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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새로 만든 무궤도전차를 보며 크게 만족해하는 사진이 4일 북한 매체들에 실렸다. 김정은은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하고 손색없이 잘 만들었다”고 치하하고 “인민들이 낡아빠진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불편을 느끼고 거리에는 택시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전망이 보인다. 정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니 3년 전 김정은이 자체로 만들었다는 새 지하 전동차를 둘러보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는 “수입병이라는 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을 실천으로 확증해줬다”며 흥분했다. 나중에 들으니, 중국에서 전동차를 수입하려 했는데 너무 비싸 김정은이 200만 달러를 줘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기관차도 만들었는데 전동차 하나 못 만들겠는가”라며 내리먹이는 지시에 몇 달 만에 급히 만들다 보니 주요 부품을 모두 중국에서 사 와서 조립한 것에 불과했다. 평양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3년이 지난 지금 북한제 전동차는 딱 한 개 편성만 뛴다고 한다. 부품 사올 돈이 없으니 그 이상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3년 뒤 김정은이 이번엔 버스를 보고 똑같이 기뻐하고 있다. 사실 오늘 칼럼은 버스 부품 국산화율이나 따지려 쓰는 게 아니다. 김정은이 대중교통 문제의 해법을 새 버스에서 찾았다면 현실을 모르고 있다. 평양에서 가장 ‘자본주의화’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대중교통이다. 평양엔 표 받는 차장이 없는 버스도 많다. 북한에서 쌀 1kg이 약 5000원인데 버스비는 5원밖에 안 되니 차장이 없어도 차표를 잘 낼 수밖에 없다. 사실상 공짜 버스인데 버스 운전사들의 처지에서 보면 아무리 일해 봐야 남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배급을 제대로 주는 것도 아니고 월급도 있으나마나다. 결국 운전사들은 역이 아닌 곳에서 사람을 태워주거나 내려주고, 또 장사 물건을 옮겨주는 것으로 가외로 벌어 먹고산다. 평양 버스는 뒷문으로 탑승하는데 가다가 도로에서 손을 드는 사람을 앞문으로 태워주고 보통 1000원을 받는다. 이미 평양에는 교통보안원이나 단속대가 있는 곳을 피해 운전사와 시민들 사이에 무언의 약속이 이뤄진 노선별 탑승 장소도 다 정해져 있다. 1000원을 내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언제든 시간 맞춰 타고 내릴 수 있어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막차 시간인 오후 11시 이후 버스는 ‘아무 곳에서 세우고 타는 초대형 택시’로 변한다. 평양 사람들은 이런 버스를 ‘무궤도택시’ 또는 ‘궤도택시’라고 부른다. 전기로 운행되지 않는 다른 노선버스는 출퇴근시간에만 다닌다. 나머지 시간에는 합법적 택시와 장사 물건 운반 버스가 된다. 이들의 명분은 이렇게 돈을 벌어야 출퇴근시간에 뛸 수 있는 연료와 부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줄 수 없는 것이라 통제도 못 한다. 평양에는 국영버스 외에 대중교통 노선을 따라 달리며 돈을 버는 기업 외화벌이용 ‘벌이차’도 많다. 보통 북에서 ‘롱구방’이라 불리는 미니버스다. 벌이차는 정전이나 혼잡으로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시간을 노려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데 평양역에서 광복역까지 약 6km에 5000원을 받는다. 그래도 기본료가 2달러(북한 돈 약 1만7000원)에, 이후 1km에 0.5달러씩 오르는 택시보단 훨씬 싸다. 특히 시내 변두리로 향하는 노선에 벌이버스가 많은데 서평양∼낙랑 노선의 부흥역 앞, 지체되기로 악명 높은 선교∼만경대 노선의 역전백화점 앞에 벌이차가 제일 많다. 이 밖에 통일거리엔 ‘통통이’라고 불리는 중국식 삼륜 전동차가 근거리 운송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평양엔 시외버스터미널 역할을 하는 곳도 여러 군데다. 대표적으로 서성구역 ‘3대혁명전시관’ 앞 등에 가면 ‘몰이꾼’이라 불리는 호객꾼들이 저마다 자기 버스를 타고 가라고 사람들을 잡아끈다. 이렇게 평양의 교통체계는 자연발생적으로 시장화하고 있다. 평양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전기 문제와 국영 운전사에 대한 보상 현실화가 시급하다. 또 국영 교통체계를 보조하는 벌이차, 택시, 통통이도 더 많이 경쟁시켜야 한다. 버스는 중국에서 사와도 된다. 골동품 공장 몇 개를 겨우 가동하면서 아직도 제품을 국산화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고 있는 북한이 참 안쓰럽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접촉한 북한과 일본 외교 수장들이 만남의 수위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4일 “북한에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기사는 완전한 오보”라고 일축하며 “우리도 양자 회담 횟수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만남을)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ARF 환영만찬에서 이뤄진 고노 외상과의 만남을 두고 북한 관계자가 “양자 회담 상대국에 일본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다만 접촉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냉랭한 반박은 전날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고노 외상은 환영만찬 뒤 “리 외무상과 만찬 전후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일본의 생각과 입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리 외무상에게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어도 침묵했다. 그러다 북한 쪽에서 자신과의 만남을 평가절하하자 뒤늦게 “우리도 양자 간 회담으로 간주하지 않았다”며 정상회담 제안 보도도 오보라고 밝힌 것이다. 북-일 외교 수장의 3일 만남은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일 양국 간 첫 고위급 접촉으로 관심을 끌었다. 아사히신문은 고노 외상이 만찬장에서 리 외무상과 접촉한다는 ‘작전’을 짰고, 실제로도 고노 외상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고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를 맞기 위해 하와이로 출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투’는 ‘특별한 손님들’을 태우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잠시 착륙했다. 각각 네 살과 세 살 때 한국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 씨와 릭 다운스 씨였다. 두 사람은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을 대표해 유해 봉환식에 참가했다. 샌필리포는 네 살 때 공항에서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네바다 방위군 소속이던 아버지 프랭크 살라자르 중위는 1952년 12월 31일 P-51기를 타고 북한 상공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대공포에 격추됐다. 샌필리포는 이후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10대에 비행복을 입은 아버지 사진을 처음 보게 됐고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샌필리포는 나중에 P-51 조종법까지 배웠다. “지금까지 늘 이런 질문에 시달려 왔어요. 아빠는 비행기에서 탈출했을까. 혹 고문을 당했을까.” 샌필리포는 하와이에서 열린 봉환식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비록 이번에 돌아온 유해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같은 아픔을 나누고 있는 미국의 유가족들은 누구의 가족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운스의 아버지 할 다운스(당시 26세)는 B-26 폭격기 레이더 관제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폭격기가 북한 상공에서 피격됐을 때 조종사와 항법사는 비상탈출에 성공했다. 그들은 다운스에게 “비행기가 언덕에 추락해 폭발하는 것이 우리가 본 마지막”이라고 아버지의 최후 순간을 들려줬다. 펜스 부통령은 하와이에 도착한 뒤 트위터에 에어포스투에서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진주만 히컴 기지로 오는 도중에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그의 남편 로버트가 합류하게 돼 나와 (아내) 캐런은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백악관도 이날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온 편지 2통을 소개했다. 해군 125함대에 배치돼 대북 공격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한 존 C 매킬 중령의 조카 더그 씨는 편지에서 ‘대공황기에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복무한 자신의 삼촌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이었는지’라고 썼다.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매리언 씨는 1951년 9월부터 한국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실종된 삼촌 앤드루 보이어 하사의 헌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실에 사진을 걸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집으로 돌아오길 60년 넘게 기다렸다. 유해들의 신원이 확인돼 유족들이 평화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어떤 이들은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르지만 오늘 우리는 이 영웅들이 절대 잊혀지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오늘 우리의 아이들(boys)이 집에 돌아왔습니다.” 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봉환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렇게 선언했다. 6·25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뒤 정전 65년 만에 돌아온 55구의 유해를 영웅이라고 부르며 “전사한 영웅들 모두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의 귀환에 만족하지 않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나머지 6·25전쟁 전사자들도 데려오겠다고 유가족들 앞에서 약속한 것이다. 이날 봉환식은 ‘군인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국가와 국민은 군인의 명예를 책임지고 지켜준다’는 미국의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보여줬다.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뒤 너무도 늦게 돌아온 용사들을 미 정부는 최고의 예우로 맞이했다. 미국 언론들은 “전사자들이 국가정상급 예우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영웅들의 귀환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미군 추정 유해 55구를 싣고 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오산 미 공군기지를 떠난 C-17 수송기 2대는 1일 오후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관을 뒤덮고 있던 푸른색 유엔 깃발은 미국 도착에 앞서 붉은빛 성조기로 바뀌어 있었다. 장중한 군악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유해들은 한 번에 2구씩 수송기 뒤쪽으로 내려져 봉환식이 열리는 격납고 안으로 이동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소속 군인 4명이 각기 다른 정복을 입고 4인 1조로 관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6·25전쟁 참전용사 아버지를 둔 펜스 부통령은 유해가 담긴 관이 옮겨지는 내내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부동자세로 서 있었고 그 옆에 선 필 데이비슨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거수경례를 유지했다. 행사장에 먼저 도착해 있던 사람들도 관이 지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거나 거수경례로 영웅들에게 예를 표했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송환된 유해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은 하와이에 위치한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이 맡는다. 평생을 기다려온 유가족들은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하지만 신원 확인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로이터통신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유전자와 치아 검사, 흉부 X선 대조 작업 등을 거쳐 미군 전사자로 밝혀지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 이들이 누구인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곧 그들의 이름을 알게 될 것이며, 그들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복잡한 신원 확인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존 비드 DPAA 과학분석국장은 “예비조사 결과 북한에서 송환된 유해들은 과거 발굴된 미군 병사들의 것과 대부분 일치한다”며 “한국전쟁 전사자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6·25전쟁 전사자는 7699명이다. 이 중 5300명은 북한 지역에, 약 1000명은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6·25전쟁 전사자의 9%는 유가족의 유전자(DNA) 정보가 없다. 10명 중 한 명은 신원을 밝힐 수 없는 것이다. ○ “김정은 감사하다. 곧 보게 되기를” 이날 유해 송환 행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 속에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다. 앞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443구의 유해가 미국에 도착했지만 부통령급 인사가 봉환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미군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봉환식에 매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전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곧 만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같이 친절한 조치를 한 것에 대해 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당신의 ‘좋은 서한’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 서한이 유해들과 함께 전달된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도 하와이 유해 봉환식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사였다. 호놀룰루와 모든 군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호평했다. 유해 송환을 계기로 김정은 친서 전달과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새롭게 진척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어떤 금전적 요구도 하지 않았고, 실제 돈도 오가지 않았다고 미국 국무부가 29일(현지 시간)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법규는 북한 또는 어느 나라든 유해 발굴 및 보관과 관련한 경비에 대해 보상할 권한을 국방장관에게 부여한다”면서도 “이번 경우에는 북한이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어떤 돈도 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보상 지급설을 일축한 것이다. 27일 미군 C-17 수송기는 북한 원산에 들어가 미군 유해 55구를 싣고 경기 평택시 오산 미군기지로 돌아왔다. 미국 측은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관계자들을 통해 오산 기지에서 유해 확인 절차를 밟은 뒤 다음 달 1일 신원 확인 작업을 위해 하와이에 있는 DPAA로 옮겨 공식 유해 송환 행사를 개최한다. 미국이 유해 송환과 관련해 북한에 보상을 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DPAA 대변인실은 13일 “1990년부터 2005년 사이 북한으로부터 약 629구로 추정되는 유해를 돌려받았다”며 “이 중 334구의 신원을 확인했고 북한에 2200만 달러(약 246억 원)를 보상했다”고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를 기준으로 약 6만6000달러씩 지급한 셈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6·25전쟁 용사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현장에 갈 수 있게 돼 깊은 영광이다”고 말했다. 6월 싱가포르 공동성명 합의사항의 하나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유해 55구가 하와이 진주만의 히컴 공군기지로 이송될 예정인 가운데 펜스 부통령은 다음 달 1일 이곳에서 열릴 유해 송환식에 참석한다. 펜스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부친이 6·25전쟁에 참전했던 사실을 자세히 언급하며 유해 송환에 특별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아버지도 군에서 복무했고 한국전쟁에서 싸웠다. 그는 ‘포크찹힐(Pork Chop Hill·경기 연천 북부)’을 비롯한 여러 전설적인 전투에 참전했다”며 “내 부친은 6·25전쟁의 영웅은 집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이를 배우며 자랐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 에드워드 펜스는 1952년부터 1953년까지 6·25전쟁에 참전해 동성훈장을 받았다. 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첫 조치로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유해 55구를 27일 송환했다.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이날 북측이 싱가포르 성명 이행의 첫발을 떼면서 지지부진했던 북-미 협상과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다시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이날 오전 5시 55분 미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가 유엔군사령부 및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확인국(DPAA) 관계자들을 태우고 경기 평택 오산미군기지를 이륙해 북한 원산비행장으로 향했다. 오전 11시 수송기는 미군 유해 55구가 안장된 나무상자들을 싣고 미군 전투기 2대의 엄호를 받으며 오산기지로 돌아왔다. 백악관은 송환 직후 성명을 내고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또 “오늘 조치는 북한에 남은 유해 송환과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약 5300명의 미국인을 찾기 위한 중대한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측은 유해 확인 절차를 밟은 뒤 다음 달 1일 오후 5시 오산기지에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주관하는 공식 송환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이번 조치는 많은 (미군) 가족에게 위대한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김정은에게 고맙다(Thank you to Kim Jong Un)”라고 직접 사의를 표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37·사진)이 운영하던 패션 브랜드 ‘이방카 트럼프’가 판매를 중단한다. 이방카는 25일 발표된 성명에서 “내가 처음 이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아무도 우리가 이룬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워싱턴에서 17개월을 지낸 지금, 나는 내가 언제 사업으로 복귀하게 될지, 복귀는 하게 될지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워싱턴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당분간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기에 오롯이 나의 팀과 파트너들을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며 백악관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뉴욕포스트는 “이방카가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일하는 직원 18명과 면담한 뒤 해고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현재 시중에 있는 이방카 트럼프 브랜드 상품은 올해 말까지 팔리며, 내년 신규 상품 출시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방카가 발표한 명분과 달리 그가 패션 사업에서 손을 뗀 진짜 이유는 실적 부진과 윤리적 논란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방카는 26세였던 2007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패션 브랜드로 정식 등록했다. 아버지가 대통령이 된 뒤 그는 경영 일선에서는 손을 뗐지만, 계속 이 브랜드의 소유주로 있었던 데다 이방카 스스로가 ‘걸어 다니는 브랜드 홍보 모델’ 효과를 내면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대외 행보를 할 때마다 자기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었다. 지난해 2월 니먼마커스와 노드스트롬 등 미국 내 백화점에서 ‘실적 부진’이란 이유를 대며 브랜드를 퇴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 딸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뒤 이방카 트럼프 브랜드는 훨씬 더 잘 팔렸다. 지난해 이 브랜드는 2016년에 비해 60% 늘어난 4760만 달러(약 53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방카는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벌었다. 하지만 올해는 온라인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다시 45% 하락했다. 거기에 대다수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이 브랜드가 올해 5월 임금 착취 문제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방카는 패션 사업을 접어도 ‘가계소득’에는 큰 지장이 없다. 지난해 이방카는 패션 사업으로 번 500만 달러를 더해 모두 1200만 달러(약 135억 원)를 벌었다. 여기에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부동산에서 얻는 소득까지 더하면 이들 부부는 지난해 8200만 달러(약 924억 원), 재작년에는 9900만 달러(약 1115억 원)를 벌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을 보내주겠습니까.” 그러자 김정은은 엉뚱한 답을 한다.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엔 김정은이 ‘트레킹’이란 외래어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 같다. 북한에선 안 쓰는 단어다. 머릿속에 “개마고원에서 뭘 하고 싶다고?”라는 궁금증이 생기니 즉답을 못 했을 것이다. 만약 “개마고원을 걷고 싶다”고 했다면 김정은은 별것도 아니라며 흔쾌히 응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가을에 평양에 오시면 개마고원도 같이 갑시다”라고 역제안을 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은 돌아가서 트레킹이 뭔지 찾아봤을 것이다. 이달 그의 삼지연 방문을 보며 그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정은은 삼지연에서 관광구획 건설과 함께 예전과 달리 특별히 생태환경 보전을 강조했다. “산림을 파괴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안 된다. 봇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 어쩌면 김정은은 “남조선 대통령까지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오고 싶어 한다니, 여길 원산 관광지와 엮어서 결합하면 좋은 관광 코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개마고원은 트레킹, 산악자전거, 산악자동차 대회 등을 유치해 전 세계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이후 김정은은 모두 세 차례의 현지 시찰을 했다. 간 곳들을 보면 콩밭에 가 있는 김정은의 마음이 읽힌다. 그가 지난달 말 찾은 신도군과 신의주는 북한의 1순위 특구 개발 예정지다. 그가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위태로운 선착장을 올라, 구두에 진흙을 묻히며 걸었던 곳에 황금평 경제특구가 있다. 북-중이 2011년 6월 성대한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대만 폭스콘이 최근 황금평에 400만 달러 투자 의사를 밝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또 다른 방문지 삼지연은 백두산을 끼고 있어 향후 원산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그가 일주일 전에 세 번째로 방문한 청진과 어랑은 모두 북한이 지정한 경제개발구다. 김정은은 유명한 주을온천과 염분진해수욕장의 호텔 건설장에도 들렀다. 김정은이 시찰한 세 곳은 북한이 지정한 25곳의 경제특구 중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들이다. 김정은의 시찰은 현지 요해(파악)와 군기 잡기로 포장돼 있지만 실제 그는 “과연 여길 열어도 될지, 환경과 분위기는 어떨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야겠다”는 속셈이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그의 구상은 이뤄질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 부진으로 화를 낸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사실 더 조급한 것은 김정은일 것이다. 미국인 인질도 보내고, 핵실험장과 미사일 발사장을 없애고, 미군 유골도 곧 보내기로 했지만 미국은 시원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 체제 안전 보장이나 제재 해제, 경제 지원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을 언제 얻을지 기약도 없다.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시간 끌기 전술에 말렸다고 하지만, 반대로 김정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그가 시간을 끌어 얻을 이득이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 시간이나 끌려 했다면 자신이 직접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를 오가며 초대형 쇼를 벌일 필요까진 없었다. 정상회담 결과들을 북한 내부에 최근 몇 달간 선전한 이상 김정은도 인민에게 보여줄 실질적 성과가 시급하다. 지금 북-중 국경에서 밀거래가 다시 활발해진다고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돈줄인 광물·수산물 수출과 의류 임가공에 대한 제재를 풀지 못하면 북한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시간은 트럼프의 편도 아니지만 김정은의 편은 더욱 아니다. 마음은 이미 제재를 푼 이후에 가 있지만 미국 말만 믿고 전 재산인 핵을 선뜻 내놓기 두려운 것이 김정은의 현재 심정 아닐까. 열대야로 푹푹 찌는 지금, 김정은은 평소 여름마다 애용하던 원산 별장에 머무르고 있을 것 같다. 어디에 있든 몸과 마음이 참 덥고 답답할 듯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 아칸소주 ‘지로마운틴’사의 물류창고는 지금 포화 상태다. 철제 선반에 냉동 육류제품이 12m 높이로 탑처럼 쌓여 있다. 이 회사는 늘어난 육류 재고를 보관하기 위해 텍사스주에 새 시설을 짓고 있다. 미국이 중국 멕시코 등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뒤부터 미국 내 육류 재고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돼지고기 전쟁’에 숨겨진 각국의 득실 미국산 육류가 각국의 보복 관세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미국 내 육류 재고가 늘어나고 동시에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보복관세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칠면조 등 재고가 기록적인 수준인 25억 파운드(약 113만4000t)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경기 호황과 아시아 국가의 육류 소비 증가로 사육 및 가공 시설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던 미국 축산농가와 육류 가공업자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다. 중국은 4월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관세를 다시 62%로 높였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대중 돼지고기 수출은 하나도 없었다. 미국산 돼지고기 2위 수입국인 멕시코도 지난달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달 20%로 관세를 올렸다. 미국 돼지고기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중국 소비자들도 당분간 비싼 돼지고기를 먹어야 한다. 반면 ‘돼지고기 전쟁’ 때문에 혜택을 보는 국가와 소비자도 있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어느 때보다 싼값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고, 미국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스페인 덴마크 등 유럽 돼지고기 수출국가도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유럽산 돼지고기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반사이익에 웃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와 함께 무역전쟁의 표적이 된 대두도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대두 수입업자들은 수입처를 브라질로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 브라질산 대두는 미국산에 비해 약 20% 비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브라질 남부에서 수출된 대두 가격은 t당 396.6달러(약 44만8200원)로, 미국 남부 멕시코만에서 선적된 대두에 비해 t당 66.1달러(약 7만4700원) 비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5%의 관세를 고려하면 가격이 역전된다. 수입처를 바꾼 중국 수입업자들 때문에 브라질산 대두의 프리미엄은 4년 만에 최고치가 됐다고 FT는 전했다. 신난 것은 브라질만이 아니다. 미국산 대두 가격이 하락하자 이번엔 유럽 바이어들이 분주해졌다. 과거 브라질산 대두를 사오던 유럽 국가들은 싼 미국산 대두로 수입처를 급히 갈아타고 있다. 미 농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이후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한 미국산 대두 수출은 1년 전보다 50%가량 늘어났다. 심지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도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25% 보복관세를 매기면 해당 제품을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동이 반사이익을 얻고, 특히 중국의 최대 석유화학제품 수입국인 이란이 득을 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에서 외모뿐 아니라 성격까지 닮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로 선출직 공무원 선거에 출마해 화제가 되고 있다. 미시간주 켄트카운티에 사는 사업가 제시카 앤 타이슨과 방송인 모니카 스팍스는 카운티 12지구·13지구 커미셔너 선거에 나란히 출마했다. 타이슨이 먼저 13지구 커미셔너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고, 이어 스팍스가 민주당 소속으로 12지구 커미셔너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스팍스는 “내가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타이슨이 공화당을 선택한 이유와 같다. 우린 같은 문제를 각각 다른 시각에서 볼 뿐”이라고 말했다. 자매는 “정치 성향이 다른 것이 자매 사이에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좌와 우는 새의 양 날개”라고 입을 모았다. 두 자매는 어릴 적 어머니가 마약에 중독돼 각기 다른 임시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다가 한 가정에 함께 입양돼 살았다. 그들은 교사인 양부모로부터 “적극적인 유권자가 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타이슨이 “언제나 가장 큰 성원을 보내주던 스팍스의 지지를 이번엔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워하자 스팍스는 “우리는 분열된 것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분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어 원칙을 무시하고 러시아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을 입에 올려 또다시 나토 동맹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진행자 터커 칼슨이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집단방어가 의무화돼 있다. 우리 아들이 왜 몬테네그로에 가서 방어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나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 나토 동맹국을 미국이 방어하려다가는 3차 대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를 자극한 소국 몬테네그로를 방어하려 할 경우 러시아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논리로 동맹국의 안전보다는 적국 러시아를 편드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발언이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의 집단안보 원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냉전시대 소련의 침공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몬테네그로는 매우 강한 국민이 있는 아주 작은 국가다. 그들은 매우 강하고 매우 공격적인 국민”이라며 “(침공을 받으면) 그들은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축하한다. 3차 대전이다”라고 비웃듯 말하기도 했다. 발칸반도 남서부에 있는 인구 63만 명의 소국 몬테네그로는 2006년 신유고연방에서 독립했다. 과거 소련과 동맹관계였지만 독립 후 2015년부터 나토 가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29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는 나토가 동유럽 발칸 국가들로 세력을 넓히면서 자국을 압박한다며 몬테네그로에 정치·경제적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즉각 나토 회원국뿐만 아니라 미국 안팎에서 반발을 일으켰다. 특히 ‘미국이 지킬 가치가 없는 나라’로 언급된 몬테네그로는 매우 격앙됐다. 란코 크리보카피치 전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이상한 대통령이다. 외교정책에 대해 이런 지식을 가진 대통령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비난했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몬테네그로를 공격하고, 나토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러시아 전문가 앤드루 와이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연구원도 트위터에 “소국 몬테네그로가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도대체 누가 심어준 거냐”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집단안보 원칙에 의문을 던지며 3차 대전까지 언급한 것은 동맹국 홀대와 러시아 존중을 통해 기존 국제질서의 판을 흔들면서 방위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니컬러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동맹국을 방어할지를 놓고 의심의 씨앗을 추가로 뿌렸다”며 “푸틴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실수를 주워 담느라 백악관도 진땀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러자 하루 뒤 이를 말실수였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18일엔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까지 가로저으며 “아니다(No)”라고 답변했다. 러시아가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되자 백악관이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아니다’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어설프게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자 푸틴 대통령은 19일 “미-러 관계를 방해하는 거대한 세력이 미국에 존재한다”며 “내부 권력 투쟁의 야심 때문에 양국 관계의 전진과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상회담은 성공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우리 양국은 긍정적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자평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매우 잘해 가고 있다.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며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수년 동안 진행돼 온 일”이라고 말했다.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결과 이행을 위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러는 동안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다시피 우리 인질들이 돌아왔고 실험도 핵폭발도 없었다. 지난 9개월 동안 일본으로 날아가는 로켓도 미사일도 없었다”며 “관계도 매우 좋다.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좋은 편지도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나는 지난달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가진 회담 진행 상황을 푸틴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 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일부로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데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북핵 협상에 있어 과거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협력 프로세스가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내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9월 유엔총회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에서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협의했지만 미국 측은 “두고 보자”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미국, 연내 종전선언에 부정적 한 정부 소식통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바라보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 기류는 분명히 달라졌다”며 “그 결과로 체제보장 인센티브로 적극 검토했던 종전선언을 연내에 하는 것이 어렵게 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 양국 정부에서 종전선언을 9월 유엔총회에 맞춰 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이 6, 7일 평양에 머물며 김정은도 못 만나고 ‘빈손 귀국’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전에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말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이후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북-미 회담이 순탄치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14일 미국 측 협상팀을 만나고 귀국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북-미 협의 과정이 순탄하게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9년여 만에 북-미 장성급 회담 열려 유엔사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경부터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장성급 회담이 열렸다. 장성급 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9년 4개월 만이다. 2, 3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의는 주로 유해 송환 논의에 집중됐으며 비교적 순조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유해 송환 문제가 이행조치에 들어가면서 비핵화 등 다른 합의사항에 대한 실무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북-미 간 후속 협상이 곧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은에 대해 “그는 매우 똑똑하고, 멋진 인물이며, 재미있고 억세면서 훌륭한 협상가”라고 칭찬했다. 한편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인 ‘강선(Kangson)’ 단지가 평양 인근의 천리마지역에 있다고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이 13일(현지 시간) 전했다. 강선단지는 2000년대 초반 건설됐으며 ‘주 기체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가 들어선 것으로 보이는 건물의 메인홀은 길이가 약 50m, 폭이 약 110m로 추정됐다. 디플로맷은 “강선에서 처음으로 기체 원심분리기 시설을 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평양 근교에서 10여 년간 우라늄 농축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황인찬 hic@donga.com·주성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미-러 정상회담이 16일(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개최된다.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서 잠시 만난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양자회담을 갖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정상회담 장소인 헬싱키 대통령궁은 냉전 종식 무렵인 1990년 9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만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두 정상은 오후 1시부터 통역만 대동한 단독회담을 시작해 업무 오찬과 공동 기자회견 등을 가지며 3시간가량 북한 비핵화와 시리아 내전 등 지구촌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의제 하나하나가 해묵은 난제들이라 짧은 회담만으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리아에서 북핵 문제까지 미-러 정상회담에 오를 의제는 사실상 ‘지구촌 난제 종합세트’라고 할 만큼 다양하다. 우선 양국은 시리아 문제에서부터 갈등이 첨예하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패전 위기에 몰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구원해 전세를 뒤집은 뒤 이제 굳히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서 빠지고 싶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 파병된 2200여 명의 미군을 빼낼 시기를 엿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보장받고 미군 철수를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대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전통적 중동 우방인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는 이란의 시리아 내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걸 돕겠다고 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서방의 대러 제재도 이번 회담에서 다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가 상실한 주요 8개국(G8) 지위를 회복시켜 주자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을 제외한 G7 정상들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크림반도 병합을 용인하면 대러 제재 근간이 무너질 것으로 우려한다. 세계 핵무기의 92%를 차지하는 양국이 핵무기 감축에서 어떤 합의를 이룰지도 관심사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21년까지 미-러의 핵탄두를 1550개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신전략무기감축 협정’을 러시아와 체결했다. 양국 정상이 이 협정을 2021년 이후로 연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핵 문제도 중요 의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전면적 제재에 대해선 늘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동북아에서 만회하려는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가 자국의 교역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 자체가 푸틴의 승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정치적 입지, 국제무대에서의 정통성 강화에 이용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에 앉기도 전에 이미 이긴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미 언론도 KGB(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출신인 푸틴 대통령에 비해 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많은 것을 양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회담의 의제들은 쉽게 풀릴 일이 아닌 데다 푸틴 정권의 태도도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푸틴 대통령에게 이용만 당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15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치는 낮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 만남에서 어떤 나쁜 성격의 일이 나올 가능성은 전무하고 어쩌면 몇몇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는 것이 좋다는 믿음이 있다. 김정은, 시진핑(習近平)과의 만남은 아주 좋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동굴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태국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들의 구조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은 축하 인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11일 트위터에 “용감한 소년들과 헌신적인 코치, 세계에서 달려온 구조대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적었다. ‘동굴 소년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할리우드 제작사가 나타났고, 소년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곳도 많다. 하지만 정작 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소년들은 동굴에서 번식하는 악성 세균 감염 우려 때문에 가족과의 면회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제작사 퓨어플릭스는 동굴이 있는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 2명의 프로듀서를 보내 ‘동굴 소년들’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 준비에 들어갔다. 구조작업이 진행 중일 때 현장에 도착한 프로듀서들은 시나리오 작성을 위해 구조에 참여한 각국의 구조 전문가들과 태국 네이비실 대원들을 인터뷰했다. 2010년 8월 칠레 북부 산호세 구리 광산에 갇혔다가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33명의 광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8월 개막하는 2018∼2019시즌의 안방경기에 소년들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7일 만에 모두 살아 돌아온 소년 12명과 코치는 현재 치앙라이 쁘라차누끄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8일 4명, 9일 4명 등 이틀간 구조된 8명의 소년은 10일 오후 가족들과도 전화 통화를 했다. 의료진은 이들이 가족에게 “‘구조돼 감사하고 행복하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동굴에 갇혀 지내 지치고 힘들 법도 하지만 소년들은 밝은 모습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아이들은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다. 9일 밤 병원을 찾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소년들은 오랜 동굴 생활로 체중이 1∼2kg가량 줄었지만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는 상태다. 구조된 13명(소년 12명, 코치 1명) 중 가장 마지막에 동굴에서 나온 에까뽄 찬따웡 코치와 3명의 소년은 미얀마 소수민족의 난민 출신으로 태국 국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살고 있는 치앙라이는 한때 범죄조직이 장악했던 미얀마 골든트라이앵글과 인접해 있다. 분쟁에 휘말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이웃 태국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에까뽄 코치도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불교 사원에서 자랐다. 미얀마 쪽에서 자고 다음 날엔 축구 경기를 위해 태국으로 돌아오는 삶을 반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한편 동굴에서 소년들과 머물며 구조에 큰 기여를 했던 ‘잠수하는 호주 의사’ 리처드 해리스가 동굴 속에서 소년들을 돌보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호주 일간 사우스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해리스는 13명을 모두 동굴에서 내보낸 뒤 동굴에서 나와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태국 해군 네이비실은 10일 유소년 축구팀 13명을 모두 구조한 직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최장 4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구조 작업이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온몸을 소년들을 위해 던졌던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소년들을 이끈 에까뽄 찬따웡 코치(25), 전 세계에서 달려온 다국적 구조대 등이 이번에 화제를 모았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절망의 순간에 빛난 25세 리더십 소년들이 실종 열흘째인 2일 최초로 발견됐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다. 전원 무사한 데다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에까뽄 코치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그는 동굴에 갇힌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극한의 공포와 불안을 극복하도록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그는 ‘우리는 한 팀’이라는 의식을 계속 심어주었고 살아서 나갈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이끌었다. 소년들은 코치가 시키는 대로 같은 동작을 하고, 구호도 외쳤다. 에까뽄 코치는 소년들이 명상을 하게 해 체력을 비축시켰다. 또 소년들이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나눠서 먹게 했고 복통을 막기 위해 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고 천장에 맺힌 물만 마시게 했다. 덕분에 소년들은 구조대에 발견될 당시 다소 야위었으나 건강을 잃지는 않았다. 그 대신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에까뽄 코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간 죄책감 때문에 내내 괴로워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제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 약속을 지켜 그는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에까뽄 코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랐고, 12세 때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그의 헌신 리더십은 태국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혁혁한 공을 세운 다국적 구조대 이번 구조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구조대원들의 공이 컸다. 특히 영국인 다이버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선은 열흘 동안 실종돼 있던 13명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전직 소방대원인 스탠턴은 2004년에 멕시코 동굴 속에서 영국인 6명을 구출하는 등 여러 공로로 2012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현직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볼랜선 역시 스탠턴과 함께 짝을 이뤄 활동하면서 2010년 프랑스에서 죽어가던 다이버를 구출한 적도 있다. 동굴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잠수하는 의사’ 리처드 해리스도 큰 활약을 했다. 동굴 잠수 분야에서 30년 경력을 가진 그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그는 현장에 들어가 소년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구조 순위를 정했고, 매일같이 소년들과 헤엄치며 잠수법을 가르쳤다. 그는 10일 마지막 팀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태국에선 5일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사만 꾸난(37)에 대한 추모 열기도 뜨겁다. 그는 현직 공항 보안 직원으로 부인과 자식들도 있는 몸이지만 구조 작업 소식에 스스로 자원했다가 변을 당했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지난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빈손으로 평양에서 돌아온 것을 보며 미국이 북한을 깊이 ‘학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전리품에만 관심이 있지, 전 재산을 도박판에 올려놓은 북한의 심정을 깊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북한으로선 종전협정을 맺고 핵 목록 신고를 하면 적어도 북-미 대표부 정도는 개설하고, 미국에 핵 검증을 맡기면 북-미 수교와 체제보장 선언 정도는 받아낼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반면 미국은 요구는 섬세하지만, 보상에 대해선 ‘일단 빨리 다 내놓으면 그 다음은 만사 오케이’라는 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8일 베트남에서 한 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김정은이 기회를 잡는다면, 미국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와 번영으로 가는 베트남의 길을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기회를 잡으면 베트남의 기적은 당신(김정은)의 기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은 ‘미국이 베트남의 기적을 북한의 롤모델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이 미군 유해 송환으로 신뢰를 쌓고 미국과 국교 수립을 했고 각종 제재를 푼 뒤 국제기구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각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시각에서도 보자. 베트남은 30년 넘게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있는 나라지만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남짓(세계 130위권)이다. 과연 김정은의 눈에 베트남이 ‘번영의 기적을 쓰고 있는 롤모델’로 보일까. 특히 베트남은 1979년 ‘신경제정책’을 발표한 뒤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내놓기까지 4차례나 공산당 지도부가 바뀌었다. 보수파와 개혁파의 치열한 권력투쟁 끝에 전임 지도부에 실수와 능력 부족의 책임을 확실히 물은 뒤 개혁개방의 노선을 확정했다. 지도자가 실수할 수도 없고, 책임질 일도 없는 북한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모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베트남을 롤모델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미국이 얼마나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또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중동에서 수없이 되풀이된 미국의 특정 국가에 대한 몰이해, 그로 인한 실패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북한에서 반복될까 봐 우려스럽다. 차라리 미국이 26년 동안 집권하며 싱가포르의 번영을 이끈 리콴유의 길을 따르라 했다면 김정은은 더 솔깃했을 것이다. 리콴유는 장남인 리셴룽이 총리가 된 뒤에도 90세 가까이 ‘선임장관’이란 이름으로 나라를 실질적으로 통치했고, 죽은 뒤에도 ‘국부’로 추앙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북한과 마찬가지로 강국에 둘러싸여 늘 안보 위협 속에 살아왔음에도 일당독재를 유지했고, 국가가 기업을 경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김정은이 매력을 느낄 요소가 베트남에 비교할 바가 없이 많은 나라다. 그 밖에도 김정은이 롤모델로 참고할 나라는 많다. 싱가포르처럼 가난한 어촌에서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중국의 ‘선전(深(수,천)) 모델’은 어떤가. 리콴유도 “선전의 미래는 곧 중국의 미래”라고 예언했다. 선전은 중국식 시장경제의 시험무대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중국 개혁개방의 기관차가 됐다. 북한에도 개성, 신의주, 나선처럼 선전의 역할을 할 도시들이 있다. 또 선전을 만든 덩샤오핑(鄧小平)이 모방했던 박정희식 개발모델도 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세계에서 평가받는 모델들이지만, 다 과거일 뿐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는 김정은은 새로운 ‘김정은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김정은은 좁은 국토와 부족한 자원을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으로 극복해 가는 에스토니아 모델도 적극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2007년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매일 15시간씩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벗어날 힘도 없어 보인다. 북한이 4차 산업혁명 인재 양성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다면 20∼30년 뒤 한반도의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 김정은에게 보여줘야 할 미래는 베트남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다른 미래를 볼 것이라는 진심을 보았다”고 했다. 그 진심을 나도 보았기에, 진심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 동굴에 갇혀 있는 유소년 축구팀 최후의 5인이 10일 모두 구조됐다. 동굴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떠난 이는 25세 코치 에까뽄 찬따웡 씨였다. 고립 초기부터 구조 마지막 순간까지 소년들을 먼저 위했던 찬따웡 씨가 이날 오후 6시 51분 동굴을 빠져나오면서 전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봤던 ‘기적의 생환 드라마’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지난달 23일 소년 12명에 코치 1명 등 13명이 동굴에 고립된 후 17일 만이다. 앞서 태국 구조 당국은 8일 4명, 9일 4명을 구출해 냈다. 이날 구조 작업은 전 세계에서 자원한 최정예 다이버 19명을 투입한 가운데 오전 10시 8분에 시작됐다. 첫 번째 소년은 작업 시작 6시간 만인 오후 4시 12분에 빠져나왔다. 이어 3시간 사이에 나머지 4명이 모두 구조됐다. 이날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완수됐다. 구조현장 책임자인 나롱삭 오소타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첫날인 8일 4명을 구하는 데 총 11시간이 걸렸지만 9일에는 9시간 만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소년들은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대를 모았던 소년들의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 방문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굴병’으로 불리는 히스토플라스마 카프술라툼 감염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소년들이 구조되면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제사다 촉담롱꾼 공중보건부 사무차관은 “경과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소년들이 TV로 결승전을 시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지난달 23일 태국 북부 치앙라이에서 자연동굴 탐험 중 폭우로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소속 소년 12명 중 4명이 고립 16일째인 8일(현지 시간) 극적으로 구조됐다. 몇몇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4명 모두 걸어서 동굴 밖으로 나왔다고 외신은 전했다. 나머지 소년 8명과 코치 1명도 이르면 9일 생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6일 소년들이 구조되면 15일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깊은 땅 속에서 생사를 건 사투를 벌였던 소년들이 월드컵 축제에 인간 승리의 감동을 더할지 주목된다. 》 태국 동굴에 갇혔던 유소년 축구팀 소년 12명 중 4명이 고립 16일째인 8일 무사히 구출됐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태국 구조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외국인 다이버 13명과 태국인 다이버 5명이 참가한 가운데 구조작업을 진행해 오후 5시 37분 첫 번째 소년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첫 번째로 구조된 소년은 몽꼰 분삐암(14)으로 알려졌다. 이어 5시 50분 두 번째 소년도 동굴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들의 생환 직후 토사나텝 분통 치앙라이주 보건국장은 “2명의 아이가 나왔다. 이들은 동굴 옆 의료진 텐트에 있으며 우리가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환한 소년 가운데 1명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지만, 4명 모두 걸어서 동굴을 빠져나왔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동굴 안에서 소년들과 함께 있는 호주 의사가 가장 건강이 안 좋은 소년을 먼저 구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소년이 분삐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국 당국은 당초 구조 작업이 11시간 정도 걸려 오후 9시경 첫 번째 소년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구조 작업은 8시간도 채 안 돼 끝났다. 태국 언론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동굴 안의 물을 뽑아냈고 비도 줄어들어 동굴 내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덕분에 동굴 내 상당 구간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고, 결국 구조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단축됐다는 것이다. 구조된 소년들은 헬기를 타고 60km 정도 떨어진 치앙라이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앞서 태국 당국은 8일 오전부터 소년들에 대한 구조 작업을 전격 단행했다. 8일 오후부터 비구름이 태국 북부에서 관측되고 며칠 동안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폭우가 쏟아지면 동굴 수위가 급격히 높아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소년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장소까지 물이 더 차오를 수도 있다. 구조 현장을 지휘하는 나롱삭 오소따나꼰 전 치앙라이 지사는 이날 “오늘이 ‘디데이’다. 소년들이 어떤 도전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구조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구조 당국은 그동안 소년들이 이 구간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사흘 이상 수영 및 잠수법을 가르쳤다. 구조 작업은 다이버 2명이 소년 1명을 데리고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최대 난코스인 3번째 침수구역에는 공기통을 벗은 채 통과해야 하는 폭 60cm의 좁은 구간도 있어 구조가 쉽지 않았다. 이 구간은 소년들이 스스로 통과해야 했다. 태국 당국은 당초 13명의 생존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눠 구조하는 계획을 세웠다. 가장 먼저 동굴을 탈출할 첫 그룹에는 4명, 이후에 나올 3개 그룹에는 각각 3명이 포함됐다. 축구부를 인솔했던 25세 코치는 제일 마지막에 빠져나오게 된다. 하지만 동굴 안 상황이 예상보다 좋아 1차로 4명을 구출함으로써 동굴 안에 남은 9명에 대한 구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차 구조에 9시간 정도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남은 소년들도 빠르면 9일 전부 구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6일 이 소년들을 15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결승전에 초대했다. 치앙라이의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클럽에 소속된 선수 12명과 코치 1명은 지난달 23일 오후 훈련을 마치고 관광 목적으로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고립됐다.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

《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에서 실종됐던 16세 이하 유소년 축구팀원 12명과 코치(25)가 지하 1km의 깜깜한 동굴 속에 열흘이나 갇혀 있다가 2일(현지 시간)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이들의 생존 소식은 3일 하루 내내 월드컵 이슈를 제치고 최대 화제가 됐다. 이제 전 세계는 이 용감한 소년들이 흙탕물로 가득 찬 5km가 넘는 동굴을 헤치고 밖으로 무사히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태국 북부에서 자연동굴 탐사 중 연락이 끊겼던 16세 이하 유소년축구팀 12명과 코치가 실종 열흘 만인 2일(현지 시간) 동굴 깊은 곳에서 모두 건강한 상태로 발견됐다. 기적적인 생환 스토리를 기다리던 전 세계는 크게 열광하고 있다. ○ “아주 행복해요” 태국 해군 네이비실은 3일 소년들이 무사히 생존해 있다고 발표하면서 전날 이들과 구조대원이 나눈 대화 영상을 공개했다. 카메라에 비친 소년들은 유니폼을 입고 맨발인 상태로 캄캄한 동굴 속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오랫동안 먹지 못해 다소 여윈 모습이었다. 이들의 발밑에선 뿌연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구조팀의 모자에 달린 랜턴이 아이들을 비추자 한 소년이 힘없는 목소리로 영어로 “감사합니다”를 외쳤고 다른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발견한 사람은 2명의 영국 동굴탐험 전문가들로 대화는 영어로 이뤄졌다. 구조팀이 먼저 몇 명이냐고 물어보자 소년들은 13명이라고 대답했다. 일부 소년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하자 전문가는 “알고 있다. 이해한다. 식량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년이 “오늘이 무슨 요일이냐”고 묻자 구조팀은 “월요일이다. 너희들은 열흘 동안 갇혀 있었다”고 답한 뒤 “너희들은 매우 강하다”고 격려했다. 구조팀이 “내일 네이비실이 식량을 가지고 의사와 함께 올 것”이라고 말하자 한 소년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구조팀은 “모두 구조될 때까지 계속 기다려 달라”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태국 당국은 아이들의 건강이 대부분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부는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동굴 온도가 섭씨 26도이며 벽에서 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탈수와 저체온 증상 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소년들의 동영상이 공개되자 동굴 입구에서 이들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리던 가족과 구조대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11∼16세인 이 소년들은 치앙라이 지역 유소년축구팀 소속으로 지난달 23일 훈련 뒤 25세 코치와 함께 근처 동굴 탐험에 나섰다가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동굴 일부가 침수돼 빠져나오지 못했다. ○ 당국, 위험 감수한 구조 계획 발표 이들이 발견된 위치는 동굴 입구에서 5∼6km 안쪽이다. 평소라면 몇 시간 걸어서 도달할 거리지만 동굴 곳곳에 뿌연 흙탕물이 천장까지 차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1000여 명의 군인과 7개국에서 날아온 동굴구조 전문가들이 실종 소년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일주일 동안 매시간 10t의 물을 동굴에서 뽑아내 수위를 시간당 1cm씩 낮춘 끝에 겨우 구조대가 도달할 수 있었다. 3일 몇몇 구조대원이 다시 들어가 소년들에게 고열량의 젤리와 해열진통제를 우선적으로 전달했지만 이들을 굴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누퐁 파오찐다 내무장관은 3일 “다시 큰비가 내려 동굴 안의 수위가 높아지기 전에 이들을 밖으로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오찐다 장관은 소년들에게 간단한 잠수훈련을 시킨 뒤 1명당 2명의 구조대원이 동반해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 전에 동굴 안의 물을 최대한 빼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비가 더 내려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생존자들이 얼마나 오래 동굴 안에 갇혀 있어야 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게도 버거운 흙탕물 속의 잠수가 쇠약해진 소년들에겐 위험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일부 구간은 너무 좁아 구조대원이 곁에 붙을 수 없기 때문에 생존자들이 스스로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내륙에서 자란 대부분의 소년은 수영할 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험에도 대안이 마땅치 않다. 현지 기상청은 앞으로 3일 안에 대규모 비가 내린다고 예고했다. 비가 예상보다 많이 오면 최악의 경우 소년들이 있는 공간까지 물이 차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뿐더러 동굴이 붕괴할 위험도 있다.주성하 zsh75@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