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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26)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선 박수가 터졌다. 지난해 말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12억 원)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한 이정후가 처음으로 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은 20일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첫 공식 훈련을 했다. 이날은 샌프란시스코 선수단이 지난 시즌 종료 이후 처음 완전체가 된 날이다. 투수와 포수들은 닷새 전에 소집됐고 야수진이 이날 합류했다. 이정후는 15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야수들과 손발을 맞추기 시작했는데 공식 일정이 아니어서 그동안엔 트레이닝복을 입고 훈련했다. 등번호 51번과 영어 이름 J.H.LEE가 새겨진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뛸 때도 51번을 달았다. 스트레칭과 러닝으로 훈련을 시작한 이정후는 외야 수비훈련을 마친 뒤 동료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 루이스 마토스와 한 조를 이뤄 첫 라이브 배팅을 했다.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 팬들은 함성과 박수로 샌프란시스코의 새 스타를 환영했다. 이정후의 51번 유니폼을 입거나 손에 든 팬들도 눈에 띄었다. 실전 배팅에 처음 나선 이정후는 MLB 최장신 투수(211cm) 션 옐레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뛰고 있는 닉 아빌라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자신의 타격 차례가 끝난 뒤엔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배팅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정후는 “타구가 모두 필드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만족한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 라이브 배팅이 계속 있으니 차츰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옐레는 키가 엄청 컸다. MLB 투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전반적으로 키가 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라이브 배팅 후 배팅 케이지에서 프리 배팅을 이어갔다. 30여 개의 공 중 3개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좌우 방향으로 날카로운 직선 타구도 만들어 냈다. 이정후는 “한국에서 뛸 때도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훈련해 왔다. 오늘 홈런도 그렇게 직선 타구를 만들다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3시간 남짓한 훈련을 마친 이정후는 “오늘이 공식 훈련 첫날인데 쉬는 시간이 전혀 없이 계속 움직였다”며 “MLB는 훈련 시간이 짧아도 선수들이 움직이는 양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이번 시즌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팀들의 스프링캠프는 일명 ‘캑터스(선인장) 리그’로 불린다. 겨우내 시즌 개막을 기다려 온 팬들은 응원하는 팀 캠프를 직접 찾는다. 팬들은 정규시즌에 비해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선수들을 만나고 사인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정규시즌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다른 팀들과 달리 LA 다저스가 캠프를 차린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는 연일 붐비고 있다. 다저스는 원래 스타 선수가 많은 인기 팀인 데다 ‘10억 달러 듀오’ 오타니 쇼헤이(왼쪽 사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른쪽 사진)가 새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MLB 역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349억 원)에 계약한 오타니는 최고 인기 스타다.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340억 원)를 받는 야마모토 역시 제1선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훈련은 대개 오전 10시경 시작되는데 한두 시간 전부터 선수들의 사인을 받으려는 팬들로 긴 줄이 늘어선다. 18일엔 야마모토가 첫 라이브 피칭(타자를 상대로 실전처럼 던지는 것)을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야마모토는 이날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맥스 먼시 등을 상대로 28개의 공을 던졌다. 최고 시속 155km의 빠른 공과 다양한 변화구를 골고루 점검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 팬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집중됐다. 야마모토가 피칭을 끝내자 관중은 일제히 큰 박수를 보냈다. 프리먼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은 공을 던졌다. 그가 나와 같은 팀인 게 다행”이라고 했다. 다저스 캠프는 취재도 쉽지 않다. 취재진이 너무 많이 몰려 구단에서 출입증 발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건물 내 기자석만으로는 모자라 주차장 한쪽에 텐트를 설치해 임시 기자실을 만들어야 할 정도다.글렌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산더르 보하르츠가 2루수로, 김하성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전체 선수단 스프링캠프 첫날인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이렇게 발표했다. 이 발언이 소셜미디어와 언론 속보 등으로 알려지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MLB 모든 구단 스프링캠프를 통틀어 가장 화제가 된 소식이었다. 관련 내용이 현지 방송 자막을 통해서도 수시로 소개됐다. 1년 전만 해도 두 선수의 처지는 정반대였다. 높은 몸값의 보하르츠가 김하성의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샌디에이고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보스턴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유격수 보하르츠를 11년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740억 원)에 데려왔다. 2022년 팀의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은 2루수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그해 유격수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명에 포함된 김하성이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팀은 불과 1년 만에 김하성을 유격수로 복귀시켰다.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하르츠’ 조합이 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하르츠의 2루행이 본인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이유는 그가 2루수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빅리그 데뷔 후 11년간 줄곧 유격수였다. 자칫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하르츠는 받아들였다. 그는 “유격수 포지션으로 계약해 이 팀에 왔다. 그렇지만 내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내가 2루로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며 “특히 김하성의 흠잡을 데 없는 수비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MLB에서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유격수 중 한 명을 김하성이 실력으로 밀어낸 것이다. 지난 시즌 주로 2루수로 뛴 김하성은 팀 사정에 따라 3루수와 유격수로도 나서며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이날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후원 업체가 선물한 글러브를 끼고 유격수 자리에서 훈련했다. 동료 선수들은 금색 패치가 들어간 그의 글러브를 터치하거나 빌려 껴 보며 축하를 건넸다. 김하성은 “보하르츠가 양보 아닌 양보를 하게 됐다. 거기에 맞게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유격수 골드글러브는 이제 꿈이라기보다 목표로 바뀐 것 같다. 그래서 더 큰 자극제가 된다”고 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샌디에이고와의 4년 2800만 달러(약 374억 원) 계약이 끝난다. 올해 유격수로 골드글러브급 활약을 한다면 FA가 된 뒤 몸값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골드글러브만으로도 그의 몸값은 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격수로 뛰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타격 성적(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을 남긴다면 2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김하성은 팀 내에서 이미 특급 대우를 받고 있다. 타격 훈련 때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 등 ‘귀하신 몸’들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에서 코치 연수를 했고 올해 스프링캠프에 초청받은 이동욱 전 NC 감독은 “선수단 식당에 김치와 고추장, 된장국이 모두 차려져 있더라. 작년까지만 해도 안 그랬다. 팀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된 김하성을 더욱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오리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달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안준호 감독(68)은 코트 안에서는 승부욕에 불타지만 코트를 벗어나면 유쾌한 사람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우리가 살면서 하는 90% 이상의 걱정은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다. 어쩔 수 없는 일들로 끙끙 앓느니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또 끝없이 배움을 추구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가 국가대표 감독 지도자 공모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다.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 복귀가 13년 만이기 때문.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은 자신의 도전을 ‘라스트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의 ‘라스트 댄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는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꿈을 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그가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하기 때문이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이면 시작된다. 오전 6시면 수십 년째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로 ‘출근’한다. 스트레칭→열탕→실내 자전거→트레드밀→근력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 그는 “운동으로 시작해야 하루가 즐겁고 쾌활하게 돌아간다. 내게 운동은 만족이나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쯤 그날의 첫 끼니를 ‘아점’으로 먹는다. 저녁 식사는 오후 5시경에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저녁 약속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끼만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는 반주도 종종 곁들인다. 정신 건강은 신문과 독서를 통해 챙긴다. 그는 매일 일간지 사설과 칼럼 등을 꼼꼼히 읽는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문구를 잘 정리했다가 강연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때 활용한다. 대학생 시절에도 운동을 하면서 책을 가까이했다. 휴일이 되면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주요 일과였다. 덕분에 그는 감독 생활을 하면서 여러 명언을 만들어 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그는 또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60대 후반 나이에 자비를 들여 해외 연수를 가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를 지휘한 7시즌(2004~2011년) 동안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끈 안준호 감독(68)은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그는 이전에도 종종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개최한 빅맨 캠프나 프리미어 캠프 등에 참가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 같은 노력 덕분에 안 감독은 최근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감독-코치를 한 조로 뽑는 방식으로 대표팀 지도자를 공모했는데 서동철 전 수원 KT 감독과 조를 이룬 안 감독이 면접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 감독이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을 떠난 지도 13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2011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뒤 한국프로농구(KBL)의 경기이사와 전무이사를 맡으며 행정가로 일했다. 이후엔 모교인 경희대에서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현장에서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은 자신의 새 도전을 ‘라스트 서바이벌’이라고 표현했다. NBA 시카고 불스에서 뛰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이 현역 은퇴 연도에 사용했던 ‘라스트 댄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안 감독은 “후배들 자리를 뺏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경험과 연륜을 접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요즘은 인생 100세 시대 아닌가.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농구 공부만큼 많이 신경 쓰는 건 건강 관리다.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덕에 지금도 어지간한 젊은 사람 못지 않게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을 수 있었다. 그의 하루는 오전 5시 반이면 시작된다. 남들보다 늦은 고교 1학년 때 농구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를 빨리 시작하는 버릇을 들였다. 오전 6시면 수십 년째 다니는 피트니스센터로 출근해 그곳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은 새벽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예전 프로 감독직을 맡을 때나 지금이나 새벽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에겐 수십 년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운동 루틴이 있다. 먼저 스트레칭과 열탕을 통해 땀을 한 번 뺀다. 이후 냉탕에 들어가 몸을 식힌 뒤 실내 자전거를 한 시간 가량 탄다. 강도 높은 자전거 페달 밟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땀을 낸 후 이번에는 트레드밀에서 가벼운 조깅이나 빨리 걷기를 한다. 이후는 근력 운동 시간이다. 벤치프레스로 상체 근력 운동을 하고, 레그 컬과 레그 익스텐션 등을 통해 하체를 단련한다. 스쾃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내 삶의 기본적인 요소는 운동이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운동으로 시작해야 하루가 즐겁고 쾌활하게 돌아간다. 내게 운동은 만족이나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운동을 마치고 오전 11시 쯤 그날의 첫 끼니를 ‘아점’으로 먹는다. 저녁 시간도 빨라 오후 5시경 저녁 식사를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저녁 약속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 두 끼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 때는 반주도 종종 곁들인다. 수십 년간 운동으로 단련된 몸에 매일 아침 땀을 빼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덕분인지 여전히 센 주량을 자랑한다. 농구 코트에서는 승부욕을 불태우지만 코트만 벗어나면 그는 유쾌한 남자가 된다. 항상 긍정적으로 말하고,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항상 즐겁고 유쾌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70세 가까이 살아보니 우리가 살면서 하는 90% 이상의 걱정은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들로 끙끙 앓느니 차라리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낫다”고 했다. 취미로 가끔 나가는 골프장에서도 그는 ‘명랑 골프’를 추구한다. 그에게 골프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재미있게 치는 것이다. 그는 “골프장에서는 모든 게 ‘오케이’다. 멀리건도 오케이, 가까운 거리 퍼트도 오케이다. 동반자가 원하는 모든 걸 해준다”며 웃었다. 그가 가진 철칙 중 하나는 절대 내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함께 라운드를 하면 좋으나 싫으나 4시간 넘게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액수가 적더라도 돈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좋았던 관계가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인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내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골프 스윙도 허허실실이다. 그는 온 힘을 싣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행여나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대신 박인비처럼 가볍게 쓸어치는 스윙을 한다. 상체 위주의 가벼운 스윙을 하기 때문에 ‘팔로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정신 건강은 신문과 독서를 통해 챙긴다. 그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간지 사설과 칼럼 등을 꼼꼼히 읽는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문구를 잘 정리했다가 강연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때 활용한다. 한창 운동을 하던 대학생 시절에도 그는 책을 가까이했다. 휴일이 되면 서울 청계천에 있던 고서점가를 다니는 게 주요 일과였다. 이런 습관은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안 감독은 초등학교 입학 전 고향인 전남 담양군에 있는 서당에 다녔다.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히면서 한자와 익숙해졌다. 서울 유학 후 광신상고에 입학해서도 혹시 모를 취업에 대비해 한자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다. 덕분에 프로 감독을 하는 내내 그는 여러 가지 명언을 만들어 내곤 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개인적인 영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정후(26)를 비롯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올해 처음 합동 훈련을 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6일에 투수, 포수를 제외한 야수들은 야구장에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에 돌입한다. 시범경기가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딱 한 번 훈련한 뒤 단체 휴식을 취한 것이다. MLB는 또 스프링캠프 훈련 일정도 한국 프로야구에 비하면 한가로운 느낌이다. 대개 오전 9시에 훈련을 시작해 낮 12시면 모두 끝낸다. 주전급 선수들은 훈련 종료 후 곧바로 퇴근한다. 골프를 치러 가는 선수도 있고, 쇼핑몰에 가는 선수도 있다. 야구장을 벗어나면 무엇을 하든 자유다. 이 정도 훈련 강도로 기나긴 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MLB와 한국 팀은 스프링캠프를 바라보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한국프로야구 10개 팀은 2월 1일부터 캠프를 시작한다.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초반 체력을 키우고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3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는 치열한 주전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반면 MLB 캠프는 대부분 2월 중순에 시작한다. 선수들은 당장이라도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개인적으로 만든 상태로 캠프에 합류한다. 며칠 되지 않는 공식 스프링캠프는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다. MLB 경기에 출전하는 26인 로스터(출전선수 명단) 역시 한두 자리를 빼고는 대개 정해져 있다. 이정후 같은 주전급 선수들은 굳이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이유가 없다. 훈련 강도도 만만치 않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소수 정예만 모여서 훈련을 하기에 훨씬 큰 집중력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한국 팀에서 연습 타격 케이지에 한 번 들어갈 때 MLB 팀에선 두세 번 들어간다. 공식 훈련은 오전 9시부터지만 6시나 7시에 일찌감치 나와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정후는 “겉보기와 달리 한국에서 했던 것보다 훈련량이 더 많은 것 같다. 훈련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개막전에 선두 타자로 나가는 건 난생처음이다. (김)하성이 형이랑 서로 상대 팀 리드오프로 만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목소리엔 설렘이 가득했다. 절친한 형이자 한국프로야구 키움 시절 동료였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과 함께 만들 역사적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는 듯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음 달 29일 샌디에이고 방문경기로 2024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이날 나란히 양 팀 톱타자로 나서면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1번 타자 맞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팀 스프링캠프 공개 훈련 첫날인 15일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개막전부터 하성이 형을 만나는 것도 신기한데 같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성이 형이야 워낙 잘하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날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야수진의 공식 소집일은 21일이지만 40인 로스터에 속한 선수들 모두 15일에 모여 손발을 맞췄다.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만 달랐을 뿐 프로그램과 훈련 강도 등은 스프링캠프와 동일했다. 이정후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수비, 타격 훈련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야외 타격 훈련에 나선 이정후는 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치려고 한 게 아닌데 (컨디션이 좋아서) 넘어갔다”며 너스레를 떤 뒤 “시범경기 시작까지 며칠 남지 않아 몸을 빨리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흐뭇한 표정으로 이정후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과 수비 모두 준비를 잘해 왔더라”라며 “이정후가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개막전 1번 타자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멜빈 감독은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 사령탑으로 김하성에게 톱타자를 맡겼던 지도자다. 이정후는 1일 캠프지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는 적응에 문제가 없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으로 키움에 입단했을 때가 지금보다 더 긴장되고 떨렸다. 그때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쉰다”고 농담한 뒤 “이번에는 오히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오른손 투수, 왼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MLB에서는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아 투수들을 잘 모른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타석에 자주 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범경기부터 투수들의 공을 보는 걸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팀 최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정후는 동료들과도 빠르게 친해지고 있다. 이정후에게 한국어 인사말을 배운 몇몇 선수는 이날 한국 취재진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정후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다만 아직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웃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정후도 빠르게 적응해 정말 놀랍다. 이정후는 짧은 영어로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동료들이 다가가기 편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스코츠데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매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 피닉스오픈은 음주와 고성방가가 허락돼 ‘골프 해방구’로 불린다. 하지만 올해 대회는 여러모로 선을 넘는 장면들이 많았다. 한 갤러리는 웃통을 벗은 채 경기 중인 벙커에 드러누웠다. 술에 취해 관중석에서 추락한 갤러리도 있었다. 대회 주최 측은 급기야 3라운드가 열린 11일 알코올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골프장 출입구를 막아 버리기도 했다. 날씨까지 좋지 않아 대부분의 상위권 선수가 3라운드를 채 마치지 못했다. 이 모든 난관을 뚫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캐나다 출신의 닉 테일러(36·사진)였다. 테일러는 12일 끝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내며 6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적어낸 테일러는 찰리 호프먼(48·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개인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은 158만4000달러(약 21억1000만 원)다. 집념의 승리였다. 악천후로 3라운드 6번홀까지만 소화했던 테일러는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잔여 12개 홀을 마친 뒤 오후에 4라운드 18개 홀을 돌았다. 연장전 2개 홀까지 더하면 이날 하루에만 32개 홀을 뛴 셈이다. 테일러는 최종 라운드 한때 호프먼에게 3타 차로 뒤져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막판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4라운드 마지막 4개 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극적으로 연장전에 돌입한 데 이어 연장 1, 2번째 홀에서도 모두 버디를 잡았다. 마지막 6개 홀에서 무려 5개의 버디를 기록한 것. 연장 2번째 홀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3.5m 버디를 성공시킨 후 테일러는 “힘들었지만 꿈같은 마무리였다. 정말 필요한 때에 퍼트가 잘 들어가 줬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직전 우승이었던 지난해 6월 RBC 캐나다오픈에서는 4차 연장 끝에 22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한 바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가 공동 12위(12언더파 272타)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김주형은 공동 17위(10언더파 274타), 김성현은 공동 28위(8언더파 276타)에 자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50년이 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삼진을 3000개 이상 잡은 투수는 19명뿐이다. 평균적으로 8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록이다. 올해 41세인 베테랑 투수 잭 그레인키(사진)가 3000탈삼진 대기록 달성을 위해 선수 생활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애슬레틱은 “통산 3000탈삼진에 21개만 남겨두고 있는 그레인키가 올 시즌에도 선수로 뛰기를 원한다”고 6일 보도했다. 2004년 캔자스시티에서 MLB 데뷔를 한 그레인키는 밀워키, LA 다저스, 애리조나, 휴스턴을 거쳐 2022년 캔자스시티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MLB에서 20시즌을 뛰며 통산 225승 156패, 평균자책점 3.49, 탈삼진 2979개를 기록한 오른손 투수다. 여섯 시즌(2009, 2011, 2012, 2014, 2015, 2017년)이나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닥터 K’다. 그레인키의 선수 생활 연장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그레인키는 지난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2승 15패, 평균자책점 5.06의 기록을 남기는 데 그쳤다. 지난해 잡은 삼진은 97개다. 마흔을 넘긴 그레인키에게 손을 내밀 구단은 많지 않아 보인다. 친정 팀 캔자스시티도 스토브리그 기간 세스 루고, 마이클 와카를 영입하며 선발 투수진을 채운 상태다. 애슬레틱은 “그레인키가 3000탈삼진을 채우지 못해도 명예의 전당 입회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추운 날씨에 눈물, 콧물 쏟으며 최선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41·사진)은 1일 끝난 2024 강원 겨울 청소년 올림픽 기간에 강원도에서 살다시피 했다. 대회 기간 내내 강릉, 평창, 정선, 횡성을 돌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선수 시절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드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 피겨,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등을 보면서 ‘어린 선수들이 저 어려운 걸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내내 조마조마했다”고 했다. 장 차관은 청소년 올림픽 폐막 사흘 뒤인 4일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카타르로 떠났다. 요르단과 결승 진출을 다투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2005년 카타르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땄다. 좋은 기억이 있는 곳에서 한국이 64년 만에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했다. 장 차관은 “국민들께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 많이 가져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차관은 “현장을 다녀 보면 엘리트 선수들이 많이 위축돼 있다. 생활 체육, 학교 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함께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엘리트 스포츠가 고사하면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선수들이 선물했던 기쁨과 희망을 누가 대신 선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막하지만 한국은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기 종목이 본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하는 등 메달 전망이 밝지 않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선전했던 한국 선수단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위기의식에 따라 문체부는 올해 국가대표 지도자 수당을 5년 만에 인상했다. 국외 전지훈련비도 지난해보다 20%가량 올렸다. 올 상반기까지 22곳의 학교 운동부 창단을 돕기로 했다. 장 차관은 “돌이켜 보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등의 지원과 국민들의 응원 덕분에 선수 시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내가 누린 혜택을 선수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장 차관이 가장 실현하고 싶은 정책은 체육인복지재단 설립이다. 은퇴 선수의 진로 지원이나 공제사업 등을 하려는 기관인데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취임 7개월째인 그는 “차관으로서 내게 주어진 시간에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55)의 하루는 걷는 걸로 시작한다. 오전 6시쯤 일어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잠실야구장까지 1시간 넘게 걸어서 출근한다. 차를 타고 출근한 날에도 오전 일찍 한강으로 나간다. 동호대교까지 다녀오면 약 2만 보를 찍는다. 시간이 허락하고 생각할 게 많은 날에는 더 멀리 한남대교까지 다녀온다. 그는 LG 투수코치이던 2013년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 시즌 중 병원에 입원해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다.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그는 이후 틈나는 대로 걸으려 했다. 단지 건강만을 위해 걷는 건 아니다. 그는 걸으면서 프로야구 최고 인기팀중 하나인 LG단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영어로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불리는 단장은 선수단 구성부터 마케팅, 홍보 등 야구단 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자리다. 그는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걸으니까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면서 “옛날 현자(賢者)들도 많이 걸으면서 생각했다고 하더라. 한강 산책로는 내게 ‘실크로드’ 못지않은 ‘싱킹로드(Thinking Road·생각하는 길)’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가 한강을 걸으면서 생각해낸 많은 것들이 실전에 적용됐고, 좋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LG는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10월 그가 단장으로 취임한 후 LG는 최근 5년간 정규시즌에서 4위→4위→3위→2위→1위를 했다. 그는 “29년 만의 우승도 좋았지만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해가 갈수록 더 좋은 순위를 기록한 게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이 걷기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와 일기다. 선수 은퇴 후 지도자가 되면서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삼아 꾸준히 실천해 왔다. 단장이 된 요즘도 한 해 50∼60권을 읽는다. 일기를 쓴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쓰는 사람은 성공에 다가선 사람이고, 일기를 1년 이상 쓴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는 문구를 본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게 일기는 하루의 복기이자 반성이다. 그는 “반성한다는 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게 야구는 정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신장암 투병 후 그는 이전에 즐겼던 술도 멀리한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낸다. 선수 때 물처럼 마시던 콜라도 마시지 않는다. 그는 “큰 병이 난 데는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하게 마신 탄산음료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순례자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차 단장은 “단장직을 그만두면 언제든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서만 읽은 40여 일간의 순례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건 자신 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LG 트윈스 차명석 단장(55)은 ‘걷기 마니아’다. 2018년 10월 LG 단장직을 맡은 후 그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서 사무실이 있는 송파구 잠실야구장까지 종종 걸어서 출근한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족히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컨디션이 좋거나 좀 더 걸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동호대교를 찍고 야구장으로 오기도 한다. 이렇게 걸으면 걸음 수로는 2만 보, 시간으로는 2시간 30분이 훌쩍 넘는다. 생각할 게 정말 많은 날에는 좀 더 멀리 한남대교까지 다녀온다. 건강 관리에 무심하던 그는 LG 투수코치로 일하던 2013년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시즌 중 병원에 입원해 콩팥 하나를 떼어내야 했다. 그는 “의사 선생님이 ‘암에 걸린 건 불행한 일이지만 다행히 다른 곳으로 전이는 되지 않았다. 너무 몸을 혹독하게 다뤄 병이 일찍 터진 것 같다. 어찌 보면 천우신조’라고 하셨다”고 했다. 이후 몸을 소중히 다루기 시작했다. 틈나는 대로 걷고, 시간이 될 때는 청계산 등을 올랐다. 단장 부임 후에도 걷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시간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오전 6시에 일어나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시즌 중 프로야구 경기는 대부분 야간에 열리기 때문에 오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기도 하다. 단지 건강만 생각해 걷는 건 아니다. 그는 걸으면서 단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영어로 제네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 불리는 단장은 선수단 및 전력 구성부터 마케팅과 홍보 등 야구단 살림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자리다. 그는 “‘솔비투르 암불란도(solvitur ambulando)’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해결된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정말 걸으니까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며 “옛날 현자(賢者)들도 많이 걸으면서 생각했다고 하더라. 내게 한강 산책로는 ‘실크로드’ 못지않은 ‘싱크로드(Think Road·생각하는 길)인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LG는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제패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통합 우승에 이어 29년 만에 거둔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1994년 LG 선수로 우승을 차지했던 차 단장은 “당시엔 후반기에 팔꿈치를 다쳐 등판하지 못했다. 다른 멤버들의 활약 속에 조용히 우승을 바라보기만 했다”며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5년간 단장으로 일하며 지금의 선수단을 만들었다. 내가 공들여 구성한 선수단이 거둔 우승이었기에 더욱 기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LG 선수단 전력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두터워졌다. 뛰어난 선수들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데려왔고, 팜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 선수들을 여러 키워냈다. 이 같은 신구 조화 속에 LG는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를 뒤로 하고 매해 우승을 노크하는 강팀이 됐다. 그 과정에서 LG가 실행한 여러 가지 여러 아이디어는 차 단장의 한강 산책길에서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단장은 한자로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란 의미의 ‘단장(團長)’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LG 단장은 워낙 힘들어 장을 끊어내는 아픔을 겪는다는 뜻의 ‘단장(斷腸)’으로 쓰이곤 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단장은 팀을 만들어 가는 아키텍트(건축가)다. 팀을 만들어 성과가 났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다”고 했다. 특히 그가 단장에 부임한 후 LG는 5번의 정규시즌에서 4위→4위→3위→2위→1위를 했다. 그는 “29년 만의 우승도 좋았지만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해가 갈수록 더 좋은 순위를 기록한 게 더욱 뿌듯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이 걷기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서다. 선수 은퇴 후 코치를 맡은 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읽은 책이 2000권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 단장은 “막상 코치가 됐는데 사실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선수들에게 부끄러운 지도자가 되고 싶지 않아 책에서 길을 찾기로 했다. 1년에 100권 독서를 목표로 삼고 실천했다”고 했다. 코치 시절에도 그는 라커룸에는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가득했다. 코치 생활 사이사이 야구 해설위원으로 일할 때는 여유시간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책을 읽었다. 단장이 된 요즘도 한 해 50~60권을 책을 읽는다. 그는 “단장이 된 후 독서 할 시간이 줄어든 게 아쉽다. 그래도 매일 오전에 걷기를 마친 후 최소 한시간~한 시간 반은 책을 읽으려고 한다. 올해는 더 많은 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고 싶다”고 했다. 코치 시절 초창기 그는 독서와 함께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올해로 일기를 쓴 지 20년이 되어간다. 일기를 쓰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는 “어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쓰는 사람은 성공에 다가선 사람이고, 일기를 1년 이상 쓴 사람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본 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에게 일기는 하루의 복기이자 나날의 반성이다. 그는 “요즘도 하루하루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인기 팀인 LG 단장으로서 성적도 내야 하고, 팀도 잘 만들어야 하고, 팬들께는 만족스런 야구를 보여드려야 한다”며 “반성한다는 건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일 반성하며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저렇게 해 볼까’ 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가 아니라 종이 일기장에 펜으로 꾹꾹 눌러서 일기를 쓴다”며 “일기와 독서는 일종의 공부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2013년 신장암 투병 후엔 생활 습관도 크게 바꿨다. 이전까지 술을 좋아하고 즐겼던 그는 10년 넘게 절주를 하고 있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내고, 술도 최대한 적게 마시려 노력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가긴 해도 다음 날에 방해될 정도의 양은 절대 마시지 않는다. 오늘 재미있게 놀면 내일이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야 좋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청교도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콜라도 딱 끊었다. 탄산음료를 지나칠 정도로 좋아했던 그는 선수 시절 목이 마르면 물 대신 콜라를 마셨다. 한창 더운 여름에는 하루에 캔 콜라를 15~20개를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극심한 중독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큰 병이 난 데는 술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하게 마신 탄산음료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수술 후 콜라는 딱 끊고 대신 커피를 하루에 한 잔 정도 마신다”고 했다. 단장 취임 후 작년까지 5년간 그는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했다. 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도 구단 사무실에 나온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빵점자리 남편에, 빵점짜리 아빠”라며 “하지만 내게 야구는 정답을 찾아가는 끝없는 여정이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야구의 정답을 찾기 위해 일종의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차 단장은 “언제든 단장직을 그만두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에서만 읽은 40여 일 간의 순례가 어떤 것인지 직접 느껴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것 하나만은 자신 있다”며 웃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마이애미 2루수 루이스 아라에스(27)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정교한 타자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팀의 톱타자로 나선 그는 시즌 중반까지 ‘꿈의 4할’ 타율에도 도전했다. 7월까지 3할대 후반을 유지하던 아라에스는 8월에 월간 타율 0.236을 기록하며 대기록에서 멀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타율 0.354로 MLB 양대 리그 전체 타격 1위에 올랐다. 1일 MLB.com은 리그 30개 팀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키포인트를 하나씩 선정했다. 마이애미에서는 역시 아라에스의 타율이 꼽혔다. MLB.com은 “아라에스의 4할 도전을 올해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키포인트는 바로 이정후(26)의 타율이었다. 지난해까지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7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한 이정후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97억 원)의 대형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 1번 타자 중견수로 낙점받은 이정후는 MLB에서 한 타석도 들어서지 않았는데 팀의 대표 선수 대우를 받고 있다. MLB.com이 이정후와 함께 아라에스를 언급한 것도 흥미롭다. MLB.com은 야구 통계 예측 시스템 ‘스티머’를 인용해 “삼진아웃 비율이 낮은 기준으로 이정후는 아라에스에 이어 MLB 전체 2위에 자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티머는 이정후와 아라에스의 삼진아웃 비율을 각각 9.1%, 7.1%로 예측했다. 올해 MLB 경기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3721명의 타자 중 이정후가 2위, 아라에스가 1위였다. 또 다른 통계 예측 시스템인 ‘집스’ 역시 아라에스를 1위(6.5%), 이정후를 2위(7.3%)로 예상했다. 이정후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때도 투수들이 삼진을 잡기 어려운 타자였다. 타격 5관왕에 올랐던 2022년 이정후는 627번 타석에 섰는데 삼진은 32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삼진을 당한 비율이 5.1%밖에 되지 않았다. 키움에서 뛴 7시즌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평균 7.7%였다. 스티머는 이정후가 타율 0.291로 루키 시즌부터 MLB 전체 타격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1일 미국으로 떠난 이정후는 소속 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개인 훈련을 하다가 16일 투수 및 타자 소집일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새 동료들을 만난다. 이정후는 출국 인터뷰에서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적응이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적응을 잘한다면 그다음에는 내 것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MLB에 먼저 진출한 키움 옛 동료 김하성(29·샌디에이고)을 보고 빅리거의 꿈을 키운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쳐야 할 테니까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하더라.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하성이 형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피오리아는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바로 옆 동네다. 만날 수 있으면 자주 만나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달 말 인천국제공항은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프로야구 선수단으로 붐볐다. 1일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각 팀 선수단은 제각각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LG, NC, SSG, 키움), 호주(두산, KIA, 한화)로 떠난 팀이 많았다. 롯데는 미국령 괌,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린다. 하지만 KT 선수들은 유일하게 국내에 남았다. KT 선수단은 지난달 29일 버스를 타고 캠프지인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로 이동했다. 다른 팀들이 비행에 한창일 때 KT 선수들은 일찌감치 숙소에 짐을 풀고 가벼운 운동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이 지휘하는 1군 선수단 54명(코칭스태프 10명, 선수 44명)은 1일부터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훈련에 들어간다. KT의 ‘기장 캠프’는 구단이 아닌 선수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고참 내야수 박경수는 “선수들이 먼저 ‘기장으로 가겠다’고 했다. 오히려 구단에서는 ‘국내에서 괜찮겠느냐’고 걱정했지만 컨디션 조절과 훈련시설 등을 고려할 때 해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KT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현지의 이상 기후 때문에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눈이 내려 실내연습장에서 훈련한 경우도 있었다. 비행기도 편도 두 번을 갈아타야 하는 등 이동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장 현대차드림볼파크는 KT 선수들에게 익숙한 곳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해외 캠프가 여의치 않던 2021년과 2022년에 KT는 이곳에서 2년 연속 스프링캠프 훈련을 했다. 2021년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좋은 기억도 있다. KT는 이곳에서 22일까지 1차 캠프 훈련을 한 뒤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2차 훈련을 이어간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내 골프 산업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 온 골프존이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골프존은 해외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4개 법인을 거점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해왔다. 전 세계 1200여 개의 골프존 시스템 사용 스크린골프 매장을 갖춘 골프존은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미주 시장 선점 및 미국 시장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미국골프재단(NGF)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골프 인구는 2021년 대비 약 360만 명이 늘어난 4110만 명이다. 특히 실내 골프시뮬레이터를 포함한 오프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 수는 2790만 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젊은 층 중심의 오프코스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골프존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있어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의 가치는 2023년 18억 달러(약 2조4051억 원)에서 2031년 35억 달러(약 4조47460억 원)로 연평균 성장률이 10.2%로 예상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창설한 새로운 스크린골프 리그 TGL 역시 PGA투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2025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골프존은 최근 골프존 미주법인 골프존아메리카의 신임 CEO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아시아 최고사업책임자를 지낸 션 변(한국명 변진형)을 선임했다. 골프존은 이와 함께 23일부터 26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골프박람회 ‘PGA 머천다이즈 쇼’에 참가해 다양한 골프시뮬레이터 제품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뚜렷이 했다. 미국 골프시뮬레이터 시장은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골프존은 이에 맞춘 현지화 전략으로 지난해 2월 뉴욕 팰리세이드센터에 스포츠펍 콘셉트의 복합 골프문화공간 골프존소셜 1호점을 출점했다. 작년 하반기 뉴욕 스코츠데일에 2호점을 이어서 오픈했으며 올해는 뉴욕 상권의 중심지인 브루클린에 골프존소셜 3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첫 해외 진출을 시작한 골프존은 현재 일본 640여 개, 중국 230여 개, 미주 190여 개, 베트남 70여 개, 기타 국가 100여 개 등 1200여 개의 해외 스크린골프 운영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골프존은 국가별 골퍼 특성에 맞는 골프시뮬레이터 제품과 사업 전개를 통해 글로벌 골프 토털 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 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렸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에 온 그는 페루로 돌아가기 전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서울 성동구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에서 열린 페루와 소련의 서울 올림픽 여자 배구 결승전은 올림픽 배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은 페루를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1974년 페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이끌었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포함한 인생의 모든 것을 그분한테서 배웠다”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은 훈련만큼은 철저했다. 연습이 충분치 않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은퇴 후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힘써 왔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가장 기뻤던 건 아버지의 나라에서 청소년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며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전 세계 모든 선수를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던 넬리 코르다(26·미국)가 고향 팬들 앞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개막 후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했던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준우승했다. 코르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초반 난조를 딛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코르다는 16번홀까지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로 5타나 잃었다. 17번홀(파5)에서 이글까지 잡아내며 경기를 먼저 끝낸 리디아 고에게 3타 차로 뒤졌다. 하지만 남은 두 홀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코르다는 17번홀 프린지에서 친 이글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단숨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코르다와 리디아 고는 나란히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번홀에서 진행된 2차 연장전에서 리디아 고가 3퍼트로 보기를 한 사이 코르다는 파를 세이브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5000만 원)다. 코르다가 LPGA투어에서 우승한 건 2022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14개월 만이다. 2021년 LPGA투어 4승과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코르다는 지난해 허리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브레이든턴 출신인 코르다는 “고향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나흘간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이후 14년 만의 LPGA투어 개막 2연승과 함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개막 대회인 지난주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 27점에 1점만을 남긴 상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세영이 공동 13위(3언더파 281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은 36년 만에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코트를 다시 밟은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타이트 위원은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코트에 앉아 한동안 옛 기억에 빠져들었다.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타이트 위원은 페루로 돌아가기 전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은 페루와 소련의 결승전을 포함해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가 열린 경기장이다. 그는 페루 여자 배구대표팀 일원으로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경기는 올림픽 배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은 은메달을 딴 페루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 감독은 1974년 페루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지휘했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처음 시작한 내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응원해준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이었지만 훈련만큼은 혹독하게 시켰다.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불려 나가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타이트 위원은 16세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뛰었다. 이후 그는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리며 여자 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은 그를 다시 코트로 이끈 것도 박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이제 너의 시간이 왔다”며 혼자 재활에 열중하던 그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비록 금메달 직전에 멈춰섰지만 올림픽 은메달은 페루 배구대표팀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타이트 위원은 “‘미스터 박’이 평생 눈물을 보인 건 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가 유일했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그가 울자 모든 선수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박 감독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트 위원을 비롯한 제자들은 당시 행사가 열린 미국 보스턴을 깜짝 방문해 그의 헌액을 현장에서 축하하기도 했다.배구 선수에서 은퇴한 뒤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애썼다.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아버지의 나라에서 2024 강원 겨울 청소년올림픽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며 “‘미스터 박’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걸 가르쳐 준 분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는 페루 청소년들을 위해 일했지만 IOC 위원이 된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KIA가 호주 전지훈련 출발을 이틀 앞둔 28일 김종국 감독(사진)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 감독이 금품 수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이날 “김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이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KIA 구단은 25일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구단은 27일 김 감독과 면담을 갖고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 감독의 혐의는 최근 프로 구단 입단을 미끼로 고액의 금품을 받은 독립야구단 간부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호주 캔버라에 차려지는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로 KIA는 2년 연속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작년에는 정규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장정석 당시 KIA 단장이 포수 박동원(LG)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KIA 구단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전 단장을 해임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늦깎이 골퍼’ 마티외 파봉(32)이 프랑스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파봉은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파봉은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덴마크)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2만 달러(약 21억7000만 원)를 챙겼다. 프랑스 선수가 PGA 정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30대인 파봉은 올해 PGA투어 신인이다. 2013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약 10년간 무명에 가까웠다. 지난해 10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스패니시 오픈에서 185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덕분에 DP월드투어 상위권자 자격으로 2024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파봉은 1월 중순 PGA투어 데뷔전이던 소니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공동 39위를 했고 이어 올해 PGA투어 3번째 대회 출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파봉은 이날 16번홀까지 2타 차 선두로 나서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1.5m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2위 그룹에 1타 차로 쫓겼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 이어 세컨드샷도 깊은 러프로 보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2.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승리를 지켰다. 파봉은 “유럽에서 첫 우승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PGA투어에서도 첫 승을 거뒀다.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을 한 호이고르는 쌍둥이 형제 라스무스 호이고르와 함께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둘은 2021년 DP월드투어에서 2주 연속으로 번갈아 우승하기도 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성현이 공동 50위(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