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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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남북한 관계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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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7%
경제일반3%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 이젠 진심을 보여주라

    싱가포르로 날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며 18세기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을 떠올렸다. 외진 산골에 박혀 있던 허생은 굶주린 아내의 질책에 7년 만에 집을 나서더니, 서울 최고 부자에게서 1만 냥을 빌려 순식간에 100만 냥을 만들었다. 김정은도 집권 7년째에 문을 열고 나와, 전국을 휘젓고 다닌 허생처럼 남쪽에도 오고 중국에도 갔다. 시골 선비인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행동거지, 임기응변은 외교 신인답지 않다. 12일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이 판을 짠 외교 행보는 설계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운전자’가 되고 싶은 문재인 대통령을 적절한 시점에 두 번이나 활용했고, 북-미 ‘빅딜’에 불안감을 느끼는 중국 대륙의 황제도 두 번이나 찾아가 안심시켰다. 두 달 동안 네 차례의 숨 가쁜 정상회담을 연 끝에 드디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수뇌와 마주 앉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은 원했던 합의문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함께 얻었다. 특히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김정은과 만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다”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대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김정은에 대한 긍정 이미지는 회담 전 4.7%에서 약 10배인 48.3%로 급증했다. 부정적 이미지는 87.7%에서 25.8%로 크게 감소했다.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김정은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도 크게 희석됐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6일 “수개월 사이 김정은은 핵에 미친 사람에서 숙련된 지도자로, 현대 외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고모부와 이복형까지 죽인 살인적인 독재자이자 핵 미치광이라는 이미지를 각국 정상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합리적 지도자의 이미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김정은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고, 뿌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왜 이 길을 떠났는지, 출발선에 선 심정으로 되돌아볼 때이다. 이번 결행의 목적이 이미지 세탁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정을 받기 위한 건 아닐 것이다. 가난한 북한과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떠난 길일 것이다. 김정은의 희망대로 북한을 발전시키려면 이제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 핵까지 내놓은 진짜 이유가 바로 이걸 위해서다. 하지만 남의 돈은 좋은 이미지만으론 절대 받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성공에 대한 확신과 함께 나를 믿어도 된다고 투자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가진 것이 없을수록 투자자의 신뢰를 진실된 마음으로 얻어내야 한다. 북한보다 더 가난했던 1960년대에 가난한 조국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했던 한국의 40대 지도자가 바로 그랬다. 1963년 서독을 방문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를 만나 호소했다. “우리 국민 절반이 굶어 죽고 있다. 빌린 돈은 반드시 갚는다. 도와 달라. 우리 국민 전부가 실업자다. 라인강의 기적을 우리도 만들겠다.” 이 말을 하며 박정희는 눈물을 흘렸고, 이 말을 옮기던 통역관도 함께 울었다. 진심은 통한다. 광복 후 최초의 차관(借款)을 주었던 서독은, 박정희와의 만남 이후엔 담보도 필요 없는 막대한 추가 지원으로 고속성장의 밑천을 마련해 주었다. 1960년대 한국의 구세주가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던 서독이었다면 오늘날 북한의 구세주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동포의 땅 한국이 될 것이다. 남쪽의 많은 사람이 김정은의 이미지가 아닌 진심에 감동할수록, 한국은 큰 내부 갈등이 없이 북한 발전의 최대 후원자가 될 것이다. 이제 박정희의 눈물을 김정은이 흘려야 하고, 박정희의 길을 김정은이 가야 한다. “김정은은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맞는다면, 북-미 회담의 다음 행보로 그가 한국 언론 앞에 나서길 바란다. 단독 회견이든, 기자회견이든 상관없다. 그 자리에서 남한 국민을 향해 이렇게 호소해야 한다. “북한은 가난하다. 도와 달라. 한강의 기적을 우리도 만들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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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 언론 헤드라인 장식… 分단위로 업데이트하며 속보 경쟁

    한반도 유관 국가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 세계 언론도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중국 외교부는 12일 성명에서 “북-미 정상이 내린 정치적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회담 성과에 대해 환영과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이행하거나 준수하는 상황에서 필요에 따라 제재 조치를 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관련 제재를 중단하거나 해제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제재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중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 한반도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 역할론’을 분명히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직후 “포괄적인 해결을 향한 첫걸음으로 보고 지지한다. 일본에 중요한 납치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해준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뒤엔 “내 뜻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한다. (납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일본이 북한과 직접 만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결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극이 제공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렵,엽)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우리는 전진을 위한 중요한 행보가 취해진 것을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므로 구체적 내용을 검토해야 하지만 자극은 제공됐다”고 평가했다.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두 정상이 서명한 공동 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약속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하고 “IAEA는 관련 당사국들이 요청할 수 있는 (북한) 검증 활동을 어떤 것이라도 수행할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은 싱가포르에 파견된 수천 명의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시시각각 생중계됐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는 새벽부터 3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차례로 들어설 때 각기 다른 언어로 동시 생중계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2000여 명이 기자들이 모인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에선 기자들이 하루 종일 모니터를 주시하며 회담 소식을 본국에 전송했다. 가장 관심을 모은 두 정상이 처음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에선 큰 탄성이 터져 나왔고, 일부 기자들이 책상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들이 보내는 기사들은 모두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 CNN, 영국 BBC 등 세계 주요 언론들도 홈페이지에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배치하며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악수하는 등 새로운 장면을 연출할 때마다 제목도 ‘과거를 뒤로하고’(CNN) ‘역사적인 악수’(BBC) ‘악수, 그리고 합의를 향한 희망’(NYT) 등으로 고쳐 달며 하루 종일 회담을 분 단위로 중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만남이 성사됐으며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최고의 은둔 국가 간에 새로운 장을 여는 중대한 발걸음이 열렸다”고 전했다. BBC는 “양국이 1년간 위협을 주고받은 이후 전례 없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따뜻하게 맞아 독재국가 체제를 향한 수십 년간의 미국 정책을 뒤집었다”고 전했다. 이날 특히 일본 방송들은 하루 종일 회담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관련 소식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미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언론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외신들은 “과감한 변화를 약속했다”면서도 “디테일이 부족하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WP는 공동성명 내용이 개요 수준이고 북핵 프로그램 중단을 어떻게 검증할지, 또 구체적 내용이나 기한도 못 박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 역시 “공동성명이 과감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세부사항이 부족하다”고 비판했고 로이터통신도 “어떻게 이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 성공은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해 한반도를 깜짝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 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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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행사 능숙한 싱가포르,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취재 안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의 뜨거운 폭염도 ‘세기의 회담’에 걸맞게 달아오른 전 세계 매체들의 ‘취재 열기’보다 뜨겁지 않았다. 1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포뮬러원(F1) 경기장 건물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 2500여 명이 등록했다. IMC는 당초 오전 10시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기자들의 줄이 길어지자 1시간 당겨 오전 9시에 개장했다. 약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IMC는 그 규모가 워낙 커 내부엔 빈자리도 듬성듬성 보였으나 2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이미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선착순으로 자리를 맡는 방식이어서 책상마다 자신이 소속된 회사명을 표기해 붙여 놓을 정도로 자리 쟁탈전도 치열했다. 테이블 전체가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BBC, 일본 NHK 등이 적힌 종이가 책상을 뒤덮어 시선을 끌었다. 이날 IMC에 가장 활기가 돌았던 순간은 낮 12시 리셴룽 총리가 하얀색 고급 세단을 타고 도착해 준비 상황을 점검하던 때였다. 그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소감이 어떠냐는 등 즉석에서 질문이 쏟아졌지만 리 총리는 현장에서는 입을 굳게 닫았다. 케이 샨무감 싱가포르 내무장관은 ‘앞으로 회담 준비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동아일보의 질문에 “항상 최악의 상황에 준비해야 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싱가포르 당국은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2000명에 달하는 취재진에 회담 관련 정보를 일괄적으로 보내는 등 뛰어난 행정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4일 개설된 ‘북-미 정상회담’이란 제목의 텔레그램 대화방엔 현재 1200여 명의 취재진이 등록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공식 성명과 촬영한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대화방에 게재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할 때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자료와 사진 및 동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몰려든 기자들이 타전하는 뉴스로 전 세계 주요 언론은 메인 기사를 시시각각으로 바꿔가며 현지 상황을 생중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며 트럼트 대통령의 도착을 두고 “전투적이었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모습은 현저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 왕실 결혼식만큼 인파가 몰리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출발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기자들과 함께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영국 BBC방송은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리더와 만나는 것 자체로도 이미 승리를 쟁취했다”고 평가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도 북한과 미국 정상의 싱가포르 도착 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일요 주례미사에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회담이 한반도와 전 세계를 위한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긍정적인 길로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랑하는 한국인에게 특별한 우정과 기도를 거듭 보낸다”며 성공을 기원했다.싱가포르=한기재 record@donga.com / 주성하·위은지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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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교 카드도 꺼낸 트럼프 “회담 잘되면 김정은 백악관 초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북한의 비핵화 완성에 대한 보상으로 국교 정상화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원하는 것을 빨리 얻고 싶으면 미국의 요구대로 최대한 빨리 비핵화를 끝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여러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답을 내놨다.○ “종전 합의 서명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할 때 했던 발언과 달라진 대목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에 빅딜이 있을 것이지만 서명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엿새 만에 “서명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그동안 북-미 간의 실무회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합의했음을 의미한다. ‘서명이 있는 종전선언’은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올 합의문에 종전 관련 내용이 명문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는 북-미 합의의 상징성은 물론이고 합의 이행에 대한 구속력을 더욱 높여준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정상회담 이후 한국까지 가세해 남북미가 함께 종전을 선언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교 정상화를 처음 시사한 것도 ‘비핵화 합의-종전선언-비핵화 이행-경제 지원-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는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가장 절실하게 요구했던 반대급부다. 그 대신 북한은 ‘신속하고 확실한 핵 폐기’를 주장하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북-미 수교’라는 당근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잘되면 당근, 안되면 채찍’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내밀었다. 그는 “회담이 잘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도 그것을 매우 우호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 지원을 거론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을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돕겠다고 말했다”며 “중국도 경제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며 한발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회담이 실패할 경우 추가 대북제재를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부과할 300개 이상의 제재 목록을 갖고 있다. 합의할 수 있을 때까지는 유보하기로 결정했다”며 “필요하지 않으면 쓰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나는 걸어 나올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주민들을 위해, 그의 가족을 위해, 그 자신을 위해 위대한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고 정말 믿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는 상당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회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대단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한 번의 만남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담이 사흘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사진 이벤트가 아니냐”는 질문엔 “사진 이벤트보다 훨씬 더 큰일이 될 것”이라며 “이것은 하나의 프로세스”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첫발을 내디디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에 대해 “조심스러운 국면이어서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주성하 zsh75@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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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전선언→CVID→수교 ‘트럼프 로드맵’

    ‘종전선언-완전한 비핵화-국교 정상화’로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할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 그것은 첫 번째 조치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건 정말로 시작이고 아마 쉬운 부분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 그 다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문제와 관련해 “국교 정상화는 내가 하길 기대하는 일이다. 모든 게 마무리될 때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 추진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선(先) 비핵화, 후(後) 국교 정상화’ 로드맵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저런 많은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행 과정에 달라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구상”이라고 말해 북-미 간 ‘종전 합의 서명’ 등의 발언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CVID에 관해 북한으로부터 아직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종전선언과 국교 정상화 등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와 관련해 결단을 주저하는 김 위원장에게 확실한 당근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 얼마나 머물 것이냐”는 질문에 “하루, 이틀, 사흘….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사흘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회담이 잘된다면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아마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만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는 협상이 잘 안될 경우 “걸어 나올 완전한 준비도 돼 있으며 전에도 한 번 그랬다”고 말했다. 또 “내가 ‘최대한의 압박’을 다시 사용하겠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협상이 잘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로이터 “김정은 10일 싱가포르 도착” 한편 로이터통신은 8일 싱가포르발(發)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틀 전인) 이번 일요일(10일)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전용기로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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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북한 열공 중’… 김정은도 대외활동 없이 회담준비 집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주 ‘세기의 만남’을 앞두고 비핵화 등 핵심 의제의 막판 점검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집중 분석에 나서는 등 ‘열공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내 책상 위에 핵단추 있다”고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난 더 크고 강력한 단추가 있다”고 엄포성 발언을 주고받았는데 이젠 회담장에서 만나게 된 만큼 세밀한 회담 전술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준비 상황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보고를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검토해야 할 방대한 서면 자료들이 있다”고 전했다. 콘웨이 고문은 “짜임새 있고 광범위하게, 또 깊이 있게 하고 있다. 매우 잘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상대 ‘실전 연습’에 집중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사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부하지 않는 지도자’란 지적을 자주 받았다. 단순하고 즉흥적인 성격의 그가 매우 복잡하고 전문적인 비핵화 프로세스를 제대로 알고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나왔다. 급기야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적으로 회담 취소를 선언했을 때 워싱턴포스트(WP)는 “줄곧 보여 온 성급하고 전략 없는 즉흥성”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 몇 주 동안 일주일에 8∼10시간을 쏟아부으며 회담을 준비해 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대북 협상 전면에 나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과외 선생’을 맡고 있으며,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이 거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샘 넌,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으로부터 직접 1991년에 진행한 일명 ‘넌-루거법’의 입법 과정까지 상세하게 전해 들었다고 한다. 넌-루거법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남은 핵 및 화학 무기와 운반체계 등을 어떻게 폐기하고, 그 대가로 기술 및 자금은 어떻게 제공할지를 담고 있다. 이른바 ‘카자흐스탄 모델’로도 알려진 이 방식은 핵무기를 해외로 반출해 폐기하는 것이어서 북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은 일주일째 북한 매체에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대외 활동을 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집중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난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한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경제현장 시찰에도 최룡해 당 부위원장 등 고위 간부만 나서고 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온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최신 업데이트된 대미 과외를 받는 한편으로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이어가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을 통해 미국의 전략과 의도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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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노스 “北, 탄도미사일 시설 파괴”

    북한이 지난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용 일부 시설을 폐기했다고 미국의 대북 전문매체인 38노스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38노스는 상업 위성사진 분석 결과 지난달 중순 평안북도 구성시 북쪽 이하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테스트 스탠드(시험용 발사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지상 10여 m 높이의 이 장비는 미사일을 고정한 채 엔진 추력과 정상적 사출 여부 등을 점검하는 데 사용돼 왔다. 이 시험장에선 고체연료형 미사일 개발이 주로 이뤄졌다. 지난해 2월에는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한 ‘북극성-2형’을 이동식발사대(TEL)에서 쏴 올린 바 있다. 북한이 4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 중지를 선언한 지 3주 만에 이뤄진 이 조치의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38노스 운영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계획 중단의 진지함을 알리려는 작은 조치”라면서도 “향후 더 큰 조치가 뒤따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고체연료 미사일의 지상 사출시험이 완료돼 관련 시설을 철거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풍계리 핵실험장에 이어 동창리 발사장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동창리 발사장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총본산’과 같은 곳이다. 은하 3호와 광명성호 등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화성 계열의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용 엔진의 개발·분출시험 등이 꾸준히 진행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수시로 찾아서 신형 ICBM용 고출력 엔진 개발을 독려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까지 폐쇄하면 비핵화 진정성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6·12 북-미 핵담판’과 이후 종전선언이 성사되면 북한이 대북 경제제재 전면 해제 등을 조건으로 동창리 발사장의 ‘폐쇄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막판까지 대미협상의 ‘히든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고도의 연구시설과 발사장비가 갖춰진 동창리 발사장은 지하갱도로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 수교나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발사장을 담보로 최대 실익을 챙기고 주요 기술진과 장비를 빼돌린 뒤 가장 늦게 폐쇄하는 수순을 밟을 개연성도 있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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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폼페이오-볼턴-켈리, 싱가포르行 명단 포함”

    북-미 정상회담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북-미 대화를 주도해 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회담지인 싱가포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할 참모진 명단이 잠정 확정됐는데 폼페이오 장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 등이 포함됐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카운터 파트로 물밑에서 북-미 대화를 주도해 온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까지도 대북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과외선생님’ 역할을 도맡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수주 동안 매주 8∼10시간을 할애해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의 ‘홀대론’이 제기됐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싱가포르행 참모진 명단에 일단 이름을 올렸다. 볼턴 보좌관은 대북 초강경 주장을 유지해 북-미 회담을 의도적으로 좌초시키려 했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CNN은 4일 “볼턴 보좌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려고 ‘리비아 모델’ 등 강경 발언을 했고, 이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서로 협의해 볼턴을 대북 협상에서 배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수행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스타 데니스 로드먼도 싱가포르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높은 시청률이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에 나타나 협상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로드먼의 에이전트 대런 프린스는 로드먼이 싱가포르에 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최종 여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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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中관광객 버스 사고 문책… 4명 총살하고 軍수뇌 물갈이”

    북한이 자국 내에서 발생한 버스 추락 사고로 다수의 중국 좌파(골수 공산당) 학자 등 중국인 관광객 32명이 숨진 데 책임을 물어 노력영웅이자 인민군 소장인 금강개발총회사(KKG) 황영식 총사장과 KKG 정치국장 등 4명을 총살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황 총사장 처형 소식과 함께 김정각 군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사고 연대 책임을 지고 해임됐고, 리명수 총참모장도 교체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본보는 지난달 27일 첫 제보를 받은 뒤 일주일 넘게 취재했지만 추가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식통의 제보대로 북한군 수뇌들이 교체된 것이 이후 외신을 통해 알려짐에 따라 황 총사장 처형 제보의 신빙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최대 외화벌이 회사로 알려진 KKG는 북한 내 택시 및 고속버스 사업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 소속 기업이다. 4월 22일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가다 황해북도에서 빗길에 미끄러져 추락한 버스는 KKG 소속으로 알려졌다. 당시 버스에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승리 65주년 기념 혁명(紅色)여행단’이 탑승하고 있었다. 비보를 접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고 다음 날 오전 6시 평양의 중국 대사관을 위문 방문했고, 25일엔 평양역에 나가 중국인 시신을 실은 후송 전용열차를 전송하는 등 최고 수준의 예의를 표시했다. 제보 일주일 뒤인 3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교체됐다고 전했고, 같은 날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상 등 북한군 서열 1∼3위가 모두 교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황 총사장은 KKG를 북한 최대 무역회사 반열에 올린 인물이다. 황해북도 과일군 출신인 그는 왜소한 체격에 겸손한 성품으로 알려졌다. 군 총정치국 소속 무역회사로 시작한 KKG는 2000년대 후반 국방위원회 산하로 옮겨가 각종 사업에 손을 뻗치며 몸집을 불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5년 6월 “북한 정권이 KKG라는 이름을 내걸고 택시부터 원유탐사까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전 세계 다양한 사업에 손대고 있으며, 경제제재를 피해 홍콩에 비밀 합작회사를 설립해 수십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KKG의 배후엔 노동당 39호실과 홍콩 투자사인 퀸스웨이 그룹이 있다고 전했다. KKG는 원유와 고급 차도 북한으로 밀반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탄벤츠도 황 총사장이 해외에서 구입해 들여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황 총사장은 외화벌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경 북한군 소장으로 진급했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이상급만 타는 ‘2160’ 번호판을 붙인 최고급 외제 차량도 선물 받았다. 2010년 이후 ‘2160’ 번호판은 ‘727’로 바뀌었다. 북한과의 친선을 중시하는 중국 홍색관광객이 다수 희생된 버스 사고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군 수뇌부에 연대 책임을 물은 것은 표면적 명분일 가능성도 높다. 아사히신문은 수뇌부 교체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 내부의 온건파를 기용해 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6일 베이징발 평양행 CA121편을 시작으로 매주 월·수·금요일 3회 베이징∼평양 노선 운행을 재개한다. 지난해 11월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중단했던 베이징∼평양 정기선 운항이 6개월여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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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경제지원에 많은 돈 안써… 한국이 하고 中-日이 도울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 형식의 경제 원조를 한중일이 주로 부담하는 구도로 만들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으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트럼프, “대북 경제 지원은 한중일 3국이”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그것(경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중국과 일본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6000마일(약 9656km) 떨어져 있지만 그들(한중일)은 이웃 국가다. 우리는 이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한국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여러 차례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를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13일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하는 대신 민간 부문의 투자와 대북 진출, 기술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내가 북한이라면) 우리(미국)로부터 경제 원조는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북 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1998년 북한 신포 경수로 건설 때에도 총사업비 70%와 22%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분담했고 미국은 8%만 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청와대는 “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직접 원조가 없어도 개성공단 등에 미국 기업이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등 남북 합의 사항에 대한 국회 비준을 준비하는 것도 추후 대북 지원 예산 편성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뜻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남북 경제협력 본격화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돈만 내게 생긴 일본,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대북 지원 없다” 일본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도쿄신문은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묻고 ‘핵·미사일·납치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경제 지원도 없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다시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경제 지원에서 일본은 가장 주목받는 국가.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일본이 소외되고 있지만, 전후 배상금 형태로 지원에 나서면서 대화의 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일본 측이 북한 측에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 차관 및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북-일 평양선언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부담할 배상금 규모를 100억∼2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소 10조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7일 다롄에서 열린 2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신속한 대북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최근 거듭 밝혀온 것도 새삼 주목된다. 지난달 27일에도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비핵화 대가로 미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언급한 미 언론들을 일일이 지명하며 ‘주제넘은 훈시질’이라고 꾸짖은 뒤 “미국이 운운하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에 티끌만 한 기대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한상준 기자}

    • 201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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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웨이 티켓’ 끊어 온 김영철… 美, 국가원수급 의전-경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1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품에 넣고 떠난 길이지만, 그의 협상 카드를 보지 못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확언해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이 처음에는 베이징∼워싱턴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가 뉴욕행으로 바꾸었지만 둘 다 처음부터 편도 티켓을 끊었다”고 전했다. 협상이 언제 끝날지, 워싱턴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김 부위원장 일행은 돌아갈 티켓을 사지 않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은 1일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하루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담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는 경우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까지 고려한 일정이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특급 의전’ 미국은 김 위원장 일행을 국가원수급 의전으로 환대했다. 김 위원장이 대미 외교 주요 실무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5, 6명의 수행원과 함께 뉴욕 JFK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7분. 여객기가 도착하자 6, 7대의 검은색 의전 차량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가 김 부위원장 일행을 태웠다. 북한 대표단은 통상적인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미국의 외교 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1시간 남짓 지난 오후 3시 30분경 국무부 소속으로 보이는 경호차량 4, 5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호위하는 가운데 유엔본부 맞은편 밀레니엄힐턴 뉴욕 원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걸어서 1분 거리에 있으며 오후 7시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찬이 진행된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 호텔 신관 최상층인 40층의 허드슨강과 맨해튼의 야경이 잘 보이는 객실에 여장을 풀었다.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김 부위원장의 숙소와 차량으로 5∼10분 거리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투숙했다.○ 트럼프 입을 통해 확인된 친서 존재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져왔을지, 또 가져왔다면 어떻게 전달할지는 관심사였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친서 휴대 여부는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와 같은 편지를 보낼 때 답장이 오는 것이 관례적이다.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는 국무장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만약 있다면 그가 국무장관에게 주는 것이 완벽하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통한 ‘간접 전달’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부위원장이 친서를 가져왔다고 밝힘에 따라 비로소 친서 여부는 확인됐다. 본보 기자는 이날 저녁 호텔 로비에서 만찬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 부위원장을 기다렸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왔느냐. 폼페이오 장관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었지만 김 부위원장은 답변 없이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뉴욕=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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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영철 만나 김정은 친서 받을 것”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이 1일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해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회담이 시작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에 이어 31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회담 개시 2시간 반 뒤 김 부위원장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 폼페이오 장관도 뒤이어 회담장 밖으로 나섰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없이 차에 올랐다. 앞서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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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폼페이오 “김영철과 좋은 만남, 상당한 진전 이뤘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미디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과 31일 잇따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회담 개시 2시간 반 뒤 김 부위원장이 먼저 회담장을 떠났다. 폼페이오 장관도 뒤이어 회담장 밖으로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사람 모두 말없이 차에 올랐다. AP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의 만남을 잘 마쳤다. 진전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 우리의 만남에서 좋은 진전이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가 큰 이득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이 1일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말해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회담이 시작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앞서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7분경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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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김영철, 1일 워싱턴 방문 예정…김정은 친서 기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뉴욕 담판’에서 양측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탐색전을 겸한 만찬을 가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현지 시간) 오전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휴스턴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회담이 매우 잘 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김 위원장과 12일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이 1일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 안에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엔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으로는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며 “회담이 두 차례나 세 차례 가질 수도 있고 아예 안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 문제가 잘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고위급 회담이 시작한 직후 트위터 계정에 “북한과의 아주 좋은 회담(very good meetings)”이라는 짤막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맨해튼 38번가 고층 주거용 아파트인 코린티안 콘도미디엄 37층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나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중시하는 체제보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두 사람은 9·11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자리에 들어선 ‘프리덤타워’가 창밖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이 관저에서 30일과 31일 잇따라 만나 세기의 담판을 가졌다.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잠재적 회담은 북한에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위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세계는 더욱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적었다. 불과 1시간 뒤 체제의 명운을 건 본회담에 나설 북한 대표단에게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31일 오후 2시 15분(한국 시간 1일 오전 3시 15분)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부위원장과의 협상 결과를 발표한다고 예고했다. 1일에는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만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31일 회담 결과가 낙관적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서 김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7분경 중국 베이징발 중국국제항공 CA981편으로 뉴욕에 도착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뉴욕=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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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IA 5월초 ‘北 핵포기’ 의문 제기… “당장 포기 의사 없다” 보고서 작성

    ‘북한이 당장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분석 보고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BC 방송은 29일 3명의 관료를 인용해 해당 보고서의 존재를 밝혔다. 한 관료는 NBC에 “북한의 비핵화가 되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기 며칠 전 보고서를 읽어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CIA 보고서가 북한 핵 폐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의의 표시로 평양에 서방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여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 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정 브랜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북한이 서방국가들의 대북 투자에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로 삼으려고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평양 개설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사전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요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담았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강력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국은 종전 선언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이나 국무부는 중요한 외교적 협상에 임하기 전 상대국의 의중을 평가하기 위해 이런 형식의 분석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보고서의 신뢰도는 다른 북한 정보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낮거나 중간’ 정도이며 이는 정보 분석관들이 자신들의 결론을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NBC는 전했다. 한 정보 관계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은둔 국가인 북한에 대한 정보 수집은 어렵기로 악명 높아 아주 똑똑한 분석가들이 가능한 추정을 내놓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NBC의 보도에 대해 CIA와 백악관은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지난해 북한에서 종교 활동을 벌인 이유로 119명이 처형됐고 770명이 수감됐다는 내용이 담긴 ‘2017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종교 활동에 참여한 주민을 처형, 고문, 구타, 체포 등 가혹하게 다루고 있으며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8만∼12만 명 중 상당수는 종교적 이유 때문에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에서 종교를 가진 주민은 1950년엔 전체 인구의 24%에 달했지만 2002년 기준으론 0.016%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문제가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 국무부는 1998년 국제종교 자유법에 따라 매년 200여 개국의 종교 자유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으며, 2001년부터는 북한을 종교의 자유가 극심하게 침해당하는 ‘특별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해 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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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김정은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편지를 보낸 날. 북한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알 수가 없었지만 해외에 나와 있는 대사관, 주재원, 파견 근로자 사회엔 소식이 즉각 전달됐다. 해외에 체류 중인 한 북한 사람은 24일 밤 쓰린 가슴 달랠 길이 없었던지 내게 연락해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말 충격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너무나 예측 불가능한 대상들이니…. 제 주변에서도 깜짝 놀라 말로는 ‘쪼잔한 놈들’ 이러면서도, 모두 ‘정세가 또 긴장해져 많이 힘들겠구나’ 하며 걱정입니다. 저도 마음이 그냥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북한 사람들은 정말 그냥 이렇게 살라는 운명인가요. 정말 허무합니다.” 북한 사람 대다수가 이런 침통한 심정일 것이다. 최근 행보를 보면 김정은도 자신에게 쏠린 2400만 북한 인민의 기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김정은이 “미국의 요구를 도저히 받을 수 없어 다시 허리띠를 조여 매자”고 하면 인민은 그를 더 이상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허약한 권위의 마지막 한 꺼풀이 벗겨지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에게 어떠한 양보를 해서도 북-미 수교를 이루라고 압박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북한에서 나온다. 번영의 기회를 차버리는 순간 온순한 인민은 사라진다. 태영호 전 공사는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인플레이션을 잡아 김정은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에 진행됐던 화폐개혁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대적인 저항이 일어났다.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시장에서 상품이 없어졌다. 평양시 당 책임비서 김만길이 주민들 앞에서 사과하고 모든 상업 활동을 재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민들의 반발에 김정일은 크게 놀랐다. 북한 지도자의 한마디에 벌벌 기던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저항할 줄은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김정일은 한 달 만에 박남기 재정경제부장을 간첩으로 몰아 공개처형하고 주민들에게 사과해야 했다. 부친의 인생 최대 수모와 실패를 후계자 신분으로 곁에서 지켜봤을 김정은은 “생계를 건드리면 무소불위의 독재자 아버지조차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시장 통제를 포기했다. 그 결과 북한 시장은 무섭게 커졌고, 그 나름대로 정교하게 분업화됐다. 북한 시장의 표준 격인 통일시장은 의복류, 곡물류, 육류, 화장품류 등으로 품목별 판매 구획이 엄격히 나눠진다. 의복류 구획은 다시 양복, 남자 옷, 여자 옷, 어린이옷 등으로 세분됐다. 상인들은 구획별로 통일된 옷을 입고, 가슴엔 이름과 업종을 소개한 배지를 달고 있다. 한국의 마트 못지않은 체계를 갖춘 것이다. 시장 주변엔 상인에게 돈을 받고 고객을 끌어들여 먹고사는 일명 ‘몰이꾼’이 우글거린다. 북에는 시장이 500개가 넘고 100만 명 이상이 장사에 종사한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집단이 상인들이다. 시장은 체계적인 공급 시스템도 갖췄다. 가령 평양 사람들은 저렴한 옷을 사려면 서성구역 하당장마당을 찾아간다. 이곳에 ‘가대기’로 불리는 싼 옷을 공급하는 옷 생산자들은 인근 남포시 강서구역에 몰려 있다. 평양에 신발을 공급하는 최대 생산지는 평남 순천이다. 평양에 소비품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별로 업종이 특화된 것이다. 시장에서 돈을 번 ‘신흥 돈주’들은 국영상점을 사들이고, 소기업을 만들어 몸집을 키운다. 이렇게 번 돈으로 각종 공사에 ‘충성의 자금’을 내면 노력영웅 칭호까지 받는다. 김정은이 통치하는 인민은 바로 이런 ‘장마당 인민’이다. 한번 잘살아 본 이들은 다시 허리띠를 조이려 하지 않는다. 시장이 말라 죽는 순간, 김정은의 권위도 함께 죽는다. 앞에서 언급했던 해외 체류 근로자는 정상회담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에 이렇게 전해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좋아합니다. ‘원수님 정말 외교력이 대단하시다’ ‘세계를 잡아 흔든다’고 하는데, 겉으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사실 대다수가 진심으로 김정은이 위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물을 먹은 이들이 이러하면, 북한 안에 사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김정은에겐 인민의 칭송을 받을 밝은 희망이 열려 있다. 오직 다른 선택의 여지만이 없을 뿐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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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54조원 對中 관세폭탄 수입품 목록 6월 발표”

    “치명적 제약에 처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 빨리 난관을 돌파하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중국과학원 원사(院士·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 및 14차 중국공정(工程)원 원사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과학자 1300여 명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시 주석은 “(첨단 과학기술의) 자주혁신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핵심 기술) 혁신 주도권과 발전 주도권을 확실히 손에 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날 ‘치명적 제약’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첨단과학 분야의 기초기술 부족과 함께 미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중국의 산업이 세계 경제 가치 사슬의 고점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이 강성하고 부흥하려면 반드시 과학기술 발전을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과 도전과 사명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정부 차원의 첨단 과학기술 굴기를 미국이 견제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중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마찰이 다소 완화됐으나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를 미국이 억제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는 정보기술(IT), 자동화기기, 로봇 등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제조 2025’ 분야 산업에 지원과 보조금을 집중 배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런 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달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각각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4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관세 폭탄도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됐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정조준해 미국 시장에서 몰아내는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하자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ZTE가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시 주석의 하이테크 패권 경쟁 선언 하루 뒤인 29일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는, 500억 달러(약 54조 원)어치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다음 달 15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달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측이 타협하면서 관세 부과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중 무역공세를 계속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백악관은 또 산업적으로 중요한 기술 취득과 관련된 중국의 개인과 단체에 대한 투자 제한 및 수출 통제 강화 방안을 6월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WTO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소송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주성하 기자}

    • 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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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김창선-美헤이긴, 29일 싱가포르서 의전-경호 협의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사전 준비팀이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미 사전 준비팀은 이르면 29일부터 만나 회담이 열릴 정확한 시간과 배석자 명단, 회담의 언론 노출 범위 등의 세부사항까지 논의할 예정이다. 정상의 동선과 경호 문제도 중요한 의제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끄는 미국 측 준비팀은 28일 오후 9시경 일본 요코타(橫田) 공군기지를 경유한 뒤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미라 리카델 국가안보부보좌관, 패트릭 클리프턴 대통령 특별보좌관 등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 30여 명이 준비팀에 포함됐다. 이날 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김창선은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왔다가 26일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베이징을 경유해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베이징 고위 외교 소식통은 “김창선 등 8명의 대표단이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싱가포르행 비행기가 떠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3터미널에는 중국 측이 김창선 일행을 위해 사이드카 50여 대를 배치해 경호하는 등 중국 측이 북한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싱가포르와 판문점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북한이 언젠가 훌륭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적 논의에서 진전이 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해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양측 간에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1일 “북한이 조속한 비핵화를 한다면 미국은 한국과 같은 발전을 할 수 있게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들고나올 비핵화 카드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미가 비핵화 최종 목표에 합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며 “중대한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성 김 주필리핀 미대사가 이끄는 협상팀을 “무엇이 필요한지 이 문제를 잘 아는 기술그룹이며 전문가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해 고려하려는 3단계 방안을 구체화한 양측의 합의문을 도출하는 것이 김 대사의 목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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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北-美, 어질어질한 반전”

    외신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만남을 긴급 뉴스로 시시각각 전하며 그 의미를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 시간) 깜짝 회담에 대해 “놀랍고도 어질어질한 반전이며 북한 핵무기를 놓고 벌어지는 외교전의 양상을 새롭게 비틀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싱가포르 회담 취소라는) 초기 결정은 대화로 돌아오기 위한 딸꾹질이었다”며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릴 확실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며칠간의 ‘롤러코스터 데이’에 이어 깜짝 정상회담이 진행됐다”며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에 기습을 당했지만 새로운 해법으로 난관에 대처했고, 긴장 분위기를 신속히 반전시켰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한 뒤 협상이 그물망에 공이 낀 테니스 경기처럼 중단된 상태였지만, 그 공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이 문제를 놓고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없는 문재인 대통령뿐”이라는 김준형 한동대 교수의 말을 소개했다. CNN은 “한때 남북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평화의 상징으로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역사적인 땅 판문점은 이제 화해와 화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한반도 지도자들의 깜짝 놀랄 ‘할리우드 미팅’이란 제목을 달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 장면을 방영했다. BBC는 “(남북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남북 양측 지도자의 노력으로 만약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만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 완화를 위한 논의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BC뉴스는 취소될 뻔한 북-미 정상회담을 구제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했다며, 그가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달성할 경우 호전적인 관계를 끝내고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굳은 의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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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은 세계최고 포커 플레이어” 견제구 던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속내를 감추는 승부사라는 뜻)라고 지칭하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한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기자들이 ‘중국이 북-미 관계에 부정적 역할을 했는가’라고 묻자 “중국에 좀 실망했다. 김정은이 두 번째로 시 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누구를 비난하는 건 아니다. 아무 일도 없었을 수도 있고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도 “(김정은의) 첫 번째 방중(3월 25∼28일)은 누구나 다 알았지만 두 번째(5월 7, 8일)는 깜짝 놀랐다. 그 만남 뒤에 상황이 바뀌었다. 그러니 내가 기분 좋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세계 최고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라며 “나 역시 그가 하는 것과 같은 것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런 호칭을 붙인 것에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대북 제재에 적극 협력하는 시 주석을 ‘나의 좋은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했다. 하지만 두 차례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협박하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시진핑 배후론’을 믿기 시작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 평가는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방중 이후 많이 달라졌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 이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여러분은 나의 좋은 친구인 중국 시 주석이 미국에 해준 중차대한 도움, 특히 북한 국경선에서 보여준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면담하면서 “확실히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분명히 협상을 원했던 김정은이 지금은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북한)이 중국과 얘기했을 수도 있다. 그게 맞을 것”이라고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했다. 당시는 북한이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하고, 17일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을 때였다.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은 22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중국과의 무역을 생각할 때 그들(중국)이 북한과의 평화에 있어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한다”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중 무역협상을 계속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문 대통령은 (내가 기분 나쁘다는 것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다. 기분이 어떠시냐. 의견이 있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이 곤란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 중국 바로 옆에 살고 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멀지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설’ 제기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발휘하는 역할은 긍정적인 역할뿐”이라고 반박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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