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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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5-22~2026-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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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감에서 식음료까지 “귀여운 것이 좋아”

    《#1. “병아리 모양 지우개를 살까, 핫도그 모양 자석을 살까.” 직장인 한선주 씨(32)는 요즘 주말마다 ‘소품 가게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닌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와 망원동 일대에 포진한 소품 가게를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하나씩 사 모은다. 그는 “도장 깨기 목록에 오른 소품 가게 15곳을 섭렵한 뒤 두 번째 투어를 하고 있다. 깨알 같은 소품 쇼핑을 하다 보면 현실 감각은 옅어지고 행복감이 밀려온다”고 했다. #2. 30대 남성 직장인 김모 씨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이허브’에서 어린이용 비타민을 주문한다. 그가 주로 구입하는 제품은 알록달록한 젤리 종합 비타민과 오렌지 모양 비타민C.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약국에서 곰돌이·공룡 모양 비타민을 사주셨다. 비타민 하나에 행복감에 젖어들던 과거로 돌아간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문화를 즐기는 키덜트(kidult). 장난감·소품에서 식음료, 영상, 화장품, 출판으로 외연을 넓혔고, 소비층은 20대 여성뿐만 아니라 30, 40대 여성과 남성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12조7000억 원. 롯데백화점의 올해 키덜트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0% 이상 급증했다. ○ 귀여움에 홀린 ‘어른이’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품 시장의 성장세다. 서울에서는 홍대 망원동 이태원 성수동 일대에 2, 3년 전부터 소품 가게가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30개 이상으로 늘었다. 홍대의 ‘픽시’ ‘미미도넛’과 망원동의 ‘말랑상점’ ‘망원만물’, 성동구 성수동의 ‘잡화게티’ 등이 대표적이다. 세상의 모든 귀여운 개체를 취급하지만 특히 ‘인스’(인쇄소 스티커), ‘떡메’(떡메모지·한 장씩 떼어 쓰는 메모지), 자석, 지우개, 마우스패드 등이 인기가 좋다. 박민이 잡화게티 대표(35)는 “5년 전만 해도 서울 시내 소품 가게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는데 지금은 오프라인 가게만 30여 개에 이른다”고 했다. 음식과의 결합도 활발하다. “이걸 어떻게 먹어?” “30분 동안 감상하자.” 24일 서울 마포구 ‘디저트연구소’를 찾은 10여 명의 손님은 복숭아와 선인장 모양 케이크를 앞에 두고 연신 탄성을 내뱉었다. 케이크 한 조각에 9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강민재 매니저(30)는 “최근 선보인 보노보노와 벌 모양 머랭 쿠키는 판매하자마자 동이 났다”고 했다. 디저트 외에도 ‘뽀로로’ ‘인어공주’ 등을 본뜬 귀여운 밥상, 캐릭터를 내세운 음료수의 인증샷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세를 이룬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마시멜로 같은 귀여운 디자인의 음료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작은 물건을 취급하는 답례품 시장도 귀여운 디자인이 각광받고 있다. 수박 모양 떡설기, 욕조에서 목욕 중인 병아리 모양 방향제, 피카추 디자인의 수세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캐릭터를 내세운 화장품, 출판물, 전시도 잇따르고 있다. ○ ‘남성 편입’ ‘적극 소비’ 귀여운 콘텐츠는 전 세대를 강타하고 있다. 직장인 김현미 씨(46)는 중학생 딸보다 귀여운 인형과 소품을 더 좋아한다. 5년 전부터 하나 둘 사 모은 스노볼, 스티커, 오르골, 봉제인형은 팔아도 될 수준으로 쌓였다. 그는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즐기는 기분이 좋다. 만족감이 크다 보니 체면, 쓸모, 경제적 상황, 나이 등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성들도 귀여운 걸 거부하지 않는다. 귀여운 아기 사진을 수집해 공유한다는 직장인 김규민 씨(32)는 “샘 해밍턴의 아들 윌리엄을 특히 좋아한다. 최근엔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리락쿠마와 가오루씨’에 빠져 있다”며 “취향일 뿐인데 친한 친구들조차 ‘남자가 이런 걸 좋아하느냐’고 지적하면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귀여움을 소비하는 방식은 적극성을 더해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올해 가장 귀여운 동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기’ 등의 순위 영상을 보고 댓글창으로 웃음 참기 놀이를 벌이기도 한다. 취미 모임 사이트에는 소품 가게 동행자를 구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귀여움이 문화 콘텐츠의 중심으로 돌격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 어른은 어른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팽배했다. 최근에는 개성 존중과 소소한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어른다움에 대한 요구가 옅어졌다. 사회·경제적으로 각박한 현실도 1차원적인 위안을 주는 귀여운 콘텐츠의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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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르나르가 묻다… “SF, 추리, 판타지는 문학인가 아닌가”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는 한국인에게 오랜 친구 같은 작가다. ‘개미’(1993년), ‘타나토노트’(1994년), ‘뇌’(2003년), ‘신’(2008년), ‘잠’(2017년)…. 25년 넘게 스타 작가로 롱런한 덕에 세대 불문 추억의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고양이’ 이후 1년 만에 나온 장편소설 ‘죽음’ 역시 의리 혹은 기대로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방대한 그의 작품 세계는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지식 기반, 백과사전, 죽음과 영성, 과학, 판타지 등을 변주해 왔다. 이번 작품은 베르베르 DNA를 지닌 개체들의 총체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닮은 주인공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곳곳에 죽음에 관한 백과사전을 배치했다. 장르는 ‘공상과학(SF)+추리+판타지’. 주인공은 인기 추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 야심작 ‘천 살 인간’의 출간을 앞둔 그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고 확신한 그는 능력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와 함께 범인을 찾아 나선다. 용의자는 정반대 기질을 타고난 쌍둥이 형 토마 웰즈, 영원한 앙숙인 평론가 장 무아지, 출판사 편집자 알렉상드르 드 빌랑브뢰즈. 족보 없는 수사가 질주하는 가운데 베르베르 특유의 상황 농담이 웃음보를 건드린다. 작가는 작중 인물을 동원해 작정한 듯 프랑스 문단을 풍자한다. “그 자체로 나쁜 문학 장르가 있는 게 아니라, 장르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따로 있을 뿐이에요.”(웰즈) “독자들은 어리석을 때가 많습니다. 선택을 허용하면 대개가 쉬운 쪽을 선호하죠.”(무아지) 베르베르가 장르 작가로 겪어온 오랜 설움은 작가들의 영혼 전쟁에서 ‘웃프게’ 폭발한다. 진일보한 죽음과 영성에 대한 인식도 관전 포인트. 타나토노트에서 영계를, 잠에서 수면의 단계를 탐구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망자의 눈으로 이승을 내려다본다. 그와 ‘베프’인 할아버지 유령은 “죽음은 해방인 반면 출생은 자신을 꽃피우기 힘든 억압적 세계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웰즈는 “(인간은) 정신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정신”이라고 여긴다. 죽은 뒤 더 유명해진 ‘미라가 된 강도’, 비평가를 왜소음경증, 소아성애자로 묘사해 복수한 마이클 크라이턴의 이야기를 담은 ‘마이크로 페니스의 법칙’…. 적재적소에 선물처럼 자리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읽는 맛을 더한다. 베르베르가 주인공으로 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슈퍼마켓의 진열대를 채운 환상 문학, 영웅 판타지, SF, 추리, 스릴러, 공포 소설…이것이 과연 문학입니까?” 스스로를 거침없이 희화화하며 문학계의 평화를 도모하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다소 엉성한 추리와 그리 충격적이지 않은 결말에도 작가와 계속 의리를 지키고픈 이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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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감 Up 스트레스 Out’ 속초에서 맛보는 DIY 힐링

    강원도 속초라는 말에 ‘바다’, ‘아바이마을’, ‘설악산’ 등만 연상한다면 요즘 말로 ‘아재’다. 젊은층에게 속초는 개인의 취향대로 ‘DIY(Do It Yourself·직접 만드는) 여행’을 꾸릴 수 있는 핫 플레이스이다. 기자는 ‘디톡스’를 키워드로 속초를 조합해봤다. 온천과 독립서점, 면식수행 등을 ‘To Do 리스트’에 올리자 육신과 영혼은 힐링이 됐고, 배는 이로운 기운으로 채워졌다.척산온천 - 노폐물 OUT “윗집 아랫집, 어디로 갈까요?” 목적지를 밝히자 택시 운전사가 되묻는다. 관광로 일대 척산온천은 두 곳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척산온천휴양촌(윗집)과 다소 아담한 척산온천장(아랫집)이다. 윗집에 도착하니 환한 초록빛 앞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년 된 소나무 3000여 그루로 꾸민 산책로다. 건물은 본관과 찜질동으로 나뉜다. 본관에는 사우나와 객실이, 별관에는 찜질방과 불한증막 등이 있다. 건물 사이에는 야외 수영장과 족욕탕 등이 자리 잡았는데 보수공사로 6월경 문을 연다. 찜질 및 사우나 비용은 대인 기준 1만4000원. 찜질복으로 갈아입은 뒤 걸어서 2분 거리인 별관으로 향한다. 이곳의 자랑은 전망대 격인 휴향정(休香亭). 3층 높이의 팔각정으로, 어느 창으로 바라봐도 빼어난 설악산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건물 곳곳에는 척산온천의 역사를 담은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오래전부터 약수로 이름이 높았다거나 한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이야기 등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온천수를 본격적으로 추출한 건 1960년대. 33m² 남짓한 공간으로 시작해 1985년 지금의 휴양촌이 들어섰다. 널찍한 사우나를 가로질러 본관 2층 노천탕으로 향한다. 몸을 담그자 피부에서 물이 미끄러지고 새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푸른빛이 감도는 빛깔이 독특하다. 칼슘, 유황, 칼륨, 라돈이 풍부해 온천수 중에서도 양질로 평가받는다. 수온은 50∼53도. 유아를 동반한 가족은 가족실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온천과 물놀이를 함께 즐기려면 인근의 한화리조트 설악워터피아가 좋다.지역서점-마음건강 UP 독립서점이 유행한 지는 꽤 됐지만 속초에선 유독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먼 길을 달려 서점만 들렀다 오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그 중심에 ‘동아서점’과 ‘문우당서림’, 그리고 ‘책+숙박’ 공간인 ‘완벽한 날들’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은 ‘소호거리’라 불린다. 가성비가 좋고 감각적인 게스트하우스가 몰려 있다. 예스러운 여관과 미래적인 디자인의 게스트하우스 사이로 ‘완벽한 날들’의 간판이 보인다. 서점과 숙박 시설을 동시에 품은 북스테이로, 묵향을 맡으며 쉬어가기 좋다. 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동아서점은 전국구 서점이다. 주인장의 취향과 속초의 지역색을 살린 큐레이션이 매력 포인트. 여행, 드로잉, 목공예 등 책에 관심 없는 여행객이라도 홀릴 만한 주제별 분류가 돋보인다. 문우당서림도 3세가 운영에 참여하면서 변신에 성공했다. 각 책의 내용을 종이에 새겨 전시해둔 책장이 시그니처 공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앉을 공간이 충분해 ‘독휴(독서 휴식)’ 공간으로 인기다.면식수행-포만감 행복감 UP 속초 먹방의 성지는 속초관광수산시장. 전국구 주전부리가 빼곡해 현기증이 일 정도로 반갑다. 그중에서도 한 끼 식사로 속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면. 칼국수, 콩국수, 냉면 가게가 즐비해 ‘면식수행’(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행위) 의지를 부른다. 일단 칼국수. 시장 초입 뻥튀기집의 추천으로 도문집을 찾았다. 시간 건너편에 자리한 40년 역사의 노포다. 나이 지긋한 사장님을 기대했는데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중년 부부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낙점받은 메뉴는 칼국수. 갓 반죽한 면, 감자를 으깨 넣은 멸치육수, 굵은 고춧가루가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어울려 당찬 맛을 냈다. 다음은 콩국수. 지역 주민의 소개로 미성식당을 골랐다. 고깃집이지만 별미 메뉴인 콩국수로 더 유명하다. “콩 국물에 땅콩가루 살짝 황금비율로 섞어 진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을 잡았어요. 김치는 꼴뚜기로 간을 내 독특할 겁니다”라는 젊은 사장의 설명대로 콩국수도 김치도 풍미가 인상적이다. 고추장과 된장으로 맛을 낸 강원도 향토음식 장칼국수에 도전해도 좋다.여행 정보추천 코스: 속초시외터미널 뒤편 게스트하우스촌∼완벽한 나날∼속초관광수산시장∼동아서점∼문우당∼외웅치항∼척산온천(5, 6시간 소요)맛집 도문집: 칼국수, 냉칼국수 6000원. 수복로 199 미성식당: 콩국수 5000원. 중앙로 54번길 12 정든식당: 장칼국수, 흰칼국수 7000원. 번영로 105번길 39 속초황태찐빵만두: 황태고기찐빵 2500원, 황태팥찐빵 2000원. 중앙로 129번길 46감성+ 책: ‘속초에서의 겨울’(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속초는 오로지 기다리기만 했다. 관광객들, 배들, 남자들, 그리고 봄의 귀환을.’ 프랑스 작가가 속초를 소재로 쓴 소설.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인 아바이마을에서 주인공처럼 갯배 체험을 해보자. 세대 포인트: △연인·신혼부부: 외웅치항과 서점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중장년층: 몸과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마법의 온천. △어린이가 있는 가족: 면식수행, 관광수산시장 주전부리, 척산온천 가족온천탕. 속초=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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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서 ‘축제 배틀’… 국내 5대축제 포함 110개 부스 마련

    “축제를 중심으로 한 관광 산업은 지역을 살리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입니다.”(유승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한국축제&여행박람회는 관광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행사입니다.”(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관광 및 축제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문화 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K-Festival 2019, 제7회 한국축제&여행박람회’ 개막식이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채널A, 동인앤컴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하이원리조트가 후원한다. 김 차관은 “지역이 축제를 여는 게 아니라 축제가 지역을 견인하는 시대가 됐다”며 “마을의 화합을 이끌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축제 활성화를 위해 모두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7년째 이어진 박람회로 지역 축제가 단단히 뿌리내린 것 같다. 행사를 준비해 온 동아일보와 채널A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매력적인 축제가 열린다. 관광 산업 활성화는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전국 각지 관광객의 지출 규모만 연간 4조 원 이상”이라며 “각 축제가 세계적 규모의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축제 관련 총지출 비용은 약 3조5000억 원에 경제적 파급 효과는 12조9000억 원에 이른다. 김기정 진주남강유등축제 사무국장은 “박람회를 통해 축제를 홍보할 뿐 아니라 타 지역 축제 전문가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 매우 유익한 행사”라고 했다. 박람회는 ‘다함께 즐거운 축제, With&Fun’을 주제로 국내 65개 축제 등 110개 부스가 마련됐다. 문체부가 선정한 ‘5대 글로벌 육성축제’인 보령 머드축제, 안동 탈춤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화천 산천어축제가 모두 참여했다. 26일까지 열리는 축제에서는 전통놀이 체험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열린다. 홈페이지 참조. 입장료는 무료.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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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절 논란 4년 만에 활동 재개한 신경숙 “한순간의 방심… 누추해진 책상 지킬 것”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표절 파문으로 칩거하던 신경숙 소설가(56·사진)가 4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독자들에게 심경을 전했다. 신 작가는 23일 발간된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중편소설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하며 따로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글에서 그는 “4년 동안 줄곧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혼잣말을 해왔다”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린 것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다.…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 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 나가겠다”며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015년 6월 단편 ‘전설’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이 사건은 문단의 권력 문제를 건드리며 파장을 일으켰다. ‘배에 실린…’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허수경 시인을 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에서 화자는 ‘모든 땅이 균열을 일으키며 흔들릴 때 절벽에 서서 저 아래 묶여 있는 배를 내려다본 적이 있다.…그것은 마치 한 걸음만 옮기면 내가 쉴 수 있다고 고통과 불면의 밤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등 칩거 기간에 느낀 심경을 암시하는 내용이 곳곳에 녹아 있다. 작품은 ‘신은 늘 굶주려 있는 것 같아, 잡아먹힌다 해도 앞으로 나아갈게’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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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3빌딩 높이보다 긴 ‘코스타 세레나’호 타고 환상여행

    6일 오전, 강원도 속초항에서 마주한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호의 위용은 대단했다. 11만4500t에 최대 승선 인원이 3800명. 63빌딩을 뉘인 것보다 긴 길이(290m)에 높이는 14층에 이른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승객 2800여명이 선체에 오르는 장관이 연출됐다. 승조원과 직원 1200여 명까지 약 4000명이 6박7일간 속초∼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일본 오타루∼일본 아오모리∼부산에 이르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느긋하게 먹고 보고 쉬다 선체에 오르니 이국적인 외모의 직원들이 일행을 맞았다. 한국 이탈리아 중국 필리핀 인도 등 무려 31개국의 다국적 직원이 일한다고 한다. 선체 인테리어는 휴양 리조트 느낌이 물씬 났다. 빨강 파랑을 섞은 격자무늬 카펫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장식물이 어우러져 외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루즈는 크게 선수·중간·선미로 나뉩니다. 엘리베이터 3개를 기점으로 대극장 식당 수영장 카지노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귀를 열고 지도를 훑으며 공간을 익힌다. 63빌딩을 옆으로 뉘인 규모의 크루즈에는 없는 게 없다. 4곳의 식당에서 종일 먹고, 수영장 헬스장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대극장 댄스홀 노래방에서 여흥을 즐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바다의 기운이 고플 땐 언제고 각층의 발코니로 나가면 된다. 끝과 끝이 아득했는데, 하루를 지내니 길눈이 트인다. 저녁 시간, 3층 베스타 식당에서 정찬을 먹었다. 첫날은 분주했으나 둘째 날부터는 인구 밀도가 적당했다. 매일 저녁 선상신문과 함께 정찬 메뉴판이 배달되는데, 미리 음식을 선택하면 편리하다. 정찬이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9층 뷔페에서 식사해도 된다. 2일차 오후에 도착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 간략한 하선 절차를 거쳐 기항지 관광을 시작했다. 3·1운동 직후 항일운동단체인 대한국민의회가 탄생한 곳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러시아 정교회, 독수리 전망대, 혁명 광장 등을 둘러본 뒤 젊음의 거리 인근의 조지아 식당에서 만찬을 즐겼다. 어느덧 다가온 승선 시간. 여권 개수가 맞지 않으면 배가 출발하지 못하므로 시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3일차는 전일 항해하는 날이다. 식당에서 뷔페식 조식을 먹은 뒤 9층 선수에 위치한 우라노 수영장으로 갔다. 투명한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에서 독서를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선상에서는 종일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요가, 라틴 댄스, 발 건강 수업, 냅킨 접기, 신발 던지기 게임이 대표적이다. 미리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을 체크해두면 편리하다. 선상 곳곳에서는 저마다 나름의 추억을 쌓고 있었다. 선수 꼭대기 층 데크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노부부가 보였다. 3층 대극장에서는 공연이 한창이었다. 4일차 오전, 미리 신청한 프로그램에 따라 관광을 시작했다. 삿포로와 오타루 시내를 둘러본 뒤 오타루의 메르헨 과자거리의 오르골당과 르타오 제과점을 방문했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겨울 배경이 잘 알려졌지만, 오타루의 여름도 매력이 철철 넘쳤다. 적극 즐겨야 만족도 높아져 5일차 오전 즈음 닿은 아오모리 항. 배에서 내리자 지역 주민들이 에코백을 나눠주며 환영 인사를 건넨다. 하늘은 청명하고 봄바람은 포근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만개한 사과꽃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선택 관광 일정인 청룡사, 네부타 축제 전시관, 아스팜 물산 센터를 거쳐 도시를 천천히 걸어본다. ‘사과의 도시’답게 건조 사과, 사과 시럽, 사과 슈크림, 사과 젤리 등 제품이 즐비하다. 대부분 상점이 엔화만 취급하므로 환전을 미리 하는 게 좋다. 6일차는 두 번째 전일 해상일. 어버이날이 낀 탓에 승객 대부분이 60, 70대였다. 멋지게 꾸미고 댄스타임 노래타임에 참가하는 어르신들 모습이 보기 좋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가수 신지와 나상도의 콘서트. 매일 오후 10시 3층 대극장에서는 클래식 연주, 테너, 뮤지컬,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부산항에 도착하면서 7일간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여행상품 정보 문의 롯데관광 크루즈팀출발일 1차 출항 10월 8일 : 한·중·일·러 4개국 7박 8일, 인천-상해-나가사키-블라디보스토크-속초2차 출항 10월 15일 : 한·러·일 3개국 5박 6일, 속초-블라디보스토크-사카이미나토-부산블라디보스토크·오타루·아오모리=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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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만 여성 작가 조카 알하르티, 맨부커상 수상…아랍어 작품 최초

    오만의 여성 작가 조카 알하르티(40·왼쪽)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21일(현지시간) 수상했다. 수상작인 ‘천체(Celestial Bodies)’는 식민지 시대 이후 오만에서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아랍어 작품이 맨부커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알하르티는 이 작품을 영어로 옮긴 미국인 번역가 메릴린 부스와 상금 5만 파운드(약 75500만 원)를 절반씩 나눠 갖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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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릴러 여왕이 착해졌다? 정유정 작가 “밝은 주인공이 딱 내 모습”

    “스릴러 작가로 알려졌지만 저, 성장 소설로 데뷔했어요.” 정유정 작가(53)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탁월하게 그린 작품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으로 구성된 ‘악의 3부작’으로 “선이 굵은”, “스릴러에 특화된”, “남성적인”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3년 만에 펴낸 신작 ‘진이, 지니’(은행나무·1만4000원)는 결이 다르다. 선한 본성이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끈다.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 사옥에서 21일 만난 그는 “‘진이, 지니’는 데뷔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와 두 번째 작품 ‘내 심장을 쏴라’에 이은 ‘자유의지 3부작’ 완결편에 가깝다”고 했다. “데뷔 초 작품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의지대로 삶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등장하죠. 이번에는 죽음 직전의 자유 의지를 들여다봤어요.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삶의 태도를 선택하며 배우고 성장합니다.” 주인공은 사육사 이진이와 영장류인 보노보 지니, 그리고 백수 김민주. 교통사고 직후 지니의 몸으로 살게 된 이진이의 나흘간 여정이 판타지 모험극처럼 펼쳐진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도움으로 일본과 독일을 누비며 영장류를 취재했다. “원래 쓰려던 이야기가 따로 있었는데, 버트런드 러셀의 ‘시간의 어떤 순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구절에서 임종 직전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3일간 어머니의 무의식은 어디에 있었나, 인간의 원형인 영장류가 살던 태곳적으로 건너간 건 아닐까…. 뚝딱 플롯이 나왔죠.” 그간 작품의 화자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여성의 목소리를 취하면 개인 감정에 휘둘려 캐릭터 장악이 힘들 것 같았다. ‘진이, 지니’에서 그는 처음으로 자신을 활짝 열어 보였다. “‘세상에 주눅 들지 않는’ 이진이 모녀는 실제 저희 모녀와 싱크로율 90%예요. 성격, 대화 방식, 에피소드를 상당 부분 차용했죠. 제 이야기를 하는 부담이 컸는데, 틀을 깨고 나니 후련합니다.” 뜨거운 이진이와 달리 김민주는 “삶이 시시해지는 병에 걸린” 캐릭터다. 무쇠 같은 이진이와 ‘간장 종지’라 구박받는 김민주는 나흘간 서로를 뜨겁게 겪으며 성장한다. 작가는 “지질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김민주를 좋아한다. 요즘 청년들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꼭 ‘성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삶의 태도를 스스로 결정해 삶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신작 반응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만담꾼+개그우먼’ 버전의 목소리가 살짝 수그러든다. “독자들이 ‘정유정 맛탱이 갔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된단다. 주인공들은 막다른 곳에서 삶의 전성기를 소환한다. 그는 “만담꾼의 이야기를 신나게 친구들에게 전하던 열 살 무렵의 정유정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당시 꼬마와 지금 제 모습이 다르지 않아요. ‘문호’ 이런 거 말고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쓰려고 킥복싱부터 요가까지 하루 3시간씩 운동하며 ‘기름 넣고’ 있답니다.(웃음)”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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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슬링 부부 “잘못된 통계-극적인 처방, 가짜 팩트에 속지 마세요”

    ‘팩트’(사실)라는 용어는 이제 초등학생들도 쓰는 일상어가 됐다. 주장의 확실한 근거라는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팩트로 받아들여지는 거짓이 적지 않다. 올해 3월 국내에 출간된 ‘팩트풀니스’(김영사·1만9800원·사진)는 세상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스웨덴 보건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과 그의 아들 올라 로슬링, 며느리 안나 로슬링. 이들은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무지에 싸운다’는 모토로 2005년 갭마인더재단을 설립해 통계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라와 안나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이들은 공동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한스는 2017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세상의 무지를 통계로 측정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지는 공중보건의로서 아프리카 극빈층 지역에서 일했다. 그 과정에서 경제발전, 농업, 가난, 건강 사이의 연관 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정확한 인식이 올바른 도움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에는 모든 것을 둘로 나누는 ‘간극 본능’, 세상은 점점 나빠진다고 여기는 ‘부정 본능’ 등 10개 본능이 등장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한국을 포함해 14개국 1만20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뒤 이 거대한 오해를 10개의 본능으로 체계화했다. 2013년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매년 데이터를 추가하고 있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현실 인식은 올바른 결정으로 이어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바쁜 현대인은 그 흐름을 따라잡을 시간이 부족하다. 잘못된 통계에 사람들이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사건이 터지면 해답을 찾기 급급했고(다급함 본능), 통계를 읽을 때 상대적 크기를 간과하곤(크기 본능) 했다. 책을 읽으며 10가지 본능에서 벗어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다급함 본능에 맞서는 건 정말 힘들다. 눈앞의 해결책에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책에는 각 본능을 이겨내기 위한 경험 법칙이 담겨 있다. ‘악당을 찾지 말고 원인을 찾아라’, ‘극적 조치를 경계하라’ 등 법칙을 습관화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극적인 세계관이 널리 퍼진 데에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실제 사건보다 극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낸다. 언론인들은 특히 팩트풀니스의 경험법칙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뉴스 하단에 문맥과 통계를 추가했으면 한다.” ―통계에 친숙해질 방법이 있을까. “갭마인더 홈페이지에는 인구, 소득 수준, 쇠고기 생산량 등 각종 지역별 통계가 올라와 있다. 책에 제시한 법칙에 따라 통계를 읽는 연습을 하길 권한다.” ―책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책들은 진지한 사안을 가볍게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오직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담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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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조선 여성들이 이끌던 ‘대소설’ 시대 되살리고 싶었다”

    1700년대 후반, 책벌레들 사이에서 ‘대소설’이 크게 유행했다. 지금으로 치면 10권 이상의 방대한 분량에, 특정 시대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가리지 않고 다루지만, 특히 가정사를 깊게 파고든다. 남녀가 모든 면에서 유별하던 시대. 놀랍게도 대소설을 쓰고 즐기던 이들은 여성이었다. 잦은 전쟁으로 남성이 부재한 상황이 재능 있는 여성들을 이야기의 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1800년대를 지나 개화기를 거치며 대소설의 맥이 뚝 끊긴다. 소설가 김탁환(51)의 신작 장편 ‘대소설의 시대 1·2’(민음사)는 잊혀진 여성 소설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출발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개화기 이후 애국과 계몽을 강조한 소설이 주도권을 쥐면서 대소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작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실제 작품 제목으로 목차를 구성했다”고 했다. 배경은 1700년대 후반 정조 시대. 화제의 대소설 ‘산해인연록’과 저자 임두에 얽힌 사건을 추리기법으로 다룬다. 박제가 이덕무 등 당대 지식인 집단인 백탑파를 다룬 ‘백탑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 시리즈 단골 주인공인 김진과 작가의 페르소나인 이명방이 사건을 풀어나가지만, 필사 궁녀와 궁중 여성들의 이야기가 메인에 가깝다. 역사 소설, 사회파 소설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 뜻깊다. 학자로서의 길과 소설가의 삶 모두를 대변하는 ‘인생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는 “‘조선 후기 한글 장편소설’을 전공하던 박사 과정 때 첫 역사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당시 그토록 나를 괴롭히던 대소설 덕분에 장편 작가의 근력이 돋았다”고 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더 멋진 이야기를 향한 열망으로 움직인다. 낮엔 교수로, 밤엔 작가로 살던 그가 전업 작가를 택한 것도 오롯이 이야기의 마력에 이끌려서다. 사표를 낸 건 “인생 최고의 한 수”였다. “역사 소설을 쓰면 두 개의 시대에 머무르는데, 시대의 간극이 주는 긴장과 희열이 엄청납니다. 독자가 그런 마음을 느끼고 잠시 인생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작가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죠.” 이순신, 황진이, 허균 등 그는 굵직한 역사적 인물을 작품에서 다뤘다. ‘주먹을 쥐고 걸을까 펴고 걸을까. 어떤 반찬부터 집을까….’ 시대와 인물을 통째로 소화한 뒤 인물에 빙의해야 비로소 글이 나온다고 한다. “한 사람을 1000번 이상 생각해야만 ‘메소드 연기’가 가능해요. 가장 힘들었던 인물은 황진이예요. 성별부터 기질까지 저와 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보니 ‘접신’이 힘들었죠.” 소설, 특히 장편 소설은 근육으로 쓰는 장르라고 말한다. 오노레 드 발자크, 스티븐 킹 등 말년까지 왕성하게 활동한 작가들을 탐구한 끝에 얻은 결론은 “인생은 단순하게, 소설은 복잡하게”. “소설에는 무섭게 몰입하되 일상에선 심각해지지 않습니다. 70대까지 백탑파를 비롯해 역사 속 인물들과 뛰놀아야 하니까요.”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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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중앙 중·고등학교 교우회, 제32회 ‘자랑스러운 중앙인’ 선정

    서울 중앙중고등학교 교우회(회장 박찬종 현대해상 대표이사)는 16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서 상임이사회를 열고 제32회 ‘자랑스러운 중앙인’을 선정했다. 수상자는 김한곤 전 충청남도지사(85),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66), 정덕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61) 등 3명이다. 김한곤 전 지사는 1961년에 국토건설 본부(경제기획원 전신)에서 공직을 시작해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종합제철 건설, 소양강 다목적 댐 건설 등을 주도했다. 또한 농수산부 차관으로 근무하면서 농어촌 인력의 전문화와 기계화 사업 및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에 힘썼다. 이민화 이사장은 한국 최초의 벤처 기업인 ㈜메디슨을 설립, 세계적 의료기기 회사로 성장시켜 한국 의료 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또한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기업호민관(차관급)으로 기업의 규제 개혁을 주도했다. 정덕균 교수는 고속 디지털 회로설계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연구자로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바탕으로 집적회로를 실용화함으로써 새로운 디지털 제품의 기반을 제공했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및 음향 신호 동시 전송방식을 개발해 국제산업표준인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로 인정받았으며, HDMI는 평판 디스플레이에 표준 인터페이스로 채택돼 현재까지 570여개 회사의 6억여 개의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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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 로저스 “日→싱가포르→中… 이젠 한국의 시대”

    “앞으로 10, 20년간은 한국, 북한의 통일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알려진 짐 로저스(76·사진)가 6년 만에 출간한 신작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살림·1만6000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5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40년 사이에는 싱가포르였고 30년 동안은 중국이었다. 통일 이후 한반도는 멋지고 활기찬 땅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책은 올해 1월 일본에서 출간된 ‘돈의 흐름으로 읽는 일본과 세계의 미래’를 번역한 것이다. 로저스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돈과 역사의 흐름을 통찰한 뒤 투자의 미래를 제시한다. “통일 이후 북한 지역은 두 자릿수가 넘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며 한반도는 10, 20년 사이에 투자자에게 가장 주목 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을 통일에서 찾은 대목도 흥미롭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와 혁신이라는 두 개의 중심축을 기반으로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심히 의문”이라며 “청년들이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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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혜영 작가 “미숙하고 인간관계 서툰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관한 이야기”

    “과민한 사람이나 비관적인 사람, 방어적인 사람을 대할 때 지명은 비판하기보다는 동정했다. 그래야 관계가 원만해졌다.”(‘개의 밤’) “(남편은) 변명이나 해명을 하는 대신 내가 무엇을 알아챘는지 살피려고 주시하고 눈치를 본다.”(‘잔디’) 소설가 편혜영(47)이 신작 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사진)로 돌아왔다. 다섯 번째 소설집이자 열 번째 책이다. 6년 만에 출간한 책에는 2014∼2018년에 쓴 ‘소년이로’ ‘식물 애호’ ‘개의 밤’ 등 8편이 실렸다. 생의 비극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심리와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미숙한 어른과 흔한 속물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약자를 외면합니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약자를 갈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자를 외면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후자에 가깝지요. 이들은 자기기만과 속물성 뒤에 숨어서 도덕적 수치를 편하게 여깁니다.” ―등장 인물 가운데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우리가 나란히’에 나오는 ‘우지’에게 애정을 느낍니다. 친구를 보내줘야 할 때와 다시 찾아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그러면서도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어서 마음에 남습니다.” ―자신과 가장 닮은 인물이 있나요? “용납할 수 없는 사실을 기를 쓰고 이해해보려 하는 ‘잔디’ 속 ‘나’, ‘개의 밤’에 나오는 소심하고 비겁한 ‘지명’, 적막과 고요를 동경하는 ‘소년이로’의 소진이 저와 조금씩 닮았습니다.” ―장편소설 ‘홀’의 모티브가 된 ‘식물 애호’도 인상 깊었습니다. “단편을 쓰고 나서도 등장인물에 대한 잔상이 많이 남았습니다. 더 좋은 이야기도 떠올랐고요. 단편을 장편으로 고치는 일이 처음이었는데도, 한순간에 몰입해 써내려갔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미세한 오해와 서운함을 덮고 이어가는 관계가 많습니다. “바람직한 관계는 힘과 계급에 영향받지 않는 ‘균형’과 ‘존중’(자기존중 포함) 위에 싹튼다고 생각합니다. 봄날의 지열처럼 미지근한 일상을 가감 없이 나누면서 서로 노력할 수 있다면(‘잔디’)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요즘 노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올해는 두어 편의 단편을 좀 더 쓰고, 내년에는 긴 이야기를 만나보려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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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벤져스4’ 벌써 2조원 수익… 제작비의 5배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이 역대 최단 기간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어벤져스4는 개봉 11일째인 4일 오후 7시 30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넘었다고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밝혔다. 이로써 이 작품은 ‘명량’(2014년)의 12일째 기록을 깨는 동시에, 국내에서 24번째로 ‘1000만 영화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000만 고지를 넘은 뒤에도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영진위 실시간 예매 관객 수가 60만 명을 넘고 예매율은 약 75%에 이른다. 국내 개봉한 외화 가운데 흥행 1위인 ‘아바타’(2009년·약 1348만 명)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는 2014년 개봉한 ‘명량’(약 1762만 명)이다. 흥행 수익도 역사를 쓰고 있다. 4일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개봉 9일 만에 제작비 3억5600만 달러(약 4165억 원)의 5.3배에 이르는 19억1453만 달러(약 2조2400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고 흥행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기록 20억 달러를 깰 것이 확실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어벤져스4가 2009년 27억9000만 달러(약 3조2643억 원)를 벌어들인 영화 ‘아바타’를 제치고 흥행 수익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중국에서 역대 외화 최초로 누적 수익 30억 위안(약 5202억 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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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보다 비타민!” 키즈돌을 아십니까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대로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며 웃었다. ○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 데 100명 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서너 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래 공감 노래…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 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의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 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 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배운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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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돌을 아시나요? “유초딩 사이에선 방탄소년단보다 더 인기”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런데 비타민은 일반 아이돌과는 다른 점이 있다. 2015년 데뷔 당시 나이가 7~11세. 일명 ‘키즈돌(키즈+아이돌)’이다. 요즘 키즈돌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사이에서 말 그래도 우상(아이돌)이다. 약 5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었는데, ‘비타민’ ‘리치걸’ ‘유쏘걸’ 등 팬덤까지 형성한 키즈돌이 부쩍 늘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 김상미 씨(40·여)도 “9세 아이가 방탄소년단보다 비타민을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열혈 팬에 해외공연 요청까지 들어오는 슈퍼스타 특히 비타민은 인기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톱 키즈돌’. 지금까지 디지털 싱글 9곡을 냈는데, 지난해 발표한 노래 ‘쎄쎄쎄’는 유튜브 조회수가 약 300만 건에 이른다. 레고 사와 협업한 ‘레고 프렌즈 하트송’은 조회수가 무려 약 500만 건. 소속사인 ‘클레버TV’의 유용진 대표는 “1년 전만 해도 빈 좌석이 꽤 됐는데, 요즘은 정원의 2배 이상이 몰린다”고 했다. 키즈돌은 2000년대 초 ‘선구자’ 격인 그룹 ‘량현량하’를 시작으로 ‘7공주’ 등 1세대를 거쳐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급증하며 인기가 대폭발했다. ‘유쏘걸’, ‘영기스트’를 기획한 정병석 스타캐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춤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키즈돌의 시장성이 확인됐다. 해마다 구독자가 2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역시 이들의 주무대는 SNS다. 춤이나 노래, 뮤직비디오 영상만 올리는 게 아니다. ‘방학 일상’ ‘인싸(인사이더) 패션 꿀팁’ 등 생활형 콘텐츠도 인기다. 슬라임(액체괴물)이나 과자를 싸들고 찾아오는 열혈 팬도 적지 않다. 몇몇 키즈돌 그룹은 중국 등 해외에서 공연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 또래에겐 키즈돌 오디션도 화제다. 지난달 키즈돌 ‘블루민트’에 참여할 멤버 8명을 뽑는데, 100명이상 몰렸다. 현장에는 갓 유아기를 지난 4세 아동부터 지방에서 온 지원자까지 있었다. 소속사 STC에이전시 관계자는 “오디션에 합격하면 2~6개월 동안 주말을 이용해 3~4시간씩 트레이닝을 받는다”며 “기존 아이돌처럼 절박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또래 공감 노래로 인기…선의의 피해자 없게 주의 키즈돌은 나이만 아이돌과 다른 게 아니다. 노래나 스타일도 차별을 뒀다. 종종 춤이나 의상으로 선정성 논란을 겪을 일은 애당초 피한다. ‘나이 대’에 맞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지루해, 지루해. 빙글빙글 쳇바퀴 돌아가듯 살아 따분해, 따분해.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공부만 해”(비타민 ‘쎄쎄쎄’에서) 노래 내용은 아무래도 순수하고 단순하다. 우정이나 풋사랑, 공부스트레스 등 그들이 공감할 고민을 담는다. 반면 멤버들이 각각 노래나 춤, 외모 담당이 있는 건 기존 아이돌 공식을 따랐다. 그룹 콘셉트도 ‘걸크러쉬’나 ‘귀여움’ 등 다양한 편. 초등생에게 방송 댄스를 가르치는 박소라 강사는 “선정적인 아이돌 가사는 불편해 키즈돌 노래를 주로 튼다”며 “멜로디는 아이돌 수준인데 아이들 관심사를 건전하게 다뤄 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인성교육도 중요시한다. ‘블루민트’의 6주 트레이닝 커리큘럼에는 인문학 수업도 있다. 대학 교수를 초빙해 고전 등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기도 한다. 기획사는 “최근 연예인 사건사고가 많아 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고 했다. 키즈돌은 언제까지 활동할까. 보통 중학생이 되면 ‘졸업’이란 형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 ‘비타민’도 현재까지 졸업생 11명을 배출했다. 떠난 멤버들은 학업에 집중하거나 성인 기획사에서 모셔가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앞으로 키즈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이나 경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핑크빛 기류만 흐르는 건 아니다. 데뷔한지 1년도 안 돼 시장에서 사라진 키즈돌도 부지기수다. 일부 소속사가 제작비용을 부모에게 떠넘겨 갈등을 빚는 사건도 벌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속사라고 간판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학원수강생을 모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귀띔했다. 9세 아들을 둔 이승진 씨(39)도 “SNS 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월 100만 원의 수강료를 요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유년기에는 가족 친구와 어울리면서 사회화를 겪는다. 지나친 스케줄과 대중의 관심으로 성장 과정이 왜곡되지 않도록 선을 지키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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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나무처럼 뿌리 깊은 출판계 거목의 40년

    책과 나무의 바퀴로 굴러온 출판계 거목의 40년 여정을 담았다. 스무 살 청년 무렵부터 오늘날까지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의 뜨거운 대장정이 펼쳐진다. 고려대 법대 시절 조 회장은 지하신문 기자로 활동하다 수배자 신분이 된다. 졸업 후 취업이 여의치 않자 출판계로 눈을 돌린다. 기자와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살피며 언론 서적을 주로 출판했다. 1979년 이후 펴낸 책이 3500권에 이른다. 시대가 바뀌고 친구들은 하나둘 사회 주축으로 성장했다. 의지와 별개로 유혹적인 상황이 빈번해지자 그는 나무로 눈을 돌린다. 2008년 20만 평 나남수목원을 만들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나무는 자신을 지킬 출구이자 유혹적 상황을 헤쳐 나갈 돌파구였다.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작가와 호흡한 뒷이야기는 그 자체로 문화사적 기록이다. 출판의 길에서 만난 조지훈 이청준 리영희 박경리 등의 추억담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남출판의 사훈은 ‘나남의 책은 쉽게 팔리지 않고, 오래 팔립니다’. 박경리의 소설로 얻은 수익으로 사회과학 서적을 펴내는 ‘착한 출판’을 지향한다. 책을 읽다 보면 나남에서 펴낸 대표 책들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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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희 교수 10주기 ‘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 되기를’

    “이렇게 많은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전생에 난 ‘그 무언가 좋은 일’만 많이 하는 천사였는지….”(2007년 1월 18일 동아일보 칼럼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 보라’에서) 2009년 5월 9일 시대를 대표하던 산문가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 교수는 선천적 장애와 암 투병에도 긍정의 기운을 잃지 않았다. ‘네가 누리는…’에서 그는 신체장애를 천형(天刑)으로 내모는 사회의 시선을 “나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이 멋진 세상에 사는 축복을 누리며 살아간다.…내 삶은 ‘천형’은커녕 ‘천혜(天惠)’의 삶”이라고 했다. 생전 고인을 사랑했던 이들은 그를 어떻게 기억할까. 타계 10주기를 맞아 ‘내가 기억하는 장영희와 그의 문장’을 그들의 목소리로 정리했다.‘희망은 우리 곁의 한 마리 새’○ 이해인 수녀 그의 글은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 실린 문장 2개를 소개합니다. “희망은 우리 곁에 앉아 있는 한 마리 새와 같습니다. 행복하고 기쁠 때는 잊고 살지만, 마음이 아플 때, 절망할 때, 어느덧 곁에 와 손을 잡습니다.” “해야 할 수많은 ‘좋은 일’ 중에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택하는 것은 아름답습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치유할 수 있고 그 일에 내 나머지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아름답습니다.”문장 하나하나에 진솔한 감동이…○ 신수정 서울대 총동창회장(음대 명예교수)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은 뒤 강렬한 감동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전에도 이후에도 그의 문장만큼 진솔한 글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장 교수는 늘 자상하고 사랑이 넘쳤습니다. 병상에서 “음식을 목에 넘길 때 칼로 목을 베는 것 같아”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을 만큼 긍정적이었지요. 이런 성품이 문장에 녹아들어 진솔한 감동을 주는 거라 믿습니다.아픈 이웃에 문학의 힘 주고 떠나○ 김승희 시인(서강대 국문과 명예교수)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내가 ‘살아온 기적’이 당신이 ‘살아갈 기적’이 되기를.”(‘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는 자투리땅에 꽃씨를 심고선 목발로 흙을 덮던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생기를 몰아 타인의 삶에 생명의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힘든 삶을 ‘문학의 힘’에 의지해 이겨왔듯, 아픈 이웃에게 찬란한 ‘문학의 힘’을 심어주고 떠난 사람이었습니다. ‘짝사랑이 쌓이면 분명한 응답이’○ 류해욱 신부 “…오랜 세월 짝사랑이 쌓이면 분명 그 사랑에는 응답이 있습니다.”(‘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장 교수는 무섭도록 짝사랑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 분명한 응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10년을 그녀를 못 잊는 것입니다. ‘어떻게…’는 그의 문학 강의를 정리한 책입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넘어져도 일어서기 거듭한 그 용기○ 정여울 문학평론가 “남보다 조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에 좀 더 자주 넘어졌고, 그래서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 이미 넘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얼마나 뼈가 시리도록 아팠을까. 눈물이 바다를 이루도록 서러웠을까. 그러다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믿으며 일어났던 선생의 용기를 배우고, 기리고, 마침내 닮고 싶어집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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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은 교수 “언어는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 강압적 교육은 되레 공포심만 안겨”

    “유아기에 모국어처럼 영어를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럴듯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여덟 살, 열 살 딸을 둔 엄마다.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에 서툰 한국인 베이비시터가 세 살까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우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우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에서 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영어책을 읽도록 하려면 영어를 친숙하게 느껴야 한다. 이른바 ‘영어 노출’인데, DVD·CD만 틀어주는 건 상황별 언어로 남을 뿐 내재화되진 않는다. 조 교수는 “자녀와 만화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로 연극을 하거나 해당 책을 읽어도 된다”고 했다. “일곱 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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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어 자체에 ‘공포심’ 느낄 수도…영어 교육이 어려운 이유는?

    “유아기에 모국어처럼 영어를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실력이 비슷해진다”…. 영어 교육은 어렵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그럼직하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말을 배우는 걸까. 최근 ‘언어의 아이들’(사이언스북스·1만8500원)을 펴낸 조지은 옥스퍼드대 동아시아학부 교수를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아이들이 매일 아침 대화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엄마의 마음으로 본 자녀의 언어 관찰·연구 과정을 담았습니다.” 조 교수는 언어학자이자 8살 10살 딸을 둔 엄마다.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 영어에 서툰 한국인 베이비시터가 3살까지 주 양육자로 아이들을 돌본 덕분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체득했다. “국제 가정의 경우 60개월 전에 엄마(또는 아빠)의 언어를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후엔 자의식이 생겨 거부할 수 있거든요. 두 개의 언어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갑니다.” 국제 가정과 같은 언어 환경을 제공하는 영어 유치원은 어떨까. 조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독이 될 수도,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언어는 즐거운 환경에서 ‘노출’과 ‘필요’에 의해 습득되는데, 낯선 외국인과 엄격한 규율로 심리가 위축되면 언어 자체에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험을 통해 성과물을 유도하는 학습식 영어 유치원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교육 카페에는 아이가 영어 유치원 1년 만에 초·중·고 12년 간 배운 자신의 영어실력을 능가하는 ‘간증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 교수는 시험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외는 것은 ‘이해의 단어’를 쌓는 것과 동떨어진 행위로, 영어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본다. “훈련을 통해 단어나 문장을 달달 외는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중요한 건 평소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차곡차곡 쌓이는 ‘이해의 단어’입니다. 6세~8세 사이의 독서가 이해의 단어를 비롯한 언어 능력을 결정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영어책을 읽도록 하려면 영어를 친숙하게 느껴야 한다. 이른바 ‘영어 노출’인데, DVD·CD만 틀어주는 건 상황별 언어로 남을 뿐 내재화되진 않는다. 조 교수는 “자녀와 만화 내용에 대해 교감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어로 연극을 하거나 해당 책을 읽어도 된다”고 했다. “7살 무렵 노래 등으로 파닉스를 익히고 독서로 넘어가길 권합니다. 책 내용이 흥미롭다면 스스로 읽으면서 문법을 깨칠 겁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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