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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현 대법원장 임기가 24일 끝난다. 그 전에 새로운 대법원장 선임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며 “민주주의 요체인 입법 사법 행정 등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야당에 인준 동의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고위 공직자 국회 인준과 관련해 국회와 국민을 상대로 직접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입장문은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대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18일 유엔 총회 참석차 출국하면 22일 밤에 귀국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별도 메시지를 전할 시간이 없어 출국 전 마지막 호소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안보 상황을 엮어 야당이 코드 인사 등의 이유로 김 후보자의 인준에 반대하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야당과의 소통 부족을 일부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에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아 발걸음이 더 무겁다”며 “유엔 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각 당 대표를 모시겠다. 국가안보와 현안 해결을 위해 논의하고 협력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대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야당은 ‘삼권분립 존중’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이 국회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연이은 인사 참사와 그에 대한 국민적 실망,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며 “‘정권의 이해관계’도 고집하지 마시고, ‘사법독립의 관점’에서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대독 입장 발표’를 혹평했다. 바른정당도 “안보 문제에 대법원장 인사를 끼워 넣는 것 자체가 정치적 셈법으로 읽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청와대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막말 사과 버티기로 인해 인준 절차가 한 걸음도 못 나아가고 있음을 모른 척하지 말라”며 추 대표의 선(先)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야당 의원들에게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촉구하는 문자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부대변인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한국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문빠’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촉구 문자폭탄이 일제히 투하되고 있다”며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인 김 후보자 가결 작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차원의 지침이 내려가지 않았다면 소위 ‘문위병’들이 어찌 일제히 헌법기관인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 문자폭탄을 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입장문이 이들의 행동에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홍수영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탄핵 6개월여 만인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자진 탈당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2년 이후 당의 최대 주주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절연(絶緣)을 공식화한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지우기’를 통해 탄핵으로 갈라졌던 보수 세력 통합의 주도권을 잡고,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 돌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홍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집행 여부는 당의 중지를 모아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을 전후로) 10월 중순 이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을 고려해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실무적인 절차만 남았을 뿐 박 전 대통령 출당의 방아쇠는 이미 당겨졌다는 관측이 많다. 인적쇄신안에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핀셋 청산’ 방침도 포함됐다. “계파 전횡으로부터 비롯된 국정 실패에 책임이 가장 무겁다”며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20대 총선 때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 등을 자처한 윤상현 의원을 포함한 친박 의원들에 대해선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아 일단 면죄부를 줬다. 당초 혁신위에서는 다른 친박 핵심들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칫 전선을 넓혔다가 친박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면 ‘박근혜 지우기’라는 목표와 되레 멀어질 수 있다”며 전선을 최소화했다. 서, 최 의원이 자진 탈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제명까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역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당 의원 107명 중 70% 이상이 범(汎)친박으로 분류된다. 일단 친박계는 발끈했다. 이날 최고위·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선 친박 의원들이 홍 대표에게 고성을 지르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친박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왜 혁신위를 통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을 하느냐”고 따졌고, 홍 대표는 “혁신위의 독립성을 애초 보장해 주기로 했잖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다만 구심점을 잃은 친박계가 집단 저항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 의원은 “지금 인적쇄신안을 반대하면 ‘반(反)혁신’으로 몰릴 텐데 누가 서, 최 의원의 방패막이가 되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 핵심의 출당 조치가 보수 통합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날 조치를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대통합을 위한 인적쇄신안’이라고 명명했다. 또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복당을 원하면 대승적 차원에서 문호를 개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수대통합을 주장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복당의 명분을 주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날 한국당의 조치에 대한 바른정당 창당의 두 주역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반응은 온도 차를 보였다. 보수우파의 대결집을 강조해 온 김 의원은 “(인적쇄신안이 통합의) 대의명분에 맞는 수준인가는 (의원들) 각자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반면 유 의원은 “(한국당은)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선거하고, 끝나고 나니 출당을 결의했는데 그 사람들 이상하다”며 “쇼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홍수영 gaea@donga.com·박훈상 기자}
바른정당이 이혜훈 의원의 대표직 사퇴로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새 지도부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가닥을 잡는 듯했으나 보수 통합 등 당의 진로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면서 매듭을 짓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3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바른정당이 자강론이네, (보수) 통합론이네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론이) 먼 거리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자강이 없는 통합은 굴욕에 불과하고, 정치는 세력을 키워가는 것이라 자강하면 통합도 쉽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의 진통이 타협할 수 없는 자강파와 통합파의 노선 갈등으로 비치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앞서 원외위원장 간담회에서는 유승민 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원외위원장 중에는 바른정당의 독자 노선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유 의원과 가까운 진수희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유 의원도 보수 통합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다만 원칙 있는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명분이 없다”며 통합파를 비판했다. 그러나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를 주장하는 김무성 의원은 이날 ‘바른포럼’ 창립총회 축사에서 “선국후당, 선국후사의 정신으로 큰 그림을 보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보수 우파가 대결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친박(친박근혜) 인적 청산 등 보수 정치권의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보수 대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도 늦지 않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 다만 김 의원은 “지금 바른정당은 분열하면 안 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놓고 당 내분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자 확전을 피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일각에선 자강론을 대표하는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면 바른정당이 보수 통합에 아예 선을 긋는 것처럼 비쳐 통합파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수영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5개월 넘게 유영하 변호사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을 제외하곤 정치인과는 면회를 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도 박 전 대통령에게 당의 상황을 전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에서 출당 조치를 하기 전에 박 전 대통령 스스로 당적을 정리하는 게 모양새가 낫지 않겠느냐’는 뜻을 전달하고 싶은데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 외에는 일절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유 변호사조차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출당 논의의 깃발을 든 직후인 8월 말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의원 등이 모여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를 본 뒤 (유죄 여부에 따라) 자진 탈당할 수 있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는 후문이다.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면회는커녕 메시지 전달조차 안 되는 것을 놓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최근에는 최 의원의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를 지낸 친박 재선들이 정례 모임에서 “서울구치소로 몰려가서 박 전 대통령에게 당의 출당 움직임을 알려야 한다”며 ‘집단면회’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이 만나주기라도 해야 면회를 가는 것 아니냐. 가서 문전박대만 당할 텐데 무슨 소득이 있다고 가느냐”고 했고, 이 같은 상황을 아는 최 의원도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전해졌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오죽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에게 ‘한국은 대북 대화를 구걸하는 거지같다’고 했다는 기사가 나왔겠습니까.”(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김 의원님이 한국 대통령보다 일본 총리를 더 신뢰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이낙연 국무총리)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처음 나선 이 총리의 답변 스타일이 화제에 올랐다. 의원이 언성을 높이면 눙쳐서 긴장을 풀면서도 해명해야 할 때는 적극 반박했다. 당황한 김 의원이 이 총리를 노려보자 이 총리는 다시 “보지는 않습니다”라는 부분만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이 총리에게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부와 협의가 됐느냐. 송 장관이 정신 나가서 얘기한 거 아니잖으냐”고 따져 물었다. 이 총리는 “국회 나가서 저도 정신이 나갈 때가 있다”고 농담한 뒤 “(송 장관은) 가능한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방송개혁’에 대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위법 사항들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 총리는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망상을 가진 사람은 책임 있는 자리에서 없을 것”이라고 맞섰다. 노 의원의 “총리가 안 보인다”는 지적에는 “공짜밥을 먹고 있지 않다. 매번 얼굴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답변 도중 비교적 진솔하게 문재인 정부의 현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균형 탕평 통합 인사라고 자평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느냐”는 국민의 당 이태규 의원의 질의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가 협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혜훈 전 대표의 사퇴로 지도부 공백 상태인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창당의 주역인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놓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11일 ‘유승민 비대위’ 합의가 전날 김 의원 등의 제동으로 무산된 데 대해 “정치적 합의가 되면 제가 (비대위원장 수락을) 결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면서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표가 궐위된 때로부터 30일 내(최고위 의결로 조정 가능)에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대표 경선에 직접 출마해 당원들의 선택으로 정면돌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만찬에서 “사당화 우려가 있다”며 ‘유승민 비대위’로 흐르던 합의의 방향을 틀었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분간 당을 이끄는 게 맞다”며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라며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미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됐는데 정치적 상황 변화를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지금 자강론이든, 통합론이든 (당의 진로를 놓고) 우리끼리 결론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칫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당내 분열만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통합론과 자강론이 양분돼 있는 게 아니다.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지 않고는 (자유한국당과) 합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내 이견도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는데 섣불리 비대위로 가는 형태보다는 시간을 갖고 당내 의견들을 모아나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은 성명을 내고 “최고위에서 토론된 내용을 몇 사람이 밥 먹으면서 뒤집어 버렸다. 즉각 당원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의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과 함께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2일 장외로 나섰던 자유한국당이 일주일 만인 9일 정기국회 ‘보이콧’을 사실상 철회했다.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던 문재인 정부 첫 정기국회는 이번 주부터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 강남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인 ‘5000만 핵 인질·공영방송 장악 저지 국민보고대회’ 직후 여의도 당사로 이동해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 이후 12년 만의 서울 강남 장외집회에 한국당 추산 10만 명(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여 회의 분위기는 고무적이었다고 한다. 향후 진로를 놓고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사정변경이 생긴 만큼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게 낫다”는 주장과 “여당 반응이 없는데, 보이콧을 철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 홍 대표가 “정치는 지는 것도 이기는 것이고, 꼭 옛날처럼 여권으로부터 성과를 얻어야 복귀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 이틀 싸움이 아니다. 강약 조절을 해야 한다”며 병행 노선을 지지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 홍 대표는 그동안 보이콧 결정 하루 만에 북한의 6차 핵실험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안보위기 앞에 보수야당이 장외투쟁만 한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앞으로 방송 개혁과 안보 문제를 놓고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일단 복귀의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정조사 협상을 하려면 원내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한국당은 ‘명분 없는 장외 보이콧’에 이어 ‘억지주장 장내 보이콧’으로 국회 발목 잡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한국당은 원내 투쟁과는 별도로 15일 대구에 이어 다음 주에는 부산에서 순회 장외집회를 열 계획이다. 당 일각에선 탄핵으로 지지부진했던 보수 진영이 대정부 투쟁으로 내부 결속을 다진 것은 성과라는 평도 있다. 한국당의 보이콧 철회로 국회는 11일부터 가까스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주만 해도 곳곳이 가시밭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본회의 표결,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여야가 강하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로 창과 방패가 뒤바뀐 상황에서 처음으로 맞는 대정부질문은 여야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인 민주당은 전 정부의 ‘적폐청산’ 필요성을 부각하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엄호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개혁을 ‘방송 장악 기도’로, 대북 정책을 ‘대화 구걸 시도’로 규정짓고 총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나흘간 이어지는 대정부질문 첫째 날인 11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야당인 바른정당은 당내 최다선(6선)인 김무성 의원 등이 출격한다. 11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야 4당은 모두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여당은 사퇴 불가론을 편다. 김이수 소장 임명동의안도 이날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는 예측불허다. 안철수 대표가 선출된 이후 여당과 각을 세워온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는데, 일단 당론 없이 자유투표에 맡길 방침이다. 한국당의 원내 복귀로 재적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본회의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의석수 40석의 국민의당 협조 없이는 찬성(민주당 120석)도, 반대(한국당 107석)도 과반을 얻기 어렵다. 홍수영 gaea@donga.com·최고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1일 시작했다. 이번 정기국회 성적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여야는 치열한 100일 대장정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날 협치를 강조했다. 임기 초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이행이라는 성과를 내려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선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전과 다른 정부, 전과 다른 국회의 모습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 달라”고 했다. 직후 청와대에서는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나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속히 구성하자”며 거들었다.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은 협의체가 운영된다면 입법, 예산을 포함한 국정 현안에 대해 여야 지도부와 깊이 소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와의 ‘허니문’ 기간을 끝낸 야권은 ‘야성’을 보여 줄 때라며 벼르고 있다. 야3당 모두 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과 맞물리면서 강경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경제·좌파·졸속·인사 ‘신적폐’를 바로잡고, 독선과 독주로 치닫는 포퓰리즘 폭주를 저지해야 된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은 말이 아니라 성과, 구호가 아니라 유능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고 변화를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독단을 견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은 ‘적폐청산’ 관련 과제다. 국가정보원 개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의 목표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아온 적폐의 뿌리를 드러내는 개혁 국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과 ‘슈퍼리치’ 증세안도 뜨거운 감자다. 야권은 ”퍼주기 복지를 위한 ‘산타클로스 예산’”이라고 비판하고, 민주당은 “복지가 곧 투자”라고 반박한다.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도 어려운 숙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올해 개헌안의 얼개를 잡아야 하지만 선거구 개편 등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들은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홍수영 gaea@donga.com·박성진 기자}
정기국회를 앞둔 31일 바른정당은 경기 파주에서 연찬회를 열었지만 당 안팎 분위기는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올해 6월 당 대표로 선출된 이혜훈 대표(53)의 금품 수수 의혹이 갑작스럽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날 모 언론은 ‘이 대표가 20대 총선에 당선되면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 이 대표에게 명품 가방과 시계 등 수천만 원대 금품을 제공했다’는 한 사업가의 주장을 보도했다. 이 대표는 “사기 전과범의 일방적 주장이며, 명백한 허위”라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본보는 진위 파악을 위해 이 대표에게 금품을 줬다고 주장한 P사의 회장인 A 씨(65·여)와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 공연기획과 인테리어 등을 전문적으로 하는 A 씨는 “2015년 10월 23일 이 대표의 지역구 한 호텔에서 만난 첫날 루이뷔통 지갑을 강남의 한 백화점에서 산 뒤 그 속에 현금 100만 원을 넣어 호텔 로비 1층에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때부터 올해 4월까지 까르띠에 시계와 옷, 현금 4000만 원 등 모두 6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시로 건넸다”고 말했다. A 씨는 또 “이 대표가 30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의 수도권 사업권을 맡도록 도와주겠다며 대기업의 임원을 함께 만났고, 이 사업 수주가 제대로 안 되자 또 다른 대기업 2곳의 임원을 차례로 소개했다”며 이 대표 측에서 A 씨와의 만남을 주선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까지 공개했다. 본보가 입수한 이 문자에는 ‘이 의원실과의 오찬 공지’ ‘대기업 ○○○ 부회장님과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가 안 돼…’ ‘이 의원실 조찬 확정 ○○호텔 07시 30분 예약자명 ○○○’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A 씨는 “이 대표가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그 대가로 수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으며, 올해 4월 사업이 무산되면서 내가 이 대표에게 항의했고, 그 다음 달인 5월 현금 일부와 지갑, 시계 등을 돌려받았다”며 이날 진정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연찬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 대표는 A 씨에 대해 “정치권 원로인 한 친박 인사를 통해 ‘언론계, 정계 인맥이 두터운 동향인이라 돕고 싶다’며 접근해 와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업 수주 관련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후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자원봉사자로 제가 방송 인터뷰가 있으면 모니터링도 해주고 의상이나 메이크업을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사기 전과범”이라며 “주장도 완전한 허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A 씨는 대출금을 편취하고, 대출 청탁을 위해 시중은행 지점장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사기, 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대표는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저한테 먼저 (금품 지원을) 권하며 ‘지금 필요한 것 같으니 쓰고 형편 될 때 갚으라’고 했다”며 “중간중간 갚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지속하다 약 3, 4개월 전에 다 갚았다”고 해명했다. 또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은) A 씨가 코디 용품이라며 일방적으로 들고 왔고, 구입 대금도 모두 오래전에 전액 지급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A 씨의 폭로에 대해 “A 씨가 ‘사업이 어려워졌다, 생활이 어렵다’고 돈을 융통해 달라고 계속 졸랐는데 응하지 않아 결국 폭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원수 needjung@donga.com·홍수영·송찬욱 기자}
국방부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에 대해서 “IRBM을 정상 각도로 약 2분의 1 사거리로 시험 발사한 것”이라고 공식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 김황록 정보본부장은 “화성-12형은 사거리가 5000km로 추정되고 반 정도(2700km) 날아간 것”이라며 “여러 가지 추진체를 조절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에 대해선 “한미 간 정보를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고에서는 청와대가 북한의 단거리발사체(탄도미사일)를 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성급히 판단했다가 번복한 것을 놓고 여야의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미국은 청와대 발표에 앞서 이미 단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는데 이후 청와대가 이를 부정한 것처럼 됐다”고 지적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북한이 발사한 뒤 국방부 정보국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협의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 이후 국가안보실에서 판단을 종합해 (방사포 추정으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기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가 생각난다”며 “합참의 최초 보고에는 방사포란 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청와대의 ‘축소 발표’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저희(국방부) 공식보고서에는 확인이 안 된 상태라 ‘불상 발사체’라고 돼 있다”라면서도 “초기 판단에서는 단거리발사체 궤적이 기존 스커드미사일과 달라 방사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바른정당 고문인 6선의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진석 의원이 주도하는 보수 야당의 초당적 연구모임인 ‘열린토론, 미래’가 30일 공식 출범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대통합’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김, 정 의원은 이날 출범식을 겸해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첫 세미나를 열었다. 친박(친박근혜)인 한국당 정갑윤 의원과 비박(비박근혜)인 바른정당 강길부 의원이 공동 주최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견제를 모임의 명분으로 내걸고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전례 없는 안보·경제위기를 앞에 두고서 보수우파 정치세력이 분열하는 것은 소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국당 내 김 의원과 가까운 강석호 의원, ‘복당파’인 김성태 김학용 의원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하태경 최고위원, 이학재 의원 등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보수가 분열된 상황에서 정치를 그만둘 순 없다. 보수통합이라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토론, 미래’는 매주 정기모임을 하며 정책연대를 비롯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당 주도의 보수통합을 염두에 두고 인적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이 ‘류석춘 혁신위원회’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이자 당 대표 기구인 윤리위원회를 통한 당적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11월까지 친박 핵심에 대한 징계 등을 모두 마쳐 통합의 여건을 갖춰 놓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바른정당에선 독자노선 목소리도 강해 31일 연찬회에서 진로를 놓고 백가쟁명식 토론이 예상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요즘 내 별명이 ‘홍방자’다”라며 쓱 웃었다. 춘향이(박근혜 전 대통령)를 구하러 온 이몽룡인 줄 알았다가 실망한 반(反)탄핵 세력들이 그렇게 부르더란다. 홍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춘향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라고 했던 농담을 빗댄 말이다. 대선 당시 ‘태극기 후보’를 표방하며 한국당을 탈당한 조원진 의원에게는 “잡놈”이라는 거친 말까지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할 말 못 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만 달라졌다는 조롱이었다. 말만 놓고 보면 홍 대표가 몇 달 새 손바닥 뒤집듯 했다. 대선이 한창이던 4월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출당 문제를 듣는 척도 안 했다. “정치적으로 시체가 됐는데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제1 야당 대표로 취임한 뒤인 7월에는 “태극기 집회가 내 정체성”이라는 류석춘 교수(연세대 사회학)에게 보수 혁신의 칼자루를 안겼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 출당 카드를 꺼내 들고 “같이 물에 빠져 죽을 순 없다”고 한다. 자진 탈당할 기회를 주되 거부하면 출당하겠다는 압박에 나선 것이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정치적 핍박’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5년 박근혜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아 ‘예선이 곧 본선’으로 불리던 2007년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의 룰을 만들었다. 대선 1년 6개월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불리한 룰이었다. 2007년 경선을 앞두고는 박 전 대통령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캠프 합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이런 일들로 밉보여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과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 때 곤욕을 겪었다는 게 그의 평소 인식이다. 보수 내부의 권력 쟁투가 탄핵을 불러왔다는 그의 시각도 독특하다. 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수사 등으로 자당(自黨)의 전직 대통령을 공격했고, 이에 절치부심하던 MB가 비박(비박근혜)을 앞세워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로 복수했다는 것이다. 맞는다면 서부 활극 같은 얘기다. 홍 대표의 별난 ‘뇌 구조’를 이해하면 대선 때 ‘박근혜 지킴이’ 발언은 정치적 의리이거나 표가 궁해서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전쟁 중에는 자당 전직 대통령을 지키고 보자는 판단이었던 듯하다. 홍 대표의 기억과 논리는 지극히 ‘독고다이’(‘특공대’라는 일본말로 홀로 싸운다는 의미)답지만 어찌 됐든 “보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결론에는 이르렀다. 홍 대표가 탄핵의 본질과 ‘촛불 민심’을 오독하는 것은 유감이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과 국정 농단을 방조한 친박(친박근혜) 핵심과는 이제 선을 그어야 한다는 판단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을 출당한다고 한국당이 세탁되지 않는다. 뒤틀리고 무기력한 보수 정당이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점이라 말하는 것이다. 대선 때 ‘기호 2번’에게 표를 줬던 785만2849명의 상당수는 박 전 대통령을 지키라기보다는 보수 궤멸을 우려했다. 그렇기에 홍 대표가 이제 박 전 대통령을 보내려는 행위를 ‘말 바꾸기’라고 폄하하지 않으련다. 보수 혁신은 비로소 이제부터다.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필립모리스사의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법률안 처리가 또다시 보류됐다. 올 6월부터 국내에 정식 수입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과세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담뱃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이 계속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여야 합의로 쉽게 처리될 것으로 보였던 전자담배 과세 문제는 갈수록 논란이 커지면서 8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 1갑(20개비)당 126원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인 594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소세 일부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결이 미뤄졌다. 현재 전자담배의 제세금은 1177원으로 일반 담배(3318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자담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틈을 타 제조사들이 세금이 낮은 파이프 담배로 판매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기재위 조세조정소위원회에서 22일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다음 날인 23일 전체회의에서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경태 기재위원장(자유한국당)이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의결을 미뤘다. 닷새 만에 전체회의에 전자담뱃세 인상안이 다시 올라왔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위원들 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그동안 인상안 반대 의견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날 전체회의는 달랐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유해한지 검증해 봐야 한다는 의견부터 세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약해 세율도 조금 낮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게 국민들 생각”이라며 세금 인상을 보류하자고 제안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면 담배 가격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으니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세금이 지금처럼 계속 낮을 경우 이를 제조, 판매하는 해외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과세를 늦출수록 다국적기업은 앉아서 개소세 차익을 이윤으로 챙겨간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자담배의) 조세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인상을 보류하자는 측의 주장을 꺾진 못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홍수영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대법관 13명이 전원일치로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관 전부가 곡학아세(曲學阿世)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정의가 마비됐다는 것이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한 13명의 대법관이 속된말로 ‘제정신이 아니다’, ‘또라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말이 좀 심하다. 집권당 대표와 관련해 ‘또라이’ 표현을 쓴 것을 시정해 달라.”(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년간 복역하고 23일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총리(73)를 놓고 정치권이 하루 종일 들끓었다. ○ 秋 “기소도 재판도 잘못”…野 “법치주의 파괴” 논란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해 “기소도 잘못됐고, 재판도 잘못됐다.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으로 사법 부정의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하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도 “그분(한 전 총리)의 진실과 양심을 믿기에 매우 안타까웠다”고 했다. 여기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이 불을 더 지폈다. 김 대변인은 한 전 총리가 출소한 직후인 오전 5시 15분경 서면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때 추모사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한명숙 총리를 향한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사법부를 정면 겨냥했다. 야당 의원들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발언이라며 추 대표를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자기들만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면서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여당 지도부가 3권 분립 체제하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하는 웃지 못할 일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며 “정말로 한 전 총리의 재판이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면 국정조사를 제안해 달라”고 역공을 폈다. 법사위에 출석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근거 없는 비난은 사법부의 신뢰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대법관으로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다.○ 추징금 8억8000만 원 중 250만 원만 환수 논란에 휩싸인 한 전 총리는 이날 오전 5시 10분경 경기 의정부교도소 문 밖으로 나왔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문희상 홍영표 정성호 민병두 유승희 유은혜 전해철 기동민 김경수 의원 등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 전·현직 의원 20여 명을 포함해 지지자 200여 명이 한 전 총리를 맞았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상징색인 노란색 풍선이 출소 길을 장식했다. 한 전 총리는 수척해진 얼굴로 10여 분간 짧은 소회만을 밝혔다. 눈물을 흘리지도,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은 2년 동안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 나가겠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3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 선거 후보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현금과 수표, 달러 등 9억 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선고 직후 추징금 환수팀까지 꾸렸지만 현재까지 한 전 총리의 교도소 영치금 250만 원만 추징했다. 한 전 총리 명의였다가 남편 이름으로 바뀐 아파트 보증금 1억5000만 원은 환수 대상이라고 법원이 판단했지만 한 전 총리가 불복해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 전 총리는 사면받지 않으면 만 83세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박성진 psjin@donga.com·이호재·홍수영 기자}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 인상이 국회에서 돌연 제동이 걸려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기재위원장의 반대로 논의를 미루기로 했다. 여야 만장일치로 이뤄진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의 전날 합의가 하루 만에 뒤집힌 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란 액체로 된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담뱃잎 고형물을 전기로 쪄 피우는 제품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써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지만 담뱃세는 일반 담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쟁점이 돼 왔다. 일반 담배는 한 갑에 개별소비세 594원을 포함해 세금이 2914원인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갑에 개별소비세 126원을 포함해 세금이 1348원이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은 형평성 차원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 인상을 주장해 왔다. 여기엔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국내 담배 총 판매량(36억6000만 갑)을 기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4%에 이르면 담뱃세가 2270억 원 덜 걷히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외국계 담배회사의 배만 불리게 된다”며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재위에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당초 예정된 3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어려워졌다. 기재위 통과를 미룬 조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반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자칫 담뱃값 인상의 우려가 있어 좀 더 논의를 해보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담뱃세 인상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현행 갑당 4000원대에서 5000∼6000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김윤종 zozo@donga.com·홍수영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총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이번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22일 출간하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본인의 말대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총재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도와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했다. 이에 대해 올해 4월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재는 탄핵 사태로 한국의 보수주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탄핵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세력이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보수는 끊임없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면서 “좌파가 선호해온 정책이라도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총재의 회고록은 1039쪽 2권 분량으로,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자신을 향한 병풍(兵風) 등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소회도 담았다. 그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연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성인부터 갓난아이까지 살충제 계란을 극단적으로 많이 섭취하더라도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살충제가 나온 계란을 먹었을 때 인체에 위해한 정도를 분석한 결과 1, 2세 아이는 한꺼번에 살충제 계란 7개, 3∼6세 아이는 11개, 성인은 39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평생 매일 먹더라도 2.6개 미만이라면 별문제가 없었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민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조사가 부실했던 산란계 농장 420곳의 재검사 결과 3곳에서 살충제인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나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가 나온 농장은 총 52곳으로 늘었다.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는 이미 빵, 훈제계란으로 제조돼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장형 사육, 밀집감금 사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와 국가식품관리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류영진 식약처장이 빨리 업무를 장악하고 완벽한 설명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사회 통념상 일정 시점까지 그것이 안 된다면 저도 (그의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살충제가 들어간 계란은 학교 급식에 쓰지 않는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살충제 계란의 안전성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Q. 살충제 계란 정말 안전한가. A. 이번 평가는 계란 섭취량이 매우 많은(상위 2.5%) 사람을 기준으로 했다. 연령별로 1, 2세 아이는 하루 2.1개, 성인은 하루 3개를 먹는다. 이들이 피프로닐 비펜트린 에톡사졸 플루페녹수론 피리다벤 등 5가지 살충제별로 농도가 가장 높은 계란을 한꺼번에 먹는다고 가정했다. 그 결과 1, 2세 아이는 한 번에 7.5개(비펜트린 기준), 성인은 39.5개까지 먹어도 별문제가 없었다. Q. 오랫동안 먹으면 위험할 수 있지 않나. A. ‘일일 허용 섭취량’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일일 허용 섭취량은 최소 70년간 매일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는 양을 의미한다. 피프로닐의 일일 허용 섭취량은 살충제 계란을 평생 2.6개씩 먹어야 하는 양이다. 비펜트린은 36.8개, 피리다벤은 555개, 플루페녹수론은 1321개, 에톡사졸은 4000개다. 피프로닐 비펜트린 피리다벤 등 3가지는 동물 실험 결과에서 임신부와 태아에게 특별히 더 위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Q. 이번 조사는 믿을 만한가. A. 전문가 사이에서는 정부가 추정치를 갖고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살충제에 장기간 노출 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 특히 이번 위해 평가는 어디까지나 살충제 최대 검출량과 극단섭취량, 독성참고량 등으로 계산해낸 결과다. 단국대병원 노상철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이론과 달리 현실에서는 체내에서 다른 물질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런데도 국민에게 안전하다고 하는 건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Q. 이번 조사에서 빠진 DDT 등 나머지 살충제는 문제없나. A. 식약처는 DDT 등 나머지 3가지 살충제의 위해 평가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평가 전이지만 식약처는 계란의 DDT 검출량이 많지 않아 인체에 위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DDT가 인체에 오랫동안 남아 암이나 내분비계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불리 결론 내려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Q.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가 이미 소진됐다는데…. A. 살충제 계란 34만여 개는 빵, 훈제계란으로 가공돼 뷔페, 마트를 통해 이미 판매됐다. 식약처가 해당 가공업체에서 수거한 계란은 약 5만 개. 나머지는 아직 수거되지 않아 이미 소비자가 섭취했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살충제 농가 49곳에서 생산한 계란 4200만여 개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오염된 계란은 모두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21일 정부 발표대로라면 가공식품에 살충제 계란이 사용됐다 해도 섭취한 사람에게 건강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청주=김호경 kimhk@donga.com / 홍수영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현안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향후 거취와 관련해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 전 총리는 20일 페이스북(사진)에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안에서부터 나오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라며 “조국을 비하하는 것,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위대한 나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물론 국가채무, 가계부채, 청년실업, 임금격차, 저출산 고령화, 노인빈곤, 높은 자살률 등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우리 모두의 힘을 결집하면 이런 문제들도 결국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다 올해 5월 퇴임한 그는 5월 11일 퇴임 뒤 100여 일 동안 페이스북에 총 14차례에 걸쳐 주로 국정과 정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남겼다. 13일에는 “우리를 둘러싼 안보, 외교 정세가 매우 어렵다”며 “우리끼리 싸우고 다투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7월 31일에는 “안보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론, 위험한 실험론, 비현실적인 대화론 등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며 “튼튼한 안보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리의 게시글에는 “서울시장에 출마해 달라”는 댓글이 종종 올라온다. 황 전 총리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되, 개인 사무실을 별도로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황 전 총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국정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잘못된 것, 개선돼야 할 것은 국민들과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며 “(게시 글의) 찬반 댓글을 통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차출에 대해 “그런 얘기는 (정치권에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저는 담담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한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0일 광주시당에서 “서울시장을 비롯한 어떤 것이라도 당과 당원의 부름이 있으면 기꺼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정원수 기자}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인 A의 말에 한때 현혹됐다. 2015년 A는 만날 때마다 통일 시대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가 추진하는 B사업이 실현되면 통일이 손에 잡힐 것 같을 정도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이 약효를 발휘하던 때이긴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통일에 유독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보였다. 이듬해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여당마저 20대 총선에 참패하며 B사업은 동력을 잃었다. A가 이를 안타까워할 듯해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일에까지 신경 쓸 수 있겠느냐”며 심드렁했다. 공무원의 레토릭(수사)을 믿은 게 순진했을까. 어쩌면 이는 그들이 사는 법에 대한 흔한 일화일지 모르겠다. 고위 공무원에겐 특히 그렇다. 정권의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수습 사무관 시절부터 터득한 지혜일 테다. 5년마다 나라를 새로 세우듯 국정철학이 확확 바뀌다 보니 사실 업무 능력만으로는 모자란다. 정권의 코드를 민첩하게 읽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데이터를 착착 생성해내는 정무 감각이 필수다. 공직자들은 이런 자신의 처지를 김수영의 시 ‘풀’에 빗대 ‘바람(권력)보다 더 빨리 눕는다’고 자조한다. 정무 감각이 탁월한 공무원조차도 요즘은 현기증을 느낄 것 같다. 17일 출범 100일째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정권교체란 무엇인지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정책 급회전도 본격화됐다. 공약을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집권 세력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방향 선회는 그 자체가 민의(民意)의 실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공무원의 자기 부정을 종종 목격한다. 자신이 전 정부에서 실무 설계한 정책을 놓고 “그때 그 정책 때문”이라고 몰아세우거나 불과 몇 달 전 정부 통계를 ‘마사지’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서도 그랬다. 2022년까지 필요한 총 30조6000억 원은 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하고 국고 지원을 늘리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앞서 3월에는 적립금이 2023년경 소진된다며 ‘공포 마케팅’하던 정부였다. 건보료 인상률을 전·현 정권 입맛대로 전제한 뒤 ‘고무줄 추계’를 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권 초기에는 집권 세력이 착각할 수도 있다. 각종 부처에서 마술 램프처럼 뚝딱 논리와 통계를 만들어내니 공직사회를 장악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 있다. 1980년대식 ‘반공 개그’로 말하자면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게 관료주의다. 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은 “집권 1년 차에는 부처에 보고서를 가져오라면 금세 만들어 국·실장이 직접 배달 온다. 그러나 3년 차만 지나도 숫자만 난무하고 실제 되는 일은 없는 맹탕 보고서를 전자문서로 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무원은 영원하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료 공화국’의 덫에 걸리지 않을 것인가. 역설적으로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너무 나서면 부처 공무원들은 보고서 쓰기에 바쁘고, 눈 밖에 날까 지시를 넘어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영혼’은 결국 집권 세력의 몫이다.홍수영 정치부 기자 gaea@donga.com}
보수 야당은 2일 정부의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여당이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부동산 투기 수요를 겨냥한 ‘핀셋’ 대책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삼지창’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증세안과 관련해 “국민증세, 세금폭탄의 시작”이라며 “처음에는 조세저항이 적은 대기업과 부자부터 시작하겠지만 이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가 적어서 앞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증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법인세 인상에 대해 ‘기업 발목잡기 증세’ ‘내수위축 증세’라며 맞섰다. 국회 내 ‘세법 전쟁’의 첫 관문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 살리기가 시급하다’면서 추가경정예산까지 강행한 정부가 법인세 인상으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으려 한다”면서 “강력히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바른정당이 “규제 중심의 정책은 ‘풍선 효과’, 거래량 감소 등을 불러와 되레 자금력이 부족한 중산층과 서민층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집값 문제는 금리, 통화량 등과 맞물려 정부가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요 억제가 아니라 실수요자를 위한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