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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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화 일반44%
건강23%
교육20%
학술7%
경제일반3%
문학/출판3%
  • [책의 향기]‘알아야 사는 시대’의 현명한 지식 활용법

    지식 포화 시대. 아는 건 쌓여 가는데 자꾸만 초조해진다. 내가 아는 게 맞는지, 남들보다 지식이 부족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반 지식커뮤니티 ‘뤄지쓰웨이(羅輯思維)’의 대표인 저자는 지식의 쓸모에서 해법을 찾는다. 지식을 꿰어 인지력을 높이면 지식의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5개 장에서 지식의 실전 활용법이 펼쳐진다. 1장에서는 변화의 의미에 주목한다. 수박을 고무줄로 터뜨리는 모습, 별다를 것 없는 열차 안 풍경…. 언제부턴가 대중은 이상한 영상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냥 지나칠 법한 현상에서 중국 투자자 장취안링은 “요즘 대중은 단순한 재미를 추구한다”는 흐름을 읽어낸다. 이러한 혜안은 절호의 투자 기회로 이어진다. 인류사를 뒤흔든 변화는 어떻게 탄생할까.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은 개인의 명석함과 별개로 시대에 빚을 졌다. 저자에 따르면 “(그 시대에) 우주, 미세한 생물, 수평 공간에 대한 시야가 갑자기 열리면서 과학적 방법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 것”이다. 2장에서는 경제학의 중요성을 살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의 사례를 다수 소개하며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면 직관으로 점철된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단언한다. 3장에서는 혁신을 탐구한다. 혁신은 천재가 아닌 사소한 발견에서 싹을 틔우는 경우가 많았다. 세균 감염을 막는 손 씻기처럼 “별것 아니지만 끈기 있게 실천해 나가다 보니 궁극에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 것”이 적지 않다. 4장과 5장에는 각각 ‘비즈니스적 사고 기르기’, ‘이 세상은 좋아질까?’라는 제목이 달렸다. 변화무쌍한 대륙 콘텐츠업계 지식왕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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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퍼 들고 ‘찰칵’… 풍경 스케치 ‘쓱쓱’… 타투로 기분 ‘업!’

    같은 곳에서 같은 밥을 먹고 다니는데 여행지에서 유독 빛나는 사람이 있다. 이른바 ‘여행 간지’다. 차곡차곡 쌓여 풍기는 테 같은 거라 쉽게 흉내 내기 힘들지만 방법이 없진 않다. 단기간에 ‘여행꾼’으로 변신시켜줄 마법 아이템을 소개한다. ○ “느낌 있게 찰칵” 여행 토퍼 “작은 투자로 기분을 팡팡 띄워줘요.” 20대 직장인 한선주 씨는 여행지마다 토퍼(Topper)를 꼭 챙겨 다닌다. 지난해 중순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에 반해 토퍼에 입문했다. 그는 “여행 사진에 토퍼를 끼워 넣으면 여행에 대한 정보도 되고 느낌도 살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여행 토퍼란 기념 문구나 그림을 오려 만든 종이. 들고 다니며 여행 기분을 돋우다가 사진을 찍을 때 액자처럼 끼워 쓴다. ‘다낭 호이안 부부여행 중’ ‘사랑하는 김복동 여사님 칠순 여행 중’처럼 여행 장소와 의미를 새겨서 제작한다. 2, 3년 전 처음 등장했지만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토퍼 제작업체인 ‘오늘토퍼’의 김상희 대표는 “1년 만에 판매량이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제작업체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토퍼 디자인도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단순히 글자를 새겨 제작하던 초반 디자인은 구시대 유물이 됐다. 사진과 화려한 디자인은 기본. 유행어나 좋아하는 시 구절을 넣거나 꽃, 사탕, 구슬 등 장식물을 붙여 개성을 표현한다. 가격은 기본 디자인은 5000원, 맞춤형 제품은 1만5000원 선이다. 토퍼가 유행하면서 기계를 들여 직접 만드는 이도 늘고 있다. 30대 후반 직장인 엄모 씨는 “칼로 종이를 오려 토퍼를 만들다가 (힘든 작업 때문에) 혈압이 올라서 기계를 샀다. 실력이 쌓이면 판매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계 가격은 브랜드별로 다르지만 A4 전용 기계 기준으로 20만∼30만 원 선이다. 토퍼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자사 정체성을 새긴 토퍼를 나눠주거나 아이돌 팬클럽에서 토퍼를 제작해 콘서트 인증샷을 찍는 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퍼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라며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전성기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 “오래 머물며 관찰” 어번 스케치 “먹다 남은 삼겹살도 그리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도 그려요. 느낌 좋은 카페 풍경도 그리죠.” 직장인 이성은 씨(29)는 2년째 어번 스케치(Urban Sketch) 수업을 듣고 있다. 어번 스케치란 야외 풍경, 특히 여행지 풍경 그리기를 뜻한다. 그는 “볼펜과 작은 고체 물감을 들고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엽서에 그리곤 한다”며 “그림일기를 쓰는 느낌이라 여행지의 기억이 훨씬 더 오래 남는다”고 했다. 최근 어번 스케치에 매료됐다는 40대 김모 씨는 “사진을 고르고 골라 SNS에 올리는 작업이 언제부턴가 노동으로 느껴졌다”며 “한 군데에서 천천히, 그리고 사색하는 과정이 좋아 사진 대신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어번 스케치는 지난해 여름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행드로잉 작가 정승빈 씨에 따르면 1년 전부터 거의 모든 화실에서 어번 스케치 수업을 개설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시장이 성장했다. 수강생은 20, 30대 여성이 70% 이상이며 최근에는 은퇴한 50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정 씨는 “그림을 그리려면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며 “같은 곳을 여러 번 갈 정도로 여행이 보편화되다 보니 한곳을 깊이 봐야 하는 어번 스케치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이종) 같은 책으로 연습하는 독학족도 늘고 있다. 느긋할 땐 느긋한 대로, 급할 땐 급한 대로 여행 당시의 느낌을 담아 그리는 것이 포인트다. ○ “자유로운 여행 기분 쑥” 여행 타투 여행지의 랜드마크, 비행기 창문, 세계지도…. 여행 전후에 타투를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타투는 물론 질 좋은 판박이 격인 인스턴트 타투로 여행 기분을 돋운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도 타투로 여행의 추억을 몸에 새긴다. 이솝 타투이스트는 “태연 현아 등 연예인들의 타투 사진이 널리 알려지면서 여행을 계기로 타투를 결심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처음에는 귀 뒤, 발목, 손목 등에 작은 크기로 타투를 새기는 게 보통이다. 인스턴트 타투는 스티커 형식이어서 수일 내에 제거할 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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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KBS

    ◇KBS △비서실장 하석필 ▽인적자원실 △인사기획부장 전영환 △인사운영〃 김성일 △인재개발원장 조성용 △심의실 심의부장 정병권 ▽시청자센터 △시청자서비스부장 예미란 △시청자사업〃 이정호 △시청자미디어〃 최용수 △지역정책실 지역혁신부장 김종환 ▽전략기획실 전략기획국 △전략기획부장 강성훈 △PSM전략〃 김강훈 △계열사협력〃 강윤규 △예산국 예산부장 허주기 ▽대외협력국 △대외협력부장 박태서 △커뮤니케이션〃 황상길 △국제협력〃 정제혁 △미디어기술연구소 미디어기술연구부장 이만규 ▽편성본부 편성전략국 △편성전략부장 한경택 △편성조사〃 이정환 △편성운영〃 이정묵 △브랜드기획〃 나원식 ▽편성국 △1TV편성부장 홍진표 △2TV〃 예경옥 △편성제작부장 이병용 ▽디지털미디어국 △디지털미디어기획부장 김창회 △디지털서비스운영〃 이광진 △디지털플랫폼개발〃 선영진 △콘텐츠아카이브〃 유용준 ▽국제방송국 △TV국제방송부장 금동설 △R〃 최수아 ▽아나운서실 △아나운서1부장 김태규 △아나운서2〃 김홍성 △한국어연구〃 정세진 △영상제작국 총감독 이학수 허정 박진형 김승환 △보도본부 보도운영부장 이병기 ▽제작1본부 △제작기획1부장 이재오 △제작운영〃 손재오 △시사교양1국 CP 이제헌 최인성 이상헌 △시사교양2국 〃 이내규 김형운 양홍선 ▽협력제작국 △협력제작1부장 고정훈 △협력제작2〃 최재복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100주년방송단 3.1운동및임정100주년방송부장 김호상 △▽라디오센터 라디오편성기획국 △라디오기획부장 신원섭 △라디오편성〃 정일서 △디지털오디오〃 민일홍 △2FM〃 김홍철 ▽제작1본부 라디오센터 △2라디오부장 박영심 △1FM〃 이연희 △한민족방송〃 오순화 ▽제작2본부 △제작기획2부장 정연수 △콘텐츠프로모션〃 조성훈 △예능센터 CP 권용택 이황선 최재형 김광수 △예능사업부장 제태규 ▽콘텐츠사업국 △콘텐츠사업부장 신승원 △플랫폼사업〃 이석진 △지식재산권〃 양창훈 ▽광고국 △광고기획부장 신철균 △광고마케팅〃 김재윤 ▽드라마센터 △CP 황의경 이건준 배경수 강병택 △드라마사업부장 신경균 ▽기술본부 △기술관리국 기술기획부장 이택순 △〃 기술운영부장 이덕재 △〃 장비관리부장 박철배 △미디어인프라국 제작시설부장 이승호 △〃 송신시설 전성상 △〃 시스템구축부장 구기현 △방송네트워크국 네트워크운영부장 조용수 △〃 수신기술지원부장 김준호 ▽기술본부 송신소장 △소래 이강배 △남산 문창환 △관악산 강남욱 △김제 김종호 △당진 장환영 △방송네트워크국 화성송신소장 용순문 △미디어송출부장 한대복 ▽제작기술센터 △후반제작부장 오종연 △TV기술국 총감독 최종철 황인주 김창길 박경현 △보도기술국 총감독 신현욱 최인대 △중계기술국 총감독 염정동 이진식 △라디오기술국 총감독 백종업 황구연 ▽경영본부 경영관리국 △총무부장 최관호 △재무〃 박진웅 △구매〃 황종수 △후생〃 박성주 ▽수신료국 △수신료기획부장 최인섭 △수신료운영〃 서현희 ▽수신료국 사업지사장 △강북 차청문 △강남 이재덕 △인천 김수자 △경기남부 장재영 △〃동부 김규호 △〃북부 문희세 ▽경영정보국 △경영정보부장 정창기 △정보인프라〃 김경범 △자산운용국 자산개발부장 이진관 ▽시설관리국 △건축기전부장 김재수 △전력운영〃 이대국 △시설관리〃 강경철 △안전관리실장 한운호 ▽방송총국 총무국장 △부산 이학상 △창원 김종일 △대구 이종선 △광주 김의석 △전주 유창호 △대전 김진규 △청주 이정한 △춘천 고인재 △제주 임관홍 이설기자 snow@donga.com}

    •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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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시란, 쉬우면서도 깊고 따뜻한 詩”

    여덟 번째 시집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1만 원)가 출간된 다음 날, 곽재구 시인은 훌쩍 인도로 떠났다. 15일 전화로 만난 그는 “많은 이들이 봐줬으면 하는 욕심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멀리 떠났다. 탈고된 시집을 보고 눈물이 흐르기에, 이걸로 됐다 싶었다”고 했다. “제 글에 눈물 흘리긴 동화 ‘아기참새 찌꾸’(2001년) 이후 두 번째예요. 순수하게 작품과 교감했다는 뜻이기에 홀가분하게 인도로 간 겁니다. 물론 많은 이에게 시가 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요. 의식적으로 ‘한 사람이면 충분하고, 두 사람이면 행복이요, 백 명이면 위대한 일이다’ 생각합니다.” ‘눈물을 사랑할 수 없지만/생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은 없어/배낭여행자는 풀밭에 앉아/하얀 신발의 자주색 끈을 묶지’(배낭여행자) 시집엔 최근 3년간 쓴 시가 담겼다. 집 근처 샛강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 흐르는 강과 징검다리, 물고기, 꽃, 새소리와 교감하며 영근 단상의 정수만 솎았다. 생경한 단어나 꼬인 문장 없이 쉽게 읽히는데 따스하고 여운이 길다. 그는 “바보같이 착한 시”라고 했다. ‘두 손을 모아 강물을 받아요/그 물로 얼굴을 비벼요/물고기 냄새와 달빛 냄새가 나네요/아침 해가 강물에게 들려준 얘기를 느낄 수 있어요’(세수) “좋은 시는 쉬운데 깊고 따뜻한 느낌을 줘요. 그런 시를 쓰기 위해 맹렬히 노력했습니다. 지난 3년간 좋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이웃들이 어여뻐서 시집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이웃이자 국민에게 건네는 일종의 ‘헌시’라는 설명. 시집에 산문을 추가한 것도 시를 친절히 설명하고 싶어서였다. ‘ㄱ’ ‘ㄴ’…‘ㅡ’ ‘ㅣ’…. 한글 자모를 제목으로 단 조각글에는 시에 대한 설명과 윤동주 백석 정지용 같은 시인을 흠모하던 시인의 유년 시절까지 담겼다. 그가 사랑하는 두 가지는 시와 인도. 지난 20년간 1000일 이상 머문 인도는 그에게 생명수와 같다. 인도의 불결하고 가혹하고 뜨거운 기운은 그에게 삶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인터뷰 말미, 그가 “산문에서 윤동주 백석 정지용을 언급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최근 나오는 시집은 거의 다 보는데, 하나같이 시들이 난해해요. 위 시인들은 달라요. 쉬운 시로 순연한 감동을 주죠. 시에 대한 애정으로 건네는 유연한 회초리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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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일상의 중력 떨치고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꿈과 일상 사이에서 갈팡거리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같은 일을 하는 이들 간 흔한 시기와 흠모를 다룬다. 월급쟁이로 살든, 꿈을 좇아 살든, 지나고 보면 그저 아름다운 꽃시절을 다독인다. 권기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중력’은 일상의 중력을 떨쳐내려는 이들을 내세운다. 2006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한국인 최초 우주인 선발 대회를 소재로 택했다. 어쩔 수 없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른다. 소설이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와 더 술술 읽힌다. 어린 시절 과학 잡지에서 본 화성 사진에 매료된 이진우. 소년의 가슴에는 인장처럼 우주인의 꿈이 새겨진다. 꿈은 꿈일 뿐, 현재 그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최하의 인사 고과로 궁지에 내몰린 직장인. 딴짓한다며 쏟아지는 눈총에 질세라 우주인 선발 테스트에 온 힘을 쏟는다. 또 다른 주인공 김태우. 두 사람은 한눈에 서로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임을 알아본다. 둘은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다. 이진우는 꿈을 접은 채 안분지족해온 반면 김태우는 걸어온 모든 길이 우주인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선망하는 우주인도 암스트롱과 올드린으로 각각 다르다. “사실 암스트롱은 미안했던 거예요. …그래서 (인간적인) 암스트롱을 좋아해요.”(이진우) “(버즈 올드린은) 좀 이기적이고 지기 싫어했지요. 하지만 다들 그러지 않았을까요? 매일 경쟁인데.”(김태우) 꿈을 쟁취할 단 하나의 티켓. 두 사람을 비롯해 유일한 여성 후보 김유진, 심리학도 출신의 사업가 정우성이 ‘어울리며 경쟁하는’ 상황은 피를 말린다. 생업을 포기하고 날아온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승리와 패배, 고매함과 천박함, 우정과 배반 사이를 하루 열두 번씩 오간다. 설상가상, 우주의 사회생활은 더 ‘빡세다’. ‘우주에 몇 번 다녀왔고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선장이나 비행 엔지니어를 했는지, 아니면 임무 전문가나 실험과학자였는지’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 한때 대기업 부장으로 떵떵거리던 아버지는 아들 이진우에게 시들하게 말한다. “나도 말이야. 젊을 때는 미국이나 영국에 한번 가보고 싶었어. 꿈같은 일이었지.” 아버지의 생을 내려다보는 작가는 ‘봉급쟁이의 삶이란 지나간 다음에야 꽃 시절인 줄 아는 것. 퇴직하고 나면 벼랑의 낙화처럼 급전직하한다’고 읊조린다. 작가는 “단순한 우주인 선발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꿈을 실현해 보려는 삶의 어려움과 희망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일상을 가꾸고 키우며 고속 질주하다 보면 어느덧 사회 중견. 이따금 꿈꾸던 이상에 눈 돌리지만 세속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절대다수의 고민을 그러모았다. 어느 쪽이 옳다 정답을 흘리지 않아 담백하다. 우주인 선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내공이 생동감 있게 넘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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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추럴와인’ 저자 佛 와인 마스터 이자벨 르주롱 방한

    2년 전만 해도 일부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강자로 떠오른 와인이 있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내추럴와인(Natural Wine)’이다. 때마침 맹렬한 내추럴와인 옹호가인 이자벨 르주롱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와인 최고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에서 와인 행사를 개최하는 와인계의 슈퍼스타다.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내추럴와인을 마시는 건 자연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며 “단언컨대 내추럴와인은 삶을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할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내추럴와인이란 기성 와인의 반대말에 가깝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하며, 이산화황 인공효모 등 첨가물도 일절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비료를 뿌리지 않아 포도나무에 벌레가 끓거나 실패작인 와인 ‘식초 통’을 끌어안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르주롱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러운 생산 과정으로 본다. 일반 와인숍에서 구매 가능하며 가격은 일반 와인보다 살짝 비싼 편. “화학물질을 넣으면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순 있죠. 하지만 자연적 독창성은 사라지고 말아요. 다양한 땅의 정취를 머금은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믿습니다. 미생물이 꼬물대는 살아 있는 와인요.” 기존과 다른 생산 문법은 맛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오줌 맛 또는 마구간 냄새가 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르주롱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마시면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와인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아쉬워요. 전문가들의 평가 잣대와 마케팅이 와인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감각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색과 맛 등 모든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즐겨야 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르주롱이 쓴 책 ‘내추럴와인’(한스미디어·3만2000원)도 국내 출간됐다. 책에서 그는 ‘내추럴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본래의 와인인데, 오늘날 드문 것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00여 년 전 와인의 고향 조지아에서는 그저 포도즙과 기다림으로 와인을 빚었다. 그는 “자연은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불과 100년 사이 사라진 와인 본연의 제조 방식과 맛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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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생물이 꼬물꼬물…佛 최고 전문가가 빚어낸 ‘내추럴 와인’의 맛은?

    2년 전만 해도 일부 힙스터 사이에서 유행하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강자로 떠오른 와인이 있다. 자연주의를 내세운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다. 때마침 맹렬한 내추럴 와인 옹호가인 이자벨 르쥬롱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프랑스 최초의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와인 최고 전문가)이자 세계 각지에서 와인 행사를 개최하는 와인 계의 슈퍼스타다.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내추럴 와인을 마시는 건 자연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며 “단언컨대 내추럴 와인은 삶을 풍요롭고 지속가능하게 할 우리의 미래”라고 했다. 내추럴 와인이란 기성 와인의 반대말에 가깝다.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하며, 이산화황 인공효모 등 첨가물도 일체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비료를 뿌리지 않아 포도나무에 벌레가 끓거나 실패작인 와인 ‘식초 통’을 끌어안고 좌절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르쥬롱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러운 생산 과정으로 본다. “화학물질을 넣으면 보다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순 있죠. 하지만 자연적 독창성은 사라지고 말아요. 다양한 땅의 정취를 머금은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고 믿습니다. 미생물이 꼬물대는 살아 있는 와인이요.” 기존과 다른 생산 문법은 맛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오줌 맛 또는 마구간 냄새가 난다는 혹평을 듣기도 한다. 이에 르쥬롱은 “고정 관념을 버리고 마시면 와인의 새로운 지평을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와인 지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가 아쉬워요. 전문가들의 평가 잣대와 마케팅이 와인이 주는 순수한 즐거움과 감각을 가리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색과 맛 등 모든 기존의 지식을 버리고 즐겨야 합니다.” 지난해 말에는 르쥬롱이 쓴 책 ‘내추럴 와인’(한스미디어·3만2000원)도 국내 출간됐다. 책에서 그는 ‘내추럴 와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이 본래의 와인인데, 오늘날 드문 것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7800여 년 전 와인의 고향 조지아에서는 그저 포도즙과 기다림으로 와인을 빚었다. 그는 “자연은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하나로 연결돼 있다”며 “불과 100년 사이 사라진 와인 본연의 제조 방식과 맛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내추럴 와인은 소규모 와인 생산자가 개성을 담아 만들어요. 책으로 와인을 공부하기보다 지인들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세요. 솔직한 맛과 느낌을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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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을 가장 진지하게 이해하는 길은 5000년 사상사 공부죠”

    번역자가 궁금해지는 책은 드물다. 3권으로 구성된 ‘중국정치사상사’(글항아리)는 그 흔치 않은 호기심을 불렀다. 보통 책 10여 권을 쌓은 높이. 어깨가 뻐근할 정도의 무게. 심지어 한자! 무엇이 그를 완역으로 이끈 걸까.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만난 장현근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56)는 “첫눈에 후학에게 꼭 필요한 자료란 걸 직감했다. 그 믿음으로 20년 번역 가시밭길을 견뎠다”고 했다. “책이 1996년에 나왔고 1998년부터 번역을 시작했어요. 당시 샤오궁취안(蕭公權)의 ‘중국정치사상사’ 영어본 번역이 있긴 했지만 다소 어렵고 서양이론에 입각한 면이 컸죠. 원전 인용이 훨씬 방대한 데다 토박이 교수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봤습니다.” 책은 중국 대륙을 훑고 간 5000년 사상의 흐름을 꿰어냈다. 지난해 세상을 뜬 류쩌화(劉澤華) 난카이대 교수와 제자 7명이 함께 썼다. 총 3권에 △선진시대 △진한과 위진남북조 시대 △수당 송원 명청 시대를 차례로 다룬다. 장 교수는 “한동안 단절된 중국정치사상사의 물꼬를 튼 책”이라며 “중국에서도 엄청난 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문사철의 요체인 중국사상사에 대한 학문이 근대 이후 단절기를 겪었어요. 마르크스주의와 마오(毛澤東·마오쩌둥)주의가 학계를 지배했죠. 하지만 류 교수의 노력으로 1980년부터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고, 현재 제자 60여 명이 중국 전역 대학에서 후학을 기르고 있습니다.” 중국은 문사철 강국이다. 그 힘은 문명이 발생한 직후부터 이어온 사상경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은 사상사를 정치 관점에서 조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서양과 달리 중국 사상사에서는 왕권주의가 도드라지며, 왕권주의는 사회 형태와 권력 체계는 물론 관념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장 교수는 “왕권주의를 비판적으로 살핀 책”이라며 “중국을 가장 진지하게 이해하는 길은 사상사 공부”라고 했다. “정치로 세상을 구원하려 한 공자(孔子), 학문적 깨침을 중시한 왕양명(王陽明)이 주는 울림은 역시 대단해요. 황종희(黃宗羲)는 제왕의 권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돋보입니다. 책으로 자기 성취를 이루려 한 한나라의 왕충(王充)도 인상 깊고요.” 3권 도합 15만 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구입 문의를 해오는 개인 독자가 적지 않다는 후문. “명상하듯 하루에 조금씩, 두꺼운 통사를 읽어가는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게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어떤 이에게 책이 가닿길 바랄까. “중국사상사는 곧 우리 한반도의 사상사이기도 합니다. 과거 뛰어난 사상학자는 모두 조선 땅에 있었고, 지금도 지방 서원에 가면 어르신들이 사상사를 줄줄 읊어요. 고전을 읽기 전 해당 부분을 다룬 사상사로 머리를 틔우길 권합니다. 사전처럼 옆에 두고 ‘발췌독’(필요할 때 조금씩 발췌해 읽는 독서)하면 훨씬 흡수가 빠를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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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 딩 댕~’ 심장을 울리는 묘한 소리… 심신이 절로 편안해지다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세러피)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언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 홀로 힐링을 하기도 한다. 사운드 세러피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세러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세러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 씨(35)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 kimm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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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개념 잡고, 유튜브 영상 따라하기

    시간 비용 거리의 압박으로 ‘사운드 힐링’을 진행하는 외부기관을 찾기 힘들다면? 책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론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1일 클래스로 실전을 병행할 수 있다. ▽책=전반적 개념을 잡기에 적당하다. 사운드 힐링을 다룬 책으로는 ‘사운드 힐링 파워’(젠북) ‘싱잉볼 명상’(젠북) ‘마이 네이처 사운드 테라피’(내소리연구회) 등이 있다. ‘사운드…’는 사운드 힐링 개념을 서양에 처음 도입한 암 전문의인 저자가 싱잉볼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전한다. ‘싱잉볼…’은 초보자용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 싱잉볼의 종류와 관리법, 명상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동영상=유튜브에서 ‘힐링사운드’ ‘힐링음악’ ‘자연의소리’를 최대 4시간씩 들려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소리를 빚은 ‘DIY사운드’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도 인기. 소리와 명상법을 알려주는 채널도 다양하다. ‘정민마인드풀TV’는 싱잉볼, 자연의 소리, 무음 등을 배경으로 명상을 안내하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애플리케이션=무료 명상 음악 앱이 다수 출시돼 있다. ‘사운드 힐링’ ‘슬리포’ 등이 대표적. 특히 ‘사운드…’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해 명상’ 앱은 명상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버튼을 누르면 ‘세상은 당신이 원하는 모두를 이루고자 조력하기 시작한다’ 같은 명상 메시지가 뜨면서 5분간 음악이 흐른다. ‘포레스트 사운드’ 앱은 수준 높은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인드 브리딩’은 호흡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명상 프로그램=1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 있는 악기 이름이나 ‘사운드 힐링’ ‘사운드 테라피(세러피)’로 검색하면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나 강원도 등 휴양지 숲에서 힐링 악기를 연주하는 트레킹 프로그램과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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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명상 효과…‘사운드 힐링’이 뜬다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Sound Healing)’.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스파)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안 플룻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 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홀로 힐링을 즐기기도 한다. ‘사운드 테라피’(스파)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테라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테라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35) 씨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시간 비용 거리의 압박으로 ‘사운드 힐링’을 진행하는 외부기관을 찾기 힘들다면? 책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론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1일 클래스로 실전을 병행할 수 있다. △책=전반적 개념을 잡기에 적당하다. 사운드 힐링을 다룬 책으로는 ‘사운드 힐링 파워’(젠북) ‘싱잉볼 명상’(젠북) ‘마이 네이처 사운드 테라피’(내소리연구회) 등이 있다. ‘사운드…’는 사운드힐링 개념을 서양에 처음 도입한 암전문의인 저자가 싱잉볼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전한다. ‘싱잉볼…’은 초보자용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 싱잉볼의 종류와 관리법, 명상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동영상=유튜브에서 ‘힐링사운드’ ‘힐링음악’ ‘자연의소리’를 최대 4시간씩 들려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소리를 빚은 ‘DIY사운드’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도 인기. 소리와 명상법을 알려주는 채널도 다양하다. ‘정민마인드풀TV’는 싱잉볼, 자연의 소리, 무음 등을 배경으로 명상을 안내하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애플리케이션=무료 명상 음악 앱이 다수 출시돼 있다. ‘사운드 힐링’ ‘슬리포’ 등이 대표적. 특히 ‘사운드…’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해 명상’ 앱은 명상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버튼을 누르면 ‘세상은 당신이 원하는 모두를 이루고자 조력하기 시작한다’ 같은 명상 메시지가 뜨면서 5분 간 음악이 흐른다. ‘포레스트 사운드’ 앱은 수준 높은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인드 브리딩’은 호흡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명상 프로그램=1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 있는 악기 이름이나 ‘사운드 힐링’ ‘사운드 테라피’로 검색하면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나 강원도 등 휴양지 숲에서 힐링 악기를 연주하는 트래킹 프로그램과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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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승과 저승의 경계… 그 틈에서 살아가는 비루한 인생

    비극을 초단위로 부숴 쌓아올린 소설이다. 낱낱이 해부된 비극의 조각들이 페이지마다 아프게 밟힌다. 배경은 우주의 중심인 ‘태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자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공간이다. 폴란드 작가인 저자는 태고를 터전으로 삼은 이들의 비루한 일생을 고집스레 뒤쫓는다. 그리고 거듭해 묻는다. ‘신은 존재하는가’ ‘운명은 누가 결정하느냐’라고. 짤막한 분량의 조각글 84편이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전진한다. 각 조각글에는 ‘○○의 시간’이란 머리글이 달렸다.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 새파란 청년에게 설렘을 느끼는 게노베파의 시간, 딸과 결혼을 약속한 남자를 질투하는 미하우의 시간, 경험한 모든 선과 악을 체화하는 크워스카의 시간…. 이웃 격인 이들의 시간은 얽히고설켜 거미줄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크워스카의 딸 루타는 게노베파의 아들과 비밀을 공유하고, 게노베파의 딸과 보시키 영감의 아들은 사랑에 빠진다. 크워스카는 느닷없이 광기에 사로잡힌 플로렌틴카의 딸이 되길 청한다. 이런 복잡한 관계는 진창 같은 현실에서 기댈 곳은 서로의 어깨뿐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인간 심연을 꿰뚫는 작가의 시선은 3대에 걸친 서사를 비범의 영역으로 이끈다. “총을 쏜 건 그들이 아니었다.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공포와 고향을 향한 향수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늘이 마치 통조림통의 뚜껑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 신이 사람들을 가두어놓은 것만 같았다.” “신은 여섯 번째 세계를 우연히 창조하고는 떠나버렸다. … 홀로 내팽개쳐진 여섯 번째 세상은 그리하여 스스로 창조를 시작했다.” ‘방랑자들’로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올가 토카르축의 첫 국내 출간 장편소설이다. 유대인 학살과 1·2차 세계대전, 냉전체제 등 폴란드를 훑고 간 역사적 비극을 곳곳에 배치했다. 환상 문학과 다큐멘터리의 중간 지점에서 실재보다 더 생생하게 현실을 구현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온 세상이 새로워 보이는 착각마저 든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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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폭력 문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죠?

    죽음 장애인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소수자 문제…. 최근 그림책 시장이 성숙하면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크 그림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죽음을 다룬 ‘3일 더 사는 선물’(씨드북), 장애인 인권을 들여다본 ‘내가 개였을 때’(씨드북), 성소수자를 그린 ‘첫사랑’(움직씨)과 ‘사랑에 빠진 토끼’(비룡소), 가정폭력 문제를 짚은 ‘아빠의 술친구’(씨드북)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에게 이러한 책을 읽게 하는 대다수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약자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걸 반기면서도 수위 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낯선 세계를 접한 뒤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해훈 이안아동발달연구소 소장, 남영하 씨드북 대표, 정해심 카모메 그림책방 대표 등 전문가들에게 ‘다크 그림책’의 올바른 독서 지도법을 물었다. ―죽음에 대한 책을 접한 뒤 자꾸 “엄마도 죽어요?” “죽으면 해골이 되나요?”라며 불안해한다. “아이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쉽게 불안을 느끼는 유아의 최대 관심사는 ‘엄마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 것인가’다.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기보다는 ‘언젠가 헤어질 테지만 건강에 신경을 써서 오래오래 곁에 있어줄게’라는 설명 정도가 적당하다.”(최해훈 소장) “비유적인 표현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생에서의 완전한 이별을 뜻한다. 목숨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줘도 아이들은 잘 받아들인다. 초중등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연계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남영하 대표) ―가정·학교폭력을 다룬 책은 당사자와 제3자의 경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폭력의 피해자라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문학적으로 내용을 함축한 책이라도 성급하게 책을 보여줘선 안 된다. 아이가 트라우마를 내적으로 극복한 뒤에 보여주는 게 좋다.”(정해심 대표) “제3자인 아이들도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정환경이 있는데, 너와 달리 어려움을 겪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도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게 좋지 않겠느냐. 혼나는 친구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식으로 얘기해준다.”(남영하 대표) ―성소수자를 다룬 책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성소수자 문제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왜곡된 형태로 접하는 것보다 정제된 그림책으로 학습하는 게 낫다고 본다.”(최해훈 소장) “그림책의 1차 소비자는 부모인데, 관련 책에 구매 수요는 아직 적은 편이다. 어릴 때 동성친구에게 호감을 느낀 경험이 한두 번씩 있잖나. 아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정해심 대표) ―장애인 관련 책을 읽으며 ‘우리도 사고를 겪으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가 며칠간 불안해하더라. “장애 이웃의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성향에 따라 직접 설명은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최해훈 소장) ―7세 여아가 파랑은 남자색이라며 질색한다. “또래 문화다. 커가면서 스스로 생각을 깨칠 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넘어가길 권한다. 정색하고 강요하면 아이가 반감을 느낄 수 있다.”(남영하 대표)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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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도 죽어요? 해골 되나요?”…‘다크 그림책’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죽음 장애인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소수자 문제…. 최근 그림책 시장이 성숙하면서 사회문제를 다룬 ‘다크 그림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죽음을 다룬 ‘3일 더 사는 선물’(씨드북), 장애인 인권을 들여다본 ‘내가 개였을 때’(씨드북), 성소수자를 그린 ‘첫사랑’(움직씨)과 ‘사랑에 빠진 토끼’(비룡소), 가정폭력 문제를 짚은 ‘아빠의 술친구’(씨드북) 등이 대표적이다. 자녀들에게 이러한 책을 읽게 하는 대다수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약자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걸 반기면서도 수위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낯선 세계를 접한 뒤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해훈 이안아동발달연구소 소장, 남영하 씨드북 대표, 정해심 카모메 그림책방 대표 등 전문가들에게 ‘다크 그림책’의 올바른 독서 지도법을 물었다. ―죽음에 대한 책을 접한 뒤 자꾸 “엄마도 죽어요?” “죽으면 해골이 되나요?”라며 불안해한다. “아이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제각각이다. 쉽게 불안을 느끼는 유아의 최대 관심사는 ‘엄마가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 것인가’다.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기보다는 ‘언젠가 헤어질 테지만 건강에 신경을 써서 오래오래 곁에 있어줄게’라는 설명 정도가 적당하다.”(최해훈 소장) “비유적인 표현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은 생에서의 완전한 이별을 뜻한다. 목숨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줘도 아이들은 잘 받아들인다. 초중등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연계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남영하 대표) ―가정·학교폭력을 다룬 책은 당사자와 제3자의 경우 접근법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데. “폭력의 피해자라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문학적으로 내용을 함축한 책이라도 성급하게 책을 보여줘선 안된다. 아이가 트라우마를 내적으로 극복한 뒤에 보여주는 게 좋다.”(정해심 대표) “제3자인 아이들도 부모가 자녀를 학대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정환경이 있는데, 너와 달리 어려움을 겪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도 같이 행복하고 즐거운 게 좋지 않겠느냐. 혼나는 친구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식으로 얘기해준다.”(남영하 대표) ―성소수자를 다룬 책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성소수자 문제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왜곡된 형태로 접하는 것보다 정제된 그림책으로 학습하는 게 낫다고 본다.”(최해훈 소장) “그림책의 1차 소비자는 부모인데, 관련 책에 구매수요는 아직 적은 편이다. 어릴 때 동성친구에게 호감을 느낀 경험이 한두 번씩 있잖나. 아이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정해심 대표) ―장애인 관련 책을 읽으며 ‘우리도 사고를 겪으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가 며칠간 불안해하더라. “장애 이웃의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성향에 따라 직접 설명은 위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최해훈 소장) ―7살 여아가 파랑은 남자색이라며 질색한다. “또래문화다. 커가면서 스스로 생각을 깨칠 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넘어가길 권한다. 정색하고 강요하면 아이가 반감을 느낄 수 있다.”(남영하 대표)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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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행복한 가정 꾸린 순간에 맞닥뜨린 뜻밖의 불행

    무한 반복해 돌려보던 초음파 영상 속 생명체가 품에 안긴다. 뜨끈하고 물컹한 그것이 울음을 터뜨리며 목젖을 파르르 떤다. 부모가 된 이들이 인생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출산의 순간이다. 주인공 아폴로도 이런 환희의 순간을 맞는다. 아이의 이름은 브라이언. 고된 육아로 인생의 장르가 로맨스에서 어드벤처로 바뀌긴 했지만 그럭저럭 따스한 나날이 이어진다. 그런데 돌연 그는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내 에마가 생후 6개월 난 아들의 얼굴에 펄펄 끓는 물을 끼얹은 것. “저건 아기가 아니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아내는 홀연히 사라진다. 인종 계급 육아 교육…. 소설 앞부분은 현실 문제를 적절한 깊이로 파고들며 흥미를 돋운다. 아폴로는 우간다 출신 이민자 어머니 아래서 성장한다. 네 살 때 사라진 아버지의 부재는 성인이 된 후에도 채울 수 없는 구멍으로 남는다. 독서로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던 그는 고서적 수집상을 직업으로 삼는다. 소설 중반에는 사회문제를 깊이 파고들려는 건가 싶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보낸 6개월은 잠들지 못하고 보내는 3개월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단 정신이 질퍽질퍽해진다.” 아이를 기르는 일의 무게와 육아 분담 문제를 길고 세심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은 이내 환상의 장을 펼치며 반전을 선보인다. “가서 약이나 먹어라”라고 타박했던 에마의 말대로 브라이언은 그들의 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이제 모든 걸 공유하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놀이터를 공유하고 몇 시에 나갔는지도.” 온라인에 전시된 아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트롤들이 아기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육아는 유년 시절을 한 번 더 겪게 하는 축복 또는 고통이다. 이 지점을 영리하게 포착한 소설이다. 아폴로의 유년시절에 얽힌 비밀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야기의 밀도를 더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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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미호-소복 귀신만 있나요, 단피몽두-야광도 있어요”

    “구미호와 소복 입은 처녀귀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얼굴까지 가리는 모자를 쓴 ‘단피몽두’, 뼈와 살이 까맣게 탄 ‘야광’, 굶주린 채 보자기를 쓰고 다니는 ‘복기’…. ‘한국 괴물 백과’(워크룸프레스·2만2000원)에 등장하는 우리네 괴물은 282종에 이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30일 만난 곽재식 공상과학(SF) 소설가(37·사진)는 “18세기 이전 문헌에 등장한 괴물만 추렸다”며 “아직 소개하지 못한 괴물이 많다”고 했다. ‘한국…’은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1월 넷째 주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보다 ‘핫’한 반응이다. “‘돌풍’까지는 아니고 ‘찻잔 속 태풍’ 정도예요. 최근엔 게임 영화 드라마에서 쉽게 환상의 세계를 접할 수 있잖아요? 괴물을 소비하는 독자층이 예전보다 두꺼워진 것 같습니다.” 책은 사전 형식을 취했다. 실감 나는 괴물 삽화와 함께 짤막한 소개글로 구성됐다. 보는 재미와 소장 욕구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괴물의 세계에 눈뜬 건 2007년이다. 작품 소재를 찾을 겸 과거 문헌을 뒤지다가 하나둘 괴물 자료를 채집하면서 ‘재야의 괴물 박사’로 알려졌다. “드라큘라나 구미호는 식상하잖아요. 다른 한국 괴물들은 알수록 굉장히 신선했어요. 처음 접하는 데다 특징도 뚜렷했죠. 또 문헌에 기록된 내용이라 막연하지 않았어요. ‘영조 때 경복궁에서…’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제목과 만듦새는 장난기가 가득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원전이 분명한 괴물만 택했고, 삽화도 기록에 근거하면서 최소한의 상상력만 더했다. 고려시대 역사서인 ‘고려사절요’, 18세기 이덕무가 쓴 여행기인 ‘가야산기’ 등 200여 권을 참조했다. “매력적인 토종 괴물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미디어의 틀에 갇히지 않은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18세기 이전으로 시기를 제한했죠.”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괴물로는 ‘강철’과 ‘무두귀’를 꼽았다. 대표적인 토종 괴물인 강철은 사자와 용을 섞은 모습에 농사를 망치는 괴물로, 1800년대 후반 들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머리가 없는 귀신인 무두귀는 병자호란 이후 자주 언급됐다. 그는 “강철은 이야기 전승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무두귀는 슬픈 시대상을 반영한다”며 “조상들이 머릿속으로 그린 괴물들로부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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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디의 우산’ 펴낸 황정은 소설가 “광장에서 목격한 차별-혐오의 기억, 현실감 있게 담아”

    “현실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작품입니다.” 황정은 소설가(43)가 4년 반 만에 펴낸 신작 ‘디디의 우산’(창비·1만4000원). 빨간 바탕에 파란 우산이 그려진 표지가 상큼하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책에 실린 2개의 중편소설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는 키워드는 ‘혁명’이다. 두 작품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공간은 ‘광장’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5일 만난 그는 “광장 이전에는 이야기를 쓰는 재미로 소설을 썼는데 광장에서 타인의 삶들을 목격하면서 서로의 삶이 연결돼 있다는 걸 알았다. 그 경험이 소설에 반영됐다”고 했다. ‘d’에서 광장은 단절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우연히 찾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주인공 d는 차벽에 둘러싸인 채 막막함을 느낀다. 하지만 작가는 d가 그저 체념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d는 오디오의 진공관을 바라보면서 문득 깨닫는다. 광장에서 느낀 진공 역시 빛과 신호로 채워져 있다는 걸. “소설을 쓴 2016년 당시에 ‘혁명의 불가능성’과 ‘돌파의 불가능성’을 많이 생각했어요. d처럼 저 역시 낙담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 감정이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었어요. 진공관에서 빛을 느끼는 순간(마지막 장면)에 이르려고 소설을 썼습니다.” ‘d’가 혁명의 시작을 말한다면 ‘아무것도…’는 혁명 이후를 논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던 날, 주인공인 나는 상념에 빠져든다. 바라던 혁명을 이뤘다고 모두가 환호하는 순간 그가 떠올린 건 배제 혐오 차별의 기억들이다. 1996년 연세대 사태 때 시위대를 연행하던 경찰은 여성들에게 “××는 어떻게 씻었냐. 드러운 ×들”이라 조롱하고, 학교 선배들은 ‘5대 독자’ ‘3대 장손’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구두회사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현재의 동료는 나를 ‘K의 작업녀’라 부르며 낄낄댄다. “광장에서도 여러 층위의 배제와 차별을 목격했어요. 우리 사회에 당연시되는 ‘상식’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폭넓고 진지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요즘 그의 화두는 가부장제, 여성주의, 장애인 인권 문제다. 약자가 배제된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단다. 그는 어떤 작가를 꿈꿀까. “실재하는 삶을 존중하고 제가 지닌 한 줌 사랑을 유지하는 것. 1순위로 염두에 두는 부분입니다. 제가 경험한 모든 게 소설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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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고상 받은 여성작가 2인, SF 소설 나란히 국내 출간

    독특한 세계관에 현실을 버무린 공상과학(SF) 소설이 나란히 국내에 출간됐다.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N K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황금가지)과 중국 작가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글항아리)이다. 그간 SF계에선 비주류 대접을 받았던 여성 작가들이 ‘SF의 노벨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다섯 번째…’는 전 시리즈가 휴고상을 받은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첫 작품. 배경은 수세기마다 대륙이 완전히 재구성되는 ‘다섯 번째 계절’을 겪는 초대륙이다. 이야기는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조산력(造山力)’을 지닌 소수종족 ‘오로진’이 이끌어간다. 사회적 핍박을 피해 숨어 살던 오로진 세 여성이 모험을 떠나는 여정과 현실의 인종, 계급 문제가 겹쳐진다. 방대하지만 힘 있는 서사에 치밀한 심리묘사, 매혹적인 문체를 모두 잡은 수작. 이 작품은 2016년 아프리카계 여성의 첫 휴고상 수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인종 역차별 특혜’라는 근거 없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당시 작가 제미신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일침을 날렸다. “다른 휴고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 ‘고독…’은 하오징팡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묶었다. 휴고상 수상작인 ‘접는 도시’를 비롯해 ‘현의 노래’ ‘곡신의 비상’ 등 10개 작품이 실렸다. 대표작 ‘접는 도시’ 배경은 미래의 베이징. 부족한 공간과 자원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 3개의 계층이 돌아가며 도시를 이용한다. 상류층인 1공간은 24시간, 중산층인 2공간은 16시간, 최하위층인 3공간은 8시간씩 지표면을 차지한다. 1공간 속 사람들은 조금 일하고 많은 돈을 벌지만, 3공간 사람들은 1공간 사람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종일 치우고도 쥐꼬리만 한 월급만 손에 쥔다. 계급 불평등의 모습을 시공간의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최하위층 3공간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라오다오가 딸의 유아원 비용을 마련하려고 1공간으로 잠입하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기.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있을 법한 미래를 정확한 과학지식과 기발한 상상력, 날카로운 현실인식으로 버무린 점”을 작품의 미덕으로 꼽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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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F의 노벨문학상’ 휴고상 받은 여성작가 SF소설 국내 출간 눈길

    독특한 세계관에 현실을 버무린 SF(공상과학)소설이 나란히 국내에 출간됐다.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 N. K. 제미신의 ‘다섯 번째 계절’(황금가지)과 중국 작가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글항아리)이다. 그간 SF 계에선 비주류 대접을 받았던 여성 작가들이 ‘SF의 노벨문학상’인 휴고상을 받은 작품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다섯 번째…’는 전 시리즈가 휴고상을 받은 ‘부서진 대지’ 3부작 중 첫 작품. 배경은 수세기 마다 대륙이 완전히 재구성되는 ‘다섯 번째 계절’을 겪는 초 대륙. 이야기는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조산력(造山力)’을 지닌 소수종족 ‘오로진’이 이끌어간다. 사회적 핍박을 피해 숨어 살던 오로진 세 여성이 모험을 떠나는 여정과 현실의 인종, 계급문제가 겹쳐진다. 방대하지만 힘 있는 서사에 치밀한 심리묘사, 매혹적인 문체를 모두 잡은 수작. 이 작품은 2016년 아프리카계 여성의 첫 휴고상 수상으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인종 역차별 특혜’라는 근거 없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당시 제미신 작가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일침을 날렸다. “다른 휴고상 수상자와 마찬가지로 매우, 매우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상을 받았다!” ‘고독…’은 하오징팡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발표한 중단편 소설을 묶었다. 휴고상 수상작인 ‘접는 도시’를 비롯해 ‘현의 노래’ ‘곡신의 비상’ 등 10개 작품이 실렸다. 대표작 ‘접는 도시’ 배경은 미래의 베이징. 부족한 공간과 자원을 알뜰하게 쓰기 위해 ‘공간’이라 부르는 3개의 계층이 돌아가며 도시를 이용한다. 상류층인 1공간은 24시간, 중산층인 2공간은 16시간, 최하위층인 3공간은 8시간씩 지표면을 차지한다. 1공간 속 사람들은 조금 일하고 많은 돈을 벌지만, 3공간 사람들은 1공간 사람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종일 치우고도 쥐꼬리만한 월급을 손에 쥔다. 계급 불평등의 모습을 시공간의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최하위층 3공간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라오다오가 딸의 유아원 비용을 마련하려 1공간으로 잠입하는 과정이 소설의 큰 줄기.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는 “있을 법한 미래를 정확한 과학지식과 기발한 상상력, 날카로운 현실인식으로 버무린 점”을 작품의 미덕으로 꼽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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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두 거장의 대담… 문학은 명쾌하고 삶은 깊어졌다

    읽고 쓰는 행위로 존재하는 이들의 ‘말년 대화록’이다. 일본 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84)와 후루이 요시키치(82)가 1993년부터 2015년까지 다섯 차례 만나 나눈 대담을 엮었다. 죽는 날까지 언어 문학과 씨름하는 동년배 작가. 대담은 때때로 자신에게 건네는 밀어처럼 느껴진다. 상대를 향한 존중과 애처로움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각 만남에는 ‘명쾌하며 난해한 말’ ‘100년의 단편소설을 읽다’ ‘시를 읽다, 시간을 바라보다’ ‘말의 우주에서 헤매고, 카오스를 건너다’ ‘문학의 전승’이란 제목이 붙었다. 첫 장은 대화의 형식을 취한 문학 언어에 대한 비평에 가깝다. ‘명쾌한 말이 어떻게 난해해지는가 하면, 말이 그 사람 자신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오에) ‘소설이라는 것은 아무리 암담하고 해결 불가능한 것을 써도 저절로 형태가 성담에 다가가는 낙천적인 것을 내재하고 있습니다’(후루이) ‘설명적이면서도 명쾌한 말’에 다가가기 위한 두 거장의 처절한 노력이 주는 여운이 짙다. 2장에서는 일본 근현대 단편소설 35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등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낯선 작가와 작품들이다. 하지만 거장들의 ‘단호박’ 비평은 작품을 찾아 읽고픈 ‘역주행 의지’를 부른다. ‘(젊은 작가들은) 억지로 결합시키는 우직한 수단을 써서 완성한 단편 하나를 내본다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오에)는 일침이 인상적이다. 3장에서는 외국어 텍스트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독문학자로 여러 작품을 번역한 후루이는 이렇게 토로한다. ‘쓰는 사람은 심연을 슬쩍 비치는 데까지만 이른다. …번역할 생각이라면 그 앞에서 멈춰버리고 만다. 그 앞은 아마 언어가 감당할 수 없는 곳이 아닌가 싶다’라고. 4, 5장에서는 문학의 바다를 항해한다. 작가로서의 산통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문학 이야기 틈틈이 인생 이야기도 끼어든다. ‘노년을 덮치는 황홀감, 노년을 덮치는 환희도 있지 않을까…’(후루이), ‘체념도 달성감도 없이 그저 이런 것을 스물두 살부터 70대 중반까지 계속해왔구나’(오에). 릴케, 말라르메, 네이딘 고디머, 프랑스의 미셸 투르니에, 로베르트 무질…. 50여 년간 문학 거장이 탐독한 작품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백미는 말년의 뜨거움과 겸손함이다. 여든 넘어서까지 펄펄 끓는 열정으로 라틴어를 공부하고 시 쓰기를 꿈꾸는 한편 ‘넘어지는 인간’이 된 자신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두 사람. ‘이런 이야기를 해두면 이런 늙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젊은 사람들도 다소는 알아주겠지요.’(후루이)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9-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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