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포’다. ‘차르’(러시아 절대군주)라고 불리듯 공천의 전권을 손아귀에 쥐고 휘둘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더민주당에 이해관계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고 수틀리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공포의 근원”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그래, 너희 마음대로 해”라며 떠나버리는 순간 당은 난파선이 되고 선거 결과는 최악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의원들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라는 공포다. 김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핵심인 이해찬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해도 친노 의원 한두 명이 소셜미디어에서 툴툴대는 걸로 저항은 끝났다. 김 대표가 민주노총에 찾아가 “노조가 근로자 권익 향상보다 너무 사회적인 문제에 집착한다”고 쓴소리를 해도 평소에는 민주노총 눈치를 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은 조용하다. 북핵 문제나 개성공단 폐쇄 문제에 대해서도 김 대표의 주장에 토를 다는 의원은 없다. 진보를 자신의 정체성처럼 여기던 한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 의원은 아예 우(右)클릭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철저한 순종이다. 공포를 바탕으로 한 김 대표의 이 같은 말과 행동은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로 보인다. 이미 1월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 제안을 했을 때 김 대표는 자신이 ‘외연 확장’을 맡을 테니 문 전 대표는 ‘집토끼 장악’을 맡으라고 했다.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가 이른바 ‘올드(old) 친노’를 컷오프해도 문 전 대표가 침묵을 지키는 한, 집토끼는 도망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즉에 파악한 것이다.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는 김 대표의 공포 리더십이 먹히는 듯하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100%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인 ‘진문(진짜 문재인)’ 의원들과 대부분 공천에서 살아남은 86그룹 운동권 의원들이 선거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김 대표에게서 어떤 공포를 느낄까. 그들은 자신의 생존이 김 대표가 외연 확장에 힘쓴 덕이라고 생각할까. 안보 문제에서, 북핵 문제에서, 노동 문제에서, 경제 문제에서 총선 전 김 대표의 방향 설정이 옳았기 때문에 이겼다고 인식할까. 그러니까 총선 이후에도 당의 정체성은 그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믿을까. 솔직히 “글쎄올시다”다. 김 대표는 총선 이후 자신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당의 다수가 반기를 들겠다고 하면 내가 여기 있겠어”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2012년 대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을 당했다면, 다음 달 13일 이후 자신이 살려준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다. 공포 리더십의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누구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4·13총선의 공천 칼자루를 쥔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71)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76), 국민의당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77) 등 백전노장 3인방의 ‘무한질주’에 여의도가 떨고 있다. 이들의 손끝에 향후 4년간 대한민국 국회의 미래가 달렸다. ‘최악의 19대 국회 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떠안은 한국 정치의 저승사자들이다. 이 위원장은 김무성 대표와의 충돌에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일각에선 공천 내전 상황에서 중심을 잡기보다 계파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야당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나서며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여권은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전 위원장은 난파 위기에 놓인 ‘안철수호’의 갑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 “일관성이 밥 먹여주나”… 콕콕 강수 두는 ‘차르’ ▼“대안 있으면 내놔 보라고 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의원을 비롯해 현역 의원 5명의 공천 배제를 발표한 10일 오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대표 주변에서 “언론이 ‘친노(친노무현) 핵심은 못 건드리고 변죽만 두드린다’고 할지 모른다”고 얘기하자 던진 말이었다.차르 당에 온 뒤 김 대표는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의 ‘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에 더해 추가 정밀조사를 통한 2차 컷오프 추진을 밝혔다. 당 안팎에선 이를 친노와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현역 의원 물갈이용으로 해석했다. 그랬기에 10일, 11일 발표한 두 차례의 2차 컷오프 내용은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런 의견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김 대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일까. “아니다. 그동안 김 대표 발언을 다시 읽어 봐라. 공천에 대해서는 언제나 당선 가능성을 가장 강조한다고 했다.” 11일 당 관계자가 한 얘기다. 그는 “김 대표는 ‘대체할 자원이 있어야 대체할 것 아니냐. 야당의 인적자원은 풍부하지 못하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실제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1차적 과제다”, “물갈이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원을 공천) 배제만 하고 대체할 사람이 없으면 선거구 하나를 공짜로 넘겨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에겐 물갈이라는 명분보다 총선 승리라는 실리가 앞선다. 이념보다 실용을 강조하는 김 대표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관성이 무슨 밥 먹여 주는 줄 아느냐”, “이 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더라”라며 더민주당의 아픈 데를 콕콕 찌른다. 김 대표가 취임한 뒤 당 안팎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거침없다’는 표현이다. 말과 행동 모두 그렇다. 김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솔직히 얘기하는 게 좋다. 옛날에 대통령을 모실 적에도 직설화법으로 얘기했지 간접적으로 돌려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그동안 보지 못하던 유형의 정치인이 여의도에 등장한 셈이다. “누가 얼굴마담 하러 온 줄 아느냐”며 일갈했던 김 대표가 점점 ‘차르(황제)’가 되어 간다.알파고 더민주당은 1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수정을 요구하며 시작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멈췄다. 김 대표가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4·13총선 패배하면 원내대표가 책임질 거냐”며 사실상 중단을 지시했다. 김 대표를 향한 야당 적극 지지층의 반발과 비난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상에서 거세게 일었다. 그 다음 날 오전 김 대표는 돌연 야권 통합을 제안했다. 필리버스터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김 대표의 예상치 못한 한 수에 국민의당은 우왕좌왕하다 파국에 직면하고 있다. “어…, 어…” 하다 국면은 완전히 바뀌었다. 비슷한 장면을 우리는 10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제2국에서 목격했다. 끝내기에서 알파고의 한 수에 프로 9단인 방송 해설가는 “분명한 패착”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알파고는 승부처에서 귀신과 같은 반전 실력을 보이며 승리했다. 김 대표도 마치 알파고와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 더민주당 내에서는 그의 야권 통합 제안 ‘한 수’를 보고 “김 대표는 정치 9단 DJ(김대중 전 대통령), YS(김영삼 전 대통령),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넘어서는 정치 10단 같다”는 탄성이 나왔다. 변칙과 실수처럼 보인 알파고의 한 수가 수천만 번의 연산과 학습의 결과였듯 김 대표의 ‘한 수’도 치밀한 계산에서 던진 회심의 수였다. 야권 통합 제안을 하기 직전 열린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에서 김 대표는 제안의 배경과 전망을 얘기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김 대표는 이 제안으로 국민의당은 풍비박산 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의 ‘뜻대로’ 11일 국민의당은 당이 갈라질 위기에 놓였다.금수저 김 대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그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1887∼1964)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고, 청년 시절부터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해공 신익희 선생 등과 교유하며 한국 야당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김 대표는 1963년 가인이 민정당, 국민의당 창당을 잇달아 주도하며 야권 통합과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주력할 때 그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당대의 정치인들이 가인의 집을 드나들며 정국을 구상했고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정치를 배웠다. 김 대표가 “나도 선거를 50년 동안 내 나름대로 분석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원이 거기에 있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신봉한다. 더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때 여론조사 전문가로 야권에 알려진 김헌태 전 사회여론연구소장을 부른 것도 그였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그동안 당에서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 전 소장을 정세분석실장으로도 앉힌 뒤 공천을 위한 사전 여론조사 작업을 그에게 모두 맡겼다. 그 결과를 토대로 2차 컷오프가 이뤄졌다. 그러나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뜻밖의 말을 했다. “내가 여론조사만 전문적으로 3년을 연구했지만 내가 믿는 것은 감(感)이오. 내 감에서 틀린 적은 1988년 총선 때 관악 선거밖에 없어요.” 1988년 총선에서 김 대표는 민정당 후보로 나섰지만 평민당 이해찬 후보에게 졌다. 그의 감에 따르면 이번 4·13총선에서 야당은 비관적이지 않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길 자신 있으니 비관하지 말자는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김 대표의 감은 어쩌면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정치는 비합리적이다. 야권에서는 김 대표를 국민의당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둘 다 차곡차곡 데이터를 모으고 치밀하게 계산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013년 민주당(더민주당 전신) 대표가 되고 난 뒤 이른바 ‘친노 청산’을 착수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환경적 요인이 컸지만 결정을 내릴 때까지 이것저것 변수를 꼼꼼히 따지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김 대표의 결정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정도로 빠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한국 정치의 금수저라 볼 수 있다. 그래서 남 눈치 보지 않고 과감히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해석했다.어젠다 8일 끝날 것이라던 더민주당 2차 컷오프(공천 배제)는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이르면 13일 밤 혹은 14일 오전에야 마지막 공천 배제 대상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 패권주의와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이 총선용으로 쓰이기에 이번 공천 결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경제민주화’라는 무기가 있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심판하는 논거일 뿐만 아니라 대안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는 당 안팎 전통적 지지층의 우려를 일축하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정부 여당의 ‘안보몰이’도 기세가 예전만 같지 않다고 판단한다. 김 대표는 이미 “경제 정책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를 향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철희 전략홍보본부장은 “김 대표의 강점은 정치적 리더십이 아니라 ‘어젠다 리더십’이다. 당이 정치정당이 아닌 경제정당으로 바뀌었다”며 “그의 등장은 더민주당이 정치도덕적 이슈가 아닌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종인, 그는 ‘진짜’가 될 수 있을까. 4·13총선 결과가 그 답을 줄 것이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3선 전병헌 의원(서울 동작갑)과 역시 최고위원을 지낸 3선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을 공천 배제했다. 더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두 의원 지역을 전략공천검토 지역으로 선정한 것을 비롯해 107개 지역의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더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현역의원 단수추천 지역 28곳, 현역의원 경선 지역 11곳, 원외 단수추천 지역 56곳, 원외 경선 지역 12곳을 결정했다. 전 의원과 오 의원의 공천 배제 결정에는 비대위원, 선대위원 간의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예정보다 2시간여 늦은 오전 11시반에 결과 발표가 이뤄졌다.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전직 보좌진 때문에, 오 의원은 지역은 야권성향임에도 경쟁력이 낮다는 이유로 각각 컷오프 됐다고 더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은 당내에서 정세균 계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더민주당 현역 의원 107명 가운데 이해찬(세종시) 이미경 (서울 은평갑) 설훈(경기 부천 원미을) 서영교(서울 중랑갑) 정호준 (서울 중구) 전해철 (안산 상록갑) 박혜자(광주 서갑) 김기식(비례대표)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의 공천 여부가 결정됐다. 더민주당은 일요일까지 공직선거후보자추천위원회를 열어 이들 여덟 명 의원의 공천을 포함해 나머지 62개 지역의 공천을 결정할 예정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4·13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가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10일 ‘활동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공관위를 운영하고 있다”며 “시정하지 않으면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김무성 대표와 가깝다. 앞서 이 위원장은 김 대표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를 경선 지역으로 발표하려다 제외했다. 이 위원장은 “공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제외했다”며 “(공천 살생부 논란을 일으킨) 정두언 김용태 의원에 대해 부적격 심사를 하면서 이것(공천 살생부 논란)이 문제가 되면 (김 대표도) 같은 차원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천 살생부 논란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 ‘막말 파문’의 단초가 됐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친박계가 윤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다면 공천 살생부 논란의 당사자들도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채널A는 이 위원장과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윤 의원 막말 파문이 터진 다음 날 ‘비밀 회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공천 내전의 본거지인 TK(대구경북)를 전격 방문했다. 일각에선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에 대한 ‘간접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2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역 의원의 공천 탈락은 없었고, 단수추천 지역은 4곳, 경선 실시 지역은 31곳이었다. 2차 공천 명단에서는 현역인 이진복(부산 동래),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과 박선규 예비후보(서울 영등포갑)가 단수추천을 받아 공천이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11일 3차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은 대구와 울산을 제외한 60여 곳이며 현역 의원 탈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5명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44개 지역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규성(3선·전북 김제-완주) 정청래(재선·서울 마포을) 강동원(이하 초선·전북 남원-순창) 부좌현(경기 안산 단원을)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결정에 반발하며 당에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이날 단수추천 지역에 포함돼 사실상 공천이 확정된 현역 의원 23명 중에는 친노(친노무현)와 86그룹이 대거 포함됐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해 온 김종인 대표의 첫 작품치고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11일 발표되는 추가 컷오프 현역 의원은 6,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도 당시엔 무슨 돈으로 할 거냐고 얘기했다. (하지만) 정치적 의지가 강하니 결국 확립돼 시행 중이다.”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30만 원 인상’ 공약을 발표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기초연금 20만 원’ 공약을 사실상 디자인했다. 당시 야권은 기초연금 등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당했고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년이 흐른 지금 야당으로 적을 바꿔 다시 기초연금 카드를 던진 김 대표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까. 더민주당은 현재 소득 하위 70%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 원씩 차등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는 먼저 기초연금 차등 지급을 없애고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20만 원을 전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급액을 3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인 세대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고 노력했다.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재원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며 “복지 재원은 정치적 의지만 확고하면 어떤 형태로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증액땐 정부-지자체 갈등 커질것” ▼“고령사회 주소비층 연금 늘려 내수 살려야”더민주당은 소득 하위 노인에게 30만 원씩 균등 지급할 경우 2018년 약 18조7000억 원이 필요해 현 제도를 유지할 때보다 6조4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이용섭 총선공약단장은 “재정 복지 조세 등 3대 개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 부자 감세만 처리해도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같은 더민주당의 공약이 노인층을 겨냥한 ‘공수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을 인상하려면 먼저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여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인상이 불가능한 셈이다.설사 기초연금 확대가 실현된다고 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기초연금은 현행 제도를 유지해도 2040년에는 약 100조 원, 2060년에는 약 229조 원이 필요하다. 만약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인상할 경우 기존 제도에 비해 최소 1.5배의 재원이 필요하다.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며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하는 건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또한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재정난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기초연금의 재원은 중앙이 약 75%, 지방이 약 25%를 담당하고 있다. 제2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화 속도는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초연금제도의 확대는 미래 세대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기초연금 대상자를 30% 이하로 축소하고, 그 대신 연금액을 늘리는 게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하지만 기초연금을 단순 비용 문제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는 12% 수준이지만, 2060년에는 40%를 돌파하게 된다. 이들을 빈곤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내수 부진에 따른 경제 침체는 물론이고 사회 불안과 계층 갈등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00조 원(2040년)이 넘게 드는 기초연금 재원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은 1.9% 수준이다. 이 비율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70년에 가서야 서유럽 수준인 10%대를 돌파한다.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단순 숫자로 보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 경제 구조로 보면 기초연금을 올려도 적정 수준이다”라며 “노인들은 미래의 주력 소비부대인데, 제대로 된 연금을 주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noel@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 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당분간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8일 오후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 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 성향, 그리고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여러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어 양당의 영입 1순위로 꼽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달 24일 정 전 총리를 만나 합류를 요청했고, 지난주에는 고위 당직자가 다시 찾아가기도 했다. 정 전 총리와 오랜 친분이 있는 김 대표는 1월 14일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자마자 전화를 해 “(국민의당에 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6일 정 전 총리를 만나 입당을 요청했다.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 김영환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족의 반대가 심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양당의 영입 제안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분열을 거듭하던 야권이 4·13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선거 때마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던 무기를 또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야권이 테러방지법 수정을 요구하며 9일째 국회를 ‘마비’시킨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를 마치자마자 정국은 다시 야권발(發) 통합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야권에 다시 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에 야권의 승리를 가져오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도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재청(再請)드린다”고 했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주를 이루는 국민의당에 다시 하나로 뭉쳐 총선을 치르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당을 탈당하신 분 대부분이 당시 지도부 문제를 걸고 탈당해 (이제) 그 명분이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퇴했으니 다시 들어올 조건이 충족됐다는 얘기다. 정당 지지율 하락세와 당내 복잡한 역학관계의 부작용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불안정해진 국민의당은 김 대표의 제안에 크게 술렁거렸다. 지도부는 물론이고 소속 의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후보 단일화와 2014년 민주당(더민주당 전신)과의 통합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는 안 대표로선 일단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그 대신 안 대표는 이날 오후 무소속 박지원 의원 영입에 성공하며 전남 선거의 기반을 마련했다. 아직은 통합 대신 ‘자강(自强)’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반면 통합론자인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통합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 위원장은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면 안 된다”면서도 “과연 더민주당이 고질적인 계파패권주의를 청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는지 모르겠다”며 “구태 정치”라고 꼬집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김종인 대표는 취임할 때 더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다시 야권 통합이라는 선거판 교란 카드를 들고 나왔다”며 “야당이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야권 통합이라는 입에만 단 독약을 계속 들이켜고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지 8일 만인 이날 오후 10시 34분 국회를 통과했다. 더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107명)의 이름으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해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되자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더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157명이 투표에 참여해 156명 찬성, 반대 1명으로 가결처리됐다. 이날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 전원이 당론으로 제출한 수정안이다. 이날 오후 9시 반경 본회의 속개 직후 정 의장이 야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주장한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주장을 일부 반박하는 모두발언을 하자 더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밤 12시 무렵까지 북한인권법과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안 등 39개 법안과 1개 안건을 통과시켰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테러방지법 처리가 끝난 뒤 본회의장에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 · · 면에 관련기사민동용 mindy@donga.com·고성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진행된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가 2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국민의당, 정의당까지 참여해 의원 40명이 벌인 이번 필리버스터에 대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줬다”는 긍정론과 “4·13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의 개인 홍보 마당”이라는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1969년 이래 47년 만에 처음 이뤄진 필리버스터로 더민주당은 득이 실보다 많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탈당과 지도부 교체 등으로 분위기가 저하됐던 당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소속 의원 다수의 반대 속에 시작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기대 밖의 호응을 얻었다는 판단이다. 또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반대 논리를 알릴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당이나 무당층으로 흩어졌던 전통적 지지층이 재결집하는 효과를 얻었고 이 과정에서 20, 30대 젊은층의 관심을 끌어모은 것은 가외의 소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야당이 입법 과정의 패배를 인정하면서 ‘마이크 독점권’ 정도를 행사했다”며 “국회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에서 세계 신기록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 하다 보니 ‘피로감’도 작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참여 의원이나 보는 사람들이 토론 내용보다도 누가 얼마나 더 오래 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진 측면도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경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더민주당 김광진 의원이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했다. 그러나 이어 토론자로 나선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 정청래 의원 11시간 39분 등 토론 시간에 더 관심이 쏠렸다. 긴 시간 토론하면서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내용들로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노래를 부르거나 인터넷 댓글을 줄줄 읽어 대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출마하는 지역의 예비후보라고 선거운동을 하는 의원도 있었다. 발언 강도도 점점 강해져 이학영 의원은 “말과 생각을 감시하는 사회가 온다”며 테러방지법에 대한 과도한 예단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이 출마 지역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안간힘을 쓴다”며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총선버스터’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합법적인 제도이긴 하지만 일방통행 식 토론이다 보니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전략과 의제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하며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여당은 사라진 국회가 됐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우리 원내대표님 성격이 모든 사람한테 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는 분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일 오전 이종걸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무제한 토론) 중단 선언 기자회견을 연기하자 짜증이 난 듯 이렇게 말했다. 전날 이 원내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비상대책위원들과의 논의 끝에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8일째 이어진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이 원내대표는 오락가락했다. 지난달 23일 의원총회에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준비가 안 됐다”며 필리버스터에 반대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하루만 버티면 된다”며 밀어붙였다. 예상외로 지지층이 호응을 보이자 이 원내대표는 잔뜩 고무됐다. 지난달 28일 100시간을 돌파했을 때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고 있다”며 감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데다 당도 더 이상 지속하는 게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해 29일 심야 비대위에서 중단하기로 하자 이 원내대표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 원내대표는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대표가 필리버스터 중단을 밀어붙였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의총(의원총회)이 예정돼 있다.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의 중단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다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호응이 좋으니까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며 “전략을 아는 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야당이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을 위해 지난달 23일 시작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를 8일 만에 중단하기로 한 건 여론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지지층 결집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선거구 획정안 처리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전날 국회에 제출돼 안전행정위원회까지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 처리는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9일에도 중단됐다. 이날 야당은 필리버스터 종료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하루 종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심야에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도 ‘강행’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결국 의총 직후 열린 김종인 대표 주재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野 명분보다 현실 선택 이날 오후 9시 반부터 1시간 반 동안 열린 더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 중단 여부를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이어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는 밤 12시 직전 전격 중단을 결정했다. 선거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현실과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에 대한 아무런 수정 없이 종료할 수 없다는 명분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한 것이다. 앞서 이날 오후에 열린 1차 의총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로 정회하면 필리버스터를 잠시 중단하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강경파와 온건파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북 3선인 최규성 의원은 “선거법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주면 고개를 못 든다”며 “(2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10일 밤 12시 자동 종료된다. 그러나 당 전략공천위원장인 김성곤 의원은 “후보 신청도 받고 심사도 해야 되는데 못하고 있어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10일까지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오늘 바로 중단하면 개혁 성향 유권자는 (야당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1차 의총 직후 김종인 대표는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를 열어 이 원내대표와 필리버스터 출구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표는 간담회에서 “필리버스터는 시작할 때도 그렇지만 끝낼 때 더 잘해야 한다”며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끝까지 버틴 與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장 앞에 모여 “총선용 필리버스터를 즉각 중단하라”며 더민주당 규탄 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협상에는 소극적이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회 마비로 인해 빚어지고 있는 민생마비, 또 자칫하면 선거가 연기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 더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이제 공은 더민주당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 온 만큼 테러방지법 처리에 당장 나서라는 요구였다. 더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멈추면 직권상정 돼 있는 테러방지법을 즉시 표결하게 돼 있기에 추가 협상도 없다는 생각이다. 국회법 106조2는 재적의원 5분의 3이 토론 종료에 찬성할 때, 토론할 의원이 더 이상 없을 때, 그리고 회기가 끝났을 때 필리버스터는 종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이 지금의 테러방지법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현 테러방지법은 김-노 전 대통령 시절과 달리 군 병력 동원이 불가능하고 대테러센터도 국정원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두기로 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내용 가운데 면책특권이 없는 본회의장 밖에서 이뤄진 발언이 허위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대응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소속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이날 필리버스터 도중 테러방지법 외 발언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국회의장, 부의장을 대신해 더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필리버스터 본회의 사회를 맡은 것에 대해서는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난달 27일 정의화 의장은 정갑윤 이석현 부의장과 3교대로 사회를 계속 보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전직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게 사회권을 넘겼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아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다시 (사회를) 의장단만 보겠다고 했는데 이미 필리버스터는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회법 13조는 의장과 부의장이 모두 사고가 있을 때에는 임시의장을 선출해 의장의 직무를 대행하게 한다고 돼 있다. 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여야는 당초 마지노선이라고 했던 29일에도 선거구획정안 처리는 못한 채 공천 전쟁에만 골몰했다. 찌라시(정보지)로 촉발된 공천 살생부 논란으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은 위기에 빠졌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도 연일 계속되고 있다. 정보지는 일단 실체가 없는 쪽으로 판가름 났다. 문제는 이를 당 대표가 해당 의원에게 전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분명한 것은 살생부 문건 같은 얘기를 (정 의원에게) 한 적이 없고 그냥 떠도는 얘기를 듣고 우려를 전한 것”이라며 “이유야 어찌 됐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의총이 끝난 뒤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천과 관련해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내) 클린공천위원회가 즉각 조사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공천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 시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는 얘기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당 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으니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계속 문제 삼을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날 당무위원회에서 총선 공천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갈등이 가라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날 당무위는 “선거일(4월 13일)까지 선거와 관련된 당규의 제정과 개폐, 당헌·당규 유권해석 권한을 비대위로 위임한다”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밝혔다. ‘평가 하위 20%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자 중 일부 구제를 위한 당규 개정의 범위를 훨씬 벗어난 권한을 당 대표에게 준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얼굴이 될 만한 상징적 인물을 (비례대표로) 앉혀야 국민에게 ‘저 당이 집권 준비를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줄 텐데 지금 제도로는 무척 제한적”이라며 비례대표 공천권 행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내에서 공정성,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사심(私心) 공천’이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국민의당도 이날 ‘20% 컷오프’ 방침을 확정하면서 내부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민동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인태 의원(사진)은 25일 오전 1시경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같은 당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지켜보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로부터 4·13총선 공천 배제(컷오프) 통보를 받은 사람 같지 않았다. 유 의원은 24일 오후 통보를 받자마자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수용하겠다”고 했다. 보좌진이 말렸지만 “당에 도움이 된다면 뭐…”라며 듣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경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홀가분해 보였다. 유 의원은 “아내가 이번에 출마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나이(68세)도 있고 해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불출마 선언) 타이밍을 놓쳐 버린 거지”라고 했다. 유 의원은 컷오프 소식을 이날 오전 홍창선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는 “뭐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어. 그런데 당이 혼란스러울 때는 나 같은 ‘꼰대’도 당에 좀 필요하긴 한데…. ‘어른 같지 않은’ 어른 말고 ‘어른 같은’ 어른이 말이야”라며 마음 한 편의 서운함도 드러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유 의원은 문희상 의원과 대구 홍의락 의원의 탈락에 대해서는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당에 리더십이 없다는 걸 뜻하지. 당이 지금 없는 거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5일 오후 국회에서 만난 유 의원은 “자업자득이다. 당이 하도 내홍에 싸이다 보니 혁신위, 평가위니 만들어 한 거 아니냐”며 “도대체 대구에서 싸우는 놈을 자르질 않나, 전직 당 대표를 자르질 않나. 정치집단이 할 짓이냐”고 다소 격앙된 표정이었다. 이어 “정치 혐오만 하던 사람들을 공관위원으로 만들어 공천한다고 하니 국회의원을 다 죄인 만들고…”라고도 했다. 유 의원은 “탈당자와 불출마자가 컷오프 의원 수인 21명을 넘어 (하위 20%를) 발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비대위 일부 위원이 고집해서 공개하게 됐다는 거 아냐”라며 “당 지도부가 (미리) 정리해야지, 공개하라고 해서 방치해 두는 게 할 일이냐는 거지”라고도 했다. 24일 밤 12시 무렵 그는 “그래도 친노(친노무현) 날렸으니 호남에서는 좋아하겠지? 술이나 한잔 사”라고 말하며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한편 문희상 의원은 25일 “당이 나한테 억울하거나 불쾌하게 하더라도 꼭 따랐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당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의원도 이날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봤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현역 물갈이’가 거침이 없다. 전날 ‘하위 20% 컷오프(탈락)’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25일 광주 북갑 강기정 의원이 사실상 공천 배제됐다. 1차 컷오프가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의 작품이라면 이제부터의 2차, 3차 컷오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한다.○ 2, 3차 물갈이 타깃은 호남·운동권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낡은 과거와 과감하게 단절하겠다”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존중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 세력은 단호하게 끊어 내겠다”고 했다. 이어 “능력 있고 새로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등용해 수권 능력을 갖춘 강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대대적인 호남 물갈이를 예고했다.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오후에 드러났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 의원의 광주 북갑과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의 광주 서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전략공천관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운동권 출신의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강 의원(3선)은 경선 레이스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강 의원은 자신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은 채 “당은 시스템 공천으로만 총선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는 짤막한 보도자료만 냈다. 그는 이날 예정된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면서 과거 기억을 떠올리다 억울한 듯 결국 눈물을 보였다. 정 단장은 “북갑은 (강 의원의 경쟁력이)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략공천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데이터를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순순히 말을 들으라는 얘기냐”며 불쾌해했다. 이날 광주 전략공천 지역 공개는 김 대표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1차 컷오프에서 친노 중진들이 대거 탈락한 데 이어 강 의원마저 ‘탈락’ 위기에 몰리자 당내에서는 “다음 타깃은 호남과 86그룹(1960년대 출생 1980년대 학번 운동권)”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1차 컷오프에는 호남 의원 16명 중 1명만 포함됐다. 의원들은 초긴장 상태다. 중진, 초·재선을 대상으로 하는 2차, 3차 컷오프와 별개로 강 의원의 경우처럼 전격적인 전략공천 지역 발표를 통해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선거대책위원은 “김 대표의 직계로 꼽히는 김헌태 정세분석본부장이 거의 모든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며 “정무적 판단을 거쳐 추가 컷오프 대상자와 전략공천 지역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당 ‘컷오프’ 탈당 의원도 공개하나 이날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반발로 하루 종일 요동쳤다. 대구 북을에 출마한 비례대표 홍의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대구를 버렸다”며 탈당했다. 그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후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급히 상경해 “홍 의원 공천 배제는 곧 대구 배제나 다름없다”며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제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저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까지 시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컷오프 취소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다른 컷오프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정희 의원(전북 익산을)은 “영입 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의 희생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며 이의 신청을 했다. 신계륜 김현 의원도 이의 신청을 검토 중이다. 반발이 이어지자 김 대표 주변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불만 기류도 감지된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불모지인 대구에서 고생하는 홍 의원을 누가 날리고 싶겠느냐”며 “시스템 공천이라는 명목으로 어떤 정무적 판단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니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1차 컷오프 대상 중 탈당 등을 이유로 아직 공개하지 않은 12명의 명단 공개를 검토 중이다. 김 대표가 이런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다른 정당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차길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4일 발표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는 10명뿐이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시작된 ‘탈당 러시’ 이전의 의석수 127석(지역구 106석, 비례대표 21석)을 기준으로 하면 하위 20%는 25명(지역 21명, 비례 4명)이어야 맞다. 비례 4명은 변동이 없었지만 지역구 의원 15명은 어디로 갔을까. 더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우선 하위 20%에 해당하는 지역구 의원 21명에 지난해 불출마를 선언한 4명(문재인 최재성 김성곤 신학용 의원)을 포함시켰다.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기에 이들은 평가 항목 중 여론조사(35% 비중)를 실시하지 않았고, 여론조사 점수는 0점이라는 것. 여기에 지난해 평가 항목 중 당무감사를 거부해 역시 평가점수가 현저히 떨어진 황주홍 유성엽 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탈당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2일 전에 탈당한 안철수 문병호 김동철 의원도 포함됐다. 이들 역시 여론조사가 0점이라 포함됐다. 여기에 추가 탈당 의원 중 6명이 하위 20%에 추가로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즉, 컷오프 대상에 탈당 의원을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탈당 의원 중 12명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저지하면서 테러방지법이 언제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지가 관심사다. 국회법 제106조의 2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은 더 이상 토론을 하겠다는 의원이 없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 종결을 의결했을 때 끝난다. 이날 현재 재적 293석이므로 17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새누리당 의석은 157석뿐이다. 표결로 무제한 토론을 끝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은 국회법에 따르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까지 계속할 수 있다. 더민주당이 본회의장 연단에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토론할 의원들을 세울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테러방지법은 표결 처리된다. 여야는 일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보내기로 돼있는 25일을 눈여겨보고 있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제한 토론을 끝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국회의원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기 전까지 국회법에서 필리버스터를 허용했다. 1964년 4월 국회의원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 저지를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0년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안을 막으려고 필리버스터를 8시간 넘게 했다. 미국은 발언내용에 제한이 없어 전화번호부나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제에 관해서만 발언해야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야당의 대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있지만 말하지는 못하지. 그걸 말했다가 여당이 가져다 쓰면 우리는 뭐가 되느냐”고 했다. 정말 대책이 있지만 그런 우려가 있어 내놓지 못한다고 정색하며 말한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전환이 가능한 장거리 로켓 발사, 그리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북한의 폐쇄 조치가 이어졌지만 야권의 반응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더민주당 진성준 의원의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 아니냐”는 북한 정권을 기분 좋게 해주는 발언이 있었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언사들이 잇따랐다. 정점은 더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전격적으로 폐쇄하면서 남북 관계를 근본적 위기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한 발언이었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주체도 틀렸고, 핵실험을 한 북한이 아니라 그에 강하게 대응한 박근혜 정부에 위기의 책임을 물었다. 다른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햇볕정책을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고, 김 대표가 영입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실리적인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개성공단을 폐쇄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당도 더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정동영 전 의원은 “(더민주당) 영입 인사들이 서슴없이 개성공단 폐쇄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물론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같은 보수적 견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그렇다고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야권이 지금처럼 강변할 수도 없다. 현실은 햇볕정책으로도, 보수적 강경책으로도 북핵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앞으로도 어느 한 방식이 주가 되는 대북정책은 현실적인 결과를 내기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측면에서 제4차 북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는 야권의 대북정책에 ‘진실의 순간(moments of truth)’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설마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쏘겠어?’ 하는 기존의 전제를 야권이 버려야 할 때가 왔다.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뛰어넘어야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첫발은 야권이 ‘햇볕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을 다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보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하자는 것이다. 야권이 갈라진 채 4·13총선을 맞게 되면서 햇볕정책이 정쟁의 대상이 되고 교조화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민동용 정치부 차장 mindy@donga.com}
새누리당 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조건부 핵무장론’에 이어 16일엔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쓰인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핵에 대비해 적어도 언제든지 핵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한미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협의할 때 핵 재처리 논의도 함께 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지난해 4월 타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한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전날 원유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조건부 핵무장론’을 주장하자 김무성 대표는 “당 차원의 결정이 아닌 개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정책위의장의 주장은 핵무장론에 대한 역풍을 비켜 가면서도 핵 능력을 갖추고 포화 상태의 핵 폐기물 처리라는 명분과 실리를 얻자는 ‘핵 주권론’으로 원 원내대표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야권은 일제히 여당 일각의 ‘조건부 핵무장론’을 “포퓰리즘”, “시대착오적”이라며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한 쇼비니즘, 시대가 가 버린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정적으로 핵무장을 선언할 경우 어떤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권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 핵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며 “여당의 핵무장론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정권의 존립마저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홍수영 gaea@donga.com·민동용 기자}

《 13일로 4·13총선이 딱 60일 남았다. 총선 결과는 필연적으로 여야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 이번 총선은 2017년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초전이기도 하다. 승리하는 쪽은 더 큰 승리를 위한 디딤돌을 놓는다. 패배하는 쪽은 더 깊은 침몰의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게 자명하다. 여야는 각자 정치적 생존을 걸고 냉혹한 민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절박한 이는 여야 키플레이어들이다. 총선 성적표에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 대선으로 직행하느냐, 대권 경쟁에서 도태되느냐가 4월 13일 결정된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남북관계로 총선 승리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정권심판론’과 ‘국회심판론’은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60일간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선 여야 키플레이어 10인의 고민과 향후 전망을 살펴봤다. 》[김무성]대선 ‘무대’ 전초전… 공천 힘겨루기 첫 관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치적 유연함이 최대 강점이지만 ‘상향식 공천’ 원칙을 고수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휴대전화 안심번호제 도입, 공천제도특별위원회 및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 등 총선 일정을 진행할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향식 공천의 마지막 관문인 공관위에서는 현역 의원 솎아내기 작업에 착수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연일 기자간담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물갈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이 흔들린다면 김 대표의 정치적 브랜드는 사라지고 당 내홍의 책임론만 불거질 수 있다. 친박계는 김 대표가 현역 의원을 대거 당선시켜 자신의 대선 기반을 만들려 한다고 비판한다. 김 대표 측은 “현역 의원들이 당선되면 김 대표에게 고마워하겠느냐. 만약 대선을 염두에 뒀다면 오히려 전략공천을 통해 ‘내 사람’을 심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럼에도 최악의 19대 국회의원들이 다시 20대 국회를 책임진다는 데 대한 반감은 여전히 크다. 결국 총선 결과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김 대표는 풀뿌리 후보들의 승리를 장담한다. 대표직을 맡은 뒤 ‘풀뿌리 후보론’으로 재·보궐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야권 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이뤄진 점도 김 대표에겐 천우신조(天佑神助)다. 만약 180석 안팎의 대승을 거둔다면 대권을 향한 길은 탄탄대로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과반 의석이 깨진다면 차기 당권은 자연스럽게 친박계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최경환]손사래 치지만… TK맹주 → 당권 플랜 가동평의원 신분임을 강조하면서도 TK(대구경북) 등을 누비며 ‘진박(진짜 친박근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차기 당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총선 이후 ‘TK 맹주→당권’ 플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가 많다.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마치고 당에 복귀한 최 의원은 설 연휴를 앞두고 청와대나 정부에서 장관 등을 지낸 예비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쳤다. 한동안 꺼져 가던 ‘진박 마케팅’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며 박근혜 대통령 임기 후반 국정운영 지원 세력을 국회에 최대한 많이 진입시키기 위한 행보다. 당 복귀 후 친박계 신(新)좌장으로 불리는 최 의원으로서도 이번 총선은 당내 입지 구축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단 TK 지역에서 진박 후보들이 대거 원내에 입성할 경우 친박계를 규합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반면 TK 지역 진박 후보들이 당내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에게 대거 패할 경우 박 대통령 대리인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차기 당권 경쟁에 비상등이 켜지고, 최악의 경우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의 당권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유승민]‘진박’ 포위 뚫고 생환 땐 TK 차기주자로여권에서 4·13총선에 대한 관심의 한 축은 유승민 의원(전 원내대표)의 생환 여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이란 구호에 대구 민심이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TK의 권력 지형은 물론이고 유 의원의 정치 생명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구 동을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 공천을 놓고 겨루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보다 2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바닥 민심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유 의원의 당선은 곧 박 대통령의 패배라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경선 관문 통과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 유 의원이 ‘진박’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총선에서 다시 민심의 지지를 얻어 4선 고지를 밟는다면 ‘포스트 박근혜’ 시대의 TK 대표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TK 민심과 비박계의 지지를 업고 총선 직후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 의원 측은 “현재는 총선에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의 동시 생환 여부도 변수다. 여권 관계자는 “본인만 살아 와선 세를 키우기 어렵다”며 “총선에서 보여주는 민심의 방향에 따라 정치 경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오세훈 김문수]吳, 여권 대선지지 2위… 金 “역전승 가능”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대권 도전을 꿈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 결과가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오 전 시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대선 주자 지지율에) 비중을 두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오 전 시장은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서 7.2%로 새누리당 대선 예비주자 가운데 김무성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오 전 시장이 총선에서 살아 돌아와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를 되찾는다면 수도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패할 경우엔 2010년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이은 두 번째 좌절로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당 대표의 ‘험지’ 출마 권유를 뿌리치고 ‘마이 웨이’를 택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차기 대선에서 대구경북(TK) 지역 ‘적자(嫡子)’를 노리는 김 전 지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당선되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TK를 야권에 뺏겼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 전 지사는 “갈수록 대구 정서와 맞지 않는 더민주당 행태가 보이지 않느냐”며 “대구 정서를 점점 더 익히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문재인]화려한 복귀냐 정계은퇴냐, 극과극 갈림길“(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문재인 전 대표는 다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박수와 함께 화려하게 복귀하거나, 아니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거나.”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민주당 당직자가 한 얘기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전 대표는 지역구 출마 대신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문 전 대표는 지역을 돌면서 유세하는 게 총선 승리에 보탬이 된다”고 했다. 더민주당이 총선에서 여당의 과반 의석(150석)을 저지하고, 현재 의석수(109석) 이상을 얻는다면 문 전 대표는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이 경우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외부 인사 20여 명도 상당수 국회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확실한 ‘친문’(친문재인) 세력까지 생기는 셈이다. 내년 대선을 향한 행보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막지 못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 원인이 된 ‘야권 분열 책임론’이 문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도 이미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야권 관계자는 “대표직 사퇴 이후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을 얼마나 표로 결집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철수]대권 바라보는 ‘강철수’ 호남당 극복이 관건창당 직전인 지난달 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명(召命)’을 이야기했다. ‘제3당 창당 작업이 재미있느냐’고 묻자 그는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과거 다소 유약해 보였던 것과 달리 표정은 무척 단호했다. ‘재미’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였다. 그만큼 국민의당이 총선 뒤 국회에서 최소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는 제3당으로 자리 잡느냐는 안 대표에게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일이다. 현재로선 안 대표가 다시 야권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안 대표는 자신이 2017년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자신의 대권 꿈은 일장춘몽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안 대표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호남당’이 아닌 전국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을 놓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의원들은 호남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이 가능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야권 후보 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국민의당이 ‘호남+여당 지지층 일부와 무당층’을 흡수하면 1여 2야 구도에서도 수도권에서 승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간신히 20석에 턱걸이하는 수준의 호남당에 그친다면 안 대표는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김종인]‘109석 사수작전’ 성공 땐 킹메이커 발돋움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의 직함이 12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바뀌었다. ‘제1야당의 수장’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해 당에 들어온 뒤 한 달여 동안 그는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흔들리던 당을 안정시키고, 곧바로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 등을 발 빠르게 임명하며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최재성 전 총무본부장, 노영민 의원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당 운영과 총선 지휘의 전권을 쥐게 된 만큼 총선 결과는 오롯이 김 대표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 승리 기준을 “현행 의석(109석) 이상 획득”이라고 했다. 만약 109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 그는 내년 대선 레이스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 의원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저지를 통해 정권 교체의 기틀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의석에 크게 못 미치거나 국민의당 의석에 밀릴 경우 그의 역할은 더이상 없다. 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친노(친노무현)·486 세력 등의 반격이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를 자임하며 여야를 넘나들었던 그의 정치 이력도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천정배 김한길]千, 수도권 출마설… 金, 야권재편 큰그림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선거대책위원장에게는 이번 총선이 마지막 승부처다. 당 전체의 총선 결과뿐만 아니라 각자의 총선 결과도 두 사람의 미래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탈당 전 “원내교섭단체(20석) 정도의 인원이 탈당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김 위원장으로선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12일 현재 국민의당 현역 의원은 17석에 머물러 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 또한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 ‘3자 필승론’에 기울어진 듯한 안철수 공동대표를 설득해 총선 전에 수도권이라도 야권 연대를 이루는 게 선결 과제다. 그래야 번듯한 제3당이라는 기반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고 총선 이후 야권 통합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자신의 당선이다. 낙선하게 된다면 총선 이후 그려질 야권 정계개편에서 김 위원장의 자리는 찾기 힘들어지게 된다. 천 공동대표는 사실상 광주전남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자신의 바람대로 ‘뉴 DJ’들을 모아 더민주당과의 호남 결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호남’ 대표 주자의 입지가 한발 앞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광주에서 재선(再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그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천 공동대표 측은 강력히 부인하지만 그의 수도권 출마설이 야권에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수사학적으로만 이야기하면 안 된다. 말로만 (통일)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은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하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은 10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신이 전날 거론한 ‘북한 궤멸론’에 대한 야권 내 비판론자를 겨냥해 “말로만 통일, 통일 하는 사람들”이라는 취지로 쐐기를 박은 것이다. ‘북한 궤멸론’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아무리 대화한다고 하고 평화통일을 이야기해도 (북한이) 응하지 않고 저렇게 핵이나 개발하면 주민 생활이 더 어려워진다”며 “소련이 그렇게 해서 와해된 것처럼 (북한도) 그렇게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특별히 이상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야당 골수 지지층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궤멸’ 발언을 취소하거나 변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러나 야권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에 대한 공격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 궤멸론 발언은 수구보수 세력의 흡수통일론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며 “긴장 완화에 도움은커녕 안보 불안을 가져오는,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은 궤멸 발언에 대해서 진의를 솔직히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는 단호히 반대하지만 당론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무소속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간 교류 협력이 정체성인 야당에서 북한 와해론, 궤멸론이 거론되는 것은 야당의 정체성을 버리는 일”이라는 글을 올려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더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또다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이어 갔다. 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를 맞바꾸자는데,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을 쏜 것”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이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야권이 총선 체제를 본격 가동하면서 예비후보 간 생사를 건 레이스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상대 당 후보를 겨냥한 ‘표적 공천’ 신경전이 치열하다. 각 당 내부에서는 경선을 놓고 현역 의원을 겨냥한 신진 인사의 ‘표적 출마’가 논란이다. 광주의 현역 의원 절반이 탈당한 더민주당은 이들을 겨냥해 영입 인사를 포진시킬 생각이다. ‘영입 성공 사례’로 꼽히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지역과 상대를 물색 중이다. 천정배 공동대표(광주 서을)의 ‘자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용섭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을에서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과 맞붙는다. 국민의당도 ‘맞춤형 공천’으로 맞서고 있다. 더민주당 소속 광주 유일의 현역인 강기정 의원(광주 북갑)을 상대로 김유정 전 의원과 김경진 변호사가 나섰다. 막판 당 잔류를 선언한 더민주당 박혜자 의원의 광주 서갑에는 송기석 전 판사, 정용화 전 이명박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이 각축이다. 양당 내에서는 ‘현역 대 신인’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공천 배제 징계를 받은 더민주당 신기남 의원의 서울 강서을에는 금태섭 변호사가 출사표를 냈다. 5일 신 의원 측은 금 변호사를 비난하는 글을 냈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새누리당 안대희 전 대법관을 상대로 서울 마포갑에 나갈 수 있다고 하자 이 지역 노웅래 의원 측은 내심 불쾌해한다. 5일 입당한 천준호 전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은 서울 도봉을 유인태 의원에게 도전할 것이라는 후문이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