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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서시은 씨(28)는 스레드 출시 이후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인스타그램과 뉴스기사 검색, 인터넷 서핑 등을 번갈아 했지만 스레드 출시 뒤에는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만을 오간다. 서 씨는 “주변 친구 대부분이 스레드에 가입하면서 나도 출시 당일에 가입했다”며 “자랑하고 행복한 척 하는 인스타와 달리 스레드에서는 부담 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라 인스타에서 느낀 피로감을 여기서 해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스레드가 5일(현지 시간) 출시된지 닷새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1일 한국 내 스레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자 수는 107만 명, 사용자 수는 52만 명으로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저커버그의 표현처럼 가입자 증가 속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데에는 스레드라는 플랫폼의 특수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부모가 모르는 새로운 플랫폼 트렌드 전문가들은 스레드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오랜만에 등장한 새로운 SNS’라는 점을 꼽았다. 페이스북(2004년), 트위터(2006년) 인스타그램(2010년) 출시 이후 10여년 간 두각을 나타낸 SNS가 없던 상황에서 스레드가 이용자들의 갈증을 풀어줬다는 설명이다. 스레드가 기성 세대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아직 ‘부모가 모르는 미개척 플랫폼’으로 남은 점도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 요인이 되고 있다.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들이 SNS에서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과 연결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현주 SM C&C 미디어1팀 팀장은 “페이스북의 인기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 간 이유 중 하나도 페이스북이 대중화되며 기성세대 이용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엄마아빠가 모르는 우리만의 공간을 찾자’는 마음으로 새로운 놀이터를 찾아다니는 것은 디지털 유저들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자기 과시’가 덜 하다는 점도 젊은 세대들이 스레드에 느끼는 매력 중 하나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던 인스타그램과 달리 짧은 글 위주의 스레드 게시물이 오히려 담백해 보인다는 평가다. 취준생 최모 씨(25)는 “어느샌가 취직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좋은 식당의 예쁜 음식 사진을 올리고, 명품 가방을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고 괴리감을 느껴 인스타그램을 안 보게 됐는데, 스레드에는 각종 유머와 솔직한 심정을 담은 글들이 올라와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팔로워 선점해 경제적 이익 기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팔로워가 경제적 수익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경험한 이용자들이 팔로워 선점을 위해 스레드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쓰팔(스레드 팔로우)’을 모아 새로운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태이 나스미디어 책임매니저는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로 1020세대)는 자신을 콘텐츠화하고 능동적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세대”라며 “이런 특성이 스레드에도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스레드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이준섭 씨(25)는 “‘잘난 척’ 대신 ‘쿨해보이는 척’을 해아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은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트위터에 대항해 새롭게 선보인 ‘스레드(Threads)’로 인해 트위터 트래픽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트래픽 통계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스레드가 공개된 뒤 6일과 7일 트위터의 트래픽이 전주 대비 5%,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레드가 유료화와 문제성 트윗 증가 등으로 트위터를 이탈한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위터 트래픽 감소에 대해 “사용자들이 두 개의 소셜미디어를 모두 이용하기보다는 스레드를 위해 트위터 이용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레드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지금까지 나온 앱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동안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앱은 챗GPT로, 이용자 수 1억 명에 도달하는 데 약 두 달이 걸렸다. 스레드의 기반이 되는 인스타그램도 1억 명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가 늘면서 서비스 장애를 호소하는 이용자도 생겼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주요 앱과 웹사이트 접속 장애 상황을 추적하는 ‘다운디텍터’에 스레드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와츠앱 등 메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1시간가량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대거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스레드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회사 에버코어ISI의 애널리스트들은 스레드의 일간 활성 사용자 수가 2025년까지 2억 명에 근접하고 연간 매출이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트위터에 대항해 새롭게 선보인 ‘스레드(Threads)’로 인해 트위터 트래픽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트래픽 통계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스레드가 공개된 뒤 6일과 7일 트위터의 트래픽이 전주 대비 5%,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갈아타고 있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스레드가 유료화와 문제성 트윗 증가 등으로 트위터를 이탈한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위터 트래픽 감소에 대해 “사용자들이 두 개의 소셜미디어를 모두 이용하기보다는 스레드를 위해 트위터 이용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레드의 가입자 증가 속도는 지금까지 나온 앱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동안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앱은 챗GPT로, 이용자 수 1억 명에 도달하는 데 약 두 달이 걸렸다. 스레드의 기반이 되는 인스타그램도 1억 명까지 2년 반이 걸렸다. 스레드는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섰다. 가입자가 늘면서 서비스 장애를 호소하는 이용자도 생겼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주요 앱과 웹사이트 접속 장애 상황을 추적하는 ‘다운디텍터’에 스레드를 비롯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등 메타의 SNS가 1시간가량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다는 보고가 대거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스레드의성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회사 에버코어ISI의 애널리스트들은 스레드의 일간 활성 사용자수가 2025년까지 2억 명에 근접하고 연간 매출이 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인 린다 야카리노는 스레드 출시 이후에 오히려 트위터 사용량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지난주 우리는 2월 이후 가장 많은 사용량을 기록했다”며 “트위터는 하나밖에 없다. 여러분도 알고 나도 안다”고 올렸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당근마켓은 올 3∼6월 경찰의 수사 협조가 들어온 신고 사례를 전수 분석한 결과 중고거래 사기의 약 87%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10일 밝혔다. 비대면 사기 중 가장 흔한 유형은 택배 거래를 위해 선입금을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경우였다. 백화점 상품권, 모바일 기프티콘 등 온라인 상품권이 주요 타깃이 됐다. 허위로 만들어낸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유도해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도 있었다. 당근마켓은 온라인 상품권 거래 사기 대응을 위해 사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문제 게시글을 걸러내는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로 유도하는 사기를 차단하기 위해 연내 당근페이에 안심결제 기능을 도입해 구매자가 상품의 상태를 확인한 후 거래 완료 의사를 표시하면 거래 대금이 판매자에게 전달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KT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이 운영하는 시스템반도체 수요 연계 온라인 플랫폼 지원사업(COMPAS·콤파스)의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사업을 하려는 기업과 반도체 공급 기업을 이어주고,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의 50%, 최대 10억 원까지 지원해준다. 이번 사업을 통해 리벨리온은 KT의 초거대 모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저전력 고성능 반도체 서버 개발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ATOM)’의 성능을 개선하고 초거대 AI 모델에 최적화된 ‘아톰플러스(ATOM+)’를 개발하는 것이다. 앞서 올 5월 KT와 KT클라우드, 리벨리온은 아톰을 적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도 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10년 안에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인류를 위협하는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인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5일(현지 시간)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베르와 얀 레이케 얼라인먼트 총괄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초지능은 인류가 발명한 기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이 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인류를 무력화하고 멸종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초지능적인 인공지능(AI)을 제어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솔루션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 AI가 10년 내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렬(alignment) 연구’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렬이란 AI 시스템이 인간의 목표와 윤리적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조종하고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AI가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학습을 하는 등 인간의 능력에 의존해 AI를 정렬했지만, 앞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AI 시스템이 나오면 안정적으로 감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향후 4년간 확보한 컴퓨팅 능력의 20%를 문제 해결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머신러닝 연구원과 엔지니어로 구성된 ‘슈퍼정렬’팀을 만들 예정이다. 이들은 “인간의 피드백을 활용해 인간의 평가를 보조할 수 있도록 AI를 훈련시켜 최종적으로는 AI가 정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AI의 현재 모델들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AI 오용이나 경제적 혼란, 허위 정보, 편견과 차별 등 AI로 인한 위험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메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텍스트로 실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 ‘스레드(Threads)’(사진)를 출시했다. 게시물 제한 규정 등으로 트위터를 떠난 이용자들을 ‘트위터 대항마’ 스레드를 통해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스레드는 한 게시물당 500자까지 작성할 수 있다. 외부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와 사진 또는 최대 5분 길이의 동영상도 업로드할 수 있다. 스레드 앱은 별도의 가입 없이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계정 이름을 사용하지만 프로필 사진과 소개글은 따로 설정할 수 있다. 스레드는 트위터의 대안으로 올해 1월부터 개발돼 왔다. 최근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하는 정책으로 트위터 이용자의 반발이 거세지며 출시에 속도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수는 20억 명으로 트위터(2억5000만 명)의 약 8배 수준이다. 스레드가 트위터에 맞불을 놓으며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와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 기싸움도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한 트위터 이용자의 질문에 스레드와 저커버그를 깎아내리는 답변을 했다. 저커버그는 5일(현지 시간) 스레드 출시 몇 시간 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똑같은 복장을 한 스파이더맨 두 명이 삿대질하는 그림을 게시하며 ‘도발’에 나섰다.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실제 격투 경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10년 안에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인류를 위협하는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인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로 했다. 5일(현지 시간) 오픈AI의 공동설립자이자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얀 라이카 얼라인먼트 총괄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초지능은 인류가 발명한 기술 중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이 될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인류를 무력화하고 멸종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서는 초지능적인 인공지능(AI)을 제어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방지하는 솔루션은 없다”고 지적했다.이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 AI가 10년 내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정렬 연구’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렬(alignment)이란 AI 시스템이 인간의 목표와 윤리적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조종하고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AI가 사람의 피드백을 통해 강화학습을 하는 등 인간의 능력에 의존해 AI를 정렬했지만, 앞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AI 시스템이 나오면 안정적으로 감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픈AI는 향후 4년간 확보한 컴퓨팅 능력의 20%를 문제해결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머신러닝 연구원과 엔지니어로 구성된 ‘슈퍼정렬’팀을 만들 예정이다. 이들은 “인간의 피드백을 활용해 인간의 평가를 보조할 수 있도록 AI를 훈련시켜 최종적으로는 AI가 정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픈AI의 현재 모델들의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한편 AI 오용이나 경제적 혼란, 허위 정보, 편견과 차별 등 AI로 인한 위험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네카라쿠배당토’. 최근 몇 년 새 너무 익숙해진 표현이죠. 취준생 및 개발자들이 일하고싶어하는 국내 대형 IT기업을 묶어서 이르는 말입니다. 이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기도 하죠.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이들 기업 가운데 ‘당근마켓’을 탐구해보려 하는데요. 당근마켓의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당근알바’를 통해 당근마켓의 기업문화와 의사결정과정을 엿보려고 합니다. 인터뷰이는 당근알바의 한주연(Jennie) PM(프로덕트 매니저)입니다.―‘당근알바’ 서비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향점은 지역 생활 커뮤니티에 있거든요. 동네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구인구직이 동네 및 공간의 제약을 받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가게 사장님은 가게가 위치한 동네에 살고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어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분들도 집이나 학교 근처에서 일하고싶어하거든요. 고정적 위치를 두고 그 주변을 찾는 구인구직의 행태가 동네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당근알바는 당근마켓에 전혀 없던 서비스는 아니었습니다. 설립 초기인 2015년부터 이미 구인구직 게시판이 운영돼 오긴 했는데요. 이게 활성화 되는 기미가 보여서 2021년 10월부터 ‘당근알바’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기술도 많이 들어가고 운영을 고도화하면서 지역기반의 구인구직 서비스로 자리잡으려 하고 있고요. ―당근마켓은 신입공채를 안 하기로 유명하던데. 어떻게 입사해 당근알바의 PM을 맡게됐나요.(인터뷰이인 한주연 PM은 1997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27세다. 입사는 24살이던 2020년에 했다.) 처음에는 광고팀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재학 중이던 학교와 당근마켓이 산학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학생 신분으로 컨텐츠 마케팅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그러던 중 옆 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오가는데, 거기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마케팅을 하면서 사용자들과 가게 사장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명확히 하게 됐고, 새로운 서비스를 직접 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옆팀으로 옮겨가 PM으로 일하기 시작하게 됐죠. ―직무 변경을 그렇게 빠르게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인턴이었으면 비정규직이라 운신의 폭이 제한될 법도 한데요. 당근마켓의 소통 방식과 인재채용 방식이 대기업들과는 사뭇 달라 가능했던 일 같아요. 당근마켓 구성원들은 평소 업무관련 소통을 ‘슬랙(Slack)’에서 하는데요. 이곳에서 내가 맡은 업무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업무 내용을 볼 수 있어요. 내 업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분위기고요. 저도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옆팀에도 관심을 갖고 ‘이 부분은 제가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당근마켓은 기본적으로 다른 팀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으면 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이 조성돼있고요. 다양한 의견도 받아들여주는 분위기에요. 저도 의견을 개진하면서 실질적으로 옆 팀의 PM 역할을 하게 됐고, 당근마켓 구성원분들이 아예 PM으로 직무를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게 조언을 해줬어요. 그래서 직무를 바꾸는 ‘전환면접’과 정규직 전환을 위한 ‘컬처면접’을 봤고, 면접에 합격해 지금은 정규직, PM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전환 당시 학부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업이 줌으로 진행돼 수업을 들으면서 회사 일을 병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당근알바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니 ‘걸어서 10분 일자리’가 있던데, 관련 아이디어는 누가, 어떻게 떠올리게 된건가요. 당근마켓에서 워크샵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당근알바에 맞는 지역 거리와 범위를 어떻게 할까’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용자들이 위치를 어떻게 인지하고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는데요. 당근알바 이용자들은 걸어갈 수 있는 알바를 더 찾을 것이고, ‘얻기 위해서’ 가는 것이니 이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쉽게 걸어갈 거리는 어디까지고, 직관적으로 알고 싶은 이동 시간은 몇 분일지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가 ‘걸어서 10분’이었고요. 이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니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꺼내 뚝딱 서비스를 만들어냈고, 바로 배포했습니다. 다들 평소에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보니 직감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후기를 평소에도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 그 과정에서 고민이 숙성됐고, 덕분에 빠르게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걸어서 10분 일자리 외에도 계속해서 기능들이 업데이트되는 것 같던데요. 기능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오게 되는건가요. 사장님들과 알바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핀포인트로 짚어 하나씩 가설을 수립하고요. 빠르게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 진행하고 효과가 좋은 것들은 정식 기능으로 출시합니다. 너무 많은 기능이 서비스에 들어가있으면 이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에 최대한 심플하게 한 페이지에서 하나의 기능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이런 점이 모바일의 핵심인데요. 적절한 기능 및 효과 여부를 계속 따져가며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고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당근마켓은 팀별로 작은 스타트업 형태를 이루고 있다 들었는데, 이런 형태가 다른 기업과 의사결정 및 업무 방식 면에서 어떻게 다를까요. 목적조직으로 셋팅이 되어있는 당근마켓은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 팀을 관련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하고, 팀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팀에게 오너십을 줍니다. 예컨대 구인구직 시장을 가장 깊게 탐구하고 있는 팀은 당근알바팀이라는 것을 회사에서 존중해주고, 언제 어떤 순서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팀의 실행 계획도 온전히 팀의 손에 맡기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팀원들이 모두 동기부여가 돼 오너십을 갖고 기민하게 움직입니다. 스타트업은 가볍고 빠르게,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큰 공 한 개를 던지는 것보다 작은 공 백 개를 던져보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다양한 테스트를 해보고 있습니다. 가설을 잘게 쪼개서 빠르게 검증해보고, 생각과 다르면 새로운 가설을 또 빠르게 검증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당근마켓에서의 필요한 역량이자 성장 동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해 저를 포함해 저희 팀원들이 주기적으로 당근알바를 직접 체험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케이크 배달해주실 분’이라고 구인에 나서기도 하고, 단기알바를 해보며 느낀 것들을 서비스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코엑스에서 열렸던 어떤 컨퍼런스에서 잡무를 하는 알바에 지원해본적이 있는데요. 점심시간에도 일을 시키더라고요. 애초에 점심제공여부에 대해 언급이 되어있지 않아 점심을 못 먹고 일을 해야하는 줄 알고 엄청 서러웠는데, 다행히 좀 뒤에 식권을 주면서 식사하러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이를 통해 ‘알바생들에게는 주휴수당, 식사제공여부 등의 정보가 진짜 중요하겠구나’고 느꼈고, 이런 내용을 구인 글에 추가할 수 있게끔 반영했습니다. ―현재 당근알바의 성과는. 서비스를 운영한지 2년 가량 됐는데요. 구인 글의 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단기알바 공고를 올리면 1시간 이내에 연락을 받는 비율이 70%로, 사장님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요. 구직자들의 후기도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수익은 광고를 통해서 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서비스가 초기 단계라 성장에 집중하고 있고요. 계속 테스트를 하면서 또 다른 최적화된 비즈니스모델(BM)과 니즈 여부를 확인해나갈 예정입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44)는 두 번째로 창업한 회사인 드라마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서비스인 ‘리멤버’ 가입자가 100만 명을 향해 가던 2015년, 세 번째 창업인 자비스앤빌런즈를 설립했다. 리멤버는 그가 맛본 첫 성공이었지만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자 더 이상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느낌이 들지 않았기에 새 회사를 창업했다. 세 번째 창업의 아이템은 오랜 시간 그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과거 대학원 생활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다양한 비행체를 만들고 싶어 항공우주공학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처음 맡은 일은 학과 영수증 처리 업무였다. 때로는 영수증 처리를 비롯해 각종 잡무로 인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박사 과정을 수료한 지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김 대표 머릿속에서는 당시 기억이 이따금 떠올랐다. 강산이 한 번은 변했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가 영수증을 모으고 붙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인공지능(AI)으로 영수증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본업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게 성공 요건”자비스앤빌런즈에는 김 대표의 과거 두 번의 창업 경험이 축적돼 있다. 첫 번째 창업에선 스타트업의 의미를, 두 번째 창업에서는 지속가능한 서비스의 본질을 깨달았다. 그는 2009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기업용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첫 창업을 했다. 다른 기업으로부터 외주를 받아 솔루션을 개발했고, 돈도 제법 잘 벌었다. 하지만 고유의 서비스 없이 외주에만 의존하는 회사는 스케일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회사 고유의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 방향을 바꿔 세 개의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첫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곧바로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현재 명함 앱으로 유명한 ‘리멤버’의 운영사인 드라마앤컴퍼니다. 그는 모바일 시대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종이로 된 명함을 주고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명함을 만들어 전달하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첫 서비스 ‘프로필미’를 출시했다. 그는 프로필미가 ‘이론적으로 너무 괜찮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반응이 시큰둥했다. 한 투자자는 김 대표에게 ‘내 책상에 큰 명함 보관함이 하나 있는데, 차라리 거기에 담겨 있는 수많은 명함을 입력해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말을 검증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리멤버’를 출시하고 명함 입력에 나섰다. 사용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종이로 된 명함을 직접 주고받는 것을 하나의 예의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기술 중심의 서비스를 내놨던 게 실패 요인이었다”며 “단순히 생각을 통해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체감했다”고 말했다. ● 농축된 창업 경험, 가입자 1500만 서비스로 발현김 대표는 본인이 대학원에서 겪은 영수증 처리 고충을 바탕으로 창업했지만 AI 경리 서비스를 곧바로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전 창업 경험의 교훈 때문이었다. 그 대신 2, 3년간 세무 대행을 먼저 하며 니즈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모아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영수증 관리 업무부터 세무 및 회계관리 등을 돕는 ‘기업 간 거래’(B2B) AI 서비스 ‘자비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자비스만으로는 자비스앤빌런즈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B2B를 넘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성장 모멘텀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한때 출시했던 사업자에게 미수금을 찾아주는 서비스 ‘돈받자’에서 힌트를 얻어 개인 대상의 환급 시장을 발견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자비스앤빌런즈의 가장 유명한 서비스인 간편 종합소득세 신고 및 환급 대행 서비스 ‘삼쩜삼’이다. 어렵고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종합소득세 신고를 모바일 앱이나 웹에서 몇 번의 클릭을 통해 환급액을 확인하고 신고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올해 4월 말 기준 출시된 지 약 3년 동안 누적 가입자 수는 1546만 명으로 늘었다. 세금 환급액은 6132억 원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환급받은 사람의 경우 1567만2700원을 돌려받았다. 김 대표는 “리멤버는 통 안에 머물렀던 명함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도록 해 사람들의 전화 습관을 바꿨고, 삼쩜삼은 고객들이 세금을 환급받을 권리를 찾도록 했다”며 “자비스앤빌런즈를 통해 앞으로도 고객 개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효성은 자체 개발한 소재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며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32%)인 스판덱스 섬유를 생산 및 판매하며 친환경 섬유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과 세계 최초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바이오 스판덱스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가 대표적이다. 최근 효성티앤씨는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와 크레오라 리젠을 검은색으로 생산했다. 이들 제품은 별도 염색 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절수 효과가 있어 친환경적이다. 원단을 늘릴 때 스판덱스가 희끗희끗 보이는 문제도 해결했다. 지난해 말에는 울산 공장에서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생산하기 위한 해중합 설비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효성티앤씨는 국내 기업 가운데선 처음으로 독자 기술을 통해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료 탱크의 내부 용기인 라이너는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한 신소재인 ‘탄소섬유’에 투자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효성은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연산 2만4000t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철보다 강도가 14배 이상 높은 초고강도의 ‘H3065(T-1000급)’ 탄소섬유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상용화한 아라미드 섬유에서도 향후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 강하고 400도의 열을 견디는 난연섬유다. 효성중공업은 세계적 가스·엔지니어링 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울산에 2023년까지 연산 1만3000t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또 전라남도와 손잡고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1조 원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효성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북·중남미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 27개국에 100개의 사업장을 두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34개 해외 제조법인과 66여 곳의 해외 무역법인·사무소를 기반으로 생산 및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선정된 부문은 지난해 오픈AI가 선정되기도 했던 ‘개척자(Pioneers)’ 부문이다. 타임은 블라인드에 대해 “작년 말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대규모 감원 사태 당시 혼란에 휩싸인 직장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채널”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위터 재직자의 95% 이상이 블라인드의 가입자일 정도”라며 “직장인들은 자신의 비자 문제, 정신 건강, 조직의 비윤리적 관행에 이르기까지 블라인드에서 모든 것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블라인드는 현재 전 세계 직장인 9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타·우버 재직자의 80%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등 주요 기업 재직자 대다수가 사용한다. 한국 블라인드는 2013년 출시됐다.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천문학적인 투자로 기술력을 끌어올린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어 검색과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켜온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본격적인 도전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AI 시대에 국내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동남아시아, 중동 등 미개척 시장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책임감 있는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고도화한 언어모델을 활용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검색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기존 초거대언어모델(LLM)보다 뛰어난 ‘팜2(PALM2)’ 기반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바드’를 공개하면서 영어 다음 서비스 대상으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했다. 글로벌 AI 서비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며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해외 AI 서비스의 침공을 막는 데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한국어 검색 엔진과 메신저로 국내 AI 생태계를 떠받쳐 온 국내 IT 기업들이 무너지면 개발자 등 IT 분야 일자리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AI, 투자·인력 모두 글로벌 빅테크에 크게 밀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0억 달러(약 12조93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앞으로 1000억 달러(약 129조3000억 원)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할 예정이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1분기(1∼3월) 연구개발비는 각각 4614억 원, 2781억 원에 그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와 인력에서 뒤처지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유치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AI 유니콘 기업은 170개로 이 가운데 64%가 미국 기업이다. 한국 AI 유니콘 기업 수는 0개다. 경쟁의 핵심인 인재 확보도 쉽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2 인공지능 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AI 사업자들의 71.2%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은 해외 AI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화 분야, 미개척 해외 시장으로 돌파해야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AI 기업들과 차별화한 서비스와 미국, 중국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범용 AI보다는 산업 분야별로 특화해 AI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7∼8월 초거대언어모델을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버X’와 AI 챗봇 서비스 ‘큐:’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국내를 넘어 일본, 동남아, 중동 등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글로벌 시장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올해 하반기(7∼12월)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코지피티 2.0’을 공개하고 헬스케어, 모빌리티, 뱅크, 페이 및 스토리, 미디어 등을 포괄한 다양한 영역에서 버티컬(특정 분야 특화) 서비스 발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LG도 ‘엑사원’에 이어 전문가용 AI를 출시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이 방대한 논문에서 원하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논문 학습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LG AI연구원 서정연 인재육성원장은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챗GPT 등에 비하면 우리는 후발 주자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만의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독보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KAIST 기술경영 초빙교수는 “국내 시장에만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선제적으로 진출해 AI를 주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고 22일 밝혔다. 선정된 부문은 지난해 오픈AI가 선정되기도 했던 ‘개척자(Pioneers)’ 부문이다.타임은 블라인드에 대해 “작년 말 실리콘밸리를 뒤흔든 대규모 감원 사태 당시 혼란에 휩싸인 직장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채널”이라고 평가했다. 또 “트위터 재직자의 95% 이상이 블라인드의 가입자일 정도”라며 “직장인들은 자신의 비자 문제, 정신 건강, 조직의 비윤리적 관행에 이르기까지 블라인드에서 모든 것을 논의한다”고 전했다.블라인드는 현재 전 세계 직장인 9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메타·우버 재직자의 80% 이상이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등 주요 기업 재직자 대다수가 사용한다. 한국 블라인드는 2013년 출시됐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여러분이 평소에 주로 쓰는 소통 도구는 무엇인가요? 상당히 많은 분들이 카카오톡과 같이 문자를 주고받는 메신저를 꼽지 않을까 싶은데요.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메신저를 많이 쓰는 한 사람으로서 문자의 장점을 꼽자면 1)대화가 끝난 후에도 다시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다 2)대화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 다시 추려낼 수 있다인 듯합니다. 반면 업무적인 전화를 할 때는 혹시 놓치는 내용은 없을지 메신저로 소통할 때보다 더 바짝 긴장하며 메모하게 되고요. (그렇게 타자치는 속도가 빨라지게 됐다는 슬픈 전설…)그런데 전화 통화 내용이 날아갈세라 이를 문자로 변환해 마치 상대방과 메신저 대화를 한 것처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리턴제로’인데요. 요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시켜주는 서비스를 일부 대기업에서도 제공하고 있지만, 이같은 서비스를 가장 먼저 출시한 회사는 리턴제로라고 합니다. AI가 핫해진 것을 계기로 최근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39)를 만나 창업기를 들어봤는데요. 이번 스테파니에서는 13년 전 첫 창업과 카카오 입사, 퇴사 후 리턴제로 창업까지 그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리턴제로’라는 사명의 의미는 뭔가요.공동창업자 3명이 같이 정한 이름인데요. 옛날 스타일이긴 하지만 C언어 스타일로 코딩할 경우 ‘인클루드(include)’라는 말로 시작해서 ‘리턴제로(return zero)’로 끝내거든요. 저희가 KAIST 전산학과에서 전산동아리를 함께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인클루드’였습니다. 이후 다시 모여서 만든 이 회사는 에러 없이 잘 끝내자, 성공적으로 잘 해보자는 기원을 담아 ‘리턴제로’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분들이, ‘투자를 했는데 그 투자금이 0(제로)이 돼라는 거냐’면서 싫어하시더라고요(웃음). ―대표적인 서비스가 눈으로 보는 AI전화 ‘비토’인데,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는 뭔가요.저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PDA폰을 사용했었는데요. 당시 PDA폰에 전화 통화 녹음기능이 있었습니다. 유용하겠는데 싶어서 통화들을 녹음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걸 다시 듣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스마트폰 시대 되면서 아이폰을 사용하다가, AI가 사람들에게 직접 기여하는 서비스는 뭘지 고민하다가 PDA폰을 사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의 이용 방식이, 통화 녹음을 하는데 쌓아두기만하고 다시 듣지 않는 게 과거의 저랑 완전히 똑같더라고요. 결국 통화 녹음은 죽어있는 데이터로 전락하고요. AI를 활용한 간단한 앱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특히 텍스트로 변환한 통화 음성을 메신저의 말풍선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말풍선을 클릭하면 부분 재생도 가능합니다. 비토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기도 한데요. 처음 비토를 출시했을 때는 해당 기능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자로 변환된 것이) 부정확할 수도 있고 어조를 듣고 파악해야할 때도 있잖아요. 해당 기능을 넣으면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비스 출시 한 달 뒤에 추가했더니 그 기능을 메인 기능으로 쓰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시장이 작은 것 아닌가요. 주요 고객층으로 기업, 기자, 변호사, 보험설계사, 배달직군을 꼽으셨던데요. 큰 시장이 아닌 것은 맞습니다. 다만 국내에서 업무전화를 활발히 사용하는 사람이 300만 명에서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요. 업무를 실제로 돕는 서비스, 뾰족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시했습니다. ―리턴제로의 경쟁력은 뭔가요. 한국어 음성 데이터로는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요. 그렇다보니 한국어 통화에서는 압도적으로 음성인식을 잘하고 있습니다.또 최근 AI 모델들이 GPU를 사용하면서 비싼 서버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반면 저희는 엔진을 경량화하면서도 정확히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실용주의 스타트업을 지향한다고 하던데. 어떤 의미죠?저처럼 공대 출신들이 빠지는 함정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얼마나 대단한 진보인지에 눈길이 먼저 가게 됩니다. 그런데 기술이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대단한 진보이냐보다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편리하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게 뭔지 제품으로 끝까지 만들어내자는 취지를 담아서 실용주의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렇게 ‘실용주의 스타트업’을 내걸 때는 과거의 얻은 어떤 교훈이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요. 2011년 즈음 ‘로티플’이라는 위치 기반의 모바일 소셜 커머스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현재 리턴제로의 멤버인 정주영 CTO와 이현종 개발팀장도 로티플의 공동창업자였는데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페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컴퓨터에 액티브X를 설치하고 구매하던 시절이라 서비스가 현실에서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컸습니다. 결국 잘 안됐죠. 피벗(pivot·방향전환)을 해야하던 시점에 카카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게 되면서 카카오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당시 카카오는 직원 100명 수준의 회사였고, 저희가 카카오에서 인수한 첫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인수도 서비스가 아닌 인재 인수에 훨씬 더 가까웠어요. 모바일 앱을 만들어본 개발자가 굉장히 적었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개발자가 로티플에는 10여 명이 모여있었거든요. 이후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고 상장한 뒤인 2016년정도까지 카카오에서 근무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입사를 갈망하는 카카오에서는 왜 퇴사하신건가요. 카카오를 제일 즐겁게 다녔을 때가 2012년즈음으로, 직원 수가 200명 정도로 성장할 때였던걸로 기억해요. 그런데 회사가 점점 성장해서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어가니 모르는 얼굴이 많아졌고, 좀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좀 쉬면서 1년 2개월간 발길 닿는 대로 세계여행을 다니며 창업의 기회를 모색했어요.큰 회사가 탄생할 때는 사람들의 역량도 작용하지만 시대흐름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거든요. 크게 한번 바뀌는 시대의 파도에 잘 올라탄 회사 중에 좋은 플레이를 하는 회사가 아주 큰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고요. 반대로 말하면 그런 기회가 없을 때 창업하는건 쉽지 않고 더 지루한 일이 될수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16년 알파고가 세상에 나온 것을 보면서 AI가 재밌어보여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이 기술이 세상을 몇 년 안에 바꾸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창업했고요. (리턴제로는 2018년 3월에 설립됐다.)―그런데 비토만으로는 리턴제로의 AI 기술이 다소 단순해보이기도 합니다.비토가 B2C 서비스라면, 지난해 말부터는 B2B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기업 전용 회의 기록 서비스 ‘콜라보’의 경우 화상회의를 아카이빙하고 보기 좋은 형태로 회의록을 만들어줍니다. 특히 세일즈콜에서 활용될 경우 발화 내용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도 하는데요. 예컨대 ‘좋은 세일즈는 고객의 발화비율의 몇%인데, 이번 세일즈에서는 다른 사람이 너무 많이 말했다’라거나, ‘가격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은 전체 회의의 3분의 2 수준이 좋은데 너무 일찍 끝내버렸다’ 등의 분석을 해줍니다. ―초거대언어모델(LLM)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리턴제로의 계획은 뭔가요.그동안 주력해왔던 음성인식은 로컬 사업에 가까운 측면이 있었는데요. LLM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잘 받아적는 것을 넘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지식 베이스를 포함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넓게 파악하는 능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음성을 넘어 업무를 더 넓게 파악할 수 있는 AI를 만드려고 합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성장한 국내 비대면 의료 플랫폼 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의약계와의 갈등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시범사업안이 ‘재진’만 가능하도록 한 게 결정적이다. 개인정보 문제로 플랫폼 사업자가 초·재진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기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들은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환경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국내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고, 그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도 흔들리니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낡은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데다 유사 산업 기득권자들의 반발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437개 생길 때 한국에선 4개만 나와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글로벌 리서치 회사 CB인사이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 수는 1209개로 2019년(449개) 대비 760개(169.3%)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218개에서 655개로 437개(200.0%)가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10개에서 14개로 4개(40.0%)가 추가되는 데 그쳤다. 한국 유니콘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2%에서 1.2%로 1.0%포인트 뒷걸음쳤다. 압도적 1위인 미국은 48.6%에서 54.2%로 비중이 더 높아졌다. 중국(24.3%→14.0%)이 다소 주춤했지만 인도(4.5%→5.8%)의 영향력이 커졌다. 2019년 한국보다 유니콘이 적었던 이스라엘(1.6%→2.0%), 프랑스(1.1%→2.1%), 캐나다(0.4%→1.7%) 등도 약진했다. 한국은 특히 핀테크,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업종에서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 기업은 1곳(7.1%)뿐이다. AI는 한 곳도 없다. 헬스케어 부문에선 유일한 유니콘이었던 에이프로젠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다시 ‘제로’가 됐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은 할 수 있는 것만 나열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위주여서 안 되는 게 많다”며 “핀테크, 모빌리티, 바이오·헬스케어 등은 이런 규제에 기존 업종과의 충돌까지 크다”고 했다.● 기성 산업과의 충돌에 번번이 막혀 업계에서는 기성 산업과의 충돌 속에서 신산업이 표류하는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택시 업계와의 갈등으로 사업을 접은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나 변호사 업계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법률 플랫폼 ‘로톡’이 대표적이다. 타다는 출범 1년 만에 170만 회원을 모집했지만 국회가 법을 바꾸면서까지 타다 사업 모델을 불법으로 규정해 2020년 4월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다. 로톡 역시 한때 회원 변호사가 4000명까지 늘어날 정도로 성장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이 급속도로 위축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한데 ‘타다’ 같은 사례는 기존 법체계와 부딪히는 사업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시그널로 작용한다”며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거든요. 서울헬스쇼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자리였어요. 내년에도 꼭 참가할 거예요.” 15일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 만난 심인순 씨(66)는 “남편이랑 둘이 나들이 겸 나왔는데 건강 정보와 경품이 풍성해서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만에 도심에서 대규모 대면 행사로 열린 서울헬스쇼를 찾은 시민들은 팬데믹이 끝난 일상을 만끽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동안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이 활짝 기지개를 켜고 건강을 챙기며 최신 헬스케어서비스를 비롯한 미래 의료를 체험하는 기회가 됐다. ● “내년에도 참여” 뜨거운 호응 13∼15일 점심시간마다 인근 2030 직장인들이 서울광장을 많이 찾았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박희선 씨(25)는 “입사 이후 체력이 부쩍 약해진 것을 실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혼자 운동을 했는데, 이번에 서울헬스쇼에서 제대로 운동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체육대생인 강정민 씨(20)와 유승근 씨(20)는 “평소 운동을 즐겨서 행사장을 찾았는데 운동뿐 아니라 닭가슴살 등 식이요법 정보도 쏠쏠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운동에 열정적이었다면 5060세대는 평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체성분을 검사해 주는 고도일병원, 존슨앤드존슨의 백내장·녹내장 체험 부스, 혈압을 측정해 주는 대한고혈압학회 부스 등에 길게 줄을 섰다. 공인중개사 차영익 씨(67)는 “내 건강이 곧 나라의 건강 아니겠나. 서울헬스쇼 참가로 애국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주부 오용순 씨(61)는 “손주 2명을 돌보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면서 부지런히 행사장을 돌았다. 단체 나들이를 나온 어린이도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어린이집 7세반 아이 28명은 빈백(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에 삼삼오오 누워 재잘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열띤 행사장 분위기에 참가 업체도 ‘뿌듯’14일에는 하늘을 나는 응급실인 닥터헬기 2대가 서울광장 위를 날았다. 시민들은 누구라도 언제든지 응급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 닥터헬기를 응원했다. 서울헬스쇼에는 모션인식 기술을 활용한 운동 처방, 3차원(3D) 체형 진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대일 맞춤형 건강 코칭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소개됐다. 부대행사로 열린 심포지엄도 의료의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어 인기였다. 13일에는 ‘메타버스(가상공간)를 향해 가는 첨단 병원들’ 심포지엄과 ‘스마트 케어 기술 기반 돌봄·의료 연계’ 심포지엄이 차례로 열렸고, 14일에는 ‘당뇨병 대란 위기관리와 대응’ 심포지엄이 열렸다. 서울헬스쇼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자 이에 참여한 정부와 기업들도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찾으면서 사흘치로 준비한 경품이 첫날부터 동이 나 본사에서 추가 물품을 긴급 공수한 기업이 많았다. ‘숙면 여행’ 부스를 운영한 유재성 수면코치 겸 에스옴니 대표는 “3년간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홍보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이렇게 많은 시민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 대 1 수면 코칭 때 억눌렸던 감정을 터뜨리며 우는 시민도 많았다. 서울헬스쇼가 팬데믹 동안 겪은 외로움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동아일보에서 스타트업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경 기자입니다.(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지난주 목요일(8일)과 금요일(9일), 전북 전주에서는 스타트업 업계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한 번씩 주최하는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인데요. 투자자를 비롯해 정부, 대기업, 학교, 창업 유관 기관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올해도 이곳에서 유익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을까요. 연사들이 전한 한국, 미국, 유럽 의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 상황보다 나은 점도…인재 다양성은 여전히 취약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을 짚었습니다. 먼저 투자상황을 살펴보면, 올해 1분기(1~3월) 투자규모는 88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2200억 원) 대비 60%가량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는 산출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3~68%로 집계된 글로벌 감소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신규 투자 규모는 13조6000억 원으로 2021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는데, 글로벌 감소폭(30~35%)과 대비해서는 적은 수치입니다. 또 2021년이 투자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투자 규모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신규펀드 결성규모는 17조6000억 원이었습니다. 이 역시 그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곳간에 자금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스타트업들에게는 ‘금고 문이 열릴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희망이 될 수 있지만 벤처캐피탈(VC)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인데요.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투자수익률은 2021년 12.4%였으나 지난해는 10%대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의 시장에서 리스크는 올라갔지만 리턴이 줄고 있는 셈이라 VC의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VC의 79%가 투자여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응답했다고 하고요. 투자사들 사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글로벌화를 위해서 자금과 인재의 인바운드-아웃바운드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한국 생태계는 인재의 인바운드가 특히 취약한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SaaS 투자 늘고 있는 미국…“콘텐츠·게임 분야 강한 LA도 주목할만한 도시” 미국 상황에 대해서는 김창원 전 타파스미디어 대표가 전했습니다. 타파스미디어는 미국 최초의 웹소설·웹툰 플랫폼을 만든 회사로, 설립 8년여 만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습니다.김 전 대표에 따르면 전 세계 벤처투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올해 1분기 미국 시장의 투자 감소폭은 다른 시장에 비해 적었다고 하고요. 실리콘밸리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LA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투자는 줄어든 가운데에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섹터별로 살펴볼 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벤처투자 가운데 SaaS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고요. 김 전 대표는 요즘 가장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투자 단계로 시리즈 A를 꼽았습니다. 과거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회사들이, 시장 상황이 바뀌고 눈높이가 달라지면서 좌절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그는 상황이 내년쯤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로서 주목해야 할 지역으로 로스앤젤러스(LA)를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바닷가 중심으로 많은 테크 기업들이 모여있어 ‘실리콘비치’라고 표현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LA의 장점으로는 콘텐츠, 특히 게임분야가 강하다는 점을 꼽았는데요. 그 배경에는 헐리우드에서 3D 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일하던 인력이 영화산업의 비용구조 때문에 계속 있을 수 없어 게임, 메타버스 등의 분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또 롱비치 지역은 물류시장이 발달해 리테일 및 이커머스 분야는 오랜시간 LA에서 강점을 보였다고 합니다. 김 전 대표는 “물론 실리콘밸리도 여전히 강하지만, 한국 회사가 미국 진출을 고려할 때 LA도 좋은 시장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초기단계 임팩트 투자 활발한 유럽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강연은 피에르 주 코렐리아캐피탈코리아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코렐리아캐피탈의 본사는 프랑스 파리인데, 올해부터 한국에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유럽의 투자 추이는 한국, 미국과 비슷합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이, 기간별로는 2022년 상반기가 최고점이었습니다. 2022년 7월부터는 감소했지만 2018~2020년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국가별로 분석하면 힘들었던 시장으로 영국과 독일을 꼽았습니다. 독일은 2020년까지 프랑스와 2,3위를 다투며 매우 빠르게 성장했는데요. 특히 2021년에는 퀵커머스나 캐시버닝이 높은 모델들이 빠르게 펀딩을 받는 등 폭발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2022년 들어서 다른 국가에 비해 조금 앞서 꺾이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는 누적 투자금액을 고려하면 2022년에도 계속 성장했다고 합니다. 섹터별로 살펴보면, 핀테크 분야는 꾸준히 많은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또 임팩트 투자의 영향으로 푸드와 헬스 등에도 투자가 이뤄졌고요. 또 코로나19로 인해 VC뿐 아니라 창업자들도 목적 지향적인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임팩트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초기단계의 임팩트 투자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전세계 2000만 달러 미만의 투자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라는 점과 대비되는 지점입니다.전세계적으로 투자 시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언젠가 찾아올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 만난 생태계 구성원들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만나요!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한국 대기업들은 경제 성장의 주체이면서, 늘 규제의 타깃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차별적 규제가 342개이며, 특히 103개는 20년이 넘은 ‘낡은’ 규제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서 성장한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사와 다른 규제 환경에 발목이 묶였다고 호소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대기업 규제가 ‘미래의 대기업’이 성장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스타트업, 한목소리로 “‘3% 룰’ 등 규제가 성장 걸림돌” ‘한국형 규제’ 보고서 같은날 발표“50년된 의결권 제한, 족쇄로 작용”“공시규제로 사업전략 노출돼 불리”기업성장 막는 규제 개선 요구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높아지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년 대기업 차별규제 현황 조사’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올해 6월 기준 총 61개 법률상 342개라고 지적했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 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 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 기업집단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네이버, 카카오, 넥슨처럼 창업자가 실질적인 지주회사 지분만을 갖고 사실상 지배가 이뤄지는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 기업 최대주주와 동일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규제 등 현재의 산업 상황과 맞지 않는 대기업 차별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동일인 개념을 폐지하거나 지배기업 등의 개념으로 대체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1. 국내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최대주주는 상법에 따라 의결권 제한을 받는다. 회사 감사위원을 뽑을 때 보유 지분과 상관없이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대기업 주도 경제성장이 이뤄지던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생긴 조항이다. 주요 국가 가운데 이 같은 조항을 가진 나라는 한국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같은 조항은 위헌 판정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50년 전 재벌 일가의 지배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 2023년 현재 한국의 대기업들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2.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017년, 2021년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국내외 계열회사들의 사업 추진 내용을 일일히 공개하고 있다.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공정거래법상 비상장회사의 중요사항 공지, 국외 계열회사 관련 공시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사업 전략을 더 많이 노출해야 해 불리하다고 호소한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규제 수준이 갑자기 크게 오르는 구조인 ‘한국형 규제’ 시스템에 대해 재계와 스타트업 업계가 같은 날 한 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할 경우 추가적인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성장을 제한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이 성장하면서 자산총액 5000억 원을 넘어서면 126개 규제가 추가 적용되고 5조 원이 되면 65개 규제, 10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68개가 추가로 적용된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23년 대기업 차별규제 현황조사’ 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규제가 올해 6월 기준 총 61개 법률 상 342개라고 지적했다. 내용별로는 이사회 구성과 출자 규제, 최대 주주 의결권 제한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된 규제가 171개(50.0%)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의 경우 1987년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음으로 사업 인수 금지, 지분취득 제한 등 진입·영업규제가 69개(20.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정된 지 20년 이상 된 낡은 규제가 30.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0~20년 된 규제도 전체의 25.1%였다. 전경련은 이 같은 환경의 영향으로 OECD 가입국 대상 조사에서 한국의 대기업 비중은 0.09%로 34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을 나타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내 스타트업 대표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국내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해당 자료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이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쟁 글로벌 기업과 달리 추가적인 규제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법은 과거 순환출자형·피라미드형 등의 지배구조 방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자율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한 신생 기업의 성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집단의 최상위 회사를 특정하고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를 동일인으로 특정해 규제하는 방식이 최근의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쿠팡 같은 외국인 최대주주의 사례에 맞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의결권 제한, 공시의무 규제 등 현재의 산업 상황과 맞지 않는 대기업 차별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폐지 혹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등 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동일인 개념을 폐지하거나 지배기업 등의 개념으로 대체하고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