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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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화 일반37%
문학/출판37%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2%
  • 설총 성균관 문묘봉안 1000주기… 전국시조백일장-학술대회 등 행사

    신라시대 유학자 홍유후 설총(薛聰·655∼?) 선생의 성균관 문묘 봉안 1000주기를 맞아 설총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성균관(관장 손진우)은 2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 등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했다. 성균관 명륜당 앞마당에서 설총의 업적을 주제로 열린 전국시조백일장에는 지난달 사전 신청을 통해 예선을 통과한 학생 및 일반인 33명이 참가했다. 성균관은 백일장 본선에 오른 참가자 전원에게 ‘장원’ 등 상장을 수여했다. 원효대사의 아들인 설총은 당나라에서 접한 ‘주역’ ‘주례’ ‘의례’ ‘예기’ 등 구경(九經)을 읽고 해독해 후학을 양성한 수위(首位) 유학자로 꼽힌다. 고려 현종 때인 1022년 유림의 본산인 성균관에서 ‘유학의 종주’로 배향돼 현재까지 기려 왔다. 성균관은 26일 경북 경산시 삼성현문화박물관에서 관련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설총은 한문을 알지 못해 문자 생활을 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한자의 음과 훈을 빌려 우리말을 적는 ‘이두 표기법’을 정리한 언어학자로 추앙받는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설총 선생은 유학뿐 아니라 도교와 불교 등 당대 사상을 총망라해 후대에 전한 사상가이자 언어학자”라며 “이두 표기법을 집대성한 덕분에 한문 경전을 국어화해 읽을 수 있게 됐고, 훗날 한학 연구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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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어카 아저씨…달동네 피란민…“서울을 움직인 힘은 사람들”

    “제가 살아온 서울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이 누구인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나의 이야기가 한 시대의 삶을 이야기하는 증언이 될 수 있으니까요.” 1993년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시리즈를 펴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73)가 고향인 서울 답사기 후속편으로 시리즈를 이어간다. 2017년 서울 편 1·2권을 내놓은 데 이어 사대문 안동네와 한양도성 밖의 역사를 엮은 3·4권을 25일 출간했다. 유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을 움직인 힘은 바로 서울을 살아낸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앞선 두 권에서 조선 궁궐과 왕실의 역사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의 주인공은 서울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그는 고고학자들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듯, 오늘날 서울에 남겨진 흔적을 되짚는 ‘고현학(考現學)’의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유 교수는 평수로 2억 평이 넘는 대도시 서울에서 특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뒤 폐허가 된 도시를 채우고 변화시킨 사람들 이야기에 주목했다. 1930년대 성북동에 터를 잡은 문인들이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이주하며 갑작스럽게 불어난 서울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북촌과 성북동 일대 대규모 주택 개발이 이뤄졌다. 유 교수는 “1933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성북동에 자리 잡은 것을 필두로 이태준을 비롯한 문인들이 살아가며 성북동은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나는 ‘문인들의 아지트’가 됐다. 1939년부터 1941년까지 출간된 문학잡지 ‘문장지’는 성북동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했다. ‘서울토박이’인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도 담았다. 유 교수는 6·25전쟁 직후 천막으로 지은 임시 교실에서 수업을 들은 일화를 전하며 “추억으로 남은 이야기가 후대 사람들에게는 당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문화사”라고 말했다. 책에는 인사동에서 리어카를 끌며 이삿짐을 날랐던 ‘황 씨 아저씨’나 6·25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성북동 달동네에 터를 잡은 피란민들도 등장한다. 그는 “이런 필부필부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궈나간 곳이 서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편을 끝으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끝맺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어느덧 길었던 대장정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다. “아직 가봐야 할 곳과 써야 할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요. 마지막은 ‘국토 박물관 순례’라는 주제로 그동안 제가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전하려고 해요. 첫 장은 전곡리 구석기시대 유적, 가장 마지막 장은 독도예요. 독도에 가서 나의 이야기를 끝내려 해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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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자리서 수백 년… 청와대 터줏대감들

    청와대의 주인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에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킨 나무들이 있다. 청와대 수궁 터에 있는 744년 된 주목(朱木)은 청와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고목나무다. 오랜 세월을 버틴 탓일까. 자그마한 키에 몸체 대부분이 죽어버려 속은 텅 비었지만 지금도 여름이 찾아오면 푸른 이파리를 만발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 비단 주목뿐일까. 청와대에는 현재 100년이 넘은 고목나무가 무려 총 43그루나 있다. 올 5월 10일 청와대가 개방된 뒤 역대 대통령이 거주했던 관저와 귀빈을 맞던 상춘재 등 건물들은 큰 관심을 받았지만, 청와대에 있는 5만5000여 그루의 나무들은 이름 없이 스쳐지나가는 등산로의 조연에 불과했다. 경북대 산림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2019년 대통령경호처의 의뢰로 청와대 경내에 있는 나무 208종을 조사해 연구서 ‘청와대의 나무와 풀꽃’(2019년)에 담아냈다. 책에는 청와대 통행로를 따라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나무 등 85종을 추려 상세한 해설을 담았다. 저자는 “더 많은 이들에게 청와대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 경내에 심은 기념식수 속에서 정치적인 의미를 짚어내는 대목도 흥미롭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인근 등산로에 심은 서어나무는 꽃이 아름답지도, 열매가 달리지도 않아 못생긴 축에 속한다. 특징이 있다면 여느 산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하디흔한 나무라는 것. 저자는 “서어나무에는 친서민과 탈권위를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의 철학이 담겼다”고 풀이한다. 책 첫 번째 장에는 ‘청와대 나무 지도’를 담았다. 말채나무, 팥배나무, 오갈피나무, 섬괴불나무, 때죽나무…. 청와대를 관람할 때 난생처음 듣는 나무의 이름으로 빼곡한 이 지도를 펼쳐 보며 산책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청와대의 진정한 주인은 세상이 변해도 오랜 시간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이 나무들일지 모른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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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헌엔 딱딱한 한문만? 사람사는 냄새가 진득

    29만8092점.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의 장서각 수장고에 있는 일제강점기 포함 조선시대 사료 수다. 종류도 다양하다. 왕실 문헌만 12만여 점이 소장돼 있으며, 노비문서나 양반들이 주고받은 편지, 유서 등 민간 고문헌도 17만여 점이나 된다. 10일 출간된 ‘고문헌에 담긴 조선의 일상’(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은 정수환 고문서연구실장(48) 등 장서각 소속 연구원 8명이 방대한 자료 가운데 조선의 일상이 잘 드러나는 내용들을 정리한 책이다. 한중연에서 22년째 고문헌을 탐구해온 정 실장은 20일 전화 통화에서 “고문헌이 딱딱한 한문만 가득할 것 같지만, 실은 사람 사는 냄새가 진득하게 담겨 있다”며 웃었다. 정 실장이 추천한 대표적인 사료는 실학자 황윤석(1729∼1791)이 8세부터 62세까지 쓴 일기 ‘이재난고(이齋亂藁)’다. 모두 46권인데, 그중 한 권은 18세기 중엽 한양의 주택시장에 대한 ‘깨알 정보’가 가득하다고 한다. 고향인 전북 고창에서 벼슬살이를 하던 황윤석은 1769년 마흔 살에 승진해 한양에서 왕실 족보를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서울 직장생활’을 위해 고향 땅을 판 40냥을 들고 사대문 안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지만 작은 집 한 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황윤석은 내 집 마련이란 꿈을 포기하게 됩니다. 한양에 집을 못 구해 하숙생으로 지내게 되죠. 예나 지금이나 지방 사람에게 ‘서울살이’는 힘들었던 거죠.” 고문헌 탐구는 역사적 인물의 면모를 들여다보는 풍부한 단서도 제공한다. 병자호란 때 청에 끌려가 목숨을 잃은 ‘삼학사(三學士)’ 가운데 하나인 오달제(1609∼1637)가 그랬다. 남한산성에서 끝까지 청과의 화의에 반대했던 기개는 그가 남긴 ‘충렬공유고(忠烈公遺稿)’에 잘 드러난다. “문집에 1633년 오달제가 24세에 응시한 과거시험 답지가 나와요. 당시 문제가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준비하던 ‘동전’을 유통할 좋은 방법을 서술하라는 거예요. 근데 오달제는 ‘동전을 만드는 게 임금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려는 것인지 민초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되레 따져 묻는 답을 씁니다. 국가시험 응시생이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의 유해성을 지적하고 나선 거죠. 그의 곧은 성정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정 실장은 “이처럼 ‘임자’를 기다리는 고문헌은 무궁무진하다, 별것 아닌 조선의 낙서에서 당대의 유머 코드를 읽어낼 수도 있다”며 “수많은 사료에서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 건 후손들이 해야 할 큰 숙제”라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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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행길 나선 친구에게 길을 설명하듯 장애인에게 ‘TV속 세상’ 안내해줘요”

    “처음엔 제 동생에게 더 명확한 세상을 알려주고 싶어 시작했어요.” 그저 한 가지 작은 소망이었다. 동생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싶었다. 임현아 작가(37)의 동생은 지금 서른이 넘었지만 정신 연령은 세 살이다. 뇌병변과 지적 장애로 온종일 TV 앞에 앉아 화면만 바라본다. 임 작가는 그런 동생에게 TV 속 세상을 조금이나마 들려주고 싶었다. 영화를 볼 때면 스무고개를 하듯 동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골랐다. “왕자님이 하늘에서 구름 타고 궁궐로 내려왔어.” “전우치가 그림 속으로 슝 들어간 거야.”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계속 말을 건네다 자연스레 ‘화면해설 작가’라는 직업을 꿈꾸게 됐다. 임 작가를 포함해 장애인을 위해 영상 설명 극본을 쓰는 ‘화면해설 작가’ 5명이 자신들의 일과 삶을 담은 에세이 ‘눈에 선하게’(사이드웨이)를 12일 펴냈다. 화면해설 작가란 시각장애 등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 등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영상을 설명하는 대본을 전문적으로 쓰는 이들이다. 2011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에서 화면해설 작가 양성교육을 받은 임 작가는 그간 영화 ‘체포왕’(2011년), KBS 다큐멘터리 ‘동행’ 등의 화면해설 대본을 써왔다. 함께 책을 펴낸 권성아(51) 김은주(46) 이진희(46) 홍미정 작가(51)는 함께 교육받은 입문 동기이자 10년 넘게 같은 길을 걸어온 동료들이다.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들은 “화면해설 작가란 초행길에 나선 친구에게 길을 설명하듯, 장면 속 모든 걸 꼼꼼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이라며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라 좀 더 많은 분에게 이 일의 필요성을 알려주려고 책을 썼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은 모두 403편입니다. 그런데 화면해설이 포함된 작품은 10여 편뿐이에요. 3%도 안 되죠. 저희는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기생충’ ‘미나리’ 같은 좋은 작품을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홍 작가) 물론 국내에서도 2011년 방송법 개정 뒤 화면해설방송이 의무화됐다. 방송사들은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5∼10%를 화면해설방송으로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김 작가는 “아무래도 법이 정한 대로 의무만 다하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연말쯤 화면해설방송 할당량이 차면 멀쩡히 해설방송을 하던 프로그램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면을 설명하는 일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눈빛이나 몸짓이 중요한 장면이 그렇다. 권 작가는 4월 종영한 tvN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너무 막막했다”고 떠올렸다. 주인공 나희도(김태리)와 백이진(남주혁)이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대사가 겨우 다섯 마디였다. “수백 번 돌려본 끝에 이렇게 썼어요. ‘희도가 지나쳐 가는 이진의 팔을 잡는다. 이진의 눈길이 희도의 손에서 천천히 얼굴로 향한다. 희도는 이진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이진은 팔을 붙잡힌 채 희도의 말을 듣고 있다.’ 예상보다 더 만만치가 않죠? 하하.” 작가들은 인터뷰 도중 갑자기 휴대전화를 켜서 보여줬다. 각자의 메모장엔 온갖 표현과 단어가 빽빽했다. 이 작가는 “귀에 착 달라붙는 문장 하나를 찾으려 밤새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있다”며 웃었다. “글을 쓰는 게 본업이지만, 실은 장애인에게 말을 건네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뻔한 표현보단 가장 적확한 표현을 찾아야, 아주 작은 감정의 떨림까지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작가란 독자에게 그런 걸 전달해주는 직업이 아닐까요.”(이 작가)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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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장인물의 작은 떨림까지…우린 세상을 글로 그려내는 사람들”

    “처음에는 동생에게 더 정확한 세상을 들려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동생과 함께 웃고, 함께 울고 싶었다.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은 서른이 넘었지만 정신 연령은 3살이다. 온종일 TV 앞에 앉아 번쩍이는 화면만 바라보는 동생에게 TV 속 세상을 들려주고 싶었다. 영화를 볼 때면 마치 스무고개 놀이를 하듯 동생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골라냈다. “왕자님이 하늘에서 구름 타고 궁궐로 내려왔어. 전우치가 그림 속으로 슝 들어 간 거야.” 한 장면이라도 더 들려주고 싶어 동생에게 계속 말을 건네다 보니 자연스레 ‘화면해설 작가’를 꿈꾸게 됐다. 2011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에서 화면해설 작가 양성교육을 받으며 화면해설의 세계에 입문한 임현아 작가(37)는 어느덧 영화 ‘체포왕’(2011년), KBS1 다큐멘터리 ‘동행’ 등을 해설한 12년차 베테랑 작가로 성장했다. 화면해설 작가는 영화, 드라마 등 영상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몸짓과 표정, 때와 장소의 변화를 풀어 쓰는 일을 한다. 11년 전 임 작가와 함께 화면해설 작가의 세계로 입문한 권성아(51), 김은주(46), 이진희(46), 홍미정 작가(51)는 12일 화면해설 작가로서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눈에 선하게’(사이드웨이)를 펴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19일 만난 이들은 “화면해설 작가란 초행길을 찾아오는 친구에게 길을 알려주듯, 시각장애인 등 영상 해설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들려주는 사람”이라며 “더 많은 이들에게 화면해설 작가의 세계를 알려주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403편 가운데 화면해설이 포함된 작품은 3%, 10여 편뿐이에요.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이지만 아직까지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선택지가 부족해요. 큰 변화를 바라는 게 아녜요.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 즐기자는 겁니다.” (홍 작가)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올해로 21년째. 2011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지상파·보도채널·종합편성채널은 전체 방송의 10%를, 기타 방송사업자도 5~7%를 화면해설방송으로 편성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김 작가는 “방송사에서는 의무 할당량만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연말쯤 화면해설방송 할당량을 다 채우면 멀쩡히 진행하던 해설 방송이 중단되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꼭두새벽에 일어나면 제가 해설하는 방송의 시청률부터 확인해요. 시청률이 저조하면 화면해설방송이 가장 먼저 사라지거든요.” (김 작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화면해설 대본을 살펴본 시각장애인 모니터링 요원이 “해설이 아주 좋아요. 안 봐도 비디오!”라고 칭찬해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권 작가는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드라마 속 5분을 설명하기 위해 5시간을 고민할 때도 많다”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장 정확한 표현을 골라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권 작가는 올 4월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해설을 맡았을 때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인공 나희도(김태리 역)와 백이진(남주혁 역)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에 나오는 대사는 단 다섯 마디뿐이었다. 이들이 주고받는 눈빛과 몸짓이 대사보다 더 중요한 단서였다. 결국 같은 장면을 수백 번 돌려본 끝에 이런 해설이 나왔다. ‘희도가 지나쳐 가는 이진의 팔을 잡는다. 이진의 눈길이 희도에 손에서 천천히 희도의 얼굴로 향한다. 희도는 이진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이진은 팔을 붙잡힌 채로 희도의 말을 듣고 있다. (중략) 희도는 떨리는 눈빛으로 이진을 올려다본다. 이진의 떨리는 눈동자도 희도만을 향해 있다.’“멜로드라마에서는 대사보다 등장인물의 몸짓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때가 많아요. 비시각장애인들은 사소하게 스쳐 지나갈 몸짓 하나도 놓칠 수 없죠.” (권 작가) 이들의 휴대전화 메모는 온갖 사물의 이름들로 빼곡하다. 이 작가는 소설과 시를 찾아 읽으며 하나의 장면을 표현할 다른 말들을 찾아낸다. 그는 “화면해설을 하면서 귀에 착 달라붙는 표현 하나를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을 때가 많다”며 “등장인물들이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도 ‘시선이 닿는다, 머문다, 향한다, 멈춘다, 고정돼 있다, 시선을 돌린다, 눈길을 거둔다’ 등으로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저는 글을 쓰지만 시각장애인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뻔한 표현 말고 가장 적확한 표현을 찾아서 등장인물이 느끼는 아주 작은 떨림까지 들려주고 싶어요. 우리는 화면해설사가 아니라 화면해설 ‘작가’이니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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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문헌서 ‘사람 냄새’ 찾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나를 10냥에 팝니다.”1767년 5월 한순재는 용산서원에 자신을 내다 팔며 자매명문(自賣明文·평민이 자신을 노비로 팔기 위해 만든 문서)을 남겼다. 평민 신분이었던 그는 봄에 기근이 닥친 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렸지만 갚을 방도를 찾지 못하자 결국 자기 자신을 내다 판 것. 1801년 선암외라는 사람은 서원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10살과 7살 난 두 딸을 팔며 “형편상 빚을 갚을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내가 낳은 두 딸을 서원에 영원토록 팔아버린다”는 글을 남겼다. 30만여 점. ‘기록유산의 보고’라고 불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수장고에는 이 같은 조선시대 노비문서뿐만 아니라 양반들이 주고받은 편지, 유서 등 조선시대 민간 고문헌 17만 여 점과 조선 왕실 문헌 12만여 권이 빼곡하게 소장돼 있다. 이곳에서 22년째 고문헌을 탐구해온 정수환 고문서연구실장(48) 등 장서각 소속 연구원 8명이 10일 신간 ‘고문헌에 담긴 조선의 일상’(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을 펴냈다. 20일 오전 전화로 만난 정 실장은 “딱딱한 한문만 가득할 것 같은 고문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냄새 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웃었다. 조선 실학자 황윤석(1729~1791)이 8세부터 62세까지 쓴 일기 ‘이재난고(頤齋亂藁)’ 46책 중 1책에는 18세기 중엽 한양 주택시장에 대한 깨알 정보들이 가득 들어 있다. 1769년 41세에 왕실 족보를 관리하는 관청인 종부시의 종7품으로 승진하며 고향인 전북 흥덕을 떠나 한양에서 벼슬살이를 시작한 그의 일기 속에 한양 주택 임장기가 담긴 것. 고향 땅을 팔아 40냥을 챙긴 그는 4대문 안에 있는 중소형 주택 10여 곳을 돌며 발품을 팔았지만 끝내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지 못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7급 공무원 1년 연봉으로는 먹고 살기 빠듯했어요. 결국 황윤석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하숙생으로 한양에서 살아요. 지방 청년들이 서울서 살아남기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어요.” 고문헌은 짧은 생을 살다간 충신의 생애를 복원하는 단서가 돼주기도 한다. 정 실장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항복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다 전쟁이 끝난 직후 청나라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오달제(1609~1637)가 남긴 문집 ‘충렬공유고(忠烈公遺稿)’에서 그의 흔적을 찾았다. 1633년 인조 집권 당시 그가 제출했던 과거급제 답안지가 담긴 것. 인조는 국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동전 유통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과거시험에 ‘동전을 유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서술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오달제가 25세 때 제출한 답변은 출제자의 의도를 뛰어넘어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었다.‘동전을 만드는 것은 임금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것입니까? 나라를 이롭게 하려는 것입니까? 민심이 고통스럽게 여기면 이 법은 성공하지 못하고 폐기될 것입니다.’ 정 실장은 “오달제는 시험에서 임금에게 잘 보이는 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청년은 당돌하게 임금을 향해 동전을 유통함으로써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진 않았는지를 되묻고 있다”며 “이 자료 덕분에 29세 짧은 생을 살다간 오달제의 곧은 성정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오달제의 의리는 임금을 향했다기보다 백성을 향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의미 없어 보이는 낙서도 연구하는 이의 ‘안목’에 따라 재발견될 수 있어요. 그 낙서에서 옛 조선의 유머 코드를 읽어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직까지 이야기를 발견해줄 ‘임자’를 기다리는 고문헌들은 많이 있습니다. 후학들과 함께 앞으로도 저는 옛 문헌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찾아낼 겁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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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사법은 윤리적 잣대 아닌 환자의 고통 중시해야”

    2019년 암을 앓고 있던 89세 브래드쇼 퍼킨스 주니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병원에 누워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 자녀는 아버지의 ‘죽음 예정일’에 맞춰 그의 곁을 지켰다. 브래드쇼는 침대 맡에 서 있는 자녀들에게 그동안 “사랑했고 고마웠다”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마침내 의사가 건넨 약물을 삼키자, 그는 고통 없이 평온한 죽음을 맞았다. 캐나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케이티 엥겔하트(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브래드쇼의 마지막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 그것은 분명 ‘의미 있는 죽음’이었다”고 했다. 올해 8월 국내에 출간된 ‘죽음의 격’(은행나무)을 쓴 엥겔하트는 2015년부터 6년간 세계를 다니며 존엄사를 선택한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과정을 책에 담았다. “브래드쇼가 그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캘리포니아주가 2015년 존엄조력사법과 같은 의미를 지닌 ‘생애말기선택권법’을 시행했기 때문이에요. 이 법이 시행된 직후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조력사 의료 영업이라는 새로운 의료산업이 주목받고 있어요. 한 사회가 법 시행 뒤 바뀌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엥겔하트는 1994년 미 오리건주에서 세계 최초로 존엄조력사법이 통과된 뒤로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관련법을 도입한 나라를 두루 살폈다. 국내에서는 올 6월 국회에서 존엄조력사법이 발의된 상태다. 엥겔하트는 이 과정에서 ‘지하 안락사 조직’의 실태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던 한 은퇴한 변호사는 안락사용 불법 약물을 사려고 멕시코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며 “현재 세계 곳곳에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약물을 대리해서 구매하거나 대신 투약해주는 조직이 존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령사회로 접어들수록 불법적인 경로로 약물을 구매해 안락사를 시도하려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질병의 고통에 놓인 이들은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존엄조력사법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건 종교나 윤리의 잣대가 아니라 병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의 마음이 아닐까요. 고령사회로 접어들수록 정부와 사회가 이들의 고통에 하루빨리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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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을 예약한 사람들…‘존엄사’의 마지막 순간은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89세 노인 브래드쇼는 병원 침대에 누워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지역에 살던 자녀들은 그의 죽음 예정일에 맞춰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그의 곁을 지킨다. 브래드쇼는 침대 맡에 서 있는 세 자녀들을 향해 그동안 “사랑했고 고마웠다”는 작별 인사를 남긴다. 자녀들은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입을 맞춘다. “아버지가 저를 사랑한다는 것은 늘 알았다”고 답하며. 마침내 의사가 건넨 약물을 삼키자, 그는 고통 없이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 2015년부터 6년 동안 미국,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등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존엄사를 선택한 이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캐나다 출신 다큐멘터리 제작자 케이티 엥겔하트. 최근 존엄사 현장을 담은 신간 ‘죽음의 격’(은행나무)를 올해 8월 17일 국내에 출간한 그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서면 인터뷰에서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브래드쇼의 마지막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 한다“고 답했다. “죽음이 예정돼 있었기에 그의 자녀들은 직장을 쉬고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생의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멋진 죽음’이었습니다.”브래드쇼가 존엄하게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캘리포니아주가 2015년 미국 최초로 일명 ‘존엄조력사법’이라고 불리는 ‘생애말기선택권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는 조력사 의료 영업이 활성화됐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 6월 국회에서 ‘존엄조력사법’이 최초로 발의됐다. A 씨처럼 치료가 어려운 말기 환자가 의사에게 요청하면 약물 처방을 받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마련될 수 있는 첫 단추가 꿰어진 셈. 1994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세계 최초로 존엄조력사법이 통과된 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국가를 살펴본 케이티 엥겔하트는 “우리가 존엄조력사법을 논의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인 잣대가 아니라 실제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느낄 고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해 힘써온 한 활동가가 제게 해준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삶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지만, 그것을 버릴 수 없다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죠.” 저자는 책 속에 ‘지하 안락사 조직’의 실태도 담았다. 그는 “맨해튼에 거주하는 한 은퇴한 변호사는 안락사에 이를 수 있는 약물을 사기 위해 멕시코로 안락사 약물 구매 여행을 떠났다. 전 세계 곳곳에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약물을 대리해서 구매하거나 대신 투약해주는 지하 안락사 조직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존엄조력사법이 합법화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경고다. “고령사회로 접어들수록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인 경로로 약물을 구매해 안락사를 시도하려 할 겁니다. 질병의 고통 속에 놓인 이들은 법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거든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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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더 싸게, 더 많이… 돈벌이 수단 된 美 교도소

    “지옥에 잘 오셨습니다. 여기는 암흑의 동굴입니다.” 미국 잡지 ‘마더존스’의 기자인 저자가 2014년 루이지애나의 한 민영 교도소에 4개월 동안 교도관으로 위장 취업해 목격한 현실은 지옥 그 자체였다. 2.5m² 남짓한 감방에 재소자 2명을 몰아넣었다. 조명이 나간 채 방치된 복도는 한낮에도 어두컴컴했다. 방바닥에는 음식물 찌꺼기, 쓰레기, 종이 뭉치가 굴러다녔다. 재소자들은 그들을 관리하는 교도관에게 “우리가 개똥만도 못하냐”며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각 층별 교도관 수는 재소자 176명당 1명꼴. 온갖 소란과 열악한 환경을 그저 방기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책은 미 전역의 재소자 150여만 명 가운데 13만 명가량을 책임지는 미국 민영 교정회사(CCA) 소속 교도관으로 근무한 저자가 민영화 교도소의 실태를 고발한 르포르타주다. 비좁은 감방 안에 진동하는 악취와 온갖 쓰레기가 널브러진 열악한 내부를 눈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교도소에서 보고 겪은 생생한 현장뿐 아니라 옛 재소자 회고록, 신문, 역사책을 뒤져 미국 교도소가 민영화된 역사도 담았다. 저자는 1800년대 미국 교도소가 민영화된 배경에는 인종차별의 뿌리 깊은 역사가 잔존한다는 사실을 들춰낸다. 민영화 교도소는 노예제가 폐지된 뒤 자유인이 된 흑인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켜 강제로 일을 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실제 1830년대 뉴욕의 죄수 5명 중 1명은 흑인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당시 뉴욕 거주자 중 흑인 비율(2%)의 10배나 된 것이다. 당대 지역의 제조업자들은 교도소 안에 공장을 지어 교도소 한 곳당 현재 기준으로 연간 평균 22만 달러(약 3억1460만 원)에 이르는 수익을 냈다. 교정보다 ‘수익 창출’이 우선시되면서 교도소는 값싸고 열악한 환경에 최대한 많은 죄수들을 몰아넣는 공장이 되어버렸다. 비단 남의 나라 일일까. 추천사를 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한국의 교정 현실과도 상당 부분 중첩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전체 54개 교정시설 가운데 첫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가 등장했다. 비용과 편익, 효율성만 중시한다면 언제든 다른 나라의 교도소도 미국처럼 변질될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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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3대 대중음악상 ‘AMA’에 케이팝 부문 신설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가 올해 ‘케이팝(K-pop)’에 상을 주는 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미 3대 대중음악상에서 케이팝을 별도 시상하는 부문을 만든 건 처음이다. AMA는 13일(현지 시간) 2022년 시상식의 37개 부문별 후보를 공개하며 “‘페이버릿 케이팝 아티스트(Favorite K-Pop Artist)’ 부문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극장에서 열린다. 해당 부문 후보로는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트와이스 등 5개 그룹이 선정됐다. 경쟁 팀으로는 콜드플레이와 이매진 드래건스, 원리퍼블릭, 모네스킨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 음악 전문매체인 빌보드는 AMA가 케이팝 아티스트 부문을 따로 만든 것에 대해 “한국 대중음악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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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된 것-외면당한 목소리를 기록하는 것, 그게 문학”

    “나는 다만 잘못된 것, 부당한 것에 대해 쓸 뿐입니다.”(압둘라자크 구르나) “아프리카 소녀들처럼, 현실에서 외면당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데이먼 갤것) 전쟁과 기후변화, 전염병…. 세계에 끊이지 않는 위기 속에서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문화교류 시민단체인 ‘아프리카인사이트’가 11일 주최한 ‘2022년 아프리카 문화인적 교류 증진 특별 웨비나’에 화상으로 참석한 탄자니아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겸 극작가 데이먼 갤것(59)은 “작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쓰는 이가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는 이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르나와 갤것은 지난해 각각 노벨 문학상과 부커상을 받았다. 올해 5월 국내에 출간된 ‘낙원’(문학동네)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아프리카 식민지 역사를 통해 인간성을 탐구하는 구르나는 현대 아프리카문학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지난해 스웨덴 한림원은 그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며 “식민주의 역사에서 난민이 처한 운명을 타협 없이 연민 어린 시선으로 통찰했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은 저항적이고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 구르나는 이에 대해 “정치적인 저항을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역사를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치유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겁니다. 전쟁과 식민 지배, 이주의 아픔이 사람들을 완전히 파괴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야말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갤것이 부커상을 받은 작품은 남아공에서 1950년부터 1994년까지 이어진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겪은 한 백인 가족을 다룬 소설 ‘약속’이다. 그는 “소설의 힘은 역사적인 순간에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낱낱이 기록하는 데 있다”며 “그 감정 속에서 인간성을 발견해내는 것이 소설가로서의 책무”라고 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 ‘The Good Doctor’는 다음 달 국내에 출간된다. 갤것은 “최근 서구 출판계에서 아프리카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대륙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남아공의 청년 작가들이 현지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담은 작품에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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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형… 짱깨… 튀기… 한국의 인종차별, 그 근원은?

    “인종 차별은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에요. 이미 개화기부터 150년 넘게 우리 사회에 깊게 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흑형’ ‘짱깨’ ‘튀기’…. 한국 사회에서 차별적 혐오 표현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지난달 28일 ‘한 번은 불러보았다’(위즈덤하우스)를 출간한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46·사진)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그 뿌리는 훨씬 깊고 오래됐다고 강조한다. 6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에서 만난 그는 “심지어 일제강점기 ‘독립신문’ ‘한성순보’조차 흑인을 차별하고 백인을 예찬하는 차별적 문장이 가득했다”며 “다소 민망하고 부끄럽더라도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역사적 진실”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인종 차별이 없는 대한민국’은 소망을 품을 순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되짚어 봤을 땐 허상에 가깝다. “흑인은 동양인보다 미련하고 백인보다 천하다”, “야만스러운 풍속을 지닌 인디언은 백인들과 겨룰 수 없어지자 스스로 외진 곳으로 물러났다”…. 우리가 자긍심을 가졌던 독립신문에 실린 표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안타깝지만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은 서구나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면서도 그들이 내세웠던 인종 차별적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측면이 큽니다. 그런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봐요. 당장 이런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인종 차별은 계속해서 번식해 나갈 겁니다.” 정 교수는 최근 인터넷 등에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흑형’이란 표현도 “친근함의 탈을 쓴 인종 차별”이라고 짚었다. 그는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흑형’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90%가 인종 차별이 아니라고 답한다”며 “하지만 백인에겐 ‘백형’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을 떠올려 보면 특정 인종의 집단화가 왜 차별인지 깨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 제목에 별다른 주어가 없는 이유도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인종주의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성적인 얘기도 담았다. “어릴 때 유난히 까무잡잡했던 저를 친구들은 ‘깜순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어요. 그 어린 마음에도 검은 피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깊이 배어 있었던 겁니다. 그걸 갖고 과연 아이들을 탓할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였던 거죠. 부끄럽더라도 이제는 우리 안의 인종 차별주의를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게 제 책의 의도입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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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 없이 나무 쌓아 만든 ‘21세기 촉석루’… 시민들 “우와, 예술이네” 감탄사 저절로

    경남 진주가 사랑하는 지방문화재 촉석루(矗石樓). 논개의 충절이 밴 벼랑 위 팔작지붕은 도도히 흐르는 남강과 그림처럼 어우러진다. 그리고 올해, 남강엔 또 하나의 절경 ‘21세기 촉석루’가 들어섰다. 올해 3월 촉석루에서 약 2km 떨어진 강변 산책로에 ‘빛의 루: 물빛나루쉼터’가 완공됐다. 10일 찾아간 빛의 루는,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바닥에 깐 기단 덕에 흡사 강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배처럼 보였다. 오목하게 휘어진 지붕은 촉석루의 유려한 곡선미를 닮았다. 지난달 한국목조건축협회의 ‘2022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준공부문 대상을 받은 이유가 절로 수긍이 갔다. 오후 무렵 제법 쌀쌀해진 날씨. 오가던 시민들은 찬 바람을 피해 빛의 루 안으로 모여들었다. 전면을 감싼 통유리창을 통해 밖에서도 볼 수 있는 내부의 나무기둥 6개는 서로 겹겹으로 얽히고설켜 지붕을 받치고 있다. “우와, 예술이네”란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동행한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45)는 “부제인 물빛나루쉼터에서 알 수 있듯, 빛의 루는 모두 함께 누리는 공공건축물”이라며 “특정인만 즐기는 예술품이 아니기에 설계 때부터 조형적으로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목조건축협회 역시 “공공건축물의 예술성을 높였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2020년 처음 건축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부담이 컸다고 한다. 진주가 한국 근현대 건축사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진주는 진주성 촉석루를 제외하면 6·25전쟁 등을 거치며 많은 전통 건축물을 소실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김수근 선생(1931∼1986)과 김중업 선생(1922∼1988)이 전통 건축의 멋을 살린 국립진주박물관과 경남문화예술관을 지어 진주 건축에 깊은 풍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위대한 선배들이 남긴 유산 위에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죠. 고심 끝에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목조 구조물을 기본으로, 가장 현대적인 해석을 담은 촉석루를 지어 보자고 결심했어요. 못 같은 금속은 최대한 배제하고, 선조들 방식처럼 목재를 서로 엇갈리게 짜 맞췄습니다.” 나무를 엇갈리게 맞춰 쌓아 올린 ‘다포(多包) 양식’의 기둥들 덕분일까. 철골이나 콘크리트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빛의 루는 오래 세월 뿌리내린 듯한 견고함이 묻어났다. 실제로 나무기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수백 개의 조각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 김 교수는 “목재는 엇갈리며 하중을 지탱하면 금속이 없어도 스스로 지붕을 받치는 물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 대신 건축 기간이 오래 걸렸다. 설계도 완성 9개월을 포함해 완공까지 약 2년이 걸렸다. 못질을 최소화하고 나무를 짜 맞추다 보니 일반 건축 공정보다 3배 넘는 시간이 든 셈이다. 특히 하나의 조각이라도 틀어지면 전체적 틀이 망가져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구조를 찾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김 교수는 “진주시는 단 한 번도 언제 완공되느냐고 재촉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설계해 달라’고 했을 정도”라고 했다. 진주시는 2019년 경남에서 처음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뒤 공공건축물의 예술적 시도에 매우 적극적이다. “누군가는 나무기둥이 복잡해서 별로라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런 반응 역시 시민들의 자유죠. 이런 색다른 공공건축물이 늘어나는 건 더 많은 분들이 건축예술을 일상처럼 누릴 기회도 많아진다는 뜻이겠죠. 그럼 우리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공감대도 훨씬 커지지 않을까요.”진주=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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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남강 밝힌 ‘빛의 루’… “공공건축물일수록 더 아름다워야”

    경남 진주의 남강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잔잔히 흐르는 강물 속에 ‘21세기 촉석루’가 빛을 밝힌다. 올 3월 남강 산책로에 지어진 ‘빛의 루: 물빛나루쉼터’는 콘크리트 기단으로 건물 하단이 지층에서 떨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강물 위에 떠 있는 누각(樓閣) 같다. 오목하게 휘어진 지붕은 촉석루의 곡선을 닮았다. 유리창으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물 안에는 촉석루를 받치는 기둥처럼 6개의 나무 기둥이 서로 겹겹으로 얽히고설킨 채 지붕을 떠받들고 있다. 한국목조건축협회는 지난달 27일 ‘2022년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이 건축물을 준공 부문 대상으로 꼽으며 “촉석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공건축물의 예술성을 높였다”고 평했다. 10일 오후 4시경 남강을 거닐던 시민들은 제법 차가워진 가을바람을 피해 물빛나루쉼터에 발을 들였다가 겹겹으로 쌓아올린 나무 기둥을 보고는 “예술이네”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술 작품과도 같은 이 쉼터는 특정인만 누리는 개인 소유 건축물이 아니라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공건축물이다. 이 건물을 설계한 설계한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45)는 이날 건물 내부를 촬영하는 관람객들을 바라보며 “누구나 들여다보고 다녀갈 수 있는 공공건축물일수록 조형적으로 더 아름다워야 한다. 건축 예술은 소수의 부유한 건축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20년 11월 그에게 처음 건축 의뢰가 들어왔을 때에는 부담감이 앞섰다고 한다. 진주라는 도시가 근·현대 건축사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진주는 촉석루를 제외한 옛 건축유산 상당수를 잃은 아픔을 간직한 도시였다. 이후 근대 건축의 거장 김수근(1931~1986)과 김중업(1922~1988)이 전통 건축물의 모습을 본 딴 국립진주박물관과 경남문화예술관을 각각 지으며 끊어졌던 진주 건축사의 고리를 이었다. “위대한 선배 건축가들이 남긴 유산 위에 나는 무엇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목조 구조물로 가장 현대적인 촉석루를 짓기로 했죠. 못과 같은 금속을 최대한 배제하고, 옛 선조들의 방식처럼 목재를 서로 엇갈리게 짜 맞췄어요.” 나무를 엇갈리게 결부시켜 쌓아올린 전통 다포(多包) 양식으로 재현한 6개의 나무 기둥 덕분일까. 건물 내부에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가 없는데도 단단하게 연결된 나무뿌리처럼 견고해 보인다. 나무 기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백 여 개의 나무 조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빽빽하게 맞물려 있다. 김 교수는 “여러 목재들을 서로 엇갈려 하중을 지탱하면 못이나 철골 구조물 없이도 스스로 서서 지붕을 받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건축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목재의 물성을 최대한 이용한 조형물을 빗는 것”이라고 했다. 못질을 최소화하면서 목조 건축물을 짓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설계도를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만 9개월. 일반적인 건축물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는 “목재 조각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전체적인 틀이 망가지기 때문에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목조 구조를 디자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진주시에서는 단 한 번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진주시는 김 교수에게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설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2019년 1월 경남 지역 최초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한 진주시는 건축가가 공공건축물에 예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얽히고설킨 나무 기둥의 모습이 누군가의 눈에는 복잡하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색다른 공공건축물들이 우리 주변에 생겨난다면 더 많은 이들이 건축 예술을 누리고, 더 다양한 건축물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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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공하고 싶다면… “직감 멀리하고 데이터 검색부터” [책의 향기]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복권을 사지 말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라.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구글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경력을 쌓은 그는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높은 확률의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미국 국세청이 납세자 전체를 익명으로 전산화한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0.1%의 부자 가운데 급여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20%뿐이다. 84%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회사에 다닐 게 아니라, 회사를 차려야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을 차려야 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 또한 데이터에 답이 있단다. 미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음반 매장이나 오락실, 장난감 매장과 같은 업종은 영업기간이 3년 내외로 짧았다. 이에 비해 부동산 임대업과 자동차 판매업이 사업 유지 기간이 가장 길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 업종에서 백만장자도 가장 많이 나왔다. 이렇게 하나씩 위험 확률을 지워 나가면 부자가 되는 길이 보인다. 돈을 버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직감이 아니다.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실패 위험을 낮출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데이터주의야말로 21세기 종교혁명”이라 강조한다. 중세 시대엔 성경이 인간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물론이고 누구와 결혼할지, 외모를 어떻게 가꿔 나갈지 등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선택지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연애나 결혼, 자녀 양육 등에서 발생하는 선택지도 가장 믿을 만한 데이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은 7장 ‘데이터광의 외모 대변신’을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곧장 ‘유능해 보이는’ 외모를 가질 수 있다. 저자가 헤어스타일과 피부색, 눈썹, 안경, 턱수염 등을 다양하게 바꾼 얼굴 사진 6장을 갖고 측정한 결과, 안경을 쓰고 적당히 턱수염을 기른 외모가 1∼10 척도에서 7.8로 가장 유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경 하나가 신뢰할 만한 외모를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납세자의 유년 시절 거주 지역 분포 데이터를 보면 도움이 된다. 미 국세청이 발표한 납세자 데이터에서 어릴 때 자란 지역과 현재 소득 수준을 추려 보면, 어느 지역에서 자란 이들이 평균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시애틀에서 자란 이들이 타 지역보다 평균 11.6% 이상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출신 지역, 지역별 최종 학력 수준 등의 데이터까지 고려하면 아이가 자라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의 직감을 믿지 말라(Don‘t Trust Your Gut)’. 물론 데이터의 예측 성공률은 100%가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데이터가 넘친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터도 실은 모두 ‘공짜 데이터’였다. 이렇게 참고할 게 많은데 왜 직감만 믿고 일을 저지르느냐고 저자는 충고한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숱한 통계 속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뽑아내는 ‘안목’일지도 모르겠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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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결혼·자녀…‘인생 난제’로 고민할 때, 답은 데이터 속에 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복권을 사지 말고 데이터를 들여다보라.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더퀘스트)의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구글에서 데이터과학자로 경력을 쌓은 그는 복권 당첨 확률보다 더 높은 확률의 ‘부자가 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미국 국세청이 납세자 전체를 익명으로 전산화한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0.1%의 부자 가운데 급여로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20%뿐이다. 84%는 자신이 소유한 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회사에 다닐 게 아니라, 회사를 차려야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업종을 차려야 망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이 또한 데이터에 답이 있단다. 미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음반매장이나 오락실, 장난감매장과 같은 업종은 영업기간이 3년 내외로 짧았다. 이에 비해 부동산 임대업과 자동차 판매업이 사업 유지 기간이 가장 길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 업종에서 백만장자도 가장 많이 나왔다. 이렇게 하나씩 위험 확률을 지워나가면 부자가 되는 길이 보인다. 돈을 버는데 가장 필요한 건 직감이 아니다. 성공 확률을 예측하고 실패 위험을 낮출 데이터를 들여다봐야 한다. 저자는 “데이터주의야말로 21세기 종교혁명”이라 강조한다. 중세 시대엔 성경이 인간의 선택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물론 누구와 결혼할지, 외모를 어떻게 가꿔나갈지 등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선택지를 제공해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연애나 결혼, 자녀 양육 등에서 발생하는 선택지도 가장 믿을 만한 데이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면접을 앞둔 취업준비생은 7장 ‘데이터광의 외모 대변신’을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간단한 변화만으로도 곧장 ‘유능해 보이는’ 외모를 가질 수 있다. 저자가 헤어스타일과 피부색, 눈썹, 안경, 턱수염 등을 다양하게 바꾼 얼굴 사진 6장을 갖고 측정한 결과, 안경을 쓰고 적당히 턱수염을 기른 외모가 1~10 척도에서 7.8점으로 가장 유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경 하나가 신뢰할 만한 외모를 만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납세자의 유년시절 거주지역 분포 데이터를 보면 도움이 된다. 미 국세청이 발표한 납세자 데이터에서 어릴 때 자란 지역과 현재 소득 수준을 추려 보면, 어느 지역에서 자란 이들이 평균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시애틀에서 자란 이들이 타 지역보다 평균 11.6% 이상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의 출신 지역, 지역별 최종 학력 수준 등의 데이터까지 고려하면 아이가 자라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진 도시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의 직감을 믿지 말라(Don‘t Trust Your Gut).’ 물론 데이터의 예측 성공률은 100%가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는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데이터가 넘친다. 위에서 언급한 데이터도 실은 모두 ‘공짜 데이터’였다. 이렇게 참고할 게 많은데 왜 직감만 믿고 일을 저지르느냐고 저자는 충고한다. 어쩌면 앞으로의 세상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숱한 통계 속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뽑아내는 ‘안목’일지도 모르겠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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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사노바 호텔’ 등 올해에만 8권 출간… 국내에 ‘에르노 붐’

    “지긋지긋하다. 그들에게, 모두에게, 문화, 내가 배웠던 모든 것에 구역질이 난다.”(소설 ‘빈 옷장’에서) 아니 에르노는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 가장 뜨거운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1974년 등단한 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몇 년 새 ‘에르노 붐’이 일며 많은 작품이 쏟아졌다. 출판계에 따르면 에르노 소설은 올해에만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카사노바 호텔’ 등 8권이 출간됐다. 2019년부터 계산하면 데뷔작 ‘빈 옷장’(2020년)을 포함해 15권에 이른다. 책을 내놓은 출판사도 6곳이 넘는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혀온 작가지만 다소 이례적인 상황.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페미니즘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에르노도 함께 각광받은 것으로 본다. 에르노의 문장은 여성을 둘러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칼로 도려내고 파헤치고 해부하는 듯한” 자전적 소설로 유명해 최근 독자들이 선호하는 경향에 잘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여성 작가나 문학평론가들이 에르노 작품을 단골 추천 목록으로 올려온 것도 인기에 한몫했다. 유상훈 민음사 편집자는 “여성주의에 바탕을 둔 실천적 글쓰기가 에르노 소설의 큰 장점”이라며 “많은 출판사가 출간 경쟁을 벌일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작품은 2000년에 발표한 ‘사건’이었다. 프랑스가 낙태를 법으로 금지했던 1960년대에 작가가 스스로 목숨을 걸고 시도했던 임신중절 경험을 풀어내 발간 당시에도 큰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레벤느망’의 원작으로 더 유명해졌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모두가 이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며 극찬했다. 출판계에서는 오랜만에 ‘노벨 문학상 특수’를 맞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교보문고는 발표 직후 온라인서점의 에르노 작품에 ‘2022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문구를 달고 홍보에 나섰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지난해 수상자인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0년 수상자인 시인 루이즈 글릭은 국내에 출간된 작품이 없었다”며 “에르노는 20,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국내에도 팬층이 두꺼워 출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재룡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에르노는 프랑스 문단에서 현존하는 최고이자 최후의 소설가란 평을 받는 인물”이라며 “절대적인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소설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진실 가득한 문장을 쓰는 ‘글쓰기의 실천적 측면’을 이룬 대가”라고 말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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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부 외솔 뒤이어, 한글 우수성 음성의학으로 밝힐 것”

    “일생 동안 변치 않는 한 가지를 남겨라.” 일제로부터 우리말을 지켜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생전 손자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69)에게 이런 친필을 남겼다고 한다.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연구한 외솔은 “훈민정음은 발음기관 모양을 본뜬 과학적인 문자”라는 걸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는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음성의학의 관점에서 풀려고 시도했던 선구자였다. 9일 제576돌을 맞는 한글날도 외솔이 제정을 주도했다. 연세대 의대에서 이비인후과 교수와 음성언어의학연구소장을 지낸 최 회장은 4일 본보 기자와 만나 “할아버지의 과제를 푸는 것이 일생 동안 해왔고 앞으로 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는 발음기관을 본뜬 한글의 과학성이야말로 한글이 가진 힘이자 강력한 뿌리라 믿으셨다”며 “외솔의 후손으로서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우리말의 기원을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그가 할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훈민정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건 2012년 무렵. 당시 외솔회 이사장을 맡아 1941년 출간된 외솔의 훈민정음 연구서 ‘한글갈’을 처음 접했다. 외솔은 중성자(‘·’, ‘ㅡ’, ‘ㅣ’)는 하늘과 땅,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본뜬 것이라 해석하는 기존 학계의 견해와 달리, 중성자 역시 발음기관을 본뜬 상형문자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비인후과 전공이라 실제 인체의 발음기관 구조를 연구한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한글을 발음할 때 발음기관의 모양을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분석하면 할아버지가 품었던 의문을 풀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최 회장이 최근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음성언어의학적 고찰’에는 2015년부터 6년 동안 파고든 노력의 결과가 담겨 있다. 그는 논문에서 중성자(‘·’, ‘ㅡ’, ‘ㅣ’)를 발음할 때 구강과 인후두강의 모습을 CT로 촬영해 “중성자 역시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라는 주장을 펼쳤다. 외솔이 약 80년 전 ‘한글갈’에서 처음 제시했던 걸 손자가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는 “내년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기법으로 발음기관을 연구해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KAIST와 협업해 한글을 말할 때의 발음기관 모양을 3D로 입체화하는 연구도 할 계획이에요. 음성의학과 컴퓨터공학을 융합한 저만의 방식으로 할아버지가 사랑한 한글의 우수성을 계속해서 밝혀내고 싶습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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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의 과학성’ 밝히려던 외솔 최현배 선생…후손이 그 꿈 이루다

    “일생 동안 변치 않는 한 가지를 남겨라.”일제로부터 우리말을 지켜낸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은 생전 그의 손자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69)에게 이런 친필을 남겼다. ‘조선어학회’ 회원으로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연구하고 한글날을 제정한 외솔은 “훈민정음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 딴 과학적인 문자”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음성의학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려 시도했던 선구자였다.외솔의 손자인 최홍식 세종대왕기념사업회장(69)은 “할아버지가 남긴 과제를 푸는 것이 일생 동안 제가 남겨야 할 변치 않을 한 가지”라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4일 오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발음기관을 본 딴 한글의 과학성이야말로 우리말이 가진 힘이자 강력한 뿌리라고 말씀하셨다”며 “외솔의 후손인 나는 그보다 더 정확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할아버지가 지켜낸 우리말의 뿌리를 잇고 싶다”고 했다.이비인후과 의사인 그가 할아버지를 쫓아 훈민정음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2012년 무렵이다. 외솔회 이사장을 맡아 조부가 1941년 처음 출간한 ‘한글갈’을 처음 접하면서다. 외솔은 이 책에서 중성자(·, ㅡ, ㅣ)는 하늘과 땅,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만든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본 딴 것이라고 해석하는 기존 한글학계 견해와 달리 중성자 역시 발음기관을 본 딴 상형문자일지 모른다는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발음기관의 구조를 연구해온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우리 글자를 발음할 때 발음기관의 모양을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 음성의학적인 방식으로 분석한다면 할아버지가 품었던 의문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최 회장이 최근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지에 발표한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음성언어의학적 고찰’이라는 논문에는 2015년부터 6년간 이어온 연구의 결과가 담겼다. 이 논문에서 최 회장은 중성자(·, ㅡ, ㅣ)를 발음할 때 구강과 인후두강의 모습을 CT로 촬영해 “중성자 역시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 딴 상형문자”라고 주장했다. 1941년 외솔이 저서 ‘한글갈’에 품었던 의문을 그의 손자가 밝혀낸 것. 그는 “내년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기법으로 발음기관을 연구해 지금보다 더 정확한 분석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더 나아가 카이스트(KAIST)와 협업해 우리 글자를 말할 때 발음기관의 모양을 3D로 입체화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에요. 음성의학, 컴퓨터공학을 융합한 저만의 방식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밝혀내고 싶습니다.”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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