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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사진)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이태원 거리를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단순히 귀갓길에 지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용산구는 박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 20분과 9시경 퀴논길 일대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퀴논길은 해밀톤호텔 맞은편 이태원로 남측 골목으로 참사 현장에서는 직선거리로 100m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5일 공개된 박 구청장 자택 앞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당일 오후 8시 22분경 박 구청장이 퀴논길에서 약 70m 떨어진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당일 고향인 경남 의령군 축제 현장을 찾았던 박 구청장이 서울로 돌아온 뒤 자택에 도보로 귀가한 것을 ‘점검했다’며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박 구청장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9시 반경 퀴논길을 둘러본 이후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 신경 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은 용산이 지역구인 현역 의원이고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측근이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선 ‘압사 우려’ 등이 담긴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이태원 일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용산구 CCTV관제센터는 행정안전부 상황실에 사고 위험 보고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저녁 ‘이태원 거리를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단순히 귀갓길에 지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용산구청은 박 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8시 20분과 오후 9시 경 퀴논길 일대를 둘러봤다고 밝혔다. 퀴논길은 해밀톤호텔 맞은 편 이태원로 남측 골목으로 참사 현장에서는 직선거리로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러나 5일 공개된 박 구청장 자택 앞 건물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당일 오후 8시 22분경 박 구청장이 퀴논길에서 약 70m 떨어진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당일 고향인 경남 의령군 축제 현장을 찾았던 박 구청장이 서울로 돌아온 뒤 자택에 도보로 귀가한 것을 ‘점검했다’며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박 구청장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후 9시 반경 퀴논길을 둘러본 이후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 신경 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장관은 용산이 지역구인 현역 의원이고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측근이다. 당시 이태원 일대에선 ‘압사 우려’ 등이 담긴 112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었지만 박 구청장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 이태원 일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용산구청 CCTV관제센터는 행정안전부 상황실에 사고 위험 보고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CTV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 요원은 비상상황 발생 시 행안부 상황실 등에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희생자들에게 장례비 등을 지원하는 가운데 이 같은 정부 조치를 비난하는 복수의 글이 서울시 공무원 인트라넷(내부망)에 게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국가애도기간에 공무원들이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어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더 강조되는 참사인 만큼 공무원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추모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인트라넷 익명게시판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가애도기간 선포, 정부 지원금 지급 등을 비난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 게시판은 서울시 소속 공무원만 접속할 수 있다. 부서를 밝히지 않은 한 공무원은 정부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위로금 2000만 원과 장례비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하는 걸 두고 “장례비를 지원해야 할 근거가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주최 측도 없는 행사에 개인적으로 참여해 논 것인데 왜 지원금을 주느냐”는 등의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다른 공무원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건 안타깝지만 공무원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국가가 개인 감정까지 통제하려 하지 말라”고 썼다. 이 글에도 “휴가까지 제한하는 게 어이없다” “끔찍한 사고로 죽는 사람은 항상 생기는데 1년 내내 리본을 달고 살아야 하냐” 등의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다만 한 공무원은 “국가애도기간에 꼭 이런 글을 올려야겠느냐”고 작성자를 나무라기도 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지역 상인회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가 핼러윈을 앞두고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경찰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문건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방을 이어갔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주요 내용’에는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연합회와 이태원역장 등이 핼러윈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진행한 간담회 내용이 담겨 있다. 문건은 당일 참석한 경찰 관계자들의 증언과 메모 등을 종합해 경찰청 위기관리센터가 작성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 측은 “지난해 경찰 기동대를 (이태원) 거리에 배치해 영업을 중단시키고 인파를 해산시켰다”며 “사정은 이해하나 과도한 조치였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간담회에 참석했던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연합회 부회장이 지난해 ‘경찰과 기동대가 너무 과도하게 배치돼 영업이 안 됐다’며 과도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따르면 연합회는 용산구청에도 “(지난달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는 사실상 상인들에게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핼러윈 특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적극 조력해온 만큼 핼러윈 기간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은 연합회 측에 “가드(안전요원) 배치 등 자체적인 자정을 해 달라”고 촉구했고, 용산구청에는 질서 유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연합회 측은 “(질서 유지) 필요 시 구청장에게 직접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합회 관계자는 2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대로변에 기동대 차량이나 경찰차를 주차하면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으니 골목 등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태원역 인근 환풍기 추락 사고 가능성을 우려해 연합회가 가드를 자체 고용해서 배치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선 이태원 일부 상인이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직후 경찰 통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태원파출소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한 경찰관은 1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사건 발생 후 영업을 종료하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일부 업소가 협조를 거부하고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통제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고, 유가족과 부상자, 그리고 시민분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모든 행정력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서울시 책임론에 말을 아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사 사흘 만인 1일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는 그동안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시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오 시장이 직접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전문가 “국가·지자체 안전관리 의무 있어” 지난달 30일 유럽 순방에서 중도 귀국한 오 시장은 서울시 책임론이 나올 때마다 “좀 더 경위를 파악해 보고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서울시 주최 행사가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는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는 주최 측이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최 측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최하지 않고 후원만 한 경우에도 안전대책을 내놓은 선례가 있다. 지난달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후원을 한 서울시는 주최 측인 한화그룹과 협의해 안전대책을 수립했다. 전문가들도 지방자치단체가 참사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는 포괄적으로 국가와 지자체의 안전관리 책무가 명시되어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고 예측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행정관청이 안전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도 “주최자가 없더라도 공공도로에서 일어난 일이라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 있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라 사고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공권력의 책임이 더 큰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신체의 안전권 보호에 미숙했다는 견해도 있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최자가 없어 신경을 못 썼다는 건 비겁한 얘기”라며 “헌법상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더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 “무한 책임”…재발 방지 대책 예고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을 찾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공식 사과가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제까지 현장 방문 등으로 경황이 없었다”며 “언제쯤 사죄의 말을 드려야 하나 고민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결심이 섰다”고 했다. 오 시장은 “어제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한 20세 따님을 두신 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했는데 (그분이) ‘우리 딸은 살아날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따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사죄의 말씀이 늦어서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 시장은 이 대목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뒤돌아서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시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시장은 “한 시민단체가 (저를) 고발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건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오늘 국무회의에서 지자체와 경찰 간 유기적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서울시와 경찰이 앞으로 어떻게 협력 체계를 촘촘하게 만들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반경 지하철을 탔는데 핼러윈 복장을 한 젊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태원역을 지나니 열차가 텅 비었는데 내린 사람들은 사람이 많아 계단도 제대로 못 올라가더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을 지났다는 이모 씨(47)는 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이태원역에는 13만131명이 몰렸지만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무정차 통과는 역사 인근 집회나 행사시 유관기관 요청이 있는 경우 이뤄진다. 다만 화재나 침수 등이 발생하면 공사 자체 판단으로 무정차 통과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 참사 전에 유관기관들의 무정차 통과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말이 엇갈린다. 경찰은 행사 사흘 전인 26일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면서 “요청이 아니라 문의였고 공문을 받지 못했다”는 공사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또 “참사 당일 오후 9시 38분 이태원역장에게 전화로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사는 “사실무근”이라며 그 시간엔 오히려 역장이 경찰에게 출입구 승객 진입 통제를 요청했다고 맞서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경찰은 오후 11시 11분에야 전화로 무정차 요청을 했고 이때는 귀가 시민이 많아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경찰 주장이 맞더라도 참사 최소 1시간 전 무정차 통과를 공지했어야 인파가 분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보라 인턴기자 고려대 한국사학과 졸업}

사망자 155명을 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전 경찰과 용산구 관계자 등이 모인 간담회에서 압사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후속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경찰과 용산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사무실에서 경찰과 용산구, 이태원역, 상인단체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 등 관계자 10여 명이 모인 ‘4자 회의’가 열렸다. 2019년 이후 3년 만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없는 핼러윈을 앞두고 공동 대책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용산경찰서는 112상황실장 형사과장 여성청소년과장 등이, 용산구는 자원순환과 직원 2명이, 이태원역에선 역장이 참석했다. 인파 쏠림을 우려한 안전 문제는 연합회 측이 제기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연합회 관계자는 3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의 자리에서 ‘압사 사고를 포함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사고를 막으려면 거리에 있는 테이블 등을 치워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도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이라 주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회의에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전 우려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쓰레기 배출 등의 논의만 구체화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간담회 당시 연합회 측과 공동으로 불법촬영 방지, 마약류 단속 등에 대한 공동 캠페인을 논의했다”면서 “간담회 당시 안전성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내부 보고를 사전에 올렸으나 서울경찰청 경비 운용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핼러윈을 며칠 앞두고 용산경찰서 정보과에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경찰 내부 전산망에 등록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용산구가 별도 개최한 긴급대책회의에서도 안전사고 관리 대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예년보다도 많은 인원이 이태원 일대에 운집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장 안전관리 인력 배치 등 구체적인 대책은 사전에 어디에서도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후 11시 반까지 이태원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5명, 중상자 30명, 경상자 122명 등 총 307명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사망자 155명 전원에 대한 신원 확인을 완료했다”고 했다.경찰, 직무법상 이태원 보행 통제할 수 있었다 ‘압사’ 경고 묵살한 경찰… 경찰, 현장 CCTV 보고도 대응 안해“주최측 없는 행사, 매뉴얼 부재”… 대통령실 “국민 통제할 권한 없다”전문가 “경찰직무법 명확히 적시… 위험 인지땐 합당한 조치 취해야”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참사 발생 조짐을 감지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U-용산통합관제센터’ 시스템은 차량과 인파로 가득 찬 이태원 일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센터에는 경찰관도 파견돼 있다. 그러나 별다른 사전 조치는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시간 현장을 보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골목까지 비추진 않으며, 주로 교통 흐름 파악 용도로 활용된다”고 해명했다.○ 주최자 없는 행사 경찰 개입은 월권?정부 당국이 31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행사에서 경찰이 질서 유지를 위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힌 것을 두고선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경찰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 제도적 권한이 없다”면서 “주최 측의 요청이 있거나 주최 측의 안전관리계획상 필요한 경우엔 경찰이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제도적으로 권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권한이 없어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상 권한과 가능한 조치가 명확히 적시돼 있다고 지적한다. 직무집행법 2조(직무 범위)와 5조(위험발생의 방지)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 우려가 있을 경우 경고와 피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적 권한이 없어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해명은 직무집행법과 맞지 않는다”며 “사전 또는 현장에서 경찰이 위험을 인지했다면 당연히 합당한 조치가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적 받고도 매뉴얼 마련에 안 나서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이 2015년 10월 대구가톨릭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받은 ‘다중 운집 행사 안전관리를 위한 경찰 개입 수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다중 운집 행사의 유형을 포괄해 정리하고 안전관리계획 작성을 의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관리는 경찰의 단독 업무 수행이 아니라 유관기관의 역할 범위와 책임의 한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경찰, 정부가 구체적 매뉴얼 마련에 나서지 않았던 셈이다. ○ 안전요원 없이 방역·주차 단속만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도 사전 대책 마련이 부실했다. 지난달 27일 별도 개최한 긴급회의에선 특별방역, 거리 청결 문제, 식품접객업소 지도점검 등이 집중 논의됐을 뿐 안전사고 관련 논의는 주요 시설물 점검에 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10월 27∼31일을 핼러윈 관련 ‘긴급 대책기간’으로 설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젊은층의 분위기가 핼러윈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구청이 하루 현장 관리에 투입한 인원은 30여 명 선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인원마저도 방역, 불법 주정차 단속 인력이며 안전사고 관리 담당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전 경찰과 상인 등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6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와 이태원역이 참여한 핼러윈 행사 간담회에서 ‘주말 인파 운집 시 무정차 통과 적극 검토’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도 “사람이 몰리면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해달라고 전했다”고 했다. 또 경찰은 “참사 당일(10월 29일)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9시 38분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공사가 열차를 정상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간담회 당시 경찰로부터 문의를 받았을 뿐 별도 공문을 받지 못했고, 연합회로부터는 무정차 요청을 아예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10월 29일 오후 9시 38분 무정차 통과 요청) 전화는 받은 적 없으며, 같은 시각 오히려 이태원역장이 경찰에 외부 인원 통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공사 측은 이태원 참사 발생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11분 경찰로부터 무정차 통과 요청 전화를 받았으나 귀가하는 시민이 많은 점을 고려해 열차를 정상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다친 곳은 없지만…. 충격이 너무 커요. 학교에서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고교 1학년 A 군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신적 고통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을 직접 경험한 이들뿐만이 아니다. 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이번 사고를 ‘간접’ 경험한 이들도 “영상이나 사진을 본 뒤 잠이 오지 않는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가 전 국민에게 ‘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례 없는 ‘전 국민 트라우마’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3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가 그동안의 재난과 가장 다른 점은 ‘목격에 의한 충격’이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참사 당일 약 13만 명의 시민이 이태원에 몰렸다. 이 중 상당수는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을 바로 눈앞 혹은 근처에서 겪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장에 없었던 시민들 역시 모자이크 없이 SNS 등에 퍼진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참상을 간접 목격했다. 회사원 박모 씨(42)는 “사진에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무섭다”고 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여과 없이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참사가 벌어진 장소가 서울 한복판이라는 점도 충격을 더한 요인으로 꼽힌다. ‘바다 위 여객선’에서 발생한 2014년 세월호 참사와의 차이다. 정신건강복지 전문가인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발생 장소는 누구나 방문하는 익숙한 공간”이라며 “‘유사한 참사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잊어버려” “운 좋았다” 말 삼가야의료계에 따르면 재난을 경험한 뒤 나타나는 ‘트라우마 반응’에는 공포, 불안, 슬픔, 극심한 배고픔, 두통, 위장 장애 등이 있다. 트라우마 반응을 방치하면 후유증이 크기 때문에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심 센터장은 “트라우마 반응이 생긴 뒤 회복될지, 더 큰 후유증에 시달릴지는 초기 대응에 달렸다”며 “재난을 겪은 직후 충분히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주변과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라우마 반응이 1개월 이상 계속되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트라우마 반응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진료가 필요할 정도의 반응은 △식사, 목욕, 옷 갈아입기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다른 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강박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 등이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후 불안감이 지속되면 ‘안정화 기법’을 시도해 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양팔로 자신을 감싸고 토닥이는 ‘나비 포옹법’, 발이 땅에 닿아 있는 느낌에 집중하는 ‘착지법’ 등이 있다. 편안하고 안정된 자세로, 긴장을 줄이고 불안한 생각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이태원 참사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지인이 있다면 말 한마디에도 주의해야 한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경험자에게 해서는 안 될 말로 ‘그만 잊어버려’ ‘더 나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다’ ‘금방 좋아질 거야’ 등을 꼽았다. 재난에 따른 고통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예단하거나 섣불리 조언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 “생존자-유족-목격자 심리상담 부스 설치” 합동분향소 2곳에 마음안심버스도유족 등엔 먼저 연락해 대면상담 정부는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생존자 및 유가족, 목격자 등이 겪는 트라우마 대응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내에 ‘이태원 사고수습본부’를 꾸리고 이날부터 본격 가동에 나섰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과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 등이 트라우마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부스가 설치된다. 마음안심버스도 이 장소에 배치된다. 참사 목격자와 시민 등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위기상담전화(1577-0199)로 전화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복지부는 사고 생존자와 유가족 등 더 큰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사람에게는 먼저 연락해 심리 지원을 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유족 등의 연락처를 최대한 확보해 심리지원 전문 요원이 대면 또는 전화 상담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후 장기적인 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가트라우마센터 내에 ‘이태원 참사 심리지원단’도 설치한다. 정부는 이번 참사 부상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을 포함해 치료비 전체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우선 납부한다. 중상 환자 30명은 공무원을 1 대 1로 배정해 필요한 사항을 실시간 파악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경상자도 병원마다 파견되어 있는 공무원들이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망자 장례비를 1500만 원까지 실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필요하면 화장시설 운영시간을 연장하거나 예비 화장로를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도권 내 54곳의 국가재난 대비 장례식장을 활용해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안치 공간이 부족하지 않게 지원하기로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사흘 전 경찰과 상인 등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31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6일 경찰과 구청,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연합회)와 이태원역장이 참여한 핼러윈 행사 간담회에서 ‘주말 인파 운집 시 무정차 통과 적극 검토’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도 “이태원역장 재량에 따라 사람이 몰리면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해달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참사 당일(지난 달 29일) 사고 발생 직전인 오후 9시 38분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공사가 열차를 정상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측은 31일 동아일보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간담회 당시 경찰로부터 문의를 받았을 뿐 별도 공문을 받지 못했고, 연합회로부터는 무정차 요청을 아예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29일 오후 9시 38분 무정차 통과 요청) 전화는 받은 적 없으며, 같은 시각 오히려 이태원역장이 경찰에 외부 인원 통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공사 측은 이태원 참사 발생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11분에야 경찰로부터 무정차 통과 요청 전화를 받았으나 집으로 귀가하는 시민이 많은 점을 고려해 열차를 정상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다음 달 7일 한국어학당 교육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어요. (이태원에) 가지 않았다면 일주일 뒤에는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과 원하던 대로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는데….”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만난 A 씨(41)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사망한 오스트리아 국적 김모 씨(25)의 사촌누나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김 씨는 한국 출신인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 3개월 전부터 연세대에서 공부해 왔다. 그는 29일 “이태원에 간다”며 A 씨와 이모에게 말하고 집을 나선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9일 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A 씨는 김 씨 부모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빨리 와 달라”는 소식을 전해야 했다. A 씨는 김 씨에 대해 “항상 말을 잘 듣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최근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자가 154명(오후 10시 현재) 발생한 가운데 김 씨와 같은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중국, 일본,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이다. 30일 밤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가 1명 있는데, 이 역시 외국인일 가능성이 있다. 타국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외국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모로코에서 온 마르완 씨(24)는 30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주말마다 이태원에서 만났던 친구 3명이 사망했다. 슬픈 비극”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은 “우리 회사 스리랑카 출신 직원도 사망했다”며 “이달까지만 있다가 출국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사고를 당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은 언어 장벽 때문에 위험을 알아채고 대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스웨덴인 B 씨(28)는 “앞쪽에서 사람들이 넘어진 뒤 경찰 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산을 지시하면서 엉켜 사람들이 다시 넘어지기도 했다. 움직이기 힘들다고 호소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소통이 어려웠다”고 했다. 독일 국적의 C 씨(25)는 “현장 상황이 심각했지만 언어 문제 때문에 시민들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외국인과 일부 시민은 핼러윈 이벤트의 일부인 줄 알고 웃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고양=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다음 달 7일 한국어학당 교육을 마치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갈 예정이었어요. (이태원에) 가지 않았다면 일주일 뒤에는 고향에 돌아가 부모님과 원하던 대로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는데….”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동국대병원에서 만난 A 씨(41)는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사망한 오스트리아 국적 김모 씨(25)의 사촌누나라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김 씨는 한국 출신인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고 싶어 3개월 전부터 연세대에서 공부해왔다. 그는 29일 “이태원에 간다”며 A 씨와 이모에게 말하고 집을 나선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9일 밤 경찰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A 씨는 김 씨 부모에게 전화해 “한국으로 빨리 와 달라”는 소식을 전해야 했다. A 씨는 김 씨에 대해 “항상 말을 잘 듣는 착한 동생이었다”며 “최근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며 좋아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자가 154명(오후 10시 현재) 발생한 가운데 김 씨와 같은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외국인 사망자의 국적은 중국, 일본,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이다. 30일 밤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가 1명 있는데, 이 역시 외국인일 가능성이 있다. 타국에서 친구와 가족을 잃은 외국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모로코에서 온 마르완 씨(24)는 30일 사고 현장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주말마다 이태원에서 만났던 친구 3명이 사망했다. 슬픈 비극”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만난 한 유족은 “우리 회사 스리랑카 출신 직원도 사망했다”며 “이달까지만 있다가 출국하기로 했는데 막판에 사고를 당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위험을 알아채고 대피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스웨덴인 B 씨(28)는 “앞쪽에서 사람들이 넘어진 뒤 경찰 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해산을 지시하면서 엉켜 사람들이 다시 넘어지기도 했다. 움직이기 힘들다고 호소했는데, 영어가 통하지 않아 소통이 어려웠다”고 했다. 독일 국적의 C 씨(25)는 “현장 상황이 심각했지만 언어 문제 때문에 시민들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까웠다”며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외국인과 일부 시민은 핼러윈 이벤트의 일부인 줄 알고 웃기도 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고양=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유채연기자 ycy@donga.com}

검찰이 ‘그분’ 논란이 빚어졌던 대장동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 지분 구조 등을 분석하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에게 흘러간 8억4700만 원 외에 추가로 건너간 불법 정치자금이 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공판에서도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대장동 민간지분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남욱 “김만배가 ‘이재명 측 지분’ 언급”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를 전날(27일) 불러 천화동인 1호를 비롯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지분 구조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4040억 원의 수익을 배당받은 민간사업자(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1∼7호) 중 단일 법인으로는 가장 많은 1208억 원을 챙겨간 곳이다.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의 대주주여서 대외적으로 김 씨의 소유로 여겨진다. 하지만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등에는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곳곳에서 나온다. 2020년 10월 30일자 녹취록에는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천화동인 원(1호)이 남들은 다 네 걸로 알아”라며 “내가 (유)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 원을 주고”라고 발언한 대목이 나온다. 이에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유 전 직무대리나 그 ‘윗선’일 것이란 의혹이 적지 않았다. 이날 대장동 공판에서도 남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정 회계사에게 “2015년 2월 강남 술집에서 만났을 때 김 씨가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남 변호사의 ‘이재명 지분 발언’에 대해 “죄를 지었으면 흔적이 남았을 테니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선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니다. 김만배 씨의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규 “대선 경선자금 전달했다”유 전 직무대리는 이날 김 부원장에게 건넨 돈에 대해 “(민주당 대선) 경선 자금으로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대선 때는 자금이 나오니 돈이 필요 없지만 경선 때는 돈이 안 나오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할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종이상자에 대해서도 “전달받았던 상자”라고 인정했다. 김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대표 측근들이 참여한 텔레그램 ‘정무방’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부터 있었다. 연설문을 어떻게 하면 좋겠다, 이런 것들을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그의 아이폰과 연동된 ‘아이클라우드’의 비밀번호 등을 제공받아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자료를 삭제해도 클라우드에는 자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너서클(내부 핵심 인사)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이 서너 개 있었다. (멤버는) 합쳐서 10명 정도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 등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 ‘정무방’ 외에도 “임원들, 산하기관 임원장 모임 방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유 전 직무대리는 27일 오전 자택 인근에서 동아일보 기자 등과 만나 “(누구인지 말하기는) 어렵고 (참석자) 여러 명이 있었다”며 “‘정무방’이 따로 있었고 ‘법조팀’이 따로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지난해 9월 말 검찰 압수수색 당시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는데 최근 검찰에 “(정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면서 그 이유가 ‘정무방’이 노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거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주일 뒤 경찰에 의해 발견된 휴대전화를 분석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 전 직무대리는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내) 휴대전화 클라우드를 열고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분들이 벌을 받을 것 같으면 받아야 할 것 같다. 증거를 지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흔적이 다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말이 아니라 조사와 재판을 통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와 관련해선 “(이 대표가) 본인이 국정감사에서 다 했던 얘기는 거짓말인가”라며 “본인 입으로 본인이 치적을 자랑했다. ‘환수시켰다’고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간사업자들에게 배당수익 4040억 원 등 막대한 이익을 몰아 준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를 몰랐을 리 없다고 이 대표를 공격한 것이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폰 클라우드를 열고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고 말했다.유 전 직무대리는 27일 오전 자택 인근에서 동아일보 등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자신이 압수수색 직전 창밖으로 던진 휴대전화 텔레그램 어플에 ‘정무방’ 뿐만 아니라 경기도 산하기관 임원장 등 이른 바 ‘이너서클’ 멤버들이 포함된 방이 2~3개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유 전 직무대리와의 일문일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명령이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달라.“그쪽(민주당 지도부 측)에서 빠져나가니 뭐니 이런 말을 하는데 나는 벌을 받을 것이다. 내가 한 것은 내가 받을 것이다. 아이와 누나한테도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벌을 받을 수 있으면 가감 없이 벌을 받을 것이고 다른 분들이 벌을 받을 것 같으면 다른 분들이 벌을 받아야 될 것 같다. 증거를 다 지웠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흔적 같은 건 다 지워지는 게 아니니까.”―누가 벌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건가.“아니다.”―텔레그램 정무방에 있던 사람은 누구인가.“(누구인지 말하기는) 어렵고 여러 명이다. ‘이너서클’이다. 언론에 나온 것(‘정무방’) 말고도 임원들, 산하기관 임원장 모임도 있었고 ‘정무방’이 따로 있었고 법조팀이 따로 있었다.”―방이 서너 개 있었다는 말인가.“그렇다.”―한 방마다 인원은 어떻게 되는지?“많지 않다. ‘이너서클’이다. (전체 합쳐서) 10명 정도다. 내 건 지금 휴대폰 클라우드를 다 검찰에 열었다. 비밀번호까지 제출했다. 앞으로 원하는대로 다 그냥 이렇게 해주면 되지 않나.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수사 통해서 재판 통해서 하겠다.”―유한기 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사퇴 종용을 했던 것은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건가.“황무성은 본인도 책임져야할 게 많다. 형사사건 책임을 져야 한다. 자기가 사기사건으로 피소 됐는데 원래 공기업은 회사에 알려야 한다. 알리지도 않고 다른사람이 몰랐으니 괜찮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다. 유한기도 몰랐다고 말하는데 회사에 자기가 먼저 알려야 하는 것이다. 금고이상 형 받으면 자동사퇴다. 그런데 피소 숨기고 있었다. 언젠간 드러날 일인데 그 분도 할 말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다 사인하고 나갔는데 누가 그걸 믿어주겠나. 그런 정황도 사실 이것 때문에 종결된 거지 어떤 걸 해서 종결된 건 아니다.”―적어도 황무성 사퇴종용만큼은 윗선에서 시킨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건가.“(내가 볼 땐) 아닌 것 같다.”―가짜변호사 선임 비용은 누가 댔나.“그것도 조사할 것이다. 나도 알고 싶다. 경기도 고문변호사가 와서 위에서 왔다고 했다. 높은 분이 내려보내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얘기해서 나를 케어해주려고 왔나 생각했는데 그 행적들이 다 자기방어를 위해서였고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시하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하겠다.”―대장동 환수 이재명이 알았던 건가.“본인 입으로 본인이 그 자랑으로 치적을 했다. ‘환수시켰다’고 했다. 그런 것들은, 다 본인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얘기는 거짓말인가.”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각각 건넨 1억 원과 5000만 원이 대장동 부지 분양대행을 독점했던 분양대행업체 A사가 대장동 사업을 따내기 위해 ‘대장동 일당’에게 건넸던 자금의 일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 전 직무대리와 남욱 변호사(수감 중) 등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이 돈의 전달 경로와 사용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A사의 대표 이모 씨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에게 12억 원가량을 전달했다는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A사는 2014년 대장동 일당이 시행을 맡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A2-8블록) 분양대행을 맡았고, 이후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시행을 맡은 대장동 5개 블록 아파트 분양 대행을 독점했다. A사의 대표 이 씨는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다. A사는 12억 원을 포함해 2014년 5∼9월 총 22억 원가량을 남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받은 돈 중 8억 원가량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건넸고, 김 씨는 이 중 3억6000만 원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돈을 받은 시점 전후인 2014년 4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4년 6월 4일)를 앞두고 공사에서 퇴직했다. 이재명 대표의 당시 성남시장 재선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유 전 직무대리가 공사에 복귀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다. 유 전 직무대리가 3억6000만 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시기상 이 시장 재선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하자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으로 복귀했다. 그동안 유 전 직무대리는 자신이 받은 3억6000만 원의 사용처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억 원과 5000만 원을 각각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당시 성남시의원 재선을 준비하던 중이었고, 정 실장은 이재명 캠프에서 재선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돈에 대해 “새발의 피”라며 그 외에도 추가로 건넨 돈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대장동 일당’ 정영학-남욱, 4차례 55억 비자금 조성 정황 檢, 김용-정진상에 간 돈 추적 정영학, 2013년-2017년-2019년에 3차례 걸쳐 40억6000만원 조성남욱도 실소유 법인서 작년 15억 빌려… 檢, 김용 등 선거자금 받았는지 조사유동규 “성남선 이재명 지시 받아”… 경찰, 柳 신변보호 조치 결정 남 변호사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 전 직무대리에게 3억6000만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처음 진술한 건 지난해 10월 19일이었다. 당시 유 전 직무대리는 남 변호사를 거쳐 김만배 씨로부터 전달받은 돈의 용처에 대해선 함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전 직무대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이 김 부원장과 정 실장에게 건너간 선거자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직무대리는 25일 취재진과 만나서도 “성남에 있을 땐 당연히 다 (이재명 대표) 지시를 받았다”며 이 대표 및 최측근 그룹에 대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검찰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등이 2013년부터 수십억 원대 비자금을 지속적으로 만든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과 정 실장 등이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다른 선거 때도 자금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정 회계사는 2013년 12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위례투자 1, 2호와 위례파트너 3호 등으로부터 자신이 보유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를 담보로 9억여 원을 빌렸다. 위례투자1, 2호의 소유자는 위례자산관리 대주주이자 동업자인 정재창 씨이고, 위례파트너 3호 소유자는 정 회계사 본인이다. 본인의 아파트를 담보로 본인과 동업자가 소유한 회사에서 돈을 빌린 것이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 회계사가 급히 현금으로 쓸 돈이 있어 9억여 원을 빌려간 것으로 안다. 당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라 쓸 수 있는 현금이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이 9억 원이 대장동 인허가 등 로비 목적으로 사용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수상한 자금 조성은 2017년에도 이어졌다. 정 회계사는 2017년 6월 같은 아파트를 위례파트너 3호에 매도한 후 15억2000여만 원을 받았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2017년 김 부원장에게 수천만 원가량의 뒷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확인 중이다. 위례파트너 3호는 2년이 더 지나 2019년 10월 이 아파트를 역시 정 회계사가 실소유한 천화동인 5호에 16억4000여만 원에 팔았다. 남 변호사도 지난해 9월 자신이 소유한 천화동인 4호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을 담보로 자신이 실소유한 A법인으로부터 15억6000여만 원을 빌렸다. 법조계에선 해당 자금이 20억 원의 대선자금을 요구한 김 부원장 측에게 전달하기 위한 비자금 용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25일 김 부원장을 사흘째 연달아 불러 조사했고, 유 전 직무대리와 김 씨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지난해 4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김 부원장과 만나 1억 원을 건넨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 김 부원장 차량 안에서 3억 원과 2억 원을 전달하는 등 총 6억여 원을 현금으로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 변호사와 유 전 직무대리 사이에서 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정민용 변호사는 돈이 건네진 시기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김 부원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가 건넨 돈은 총 8억4700만 원이었지만 유 전 직무대리는 1억 원은 직접 쓰고, 1억4700만 원은 남 변호사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김 부원장이 받아간 6억 원의 용처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25일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 신변보호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다 자립에 나서는 만 18∼24세의 청년을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청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보호 기간 동안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데다, 사회에 뛰어든 후에도 의지하거나 상담할 곳이 마땅히 없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보호 종료 이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새 진로를 개척 중인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찬찬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봐.”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란 강지환(가명·23) 씨는 2018년 시설을 나오던 당시의 자신을 만난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강 씨는 이후 4년 동안 진로를 여러 차례 바꿨다. 고교 졸업 직후엔 ‘아동보호시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졸업이 다가오자 ‘아이들에게 너무 감정이 이입돼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커졌다. 결국 사회복지사의 길을 포기하고 공장과 고객센터, 비영리단체, 병원 등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한다.그런 강 씨에게 최근 새 꿈이 생겼다. ‘희망친구 기아대책’(기아대책)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마련한 인턴십을 통해 커피 매장에서 일하면서부터다. 강 씨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쌓은 뒤 언젠가 내 카페를 열고 싶다”고 했다. ○ “첫 꿈 잃었지만 새 꿈 찾았어요”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을 비롯한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부터 24세 사이에 자립에 나서는 청년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친인척 가정에 위탁돼 성장한 아동도 포함된다. 이들 청년은 보호 종료와 함께 홀로 서야 한다는 부담 탓에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의지할 곳 없던 자립준비청년들이 연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가슴 아픈 뉴스도 있었다. 기아대책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교육을 받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만들기 위해 올봄부터 기업 연계 프로그램 ‘나로서기 바리스타 인턴십’을 시작했다. 이랜드, 커피베이, 폴바셋과 협력해 바리스타를 꿈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정규직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홀로서기를 꿈꾸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봤다 박서현 씨(21)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11일부터 서울 금천구 ‘더 카페’로 출근하고 있다. “커피만 내린다고 바리스타가 아니더라고요.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부하면 할수록 커피가 꼭 양파 같았어요.” 첫 출근 날 만난 박 씨는 들뜬 표정으로 “커피는 역사도 향도 산미도 ‘까면 깔수록’ 나오더라”고 말했다. 열아홉 살이던 2년 전 박 씨에게 큰 고비가 찾아왔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박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태권도 겨루기 선수로 경기에 나가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2020년 갑작스레 부상이 찾아왔다. “경기하다가 다쳤는데, 처음엔 별로 아프지 않았어요. 한데 마저 뛰고 나니 갑자기 무릎이 너무 아팠어요. 알고 보니 인대가 완전히 끊어졌더라고요.” 선수 생명이 사실상 끝나자 박 씨는 다니던 대학 태권도학과를 자퇴했다. 오랜 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비슷한 시기에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지원도 공식 종료됐다. 박 씨는 “진짜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이후 2년간 박 씨의 삶을 지탱한 건 ‘디저트’였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 생계를 위해 시작한 디저트 카페 아르바이트가 적성에 맞았다. 그러다 올봄 공고를 보고 ‘나로서기 인턴십’에 지원했다. 박 씨는 “인턴십을 성실하게 마치고 취업한 뒤 기회가 되면 나만의 독창적인 식음료 매장을 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웃었다.○ “방황하는 청년 쉼터 차릴 것”자립준비청년 유환준 씨(25)도 박 씨와 함께 같은 카페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유 씨도 2018년에 보호가 종료됐다. 이후 키워 주신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한 철강회사 하청업체에서 기계 보조로 3년 동안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공사장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중 파이프를 옮기다 발을 헛디뎌 허리를 다쳤다. 일을 못 하게 되면서 생활고와 우울증이 찾아왔다. ‘나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한다. 간신히 몸을 추슬러 유통업체에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서 인턴십 공고를 보고 용기를 냈다. “커피는 카페에 온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돕잖아요. 그런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방황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쉼터 같은 카페를 차리는 게 제 목표입니다.” 11일 첫 출근을 마친 유 씨는 “처음 듣는 용어가 많아 어려울 때도 있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가 훨씬 크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된다”며 웃었다.○ “10여 년 고생한 끝에 자리 잡아”보호 종료 후 10여 년 동안 여러 어려움을 겪다가 자리 잡기에 성공한 청년도 있다. 2009년 보육원을 퇴소해 올해로 자립 13년 차를 맞은 반려견 훈련사 김태우 씨(31)다. 김 씨는 보육원 퇴소 당시 자립지원금을 맡아준다는 어머니에게 전액을 맡겼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배신감을 느낄 새도 없이 힘든 자립생활이 시작됐다. 김 씨는 찜질방과 공중화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텔레마케팅, 술집 아르바이트, 휴대전화 판매 등을 했다. 그래도 생활비가 부족해 빌려 쓴 700만 원이 이자를 포함해 수천만 원의 빚으로 불어났다. 김 씨는 이를 갚기 위해 숙식이 제공되는 경기 오산시 공장에서 5년여 동안 일했다. 꿈 같은 건 생각할 겨를 없이 닥치는 대로 일하던 김 씨의 삶을 바꾼 것은 강아지였다. 4년 전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김 씨는 유기견을 보며 ‘마치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버려진 강아지들이 보육원 시절의 저처럼 느껴졌어요. 버려졌다는 동질감 때문에 교육으로 행동을 교정하는 반려견 훈련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요즘 김 씨는 반려견 훈련 및 훈련사 후배 교육을 하느라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김 씨는 올 8월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나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을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 씨는 “보육원에 있을 때 형들한테 너무 맞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뉴스를 보고 그때의 불안감을 떠올렸다”고 했다. 김 씨는 “사정을 아는 만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밝혔다. “상황이 어떻든 바르게 열심히 살았으면 해요. 그러다 보면 분명히 빛이 보여요. 좋은 날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부디 그때까지 견디며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자립준비청년들, 생계유지 고민에 진로탐구 꿈 못꿔 보호종료 시점 전후 진로선택 폭 좁아 “돈 벌려고 대학 진학 안해” 52%뷰티-미용-애완 직업 고려가 20%진학 대신 구직 택하는 경우 많아“자립할때까지 탐색 기회 주고, 멘토링 시스템 확대할 필요 있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상당수는 생계 유지에 대한 고민이 앞서 진로에 대해선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탐구할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보호 종료와 함께 진학 대신 구직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진행한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학력은 조사 대상 3104명 가운데 고졸이 1019명(32.8%)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 중에는 ‘취업을 빨리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었다’가 52.1%(531명)로 절반이 넘었다. 조기 취업이 목표다 보니 진출하는 직종도 또래 청년과는 사뭇 다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0년 서울시 아동복지협회와 진행한 ‘보호종료 20대의 삶의 행복과 가치관 연구’에 따르면 20대 자립준비청년들이 진로를 고려해본 직업 분야에선 ‘뷰티·미용·애완’이 20.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또래 청년들이 공무원(25.3%)을 가장 많이 고려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한국고아사랑협회에서 일하는 A 씨(42)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진로에 대해 고민할 시기에 독립에 대한 부담을 갖게 돼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진로 탐색 기회 자체가 또래 청년보다 현저히 적다 보니 진로의 선택 폭도 좁다”고 했다. 경제적 기반이 없는 탓에 일하다 다치면 바로 생활고로 이어지고, 다른 진로 탐색의 기회가 더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37)는 “믿고 기다리며 지지해줄 가족이 없다 보니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최근 민간에서 진행되는 인턴십 등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면서 진로 탐색 기회까지 제공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립준비청년의 진로 탐색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준비청년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원하는 진로를 찾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야 의미 있는 취업 지원이 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자립할 때까지 탐색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은경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립 프로그램이나 멘토 지원 등을 통해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지 기반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진로 분야로 멘토링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배지현 인턴 기자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딱 보면 여러 번 만나고 싶은 상대인지 ‘각’이 나와요. 같이 밥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소개팅 결과가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직장인 안모 씨(25)는 최근 소개팅을 세 번 했지만 상대방과 식사는 한 번도 안 했다. 카페에서 만나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다. 주선자를 통해 미리 상대방과 ‘잠깐만 보자’고 합의도 했다. 안 씨는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면 10만 원은 우습게 나가고 상대가 맘에 안 든다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기도 어렵다”며 “카페에서 만나 ‘짧고 굵게’ 만나는 편이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가성비’가 훨씬 좋다”고 했다. 최근 2030 직장인 사이에서 카페에서 잠깐 만나는 ‘속성 소개팅’이 유행하고 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몇 가지를 미리 확인한 뒤 상대방을 만나 ‘느낌’만 확인하고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하는 식이다. 직장인 홍창의 씨(28)는 “요즘 이 같은 형식의 소개팅을 원하는 지인들이 꽤 있어 서로 소개해주고 있다”고 했다. 직장인의 경우 점심시간에 짬을 내 사무실과 가까운 카페에서 상대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6일 낮 12시경 속성 소개팅이 자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카페를 찾았는데 서로 취향을 묻거나 자기소개를 하는 2030 남녀가 5쌍가량 있었다.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오피스 밀집 지역,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근처 등 젊은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도 속성 소개팅 명소가 꽤 있다고 한다. 속성 소개팅은 최근 고물가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청년층 성향이 맞물려 빚어낸 현상으로 분석된다. 속성 소개팅을 올해만 10번 정도 했다는 서울 강남구의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커피 값은 상대 것까지 내도 1만 원 정도면 되니 부담이 적다”며 “상대방을 계속 만날지는 서너 번만 대화를 교환해도 대강 알 수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 간 만남에서도 ‘편익 분석’을 하면서 실속과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최원영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졸업}

“딱 보면 각 나와요. 요즘 밥값도 비싼데 오래 밥 먹는다고 소개팅 결과가 달라지진 않잖아요.” 경기 과천시에 사는 직장인 안모 씨(25)는 최근 소개팅을 다섯 차례 하면서, 한 번도 상대방과 식사하지 않았다. 카페에서 만나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다. 그는 “식사하는 소개팅 대신 커피나 차만 마시는 게 시간이나 비용적으로 ‘가성비’가 훨씬 좋지 않냐”고 말했다. 최근 20, 30대 직장인 사이에서 식당 대신 카페에서 음료만 마시며 짧은 시간 내 소개팅을 마무리하는 이른바 ‘속성 소개팅’이 유행하고 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 몇 가지를 속전속결로 확인한 뒤 상대방을 직접 만나 ‘느낌’을 확인하고 만남을 지속할지 결정하는 식이다. 최근 물가 급등도 속성 소개팅 유행의 주된 요인이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29)는 올해 들어 식사 없이 카페에서 만나는 소개팅만 10번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상대방을 계속 만날지는 세 마디 나눠보면 결정되지 않냐”며 “6000원이면 소개팅 한번 할 수 있으니 비용 부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홍창의 씨(28)는 “요즘 소개팅을 요청하는 지인들이 밥을 안 먹고 카페에서만 만나겠다고 미리 말해 이런 소개팅을 원하는 지인들끼리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속성 소개팅은 주로 점심시간, 사무실과 가까운 카페에서 이뤄진다. 6일 낮 12시경 동아일보 취재팀이 속성 소개팅 명소로 소문 난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한 카페를 찾았다. 서로 취향을 묻고 자기소개를 하는 20, 30대 남녀가 5쌍이 있었다. 대형 사무실이 밀집돼 있거나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이런 속성 소개팅 명소가 있다고 한다. 대학원생 신민호 씨(25)는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출구 앞 한 카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만났는데 아니다 싶으면 빠르게 일어나는’ 속성 소개팅 명소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목표 의식과 주관이 분명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정체성이 반영된 사회현상이라고 본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에서도 편익 분석을 해 실속과 효율을 챙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찰이 지난해 대학입시 때 피아노과 실기곡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연세대 음대 교수의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12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학교 음대 소속 A 교수의 연구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입시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A 교수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A 교수는 지난해 8월 자신이 개별적으로 가르치던 고등학생 제자에게 입시 실기곡을 미리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기곡 유출 사실은 지난해 9월 한 학생이 음대 지망생 등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실기곡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올리면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실기곡이 출제되자 입시생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대학 측은 예심과 본심의 실기곡 목록 전체를 교체하고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 또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지방의 한 입시학원을 통해 실기곡 정보가 흘러간 정황을 파악하고, 실기곡 정보를 처음 유출한 학생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