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중국과 매우 폭넓은 1단계 합의에 동의했다”며 “2020년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국과) 2단계 협상을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추가관세 데드라인(15일)을 이틀 앞두고 미국이 대중 고율관세 부과를 보류한 데 이어 중국도 15일 상응하는 조치를 내놨다.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를 조기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국무원은 이날 시행 예정이던 대미 추가관세 부과를 잠시 멈춘다고 밝혔다. 13일 밝혔던 대미 추가관세 보류 검토 계획을 이날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국무원은 기존 고율관세는 유지한다면서 “미국과 평등·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함께 노력해 중미 무역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그들(중국)은 많은 구조적 변화와 농산물, 에너지 및 그 이상에 대한 엄청난 구매에 동의했다”며 대중 관세 보류 방침을 밝혔다. 미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중국은 대미 농산물 수입 확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환율조작 중단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15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56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관세 연기, 9월에 약 12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기존 15% 관세를 7.5%로 인하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관세 중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하기로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를 포함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USTR는 또 이번 합의는 ‘강력한 분쟁 해결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며 2단계 협상 진전에 따라 대중 관세 인하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내년 1월 초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만나 1단계 합의문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올 5월 협상이 막판에 결렬된 것처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농산물 구매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구매할 농산물 규모에 대해 “500억 달러어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은 구체적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과 대중 강경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협상 카드인 관세를 너무 쉽게 내줬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대미 강경파의 승리”라고 평했다. 골드만삭스는 “무역전쟁 위험이라는 유령이 미 대선 이전까지 계속 시장에 출몰할 것”으로 예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농산물 구매 확대’라는 임시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을 받고 뒤로 물러섰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척 슈머는 오바마 행정부 기간 오랫동안 앉아서 중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 걸 지켜봤다. 울보 척(Crying Chuck)은 너무 나쁘다”고 반박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합의의 첫 단추를 끼웠으니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미중 무역갈등이 원만히 해결되면 그간 우리 경제에 여러 경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외여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수출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1∼9월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 폭(―9.8%)이 가장 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 10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의 파장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26.8%였다. 다만 이번 합의로 분쟁 해결의 물꼬는 텄어도 양국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 는 점에서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1단계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언제든 양국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정치적 성과가 급한 양국 정부의 ‘미니딜’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서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받아낸 점을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선전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당장의 ‘미니딜’을 위해 민감한 이슈들을 다음으로 넘긴 것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에는 양국이 첨예하게 맞선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난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협상카드인 관세를 지나치게 양보해 앞으로의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협상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사장은 얼마 전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겸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한창 장사를 해야 할 오후 7시 무렵 서울 종로 명동 강남 식당들의 테이블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식당들이 망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A 사장은 서울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달라진 도심 식당가 풍경을 보고 온 듯했다. 우리에겐 익숙한 얘기도 모처럼 서울을 찾은 그에겐 낯설었다. 그는 “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에서 근무시간이 단축되면서 회식이 줄고 일찍 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아 저녁 장사가 신통치 않다는 얘길 하면서도 속으론 찜찜했다. 미국은 사무직과 전문직 등 예외 직종을 빼고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다. 그런데도 A 사장의 뉴욕 식당은 저녁 장사에서 테이블을 서너 번 돌리지 않으면 비상이 걸린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2.9% 성장했다. 올해는 2.2%, 내년에는 2.0% 성장을 점친다. 잠재성장률(1.9%)을 웃도는 성장세다. 그런데도 맨해튼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별로다. 공급이 늘어난 데다 세금까지 불어 가격이 떨어졌다. 오죽하면 부동산 브로커들이 “지금은 맨해튼에서 ‘돌멩이’만 사도 돈이 된다”며 해외 부자들을 유혹한다. 집값만 폭주하는 서울과는 분위기가 한참 다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이 미국 동포들에게 놀랍지도 않다. 다만, 경제도, 일자리 시장도 별로라는데 집값만 득달같이 오르고 집값이 올라도 식당에 손님이 별로 없다는 게 이상할 뿐이다. 소득 격차를 줄이고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실험이 2년째 진행 중인 한국 경제는 올해 잠재성장률(2.5∼2.6%)을 밑도는 2% 성장마저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득주도 성장의 사령탑인 청와대의 참모들이 똘똘한 집 한 채로 1년 만에 수억, 10억 원대의 재산이 늘어 자산 격차를 벌렸다는 믿기지 않는 얘기도 들린다. A 사장의 서울 방문이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음식 주문과 계산을 해주는 기계를 들인 식당을 서울에서 배워 뉴욕에서 도전해볼 참이다. 미국 노동시장은 반세기 만의 최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사람을 구하기 힘드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그나마 낮다. 장사가 안된다고 걱정하는 서울의 식당 사장님들이 느끼는 최저임금 인상의 강도는 뉴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한 지 1시간 만에 내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한 경제적 치적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초당적 합의를 발표할 수 있었다. 속내야 어떻든 대통령 탄핵 논의와 대선을 앞둔 비상 국면에서도 민생을 위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일부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초당적 합의는커녕 예산안, 선거법 날치기 공방이 벌어지는 한국 정치권과는 다르다. 서울 도심 식당들의 테이블마저 놀리게 한 ‘주 52시간 근로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작업장의 생산성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한국 최대 자동차 회사 공장에서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를 쓰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노조가 야간 근무를 거부하는 ‘와이파이 태업’이 벌어진다는 걸 A 사장은 이해할 수 있을까.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한다. 북한 비핵화 협상, 미중 무역전쟁, 미 대선 등 한국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할 위기의 뇌관도 도사리고 있다. 내년엔 자신만의 이론으로 중무장하고 침대에 맞춰 사람 다리라도 자를 것처럼 덤벼드는 ‘칠판 경제학자’보다 음식점과 시장, 기업과 공장 등 현장을 누비며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는 공무원, 정치인이 한 명이라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13일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 농산물, 지식재산권, 환율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이날 오후 11시(한국 시간 14일 0시) 베이징의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12일(현지 시간)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전격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윗을 통해 “내년 재선을 기다리지 않고 중국과 2단계 무역합의를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약 21개월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양국 무역 갈등이 잠정 중단되면서 각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은 아이폰과 장난감 등 중국산 제품 1650억 달러 규모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도 내년에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합의안에 동의했다. 각국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2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한국 코스피도 1.54% 오른 2,170.25로 마쳤다. 일본(2.55%), 중국(1.78%)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 넘게 상승했다. 소폭 하락 출발했던 13일 뉴욕증시도 중국 정부의 발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커 후속 협상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합의문에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문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이건혁 기자}

13일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가 이뤄졌다”고 공식 밝혔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무부, 외교부, 상무부 등 중국 관계 부처는 이날 오후 11시(한국 시간 14일 0시) 베이징의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단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하루 전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전격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부과 행정명령을 서명한 후 약 21개월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양국 무역갈등이 잠정 중단되면서 각국 경제의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아이폰과 장난감 등 중국산 제품 1650억 달러 규모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보류하고, 중국도 내년에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는 합의안에 동의했다. 각국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2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79%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6% 상승한 3,168.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73% 오른 8,717.32에 마쳤다. 두 지수 모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한국 코스피도 1.54% 오른 2,170.25로 마쳤다. 일본(2.55%), 중국(1.78%)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1% 넘게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1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71.70원으로 마감했다. 소폭 하락 출발했던 13일 뉴욕증시는 중국 정부의 발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에 대한 양국 견해차가 커 후속 협상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합의문에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문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협상이 다시 난항에 빠질 수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합의의 첫 단추를 끼웠으니 글로벌 통상환경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미중 무역갈등이 원만히 해결되면 그간 우리 경제에 여러 경로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해소되는 것”이라며 “내년 대외여건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크게 기대되는 것은 수출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1~9월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한국의 수출 감소폭(―9.8%)이 가장 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올 10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아 미중 무역분쟁의 파장에 특히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26.8%였다. 다만 이번 합의로 분쟁 해결의 물꼬는 텄어도 양국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 는 점에서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1단계 합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언제든 양국 분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가 정치적 성과가 급한 양국 정부의 ‘미니딜’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받아낸 점을 핵심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선전하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관세 인하를 얻어냈다고 주장할 수 있어서다. 당장의 ‘미니딜’을 위해 민감한 이슈들을 다음으로 넘긴 것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에는 양국이 첨예하게 맞선 중국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난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협상카드인 관세를 지나치게 양보해 앞으로의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협상은 이제 시작단계일 뿐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사흘 앞둔 12일(현지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전격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딜’로 연말 세계 경제를 뒤흔들 ‘관세 시한폭탄’의 초침을 세우고 후속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번 것이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남아 있는 난제가 많아 후속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미중 이르면 13일 1단계 합의 서명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승인했다”며 “조항은 합의됐지만 법적 문서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윗을 통해 “중국과의 빅딜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며 “그들은 원하고 우리도 원한다”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합의를 원한다”고 밝힌지 5분 만에 뉴욕 증시는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경제 및 무역 고위 참모들과 1시간 동안 만나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제한된 무역합의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10월 미국산 농산물 구매와 미국이 부과한 대중 관세 철회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미니딜’인 1단계 무역합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미·중 양국은 이날 1단계 합의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르면 13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崔天凱)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1단계 합의에 서명하거나,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에서 서명식을 갖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3일 공식 발표를 예상했다. ● 관세 풀고, 농산물 사주며 ‘미니딜’ 성사 WSJ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을 인용해 이번 합의 내용을 전했다. 중국이 2020년 500억 달러어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등을 구매하고, 미국은 현재 15~25%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줄여주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1110억 달러 규모의 다른 중국산 수입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15일에는 아이폰 노트북컴퓨터 의류 장난감 등 중국산 소비재 수입품 1600억 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예고했다. 진통을 겪던 협상은 미국이 막판에 기존 관세 인하가 포함된 제안을 하면서 물꼬가 트인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 무역협상팀이 최근 5일간 추가 관세를 철회하고, 기존 관세율도 50%로 낮춘 7.5~12.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율을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농산물 구매 외에 지적재산권 보호 규정 강화와 금융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다는 조항이 합의 내용에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 미니딜, 미중 정상에 정치적 승리 미중 1단계 무역합의는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두 나라 정상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트럼프 대통령 모두 이 합의를 승리로 규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카드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농산물 구매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을 강조하며 핵심 지지층인 농민층에게 선전할 수 있다. 중국이 구매할 것으로 알려진 500억 달러 농산물은 무역전쟁 이전까지 최대 규모였던 2013년 수입액(290억 달러)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시 주석도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수출과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기존 관세 인하까지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미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와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지지로 불만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블룸버그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상의 진전과 추가 긴장 고조 없이 협상이 계속되기를 원하는 캠프에 있다”며 “가능하면 1월 대통령의 신년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전에 협상을 끝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이 있는 내년 1월 신년 연두교서에서 얼마 전 합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합의에 이어 무역정책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1단계 합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 난제 첩첩산중 2,3단계 협상은 진통 불가피 1단계 무역 합의는 연말 무역전쟁 확전 불안감에 시달리던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전쟁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년 만의 최저치인 2.9%와 3.0%로 낮췄다. 톰 오리크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협상 결과는 2020년 성장 전망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관세를 2019년 5월 수준으로 되돌리는 휴전으로 불확실성이 걷히면 세계 경제성장률을 0.6% 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증시에서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0.75포인트(0.79%) 상승한 28,132.05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6.94포인트(0.86%) 오른 3,168.57에 마감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63.27포인트(0.73%) 상승한 8,717.32에 거래가 끝났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 미니딜은 시간 벌기, 후속협상 진통 불가피 이번 합의로 미중은 후속 협상의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선 중국의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등의 난제를 다루지 않았다. 미니딜을 위해 까다로운 문제를 후속 협상의 ‘카페트’ 밑으로 밀어 넣어 숨긴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핵심 협상카드인 ‘관세’를 지나치게 양보해 난제가 쌓인 2,3단계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대중국 관세) 7.5%와 12.5%는 중국 정부가 경제 모델 관련 핵심 정책을 수정하도록 강요하기에 충분치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의미 있는 2단계 합의는 없을 것이라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사흘 앞둔 12일(현지 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전격 승인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제 및 무역 고위 참모와 1시간 동안 만나 관련 보고를 받은 후 제한된 무역 합의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아이폰과 장난감 등에 대한 165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 중국도 내년에 500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고 금융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등에 나선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가 13일 미 워싱턴에서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중국과의 ‘빅 딜’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도 우리도 (합의를) 원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이 트윗이 게재된 지 5분 만에 미 뉴욕 증시는 협상 타결 기대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0.79% 상승한 28,132.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6% 오른 3,168.57에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0.73% 상승한 8,717.32에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한국 코스피도 전날보다 32.90포인트(1.54%) 오른 2,170.25로 마쳤다. 일본(2.55%), 중국(1.78%)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모두 1% 넘게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1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71.70원으로 마감했다. 다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남아 있는 난제가 많아 후속 협상에서 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은 이번 합의문에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문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이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묵인해 오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그러자 북한은 반나절 만인 12일 오후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압박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11일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은 올해에만 2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상관없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저해하며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행동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기회의 문을 닫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 뒤 “북한이 협상에 나선다면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이날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현 상황의 엄중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대 말’의 대결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대 ICBM’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징후도 포착됐다. 미 공군은 12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이 기지에서 올해에만 5, 10월 두 차례 시험발사된 ICBM인 미니트맨3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는 게 군의 관측이다. 미니트맨3는 캘리포니아에서 평양까지 30분이면 도달한다. 앞서 북한은 7일 동창리에서 ICBM 엔진연소 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이 말과 행동으로 동시압박 조짐을 보이자 북한은 12일 오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은 이번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미국이 대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것에 대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미국이 2년 만에 주도한 북한 비핵화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도발을 멈추고, 대화로 복귀하라는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안보리 회의 소집으로 미국이 ‘최대의 압박’ 기조에 시동을 걸자, 북한은 반나절 만에 “적대적 도발 행위를 또다시 감행했다”며 맹비난했다.○ 美 “기회의 문 닫지 말라” 경고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 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상관없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이 북한의 수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 ‘자위권 행사’라는 북한 주장에 맞춰 사실상 방관하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단거리나 중장거리 등 유형에 관계없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된다. 크래프트 대사는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실험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공유 목표에 심각히 반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이날 유엔 주재 미 대표부 건물에서 안보리 이사국과 당사국인 한국과 일본 대사를 초청해 약 1시간 20분간 오찬 회동을 하면서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다만 크래프트 대사는 “우리는 여전히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합의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동시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와 함께 일하기 위해 어렵지만 대담한 결정(difficult, but bold decision)을 내려야 한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北, 안보리 회의에 “자주권에 대한 유린” 반박 북한은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이 앞서 예고했던 ‘새로운 길’로 방향을 잡았다는 식으로 위협했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어떤 것에도 상응한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안보리 회의가 자위권을 훼손하는 “난폭한 유린”이라고 강조했다. 또 “저들은(미국은) 때 없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되고 우리는 그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무기 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난했다.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발사 움직임을 비난한 셈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입만 벌리면 대화 타령을 늘어놓고 있는데 설사 대화를 한다고 해도 미국이 우리에게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했다. 15일 방한 예정인 비건 부장관 지명자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과 판문점에서 만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자신들의 입장이 전달이 안 될까 봐 직접 공개 메시지를 내고 두 번 세 번 강조하는 것을 보면 초조한 것 같다. 자신들이 제시한 데드라인에 발이 묶여 원치 않아도 도발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강력 반발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발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회의에서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 대사는 “안보리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대화에 유익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제재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도 “북한에 어떤 대가를 주지 않고 무엇인가에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제재를 병행적으로 완화하는 로드맵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당사국 대사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조현 주유엔 한국 대사는 “국제사회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동시에 북한의 옳은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도주의 원조 등 의미 있는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외교적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만장일치로 현행 1.50∼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금리 ‘동결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현 상태의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적정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경제 성장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낮다고 본 것이다. 연준은 10월 성명에 포함된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합의와 관련해 “합의가 이행된다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OMC 총 17명의 위원 중 13명이 내년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없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만장일치로 현행 1.50~1.7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이 7월 이후 세 차례 연속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행진에 종지부를 찍고 금리 ‘동결 모드’로 전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연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현 상태의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의 지속적 확장과 강한 노동시장 여건, 2% 목표 근방의 인플레이션을 지지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적정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경제 성장을 유지할 만큼 충분히 낮다고 본 것이다. 연준은 10월 성명에 포함된 “전망에 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표현을 삭제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합의와 관련해 “합의가 이행된다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돼 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OMC 총 17명의 위원 중 13명이 내년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4명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없었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로 전망했고 올해와 내년 실업률은 9월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낮은 3.6%, 3.5%로 하향 조정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미국은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묵인해오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까지 거론해 대북 접근법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은 올해에만 20여 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탄도미사일은 사거리와 상관없이 역내 안보와 안정을 저해하며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북-미 핵협상이 진행된 이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강하게 대응하지 않고 미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해 경고해왔다. 크래프트 대사는 “이런 행동은 미래를 위한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기회의 문을 닫는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북한이 협상에 나선다면 유연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도 이날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을 만나 북한 문제와 관련해 현 상황의 엄중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주력 정찰기를 한반도로 보내 대북 감시의 고삐를 조이는 미국은 12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 인근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 위협에 맞서 미니트맨3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말 대 말’의 대결이 ‘장거리미사일 대 ICBM’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 공군은 이날 항공고시보를 통해 반덴버그 기지에서 태평양 방향으로 육각형 형태의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가장 먼 곳은 기지에서 1000km 안팎에 달한다. 올 5~10월 반덴버그 기지에선 미니트맨 3의 시험 발사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1992년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수정안이 10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3국 대표 간에 합의 서명됐다. USMCA에 비판적이던 미국 민주당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이번 수정안은 미 의회를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대선에서 NA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탈퇴 위협을 하며 멕시코와 캐나다를 몰아붙여 USMCA 협정 타결을 이끌어냈다. 마침내 민주당의 지지까지 얻어내면서 2020년 대선전에서 내세울 확실한 성과물을 챙겼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입법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 민주당과 노동단체들은 멕시코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지적하며 USMCA 수정안에서 노동 조건과 의무 이행 강제 조항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관철시켰다. 바이오 신약 복제를 10년간 제한하는 규정도 삭제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공개한 지 1시간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수정안에 대해 “미국 노동자를 위한 승리를 선언한다. 행정부가 처음 제안한 것보다 엄청나게 좋다”고 하원 표결을 예고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요구를 지나치게 많이 받아들였다는 불만도 나온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는 내년에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 뮤지컬의 본산 브로드웨이, 패션 1번지 소호….’ 세계 경제의 수도 미국 뉴욕에는 동네, 거리마다 차별화된 상권과 브랜드가 있다. 유럽, 중동, 중국 부자들은 센트럴파크 동쪽 매디슨 애비뉴에서 19세기 목걸이 반지 시계 등 ‘빈티지 장신구(주얼리)’를 구입한다. 미국에 수입되는 다이아몬드의 90%는 맨해튼 47번가 일대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를 거쳐 간다. 뉴욕에 다양한 상권과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건 골목상권을 키우려는 건물주, 지역 상인, 주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주얼리 상점들은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방문한 ‘큰손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뉴욕시 전역에서 일주일간 주얼리 디자이너 및 장인과의 대화, 주얼리 특별 전시회 등 170여 개 주얼리 관련 행사가 열리는 이른바 ‘주얼리 위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벨라 네이먼 뉴욕 주얼리위크 창립자는 “지난해 시작된 주얼리 위크는 뉴욕의 주얼리 산업과 아티스트를 알리기 위한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매디슨 애비뉴의 주얼리 전문점과 공방,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갤러리, 교육기관인 뉴욕주립대 패션기술원(FIT), 버그도프굿맨 등 백화점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메이드 온 매디슨’의 전통을 지키다 매디슨 애비뉴는 1973년 주얼리 제조업 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57가에서 80가에 이르는 거리는 50여 곳의 빈티주 주얼리 전문점과 8개의 빈티지 시계 전문점 등이 모여 있는 뉴욕의 대표적인 ‘주얼리 쇼핑특구’로 성장했다. 이날 오후 1985년 창업한 매디슨 애비뉴의 귀금속 세공 전문 공방인 ‘레인스타인 로스 골드스미스’. 다이아몬드 세팅을 막 끝낸 21년 경력의 귀금속 장인 조니 알바레스 씨가 ‘땡땡땡’ 종을 울리더니 ‘펑’ 소리를 내며 샴페인 뚜껑을 땄다. 고가 주얼리 제작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장인들이 치르는 조촐한 의식이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높은 맨해튼 고급 주택가 주변에서 주얼리 제작이 돈이 될 수 있을까. 이 공방은 기계나 틀을 쓰는 대량생산 방식 대신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직접 다듬는 ‘핸드 크래프트(hand crafted) 제품’으로 뉴욕에서 3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뉴욕에서 디자인하고, 뉴욕의 장인이 만든 세계에서 유일한 주얼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장인들이 주문받은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고객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이 공방의 제니퍼 라보란테 제너럴 매니저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에도 판매한다. 오늘은 독일에서 온 남성 관광객이 들러 ‘사흘 후 출국 전까지 결혼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매디슨 애비뉴의 장인들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보석 및 귀금속을 들여와 디자인하고 세공해서 전 세계에 판매한다. 뉴욕시의 주얼리 수출은 뉴욕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뉴욕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연간 300억 달러(약 35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세계의 고객을 끌어 모으는 패밀리 비즈니스 뉴욕시는 영국 런던과 함께 오래된 귀금속과 시계 등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빈티지 주얼리’ 시장으로 꼽힌다. 1970년대 200달러(약 24만 원)에 구매한 시계가 이곳에서 3000달러에 팔린다. 빈티지 시계 전문점의 장인들이 제품의 진위, 성능, 원산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수리해 보증서를 붙여 판매한다. 189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업했다는 빈티지 주얼리 전문점 ‘엘루테리’ 매장.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바그너 엘루테리 씨는 “세계 부자들이 알고 있는 ‘매디슨 애비뉴’라는 주소 자체가 가치”라며 “최근에는 러시아 중동 중국인들이 빈티지 주얼리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빈티지 주얼리는 사용 목적이 강한 일반 제품과 달리 부자들의 수집과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매디슨 애비뉴의 전통은 대를 이어 가업(家業)을 이어가는 ‘패밀리 비즈니스’들이 만들어낸다. 이들은 공방이나 고객들과 수십 년씩 거래하며 신용을 쌓는다. 에이미 로시 아로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매디슨 애비뉴에서는 1만 달러가 넘는 주얼리 제품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악수로 거래를 마무리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 건물주, 상인, 주민이 지키는 골목상권 상권은 지역 상인과 주민, 건물주가 모두 공유하는 ‘무형 자산’이다. 상권이 형성되면 모두 이익을 얻지만 공유지처럼 상권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모호하다. 뉴욕에는 1980년대부터 골목상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식 상권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매디슨 애비뉴 등 뉴욕 주요 상권마다 건물주, 상인,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해 상권 마케팅, 치안 및 거리 미화, 투자 등을 담당하는 비영리조직인 ‘비즈니스개선지구(BID)’ 76개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면 BID를 세울 수 있다. 타임스스퀘어 얼라이언스, 그랜드센트럴파트너십, 가먼트디스트릭트얼라이언스, 브라이언파크코퍼레이션 등 대형 BID의 연간 예산은 500만 달러(약 60억 원)가 넘는다. BID의 예산은 상권 형성으로 건물 등 부동산 소유주들이 재산세와 함께 납부하는 특별부과금으로 약 74%를 충당한다. 뉴욕시가 이 돈을 걷어 BID에 직접 나눠준다. BID 운영이사회에는 건물주 상인 주민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한다. 이사들은 회원들의 선거로 선출된다. 매디슨 애비뉴에서도 주얼리 위크 등 상권 마케팅과 지역 내 치안 및 환경미화 등을 지원하는 매디슨 애비뉴 BID가 1996년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보안 요원 10여 명, 청소관리 요원 10여 명 등이 관할구역 내의 낙서를 지우고 쓰레기를 치우거나 방범 활동을 한다. 타임스스퀘어, 브라이언트파크, 그랜드센트럴역 등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은 건물주와 상인들이 BID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되살린 곳으로 꼽힌다. ○ 온라인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위기 극복 뉴욕 골목상권도 많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랜 기간 가업을 잇던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다. 벨라 창업자는 “뉴욕뿐 아니라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에서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래된 상가 등이 밀려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디슨 애비뉴는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얼리 위크는 전 세계 주얼리 전문가들과 고객들을 뉴욕으로 불러오기 위한 대표적인 글로벌 마케팅 행사다. 20년째 매디슨 애비뉴 BID 회장을 맡고 있는 매슈 바워 씨는 “뉴욕시의 오프라인 상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투자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천만 원짜리 장신구를 거래하는 빈티지 주얼리 상점들은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고 온라인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상점의 웹사이트는 4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 2만 달러짜리 핑크 사파이어·다이아몬드 반지 등 빈티지 주얼리를 인터넷에서 주문받아 판매하고 있다. ‘빈티지 장신구’ 전문점 프레드 레이턴의 레베카 셀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빈티지 주얼리 제품은 5000∼200만 달러까지 다양하다”며 “빈티지 주얼리에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확대를 위해 소셜미디어 등의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이 온라인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건물주, 상인, 주민이 합심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뉴욕 골목상권은 쉽게 쇠락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로켓 엔진 시험 이후 북-미 간 거친 언사를 앞세운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한미 정보당국이 평양 외곽에 있는 산음동 미사일연구단지에 대한 집중 감시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 위협에 맞서 2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하고 나서 북-미 간 ‘강 대 강’ 대결 회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지난주 초 동창리의 엔진 시험 징후가 포착된 직후부터 정찰위성을 증강 운용해 주야로 산음동 일대를 샅샅이 훑고 있다. 연구단지를 오가는 차량의 종류와 이동 경로, 인력 움직임 등을 시시각각 파악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위성발사용 장거리 로켓의 조립 징후인지를 밀착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ICBM 등 미사일 추진체를 개발 생산하는 산음동 단지는 동창리와 함께 북한 ICBM 도발의 양대 거점”이라며 “산음동을 샅샅이 살펴본다는 것은 그만큼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7일 동창리에서 시험한 로켓 엔진도 산음동 단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 미 공군의 조인트스타스(E-8C) 지상감시정찰기 1대가 이날 한반도로 전개됐다. 전날 리벳 조인트(RC-135W)에 이어 또다시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권 상공에서 대북 감시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에 미국은 11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전격 요청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북한 미사일 도발 관련 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것은 화성-15형(ICBM) 발사 직후인 2017년 12월 이후 2년 만이다. 미국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관련한 비판 성명 채택을 포함해 추가 대북제재에 대한 논의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논의하기 위해 2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실제 도발하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강한 압박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히기 수일 전인 지난주부터 회원국들에 안보리 회의 소집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15일쯤 한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북-미 협상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상대로 행동 나선 트럼프 행정부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유엔 안보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11일에 연다는 외신 보도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언론의 질의에 “국무부는 한반도의 최근 진행 상황에 대해 포괄적으로 업데이트된 내용을 포함해 북한에 관해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이번 주 소집할 것을 제안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여기에는 최근의 미사일 실험들과 북한의 도발 확대(escalatory DPRK provocation) 가능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회의를 주도하면서 북한의 ‘도발 확대 가능성’을 의제로 올리는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북-미 합의 위반은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해온 지금까지의 대응과는 크게 달라진 것. 이는 미국식 ‘새로운 길’을 선보이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이나 가깝게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추가 도발의 실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미국도 안보리 추가 제재처럼 북한을 옥죌 도구들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이 2년 만에 유엔 안보리 소집을 다시 주도하면서 국제사회의 대응도 한층 강경해질 수 있다. 국무부는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 논의를 추진한 배경과 관련해 “한반도의 최근 사건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5일 안보리 이사국의 대표들과 가진 오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에서 북한 이슈에 대한 대응 문제가 논의됐다는 의미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가능성 안보리 회의에서는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성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해도 미국이 당장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은 그 대신 유엔의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추가, 강화하는 조치에 나설 공산이 크다. 미 의회에서도 대북제재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에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중대한 시험’ 발표와 관련해 “북한의 모든 추가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새로운 다자적 압박과 비난을 가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요구했다. 다만 미국은 유럽 이사국들이 세계 인권의 날인 10일 요청했던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회의에는 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협상 여지도 열어놓았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분야 중 하나다. AP통신은 “미국이 마음을 바꿔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회의 개최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지명자의 방한도 관심을 모은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비건 대표가 방한 중 북측과의 접촉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통신은 다만 “북측이 계속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접촉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안보리 회의 소집 요구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사전 경고라는 데도 주목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북한이 도발을 하려고 하니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컨센서스를 도출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이끌던 ‘주요 2개국(G2) 시대’가 끝나고 두 나라가 세계 경제의 위기를 부추기는 ‘G 마이너스(―) 2’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세계 교역과 경제 성장이 동반 증가하던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2019년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이어진 ‘세계 교역 증가율과 세계 경제 성장률의 증가세 동조화’가 깨진 원년(元年)”이라며 “향후 약 5년간 세계 교역 성장률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제시한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과 교역 증가율 전망치는 각각 3.0%, 1.1%다. 지난해 이 수치는 나란히 3.6%였다. 2008∼2018년 동안 세계 교역 증가율과 성장률의 평균치도 모두 3.4%로 같았다. 하지만 올해 교역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07년과 2019년(전망치)의 수치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지난 12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5.6%에서 3.0%로 2.6%포인트만 줄었으나 교역 증가율은 8.1%에서 1.1%로 7.0%포인트 급감했다. 그 이유로 무역전쟁, 보호무역, 제조업 위주의 세계 분업체제 약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교역 의존도가 낮은 지식집약적 산업의 급성장 등이 꼽힌다. ○ ‘G2’에서 ‘G 마이너스(―)2’ 올해 7월 미국 경제전문가 아빈드 수브라마니안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조시 펠먼 JH컨설팅 이사는 국제전문 비영리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협력의 공공재’를 수출하는 대신 양국 경제정책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오는 ‘G ―2’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중국은 8%대 고성장을 바탕으로 각국의 수출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올해 양국은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였을 뿐 아니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다. 수브라마니안 연구원과 펠먼 이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품에 관세와 무역 제한을 가하고, 미국이 다자간 무역규칙과 제도를 훼손함에 따라 세계 무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수출이 타격받는 개발도상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3분기(7∼9월) 한국(0.4%), 독일(0.1%), 일본(0.4%), 영국(0.3%) 등 주요국 경제는 모두 0%대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과 독일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약 45%, 48%를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피해가 특히 더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양국의 무역전쟁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에 약 7000억 달러(약 834조2600억 원)의 피해를 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 해 스위스 GDP와 맞먹는다. 미 CNBC는 양국 무역갈등이 경제 냉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 세계를 쪼개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부천에서 반도체 후(後)공정 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도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170억 원으로 잡았지만 11월 말까지 38%에 불과한 약 65억 원만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 때문이다. A 사장은 “이미 납품한 장비대금 10억 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 중국발 주문도 지난해보다 약 30억 원 줄었다”며 “무역전쟁이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내년 계획을 짜야 하는데 인원 감축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A 사장의 한탄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위기 소방수’가 아니라 ‘위기 진원지’가 된 ‘G ―2 시대’의 단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G ―2 시대의 특징은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소모전에 가까운 지루한 무역협상, 이에 따른 패권 경쟁 격화 및 불확실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문제로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고, 일본과 인도에도 농산물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쟁도 현재진행형이다. 무역협상의 기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7월 서로에 보복관세를 부과한 직후부터 1년 반 동안 협상을 지속했지만 여전히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부터 무역협정 타결을 시도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의 힘도 빠지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격렬히 비판하는 중국 또한 노골적으로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뉴스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보호무역 국가”라며 중장기 발전전략 ‘제조 2025’가 정부의 직접 보조금 지급, 공기업 동원 등 전형적인 보호무역 정책으로 점철됐다고 비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국제 경제를 지탱했던 자유무역과 교역의 가치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G ―2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의 생존법으로 아시아권에서의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조언하며 “원천기술 확보, 산업 고도화 등도 중요하지만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FTA가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과거에는 중소기업에도 중국이 기회의 땅이었죠. 늘 중국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중국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합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반도체 후(後)공정 장비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한숨부터 쉬었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170억 원으로 잡았지만 11월까지 38%에 불과한 약 65억 원만 달성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 여파 때문이다. A 사장은 “이미 납품한 장비대금 10억 원을 받지 못했고 올해 중국 발 주문도 지난해보다 약 30억 원 줄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내년 계획을 짜야 하는데 인원 감축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G2’에서 ‘G 마이너스(-) 2’ A 사장의 한탄은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위기 소방수’가 아니라 ‘위기 진원지’가 된 ‘G 마이너스(-) 2 시대’의 단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7월 미국 경제전문가 아르빈드 수브라마니안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조시 펠먼 JH컨설팅 이사는 국제전문 비영리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협력의 공공재’를 수출하는 대신 양국 경제 정책이 ‘파멸적 결과’를 가져오는 ‘G-2’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이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돈을 풀었고 중국은 8%대 고성장을 바탕으로 각국의 수출 수요를 흡수했다. 반면 올해 양국은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은 오히려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긴 요인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양국의 무역 전쟁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에 약 7000억 달러(약 834조2600억 원)의 피해를 줄 것으로 추정했다. 한 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수브라마니안 연구원과 펠먼 이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품에 관세와 무역 제한을 가하고, 미국이 다자간 무역규칙과 제도를 훼손함에 따라 세계 무역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제품 및 노동력 수출이 어려워진 개도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3분기(7~9월) 한국(0.4%), 독일(0.1%), 일본(0.1%), 영국(0.3%) 등 주요국 경제는 모두 0%대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과 독일은 각각 GDP의 약 45%, 48%를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피해가 특히 더 크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도 1992년 통계 집계 후 27년 최저치인 6.0%, 인도도 2013년 1분기 후 6년 반 최저치인 4.5% 성장에 그쳤다.●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G-2’ 시대의 특징은 무역전쟁의 전선 확대, 소모전에 가까운 지난한 무역협상, 이에 따른 패권 경쟁 격화 및 불확실성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 등 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문제로 미국과 중국 못지않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는 철강 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고 일본과 인도에도 농산물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쟁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무역협상의 기간도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7월 서로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한 직후부터 1년 반 동안 협상을 지속했지만 여전히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과 일본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부터 무역협정 타결을 시도했지만 아직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G-2’ 시대를 맞은 한국 경제의 생존법으로 아시아권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꼽았다. 그는 “원천기술 확보, 산업 고도화 등도 중요하지만 이는 당장 현실화하기 어려운 만큼 FTA가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11일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꼭 18년이 되는 날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이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견제,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한 각국 무역 분쟁 증가 등으로 다자간 세계무역 체제의 근간인 WTO가 1995년 창립 후 2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WTO의 ‘개점휴업’ 상태가 장기화되면 세계 곳곳에서 무역 보복이 난무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WTO의 최고 분쟁 해결 기구인 상소기구의 상소 위원 2명의 임기는 10일로 끝난다. 전체 위원 7명 중 현재 3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2명이 추가로 이탈하면 남은 위원은 1명으로 줄어든다. WTO 규정에 따라 사건 심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3명의 위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1명만 남은 상태에선 WTO가 사실상 ‘식물 기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의미다. WTO는 창립 이후 불공정 무역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허용해 왔다. 이 강력한 권한을 이용해 시장 개방과 무역 분쟁 해결 등 다자간 무역체제의 기틀을 세웠다. 따라서 무역 분쟁 조정 기능을 상실하면 WTO는 사실상 이름만 남은 ‘종이호랑이’가 되는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WTO가 심리 중인 무역 분쟁 안건은 2009년 월평균 15건에서 현재 44건으로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필 호건 유럽연합(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WTO는 창립 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무역을 관장하는 법률을 더는 이행할 수 없다면 우리는 ‘정글’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국을 막으려면 위원 임기 연장이나 후임 임명 등에서 미국이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는 임기가 끝나는 상소위원의 후임 선임 안건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고 WTO를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WTO가 중국의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무역 관행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거센 불만을 표시해 왔다. 최근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상소 기능 중단이 다자간 무역 체제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회원국들은 상소기구 기능 중단에 대비해 이를 대체할 임시 비공식 기구를 검토하고 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