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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서태영 판사의 ‘인사유감’ 칼럼이 생각났다.”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단행한 1, 2심 법원의 주요 재판부 인사를 두고 한 고위 법관은 10일 이렇게 말했다. ‘인사유감’이란 칼럼은 1985년 9월 당시 서태영 서울민사지법 판사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서 판사는 ‘인사유감’을 통해 “문책 인사의 원인이 된 사실이 법관의 소신에 기인한 재판이라고 할 때는 그런 인사는 사법부의 자상(自傷) 행위”라고 썼다. 당시 인천지법 판사였던 박시환 전 대법관이 불법 시위 혐의로 즉심에 넘겨진 대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유태흥 대법원장이 같은 해 9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박 전 대법관을 춘천지법 영월지원으로 보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글을 기고한 후 서 판사는 인사 발령이 난 지 하루 만에 부산지법 울산지원으로 좌천됐다. ‘인사유감’ 칼럼을 언급한 고위 법관은 “유 전 대법원장과 김 대법원장이 상이한 상황 속에서도 법관 인사를 두고 판사를 대하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 법원장급 판사는 “30여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불우한 사법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고 했다. 인사를 실명으로 비판했다가 받게 될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법원 내부 분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는 지적도 법원 내부에서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의 평판사는 “이번 1, 2심 법관 인사에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자꾸 갖게 된다”며 “하지만 섣불리 실명으로 공개 비판을 하는 것은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의 한 판사는 “동기 판사들과도 침묵하지만 불쑥 누군가 말을 시작하면 함께 이야기한다. 실명이 드러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판사들 사이에 가득하다”고 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이전 정부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 일부 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2003년 관련법 제정 이후 이 사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으로 사표를 요구하는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 법원은 9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선고 공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공석이 된 17개 직위 공모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낙하산 방지법(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을 거론하며 이 법 제정 이후 최대 규모의 물갈이 인사가 있었다고 꼬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불법 행위로 인해 13명의 공공기관 임원이 부당하게 옷을 벗었고, 이미 내정자를 정해 둔 채 진행된 임원 공모에 130여 명이 지원해 억울하게 탈락했다며 조목조목 폐해를 지적했다.○ “이처럼 계획적인 사표 요구는 처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이날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신 전 비서관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두 피고인에 대해 “‘환경부 공무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며 일체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모든 책임을 자신을 보좌했던 공무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장관이 2017년 12월∼2018년 1월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부당하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임기가 남아 있었는데 법에서 정한 해임 사유도 없이 단지 전 정권에서 선임된 임원들을 소위 ‘물갈이’하기 위해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인사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청와대와 협의해 원하는 사람을 임원으로 임명하려고 일괄 사표를 징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장관이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에게서 사표를 제출받기 위해 표적 감사를 지시하고, 김 전 감사를 상대로 사표를 내지 않으면 형사 고발 등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해 강요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신 전 비서관이 전 정부 임원들 사표 제출과 관련해 김 전 장관과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권 코드인사에 경종 울린 판결”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전 정부 출신 공공기관 임원들을 몰아낸 뒤 공석이 된 17개 직위 중 15곳에 ‘자기 사람’을 심은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직위 공모 과정에 불법 개입한 수법을 설명하면서 ‘사전 지원’과 ‘현장 지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와 환경부가 정한 15명의 인사를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한 뒤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이 내정자들이 임명될 수 있도록 내부 자료 등을 제공하는 등 ‘사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당락을 결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일부 위원들에게는 내정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며 ‘현장 지원’을 지시했다.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실·국장들은 이 지시에 따라 내정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환경부와 청와대의 ‘내 사람 앉히기’가 은밀히 진행되는 것도 모른 채 해당 임원 공모에는 130여 명이 지원했다가 탈락했다. 재판부는 “공모 절차가 진행된 총 17개의 추천위원회 가운데 내정자가 이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참여한 위원들이 80여 명에 이른다”며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것 같은 외관을 위해 형식적으로 추천위원을 동원해 산하 기관의 인적, 물적 재원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직에 내정한 한겨레신문 출신 박모 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신 전 비서관과 김 전 장관이 서류심사 합격자 7명을 모두 ‘적격자 없음’으로 탈락 처리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이 박 씨가 탈락한 것의 책임을 물어 담당 업무를 했던 환경부 공무원을 좌천시킨 것에 대해선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정권의 ‘코드 인사’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전 정권 인사를 무리하게 ‘물갈이’하는 불법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그동안 고생한 생각에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한 검사는 옛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검사들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주변에 “수사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회 환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도 했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9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비서관이라는 지위에 비춰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의 불법 행위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를 하려고 했다.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청와대는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무관한 자료 100여 건만 넘겼다. 검찰은 2019년 4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피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째로 기각됐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신 전 비서관도 청와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더 윗선에서 알았다는 물증이 확보가 안 된 만큼 조 전 수석을 조사하는 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결국 검찰은 조 전 수석을 조사하지 못하고,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집권 3년차였던 현 정부를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19년 3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기강 해이가 문제 되었던 사정” 등을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수사팀은 더 고립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연루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사례를 참고하려고 했지만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법리 검토를 깐깐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반부패부장은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인 2019년 8월 서울동부지검 지휘 라인인 한찬식 전 지검장과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부장검사 등이 사표를 냈고 검사들은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검찰 안팎에선 “현 정권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와 전북 남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검사들은 지휘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공소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너무 장황하고 산만하다. 이런 공소장은 처음”이라고 힐난했다. 지난해 2월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바뀌고, 부장판사 3명으로 재판부가 구성되면서 재판 진행 양상이 달라졌고, 수사팀도 예상하지 못한 1심 판결 결과가 나왔다. 1심 선고 뒤 서울동부지검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그동안 고생한 생각에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한 한 검사는 옛 서울동부지검의 수사팀 검사들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검사는 주변에 “수사하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것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회 환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도 했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는 9일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비서관이라는 지위에 비쳐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 전 비서관의 불법 행위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된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를 하려고 했다.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에 청와대는 블랙리스트와 무관한 자료 100여건만 넘겼다. 검찰은 2019년 4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고 영장을 청구했지만 “피의 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째로 기각됐다.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신 전 비서관도 청와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더 윗선에서 알았다는 물증 자체가 확보가 안 된 만큼 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는 건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특히 2019년 3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으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기강해이가 문제 되었던 사정 등을 이유로 기각되면서 수사팀은 더 고립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연루된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사례를 참고하려고 했지만 대검찰청 반부패부가 법리 검토를 깐깐하게 했다고 한다. 당시 반부패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신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한 이후인 2019년 8월 서울동부지검 지휘라인인 한찬식 전 지검장과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부장검사 등이 사표를 냈고, 검사들은 지방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검찰 안팎에선 “현 정권을 수사한 데 대한 신상필벌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제주와 남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검사들은 지휘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공소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첫 재판에서 재판장이었던 송인권 부장판사는 “공소장이 너무 장황하고 산만하다. 이런 공소장은 처음”이라고 힐난했다. 지난해 2월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바뀌면서 재판 진행 양상이 달라졌고, 수사팀도 예상하지 못한 1심 판결 결과가 나왔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최근 대법원이 단행한 1, 2심 법원에 대한 법관 인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판사들 사이에서 ‘원칙 없는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들의 담당 재판부 구성은 기준 없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의 1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의 윤종섭 재판장은 6년째, 배석판사는 4년째 계속 근무를 하게 됐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박남천 재판장은 3년 근무 뒤, 2명의 배석판사는 각각 3년, 2년 근무 뒤 전보 발령이 났다. 같은 법원에서 3년 동안 근무한 부장판사는 통상적으로 다른 법원으로 옮기는데, 형사합의35부가 지난해 유해용 전 판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한 것이 윤 부장판사와 달리 관례대로 전보 발령이 난 이유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의 담당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의 재판장은 ‘김명수 대법원’의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맡게 됐다. 댓글 조작사건으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2부의 재판장은 같은 재판부에 1년만 근무했는데, 이례적으로 일반 형사사건 담당이 아닌 재정신청 사건 재판부로 옮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부장판사 2명은 3년 이상의 근무를 희망했는데 전보됐고, 정 교수의 2심 재판부에 ‘김명수 대법원’의 첫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출신 부장판사가 배치됐다.전직 대법관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 원칙이 깨진 굉장히 이례적인 인사다. 심각해 보인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여당의 법관 탄핵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거부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과 맞물려 일부 법관들은 “특정 세력에 불리한 판결을 하면 인사 원칙을 깰 수 있다는 메시지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김명수 대법원장은 탄핵거래 한 건가요?” 한 현직 판사는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 8일 이 같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린 양 전 대법원장을 언급하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 글에는 “양 전 대법원장은 그래도 상고법원이라는 목표라도 있었죠”라며 “이번 탄핵거래는 (판사 출신의)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보은 또는 정권에 충성, 순전히 김 대법원장 본인을 위한 거라 보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판사는 “법관이 탄핵당하는 상황, 대법원장이라면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 아니에요”라며 “근데 그거 하겠다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직 안 받는 건 뭔가 목적이 있죠. 그 목적은 더할 나위 없이 정치적으로 보이네요”라고 적었다. 앞서 6일 게재된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는 추가로 댓글이 달렸다. 한 판사는 “책임지셔야 합니다. 방법이 무엇이든”이라고 지적했다. “분노와 실망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김두현 박승서 이세중 함정호 정재헌 신영무 하창우 김현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국회에서 탄핵당하도록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의지는커녕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는 개인 차원을 떠나 사법부의 존립과 사법제도의 신뢰 보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보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준을 더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 대한변협 회장들은 “지난 4년간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보여준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면서 “사법부 독립과 사법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실천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위은지 wizi@donga.com·신희철 기자}

“인사 원칙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든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의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대한 상이한 인사 이동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장이 예외적으로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게 된 반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장은 3명이 한꺼번에 다른 법원으로 전보됐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이번 인사에서는 판사가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어떻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지가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부 유지와 해체의 기준이 뭐냐”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가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잔류하게 된 것을 법원 내부에서는 가장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인사 실무상 서울중앙지법에 3년 동안 근무하고, 한 재판부의 재판장은 2년간 맡는다. 부장판사가 아닌 판사는 2년간 근무하게 돼 있는데 윤 부장판사의 배석 판사인 김용신 송인석 판사도 원칙을 깨고 각각 4, 5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남게 됐다. 법원 내부에선 윤 부장판사가 그동안 임 전 차장 재판에서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인 점이 인사에 반영된 것 같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임 전 차장은 윤 부장판사가 불공정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법관 기피 신청을 해 재판이 8개월간 중단됐다. 윤 부장판사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에 대한 재판도 맡고 있는데, 이 전 실장의 1심 선고 공판은 18일 열린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는 원칙이 적용됐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했고 배석 판사들도 2년 이상 근무해 모두 전보됐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의 2심 재판장도 변경됐다. 신임 재판장에는 직전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근무하던 최수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 이 전 법원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주요 사건 선고 결과 따라 희비 갈려 공교롭게 여권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주요 사건 재판부의 인사 내용도 판사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형사2부에 1년만 근무했지만 다른 재판부로 옮겼다. 통상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은 2년 동안 맡는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재정 신청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서울 광화문 집회 허용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건 등에 관여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들도 상당수 희망과는 다른 법원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1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잔류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교수 사건의 재판장인 임정엽, 김선희 부장판사는 각각 서울중앙지법에 3년간 근무했다는 이유로 이번 인사에서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 조치됐다. 정 교수의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는 재판부가 모두 교체됐다. 재판부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후 첫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임명한 이승련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배치됐다. 이 부장판사는 평소 주변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장관 사건 담당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 근무했지만 4년째 유임됐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6월 조 전 장관 재판에서 “검찰 개혁을 시도한 피고인에 대한 검찰의 반격이라 보는 일부 시각이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한 법관은 “인사 원칙이 존재하는 이유는 독립적인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따라 인사가 달라지면 되겠느냐”고 했다.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이번 인사로 이동한 법관들을 각 재판부에 배치하는 사무분담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 내부에선 22일 전에 발표될 사무분담 결과에서 윤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가 각각 임 전 차장 재판부와 조 전 장관, 울산시장 선거개입 재판부에 남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는 말이 나온다. 판사를 각 법원에 발령하는 일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사무분담은 법원장과 수석부장판사, 소속 법원 판사들로 구성된 사무분담위원회가 결정한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재판거래, 김명수 대법원장은 탄핵거래 한 건가요?” 한 현직 판사는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 8일 이 같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린 양 전 대법원장을 언급하며 김 대법원장을 비판한 것이다. 이 글에는 “양 전 대법원장은 그래도 상고법원이라는 목표라도 있었죠”라며 “이번 탄핵거래는 (판사 출신의)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보은 또는 정권에 충성, 순전히 김 대법원장 본인을 위한 거라 보입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판사는 “법관이 탄핵당하는 상황, 대법원장이라면 제일 피하고 싶은 상황 아니예요”라며 “근데 그거 하겠다고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직 안 받는 건 뭔가 목적이 있죠. 그 목적은 더할 나위 없이 정치적으로 보이네요”라고 적었다. 앞서 6일 게재된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는 추가로 댓글이 달렸다. 한 판사는 “책임지셔야 합니다. 방법이 무엇이든”이라고 지적했다. “분노와 실망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김두현 박승서 이세중 함정호 정재헌 신영무 하창우 김현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8명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국회에서 탄핵당하도록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의지는커녕 권력 앞에 스스로 누워버린 대법원장, 국민 앞에 거짓말하는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는 개인 차원을 떠나 사법부의 존립과 사법제도의 신뢰 보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보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준을 더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 대한변협 회장들은 “지난 4년간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보여준 행태는 지극히 실망스럽다”면서 “사법부 독립과 사법개혁에 대한 명확한 의지와 실천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은지 기자wizi@donga.com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단독]판사들 게시판에 “대법원장 사퇴를” 잇단 요구김명수 거취 놓고 법원 내부 혼란전직 변협회장 6명도 8일 성명현직 판사들이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국회에 거짓 해명을 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일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는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쓴 판사는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시네요.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글이 게시된 후 하루 만인 7일까지 800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공감을 표시하는 댓글 40∼50개가 달렸다. 한 판사는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이 심각한 함량 미달이라고 본다”고 했다. 익명 게시판의 사퇴 요구가 실명으로 글을 게재하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 등으로 이어진다면 법원 내부가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 하창우 신영무 정재헌 함정호 박승서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6명은 8일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최근 단행된 고위 법관 인사를 앞둔 지난달 중순 법원장 승진 인사가 유력했던 A 고등법원 부장판사에게 법원행정처가 “김 대법원장이 부담스러워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뜻을 전달받은 A 부장판사는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늦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된 A 부장판사는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고, 법원의 자체 징계도 받지 않았다. 법원 내부에선 “김 대법원장의 인사재량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박상준 speakup@donga.com·유원모 기자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자세와 자질의 심각한 함량미달이라고 봅니다. 취임 당시에는 기대도 컸는데 지금 보니 정권과 코드가 맞아 발탁된 분일 뿐 그릇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현직 판사들의 전용 인터넷 비공개 익명 게시판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판사의 글이 올라오자 한 판사는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현직 판사는 6일 익명 게시판에 ‘대법원장님 사퇴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원을 대표하는 분이 법원을 욕보이고 계시네요. 사퇴하십시오. 그 정도 양심은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글은 7일 오후 10시 기준 조회수 800여 회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 관련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던 해명이 4일 녹취록 공개 뒤 거짓말로 밝혀진 후 김 대법원장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인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판사들은 댓글을 통해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을 거세게 비판했다. 한 판사는 “이 사태를 그냥 뭉개고 넘어가면 떨어진 권위는 어떻게 회복하나요? 사퇴 안 하시고 뭉개면 지금의 비웃음이 계속될 것 같아 너무 창피합니다”라고 적었다. 판사는 법정에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데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에 허무하다는 판사도 있었다. 한 판사는 “형사재판 하면서 증인들에게 맨날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기억이 없으면 없다고 해라. 괜히 거짓말하면 위증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맨날 남의 진실을 판단하느라 그랬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일선 판사들이 2017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휘말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당시 익명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사퇴 요구 글은 얼마 뒤 실명 게시판으로 옮겨졌고, 결국 사법부의 진상 조사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익명 게시판에는 김 대법원장에 대해 “이러다 정말 (판사들이) 실명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순간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겁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사퇴하면 ‘코드 대법원장’ 또 온다” 자조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두고서는 판사들의 내부 의견은 갈린다. 한 판사는 댓글에서 “사퇴하는 경우 현 정권에서 코드에 더 ‘찰떡’인 분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국민 앞에 대법원장이 이렇게까지 망신당할 일을 만든 이상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라고 적었다. 다른 판사는 “사퇴도 못 할 것 같다. 정치권 눈치 보느라.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보고 참담했다”고 했다. 김현 하창우 신영무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6명은 이르면 8일 “사법부 독립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박상준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어제 일어난 일들로 저는 새벽에 잠이 벌떡 깨고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대법원장님은 사과 한마디하고 발 뻗고 주무셨습니까. 지금이 정녕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보다 더 정치 세력에서 독립되었고 인사는 더 공정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5일 전국 판사들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지난해 5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의 면담 당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법관 탄핵 관련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던 해명이 4일 거짓말로 밝혀진 뒤 김 대법원장이 사과한 것을 놓고 법원 내부는 이틀째 술렁이고 있다. 사법부 독립을 가장 앞장서 지켜야 할 대법원장이 여당의 법관 탄핵 움직임에 동조한 것을 두고 “참담하다”는 반응과 함께 리더십에 큰 흠이 생긴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조직 구성원 간의 믿음이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한 판사는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본인이 스스로 본인의 도덕적 법률적 양심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담보하는 사법부의 수장으로 얼굴을 드십니까”라며 “대법원장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 안 당하면 다행인 이 국면이 슬픕니다”라고 말했다. 이 글에는 “송구하다는 말로 덮을 일이 아니라 사퇴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탄핵 절차 앞두고 사직은 곤란하다고 한 게 뭐 그리 큰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일부 주장에 또 다른 판사는 “대법원장이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다 걸렸는데 아무 일 아닌 건가. 무너진 신뢰와 양심을 복구하려면 100년은 걸릴 것 같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정욱도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에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 모두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징계 절차가 마무리됐고 1심 무죄 판결까지 받은 임 부장판사가 수술 직후 대법원장과 면담을 했는데 김 대법원장이 사표를 반려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법관도 많다. 한 고위 법관은 “법원 내부의 현실화된 문제가 아니라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탄핵이라는 외부의 조건을 이유로 사표 수리를 안 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관도 “임 부장판사가 담낭 제거 수술로 몸무게가 30kg 빠졌다고 들었다. 안쓰러운 동료를 앞에 두고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때보다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준을 더 후퇴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를 통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정치권이 요구한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6년 가운데 2년 7개월이 남은 김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을 놓고 여권과 교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 부장판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이 더해져 참담한 심정이다. 김 대법원장이 결단해야 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한 법관은 “김 대법원장은 사퇴하지 않아도 ‘식물 대법원장’이다. 누가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따르겠느냐”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통해 법관들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관 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다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임 부장판사 등에 대한 탄핵을 의결한 적이 있고, 일부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물러날 일이 아니라고 반대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신희철 hcshin@donga.com·고도예 기자}
4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법원 안팎에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해온 정부 여당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날 한 고위 법관은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라고 본다”며 “검사가 공소기각 결정이 날 것을 알면서도 기소하는 것처럼 국회가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될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압도적 과반수를 확보한 집권여당이 판사를 탄핵하는 것은 오히려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아닌 일반 법관에 대한 탄핵 추진도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1948년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판사 탄핵소추안은 이번을 포함해 3차례다. 1985년 고 유태흥 전 대법원장,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이 “사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에게 재판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탄핵안 발의를 주도했다. 임 부장판사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위헌적 행위가 있었다”는 일부 판결 내용을 탄핵 사유로 삼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원칙적으로 법관 탄핵은 찬성하지만 최근 여당에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가운데 탄핵 절차가 시작된 건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최근 단행한 법관 인사에서 전국 최대 법원이자 주요 사건 재판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법의 ‘코드 인사’ 논란이 법원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주요 수석부장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참여하고, 검찰 수사를 주장한 법관들이 차지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유임된 배경을 놓고도 새로운 의혹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진상조사 강하게 주장한 법관들 요직에 9일 부임하는 성지용 신임 서울중앙지법원장(57·사법연수원 18기)은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2017년 3월 22일 1차 진상조사위원에 임명됐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이 당시 대법원에 비판적인 성향의 판사 명단을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이다. 1차 진상조사위가 출범하기 전인 같은 해 3월 9일 당시 춘천지법원장이던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진상조사를 강하게 주장했으며, 일부 대법관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위원장 선임을 공개 반대하는 등 위원회 구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재조사를 지시해 2,3차 조사까지 이어졌다. 성 원장은 같은 해 11월 블랙리스트 사건 2차 조사위원으로 다시 임명됐다. 성 원장의 전임인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62·14기)은 2차 조사위원장을 지냈다. 고연금 신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3·23기)도 블랙리스트 사건의 1차 조사위원이었다. 성 원장과 고 수석부장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 연구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다. 송경근 신임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57·22기)는 3차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 법원의 자체 조사로 끝내지 말고 검찰에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수석부장은 2018년 6월 8일 법원 내부망에 “검찰이 (법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면 이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 김 대법원장이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법관 10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법원장, 형사 및 민사수석부장 등 3곳은 법관들을 어떤 재판부로 배치할지 정하는 사무분담 권한과 법관이 심리할 재판을 재판부에 지정하는 사건 배당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영장발부 등 검찰의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4명의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배치할 수 있다. 한 고위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이용해 자기 편 판사들로 줄을 세워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형사부 근무기간 연장’ 설문 뒤 유임시켜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형사부에 근무하는 법관 94명에게 “형사부 근무 기간을 늘려 형사법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대안에 대해 형사부 판사들의 솔직한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는 이메일을 보내 답변을 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의 재판장은 법원에서 3년, 같은 재판부에서는 2년 간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메일을 받은 복수의 법관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과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52·26기)를 서울중앙지법에 남기려는 명분 쌓기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해당 설문조사가 최근 단행된 법관 인사의 최대 화두인 서울중앙지법의 ‘코드 인사’ 논란의 전조 아니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법관들은 대부분 ‘불희망’ 취지의 부정적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문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3일 발표된 인사에서 김 부장판사는 3년 동안 근무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떠나는 관례를 깨고 유임됐고, 관련사건 재판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인사 명단을 보고 자연스럽게 당시 설문조사가 생각이 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진보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배당받았지만 공판준비 기일만을 거듭해 아직 1차 공판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배당 중지를 신청해 같은 달 19일부터 추가 사건의 배당이 중지돼 다른 판사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 정해지는 사무분담에서 김 부장판사가 같은 재판부에 잔류해 조 전 장관 재판 등을 계속 맡게 될 경우 ‘늑장 재판’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4일 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김 부장판사가 맡은 사건이 많이 쌓여있어 일부 사건을 다른 형사재판부로 재배당했다. 사유는 ‘법관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상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서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 등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사건이 다른 형사재판부에 비해 많이 쌓여 있으면 ‘키 재기’를 해서 다른 재판부에 넘겨주곤 한다”며 “대부분의 형사부 판사들은 피고인의 상황 등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하려고 자주 야근하며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신희철 기자}
“만난 지 9개월 가까이 지나 기억이 희미했고 적지 않은 대화를 나눠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임성근 부장판사님과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4일 오후 5시 50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오늘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가 이뤄졌다.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8시 반경 “오늘 (사표) 수리해 버리면 (국회에서) 탄핵 얘기를 못 하지 않느냐”는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녹취록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4시간 만인 오후 1시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서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탄핵 문제로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서울 동작구·관악구 등에 있는 건물에서 대마를 재배해 판매한 사촌 형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이 경찰에서 인정한 대마 판매 수익은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손동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모 씨(35)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조 씨의 사촌형 최모 씨(40)에겐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조 씨와 최 씨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서울 동작구, 관악구, 경기 일산동구 2곳 등 4곳에서 대마초 총 313주를 재배했다. 선반과 식물성장 촉진용 LED 전구, 환풍기, 제습기 등을 설치하고, 대마초가 든 화분에 물과 영양제를 주며 대마를 재배했다. 조 씨는 대마를 다크웹(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웹)에서 판매하는 일을 총괄했다. 최 씨는 구매자에게 전달할 대마를 숨기는 역할을 했다. 조 씨와 최 씨는 지난해 7월 각각 자신의 주거지에 대마를 흡입하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 씨와 최 씨가 경찰에서 인정한 대마 판매 수익은 20억6000만 원에 달한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조 씨의 판매 수익만 1억4000만 원 규모다. 조 씨는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대마 주문을 받고 비트코인을 송금 받은 뒤 서울 강남구 등에 대마를 숨기고 매수자가 이를 찾아가게 하는 방법으로 총 170회에 걸쳐 대마 1389g을 판매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마약류 암거래 가격 등을 참고해 대마 1g당 10만 원을 적용했고, 총 1억3900여만 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조 씨와 최 시가 대마를 대규모로 재배·판매하면서 개인과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끼쳤다”면서 “전과가 없고 수사에 협조한 점은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범여권 국회의원 161명이 2월 임시국회 첫날인 2일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준 국민의 뜻”이라며 이낙연 대표 등 지도부까지 공동 발의에 참여해 사실상 당론으로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여당의 움직임에 국민의힘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반발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맞불을 놨다. 2월 임시국회 시작부터 여야가 법관 탄핵을 놓고 맞붙은 것이다. 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 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임 부장판사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장 뒤에 숨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재판을 바꾸기 위해 재판 절차에 개입하고 판결 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판사는 일본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보도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탄핵소추안은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4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161명이 발의에 참여해 가결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를 확보한 만큼 탄핵소추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탄핵 맞불’ 작전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여당은 헌법재판소가 (법관 탄핵을)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법부 길들이기이자 협박용으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대법원 판결을 쏟아내고, 4·15 부정선거 관련 재판을 불법으로 지연시킨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의석수가 102석에 불과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을 통해 “사실관계의 확인도 없이 1심 판결의 일부 문구만을 근거로 탄핵소추의 굴레를 씌우려 하는 것은 특정 개인을 넘어 전체 법관을 위축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법에 따른 사실 조사가 선행되기를 희망한다”면서 “그러한 절차가 진행된다면 저로서는 당연히 그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2월 임시국회 개회사를 통해 “국민 통합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이라며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개헌론을 폈다.박민우 minwoo@donga.com·유성열·신희철 기자}

“올해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M&A(인수합병)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다. 이에 따른 법률 수요 증가에 종합적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올 1월 법무법인 태평양의 신임 업무집행 대표변호사로 취임한 서동우 변호사(58·사법연수원 16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기업과 투자자들이 M&A를 본격 재개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 대표는 “홍콩 등 해외 주요 거점에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바이오,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가치가 높아진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의 진단대로 M&A 시장 조사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 규모는 444억 달러로, 전년(540억 달러) 대비 18%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투자 규모(200억 달러)가 3분기까지 누적(244억 달러)의 83%에 달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 전문 변호사인 서 대표는 태평양 성장의 주역이다. 1984년 사법시험 수석 합격, 1987년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그는 아버지 고 서윤홍 전 대법관의 권유에도 판사 대신 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송무뿐만 아니라 글로벌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태평양 설립자 김인섭 변호사는 1990년 서 대표를 영입했고, 태평양의 사업 확장과 서 대표의 성장은 궤를 함께했다. 토종 로펌인 태평양이 송무에서 출발해 기업 법무, 국제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동안 서 대표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한국외환은행 외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등의 자문역을 하며 기업 법무의 한 축을 담당했다. 서 대표는 경영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로 ESG를 꼽았다. ‘환경에 대한 관심,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의미하는 ESG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투자자와 주주들이 ESG에 소홀한 기업은 점차 외면할 것”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로펌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자산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025년부터 환경, 노사관계 등 ESG 사항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의무는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ESG 관련 상담이 늘면서 태평양뿐만 아니라 김앤장, 광장, 세종 등이 대응팀을 설립해 자문에 응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서 대표는 “두 사안 모두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많다”면서 “중대재해 예방·대응 TF를 확대해 강화된 (기업들의) 민형사 책임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범기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최현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등을 영입하면서 형사 사건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에 흩어져 있던 사무실을 지난해 종로 센트로폴리스 빌딩으로 한데 모아 ‘종로 시대’를 연 태평양이 ‘집적 효과’를 발휘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서 대표의 과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어우러져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1990년 입사 당시 변호사가 30여 명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변호사 680명 등 직원이 1300여 명”이라며 “젊은 인재와 전문가들이 주도권을 잡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의원은 일반 형사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 씨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발급해 대학원 진학을 도운 혐의(업무방해)로 최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해당 인턴 확인서가 능력이 아닌 인맥에 의해 발급됐을 여지가 있다”며 “입시 공정성을 훼손한 행위로 가벼이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이날 선고에서 최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대표는 조 씨에 대한 인턴 확인서에 “조 씨가 법무법인 청맥에서 2017년 1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인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게재했다. 이 문구에 대해 최 대표는 “매주 2회 총 16시간이라는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실제 근무한 16시간을 가리키는 것이었던 만큼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최 대표가 의도적으로 허위 내용을 기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9개월 동안의 누적 합계가 16시간이라고 하면 1회 평균 12분 정도에 불과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매주 16시간이라는 의미로 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씨가 몇 차례 법무법인에 방문했다고 해도 정기적인 업무 수행 자체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인턴 확인서의 내용은 입학 담당자가 오인·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 판사는 조 씨를 목격한 법무법인 직원이 거의 없었던 점, 최 대표가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오랜만에 조○(조 전 장관 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근거로 조 씨가 정상적인 인턴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정 판사는 또 최 대표가 정 교수에게 “형수님, 그 서류로 합격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란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지적하며 해당 확인서가 입시 제출용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이 조 씨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단함에 따라 조 전 장관도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 교수와 공모해 최 대표로부터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아들 조 씨의 2017년 연세대·고려대 대학원 입시와 2018년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4·15총선 때 조 씨의 인턴 확인서를 허위 작성한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최 대표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 사건 관련 허위 사실을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7일 기소되는 등 모두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최 대표는 선고 직후 “재판부가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와 사실관계에 현혹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견제할 역할을 법원이 할 수 있다고 봤지만 1심 재판에선 허사였다”며 항소했다. 이날 판결로 최 대표에 대한 기소 결재를 미뤄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지검장은 지난해 1월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최 대표를 기소하겠다고 수차례 결재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이 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소 지시에도 따르지 않았고, 결국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의 전결로 최 대표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다.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이종엽 변호사(58·사법연수원 18기·사진)가 당선됐다. 대한변협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인 이 변호사가 조현욱 변호사와의 결선투표를 거쳐 차기 회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이날 투표에 회원 2만4468명 중 1만4550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 변호사가 8536표(58.67%)를 얻어 6014표(41.33%)를 얻은 조 변호사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 변호사와 조 변호사는 앞서 25일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나 1위 후보가 3분의 1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해 규정에 따라 결선투표를 치렀다. 서울변호사회가 아닌 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가 대한변협 회장에 선출된 것은 2013년 위철환 변호사 이후 8년 만이다. 새 변협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25일부터 2년간이다. 이 변호사는 “회원 변호사들의 강한 의지를 전달받았다고 생각한다. 절대 초심을 잃지 않고 공약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인천 광성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2년 검사로 임관해 인천지검 등에서 근무한 뒤 19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인천 경실련 공동대표, 대한변협 이사 등을 역임했다. 법조계에선 이 변호사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젊은 변호사들의 표심을 얻은 것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가 이 변호사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25일 서울변호사회 회장에 로스쿨 출신인 김정욱 변호사(42·변호사시험 2회)가 당선되는 등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세대교체와 주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신희철 hcshin@donga.com·유원모 기자}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A 양이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은 지 4년여 만에 햄버거 패티의 유해성을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장영채 판사는 2016년 한국맥도날드 등에 쇠고기 패티를 공급한 제조업체 맥키코리아의 대표 송모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공범인 황모 씨와 정모 씨에겐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이들이 쇠고기 패티가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맥도날드 등에 판매해 축산물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HUS는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A 양은 당시 HUS 진단을 받았고, 신장의 90%가 제 기능을 못 해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도 인공 투석 장치를 달고 생활해야 하는 등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A 양처럼 세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 심각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최소 5명이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이 식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치고 사회 전반에 해악을 끼쳤다”고 말했다. A 양 측 황다연 변호사는 “오염 사실을 알고 판매한 이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피해자 측에서 유감을 표하고 있다”면서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음식을 판매한 이들에게 더욱 엄격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맥키코리아로부터 쇠고기 패티를 공급받아 햄버거를 판매한 한국맥도날드에 대해 식품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수사를 하고 있다. A 양 부모는 2017년 한국맥도날드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2018년 1월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맥도날드가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2019년 재수사에 착수했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기존 후보자들 중 두명이 기호 2번 조현욱 변호사(55·사법연수원 19기)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조 변호사 측은 26일 “아쉽게도 결선투표에 가지 못한 황용환 이종린 변호사가 조 변호사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 측은 또 “조 변호사는 이번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향후 당선될 경우 다른 후보들의 좋은 공약들을 회무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와 이 변호사 측은 이날 “국회와 정부 등을 상대하는 업무에서 변호사들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건 조 변호사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의 지지 선언으로 조 변호사는 총 5명의 후보 중 2명의 지지를 받게 됐다. 25일 치러진 본 투표에서 이종엽 변호사(58·사법연수원 18기)와 조현욱 변호사가 각각 1, 2위를 했다. 하지만 1위 후보가 전체 투표수의 3분의 1 이상 득표하지 못해 27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 변호사와 조 변호사는 25일 본 투표에서 각각 3948표(26.82%)와 3528표(23.97%)를 얻었다. 27일 결선 투표에선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지지 의사를 표명한 황용환 변호사(65·26기) 이종린 변호사(58·21기)는 25일 본 투표에서 각각 3, 5위를 기록했다. 이들 2명이 25일 본 투표에서 받은 표는 총 5035표(34.2%·25일 투표 기준)다. 대한변협회장 선거 경험이 한 변호사는 “조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늦게 선거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선방했다”며 “결선 투표에서 여성 변호사들의 표가 얼마나 결집하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변호사는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뒤 10년간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공익 변론을 했다. 이후 2000년 대전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조 변호사는 2008년 변호사로 개업해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대한변협 부협회장, 한국여성변호사회장 등을 역임했다. 25일 본 투표에서 4위를 기록한 박종흔 변호사(55·31기)는 이날 이종엽 변호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종엽 변호사는 직역수호를 넘어 직역창출을 이룰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이종엽 변호사에게 회원들의 소중한 표를 행사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밝혔다.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