판굿도 공연된다. 관람료는 무료, 선착순 입장. 02-580-3300}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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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적 파괴위해 모두 불태워라”… 불난집 같은 전시장

    “와! 전시관이 불타고 있어요.” “문어가 전시관을 부수고 나오려고 하네요.” “한국에서 문어는 나쁜 의미로 쓰인다면서요? ‘문어발식 경영’이란 표현에서처럼.”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2014 광주비엔날레 행사장을 미리 찾은 4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과 예술 관계자들은 전시관 전면을 가득 채운 도발적인 그림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영국 작가 제러미 델러(48)의 신작으로 올해의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사진)’를 익살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1995년 미술계의 변방 국가, 거기에서도 남쪽 작은 도시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착실히 성장해온 광주비엔날레는 20주년을 맞아 ‘터전을 불사르자’는 제안을 하고 전시장이 불타고 있는 작품부터 내걸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뉴욕 출신의 펑크록그룹 ‘토킹 헤즈’의 노래 제목(‘Burning down the house’)처럼 저항과 혁신이라는 예술의 역할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38개국에서 1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은 불난 집 같았다. 영국과 스페인 출신의 예술 그룹인 엘 우티모 그리토의 그래픽 작품 ‘버닝(burning)’으로 전시장이 ‘도배’됐기 때문이다.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벽면 전체에 붙여놓았다. 불태워야 할 터전이란 은유다. 인도 작가 쉴라 가우다(57)는 영상 작품을 통해 불가촉천민에게 “불교로 개종해 스스로를 해방하자”고 선동했다. 파키스탄 작가 후마 물지(44)는 동물 가죽으로 실물 크기의 인간을 만들어 뉘어 놓은 뒤 ‘분실물 취급소’라는 제목을 달았다. 실종이 흔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 정치를 비판했던 사진작가 김영수(1946∼2011)는 ‘고문’을 통해 신체적인 폭력을, 최수앙(39)은 부러움과 질투로 과장되게 찡그린 얼굴을 여럿 매달아 놓은 ‘소음’에서 사회적 압박과 타인의 시선을 불태우자고 한다. 이불(50)은 나체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퍼포먼스 ‘낙태’를 통해, 최운형(38)은 남성 성기를 잔뜩 그려놓은 그림 ‘아쿠아리움’을 통해 가부장적인 문화를 겨냥했다. 중국 작가 겅젠(52)는 설치작품 ‘쓸모없는’에서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를 불 지르자고 제안한다. 그는 상하이에 3일간 머물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버린 물건 500점을 수거해 투명한 아크릴 상장에 전시했다. 옷 신발 컴퓨터 등 온갖 전시물엔 언제 샀고 왜 버렸는지 이유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한국의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건축문화도 태워 없애버려야 할 터전이다. 브라질의 헤나타 루카스(43)는 전시관 건너편 아파트의 창문 형태를 그대로 따라 만든 창을 전시실 건물에 짜 넣었다. 제목은 ‘불편한 이방인이 될 때까지’. 영국 런던의 리슨 갤러리 큐레이터 그레그 힐티 씨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작품부터 6600m² 크기의 대형 작품까지 스케일과 소재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인상적인 전시”라고 했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 후 새로운 재건을 얘기하는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 불태우면서 아쉽게 잃게 되는 것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예술총감독인 제시카 모건(46) 영국 테이트모던 수석 큐레이터는 “불태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불태운 뒤 새 피를 수혈하는 것이 중요해 참여 작가 가운데 90% 이상을 신진 작가들로 채웠다”고 했다. 1980년대 유행가 ‘터전을 불태우라’만큼 이번 전시는 혁신적인가. 판단은 관람객의 몫이다. 격년으로 개최돼 올해 10회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5일 개막해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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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C협회 업무감사 거부 논란

    신문 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가 내부 업무감사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신문협회에 따르면 ABC협회의 김형택 감사가 지난달 19일 협회에 감사 실시를 통보한 후 1일 협회를 방문했으나 협회는 감사를 거부하고 감사 요구자료 목록도 받지 않았다. ABC협회에 대한 감사는 협회 소속 신문업계 회원 30명이 “협회가 이사회나 총회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회비를 인상하려 한다”며 회비 책정과 예산 집행 및 회계처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1988년 6월 협회 창립 이래 내부 업무감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C협회는 최근 적자 해소 등을 명분으로 신문협회 회원사에 평균 26.8%에 이르는 회비 인상을 요구했다. 김 감사는 “이달 30일까지인 감사 시한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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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백남준만 있는게 아니네”

    탕, 쨍그랑, 와장창…. 조용한 미술관을 채우는 총소리와 유리 깨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현대미술의 발원지이나 남송(南宋)시대 수도로서 전통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항저우(杭州) 시를 도발하는 총성이다. 학고재 갤러리와 중국 싼상(三尙)당대예술관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저장(浙江) 성 항저우 시 싼상당대예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은 거울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는 이용백 작가(48)의 ‘브로큰 미러’를 포함해 12명의 작품 35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백남준(1932∼2006)부터 중견작가인 이세현(47)과 젊은 세대인 오윤석(43) 장종완(31)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가와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로는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다. 전시가 주는 묘미는 신구(新舊) 세대 간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와 여기서 오는 긴장감을 읽어내는 데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철판과 돌이 마주 보고 있는 이우환의 설치작품 ‘관계항’이 관객을 맞는다. ‘관계항’의 정적인 미감(美感)은 이어지는 동선에 전시된 홍경택(46)의 유화 ‘펜3’의 역동적인 미감과 대조를 이룬다. 백남준이 1995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낡은 TV모니터는 남북 이념갈등을 다룬 김기라(40), 가부장적인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얘기하는 여성작가 박지혜(33)의 비디오아트와 나란히 놓였다. ‘모두가 부처’라는 메시지를 담은 김아타(58)의 사진작품은 성형에 중독된 여성을 보여주는 권순관(41)의 사진과,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로 일상성을 파고드는 유근택(49)의 그림은 짐승의 가죽 위에 신선도를 그려낸 장종완의 회화와 한자리에 걸렸다. 미술관을 찾은 중국 관객들은 특히 이용백의 미디어아트를 흥미로워했다. 마주 보고 걸려 있는 대형 거울 사이에 서면 어디선가 굉음과 함께 총알이 날아와 거울에 박히고, 깨지는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과 함께 중국의 양대 미술대학으로 꼽히는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의 루안웨라이(阮悅來) 교수는 “이용백의 작품은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한국엔 백남준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술 전문 월간지 ‘예술당대’의 쉬커(徐可) 부주간은 “냉면을 소재로 남북문제를 풀어내고, 가죽을 동양화의 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을 맡은 윤재갑 상하이 하오아트 뮤지엄 관장은 “항저우 작가들은 1985년 전통화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현대미술을 시작했지만 전통을 넘어서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이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항저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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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각의 힘을 키우는 다섯가지 노하우

    참 잘 썼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횡무진하며 인류 문명을 창조한 동력이 ‘생각’이고 앞으로 살길도 생각하는 힘이라고 역설한 뒤 생각의 힘을 기르는 노하우까지 일러준다. 생각의 산물이 지식인데, 인류의 지식 탐구는 지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고 남을 설득하려는 실존적 욕망에서 시작됐다. 생존법으로 진화를 택한 동물과 달리 인간이 지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지식의 학습은 빠르고 유연해 더디게 진행되는 진화와 다르게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유용한 생각의 도구로 기원전 8세기 그리스에서 유래한 은유, 원리, 문장, 수(數), 수사(修辭) 등 5가지를 꼽는다. 이 중 으뜸은 은유다. 여기서 은유란 직유 환유 제유 풍유 상징을 구분 않고 통틀어 말한다. ‘시간은 돈이다’처럼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간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非)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낸다. 모든 생각의 모태가 되는 은유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저자는 시(詩) 읽기와 ‘주머니 훈련법’을 추천한다. 주머니에 단어 카드를 넣고 섞은 뒤 아무거나 2장을 골라 ‘A는 B다’는 문장을 만든다. 예를 들어 ‘책’과 ‘여행’이 적힌 카드를 골랐다면 ‘책은 여행이다’ ‘여행은 책이다’는 문장이 된다. 책과 여행의 유사성과 비유사성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표현력과 설득력은 물론이고 창의력까지 키울 수 있다. ‘유사성’은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다. 정보 시대에 저자가 생각의 도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근대적 이성의 바탕이 되는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같음과 다름을 모두 끌어안는 유사성은 유연하고 유능하며 창조적이다. 이는 동일성을 기준으로 범주화하는 컴퓨터가 따라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도 하다. 유사성을 근거로 작동하는 뇌와 동일성을 근거로 작업하는 컴퓨터, 이렇게 뇌 2개를 함께 가지고 살자는 제안이다. 그런데 문학 수학 건축 천문학이 훨씬 앞서 발달했던 고대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인들을 제치고 왜 생각의 도구가 그리스에서 유래했을까. ‘그리스에선 학문이, 중국에선 삶의 지혜가 발달했다’ ‘이집트에는 무덤이, 그리스에는 극장이 있다’는 명언들이 힌트가 된다. 책 뒤쪽에 모아둔 35쪽 분량의 각주에서 대부분 해외 문헌을 인용하면서도 실제로 참고한 번역본을 정직하게 밝힌 것도 미덥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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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풍의 화가’가 그려낸 원시의 제주

    그의 그림은 잘 팔렸다. 일본 최고 권위의 미전에서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을 거머쥔 조선 청년의 인물화를 일본인들은 좋아했다. 귀국 후 서울의 고궁을 그린 섬세한 풍경화도 그리기 무섭게 화상들이 큰 시장 일본으로 팔아주었다. 하지만 중년이 된 그는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혼자 제주로 향했다. 서울∼제주 간 비행편이 주 1회이던 시절이다. 스스로 선택한 유배생활은 쓸쓸했고 황토색 그림은 팔리지 않았지만 그는 결국 제주의 화가로 남았다. 가장 제주다운 그림으로 세계적인 서양화가가 된 우성 변시지 화백(1926∼2013·사진)의 1주기를 맞아 26일∼9월 30일 제주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특별전이 열린다. 전시의 주제인 ‘빛과 바람, In full spectrum’에 나와 있는 대로 화려했던 일본 생활을 거쳐 제주에 정착하기까지 화풍의 변화를 100여 점의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의 미학적 전환점은 거주지의 이전과 맞물려 있다. 인물화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본시대(1947∼1957년), 고궁의 풍경을 극사실주의로 그려낸 서울시대(1957∼1975년), 황토색 바탕에 먹빛 선묘로 제주의 원시성을 그려낸 제주시대(1975∼2013년)로 나뉜다. 서귀포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6세 때 부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1948년 22세의 나이로 일본 광풍회(光風會)전에서 최연소 최고상을 받았다. 화려했던 20대 일본시대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따스한 톤으로 그려낸 인물 좌상들이 많다. 좌상은 당시 일본 화단의 인기 소재였다. 서울시대로 접어들면 온통 고궁 풍경화다. 그는 현대적 면모를 갖춰 가는 서울보다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고궁에 주목했다. 그려 넣은 기왓장 수가 실제 기왓장 수와 같을 정도로 섬세하고 치밀한 화풍이 특징이다. 제주시대의 그림은 극도로 단순해진다. 그에게 제주는 빛과 바람의 섬이었다. 고인은 생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태양빛이 강렬하게 비추면서 모든 것이 누렇게 다가왔다. 제주는 누런색이었다”고 했다. 제주는 씨를 뿌리면 흙까지 날아가버리는 바람의 섬이다. 그의 그림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동력은 바람이다.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 쓰러져가는 초가와 돌담, 불귀(不歸)의 짝을 기다리는 남정네 혹은 아낙의 옷자락, 조랑말의 성치 않은 갈기와 까마귀 떼의 날갯짓에서도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그를 ‘폭풍의 화가’라 부르는 이유다. 제주적인 색과 소재에서 전해지는 정조는 섬의 고독과 기다림이다. 그림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등 굽은 사내, 혹은 지팡이를 쥔 사내가 이 불모의 쓸쓸한 풍경이 관조의 대상이 아닌, 누군가에겐 생활의 터전임을 일깨운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풍토가 예술의 전부라던 고인은 제주의 진짜 얼굴을 찾아내 시원적 삶의 섬, 척박한 풍토, 역사와 수난의 섬 제주를 절제된 색으로 표현해냈다”며 “한반도 본토의 미학과는 다른 ‘제주이즘’이라는 양식화를 구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가 그려낸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 제주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2007년 6월부터 10년간 우성의 회화 작품 2점을 대여해 전시 중이다. 인터넷 포털 야후는 1997년 ‘르네상스 이후 세계 100대 화가’에 그를 선정했다.제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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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유대인은 왜 하마스를 잔혹하게 공격하나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을 만나라’로 유명한 랍비가 쓴 책이다. 모든 나라에서 추방당하는 시련을 이겨낸 뒤 건국을 하고, 세계 인구의 0.25%로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배출해내는 동력이 된 유대인들의 정신 유산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무자비한 전쟁을 하고 있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내재적 접근법’으로 들여다보는 책으로 읽어도 좋다. 유대교는 신을 절대 복종해야 하는 무오류의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유대민족의 아버지인 야곱의 또 다른 이름인 ‘이스라엘’이 상징한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의 씨름을 의미한다. 유대 문헌에는 하나님과 논쟁을 벌이는 유대인들의 모습이 종종 나온다. 유대교의 가르침은 예수의 그것과는 다르다. 예수는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대줘라”고 했지만 유대교는 나치를 사랑할 의무는 전혀 없다고 믿는다. 이웃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성경엔 유대인들이 잔혹한 전쟁을 치르는 장면들이 나온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성경의 전쟁 윤리에 대해 저자는 일신교인 유대교의 생존을 위한 투쟁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일신교는 당시 소수자여서 다른 토착민들과 살았다면 동화돼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대인들은 적에게 패배할 때마다 이는 적이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유대민족을 벌하시기 위해라고 해석했다. 저자는 이 같은 해석이 유대민족의 절멸을 막아주었다고 본다. 유대교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네가 싫어하는 일을 이웃에게도 행하지 말라”라고 한다. 이 밖에 곱씹어볼 만한 구절들이 많이 나온다. “잔인할 필요가 있을 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결국 자비를 베풀어야 할 때 잔인하게 될 것이다.” 원제 ‘Jewish Literacy’.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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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찬 “청문회 자리 앉는 순간, 죄인”

    “난산(難産)의 고통을 복기하는 심정으로 인사 청문회 경험담을 들려드립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68)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세미나 ‘인사 검증 보도의 현주소와 개선점’에 참석해 ‘내가 경험한 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발표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월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 섰다. 그는 “청문회 현장에서 생애 최초의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마치 피고석에서 전과 유무를 추궁당하는 느낌이었다”며 “내가 어떤 역량을 키워 왔고, 어떤 비전으로 국정에 임하려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구석구석 털어서 죄인을 만들자는 자리 같았다”고 돌아봤다. 정 전 총리는 청문위원의 자질도 문제 삼았다. 그는 “나는 부선망(父先亡) 독자여서 군대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내 병역 기피 의혹을 질타한 야당 청문위원 4명 중 3명이 병역 미필자였고, 법을 지키라고 언성을 높인 위원은 청문회 바로 다음 날 의원 자격이 박탈됐다”고 했다. 당시 야당 남성 청문위원은 모두 5명이었고, 이 중 군 면제자는 3명이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되던 날인 2009년 9월 24일 단국대 이전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 전 총리는 “세상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추한 사람 3종류가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과 일해야 할 땐 일단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은 (후보자에 대해)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어?’ 이런 식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인사 검증 보도 내용이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과 관련이 있음을 기사에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보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교수는 “KBS는 총리의 역사관이 공직 수행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짚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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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광을 담은 건물, 건물을 담은 풍광

    혼신지(魂神池). 경북 청도군 화양읍 고평리에 있는 이 저수지는 물 위 가득 연꽃이 자라는 연지(蓮池)다. 해질녘 어스름이면 연줄기들이 그려내는 그림이 장관을 이뤄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김현진 건축사사무소 SPLK 소장이 설계한 ‘혼신지주택’은 혼신지와 이를 둘러싼 평화로운 산세를 감상하려고 지은 집이다. 세계적인 건축 사진작가 헬렌 비네가 찍은 최초의 한국 건축가 작품으로 유명해졌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와 페터 춤토르의 단골 작가인 비네는 혼신지주택 촬영을 위해 5월 방한했을 때 이 집에 대해 “퀄리티에 정직하게 집중한 작품”이라며 “공간이 만들어내는 깊이감,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혼신지주택은 이름 그대로 혼신지를 보기 위한 집이다. 김 소장은 “주변의 자연이 아름다워 집이 튀지 않으면서도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총면적이 200m²(약 60평)인 건물은 위압적인 덩치로 조용한 경관을 깨지 않도록 두 동으로 작게 나눈 뒤, 혼신지의 수평선을 자르지 않고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가로로 길게 엇갈려 배치했다. 혼신지 쪽을 향하는 창엔 투명도가 높은 저철분 통유리를 썼다. 거실과 주방 같은 공적인 공간으로 구성된 앞동보다 서재와 침실 등 사적인 공간이 모여 있는 뒷동이 높다. 덕분에 집안에서는 다양한 눈높이와 위치에서 혼신지를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혼신지주택엔 ‘깜짝 선물’과 같은 장치가 두 개 있다. 앞동 중정에서 혼신지 쪽으로 세워진 벽면을 밀면 뜻밖에 견고해보이던 커다란 벽이 밀쳐지면서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2층 높이인 뒷동의 욕조에 들어앉아 커다란 창으로 한가득 들어오는 경치를 감상하며 목욕을 하는 것도, 욕실 벽면의 거울에 문득 비친 혼신지를 발견하는 놀라움도 호사스럽다. 청도엔 혼신지주택처럼 대구에 살면서 주말 별장처럼 쓰려고 지은 세컨드 하우스가 많다. 김 소장은 “온갖 살림살이를 위한 수납공간이 필요한 일반 집과 달리 세컨드하우스는 건축의 중요한 가치인 공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비네가 얘기한 ‘공간의 깊이감’도 온갖 세간에서 해방된 덕에 얻어낸 것이다. 주방과 중정을 가르는 곳은 유리로 돼 있고 실내와 중정의 벽면 모두 화이트오크로 처리해 통일감과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뒷동의 침실과 욕실 사이도 유리로 처리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청도=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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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전 파행’ 광주비엔날레 대표 사의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62)가 20주년 특별전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측은 17일 “이달 8일 개막한 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으로 인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이 대표가 비엔날레 재단의 수장으로서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특별전인 ‘달콤한 이슬 1980 그후’를 개막했으나 문제가 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전시 유보되고, 동료 작가들이 이에 반발해 작품을 철거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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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개나 고양이에 초콜릿 주면 탈난다고?

    “이 신사양반은 하인 네 명이 거들어주지 않으면 아침 ( )을 목으로 넘기지 않았다. 한 하인이 ( )이 담긴 주전자를 바치면, 둘째 하인이 작은 도구를 꺼내 ( )을 휘젓는다. 그러면 셋째 하인이 잔 받침보를 깔고 넷째 하인이 ( )을 따른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프랑스 귀족이 ( )을 마시는 장면이다. 여기서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초콜릿이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식물 카카오의 특징부터 귀족들의 기호품이던 초콜릿이 대중화에 이른 역사까지 초콜릿의 모든 것을 들려주는 책이다. 카카오의 최대 생산국은 코트디부아르-가나-나이지리아 순이고, 최대 소비국은 스위스-잉글랜드-루마니아 순서다. 생산국과 소비국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카카오 재배자들이 초콜릿을 사먹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기 때문이다. 2009년 기준으로 초콜릿 100g의 가격은 69센트(약 720원). 이 중 카카오 재배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3센트다. 개나 고양이가 귀엽다고 초콜릿을 주면 안 된다. 초콜릿엔 피로를 완화하고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개나 고양이에겐 이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 초콜릿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저자들은 구슬 서 말을 모으는 성실함만 있지 이를 멋지게 꿰어내는 재주는 없어 보인다. 우유나 튤립, 향신료를 키워드로 읽어낸 미시사 같은 깊이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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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심위, JTBC 메인뉴스 중징계 “다이빙벨 보도 객관성 위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메인 뉴스가 세월호 참사 때의 ‘다이빙벨’ 보도로 중징계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참사 이틀 뒤인 4월 18일 다이빙벨에 관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내보낸 ‘JTBC 뉴스9’에 대해 ‘재난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객관성’에 관한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는 방송사의 재승인 심사 때 벌점 4점이 부과되는 법정 제재다. 해당 방송사는 관계자를 징계한 뒤 그 결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심의위는 “정확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2, 3일이면 3층, 4층 화물칸 다 수색이 끝날 거라고 생각된다’ 등 출연자의 일방적인 의견을 방송해 유가족을 비롯한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심의위는 4월 22일 세월호 참사로 부모와 형을 잃은 7세 어린이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어린이의 실명과 인터뷰 장면을 내보낸 MBN ‘뉴스특보’에 대해 ‘피해자의 안정과 인권 보호’ 규정 위반으로 법정 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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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총량제는 지상파 편향 정책… 여론 다양성-매체 균형발전 해쳐”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 등 방송통신위원회가 4일 발표한 정책에 대해 신문협회(회장 송필호)가 “여론의 다양성 구현과 매체의 균형 발전을 도외시한 지상파 편향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7일 성명을 내고 “한정된 광고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지상파의 광고재원을 보전하기 위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등을 허용하면 신문과 중소 및 지역방송 같은 경영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매체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연간 매출은 10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다른 중소 매체의 광고 수입이 그만큼 줄어듦을 뜻한다. 협회는 “방통위가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면 허용’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진실”이라며 “이 같은 진실 호도는 ‘지상파 편애’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만을 규제하는 방통위가 전체 미디어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광고정책을 관련 부처와 협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또 “방송 광고정책은 국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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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協 “언론사 뉴스 무단게재 의원 면죄부 안돼”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는 언론사의 뉴스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무단으로 게재한 국회의원들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뉴스 저작물은 언론사와 기자들의 창조적인 노력으로 생산된 콘텐츠로,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디지털 뉴스를 유료로 구매하고 있다”며 “만약 국회의원들의 행위가 무혐의라면 정부 부처 등이 유료로 구매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앞으로 사법부 행정부 등이 언론사의 기사를 무단으로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하더라도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이 처분으로 뉴스 유료화를 추진하는 신문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온라인 뉴스유통 생태계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2월 국회의장단,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 270명을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해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고발했다. 검찰은 △의원들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홈페이지 방문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기사를 제공한 데다 △이들의 홈페이지가 언론사의 홈페이지와 경쟁관계는 아니라며 지난달 25일 이들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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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을 든 정장신사’… 아버지일까 나일까

    굴뚝에서 나무가 쑥쑥 자라는 집(‘화분’), 정면을 향한 채 팔을 비틀어 뒤쪽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남자(‘피아노맨’).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상상한 대로 그린 듯 자유분방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작은 강박이 눈에 띈다. 긴 면발을 입에 넣는 ‘스파게티’나 뚝딱뚝딱 못질을 하는 ‘빌더’ 속 사내 모두 검은 정장에 넥타이, 검정 구두를 신고 있다. 23번째 개인전 ‘크라운(CROWN)’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정장 차림’에 대해 문형태 작가(38)는 “삶의 자세”라고 짧게 설명했다. 작가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듣다보니 감이 잡혔다. 문 작가는 그림 그리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적은 벌이로 여섯 식구를 먹여 살렸던 아버지는 새벽에 귀가하면 고단한 몸을 씻고 붓을 들었다. “아버지는 속옷 차림에 목엔 수건을 두르고 그림을 그리셨어요. 그 모습이 멋있었죠. 아버지 덕분에 그림은 항상 즐거운 것이라고 여기고 살아요.” 무엇을 하든 한결같이 그림의 꿈을 품고 사는 부자(父子)의 마음이 정장으로 표현된 것일까. 작은 배로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작품 ‘바람’ 속 남자는 정장을 차려입고 붓까지 들었다. 서로에게 ‘왕관’을 씌워주며 칭찬해주자는 뜻에서 전시 제목을 ‘크라운’으로 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사고 싶다’가 아니라 ‘나도 그리고 싶다’고 느꼈으면 해요. 그게 제겐 최고의 칭찬입니다.” 32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길 청안갤러리에서 이어진다. 02-776-5105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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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예수… 스탈린… 역사속 인물들의 마지막 순간

    그런 영화가 있다. 살점이 튀거나 허리가 꺾이는 불편한 장면을 끝까지 보여주고 마는. 이 책도 그렇다. 프랑스 응급의학과 의사인 필자가 예수부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까지 역사 속 인물들이 죽는 순간을 임상학적인 관점에서 정리했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 의사들은 본분과는 달리 죽음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다. 왕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왕이 아프면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해’ 부지런히 피를 뽑고 관장을 했다. 선천적인 결핵환자였던 샤를 9세(1550∼1574)도 피를 뽑히다 만성 빈혈과 탈수 증세, 결핵균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죽었다. 사형당하는 장면은 더 끔찍하다. 죄인이 사지가 찢겨 죽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은 19금 하드코어물이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등장한 단두대는 사형 집행에도 평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신념의 결과물이었다. 그 이전까진 귀족은 잘 벼린 칼로, 평민은 도끼로, 이보다 못사는 이는 무딘 칼로 머리가 잘렸다. 저자는 ‘죽음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려준다’고 했는데 옛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이 그랬다. 평생 암살의 두려움에 시달렸던 그는 방탄장치를 한 똑같은 침실 7개에서 돌아가며 잤고, 누구도 그가 어느 방에서 자는지 몰랐다. 침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그는 20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됐고, 그 후에도 죽어가도록 방치됐다. 의사들은 괜히 책잡혀 살해될까봐, 그리고 그가 죽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에서 나서지 않았다. 목격하지 않은 죽음을 묘사하면서 참고문헌을 제시하지 않은 점, 드문드문 요령부득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끄럽지 못한 번역 문구가 아쉽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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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유럽인들, 케이팝-한국 드라마서 못이룬 꿈 찾는다

    “내가 케이팝(K-pop·한국 대중가요)을 좋아하는 이유는 완벽한 무대를 위한 노력 때문이다. 여기서는 노력하는 모습을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봤자 미래도 없다.” “우린 혁명 후 많은 일을 겪었지만 좋은 모델이 없었다. 한국 드라마는 국가로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준다. 우리도 그런 자신감을 다시 얻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은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가장 먼 동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동유럽의 한류 팬들은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즐길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나 서구식 자본주의로 이뤄내지 못한 이상적인 사회상을 한류 문화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선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방송학보 최신호에 실린 논문 ‘신한류의 동유럽 수용과 문화 정체성 확산의 작은 정치’에서 루마니아와 헝가리 한류 팬들의 한류 콘텐츠 수용 실태를 소개했다. 그는 연구를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브라쇼브 크라이오바 등 4개 도시에 사는 10∼40대 남녀 한류 팬 42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의 한류 콘텐츠 소비 실태를 관찰했다. 동유럽 한류 팬들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적이라는 점이다. 루마니아 한류 팬클럽의 절반은 정부에 등록된 비정부기구(NGO)다. 이들은 공식 기관 자격으로 한국 대사관이나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팬클럽 활동을 하고, 한복 시연회나 붓글씨 대회 같은 한국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헝가리도 대규모 댄스 파티나 한국문화 체험 행사를 마련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한다. 윤 교수는 “동유럽 한류 팬들의 조직력이 높은 것은 공산주의 사회 경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동유럽에서 발견되는 한류 콘텐츠의 인기 비결로 기존 사회에 대한 대안 제시 기능을 꼽았다. 그는 “동구식 사회주의에 이어 서구식 자본주의를 경험하면서 민생의 피폐와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한 이들은 전통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류 콘텐츠에서 새로운 사회 대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불편해 하는 한류 드라마의 민족주의적 성향도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땅에 떨어진 이들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는 심층 인터뷰 내용에서도 드러났다. “헝가리 TV는 지루하고 폭력적이다. 쓰레기 같은 미국 프로만 내보내고.” “루마니아 드라마는 값싼 이야기밖에 없다. 서구 방송을 모방하고 있다.” “한국이 완벽한 사회는 아니겠지만 한국 가서 살고 싶다.” 윤 교수는 “동유럽 한류 팬들이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은 콘텐츠의 질이나 문화적 취향의 문제만은 아니다”라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면서 근대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국가 이미지와 함께 한류 콘텐츠가 그리는 가치가 이들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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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자료 수집가 김달진씨, 소장품 2만점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국내 최고의 미술자료 전문가인 김달진 미술연구소장(59)이 40년 넘게 모아온 미술자료 2만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김 소장은 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기증 협약식을 갖고 소장 자료를 단계적으로 기증하기로 했다. 이 자료는 정부의 공간 지원으로 김 소장이 운영해온 한국미술정보센터에 있던 것들로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센터가 문을 닫게 되자 미술관에 기증하게 됐다. 1926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초등학교 4학년용 미술책인 ‘보통학교도화첩’, 한국 최초의 종합 미술월간지인 ‘신미술’ 창간호(1956년 9월호)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 미술 관련 도서 잡지 학위논문 팸플릿 등이 포함돼 있다. 고교 시절 잡지에 실린 그림을 뜯어 모으는 아마추어 수집가였던 김 소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가나아트 자료실을 거쳐 2001년 연구소, 2008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2010년 미술정보센터를 차례로 개관하며 미술사료의 체계적 수집과 연구를 이끌어왔다. 김 소장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다리품을 팔아가며 모은 소중한 자료다. 더 많은 사람이 요긴하게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증받은 자료를 분류 정리한 뒤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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