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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으로 치장하지 않은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난 배우 이진욱(42)은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2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일 공개된 이 드라마에서 이진욱은 감염으로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세상에서 특수감염인 정의명(김성철)에게 몸을 빼앗긴 편상욱을 연기했다. 드라마는 시즌1의 아파트 ‘그린홈’을 떠나 새 터전에서 사투를 벌이는 차현수(송강)와 그린홈 생존자들을 그렸다.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한 편상욱과 악랄한 정의명의 성격을 둘 다 연기해야 했기에 사실상 1인 2역이었다. 이진욱은 “김성철 배우가 (편상욱의) 초반부 대본을 녹음해 보내줬고, 그걸 바탕으로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의명은 편상욱의 몸을 제멋대로 조종하지만, 편상욱이 마음에 품었던 박유리(고윤정)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자 당황스러워한다. 이진욱은 편상욱의 일부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쪽 얼굴과 왼쪽 얼굴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등 디테일을 살리려 애썼다. “얼굴 좌우가 다르면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투명 테이프로 오른쪽 눈꼬리를 올린 채 촬영했어요. 두통이 와서 힘들었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정의명에게 장악당하기 전의 편상욱을 연기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 편상욱은 마동석 배우 이미지에 가까워요. 그런데 감독님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며 저를 선택했습니다. 나라는 배우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처음엔 카메라 앞에 서기가 어색했어요.” 다양한 액션과 전라 노출 등 만만찮은 장면이 적지 않았다. “신인이 아니니까 현장에서 몸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편안하고 익숙했어요.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데 촬영에 집중하다 보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특이하거나 잔인한 장면을 연기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건 배우로서 쉽지 않은 기회죠.” 그는 시즌1에 비해 이번에 분량이 대폭 줄었다. 그는 “솔직히 아쉬웠지만 (내년 여름 공개하는) 시즌3에서는 아쉬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2003년 모델로 데뷔한 이진욱은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년), ‘보이스’ 시즌2, 3(2018, 2019년), 영화 ‘수상한 그녀’(2014년)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올해로 데뷔 20년. 그는 “잘 살아남았다. 원체 건조한 인간이었기에 연기를 하다 보니 많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점이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 이두나(수지)의 매니저 실장 P 역으로 특별출연했고,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했다. 그는 “강렬한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인간적이거나 소소한 사랑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3년 가요계는 다사다난했다. 올 1∼10월 음반 수출액(약 3209억 원)이 연간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67.3% 증가하는 등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한편으론 가요계를 뒤흔든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비롯해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린 피프티피프티의 분쟁 등 갈등도 만만찮았다. K팝 지형을 뒤흔든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올해 가요계를 정리했다. ● K팝의 대부, 이수만 퇴장 올해 초 가요계를 달군 최대 이슈는 경영권 분쟁에 빠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전이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에스엠을 인수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에스엠의 분쟁은 올 2월 에스엠 경영진이 카카오에 지분을 넘기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경쟁사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이수만·하이브’ 대 ‘에스엠·카카오’의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 하이브와 카카오가 합의하며 에스엠은 카카오가 인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에스엠 설립자이자 1인 프로듀싱의 대표주자였던 이 전 총괄이 퇴장하며 K팝 주요 기획사의 ‘창립자 중심 1인 체제’에 경종을 울렸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에스엠 인수전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대형 기획사들에 새 시대에 맞는 경영 태도를 갖지 않으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고 말했다.● 사라진 꿈, ‘중소돌의 기적’ 피프티피프티는 올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산 걸그룹이다. 피프티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한 후 5개월 만에 ‘큐피드’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100’ 17위에 오르는 등 25주간 상위권을 유지해 화제를 모았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중소형 기획사인 어트랙트 소속이어서 이들은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6월 멤버들은 돌연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다른 멤버들은 소송을 이어갔지만 키나는 항고를 취하하고 복귀해 현재 홀로 활동 중이다. 이 과정에서 어트랙트는 “외주 업체 더기버스가 멤버들의 전속계약 해지를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가요계에서는 탬퍼링(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 접촉) 논란이 일었다.● 군인이 된 BTS… 빈자리 채우는 걸그룹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12월 맏형 진에 이어 올 4월 제이홉, 9월 슈가, 이달 RM 뷔 지민 정국까지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됐다. 9월 BTS 멤버 전원이 현 소속사인 빅히트뮤직과 재계약하면서 이들의 단체 활동은 군 복무가 모두 마무리되는 2025년 6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BTS의 빈자리는 걸그룹이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K팝을 이끄는 또 다른 주역 블랙핑크는 멤버 전원이 최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마쳤다. 올해 ‘디토’ ‘슈퍼샤이’ 등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뉴진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K 없는 K팝 시대 글로벌 6인조 걸그룹 ‘캣츠아이’는 하이브가 미국 게펀레코드와 손잡고 진행한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올해 탄생했다. 그룹이 결성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캣츠아이는 내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K팝에서 K를 떼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창해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비전이 담긴 그룹으로 꼽힌다. JYP엔터테인먼트도 미국 리퍼블릭레코드와 함께 미국에서 걸그룹 ‘A2K’를 제작했다. 에스엠은 내년 영국 기업 M&B와 영국 보이그룹 제작에 나선다. M&B에서 멤버를 캐스팅하면 에스엠은 음악과 뮤직비디오, 안무 등 K팝 노하우를 제공한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K팝이 국적이 아닌, 비즈니스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한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일본 후쿠오카 페이페이돔에서 16일 K팝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 ‘세븐틴 투어 팔로 투 저팬’이 열린다. CGV, 롯데시네마 등은 영화관 대형 스크린으로 콘서트를 생중계할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생중계 콘서트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 세븐틴 팬들 사이에선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가요계가 영화관 활용법을 다각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이유, 테일러 스위프트 등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촬영해 상영하는 ‘실황 영화’가 쏟아졌다. 팬데믹 이후에는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생중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CGV, 롯데시네마 등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서울’을 생중계해 티켓 약 5만 장을 판매한 바 있다. 이후 BTS 멤버 슈가, NCT127, 샤이니 키 등의 콘서트 역시 영화관에서 생중계됐다. 오프라인 콘서트가 익숙하지 않거나 10만∼20만 원대의 티켓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콘서트 생중계를 통해 5만 원가량에 콘서트를 볼 수 있다. 해외 콘서트를 관람하고 싶어 하는 국내 팬들에겐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극장가에선 콘서트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세준 롯데시네마 얼터콘텐츠팀장은 “극장은 공연장과 가장 비슷한 상태의 공간이어서 관객들이 더욱 실감나게 공연을 볼 수 있다”며 “관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콘서트 생중계는 더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의 야윈 등이 보인다. 올해 3월 작고한 일본의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남긴 103분간의 작별 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를 담았다.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영화 음악, 마지막 정규 앨범 ‘12’ 수록곡까지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곡들로 채웠다. 생의 끝을 직감한 그가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9월 8일부터 15일까지 총 8일간 촬영했다. 고인이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이라 생각했던 NHK 509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3곡 정도를 2, 3번씩 촬영했다. 곡 ‘lack of love’를 시작으로 모두 20곡이 연주된다. 고독한 느낌의 ‘solitude’, 밝은 분위기의 ‘ichimei-small happiness’, 애수에 찬 ‘the last emperor’로 이어진다. 고인이 직접 선곡하고 편곡한 곡들로, 깜깜한 어둠에서 새벽과 낮을 지나 다시 밤으로 가는 하루의 시간을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는 고인의 연주와 표정에 집중한다. 그의 아들인 소라 네오 감독은 흑백으로 화면을 처리해 관객이 연주에 몰입하도록 연출했다. 그 덕에 언뜻언뜻 들리는 고인의 힘겨운 숨소리와 악보 넘기는 소리 모두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생전 사카모토는 완성된 편집본을 본 후 “좋은 작품이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에 ‘듄친자’(영화 ‘듄’에 미친 사람)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굉장히 감동적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빨리 ‘듄’의 세계를 공유하고 싶어 한국에 (개봉 시점보다 약 두 달 빨리) 오게 됐다.” 영화 ‘듄: 파트2’(듄2)의 내년 2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이 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말했다. 이날 듄2 영상을 10분가량 공개하는 푸티지 시사회가 열렸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개봉한 ‘듄’은 국내에서 154만여 명이 관람하는 데 그쳤지만, 팬덤을 형성하며 팬들의 요구로 2022년 재개봉된 바 있다. 듄 시리즈는 1965년 발표한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으로 태어난 폴 아트레이드(티모테 샬라메)의 여정을 그렸다. 듄2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각성한 폴이 복수를 위해 전사의 운명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빌뇌브 감독은 2년 전 전작 개봉과 동시에 듄2 촬영에 들어갔다. 전작이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는 소년에게 집중한 사색적인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보다 강렬하다. 빌뇌브 감독은 “전편에 비해 액션이 강조됐고 진행 속도 역시 빠르다. 좀 더 남성적인 면모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작보다 더 만족스럽다”고 했다. 빌뇌브 감독은 촬영 당시 가장 공을 들인 장면으로 폴이 샤이 훌루드(모래 벌레)를 타는 장면을 꼽았다. 전편에서 모래 벌레를 피하기 바빴던 폴은 듄2에서 성장한 전사가 된다. 빌뇌브 감독은 “거대한 크리처에 올라타는 장면을 구현할 기술을 1년 넘게 고민했다”며 “내 영화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또 “40% 분량만 아이맥스 전용 카메라로 촬영했던 전편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 아이맥스용으로 촬영해 거대한 자연 풍광을 만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빌뇌브 감독은 듄 파트3 각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트3를 만들면 소설의 2부인 ‘듄의 메시아’를 후속작으로 삼아 영화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궁극적인 꿈이 있다면 제가 사랑하는 듄 유니버스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저와 한국이 인연을 맺게 해 준 건 영화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봤다. 특히 박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정말 감명 깊게 봤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의 야윈 등이 보인다. 올해 3월 작고한 일본의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남긴 103분간의 작별 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를 담았다. 밴드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영화 음악, 마지막 정규 앨범 ‘12’ 수록곡까지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곡들로 채웠다. 생의 끝을 직감한 그가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9월 8일부터 15일까지 총 8일간 촬영했다. 고인이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이라 생각했던 NHK 509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3곡 정도를 2, 3번씩 촬영했다. 곡 ‘lack of love’를 시작으로 모두 20곡이 연주된다. 고독한 느낌의 ‘solitude’, 밝은 분위기의 ‘ichimei-small happiness’, 애수에 찬 ‘the last emperor’로 이어진다. 고인이 직접 선곡하고 편곡한 곡들로, 깜깜한 어둠에서 새벽과 낮을 지나 다시 밤으로 가는 하루의 시간을 표현했다고 한다.영화는 고인의 연주와 표정에 집중한다. 그의 아들인 소라 네오 감독은 흑백으로 화면을 처리해 관객이 연주에 몰입하도록 연출했다. 그 덕에 언뜻언뜻 들리는 고인의 힘겨운 숨소리와 악보 넘기는 소리 모두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그러다 딱 한 번, 고인은 연주를 멈춘다. 곡 ‘aqua’를 연주하던 그는 탐탁치 않은 숨을 내쉬다 “다시 합시다”라며 건반에서 손을 뗐다. 이어 밴드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 시절 만든 곡 ‘tong poo’까지 연주를 마치곤 한 마디를 더 얹었다.“잠시 쉬고 하죠. 힘드네. 무지 애쓰고 있거든.”내내 굳게 다문 입으로 온 신경을 집중하던 사카모토였지만, 후반부 곡 ‘happy end’를 연주하면서는 간간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 OST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거쳐 그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곡은 ‘opus’. 엔딩 크레딧과 함께 자동 연주 재생됐다.고인이 떠난 피아노는 홀로 건반을 움직이며 곡을 완주한다. 마치 사카모토의 삶이 끝나도 연주는 이어진다는 듯. 생전 사카모토는 완성된 편집본을 본 후 “좋은 작품이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2월을 대표하는 곡, 역사상 가장 성공한 캐럴로 꼽히는 곡은 팝가수 머라이어 케리가 1994년 발매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건 당신뿐”이라는 이 달콤한 노랫말이 더없이 불행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이 곡을 부른 주인공이자 공동 작곡·작사가로도 참여한 케리는 첫 회고록인 이 책에서 “음악은 삶을 견디게 해줄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서로를 할퀴고 증오하는 가족사와 가난했던 과거사 등 외롭고 불안했던 ‘진짜’ 케리가 담겨 있다. 그가 노래를 시작한 건 아주 어릴 적부터였다. 그의 집은 혼돈으로 가득했다. 오빠와 아빠는 무자비하게 다퉜고, 경찰이 오는 일이 끊이질 않았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오빠와 언니보다 좀 더 밝은 피부색을 가졌단 이유로 심한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속삭이듯 노래하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숨죽인 채 부르는 노래는 나에게 들려주는 비밀스러운 자장가였다”고 말한다. 케리가 세 살 무렵, 부모는 이혼했고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언니와 오빠는 연락조차 없었다. 그러나 1년 중 딱 하루,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네 명이 함께 모이는 드문 날이었지만, 가족들은 묵힌 감정을 쏟아내며 싸우곤 했다. 그 가운데 앉아 엉엉 울던 그는 “다들 고함을 멈추길” 간절히 바랐다. 그가 이 시절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 바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다. 거친 욕설이 오가는 집에서 두 눈을 감고 빌었던 그만의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 세상, 아늑한 가족에 대한 환상이 이 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총 15장의 정규 앨범과 5번의 그래미상 수상, 19개의 빌보드 ‘핫100’ 1위 곡. 이 화려한 기록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뎌내며 살아온 그가 이뤄낸 놀라운 성취다. 그는 책 말미에서 “삶을 살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의 꿈을 지키라는 것”이라며 “아무리 불리하고 고장 난 상태라 하더라도 누구도 당신의 비전을 통제하거나 빼앗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7일 오후 8시 10분 첫 방송 되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영웅을 기억하는 나라, 코끼리 사진관’(이하 코끼리 사진관)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 근무자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8부작으로 매주 목요일에 방영된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배우 한가인(41)을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숨은 영웅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희생을 기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흔치 않기 때문에 ‘코끼리 사진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며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듣자마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가인과 함께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는 방송인 배성재(45)다. 배성재는 순발력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두 MC는 때론 유쾌하게 때론 숙연하게 출연진의 속이야기를 끌어낸다. ‘코끼리 사진관’이란 프로그램 이름은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에서 따 왔다. 한가인은 “코끼리는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동물이다. 우리 역시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큰 사건사고가 있을 때만 제복 근무자들의 희생이 잠시 주목받는 걸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첫 회 주인공은 특전사로서 수많은 사람을 구조했지만 가장 친한 동료를 잃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박형근, 장인호 원사와 삼풍백화점 등 각종 붕괴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 특수구조대 양영안 소방경, 백승현 소방장이다. 이후에는 연쇄 살인마 정남규를 검거한 윤외출 전 경무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동료 6명을 잃은 이성촌 소방관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한가인은 “인터뷰하며 만난 제복 근무자 중 트라우마가 없는 분들이 없었다. 놀라운 점은 모두들 역경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며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꼽은 가장 인상 깊은 출연진은 지난해 1월 F-5E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고 심정민 소령의 유가족이다. 사고 당시 심 소령은 기체의 엔진 이상을 감지했지만 민가 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다가 순직했다. 그는 “어떤 심정으로 조종석에 앉아계셨을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심 소령이 항상 가족들에게 ‘탈출은 1∼2초면 할 수 있다’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기 일주일 전 친구들과 캠핑을 갔을 때 우연히 ‘비행기가 고장 났을 때 옆에 민가가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란 이야기가 나왔대요. 그때 심 소령님이 마치 일주일 뒤 사고를 미리 내다본 것처럼 ‘희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릇이 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제동 화재 사건으로 동료를 잃은 이성촌 소방관도 기억에 남는 출연자다. “친형제처럼 지내던 동료 6명을 직접 구조했는데, 구조 당시에는 6명 모두 따뜻했대요. 그래서 ‘살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한가인과 배성재가 제복 근무자들의 사연을 들은 뒤엔 군 시절 남수단 파병을 자원한 바 있는 사진작가 영배(32)가 출연자들을 사진에 담는다. 한가인은 “매번 출연진이 사진을 촬영하는 순간마다 여러 감정이 몰아친다”고 했다. 출연진 가운데 범죄 현장을 누비느라 약 30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어 본다는 경찰도 있었고, 구조 당시 입었던 피 묻은 군복을 꺼내는 특수부대원도 있었다. 사진 한 장에 각 출연진의 다양한 사연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특별한 순간으로 와 닿는다고 했다. 한가인은 촬영을 하면서 제복의 무게도 달리 느꼈다고 한다. 그는 “제복을 입고 안 입고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분들에겐 제복이 곧 책임감이자 희생할 각오였다”며 “(출연진을 만나며) ‘삶을 더 진지하게 살걸’ 반성하고 의미 있는 일을 더 해보자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제복 근무자들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에 대적할 국내 최대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탄생할 예정이다. 5일 CJ ENM과 SK스퀘어는 각 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 사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중복 가입자를 포함해 월 이용자 수가 최대 930만 명에 달하는 토종 OTT 최대 업체로 거듭난다. 업계에서는 113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온라인신문협회가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과 발전에 기여한 언론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저널리즘혁신대상’을 신설한다고 5일 밝혔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에 재직 중인 임직원 가운데 소속사 발행인의 추천을 받은 기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PD 등이 지원 가능하다. 디지털 콘텐츠 부문과 디지털 서비스·비즈니스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며 부문별로 상패와 상금 500만원이 주어진다. 첫 시상인 만큼 올해에 한해 공적기간은 2021년 1월 1일부터 3년간 인정한다. 서류 접수는 이메일(kona@kona.or.kr)로 받으며 접수 기간은 7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다. 시상식은 내년 2월 22일 열린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넷플릭스에 대적할 국내 최대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탄생할 예정이다. 5일 CJ ENM과 SK스퀘어는 각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중복 가입자 포함 월 이용자 수가 최대 930만 명에 달하는 토종 OTT 최대 업체로 거듭난다. 업계에서는 1137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중하위권 성적대 학생들의 공통점이 뭔 줄 아세요? 바로 ‘학습 공백’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그걸 잘 인정하지 않죠.”(영어 일타강사 조정식 씨·41) “‘인 서울’을 꿈꾼다면 자기객관화부터 철저히 하세요. 당장 문제를 못 푸는 것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처음부터 기본기를 쌓으면 무조건 ‘인 서울’은 가능합니다.”(수학 일타강사 정승제 씨·47)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진행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티처스) 녹화 현장에서 만난 일타강사 조정식 정승제 씨의 말이다. 이투스, EBS 등에서 활동하며 누적 수강생 910만 명 기록을 세운 수학 일타강사 정승제 씨와 거침없는 독설과 뛰어난 강의로 데뷔 1년 만에 영어 일타강사로 거듭난 메가스터디교육 소속 조정식 씨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에 방영되는 채널A ‘티처스’에서 30일간 도전 학생과 밀착 수업을 진행하며 성적 향상 미션을 돕는다. 유명 입시 카페 등에선 방송에서 소개된 두 강사의 학습법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질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녹화 현장에서 만난 두 강사는 잠을 줄이고 오전 3시에 일어나 공부하는 열두 번째 도전 학생을 향해 “짠한 게 아니라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혹독한 일침을 날렸다. 두 강사는 “그냥 고생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잘못된 공부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강사가 방송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바로 “각자만의 공부법이 있다” “D-100 학습법같이 일률적인 학습법은 없다”는 것. 두 강사는 “대부분의 학생이 잘못된 공부법을 이어가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부정한 채 성적만 놓고 끙끙 앓는다”며 “자기 자신의 부족한 면을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자신만의 전략이 빠른 성적 향상을 이끈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기준 총 5회까지 방송된 ‘티처스’는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연일 화제다. 두 강사는 “방송의 힘을 느낀다. 인기를 실감 중”이라고 했다. 조 씨는 “동네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젠 아파트 헬스장에만 가도 학부모님들이 많이들 알은체한다”며 놀라워했다. 정 씨는 “지난주 비행기 탈 일이 있었는데, 비행 내내 탑승객들의 상담 요청을 받았다”며 웃었다. 학원 강사답지 않은(?) 발언도 내놓았다. 조 씨는 사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정규 공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사교육”이라며 “유아 때부터 시작되는 선행학습은 사교육의 오용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부가 선(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출연 후 한 달 만에 영어 성적을 20점 가까이 올린 중학교 3학년 김명진 군을 언급했다. “명진 군에게 ‘공부를 정말 하고 싶냐’는 질문을 처음에 던졌어요. 방송 이후 제 질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대요. 지금은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 중이에요. 공부에 대한 고민 끝에 진짜 ‘꿈’을 찾게 된 거죠.” 두 강사는 “출연 학생 중에는 중하위권 학생들이 갖가지 잘못된 방법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마 전국의 많은 학생이 ‘티처스’를 보면서 ‘아…. 나랑 공부법이 비슷한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지닌 출연진의 유형을 찾아 분석해 보세요. 방송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공부법을 전략적으로 취해 공부의 기쁨을 맛보길 바랍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연말을 맞아 굵직한 가수들의 콘서트가 줄지어 찾아온다. 트로트 가수부터 발라드 가수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70, 80년대를 풍미했던 ‘원조 오빠’들의 무대다. 영원한 트로트계 라이벌 나훈아(76)와 남진(78)이 연말 콘서트에 나선다. 나훈아는 다음 달 9, 10일 대구 엑스코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벡스코(16, 17일)와 경기 고양시 킨텍스(30, 31일)에서 콘서트를 연다. 나훈아는 소속사를 통해 “그동안 아무 일 없었던 듯 애써 힘을 내어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찾아가는 2023년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공기가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그런 2023년을 보내야 하는 마지막 12월에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데뷔 60주년을 맞은 남진의 공연에서는 올 9월 공개한 신곡 ‘이별도 내 것이니까’와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다. 지난달 14일 부산에서 콘서트를 연 그는 다음 달 23일 전주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전국 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가왕’ 조용필은 다음 달 2일 광주를 시작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9, 10일), 대구 엑스코(16일), 부산 벡스코(23일)까지 4곳에서 ‘조용필&위대한탄생 투어 콘서트’를 연다. 1990년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가수들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2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여는 ‘댄싱퀸’ 엄정화는 다음 달 9,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 공연을 시작으로 23일 대구 엑스코, 31일 부산 벡스코에서 콘서트 ‘초대’를 연다. 이에 앞서 엄정화는 ‘초대’의 부채 춤, ‘몰라’의 귀마개 춤 등의 주요 안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객석에 있는 여러분도 다 함께 신나게 춤추고 노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소라는 다음 달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4년 만에 콘서트를 연다. 소속사 측은 “긴 공백 끝에 여는 콘서트인 만큼 팬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노래하는 특별 이벤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 공연의 귀재’ 박진영과 싸이, ‘발라드의 왕자’ 성시경을 비롯해 밴드 자우림, 힙합그룹 에픽하이, god와 동방신기, 백지영, 김범수도 다음 달 콘서트를 개최한다. 가요계는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가수들의 콘서트가 전국적으로 연이어 열리면서 팬데믹 이전처럼 공연 성수기를 맞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공연을 여는데 한 번에 1500만 원 이상이 들어요. ‘잘 봤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한 회 한 회 버티다 보니 21년이 흘렀네요.” 2002년부터 화요일마다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등에서 공연 ‘재즈 파크’를 열어 온 컬처마케팅그룹의 김묘환 대표(63)는 26일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화행사 컨설팅 회사인 컬처마케팅그룹은 정헌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처음 2년 동안은 무료로, 이후엔 관람객으로부터 1000원만 받으며 재즈 공연을 열어 왔다. 그동안 공연을 227회 열어 누적 관객 12만 명을 모으며 국내 재즈 저변을 넓혔다. 그러나 섬유센터 임대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다음 달 12, 13일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시작은 쿠바의 노장 뮤지션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2001년)이었다. 김 대표는 “미8군에서 한국 재즈 음악을 태동시킨 뮤지션들이 떠올랐다.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만들고 싶어 나섰다”고 했다. 2005년부터는 젊은 뮤지션들도 공연에 참여했다. 임희숙, 전제덕, 말로, 웅산 등 많은 음악가가 ‘재즈 파크’를 거쳐 갔다. 500석인 객석은 10분이면 예약이 마감됐고, 때론 계단까지 관객이 들어차기도 했다. 관객 나이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김 대표는 “재즈를 매개로 여러 세대가 모여 함께 즐긴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마지막 공연에는 재즈파크 빅밴드, 기타리스트 찰리 정 등 60명이 무대에 오른다. 김 대표는 “피아니스트, 색소포니스트 등 세계 무대에서 연주할 실력이 있는 이들을 더욱 널리 알리지 못한 게 유일한 회한”이라며 “메세나(문화예술지원) 활동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콘텐츠를 고스란히 내주고 싶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3일 서울 마포구 공연장 벨로주 홍대. 가수 김창완 씨(69·사진)가 기타를 쥐고 무대에 올라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는 어두운 조명 아래 베토벤의 ‘월광’을 기타로 편곡해 연주했다. 은은하면서도 서글펐다. 뒤이어 부른 곡 ‘둘이서’는 소박한 가사였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모두 그의 새 앨범에 실린 곡들이다. 그가 2020년 ‘문(門)’ 이후 3년 만에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24일 발매한다. 앨범엔 총 13곡이 수록됐다. 그는 “이번 앨범은 1983년 발매했던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기타가 있는 수필’이 서른 살이 되기 직전의 고민을 담았다면, 이번 앨범은 일흔을 앞둔 그의 성찰을 반영했다. 그는 “그때는 굉장히 용감했다. 감히 ‘고등어’를 가사에 넣고 클래식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지금은 여러 면에서 익었음에도 늘 초조하다”고 말했다. 그는 새 앨범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타이틀 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전자음악 사운드가 강한 신스팝으로, 단순하지만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그간 많이 들려줬던 소박한 포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전쟁, 환경 문제 등 실시간으로 듣는 소식이 잔인하더라고요. 뮤지션으로서 무력감과 죄책감마저 드는 와중에 문득 ‘아, 나 지구에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벅차게 느껴졌고, 일상이라는 게 기적 같은 나날들이니까요.” 타이틀 곡 외 12곡은 그가 연주한 기타의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린 곡들이다. 그는 그 가운데 “요즘 제일 좋아하는 곡”으로 동요풍 멜로디의 ‘이쁜 게 좋아요’를 꼽았다. 그는 “(올해) 출연했던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엔딩 장면에 출연진과 합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드라마 시작 전 만들었던 곡”이라면서 “사정상 못 부르게 돼 제 앨범에 넣었다”며 웃었다. ‘시간’은 그가 “젊은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서” 만든 노래다. 그는 “얄팍한 경험에 비춰 조언하는 게 아니라, ‘틀니를 들고 머뭇거리는 나를 너희가 용서해주길 바란다’는 마음에서 만든 노래”라고 말했다. 2016년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와 함께 발표한 곡을 수정했다. 이번 앨범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 LP로도 선보인다. NFC 앨범과 CD는 다음 달, LP는 내년 봄 나올 예정이다. 그는 다음 달 1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크라잉넛과 합동 공연을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돈과 인기, 명예를 다 가진 유명한 스타도 사랑의 여정에선 상처 입고 혼란을 겪습니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늘 큰 숙제예요.”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과 연습생의 상담자로 10여 년 전부터 활동한 주현덕 멘털케어 대표(53·위 사진)의 말이다. BTS의 리더 RM이 멘털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주 대표를 언급해 주목받았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역시 10여 년 전 초기 우울증으로 힘들 때 그의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이돌 멘털 케어 선생님’으로 유명한 그가 에세이집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나무의마음)을 15일 출간했다. 그는 16일 본보와 가진 통화에서 “1000회 넘게 아이돌과 가수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학 교육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사랑’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그는 국회 정책비서관 등으로 일하다 우울증에 빠진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했다. 2008년 JYP엔터테인먼트의 멘털 고문으로 활동하며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책 출간에 결정적 동력이 된 이는 RM이었다. 주 대표는 “RM은 학구적이다. 일본과 미국 공연을 갈 때도 나를 초청해 인문학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며 “사랑을 주제로 책을 쓰면 좋겠다는 RM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고, 출간을 결심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돌 멘털 케어를 하며 가장 곤혹스러웠던 시기는 유명인의 자살 소식이 알려졌을 때였다. 주 대표는 “(자살을 하는 건) 나답게 사는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기쁨, 슬픔 등 본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는 관계를 쌓아야만 나의 더 좋은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주 대표는 최근 젊은층 가운데 상당수가 불안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경제 악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강하다”고 말했다. 불안감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뭘까. 그는 ‘작지만 의미 있는 꿈을 갖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사주는 것, 나를 위해 신발을 하나 사는 것 같은 작은 꿈들을 갖길 바랍니다. 이런 꿈을 지니면 두려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11월, 가요계 ‘빅매치’가 시작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을 비롯해 에스파, 레드벨벳 등 정상급 가수들이 정규 앨범이나 미니 앨범을 낸다. 특히 올해는 어둡고 강렬한 세계관을 앞세운 걸그룹들의 대전이 주목된다. 크러쉬 등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음원 분야 강자들도 컴백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연말은 통상 해외 투어 등으로 일정이 꽉찬 시기지만 신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쏟아지는 콘서트와 시상식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연말에 각자의 팬덤을 더 공고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 서늘한 전사로걸그룹들은 가볍게 듣기를 즐기는 최근 가요계 흐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돌아왔다. 에스파는 6곡으로 이뤄진 새 미니앨범 ‘Drama(드라마)’에서 빠른 비트를 바탕으로 전사와 같은 강렬하고 서늘한 매력을 드러낸다. 뮤직비디오 역시 절도 있고 힘찬 안무를 통해 소녀같았던 이전 앨범과는 반전된 분위기를 선보인다. 새 미니앨범의 티저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각 멤버들의 이야기가 드라마 형식으로 담겼는데, 액션 장면도 인상적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담았다”고 했다. 레드벨벳이 6년 만에 낸 정규앨범 ‘Chill Kill(칠 킬)’은 잔혹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앨범엔 총 10곡이 수록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는 한 남성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뮤직비디오에 대해 멤버 조이는 “자매 5명이 비극을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했다. 남성은 소유욕, 억압, 장애물 등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뮤직비디오는 경찰차 앞에서 멤버들이 밝게 춤추는 모습으로 마무리돼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는 27일 데뷔한다. 다국적 6인조로, 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걸그룹이다. YG는 “YG의 정체성을 담은 강렬한 힙합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각양각색 보이그룹보이그룹은 레트로,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정국은 3일 발매한 솔로 정규 앨범 ‘골든’으로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타이틀 곡 ‘Standing Next to You(스탠딩 넥스트 투 유)’는 마이클 잭슨의 ‘골반춤’을 앞세운 노래로, 복고풍 리듬이 인상적이다. 정국은 “복고풍 리듬에 제가 갖고 있는 스타일을 섞어 표현해 봤다”고 했다. 스트레이키즈는 10일 미니 앨범 ‘樂-STAR(락-스타)’로 돌아왔다. 제목처럼 강렬한 록 사운드가 특징이다. 이들은 “록스타다운 자유로운 모습을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라이즈는 일명 ‘악기 시리즈’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신곡 ‘Talk Saxy(토크 색시)’는 도입부부터 반복되는 색소폰 소리가 매력적이다.● 돌아온 음원 강자공백기가 꽤 있던 가수들도 이달 잇따라 새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크러쉬가 14일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 3집 ‘wonderego’는 발매 직후 멜론 음원 차트 ‘HOT 100’에 19곡 전곡이 올랐다. 태연은 27일 미니앨범 ‘To. X’를 발매한다. ‘I’, ‘Fine’, ‘사계’ 등 기존 솔로곡 모두 국내 음원 순위 상위권에 오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성 듀오 다비치는 15일 이해리, 강민경이 처음으로 공동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 ‘지극히 사적인 얘기’를 내놓았다. 박봄은 1년 8개월 만에 신곡 ‘아이’를 22일 발매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學田)이 내년 3월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가수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가수 박학기, 동물원, 윤도현, 이은미 등이 출연료 없이 학전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17일 학전에 따르면 박학기, 윤도현,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하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의 유재하 동문회 등 ‘학전을 사랑하는 가수’들이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한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 또한 24년 만에 함께 정식 무대에 서기로 했다. 릴레이 콘서트는 학전의 마지막 행사가 될 예정이다. 1991년 개관한 학전은 대학로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가수들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도 사랑받았다. 동물원, 들국화, 안치환 등이 학전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고 김광석은 데뷔 10주년 기념공연을 했다. 학전은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 등이 겹쳐 개관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에 문을 닫는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닥터 수스의 동화 ‘호튼이 알을 품다’에서 코끼리는 휴가 동안 알을 품어 달라는 새의 부탁을 받는다. 그러나 새는 돌아오지 않는다. 코끼리는 구경거리가 되어도 알을 품었다. 그렇게 알에서 나온 새끼는 귀와 꼬리, 코가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 새였다. 이 이야기는 지독한 편견을 마주하는 계모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현대인에게 전하는 위로를 담고 있다.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석좌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역사와 문학, 신화 등을 소개하며 인간의 상처를 짚어나간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약 7년간 동아일보에 ‘스토리와 치유’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연재한 글 중 136편을 추렸다. 예술에 내재된 상처와 예술가들이 건네는 위로도 확인할 수 있다. ‘노란 고무신’은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자인 한국계 러시아 작가 아나톨리 김의 이야기다. 유년 시절 가난했던 그는 아버지가 사준 노란 고무신을 잃어버린다. 목이 말라 신발을 강가에 벗어놓은 채 강에 들어가 물을 마신 뒤 그대로 집에 온 것. 이상한 옹기쟁이 노인이 신발을 가져갔단 말을 들은 그는 노인을 찾아간다. 소문과 달리, 노인은 고무신을 건네며 그를 집까지 바래다준 다정한 동포였다. 인간의 선량함에 대한 믿음이 그에게 싹트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라고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상처의 고통과 치유의 절박함만큼 중요한 개념은 없다”며 “사랑보다는 미움이, 용서보다는 복수가, 공감보다는 냉소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올 9월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와 래퍼 이영지가 함께 부른 노래 ‘Smoke’가 빌보드 200에 진입하자 가요계에선 ‘고무적’이란 반응이 쏟아졌다. 이 곡이 가수의 정식 발표곡이 아니라 지난달 31일 종영한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2’(스우파2) 미션에 맞춰 선보인 음원이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안무 챌린지로 인기를 얻으며 ‘방송용’ 음원이 빌보드 메인 차트까지 진출했다. 이런 성과를 낸 데는 CJ ENM 소속 제임스 리 A&R팀장(사진)의 역할이 컸다. A&R은 프로듀서, 작곡가, 가수 등의 의견을 조율해 곡을 감수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 마포구 CJ ENM 본사에서 14일 그를 만났다. 미국 유명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 출신인 그는 2016년 CJ ENM에 합류했다. ‘Smoke’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그는 “방송 PD들에게 촬영 무대나 배경 사진 등을 먼저 받았다”며 “스트리트 댄스 배틀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프로듀서 목록을 뽑은 뒤 그중 다이나믹 듀오와 무대 비주얼에 대해 소통하며 곡 작업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래퍼 이영지를 투입한 것에 대해선 “지금 주목받는 힙합 가수가 참여해 시너지를 내면 좋겠다는 제작진 의견을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A&R로서 ‘교두보’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령 방송 PD들이 ‘이 장면은 파란색이 연상되는 시원한 느낌이면 좋겠다’고 하면 그 이미지를 가장 잘 살리는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한다. 그는 “가수와 PD, 작곡가와 작사가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윤활제가 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강렬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테일을 잘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 팬들은 음악을 영상 보듯 즐긴다”며 “음악과 영상이 시너지를 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