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후 최대 위기 보잉 CEO 교체 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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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맥스 추락-우주선 시험비행 실패… 뮬런버그 물러나고 캘훈 구원등판
CEO 퇴직금 최대 681억원 논란

‘737 맥스’ 기종의 잇단 추락과 운항 중단, 최신 우주선 시험 비행 실패 등으로 창사 이후 103년 만의 최대 위기에 몰린 미국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최고경영자(CEO) 경질’이라는 강수를 뒀다.

보잉 이사회는 23일 데니스 뮬런버그 CEO(55·사진)의 사임을 발표했다. 뮬런버그 CEO의 뒤를 이어 데이브 캘훈 보잉 이사회 의장(62)이 내년 1월 13일부터 CEO 직책을 수행할 예정이다. 보잉은 성명에서 “이사회는 신뢰 회복을 위해 리더십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회사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물어 뮬런버그 CEO를 사실상 경질한 것으로 해석된다.

1985년 인턴으로 입사해 34년간 보잉에서 근무한 뮬런버그 CEO는 사고 수습 과정에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해 미 의회나 희생자 유가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보잉 이사회는 22일 오후 5시경 콘퍼런스 콜을 통해 뮬런버그 CEO 교체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로이터는 “737 맥스 생산 중단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20일 유인 캡슐 시험 발사마저 실패하면서 교체 결정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퇴직금 등으로 최대 5850만 달러(약 681억 원)를 챙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투자자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 4000여 대가 팔린 보잉의 ‘737 맥스’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추락하면서 346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후 항공기 결함 가능성이 제기돼 운항이 완전히 중지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737 맥스’의 운항 재개가 내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잉도 이 기종의 생산을 내년 1월부터 일시 중단한다. 이로 인해 보잉은 80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고 사고 희생자 보상금만 100억 달러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협력업체 8000여 곳과 이 기종을 운항하는 전 세계 항공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뮬런버그 CEO 경질이 알려진 이날 뉴욕 증시에서 보잉 주가는 전일 대비 2.91% 올랐다. 보잉 이사회에서 10년간 일한 캘훈 CEO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737 맥스 운항 재개 및 생산 정상화를 이끌어낼 검증된 경영자라는 평과 이번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고인 물’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민주·코네티컷)은 “필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기업 문화 전체를 물갈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737맥스 추락#보잉#ceo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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