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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후 2시. 경북 울진군 북면 한 야산의 정상. 김영훈 울진국유림관리소장이 새까맣게 그을린 소나무의 몸통을 어루만졌다. “비가 올 때면 항상 흙냄새가 향기롭게 풍기던 곳인데 아직도 희미한 탄내가 콧속을 파고드네요.” 손에는 거무튀튀한 잿물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선 채로 죽어 있는 나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시선을 돌리자 벌거숭이처럼 변한 휑한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스완(Green Swan)’에 대비해 국내 숲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화재 등 재난 후 신속한 복원과 사전예방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2년 전 대형 화재를 겪은 울진-삼척의 숲이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은 무려 213시간 동안 서울 면적의 약 35%에 이르는 2만923ha(헥타르)를 태웠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당시 산불 피해를 입었던 곳들에선 죽은 나무가 뿌리째 뽑인 후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김 소장은 “죽은 나무는 벌채해야 하고, 일대는 민둥산이 된다”며 “대형 산사태 피해가 일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아직도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 산불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울진 인구의 약 22%인 1만여 명은 송이 등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최근엔 수확을 못 하고 있다. 대를 이어 송이 농가를 운영해 온 이운영 씨(51)는 “죽어서 눈감을 때까지 울진에서 송이를 볼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 범위가 워낙 방대한 탓에 복구는 여전히 더디다. 울진군에 따르면 군 전체 피해 면적 1만4140ha 중 현재까지 벌채 면적은 1800ha에 불과하다. 자연복구 지역을 제외한 인공복구 범위 6900ha를 기준으로 보면 약 26%만 벌채가 진행됐다. 울진군 관계자는 “벌채 작업이 끝난 구역도 묘목 식재가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 산불이 일상화되고 있어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원은 “산불 발생 시 진화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담수지를 산불 위험 지역마다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불이 나면 진화 차량 등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林道)를 계획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주변이나 군부대 탄약고 주변처럼 초대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도 대비책으로 제시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남북 분단으로 인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개성의 이야기를 무료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 ‘개성있는 개성학(開城學)’이 15일 개강했다고 18일 밝혔다. 강좌 제작에는 이철성 건양대 교수, 윤숙자 행정안전부 이북오도위원회의 개성명예시장과 박정욱 평안도 배뱅이굿 무형문화재 명창 등 개성학 전문가 7명이 참여했다. 고려의 수도 개성이 현재 북한에 있다보니 전문 연구자들도 쉽게 가지 못하는 탓에 고려사는 조선사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이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 7명은 이번 강좌를 통해 고려 수도 개성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조명했다. 강의는 분단 80년, 휴전 72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고려 수도 개성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성의 문화가 현재로 이어져야 진정한 K-Culture가 완성된다는 하나의 주제로 목차들이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개경은 어떻게 고려의 수도가 되었고, 조선의 한양과는 어떻게 다른가? △Corea가 개방성을 가지고 세계에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인삼은 왜 유명해졌을까? △축구·야구·정구 등 근대 스포츠의 개성 △작가 박완서로 대중에게 알려진 개성의 문학 등 13개의 강좌로 이뤄져 있다.이 교수는 “분단이 지속되며 이제는 실향민과 이산가족이란 용어도 점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성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역사인 만큼 이 강의가 앞으로 평양·의주·함흥·원산 등 한국문화의 원형을 찾기 위한 기획강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강의는 K-MOOC 공식 홈페이지에서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강좌를 모두 수강할 경우 이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최소 10명을 죽이겠다고 협박한 글이 온라인에 올라와 경찰이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전날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학생들을 상대로 한 협박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온 것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17일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는 “내일 ○○여고에서 권총테러 한다. 19일에는 ○○여중 폭탄테러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내일 이 칼로 ○○여고에서 칼부림한다. 최소 10명을 죽이겠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흉기 사진도 첨부했다. 현재 해당 글들은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하고 학교 측과 협의해 언급된 학교 주변에 경찰을 배치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최근 교내외 흉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8일에는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이 다투던 남학생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정문에서 같은 학년 남학생의 복부를 흉기로 찔러 특수상해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남학생은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인천에선 중학교 1학년생이 가방에서 흉기를 꺼내 동급생을 위협하는 사건도 벌어졌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17일 10개국 141명의 엘리트 선수와 3만8000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세계육상연맹(WA)은 마라톤 대회를 4개 등급(플래티넘, 골드, 엘리트, WA)으로 나눠 인증하는데, 서울마라톤은 한국에서 유일한 플래티넘 라벨(최고 등급) 대회다. 이날 국제 부문에선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2시간6분8초로, 여자부의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가 2시간21분32초의 기록으로 1위를 했다. 남자부는 1, 2, 3위가 1초 간격을 두고 차례로 결승선을 지났을 만큼 접전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동문까지 이르는 풀코스에 1만8000명,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을 출발해 되돌아 오는 10km 코스에 2만 명의 마스터스 러너가 참가해 도심 레이스를 즐겼다.교통통제 협조해주신 시민께 감사드립니다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대회 구간 교통 통제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고 서울마라톤을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회 개최와 진행에 도움을 준 서울시, 서울경찰청, 대한육상연맹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필리핀 부부도 94년생 동호회도 “잊지못할 코스” 서울 질주 서울마라톤 겸 94회 동아마라톤칠레 부자 “환상 코스서 최고 추억”시각장애러너 “온 세상이 느껴져”… 15번째 참가 60대 “30번 더 뛸 것”이영표-션-박재범도 완주 환호성 산수유가 노랗게 봉오리를 터뜨린 1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변을 따라 색색의 옷을 입은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평소 회사원으로 붐비던 무교동 거리도 이날만큼은 마라토너의 차지였다. 이날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은 칠레와 필리핀,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외국인과 국내 러닝크루들로 북적였다. 풀코스(42.195km) 약 1만8000명, 10km 코스 약 2만 명 등 총 3만8000명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대 규모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봄을 맞이했다.● 러닝크루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도심 축제 2000년생 막내부터 1980년생 ‘큰 형님’까지 2040세대 젊은이들로 구성된 ‘보라매 트랙 러닝크루(BTRC)’는 이번 대회에 50명이 동반 참가했다. 오전 7시 40분경 출발 지점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준비운동을 하던 크루 구성원 이정윤 씨(28)는 “넉 달 동안 추운 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게 연습했다”며 “3시간 30분 이내로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힘차게 목표를 외쳤다. 1994년생 개띠 동갑내기 120명이 모인 러닝크루 ‘멍뭉런’은 이날 풀코스에 17명, 10km에 10명이 참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마다 한강공원에 모여 10km부터 차근차근 강도를 높이며 훈련해 왔다고 한다. 올 7월 결혼하는 강재훈 씨(30)와 신문희 씨(30)에겐 이번 대회가 ‘웨딩 동반주’가 됐다. 머리에 흰색 리본을 단 신 씨는 “사랑하는 예비 남편과 아프지 않게 재밌게 뛰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부산마라톤클럽과 구리마라톤, 보령마라톤, 제주마라톤클럽, 천안러너스, 광주철인클럽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날 생애 첫 풀코스를 완주한 이영표 전 축구 국가대표(47)는 “완주는 아무나 해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그에 맞는 땀과 노력을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가수 션(52)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푸르메재단과 함께 5000만 원을 기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311만 명에 달하는 가수 박재범(37)도 이날 자신의 SNS에 10km 완주 인증샷을 올렸다.● 외국인도 시각장애인도 “최고의 코스”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필리핀에서 온 19년차 부부 톰 씨(47)와 메일린 씨(46)는 “인터넷에서 ‘한국에서 유명한 마라톤’을 찾아보다 동아마라톤을 알게 됐다”며 “오늘이 한국 여행의 피날레”라고 말했다. 칠레인 무리엘 씨(34)는 고국에서 온 아버지와 함께 10km 코스에 참가하며 “도심 속 코스가 너무 재밌다”면서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남겨 행복하다”고 했다. 올해로 15번째 동아마라톤에 참가한 정재각 씨(69)는 “언덕 없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평탄한 코스로 짜여 20년 전부터 러너에게 최적의 무대였다”며 “앞으로도 30번 넘게 계속 참가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VMK시각장애인마라톤동호회장 이민규 씨(40)와 회원 홍은녀 씨(45)는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와 왼팔을 끈으로 묶은 채 안내를 받아 풀코스를 완주했다. 이들은 주 2, 3번 10km씩, 토요일에는 16km씩, 한 달 평균 150km를 뛰며 훈련했다고 한다. 홍 씨는 “달리다 보면 보이지 않아도 온 세상이 느껴진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과 관중의 응원 소리가 주는 쾌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김영인 씨(40)는 2시간 57분 만에 풀코스를 주파해 ‘서브스리’(3시간 안에 풀코스 완주)를 달성했다. 목표를 세운 지 2년 만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거치며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와중에 중심을 잡아준 게 마라톤이었다고 한다. 김원용 씨(70)는 기존 개인 기록보다 2분 빠른 1시간 2분 만에 10km를 완주했다.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개인 최고기록을 세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이재하 군(12)은 아버지 이진형 씨(40)와 10km를 약 56분 만에 완주했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 중인 이 군은 “앞으로도 꾸준히 아빠와 달리기 연습을 해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권단체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파도손)의 대표이자 미술가인 이정하 대표(54)는 24년 전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급성기와 회복기를 거듭하며 조현병과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동료 정신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관련 전시회를 여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정신장애인 다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증상을 경험한다. 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은 당사자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이들의 작품이 사회 저변에 깔린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인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성과다. 파도손은 이달에도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손잡고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내 갤러리에서 정신장애 예술가 2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마음을 그리다 Ⅱ’를 열고 있다.》4일 서울 중구 인쇄거리 깊숙한 골목에 자리한 파도손 작업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작업실 내부는 이 대표의 키만 한 대형 캔버스와 다른 작가들의 조형물로 가득했다. 책상 곳곳엔 A4용지에 펜으로 스케치한 습작도 널려 있었다. 그와 작품에 담긴 의미와 파도손을 설립한 계기, 국내 정신건강 정책에 대한 평가 등을 이야기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표작을 소개해 달라. “‘신의 목소리’를 주제로 그린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다. 신의 목소리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겪는 환청을 의미한다. 단청, 지구와 행성들, 춤추는 무당,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은 내가 증상을 겪을 때 들렸거나 보였던 것들이다. 정신건강의학과적으로 보면 내 그림은 다 ‘진단명’이다. ‘이 부분은 피해망상, 저 부분은 과대망상’ 하는 식으로. 하지만 캔버스로 옮기면 예술의 영역이 된다. 이게 내가 추구할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어떤 환청인가. “사람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생각이기도 하다. 굉장히 많이 들린다. 가끔은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전혀 안 될 정도다. 목소리는 종류도 많고 내용도 다양하다. 옛날엔 여기에 휘둘렸다. 환청이 시키는 대로 밖에 나갔다. 다리에도 가고 산에도 갔다.” 이 대표가 처음 조현병 진단을 받은 건 서른 살 무렵.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다닐 때였다. 하루에 한두 시간도 제대로 못 자는 기간이 6개월간 이어지더니 상태가 나빠져 처음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이후 11차례 더 이어진 입원 생활의 시작이었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하던 10년간 이 대표는 붓을 쥐지 못했다. ―어떻게 증상을 관리하고 있나. “꾸준한 상담 등 치료와 주변의 조력도 큰 도움이 됐다. 이제는 증상이 있지만 증상을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트레이닝(훈련)이 됐다. 환청이 들려도 무시할 수 있는 건 무시한다. ‘이건 증상이야, 현실이 아니야’라고 되뇌며 현실과 증상을 분리하는 거다. 고비를 한번 넘길 때마다 나에게 역량이 하나씩 생긴다. ‘레벨 업’ 하는 거다.” ―증상을 겪을 때 주변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주면 도움이 되나. “편견 없이 얘기를 들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동료가 들어주면 진정이 된다. 반면 증상이 심할 때 충고나 잔소리를 하면 그건 상태를 악화시키는 지름길이다. 잠을 못 자는데 ‘약 먹고 자라’ 하면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 증상을 겪는 사람에겐 그게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도 당사자 (인권) 운동을 하고 동료 지원가를 양성하면서 많이 배웠다. (급성기 환자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기술을 하나씩 습득한 거다.” ―수어처럼 배워두고 싶다. 하나만 알려 달라. “제일 필요한 것은 공감 능력인 것 같다. 보통 사람은 증상이 심한 사람을 보면 위험하다고 느끼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증상이 심한 사람은 마음이 심하게 아픈 사람이다. ‘아프다’고 얘기할 수 있게 그저 들어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나아지는 게 겉으로도 느껴진다. ‘너와 내가 분리돼 있지 않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인권 운동을 어쩌다 시작했나.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나에겐 (인권 운동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 12차례 입원했는데 그중 8차례가 강제 입원이었다. 열악한 폐쇄병동에서 ‘치료’보다는 ‘격리’에 초점을 둔 처우를 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 없던 병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강제 입원됐던 게 2014년이다. ‘내가 죽어야 이 끔찍한 일이 끝나겠구나’ 싶었다. 자살 충동도 너무 심하게 들었다. 그래서 강제 입원당하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 인권 운동을 시작한 거다. 강제 입원 없이도 회복하는 건 실제로 가능하다. 우리 사회가 그런 노력을 안 했을 뿐이다.” 2017년 이 대표가 설립한 파도손은 ‘마음이 파도칠 때 서로 잡는 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자신의 회복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를 돕는 ‘동료상담’과 상담가 양성, 입원 절차를 돕는 ‘절차보조’, 수공예·그림·운동 등 ‘자조모임’ 등을 돕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파도손에 오나. “파도손에 가입한 정신장애인은 약 400명이다. 재활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정신건강 기관의 소개를 받아서 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 다 두드려보고 제일 마지막에 오는 곳이 여기다. 환자 가족도 상담하러 많이 온다. 동료 지원가는 환자의 급성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 잘 안다. 그때 곁을 지키면서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돕는 거다. 고비를 넘기고 나서 (정신병원에) 입원할지 말지는 타인이 강제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결정한다. 스스로 ‘필요하다’ 싶어서 하는 입원이니까 치료 과정에서 혼란을 덜 느낀다. 그래서 급성기에 누군가 곁을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우려를 사고 있는데…. “범인을 정신질환자로 지목한 순간 우리는 실패하게 된다. 환자가 범행했다면 그 환경을 봐야 한다. 이면에 사회적인 서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병 때문이야’라고 섣불리 결론 내고 다른 원인에 눈을 감으면 사회적 서사는 묻히게 된다. 경남 진주시 방화 살인 사건도 발생하기 1년 전부터 이미 예고편이 있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 중 일부는 돌봄을 받지 못해 증세가 심해진 경우다. 그때 지역사회가 움직이고 지원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제때 대응할 수 있다면 많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 ―정신장애인이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지원 시기를 놓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정신장애인이 자기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적 지원이 아니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나도 그렇고 주변 당사자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회복했다. 직장이 없는 당사자들은 일하면서 회복했다. 일자리만 있어도 정말 많이 회복된다. 재발률도 확 떨어진다.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필요한 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가족의 삶까지 함께 침몰한다. 당사자가 일하거나 사회적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면 지역사회가 다 좋아진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에 대해 평가한다면…. “제일 개선됐다 싶은 건 처음으로 대통령이 정신건강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비전을 선포했다는 거다. 그에 반해 아쉬운 점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파도손 동료 지원가도 지난해 19명에서 올해 5명으로 줄었다. 서울시 동료 상담가 양성 사업이 없어졌고, 보건복지부의 동료 지원 예산도 줄었다. 인력이 줄면 (급성기 환자의) 위기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구하는 목표가 있다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전시할 때 많은 시민이 오셨다. 전시회를 보고 ‘정신장애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더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우리가 빈센트 반 고흐를 볼 땐 편견 없이 아름다운 작품을 그린 예술가로 본다. 그를 ‘중증 정신장애인’으로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미술의 거장인 일본의 구사마 야요이도 조현병 당사자다. 국내에서도 정신장애 예술가가 많이 나오면 인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문화예술이 최고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가들을 자세히 보면 다 중환자들이었다. 레프 톨스토이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살바도르 달리…. 너무 한쪽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부가 이번 주 중 병원을 떠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약 1만2000명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완료하기로 했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실제 면허정지 처분이 시작된다. 또 경찰은 고발에 대비해 전공의 수천 명을 동시에 수사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1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주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칠 계획이다. 8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912명 중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94명(92.9%)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미 사전통지서 발송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전통지서에는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해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이 이뤄질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또 ‘의견이 있으면 20일 내 제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5일부터 사전통지서가 발송된 만큼 일부 전공의는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송달이 확인됐음에도 의견을 안 내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직권 처분이 내려진다. 3개월 면허가 정지된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미뤄질 수 있다. 집에 사람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송달이 안 이뤄진 경우 정부는 재차 통지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또 면허정지 처분과 별개로 형사고발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이 본격화되면 최대 수천 명을 동시에 수사해야 할 것으로 보고 분산 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7일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일반 전공의는 일선 경찰서에서, 주동자와 범죄 혐의가 중한 전공의는 각 시도경찰청에서 각각 맡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대 공무원이 오전 2시까지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민원 전화 폭탄’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무원 10명 중 8명은 악성 민원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행정기관 차원의 대응은 턱없이 적고 정부의 대응 지침도 현장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주무관, 오전 2시까지 민원 전화 받아”7일 경기 김포시 등에 따르면 5일 숨진 채 발견된 시청 소속 주무관(9급) 이모 씨는 포트홀(도로 함몰) 공사가 있었던 지난달 29일 밤부터 이튿날 오전 2시 넘어서까지 민원 전화를 받았다. 교통 불편을 항의하는 전화가 당직실을 통해 담당자인 이 씨의 휴대전화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와 체증을 피하려 오전 5시까지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대기조처럼 전화를 받은 것. 김포시 관계자는 “밤늦게 문의가 오면 당직 서는 사람이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연락이 가는 경우가 있다. 자정 전후까지 연락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이 씨가 사망한 후 그의 동료 중 한 명은 사표를 냈다. 다른 부서 직원들도 정신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김포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포시는 이 씨의 신상을 인터넷 카페에 올려 민원 전화를 유도한 누리꾼 등을 고발하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있다.공무원이 ‘갑질’에 가까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지난해 8월 조합원 7061명을 설문해 보니 84%가 “최근 5년 새 악성 민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에도 경기 구리시의 한 행정복지센터 소속 주무관이 민원인을 상대한 직후 투신했다.● ‘폭언 들으면 1시간 휴식’ 현실 모르는 정부 민원 지침행정안전부는 7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민원 접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유형별 대응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이달 중 배포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의 현장 증거 취득부터 수사 단계, 검찰 기소, 법원 공판까지 절차별 대응 요령도 상세히 담길 예정이다.문제는 과거 비슷한 대책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행안부는 민원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같은 민원을 3회 이상 제출하면 내부 결재를 받아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침을 배포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한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내부 종결이 이뤄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같은 민원을 문구만 고쳐서 계속 올리는 경우에도 속수무책이다”라고 말했다. 폭언 피해 공무원에게 1시간 이내 휴게시간을 준다는 지침에 대해서도 다른 공무원은 “일하다 말고 어딜 가느냐.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인사고과 영향 등을 고려해 강경 대응을 꺼리는 공무원 조직 특성을 반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피해 공무원이 원하면 다른 곳으로 발령해주는 등의 조치가 자동으로 실시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경찰이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강제 수사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의사면허 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의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밝혔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자 의사 단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의 자택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지난달 17일 비대위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6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도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 병원 이탈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문을 보낼 대상이 연락이 안 닿을 때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의 면허를 최소 3개월 정지시키고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 업무개시 명령 대상 중 등기우편이 반송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날 압수수색과 공시 송달에 대해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노동을 강제한다”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며 추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공권력이 전공의 후배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 전공의 13명 면허번호 공개… ‘최소 3개월 정지’ 처분 착수 [의료공백 혼란]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공시 송달“미복귀 확인뒤 고발 오래 안걸릴것”… 대상자들 “인턴 끝나 복귀할 곳 없어”경찰, 의협 ‘투쟁 로드맵’ 등 압수수색… 병원장들 “환자 우선” 연일 복귀 촉구 정부는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 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시 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 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 공시 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시 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 중단 가능성”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하루이틀 개원의가 집단 휴직하는 건 비대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피의자 A 군(15)에 대해 경찰이 우발 범행으로 결론 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사건 당시 A 군은 평소 앓던 정신질환이 심해져 입원할 상태였는데, 병원으로부터 ‘빈자리가 나려면 20일 넘게 걸린다’는 안내를 받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A 군을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며 “계획 범행이나 공모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 군은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배 의원을 습격한 직후 검거됐다. 그는 “연예인 지망생을 보기 위해 현장에 갔다가 우연히 배 의원을 만났고 무의식적으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경찰이 사실이라고 결론 낸 것이다. 경찰이 A 군 주거지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분석했지만 정치적 동기로 볼 만한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배 의원의 이름을 검색한 기록이 있었지만 오래전 일이었고, 사건과 연결 지을 근거가 없었다. 김동수 강남경찰서장은 “피의자의 과거 행동 전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언론 등의 관심을 받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 군은 범행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로부터 입원 치료를 권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폐쇄 병동에 빈자리가 없어 최소 20일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고 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폐쇄 병동, 특히 소아 환자를 위한 병상은 2, 3개월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경복궁 낙서범에게 지갑을 던지고 배우 유아인 씨에게 커피를 뿌린 것도 A 군이었다고 확인했다. A 군은 “주목받고 싶어서 그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A 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는 보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복궁 낙서범을 보기 위해 법원에 갔다가 현장에서 우연히 (집회 현장을) 조우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대표 피습 사건이 A 군에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두 사건을 연결 지을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심정지 환자 발생 시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중환자실로 들어가 의사가 올 때까지 버틴다.’ 20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들에게 내려진 지침이다. 이날부터 시작된 전국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진이 대폭 줄면서 나온 고육책이다. 그러나 현장의 한 간호사는 “간호사 혼자 환자를 데려가서 의사가 올 때까지 버티라는 이야기는 환자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심정지 환자는 옮기는 과정에서도 시시각각 상태가 변한다. 흉부 압박 외에 약을 투여해야 할 수도 있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산소를 주입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에겐 약이나 산소 등을 처방할 수 있는 처방권이 없다. 현행 의료법상 진료나 처방은 의사만 할 수 있고 간호사 업무는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한정돼서다. 이 때문에 통상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길 때에는 의사가 곁을 지킨다. ● 현장 간호사들 “자칫하다 의료사고 날까 걱정”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 근무중단의 ‘풍선효과’로 기존 의사 업무를 떠맡게 된 간호사 등 현장 의료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일반 간호사들이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 없이 갑자기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로 배치돼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대한간호협회가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20일 오후 6시부터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22일 오후 6시까지 134건이 접수됐다. 또 다른 수도권 대학병원은 최근 동맥혈 가스 검사를 의사 업무에서 PA 간호사 업무로 변경했다. 동맥혈 가스 검사는 환자 동맥 안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정맥과 달리 몸 깊숙이 있는 동맥혈을 찔러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혈종 등 부작용이 크다. 그간 전공의가 해왔던 업무지만 PA 간호사가 맡게 된 것. PA 간호사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료진이다. 약물 처방, 검사, 수술 등 사실상 의사 업무 전반을 대신하고 있다. 현행법상 의사를 대리하는 PA 업무는 불법이지만, 만성적인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필수의료 특성상 현장에선 암암리에 투입돼왔다. 의료계에서는 이렇게 법의 사각지대에서 활동하는 PA가 전국적으로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번 전공의 이탈로 일반 간호사들이 갑자기 PA 업무에 투입되는가 하면, 기존 PA의 업무량까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간호사 업무도 하고 의사 업무도 떠맡다 보니 업무 과중으로 간호사도 힘들고 환자도 힘들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자칫하다 의료사고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의사가 진료하면 안전하고, 간호사가 진료하면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평소 담당하던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에 무분별하게 간호사가 대체재로 투입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 법적 보호 없는 정부 동원령에 발끈 특히 정부가 전공의 빈자리를 PA 간호사로 보충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현장에선 논란이 거세다. 간호사들이 불법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 장치는 마련하지 않은 채 전공의 공백을 임시방편으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19일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 PA 간호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대한간호협회가 “사전 협의된 바 없다”며 즉각 일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엔 일부 간호사들이 정부가 지시한 대로 일했다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당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는 “21일에도 PA 간호사가 처방을 내렸다”며 “의사 업무 중 간호사와의 업무 영역이 모호하게 구분되는 일들은 간호사에게 몽땅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PA 간호사 업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해 이들의 의료 현장 투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한간호협회 등에서 PA 간호사 투입 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경감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번 주 중 협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PA 간호사는 한시적으로 투입되며 행정명령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의료대란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PA 간호사 개선협의체를 통해 PA 간호사 합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전국 대형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19일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세브란스병원과 대전성모병원 등에선 전공의들이 이날부터 근무를 중단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자 전국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한 면허정지 절차에 착수했다. 또 전공의들에게 병원을 이탈할 경우 “상응하는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 전공의 수천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612명 중 600여 명이 사직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는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 525명 중 160여 명, 서울성모병원은 290명 중 19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빅5 병원에서만 전공의 2745명 중 1000명 이상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병원을 떠나지 말라는 진료유지명령과 함께 병원을 이탈한 경우 문자메시지 등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했다. 그래도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상당수는 예고한 대로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한다는 방침이어서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한 대학병원의 3년 차 외과 전공의는 “응급수술이 많은 신경외과나 중환자실 등은 일부 남아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병원을 같이 떠나기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대형병원들은 잡혀 있던 수술과 입원 일정을 속속 연기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하루 200건가량 수술이 진행되는데 19일에 20건, 20일엔 70건가량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진료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전국 12개 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공공병원 진료 시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상황이 심각해지면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료는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 없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 지도부 2명에 대해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겼다며 의사 면허정지를 위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 법무부와 경찰은 의료계 파업에 대해 주동자 구속 수사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반면 의협은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만들고 강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텅 빈 소아병동… “심장병 두살배기 딸 어쩌나” 아빠는 한숨만 [‘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 혼란]예정됐던 암수술도 갑자기 취소… 입원 환자들 퇴원 요구받기도심전도실 진료 대기 평소 2배일부 병원선 교수들이 당직 근무… “사태 장기화땐 버티기 힘들어”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1층 로비. 심실중격결손과 대동맥축착 등 심장질환을 앓는 두 살배기 딸을 둔 아버지 김모 씨(34)가 대기 공간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유모차에 태우고 있었다. 그는 “전공의 파업과 관련된 설명을 병원으로부터 자세히 듣지 못했다”며 “앞으로 딸의 진료가 어떻게 변동될지 알 수 없어 모든 게 너무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것을 모른 채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날까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600여 명은 사직서를 냈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은 이날부터 병원을 떠났다. 김 씨의 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수술 등 치료를 받아 왔다. 아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언제 증상이 심해져 다시 입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는 “파업이 계속된다면 딸의 입원이나 수술에 지장이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 개시를 하루 앞둔 19일 일선 대학병원 곳곳에선 환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교수와 간호사 등은 열흘에서 2주가량 대체 근무표를 짜놨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의료 현장은 폭풍전야를 맞았다.● “병원 30년 다녔지만 이런 적 처음”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심전도실 앞엔 진료를 기다리는 대기자가 40명을 웃돌았다. 30년째 이 병원을 다닌다는 순환기내과 환자 김명환 씨(77)는 “평소 7개 전부 운영되던 검사실이 현재 4개만 운영되고 있다”며 “평소엔 10∼20분만 기다리면 검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이미 20분을 기다렸는데 2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충남 홍성군에 살지만 인근 병원에선 협심증 치료가 불가능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왕복 5시간이 걸려 하룻밤을 묵고 이틀 일정으로 오간다. 김 씨는 “이렇게 오래 기다린 적은 처음”이라며 “20일에 잡혀 있는 진료마저 미뤄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암환우 온라인 커뮤니티 ‘아름다운 동행’을 운영해 온 최한중 대표는 “수술은 간병인까지 일정을 다 맞춰 두기 때문에 갑자기 취소되면 난감한 경우가 많은데 예정된 수술이 취소됐다는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현재 입원해 있는 환자들도 퇴원을 종용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수술이 연기돼 다른 병원을 찾고 있지만 난도가 높은 암 수술 특성상 대체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한다. 폐암 4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는 사진을 공개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이날 의사들을 향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 달라”며 “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서로 양보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남은 의료진 “장기화하면 못 버텨”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는 마취통증의학과 인력이 부족해지자 이미 다음 주 수술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한 이식외과 교수는 “신장 공여자와 스케줄을 미리 맞춘 건데 다 어그러지니까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간 이식 수술 중에서도 미뤄지면 생명이 위독할 환자 먼저 수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는 “열흘 이상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 교수들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은평성모병원도 16일부터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다. 한 흉부외과 교수는 “밤새 환자 보고 당직 서고, 다음 날 외래 보고 수술까지 해야 하다 보니 하루 이틀이야 버티겠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응급환자를 줄이거나 입원 환자나 수술을 줄이지 않으면 지금 인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파업에 비대면 진료 및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 측은 정부의 PA 간호사 활용과 관련해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세종시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원근 씨(26)는 아파도 웬만해선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틴다. 지난달엔 감기몸살로 체온이 39.8도까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들러 수액을 맞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 씨는 “바쁜 점심시간에 가게를 자주 비울 수 없어 가급적 약을 먹으며 버틴다”고 했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4명은 아파도 바쁘거나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6월 만 19∼34세 청년 4000명을 설문한 결과 1664명(41.6%)이 ‘최근 1년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응답자가 병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병원 갈 시간이 없어서’가 47.1%로 가장 많았다. ‘병원비를 쓰는 것이 아깝고 부담된다’는 응답은 33.7%,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사 먹는 편이어서’가 9.3%로 뒤를 이었다. 청년들은 아파도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인에게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응답자의 15.2%는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주변 사람이 없다’고 밝혔다.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고 한 청년 중에서도 52.4%는 ‘최근 1년간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밝힌 비율은 13.2%, ‘최근 한 달간 사적으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비율도 16.4%에 달했다. 특히 청년의 절반 이상(52.9%)은 최근 1년간 병원, 건강검진센터, 보건소 등에서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 30대를 대상으로 청년건강검진 홍보를 강화하고, 취약 청년에 대한 의료비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한종호 기자 hjh@donga.com}

그룹 UN 출신의 가수 겸 배우 김정훈 씨(44·사진)가 앞서 가던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낸 뒤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거부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3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 남부순환로에서 진로를 변경하며 앞서 가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김 씨에게 3차례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원래 김 씨를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만 입건해 조사했는데, 김 씨가 일으킨 사고로 상대 차량 운전자가 경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되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도 추가로 적용해 검찰로 넘겼다. 김 씨는 2011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차량을 운전하던 중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김 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29%로 당시 면허 취소 기준(0.1% 이상)을 웃돌았다. 이후 김 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백 번, 천 번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일”이라며 “두 번 다시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고, 자숙 기간을 거쳐 활동을 재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 투숙하며 마약을 투약한 20대 남녀 유흥업소 종사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은 약에 취한 채 퇴실하지 않다가 덜미가 잡혔다.6일 강남경찰서는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20대 남성 A 씨와 여성 B 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4일 이 호텔에 입실했다. 이후 5일 낮 12시경 프런트 직원이 전화로 퇴실을 안내했지만 A 씨 등은 횡설수설하며 오후 6시가 되도록 객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호텔 관계자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마약에 취한 이들을 발견했다.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소지품에선 주사기가 발견됐다. B 씨의 팔에서는 주사와 멍 자국이 여럿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 씨 등을 경찰서로 임의동행시켜 간이 검사를 벌인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 두 사람은 마약류 투약 전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A 씨와 B 씨는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로 지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입수했고, 이번에 처음 투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발 감정 등을 통해 이전에도 투약한 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종호 기자 hjh@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술에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유명 DJ가 5일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해당 여성이 사고 후 반려견을 안은 채 피해자 구호와 조사에 소홀히 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오전 4시 40분경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사망사고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로 20대 여성 A 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전에 ‘피해자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피해자를) 들이받은 걸 알고 있었느냐’는 물음엔 “몰랐다”고 했다.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였다. A 씨는 최근까지 국제무대를 오가며 DJ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는 대기업 계열사에 소속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사고 직후 반려견을 안은 채 피해자 구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장을 이탈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뺑소니 혐의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경찰의 초동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서울 강남에서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 갈림길에 섰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강남경찰서는 전날 오전 4시 40분경 강남구 논현동의 한 오르막길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로 20대 여성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피해자인 50대 남성은 사고로 오토바이에서 튕겨나가 큰 부상을 입고 심정지에 빠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현장서 체포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08%가 넘었다. 당시 A 씨는 자기 반려견을 끌어안은 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간이 약물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고, 동승자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신병을 확보한 뒤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에서 불이 난 공장에 들어가 인명을 수색하던 청년 소방관 2명이 안타깝게 순직하면서 현장 안전을 고려해 관련 매뉴얼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처럼 폭발과 붕괴 위험이 큰 경우엔 미국 등 선진국처럼 현장 지휘관이 ‘진입 중단’을 선언할 수 있도록 원칙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원 안전 우선’ 매뉴얼, 현장선 무용지물” 4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 56분경 고 김수광 소방장과 고 박수훈 소방교 등 소방관 4명이 불이 난 공장에 도착했을 때 건물 안엔 식용유 3200L가 보관돼 있어 폭발 위험이 컸다. 건물도 붕괴 위험이 큰 샌드위치 패널 구조였다. 하지만 이들은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말에 진입을 결정했고, 30분 후 갑자기 커진 불 탓에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가 고립돼 끝내 숨졌다. 이럴 땐 소방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침이 국내 소방 매뉴얼에 있긴 하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간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는 △(진입 전) 유해물질 등 위험 요인 숙지 △지휘관의 최종 승인 후 진입 △폭발 위험 시 안전거리 확보하며 인명 구조 등 절차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이런 지침이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고 호소했다. 작전의 위험이 아무리 커도 구조할 사람이 남아있다면 작전 중단을 명령할 수 있는 ‘진입 중단’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한 소방 관계자는 “위험성이 크다고 건물에 들어가지 않았다가 사상자가 나오면 현장 지휘관과 대원이 문책당할 수 있어, 위험해도 일단 들어가는 문화가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세부 지침이 224쪽에 걸쳐 뒤섞여 있는 탓에 지침 사이의 우선순위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색할 때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내부 열기를 확인하고 완료 후엔 문에 ‘검색 완료’를 표시하라”는 지침이 대표적이다. 한 소방관은 “일일이 지키면 작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세부적인 내용이 많다 보니 싸잡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美·英, 위험 크면 ‘진입 중단’ 선언 반면 미국에선 진입 중단 원칙을 매뉴얼에 명확히 적어두고 이를 지휘관과 대원들에게 숙지시키고 있다. 미국 화재예방협회 규정에 따르면 현장 지휘관은 위험도 평가를 통해 화재 현장 진입 여부와 수준을 결정한다. 소방관이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따라 발화 지점까지 접근할지, 건물 외곽에서 불길을 잡을지 결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폭발 가능성이 있거나 붕괴 조짐을 보이는 장소에는 소방관을 진입시키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권고하고, 현장에선 이를 철저히 지킨다. 2019년 4월 미국 애리조나주(州)의 한 변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땐 위험성을 정확히 평가하는 데에만 2시간 넘게 걸렸지만 누구도 진입을 재촉하지 않았다. 한국 매뉴얼엔 폭발 위험 장소에 소방관을 투입할 때 어떤 차량을 먼저 배치할지에 대한 기준만 있고 폭발이 임박해서야 소방관을 현장에서 대피시키도록 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정부도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면 대응 태세를 ‘방어형’으로 전환해 현장 대원을 철수시킨다. 진입해도 된다는 전문가 판단이나 진입을 도울 전문 장비가 확보되기 전까진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이는 실제 소방관 순직 비율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2021∼2023년)간 국내 재직 소방관 10만 명당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은 11.9명으로, 같은 기간 미국 내 소방관 사망률(8.4명)보다 높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장 목소리를 듣고 매뉴얼을 현실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누군가의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의 크리스마스를 반납한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수광 소방교(27)가 2019년 성탄절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그해 22세의 나이로 소방관이 된 그는 아이디에 119를 붙이고, 프로필에 ‘KOREA FIREFIGHTER(대한민국 소방관)’라는 소개문구를 걸었다. 성탄절 밤 근무가 고될 법도 하건만, 이날 근무복을 입고 찍은 사진 속 그의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했다. “저는 소방하고 결혼했어요.” 또 다른 순직 소방관인 박수훈 소방사(35)는 동료들이 ‘언제 결혼할 거냐’고 짓궂게 물을 때마다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중사였던 그는 ‘사람을 구하는 보람을 느끼고 싶다’며 2022년 2월 ‘늦깎이’ 소방관이 됐다. 두 소방관은 재난 현장에서 늘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1일 동료들은 증언했다. 지난해 7월 경북 집중호우 땐 68일이나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고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동료는 “늘 현장에 먼저 뛰어드는 친구들이었다”고 했다. 동료 김춘영 소방위는 “남들 하기 싫은 걸 다 하고 싶어 했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출동이 된 지난달 31일도 마찬가지였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이날 오후 7시 56분경 육가공품 제조공장의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들었다. 이들은 주저 없이 인명 수색을 위해 불이 난 3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3층 바닥이 무너졌다. 식품 조리를 위해 쌓아둔 식용유통 더미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안 그래도 무너지기 쉬운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공장이 삽시간에 붕괴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함께 출동한 다른 대원 2명은 창문을 깨고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끝내 고립됐다. 불길은 거셌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는 거대했다. 동료 대원들이 필사적으로 진화했지만 1일 오전 1시경 김 소방교가, 오전 4시 14분경 박 소방사가 각각 잔해 속에서 숨진 채 수습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소방관의 순직에 대해 “비보를 듣고 가슴이 아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고귀한 희생과 노고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애도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두 대원에 대해 1계급 특진과 공적이 뚜렷한 공무원에게 수여하는 훈장인 ‘옥조근정훈장’ 추서 했다.“불길 속 사람 있다” 한마디에,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동료들 “남 하기 싫은 일 하던 사람” 특전사 대원 출신 박수훈 소방사… 작년 예천 폭우땐 실종자 수색 앞장비번날도 출근하던 김수광 소방교… 인명구조사 합격뒤 구조대 자원 “항상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던 사람.”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박수훈 소방사(35)의 십년지기 송현수 씨(34)는 떠난 친구를 1일 이렇게 기억했다. 송 씨는 “박 소방사는 근무지인 문경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출동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워했을 정도”라며 “항상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사는 특전사로 근무하던 중 ‘사람을 구하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소방관에 지원해 2022년 2월 임용됐다. “불 속에 사람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뛰어든 그는 결국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하면 된다’ 외치던 특전사 출신 구조대원 이번 화재로 순직한 박 소방사와 김수광 소방교(27)의 소식을 접한 동료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박 소방사와 김 소방교는 전날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소방관이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솔선수범하는 사람들’로 기억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폭우 때도 실종자를 수색하는 데 앞장섰다. 박 소방사는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소방관 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2007년부터 박 소방사를 알고 지낸 김교철 상주시태권도협회장(50)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7전 8기로 소방관을 준비했던 친구”라며 “10년가량 준비한 끝에 32세 늦은 나이에 소방관 임용에 성공했을 때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박 소방사는 2021년 소방공무원 최종 합격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합격 소식과 함께 “아싸 소방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송 씨는 “항상 아이들을 챙겼다.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니까 아이들이 많이 따랐다”며 “아이들이 잘 못 따라와도 긍정적으로 ‘하면 된다!’를 가르쳤다”고 말했다. 박 소방사는 장남으로 여동생이 둘 있는데 두 여동생의 학자금을 본인이 다 벌어서 대학을 졸업시켰다고 한다. 송 씨는 “(화재) 소식을 기사로 접하고 설마 했는데, 기사 내용과 정황이 다 박 소방사를 가리켜 한숨도 못 잤다”며 “힘든 시기가 길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비번에도 출근해 인명구조사 자격증 공부 김 소방교는 2019년도 공개경쟁 채용으로 임용돼 20대 초반부터 경북도소방본부에 몸을 담았다. 지난해에는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취득하기 어렵기로 소문난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김 소방교와 함께 일한 김모 소방위는 “남들 하기 싫은 걸 다 하고 싶어 했다”며 “비번에도 집에 안 가고 구조대원들과 함께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고 연습하던 친구였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에는 제60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평소 남다른 화재 예방 활동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소방공무원 등에게 매년 주어지는 표창이다. 이날 두 순직 소방관이 속한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직원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단 채 침통함에 빠져 있었다. 센터의 한 팀장은 얼굴에 아직 닦지 않은 재가 묻은 채 울먹였다. 구조할 때 입고 나간 복장을 미처 갈아입지 못한 채 눈가는 빨갛게 충혈된 모습이었다. 본보 기자가 다가가 말을 걸자 한 손에 담배와 장갑을 든 채 “미안합니다”라고 잠긴 목소리로 응답했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를 알고 지낸 동료 김모 소방위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회상했다. 동료 남모 소방관은 “항상 밝게 웃고 다니고 주변에 힘을 줬다”고 기억했다. 남 소방관은 “동료 중에서도 ‘사회생활 진짜 잘한다’ 싶은 사람들 있지 않나. 둘 다 그런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동료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 예천군 폭우 피해 때도 실종 주민들을 찾기 위해 68일 넘게 지속된 수색 작업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물에 뛰어들던 사람들이다.문경=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문경=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문경=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습격한 중학생 피의자 A 군(15)이 범행 직후 현장에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A 군의 아버지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보고 모방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달에만 정치인 대상 살인 예고가 최소 6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25일 사건 당시 배 의원을 수행하던 비서관이 사건 직후 A 군을 붙잡아 ‘왜 그랬냐’고 묻자, A 군이 ‘정치를 이상하게 하잖아요’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A 군은 이 수행비서가 나이를 묻자 “열다섯 살이다. 촉법(소년)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A 군은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수행비서가 사건 당일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경찰서에 도착한 A 군의 아버지가 ‘아이가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을 보고 모방한 것 같다’고 말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A 군은 1차 조사에서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렸고, (배 의원을 습격한 건)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측 진술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계획 범행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과 주변인 조사 등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배 의원실에 따르면 A 군은 배 의원을 폭행하기 전 두 차례 “국회의원 배현진이 맞느냐”고 물으며 신원을 확인했고, 배 의원이 인사를 하러 다가오자 손에 들고 있던 돌멩이로 배 의원의 머리를 가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에만 정치인 대상 살인 예고가 최소 6건 발생했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 대표 습격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경찰이 수사 중인 정치인 살인 예고·협박 사건은 총 6건이다. 이 가운데 4건의 피의자는 검거됐고 2건은 아직 추적 중이다. 예고 대상은 이 대표가 4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1건, 민주당사 1건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 대표를 상대로 살인 예고 글을 쓴 혐의로 50대 B 씨를 입건했다. B 씨는 9일 모 언론사의 인터넷 뉴스 댓글에 이 대표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댓글을 본 누리꾼이 신고해 경찰이 22일 B 씨를 검거했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피의자 A 군(15)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28일 A 군의 주거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피의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PC 등을 확보해 포렌식 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29일 A 군이 입원한 병원 등에서 관련 물품을 확보했다. 경찰은 피의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A 군의 부모를 상대로 A 군의 평소 행적과 성향을 조사하고 있다. 범행 당일뿐만 아니라 과거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통화 내역과 폐쇄회로(CC)TV 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 이력 등도 조사 중이다. A 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정치인 관련 집회에 참석했다는 의혹에 대해 이 관계자는 “아직 A 군을 상대로 공식 확인하진 않았다”며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통해 행적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A 군의 부모가 경찰에서 조사받을 당시 배 의원 보좌진과 조우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 의원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배 의원 본인을 비롯한 보좌진 누구에게도 피의자 측으로부터 사과 의사는 전달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부모가 경찰서에서 만난 배 의원실 관계자에게 사의를 표했지만 배 의원 측은 사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 군의 응급입원 기한이 만료되는 30일 이후에는 강제입원 절차인 보호입원 상태로 전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건강 상태는 병원에서 판단하겠지만 당분간 계속 입원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 상황에 따라 한두 차례 이상 조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