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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당국이 6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집중 발사했다. 전날(5일) 북한이 4곳에서 8발의 SRBM을 쏘며 도발하자 ‘강 대 강’으로 맞불을 놓은 것. 한미는 이르면 7일 전투기 등 공중 전력까지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한 뒤 이를 공개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 당국이 오전 4시 45분부터 10여 분간 강원 동해안 일원에서 지대지미사일 8발을 쏘아 올렸다고 전했다. 한국군과 미군은 대북선제타격(킬체인·Kill Chain) 핵심 전력인 에이태킴스(ATACMS)를 각각 7발, 1발씩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SRBM 도발에도 우리 군이 이례적으로 강력한 맞대응에 나선 것.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미사일 공동 발사에 이어 F-15K, F-16 등 핵심 공군 자산을 투입한 공중연합훈련도 지난주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양국은 미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해 우리 공군이 연합훈련을 하는 등 공동 대응 규모를 크게 늘려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과 관련해서 정부 핵심 관계자는 “당연히 미국의 핵우산 등 핵을 통한 대북 대응 방식도 포함돼 있는 표현”이라고 전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6일(현지 시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尹 “6·25는 공산세력 침략… 北도발 단호 대처” 경고 수위 높여 한미, 北미사일 8발에 8발로 응수尹, 임기 첫 현충일 추념식 참석해… ‘공산세력’ 표현 추념사에 직접 넣어“北 핵-미사일 세계평화 위협… 근본적-실질적 안보능력 갖출 것”한미, 北도발에 공동대응 태세 강화… 北 핵실험 땐 美전략자산 신속전개미군-日자위대도 미사일 요격훈련윤석열 대통령은 6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강조했다. 전날 북한이 8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무더기로 발사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자 실질적·실효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밝힌 것. 지난달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핵우산 등 ‘핵에는 핵’으로 맞설 수 있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도 다시 한번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북한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 수위도 높여 나간다. 한미 당국은 이르면 7일 F-15K, F-16 등 전투기들을 동원한 공중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 시 양국 군 고위급 장성 공동 명의로 강력한 규탄 성명도 처음으로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양국은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개를 위한 사전 협의도 빠르면 이달 중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尹 “北 핵·미사일, 세계 평화 위협”윤 대통령은 이날 임기 첫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도발까지 준비하는 북한을 향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 윤 대통령은 또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공산 세력’이란 표현은 윤 대통령이 직접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추념사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면 그 분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북한을 겨냥한 전반적인 메시지 수위는 확 올라갔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군사 대비 태세를 포함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할 수 있는 대응은 다 열어 놓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이 언급한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유사시 미국이 제공할 확장억제 수단으로 ‘핵·재래식·미사일방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전투기 등 미국 핵심 전략자산의 신속하고 확실한 전개, 한미 연합훈련 강화 등 대북 대응 기조 방침도 (윤 대통령 메시지에) 포함됐다”고 했다.○ 한미, 전투기 동원 공중 연합훈련 나설 듯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에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새벽 전날(5일)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SRBM 8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유사시 대북선제타격(킬체인·Kill Chain)의 핵심 전력인 에이태킴스는 탄두에 900여 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단 한 발로도 축구장 3,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여러 발의 대응 미사일을 발사하며 언제든 북한 핵·미사일 기지나 지휘부를 동시 타격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도 이날 “이번 사격은 북한이 다수 장소에서 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도발 원점과 지휘·지원 세력에 대해 즉각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일본 자위대는 전날 북한 SRBM 시험발사에 대한 맞대응 훈련에 나섰다. 양측은 미군과 자위대가 레이더로 미사일을 포착하고, 이지스함과 패트리엇(PAC3) 지대공 유도미사일로 요격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AEA 사무총장 “北 풍계리서 핵실험 징후 포착”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6일(현지 시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IAEA 이사회 정기 회의에 참석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중 하나가 재개방된 징후를 관찰했다”며 “이는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영변 지역에서도 핵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 별관에 지붕을 설치해 농축시설 건설이 완료됐다고 전했다. 또 경수로 인근 건물 한 개 동이 완공됐고 인접 구역에 건물 2개 동 건설이 시작됐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대표 이유식 브랜드 ‘거버(Gerber)’의 첫 아기 모델로 유명했던 터너 쿡 씨(왼쪽 사진)가 향년 96세로 3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미국 CNN은 이날 쿡 씨가 미국 플로리다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 1926년생인 쿡 씨는 1928년 제1회 거버 베이비 선발대회에서 우승하며 모델로 발탁됐다. 그의 이웃집에 살던 화가가 당시 아기였던 쿡 씨의 얼굴을 스케치로 그려놨다가 대회에 출품했고, 이 그림은 그대로 거버 광고에 쓰였다(오른쪽 사진). 쿡 씨는 성인이 된 뒤 추리 소설가, 영어 교사로 활동했고 1978년에야 그가 거버의 아기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닭고기 사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 데다 물가 급등에 직면한 각국이 식량 안보를 위해 닭고기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간) 영국 BBC,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영국 싱가포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공급업자와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옥수수 밀 같은 주요 사료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이어서 국제 사료 공급 자체가 줄어 각국 육계(肉鷄) 농가 상당수는 파산하거나 파산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 초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공급도 악화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금지했다. BBC는 싱가포르에서 앞으로 서민 음식 치킨라이스(닭고기밥)를 접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 식량 90% 이상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특히 닭고기 소비량 3분의 1가량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한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닭고기는 시작일 뿐이다. 다른 식량도 (수입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도 여파가 퍼진다. 영국 하트퍼드셔주에서 닭고기 요리 레스토랑을 하는 댄 심프슨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닭고기 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BBC에 말했다. 지난해 박스당 30파운드(약 4만7000원)였던 것이 50파운드(약 7만8000원)까지 올랐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이미 물가 상승을 경험한 영국은 전쟁으로 또 물가가 오르고 있다. 한국도 5월 닭고기 가격이 16.1% 뛰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곳곳에서 닭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닭고기 사료 공급에 차질이 생긴 데다 물가 급등에 직면한 각국이 식량 안보를 위해 닭고기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간) 영국 BBC,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영국 싱가포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 공급업자와 소비자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 옥수수 밀 같은 주요 사료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이어서 국제 사료 공급 자체가 줄면서 각국 육계(肉鷄) 농가 상당수는 파산하거나 파산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 초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공급도 악화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일부터 닭고기 수출을 금지했다. BBC는 싱가포르에서 앞으소 서민 음식 치킨라이스(닭고기밥)를 접하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 식량 90% 이상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특히 닭고기 소비량 3분의 1 가량을 말레이시아에 의존한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닭고기는 시작일 뿐이다. 다른 식량도 (수입 중단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도 여파가 퍼진다. 영국 허트포드셔주에서 닭고기요리 레스토랑을 하는 댄 심슨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닭고기 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BBC에 말했다. 지난해 박스 당 30파운드(약 4만7000원)였던 것이 50파운드(약 7만8000원)까지 올랐다. 브렉시트(Brexit·유럽연합 탈퇴)로 이미 물가 상승을 경험한 영국은 전쟁으로 또 물가가 오르고 있다. 한국도 5월 닭고기 가격이 16.1% 뛰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터키의 공식 국가 명칭을 ‘튀르키예(Türkiye)’로 변경해 달라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유엔(UN)이 승인했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도 앞으로 터키를 튀르키예로 바꿔 부를 것으로 보인다. 영어로 ‘터키(Turkey)’는 칠면조, 겁쟁이, 패배자라는 뜻이 있에 터키는 이 표현에 큰 거부감을 보였다. 1일(현지 시간) 유엔에 따르면 이날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호 표기를 바꿔달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구테흐스 총장이 서한을 받은 즉시 국호 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며 앞으로 유엔의 모든 공식 문서에서 터키의 표기를 튀르키예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지난해 말부터 자국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꾸자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튀르키예는 터키어로 ‘터키인의 땅’을 뜻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튀르키예는 터키의 문화와 문명,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말했다. 터키인들은 오래 전부터 자국을 튀르키예라고 불렀으며 터키어로 표현한 터키의 정식 국호 역시 ‘튀르키예 공화국’이다.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도 유엔의 결정에 따라 터키의 국호 표기를 변경하는 방안을 외교부와 논의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이 일본 내 미군 기지에 최신 스텔스 전투기 등을 추가 배치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한반도 주변의 전략 자산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2일 일본 오키나와 지역신문 류큐신포에 따르면 1일 오키나와 내 가데나 미 공군기지에 미 공군 소속 전투기 22대가 추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1시 F-16 전투기 10대가, 1시간 뒤에는 F-22A 랩터 스텔스 전투기 6대가 또 날아왔다. 같은 날 오후 5시 반 경에는 다시 F-22A 랩터 6대가 추가로 등장했다. F-16 전투기들은 아오모리현 미사와 기지에서, F-22A 랩터 전투기들은 미 하와의 히캄 공군기지에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부터 미국은 일본 내 미군 기지에 전투기를 대폭 늘렸다. 지난달 29일에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에 배치됐던 함재기 FA-18 슈퍼호넷, EZ-18G 등 총 8대가 가데나 기지로 이동했다. 다음날은 FA-18 슈퍼호넷 7대와 C2A 그레이하운스 수송기 2대가 추가로 이동했다. 평소에도 소음 등으로 주민 불만이 높은 가데나 기지에 갑자기 미군 전투기가 더 늘어나자 주민들은 “대화 소리가 안 들릴 정도”라며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류쿠신포에 따르면 가데나 기지에는 2015년 기준으로 F-15 전투기가 약 100대 배치돼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도 미 해군의 신형 강습상륙함 트리폴리(LHA-7)가 지난달 29일 수도 도쿄와 가까운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 기항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상륙함은 병력, 차량을 실어 나를 수 있으며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전투기 등을 탑재하고 있다. 미 군사매체 ‘USNI’는 지난달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기지를 출항한 이 상륙함이 F-35B 20대를 싣고 요코스카 기지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일본 등을 방문했을 때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경고했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이 끝나자마자 미국이 일본 내 공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일본 내 미국의 전략 자산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전개해 맞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에 대한 러시아의 맞대응이 거세다. 러시아는 1일(현지 시간)부터 독일 덴마크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전날 네덜란드 공급 중단에 이은 것이다.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도 이미 러시아 가스 공급이 끊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유럽의 잇단 제재로 유럽-러시아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유럽은 물가 급등과 경제 둔화 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러시아 국민은 실생활에 파고든 제재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0개 비회원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는 2일 회의를 열고 EU의 원유 금수 조치로 원유 생산 능력이 저하될 러시아를 산유량 증산 합의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를 배제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중동 산유국이 석유 증산을 결정하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길은 더 막히게 된다.○ 獨·佛 물가·에너지 가격 동시 폭등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각각 덴마크와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인 덴마크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 에너지 유럽’이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와 독일에 대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1일부터 중단됐다. 오스테드는 “다른 공급처로 천연가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셸 에너지 유럽’을 통한 연간 가스 공급량은 독일 연간 가스 소비량(950억 m³)의 1.3%에 불과해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하지만 BBC는 “러시아의 보복이 독일과 덴마크까지 번졌다”며 “유럽이 (제재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EU는 연간 가스 소비량의 40%(약 1550억 m³)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에너지를 무기 삼은 러시아의 압박이 커지면서 유럽은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독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9% 올라 1차 석유파동 때인 1973년 이후 약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8.3%, 식품 가격은 11.1% 상승했다. 프랑스도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5.2% 증가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 역시 전년보다 28%, 식품 가격은 4.2% 올랐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분석 결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8.1%, 에너지 가격은 39.2%나 올랐다. 1997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AFP통신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러 국민 실직 취업난 시달려”러시아 국민은 서방 제재 여파를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국민이 취업난과 사업 중단, 실직 등에 직면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년 영업 경력의 나탈리야 클류예바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올 2월부터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전쟁으로 많은 서방 기업이 러시아를 떠난 영향이 컸다. 그는 “소름 끼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외국계 브랜드가 점포의 40%를 차지하던 대형 쇼핑몰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올 4월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 따르면 마케팅 홍보 인사 분야 채용 규모가 2월보다 최대 55% 감소했다. 경제학자 타티야나 미하일로바는 “올가을까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10% 감소하고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뛰는 격변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신(新)냉전 양상이 드러나는 가운데 우군 확보를 위해 남태평양 국가를 순방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현지 언론의 취재를 고압적인 자세로 거부하면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왕 부장을 취재하려던 현지 기자들을 중국 관리들이 쫓아내거나 취재 허가를 박탈했다. 우군이 아니라‘중국의 적(敵)’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일 대만 자유시보, 영국 가디언 같은 외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등 남태평양 8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반(反) 중국 진영’ 구축에 나선 데 대한 맞대응 외교다. 하지만 방문 국가에서 왕 부장이 보인 태도는 반발을 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왕 부장의 현지 발표나 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자들 질문과 사진 촬영은 일체 금지됐다. 왕 부장은 방문국에서 양자 협정을 체결하는 등 외교 활동을 폈지만 기자 질문은 일절 받지 않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중국 측은 취재진에게 “질문하지 말라”고 사실상 명령했다. 자유시보는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지 언론인 라이사 모보노 씨는 가디언 기고를 통해 왕 부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왕 부장의 피지 방문은 시작부터 모든 것이 비밀투성이고 투명성은 결여됐으며 취재진의 접근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보노 씨와 동료 사진기자는 왕 부장과 피지 총리가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을 촬영했다가 현장에서 쫓겨났다. 이후 취재 허가까지 박탈당했다. 지난달 29일에도 작은 소동이 있었다. 왕 부장이 피지 수도 수바에 있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본부에서 헨티 푸나 쿡제도 총리는 만나는 날이었다. 사전에 촬영 허가를 받은 취재진이 왕 부장을 촬영하려 했지만 갑자기 중국 관계자들이 카메라를 막아서며 “촬영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루 뒤 기자회견장에서 참다못한 일부 기자가 왕 부장에게 “질문하게 해 달라”고 소리치자 중국 관계자들이 “조용히 하라. 나가라”며 윽박질렀다. 모보노 씨는 “내가 본 것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피지에 살다 보면 솔직히 군부와 강압적인 정부에 익숙해진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관리가 아닌 외국에서 온 중국 관리들이 현지 언론인을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매우 짜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관료가 방문국 언론인을 박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현지 언론인들은 “중국과 관련된 일은 정부가 대부분 비공개로 하려 한다.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피지 남태평양대 저널리즘학과 샤일렌드라 싱흐 교수는 “왕 장관(부장)이 현지 언론인을 멀리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기자 취재 허가를 박탈하고 내쫓은 피지 정부를 향해 “중국 요청으로 그러한 일들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정부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은택기자 nabi@donga.com}

육중한 은행 금고처럼 생긴 대형 냉동고의 문을 열자 영하 20도의 한기와 악취가 새어 나왔다. 냉동고 안에는 검은색, 흰색 비닐 가방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군데군데 핏자국이 선명했다. 가방 지퍼가 열린 틈으로 진흙투성이인 군화와 위장 무늬의 군복이 보였다. 이 가방들은 시신을 담는 일명 ‘시신백’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러시아 병사 62명의 시신이 이 냉동고에 보관된 상태였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군 소속 ‘시신 수습팀’의 활동상을 전했다. 이들은 조국을 침공했다가 숨진 적군의 시신을 수습해 보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수습팀 대원은 전쟁 중 군인의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며 스스로를 호출부호 ‘서머(Summer)’라고 밝혔다. 그는 “방역과 위생 문제 때문에 러시아군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우크라이나 거리 곳곳에 한 달 이상 방치한 러시아군 병사들의 시신이 심각하게 부패하고 있으며, 일부는 개가 뜯어먹고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병사 2명으로 구성된 수습팀은 러시아군 시신을 발견하면 얼굴, 문신, 소지품 등으로 신원 확인 작업을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잔학행위를 저지른 전범(戰犯) 용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면봉으로 DNA도 채취한다. 이후 시신은 열차 안에 마련된 냉동고로 옮겨져 보관된다. 수습팀과 열차 승무원들은 냉동고 옆의 열차 칸에서 숙식을 한다.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최대 3만 명 이상의 러시아 병사가 숨진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여론 등을 우려해 전사자 시신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어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사자들의 시신을 대신 수습하고 있다. 수습팀은 비록 적군의 시신이지만 망자(亡者)에 대한 예를 갖춰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수습팀 병사는 “내 임무는 이 시신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정중히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 사회를 슬픔에 빠뜨린 텍사스주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사건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도 언론을 통해 잇달아 전해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사건이 벌어진 초교에 재학 중이던 남매의 생사(生死)가 엇갈린 사연을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24일 오전 호세 플로레스(10)와 안드레아 헤레라(9) 남매는 여느 날처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4학년에 재학 중인 두 사람은 각자의 교실로 가기 전에 “잘가, 이따 보자”며 약속처럼 작별 인사를 건냈다. 오빠 호세의 교실은 111호, 동생 안드레아는 104호였다.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경찰이 꿈이었던 호세는 원래 5학년 나이지만 읽기와 수학 과목의 성적이 좋지 못해 1년 유급했다. 때문에 동생과 같은 학년이었다. 호세는 잘 웃고 농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호세를 ‘베이비 호세’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호세와 안드레아는 남매이지만 서로 성(姓)이 달랐다. 호세의 아버지인 호세 마누엘 플로레스는 스무 살 때 지금의 아내 신시아 헤레라를 만났다. 당시 스물 세 살이었던 헤레라는 딸 안드레아를 혼자 키우고 있던 미혼모였다. 플로레스도 아들 호세를 혼자 키우고 있었다. 플로레스는 헤레라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만난지 얼마 뒤 플로레스는 헤레라를 상징하는 문신을 자신의 왼팔 가득히 새겼다.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고 이후 아들 둘을 더 낳았다. 호세와 안드레아는 5살 남동생과 생후 7개월 된 막내를 잘 돌보며 화기애애하게 지냈다. 사남매의 집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이웃들도 남매들을 귀여워했다. 총격 당일, 호세는 부족한 성적을 따라잡기 위해 그간 열심히 공부한 결실로 성적 우수상을 받았다. 그간 부모님은 호세에게 “5학년에 진급하고 경찰이 되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독려했고 호세는 많은 시간을 읽기, 수학 공부에 할애했다. 그 결과 이날 호세는 교실에서 상장을 들고 웃으며 기념촬영을 할 수 있었다. 하늘색 티셔츠, 회색 반바지와 조던 농구화, 짧게 깎은 까까머리의 호세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자랑스러운 훈장처럼 성적 우수상이 들려 있었다. 그의 마지막 사진이었다. 몇 시간 뒤, 18살 고교생 샐버도어 라모스가 돌격용 소총을 들고 롭 초교로 들어갔다. 그는 111호, 112호 교실로 가서 총을 난사했다. 111호 교실에 있던 호세는 총을 맞고 숨졌다. 그의 시신을 살핀 의사는 “머리를 포함해 총 세 군데 총을 맞았다”고 가족들에게 전했다. 경찰은 마침 사건 당일 찍은 사진에서 호세가 입고 있었던 옷과 시신의 옷이 똑같아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04호 교실에 있던 동생 안드레아는 총격 소리를 듣고 창문을 통해 탈출해 살아남았다. 호세의 부모는 아이의 시신을 안치할 ‘작은 관’의 디자인을 직접 결정했다. 호세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마치 영화 포스터처럼 관에 그려넣었다. 관에 넣을 유품으로는 호세가 아꼈던 야구배트, 글러브가 결정됐다. 호세가 입을 ‘마지막 옷’은 그가 좋아했던 티셔츠, 농구 유니폼 반바지였다. 아버지 플로레스는 아들을 기리기 위해 집안에 작은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호세의 아기적 사진, 농구 유니폼, 꽃, 즐겨 먹던 과자, 촛불, 호세가 생모(生母)와 함께 찍었던 사진 등을 놔뒀다. 플로레스는 “아들은 늘 껌처럼 내 옆에 꼭 붙어 다녔다”고 말했다. 호세의 죽음을 전해들은 이웃은 그를 추모하기 위해 호세의 집에 모여들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파란색 옷을 입었다. 파란색은 호세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색깔이다. 가족들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호세보다 한 살 어리지만 키는 더 컸던 동생 안드레아는 “오빠가 그립다”고 말했다. 셋째 동생은 큰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고열에 시달렸다. 호세가 쓰던 방에는 여전히 호세의 침대와 이불, 인형들이 남아있다. 엄마 헤레라는 “이 집에는 이제 아픈 기억이 너무 많다. 집에 들어오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안드레아마저 탈출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두 자녀의 장례식을 치르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의 가족과 이웃들은 다음달 1일 모여 호세의 장례식을 열 예정이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에서 가뭄과 산불,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이 즐겨 먹는 소고기 스테이크와 햄버거 가격이 급등할 조짐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소를 키우는 농가들이 치솟는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소를 내다 팔면서 사육하는 소가 줄고 있어서다. WSJ는 “소비자는 더 저렴한 돼지고기 닭고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소 사육 농가들은 기르던 소를 빠르게 처분하고 있다. 미 서부의 지속적인 가뭄으로 목초지가 바짝 말라버렸고 여기에 산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부족한 목초는 사료를 구입해 충당해야 하지만 인플레와 공급망 문제로 사료 가격도 급등했다. 버지니아주에서 4대째 목장을 하는 제니 앨더슨 씨는 기르던 소 250마리 가운데 75마리를 최근 처분했다. 앨더슨 씨는 “많은 목장주가 빚더미에 올랐고 앞으로 몇 년 안에 파산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농무부는 내년 소고기 생산량이 올해보다 7% 감소할 것이며 소고기 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 소고기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4% 올랐다. 미 축산업계는 최근 2년간 호황을 누린 JBS 같은 대형 육가공업체들도 비용 상승 여파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고기가 ‘금값’이 되자 소비자들은 대체 식품을 찾아 나섰다. WSJ는 “더 저렴한 다른 육류나 냉동식품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소고기 판매량 저하로 이어지면서 소 사육 농가에 더 큰 시련을 안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대만의 영문 매체 타이완뉴스가 “중국군 지휘관들이 대만 침공을 위한 전시(戰時) 동원령을 논의한 최고 기밀회의 녹음 파일이 온라인에 공개됐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파일에는 중국이 ‘평시(平時)에서 전시’ 체제로 전환할 때 필요한 지침, 각 지방정부에 요구할 병사 및 군수물자,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전쟁 활용 방안 등이 담겼다”며 “중국 1급 비밀 군사회의 내용이 유출된 것은 처음”이라고 이 매체는 주장했다. 인도 유력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쟁 준비를 위한 회의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회의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실제 침공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만약을 대비한 회의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대만 언론 “대만 무력 침공 가정 회의” 주장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중국의 반(反)중국 성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루더미디어는 57분 분량의 중국 광둥성 당위원회 상무위원회 회의 녹음 파일을 23일 온라인에 공개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왕딩강 씨가 운영하는 이 SNS 채널은 “중국군의 최고 기밀회의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하며 참석자 사진과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 파일은 14일 열렸다는 회의에서 “중국 동원령을 전한다”는 한 발표자의 발언으로 시작한다. 그는 “회의 주요 목적은 상부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평시에서 전시 전환에 관한 주요 업무 및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해협에 군사력을 집중해 전방으로 압박하고 섬을 점령할 수 있도록 한다”며 “우리의 사명은 대만해협에서 (벌어질 수 있는) 결정적 전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라는 발언도 나온다. 타이완뉴스는 “회의의 구체적 목적은 국방 동원 지위 체계 구축, 전시 작업 메커니즘 구축, 전시 통제 준비”라고 보도했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기 위해 무력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했다는 것이다. 녹음 파일에는 중국군 동부전구(戰區)와 남부전구가 광둥성 정부에 전쟁에 필요한 인력 14만 명, 무인장비 1653대, 선박 953척, 공항 20곳, 군함 수리에 필요한 조선소 20곳, 긴급 교통환승센터 14곳, 곡물창고, 병원, 주유소 동원을 지시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광둥성 간부라는 사람이 “대만해협 전쟁을 전폭 지원하기 위해 선박 64척, 항공기 38기, 열차 588량, 공항과 부두 같은 민간 시설 19곳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녹음 파일에 “전쟁으로 대만 통일” 주장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를 전쟁 물자 동원 수단으로 쓰겠다는 내용도 있다. 한 참석자는 “전시에 해외 물자와 자산을 동원해야 한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주변국과 많은 경제무역 협력 이점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기업을 총동원해 고급 (반도체) 칩, 정밀기계, 특수자재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군 지휘관이라는 사람은 “전쟁으로 대만 통일을 이루고 적들의 음모를 분쇄하며 주권과 영토를 결연히 수호하겠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서방이 우리를 비방하고 우리 의지를 흔들려 할 것이다. 간부와 대중을 널리 동원하고 국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이 녹취록은 중국의 대만 침공 계획 세부 사항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들은 조작이 아니라 진본이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극심한 경제 위기로 디폴트(국가부도)를 선언한 스리랑카에서 휘발유를 비롯한 연료 부족 사태가 악화돼 국민이 비참한 상황에 내몰렸다. 황달 증세를 보인 두 살배기가 병원에 갈 교통수단을 제때 구하지 못해 숨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곳곳에서 생지옥이 벌어지고 있다”고 24일(현지 시간)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스리랑카 남부 할둠물라에 사는 칸차나 씨의 두 살배기 딸은 최근 온몸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 증세를 보였다. 칸차나 씨 집 근처에는 딸을 데리고 갈 마땅한 병원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남편이 모는 ‘툭툭’이라고 불리는 소형 택시는 기름이 다 떨어졌다. 스리랑카 정부가 ‘파산 선언’을 한 뒤 전국 주유소에는 휘발유와 경유가 고갈되다시피 했다. 남편은 몇 시간 동안 도시의 온 주유소를 찾아다녔지만 그때마다 “재고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탓에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한 딸아이는 숨졌다. 숨진 아기를 부검한 병원 검시관은 이 사연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휘발유 1L를 구하지 못해 아기를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의 기억은 평생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디언은 “최근 6개월 사이 스리랑카에서는 기름값이 137% 올랐다”며 “동네 곳곳의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려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날도 휘발유값 20∼24%, 경유값은 35∼3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툭툭 기사 루왈 라나싱헤 씨는 “아무리 일해도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름을 사려고 주유소에서 33시간 줄을 섰다는 남성도 있다. 이들은 “진절머리가 난다. 정부가 증오스럽다”며 분개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개입을 할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대만 정책에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 언론들은 대만에 대한 선제적 무기지원 등 입장 전환을 주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일본 도쿄에서 쿼드(Quad) 정상회의 관련 행사 도중 전날 발언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끝났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물음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침공할 경우 대만에 군대를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어제 말할 때 이 점을 말했다”고 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수용하면서 대만 문제에 불개입할지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2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 해협의 평화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 한 것”이라며 “대만관계법에 따라 방어수단을 제공한다는 기존 약속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미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침공당할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대만에 선제적으로 무기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그레고리 아큐리 연구원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다른 국가들이 대만을 보호하도록 만드는 ‘실리콘 방패(silicon shield)’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의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23일 “명백한 불장난이다. 불장난을 한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만 방어’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의 오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재촉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 국방 전문 싱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 또한 “중국이 대만 봉쇄를 감행할 경우 미국은 대응이 쉽지 않다”는 시나리오 보고서를 내놨다. 또 대만해협의 갈등이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까지 이어질 경우 “미국이 끔찍한 선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美싱크탱크, 中의 ‘대만 봉쇄’ 가정 랜드코퍼레이션은 중국이 대만 봉쇄를 감행하게 될 경우 중국, 대만, 미국을 둘러싸고 벌어질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랜드코퍼레이션은 미국의 방산업체 맥도널드더글러스가 1948년 설립한 권위의 국방안보연구소다. 보고서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단은 방공식별구역 침범에서부터 전면 침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중 ‘대만의 무역을 막는 봉쇄’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 주변 바다에서 대만과 외국을 오가는 선박, 화물, 항공 등을 통제하면서 대만에 대한 ‘사실상의 주권’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봉쇄를 감행할 경우 첫 단계로 대만 주변 바다에 일방적으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선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해상에는 중국 해안경비대(CCG)를 투입해 오가는 선박을 검사, 수색하고 공중에는 중국인민해방군 공군(PLAAF)를 투입해 대만 주변 영공에 대한 순찰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대만으로 향하는 외국 국적기들을 강제로 중국 본토 공항에 착륙시켜 검사하거나 대만에 착륙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봤다. 랜드코퍼레이션은 “중국은 초기에 자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해군이 아니라 해안경비대와 중국 해상민병대(PAFMM) 같은 ‘준(準) 군사조직’을 동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PAFMM은 중국이 운용하는 비공식 해상 군사조직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정부는 PAFMM의 존재를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CCG의 명칭은 경비대지만 웬만한 중소국가 해군에 비견될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CCG는 대형 경비함 130척 이상, 고속 경비정 70정 이상, 해안경비함 40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서는 “CCG는 매우 잘 무장돼있다. 헬기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CCG는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인민무장경찰(PAP) 소속이다. ● “반도체 대란, 세계 여파 시작” 랜드코퍼레이션은 “대만은 세계 공급망에서 ‘반도체 생산 핵심국’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중국의 봉쇄가 시작되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매우 빠르게 시작된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미국이 직접적인 방식으로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전망했다. 동시에 중국은 ‘반도체’라는 핵심 산업을 자국 통제 아래 두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대만의 반도체 생산,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중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중국은 대만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강하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은 아니다”며 “대만이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중국도 그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이 대만에 대한 봉쇄나 침공을 쉽게 결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보고서는 “이 경우 중국은 전 세계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고 중국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 무역을 봉쇄한 데 대한 조치로 미국이 그에 맞먹는 대(對)중국 수출금지 조치와 금융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보고서는 “미국 달러화는 여전히 전 세계 은행시스템의 핵심 통화로 총 거래액의 90%가 달러로 이뤄진다. 미국은 거의 무제한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에 접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응 조치는 다른 국가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처럼 전 세계가 동참할 경우 중국은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 미국 대응도 쉽지만은 않아 다만 이 경우 미국도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지금까지 대만-중국 관계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왔지만 일단 중국의 대만 봉쇄가 현실화 되면 더 이상 이를 유지할 수 없다”며 “미국이 대만과 방위조약을 맺진 않았지만 상황을 방치한다면 이는 ‘중국의 행동을 용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수조치, 금융제재 같은 비(非) 군사적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 지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가졌고 자국 내부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며 “중국도 미국처럼 독자적으로 다른 국가에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 대국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5월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4조 달러로 세계 1위, 중국은 17조 달러로 2위였다. GDP ‘10조 달러’가 넘는 국가는 이 두 국가가 유일했다. 3위 일본은 5조 달러였다. 보고서는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미국이 중국의 봉쇄 조치를 무시하고 대만에 선박을 보내거나 인근 바다에서 해상군사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또 봉쇄작전에 동원된 중국의 소형 선박, 함정, 항공기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이 경우에는 중국 본토 인근 해상에서 작전이 진행되고 아직 미국의 핵심 해상전력이 동원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해군도 중국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 미-중 전면전, 양측에게 모두 부담 랜드코퍼레이션은 미국, 중국, 대만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고 ‘가장 높은 갈등 단계’에 진입할 경우도 가정했다. 바로 미국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하게 되는 경우다. 보고서는 “이는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지만 사실상 미국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대만으로의 물자 공급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중간 단계 없이 가장 강력한 수준의 무력을 즉시 동원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입장이 된다면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군사력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중국은 미국을 더 큰 군사적 지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만 입장에서는 수일 내 중국에 항복을 선언하거나 미국에 더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윈스턴 로드 전 중국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 폴리티코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불필요하게 불안하다.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관계의 핵심이었던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은 하나)’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담당 국장은 “미국이 대만 방어를 약속하는 공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 하여금 대만 침공을 결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온 인권 문제가 처음 등장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신장위구르, 티베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이후 악화한 홍콩의 인권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없었던 내용이다. 한미 정상이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에 합의한 데 이어 인권 문제가 새로 포함되고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언급한 다음 날 중국이 반발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겨냥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을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장 가시적인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핵심 이익을 건드리지 말라’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고 중국이 압박해 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을 망라하는 한미 동맹의 새 원칙을 중국에 설득하면서 한중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과제로 떠올랐다.○ “대만,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 요소” 처음 포함이번 공동선언문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성명에는 대만해협의 평화 유지 대목에 대만을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규정한 부분이 없었다.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에 윤석열 정부가 협력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나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대만 문제가 한미 성명에 포함된 뒤 중국은 “불장난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 中매체 “보복 없을 거란 건 韓 희망사항”왕 부장은 22일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패거리를 이뤄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위험한 것은 미국이 대만과 남중국해 카드로 도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혼란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분열을 꾀하고 평화를 파괴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중국과의 기존 질서를 망가뜨리고 방향을 틀면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차저왕(觀察者網)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이 보복하거나 오해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대해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한국의 희망사항일 뿐 중국은 매우 격앙돼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청년보는 “한국이 공급망, 안보, 무역, 기술에서 미국의 파트너로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했다. 선전위성TV는 “일본처럼 미국에 경도돼 외교의 틀을 바꾸면 한국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당장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 악화를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미국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 견제와 협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정부가 한국만의 확실한 원칙을 갖고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발표한 공동선언문에 중국이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인권 문제가 처음 등장했다. 두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 우려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에서 인권과 법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신장위구르, 티베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이후 경찰국가로 변모하고 있는 홍콩의 인권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없었던 내용이다. 한미 정상이 중국을 사실상 배제하는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에 합의한 데 이어 인권 문제가 새로 포함되고 대만·남중국해 문제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언급하면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는 당장 가시적인 보복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핵심 이익을 건들지 말라‘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포기할 것’이냐고 중국이 압박해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이 없는 주말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중국과의 기존 질서를 망가뜨리고 방향을 틀면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이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 첨단기술, 공급명 협력을 망라하는 한미동맹의 새 원칙을 중국에 설득하면서 한중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과제로 떠올랐다. ●“대만, 인도태평양 안보 핵심 요소” 첫 포함이번 공동선언문에서 양국 정상은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 및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미 공동성명에는 대만을 “인도태평양의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라고 규정한 대목이 없었다. 대만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에 윤석열 정부가 협력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나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바다의 합법적 사용 등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고 했다. 지난해 대만 문제가 한미 성명에 포함된 뒤 중국은 중국은 “불장난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주말이라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이 날선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서 미중 사이의 균형을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관차저(觀察者)왕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이 보복하거나 오해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점은 한국의 희망사항일 뿐 중국은 매우 격앙돼 있다”고 평했다. ●中 매체 “한국 반드시 대가 치를 것”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의 틀을 바꿨다고 분석했다. 마샤오린(馬曉霖) 저장외국어대 교수는 21일 베이징칭녠보에 “한국이 공급망, 안보, 무역, 기술, 환경 등에서 미국의 파트너로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류허핑(劉和平) 국제문제 평론가는 선전위성TV에 “일본처럼 미국에 경도되는 방식으로 외교의 틀을 바꾼다면 한국이 반드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중국과의 교역, 북핵 위협에 대한 중국과의 공조 등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국에 당장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 악화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당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상황이 정리되면 한국을 향해 ‘보여주기’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미국도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협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스리랑카가 1948년 건국 후 최초로 19일 ‘국가부도(디폴트)’를 선언했다.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참여하며 막대한 빚을 진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핵심 산업인 관광업이 무너지자 버티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파키스탄, 페루, 레바논 등 주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스리랑카의 부도 선언이 다른 개도국의 연쇄 부도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스리랑카는 7800만 달러(약 998억 원)의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이미 지난달 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510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하는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이후 한 달이 넘게 흘렀는데도 이를 갚지 못해 최종 부도를 선언했다. 난달랄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는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수개월간 물가 상승률이 40%까지 치솟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리랑카는 IMF의 구제금융에 목을 매고 있지만 IMF는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 구조조정 등이 우선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인도, 중국, 세계은행 등에 손을 벌리려고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서민들은 휘발유, 식료품, 의약품 등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스리랑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 후 대대적으로 추진해 온 일대일로에 참여했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중국 돈을 빌려 공항, 항구, 철도 등 각종 인프라 건설을 통한 경제 발전을 꾀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대중국 부채만 잔뜩 늘어 사실상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리랑카 정부는 대외 부채 중 10%가 중국에 진 빚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그 비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미국의소리(VOA)는 스리랑카의 국가 부채 중 22%(110억 달러)가 중국에서 빌린 돈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에는 중국 빚을 갚지 못해 남부 요충지 함반토타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내주는 일까지 겪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리랑카가 일대일로 때문에 ‘빚의 덫(debt trap)’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정정 불안, 부정부패, 족벌 정치 등도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현 대통령의 친형인 마힌자 라자팍사 전 총리는 경제난의 책임을 지고 9일 사퇴했지만 대통령 퇴진까지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약탈, 방화, 폭동으로 번진 상태라 언제든 대규모 유혈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미국의 분유 부족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값 또한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우유와 유제품 가격 또한 급등해 서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8일 6·25전쟁 당시 군수물자 동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정한 ‘국방물자조달법(DPA)’까지 발동하며 정부가 직접 분유 원료 조달 및 생산에 개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분유 대란을 얼마나 진정시킬지는 미지수다.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지 못하는 미 부모들의 원성이 극에 달하고 분유를 먹지 못한 일부 아기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바이든 “군용기 동원해 분유 수입”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분유 원료 생산 업체들은 다른 어떤 거래처보다 우선적으로 분유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미 안전기준에 부합한 해외 분유 현황을 서둘러 파악하고 국방부 항공기, 민간 전세기 등을 이용해 들여오라”며 민관 합동으로 분유 수입에 총력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자신도 손주가 있는 조부모로서 아기에게 줄 분유를 찾지 못해 걱정하는 미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분유 원료 수입 및 생산을 원활하게 하는 이번 조치가 분유 증산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1950년 제정된 국방물자조달법은 미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특정 상품의 생산, 유통, 조달 등을 강제할 수 있다. 제정 당시에는 무기 등 군수물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물자를 조달하는 데도 쓰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분유 대란을 전쟁, 코로나19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분유 대란이 진정되려면 빨라도 8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분유를 구하지 못한 부모와 아이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남동부 테네시주에서는 선천성 장 기형 때문에 특수 분유를 먹어야 하는 아기 2명이 이를 구하지 못해 탈수 증세에 시달리다가 응급실에 입원했다. 각종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사기꾼은 ‘분유를 판매한다’며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어 기프트 카드 결제, 계좌 이체, 암호화폐 지불 등을 요구하고 상품을 보내지 않았다. ○ 美 휘발유값 최고가 경신이 와중에 휘발유 가격까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미국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처음으로 50개 주 전체에서 갤런당 4달러(약 5000원)를 넘어섰다. 1년 전보다 47.4% 급등한 수치다.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갤런당 6달러를 넘는 곳도 적지 않다. 산유국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휘발유, 디젤유 가격이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우유 도매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급등했다. 이 여파로 우유, 달걀, 치즈 등 거의 모든 유제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세계적 비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여파로 비료, 연료값 등이 모두 상승하면서 생산비용이 대폭 오른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산지인 밀 등 주요 곡물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 당분간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인플레이션을 이끄는 ‘애그플레이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내 인생 최악의 밤은 병원 응급실에서 20시간을 보낸 2021년 5월 28일이었다. 경제학 수업 과제물에서 은퇴한 다음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살인’과 ‘자살’이라고 적었더니 나를 병원으로 보내버렸다. 농담이 아니었는데. 정말 하려는 일인데.” 미국 뉴욕주 북부의 한 백인 밀집 마을에 사는 고교생 페이턴 겐드런(당시 17세)은 2021년 12월 9일 컴퓨터를 켜고 이런 일기를 써내려 갔다. 학교에서 외톨이였고 가족과도 단절된 그는 늘 혼자 집에 돌아와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이런 그에게 일기를 쓰며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는 일종의 의식이나 다름없었다. 17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흘 전 뉴욕주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흑인 10명을 숨지게 한 겐드런의 일기를 입수해 보도했다. 일기에는 그가 음모론, 편집증, 폭력으로 점철된 상황에 빠져드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충격을 더한다. 영국 런던킹스칼리지 급진화국제연구센터(ICSR) 라잔 바스라 박사는 “겐드런은 일기를 통해 자신과 대화하며 인종차별 신념을 증폭시켰다”며 그의 정신세계가 지극히 불안정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16일 일기에는 “사촌 집에 놀러 갔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를 빼고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견딜 수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의 강박증 성향도 갈수록 심해졌다. 올 들어 겐드런은 노골적인 인종차별 옹호, 각종 음모론 등을 담은 글이 다수 올라오는 온라인 사이트 ‘포챈’을 알게 됐다.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낸 겐드런은 포챈에 접속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고 흑인 혐오를 담은 게시물에 갈수록 빠져들었다. 이달 5일 일기에는 “포챈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 ‘흑인은 지적, 감정적으로 열등하다’고 알려줬다.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급기야 흑인을 살해하기로 결심한 겐드런은 범행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 16일 일기에는 이번 범행 장소인 버펄로 톱스슈퍼마켓에 가서 흑인 및 백인 고객의 수, 경비원 배치 등을 살폈다고 적었다. 약 두 달 뒤인 이달 14일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했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