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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석수 전 감찰관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추 전 국장에 대해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추 전 국장은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이 전 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불법사찰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1심은 추 전 국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사적 이익과 자신의 공명심을 위해 직권을 남용해 사찰 대상자들의 권리를 침해했고 직원의 업무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는 1심이 무죄라고 판단한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찰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과학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어요.” 동아일보와 채널A,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최한 ‘제4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그림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대상)을 받은 대전 내동초등학교 5학년 곽서진 양(11)은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 5일 대전 엑스포남문광장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제시한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그림으로 표현했다. 곽 양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출제한 ‘인공지능(AI)’ 관련 그림을 그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곽 양은 AI 로봇이 식당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주는 모습과 AI 무인 자동차가 운전을 대신해주는 모습 등 AI를 활용해 편리해진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곽 양과 함께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대전 판암초등학교 3학년 김찬웅 군(9)은 드론이 식물을 키우고 직접 배달하는 미래 세계를 그려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래희망이 화가인 김 군은 시상식에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어머니 나사라 씨는 “아들이 큰 상을 받아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전 대청중학교 2학년 정세영 양(14)도 과기정통부장관상(대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은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이 맡았다. 행사에는 수상자 25명과 가족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선 26명이 금상(특허청장상, 국립중앙과학관장상, 대전광역시장상, 대전시교육감상 등)을 받았으며 은상(각 정부 출연 연구원장상)과 동상(대전 유성구청장상, 동아일보 사장상) 및 장려상까지 총 159명이 수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참사 당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사진)이 이태원파출소 안에서 상황보고서 작성 과정을 지켜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수본은 수사 과정에서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서 부하 직원이 파출소 내에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는 모니터 화면을 이 전 서장이 지켜보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을 확보했다.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0시 17분에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데, 실제로는 48분 더 지난 오후 11시 5분에야 도착했다. 특수본은 영상을 토대로 이 전 서장이 상황보고서 허위 작성 과정 전반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했고, 법원은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파출소 CCTV에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오후 10시 32분경 손짓을 하며 이 전 서장과 통화하는 모습도 담겼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했지만 그보다 28분 빠른 시점에 이미 사고 상황을 전달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특수본은 참사 당일 낮부터 개인적인 술자리를 가졌던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이 오후 11시 이후 참사 현장 인근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가 차를 돌려 귀가한 사실도 확인했다. 최 과장은 2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술이 과해서 녹사평역 인근까지 갔다가 돌아간 정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 과장은 26일 오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시작해 경기 둔화, 수도권 폭우,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성취를 거둔 이들도 적지 않다. 연말을 맞아 올해 꺾이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오현규 선수(21·수원 삼성) 집에는 등번호 없는 국가대표팀 유니폼이 벽에 걸려 있다. 그는 지금도 집에서 나올 때마다 액자 속 유니폼을 보며 각오를 다진다. 오 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저한테는 정말 가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유니폼”이라며 “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줬다”고 했다. 이 유니폼은 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가 될 뻔했다는 증거다. 그는 손흥민(30·토트넘)이 안와 골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지난달 14일 오전(현지 시간) 다른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카타르에 입성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24일 안면마스크를 쓰고 우루과이전 출전을 강행하면서 그에겐 ‘꿈의 무대’를 밟을 기회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는 대신 이를 악물었다. 훈련장에서 연습 파트너로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볼보이와 응원단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뛰는지 유심히 지켜보면서 머릿속으로 연구를 거듭했다. 다음 월드컵 때는 반드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다졌다”고 했다.“훈련파트너로 원팀정신 배웠다… 4년뒤 월드컵땐 18번 달것” 출전 불발, 좌절 대신 배움의 기회로분위기 메이커-볼보이 궂은일 척척손흥민 “제 역할 다해… 우리는 한팀” 오현규는 조별리그 1차전을 12일 앞둔 지난달 12일 ‘예비 선수’로 벤투호에 합류했다. “부상으로 손흥민의 우루과이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말이 나올 때였다. 그는 “합류 소식을 듣고 월드컵 무대에 동행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 예비 스트라이커로 밟은 꿈의 무대하지만 이틀 만에 정작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는 “예비선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였다”며 “내 위치와 역할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종 명단에 없는 선수가 개최국에 함께 간 건 처음이었다. 그는 경기 투입을 대비해 현지에서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각오를 다졌다. 현지에선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소식에 황희찬 대신 차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카타르 땅을 밟은 지 9일 만에 그에겐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가 사라졌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첫 경기 24시간 전까지만 대표선수를 바꿀 수 있는데 손흥민과 황희찬 모두 출전이 결정된 것이다. ‘예비 선수’ 생명이 끝난 순간 오현규의 시간은 다시 시작됐다. 그는 “자칫 좌절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선배들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는 기회로 삼자’며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손흥민도 그에게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말고 많이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팀 막내인 그는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27번째 선수를 자처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단체훈련에선 훈련 파트너와 볼보이를 도맡았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선배들에게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선수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단체훈련에 앞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스태프보다 먼저 에너지 음료 등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는 “선수들 마음과 경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스태프보다 센스 있게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우리는 원팀이었다”대표팀 선수들도 그의 마음을 알기에 바쁜 중에도 틈틈이 오현규를 챙겼다. 마주치면 ‘요즘 어떠냐’ ‘아픈 곳은 없냐’고 물었고 식사 때도 꼭 챙겨서 같이 갔다. 선수명단에 없는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볼 수 없어 관람석에서 4경기를 모두 지켜봤다. 그는 “벤치 바로 뒤 관중석에서 지켜봤는데 마치 함께 경기장에서 뛰는 것 같았다”며 “다들 어떻게 경기를 준비했는지, 어떤 부상을 입고 뛰는지 알고 있기에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몰입했다”고 회상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은 그에게도 잊지 못할 경기였다. 오현규는 “동점골을 넣고 난 뒤부터 경기 분위기가 우리에게 넘어오는 게 느껴졌다”며 “경기 종료 직전 마지막 넣은 한 골이 4년간 월드컵을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포르투갈전을 마치고 주저앉은 손흥민에게 뛰어가 우루과이-가나전을 실시간 중계한 것도 그였다. 누구보다 큰 소리로 남은 시간을 카운트했고 16강 진출 확정 후엔 함께 끌어안고 기뻐했다. 그는 “내게도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뛰지 않았는데도 진이 빠져서 숙소에 와 라면 2개를 먹고 잤다”며 웃었다. 대표팀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한 그에게 손흥민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정확히 알고 충실하게 해줬다. 저에게는 같은 팀이었다”며 애틋함을 표시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포상을 못 받는 현규를 챙겨야 한다’며 포상금 일부를 모아 건넸다.○ “2026년 월드컵 때 18번 달고 뛰겠다”올해는 월드컵 외에도 그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개인적으론 1부 리그 36경기에서 13골(득점 7위)을 넣으며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했지만, 소속팀인 수원은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10월 29일 승강플레이오프(PO)전에서 그가 넣은 극적인 결승골 덕분에 소속팀은 1부 리그에 남게 됐다. 그의 시선은 이미 2026년 월드컵을 바라보고 있다. 오현규는 “존경하는 박건하 수원 감독과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등번호이자 현재 등번호인 18번을 달고 맹활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또 “카타르 땅을 밟게 해 준 파울루 벤투 감독(53)과 손흥민 형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 덕분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수원=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 당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파출소 안에서 상황보고서 작성 과정을 지켜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5분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하고도 자신의 도착 시간이 오후 10시 17분으로 48분 빠르게 적힌 상황보고서를 확인·결재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CCTV 영상 속에서 부하 직원이 파출소 내에서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는 모니터 화면을 이 전 서장이 지켜보는 모습을 확보했다. 특수본은 영상 내용을 기반으로 이 전 서장이 상황보고서 허위 작성 과정 전반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허위공문서 혐의를 추가해 영장을 재신청했고, 법원은 2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파출소 CCTV에는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 오후 10시 32분경 손짓을 하며 이 전 서장과 통화를 하는 모습도 담겼다고 한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진술했지만 그보다 28분 빠른 시점에 이미 송 실장을 통해 사고 상황을 전달받은 것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2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참사 전후 예방과 대처가 부실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모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의 어머니와 아내가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재된 정황을 확인하고 이 대표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또 이 대표의 어머니와 아내에게 지급된 급여가 용산구청 등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아이들이 저에게 침을 뱉고, 때리고, 변기에 제 물건을 쏟았어요. 그때 주변에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대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제 손으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상에서 고립돼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두고 몸에 상처를 냈어요.”12일 오후 10시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극장. 장기간 인간관계를 맺지 않고 집 안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 경험이 있는 청년 8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연극을 통해 은둔 경험을 고백하고 자신의 사연을 바탕으로 직접 작사한 노래를 불렀다. “이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 혹시 괜찮다면 물어봐도 될까요. 그댄 어떤 날이 제일 괴로웠나요. 그때 그날 혼자 어떻게 버텼나요.” 노래를 따라 부르던 관객들이 하나둘 눈물을 훔쳤다.이날 공연의 제목은 ‘꼭꼭 숨었쇼: 사실 숨고 싶지 않았던 우리들의 콘서트’였다. 공연은 “꼭꼭 숨어라”라는 외침에 관객들이 “머리카락 보일라”라고 화답하며 시작됐다. 꼭꼭 숨었던 이들은 어떻게 과거를 딛고 공연에 나설 힘을 얻었을까. 이날 무대에 올랐던 김초롱 씨(30)와 송경석 씨(37), 정인희 씨(29)를 서울 강북구의 한 셰어하우스에서 19일 만났다. 이들은 중고교나 대학 시절부터 10년가량 방 안에 은둔했던 이력이 있다. 》○ 세상의 각박함에 숨어버린 청년들은둔형 외톨이를 향해 주변에선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 “사지 멀쩡한 애가 나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며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청년들은 ‘은둔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은둔으로 내몰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은둔의 배경에는 학교·가정 폭력이나 경쟁 사회, 빈곤 등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 씨는 집안 사정으로 어린 시절부터 홀로 있을 때가 많았다. 자주 못 보는 아버지는 올 때마다 폭언을 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돌보는 이 없는 상황에서 게임 중독에 빠졌던 정 씨에게 중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듬해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친 채 방 안에 틀어박혔다. 정 씨는 “몇 년 동안 청소하지 않아 지저분한 방 안에서 컴퓨터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누워 있었다”면서 “부모님과도 문자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했다. 김 씨는 외환위기 때 큰 빚을 진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우울증을 앓다가 고교 2학년 무렵부터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고 했다. 씻는 것을 거부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다. 김 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송 씨는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 대학에 진학한 뒤 고생하는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송 씨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음식을 먹던 게 폭식으로 이어졌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몸무게가 150kg까지 늘더라”며 “사람들이 나를 기피하고 혐오하는 걸 겪고 방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했다.○ 주변의 손길에 마음의 문 열어이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용기를 갖게 된 건 가족과 주변인들이 내민 따뜻한 손길 덕분이었다. 정 씨를 동굴 밖으로 꺼낸 것은 은둔 11년째 되던 해 입원했던 정신병원의 주치의였다. 주치의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정 씨를 위해 따로 시간을 내 과외를 해주는 등 정 씨를 아버지처럼 따스하게 대했다. 정 씨는 “주치의 선생님 덕에 마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게 됐다”며 “하루는 밖에 나갔는데 다리 근육이 퇴화돼 걷지도 달리지도 못하는 걸 경험하고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송 씨의 아버지는 길어지는 자식의 은둔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던 송 씨에게 ‘한 번이라도 아들과 자전거를 같이 타는 게 소원’이라며 밖으로 끌어내려 노력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중학교 동창은 신장 기능이 떨어졌음에도 투석을 거부했던 송 씨에게 “제발 병원이라도 가보라”며 많은 돈을 쥐여줬다. 송 씨는 “그때 마음이 열렸다. 그 친구의 마음을 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송 씨는 이후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병 치료도 시작했다. 김 씨 역시 가족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김 씨는 “언제나 내 편을 들어 준 여동생 덕분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게 한순간에 되진 않았다. 이들은 “은둔 생활에는 ‘관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잠시 방심하면 다시 삶의 의욕을 잃고 동굴로 돌아가기 쉽다는 것이다. 정 씨는 “저는 은둔을 벗어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극복 중인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둔이 길었던 이들에게 세상도 녹록지 않았다. 5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우울증이 호전된 김 씨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김 씨는 “사회생활에 공백이 있다 보니 ‘알바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라며 수상하게 보는 경우가 있더라”고 했다. 이들에겐 은둔형 외톨이 경험을 가진 이들이 교류하는 ‘은둔고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일본 사회적 기업 ‘K2인터내셔널’ 한국 지부가 운영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말 한국 지부가 문을 닫자 지부 직원 등이 사회적 기업 ‘안무서운회사’를 창업해 이어나가고 있다. 12일 공연을 주최한 것도 안무서운회사다. ‘다시 은둔 생활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에 흔들리던 김 씨 역시 은둔고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전에는 나만 의지가 없어서 이렇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고 은둔이 일종의 사회적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은둔 스펙’으로 도움 주고 싶어요”최근까지 은둔고수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은둔형 외톨이들은 약 30명에 이른다. 안무서운회사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딛고 일어난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울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또 이들이 독립해 생활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김 씨 역시 안무서운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은둔 청년 문제 공론화를 시도하고 은둔 청년 및 가족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는 “얼굴을 공개하고 내 얘기를 하는 게 처음에는 굉장히 꺼려졌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로 찾아온 사람이 ‘인터뷰를 보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정 씨 역시 안무서운회사 매니저로 일하며 은둔 청년들을 돕기 위한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송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이들을 돕고자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힘들던 시절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친구와 내 병을 치료해준 사회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며 “은둔 경험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아직 방 안에서 세상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못 나올 수 있어. 노력해도 쉽지 않아. 나오는 게 정말 대단하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아. 그러나 자책만은 하지 마. 책임은 세상에도 있는 거야.”(정 씨) “네 잘못이 아니야. 지금 당장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할 수 있어, 정말이야.”(송 씨)韓, 은둔형 외톨이 실태파악 못해… 서울-광주시만 지원 ‘은둔형 외톨이’ 늘어나는데 지원은 태부족다른 지역 거주자는 사각지대로… “관계맺기 교육 전문가 양성 필요”日, 1990년대 은둔형 외톨이 주목… 지자체와 단계별 맞춤 정책 펴 한국보다 먼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일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단계별 맞춤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관련 정책이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등교 거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1990년대 들어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 차원에선 2001년 후생노동성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며 대응에 나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해외동향리포트 일본 편에 따르면 일본에는 지역 사회의 은둔형 외톨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방문해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담 등의 지원을 하는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가 전국 지자체 67곳에 설치돼 있다. 또 ‘지역청년 서포트 스테이션’을 설치해 15∼39세 ‘니트족’(구직단념자)을 대상으로 자립 상담 및 취업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둔형 외톨이 고령화 문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선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2020년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아파트 거주 가구에 대해서만 서면 조사로 진행해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3년 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규모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원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전국에서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광주시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은둔 청년이 타인과 교류할 수 있도록 공동생활을 지원하고 전문가 심리상담,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은 지난해 70여 명에서 올해 531명으로 크게 늘었다. 광주시는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를 통해 개인 상담 및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백희정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최근 다른 지역 거주자 5명이 프로그램 참여를 문의해 왔지만 지자체 프로그램이어서 돌려보내야 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거주지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상빈 광주동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여파로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어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면서 “관계 맺기 교육이 가능한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첫 현장 조사가 이뤄진 21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국정조사 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생자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국조 기간이 짧게 남아 급하게 일정을 잡다 보니 현장조사가 진정성 있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며 현장조사 및 국조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씨는 유가족 모임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국조특위 운영 일정에 따르면 현장조사는 21, 23일 이틀 동안 예정돼 있다. 또 국조는 내년 1월 7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현장조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위원들께 부탁드린다”며 “형식적인 조사가 아닌, 국민들과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현장조사가 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는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현장조사를 참관하면서 정보문건 삭제 지시 혐의를 부인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아는 게 없는데 왜 거기 앉아 있느냐”며 항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씨를 포함해 유가족 3명이 참석했다. 유가족과 대책회의는 현장조사에서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내부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 △경찰 내부 보고서 검토자 및 열람자 파악 △서울시 재난안전상황실 근무 인원 파악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23일 오전 10시 반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영장심사는 26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당초 법원은 박 구청장과 최 과장에 대해서도 23일 심사하기로 했지만 19일 박 구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격리 기간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검찰이 20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주요 피의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19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함께 영장이 신청된 문인환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해선 특수본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앞서 특수본은 이달 1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에 특수본은 보강수사 과정에서 이 전 서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외에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 전 서장이 보고서에 자신의 도착 시간이 허위로 쓰였는데도 이를 최종 검토 및 승인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 참사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48분 빠른 오후 10시 17분 도착이라고 기재됐다. 특수본은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송병주 전 서울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특수본은 경찰과 구청, 소방 등 여러 기관 피의자들에 대해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수본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나흘만에 송 전 실장을 다시 소환해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송 전 실장과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5일 기각했다. 송 전 실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신고된 112 신고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혐의를 보완해 송 전 실장과 이 전 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참사 관련 기관 소속 피의자들의 과실에 대해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에 들어갔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과실행위를 해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경우 적용되는 법리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성수대교 시공사 관계자와 서울시 도로국 공무원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돼 처벌받았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각자의 과실이 합쳐져서 동일한 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 과실범의 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 책임에 대한 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법리를 구성했을 경우 인과관계 및 객관적 사실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공동정범 법리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하기 위해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직원 등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특수본은 희생자 유류품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한 것과 관련해 누군가 나눠준 마약사탕을 먹고 사람들이 구토하며 쓰러졌다는 의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제기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혐의를 수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사진)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7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해 “보강 수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5일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지만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해선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영장을 재신청한 것은 핵심 인물인 이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을 것이 불가피하고, 앞으로 소방 당국과 용산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것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책임자이자 주요 피의자인 이 전 서장의 혐의를 먼저 입증해야 향후 윗선 및 다른 기관 책임자에 대한 수사도 이어갈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준비하는 동시에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다른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한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 내 증거인멸 정황이 공공연하게 확인된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특수본이 증거인멸 또는 도망할 우려를 왜 제대로 밝히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실 수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특수본은 7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고 보강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앞서 이달 1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112 상황실장 등 경찰 간부 4명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5일 서울서부지법은 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장에 대한 구속 영장은 발부했지만, 이 전 서장과 송 전 112상황실장에 대해서는 “증거 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이 필요하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특수본은 그간 수사로 확보한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법리 구성을 세밀하게 가다듬는 한편 다른 범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서장의 경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태원파출소에 오후 11시 5분 도착했지만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 보고서’에는 오후 10시 2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특수본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는 제외됐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마무리하는 대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다른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이후 특수본의 ‘윗선’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피의자 구속은 수사과정 중 하나의 절차일 뿐이며 구속 여부에 따라 수사상태가 좌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날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참사 당일 112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에 대한 세번째 소환 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 중이지만 전날 이들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이미 동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본 관계자는 6일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영장 재신청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수본이 앞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통해 여러 증거를 모았음에도 법원이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한 것으로 볼 때, 영장을 재신청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수본이 사실상 핵심 피의자 혐의 소명에 실패한 걸로 보인다”며 “구속영장을 재신청해도 발부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찰 안팎에선 ‘부실한 사전·사후 조치가 참사를 낳았다’며 이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특수본의 논리가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법인 아리율의 백성문 변호사는 “경찰의 조치 미흡과 부상, 사망자 발생의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법원이 형사책임 인정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라고 했다. 향후 ‘윗선’ 수사 확대도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현장 책임자의 혐의가 뚜렷치 않다면 지휘 책임을 지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의 혐의 입증은 더욱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산구청, 행정안전부 등 타 기관 피의자의 영장 신청 방침도 재검토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이종철 씨(54)는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영장 기각을 두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같은 경찰) 식구끼리 수사해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4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 일대. 올 8월 4일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된 이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20km다. 그러나 30분 동안 지나간 배달 오토바이 5대는 모두 제한속도를 10km 이상 초과해 도로 중앙 부분을 ‘쌩’ 하고 지나갔다. 도로 바닥에는 ‘보행자우선도로’라고 적혀 있고 제한속도 20km를 알리는 표지판도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서행하는 차량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속도를 낸 채 보행자를 요리조리 피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연출했다.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배달기사 전모 씨(56)는 “제한속도가 시속 20km인지 몰랐다.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고 했다.○ 보행자도 모르는 보행자우선도로올 7월 12일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보행자우선도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한 도로를 운전할 경우 제한속도(시속 30km 또는 20km)를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지나가는 사람과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제한속도를 초과해 보행자를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보행자를 위협하면 범칙금 4만 원이 부과된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행자우선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이 100% 과실 책임을 진다는 기준도 마련했다. 보행자우선도로는 현재 전국에 25곳이 지정돼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2019년 서정리역 일대 1320m 구간 등을 보행자우선도로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평택시와 함께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각종 시설물을 설치했다. 현재 서정리역 일대에는 시작 지점과 끝 지점에 보행자우선도로임을 알리는 파란색 표지판이 설치됐고, 제한속도 20km를 표시한 안내판도 마련됐다. 도로 바닥은 아스콘으로 포장해 일반 아스팔트 도로와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정리역 일대의 경우 시범사업 기간까지 포함해 보행자우선도로로 운영된 지 3년이나 흘렀지만 정작 보행자 상당수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거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남모 씨(42)는 “승용차도 많고 오토바이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다. 보행자우선도로인 줄 전혀 몰랐다”며 “차량과 오토바이를 피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보행자우선도로에선 보행자가 도로 전 구역에서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선 불법 주·정차 차량 수십 대가 도로 양측을 막아 보행자들은 주차된 차량 사이로 지나다녀야 했다. 주차된 차들을 피해 주행하는 차량들이 도로 중앙을 점령한 탓이다. 행정안전부는 시범사업 현황을 조사하면서 “주차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고 안전한 보행로를 확보하기 위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 현장에선 아직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골목을 걷고 있던 김정미 씨(42)는 “차들이 양옆으로 주차돼 있는 경우가 많아 차를 피해 다니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했다.○ 보행자우선도로, 서울엔 1곳도 없어보행자우선도로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섞이는 이면도로에서 사망 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의 38%가 보행자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19년 기준 19.3%)의 2배가량이다. 특히 전체 보행 사망자 10명 중 7명이 이면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12일이면 보행자우선도로 시행 5개월이 되지만 여전히 보행자우선도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013년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현재 시범사업지를 100곳이나 운영하고 있지만 보행자우선도로로 정식으로 지정된 곳은 1곳도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안전시설 표지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일부 도로에서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며 “규격에 맞는 표지판을 설치한 다음 보행자우선도로를 고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우선도로 지정과 안전시설 마련 못지않게 제도를 알리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자체들이) 노면 포장 등 도로 정비에 보행자우선도로 사업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반면 우선권이 보행자와 차량 중 어디에 있는지, 제한속도는 시속 몇 km인지 등 정작 중요한 정보는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연구원은 또 “초기에 집중 단속을 통해 보행자우선도로의 존재를 알리는 한편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병행해 보행자 안전이 철저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3일 새벽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응원하던 중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정말이지 속에서 뜨겁게 울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있더라고요.” 인천 서구에 사는 대학생 김경배 씨(23)는 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극적으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당시의 열기와 열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 집에서 1시간 반 거리지만 6일 새벽에도 반드시 광화문광장을 찾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차 내고 브라질전 응원 나갈 것”대한민국 대표팀이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 시민들은 ‘카타르의 기적’이라며 주말 내내 감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 평일인 6일 오전 4시 열리는 16강전을 위해 직장인은 연차를 내고, 대학생은 기말시험을 제쳐 놓고 거리응원에 동참하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기어이 이기는 걸 보고 흥분이 가시지 않아 주말 동안 황희찬 선수의 역전골 장면을 수십 번 돌려봤다”며 “브라질전은 연차를 내고 꼭 광화문광장에 나가 응원하며 대표팀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이번에도 광화문광장 사용을 신청했는데, 서울시는 광장 사용 허가 여부를 5일 통보할 계획이다. 허가가 나면 광화문광장에선 6일 0시부터 응원이 진행된다. 조태호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새벽 시간이긴 하지만 광화문광장 응원에 1만5000∼2만 명가량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월드컵 특수’에 자영업자도 함박웃음강추위 등으로 거리에 못 나가더라도 친구 또는 직장 동료와 밤새워 함께 응원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에 다니는 A 씨(27)는 “회사 근처 동료 집에서 6명이 모여 응원하고 함께 출근하기로 했다”며 “16강 진출이란 기적이 일어났으니 브라질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또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윤 씨(25)는 동아리 친구 5명과 함께 응원하려고 공유 숙박 플랫폼을 통해 숙소를 빌렸다. 김 씨는 “기말 시험 기간이지만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는데 실시간 중계와 응원을 포기할 수 없다”며 “시험공부를 하다가 조금 자고 일어나 다 같이 응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는 “6일 가게 영업시간을 오전 6시까지로 연장하니 예약해 달라”는 등의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강모 씨(36)는 “포르투갈전을 맞아 2일 오후 9시부터 3일 오전 2시경까지 가게 약 50석이 모두 만석이었다. 경기에 한 번 웃고 매출에 두 번 웃었다”며 “원래 오전 2시에 문을 닫지만 6일은 오전 6시까지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사진) 등 경찰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대상은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이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및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상 증거인멸교사 혐의)이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사전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후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발생 50분 뒤 현장에 도착해 늑장 대응한 혐의(직무유기)도 받는다. 송 전 실장은 당일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 보내라”고 지시하는 등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인파 사고를 우려한 내부 정보보고서를 참사 이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영장실질심사는 5일 열릴 예정이다. 특수본이 입건한 경찰 8명 가운데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실을 담당했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과 정모 전 상황3팀장 등은 이날 영장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다른 피의자들과 함께 영장 신청 여부 등을 계속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일부터 서울 택시 심야할증이 종전보다 2시간 앞당긴 오후 10시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20%로 고정돼 있던 심야 할증률도 오후 11시∼오전 2시 구간에 한해 40%로 인상됐다. 야간 시간대 택시 공급을 늘려 연말연시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인데 첫날이라 상당수 기사와 승객이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한 택시 요금 인상안을 1일 오후 10시부터 적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심야할증 시간은 0시∼오전 4시에서 오후 10시∼오전 4시로 2시간 연장됐다. 종전에는 일률적으로 할증률 20%를 적용했지만, 이날부터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3시간 동안 할증률 40%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서울 택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형택시 기준으로 3800원이었던 기본요금은 오후 11시∼오전 2시는 5300원, 오후 10∼11시와 오전 2∼4시는 4600원이 됐다. 다만 서울시를 벗어날 때 적용하는 시외할증률은 현행 20%가 유지됐다. 심야·시외할증 적용을 받지 않던 모범 및 대형택시의 경우 오후 10시∼오전 4시 구간에 일률적으로 20%의 심야 할증률이 적용됐다. 시외할증 역시 중형택시와 동일한 20%가 적용됐다. 서울시는 내년 2월 1일 오전 4시부터는 택시 기본요금도 인상할 예정이다. 중형택시는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오르는데,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거리는 2km에서 1.6km로 줄어든다. 100원당 132m가 적용되던 거리요금 기준은 131m로, 100원당 31초로 적용되던 시간요금 기준은 30초로 단축된다. 모범 및 대형택시는 3km까지 적용되는 기본요금(6500원)이 7000원으로 오른다. 서울시가 택시 심야 할증시간과 할증률을 변경하는 것은 1982년 이후 40년 만이다. 서인석 서울시 택시정책과장은 “시민의 요금 부담이 늘어난 만큼 택시 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하고 각각 27분, 46분 뒤 현장에서 119에 구조를 요청한 신고자 2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경찰과 소방이 희생자들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허비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일 오후 11시 넘어서도 구조 요청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30일 브리핑에서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0시 42분과 오후 11시 1분 119 신고자가 참사 사망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이 공개한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두 신고자 모두 전화는 걸었지만 접수자의 ‘119입니다’라는 말에 응답은 하지 못했다. 오후 10시 42분 신고자는 답이 없어 녹취록에 무응답으로 분류됐다. 오후 11시 1분 신고자는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라고 기록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참사 직후부터 (구조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망자와 부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당일 오후 10시 15분경 참사가 발생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에 생존해 전화까지 걸었던 이들이 지체된 구조 탓에 끝내 숨졌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앞서 참사 당일 오후 11시경까지를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제시했지만 소방 관계자들은 통상 심정지 후 4∼5분이 골든타임이어서 당시의 혼잡 상황을 고려하면 다수의 인명을 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고 발생 시각을 고려하면 오후 10시 반에는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볼 수 있다. 골든타임 안에 구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일 오후 11시 넘어서까지 피해자가 생존해 119 신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향후 특수본의 수사는 참사 직후 대응 쪽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수본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늦어도 오후 10시 36분에는 참사 상황의 급박성을 인지했지만 적절히 대처하지 않았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 전 서장은 지난달 16일 국회에 증인으로 나와 “대략적인 위급 상황을 파악한 것이 오후 11시경”이라고 증언했지만 참사 당일 오후 10시 35분 용산서 112 무전망에 처음 등장해 1분 뒤 ‘가용 경찰 인력 총동원’ 지시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참사 당일 이 전 서장은 사고 발생 50분이 지난 오후 11시 5분에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일 오후 10시 59분경 뒷짐을 진 채 수행 직원과 함께 이태원 거리를 걷는 모습이 인근 폐쇄회로(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용산서-이태원역 통화 확인”특수본은 ‘이태원역 무정차 요청’ 진실 공방과 관련해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송은영 이태원역장이 당일 오후 9시 32분 통화를 했던 사실도 확인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수사하고 있다. 앞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측은 “당일 오후 이태원역에 무정차 요청을 했지만 ‘승하차 인원이 예년과 차이가 없다’며 거부당했다”고 했는데 서울교통공사 측은 “그런 요청을 받은 적 없고 당시 이태원역장이 오히려 ‘외부 인원이 많다’며 통제를 요청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특수본은 불법 증축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 해밀톤호텔의 건축법 위반을 확인하고 대표를 주중에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참사 직전까지 차도로 밀려 내려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라가도록 통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출구를 터 주는 대신 오히려 밀집도를 높인 것인데, 이 같은 경찰의 판단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가 공개한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 112상황실 무전망에 따르면 송모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7시 5분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걸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이는 당일 오후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가 접수된 지 약 30분 후였다. 인도로 인파를 올려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무전은 참사 발생 약 50분 전인 오후 9시 26분까지 이어졌다. 무전 내용 중에는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전후에 순찰차를 마약 신고에 투입하라는 내용도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국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도 공개됐다. 이 전 서장은 당시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은 이날 오후 10시 35분 처음 무전망에 등장해 1분 뒤 “(이태원 현장에) 형사1팀부터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지시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참사 직전까지 차도로 밀려내려오는 인파를 인도 위로 올라가도록 통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출구를 터 주는 대신 오히려 밀집도를 높인 것인데, 이 같은 경찰의 판단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대책본부가 공개한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 112상황실 무전망에 따르면 송모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이날 오후 7시 5분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걸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고 지시했다. 이는 당일 오후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가 접수된 지 약 30분 후였다. 인도로 인파를 올려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무전은 참사 발생 약 50분 전인 오후 9시 26분까지 이어졌다. 무전 내용 중에는 사고가 발생한 오후 10시 15분 전후에 순찰차를 마약 신고에 투입하라는 내용도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6일 국회에 출석해 한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도 공개됐다. 이 전 서장은 당시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은 이날 오후 10시 35분 처음 무전망에 등장해 1분 뒤 “(이태원 현장에) 형사1팀부터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지시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9일 오전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박 구청장 소환 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특수본이 입건한 피의자 가운데 세 차례나 소환 조사를 벌인 건 현재로선 박 구청장뿐이다. 박 구청장은 29일 오전 10시 특수본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고 있다. 박 구청장은 18일 첫 조사를 받은 뒤 열흘 만인 28일에도 재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안전사고 예방대책과 당일 대응 등을 부실하게 했다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특수본은 핼러윈 기간 안전대책 수립 관련 업무 수행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구속영장 신청 대상으로는 세 차례 소환 조사를 받은 박 구청장을 비롯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거론된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최 서장,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을 이미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도주 우려뿐 아니라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대다수가 공무원 신분인 만큼 도주 우려보다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피의자를 중심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내부 문건 삭제를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우선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모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도 29일 오후 특수본에 재소환돼 피의자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 팀장은 참사 현장에서 어떤 구조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특수본은 서울경찰청과 소방청, 용산보건소 소속 직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수본은 또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김 청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