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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3)이 13일 풀려난다. 올해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지 207일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오후 6시 48분경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광복절 기념 가석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번 가석방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반 가량 회의를 진행한 끝에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적격’ 판정을 내렸다. 박 장관의 가석방 승인으로 적격 판정을 받은 이 부회장 등 수감자 810명은 광복절을 앞둔 13일 오전 10시 출소하게 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2월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나기까지 353일 동안 복역했고, 올 1월 법정 구속되면서 지난달 말 가석방 기준인 ‘형기 60% 이상’을 채웠다. 가석방되더라도 이 부회장이 당장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여서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선 법무부 특정경제사범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부회장의 다른 재판 2건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삼성물산 합병 의혹 등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을 받고 있다. 프로포폴 투약 혐의 재판도 이달 19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019년 10월 MBC가 의혹을 제기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발한 2014학년도 하나고 편입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은 26일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당시 편입 전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며 “고발인의 주장대로 평가표 등이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조작됐거나 위·변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앞서 전교조는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 딸 김모 씨를 하나고에 편입시키기 위해 김승유 전 하나학원 이사장 등과 공모한 의혹이 있다며 김 사장과 김 전 이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전형 서류와 하나고 관계자 등을 조사한 결과 고발인의 주장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檢 “김 씨가 내신성적 전체 결과 더 좋아” 고발인 측은 개별 면접 평가표에 ‘내신활동 무난함’이라고 기재된 김 씨가 내신 점수 50점 만점에 49점을 받고, ‘내신 위주이지만 매우 우수함’이라고 기재된 또 다른 지원자는 46점을 받아 전형계획과 다르게 서류심사 평가표가 작성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당시 편입 전형 지원자의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의 생활기록부 사본을 근거로 교과영역 산출 기준에 따라 다시 내신 점수를 계산한 결과 김 씨는 49점으로 그대로 나왔다. 검찰은 다른 지원자도 모두 기존 점수와 동일해 채점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봤다. 이에 대해 면접관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김 씨 면접 평가표에 ‘내신활동 무난함’이라고 기재한 것과 관련해 “고교 1학기 내신성적만을 보고 이같이 평가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성적 합산 결과 김 씨가 다른 지원자보다 전체 내신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 서울시교육청이 채점표 잘못 입력 고발인 측은 2019년 10월 면접관 2명 중 1명이 매긴 면접 채점표에서 김 씨의 성적은 12점에서 15점으로 상승했지만 한 학생은 14점에서 13점으로 떨어졌다며 면접 점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하나고 관계자들이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변경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전교조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자료에 포함된 면접 채점표도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전교조 측의 채점표는 하나고가 2015년 11월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면접관 2명의 원점수와 환산점수를 혼동해 잘못 입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이 두 면접관의 채점 점수를 바꿔 적으면서 환산점수가 당초 계산 방법과 다르게 기재됐고, 이 때문에 오류가 15군데나 있었던 것처럼 오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하나고는 서울시교육청에 오류 정정을 즉각 요구했고,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이후 이를 수용했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에서 “잘못 기재해 일정한 기준 없이 환산된 것으로 보일 뿐 오류 없이 환산된 것”이라며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특정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새로이 발견된 주요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2016년 11월 하나고 편입 의혹에 대해 첫 무혐의 처분을 할 때 검찰은 서울시교육청의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면접관 2명 “부탁, 위협, 압박 받은 적 없어” 고발인 측은 1차 서류 평가표와 2차 면접 평가표에 두 교사의 필적 이외에 낯선 필체가 등장한다는 것을 근거로 평가 점수가 바꿔치기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검찰의 필적 감정 결과 당시 2차 평가표의 서명 등은 모두 면접관 2명의 것으로 확인됐다. 1차 평가표의 경우 기간제 교사가 진행요원으로 일부 평가표 작성에 참여하면서 다른 필적이 나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면접관 A, B 씨 모두 검찰에서 “피고발인으로부터 부탁, 위협, 압박 등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런 점 등을 근거로 평가표가 조작되거나 위조 또는 변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기록을 검토했던 한 검찰 관계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려면 학교 측의 자료 조작이 있어야 하지만 면접 점수 등이 일부 잘못 기재됐을 뿐 학생들의 당락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면서 “원천적으로 범죄가 안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6년간 ‘고발→불기소→항고→기각→진정→무혐의→또 고발’… 모두 무혐의 2015년 서울교육청이 첫 고발檢, 1년 수사뒤 이듬해 불기소 처분… 서울교육청 항고했지만 다시 기각2019년 MBC 보도뒤 전교조가 고발… 2년 수사뒤 무혐의… 5번째 불기소 ‘2014학년도 하나고 편입 의혹’은 2015년 검찰 고발 이후 이달 26일까지 약 6년 동안 5차례 검찰의 불기소 판단을 받았다. 201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이듬해 8월 당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의 전경원 하나고 교사가 서울시의회에 출석해 하나고 학사 운영 전반에 대한 의혹을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해 9월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두 달 뒤인 같은 해 11월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김승유 전 하나학원 이사장 등 하나고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서부지검은 하나고의 입시 부정 의혹뿐만 아니라 교원 채용 비리 의혹, 교비 횡령 의혹까지 전방위로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약 1년 동안 수사를 한 뒤 2016년 11월 교비 횡령 의혹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2014학년도 하나고 편입 부정 의혹에 대해서는 “고발인 측의 주장대로 전형 절차 위반으로 인해 합격할 수 없는 지원자가 합격하는 등 최종 합격자 선발 결과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서부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이유를 A4용지 24쪽 분량의 불기소 결정서에 자세히 적었다. 검찰은 “고발인 측의 주장처럼 전형위원들의 오인, 부지, 착각을 통해 특정 지원자를 선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서울고검은 2017년 4월 항고를 기각했다. 항고가 기각된 뒤에도 전 씨는 2018∼2019년 ‘하나고 관계자들이 유력 인사의 자녀를 합격시키려고 면접 점수를 조작했으니 수사해 달라’며 2차례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진정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다. 전 씨는 2019년 8월 26일자 한 일간지에 낸 기고문을 통해 “3년간 90명에 이르는 부정 입학 의혹을 검찰은 무혐의라며 불기소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MBC는 같은 해 10월 2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2014년 당시 하나고 편입 응시생의 면접 점수가 15건이 잘못 입력됐다”며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딸의 편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틀 뒤 전교조는 ‘특권층 부정 입학’이라고 주장하며 김 사장과 김승유 전 하나학원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2년 가까이 수사한 끝에 26일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했다. 고발 사건 2건과 진정 사건 2건, 여기에 항고 기각까지 포함해 5번째 불기소 처분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이랑 똑같이 될 것 같다. 정권 바뀔 때까지 1심 선고도 안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의 A 검사는 원 전 원장의 이름을 꺼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국정원의 댓글 사건으로 2013년 6월 기소된 원 전 원장은 4년 10개월 만인 2018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 혐의 무죄, 국정원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선거법도 유죄 판단을 받고 이후 상고심과 파기환송심 등을 거듭하며 5년간 5번의 판결 끝에 형이 확정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진행돼 온 흐름을 보면 A 검사가 이런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 등으로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경찰이 나서 상대 후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맞춤형 공약까지 설계해 주며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었다. 친(親)정부 성향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관련 수사를 사실상 지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 시장의 핵심 공약인 공공병원 추진을 위해 2018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울산 공공병원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했던 이진석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은 올 4월 뒤늦게 기소됐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의 1차 공판은 송 시장 등이 기소된 지 1년 4개월 만인 올 5월 처음 열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후 6개월 내에 1심 선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5차례 여는 데 그쳤다. 김 부장판사는 인사 관례를 깨고 서울중앙지법에 4년째 유임돼 논란이 됐다.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 판결을 보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 이후 김 부장판사는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며 휴직을 신청했고 주심판사가 교체된 뒤 재판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기 전까지 1심 선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피고인 측의 증거 의견 제출 지연과 재판부 인사 등으로 속도가 늦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A 검사가 원 전 원장 사건 재판을 언급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법원이 원 전 원장 재판을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과 무관치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은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원 전 원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며 홍역을 앓았던 법원이 과오를 되풀이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해당 재판부가 신속한 재판을 통해 ‘지연된 정의’라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할 것이다.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관종(관심종자)이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통제 불능이었다.” 최근 만난 여권 핵심 관계자 A 씨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여권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두 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중도층을 공략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청와대에 두 사람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야권이 아닌 여권 인사인 A 씨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 인상적이었다. A 씨는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중도층마저 추 전 장관의 ‘윤석열 몰아내기’를 보면서 추 전 장관이 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이 저서 ‘조국의 시간’을 출간한 것도 부정적으로 봤다. A 씨는 “예민한 시기에 책을 내고, 자신의 책이 완판이 됐다는 것 등을 왜 SNS에 쏟아내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며 “여기에 더해 조국 지지자들과 일부 의원들이 잊혀진 조국 이슈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 전 장관도 지난달 2일 “민주당은 이제 나를 잊고 개혁 작업에 매진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끊임없이 SNS 활동을 이어가며 ‘조국 수호대’로 나선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 추 전 장관도 만만치 않다. 추 전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후 1년 동안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서면서 윤 전 총장 몰아내기에 급급했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의 이탈을 막기 위한 듯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윤 전 총장은 결국 문재인 정부를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으로 규정하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A 씨가 추 전 장관을 ‘통제 불능’이라고 표현한 것도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사실상 청와대의 통제권 바깥에 있었다는 점 등을 짚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감사원 출신인 김종호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법무부에 문 대통령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실패했다. 추 전 장관은 사의 표명 다음 날 잠수를 타는 등 돌출 행동을 이어갔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꿩 잡는 매’를 자처한 것도 윤 전 총장만 키워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 검찰 갈등은 고스란히 검찰 내부의 분열로도 이어졌다. 검찰 조직은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지명과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2년 가까이 양분돼 홍역을 앓았다.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은 줄줄이 출세 길에 올랐지만 정권을 향해 칼을 겨눈 수사팀은 대놓고 지방으로 좌천되거나 인사에서 거듭 물을 먹고 있다.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도 다르지 않다. 취임 이후 검찰 조직이 비교적 안정을 찾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지난달 검찰 간부 인사에선 여전히 친정부 검사들만 우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불공정, 보복 인사가 이어질수록 어느 순간 국민들도 과도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박 장관마저 정권의 리스크로 기록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honest)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임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역사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문 대통령,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라는 제목의 타임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타임이 사용한 표현인 ‘honest’를 국내 언론이 ‘정직’이라고 번역해 보도하자 24일 “인터뷰 당시 문 대통령은 ‘정직’이 아닌 ‘솔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반면 타임은 문 대통령의 답변을 담으면서 “다수의 북한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운동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소개했다. 타임은 이번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2018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화해가 시작됐지만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던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후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대북 접근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한 것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자녀들이 핵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타임도 “문 대통령에겐 돌파구가 마련된다는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더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브로맨스’가 짧게 끝난 이후, (미국) 공화당 측의 반대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만남을 가로막는 빗장이 낮아지고 정치적으로 더 안전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타임은 “김 위원장은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제재 완화와 같은 일방적 양보 없이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한) 재고의 여지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바이든 정부가 검토한 대북정책 역시 ‘지연전술’로 요약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비핵화 구상의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노이 노딜’을 경험한 북한이 협상에 나오기 쉽지 않으며 미국이 제재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무리라는 전문가 지적도 전했다. 타임은 “하락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과 부동산 등 국내 문제도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달 9일 화상으로 진행됐고, 타임 아시아판 표지에 실렸다. 문 대통령이 아시아판 표지에 등장한 것은 2017년 5월 대선 직전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honest)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타임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역사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문 대통령, 조국을 치유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서’라는 제목의 타임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타임이 사용한 표현인 ‘honest’를 국내 언론이 ‘정직’이라고 번역해 보도하자 24일 “인터뷰 당시 문 대통령은 ‘정직’이 아닌 ‘솔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밝혔다. 반면 타임은 문 대통령의 답변을 담으면서 “다수의 북한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운동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소개했다. 타임은 이번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2018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화해가 시작됐지만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었던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후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대북 접근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합의한 것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자녀들이 핵을 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타임도 “문 대통령에겐 돌파구가 마련된다는 희망을 가질 만한 이유가 더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브로맨스’가 짧게 끝난 이후, (미국) 공화당 측의 반대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만남을 가로막는 빗장이 낮아지고 정치적으로 더 안전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타임은 “김 위원장은 유엔, 미국, 유럽연합(EU)의 제재 완화와 같은 일방적 양보 없이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선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한) 재고의 여지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바이든 정부가 검토한 대북정책 역시 ‘지연전술’로 요약된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소개하며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비핵화 구상의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노이 노딜’ 을 경험한 북한이 협상에 나오기 쉽지 않으며 미국이 제재를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무리라는 전문가 지적도 전했다. 타임은 “하락하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과 부동산 등 국내 문제도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달 9일 화상으로 진행됐고, 타임 아시아판 표지에 실렸다. 문 대통령이 아시아판 표지에 등장한 것은 2017년 5월 대선 직전 이후 4년 2개월 만이다. 황형준기자constant25@donga.com}

정부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단체 사진을 소개하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만 잘라내 공개한 데 대해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2일 “홍보 관점에서 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13일 이런 사진을 올렸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다음 날 “제작 과정의 실수”라며 사진을 교체했음에도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프랑스의 경우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가운데 놓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절제한 사진으로 홍보하기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게 중요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자기 나라 국가수반을 가운데에 두고 홍보하기도 한다”며 “나는 잘한 거라 본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13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등 공식사이트에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올리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잘린 사진을 게시했다가 논란이 되자 15시간 만인 14일 다시 원본으로 교체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25세 대학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정무비서관에 국회 의정 경험이 없는 47세 김한규 전 민주당 법률대변인을 임명했다. ‘0선’의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면서 불기 시작한 여야의 정치혁신 경쟁이 청와대의 파격 인사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박 신임 청년비서관은 현안들에 대해 본인의 의견을 소신 있게 제기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하는 균형감을 보여주었다”며 “청년의 입장에서 청년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청년과 소통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조정해 가는 청년비서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96년생인 박 비서관은 2019년 민주당 청년대변인으로 발탁된 뒤 지난해 이낙연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냈다. 현재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이다. 최초의 대학생 청와대 비서관이자 최연소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 박 비서관은 비서관 재직 동안 휴학할 예정이다. 역대 청와대 최연소 비서관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35세에 비서관을 지낸 장성민 전 의원이었다. 청와대는 또 청년정책 조정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청년비서관을 정무수석비서관 산하에 두기로 했다. 김 비서관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사법시험(41회) 출신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치권에 입문해 서울 강남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민주당 법률대변인을 지냈다. 정무비서관은 여야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소통하는 자리인 만큼 그간 전직 의원이 주로 맡아 왔지만 김 비서관은 의정 경험이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경험이 없는 0선의 야당 대표도 있다”며 “(김 비서관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당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고, 정무적인 감각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임명된 이승복 교육비서관(55)은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으로 행시(35회)를 거쳐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 대변인, 대학지원관, 정책기획관 등을 역임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11~18일 6박 8일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유럽 순방의 코드명이 ‘콘서트’였다고 20일 밝혔다.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에는 암구호(암호) 같은 행사명이 붙는다”며 “이번 행사명은 ‘콘서트’였다”고 밝혔다. 이번 코드명은 19세기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프로이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빈 조약으로 구축한 ‘유럽 협조체제’(Concert of Europe)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국에서 열린 G7이 여러 국가와 호흡을 맞추는 심포니(교향곡)였다면 오스트리아와 스페인 국빈방문은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드러내는 콘체르토(협주곡)였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대통령 순방 뒤 순방 코드명이 공개된 적 있다. 1990년 1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소련 방문 당시 코드명은 ‘노고단’이었다. 당시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과 첫 만남이란 의미에서 양국 정상 이름의 머리글자인 ‘노’와 ‘고’를 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4년 9월 러시아 방문은 양국간 우주 기술 협력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차원에서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로 지칭됐다. 2019년 3월 동남아 순방 당시 코드명은 고려시대의 국제무역항인 ‘벽란도’(碧瀾渡)였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명명됐다. 탁 비서관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이 공군1호기 내부에서 회의하는 장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외국 정상과 마주치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올려 “‘번개’ 만남도 있었고 지나치다 우연히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순방 기간 쉬지 않고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한 대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이에 대한 주요7개국(G7)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중국의 대규모 대외 경제협력 구상을 통한 이른바 ‘경제 영토’의 확장 시도를 겨냥해 서구 동맹국들의 결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G7 회원국 정상들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이런 글로벌 인프라 계획 추진에 합의했다. 이는 ‘더 나은 세계 재건(B3W·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으로 불리는 프로젝트로,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더 나은 재건’에서 따온 명칭이다. 선진 부국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맞서 내놓은 첫 대안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민간 업체들의 파이낸싱 방식 등으로 추진되는 규모는 수천 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그 규모와 야심은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진행했던 ‘마셜 플랜’을 크게 넘어선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G7 국가들이 민주주의 부국들이 중국의 영향력에 맞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초청국 자격으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등을 주제로 한 확대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이 개최되기 전 콘월 카비스베이 호텔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대면했으나 서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는 데 그쳤다. 청와대가 기대했던 한일, 한미일 간 약식 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G7 회의장에서 한일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나 회담하는 ‘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바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황형준 기자, 콘월=공동취재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영국 콘월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조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현지에서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G7 확대정상회의 1세션이 개최되기 전 카비스 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조우해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서로 인사를 했다고 밝혔을 뿐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첫 조우에선 관심을 모았던 약식회담(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짧은 대화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두 정상이 각각 독일 등 참석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만큼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별도의 만남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주, 독일 등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까지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임기 말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스가 총리와 약식회담을 가지려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다만 문 대통령이 13일 오전부터 한영 정상회담과 G7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에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스가 총리와 회담을 가질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 대통령은 또 회담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오셔서 이제 모든 게 잘된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넸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미국이 보낸 얀센 백신 예약이 18시간 만에 마감됐다. 한국에서 큰 호응이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콘월(영국)=공동취재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차 영국 콘월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1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가지며 6박8일간 유럽 3개국 순방의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첫 다자회의 참석이다. 미국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1년 반 가량 중단됐던 문 대통령의 외교전이 재개됐다는 의미가 있다. 문 대통령과 모리슨 호주 총리는 12일 오전 10시부터 47분간 콘월의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저탄소 기술 등 경제협력 외연 확대와 지역 및 다자무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과 호주 모두 G7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번 정상회의에 나란히 초청됐고 이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진 것. 두 정상은 이날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악수 대신 팔꿈치를 부딪히는 것으로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모리슨 총리는 인사말에서 “한국과 호주는 코로나에 매우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 높게 평가한다”며 “코로나 이전보다 오히려 경제가 더 강해졌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 대통령도 “호주는 최근 마티아스 콜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배출하며 국제사회에서 아태지역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또한 총리의 리더십 하에 코로나 위기 극복에 모범이 되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에 함께 기여하고, 저탄소 기술과 수소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수소 생산 및 활용 등 저탄소기술 관련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소 및 연료전지 선도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소 생산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가운데 호주도 풍부한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글로벌 수소 생산공장 지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두 정상은 올해 한·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격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가기로 했다. 아울러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호주, 중국, 일본, 뉴질랜드 등이 지난해 11월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발효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호주의 변함없는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고 모리슨 총리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호주 총리 정상회담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파스칼 소리오 글로벌 CEO를 만나 코로나19 백신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과 바이오헬스 영역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2월 한국에서 처음 접종된 코로나19 백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상반기 1400만 명 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공급에 애써준 그간의 노력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국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 중인 백신으로 올해 2월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모두 이 백신을 맞았다. 이에 대해 소리오 글로벌 CEO는 “한국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전 세계 75개국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공급함으로써 전 세계에 공평한 백신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었으며, 이 같은 협력 모델을 지원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G7 확대회의와 한-EU 정상회담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일 및 한미일 정상회담이 13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G7 정상회의 기간 중 약식회담(풀어사이드 미팅·pull-aside meeting) 형식으로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콘월(영국)=공동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7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여권의 위기 상황을 “변화맹시(變化盲視·change blindness)”로 규정하고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葬)부터 시작됐다. 부동산이나 한국주택토지공사(LH) 사태는 발화점에 불과했다”고 진단했다. 변화맹시는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용어다. 그는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해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라면서도 “(청와대 참모와 내각에)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민주당을 향해 “절박함이 없다”며 재집권 가능성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따져 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는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양 전 원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냈던 그는 문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권유하며 2012년, 2017년 대선 캠프에서 브레인 역할을 맡았다. 2017년 5월 대선 승리 직후에는 백의종군을 선언한 뒤 뉴질랜드, 일본 등 해외를 떠돌며 문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2019년 5월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지난해 4·15총선 승리를 이끌었지만 총선 직후 원장직에서 사퇴하고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미국을 다녀오는 등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선한 대통령’이 당시 시대정신” ―4년간 백의종군해왔다. 남은 1년도 같은 원칙인가? “물론이다. 지난 4년 그래왔듯 앞으로도(그리고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공직을 맡거나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게 (대통령과 청와대에) 도움되는 일이라 판단해 그랬고, 한편으로는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성불거(功成不居·공을 세웠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말라) 원칙도 중요하고 내 자유도 소중하다.” ―정권 출범을 사실상 기획했다는 평가다. 2016년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사건 터지기 이전에도 당선을 확신했나.“당선을 확신한 건 꽤 오래전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 탄생을 정권연장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중반을 넘어가면서 이명박 정권과 다를 게 없고 오히려 더 심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를 대처하는 것을 보고 민심을 돌이키기 어렵겠구나 판단했다. 당시 야권으로서는 대안이 문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만 잘 하면 집권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선거 당일 당선 예측 방송을 대통령과 같이 보면서도 둘 다 별로 기쁘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문 대통령이 집권해야 한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시기마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김대중 노무현 시기 뿌리내리기 시작한 민주주의적 기초와 가치가 근본적으로 다 허물어졌다. 박근혜 이명박 그 다음 대통령으로서, 리더로서 핵심 코드와 자질은 좋은 사람, 선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봤다. 지금도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 안팎이다. 전례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를 문 대통령과 분리해서 보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은 선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당정청 전체적으로는 오만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힘의 근원은 대통령의 성정과 덕목 덕분이다.”―세 번째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는데…“내 의사와 무관한 얘기였다. 어떤 공직도 안 맡겠다고 그렇게 여러 번, 그렇게 세게 공언해 왔는데, 새삼 말을 바꿀 아무 이유가 없다.” ―예전 손혜원 전 의원이 문 대통령이 본인은 완전히 쳐냈다고까지 말했는데, 김정숙 여사한테 미움을 샀다는 이야기도 있다. “답변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청와대, 정부에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아”―문재인 정부 4년을 평가해달라.“문재인 정부는 위기극복 정부로 평가받을 것이다. 한국사회에 전례 없는 두 가지 메가톤급 위기를 잘 넘었다. 먼저, 탄핵과 그로 인한 헌정 중단 사태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한 정부가 인수위 기간을 알차게 준비한 이전 정부들보다도 훨씬 안정되게 초기 3년 할 일을 다 했다. 다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그 감염증 위기는 전인류적, 전세계적 초유의 사태였지만 대체로 잘 대처해왔고 결국 잘 극복할 것이다. 외환위기 극복에 비견할 만하다. 다음 대통령이 전환기적 시대를 열 수 있는 조건을 갖춰놨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더 원대한 목표가 많았었는데…”―뭐가 한계였나.“이유를 따지자면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참모진은 최선에 이르지 못했다. 능숙한 아마추어가 너무 많았다. 그 언밸런스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당초 기대했던 국정 성과에 못미쳤다고 본다. 대통령이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과도한 애정과 불필요한 책임감에서 냉정하게 하는 얘기다.” ―능숙한 아마추어라는 건 특정 참모들을 겨냥한 말인가. “대체적으로 청와대와 내각 참모 진용의 국정운용 행태에 아마추어적 모습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모의 덕목 중에 핵심은 책임감이다. 특히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여러 선택의 옵션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전체를 통틀어서 청와대를 제일 잘 아는 게 대통령이었다. 참모들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있어 운동장을 넓게 쓸 수 있는 많은 옵션을 드렸는지 잘 모르겠다. 대통령의 개인기와 역량에 참모들이 따라가는데 급급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정권 출범 이후 꽤 오랜 기간 지지율이 고공행진할 때, 이후 닥쳐올 어려운 시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게 아쉽다. 지지율에 취했다고 할까. 능숙하고 익숙해서 무난하게 가는 것 같지만 선을 넘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기질이 많았다고 보는 것이다.”―능숙한 아마추어를 뽑은 건 결국 문 대통령 아닌가.“시스템과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 특성상 어떤 자리에 누구를 콕 찍어 보내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했고 절차적 규범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률가 출신이다.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그리고 인사추천위원회에서 걸러져 올라오는 사람에 대해 선택은 하지만 직접 어떤 자리에 누구를 콕 집어 사람을 쓰는 분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참모들이 가용 인적자원을 폭넓게 쓰도록 하지 못한 면에서도 협량함이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 재집권, 지금으로선 예단 어려워”―4.7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심판을 받았다. 그 이유를 어떻게 진단하는가. “당정청 모두 안이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한 대통령 임기 중 그랜드슬램(2017년 대선 승리, 2018년 지방선거 승리, 2020년 총선 승리)을 달성한 건 처음이었다. 국민들께서는 밀어줄 만큼 밀어주신 셈이다. 정말 두렵고 무서운 마음으로 더 겸손하고 더 치열하고 더 섬세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오만하고 무례했다. 변화맹시의 시작은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부터 시작됐다고 본다. 부동산이나 LH사태는 발화점에 불과했다. 후보가 부족했거나 재보선 전략의 요인은 적다고 생각한다. 이미 그 전에 유증기처럼 민심의 불만이 가득 차있는 상황에서 각종 도화선이 생긴 것 뿐이다. 너무 많은 중도층 여론을 ‘태도 보수’로 돌려버린 게 패인이라고 본다.”―부동산 문제 등이 아니고 박원순 전 시장 시민장이 위기의 시작이었다는 건가. “변화맹시는 일종의 학술 용어인데 본인이 갖고 있는 선행적 경험이나 주관적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해 눈 앞에서 뻔히 벌어지는 변화조차 인식 포착 못한다는 뜻이다.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사건은 명백한 과오다. 특히 박 시장은 죽음으로 책임을 안고 간 것인데 민주당으로서는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조용히 보내드렸어야 했다. 정작 가족들은 조용한 가족장을 희망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해 시민장으로 치렀다. ‘그 정도는 해도 된다’는 오만함이고 ‘이게 왜 문제가 되지’하는 무례함에 말없는 많은 시민들은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민심의 아래로부터 무서운 이반과 변화에 무감했던 괴리가 겹치면서 생긴 결과다.”―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비관적인 요소가 더 많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집권당이 무난하게 정권재창출을 한 사례가 세 번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등 간난신고 끝에 가까스로 된 만큼 이를 제외한 노태우, 김영삼,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이다. 이들 모두 전직 대통령과 같은 당이었지만 ‘다른 당 다른 대통령상(象)’을 연출했다. 세 사람은 획기적인 6.29선언(노태우), 첫 문민정부 기대감(김영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는 다른 당 후보보다 더 큰 대척점(박근혜)에서 마케팅에 주력했다. 일종의 착시를 노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정권교체에 가까운 정권재창출이었다. 지금은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야권에선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권에선 흥행요소가 적다. “대선까지 열 달 가까이가 남았는데 아마도 그 사이 여러 부침과 변화가 있지 않을까. 역대 대선 중 가장 변화무쌍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 같다. 각종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고 코로나19도 잘 극복될 걸로 보면 그게 큰 플러스 요인이다. 거의 모든 광역을 커버하는 폭넓은 후보군도 상대적으로 밀리지 않는다. 당 중심으로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야권의 흥행요소라고 하는 게 언론 입장에서야 흥미롭겠지만 뒤집어보면 불안정성이다.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 “민주당, 절박함 없어…가슴 콩닥거릴 비전 제시해야”―현재 민주당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절박함이 없다. 스타일리스트 정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자각을 잊고 마이너리즘에서 못 벗어난 사람도 많다. 상대 당은 얼마나 절박하면, 30대 당 대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전 총장 영입 시도 등 지금까지의 정치권 통례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에 진력하고 있다.”―그걸 극복하려면.“첫째, 경제 민생 이슈에 집중하고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하다. 검찰 이슈, 언론개혁 이슈 등 개혁 과제는 정권 초기 과제다. 마무리에 접어들어야 할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건 효율적이지 못하다. 둘째, 문재인 정부를 뛰어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현 정부 정책의 상징처럼 돼있는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에서 한 발짝도 못 벗어난다면 중도 확장은 불가능하다. 담대하게 극복하고 뛰어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셋째, 남 탓해서는 안 된다. 억울해도 (국민이) 때리시면 맞고 야단치시면 야단맞는게 정치인데, 절박감도 겸손함도 부족해보인다. 지난 총선 때 기본 프레임이 ‘미래로 가는 정당이냐 과거로 가는 정당이냐, 유능한 정당이냐 무능한 정당이냐, 일하는 정당이냐 싸우는 정당이냐’였다. 상대 당과 정반대 이미지로 승부하려 노력했다. 어느새 1년 만에 바뀐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중도층을 잡기 위한 정책이나 제안하고 싶은 게 있나. 당에선 가령 종부세 완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데…“대선 주자들의 ‘기본시리즈’ 논쟁도 좋지만 더 담대한 게 나와야 한다. 의정사상 초유의 180석을 보유한 집권당이라면 예산편성에 대한 전례 없는 새로운 디자인을 해 볼 수 있다. 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는, 국방안보 이슈에만 그치는 일이 아니다. 한국이 우주 경쟁에 제대로 뛰어들지 못한 게 그 때문이었는데 이참에 당은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 국민들 가슴이 콩닥거린다.” ―등 돌린 2030세대를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릴 방안은.“‘사람이 새와 함께 사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풀과 나무를 키우는 일’이라는 말이 있다. 2030을 생각할 때 딱 맞는 말 같다. 단선적이고 즉흥적인 대책에 골몰할게 아니라고 본다. 또 당내에 이미 훌륭한 젊은 의원들이 즐비하다. 그들도 많이 절제하고 다듬어져야겠지만 전면에 내세우기에 손색이 없다.” ―젊은 의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을까. “대선기획단이나 선대위에 선수(選數)에 얽매이지 말고 분야별 전문성 중심으로 신예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도 야권을 뛰어넘는 외부의 신선한 젊은 전문가 그룹을 대거 모시고 앞에 포진시켜서 우리 당의 대선을 이끌고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국,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 아쉬워”―민주당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책을 계기로 옹호론이 퍼지고 있다. “허물에 대해서 여러 차례 사과했고 허물에 비해 검찰수사가 과했으며 그로 인해 온 가족이 풍비박산 나버린 비극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 분 정도 위치에 있으면 운명처럼 홀로 감당해야 할 역사적 사회적 무게가 있다. 나 같으면 법원과 역사의 판단을 믿고, 책은 꼭 냈어야 했는지…. 당에 대한 전략적 배려심이 아쉽다.” ―조 전 장관 사태부터 갈등을 겪은 윤 전 총장이 이탈한 건 결국 여권 책임 아닌가.“조국 전 장관에 대해선 검찰이 무리를 해도 너무 했다. 나중에 더 많은 진실이 차차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후 검찰과의 일은 세련되고 합리적이지 못했다. 목표가 정당하다고 해도, 이번엔 ‘정권이 심하고 무리한다’는 인상을 줘버렸다. 박범계 장관의 신현수 전 민정수석 패싱 논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아마추어적 일처리다.”―윤석열 전 총장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져 있는데…“나는 민주당원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통합의 정치를 펼쳐가기를 바랄 뿐이다.” ● 이재명 배제 위한 ‘친문 제3후보론’에 “웃기는 이야기”―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양 전 원장을 여권의 킹 메이커라 부르며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된 순간부터 여한이 없어졌다. 나에게는 이제 정치적 목표와 소망이 없는 셈이다. 많은 요청을 받고 있지만 이제 선거 치르는 일이 엄두가 안 난다. 선거 한 번 치를 때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수많은 악업을 쌓게 된다. 정권재창출 대의 하나 때문에 또 뭔가의 악역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여권 대부분 인사와 다 막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굴, 도울 생각인가.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처신을 조심할 수밖에 없다. 당내 경선에 문심 논란 같은 게 생겨선 안 된다. 대통령이 경선에 소환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보되는 분을 중심으로 본선에서 승리하도록 힘을 모으는 게 지혜로운 태도일 것이다. 일치단결 팀워크를 깰 수 있는 앙금이나 여진이 없도록 섬세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다. 다만 내가, 우리 당 후보 선출 이후 뭘 도와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가장 탁월한 당 대표로 이해찬 전 총리를 뽑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돕는다던데…“이 전 총리는 당의 원로고 대선배다. 당 안팎에서 자꾸 이 지사를 배제한 ‘친문 제3후보론’ 따위 얘기가 나오고 하니까 조금 더 전략적 배려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나중에 후보들 간 앙금이 안 생기고 팀워크가 안 깨지게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아닐까 싶다. 정치 일선에서 떠났고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 하나로 헌신할 분이다.”● “여야가 개헌 공약 내걸고 연정해야”―이번 정부에서 개헌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여야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 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다. 현재 여야가 극단적으로 부딪히는 사안의 80~90%가 진보 대 보수 가치의제가 아니다. 상대 당이 하니까 반대할 뿐이다.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 답은 연정밖에 없다. 3년 정도 해외 유랑에서 절감한 것은 ‘역시 노무현’이었다. 왜 고인께서 생전에 그토록 통합의 정치를 주창했고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대연정까지 추진하려 하셨는지, 앞서간 혜안이 와닿는다. 우리 쪽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저쪽 당과 통합형 협치내각을 구성해, 진보 보수를 뛰어넘는 국가적 목표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을 해야 한다. 만약 범야권의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더더구나 그렇게 가야 한다. 범진보가 190석인데 계속 대결적 정치구도로 가면 그쪽은 식물대통령 식물정부 되기 십상이다. 그게 무슨 비극인가.” ―통합과 연정을 얘기하는 건 의외다.“문 대통령 정치 시작하신 이후 일관되게 ‘우리가 중도와 보수를 끌어안고 포용하고 같이 가지 않고서는 집권이 어렵다. 선거는 결국은 중도확장, 외연확장 경쟁인데 그러지 않고서는 집권도 국정운영 성공도 쉽지 않다’고 건의드려왔다. ”―연정은 대통령도 같은 생각인가. “우리 정치를 향한 내 개인적 충정이자 소신일 뿐이다. 대통령과는 연관짓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적어도 통합이나 포용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과거 두 번의 개각 때 야권 인사들에게 입각 제안을 했었다. 비록 성사는 안 됐지만 대통령도 통합이나 포용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필요하다는 생각인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다.”● “노무현은 탄산수, 문재인은 막걸리”―문 대통령 퇴임하면 함께 할 계획인가.“그러고는 싶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어떤 정치행위도 하지 않고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싶다는 소박한 삶을 꿈꾸고 계시니, 내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교하면.“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질문처럼 느껴진다.(웃음) 비슷한 것 같지만 정말 다른 스타일이다. 서로 다른 매력 다른 장점을 가진 지도자다. 노무현이 장미꽃이라면 문재인은 안개꽃, 노무현이 인파이터 복서형이라면 문재인은 조정 선수형, 노무현이 탄산수면 문재인은 막걸리, 노무현이 카피라이터 기질이면 문재인은 시인적 기질이다. 두 분을 모신 게 행복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보는가.“간헐적 정치인? 선거 때만 나타나 소소한 역할을 감당하고 곧바로 사라지는…그조차도 그만 하고 싶다.”양정철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1964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법대 졸업△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노무현재단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경선 캠프 비서실 부실장△ 민주당 민주연구원장△ 일본 게이오대 법정대 방문교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선임연구원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을 “병영문화의 폐습”으로 규정하고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 성추행 실태 등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군 내부에서 사건을 은폐 축소하면서 곪아온 병영 폐습이 임계점을 넘은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최근 군 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폐습을) 바로잡겠다”며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직후 이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성추행 등 폐습과 관련한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범죄에까지 왜곡된 상명하복 잣대를 들이대 부대 내 사건 사고를 축소 은폐하는 폐쇄적인 문화 탓에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비율이 7.4%인 여군을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 문화가 만연한 것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벌어진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선 2018년과 지난해에도 부대 대대장(중령)이 여군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부대는 물론이고 공군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에서 “가해자가 운이 나빴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사건 발생 뒤 가해자를 비롯해 부대 관계자의 회유, 협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 비밀 유지와 피해자-가해자 분리, 신고 방해 금지가 명시된 군의 ‘부대관리훈령’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신고를 포기하는 장병도 상당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대 내 성폭력 고충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고 답한 여군 비율은 48.9%로 2012년 실태조사(75.8%) 때보다 크게 줄었다. 군은 2015년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군의 조치를 불신하는 장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군 당국자는 “군 내 일탈과 범죄를 서로 숨겨주거나 무마하고,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로 일관하는 한 병영 폐습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황형준기자}

文 “병영문화 폐습 송구”… 靑, 전수조사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을 “병영문화의 폐습”으로 규정하고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 성추행 실태 등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군 내부에서 사건을 은폐 축소하면서 곪아온 병영 폐습이 임계점을 넘은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최근 군 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폐습을) 바로잡겠다”며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직후 이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성추행 등 폐습과 관련한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범죄에까지 왜곡된 상명하복 잣대를 들이대 부대 내 사건 사고를 축소 은폐하는 폐쇄적인 문화 탓에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비율이 7.4%인 여군을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 문화가 만연한 것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벌어진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선 2018년과 지난해에도 부대 대대장(중령)이 여군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부대는 물론이고 공군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에서 “가해자가 운이 나빴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사건 발생 뒤 가해자를 비롯해 부대 관계자의 회유, 협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 비밀 유지와 피해자-가해자 분리, 신고 방해 금지가 명시된 군의 ‘부대관리훈령’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신고를 포기하는 장병도 상당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대 내 성폭력 고충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고 답한 여군 비율은 48.9%로 2012년 실태조사(75.8%) 때보다 크게 줄었다. 군은 2015년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군의 조치를 불신하는 장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군 당국자는 “군 내 일탈과 범죄를 서로 숨겨주거나 무마하고,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로 일관하는 한 병영 폐습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여군 11% 성희롱 피해… “신고한들 진급 불이익-따돌림만” 눈물 [軍 성범죄 파문]‘병영문화 폐습’ 대체 어떻기에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건을 사과하고 “병영문화의 폐습”이라고 규정한 것은 군 통수권자로서 반인권적이고 후진적인 군 문화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 분노가 크고 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며 “이번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재발방지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연일 강력한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 안팎에선 여군과 병사 등 군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폭력적 억압 등 갖은 병영폐습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체계를 악용한 성폭력과 폭행·가혹행위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사건이 발생해도 회유와 무마를 통해 축소, 은폐하려는 군의 고질적 악습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성폭행 등 병영폭력 실태 갈수록 악화 이 중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여군 대상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특히 두드러진다. 공군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뿐 아니라 해군과 육군에서 각각 2017년, 2013년에 성추행을 당한 여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년 주기로 발간하는 국방부의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군 간부 설문 대상자 중 11.4%가 조사시점 기준 1년간 성희롱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조사 때 8.4%보다 늘어났다. 군 외부의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군내 성폭력 건수(16건)도 2019년(3건)보다 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군 인권센터는 장난을 빙자한 추행(엉덩이 치기, 주무르기 등) 대신 보다 직접적 성폭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군내 폭행 및 가혹행위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군사법원이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에게 제출한 군내 폭행 가혹행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6월까지 총 4275건이 발생했다. 2011∼2015년 6월까지의 발생 건수(3643건)에 비해 600여 건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 축구를 하던 중 공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간부에게 무릎을 가격당해 슬개골 골절상을 입은 육군 22사단 병사는 “가해자가 ‘남자답게 해결하자’고 압박하거나 행정보급관이 신고를 막았다”고 말했다. 2014년 상습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윤 일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군은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해 병영문화 쇄신과 복무환경 개선책을 발표했지만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급·진급 악용한 ‘폐쇄적 카르텔’이 주범 각종 병영 폐습이 뿌리 뽑히지 않는 주된 요인으로 ‘계급’을 악용하고 진급을 ‘미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군내 ‘폐쇄적 카르텔’이 지목된다. 군 관계자는 “철저한 대책과 매뉴얼을 만들어도 사건 사고가 나면 출신별 지휘관계를 앞세워 ‘조직 보호’를 명분으로 쉬쉬하고 방관하는 군내 부조리 문화가 병영폐습을 악순환시키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중사 사건은 8년 전 상관의 성추행과 협박, 가혹행위 등에 10개월간 시달리다 약혼자를 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오모 여군 대위 사건의 ‘재판(再版)’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에도 오 대위 주변에는 가해자의 횡포를 인지한 이들이 있었지만 관련 수사는 오 대위의 유서가 발견된 뒤에야 시작됐다. 조직적인 축소·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일선 부대의 한 위관급 여군 장교는 “성추행 피해를 신고해봐야 진급 등에서 불이익과 부대 내 따돌림을 당할 텐데 그냥 운이 나빴다면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2019년 군 성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피해 경험을 신고한 비율은 32.7%에 그쳤다. 미신고 응답자들의 44%가 ‘아무 조치도 취해질 것 같지 않았다’고 답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 때마다 군이 발표하는 가해자 엄정처벌 등 뒷북 대책이 거의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황형준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며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정원의 새 원훈(院訓)도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사진)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개혁의 주체가 된 국정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룬 소중한 결실이자 국정원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정원 원훈은 1961년 창설 이후 1998년까지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월 ‘정보는 국력이다’로 처음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변경된 뒤 5번째 원훈이 된 것. 이날 국정원이 공개한 새 원훈석의 서체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생전 글씨체를 본뜬 ‘어깨동무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다’와 같은 글씨체다. 이에 대북 정보활동에 주력하는 국정원 원훈석 서체로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정원법 개정으로 △방첩 △대테러 △사이버 △우주정보 등의 업무가 구체화되거나 새로 추가됨에 따라 조직 체계 전반을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와 완전히 절연하고 북한 및 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정원만이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에 도착해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정보요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별’에 헌화와 묵념을 한 뒤 방명록에 “보이지 않는 헌신과 애국, 국민과 함께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조형물에는 당초 18개의 별이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순직자가 1명 늘어 19개가 됐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지난해 12월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 입법을 통해 개혁의 확고한 제도화를 달성했다”며 “이제 국정원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정원의 새 원훈(院訓)도 5년 만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으로 교체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정원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개혁의 주체가 된 국정원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룬 소중한 결실이자 국정원 역사에 길이 남을 찬란한 이정표가 아닐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정원 원훈은 1961년 창설 이후 1998년까지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월 ‘정보는 국력이다’로 처음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변경된 뒤 5번째 원훈이 된 것. 국정원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국정원법 개정으로 △방첩 △대테러 △사이버 △우주정보 등의 업무가 구체화되거나 새로 추가됨에 따라 조직 체계 전반을 재정비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와 완전히 절연하고 북한 및 해외 전문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며 “북한 및 해외 분야에서 독보적인 정보 역량을 갖추고, 사이버안보, 우주정보 등 확장된 업무 영역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일 잘하는 국정원’, ‘미래로 가는 국정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이버·우주 공간에서의 정보활동은 대한민국을 선도국가로 앞당겨줄 것”이라며 “국정원만이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서 마음껏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국정원에 도착해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정보요원들을 기리는 ‘이름 없는 별’에 헌화와 묵념을 한 뒤 방명록에 “보이지 않는 헌신과 애국, 국민과 함께 기억합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오직 국익을 위한 헌신이라는 명예만을 남긴 이름없는 별들의 헌신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조형물에는 당초 18개의 별이 있었지만 현 정부 들어 순직자 1명 늘어 19개가 됐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고충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1시간 반 동안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한 오찬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 건의가 나오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대한상의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도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다른 참석자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앞으로 2, 3년이 중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4대 그룹이 44조 원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각 분야에서 투자를 늘려온 데 대해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文, 이재용 사면론 기류변화… “형평성 고려해야”→“고충 이해” “기업에 대담한 역할 요구 알아”… ‘44조 투자’ 발표후 분위기 진전文 “한미 정상회담 하이라이트는 바이든이 직접 4대 기업 소개한것”최태원엔 “우리 최회장님 큰힘 돼”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2일 4대 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을 살피겠다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 44조 투자, 경제 회복 등에 달라진 文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건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은 뒤 이 부회장 사면 얘기임을 확인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말 공동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 문제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대 그룹의 44조 원 투자라는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이 기업의 협조 없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나자마자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관계였지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게 “생큐”를 세 차례 반복했다. 또 최 회장을 ‘우리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방미 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시작해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마지막에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며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서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기업들 덕분에)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도 했다.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앞장서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 증가와 수소·전기차 생산 주도, 배터리 투자, 해운과 조선 투자가 “이제 빛을 보고 있다”며 “기업이 앞서가는 결정이 없다면 오늘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4대 그룹 띄워준 文 “사진 잘 찍어 주세요” 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거듭 감사를 표시하면서 1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찬 시작 전 환담에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문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오찬 때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회담 때 나온 메뉴였던 크랩 케이크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삼성 김기남 “반도체 투자결정, 총수 필요” 삼성 안팎 “美에 20조 투자 약속, 리더부재 탓 의사결정 지체 우려”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이 언급되자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의 말에 또 다른 4대 그룹 총수 중 한 명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 3년이 중요하다”며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언급하기도 했다. 수십조 원이 드는 반도체 투자 자체로도 리스크가 적지 않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판’이 자유무역에서 ‘기술 냉전’ 시대로 바뀌고 있는 데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 시장이 파괴되고 대체되고 있어 리더의 결단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점에 와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약 20조 원을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를 공식화했지만 외신의 관심이 몰렸던 공장 부지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직 미국 의회에 56조 원 반도체 지원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다 텍사스 주정부와의 협의도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으로 미국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해줄 리더의 역할이 없다 보니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우려가 삼성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수십조 원 투자를 하려면 시장성 확보가 중요하다. 미국에서 반도체 위탁 생산을 맡길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가 확보돼야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사라 삼성에 물량을 주는 것을 꺼린다. 애플 같은 대형 고객사들을 설득하고 수주로 이어지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며 “까다로운 미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최고경영진은 이 부회장이 대화 상대로 나와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미중 갈등의 격전지가 되면서 투자 결단에 안보 이슈를 고민해야 하는 등 투자의 위험 요소가 많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그룹 고위 임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자산이 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는 모두 십수 년 전 재계 총수들의 위험을 무릅쓴 투자에서 비롯됐다”며 “지금도 수조, 수십 조 원 투자 결단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지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박효목 기자·서동일 기자·김현수 기자}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2일 4대 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을 살피겠다는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 44조 투자, 경제 회복 등에 달라진 文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건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은 뒤 이 부회장 사면 얘기임을 확인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말 공동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 문제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대 그룹의 44조 원 투자라는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이 기업의 협조 없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을 만나자마자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관계였지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게 “생큐”를 세 차례 반복했다. 또 최 회장을 ‘우리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방미 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시작해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마지막에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며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서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기업들 덕분에)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도 했다.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앞장서 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 증가와 수소·전기차 생산 주도, 배터리 투자, 해운과 조선 투자가 “이제 빛을 보고 있다”며 “기업이 앞서가는 결정이 없다면 오늘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4대 그룹 띄워준 文 “사진 잘 찍어 주세요”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거듭 감사를 표시하면서 1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찬 시작 전 환담에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문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오찬 때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회담 때 나온 메뉴였던 크랩 케이크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서동일 기자}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2일 4대 그룹 대표 오찬 간담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여론을 살피겠다는 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 부회장 문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광복절을 계기로 이 부회장 사면이나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 44조 투자, 경제 회복 등에 달라진 文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대표이사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을 하면서 나온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경제 5단체장이 (4월 청와대에 사면을)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그 건의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은 뒤 이 부회장 사면 얘기임을 확인하자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4월 말 공동 명의로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 부회장 문제를 둘러싼 문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대 그룹의 44조 원 투자라는 지원 사격을 받은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최대 과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이 기업의 협조 없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경제회복에 대한 기업들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그룹 대표들을 만나자마자 “방미 당시 4대 그룹이 함께 해 성과가 참 좋았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기존에도 아주 튼튼한 동맹 관계였지만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최첨단 기술 및 제품에서 서로 간에 부족한 공급망을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까지 더 포괄적으로 발전된 것은 굉장히 뜻 깊은 일”이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4대 그룹을) 지목해 소개한 일”이라며 “한국 기업의 기여에 대해 아주 높은 평가를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최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게 “생큐”를 세 차례 반복했다. 특히 최 회장을 ‘우리 최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방미 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시작해 공동기자회견, 그리고 마지막에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까지 일정 전체를 함께해 주셨다”며 “아주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서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기업들 덕분에)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됐다”고도 했다.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도 “기업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고 기업들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해서도 “앞장서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시스템 반도체 투자 증가와 수소·전기차 생산 주도, 배터리 투자, 해운과 조선 투자가 “이제 빛을 보고 있다”며 “기업이 앞서가는 결정이 없다면 오늘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 4대 그룹 띄워준 文 “사진 잘 찍어주세요”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대표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거듭 감사를 표시하면서 1시간 반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오찬 시작 전 환담에서 사진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자 문 대통령이 취재진을 향해 “잘 찍어 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대통령은 그룹 대표 4명과 이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또 지난달 31일 폐막한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때 사용했던 수소차의 번호판을 정의선 회장에게 선물했다. 이날 오찬 때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회담 때 나온 메뉴였던 크랩 케이크가 제공돼 눈길을 끌었다. 황형준기자constant25@donga.com서동일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