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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진영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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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3~2026-03-25
칼럼100%
  • 권·류·진의 ‘3色 토크’

    마르기 전 규칙, 투명하게 짙은, 스타카토 블랙.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권경환(37) 류장복(57) 진시우(39) 작가의 개인전 제목이다. 작가들을 한데 묶어주는 인연도,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도 없지만, 셋 모두 일상에서 발견한 시어(詩語) 같은 이미지로 조용하게 말을 걸어온다. 규칙이 굳어지기 전에 의심해본 적 있어? 창 밖 풍경을 느긋하게 내다본 적 있니? 눈을 깜박하는 순간 무슨 색이 보여? 31일 오후 5시(류), 11월 8일 오후 2시(권), 11월 14일 오후 5시(진) 작가의 강연회가 열린다. 12월 7일까지. 02-2020-2050틀에 박힌 생각을 무력화○ 마르기 전 규칙 권 작가는 규칙이 굳기 전의 상태를 설치와 조각으로 표현했다. “일상에서 발견된 규칙의 억압성을 들추어내고 관객의 틀에 박힌 생각들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의자에 앉는 방법’은 철제 의자 네 개를 나란히 배열한 작품이다. 의자 앞엔 “당신의 가능성을 믿어야” “낙심하지 말고 끝까지” 같은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적은 것이다. 의자는 앉자마자 부서질 듯 불편해 보인다. ‘5초에서 8초’는 결혼식 주례사에 나오는 상투적 단어들을 벽에 도드라지게 붙여놓아 관객이 손이나 얼굴을 대고 잠시 누르면 낙인처럼 단어가 새겨지는 작품이다. ‘영광’을 새기려면 사다리를 딛고 올라야 하고, ‘행복’은 몸을 잔뜩 숙여 납작 엎드려야 한다. 전시장 안쪽 시멘트 위엔 묘한 발자국이 움푹 파여 있다. 작가가 해안선의 군부대에 근무하면서 아침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적들의) 발자국을 확인하던 기억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발자국은 한 사람의 것일까? 아님 두 사람? 세 사람?일상의 평온을 깬 이미지○ 투명하게 짙은 그림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하다. 강원 철암 탄광촌, 서울 성미산과 한남동 등을 순례하며 사생을 바탕으로 힘 있는 그림을 그려온 류 작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난해와 올 여름 일기 쓰듯 창 밖 풍경 25점을 그렸다. 일기를 날짜순으로 적듯 띠 모양으로 정렬한 풍경화 사이사이 “일상의 평온을 째고 들어온 이미지들”을 흑백으로 걸어놓았다. 뱃머리를 바닷속에 처박은 세월호, 폭격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중동의 가자 지구, 그리고 엉뚱하게도 청와대의 보도 개입설을 제기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얼굴이 있다. 제목은 ‘언론인’. 사생을 중시하는 작가에게 태블릿PC는 축복이다.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아날로그 유화로 옮겨 그리는 작업을 반복했다. 전시장 동선의 마지막엔 마침표 찍듯 유화와 목탄으로 휘갈겨 쓴 글을 한데 걸어두었다. “감각하는 그림과 해석하는 글은 한 몸”이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그냥 보이는게 다가 아냐○ 스타카토 블랙 어느 날 방에서 미끄러져 넘어진 작가. 엎드려 보니 바닥 장판이 울어서 생긴 울퉁불퉁한 표면이 과장되게 산처럼 커보였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고꾸라져 머리를 바닥에 찧고 나서야 산 넘어 산이라는 것을 알았다’이다. 3인의 미술가집단 ‘옥인콜렉티브’를 통해 ‘옥인아파트 프로젝트’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해온 진 작가. 이번에는 일상의 재료에 사적인 경험담을 담았다. ‘스타카토 블랙’이란 눈을 깜빡일 때 보이는 검은색을 뜻한다. 매 순간 색깔이 달라진다. 가장 흥미로운 작품은 ‘singing a tin pail(양동이 노래하기)’.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놓은 양동이에서 웅얼거리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데 가까이 가면 뚝 그친다. 양동이를 쓰고 연습해야 할 만큼 지독한 음치, 흥얼거리다 누군가가 다가오면 뚝 그치던 작가의 경험담에서 나왔다.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 가요 아 미운 사람”으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적어 따로 전시했는데 장난삼아 부른 노랫말의 마지막 부분이 섬뜩해 멈칫하게 된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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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NA는 나의 라이벌… 타고난 모든 것과 싸운다”

    《 흑백으로 나누어 염색한 뒤 곧추 세운 머리, 형광색 의상, 눈두덩에 과장되게 그려 넣은 속눈썹, 그리고 반짝이로 장식한 이마의 혹 두 개. ‘몸으로 예술 하는’ 작가다웠다. 프랑스의 신체행위예술가 오를랑(ORLAN·67)이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차림으로 10일 오후 개인전 ‘마스크, 경극 가면 디자인과 증강현실’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갤러리 세줄을 찾았다. 2001년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 갖는 개인전이다(다음 달 18일까지). 14일 오후 2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특별 강연도 한다. 》            오를랑은 1990년대 ‘성형수술’ 퍼포먼스로 미술계를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비너스의 턱(보티첼리), 모나리자의 이마(레오나르도 다빈치), 프시케의 코(장레옹 제롬), 에우로페의 입술(프랑수아 부셰), 디아나의 눈(16세기 프랑스 퐁텐블로 화파)처럼 얼굴을 고치려고 1990∼1995년 9번 성형수술을 했는데, 그 장면을 사진과 비디오로 촬영해 발표하고 일부는 위성으로 생중계했다. 서구 남성들의 입맛대로 정해놓은 아름다움의 개념에 도전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자기 몸에 서구 미술사를 다시 썼다” “자신의 피와 살을 예술의 제단에 바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개인전에선 중국의 경극 배우로 분장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디지털 합성 기술을 이용해 남미나 아프리카 원주민 등 비서구 지역의 사람처럼 자기 얼굴을 ‘리모델링’하는 사진작품 ‘자기 교배(Self-Hybridization)’ 시리즈의 일부다. ―아날로그 수술이 아닌 ‘디지털 수술’이라 고생을 덜했겠다. “고통 없이 내 몸을 조각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어 신난다. 주제 의식은 성형 퍼포먼스 때와 같다. 사회나 정치적 압력에 의해 변화한 몸에 관심이 있다.” ―중국의 경극 시리즈는 커가는 중국 시장을 의식한 것인가. “오래전부터 경극에 관심이 많았다. 경극에선 여자 배역도 남자가 한다. 여자에게 금지된 영역에 도전했다는 것, 이미지의 틀을 깨고 나온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핵심이다.” 경극 시리즈는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작품의 이미지를 스캔 하면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증강현실 속에서 오를랑은 액자에서 빠져나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마스크를 벗는다. ―다양한 마스크를 쓰고 벗는 것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다중 정체성은 디지털시대의 아바타 문화가 제기한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정체성이란 고정불변이 아니라 유목적이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작업은 주어진 것, 타고난 것들에 맞서는 투쟁이다. DNA는 나의 라이벌이다.” 이번 전시에는 비디오 설치 작품도 있다. 피부가 벗겨진 작가의 이미지가 온몸으로 바닥의 치수를 재고, 자유의 여신상 포즈를 취하는 내용이다. ―작품을 보면 ‘나는 자유롭다. 내가 세상의 척도다’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예술가의 초상을 표현한 것이다. 껍질이 벗겨져 신경이 곤두선 상태, 그리고 자유로운 존재.”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마돈나에게 “내 소프트웨어”라며 성형수술 후 남은 신체 일부를 건네는 장면이 나와 시끄러웠다. 귀스타브 쿠르베가 여자 생식기를 그린 ‘세상의 기원’을 패러디해 남자 생식기를 드러낸 ‘전쟁의 기원’이란 작품도 내놓았다. 하는 일마다 논쟁적이다. “프랑스 시인 르네 샤르의 시 구절은 내 좌우명이다. 이런 내용이다. ‘세상을 교란시키려 오지 않은 자는 존중할 필요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할 필요도 없다. 행복을 붙들고 위험을 무릅써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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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의 땅에서 꽃피운 ‘畵脈 200년’

    전남 진도에는 4대에 걸쳐 한국화가 5인을 키워낸 화실이 있다. 국가지정 명승 제80호 운림산방(雲林山房)이다. 조선후기 남종화의 거두인 소치 허련(小癡 許鍊·1808∼1893)에서 시작해 2대인 미산 허형(米山 許灐·1861∼1938), 3대인 남농 허건(南農 許楗·1908∼1987)과 임인 허림(林人 許林·1917∼1942), 4대 임전 허문(林田 許文·73)이 대를 이어 일궈온 화맥을 담은 곳이다. 소치 가문의 4대 5인의 그림을 한데 모은 ‘운림산방 4대전’이 8∼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대인 임전의 회고전 ‘붓질오십년’을 겸해 열리는 전시다. 운림산방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기 위한 홍보전이기도 하다. “소치의 고손자이자 제 조카인 4명도 한국화를 하고 있으니 5대 9인입니다. 얘들은 아직 그림이 어려 이번 전시에선 제외했어요. 5대째 화맥을 이어가는 집안은 허소치 일가밖에 없을 것이오.” 7일 만난 허 화백의 사투리엔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배어 있었다. ‘그림이 어려’ 제외된 4명 중엔 남농의 손자인 허진 전남대 미대 교수(52)도 있다. 허 화백은 2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온 가문의 이야기를 2시간 동안 ‘간략하게’ 들려줬는데, 소치가의 당당한 예맥은 가난이라는 땅에 그림 재주가 씨처럼 뿌려져 자라난 것이었다. 남도의 외딴섬에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렵게 자란 소치는 ‘스스로 일깨운 그림 재주’로 “압록강 이동엔 소치만 한 그림이 없다”는 찬사를 받으며 남종화의 거봉이 됐다. 붓에 먹을 조금만 찍는 ‘갈필법(渴筆法)’의 원조로 이 화법은 소치 가문을 남도 화단의 중심에 올려놓게 된다. 2대 미산은 운림산방에서 농사일로 어렵게 가세를 꾸려가며 24세의 늦은 나이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화맥의 뿌리를 목포로 옮겨 내렸다. 집안에선 소치와 남농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한다. 3대 남농 역시 한겨울 냉방에서 지내다 동상에 걸려 한쪽 다리를 잘라낼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결국 그는 갈필산수로 독특한 화풍을 일궈내 임전의 표현에 따르면 ‘화가 재벌’이 됐다.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고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4대 임전도 어린 시절엔 “그림 그리면 밥 굶는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셔서 백부(남농) 댁에서 8남매와 함께 자랐소. 어깨너머로 익힌 것을 눈대중으로 조잡한 그림들을 그려 숨겨 놓았는데 그걸 백부께 들켰지요. ‘썩을 놈, 그림 그리지 말랑께는’ 하시며 전부 찢어버리셨어요.” 하지만 25세에 요절한 동생 임인에게서 물려받은 조카의 재주를 몰라볼 남농이 아니었다. 남농은 “기왕에 붓을 들었으니 선대들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임전을 홍익대 미대에 보냈고, 임전은 갈필법으로 ‘운무(雲霧)산수’라는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해 백부의 뒷바라지에 보답했다. 구름과 안개의 움직임을 수묵 담채로 잡아낸 동적인 한국화다. 그림의 주인공이 운무이니 붓이 지나간 자리보다 여백이 넓다. 그는 “여백이 그리기 가장 어렵다. 여백이 그림이 돼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예전엔 가난한 사람들이 그림을 했지만 요즘은 부자들이 그림을 하잖아요. 붓을 맘대로 쓰고 먹맛을 제대로 내려면 10년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걸 귀하게 자란 사람들은 안 하지요. 이런 한국화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거요.”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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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古創新’ 추사의 서화에 빠지다

    “추사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천재입니다. 가까운 옛것부터 먼 옛날로 소급해가며 중국 역대 서법의 특징을 배운 뒤 우리의 전통까지 융합해 새것을 만들어냈지요. 옛 법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하나도 옛것과 같지 않은 서체가 추사체입니다.”(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장) 간송미술관 올가을 정기전의 주제는 ‘추사정화(秋史精華)’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남긴 추사체의 고갱이를 보여주는 서예와 서화 작품 44점을 선별했다. 아버지를 따라 청나라 연경에 가서 금석학의 대가 옹방강에게 글씨를 배우던 시절부터 중국 서도사(書道史)를 관통해 자신의 서체를 가다듬었던 50대를 거쳐 제주 귀양살이 후 칼날 같던 서체가 완숙해지기까지 추사체의 형성 과정을 일별할 수 있는 기회다. 조선 제일의 명필로 꼽히던 원교(員嶠) 이광사를 조선 서예계를 망친 주범으로 비판하며 그의 저서를 “가장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거침없이 비판하던 추사. 나이 70에는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春風大雅能容物, 秋水文章不染塵)”는 ‘경쾌전아(輕快典雅)’한 문장을 남겼다. 최 소장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문화 수단이 글씨이기 때문에 글씨는 문화의 핵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를 아우를 수 있는 문화의 핵심이 추사”라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수차례 다뤄온 추사전을 다시 마련한 계기는 최 소장이 추사의 작품을 꼼꼼히 번역해 낸 개정증보판 ‘추사집’이다. 1976년 낸 393쪽 분량의 초판에서 틀린 부분을 바로잡고 분량을 늘려 768쪽으로 펴냈다. 올 정기전은 보화각 2층으로 한정해 전시 규모가 줄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중적인 간송 기획전을 하면서 간송미술관은 학술 전시에 중점을 두게 됐다. 12∼26일 딱 2주간이며 올해부터 예약제로 운영된다. 070-7774-2523, www.kansong.org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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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다빈치 ‘인체 비례도’ 족보 추적해보니…

    책 표지에 나오는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탈리아에서 쓰는 1유로 동전 뒷면에 이 그림이 나오고, 가운데 벌거벗은 남자 대신 스펀지 밥이나 호머 심슨을 그려 넣은 패러디물도 있다. 하지만 그림의 제목이 ‘비트루비우스 인간’이란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미국 시사월간 애틀랜틱 객원기자인 저자(50)는 의학 수학 철학 미학 해부학 지리학을 가로지르며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이 그림의 족보를 추적해 댄 브라운의 소설처럼 폼 나면서도 흥미진진한 책으로 엮어냈다. 그림의 제목이 말해주듯 서양 건축서의 고전인 ‘건축십서’의 비트루비우스가 없었다면 다빈치의 그림도 없었다. 건축십서는 비트루비우스가 기원전 25년경 카이사르의 의붓아들인 아우구스투스에게 헌정한 로마 제국 건설용 지침서다. 그는 영원한 제국이 되려면 도시나 건물의 설계가 세계의 축소판인 인체의 비례를 따라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신적인 원과 세속적인 정사각형 안에 인체를 꼭 맞게 그릴 수 있다고 했다. 비트루비우스의 삽화 한 장 없는 이 책은, 신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소우주’인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한다는 중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필사본으로 제작돼 르네상스 시대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독자 중에 다빈치가 있었다. 그가 38세경 가로 34.29cm, 세로 24.45cm 종이에 그린 비례도는 1500년 전에 나온 건축십서의 내용과 놀랍도록 겹친다. 다빈치는 그림 옆쪽에 ‘사람이 두 팔을 벌린 폭은 키와 같다. 턱밑에서 정수리까지는 키의 8분의 1(8등신!)이며… 발 길이는 키의 7분의 1과 같고…’라고 썼다. 그가 언급한 22가지 치수 중 10가지가 건축십서 내용과 일치한다. 저자는 다빈치의 비례도에 대해 ‘황홀하면서도 덧없는 순간, 미술과 과학과 철학이 하나로 수렴되는 것처럼 보이던 순간을 포착한다’고 썼다. 저자 덕분에 미술과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사상사의 결정적인 한순간’을 놓치지 않게 됐다. 원제는 ‘다빈치의 유령(Da Vinci’s Ghost)’.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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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ABC협회는 감사 수용하라” 신문협회 27개 지방회원사 성명

    한국신문협회 소속 27개 지방회원사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ABC협회 집행부는 즉각 감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관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감사의 감사권을 부정한다면 ABC협회 집행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원사들은 신문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가 최근 이사회나 총회의 심의 절차 없이 회비 인상이 가능하도록 회비체계를 개편하고, 집행부 임의로 회비를 인상하려 한다며 회비 책정과 예산 집행 및 회계처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는 이사회에서 ‘회원사 자매지의 ABC협회 회비 납부를 거부’하기로 의결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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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름다움을 거래하는 미술시장 A to Z

    범생이 짝꿍의 노트를 빌려보는 기분이다. 과목은 ‘미술경영’. 미술시장에 관한 기초 용어부터 미술 마케팅 전략과 미술 투자, 미술법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놓아 시험을 코앞에 둔 왕초보들이 “이것만 보면 되겠네” 하며 반길 만하다. 요즘은 공공미술관도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짠다. 영국 테이트 브리튼은 미술관까지 와서 식당만 들렀다 가는 이들을 위해 ‘나만의 컬렉션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로비에 ‘애인과 방금 헤어졌어요’ ‘숙취에 시달리고 있어요’ ‘곧 중요한 사업 미팅이 있어요’ 등 20개가 넘는 상황별 팸플릿을 마련해둔 뒤 관람객이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하나를 집어 딱 6, 7개 작품만 보고 가게 안내하는 것이다. 이 덕분에 관람객이 20% 증가했다고 한다. 미술 투자 단원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인 돈 냄새가 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자들은 미술품 가격지수와 주가지수 변동 추이를 비교해보며 미술 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트펀드도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파인아트펀드만이 7% 이상의 수익을 낼 뿐 망한 아트펀드가 더 많다. 주식으로 돈 벌기 어렵듯 미술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술 투자에선 세금을 꼭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서 독일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려면 영국을 거치는 것이 좋다. 비유럽연합 지역에서 들어오는 미술품 세율이 영국은 5%, 독일은 7%이고 유럽연합 내에서는 수입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독일의 부가가치세율이 영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주요 도시는 뉴욕, 런던, 홍콩인데 이들 도시는 세제 혜택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술법과 윤리 단원으로 가면 미술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맞닥뜨리게 된다. 영국 앤서니 곰리의 조각작품은 콘셉트만 곰리의 것일 뿐 실제 작품을 제작하는 이는 시급 15파운드(약 2만6000원)를 받는 미대 졸업생들이다. 이건 곰리의 작품일까. 데이미언 허스트는 진짜 상어로 일명 ‘상어 수족관’ 작품을 만들어 팔았으나 상어가 썩어 다른 상어로 교체했다. 바뀐 상어 작품은 허스트가 처음에 만든 작품과 같은 것일까.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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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후 런던大 JHK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 “서울역 고가 공원화 신중해야”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한다고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정후 박사(45)의 말은 의외였다. 그는 저서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2013년)에서 해외의 폐선 부지를 공원화한 사례를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모범으로 소개했다. 런던대 UCL 지리학과 도시연구 펠로와 런던대 JHK 도시건축정책연구소장으로 연구 활동을 하며 한국에 올 때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에서 특강을 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전도사’다. 산업단지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와 서울시 도시건축정책 자문회의를 위해 13일 방한한 후 25일 출국할 때까지 서울 인천 마산 등에서 도시재생을 주제로 7차례 특강을 한다. 그가 주목할 만한 재생 프로젝트에 고개를 갸웃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고가도로를 공원화하는 일은 서둘러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왜 철거를 하지 않고 남겨야 하는지, 남기기로 했다면 왜 그것이 공원이 돼야 하는지, 운영은 어떻게 하고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충분히 논의해야지요. 유행을 좇듯 남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부지 조건과 상황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5일 발표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 철거할 예정이었던 938m 길이의 서울역 고가를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을 뛰어넘는 녹지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발표 2년 만인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뉴욕의 명물 하이라인은 공중의 버려진 열차 선로를 활용한 공원인데, 시민사회의 격렬한 찬반 토론을 거쳐 2009년 완공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총길이가 서울역 고가의 두 배가량인 1.6km이고, 비영리 단체가 주도한 사업이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없었음을 감안해도 서울역 고가 공원화는 서두르는 감이 있다. 더구나 해외 성공 사례는 모두 폐선이고, 고가도로를 공원화한 사례는 드물다. 김 박사는 “공중에 공원을 만들어 유지하는 데는 지상 공원보다 많은 예산이 들고 어려움이 따른다”며 세금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창의적인 재활용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공 사례로 파리의 고가 철로를 공원으로 재활용한 프롬나드 플랑테(4.5km)를 예로 들었다. 뉴욕의 하이라인보다 앞서 1994년과 2000년 단계적으로 개장한 공원인데 철로는 산책로로, 아래 버려진 공간은 아틀리에, 상점, 레스토랑, 카페를 유치해 수익을 내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와 함께 요즘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있는 마포석유비축기지(10만1510m²) 재생 사업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테러 위험이 있어 폐쇄된 채 버려져 있던 이곳을 서울시는 2016년 말까지 공연장과 상설 전시장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 김 박사는 “영국 런던의 화력발전소를 재활용한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성공한 후 유행처럼 낡은 산업시설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활용하는데 이건 상상력이 빈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원과 공공시설은 다다익선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공원이나 미술관을 지어놓고 사람이 오지 않을 경우 결국 도시의 골칫거리가 될 겁니다. 주거, 상업, 교육시설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지요.” 그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이 대규모 가스 저장고 가소메터 재생사업을 할 당시를 예로 들며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을 경우 당장 뭔가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다수가 합의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남겨두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 도시재생 : :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주거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경제사회 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작업. 신축 위주의 도시 개발과 달리 공장 조선소 기차역 등 쓸모가 없어진 시설을 재활용해 역사성과 장소성을 살리는 작업을 중요시한다. 지난해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됐으며 국토교통부는 올 4월 서울 종로구, 광주 동구, 부산, 충북 청주 등 13곳을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계획수립비 전액(13억1000만 원)과 사업비의 20%(28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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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호 KBS이사장 “내 역사관 공직서 이미 검증… 의구심 갖는건 어불성설”

    이인호 KBS 이사회 신임 이사장(78·사진)은 17일 “나의 역사관은 공직생활 10년을 통해 알려지고 검증받은 것으로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 사무국에 따르면 그는 이사장으로 선출된 후 처음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자신의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또 “KBS 이사장으로서 나의 역할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영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역사관이나 자격 시비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달 4일 이 이사장의 보수적인 역사관을 문제 삼으며 신임 이사장을 뽑는 이사회에 불참했던 야당 쪽 이사 4명은 12일에 이어 이날도 이 이사장의 역사관 등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이사회 참석을 거부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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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에 담은 20세기 최고 뮤지션들의 일상

    비틀스, 에릭 클랩턴, 지미 헨드릭스, 더 도어스, 롤링스톤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들의 전성기 때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포착해낸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1941∼1998) 사진전이 11월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그는 전 남편인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덕분에 이들과 가깝게 지내며 일상 속 스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뮤지션들을 찍은 ‘60년대 연대기’, 매카트니 부부와 두 딸 메리, 스텔라 매카트니의 삶을 기록한 ‘패밀리 라이프’, 채식주의와 동물 권리보호 같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셜 코멘터리’ 시리즈가 소개된다. 또 스타들이 린다 매카트니의 모습을 찍은 작품들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모두 200여 점. “린다의 진솔함은 그녀가 만들어낸 모든 이미지 속에서 빛을 발한다”는 폴 매카트니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내년 4월 26일까지.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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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보도, 신속성보다 정확성 우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이 따라야 할 재난보도준칙이 마련됐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송필호) 한국방송협회(회장 안광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회장 송희영)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사장 이명관) 등 언론 5개 단체는 재난보도준칙을 공동으로 만들어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선포했다. 언론 단체가 공동으로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선포된 재난보도준칙은 △정확한 보도 △인명구조와 수습 우선 △피해의 최소화 △예방 정보 제공 △비윤리적 취재 금지 △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취재원에 대한 검증 △피해자 보호 등 44개 조문으로 구성됐으며 보도의 신속성보다는 정확성에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준칙 전문에는 “언론의 재난보도는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 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재난보도준칙은 이날부터 시행되며 이에 동의한 언론사가 준칙을 어기면 관련 심의기구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날 선포식에는 재난보도준칙 제정에 참가한 5개 단체 외에 10개 언론 단체가 동참해 준수 의사를 밝혔다. 5개 단체는 또 재난관리 당국이 언론에 정보 공개와 필요한 협조를 하고 지나친 취재 제한을 하지 않도록 정부에 4개항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재난보도준칙은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자협회 준칙제정위원회가 시안을 마련하고 5개 단체 대표로 구성된 공동검토위원회가 수정 보완해 공청회를 거쳐 최종 확정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재난보도준칙 전문 ▼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참사를 계기로 우리 언론인은 이런 의지를 담아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하고 이를 성실하게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제1장 목적과 적용제1조(목적) 이 준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언론의 취재와 보도에 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취재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고 언론의 원활한 공적 기능 수행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적용) 이 준칙은 다음과 같은 재난으로 대규모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적용한다. 전쟁이나 국방 분야는 제외한다.① 태풍, 홍수, 호우, 산사태,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등과 이에 준하는 자연 재난② 화재, 붕괴, 폭발, 육상과 해상의 교통사고 및 항공 사고, 화생방 사고, 환경오염, 원전 사고 등과 이에 준하는 인적 재난③ 전기, 가스, 통신, 교통, 금융, 의료, 식수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나 이에 대한 테러④ 급성 감염병, 인수공통전염병, 신종인플루엔자, 조류인플루엔자(AI)의 창궐 등 질병재난⑤ 위에 준하는 대형 사건 사고 등 사회적 재난제2장 취재와 보도1. 일반준칙제3조(정확한 보도) 언론은 재난 발생 사실과 피해 및 구조상황 등 재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해야 한다.제4조(인명구조와 수습 우선) 재난현장 취재는 긴급한 인명구조와 보호, 사후수습 등의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재난관리 당국이 설정한 폴리스라인, 포토라인 등 취재제한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준수한다.제5조(피해의 최소화) 언론의 역할 중에는 방재와 복구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제6조(예방 정보 제공) 언론은 사실 전달뿐만 아니라 새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내와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 및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생활정보나 행동요령 등을 전달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제7조(비윤리적 취재 금지) 취재를 할 때는 신분을 밝혀야 한다. 신분 사칭이나 비밀 촬영및 녹음 등 비윤리적인 수단과 방법을 통한 취재는 하지 않는다.제8조(통제지역 취재) 병원, 피난처, 수사기관 등 출입을 통제하는 곳에서의 취재는 특별한사유가 없는 한 관계기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9조(현장 데스크 운영) 언론사는 충실한 재난 보도를 위해 가급적 현장 데스크를 두며, 본사 데스크는 현장 상황이 왜곡돼 보도되지 않도록 현장 데스크와 취재기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제10조(무리한 보도 경쟁 자제) 언론사와 제작책임자는 속보 경쟁에 치우쳐 현장기자에게 무리한 취재나 제작을 요구함으로써 정확성을 소홀히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제11조(공적 정보의 취급) 피해 규모나 피해자 명단, 사고 원인과 수사 상황 등 중요한 정보에 관한 보도는 책임 있는 재난관리당국이나 관련기관의 공식 발표에 따르되 공식발표의 진위와 정확성에 대해서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공식 발표가 늦어지거나 발표 내용이 의심스러울 때는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도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자체 취재임을 밝혀야 한다.제12조(취재원에 대한 검증) 재난과 관련해 인터뷰나 코멘트를 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사전에 신뢰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재난 발생시 급박한 취재 여건상 충실한 검증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평소 검증된 재난 전문가들의 명단을 확보해 놓고 수시로 검증하여 활용하도록 한다. 취재원을 검증할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① 취재원의 전문성은 충분하며, 믿을 만한가② 취재원이 고의, 또는 실수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은 없는가③ 취재원은 어떤 경위로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가④ 취재원의 정보는 다른 취재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가⑤ 취재원의 정보는 문서나 자료 등을 통해서도 검증할 수 있는가제13조(유언비어 방지) 모든 정보는 출처를 공개하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제14조(단편적인 정보의 보도) 사건 사고의 전체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단편적이고 단락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부족하거나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를 함께 언급함으로써 독자나 시청자가 정보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제15조(선정적 보도 지양)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 표현, 부적절한 신체 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단순 반복 보도는 지양한다. 불필요한 반발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지나친 근접취재도 자제한다.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은 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유지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제17조(정정과 반론 보도)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독자나 시청자가 납득할 수있는 적절한 방법으로 신속하고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반론 보도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2. 피해자 인권 보호제18조(피해자 보호)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제19조(신상공개 주의)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제20조(피해자 인터뷰)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를 원치 않을 경우에는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비밀 촬영이나 녹음 등은 하지 않는다. 인터뷰에 응한다 할지라도 질문 내용과 질문 방법, 인터뷰 시간 등을 세심하게 배려해 피해자의 심리적 육체적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제21조(미성년자 취재) 13세 이하의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취재를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제22조(피해자 대표와의 접촉)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대표자를 정했을 경우에는 이들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보도에 반영함으로써 피해자와 언론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자원봉사자와의 접촉도 이와 같다.제23조(과거 자료 사용 자제) 과거에 발생했던 유사한 사건 사고의 기사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사용하는 것은 해당 사건 사고와 관련된 사람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고 불필요한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한다. 부득이 사용할 경우에는 과거 자료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3. 취재진의 안전 확보제24조(안전 조치 강구) 언론사와 취재진은 취재 현장이 취재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취재에 앞서 적절한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제25조(안전 장비 준비) 언론사는 재난 취재에 대비해 언제든지 취재진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안전 보호 장비를 준비해두어야 한다. 취재진은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취재에 임해야 한다.제26조(재난 법규의 숙지)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취재진은 사내외에서 사전 교육을 받거나 회사가 제정한 준칙 등을 통해 재난 관련 법규를 숙지해야 하며 반드시 안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제27조(충분한 취재지원) 언론사는 재난 현장 취재진의 안전 교통 숙박 식사 휴식 교대 보상등을 충분히 지원해야 하며, 사후 심리치료나 건강검진 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4. 현장 취재협의체 운영제28조(구성) 각 언론사는 이 준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협의하고 협력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현장 데스크 등 각사의 대표가 참여하는 '재난현장 취재협의체'(이하 취재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각 언론사는 취재협의체가 현장의 여러 문제를 줄이고, 재난보도준칙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유효한 대안이라는 점에 유념해 취재협의체 구성에 적극 협력하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 사전에 이 준칙에 대한 동의 의사를 밝힌 사실이 없는 언론사라 하더라도 취재협의체에 참여하게 되면 준칙 준수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제29조(권한) 취재협의체는 이 준칙에 따라 원활한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도록 재난관리당국에 현장 브리핑룸 설치, 브리핑 주기 결정, 브리핑 담당자 지명, 필요한 정보의 공개, 기타 취재에 필요한 사항 등과 관련해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제30조(의견 개진) 취재협의체는 재난관리 당국이 폴리스라인이나 포토라인 설정 등 취재에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안을 결정할 경우 사전에 의견을 개진하고 사후 운영 방법에 대해서도 개선이나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제31조(대표 취재) 취재협의체는 재난 현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받을 경우, 과도한 취재인원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구조작업 등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을 경우, 기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논의를 거쳐 대표 취재를 할 수 있다.제32조(초기 취재 지원) 취재협의체는 취재 초기에 취재진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생활용품이나 단기간의 숙박 장소, 전기.통신.이동수단 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장의 관계당국이나 자원봉사단체 등과 협의할 수 있다. 취재협의체는 사후 정산을 제안하거나 수용할 수 있으며 언론사가 소요경비를 분담해야 할 경우 각 언론사는 취재협의체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제33조(현장 제재) 이 준칙에 따라 취재협의체가 합의한 사항을 위반한 언론사의 취재진에대해서는 취재협의체 차원에서 공동취재 배제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위반 정도에 따라 소속 언론 단체에 추가제재도 요청할 수 있다.제3장 언론사의 의무제34조(지원 준비와 교육) 언론사는 재난보도에 관한 교재를 만들어 비치하고 사전 교육을실시함으로써 취재진의 빠른 현장 적응을 돕는다.제35조(교육 참여 독려) 언론사는 사내외에서 실시하는 각종 재난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에 소속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언론사는 가능하면 재난보도 담당 기자를 사전에 지정해 평소 전문지식을 기르도록 지원한다.제36조(사후 모니터링) 언론사는 재난 취재에서 돌아온 취재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나 의견청취, 보고서 제출 등을 통해 다음 재난 취재시 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제37조(재난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언론사는 노약자, 지체부자유자,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재난 취약계층에게도 재난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쓴다.제38조(언론사별 준칙 제정) 언론사는 필요할 경우 이 준칙을 토대로 각사의 사정에 맞춰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자체 준칙을 만들어 시행한다.제39조(재난관리당국과의 협조체제) 언론사는 회사별로, 또는 소속 언론사 단체를 통해 재난관리당국 및 유관기관과의 상시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효율적인 방재와 사후 수습, 신속 정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한다.제40조(준칙 준수 의사의 공표)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는 자체 매체를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준칙 준수 의사를 밝힌다.제41조(자율 심의)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는 각 언론사별, 또는 소속 언론사 단체별로 자율심의기구를 만들어 준칙 준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한다.제42조(사후 조치) 이 준칙의 제정에 참여했거나 준칙에 동의하는 언론사의 특정 기사나 보도가 준칙을 어겼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심의기구별로 적절한 제재조치를 취한다. 구체적인 제재 절차와 방법, 제재 종류 등은 심의기구별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운영한다.①한국방송협회 회원사, 또는 방송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후 심의를 받는다.②한국신문협회 회원사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 신문윤리강령 준수를 서약한 신문사는 기존의 자체 심의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요강과 이 준칙에 따라 심의를 받는다.③한국인터넷신문협회 회원사와 인터넷신문위원회 서약사는 기존의 자체 심의기구인 인터넷신문위원회의 인터넷신문윤리강령과 이 준칙에 따라 심의를 받는다.부 칙제43조(시행일) 이 준칙은 2014년 9월 16일부터 시행한다.제44조(개정) 이 준칙을 개정할 경우에는 제정 과정에 참여한 5개 언론 단체 및 이 준칙에동의한 언론단체로 개정위원회를 만들어 개정한다.}

    • 20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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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미술사조, 단·색·화

    《 그리지 않은 그림, 표면이 도드라져 조각 같은 회화, 캔버스 위에 한지와 먹을 써서 수묵화처럼 보이는 서양화.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 ‘단색화의 예술’(다음 달 19일까지)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두 가지 색만으로 그린 대형 회화 작품들이 차분하게 관람객을 맞는다. 하지만 단순한 그림은 뜯어볼수록 회화의 문법을 해체할만큼 전복적이다. 1960, 70년대 구상화 위주의 화단을 부정하며 등장해 하나의 미술 사조를 일군 단색화(單色畵)의 대표작들이다. 》단색화의 출발이 된 서구 모더니즘은 퇴조했지만 그 모더니즘을 한국화한 단색화는 40년이 지난 지금 해외에서 주목하는 한국 미술 브랜드로 떠올랐다. 영어 표기도 ‘Korean monochrome(한국의 모노크롬)’이 아니라 ‘Dansaekhwa’ 또는 ‘Tansaekhwa’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룸 앤드 포 갤러리는 13일∼11월 8일 ‘다방면에서: 추상에 관한 단색화’ 전시를 마련했다. 기획자인 조앤 기 미시간대 교수(미술사)는 지난해 단색화에 관한 최초의 영문서인 ‘한국의 현대미술: 단색화와 방법의 긴급성’(미네소타대 출판부)을 출간했다. 앞서 올 2월 뉴욕 알렉산더 그레이 어소시에이츠 갤러리는 ‘근대의 극복, 단색화: 한국의 모노크롬 운동’전을 열었다. ‘Dansaekhwa’란 단어를 사용한 첫 전시였다. 올해 5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와 6월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서도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려 화제가 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미술 한류의 대표주자로 원로 작가들의 단색화를 꼽고 올 6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독일 헝가리 폴란드 인도네시아에서 단색화 그룹 순회전을 개최한다. 40년 전에 형성된 한국의 미술 운동이 21세기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속도의 디지털 시대에 물성(物性)을 강조한 느림의 미학이 주는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의 단색화전을 기획한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단색화엔 시각 중심적인 서구 미니멀 회화와 차별화되는 한국 고유의 미학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단색화의 특징은 반복과 촉각성이다. 박서보(83)는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연필로 반복해서 선을 긋고, 정상화(82)는 물감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한다. 이우환(78)은 반복해서 선과 점을 그리고, 윤형근(1928∼2007)은 반복해서 넓은 색역(色域)을 중첩시킨다. 반복을 통한 끝없는 자기 부정은 기술사회의 속도전에 대한 반발이며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단색화는 입체적이다. 김기린(78)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여러 장 겹치고, 정창섭(1927∼2011)은 그림을 그리는 대신 물에 불린 닥종이를 주물러 작업한다. 하종현(79)은 물감 덩어리를 마대 뒷면에서 앞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그린다. 물성을 강조한 단색화는 작품과 관객의 권력 관계를 파괴한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때에만 작품의 의미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 먼로 구겐하임 미술관 아시아 미술부 큐레이터는 “최근 유럽과 미국에선 1950∼70년대 추상미술에 주목하는 전시가 늘고 있는데 이는 스펙터클과 차용이 난무하는 대중문화가 주지 못하는 깊이 있는 질서를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이라며 “서구 미술계가 비서구 지역의 예술적 움직임을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단색화도 재조명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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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신화가 된 천재의 맑은 영혼

    1956년 9월 6일 서대문 서울적십자병원 시신 안치실 칠판에 어느 무연고자의 부고 공고가 성의 없는 글씨로 떴다. ‘오후 11시 45분. 간장염으로 입원 가료 중 사망. 이중섭 40세.’ 비운의 천재 예술가다운 죽음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 미술 시장에서 그림값이 박수근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작가의 끝은 비참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미술가를 꼽으라면 여러 이름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중 가장 극적인 삶을 살다 간 이는 이중섭(1916∼1956)이다. 재능과 미모에 부까지 지니고 태어났지만 가난과 추위, 외로움에 찌든 유랑 생활 끝에 몸도 마음도 병들어 요절했다. 뜨겁게 사랑하고도 아내와 어린 두 아들과는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가 시와 소설과 연극과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 되는 이유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이중섭 실록의 완성’을 목표로 150여 종의 문헌 속에서 충돌하고 어긋나 있는 화가의 실체를 더듬어 작품 사진과 함께 두툼한 평전으로 맞추어 냈다. 이중섭은 1916년 9월 16일 평남 평원군에서 태어나 평양과 일본 도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6·25전쟁 후 월남해 서울 부산 서귀포 통영 마산 진주 대구 칠곡 왜관을 전전했는데, ‘진실의 힘이 비바람을 이긴 기록’이라는 그의 그림엔 유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학창 시절에 보았던 평양부립박물관의 고구려 고분벽화는 신비롭고 초현실적인 이중섭 화풍의 기초가 됐다. 오산고보 시절 소도둑으로 몰릴 만큼 남의 집 소에 미쳐 있던 시간은 20세기 걸작 ‘소’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 미술대학 후배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엽서 가득 그려 보낸 엽서화는 ‘미술사의 축복’으로 평가받는다. 부산에선 ‘전쟁의 쓰레기 더미에서 탄생한 새로운 미학’ 은지화 장르를 개척했다. 미군이 버린 쓰레기나 변소에서 주운 빈 담뱃갑 속 은종이에 못이나 송곳으로 그린 그림이다. 20세기 한국인 화가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그의 은지화 3점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다. 서귀포 시절 이후 그림엔 게를 자주 그려 넣었고, 공예의 중심지 통영에 살 땐 공예 재료인 에나멜을 대담하게 시도했다. 이중섭의 작품은 유독 위작 시비가 많고 찬사와 함께 비판도 따라다닌다. “예술의 본질 규명을 하기엔 유작이 적고 본격 작품도 적다” “전쟁의 현장을 외면했으며 (작품) 모두 시대의식이 결여된 사적 세계”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저자는 “연구자들은 이중섭을 과대평가받는 작가로 꼽다가 어느 때는 최고 수준의 작가 반열에 올려놓는 변덕을 부린다. 이는 이중섭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자들의 부실함과 나태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이 만들어낸 이중섭 신화는 과장됐다는 데엔 저자도 동의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이들에게 필요한 건 황폐한 시절을 견뎌낼 만큼 순결한 영혼이었고, 그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이중섭이었다. 폭발하는 천재이자 맑은 영혼의 모습으로 부활한 이중섭은 순수의 상징이 되었다.” 신화 속 허상을 걷어내고 홀로 몸부림치다 떠난 이중섭의 생을 과장 없이 요약하자면 그의 고향 평안도 민요 ‘수심가’의 구절이 되지 않을까. ‘獨行千里 一生 一去(홀로 걸어 천리 길, 한 번 나고 한 번 가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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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비엔날레에 광주가 보이면 안 됩니다”

    《 “20년 전 제가 공동으로 창설했던 행사인데, 성년식을 준비하다가 그 성년식 때문에 그만두게 됐네요. 예술이 과도하게 정치화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광주 비엔날레가 개막한 5일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62)는 짐을 쌌다.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박근혜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풍자한 그림으로 ‘홍성담 사건’이 터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개막까지 마무리해놓고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지킨 것이다.》               그는 1993년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을 기획해 한국에 비엔날레를 처음 소개했고, 고려대 미술교육과 교수 시절이던 1995년 강운태 당시 광주시장의 제안으로 비엔날레 전시기획실장을 맡아 광주 비엔날레를 창립했다. 10주년이던 2004년엔 예술총감독을 맡았고, 2008년 상임부이사장, 2012년 대표이사로 자리를 바꿔 앉으며 광주 비엔날레를 세계 200여 개 비엔날레 중 5위로 키워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로는 최고 순위다. 그는 광주 비엔날레의 고속 성장 비결에 대해 “현대미술 전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담론이 생산되고 교류되는 플랫폼이 되도록 애썼다”며 “나는 광주 비엔날레의 20년 역사에 기여한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광주 비엔날레가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기까지는 영국 옥스퍼드대 미술사 박사인 그의 세계적인 인맥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유럽이 주도하는 세계비엔날레협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정작 광주 미술계는 소외된다’는 불만과 함께 ‘글로벌화에는 성공했으나 지역화엔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백남준이 ‘애국하면 망한다’고 했듯 광주 비엔날레에 광주가 보이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미디어아트의 세계적인 거장인 백남준(1932∼2006)은 진정한 애국이란 민족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유명하고 좋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라는 뜻에서 이 말을 했다. “글로벌과 로컬 논쟁에서 전제해야 할 것은 지역과 세계가 양분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글로벌이란 로컬을 전제로 해야 하듯 지역주의 자체만을 주장하는 협소한 지역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동아일보 사건기자로 광주에서 희생자들을 취재했던 그는 ‘광주정신의 세계화’도 주장했다. 그가 사퇴하는 계기가 됐던 20주년 기념 특별 프로젝트는 ‘광주정신’을 상생과 치유를 위한 미래적 가치로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5·18 당시 시민군의 문화선전대로 활약하고 제1회 광주 비엔날레에도 참여했던 스타작가 홍성담 카드를 꺼내든 것. 홍 작가는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풍자한 ‘세월오월’을 불쑥 내놨고, 비엔날레 이사장인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 그림의 전시에 난색을 표명해 검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홍 작가는 스스로 전시를 철회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주시로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는 글로벌한 잔치인 만큼 국가원수를 풍자하는 작품이라면 더욱 걸었어야 합니다. 그리고 광주정신을 1980년대 광주에만 묶어둘 것이 아니라 이제는 놓아주어야 합니다. 일각에선 ‘5·18 때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고 광주정신의 갑을 논쟁도 하는데, 광주정신을 사유화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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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시간 격론 끝… ‘문창극 보도’ KBS에 제작유의 권고

    왜곡 보도 논란을 일으킨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보도에 대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문 전 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내용 일부를 발췌해 보도한 ‘KBS 뉴스’에 대해 9명 위원 전원 합의로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권고’는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전달하는 행정 지도로, 문제는 있지만 법적인 징계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내리는 조치다. 행정 지도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인 ‘의견 제시’보다는 한 단계 높은 조치다. 방통심의위는 △신앙적 믿음을 고백하는 교회 강연 내용을 후보자의 역사관 검증의 판단 근거로 제시하고 △해당 강연의 일부 발언만을 편집 보도해 발언 취지를 왜곡했으며 △문 후보자의 반론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한 것은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KBS는 6월 11일 온누리교회 강연 영상물 가운데 일부를 발췌해 문 전 후보자가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우리 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열린 심의위의 방송소위원회에서는 3 대 2로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의견이 많아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중징계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4일 오후 3시에 시작된 전체회의는 여야 추천을 받은 위원들 간에 격론이 벌어져 두 차례 정회를 하고 야당 추천을 받은 장낙인 위원이 퇴장하는 진통을 겪은 끝에 오후 8시경 ‘중징계’와 ‘문제없음’의 중간 지점에서 합의를 봤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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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추석]와! 화려한 뮤지컬에 ‘황홀’… 아∼ 잔잔한 드라마에 ‘감동’

    넉넉한 추석 연휴, 하루 정도 시간을 내 공연장을 찾는다면 풍요로운 추억 하나를 더할 수 있다. 날씨도 선선해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할인해주는 공연도 많아 가격 부담도 조금은 덜 수 있다. 흥겨운 노래, 탄탄한 이야기 귀에 익숙한 노래와 화려한 무대를 즐기고 싶다면 뮤지컬 ‘프리실라’가 딱이다. ‘이츠 레이닝 멘(It’s raining men)’ ‘트루 컬러스(True colours)’ 등 히트 팝송을 엮어 만들었다. 드래그퀸(여장남자)인 틱이 별거 중인 아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쇼를 하기 위해 버나뎃, 아담과 함께 버스 ‘프리실라’를 타고 간다. 틱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8세 아들이 자신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한다. 500여 벌의 의상이 등장하는 총천연색 무대는 눈을 즐겁게 만든다.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 출연. 2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13세 이상 관람. 5만∼13만 원(7∼10일 공연은 40% 할인). 1577-3363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2005년 초연 이후 높은 완성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료 병원에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반전에 가슴이 찡해진다. 이현 한세라 양경원 라준 박세웅 출연. 2015년 1월 4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4만5000원(6∼10일 공연은 50% 할인). 02-744-7090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초록 마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다. 마법 같은 무대와 철학적인 이야기로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 김선영 박혜나 김소현 김보경 남경주 출연. 10월 5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6만∼14만 원(7∼10일 공연은 30% 할인), 1577-3363 매혹적인 재즈 음악과 섹시한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시카고’도 6∼9일에는 20∼3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최정원이 벨마 역, 아이비가 록시 역을 단독으로 맡아 탄탄한 연기와 춤 솜씨로 무대를 꽉 채운다. 28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 원. 02-577-1987꿈과 인생을 말하다 연극 ‘이기동체육관’은 잊고 살았던 꿈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낡은 복싱체육관을 한 청년이 찾는다. 그는 관장 이기동을 숭배했던 팬이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다. 관장 이기동은 아들을 복싱으로 잃은 후 좌절한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복싱대회에 몰래 나가려던 관장의 딸 연희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진다. 가족이 함께 보면 30% 할인해준다. 김수로 강성진 문진아 박은미 김동현 류경환 출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마당 2관, 4만 원. 02-6227-0301 죽음을 앞둔 남편과 이를 지켜보는 아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잔잔하고 진솔하게 그린 연극 ‘슬픈 연극’도 공연된다. 극단 차이무 민복기 대표가 극본을 쓰고 연출했다. 강신일-남기애, 김학선-김정영, 김중기-이지현이 커플을 이뤄 차례로 공연한다. 21일까지는 강신일 남기애의 무대다. 11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3만5000원. 02-762-0010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보고싶던 그 전시 이번 추석에 꼭▼20세기, 위대한 화가들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모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마티스,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럽의 거장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같은 미국의 팝아티스트까지 서양 미술사의 빛나는 별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대형 전시다. 작고한 거장부터 쟁쟁한 현역들까지 작가 53명의 작품 104점을 선보인다. 인상주의 야수주의 초현실주의 앵포르멜 옵아트 등 시대를 이어온 미술계의 변화를 11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8000∼1만3000원. 1544-1555매트릭스: 수학 순수에의 동경과 심연 지난달 개최된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기념해 열리는 전시. 그래픽디자이너 슬기와 민이 수능 수리문제 문항을 이미지로 재해석한 ‘199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수학과 교수가 30년 넘게 써온 노트 10권을 확대해 방 하나에 도배한 송희진 작가의 ‘진리의 성’ 등이 전시된다.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3, 4전시실. 추석 연휴엔 무료. 02-3701-9500올해의 작가상 2014 구동희(40) 김신일(43) 노순택(43) 장지아(41) 등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 4명의 전시. 11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 2전시실과 중앙홀. 추석 연휴엔 무료. 02-2188-6000▼보고싶던 그 공연 이번 추석에 꼭▼블루문 페스티벌 클래식과 판소리, 국악이 어우러지는 추석맞이 공연 ‘블루문 페스티벌’이 6, 7일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첫 테이프는 6일 오후 7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프렌즈 문라잇 스토리’를 주제로 끊는다. 7일 오후 2시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이자람이 판소리 다섯대목의 하이라이트와 ‘사천가’의 주요 장면을 보여준다. 같은 날 오후 7시 공연에선 ‘국악계의 아이돌’ 송소희가 첫 콘서트 무대를 연다. 관람료는 2만2000∼12만 원. 1544-1555국립국악원 한가위 특별공연 8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연희마당에서는 한가위 특별공연이 열린다. 1부에선 풍년을 기뻐하는 ‘경풍년’ 연주를 시작으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안숙선 예술감독과 소리꾼 남상일이 꾸미는 단막 창극 ‘박타령’ 무대가 이어진다. 경기·서도민요 ‘오봉산타령’ ‘술타령’, 남도 민요 ‘팔월가’ 등 추석을 주제로 하는 소리가 박을 타며 펼쳐진다. 2부는 8개 팀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너도나도 아리랑 부르기’ 본선 무대가 이어진다. 국립국악원 무용단과 민속악단이 꾸미는 강강술래와 판굿도 공연된다. 관람료는 무료, 선착순 입장. 02-580-3300}

    •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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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조적 파괴위해 모두 불태워라”… 불난집 같은 전시장

    “와! 전시관이 불타고 있어요.” “문어가 전시관을 부수고 나오려고 하네요.” “한국에서 문어는 나쁜 의미로 쓰인다면서요? ‘문어발식 경영’이란 표현에서처럼.” 개막을 이틀 앞둔 3일 2014 광주비엔날레 행사장을 미리 찾은 4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과 예술 관계자들은 전시관 전면을 가득 채운 도발적인 그림을 보고 한마디씩 했다. 영국 작가 제러미 델러(48)의 신작으로 올해의 주제인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사진)’를 익살스럽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1995년 미술계의 변방 국가, 거기에서도 남쪽 작은 도시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착실히 성장해온 광주비엔날레는 20주년을 맞아 ‘터전을 불사르자’는 제안을 하고 전시장이 불타고 있는 작품부터 내걸었다.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뉴욕 출신의 펑크록그룹 ‘토킹 헤즈’의 노래 제목(‘Burning down the house’)처럼 저항과 혁신이라는 예술의 역할을 되새겨보자는 취지에서다. 38개국에서 1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은 불난 집 같았다. 영국과 스페인 출신의 예술 그룹인 엘 우티모 그리토의 그래픽 작품 ‘버닝(burning)’으로 전시장이 ‘도배’됐기 때문이다.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담은 작품을 벽면 전체에 붙여놓았다. 불태워야 할 터전이란 은유다. 인도 작가 쉴라 가우다(57)는 영상 작품을 통해 불가촉천민에게 “불교로 개종해 스스로를 해방하자”고 선동했다. 파키스탄 작가 후마 물지(44)는 동물 가죽으로 실물 크기의 인간을 만들어 뉘어 놓은 뒤 ‘분실물 취급소’라는 제목을 달았다. 실종이 흔한 사회를 고발하는 작품이다. 1980년대 군부독재 정치를 비판했던 사진작가 김영수(1946∼2011)는 ‘고문’을 통해 신체적인 폭력을, 최수앙(39)은 부러움과 질투로 과장되게 찡그린 얼굴을 여럿 매달아 놓은 ‘소음’에서 사회적 압박과 타인의 시선을 불태우자고 한다. 이불(50)은 나체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는 퍼포먼스 ‘낙태’를 통해, 최운형(38)은 남성 성기를 잔뜩 그려놓은 그림 ‘아쿠아리움’을 통해 가부장적인 문화를 겨냥했다. 중국 작가 겅젠(52)는 설치작품 ‘쓸모없는’에서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현대인들의 소비문화를 불 지르자고 제안한다. 그는 상하이에 3일간 머물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버린 물건 500점을 수거해 투명한 아크릴 상장에 전시했다. 옷 신발 컴퓨터 등 온갖 전시물엔 언제 샀고 왜 버렸는지 이유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한국의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건축문화도 태워 없애버려야 할 터전이다. 브라질의 헤나타 루카스(43)는 전시관 건너편 아파트의 창문 형태를 그대로 따라 만든 창을 전시실 건물에 짜 넣었다. 제목은 ‘불편한 이방인이 될 때까지’. 영국 런던의 리슨 갤러리 큐레이터 그레그 힐티 씨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작은 작품부터 6600m² 크기의 대형 작품까지 스케일과 소재 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한 인상적인 전시”라고 했다. 그러나 창조적 파괴 후 새로운 재건을 얘기하는 작품은 찾기 힘들었다. 불태우면서 아쉽게 잃게 되는 것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예술총감독인 제시카 모건(46) 영국 테이트모던 수석 큐레이터는 “불태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구축하기 위해서이다. 불태운 뒤 새 피를 수혈하는 것이 중요해 참여 작가 가운데 90% 이상을 신진 작가들로 채웠다”고 했다. 1980년대 유행가 ‘터전을 불태우라’만큼 이번 전시는 혁신적인가. 판단은 관람객의 몫이다. 격년으로 개최돼 올해 10회째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는 5일 개막해 11월 9일까지 이어진다.광주=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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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BC협회 업무감사 거부 논란

    신문 부수 인증기관인 ABC협회가 내부 업무감사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신문협회에 따르면 ABC협회의 김형택 감사가 지난달 19일 협회에 감사 실시를 통보한 후 1일 협회를 방문했으나 협회는 감사를 거부하고 감사 요구자료 목록도 받지 않았다. ABC협회에 대한 감사는 협회 소속 신문업계 회원 30명이 “협회가 이사회나 총회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회비를 인상하려 한다”며 회비 책정과 예산 집행 및 회계처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1988년 6월 협회 창립 이래 내부 업무감사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BC협회는 최근 적자 해소 등을 명분으로 신문협회 회원사에 평균 26.8%에 이르는 회비 인상을 요구했다. 김 감사는 “이달 30일까지인 감사 시한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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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백남준만 있는게 아니네”

    탕, 쨍그랑, 와장창…. 조용한 미술관을 채우는 총소리와 유리 깨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현대미술의 발원지이나 남송(南宋)시대 수도로서 전통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항저우(杭州) 시를 도발하는 총성이다. 학고재 갤러리와 중국 싼상(三尙)당대예술관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8일까지 저장(浙江) 성 항저우 시 싼상당대예술관에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 우리가 경탄하는 순간들’은 거울에 총알이 날아와 박히는 이용백 작가(48)의 ‘브로큰 미러’를 포함해 12명의 작품 35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백남준(1932∼2006)부터 중견작가인 이세현(47)과 젊은 세대인 오윤석(43) 장종완(31)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가와 장르를 아우르는 전시로는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다. 전시가 주는 묘미는 신구(新舊) 세대 간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와 여기서 오는 긴장감을 읽어내는 데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철판과 돌이 마주 보고 있는 이우환의 설치작품 ‘관계항’이 관객을 맞는다. ‘관계항’의 정적인 미감(美感)은 이어지는 동선에 전시된 홍경택(46)의 유화 ‘펜3’의 역동적인 미감과 대조를 이룬다. 백남준이 1995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낡은 TV모니터는 남북 이념갈등을 다룬 김기라(40), 가부장적인 사회의 불편함에 대해 얘기하는 여성작가 박지혜(33)의 비디오아트와 나란히 놓였다. ‘모두가 부처’라는 메시지를 담은 김아타(58)의 사진작품은 성형에 중독된 여성을 보여주는 권순관(41)의 사진과, 현대적 감각의 한국화로 일상성을 파고드는 유근택(49)의 그림은 짐승의 가죽 위에 신선도를 그려낸 장종완의 회화와 한자리에 걸렸다. 미술관을 찾은 중국 관객들은 특히 이용백의 미디어아트를 흥미로워했다. 마주 보고 걸려 있는 대형 거울 사이에 서면 어디선가 굉음과 함께 총알이 날아와 거울에 박히고, 깨지는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과 함께 중국의 양대 미술대학으로 꼽히는 항저우 중국미술학원의 루안웨라이(阮悅來) 교수는 “이용백의 작품은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한다. 한국엔 백남준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술 전문 월간지 ‘예술당대’의 쉬커(徐可) 부주간은 “냉면을 소재로 남북문제를 풀어내고, 가죽을 동양화의 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을 맡은 윤재갑 상하이 하오아트 뮤지엄 관장은 “항저우 작가들은 1985년 전통화와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반기를 들고 현대미술을 시작했지만 전통을 넘어서지 못하고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들에게 한국 현대미술 작품들이 적지 않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항저우=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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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생각의 힘을 키우는 다섯가지 노하우

    참 잘 썼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종횡무진하며 인류 문명을 창조한 동력이 ‘생각’이고 앞으로 살길도 생각하는 힘이라고 역설한 뒤 생각의 힘을 기르는 노하우까지 일러준다. 생각의 산물이 지식인데, 인류의 지식 탐구는 지적인 호기심이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고 남을 설득하려는 실존적 욕망에서 시작됐다. 생존법으로 진화를 택한 동물과 달리 인간이 지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지식의 학습은 빠르고 유연해 더디게 진행되는 진화와 다르게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유용한 생각의 도구로 기원전 8세기 그리스에서 유래한 은유, 원리, 문장, 수(數), 수사(修辭) 등 5가지를 꼽는다. 이 중 으뜸은 은유다. 여기서 은유란 직유 환유 제유 풍유 상징을 구분 않고 통틀어 말한다. ‘시간은 돈이다’처럼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간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비(非)유사성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낸다. 모든 생각의 모태가 되는 은유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저자는 시(詩) 읽기와 ‘주머니 훈련법’을 추천한다. 주머니에 단어 카드를 넣고 섞은 뒤 아무거나 2장을 골라 ‘A는 B다’는 문장을 만든다. 예를 들어 ‘책’과 ‘여행’이 적힌 카드를 골랐다면 ‘책은 여행이다’ ‘여행은 책이다’는 문장이 된다. 책과 여행의 유사성과 비유사성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표현력과 설득력은 물론이고 창의력까지 키울 수 있다. ‘유사성’은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다. 정보 시대에 저자가 생각의 도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근대적 이성의 바탕이 되는 동일성이 아니라 유사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같음과 다름을 모두 끌어안는 유사성은 유연하고 유능하며 창조적이다. 이는 동일성을 기준으로 범주화하는 컴퓨터가 따라갈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도 하다. 유사성을 근거로 작동하는 뇌와 동일성을 근거로 작업하는 컴퓨터, 이렇게 뇌 2개를 함께 가지고 살자는 제안이다. 그런데 문학 수학 건축 천문학이 훨씬 앞서 발달했던 고대 수메르 이집트 바빌로니아인들을 제치고 왜 생각의 도구가 그리스에서 유래했을까. ‘그리스에선 학문이, 중국에선 삶의 지혜가 발달했다’ ‘이집트에는 무덤이, 그리스에는 극장이 있다’는 명언들이 힌트가 된다. 책 뒤쪽에 모아둔 35쪽 분량의 각주에서 대부분 해외 문헌을 인용하면서도 실제로 참고한 번역본을 정직하게 밝힌 것도 미덥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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