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박선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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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선희 기자입니다.

telle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문학/출판50%
음악37%
인사일반10%
문화 일반3%
  • [책의 향기]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하세요?

    ‘무슨 물건이든 책갈피로 쓴다’ ‘오래된 책 냄새를 좋아한다’ ‘문장부호에 집착한다’ ‘국민 소설이 될 작품을 구상 중이다’ ‘도서관의 단골 연체료 미납자다’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아이들의 책을 훔쳐 읽기도 한다’ ‘가끔 허구와 현실을 혼동한다’…. 만약 이런 특징을 몇 가지 갖고 있다면 당신도 이 책이 진단하는 ‘책덕후(책+오타쿠)’다. 이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 뉴요커 등에 만화를 연재하는 저자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그린 카툰 에세이집이다. 맥주도, 복권도 아니라 다름 아닌 책에 중독된 사람들, 도서관과 동네서점, 헌책방 곳곳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쓰레기통에서까지 책을 주워오는 책덕후들 이야기. 책덕후들은 책장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을 즐긴다. 파티에 초대 받으면 슬그머니 자리를 떠나 그 집 서재를 둘러본다. ‘멋 부렸지만 얄팍한 사람’ ‘고등학교 수준에 머문 사람’ ‘정리벽이 있는 사람’ ‘진정한 독서가!’ 등등. 책장만 봐도 상대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평가를 받기 싫다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 책장을 설치하거나, ‘프루스트가 더 있어야겠네요’ 식으로 조언해주는 책장 컨설팅을 받거나, 책덕후는 파티에 절대 초대하지 않으면 된다. 그렇다면 책덕후들의 책장이야말로 어떤지 한번 보자고? 저자는 말한다. “한 가지만 부탁할게. 책장만 보고 날 판단하진 말아줘.” 버스 안에서도, 요가를 하면서도 책을 읽고 실현 불가능한 독서 목표를 늘 세우며, 대단한 글을 쓰고 말겠다는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책덕후들. 이들은 글이 긴 두꺼운 책도, 글이 짧고 얇은 책도 좋아하고, 글이 없는 그림책도 좋아한다. 책은 새로운 세상의 관문이자 새로운 지식에 이르는 발판일 뿐 아니라 문을 괼 때 쓰는 받침대나 파리채의 유용한 대용품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빙고’(하루키 작품의 특징으로 구성된 빙고게임), ‘강박증 환자를 위한 책 정리법’ 등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키득거리며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귀여운 그림체의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이어진다. 작가의 본업이 치과의사라는 점도 흥미롭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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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정과 사랑 사이 흔들리는 마음들

    삶의 한때를 나눈 어떤 우정은 연인보다 각별하다. 서른 중반, 안정적인 직장과 결혼 등을 포기하고 프랑스로 유학 온 ‘나’와 남자들이 득실대는 파리 주재원 세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싱글이던 ‘언니’는 금방 친구가 된다. 하지만 취향도, 성향도, 취미도 비슷한 그들의 우정은 내가 프랑스인과 만나 결혼하게 되면서 조금씩 균열이 간다. 공부를 중단하고 낯선 땅에서 전업주부로 살아가야 한다는 막막함에 휩싸이기 시작한 나의 열등감과 자격지심은 모든 면에서 빛나 보이기만 하는 언니를 밀어내고 결국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말까지 내뱉게 한다.(‘시간의 궤적’) 우아한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주목받는 백수린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우정과 사랑, 연대, 미움, 질투…. 수많은 관계 속에서 끝없이 움직이고 요동치는 사람의 마음을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언어로 더없이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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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 캡틴 아메리카의 진짜방패 받을 자격 충분”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번스가 6세 소년에게 영화에서 사용한 진짜 방패를 선물로 보냈다. 16일(현지 시간) 할리우드리포터를 비롯한 미국 연예매체에 따르면 에번스는 맹견에게서 동생을 구한 와이오밍주의 꼬마 브리저 워커에게 이 특별한 선물과 함께 격려의 영상편지를 보냈다. 워커는 9일 이웃집 셰퍼드 혼종견이 달려들자 맨몸으로 여동생을 껴안아 보호하면서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머리와 왼쪽 얼굴을 물려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워커의 사연은 그의 이모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모는 워커가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팬이라고 밝혔다. 에번스는 워커 앞으로 보낸 영상편지에서 “너는 용감한 영웅이고 캡틴 아메리카의 진짜 방패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지금 모습 그대로 자라 달라. 우리는 너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번스뿐만 아니라 ‘어벤져스’에서 ‘헐크’ 역을 맡은 마크 러펄로,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 영화 ‘엑스맨’의 ‘울버린’ 휴 잭맨 같은 다른 스타도 워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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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줌마템서 대세템으로… 선캡의 부활

    강변에서 파워워킹하는 중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선캡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줌마템(아줌마 아이템)’의 상징처럼 보이던 선캡의 위상이 소재와 디자인의 다변화 속에 ‘국민 모자’로 떠오르는 것.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히는 여름 아이템은 라피아 소재의 선캡이다. 라피아 선캡 열풍의 원조는 ‘품절 대란’까지 부른 호주의 모자 전문 브랜드 헬렌카민스키. 놀이터 갈 때도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젊은 유모차 부대에서부터 패션에 관심 많은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대세템’이 됐다. 개당 가격이 20만∼30만 원을 호가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맞으면 인기 선캡 라인은 품절될 만큼 불티나게 팔린다. 몇 년째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려왔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여파로 ‘원 마일 웨어’(근거리에 편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가 뜨면서 더 핫해졌다. 페도라, 벙거지 스타일 등 종류가 많지만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은 역시 선캡 제품이다. 특히 선캡은 ‘강남 맘 라이딩 룩’ ‘강남 교복’으로 불린 몽클레어처럼 ‘강남 맘 등·하원 모자’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에 사는 워킹맘 정모 씨(39)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전부 이것만 쓴다”며 “인기 있는 색상은 구하기도 힘들어서 직구(해외 직접 구매)하는 등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류도 아닌 특정 브랜드 모자의 돌풍은 이례적인 현상. 모자치고는 비싸지만 명품 의류에 비해서는 접근성이 좋고, 선캡의 띠에 브랜드명이 쓰여 있어 과시형 로고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헬렌카민스키 선캡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도 이와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셔니스타인 배우 공효진도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에서 라피아 소재로 된 한 의류 브랜드의 선캡을 쓰고 나왔다. 선캡 형태는 쓰는 순간 ‘줌마’ 인증이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버버리 체크 남방과 청바지에 선캡을 매치해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선캡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샤넬은 미니 선캡이 장착된 유니크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은 이 제품은 11월경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같이 특정한 운동 말고는 활용이 제한적이던 스포츠 선캡도 요즘은 산행, 산책 같은 레저 활동에서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패션계의 복고 열풍을 타고 운동할 때 레깅스에 두꺼운 스포츠 양말을 신거나 1990년대 스타일의 크로스백을 메는 것과 함께 선캡도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티셔츠에 레깅스, 스니커즈와 함께 다양한 컬러의 선캡을 매치해 간편하게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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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어서 못 산다”…‘강남 맘 필수템’이라는 그 모자 뭐길래?

    강변에서 파워워킹하는 중년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선캡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줌마템(아줌마 아이템)’의 상징처럼 보이던 선캡의 위상이 소재와 디자인의 다변화 속에 ‘국민모자’로 떠오르는 것.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꼽히는 여름 아이템은 라피아 소재의 선캡이다. 라피아 선캡 열풍의 원조는 ‘품절 대란’까지 부른 호주의 모자 전문 브랜드 헬렌카민스키. 놀이터 갈 때도 스타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젊은 유모차 부대서부터 패션에 관심 많은 2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의 ‘대세템’이 됐다. 개당 가격이 20만~30만 원을 호가하지만 본격적인 여름을 맞으면 인기 선캡 라인은 품절될 만큼 불티나게 팔린다. 몇 년째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려왔지만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근거리에서 편하게 입고 나갈 수 있는 패션)’가 뜨며 더 핫해졌다. 페도라, 벙거지 스타일 등 종류가 많지만 올해 가장 인기 있는 라인은 역시 선캡 제품이다. 특히 선캡은 ‘강남 맘 라이딩 룩’ ‘강남교복’으로 불린 몽클레어처럼 ‘강남 맘 등·하원 모자’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 반포에 사는 워킹맘 정모 씨(39)는 “작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전부 이것만 쓴다”며 “인기 있는 색상은 구하기도 힘들어서 직구(해외 직접 구매)하는 등 난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류도 아닌 특정 브랜드 모자의 돌풍은 이례적인 현상. 모자치고는 비싸지만 명품 의류에 비해서는 접근성이 좋고, 선캡의 띠에 브랜드명이 둘러 쓰여 있어 과시형 로고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에서 헬렌카민스키 선캡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의류 브랜드에서도 이와 흡사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패셔니스타인 배우 공효진도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에서 라피아 소재로 된 한 의류브랜드의 선캡을 쓰고 나왔다. 선캡 형태는 쓰는 순간 ‘줌마’ 인증이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버버리 체크 남방과 청바지에 선캡을 매치해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찌 등 명품 브랜드도 선캡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샤넬은 미니 선캡이 장착된 유니크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공개되면서부터 화제를 모은 이 제품은 11월경 실제로 구매할 수 있다. 골프나 테니스 같이 특정한 운동경기 말고는 활용이 제한적이던 스포츠 선캡도 요즘은 산행, 산보 같은 레저활동에서 광범위하게 애용되고 있다. 패션계의 복고 열풍을 타고 운동할 때 레깅스에 두꺼운 스포츠양말을 신거나 1990년대 스타일의 크로스백을 메는 것과 함께 선캡도 필수 아이템이 된 것이다. 티셔츠에 레깅스, 스니커즈와 함께 다양한 컬러의 선캡을 매치해 간편하게 스타일을 살릴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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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 윤리 상실”… 파장 커지는 ‘사적 대화 무단 전재’ 논란

    문단 인기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전재’ 사건을 계기로 주류 한국문학 출판사인 창비와 문학동네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합세해 대형 출판사와 인기 작가 중심의 ‘문단 카르텔’에 대한 비판으로 번진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 때 침묵과 회피로 일관한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13일 문학동네는 소설가 김봉곤의 단편 ‘그런 생활’이 사적 대화를 무단 전재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피해 당사자의) 해당 부분 삭제 요청은 이행했다. 수정 사실 공지는 당사자와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지인인 출판편집자 C 씨와의 지극히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C 씨 동의 없이 원고지 10장 분량으로 전재됐다. C 씨에 따르면 지난해 이 작품이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실린 뒤 수정을 요청했지만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집’(문학동네)과 단편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그대로 수록됐다. C 씨가 법적 대응에 나서자 두 출판사는 올 5월 인쇄본부터 해당 대목을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C 씨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원고 수정은 했지만 두 출판사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젊은작가상의 또 다른 수상자인 소설가 장류진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수정 사실을 왜 공지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 그 사실은 독자뿐 아니라 공저자인 다른 수상자들에게도 알려줬어야 했다”며 “문학동네의 대처에 실망과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SF작가 겸 변호사인 정소연 씨도 “교묘하게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옳은 말 하던 분들의 갑작스럽고 집단적 침묵, 아주 잘 봤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배명훈은 “한국문학의 윤리를 이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창비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일부 작가 사이에서는 창비의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 청탁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보인다. 신경숙의 장편이 창비 웹진에 연재되는 것까지 겹치면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문학은 창비와 싸워야 하는가” 등의 지적도 나온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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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문학에 윤리 있나”…파장 커지는 ‘사적대화 무단 전제’ 논란

    문단 인기 작가의 ‘사적 대화 무단 전제’ 사건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주요 출판사인 창비와 문학동네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합세해 대형 출판사와 인기 작가의 ‘문단 카르텔’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 때 침묵과 회피로 일관한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13일 문학동네는 소설가 김봉곤의 단편 ‘그런 생활’이 사적 대화를 무단 전제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피해 당사자의) 해당 부분 삭제 요청은 이행했고, 수정 사실 공지는 당사자와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지인인 출판편집자 C 씨와의 지극히 사적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C 씨의 동의 없이 원고지 10매 분량으로 전재돼있다. C 씨에 따르면 지난해 이 작품이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실린 뒤 지속적으로 수정을 요청했으나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집’(문학동네)과 단편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그대로 수록됐다. C씨가 법적 대응에 나서자 두 출판사는 올 5월 인쇄본부터 수정했지만 이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C 씨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논란이 커지고 나서야 원고를 수정한 이들 출판사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젊은작가상의 또 다른 수상자인 소설가 장류진은 이날 자신의 SNS에 “수정 사실을 왜 공지하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 그 사실은 독자뿐 아니라 공저자인 다른 수상자들에게도 알려줬어야 했다”며 “문학동네의 대처에 실망과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SF작가 겸 변호사인 정소연 씨 역시 “교묘하게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옳은 말 하던 분들의 갑작스럽고 집단적 침묵, 아주 잘 봤고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가 배명훈 씨는 “한국문학의 윤리를 이제 잘 모르겠다”고 했다. 창비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일부 작가 사이에서는 창비가 내는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 청탁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보인다. 창비 웹진의 소설가 신경숙의 장편 연재 재개까지 겹치면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한국문학은 창비와 싸워야 하는가”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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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작가상 수상자, 성적 카톡 대화 동의 없이 게재”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자이자 ‘퀴어 서사’로 주목받는 소설가 김봉곤 씨(35)가 지인과의 카톡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옮겨 써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단편 ‘그런 생활’(사진)로 성(性) 소수자로서의 일상 및 동성 연인과의 관계를 그렸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출판편집자 ‘C누나’와 카톡을 통해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다. 문제는 소설 속 C누나가 실존 인물로 주변 지인들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고, 김 씨가 실제 나눈 카톡 대화를 이 인물의 동의도 받지 않고 게재했다는 것.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C 씨는 10일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하리라 예상하고 작품에 (나를) 등장시키는 걸 동의했는데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띄어쓰기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껴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C 씨는 이 소설이 문예계간지 ‘문학과사회’ 2019년 여름호에 게재된 직후부터 김 씨에게 수정을 요청했고 개인 SNS를 통해서라도 사과해 달라고 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은 올해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과 김 씨의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수록돼 있다. 이어 “(내가)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 씨가) 원고를 수정했으나 수정한 사실을 공지해 달라는 요청은 지금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소설 속에 영원히 박제된 수치심이 김봉곤 작가의 당사자성과 자전적 소설의 가치보다 정말 못하고 하잘것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트윗은 8000회 넘게 리트윗됐고 문학동네와 창비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설가 김초엽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본 한 사람이 실존하는데도 이렇게 사과 없이 무대응하는 출판사와 작가분,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일부 문단 사람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번지자 김봉곤 씨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수정 요청한 적이 없다고 기억했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이나 방법에서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직접 사과하고 5월 이후엔 모두 수정본으로 발행했다”며 “일상 대화를 세심히 점검하지 못한 점, 저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로서 더욱 민감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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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씨 하나 안 바꾸고”…소설가 김봉곤, ‘성적 대화’ 무단 인용 게재 논란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자이자 ‘퀴어 서사’로 주목받는 소설가 김봉곤 씨가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옮겨 써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작품은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단편 ‘그런 생활’로 성(性) 소수자로서의 일상 및 동성 연인과의 관계를 그렸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출판편집자 ‘C누나’와 카톡을 통해 성적인 대화를 가감 없이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다. 문제는 소설 속 C누나가 실존인물로 주변 지인들이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고, 김 씨가 실제 나눈 카톡 대화를 이 인물의 동의도 받지 않고 게재했다는 것.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C 씨는 10일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당연히 어느 정도 가공하리라 예상하고 작품에 (나를) 등장시키는 걸 동의했는데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띄어쓰기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껴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C 씨는 이 소설이 문예계간지 ‘문학과 사회’ 2019년 여름호에 게재된 직후부터 김 씨에게 수정을 요청했고 개인 SNS를 통해서라도 사과해달라고 했지만 외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설은 올해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과 김 씨의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수록돼있다. 이어 “(내가)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 씨가) 원고를 수정했으나 수정한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요청은 지금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소설 속에 영원히 박제된 수치심이 김봉곤 작가의 당사자성과 자전적 소설의 가치보다 정말 못하고 하잘 것 없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트윗은 8000회 넘게 리트윗 됐고 문학동네와 창비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소설가 김초엽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해를 본 한 사람이 실존하는데도 이렇게 사과 없이 무대응하는 출판사와 작가분, 그리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일부 문단 사람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번지자 김 씨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수정 요청한 적이 없다고 기억했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이나 방법에서 상처를 줬다면 사과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직접 사과하고 5월 이후엔 모두 수정본으로 발행했다”며 “일상 대화를 세심히 점검하지 못한 점, 저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로서 더욱 민감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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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영민 교수 “한국문학 세계화, 해외 고급독자 키워야”

    “세계 각 지역에서 한류 붐이 불고 한국문학 작품이 폭넓게 소개되고 있지만 영어권 대학에서 강의용으로 쓸 만한 입문 단계 개론서가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 작업했습니다.” 권영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겸임교수(72·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이 대학 출판부에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와 공저한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What is Korean Literature?·사진)를 출간했다. 미국 대학 출판부에서 국문학 교재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2012년 서울대를 퇴임한 권 교수는 2014년부터 UC버클리 동아시아어문학과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면서 제대로 된 영문 교재의 필요성을 느꼈다. 초고 준비에 2년, 출간까지 총 4년을 공들였다. 권 교수는 10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문학 관련 용어와 많은 작품 제목을 영어로 바꾸는 작업이 아주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고전문학부터 현대문학을 개괄하는 만큼 용어 선택과 작품 제목 번역의 규범성을 갖추기 위해 힘썼다. 특히 고전문학 번역은 까다로웠다. 권 교수는 “한국 현대시나 현대소설은 번역된 자료가 많지만 고전문학은 별로 없다”며 “대표적 고전문학 양식을 구체적 작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번역 작품을 함께 수록했다”고 말했다. 표준으로 내세울 수 있는 영어 제목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중요 작품 제목을 영어로 바꿀 때 고심이 많았다는 것. 미국 대학에서 한국문학 교육의 최일선에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미국 3000여 대학 중 한국문학을 정규 강좌로 운영하는 대학은 30여 곳뿐이어서 중국, 일본 문학의 위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UC버클리에서도 한국문학은 학부 교양과목에 불과하다. 그는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려면 국내 대학의 한국문학 교육과 연구가 활발해져야 하고, 능력 있는 젊은 학자들이 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의 무대에서 여전히 작은 존재입니다. 외국의 일반 독자가 한국문학 번역 작품을 서점에서 구입해 읽길 기대하기는 힘든 일이지요. (해외) 대학의 한국문학 강의를 통해 한국문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고급 독자를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한국문학 세계화를 위한 그의 지론은 한국문학의 배경과 역사를 소개하는 입문서를 꾸준히 출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현대문학(Modern Korean Literature)’이란 책 출간도 준비 중이다. 권 교수는 “미국 공립대학의 대표 명문인 UC버클리에서도 교원 확보를 위한 재정 등의 문제로 한국문학의 정규 과정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전공 과정으로 개설될 수 있도록 한국 사회 각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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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리는 지금 ‘가장 맛 없는 치즈’를 먹고 있다

    이제 한국인의 식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가 된 치즈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성경의 창세기에는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가 낳은 두 아들 중 아벨이 양을 치고, 가인이 농사를 지었다고 기술돼 있다. 농경이 1만1000년 전 서남아시아에서 발원했는데 이는 실제로 그들이 살던 시대와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자연히 치즈의 역사도 농경의 시작점, 인류 역사의 발상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인류 최초의 치즈부터 파헤쳐보자. 신석기시대인 기원전 6500년 아나톨리아 지방에서 발굴된 토기에 묻은 동물 젖 성분은 신석기인이 가축을 키우고 젖을 채취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먹고 남은 젖이 따뜻한 곳에서 부드럽게 응고되는 현상을 통해서 치즈가 우연히 발견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보관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인위적으로 어떤 물질(레닛)을 넣으면 응고된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대 여러 문헌에는 치즈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창세기의 아브라함은 집에 찾아온 여호와와 두 천사를 대접하며 치즈를 낸다. 치즈가 귀한 식재료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기원전 4000년경 계절과 수확, 다산의 여신인 이난나에게 치즈가 바쳐졌고 이것이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여신 숭배로 이어졌다. 우리가 즐겨먹는 치즈케이크 역시 로마시대 제우스 제단에 올리던 제물이었다. 물론 지배계급도 치즈를 즐겼다. 수메르 도시의 종교 노동자들은 간혹 치즈를 배급받았고 왕궁 식품 목록엔 치즈와 치즈가 들어간 과일 케이크가 포함돼 있었다. 신들이 사랑했던 치즈는 로마시대 들어 서구 여러 지역으로 폭발적인 확산기를 맞이했다. 로마군의 정복사업 와중에 치즈는 훌륭한 보급식량이 돼줬고 낙농민족 켈트족이 보유한 고산 치즈 기술은 로마제국 체제 아래 서양 전역으로 확산됐다. 중세의 유럽은 암흑기로 불리지만 수도원과 장원에서는 여러 가지 숙성 기술과 제조법을 실험해서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게 된 많은 종류의 치즈를 개발해 냈다. 브리, 로크포르, 생트모르 치즈 등을 비롯해 온도와 습도를 조율하거나 씻어내 곰팡이를 증식시키는 의도적인 썩히기로 색다른 풍미를 내는 치즈가 개발된 것도 이때다. 하지만 17∼19세기 이후 전통적인 치즈 생산 대신 균일한 품질의 공장형 대량 생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낙농부들은 치즈 장인(匠人)이란 지위를 잃었고 치열한 시장경쟁 과정에서 질 낮은 싸구려 치즈가 대중화했다. 공장이 미국의 치즈 생산을 지배했고, 새로 설립된 공장은 체더치즈 한 종류에 주력했다.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들고온 모차렐라 치즈는 피자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패스트푸드 산업 부흥을 타고 수요가 급증했다. 대중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분 함량을 높이고 숙성기간을 줄인 맛없는 치즈에 익숙해져버렸다. 저자는 이 대목에 이르러 전통 치즈를 부활시키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인류 역사의 발상기서부터 지속가능한 농업과 동물 복지가 다시 화두가 된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치즈를 소재로 서구 역사의 변천을 방대하게 훑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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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를 빼앗긴 천재시인… 백석의 삶은 실패하지 않았다”

    소설가 김연수(50)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시인들의 시인이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작품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월북 시인 백석(본명 백기행·1912∼1996·사진)의 죽기 전 7년간을 소재로 한 ‘일곱 해의 마지막’(문학동네)이다. 백석은 근대 가장 주목받는 서정시인이었지만 분단 이후 택한 북한에서 번역 외에 제대로 작품을 쓰지 못하다 협동농장으로 쫓겨나 생을 마친 비운의 시인이다. 불운한 시대, 부조리한 체제에서 언어를 빼앗긴 천재 시인의 행로를 작가는 치밀한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아름답게 채워나간다.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다. 백석의 말년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이 많은 실패들은 왜 존재하는지, 그렇게 실패한 사람들의 삶은 어떤 이유로 계속되는지 궁금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백석의 시를 좋아했다는 작가는 언젠가는 그의 삶을 소설로 다뤄보고 싶어 했다. 1959년의 백석과 같은 나이의 중년이 된 2016년경,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 않았단 이유로 가족과 양강도 삼수군으로 쫓겨 간 ‘실패’가 어떤 것인지 이해됐다. 그는 “좌절한 사람들의 ‘그 이후’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950년대까지는 북한의 실상과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사료가 남아있지만 이후로는 언론이 통제돼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어 작가적 상상력의 영역으로 남겨진 부분이 많다. 그는 “당시를 재구성하다 접하게 된 전쟁 직후의 비참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살게 한 억척같은 생명력, 살아내겠다는 힘을 생각하게 됐다”며 “그럼에도 죽고 희생된 사람, 백석처럼 쓰지 못하게 된 이도 있었지만 그 힘이 체제보다 훨씬 더 길고 강했다”고 말했다. 김일성 개인숭배가 확고해지면서 백석은 체제를 찬양하는 시를 쓸 것인지, 거부하고 불이익을 감수할 것인지 기로에 놓였다. 혁명군 사기 고취와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기여하는 언어가 아닌 모든 작품에 무작위로 가해지는 비난과 압박에 백석은 무력해진다. 그는 1962년 이후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가는 “백석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가치와 상반되는 걸 택하는 것을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요. 체제에 순응하는 시 외엔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절필을 선택한 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의 시로 남겠다’는 그 용기 덕분에 우리가 지금 그의 시를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김연수는 “백석 역시 자신의 결정에 후회와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그의 선택이 실패가 아님을 그의 시를 사랑하는 지금의 우리는 안다”며 “독자들에게도 인생에서 그런 선택의 순간이 있을 텐데 백석의 삶에 감정이입했을 이들에게 ‘그것 역시 실패가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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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으로 간 모내기 패션… 그 완성은 양말

    ‘패완얼’이 아니라 ‘패완양’이다. 패션의 완성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양말’! 여름철 샌들에 받쳐 신은 두꺼운 양말이 ‘패션 테러리스트’의 전유물로 생각된 것은, 양말은 발목 아래 감추거나 덧신 형태로 보이지 않아야 센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등산양말이나 스포츠양말은 동네 앞산도 히말라야를 등반할 것같이 풀장착한 ‘아재 패션’의 일종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양말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못난이 양말이 패션 인싸(인사이더) 사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투박하고 두툼한 스포츠양말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땅히 갈 곳이 부족해진 젊은층이 산에 몰려 ‘산스타그램’(산+인스타그램·등산을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는 문화)을 남기면서 촉발됐다. 산스타그램의 대세는 ‘모내기 패션’ 인증이다. 모내기 패션의 핵심은 바짓단을 양말에 끼워 넣는 것. 밀레니얼 세대는 등산할 때 아웃도어 의류 같은 전문 복장 대신 레깅스를 즐겨 입는데 몸에 밀착되는 레깅스와 묵직한 스포츠양말은 모내기 패션 완성에 최적의 세트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상의에 브라톱과 루즈핏 티셔츠를 입고 하의에 레깅스,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두꺼운 발목 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신는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산행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양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오는 반양말도 덩달아 인기다. 산 정상을 배경으로 다양한 색감의 레깅스에 반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신은 젊은 여성의 인증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넘친다.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에 나설 때 다른 건 포기해도 양말은 무조건 크고 묵직하게 보이도록 스타일링하는 것이 트렌드의 핵심이다. 물론 산에서만 양말이 인기는 아니다. 양말은 도심에서도 이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인스타일’을 비롯한 해외 패션전문지가 분석한 올해 주요 유행의 하나가 ‘발목을 넘기는 긴 양말의 귀환’이다. 원피스나 스커트, 반바지 아래 양말을 신어 발랄한 느낌을 더해 주는 것은 패셔니스타의 단골 공식이 됐다. 무더운 여름에 웬 양말인가 싶지만 다양한 무늬와 질감으로 재미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데다 발에 땀이 차는 것을 막고, 더위에 혹사당하는 발을 보호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다. 때로는 양말로 좀 더 복고적이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펜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올여름 시즌 패션쇼에서는 샌들, 펌프스 힐 등에 강렬한 색감의 양말을 매치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김나영 한소희 차정원 등 스타들도 반바지와 샌들에 면 소재 발목양말을 신거나 스틸레토 힐에 레이스 양말을 신는 등 양말 패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젤리슈즈든 펌프스든 ‘양말이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란 더 이상 없는 셈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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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내기 패션’ 어때? 아재패션에서 힙으로…등산양말의 변신

    ‘패완얼’이 아니라 ‘패완양’이다. 패션의 완성은 이제 ‘얼굴’이 아니라 ‘양말’! 여름철 샌들에 받쳐 신은 두꺼운 양말이 ‘패션 테러리스트’의 전유물로 생각된 것은 양말은 발목 아래 감추거나 덧신 형태로 보이지 않아야 센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등산양말이나 스포츠양말은 동네 앞산도 히말라야를 등반할 것 같이 풀 장착한 ‘아재 패션’의 일종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최근 스포츠양말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못난이 양말이 패션 인싸(인사이더) 사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다. 투박하고 두툼한 스포츠양말의 인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땅히 갈 곳이 부족해진 젊은층이 산에 몰려 ‘산스타그램(산+인스타그램·등산을 SNS에 인증하는 문화)’을 남기면서 촉발됐다. 산스타그램의 대세는 ‘모내기 패션’ 인증이다. 모내기 패션의 핵심은 바짓단을 양말에 끼워 넣는 것. 밀레니얼 세대는 등산할 때 아웃도어 의류 같은 전문 복장 대신 레깅스를 즐겨 입는데 몸에 밀착되는 레깅스와 묵직한 스포츠양말은 모내기 패션 완성에 최적의 세트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상의에 브라탑과 루즈핏 티셔츠를 입고 하의에 레깅스,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박힌 두꺼운 발목 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신는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산행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양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오는 반양말도 덩달아 인기다. 산 정상을 배경으로 다양한 색감의 레깅스에 반양말을 최대한 끌어올려 신은 젊은 여성의 인증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넘친다. 산보나 간단한 운동에 나설 때 다른 건 포기해도 양말은 무조건 크고 묵직하게 보이도록 스타일링 하는 것이 트렌드의 핵심이다. 물론 산에서만 양말이 인기는 아니다. 양말은 도심에서도 이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인스타일’을 비롯한 해외 패션전문지가 분석한 올해 주요 유행의 하나가 ‘발목을 넘기는 긴 양말의 귀환’이다. 원피스나 스커트, 반바지 아래 양말을 신어 발랄한 느낌을 더해 주는 것은 패셔니스타의 단골 공식이 됐다. 무더운 여름에 웬 양말인가 싶지만 다양한 무늬와 질감으로 재미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는 데다 발에 땀이 차는 것을 막고, 더위에 혹사당하는 발을 보호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다. 때로는 양말로 좀더 복고적이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펜디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의 올 여름시즌 패션쇼에서는 샌들, 펌프스 힐 등에 강렬한 색감의 양말을 매치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김나영 한소희 차정원 등 스타들도 반바지와 샌들에 면 소재 발목양말을 신거나 스틸레토 힐에 레이스 양말을 신는 등 양말패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정장이든 캐주얼이든, 젤리슈즈이든 펌프스든 ‘양말이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란 더 이상 없는 셈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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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년의 백석은 불행했을까…김연수 “실패가 아니다 말해주고 싶었다”

    소설가 김연수(50)가 8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시인들의 시인이자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같은 대표작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월북시인 백석(1912~1996·본명 백기행)이 죽기 전 7년간을 소재로 한 ‘일곱 해의 마지막’(문학동네)이다. 백석은 근대 가장 주목받는 서정시인이었지만 분단 이후 북한을 택한 뒤 번역 외에 제대로 된 작품을 내지 못하다 협동농장으로 쫓겨나 생을 마친 비운의 시인이다. 불운한 시대, 부조리한 체제 속에서 언어를 빼앗기게 된 천재 시인의 쓸쓸한 행로를 작가는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채워나간다. 서정이 반동이 돼 버리는 사회주의, 개인숭배와 체제 찬양 외의 창작이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견뎌낸 시인의 자취가 청춘과 불안을 기록해온 김연수의 언어로 쓸쓸하고도 아름답게 빚어진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작가를 만났다.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백석의 말년 이야기로 8년 만에 신작을 냈다. 취재와 고증도 많이 한 작품인데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역사소설이나 당시의 재연에는 관심이 없었고 개인적인 관심에서 출발했다. 성공해야 의미 있는 삶이라면, 이 많은 실패들은 왜 존재하는지 항상 의문이었다. 역사적으로 크게 실패했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백석 역시 그랬다. 극단으로 몰리고 실패한 이들에게 이후의 인생이 이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당이 원하는 시를 쓰지 않아 온 가족과 양강도 삼수군으로 쫓겨 갔던 때의 백석과 같은 나이가 되고 보니 그의 실패가 어떤 것인지 이해가 갔다. 좌절한 사람들의 ‘그 이후’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 싶었다.” ―백석의 비극적 삶 뒤엔 전쟁과 분단이란 아픔이 있고 체제의 부조리도 있다. 사료로 남지 않은 삶을 재구성하면서 분단사와 이념 갈등의 상처도 고민했을 것 같다. “당시를 재구성하려니 하나하나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직후는 너무 비참한 상황이었다. 지금 코로나 사태로 모두 우울하고 곧 망할 것 같다고 생각들 하지만 전쟁이 끝난 그때는 말 그대로 종말적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비참해서 어떻게 묘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절망뿐인 상황이 불과 60년 만에 이렇게 달라진 원동력이 궁금했다. 어쩌면 생명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살아보겠다는 악착같은 힘. 물론 그럼에도 죽고 희생된 사람은 있었고 백석처럼 쓰지 못하게 된 이도 있었지만, 그들은 살아냈고 이렇게 만들어왔다. 그 힘이 체제보다 훨씬 더 길고 강했다.” ―말년의 백석은 불행했을까. “자신의 가치와 상반되는 것을 택하는 걸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체제에 순응하는 시 외엔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절필을 선택했다고 판단한다. 당의 간섭을 받지 않는 번역시는 백석답게 여전히 너무 훌륭했다. 그는 못쓴 게 아니라 쓰지 않음을 택했다. 지금까지의 시로 남겠다는 용기다. 백석의 그 선택에서 나도 용기를 얻었다. 불행이 아니라 본다.” ―당신의 초기작이자 출세작 ‘굳빠이, 이상’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작가로서 ‘청춘 시인’ 이상을 지나 ‘국민 시인’ 백석으로 무르익어가는 여정이 아닌가 싶다. “항상 걸리는 바가 있었는데 뭔지 잘 몰랐다. 두 시인의 삶을 보며 문학을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배웠다. 아무 힘도 의미도 없는 예쁜 언어를 만들어낼 뿐이란 슬픔이 있지만, 이런 문학적 위로와 즐거움을 보면 글이 무기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격변기를 산 그들에겐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뇌가 있었을 게다. 거기에 비춰보면 지금의 문제에는 어느 정도 답이 보이는 것 같다.” ―시대와 체제가 다른 오늘의 독자에게 백석의 마지막 7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백석 시에는 항상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 보인다. 괴로움을 토로하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높은 천장을 보고,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은 존재를 본다. 그가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후대에 당시의 그를 들여다보는 나 같은 사람의 시선이지 않았을까. 쓰지 못하는 고통은 어마어마하다. 그 결정이 백석도 두려웠고 후회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쓰지 않음이 실패가 아님을 그의 시를 사랑하는 우리는 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빼앗긴 불행 덕분에 자신을 지켰고 우리는 그의 시를 본다. 실패 같아보여도 아니다. 독자에게도 인생에서 그런 선택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기행의 삶에 감정을 이입했을 독자에게도 말해주고 싶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고.”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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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 존재’ 편집자들이 독자 앞에 섰다

    침대에서 기상한 뒤 카메라를 향해 씩 웃는 입사 5년 차 편집자. 휴일 느지막하게 일어나 양치하고 우유에 만 ‘죠리퐁’으로 아침을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신다. 자막이 곁들여진 영상은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같지만 사실 민음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5년 차 에디터의 휴일 오후 브이로그’다. ‘편집자 덕질은 처음’ ‘내가 출판사 편집자 브이로그를 고대하게 될 줄이야!’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작가와 책 뒤에 숨어 있던 편집자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민음사 문학동네 같은 대형 단행본 출판사 유튜브 채널에서는 작가나 신간이 아니라 편집자들 이야기가 인기다. 출판사는 편집자를 전면에 내세운 유튜브 채널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충성 독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와 별개로 자체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 향수는 100mL짜리 다 비우고 호시탐탐 다시 사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본 ‘향수처돌이’ 김봉곤 작가가 본인 안 쓰는 게 있다면서 저에게 선물로 줬어요.”(유튜브 ‘편집자K’의 ‘인생향수 추천’) 문학동네 문학팀 강윤정 편집자의 유튜브 채널 ‘편집자K’의 인기 업로드에는 책과 관계없는 콘텐츠도 다양하다. 팬덤이 형성되면서 책 추천, 작가 인터뷰뿐 아니라 편집자의 패션 아이템 등도 인기 영상이 됐다. 구독자가 1만3000여 명인 편집자K는 웬만한 대형 출판사 채널 구독자가 1만∼3만 명인 걸 감안하면 팬층이 두껍다. 이는 책 자체만이 아니라 편집 업무나 에디터의 일상이 시선을 끄는 콘텐츠가 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다. 베테랑 편집자가 만든 베스트셀러 뒷이야기뿐 아니라 신입 편집자가 전하는 입사 노하우, 출간 직전 적나라한 마케팅 회의 등에 대중은 관심을 보인다. 서선행 가나출판사 차장은 “글쓰기와 자기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집자들의 역량에 대한 수요가 커져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소설가나 시인, 문학평론가 등이 부쩍 늘어난 점도 편집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편집자의 높아진 대외적 인지도를 출판사가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실제 책 제작 과정에서도 전문적인 편집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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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실어증 소년의 언어장애 극복기

    ‘마야코프스키’ ‘무연’ ‘모티프’ ‘아르페지오’. 명찰에 쓰인 온갖 특이한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 이곳은 스프링 언어교정원이란 곳이다.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모인 곳이다. “용기를 내서 말하라”고 할 때, 그 용기 자체가 없는 사람들. 내면의 문제로 평범한 일상조차 어려워진 이들이다. 2009년 등단 후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하게 활동해 온 저자가 새로 펴낸 신작 장편소설은 말문이 막힌 듯 폐쇄적이었던 열네 살 소년의 세계가 글쓰기란 세상에서 새롭게 빚어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가슴 찡하게 그려낸다. 열네 살이 된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서 이 교정원에 오게 된 사람 중 하나다. 무명 소설가, 곧 쓰러질 것 같은 할머니, 더벅머리 아저씨 등 한눈에 봐도 좀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장 난 사람들만 모아둔 창고 같은 곳”이라고 느낀다. 말더듬이인 ‘나’의 일상은 항상 괴롭다. 학교에서는 친구도 없고 괴롭힘만 당한다. 국어교사는 괴롭히기로 작정한 것처럼 늘 책 읽기를 시킨다. 하지만 ‘나’는 비슷한 아픔을 지닌 교정원 사람들과 원장의 따뜻한 도움과 연대 속에서 더듬더듬 겨우 터져 나온 말이 글이 되고 이야기와 소설로 승화되는 놀라운 성장을 체험하게 된다. 외환위기 직후 세기말 어수선한 시대를 배경으로 실어증에 걸린 소년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어두움을 그려내면서도 유머와 관조를 잃지 않아 재밌게 읽힌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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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리슈즈의 진화… 레트로 타고 화려해졌다

    《젤리슈즈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벼운 데다 형형색색의 컬러감이 두드러지는 젤리슈즈는 여름철 ‘필수템’. 하지만 올해는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더 정교하고 진화한 젤리 샌들을 들고 대거 시장에 합류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보그’는 “유년기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흐름을 타고 다양한 종류의 젤리슈즈가 올여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고전적인 PVC 소재 젤리슈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젤리슈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1940년대 후반 등장했다고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죽이 부족해지자 이를 대체하면서도 물에 강한 소재를 찾다가 개발됐다는 것. 195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생산됐고, 1980년대 다양한 컬러감이 가미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원래 젤리슈즈는 다소 유아적이면서 유치한 분위기를 풍기는 키치적인 매력과 투박함이 매력 포인트.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여기에 화려한 스터드, 로고나 리본, 플라워 디테일이 더해져 소녀 같은 감성에서부터 화려하고 도시적인 느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왔다. 특히 발렌티노 구찌 셀린 같은 전통적인 명품업체들이 젤리슈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발렌티노의 젤리슈즈는 스터드와 리본 등으로 화려함을 준다. 에디 슬리만의 셀린이 선보인 고무 소재의 비치샌들은 미니멀한 절제미를 잘 살린 젤리슈즈다. 고무나 PVC 소재로 만들어진 젤리슈즈는 바닷가에서 놀 때도, 갑자기 비가 올 때도 신경 쓰지 않고 막 신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싼 맛에 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주요 덕목의 하나로 꼽히는 이 신발을 명품업체들이 만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내에서는 에르메스가 이번 시즌 출시한 젤리슈즈인 알로하가 큰 인기다. 입고되는 족족 다 팔리는 ‘완판템’이 됐다. 몇만 원에도 살 수 있는 저가 브랜드에 비해서는 훨씬 비싸지만 다른 메인 라인에 비해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명품 젤리슈즈’의 인기 요인이다. PVC 소재를 쓰지는 않았지만 젤리슈즈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샌들을 출시한 업체도 있다. 명품 브랜드 더로(The Row), 에레우(Hereu) 등은 끈이 여러 겹 연결된 전형적인 젤리슈즈 외관과 느낌을 그대로 따온 제품을 출시했다. 소재를 따로 확인하지 않으면 헷갈릴 만하다. 한국에서 젤리슈즈는 여름철 폭우가 쏟아질 때나, 지루한 장마철에 레인부츠 대신 맨발에 신는 신발이란 고정관념이 있지만 사실 활용법은 무한하다. 영국 출신 모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 알렉사 청은 “놀라울 정도로 모든 종류의 옷에 다 잘 어울린다”고 젤리슈즈 예찬론을 펼친다. 비치드레스나 짧은 팬츠에 신으면 더할 나위 없는 휴양지 룩을 만들어내지만 그 외에도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알렉사 청의 스타일링을 참고해보자. 플라워패턴 장식이 박힌 젤리슈즈를 데님 롤오버와 묵직하고 두꺼운 양말에 신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셔츠에 정장 스커트, 숄더백 같은 평범한 오피스 룩에도 귀엽고 굽 없는, 투박한 젤리슈즈로 재미있는 패션 포인트를 줄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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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철 ‘필수템’…없어서 못 파는 젤리슈즈의 시절이 왔다

    젤리슈즈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말랑말랑하면서도 가벼운 데다 형형색색의 컬러감이 두드러지는 젤리슈즈는 여름철 ‘필수템’. 하지만 올해는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더 정교하고 진화한 젤리 샌들을 들고 대거 시장에 합류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보그’는 “유년기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흐름을 타고 다양한 종류의 젤리슈즈가 올여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고전적인 PVC 소재 젤리슈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젤리슈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1940년대 후반 등장했다고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죽이 부족해지자 이를 대체하면서도 물에 강한 소재를 찾다가 개발됐다는 것. 195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생산됐고, 1980년대 다양한 컬러감이 가미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원래 젤리슈즈는 다소 유아적이면서 유치한 분위기를 풍기는 키치적인 매력과 투박함이 매력 포인트.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여기에 화려한 스터드, 로고나 리본, 플라워 디테일이 더해져 소녀 같은 감성에서부터 화려하고 도시적인 느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제품들이 나왔다. 특히 발렌티노 구찌 셀린 같은 전통적인 명품업체들이 젤리슈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찌의 젤리슈즈는 금속으로 만든 로고와 크리스털 스터드 등으로 화려함을 준다. 에디 슬리만의 셀린이 선보인 고무 소재의 비치샌들은 미니멀한 절제미를 잘 살린 젤리슈즈다. 고무나 PVC 소재로 만들어진 젤리슈즈는 바닷가에서 놀 때도, 갑자기 비가 올 때도 신경 쓰지 않고 막 신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싼 맛에 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주요 덕목의 하나로 꼽히는 이 신발을 명품업체들이 만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내에서는 에르메스가 이번 시즌 출시한 젤리슈즈인 알로하가 큰 인기다. 입고되는 족족 다 팔리는 ‘완판템’이 됐다. 몇만 원에도 살 수 있는 저가 브랜드에 비해서는 훨씬 비싸지만 다른 메인 라인에 비해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명품 젤리슈즈’의 인기 요인이다. PVC 소재를 쓰지는 않았지만 젤리슈즈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가죽샌들을 출시한 업체도 있다. 명품 브랜드 더로, 에레우 등은 끈이 여러 겹 연결된 전형적인 젤리슈즈 외관과 느낌을 그대로 따온 제품을 출시했다. 소재를 따로 확인하지 않으면 헷갈릴 만하다. 한국에서 젤리슈즈는 여름철 폭우가 쏟아질 때나, 지루한 장마철에 레인부츠 대신 맨발에 신는 신발이란 고정관념이 있지만 사실 활용법은 무한하다. 영국 출신 모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 알렉사 청은 “놀라울 정도로 모든 종류의 옷에 다 잘 어울린다”고 젤리슈즈 예찬론을 펼친다. 비치드레스나 짧은 팬츠에 신으면 더할 나위 없는 휴양지 룩을 만들어내지만 그 외에도 자유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독특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알렉사 청의 스타일링을 참고해보자. 플라워패턴 장식이 박힌 젤리슈즈를 데님 롤오버와 묵직하고 두꺼운 양말에 신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셔츠에 정장 스커트, 숄더백 같은 평범한 오피스 룩에도 귀엽고 굽 없는, 투박한 젤리슈즈로 재미있는 패션 포인트를 줄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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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상황으로 내몰리는 사춘기 여고생,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죠”

    불이 난 아파트 11층에서 젖은 이불에 싸여 떨어진 아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빠른 판단력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동생을 살린 언니와 온몸으로 아이를 받아낸 행인 덕분이었다. 구조된 이 여섯 살 아이에게 언론의 이목이 쏠렸다. 10여 년 전 그 사건으로 여전히 ‘이불아기’로 기억되는 소녀가 이제 고등학생이 된 유원이다. 올해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유원’(사진)은 교우관계와 입시에 치이는 것만으로도 한창 예민할 사춘기의 소녀가 잊을 수 없는 그날의 트라우마와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특별한 성장기를 응집력 있게 그려낸다. 1일 전화로 만난 작가 백온유 씨(27)는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미워하면서도 같이 가야 하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 있을 것 같다”며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대외적으로는 의인으로 알려진 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소설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소설에선 그런 존재가 유원을 얼결에 구하다 불구가 된 트럭 기사 아저씨다. 언론에 의인으로 보도된 아저씨는 답지한 성금을 금방 탕진해버리고 툭하면 유원의 가족 앞에 나타난다. 유원은 사람들에게 “쟤가 걔구나” 하는 호의와 동정과 함께 ‘언니 몫까지 살라’는 압박을 받는 것이 힘겹다. “나는 나를 살린 우리 언니가 싫어. 나는 나를 구해 준 아저씨를 증오해”란 소설 속 내밀한 고백이 그의 속마음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관계의 모순과 상처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10대 특유의 예민한 심리 변화를 잘 포착한다. 그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다 보면 혼자 비뚤어지고 오해하고 자기혐오가 깊어지는 일들이 그 시기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자책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백 씨는 등단도 장편동화로 했다. “딱히 성장소설을 염두에 두고 쓴 적은 없지만 소재가 떠올랐을 때 거기에 맞는 이상적인 주인공이 그 연령대 아이들이어야 가장 잘 어울렸다”고 설명한다. “어릴 때 느끼는 억울함이나 서러움은 오히려 컸을 때보다도 더 깊고 클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나 청소년이라고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걸 꼭 한 번 말해보고 싶었어요. 흔히들 ‘아들은 아빠처럼 산다’고 하는데 어떤 아이에겐 너무 큰 좌절과 상처가 될 수 있는 말 아닌가요?” 1990년대 생인 작가에겐 아직 어른의 세계보다 청소년의 세계가 심리적으로 더 가깝기도 하단다. 이금이 구병모 손원평 등의 청소년 소설을 즐겨 읽었고, 그래픽노블도 좋아한다. 그는 “공교롭게도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도 청소년기에 해야 할 이야기들”이라며 “감각을 많이 열어두고 그 시기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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