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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나는 멕시코 및 캐나다의 모든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자신의 소셜미디어 게시글로 밝힌 경제 정책 구상이다. 세계 경제는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함께 현실화되는 ‘마가노믹스’ 폭풍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마가노믹스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용어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을 뜻한다. 첫날 쏟아질 100여 개의 행정명령 가운데 높은 관세, 에너지 정책 전환 등은 한국의 수출과 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것이 관세 관련 조치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우선적으로 더 높은 25%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전 세계에 관세 경고장을 날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20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기반으로 ‘국가 경제 비상 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각에선 보편관세를 한 달에 약 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 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400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편관세 공약은 한국과 방위비 협상 등에 나설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보편관세가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에 대해 동맹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화석 에너지원 개발 확대 방안도 첫 행정명령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정부 지원 방향을 틀고, 재생에너지 지원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폐지 혹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법을 바꿔야 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취임 첫날 행정명령에는 ‘2030년까지 신차 절반은 전기차’와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정책 목표 폐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취임하는 날, ‘사기꾼 조(Crooked Joe)’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한국 수출 기업을 비롯해 자동차나 배터리 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인 가운데 일부 국내 기업은 미국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변압기 공장 생산 능력을 연 100개에서 최대 150개로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변압기를 수출하는 울산 공장 또한 증설 작업을 거쳐 변압기 생산량을 연 300개에서 36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이번 증설 작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은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4대 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금을 낸 사실이 알려졌을 뿐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히 ‘트럼프 2.0 시대’를 기다리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섣불리 움직였다가 미국으로부터 투자 요구만 받을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요구 사항도 있을 수 있어 정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 혼란에 따른 리더십 공백 장기화로 민관 원팀 대응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다양한 이슈를 한꺼번에 묶어 미국과 큰 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신학철 LG화학 부회장(68·사진)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학·첨단산업 협의체 의장직을 올해 1년 연임한다. 다보스포럼에서 화학·첨단산업 협의체 의장직을 연임한 것은 신 부회장이 처음이다. 신 부회장은 2023년 한국 기업인 가운데 최초로 화학·첨단산업 협의체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신 부회장은 20∼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 5년 연속 참가할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넥슨코리아,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3차원(3D) 게이밍’ 기술 개발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세 회사는 ‘오디세이 3D 게이밍 모니터’를 활용해 넥슨의 신작 게임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3D 게임으로 구현하기로 했다. ‘오디세이 3D 게이밍 모니터’는 3D 전용 안경 없이도 3D 게임 환경을 제공하는 모니터다. 세 회사는 3D 화면 시청 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어지럼증 유발 요인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층 몰입감 있는 3D 게임을 내놓는 것이 목표다. 넥슨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던전앤파이터’ 속 인물을 활용한 역할수행게임(RPG)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3월 28일 국내와 해외에서 동시 출시된다. 삼성전자의 오디세이 3D 게이밍 모니터는 3월 말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사진)이 19일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를 바꿔야 할 때”라고 신년 한국 경제계에 화두를 던졌다. 최 회장은 이날 KBS의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일요 진단’에 출연해 “미국 주도의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인공지능(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의 불안 요소가 삼각파도(三角波濤)로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무역 질서가 세계무역기구 다자주의 체제에서 1 대 1 양자주의 체제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이) 수십 년간 활용했던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은 현재의 무역 질서에서 과거처럼 작동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간 600억 달러(약 88조 원)였던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바이든 정부 4년간 1500억 달러로 늘어난 탓에 통상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고 봤다.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해결책으로는 해외 시민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 전략적 해외 투자, ‘K컬처’나 ‘K푸드’ 등 소프트파워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한국은) 해외 투자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의) 엔비디아가 크게 성장했을 때 엔비디아 안에 대한민국의 포션(비중)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민에 대해선 “인구의 약 10%인 500여만 명의 해외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 연대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룰(rule)을 결정하는 나라는 1위 미국, 2위 중국, 3위 유럽연합 정도”라며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 씨름 선수에서 수영 선수로 탈바꿈하거나 최소한 물속에서 씨름하자고 (룰을) 바꿀 수 있는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정부가 27일을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올해 설 명절 연휴기간 대기업들은 최장 9일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설 연휴 휴무와 상여금 등 복지 수준 격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배포한 ‘2025년 설 휴무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7일 이상 휴무한다는 응답 비율은 300인 이상 기업이 42.2%로 300인 미만 기업(28.5%)보다 13.7%포인트 높았다. 대기업 중 상당수가 설 연휴 이후 ‘샌드위치 휴일’인 31일을 지정 휴무 또는 권장 휴무일로 지정해 임직원의 긴 연휴를 보장하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부담을 느낀 영세 업체들은 이를 보장해 주지 못하면서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등 LG그룹 계열사 상당수는 31일을 전사 차원의 휴무일로 지정했다. SK하이닉스는 노사 협의에 따라 설과 추석 연휴 다음날이 평일이면 지정 휴무일로 운영하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31일 단체 연차를 소진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각자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연차 휴가를 쓰도록 했다.설 상여금 측면에서도 300인 이상 기업 중 78.8%가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답한 데 반해 300인 미만 기업은 60.3%만 “상여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답했다. 설 상여금을 주겠다고 답한 기업은 62.4%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줄었다.한편 올해 설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쁘다고 답한 기업은 300인 미만 기업이 62.0%로 300인 이상 기업(48.5%)보다 높았다. 영세한 기업일수록 경기 악화를 더욱 강하게 체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체 응답 기업의 60.5%가 ‘경기 악화’를 전망했는데, 이는 최근 5년 동안 진행된 같은 조사에서 중 가장 높은 수치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나타냈다. 고수익 첨단 제품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는 등 ‘인공지능(AI) 호황’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3746억8000만 대만달러(약 16조5700억 원)로 2023년 4분기보다 57% 늘어났다고 16일 밝혔다. 4분기 매출은 8684억6000만 대만달러(약 38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8% 증가했다. 순이익률은 43.1%였다. TSMC의 지난해 연간 매출 역시 2조8943억 대만달러(약 128조 원)로 2023년 대비 33.9%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은 1조1724억 대만달러(약 52조 원)였다. 모두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TSMC는 지난해 7나노 이하 공정의 연간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70%를 넘겼다. 특히 TSMC가 최첨단 공정인 3나노 부문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리며 고수익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3나노 공정의 매출 비중이 직전 분기 대비 6%포인트 증가한 26%라고 발표했다. 3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업체들 중에 TSMC와 삼성전자만 상용화한 현존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지난해 TSMC 매출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고성능 컴퓨팅용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51%로 가장 높았다. 1년 만에 58% 성장했다.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들이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서버를 경쟁적으로 증설하기 위해 AI 칩을 다량 주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였다. 업계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2%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TSMC의 ‘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AI와 반도체 관련 규제를 쏟아내는 가운에 TSMC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서 4나노 공정 제품의 생산을 시작했고,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지난해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찰스 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올해의 TSMC 실적과 관련해서도 “AI 칩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새로운 스마트폰 칩과 인공지능 PC의 수요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미국 IBM과 협력해 영국에 재난 안전망을 구축에 나선다.16일 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 정부에 비상시 통신을 위한 ‘미션 크리티컬(MCX) 설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MCX는 비상 상황에서도 통신, 교통, 의료 등 사회 필수 시스템이 원활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재난 안전망을 뜻한다. 삼성전자가 유럽 지역에 재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삼성전자는 ‘MCPTX’라고 불리는 MCX 설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설루션은 비상 상황용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수에게 음성이나 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약 30만 명에 달하는 영국의 응급 구조요원들에게 네트워크 우선 접근권이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삼성전자는 MCPTX를 활용해 미국과 캐나다, 한국에서 공공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비상시 원활한 통신을 지원할 예정이다. IBM은 재난 안정망 구축과 관련해 여러 업체들과의 업무를 통합·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이 설 명절을 앞두고 하청업체들의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하고 임직원들에게 농축수산물 구매를 독려하는 등 내수 경기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협력업체들이 명절을 앞두고 자금 운용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물품 대금 5600억 원을 최대 3주 앞당겨 지급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물품 대금 조기 지급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 11개 관계사가 참여한다. 또한 삼성 관계사들은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내 온라인 장터를 통해 농축수산물 구매를 독려하고 있다. 온라인 장터에 전국 특산품, 삼성전자가 지원한 스마트공장 제품 등을 입점시켜 임직원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 장터를 운영하는 삼성 관계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17개 회사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의 보안 전문 계열사인 에스원은 올해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 설치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에스원이 고객 2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2025년 보안 트렌드에 따르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도입하고 싶은 CCTV 솔루션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AI CCTV’라는 답변이 58%로 가장 많았다. ‘CCTV 이상 유무 감지 서비스’(30%)와 ‘일반 CCTV 추가’(9%)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또 “CCTV 영상 해킹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보완책이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보안 인증을 받은 CCTV 설치’(57%)와 ‘검증된 업체의 CCTV 구매’(32%)를 꼽았다. 한편 에스원은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올해 AI CCTV를 활용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연초 국내 소매업 경기전망 지수가 1년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전망치가 77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지수가 기준점인 100 미만이면 이번 분기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번 소매업 경기전망치는 2023년 3분기(7∼9월·77)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수치가 하락한 것이기도 하다. 온라인쇼핑(76→74), 백화점(91→85), 대형마트(90→85), 슈퍼마켓(81→76), 편의점(74→73) 등 모든 업태에서 전망치가 하락했다. 유통기업들은 올해 국내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에 대해 ‘고물가·고금리 지속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6.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비용 부담 증가’(42.4%), ‘미국 통상정책’(31.2%), ‘시장 경쟁심화’(21.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서는 83.0%가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말부터 이어지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과반수인 56.2%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삼성전자가 자사 중고 스마트폰을 상시 매입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고객이 새로운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살 때만 중고 제품을 매입해 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보상 프로그램인 ‘갤럭시 간편보상’은 1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운영된다. 휴대전화 판매를 원하는 고객은 삼성닷컴 내의 갤럭시 간편보상 페이지에서 예상 견적을 확인한 다음 판매 신청 뒤에 제품을 택배로 발송하면 된다. 회수된 제품은 상태에 따라 3개 등급으로 판정된다. 등급에 따라 고객에게 보상금이 차등 지급된다. 갤럭시 간편보상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갤럭시S25 시리즈 신제품 발표회를 앞두고 시행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제품이 나올 때만 ‘바꿔보상’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새 제품 구매 고객에게 기존 제품 반납 환급금을 지급했다. 앞으로 갤럭시 간편보상이 기존 바꿔보상을 대체한다. 중고폰 수거와 보상 판정 등 갤럭시 간편보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은 삼성전자 파트너사인 라이크와이즈가 맡는다. 라이크와이즈가 수거한 제품은 상태에 따라 선별해 수리 및 기존 사용자 데이터 삭제 등을 거친 뒤 해외에 판매된다. 이번 갤럭시 간편보상의 국내 매입 대상 기종은 갤럭시S20∼23, 갤럭시Z폴드3∼5, 갤럭시 Z플립3∼5이다. 제품별 매입 가격은 14일부터 삼성닷컴에서 확인할 수 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를 기부했다. 보편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부금 행렬에 동참했다. 기부금 외에도 인사와 정책 등 다양한 방식까지 동원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 美 대통령 취임식 첫 기부현대차그룹은 12일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GM과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미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경쟁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나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정의선 회장 등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식을 제외한 만찬 행사 등 관련 부대 행사에는 그룹 관계자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취임식 부대 행사에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취임식 기부금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취임식 기부금 전달은 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등에 적극적인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과 같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고율의 관세를 활용한 ‘채찍’을 이용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를 꾀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만 18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178억5000만 달러(약 26조3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현대제철이 수조 원을 들여 미국 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도 트럼프 향한 ‘구애’ 행렬 취임식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기업의 기부금은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에 전달돼 다양한 취임식 부대 행사를 여는 데 쓰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이들은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8개 취임 관련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리게 된다. 18일에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와, 19일에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와 만찬을 함께할 수 있다. 이번 취임식 기부금으로 모인 돈은 역대 최대인 1억7000만 달러로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6200만 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일부 기업은 기부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CEO를 이사로 임명했다. 또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해 온 자사의 ‘팩트 체킹(사실 확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종, 성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개시했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TSMC가 미국 고객을 위해 4나노 칩 생산을 시작했다고 알렸다. 러몬도 장관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최첨단 4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다”며 “수율과 품질 면에서 대만 제품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산은 몇 주 전부터 시작했다. 애플과 AMD 등의 고객사를 위한 제품을 생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리조나 1공장은 TSMC가 해외에 설립한 첫 번째 12인치 웨이퍼 생산 공장이다. 2021년 착공에 들어갔다. TSMC는 당초 양산 개시 일정을 2024년 중으로 잡았지만 인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1∼6월)로 변경했다. TSMC는 미국 내 총 650억 달러(약 96조 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공장 3개를 건설하게 된다. TSMC의 두 번째 공장은 2028년 가동되며 여기에서 2나노 제품이 생산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상용 기술 중 가장 앞선 것은 3나노 공정이다.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3나노 제품을 모두 자국에서 만들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풀어 TSMC 공장을 유치한 뒤 이번에 4나노 양산에 들어간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이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칩 생산의 20%를 차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TSMC가 애리조나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점유율이 0%였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사용됨에 따라 반도체 기판 산업도 고성능 제품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도 최첨단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와 글라스(유리) 반도체 기판을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12일 글로벌 빅테크를 FC-BGA 제품 고객사로 유치해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4공장에서 공급 물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품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인텔이나 퀄컴 등에 FC-BGA 납품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이노텍이 2022년 FC-BGA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C도 올해 하반기(7∼12월) 유리 기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은 이것을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했다고 인식해 9일 SKC 주가는 19.35% 급등했다. FC-BGA와 유리 기판은 LG이노텍과 SKC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제품이다. AI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자 이를 구현하기 위해 더욱 고도화된 반도체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반도체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것이 장착된 기판이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지 못하거나 열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AI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FC-BGA는 칩셋을 뒤집어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존에는 얇은 금속 배선으로 칩셋과 기판을 서로 연결했는데 FC-BGA는 기판에 있는 금속 돌기에 칩셋이 바로 연결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신호 전송 속도가 더 빨라진다. 후지카메라종합 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약 12조 원)에서 2030년 164억 달러로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초미세 선폭 회로를 더 많이 그려 넣을 수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번 CES에서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해 올해 말부터는 유리 기판에 대해 본격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FC-BGA와 유리 기판은 업계에서 각광받는 기술”이라면서도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제작 속도, 제품 신뢰성 등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이 수십 년 동안 해 오지 않은 제조업을 다시 한다고 해서 바로 잘할 수 있을까요. 미국 입장에서도 제조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이 전하는 미국 현지 분위기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는 미국은 ‘제조업 기술’ 측면에서는 과거만큼의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여러 품목에서 한국에 ‘SOS’를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대표적인 분야가 조선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선업을 콕 집어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6일(현지 시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도 “동맹국을 활용해 군함을 만들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KOTRA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 정비 기술 역시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분야다. 항공 여행이 일찍 정착된 미국의 항공기 중에는 노후 기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단종된 기종들이 많아 고장이 나면 미국 내에서 수리조차 하지 못한다. 최근 KOTRA 미국 본부 쪽에는 “한국 업체들이 우리 항공기를 고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늘고 있다. 여기에 변압기, 하이브리드차 부품 등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업종을 중심으로 미국 업체의 협업 요청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시작을 앞두고 미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이 트럼프 1기(2017∼2020년)와 비교할 때 크게 높아진 것도 향후 양국 경제 협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반도체, 이차전지 등 핵심 품목에서 한국의 지원을 요구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순위는 2016년 5위(1억4305만 달러)에서 2024년(1∼10월 기준) 2위(3억3863만 달러)로 상승했다. 이차전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도 한국이 미국의 수입국 가운데 1위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경제 안보 측면에서 앞서가는 한국의 제조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자력 등에서 한국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갈등에 따른 리스크 확산이 우려되자 한국 경제계도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KOTRA는 기존 뉴욕에 있던 북미지역본부를 미국 정치의 중심지인 워싱턴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강경성 KOTRA 사장은 9일 ‘CES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통상 환경 변화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모니터링하기 위해 본부 이전을 결정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전사적인 무역 수출 비상대책반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박성호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지난해 28일 본보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로부터 한국의 하이브리드차 부품, 변압기, 항공, 조선업 업체들과 연결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제조 기술을 지닌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OTRA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위해 미국과 캐나다 무역관 10곳을 총괄하는 북미지역 본부를 올해부터 뉴욕에서 워싱턴을 옮긴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불확실성에 코트라는 어떻게 대응하나“미국 정부에 대한 동향 파악이 중요해졌다. 정부 주요 인사들과의 교류가 필요하기에 KOTRA 북미지역본부를 2025년부터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옮긴다. 이미 코트라 이사회 등을 통해 확정됐다. 통상의 중요성이 더 커진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한 조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찾을 수 있나“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어차피 비지니스와 경제는 돌아가게 돼 있다. 한국 기업에게 미국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시장이다. 미국 시장의 역동성은 다른 선진국들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살아남은 기업과 상품은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이 잘하던 제조업을 미국이 대신 하겠다는 것 아닌가“미국이 수십년간 안 하던 제조업을 갑자기 잘할 수 있겠는가. 당장 메워지지 않는 부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조업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에 기회의 요소가 있다.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제재를 가하면 대신해 가격과 품질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것은 한국뿐이다. 기술력과 위상을 고려할 때 미국에게 있어 한국의 중요성과 그 필요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그동안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뒤 싸고 좋은 상품을 수입해 자국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았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으며 글로벌 공급망이 이렇게까지 경색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완결된 생태계를 지녀야 돌발상황에 타격이 없을 것이란 인식이 생겼다. 물론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어떤 기술 산업에서 한국과 미국과 협력이 가능할까“미국 디트로이트 무역관에는 하이브리드차량 부품, 실리콘밸리 무역관에는 조선소 관련해 미국 기업들로부터 협력 문의가 오고 있다. 미국 댈러스 무역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아보니 미국 항공기 중에 노후화된 기종을 수리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고 한다. 단종된 기종이기 때문. 기술이 좋은 한국 업체들에게 이것을 수리해줄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임금이 높기 때문에 생산인력을 대체할 로봇에 대한 수요가 많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계속 커지기에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산업도 유망하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 조지아주를 선택한 한국 기업은 ‘조지아주의 기업’이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과 똑같이 ‘조지아주의 기업’으로서 성공하길 바랍니다.”(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장관)지난해 12월 17일 미 동남부의 조지아주를 찾았다. 조지아주에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CJ 등 한국 대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다. 11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1만7000여 개의 직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미국 내 대표적인 ‘K산업기지’로 꼽힌다.특히 조지아주에선 엘라벨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반에 걸쳐 지은 초대형 공장인 HMGMA가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등에 총 126억 달러(약 16조8000억 원)를 투자했다.현지에선 고용 효과가 큰 자동차 공장이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 현대차는 이곳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집중 생산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다 보니 HMGMA가 외국 기업과 지역사회가 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공장 들어서자 지역경제 들썩이날 엘라벨의 ‘제네시스 드라이브’(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 따온 명칭)로 이름 붙여진 길을 따라 HMGMA 부지에 들어서니 고속도로처럼 길게 뻗은 공장 진입로가 나타났다. 시속 약 64km로 달려도 공장 끝에서 끝까지 5분 남짓 걸릴 정도로 넓은 규모였다.풀러 등 다른 인근 지역에서도 한국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낳고 있는 개발 열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연이어 나타났고, 미 동부 3대 항구 중 하나인 서배너항으로 향하는 도로들은 4차선을 6차선으로 늘리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까맣고 매끌매끌한 새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들이 이 지역의 새로운 경제 핏줄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역 주민인 비비언 씨는 “지금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가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현대차 공장 가동이 시작됐고 향후 8500명을 고용한다고 하니 인구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고, 건설사들도 미리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서배너 지역에서 건설업을 하는 제임스 임 씨는 “아직은 (현대차 공장의) 채용이 시작 단계지만 공장이 본격적으로 돌고 동반 진출한 협력사들까지 풀 가동되면 지역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조차 불법 이민자는 싫어 해도 외국 기업은 환영한다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지난해 미 대선 때도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했다.조지아주에 따르면 HMGMA가 직접 창출할 8500개 일자리 외에도 동반 진출한 15개 이상의 협력업체에서 69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간접 고용까지 합하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 규모가 최대 3만7000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윌슨 장관은 “현대차에 고용된 조지아주 주민들은 (현대차에서 주는 임금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갚고, 자동차를 구입하고, 외식을 즐기며 지역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미 투자와 고용 역대 최대… 일자리 질도 우수최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역대 최고치로 늘었다. 2023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7%로 277억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기여가 컸다. 대미 투자를 진행한 한국 기업(지사 포함)의 수는 2184개로 2020년(2038개)보다 7.2% 증가했지만, 이 기간 진출 기업들의 현지 인력 고용은 두 배 가까이로 늘어 8만8850명에서 17만7423명으로 급증했다.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상당수가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와 관련 있는 만큼 현지에 제공하는 일자리의 수준도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외국계 기업의 평균 연봉은 8만7000달러 수준이지만, 한국 기업 고용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0만4000달러로 약 20% 높았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식 출범하면 한국 기업들의 이 같은 ‘양질의 대미 투자 확대’를 강조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리의 대미 투자 내용과 산업 기여도를 명확히 정리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엘라벨·풀러·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곳 중 6곳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미 투자를 늘리거나 유지할 계획을 밝혔다. 탄핵 등으로 한국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조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맞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미국은 그에 화답해 우리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상호 윈윈’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KOTRA와 지난해 12월 16∼20일 미국 본토에 진출한 한국 기업 81곳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트럼프 2기에서 ‘자사의 현지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이미 검토 중’이란 기업인이 전체의 28.4%로 조사됐다.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32.1%였다. 유지하거나 더 늘리겠다는 응답이 60.5%인 것이다. 또 아직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지 않아서 ‘미정’이라는 답변도 32.1%에 달한다. 향후 투자 확대에 동참할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투자 확대를 검토 안 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7.4%에 불과했다. 이러한 응답 결과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강력해질 ‘MAGA’ 기조에 적극 올라타겠다는 전략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통해 더욱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그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저가 제품을 미국에 수출만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들이 활발한 대미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간 경제 파트너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2기 한국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복수 응답)을 묻자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58.0%)와 ‘현지 생산 증대 및 일자리 확대’(54.3%) 등 두 가지를 꼽았다. 실제 선제적으로 미국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은 속속 늘고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생산용 제철소 건립을 위해 미국 여러 주와 투자 논의를 하고 있다. 수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역시 이미 7000억 원을 들여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에 자회사 슈완스 신공장 건립을 확정 발표했다. 韓 부품사들 “美제조업 붐 본격화되면 우리에게도 이득”[‘MAGA’ 파트너로 기업들이 뛴다]“美투자 확대-유지” “관세-정책 급변은 부정적 요소”이미 미국에만 공장 20개를 보유한 CJ제일제당은 ‘트럼프 리스크’에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MAGA’ 극복에 나섰다. 마크 골드먼 CJ슈완스 미주 홍보 총괄은 지난해 12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투자 과정에서 여러 주(州)가 경쟁을 벌인 끝에 사우스다코타주가 임대료 약 2500만 달러 상당의 공장 부지를 무료로 임대해 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혜택은 미국 지역사회에 공헌한 대가로 제공받은 것이다. 골드먼 총괄은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1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사우스다코타주 공장에선 추가로 7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에서 기회를 엿보는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제조업 부활을 외치지만 오랫동안 제조업에 손을 놓았던 미국이 갑자기 이를 달성해 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제조업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지닌 한국이 파트너가 된다면 정부가 주는 인센티브도 챙기고 미국 시장 점유율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남양넥스모의 오혁주 북미사무소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대체로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부품사를 자회사로 소유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 부흥이 본격화되면 한국 부품사들은 미국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유치할 기회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심화되는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누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한국 기업에 끼칠 긍정적 효과’(복수 응답)로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한 반사이익’(72.8%)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산업군은 이차전지(34.6%), 반도체(33.3%), 자동차 및 모빌리티(32.1%)가 꼽혔다. 2023년 미국에 진출한 의료 플랫폼 업체 헤리바이오의 유진용 대표는 “미국은 치과기공사 인력이 부족해 치기공 전체 물량의 30∼40%를 중국 등 해외에서 아웃소싱했는데, 중국과 통관 이슈가 발생했다”며 “올해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 한국 기업들이 겪을 부정적인 요소’(복수 응답)로는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악영향’(70.4%)과 ‘정책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58.0%) 등이 꼽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SKC는 7∼10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유리 기판 실물(사진)을 전시한다고 7일 밝혔다. SKC는 해당 유리 기판 실물을 SK그룹 4개 계열사가 공동 운영하는 CES 전시관 내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부스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유리 기판은 SKC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조지아주 사업장을 방문했을 당시 “앱솔릭스(SKC 자회사)가 생산할 유리 기판은 반도체 제조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반도체 생산 설비(노광 장비)를 활용해 더 많은 초미세 선폭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다. SKC 측은 유리 기판을 사용할 경우 반도체 속도가 기존 대비 40% 빨라지고 전력 소비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SKC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세계 최초로 유리 기판 양산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준공하고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생산 보조금 7500만 달러(약 1100억 원)와 연구개발(R&D) 보조금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확보하기도 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2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OECD 회원국의 15∼64세(생산가능인구) 여성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한국 여성의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61.4%, 63.1%로 나타났다. 한국은 두 항목에서 모두 OECD 국가 중 31위에 머물렀다. 과거 20년간 한국의 여성 고용 지표 순위를 추적해 보면 고용률의 경우 2003년 27위(51.2%)였던 것이 2023년에는 31위(61.4%)로 4계단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32위(53.0%)에서 31위(63.1%)로 1계단 올라서는 데 그쳤다. 지난 20년간 고용률은 26∼31위, 경제활동 참가율은 31∼35위 사이에 머물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낮았다.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은 56.2%였다. 한국과 소득 및 인구 규모가 비슷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7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15세 미만 자녀를 둔 ‘30-50클럽’ 여성들의 평균 고용률은 한국보다 12.0%포인트 높은 68.2%였다. 특히 일본(74.8%), 영국(74.2%), 프랑스(73.9%), 독일(73.8%) 등은 여성 고용률이 70%를 넘겼다. 한경협은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는 원인으로 근로 시간이 탄력적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1주당 연장근로를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30-50클럽’에 속한 독일과 일본, 영국은 연장근로 제한 기준이 월간 단위 이상으로 돼 있어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 또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정책 지출 비중이 2020년 기준 1.5%로 독일(2.4%), 영국(2.3%), 일본(2.0%)보다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녀를 가진 여성 인력 일자리의 유지와 확대가 중요하다”며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과 함께 가족 돌봄 지원을 강화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