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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 꼭 투표하세요.”가수 겸 배우 윤은혜는 3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를 마친 뒤 팬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짤막한 글을 올렸다. 다만 투표 ‘인증 사진’은 신중을 기했다. 옷은 무채색으로 입었고, 투표소 현수막을 가리키는 손은 이모티콘으로 가렸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 지지로 오해받을 여지를 사전 차단한 것이다.이날 연예인 등 많은 유명인들은 이전 선거와 마찬가지로 투표에 적극 참여하며 소셜미디어 인증샷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복장과 제스처 등 외적 요소에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최근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올린 사진 때문에 벌어졌던 ‘색깔 논쟁’으로 정치적 표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배우 변정수 역시 “그냥 쉬는 날이 아니라는 것, 귀찮다고 포기하지 말아달라”며 소셜미디어에 투표 장려 메시지를 올렸다. 방송인 곽정은도 오전 6시경부터 손등에 찍은 투표 도장 사진을 공개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모두 정치적으로 해석될만한 표현이나 사진은 없었다. ‘엄지척’이나 ‘V’ 포즈 등 손가락 제스처도 지양하는 분위기였다.사전투표 기간에 올린 게시물도 엇비슷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은 지난달 29일 사전투표소 앞에서 찍은 셀카에서 검은색 티셔츠와 마스크, 모자를 착용했다. 가수 아이유는 지난달 30일 회색 계열 옷차림으로 사전투표 인증 사진을 올렸다. 배우 김고은은 사전투표소 안내 문구만 공개했고, 배우 한예리는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했다. 배우 이제훈은 영화 ‘소주전쟁’ 간담회에서 손가락 제스처 없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포즈를 취했다.최근 연예계에선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으로 곤혹을 치른 이들이 적지 않다. 카리나는 지난달 27일 숫자 2가 새겨진 빨간색 점퍼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비난이 커지자 “앞으로는 더욱 주의 깊게 행동하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래퍼 빈지노도 빨간색 의상을 입은 사진을 공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몇몇 연예인들은 일부러 파란 색이나 빨간 색 옷을 입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도 다름과 개성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다시 보여 주고 싶었어요.” 6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실사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딘 드블루아 감독(55)은 2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바이킹 소년 ‘히컵(메이슨 템스)’이 세상을 바꾸는 여정을 따라가는 애니메이션처럼, 실사 영화도 ‘아웃사이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드블루아 감독은 “히컵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오히려 그 다름이 주변을 바꾸는 힘이 된다”며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관습과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며 “‘실사’로 다시 만들면서 한층 더 성숙하고 감정의 농도가 짙어진 세계를 보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2010∼2019년 총 3편이 제작됐다. 누적 흥행 수익은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1편 229만 명, 2편 298만 명, 3편 216만 명으로 모두 7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실사로 만들어진 이번 영화 역시 3부작 애니메이션을 모두 연출했던 드블루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도 크다. 그는 “애니가 선사했던 경이로움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며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신 이야기, 캐릭터, 액션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했다. 이번 실사판의 백미는 역시 ‘비행 장면’이다. 아이슬란드와 스코틀랜드, 페로제도 등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한 하늘과 섬, 구름을 컴퓨터그래픽(CG)과 결합해 장면을 완성했다. 배우들은 높이 3m에 이르는 ‘드래곤 로봇’ 위에 실제로 올라타 연기했다. “애니메이션은 장면을 통제할 수 있지만, 실사 영화는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감독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죠. 특히 실사 영화에선 배우가 촬영 중 느낀 감정이 더해져 영화가 확장됐어요.” 히컵과 함께 영화의 감정선을 이끄는 드래곤 ‘투슬리스’는 특유의 귀여움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생명체로 거듭났다. 그는 “우리가 흔히 반려동물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모티브로 투슬리스를 디자인했다”며 “호랑이나 표범의 움직임을 참고해 생동감을 살렸다”고 했다. 아이와 드래곤의 우정을 넘어 인간과 자연, 세대와 세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공존’의 메시지는 여전히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감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 온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사 영화도 3부작으로 이어질까. “일단 후속작은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이제 막 시작했고, 올겨울쯤이 되면 제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하하.”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도 다름과 개성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다시 보여주고 싶었어요.”6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하는 실사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딘 데블로이스 감독(55)은 2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아버지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바이킹 소년 ‘히컵(메이슨 테임즈)’이 세상을 바꾸는 여정을 따라가는 애니메이션처럼, 실사 영화도 ‘아웃사이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데블로이스 감독은 “히컵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오히려 그 다름이 주변을 바꾸는 힘이 된다”며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관습과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라며 “‘실사’로 다시 만들면서 한층 더 성숙하고 감정의 농도가 짙어진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는 2010~2019년 총 3편이 제작됐다. 누적 흥행 수익은 16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1편 229만 명, 2편 298만 명, 3편 216만 명으로 모두 7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실사로 만들어진 이번 영화 역시 3부작 애니메이션을 모두 연출했던 데블로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도 크다. 그는 “애니가 선사했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며 “많은 분이 사랑해주신 이야기, 캐릭터, 액션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고 했다.이번 실사판의 백미는 역시 ‘비행 장면’이다. 아이슬란드와 스코틀랜드, 페로제도 등 실제 로케이션에서 촬영한 하늘과 섬, 구름을 컴퓨터그래픽(CG)과 결합해 장면을 완성했다. 배우들은 높이 3m에 이르는 ‘드래곤 로봇’ 위에 실제로 올라타 연기했다.“애니메이션은 장면을 통제할 수 있지만, 실사 영화는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감독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죠. 특히 실사 영화에선 배우가 촬영 중 느낀 감정이 더해져 영화가 확장됐어요.”히컵과 함께 영화의 감정선을 이끄는 드래곤 ‘투슬리스’는 특유의 귀여움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인 생명체로 거듭났다. 그는 “우리가 흔히 반려동물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모티브로 투슬리스를 디자인했다”며 “호랑이나 표범의 움직임을 참고해 생동감을 살렸다”고 했다.아이와 드래곤의 우정을 넘어 인간과 자연, 세대와 세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공존’의 메시지는 여전히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감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온 가르침을 다시 생각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사 영화도 3부작으로 이어질까.“일단 후속작은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이제 막 시작했고, 올겨울쯤이 되면 제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하하.”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내 고통의 끝자락에/문이 하나 있었다.”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1943∼2023)은 어느 날 문득 한 문장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하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던 때였다. 하지만 이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얼마나 대단한 시가 될까”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대는 곧 고통으로 바뀌었다. 다음 문장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았고, 수없이 머뭇거리고, 써보고, 다시 지웠다. 한 문장에서 출발해 시 ‘야생 붓꽃’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년. 그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견디며 끝내 시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2020년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대표작으로 꼽혔다. 글릭은 고된 창작의 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극심한 고통이 이어지죠. 금맥을 찾아낸 건 알았지만, 어떻게 거기 도달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어요. 글쓰기가 힘든 건, 정말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 잡지 에스콰이어에서 일한 저널리스트가 현대 예술가 48명을 만나 창작의 내밀한 과정을 탐구한 인터뷰집이다. 저자는 각 예술가에게 수차례에 걸쳐 “당신은 도대체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냐”고 묻고, 그에 대한 진지한 답을 끌어냈다. 예술가들의 스케치와 낙서, 초고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창의성’의 실체를 들여다봤다.인상 깊은 건 위대한 창작이 늘 ‘실패’와 함께 한다는 점이다. 2017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조지 손더스는 장편소설 ‘바르도의 링컨’을 완성하기까지 수년간 실패를 반복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갈아엎은 원고만 해도 수십 편. 하지만 그 수많은 실패 속에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갔고, 마침내 책을 완성했다. 미국 현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니코 멀리는 실패의 중요성을 이렇게 평가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어낸 실수라면,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어도 그게 결국 나를 변화시켜요. 게으르다면 그렇게는 못 하죠. 진짜로 망해봐야 해요.” 끊임없는 반복도 예술가의 비결이다.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수십 장의 콘티를 그리고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드라마 ‘부통령이 필요해’를 만든 작가 데이비드 맨들은 한 문장의 유머를 살리기 위해 대사를 15번도 넘게 수정했다. 미국 걸작 드라마 ‘더 와이어’를 만든 제작자 데이비드 사이먼은 항만 노동자들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수개월간 항구를 오가며 인물과 풍경을 기록했다. 예술가들이 창작하기 위해 기록하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냅킨, 식당 메뉴판, 노트앱 등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머릿속 단상을 붙잡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저자 자신도 일기를 쓰고, 문득 떠오른 생각은 냅킨에라도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 역시 그런 습관의 연장선에서 완성했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구겨진 초안, 버려진 낙서, 지우고 다시 쓴 문장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예술가를 둘러싼 ‘천재’의 환상은 조금씩 허물어진다. 예술가도 결국 망설이고, 흔들리고, 실패를 견디며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처럼 매일같이 고군분투하고, 그러면서도 끝내 결과물을 완성해 낸다. 그렇게 보면 예술도 결국 ‘일’이다. 거꾸로 어떤 일이든 그렇게까지 버티고 끝까지 해낸다면, 위대한 예술처럼 훌륭해질 수 있는 것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유튜브 시대에 가장 TV 프로그램다운 콘텐츠입니다. 온 가족이 야식 먹으면서 보셔도 돼요. 하하.” 방송인 전현무는 29일 열린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브레인 아카데미’ 제작발표회에서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빠른 편집과 자극적인 예능이 넘치는 시대에 가족이 함께 여유롭게 웃고 공감하며 지식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돌아왔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전현무는 “‘브레인 아카데미’는 머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로 진행한다”며 “상식도 쌓고 재미도 같이 얻어갈 수 있는 지식 예능”이라고 말했다. 29일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브레인 아카데미’는 방송인 6명이 한 팀이 돼 대한민국 각 분야 석학이 출제한 퀴즈를 풀어가는 ‘지식 충전 퀴즈쇼’다. ‘뇌섹’(뇌가 섹시한) 출연자들이 눈길을 끈다. ‘문제적 남자’(tvN)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현무와 배우 하석진을 비롯해 KAIST 출신 배우 윤소희, 과학 유튜버 ‘궤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보유한 배우 이상엽,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영역 1등급 이력을 지닌 개그맨 황제성으로 구성됐다. 눈길을 끄는 건 ‘낮은 진입장벽’이다. ‘데블스 플랜’(넷플릭스) ‘더 지니어스’(tvN) ‘피의 게임’(웨이브) 등 고난도 문제와 전략 중심의 서바이벌 퀴즈쇼가 최근 주를 이루지만, ‘브레인 아카데미’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상식 수준으로 문제의 허들을 낮췄다. 연출을 맡은 문영석 PD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TV를 보며 지식을 ‘급속 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매주 한 가지 분야의 지식에 대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협력’이다. 출연자 6명은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문제를 풀며 매회 ‘지식 메달’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협력한다. KBS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1981∼2004년) 등 정통 퀴즈 예능처럼 자극 없이도 전 세대가 공감하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궤도는 “경쟁하는 프로그램 섭외는 많이 거절했는데, 드디어 화합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싸우고 헐뜯는 것을 넘어서 ‘집단지성’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 출연자들 간의 ‘케미스트리’(궁합)도 돋보인다.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여럿 하다 보면 ‘케미’가 뒤늦게 형성되거나 형성되지 않을 때도 있다”며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한 2년 한 것처럼 친하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 아프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케미는 거의 100점”이라고 했다. 윤소희는 “첫 녹화를 하고 나서 이렇게 편한 녹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했고, 하석진은 “항상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라 편했다”고 말했다. 퀴즈를 출제하는 ‘지식 마스터’는 매주 분야별 전문가가 맡는다. 건축 분야에선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심리학 분야에선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문제를 출제한다. 시청자는 퀴즈를 푸는 재미를 얻으면서 교양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 제작진은 ‘퀴즈쇼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포부다. 문 PD는 “브레인 6명의 깔깔거리는 케미와 지식 끝판왕 지식 마스터의 깊이 있는 해설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혜승 CP(책임프로듀서)는 “똑똑한 여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지적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유튜브 시대에 가장 TV 프로그램다운 콘텐츠입니다. 온 가족이 야식 먹으면서 보셔도 돼요. 하하.”방송인 전현무는 29일 열린 채널A 신규 예능 프로그램 ‘브레인 아카데미’ 제작발표회에서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빠른 편집과 자극적인 예능이 넘치는 시대에 가족이 함께 여유롭게 웃고 공감하며 지식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돌아왔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전현무는 “‘브레인 아카데미’는 머리가 아프지 않을 정도의 난이도로 진행한다”며 “상식도 쌓고 재미도 같이 얻어갈 수 있는 지식 예능”이라고 말했다.29일 오후 10시 첫 방송되는 ‘브레인 아카데미’는 방송인 6명이 한 팀이 돼 대한민국 각 분야 석학이 출제한 퀴즈를 풀어가는 ‘지식 충전 퀴즈쇼’다. ‘뇌섹’(뇌가 섹시한) 출연자들이 눈길을 끈다. ‘문제적 남자’(tvN)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현무와 배우 하석진을 비롯해 KAIST 출신 배우 윤소희, 과학 유튜버 ‘궤도’,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1급을 보유한 배우 이상엽, 수능 수리영역 1등급 이력을 지닌 개그맨 황제성으로 구성됐다.눈길을 끄는 건 ‘낮은 진입장벽’이다. ‘데블스 플랜’(넷플릭스) ‘더 지니어스’(tvN) ‘피의 게임’(웨이브) 등 고난도 문제와 전략 중심의 서바이벌 퀴즈쇼가 최근 주를 이루지만, ‘브레인 아카데미’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상식 수준으로 문제의 허들을 낮췄다. 연출을 맡은 문영석 PD는 “누구나 즐길 수 있고, TV를 보며 지식을 ‘급속충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매주 한 가지 분야의 지식에 대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협력’이다. 출연자 6명은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으로 문제를 풀며 매회 ‘지식 메달’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 협력한다. KBS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1981~2004년) 등 정통 퀴즈 예능처럼 자극 없이도 전 세대가 공감하며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궤도는 “경쟁하는 프로그램 섭외는 많이 거절했는데, 드디어 화합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싸우고 헐뜯는 것을 넘어서 ‘집단지성’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출연자들 간의 ‘케미스트리’(궁합)도 돋보인다. 전현무는 “프로그램을 여럿 하다 보면 ‘케미’가 뒤늦게 형성되거나 형성되지 않을 때도 있다”며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한 2년 한 것처럼 친하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 아프다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케미는 거의 100점”이라고 했다. 윤소희는 “첫 녹화하고 나서 이렇게 편한 녹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했고, 하석진은 “항상 늘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느낌이라 편했다”고 말했다.퀴즈를 출제하는 ‘지식 마스터’는 매주 분야별 전문가가 맡는다. 건축 분야에선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 심리학 분야에선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가 문제를 출제한다. 시청자는 퀴즈를 푸는 재미를 얻으면서 교양도 자연스럽게 넓힐 수 있다.제작진은 ‘퀴즈쇼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포부다. 문영석 PD는 “브레인 6명의 깔깔거리는 케미와 지식 끝판왕 지식 마스터의 깊이 있는 해설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서혜승 CP(책임프로듀서)는 “똑똑한 여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지적 여행을 떠날 수 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의 TV 시리즈에 캐스팅된 아역 배우 3명이 공개됐다. 미국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케이블 채널 HBO의 신작 TV 시리즈 ‘해리 포터’에 배우 도미닉 매클로플린(해리 포터), 애러벨라 스탠턴(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앨러스테어 스타우트(론 위즐리)를 각각 캐스팅했다고 27일(현지 시간) 밝혔다. 선발된 배우들은 주요 작품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는 신예다. 제작사 측은 “우리의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을 찾게 돼 기쁘다”며 “특별한 배우 세 명의 재능은 정말 놀랍다. 그들이 함께 펼칠 마법을 세계가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가을 공개 캐스팅을 시작했다. 3만 명이 넘는 배우가 오디션에 지원했다. 신작 촬영은 올여름 시작돼 내년 HBO 채널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될 예정이다. 1997년 처음 출간된 장편소설 ‘해리 포터’는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총 8편으로 제작된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영국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에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도 스타가 돼 큰 인기를 끌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28일 알려졌다.방통위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재가가 남은 상황이다.김 부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방통위는 1인 체제가 돼 전체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진다.판사 출신인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방통위 부위원장에 취임했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이 위원장을 대신해 올 1월까지 6개월 동안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지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의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의 TV 시리즈에 캐스팅된 아역 배우 3명이 공개됐다.미국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케이블 채널 HBO의 신작 TV 시리즈 ‘해리 포터’에 배우 도미닉 매클로플린(해리 포터), 아라벨라 스탠턴(헤르미온느 그레인저), 알라스테어 스투트(론 위즐리)를 각각 캐스팅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선발된 배우들은 주요 작품에 출연한 적이 거의 없는 신예다. 스탠턴의 경우만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연된 ‘마틸다: 더 뮤지컬’에서 마틸다 역을 맡은 바 있다. 제작사 측은 “우리의 해리와 헤르미온느, 론을 찾게 돼 기쁘다”며 “특별한 배우 세 명의 재능은 정말 놀랍다. 그들이 함께 펼칠 마법을 세계가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 시리즈는 지난해 가을 공개 캐스팅을 시작했다. 3만 명이 넘는 배우가 오디션에 지원했다. 신작 촬영은 올 여름 시작돼 내년 HBO 채널의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될 예정이다.1997년 처음 출간된 장편소설 ‘해리 포터’는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총 8편으로 제작됐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영국 배우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도 스타가 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죽기 전엔 꼭 한 번, 평양에서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전국노래자랑’을 합쳐 생방송을 하고 싶어요. 제목은 ‘이제 부르러 왔어요’. 어때요?”(남희석·54) 채널A가 개국한 2011년부터 15년째 자리를 지켜온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가 드디어 700회를 맞이한다. 다음 달 1일 700회를 방영하는 이만갑은 종합편성채널의 최장수 예능이자 탈북민과 함께하는 방송의 원조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1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난 MC 남희석은 2011년 12월 4일 첫 방송부터 이만갑을 이끌어온 터줏대감이다. 지난해 3월부터 KBS ‘전국노래자랑’도 진행하고 있는 그는 북한에서 두 프로그램의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을 꿈꾼다고 했다.“지금은 제 말이 농담처럼 들려도, 언젠가는 진짜로 이뤄질 수도 있죠. 나진·선봉 편 이만갑, 신의주 편 전국노래자랑…. 상상만 해도 뭉클하지 않나요? 하하.” 2011년부터 북한의 일상과 현실을 전해온 이만갑은 실향민과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700회 동안 꾸준히 이어왔다. 남 MC는 “지금까지 1000명 넘는 탈북민이 출연했는데, 처음엔 큰 용기를 내서 나오셨다가도 녹화를 마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예전엔 탈북 사실을 숨기던 분들이 이제는 자신 있게 밝히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이만갑이 일조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 이만갑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시청자 눈높이’에 대한 세심한 감각이다. 남 MC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말은 30번을 들어도 모르는 분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엄마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다시 풀어주고 전문가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멈추지 않는 ‘변화’도 또 다른 장수 비결이다. 이만갑은 초기엔 탈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주로 다뤘으나 이젠 북한의 정치·외교·사회 등 다양한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포맷으로 개편됐다. 출연자 구성 역시 과거엔 탈북민 중심이었지만, 개편 뒤로는 북한 외교관 출신 고위급 인사들도 많아졌다. 장주연 작가는 “초창기엔 탈북민 개인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북한 역사나 미래 관련 이슈도 다룬다”며 “북한 관련 뉴스만 나오면 이만갑을 찾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번 700회 특집의 핵심 주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남북을 동족이 아닌 상호 적대하며 별개의 국가로 보려는 주장의 실체를 다룬다. 김군래 PD(49)는 “특집엔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망명한 이일규 전 참사를 비롯해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 4명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장 작가는 “고위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 이만갑에 나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프로그램의 위상과 신뢰를 보여준다”고 했다. 앞으로 300회를 더 하면 이만갑은 방송 1000회라는 금자탑도 쌓을 수 있다. 그때의 이만갑은 어떤 모습일까.“이만갑이야말로 블랙핑크나 K드라마처럼, 대한민국만이 가진 글로벌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오래된 방송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방송이죠. 1000회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방영되면 좋겠네요, 하하.”(장 작가)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죽기 전엔 꼭 한 번, 평양에서 ‘이제 만나러 갑니다’와 ‘전국노래자랑’을 합쳐 생방송을 하고 싶어요. 제목은 ‘이제 부르러 왔어요.’ 어때요?”(남희석)채널A가 개국한 2011년부터 15년째 자리를 지켜온 예능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가 드디어 700회를 맞이한다. 다음 달 1일 700회를 방영하는 이만갑은 종합편성채널의 최장수 예능이자 탈북민과 함께하는 방송의 원조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19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난 MC 남희석(54)은 2011년 12월 4일 첫 방송부터 이만갑을 이끌어온 터줏대감이다. 지난해 3월부터 KBS ‘전국노래자랑’도 진행하고 있는 그는 북한에서 두 프로그램의 ‘콜라보(collaboration·협업)’를 꿈꾼다고 했다.“지금은 제 말이 농담처럼 들려도, 언젠가는 진짜로 이뤄질 수도 있죠. 나진·선봉 편 이만갑, 신의주 편 전국노래자랑…. 상상만 해도 뭉클하지 않나요? 하하.”2011년부터 북한의 일상과 현실을 전해온 이만갑은 실향민과 탈북민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700회 동안 꾸준히 이어왔다. 남 MC는 “지금까지 500명 넘는 탈북민이 출연했는데, 처음엔 큰 용기를 내서 나오셨다가도 녹화를 마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예전엔 탈북 사실을 숨기시던 분들이 이제는 자신 있게 밝히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뀌는데 이만갑이 일조했다는 걸 실감한다”고 했다.이만갑의 장수 비결 중 하나는 ‘시청자 눈높이’에 대한 세심한 감각이다. 남 MC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말은 30번을 들어도 모르는 분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엄마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다시 풀어주고 전문가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멈추지 않는 ‘변화’도 또 다른 장수 비결이다. 이만갑은 초기엔 탈북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주로 다뤘으나, 이젠 북한의 정치·외교·사회 등 다양한 이슈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포맷으로 개편됐다. 출연자 구성 역시 과거엔 탈북민 중심이었지만, 개편 뒤로는 북한 외교관 출신 고위급 인사들도 많아졌다. 장주연 작가는 “초창기엔 탈북민 개인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북한 역사나 미래 관련 이슈도 다룬다”며 “북한 관련 뉴스만 나오면 이만갑을 찾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이번 700회 특집의 핵심 주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남북을 동족이 아닌 상호 적대하며 별개의 국가로 보려는 주장의 실체를 다룬다. 김군래 PD(49)는 “특집엔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 망명한 이일규 전 참사를 비롯해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 4명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다. 장 작가는 “고위 외교관 출신 탈북민이 이만갑에 나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달라진 프로그램의 위상과 신뢰를 보여준다”고 했다.앞으로 300회를 더하면 이만갑은 방송 1000회라는 금자탑도 쌓을 수 있다. 그 때의 이만갑은 어떤 모습일까.“이만갑이야말로 블랙핑크나 K드라마처럼, 대한민국만이 가진 글로벌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오래된 방송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방송이죠. 1000회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방영되면 좋겠네요, 하하.”(장 작가)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열리는 6월 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옥상에 설치된 동아일보 ‘커브드 전광판’(곡선형 전광판)에서는 투표가 끝난 오후 8시부터 공상과학(SF)영화 같은 순간이 현실처럼 펼쳐진다. 채널A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 ‘나의 선택 2025’는 시청자와 함께 현장에서 호흡하는 선거방송을 선보인다. 전광판에선 입체적으로 구현된 후보자의 얼굴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등장하고, 실시간 득표율도 가장 빠른 속도로 업데이트된다. 앞서 오후 5시부터는 투표율 현황과 함께 채널A 방송이 생중계된다. 지난해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오픈스튜디오 생중계와 판세 지도로 이목을 끈 채널A가 올해 대선 방송에서는 기술력과 몰입감, 예측 정밀도, 전달 방식까지 한층 더 진화한 중계를 선보인다. 광화문을 방문한 시민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세련되게 시각화한 ‘대한민국의 선택’을 지켜볼 수 있다. ● “미리 보는 디지털 사이니지” 채널A ‘나의 선택 2025’의 핵심은 선거방송의 중심을 ‘거리’로 옮겼다는 데 있다. 특히 일민미술관 커브드 전광판은 개표방송의 주무대가 된다. 실시간 득표율과 후보자 영상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광장형 개표소’라고 볼 수 있다. 선거방송 중간중간에 후보자들의 얼굴이 건물 벽면에 대형 영상으로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현장에서 눈여겨볼 대목. 전광판 아래 시민들은 방송을 실시간으로 ‘직관’하며 유권자 각자의 선택이 모여 대한민국을 바꾸는 순간을 함께 체감할 수 있다. 정보 전달 방식은 한층 직관적으로 바뀐다. 채널A는 복잡한 수치를 단순한 색상과 그래픽으로 바꿔 지역별 득표율이나 전국 판세 등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수치들은 간명하게 만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취지. 또 광화문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외벽에 설치될 예정인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외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방송에서 그래픽으로 구현해 개표방송의 몰입감을 높일 계획이다. 방송 플랫폼의 경계도 허문다. TV는 물론이고 유튜브 채널 ‘채널A News’ 등 소셜미디어에서 동시 생중계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방송을 접할 수 있다. 집이든 거리에서든 개표 진행 상황을 끊김 없이 따라갈 수 있는 ‘멀티채널 생중계’ 구조다. 채널A 선거방송 기획TF팀은 “선거방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현장에서 함께 느끼는 축제”라며 “채널A가 ‘나의 선택 2025’를 통해 유권자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정밀해진 예측 조사와 분석 이번 대선 개표방송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단연 ‘예측 조사’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채널A는 자체 개발한 예측 시스템 ‘알파A’를 선보였고, 정확한 결과 예측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도 자체 예측 조사를 준비해 투표가 종료되는 오후 8시부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사전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투표율 변화, 지역별 반응까지 반영해 예측한다. 방송 진행은 채널A 대표 앵커들이 맡는다. ‘뉴스A’ 동정민 앵커는 정치부장이자 메인 앵커로 탄탄한 현장 이해와 해설을 선보인다. ‘김진의 돌직구쇼’ 김진 앵커는 직설적이고 정확한 표현으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 ‘뉴스TOP10’ 김종석 앵커는 날카로운 분석과 균형 잡힌 진행을 보여줄 계획이다. 여기에 현직 국회의원과 교수, 변호사 등 다양한 패널이 출연해 개표방송 해설의 깊이를 더한다. 단순한 득표 중계를 넘어 각 당의 전략, 지역구 판세, 당일 돌발 변수까지 폭넓게 분석하는 정치 해설자 역할을 맡는다. 손영일 채널A 선거방송 기획TF팀장은 “선거방송 타이틀 ‘나의 선택 2025’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내일의 희망을 만드는 시작임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이 변화의 주인공임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채널A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당선이 확정될 때까지 발 빠르게 선거 상황을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누구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 강요할 수 없습니다.”(자파르 파나히 이란 감독)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8회 칸국제영화제가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영화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65)은 단상 위에 올라 자국의 여성 복장 규정 등 사회 규범을 에둘러 비판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객석을 가득 채운 박수와 환호 속에서 차분하게 입을 열고 “국내외 모든 이란인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 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라고 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사회에서 오랫동안 검열과 통제에 맞서 온 상징적 인물이다. 2010년 반정부 시위에 연루돼 20년 동안 영화 제작과 출국을 금지당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몰래 영화를 찍어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 왔다. 2022년 다시 수감됐다가 2023년 단식 투쟁 끝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파나히 감독이 석방 뒤 처음으로 만든 장편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한 경찰과 닮은 이를 길에서 마주친 전직 정치범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그렸다. 용서와 복수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리를 통해 이란 사회의 억압 구조를 조명한다. 영화는 그가 수감 중에 다른 재소자에게 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은밀히 촬영됐지만, 제작 과정에서 출연 배우와 일부 스태프가 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수상 직후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이 상은 지금 활동할 수 없는 이란의 모든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것이다. 내일 귀국할 예정이며 전혀 두렵지 않다”며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돌아갔을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13일 개막해 11일간의 일정을 마친 ‘세계 영화인의 축제’ 칸국제영화제가 이처럼 황금종려상을 통해 내린 선택은 ‘예술과 표현의 자유’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예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살아 있는 부분인 창의적 에너지를 움직인다”며 그 의미를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예술이 계속 존속하고 번창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파나히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모두 수상한 다섯 번째 감독이 됐다. 그는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을, 2015년 독일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택시’)을 수상했다. 이전까지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받은 건 장뤼크 고다르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버트 올트먼, 앙리 조르주 클루조까지 4명이었다.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는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상은 프랑스·스페인 합작 영화 ‘시라트’(올리베르 라세 감독)와 독일 영화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스키 감독)에 공동 수여됐다. 감독상은 브라질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시크릿 에이전트’, 남우주연상은 이 영화의 주연 배우 바그네르 모라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프랑스 신예 배우 나디아 멜리티(23)가 영화 ‘더 리틀 시스터’로 수상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영화보다 현실적인 이슈가 주목받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로버트 드니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영화 관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폐막 당일엔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칸 본부가 약 5시간 정전됐다”며 “영화제가 ‘현실의 드라마’로 얼룩졌다”고 평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무도 우리가 뭘 입어야 하는지,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할 수 없다.”2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8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선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65)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국내외 모든 이란인들은 모든 문제와 차이를 제쳐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자유”라고 했다.그가 연출한 영화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는 이날 폐막식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다. 반체제 인사들의 삶과 고뇌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이 작품은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어둠을 용서와 희망으로 바꾸는 예술의 힘을 증명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는 수상작을 발표하며 “예술은 우리의 가장 소중하고 살아 있는 부분의 창의적 에너지를 움직인다”고 말했다.파나히는 2010년 반정부 시위에 연루돼 영화 제작과 출국이 금지됐고 이후 몰래 제작한 작품들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해왔다. 2022년에는 다시 수감됐으나 2023년 단식 투쟁 끝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석방 이후 처음으로 만든 장편영화로 한 남자가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한 경찰과 닮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파나히 감독은 신작을 이란 당국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촬영했다. 최근에는 출연진 일부가 당국에 소환돼 조사를 받는 등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파나히 감독은 수상 직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활동할 수 없는 모든 이란 영화 제작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내일 귀국할 예정이며, 전혀 두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로이터통신에 “수상하든 못하든 나는 다시 돌아갔을 것”이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파나티 감독은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쥔 다섯 번째 감독이 됐다. 앞서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써클·2000년)과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택시·2015년)을 수상한 바 있다.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두 자매가 관계가 소원한 아버지와 겪는 일을 그린 덴마크 출신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모로코를 배경으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스페인·프랑스 영화 ‘시라트’(올리비에 라시)와 여러 세대에 걸친 인간 드라마를 그린 독일 작품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에 공동으로 돌아갔다. 올해는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가 없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하면 진동이 울린다. 이 자그마한 기계는 충전도 오래가고, 무게도 가볍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건 금속 덕분이다. 이 금속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채굴한 ‘광물’에서 정제해 얻는다. 그래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이 광물 자원을 더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 기자가 쓴 신간은 다섯 가지 핵심 광물 자원인 리튬,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을 생생하게 담았다. 해당 광물들은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노트북, 전투기 등 수많은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자원이다. 안정적인 공급이 흔들리면 산업과 에너지 체계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최근 중국은 광물 자원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희토류 가공의 90%를 중국이 장악 중이다. 중국은 더군다나 광물 수출을 외교·안보에서 무기처럼 활용하는 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자원 확보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외교와 안보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광물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개발은 쉽지 않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광산을 새로 여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네바다의 리튬 광산, 애리조나의 구리 광산, 캘리포니아의 희토류 광산 등은 모두 오랜 기간 허가와 법적 절차에 막혀 있는 상태라고 한다. 눈여겨볼 점은 광물 전쟁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콩고, 볼리비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선 어린이들이 맨손으로 코발트를 캔다. 광산 댐이 붕괴해 수백 명이 숨지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광물 전쟁이 누군가의 일상과 생명을 빼앗는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저자는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폐기기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덮고 나니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다시 보였다. 작은 진동 하나에도 수많은 나라의 전략, 누군가의 노동, 자연의 희생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라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모두가 이 소리 없는 전쟁의 당사자가 아닐까.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드라마 ‘탄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너구나. 영락없는 너야.” 조선 한양 인왕산 자락의 별서(別墅·농사를 지으려 따로 지은 집). 임금의 하나뿐인 아우이자 조선 거대 상단의 뒷배인 ‘한평대군’(김재욱)은 자신을 찾아온 ‘홍랑’(이재욱)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홍랑은 조선 거대 상단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10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한평대군은 자신이 밀어주는 거대 상단의 후계자인 홍랑에게 확신을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어긋나기 시작한다. 돌아온 홍랑이 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랑은 모종의 이유로 한평대군에게 복수를 시도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탄금’은 장다혜 작가의 장편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2021년·북레시피)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활극이다. 조선 후기, 실종됐던 최고 상단의 후계자 홍랑이 성년이 돼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복수 서사를 담았다. 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홍랑의 ‘복수 방식’이다. 소설 속 홍랑은 치밀한 계획자다. “염을 해도 발각되지 않도록 대군의 정수리에 가느다란 장침을 하나 꽂아 넣었다. 금수(禽獸)에겐 실로 과분한 죽음이었다”는 문장처럼, 그의 복수는 절제돼 있으며 완전 범죄에 가깝다. 이는 한평대군뿐 아니라, 자신이 이어가야 할 다른 복수들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장검을 즉각 발도해 선혈이 낭자하게 뭇칼질을 하고픈 욕망을 억누르는 게 실로 고역이었다.” 반면 드라마 속 홍랑은 한평대군의 양손을 직접 자르는 방식으로 복수한다. 그는 대군을 바라보며 “단 한 번도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없었고, 단 한순간도 고통 없이 숨 쉴 수가 없었다”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감정을 절제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감정이 폭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소설에서 한평대군은 중반부에 죽지만, 드라마는 홍랑과 한평대군 사이 갈등을 끝까지 끌고 간다”며 “그 덕분에 주인공 홍랑 맞은편에 선 한평대군의 ‘안타고니스트’(극 중 적대적 인물)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시망스럽다’(짓궂은 데가 있다), ‘걸오하다’(성질이 거칠고 사납다) 등 홍랑의 성격을 묘사하는 소설 속 고어가 배우의 연기로 살아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작자인 장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에선 낯설지만 아름다운 순우리말 정서가 화면의 미장센이나 배우들의 연기로 전달됐다”며 “원작의 목차가 24절기를 따라가는 만큼 드라마도 한국의 사계절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했다. 드라마 속 의상도 눈길을 끈다. 홍랑의 누이 ‘재이’(조보아)의 냉철함과 한은 단아하고 절제된 색감의 한복으로 표현됐다. 거대 상단의 안주인 ‘민연의’(엄지원)의 욕심과 야망은 화려한 문양의 복식으로 드러났다. 김홍선 감독은 13일 제작발표회에서 “세계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며 “한복을 단지 패셔너블하게 다루기보다는 원단의 소재와 질감에 신경 쓰면서 기본에 충실한 사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드라마 ‘탄금’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너구나. 영락없는 너야.”조선 한양 인왕산 자락의 별서(別墅·농사를 지으려 따로 지은 집). 임금의 하나뿐인 아우이자 조선 거대 상단의 뒷배인 ‘한평대군’(김재욱)은 자신을 찾아온 ‘홍랑’(이재욱)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한다. 홍랑은 조선 거대 상단의 외아들로, 어린 시절 갑작스럽게 사라졌다가 10여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한평대군은 자신이 밀어주는 거대 상단의 후계자인 홍랑에게 확신을 보인다.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어긋나기 시작한다. 돌아온 홍랑이 실은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랑은 모종의 이유로 한평대군에게 복수를 시도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연사에서 양손 자르기로…복수 방식 달라져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탄금’은 장다혜 작가의 장편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2021년·북레시피)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활극이다. 조선 후기, 실종됐던 최고 상단의 후계자 홍랑이 성년이 돼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복수 서사를 담았다.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홍랑의 ‘복수 방식’이다. 소설 속 홍랑은 치밀한 계획자다. “염을 해도 발각되지 않도록 대군의 정수리에 가느다란 장침을 하나 꽂아 넣었다. 금수(禽獸)에겐 실로 과분한 죽음이었다”는 문장처럼, 그의 복수는 절제돼 있으며 완전 범죄에 가깝다. 이는 한평대군뿐 아니라, 자신이 이어가야 할 다른 복수들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장검을 즉각 발도해 선혈이 낭자하게 뭇칼질을 하고픈 욕망을 억누르는 게 실로 고역이었다.”반면 드라마 속 홍랑은 한평대군의 양손을 직접 자르는 방식으로 복수한다. 그는 대군을 바라보며 “단 한 번도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없었고, 단 한순간도 고통 없이 숨 쉴 수가 없었다”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감정을 절제했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감정이 폭발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소설에서 한평대군은 중반부에 죽지만, 드라마는 홍랑과 한평대군 사이 갈등을 끝까지 끌고 간다”며 “그 덕분에 주인공 홍랑 맞은편에 선 한평대군의 ‘안타고니스트’(극 중 적대적 인물) 역할이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시망스럽다, 걸오하다…고어가 배우 연기로 살아나‘시망스럽다’(짓궂은 데가 있다), ‘걸오하다’(성질이 거칠고 사납다) 등 홍랑의 성격을 묘사하는 소설 속 고어가 배우의 연기로 살아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작자인 장 작가는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라마에선 낯설지만 아름다운 순우리말 정서가 화면의 미장센이나 배우들의 연기로 전달됐다”며 “원작의 목차가 24절기를 따라가는 만큼 드라마도 한국의 사계절을 오롯이 담아냈다”고 했다.드라마 속 의상도 눈길을 끈다. 홍랑의 누이 ‘재이’(조보아)의 냉철함과 한은 단아하고 절제된 색감의 한복으로 표현됐다. 거대 상단의 안주인 ‘민연의’(엄지원)의 욕심과 야망은 화려한 문양의 복식으로 드러났다. 김홍선 감독은 13일 제작발표회에서 “세계에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며 “한복을 단지 패셔너블하게 다루기보다는 원단의 소재와 질감에 신경 쓰면서 기본에 충실한 사극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뼈대는 시나리오”…작곡가 호텔리어 출신 소설가원작을 쓴 장다혜 작가는 프랑스에 거주하며 첫 장편소설을 냈다. 프랑스의 호텔 경영대학에서 유학한 뒤 유럽에서 호텔리어로 일했다. 작곡가로 활동하며 이수영의 ‘눈물이 나요’, 박혜경의 ‘A Lover’s Concerto’ 등 유명한 노랫말을 써냈다.‘탄금’의 시작은 시나리오였다. 2016년,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실종 아동 귀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놀이’처럼 시작했지만, 장면과 대사가 불어나면서 원고는 비대해졌고, 결국 그는 시나리오를 소설로 전환했다. 완성까지는 꼬박 5년이 걸렸다.“이 소설의 처음은 영화 시나리오였습니다. 지문이 방대해지면서 소설로 그 형태를 바꾸게 되었는데 독자들이 뼈대가 된 시나리오를 자연스레 느끼시는 듯 해서 영상화가 조금 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나 해요.”드라마화가 결정됐을 때 그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느꼈다고 털어놨다. “드라마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컸으나 소설의 내용상 공중파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몇몇 지점들이 존재했기에 그것들이 어떻게 각색, 순화될지에 관한 의문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표현이 조금 더 자유로운 넷플릭스로 방영이 결정되면서 그 우려까지 말끔히 해소되어 비로소 오롯이 기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캐스팅에 대한 소감도 솔직했다. “25년 넘게 외국에 살고 있고 한국의 요즘 드라마를 많이 보지 못해서 배우들을 잘 모른다. 그래서 주인공에 이재욱, 조보아 배우님이 캐스팅됐을 때 오히려 아무 편견 없이 홍랑과 재이를 곧장 대입해 볼 수 있어서 무척 신선하고 좋았다”고 했다. 또 “소설을 쓰는 내내 남자 서브 주인공인 ‘무진’ 캐릭터에 강하늘 배우님의 이미지를 차용하였기에 내심 캐스팅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디어나 즐길 거리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일회성으로 반짝 소모되고 잊히는 것들이 많은 요즘이다. 여운이 남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의 다음 작품인 조선 시대 판소리 명창 이날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이날치, 파란만장’(북레시피) 역시 영상화가 추진 중이다. 그는 “지금도 소설을 쓸 때 시나리오처럼 각 장면마다 번호를 붙이고 등장인물, 장소, 시간을 적어 구체화 시키는 습관이 있다. 시간 흐름과 장면 연결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과 더불어 편집과 재구성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소설의 뼈대가 시나리오라는 점이 아마도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영상화를 떠올릴 수 있게 하지 않나”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화 ‘파묘’(사진)가 영화감독들이 선정하는 올해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은 제23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의 영화 부문에서 “파묘가 감독상(장재현)과 각본상(장재현), 여자배우상(김고은), 새로운 남자배우상(이도현)을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풍수와 묫자리를 다룬 오컬트 영화인 ‘파묘’는 지난해 2월 개봉해 119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남자배우상은 올 3월 개봉해 2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승부’의 이병헌이 수상했다. 새로운 여자배우상은 ‘울산의 별’의 김금순이 가져갔다. 신인감독상은 ‘핸섬가이즈’를 연출한 남동협 감독에게 돌아갔다. 도전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인 감독에게 주어지는 비전상은 ‘장손’의 오정민 감독이 받았다. 시리즈 부문에서는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이 감독상(이창희)과 남자배우상(이희준), 새로운 남자배우상(김요한)을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의 배두나와 넷플릭스 ‘지옥’ 시즌2의 문근영은 각각 여자배우상과 새로운 여자배우상을 차지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디션 보러 오셨구나!” 허름한 무대 구석. 긴 생머리에 청바지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의 ‘유진’(김새론)이 환하게 웃으며 무명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을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유진은 낮에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인디 밴드 ‘볼케이노’ 키보디스트로 살아가는 인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기철에게 “꿈을 위해 산다는 거 멋지다”고 치켜세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기타맨’은 올 2월 세상을 떠난 김새론 배우의 유작이다. 지난해 11월 촬영돼 최근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작과 감독, 기철 역까지 맡은 이선정 감독은 21일 간담회에서 “촬영할 때가 새론 씨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카메라만 켜지면 돌변했던 ‘천생 배우’였다”며 “편집 작업을 하며 새론 씨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고인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고 했다. 사실 ‘기타맨’은 작품성이 높은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젊은 여성인 유진이 중년 남성인 기철에게 연정을 느낀다는 설정도 제작진의 무리수로 보인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가득한 유진은 고인의 짧았던 연기 인생과 겹쳐진다. 극 중 기철이 유진을 위해 만든 곡(“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해. 난 아직 할 말이 많은데”)이나 유진이 기철의 꿈속에서 털어놓는 대사(“나 이제 가야 해. 혼자 가기 무서워”)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배우 김새론은 2001년 잡지 ‘앙팡’ 표지 모델로 데뷔해 2009년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 ‘여행자’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여행자’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됐고, 고인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최연소 한국 배우가 됐다.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과 호흡을 맞춘 김새론은 어른들의 세계에 짓밟힌 소녀 ‘소미’로 분해 628만 명의 관객을 울렸다. 2014년엔 영화 ‘도희야’로 다시 칸에 초청받았다. 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후 그의 인생은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어갔다. 작품이 끊기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동정보다 비난이 컸다. 2023년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은 여론 때문에 출연분이 대거 편집됐다. 지난해엔 연극 무대로 복귀를 시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영화 ‘기타맨’이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치고 약 3개월이 지난 뒤 만 25세에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유진의 밝은 표정은 팬들에게는 뒤늦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와도 같다. 영화에서 유진은 회사에서 ‘물망초’를 알뜰살뜰 돌본다. 한 동료가 꽃말을 묻자, 잠시 머뭇거리다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지으며 답한다. “나를 잊지 마세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디션 보러 오셨구나!”허름한 무대 구석. 긴 생머리에 청바지 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의 ‘유진’(김새론)이 환하게 웃으며 무명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을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유진은 낮에는 아이돌 기획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인디 밴드 ‘볼케이노’ 키보디스트로 살아가는 인물.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기철에게 “꿈을 위해 산다는 거 멋지다”고 치켜세운다.30일 개봉하는 영화 ‘기타맨’은 올 2월 세상을 떠난 김새론 배우의 유작이다. 지난해 11월 촬영돼 최근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에서 연기에 대한 고인의 열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제작과 감독, 기철 역까지 맡은 이선정 감독은 21일 간담회에서 “촬영할 때가 새론 씨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지만, 카메라만 켜지면 돌변했던 ‘천생 배우’였다”며 “편집 작업을 하며 새론 씨 얼굴을 보는 게 가장 힘들었지만, 고인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 곁을 떠나간 소녀배우 김새론은 2001년 잡지 ‘앙팡’ 표지 모델로 데뷔해 2009년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 ‘여행자’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아홉 살이던 그는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보육원에 버려진 아이 ‘진희’ 역을 맡았다. 그해 ‘여행자’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 됐고, 고인은 칸의 레드카펫을 밟은 최연소 한국 배우가 됐다. 세상이 한때 그를 ‘칸의 소녀’라고 불렀던 이유다.대중에게 널리 이름을 알린 건 이듬해였다.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배우 원빈과 호흡을 맞춘 김새론은 어른들의 세계에 짓밟힌 소녀 ‘소미’로 분해 628만 명의 관객을 울렸다. 아역으론 드물게 누아르 장르를 오롯이 소화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014년엔 영화 ‘도희야’로 다시 칸에 초청받았다. 열다섯 살이 되기 전 두 번이나 칸 레드카펫을 밟은 한국 배우는 그뿐이었다.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스펙트럼을 넓혔던 고인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영화 ‘눈길’(2017년) 등에서 강한 서사를 품은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어린 나이에도 참혹한 현실을 온몸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해”하지만 2022년 5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후 그의 인생은 기대와는 다른 길을 걸어갔다. 작품이 끊기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동정보다 비난이 컸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2023년)에 출연을 예고했으나 논란이 커져 결국 하차했다. 지난해엔 연극 무대로 복귀를 시도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작품이 영화 ‘기타맨’이었다. 고인은 지난해 11월 촬영을 마치고 약 3개월이 지난 뒤 만 25세에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기타맨’은 작품성이 높은 영화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가득한 유진은 고인의 짧지만 뜨거웠던 연기 인생과 겹쳐진다. 극 중 기철이 유진을 위해 만든 곡(“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해. 난 아직 할 말이 많은데”)이나 유진이 기철의 꿈속에서 털어놓는 대사(“나 이제 가야 해. 혼자 가기 무서워”)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팬들에겐 뒤늦게야 열어보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작품. 영화에서 유진은 회사에서 ‘물망초’를 알뜰살뜰 돌본다. 한 동료가 꽃말을 묻자, 잠시 머뭇거리다 카메라를 보고 미소 지으며 답한다.“나를 잊지 마세요.”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