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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없는 듯한 모습이다.” 축구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골을 넣고 격정에 휩싸여 동료들과 포옹하는 모습을 두고 최근 영국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한 이 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나왔다. 코로나19의 기세를 꺾기 위해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포옹은 물론이고 악수조차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데, TV 중계로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화면 속에서 선수들이 거리낌 없이 포옹하고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선수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을 한층 강화하면서 골 세리머니 때 포옹을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새 규정이 발표되자마자 즉각 논란이 일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해 많은 매체가 이 논란들을 다루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때때로 뇌는 무의식 상태에 빠진다”며 선수들을 옹호했다. 선수들의 포옹은 자신이나 동료가 골을 넣는 그 순간, 그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지 생각 끝에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본능에 가깝고 감정이 극대화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막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억눌리며 포옹조차 못하는 사람들에게 선수들이 대리만족을 준다는 주장도 있다. 새 규정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선수들의 책임을 강조한다.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려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는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많은 팬을 지닌 선수들이 앞장서서 실천할 경우 그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을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전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사회적 거리 두기가 별것 아니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 프로축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경기 중 포옹 자제 방침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통해 포옹 등 선수들의 과도한 골 세리머니를 자제해 줄 것을 구단들에 요청했다. 연맹은 이를 위반한 사례들을 모아 구단에 통보했다. 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강제사항은 아니었지만 연맹은 위반 사례가 계속될 경우 구단에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일종의 본능 같은 행동이어서 이를 자제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새 규정 발표 이후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수들의 가벼운 포옹이나 신체 접촉을 볼 수 있다. 선수들의 포옹을 갑자기 막기 어려운 이면에는 포옹이 기쁨을 표현하는 본능에 가까운 행위라는 것도 있지만, 오랫동안 학습되어 몸에 배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히는 스포츠맨십의 중요 요소는 팀플레이에 있어서의 동료에 대한 협조, 그리고 우애다. 일반적으로 스포츠의 가장 뚜렷한 특징을 들자면 외부적으로는 경쟁, 내부적으로는 협동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이 ‘페어플레이’라는 공정성으로 엮일 때 스포츠의 덕목은 빛난다. 상대를 품어 안는 포옹이야말로 이 협동과 우애의 정신이 가장 극적이고 명료하게 드러나는 행위로 인식돼 왔다. 갑자기 이를 “뇌가 없는 행동”이라고까지 몰아붙인 것은 너무 극단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보여주는 점은 분명하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점차 선수들도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포옹 대신 허공에 악수하기 등 새로운 골 세리머니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이런 변화의 흐름들이 개인의 고립화를 가속시키는 쪽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세리머니 논란이 기쁨도 슬픔도 함께 끌어안고 나누는 대신 기쁨도 홀로, 슬픔도 홀로 치러야 하는 코로나19 시대 개인의 고독을 강화하고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경기장 안팎에서 개인 간의 연대와 우애를 확인하는 새로운 세리머니와 소통의 방식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손흥민(29·토트넘)이 시즌 10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또 프로 데뷔 이후 3번째 10-10(두 자릿수 득점과 도움)도 달성했다. 손흥민은 26일 영국 하이위컴의 애덤스 파크에서 열린 2020∼2021 FA컵 4라운드(32강) 2부 리그 소속 위컴과의 방문경기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의 4-1 역전승을 도왔다. 2-1로 앞서던 후반 42분 손흥민은 왼쪽을 파고들며 골지역 정면에 있던 탕기 은돔벨레에게 패스했고 은돔벨레가 이를 논스톱 슛으로 성공시켰다. 1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셰필드전에서 시즌 9호 도움을 기록하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EPL 공격포인트 100개를 달성했던 손흥민은 이날 도움으로 세 번째 10-10 클럽에 가입했다. 손흥민은 2017∼2018시즌 18골 11도움, 지난 시즌 18골 12도움을 기록했다. 2018∼2019시즌에는 20골 9도움으로 도움이 하나 부족했다. 손흥민의 올 시즌 상승세는 무섭다. 이번 시즌 EPL에서 12골 6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3골 3도움,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1골, FA컵에서 1도움 등 16골 10도움을 기록 중이다. 26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손흥민이 지난 시즌 작성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30개)를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990∼1991시즌 이후 30년 만의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토트넘은 다음 달 11일 에버턴을 상대로 16강전을 치른다. 한편 영국 BBC는 반환점을 돈 EPL을 조명하면서 팀별 선수들의 경기당 평점을 매겼다. 토트넘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선수는 손흥민. BBC에 따르면 토트넘이 치른 EPL 18경기에 모두 출전한 손흥민의 경기당 평균 평점은 6.48점으로 해리 케인(6.36)과 조바니 로셀소(5.88)를 제치고 가장 높았다. BBC는 “손흥민이 파트너인 케인을 제치고 토트넘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며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2골 6도움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케인은 12골 11도움으로 손흥민보다 공격포인트가 많지만 손흥민이 꾸준하게 팀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취미나 운동도 홀로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 뮤지컬 같은 콘텐츠 관람은 물론이고 스포츠, 오락, 쇼핑 등 여가 전반을 집에서 혼자 즐기는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 많아진 것. 코로나19 이전에는 으레 여럿이 만나 영화관에 가고 단체 운동을 하는 것이 노멀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랜선 운동’을 즐기는 게 뉴노멀이 되고 있다.○ 영화는 차 안에서, 운동은 나 홀로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과 공연장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이 때문에 신작 영화 등이 곧바로 온라인 플랫폼으로 향하는 사례도 늘었다. 영화, 공연, 뮤지컬, 콘서트를 즐기는 주된 장소는 다름 아닌 ‘내 집’이 됐다. 집에서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콘텐츠 감상용 기기들의 이용률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5월 성인 6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된 3월 전과 후를 비교할 때 DVD, 프로젝터 등 동영상 기기의 이용률은 51.4%, 스마트패드는 46.9%, 애플TV 같은 스마트형 기기는 41.2% 증가했다. 집 밖으로 나오더라도 격리된 공간을 선호한다. 차에서 즐기는 ‘드라이브인’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자동차극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극장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 탄천공영주차장 내 잠실자동차극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해 3월에 전월보다 방문자가 20%가량 늘었다. ‘드라이브인 콘서트’도 공연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현대자동차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주차장에서 하루 300대씩 3일간 총 900대를 초청해 K팝 공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갈라쇼,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한 클래식 음악회 등을 진행했다. 스포츠 역시 ‘나 홀로 운동’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운동량은 전반적으로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0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인구 비율은 2019년 66.6%에서 2020년 60.1%로 떨어졌다. 특히 헬스장 등이 문을 닫으면서 전년 대비 보디빌딩은 2.9%포인트, 요가와 필라테스는 각각 1.1%포인트 줄었다. 반면 트인 공간에서 혼자 하는 운동은 소폭이나마 늘었다. 자전거가 0.6%포인트, 걷기와 등산이 0.3%포인트씩 늘었다. 본인이 세운 운동 기록을 영상으로 공유하고, 각자의 기록을 비교하는 ‘언택트 경연’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박사는 “코로나19가 지속된다면 운동의 개인화 및 온라인화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장비 판매량에서도 확인된다. 설민협 이베이코리아 마케팅매니저는 “혼자 또는 소수로 즐기는 운동 제품의 판매량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면서 “골프, 자전거, 낚시, 등산 용품 판매가 전년 대비 각각 16%, 12%, 11%, 11%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상세계 속 네트워크 확산 콘텐츠를 다루는 이들은 코로나19가 지속되면 가상공간에서의 ‘연결’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카카오톡’만큼이나 널리 퍼진 ‘제페토’가 그 사례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만든 증강현실(AR) 아바타 애플리케이션. 사용자가 실제 얼굴을 바탕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현실(VR)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현실세계와는 차별화되는 가상현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블랙핑크의 공연과 팬미팅이 취소되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제페토를 활용한 가상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가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집에서 혼자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연결에 대한 지향이 있다”면서 “완전히 단절된 비대면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 소통하길 원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MZ세대 사이에서는 이미 아바타를 이용해 소통하는 게 당연해졌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 가상세계에서의 콘텐츠 소비, 아바타를 이용한 연결이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력·연령에 따른 삶의 질 양극화 대비해야 콘텐츠 소비와 여가 트렌드가 바뀌는 과정에서 삶의 질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소비력에 따라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명확히 갈릴 거라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는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국내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사람들이 극장 가길 꺼리면서 영화제작사와 투자배급사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대작을 만들려고 한다. 수십억∼100억 원 정도 들어가는 ‘중간’ 영화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 역시 고사양, 고품질의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콘텐츠를 즐기려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모니터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다. 세대에 따른 콘텐츠 소비의 양극화도 심화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여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복수로 구독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반면 정보력이 부족한 중장년층은 TV가 유일한 콘텐츠 창구가 될 수 있다. 송진 팀장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가 콘텐츠와 큰 화면과 고화질로 즐길 수 있는 고가의 콘텐츠가 명확히 갈리고, 향유 주체의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라며 “문화 콘텐츠의 중간 영역이 약화되지 않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재희 jetti@donga.com·이호재 기자·이원홍 전문기자}

“선수들은 올림픽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취소된다면 그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겁니다.” 이병진 대한체육회 훈련본부장은 도쿄 올림픽이 취소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22일 훈련 중인 선수들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 26개 종목 280여명을 출전시킬 예정이었다. 현재 남자축구, 야구, 여자배구, 양궁 등 19개 종목 157명이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11월 5일 다시 개방된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이날 현재 체조 수영 럭비 양궁 4개 종목 99명의 선수들이 맹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촌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종목 선수들도 각각 지정된 장소에서 땀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 개최시기에 맞춰 자신의 운동 인생 사이클을 맞춰 왔다.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 선수들은 갈수록 불안과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림픽이 취소 또는 연기 된다면 1차 피해자는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로서는 인생 최고의 목표를 올림픽 출전에 두어왔는데 이 같은 기회가 사라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운동을 해온 명분과 목적이 흔들리게 되면서 상실감과 허탈감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실적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 획득을 통해 선수로서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자로 변신하는 등 미래 계획을 세우는데 이 같은 경력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출전기회가 남아 있는 어린 선수들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고참 선수들에게, 또 올림픽과 관계없이 돌아갈 팀이 있는 프로선수들보다는 경력관리 실패 등으로 취업과 진로에 직접 영향을 받는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에게 더 타격을 줄 수 있다. 올림픽이 연기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림픽이 연기되더라도 출전기회가 사라지는 것은 똑같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은 일본이 올해 도쿄 올림픽을 취소하고 2032년 대회 유치에 집중할 것이라는 소식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을 추진 중인 것을 비롯해 호주 퀸즐랜드 주, 인도 뭄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카타르 도하, 독일 라인-루르 등 2032년 대회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또 도쿄 올림픽부터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순차적으로 연기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또한 개최국 상황과 여론 등의 변수가 많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스페인 프로축구의 호화 군단 레알 마드리드가 3부 리그 팀에 역전패하며 코파 델 레이(국왕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1일 스페인 알코이에서 열린 2020∼2021 시즌 국왕컵 32강전에서 세군다 디비시온B(3부 리그)의 알코야노에 연장전 끝에 1-2로 졌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 대회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부정 선수 출전으로 몰수패를 당했던 2015∼2016시즌 이후 처음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점유율 73 대 27, 슈팅 수 26 대 5로 앞섰지만 상대의 극단적인 수비 후 역습에 허를 찔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45분 밀리탕의 헤딩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35분 알코야노의 호세 솔베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연장 후반 5분 알코야노의 라몬 로페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을 맞았으나 연장 후반 10분 역전골을 내줬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축구가 왜 위대한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11일 영국 머지사이드주 크로즈비의 로셋 파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토트넘과 머린FC의 경기가 끝난 뒤에 나온 반응이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위를 달리고 있는 강호이지만 머린은 8부 리그 소속팀이다. 잉글랜드 축구 1∼4부는 프로, 5∼6부는 세미프로, 7부 이하는 아마추어다. 토트넘은 이날 5-0으로 이겼다. 토트넘에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 반면 머린은 교사, 간호사, 환경미화원 등으로 다른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머린 선수들이 받는 최고 주급은 300파운드(약 44만 원)로 이날 교체 선수로 출전한 토트넘의 개러스 베일의 주급 60만 파운드(약 8억8900만 원)와 무려 2000배 차이가 난다. 또 이적료가 ‘0원’인 머린 선수들에 비해 손흥민 한 명의 예상 이적료만 9000만 유로(약 1202억 원)로 두 구단의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150년 잉글랜드 FA컵 사상 가장 격차가 벌어지는 대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격차 때문에 승패는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머린 팬들은 토트넘과의 대진이 발표된 이후부터 TV에서나 보던 톱스타들과 동네에서 보던 연고지 선수들의 경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관중이 경기장 주변에 모여들어 경찰이 울타리를 쳐야 했다. 경기장 인근 집들에서 창문 너머로 경기를 보는 관중의 모습이 TV 중계에 잡히기도 했다. 축제를 맞은 듯한 머린 팬들의 분위기를 전하는 토트넘 커뮤니티 블로그에는 “거인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모두가 행복했다”는 표현도 있었다. 이날 토트넘은 손흥민을 벤치에 앉혔고, 케인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베일, 무사 시소코, 루카스 모라, 벤 데이비스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출전시켰다. 토트넘은 카를루스 비니시우스가 전반 23분 선제골을 시작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모라와 앨피 디바인이 골을 넣으며 완승했다. 이날 디바인은 16세 163일로 구단 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토트넘은 경기 뒤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선수들의 새 유니폼을 머린 측에 전달했다. 이날 입었던 유니폼은 모두 세탁해 전해 주기로 했다. 닐 영 머린 감독은 “조제 모리뉴 감독은 우리의 성취를 존중했다. 토트넘이 보여준 모습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리뉴 감독도 “그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안다. 결과가 아니라 이 경기의 의미를 위해서 훌륭한 선수들을 출전시켰다”고 화답했다. 무관중 경기로 관중 수입을 기대할 수 없었던 머린 측은 가상 입장권을 판매했다. 팬들은 이 가상 입장권을 구매해 머린이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10파운드(약 1만4800원)짜리 가상 입장권 3만 장이 팔렸다. 이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3185명이고 이전까지 관중 최고기록은 6000명이었다. 머린은 무관중 경기 비용으로 약 1억4800만 원의 손실을 우려했으나 티켓 판매 수입이 약 4억4400만 원에 달했다. 한편 4부 리그 팀인 크롤리타운은 프리미어리그 12위를 기록 중인 리즈 유나이티드를 3-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FA컵에서 1부 구단이 4부 구단에 3골 이상 격차로 진 것은 1987년 옥스퍼드 유나이티드가 올더숏에 0-3으로 패한 뒤 34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올해로 출범 101년을 맞는 대한체육회의 1월은 상징적이다. 대한체육회는 18일 제41대 회장을 뽑는다. 새해 첫 달이 갖는 통상적인 시작과 출발의 의미가 새로운 100년의 출발이라는 대한체육회 자체의 의미와 결부되면서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런 시기에 새 회장 선거가 겹치면서 대한체육회의 이번 1월은 명목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새로운 출발 및 전환의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잡음에 휩싸여 있다.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더 크게 들려온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4명이다. 현직에 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다시 출마 선언을 했고, 강신욱 단국대 교수,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도 후보 등록을 했다. 후보 등록 과정부터 어지러웠다. 6명 이상의 인물들이 나서며 난립 양상을 보이다가 일부는 자진사퇴했다. 후보로 나서려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자격 논란으로 중도 하차한 이가 있었고, 이 인물은 물러나면서 자기 대신 밀어 달라고 특정 후보를 추천했다. ‘대타’ 논란 속에 급하게 출마를 선언했던 새로운 후보는 출마 선언 하루 만인 다음 날 오전 출마를 번복했다가 오후에 다시 마음을 바꿔 등록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여기에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무산됐다는 소식 속에 ‘야합’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이 오랜 준비와 심사숙고 끝에 자신만의 소신을 지니고 나섰는지 의문이다. 공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로 체육인 일자리 창출 및 100세 시대 속의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결합, 학교 체육 활성화 등에 대한 것으로 비슷한 데다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들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선거 현장은 현 집행부 및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둘러싼 주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 중 일부가 중진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이 회장 체제에서 선수 성폭력 및 고 최숙현 선수 사태 등으로 인한 인권 문제가 불거졌음을 들어 이 회장 체제를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화해 보면 ‘체육 독립’과 ‘체육 개혁’ 명분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체육 독립’과 ‘체육 개혁’은 한국 체육계의 중요 문제다. 한국 체육계는 최근 몇 년간 이 두 문제를 둘러싼 극단적 경험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진 최순실(최서원) 국정 농단 사태의 한가운데에 체육계 비리가 놓여 있었다. 이는 체육이 정부를 비롯한 권력의 과도한 간섭에서 독립할 필요를 보여준다. 반면 그 이후 벌어졌던 체육계 내의 성폭력 및 인권 유린 사태는 체육계가 얼마나 후진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또한 이후 체육계가 잇달아 보여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체육계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상실됐음을 증명했다. 이는 정치 및 권력의 과도한 간섭도 견제해야 하지만 더불어 체육 개혁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육계의 고민은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우려스러운 것은 각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표피적인 명분으로만 이용하고 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각 한쪽 입장을 강조하면서 분열은 가속되고 있다. 한쪽 주장대로 체육계 독립이 완전히 이루어진다고 치자. 그렇다면 독립적인 체육기구 내 권력 견제 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안 그래도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가 외부 감시 없이 수많은 자기 개혁을 이행할 수 있는가. 그동안 실패했던 자기 개혁을 보완할 방법이 있는가. 체육 개혁을 주장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개혁을 명분으로 과도한 권력이 개입될 때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보완책을 가지고 있는가. 체육계의 자율성을 보장할 장치는 있는가. 체육계는 오랫동안 권력의 입맛에 맞게 휘둘리는 ‘체육의 도구화’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 역시 체육 발전을 위한 진정성 없이, 그저 체육계를 자신의 명예와 권력욕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구호만 내세우는 후보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이기흥 현 회장(65), 강신욱 단국대 교수(65),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78),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63)의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년 1월 1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총 4명의 후보자가 등록했다고 29일 밝혔다. 기호 1번은 이 상임의장, 2번은 유 회장, 3번은 이 회장, 4번은 강 교수가 배정받았다. 자격 논란 끝에 사퇴한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72)의 지지를 받아 출마를 선언했던 이 의장은 출마 선언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후보 등록 마감 직전 다시 입장을 바꾸며 등록했다.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66)과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64)은 불출마했다. 후보들은 30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전화(문자메시지 포함), 정보통신망, 윗옷 및 어깨띠 등을 이용해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선수와 지도자 경기단체 직원 등 전국에서 뽑힌 2180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한다. 투·개표는 K-voting(온라인 투표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중앙선관위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예방·단속 활동을 강화하고, 금품 제공 등 위법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고 1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손흥민(28·토트넘·사진)의 골 행진이 잠시 멈췄다. 손흥민은 20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레스터 시티와의 안방경기에 풀타임으로 나섰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토트넘 이적 후 공식 경기에서 99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이날 100번째 골을 노렸으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토트넘은 레스터 시티에 0-2로 패해 시즌 첫 2연패를 당하며 5위가 됐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15분 ‘단짝’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았지만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지 못해 득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 2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헤딩으로 골문 앞에 떨어뜨려 놓은 공을 몸을 날리며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손흥민의 경제 파급효과가 1조9885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21일 밝혔다. 손흥민으로 인한 수출 증대 및 유발효과 1조1220억 원, 감동 및 자긍심 고취 등 국내에서 유발하는 무형의 가치효과 7279억 원, 손흥민 출전 토트넘 경기의 광고효과 180억 원, 축구시장에서의 손흥민 몸값 1206억 원 등이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이원홍 전문기자}

탈북 복서 최현미(30)가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슈퍼페더급 8차 방어에 성공했다. 최현미는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할리우드의 세미놀하드록호텔앤드카지노에서 열린 타이틀매치에서 칼리스타 실가도(32·콜롬비아)를 3-0 판정승으로 물리쳤다. 최현미는 자신의 첫 해외 방문경기에서 승리하며 18승(4KO) 1무의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실가도는 19승(14KO) 3무 12패. 최현미는 강타자인 실가도를 맞아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는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며 승리했다. 북한 평양에서 태어난 최현미는 2004년 탈북한 뒤 2008년 한국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타이틀 매치에서는 한국계 복서인 겐나디 골롭킨(38·카자흐스탄)이 카밀 세레메타(31·폴란드)를 4번 다운시키며 7회 TKO로 승리했다. 골롭킨은 미들급 통산 21차 방어에 성공하며 버나드 홉킨스(55·미국)가 갖고 있던 미들급 역대 최다 방어 기록(20차)을 깼다. 통산 41승(36KO) 1무 1패.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절대로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마라. 앞으로도 이 말을 다시 하고 싶다. 이 상을 받게 되어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폴란드 국가대표와 독일 프로축구 바이에른 뮌헨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레반도프스키는 18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열린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0’에서 그동안 이 상을 번갈아 받은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를 밀어내고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메시와 호날두가 5차례씩 이 상을 나눠 가졌고, 2018년에는 루카 모드리치(35·레알 마드리드), 2019년에는 메시가 각각 이 상을 받았다.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시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31경기 34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뮌헨의 8연속 우승에 앞장서는 등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어 독일축구협회 컵대회(DFB포칼)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5골 등 총 55골을 터뜨리며 바이에른 뮌헨이 3관왕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이날 수상자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 기자, 팬 투표 합산 결과로 결정됐다. 결과는 레반도프스키가 1위(52점), 호날두가 2위(38점), 메시가 3위(35점)였다. 호날두는 포르투갈 주장 자격으로 1순위 레반도프스키, 2순위 메시, 3순위 킬리안 음바페(22·파리생제르맹·PSG)에게 투표했다. 하지만 폴란드 주장 레반도프스키는 1순위에 팀 동료인 티아고 알칸타라(29), 2순위 네이마르(28·PSG), 3순위 케빈 더브라위너(29·맨체스터 시티)에게 투표했다. 아르헨티나 주장 메시는 네이마르, 음바페, 레반도프스키를 1, 2, 3순위로 올렸다. 한국 주장 손흥민은 레반도프스키, 메시, 호날두 순으로 투표했다.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1순위 레반도프스키, 2순위 사디오 마네(28·리버풀), 3순위 호날두였다. 감독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리버풀을 30년 만에 우승으로 이끈 위르겐 클로프 감독(53)이 받았다. 여자 올해의 선수상은 루시 브론즈(29·맨체스터 시티)가 차지했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최근 독일축구협회는 요아힘 뢰프(60) 독일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에 0-6으로 대패한 다음에 일어난 경질 여론을 무릅쓰고 내린 결정이다. 독일이 국가대표팀 간 경기에서 6골 차로 진 것은 89년 만이다. 독일 축구매체 키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뢰프 감독이 독일대표팀을 이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뢰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는 화상회의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유임을 결정했다. 이로써 2006년 7월 독일 월드컵 직후 감독에 선임됐던 뢰프는 2년 전 계약대로 2022년까지 계속 지휘를 맡게 됐다. 14년 동안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는 현역 최장수 국가대표 감독이다. 뢰프 감독의 가장 큰 위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김영권과 손흥민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한국에 0-2로 패한 때였다. 직전 대회였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었던 독일의 F조 최하위 탈락은 충격적이었다. 뢰프 감독의 경질설이 나왔지만 독일 축구협회는 그때에도 만장일치로 그의 유임을 결정했다. 뢰프 감독 재임 기간 동안 한국축구대표팀을 맡았던 감독은 모두 8명이다. 2006년 6월 핌 베어벡 감독 부임 이후 허정무(2007년 12월∼2010년 7월), 조광래(2010년 7월∼2011년 12월), 최강희(2011년 12월∼2013년 5월), 홍명보(2013년 6월∼2014년 7월), 울리 슈틸리케(2014년 9월∼2017년 7월), 신태용(2017년 7월∼2018년 7월), 파울루 벤투(2018년 8월∼현재)가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 중 허정무, 슈틸리케, 벤투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1년 남짓 지휘봉을 잡았을 뿐이다. 그동안 한국대표팀 감독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되풀이되곤 했다. 2011년 감독 수행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와 잦은 갈등을 빚었던 조 감독은 한밤중에 경질 소식이 보도되며 물러났다. 급작스럽게 새 감독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힘들게 사령탑을 맡은 후임 최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의 험난한 미래를 예견한 듯 월드컵 예선까지만 한시적으로 감독을 맡기로 한 뒤 이를 실행에 옮겼다. 실제로 뒤를 이은 홍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으로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으나 감독으로 나선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뒤이은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반 ‘슈틸리케 마법’이라는 극찬까지 들었으나 갈수록 성적이 부진하자 그 어느 감독 못지않게 맹렬한 비난을 들으며 떠났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1년을 남겨두고 바통을 이어받았다. 촉박한 시간 속에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실험한 그는 본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실험만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반대로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벤투 감독은 전술 변화가 별로 없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감독들에게 쏟아지는 극심한 비판들은 왜 한국대표팀 감독직이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감독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명됐을 때는 교체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의 교체는 팀 개선과 활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의 잦은 대표팀 감독 교체는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팬들의 들끓는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한 국면 교체용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협회는 뒤에 숨고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인 것이다. 협회가 비판 여론에 따라 자주 부적절한 시기에 감독을 교체하고, 또 그때마다 급하게 선임된 신임 감독은 부담감과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긴 안목으로 면밀한 검증을 거쳐 감독을 선임하고 그에게 권한과 필요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뢰프 감독이 다시 유임된 것은 그가 부임 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3위, 브라질 월드컵 우승 및 유럽축구선수권 3연속 준결승 진출 등 신뢰할 만한 업적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유임이 적절했는지 아닌지는 후일의 성적이 증명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경기만으로 감독을 평가할 수 없다”고 한 독일축구협회의 성명에는 분명 참고할 만한 점이 있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배동현 창성그룹 부회장이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을 3연임한다.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은 3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배동현 후보를 연맹 선거관리규정에 의거 당선인으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배 회장은 2012년 초대, 2016년 2대에 이어 또 한 번 회장직을 맡게 됐다. 임기는 2024년 12월까지다. 배회장은 창성건설이 2015년 8월 장애인 최초의 동계스포츠 실업팀을 창설하도록 힘썼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신의현은 창성건설팀 창단 멤버로 당시 노르딕스키에 입문한 신인 선수였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지낸 배 회장은 2018년 1월 해외 전지훈련 중이던 선수들에게 한국 음식 50kg을 들고 가 7박 8일 동안 셰프를 자청하며 매일 20인 분 넘는 한식을 차려내기도 했다. 배 회장은 지난해 9월 평창 겨울패럴림픽에 기여한 공로로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았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야구가 2024년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고 브레이크댄스가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르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 집행위원회를 열고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출한 종목 구성 안을 승인했다. 브레이크댄스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서핑은 내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정식 종목으로 치러진다.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와 IOC는 브레이크댄스를 비롯해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등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들을 포함시킴으로써 젊은 관객과 시청자들이 올림픽에 더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레이크댄스의 올림픽 종목 명칭은 ‘브레이킹(Breaking)’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970년대에 초창기 브레이크댄스를 지칭하던 용어다. 시각효과를 곁들인 대회 진행이 가능하고 선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이 종목들은 화려하게 꾸민 파리 시내의 경기장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서핑은 파리에서 1만5000km 이상 떨어진 태평양의 타히티 해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야구는 채택과 탈락을 반복하고 있다. 야구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치러졌으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부터 제외됐다. 야구는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채택됐지만 파리 올림픽에서 또 제외된다. 하지만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한 야구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했다.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종목 수를 일부 줄인 것과 출전 선수의 남녀 성별 비율을 맞춘 것이 이번 안의 특징이다. 파리 올림픽 세부 종목은 도쿄 올림픽 때보다 10개 줄어든 329개다. 출전 선수도 도쿄 올림픽 1만1000명에서 1만500명으로 줄어든다. 남녀 선수 출전 비율은 50 대 50으로 맞춰진다. 이를 위해 남녀 혼성 종목이 18개에서 22개로 늘어난다. 도쿄 올림픽의 여성 출전 비율은 48.8%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4)의 복귀전을 중계한 소셜 비디오플랫폼 ‘트릴러’가 이 경기로 약 6000만 파운드(약 868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영국 ‘더 선’ 등이 8일 전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타이슨과 로이 존스 주니어(51·이상 미국)의 경기는 유료시청 콘텐츠인 페이퍼뷰(PPV)로 중계됐다. 시청료는 미국에서는 50달러(약 5만4000원), 영국에서는 19.95파운드(약 2만8900원)였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경기의 PPV 이용 건수는 전 세계에서 약 160만 건에 이른다. 이 중 120만 건이 미국에서 기록됐다. 국내에서는 올레TV가 무료 생중계했다. 타이슨과 존스는 각각 110억 원과 33억 원의 대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싱전문매체 ‘복싱 신’에 따르면 복싱 중계가 PPV 100만 건을 넘긴 건 2018년 카넬로 알바레스(30·멕시코)와 겐나디 골롭킨(38·카자흐스탄)의 세계복싱평의회(WBC) 및 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 통합타이틀매치(110만 건) 이후 처음이다. 타이슨의 현역 시절 PPV 최고 기록은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58·미국)와의 WBA 헤비급 타이틀매치에서 기록했던 199만 건이다. 타이슨이 복귀전으로 큰돈을 벌자 예전 그의 앙숙이었던 홀리필드도 타이슨과의 재대결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8일 오후 5시 반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국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해 온 기업들에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하는 ‘한국스포츠메세나’ 시상식을 연다. 체육단체 회장사를 맡고 있는 현대자동차(대한양궁협회), SK(대한핸드볼협회), 한화갤러리아(대한사격연맹)가 문체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체육단체들을 후원해 온 포스코인터내셔널(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동승통상(대한배드민턴협회), 코오롱인더스트리(대한골프협회, 대한산악연맹, 대한양궁협회), KB금융지주(대한빙상경기연맹), 하나금융지주(대한루지경기연맹), 신한금융지주(대한스키협회), LG유플러스(대한당구연맹·이상 후원 단체)가 대한체육회장 표창을 받는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첫 여성 주심이 등장한다. 영국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은 3일 열리는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의 경기 주심으로 프랑스 출신 여성 심판 스테파니 프라파르(37·사진)가 배정됐다고 1일 전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남자 경기에서 여성 심판이 주심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스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UEFA 유로파리그 등에서는 이전에도 여성 심판이 주심을 맡은 적이 있다. 프라파르는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결승전 주심을 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프랑스 리그1 최초의 여성 심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평소 “여자도 남자 심판만큼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해 왔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여자 복싱이 1라운드 2분 경기인데….”(마이크 타이슨) “3분 경기여야 상대가 더 지치고 기회가 많이 오지 않을까….”(로이 존스 주니어)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경기를 앞두고 둘은 입을 맞춘 듯 경기 방식이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퇴한 지 15년 만에 복귀하는 54세의 ‘핵주먹’ 타이슨과 2년 만에 돌아오는 51세의 ‘테크니션’ 존스의 대결은 ‘최전방 전투(Frontline Battle)’로 명명됐다. 두 선수 모두 “목숨을 걸었다”고 공언할 만큼 치열한 경기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타이슨은 20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올랐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존스는 프로무대에서 미들급에서부터 헤비급까지 4체급을 석권했던 선수였기에 팬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50대의 두 선수를 위해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10온스 글러브보다 파괴력이 덜한 12온스 글러브를 사용하게 하고 통상 1라운드당 3분으로 진행되는 경기 시간을 1라운드 2분으로 줄였다. 경기는 8라운드로 진행됐다. KO는 없고 피가 흐를 경우 즉시 경기를 중단시키기로 했다. 타이슨은 하루 2시간씩 달리기와 다이어트로 45kg을 감량한 99.8kg으로 계체량을 통과하며 이 경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가 이 몸무게를 기록한 건 18세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존스는 95.3kg으로 계체량을 통과했다.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두 선수는 뛰쳐나와 주먹을 교환했다. 타이슨의 빠른 펀치 스피드와 상체 놀림은 50대라고 믿기에는 놀랄 만큼 빨랐다. 하지만 초반까지였다. 존스는 특유의 잽 위주 아웃복싱을 펼쳤고 적극적인 껴안기로 타이슨을 봉쇄했다. 몇 번 안면과 복부에 주먹이 오가긴 했지만 두 선수는 치명적인 펀치 교환 없이 경기를 끝냈고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선수 이름을 길게 끌며 소개했던 왕년의 유명 링아나운서 마이클 버퍼(76)가 다시 나서고 국내 중계에서는 송재익 아나운서(78)와 전 복싱 챔피언 홍수환 씨(70)가 해설을 맡아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경기 시간은 16분에 불과했지만 타이슨은 1000만 달러(약 110억 원), 존스는 300만 달러(약 33억 원)의 대전료를 받는다. 타이슨과 존스는 각각 불우 복싱선수를 위한 기금과 유방암 퇴치 기금 등으로 일부 액수를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슨과 존스는 경기 후 “다시 싸우고 싶다”며 재대결 가능성을 암시했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일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올림픽 참가자들과 관중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전해진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발언이다. 바흐 위원장은 15일부터 18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아베 신조 전 총리 등과 만나고 일본의 주요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16일 일본 측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말 한국에서 열린 서울평화상 수상식에는 본인이 수상자이면서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기여한 공로로 이 상의 수상자로 결정됐다. 서울평화상은 동서 화합에 기여한 1988 서울 올림픽의 정신을 기념해 만들어진 상이다. 바흐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어 한국에 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흐 위원장이 일본행을 강행한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국민들과 여러 올림픽 후원사들에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바흐 위원장이 일본에 도착하기 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알려졌다. IOC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 희소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미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먼저, 그가 일본 방문 도중 일본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을 이해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인파가 몰려들 경우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감염 파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들만을 보호하려는 게 아니고 전 세계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함께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표현을 썼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수만 명의 선수와 관계자 및 관중들이 코로나19를 일본에 전파시킬 수도 있지만, 그들 역시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 못지않게, 올림픽에 참가하는 누구나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자칫 타국에서 온 올림픽 참가자들만이 감염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 국민은 물론 해외에서 오는 올림픽 참가자 및 관중 모두를 위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도록 하겠다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강제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IOC는 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바흐 위원장의 말대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AP는 물론 각종 외신들은 선수들이 꼭 백신에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빠른 속도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최종 실험이 끝나 유통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백신이 선수 컨디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상태인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바흐 위원장의 발언 이후 백신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했다. 그러나 아직 백신 실험이 계속 진행되는 중이니까, 구입 및 접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최종 유통 단계 때까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도핑 관련 전문가는 “아직 백신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에 대한 영향을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직은 백신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안전한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 올림픽 참가자들이 백신을 맞아도 되는지 확신을 갖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안전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물량 확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백신 가격은 몇천 원에서 몇만 원까지 다양하게 논의된다. 가난한 국가들의 경우 선수단의 백신 비용이 부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물량 확보 경쟁에 나설 것이 분명한 백신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가 나올 수 있고 이런 국가의 선수들을 어떻게 참가시키느냐도 논의해야 한다. 또 백신만으로 올림픽을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도 남는다. 백신 개발이 올림픽 개최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 뒤에도 풀어야 할 난제는 많다.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장비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 최근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의족 스프린터’ 블레이크 리퍼(31·미국)의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불허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양쪽 무릎 아래가 없었다. 리퍼는 생후 9개월부터 부모가 마련해준 의족을 신고 지냈다. 어려서부터 아빠와 함께 농구 야구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시 의족 기술의 발달 덕분이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을 지닌 그는 미국 패럴림픽 육상 대표 선수가 됐고 2012 런던 패럴림픽 400m 은메달과 200m 동메달을 땄다. 이후 그는 패럴림픽이 아닌 올림픽에서 장애가 없는 선수들과 겨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세계육상연맹이 “의족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선수들과 공정한 경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비장애인들과 경기할 수 없게 막아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게 되자 CAS에 제소했다. 세계육상연맹은 리퍼가 사용하는 의족이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의족 크기 규정을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선수 등급에 따라 쓸 수 있는 의족의 최대 크기가 정해져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리퍼가 사용하는 의족이 이 규정이 허용하는 최대치보다 15cm를 초과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바탕으로 CAS는 리퍼가 장애가 없이 태어났을 경우 추정되는 키보다 더 큰 키를 이용하게 되기 때문에 장애 없는 선수들과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봤다. 리퍼의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44초30으로 장애가 없는 선수들의 기록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이 판결에 대해 리퍼는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흑인인 그는 현재 패럴림픽 등에서 쓰이고 있는 의족 관련 규정은 백인과 아시아인의 신체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흑인 신체 비율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육상연맹은 리퍼의 주장은 음모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판결은 두 가지를 떠올리게 했다. 하나는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된 그의 안타까움이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벌어져 온 올림픽 장비 논란이다. 올림픽에서 인간의 능력이 아닌 장비의 성능이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란은 계속 있어 왔다. 이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가 1996년 국제사이클연맹(UCI)이 발표한 ‘루가노 헌장’이다. 이는 당시 영국과 미국 등이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천문학적 돈을 들여 ‘슈퍼바이크’ 제작에 뛰어든 것을 겨냥해 지나친 개발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UCI는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자전거의 프레임을 전통 삼각형 형태로 제한하고 무게도 6.8kg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특수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공기역학을 적용한 온갖 모양의 자전거가 등장하자 제동을 건 것이다. 첨단 자전거를 개발할 수 없는 가난한 국가들이 장비 경쟁에서 뒤처져 결국 올림픽을 포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전신 수영복을 금지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각종 기술 발전의 결과를 스포츠에 도입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제는 말 그대로 ‘입는(wearable)’ 기기들도 나오고 있다. 후일 더 큰 기술의 발달로 일부 기기가 사람의 몸에서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다면 그때에도 그 장치의 경기 사용을 금지할 수 있을까. 이런 점은 스포츠 종목 정체성 및 규정에 대한 세분화를 예고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런 추이가 계속된다면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인의 경기’ 및 웨어러블 기기를 허용하는 다른 형태의 경기로 스포츠가 분화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명쾌하게 나눌 수 없는 중간 형태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리퍼에 앞서 또 다른 의족 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34·남아프리카공화국)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전례가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올림픽 출전이 허용되고 리퍼는 불허됐다. 결과는 상반됐지만 의족 선수들의 올림픽 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록 리퍼의 도쿄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기는 했지만 CAS가 세계육상연맹을 향해서도 “장애가 있는 선수들이 다른 선수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 점은 그래서 주목해야 한다. 기술 발전과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경쟁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시대 추세인 것이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