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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시카고에 집을 마련하면서 스스로 중산층에 편입됐음을 자각했다고 한다. 출판사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변변치 않은 과거와는 분명 다른 위치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 집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장기적으로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였기에 “나는 이 집을 소유한다기보다는 보살피는 것에 가깝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소유’에 대해 사유하며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통계상으론 분명 상위 계층에 속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이중적인 욕망에 시달린다. 비싼 목걸이, 고급 식기 등 더 좋은 물건들을 원하면서 동시에 덜 원하고 싶어 한다. 저자는 이처럼 일상에서 마주한 자신의 모순을 정직하게 털어놓는다. 일례로 이웃과의 대화를 보자. 대부분의 일상을 음악과 연극에 투자하는 이웃은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들으며 저자는 의아함을 느낀다. 그는 “나는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시간은 글에 쓰고 돈은 집에 쓴다”고 말한다. 저자가 시간을 많이 쏟는 또 다른 일 중 하나는 마당에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는 일이다. 얼핏 특별한 의미가 없는 일 같지만, 저자는 삶을 ‘생산’과 ‘소비’로만 나누어 보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그는 구덩이 파는 일이 “성취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로 평가받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는 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윤영기 감독이 미국 애니 어워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장편 영화 부문 스토리보드상을 수상했다.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제53회 애니 어워즈에서 윤 감독은 드림웍스의 ‘배드 가이즈 2’를 통해 장편 영화 부문 최우수 스토리보드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번 수상은 한국인 아티스트가 해당 부문에서 거둔 사상 첫 번째 수상이다.윤 감독은 ‘배드 가이즈 2’의 리드미컬하고 재치 넘치는 액션 시퀀스와 캐릭터 간의 긴장감 넘치는 구도를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감독은 드림웍스에서 ‘쿵푸팬더 4’, ‘키포와 신기한 동물들’ 등 세계적인 흥행작들에 참여해왔다.한편 이번 애니 어워즈에서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10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었다. 애니상은 ‘애니메이션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며 현직 업계 전문가들의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하는 권위있는 시상식이다. 특히 이 시상식의 최우수 작품상은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지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다음 달 열릴 아카데미상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고양이 캐릭터 ‘르깟(Le Cat)’으로 사랑받은 벨기에 작가 필립 그뤽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보자르갤러리에서 다음 달 7일부터 열린다.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뤽이 탄생시킨 ‘르깟’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르깟은 1983년 벨기에 일간 르 수아르(Le Soir)에 처음으로 등장해, 위트 있는 문장으로 사회적인 질문을 던지며 큰 관심을 끌었다. 유럽에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TinTin)’에 비견될 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문화 아이콘이다. 보자르갤러리 측은 “귀여운 캐릭터의 외형 너머에 숨겨진 팝아트적 위트와 사회 풍자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라며 “역사적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들도 소개되며, 르깟이 단순한 만화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내달 27일까지.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느 때와 같은 하굣길. 소꿉친구 오호수(이채민)가 폭탄선언을 한다. “나 너 좋아해.” 호수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은 한여울(김새론)은 ‘벙찐’ 표정을 지은 채 굳어버린다.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열일곱, 16년 내내 함께했던 소꿉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한여울의 좌충우돌을 그린 청춘 로맨스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새론 배우의 유작으로, 2024년 촬영해 지난해 5월 공개했던 영화 ‘기타맨’보다 이른 시기인 2021년 촬영된 작품이다. 비록 현실에서 고인의 시간은 멈췄지만, 영화 속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남은 생기발랄한 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이 작품은 공개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드라마로 기획돼 2022년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해 5월 고인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며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표류를 거듭하다가 고인의 1주기(2월 16일)를 맞아 영화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김민재 감독은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도 많았고 두려움도 컸는데 이렇게 개봉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는 “감히 말하건대 새론이는 저에게 최고의 배우였다”며 “청춘이란 시기는 누구나 실수하고 흔들리며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법인데, 새론이의 그다음 성장 과정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는 매일매일’은 영화관에서 감상하기엔 미흡한 대목이 많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고등학생의 일상을 따라가는 각본인 데다, 연출 기법 또한 영화보단 웹드라마물에 적합해 보인다. 다만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 첫사랑에 설레는 모습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인의 풋풋한 미소가 큰 스크린에 담겼다는 의미가 있다.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채민은 “(고인은) 동갑이지만 선배로서 잘 이끌어줬던 기억이 난다.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영화 ‘아저씨’(2010년)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고인과 인연이 있는 배우 류의현 또한 “그립고 보고 싶은 친구”라고 떠올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고양이 캐릭터 ‘르깟(Le Cat)’으로 사랑받은 벨기에 작가 필립 그뤽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보자르갤러리에서 다음 달 7일부터 열린다. 한국·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뤽이 탄생시킨 ‘르깟’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르깟은 1983년 벨기에 일간 르 수아르(Le Soir)에 처음으로 등장해, 위트 있는 문장으로 사회적인 질문을 던지며 큰 관심을 끌었다. 유럽에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땡땡(TinTin)’에 비견될 만큼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문화 아이콘이다. 보자르갤러리 측은 “귀여운 캐릭터의 외형 너머에 숨겨진 팝아트적 위트와 사회 풍자를 함께 들여다보는 자리”라며 “역사적 명화를 오마주한 작품들도 소개되며, 르깟이 단순한 만화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내달 27일까지.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여느 때와 같은 하굣길. 소꿉친구 오호수(이채민)가 폭탄선언을 한다. “나 너 좋아해.” 호수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받은 한여울(김새론)은 벙찐 표정을 지은 채 굳어버린다.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열일곱, 16년 내내 함께했던 소꿉친구와의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한여울의 좌충우돌을 그린 청춘 로맨스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김새론 배우의 유작으로, 2024년 촬영해 지난해 5월 공개했던 영화 ‘기타맨’보다 이른 시기인 2021년 촬영된 작품이다. 비록 현실에서 고인의 시간은 멈췄지만, 영화 속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남은 생기발랄한 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이 작품은 공개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드라마로 기획돼 2022년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해 5월 고인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며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표류를 거듭하다가 고인의 1주기(2월 16일)를 맞아 영화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김민재 감독은 2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개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걱정도 많았고 두려움도 컸는데 이렇게 개봉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그는 “감히 말하건대 새론이는 저에게 최고의 배우였다”며 “청춘이란 시기는 누구나 실수하고 흔들리며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법인데, 새론이의 그 다음 성장 과정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는 매일매일’은 영화관에서 감상하기엔 미흡한 대목이 많다. 극적인 사건보다는 고등학생의 일상을 따라가는 각본인 데다, 연출 기법 또한 영화보단 웹드라마물에 적합해 보인다. 다만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 첫사랑에 설레하는 모습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인의 풋풋한 미소가 큰 스크린에 담겼다는 의미가 있다.함께 출연했던 배우 이채민은 “(고인은) 동갑이지만 선배로서 잘 이끌어줬던 기억이 난다.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영화 ‘아저씨’(2010년)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고인과 인연이 있는 배우 류의현 또한 “그립고 보고싶은 친구”라고 떠올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야구 하면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선수라고 불리는 건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끝일 줄 알았는데….”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여성야구단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 선수(38·핸드볼)는 ‘선수’라는 호칭에 담담히 웃어 보였다. 블랙퀸즈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에서 여러 종목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모여 창설한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 ‘야구여왕’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청 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 선수와 함께 ‘주전 유격수’ 주수진(33·축구)과 ‘송타니(송아+오타니)’ 송아(30·테니스) 선수도 함께 만났다. ‘야구여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세 선수를 포함해 야구에 진심을 보여준 참가자들의 공이 컸다. 본업에 바쁘면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새벽 운동까지 적극 나섰다. 김 선수는 “은퇴 뒤 공허감이 컸는데 ‘야구여왕’을 통해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아 팀 내 유일한 ‘아기 엄마’인 주 선수는 “집 밖으로 나갈 계기가 생겨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 물론 낯선 야구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고 했다.먼저 김 선수는 ‘첫 정식 경기’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블랙퀸즈는 25 대 15로 대승을 거두며 반전을 마련했다. 김 선수는 “직전 연습경기에서 대패해 ‘우리가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던 때라 더 값졌다”고 했다. 무릎 부상으로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그는 이 경기에서 구원투수 등으로 활약하며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송 선수는 5번째 경기를 언급했다. 이른바 ‘사이클링 히트’라 부르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을 노리다가 실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1회부터 홈런을 쳤지만, 마지막 3루타를 남기고 욕심을 내다 큰 실수를 했다. 안타를 친 뒤 무작정 달리다가 앞 주자 주 선수까지 추월해 아웃이 됐다. “야구를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못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 (실수) 장면은 저를 평생 쫓아다니지 않을까요.” 주 선수는 아직 방송 전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긴장감이 넘쳤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촬영을 앞두고 9kg을 뺐던 그는 방송 중 6kg이 더 빠졌을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축구랑 야구가 경쟁 구도이지 않나. 축구 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농담하면 뜨끔뜨끔하다”며 “점점 야구 선수의 마인드가 되어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긴 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다름 아닌 상대팀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장난 아니다”라며 “눈빛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여성 축구가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여성 야구도 널리 활성화됐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던 김 선수는 “저희가 ‘원 팀’이 돼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여성 야구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다른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종목에 관심이 생기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하죠. ‘야구여왕’을 계기로 여성 야구 포함 여성 스포츠 관련 환경이 개선되고, 선수도 늘어났으면 해요.”(송 선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야구하면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선수라고 불리는 건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끝일 줄 알았는데….”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여성야구단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 선수(38·핸드볼)는 ‘선수’라는 호칭에 담담히 웃어 보였다. 블랙퀸즈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에서 여러 종목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모여 창설한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 ‘야구여왕’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청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 선수와 함께 ‘주전 유격수’ 주수진(33·축구)과 ‘송타니(송아+오타니)’ 송아(30·테니스) 선수도 함께 만났다.‘야구여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세 선수를 포함해 야구에 진심을 보여준 참가자들의 공이 컸다. 본업에 바쁘면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새벽운동까지 적극 나섰다. 김 선수는 “은퇴 뒤 공허감이 컸는데 ‘야구여왕’을 통해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아 팀 내 유일한 ‘애엄마’인 주 선수는 “집밖을 나갈 계기가 생겨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물론 낯선 야구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고 했다.먼저 김 선수는 ‘첫 정식경기’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블랙퀸즈는 25:15로 대승을 거두며 반전을 마련했다. 김 선수는 “직전 연습경기에서 대패해 ‘우리가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던 때라 더 값졌다”고 했다. 무릎 부상으로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그는 이 경기에서 구원투수 등으로 활약하며 MVP를 거머쥐지기도 했다.송 선수는 5번째 시합을 언급했다. 이른바 ‘싸이클링 히트’라 부르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노리다가 실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1회부터 홈런을 쳤지만, 마지막 3루타를 남기고 욕심을 내다 큰 실수를 했다. 안타를 친 뒤 무작정 달리다가 앞 주자 주 선수까지 추월해 아웃이 됐다.“야구를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못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 (실수) 장면은 저를 평생 쫓아다니지 않을까요.”주 선수는 아직 방송 전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긴장감이 넘쳤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촬영에 앞두고 9kg을 뺐던 그는 방송 중 6kg가 더 빠졌을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축구랑 야구가 경쟁 구도이지 않나. 축구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농담하면 뜨끔뜨끔하다”라며 “점점 야구선수의 마인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긴 훈련과 시합에서 선수들에게 뭣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다름 아닌 상대팀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장난 아니다”며 “눈빛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여성축구가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여성야구도 널리 활성돠됐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주장으로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던 김 선수는 “저희가 ‘원팀’이 돼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여성 야구는 물론, 더 나아가 다른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일단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종목에 관심이 생기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하죠. ‘야구여왕’을 계기로 여성 야구 포함 여성 스포츠 관련 환경이 개선되고, 선수도 늘어났으면 해요.”(송 선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4년 12월 독일 재무장관이자 자유민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AfD(독일을 위한 대안당)는 자유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극우 정당”이라며 “한번 만나 우리 당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보여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머스크는 지체 없이 응답했다. “전통 정당들은 독일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배반했지요. AfD가 독일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파리정치대 교수인 저자는 “독일 극우정당 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억만장자의 행동을 오만가지 기행 중 하나로 간과하는 것은 치명적 오산”이라고 말한다. 책은 포퓰리즘적 정치인들과 정보기술(IT) 기업가들의 연합이 기존 정치 권력을 대체해 가는 순간순간을 포착한 정치 에세이다. 저자는 부끄러움 없는 독재자, 무질서를 전략으로 삼는 정치인,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 활보하는 테크 정복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을 ‘포식자들의 시간’이라 명명한다. 이들 포식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의 힘’을 주요 덕목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세계는 ‘절차·규칙·제도’보다 ‘속도·힘·감각적 충격’을 더 빠르게 소비한다. 광장과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민주주의적 토론은 사라졌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각자의 주장이 수정 없이 유포된다. 경제 불안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고, 이때 등장한 것이 “거의 항상 관습을 깨부수며,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기존 세계의 대표자들을 경계하는 새로운 테크 엘리트들”인 것이다. 하지만 책은 포식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진 않는다. 오히려 규제, 인권, 소수집단 보호 등으로 권력을 통제했던 시대가 인류 정치사의 예외적 순간이며 힘과 폭력, 속도는 기본 상태라고 말한다. “단지 그 기본 상태가 기술 문명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논문 느낌이 짙은 번역서이지만, 21세기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왔던 배우 장동직 씨(60·사진)가 국립정동극장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 3년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장 씨는 설 연휴 이전인 12일에 이사장 임명장을 전달 받았다. 1995년 영화 ‘런어웨이’로 데뷔한 장 씨는 드라마 ‘야인시대’ ‘무인시대’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1995년 개관한 정동극장은 전통극 등 다양한 공연을 발굴 및 육성, 지원하는 문체부 소관 재단법인이다.장 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이끌어갈 이재명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21대 대선 때는 유세 찬조 연설에 나서는 등 선거 운동에도 참여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명품 조연으로 사랑받은 배우 로버트 듀발(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고인의 배우자인 루시아나 듀발은 1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제 내 사랑하는 남편이자 소중한 친구, 우리 시대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와 작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뉴욕 예술극장 게이트웨이 플레이하우스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경엔 한국에서 미 육군으로 복무했다. 영화는 1962년 ‘앵무새 죽이기’로 데뷔했으며, 1972년 ‘대부’에서 마피아 코를레오네 가문의 변호사 톰 헤이건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옥의 묵시록’과 ‘폴링 다운’, ‘딥 임팩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의 진가는 조연으로 더 빛났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평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총 7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알코올 의존증 가수 역할을 맡은 영화 ‘텐더 머시스’로 1984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서부극 ‘브로큰 트레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명품 조연으로 사랑받은 배우 로버트 듀발(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고인의 배우자인 루시아나 듀발은 1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제 내 사랑하는 남편이자 소중한 친구, 우리 시대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하나였던 이와 작별했다”며 “로버트는 집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1931년 미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에서 연극 전공 뒤 뉴욕 예술극장 게이트웨이 플레이하우스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경엔 한국에서 미 육군으로 복무했다.영화는 1962년 ‘앵무새 죽이기’로 데뷔했으며, 1972년 ‘대부’에서 마피아 코를레오네 가문의 변호사 톰 헤이건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옥의 묵시록’과 ‘폴링 다운’, ‘딥 앰팩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의 진가는 조연으로 더 빛났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인은 총 7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알코올 의존증 가수 역할을 맡은 영화 ‘텐더 머시스’로 1984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서부극 ‘브로큰 트레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인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에 비견될 만큼 캐릭터 분석에 탁월했다”고 추모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작품은 없지만, 배우 배두나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올해 황금곰상을 두고 경쟁할 작품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한 ‘퀸 앳 시’ 등 22편이다. 경쟁 부문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 작품은 일본-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화록청이 밝아오는 날에’다. 철거 압박을 받는 폭죽 공장을 무대로, 전설로만 전해지는 환상의 불꽃 ‘슈하리’를 둘러싼 세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화록청이 밝아오는 날에’는 시노마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시노마야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제작에 참여했던 일본 화가다. 일본 현지에서는 3월 개봉 예정이다.한국 작품들은 경쟁 부문에 오르진 못했지만, 장편 3개와 단편 1개가 다양한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우선 ‘베를린의 사랑을 받는’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은 파노라마 부문에서 소개된다. 파노라마는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영화적 경향을 조명하는 부문이다.홍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7년 연속 베를린에 입성했다. 그는 2020년 영화 ‘도망친 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까지 6편을 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 김민희가 출연 없이 제작 실장으로만 함께 했다. ‘그녀가 돌아온 날’은 베를린에서 처음 선을 보인 뒤 상반기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이 외에도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은 포럼 섹션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RA) 장편과정 연구생 유재인 감독의 졸업 작품 ‘지우러 가는 길’은 제러네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또 신예 오지인 감독의 단편영화 ‘쓰삐디’도 제네레이션 부문 단편 초청작에 포함됐다.한편 배우 배두나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 영화인이 위촉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배우 이영애가 2006년, 감독 봉준호가 2015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함께 활동하는 심사위원으로는 미국 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네팔의 민 바하두르 밤 감독, 인도의 시벤드라 싱 둥가르푸르, 일본 감독 히카리, 폴란드 제작자 에바 푸슈친스카 등이있다. 심사위원장은 ‘베를린 천사의 시’ 등으로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 감독이다. 영화제는 22일 폐막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그분은 정말 영화밖에 몰라요. 사담도 영화 이야기뿐이에요.” 며칠 전 인터뷰한 배우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는 게 너무 좋아 영화감독이 된 그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모가디슈’ ‘베테랑’ 등을 만들어온 류 감독의 영화 철학을 담은 책이다. 2023∼2025년 진행한 류 감독과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풀어썼다. 구성은 다소 헐거운 면이 없지 않지만, 류 감독의 작품을 즐겨 본 이들이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본인으로부터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류 감독이 난생처음 본 영화는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1972년)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봤던 그 작품은 오랫동안 그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남겼다. 그리고 1980년대, 저자는 ‘인생 영화’를 만난다. 성룡의 ‘프로젝트 A’(1983년)와 ‘폴리스 스토리’(1985년). ‘액션물의 장인’으로 불리는 류 감독의 뿌리는 홍콩 무술 영화였다. 2년마다 최소 한 편은 만들어온 그였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팬데믹이었다. 영화계 전체에 닥친 위기 앞에서 류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결론은 “앉은 자리에서 두 번 보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계를 향한 쓴소리도 담았다. 저자는 한국 영화계 위기의 본질에는 ‘계약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수의 작품을 찍어야 하니 완성도보단 계약 이행이 우선시된다”고 꼬집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태한주류’ 사장 두준(최진혁)과 신제품개발팀 과장 희원(오연서)은 회사 동료들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사내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회사 게시판에 한 익명 게시글이 올라오고, 그로 인해 희원은 신제품개발팀에 임신을 들킬 위기에 처했다. 채널A 토일 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의 지난 방송 내용이다. 14일 방송되는 9회에서는 두준이 사랑하는 희원을 지키기 위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여는 내용을 담았다. 이 드라마는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던 비혼주의자 두 남녀가 하룻밤 일탈로 인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역주행 로맨틱 코미디’다. 이날 방송에서 두준은 사랑하는 희원을 지키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과연 두준은 자신을 사장에서 끌어내리려는 형수 정음(백은혜)에게 어떤 반격을 가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가 하면, 멀리서 두준을 지켜보는 희원의 불안한 표정도 궁금증을 더한다. 두준의 정면 돌파를 지켜보는 그녀에게 또 어떤 심경 변화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진다. 이날 방송을 앞두고 두준의 태한주류 기자회견 현장 스틸도 공개돼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킨다. 공개된 사진에는 태한주류의 대국민 기자회견 현장이 담겨 시선을 사로잡는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 기자들을 마주하며 단상 앞에 선 두준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흔들림 없는 두준의 눈빛에는 더욱 단단해진 내면이 엿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11일 개봉 당일에만 11만6000여 명을 모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휴민트’의 두 주역인 배우 박정민(39)과 조인성(45)을 9,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휴민트’는 두 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조인성과는 ‘모가디슈’와 ‘밀수’로, 박정민과는 ‘신촌좀비만화―유령’과 ‘밀수’로 연을 맺었다. 이번 작품에서 류 감독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으로 극에 안정감을 줬다. 조인성은 “공기 같은 역할이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반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으로는 멜로 누아르적 재미를 살렸다.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로, 박정민은 감정 진폭이 큰 연기를 도맡았다. 그러나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멜로 연기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야 단순한 액션 첩보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그래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도 채선화와의 단독 대면 신이었다. “첫 대사 ‘잘 지냈소?’를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감정을 빼고 편하게 내뱉으니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두 인물이 구사하는 액션 신도 분위기가 다르다. 연인을 구출하려 몸을 내던지는 박건의 액션이 불같고 거칠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를 잃지 않고자 하는 조 과장의 액션은 냉철하고 우아하다. “박건이 무스탕을 입었다면, 조 과장은 코트를 입고 액션을 한다”(조인성)는 말이 둘의 액션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실제 조인성이 주로 들었던 감독의 연출 방향은 “친절하고 다정하게”였다고. 류 감독은 휴민트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교류하는 ‘품위 있는 요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이에 조인성은 ‘여백’으로 답했다. 그는 “제 연기에 여백이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간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그 상황에 저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이번 영화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영화계에서 ‘기둥 같은 선배’가 된 조인성은 올해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나홍진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등에도 연이어 참여한다.“영화 ‘안시성’을 찍고 나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막대한 투자금이 주는 압박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렸죠.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느낀 뒤엔 오히려 작은 역할에 임해 왔어요. ‘밀수’, ‘무빙’ 등이 그랬죠. ‘휴민트’로 오랜만에 제1 주연을 맡게 됐는데, 작게라도 쓰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아요.”(조인성)지난해 말 한 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축하 무대를 기점으로 이른바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정민에게 이번 영화는 ‘멜로 소화력’을 입증할 무대였다.“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꼴값 떤다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선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다 말겠지’ 싶긴 한데요. 1인분의 몫을 잘하자고 한 것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로 돌아온 것 같아요. 하하.”(박정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11일 개봉 당일에만 11만6000여 명을 모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휴민트’의 두 주역인 배우 박정민(39)과 조인성(45)을 9,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휴민트’는 두 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조인성과는 ‘모가디슈’와 ‘밀수’로, 박정민과는 ‘신촌좀비만화-유령’과 ‘밀수’로 연을 맺었다. 이번 작품에서 류 감독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으로 극에 안정감을 줬다. 조인성은 “공기 같은 역할이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반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으로는 멜로 누아르적 재미를 살렸다.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로, 박정민은 감정 진폭이 큰 연기를 도맡았다. 그러나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멜로 연기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야 단순한 액션 첩보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그래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도 채선화와의 단독 대면 신이었다. “첫 대사 ‘잘 지냈소?’를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감정을 빼고 편하게 내뱉으니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두 인물이 구사하는 액션 신도 분위기가 다르다. 연인을 구출하려 몸을 내던지는 박건의 액션이 불같고 거칠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를 잃지 않고자 하는 조과장의 액션은 냉철하고 우아하다. “박건이 무스탕을 입었다면, 조과장은 코트를 입고 액션을 한다”(조인성)는 말이 둘의 액션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실제 조인성이 주로 들었던 감독의 연출 방향은 “친절하고 다정하게”였다고. 류 감독은 휴민트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교류하는 ‘품위 있는 요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이에 조인성은 ‘여백’으로 답했다. 그는 “제 연기에 여백이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간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그 상황에 저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이번 영화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영화계에서 ‘기둥 같은 선배’가 된 조인성은 올해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나홍진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등에도 연이어 참여한다.“영화 ‘안시성’을 찍고 나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막대한 투자금이 주는 압박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렸죠.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느낀 뒤엔 오히려 작은 역할에 임해 왔어요. ‘밀수’, ‘무빙’ 등이 그랬죠. ‘휴민트’로 오랜만에 제1 주연을 맡게 됐는데, 작게라도 쓰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아요.”(조인성)지난해 말 한 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축하 무대를 기점으로 이른바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정민에게 이번 영화는 ‘멜로 소화력’을 입증할 무대였다.“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꼴값 떤다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선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다 말겠지’ 싶긴 한데요. 1인분의 몫을 잘하자고 한 것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로 돌아온 것 같아요. 하하.”(박정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걸그룹 ‘캣츠아이’(사진)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뽑은 ‘포스트 넥스트(POST NEXT): 2026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50인’에 선정됐다. WP는 9일(현지 시간) 공개한 ‘포스트 넥스트’ 명단에서 캣츠아이를 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차기 주자로 꼽았다. 신문은 이들을 “K팝의 틀을 깨부수며 세계로 나가고 있는 그래미상 후보 가수”라며 “캣츠아이의 다양성은 다른 K팝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공개 연애도 허락되지 않는 대부분의 K팝 스타들과 달리 캣츠아이는 사생활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공개한다”면서 캣츠아이 일부 멤버들이 다양한 성적 지향을 드러낸 점도 높이 샀다. 캣츠아이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한국 기획사 하이브와 미국 음반 레이블 게펀레코드가 협력해 지난해 선보인 6인조 걸그룹이다. 멤버들은 한국과 미국, 스위스,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으로 이뤄져 있다. 1일 개최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최우수 신인상’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2개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포스트 넥스트’는 WP가 해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들을 선정한 명단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11일 개봉한 영화 ‘넘버원’(사진)의 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사 관계자들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쌀’이었다. 이런 이색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영화 ‘넘버원’의 주요한 소재가 ‘엄마의 집밥’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된 아들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세상을 떠난다는 걸 알게 되며,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가족 타깃용 힐링 영화인 만큼 주연 배우들은 4일 ‘6시 내고향’에 출연하기도 했다. 원작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10대 시절 보육원에서 지냈던 김태용 감독은 이번 영화 촬영을 앞두고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를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엄마에게 전화 한 통씩 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모자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최우식과 장혜진이 6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1일 기준 ‘넘버원’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예매율 3위(5만여 명)를 기록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11일 개봉한 영화 ‘넘버원’의 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사 관계자들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쌀’이었다.이런 이색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영화 ‘넘버원’의 주요한 소재가 ‘엄마의 집밥’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된 아들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세상을 떠난다는 걸 알게 되며,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가족 타깃용 힐링 영화인 만큼, 주연 배우들은 4일 ‘6시 내고향’에 출연하기도 했다.원작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10대 시절 보육원에서 지냈던 김태용 감독은 이번 영화 촬영을 앞두고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를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 엄마에게 전화 한 통씩 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이번 영화는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모자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최우식과 장혜진이 6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죽음의 카운트다운’이란 판타지적 설정을 더해 기존 가족 영화와는 차별화된 긴장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엄마표 진수성찬을 화면에 내세워 자연스레 군침을 흘리게 하는 맛도 있다. 11일 기준 ‘넘버원’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예매율 3위(5만여 명)를 기록 중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