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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당초 연내 발표할 예정이었던 실손보험 개혁안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처단’ 문구에 반발한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에 당초 19일로 예정된 관련 공청회를 취소 통보했다.앞서 금융위, 보건복지부는 19일 의료개혁을 위해 발족한 의료개혁특위와 함께 공청회를 열고 실손보험 개혁을 위한 정부안을 발표하기로 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주체인 복지부와 금융위가 개편 방향을 확정해 정부안을 만들어놨고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들어보는 작업만 남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실손보험 개혁도 유탄을 맞았다. 당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적시됐다. 이에 대한병원협회 등이 ‘처단’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의료개혁특위 참여를 중단했다. 이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실손보험 개혁은 계획대로 이달 말 발표할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사실상 개혁안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금융당국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지만 금융 정책은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연내 반드시 추진하자고 했던 게 실손보험 개혁안”이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공청회를 개최하기 위해 복지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내년 2월부터 연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이 최대 0.1%포인트 인하된다. 304만 곳이 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연간 약 3000억 원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등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개편 방안은 감독규정 개정 등을 거쳐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개편 방안에 따라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0.50%에서 0.40%로 0.1%포인트 낮아진다. 중소가맹점으로 분류되는 곳 가운데 연매출이 3억 원에서 5억 원 사이인 가맹점은 1.10%에서 1.00%로 인하된다. 매출 5억∼10억 원은 1.25%에서 1.15%로, 10억∼30억 원은 1.5%에서 1.45%로 각각 낮아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모든 연매출 30억 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0.1%포인트씩 인하된다. 3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0.25%에서 0.15%로 낮아지고, 매출 3억∼5억 원의 중소가맹점은 현행 0.85% 대신 0.75%가 적용된다. 매출 5억∼10억 원은 1.00%에서 0.90%로, 10억∼30억 원은 1.25%에서 1.15%로 각각 인하된다.금융위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영세·중소가맹점 약 304만6000곳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평균 8.7%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영세가맹점 연평균 카드 수수료 부담은 18만9000원에서 14만4000원으로 4만5000원 감소한다. 만약 연매출이 2억 원인 영세가맹점이 내년에 신용카드로 1억6000만 원, 체크카드로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수수료 경감액은 20만 원에 달한다. 이번 개편으로 약 178만6000곳의 영세·중소 전자지급결제대행(PG) 하위 사업자도 평균 9.3%의 수수료 부담을 경감받는다. 연매출이 30억 원이 넘지만 1000억 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도 앞으로 3년 동안 동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드업계가 감내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동네 대형마트 등이 주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은 현재 3년마다 이뤄지는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관계기관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가 3년마다 점검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적격비용 재산정이 이뤄질 수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내년부터 삼둥이 이상 다태아(多胎兒)에 대한 보험 가입이 태아보험을 취급하는 모든 보험사에서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소비자학회 등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사·보험협회 등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은 저출산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부터 보험사들의 보험계약 인수 기준을 전격 개선해 삼둥이 이상 다태아도 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삼둥이 이상 다태아 산모는 보험사들이 합병증 등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아예 거절하거나 35주 차가 지난 이후에만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융위는 “보험 사고가 이미 발생하지 않았다면 보험사가 100% 보험계약을 인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급률이 저조한 미지급 보험금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고령자의 경우 전용 안내장을 마련하는 등 편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미지급 보험금 규모는 9조4000억 원에 달한다. 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비교 대상 상품별 판매수수료 정보를 의무적으로 별도 안내해야 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예정대로 카드 수수료 경감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도 이달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정책만큼은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정부는 국정에 있어서는 한 치의 공백도 허용될 수 없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소규모 자영업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도록 예정대로 이번 주에 카드수수료 경감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체 전 사업자와 폐업자에 대한 채무조정 등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도 이번 달 내로 발표할 수 있도록 은행권과 협의를 마무리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최근 시장 변동성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으나 긴장감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대응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내외 금융사, 투자자 등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 등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업권 건의 사항은 신속히 검토해 이번 주 중 가능한 조치부터 조속히 발표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트레스 완충자본은 당초 연내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부담을 고려해 도입 연기 또는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주요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높여 왔던 대출 문턱을 점차 낮추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소폭 내리면서 17일부터 주담대 금리가 인하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린다. 그동안 중단했던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 취급을 재개하고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접수하기로 했다. 미등기된 신규 분양 물건지에 대한 전세자금대출과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도 재개한다. 또 내년부터는 연 소득 100% 내로 제한했던 소득 대비 신용대출 한도를 풀고 비대면 대출도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앞서 하나은행도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판매를 다시 시작했다. 우리은행도 23일부터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재개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5일 생활안정자금 대출 한도를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확대했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인 코픽스는 한 달 만에 소폭 내렸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0월(3.37%)보다 0.02%포인트 하락한 연 3.35%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날 공개된 코픽스 금리를 반영할 예정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부 추진 노인 일자리 급여는 월 20만 원대, 중장년 근로자 3명 중 1명은 임시고용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내년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 전체의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노년에도 활발히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선진국 노인들과 달리 우리 노인들은 ‘할 수 있는데 할 것이 없는’ 상황이거나 일자리가 있어도 용돈 벌이를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초고령사회 원년에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한다. 막 은퇴했거나 은퇴 예정인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는 앞서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705만 명)보다 250만 명 더 많다. 이렇게 되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자마자 이른바 ‘소득 절벽’(은퇴∼연금 수령까지의 공백)에 시달리는 노인이 급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예컨대 내년 60세가 되는 1965년생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64세가 될 때까지 4년을 버텨야 하고 1969년 이후 출생자들은 은퇴 후 5년을 기다려야 한다. ● 정부 ‘노인 일자리’ 지원 사업 “용돈 벌이 수준” 정부도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직접 월급을 주면서 고령 취업자 비율을 높여가고는 있다. ‘노인 일자리 사회활동 및 지원사업’(노인 일자리 사업)이 그 핵심 사업으로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엔 올해 103만 개였던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수준인 110만 개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 10명 중 7명은 월평균 40만 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 평균 임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8월 기준) 사업 참여자 96만1978명 중 65%는 용돈 벌이 수준인 29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특히 노인 일자리 사업의 가장 많은 부분(65.4%)을 차지하는 ‘공공형’의 경우 월평균 임금이 29만 원이었다. 이마저도 올해 7년 만에 2만 원 인상된 금액이다. 공공형은 기초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며 스쿨존 교통지원·도서관 봉사 등 일자리다. 사업체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노인을 채용하는 방식의 ‘민간형’도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민간형 중 지하철 실버택배, 실버카페 근로자 등 ‘시장형 사업단’ 참여자들은 하루 8시간 정도 근무하지만 월평균 37만9000원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노인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 수’만 늘릴 뿐 일자리의 질은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은 34.9%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을 정도로 일하는 사람은 많지만 빈곤율 또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 2차 베이비부머 임시직 비중도 OECD 4배게다가 노후를 준비해야 할 중장년층 노동자들은 정규직 신분에서 벗어나 임시직으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국내 중장년 임금근로자 중 1년 미만 임시직 비중은 OECD 평균의 약 4배 수준에 이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계청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2022년 기준 55∼64세 국내 임금근로자 중 34.4%는 기간제 근로자 등 임시고용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로 2위 일본(22.5%)과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났다. OECD 평균(8.6%)의 4배이고, 미국(2.9%)이나 독일(3%)의 10배가 넘었다. 곧 소득절벽을 맞이할 우리나라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 불안정성이 노동시장의 유연함을 자랑하는 미국에 비해서도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장년 근로자의 임시직 비율이 높은 것은 호봉제 등 연공서열식 급여 체계로 인해 기업들이 나이 든 근로자의 정규직 고용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장년층 임금근로자의 고용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며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들에 대한 노동 수요 부족”이라며 “기업들이 중장년층을 더 쉽게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근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가 600만 명을 넘고 연체 잔액은 5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서민 경제 어려움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연체한 잔액은 총 49조4441억 원 수준이다. 대표적인 서민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의 잔액은 지난달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 원으로 5332억 원 늘어 8월 말 세웠던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제도권 금융에서 벗어난 불법 사금융 피해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4만2409건으로, 작년 전체(1만130건)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 저신용·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0월 기준 29.7%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1.7%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5월 20%대에 진입한 뒤 이제는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거나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 원까지 당일 즉시 빌려주는 제도다.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을 연령별로 보면 청년들이 가장 심각했다. 20대의 연체율이 36.2%, 30대 연체율은 32.4%였다. 40대(29.6%), 50대(26.3%), 60대(22.6%), 70대 이상(22.6%)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체율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청년층이 경기 침체 여파에 취업난까지 겹쳐 빚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근 은행 대출, 카드론 등을 연체한 개인 차주 수가 600만 명을 넘고 연체 잔액은 50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서민 경제 어려움이 나날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연체 개인 차주 수는 614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연체 건수는 2만1460건, 연체한 잔액은 총 49조4441억 원 수준이다.대표적인 서민급전으로 불리는 카드론의 잔액은 지난달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 원으로 5332억 원 늘어 8월 말 세웠던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제도권 금융에서 벗어난 불법 사금융 피해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불법 사금융 상담 건수는 4만2409건으로, 작년 전체(1만130건)수의 4배를 이미 넘어섰다.저신용·저소득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는 추세다. 서민금융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0월 기준 29.7%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11.7%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5월 20%대에 진입한 뒤 이제는 3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 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거나 소득 증빙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 원까지 당일 즉시 빌려주는 제도다.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을 연령별로 보면 청년들이 가장 심각했다. 20대의 연체율이 36.2%, 30대 연체율은 32.4%였다. 40대(29.6%), 50대(26.3%), 60대(22.6%), 70대 이상(22.6%) 등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체율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청년층이 경기 침체 여파에 취업난까지 겹치면서 빚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 발표에 출렁였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증시가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원-달러 환율도 담화 전후로 변동 폭을 키우면서 대외 신인도에 대한 불안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12일 코스피는 장 초반 전일 대비 1.08%까지 상승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 추진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승 폭이 0.26%까지 쪼그라들었다. 코스닥도 이날 오전 1.61% 오른 686.78까지 치솟으면서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3일(690.80) 수준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더니 급기야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기관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이어진 데 힘입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전일 대비 1.62%, 1.10% 상승한 채 마감했다. 환율 역시 등락을 오갔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20원대로 떨어졌지만, 담화 직후 1430원대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외환·금융시장 불안이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과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의지로 인해 안정세를 보였으나, 윤 대통령의 반격으로 다시 변동성에 시달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날 장 막판 국내 증시 반등이 이뤄지면서 이제 정치적 악재에 대한 면역이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편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언론에 “탄핵이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므로 경제에 낫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여당과 야당의 상황과 무관하게 지금 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다”며 “불확실성 제거가 경제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에선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경제계 복심’으로 꼽혀왔던 이 원장도 탄핵소추안 가결이 경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그는 “우리 경제·금융에서의 외생 변수에 대한 분석이지 탄핵을 지지하냐 반대하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금융시장 안정이 지금 핵심적인 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원장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도 “충격을 받았다. 사전에 어떤 것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된 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일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만나 “경제 문제만큼은 경제부총리 등 경제팀을 중심으로 일관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또 금융사들과 릴레이 회의를 열고 시장안정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무디스, 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준비태세는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연착륙,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과제들도 계획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외국계 금융회사와의 더욱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한국의 상황과 정부의 계획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거나 지속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된다면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금융위는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5대 금융지주와 비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권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시장점검회의도 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CFO들과 유동성, 건전성, 재무적 안전성 등 특이사항을 즉시 공유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MG손해보험의 인수자로 메리츠화재가 유력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인수 경쟁자인 데일리파트너스가 입찰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유일한 인수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는 다음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MG손보는 경쟁입찰 방식을 택한 1~3차 매각 시도에서 새 주인 찾기에 실패했고 이후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했다. 입찰에 관심을 보인 곳은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사인 데일리파트너스였다. 하지만 데일리파트너스는 입찰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IBK기업은행이 데일리파트너스의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IBK기업은행은 불참했다. 예보가 다음주 메리츠화재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 이후 메리츠화재는 MG손보에 대한 실사 작업을 진행한 후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신한금융이 임기 만료 13개 계열사 중 9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60)은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은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정 행장을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주주총회 절차가 남았지만 신한금융이 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정 행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 2년을 부여받았다. 일반적으로 1년만 연임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신한금융은 “우수한 경영성과를 시현했으며 다양한 혁신을 주도해 조직을 쇄신했다. 은행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점도 높게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후임 사장으로는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부사장(56)이 추천됐다. 김상태 사장은 최근 일어난 1300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운용 손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계열사 CEO 후보는 △신한카드 박창훈(신규 선임) △신한라이프 이영종(연임) △신한캐피탈 전필환(신규 선임) △제주은행 이희수(신규 선임) △신한저축은행 채수웅(신규 선임) △신한자산신탁 이승수(연임) △신한DS 민복기(신규 선임) △신한펀드파트너스 김정남(신규 선임) △신한리츠운용 임현우(신규 선임) △신한벤처투자 박선배(신규 선임) △신한EZ손해보험 강병관(연임)이다. 진옥동 회장은 이날 자경위 회의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금융시장 안팎에선 몸살이 이어졌다. 환율,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 가운데 초유의 계엄 사태에 놀란 외국인투자가들은 현·선물 시장에서 6000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발 빠르게 한국 증시를 떠났다. 당국이 증시안정펀드를 가동하는 등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이 불거지는 등 정치 불안이 가중됨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사그라질지는 미지수다.● 비상계엄發 금융시장 불안 가중4일 아침 한국거래소는 정은보 이사장 주재로 비상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증시 개장 여부를 논의한 끝에 정상 개장을 결정했다. 계엄이 단기간에 끝난 것이나 해외 금융시장 동향을 감안했을 때 우리 증시가 어느 정도 충격파를 감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하지만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는 1.97% 내리더니 한때 2% 넘게 하락하며 불안을 키웠다. 금융당국이 대규모 시장 안정 조치를 쏟아내자 낙폭을 다소 줄이긴 했지만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10포인트(1.44%) 내린 2,464.00으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들이 4000억 원,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2000억 원 이상을 각각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수출 타격 리스크, 한국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가뜩이나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심상치 않던 차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불거지자 한국 시장을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이다.원-달러 환율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4일 야간 외환시장에서 1442.0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4일 오전 1406원대까지 내렸지만 오후 3시 반 기준 전 거래일보다 7.2원 오른 1410.1원에 거래되며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환율 폭등으로 서둘러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4일 새벽 공지를 통해서 “단기간 외화 거래의 폭증으로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이 어렵다”며 모든 외화 입출금 거래를 중지시켰다. 카카오뱅크도 트래픽 급증을 우려해 이날 0시 20분부터 오전 8시까지 ‘해외계좌송금 보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비상계엄 여파로 요동쳤다. 3일 밤 비상계엄 발표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업비트 기준 8826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이내 1억3000만 원을 회복하는 등 널뛰기 장세가 연출된 것이다. 비상계엄에 따른 불안감에 암호화폐를 처분해 현금화하려는 ‘코인런’ 수요가 폭주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사이트가 일제히 마비되기도 했다. 선거철도 아닌데 정치인들의 테마주가 급등하는 이상 현상도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에이텍은 전 거래일 대비 29.99% 오른 1만8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동해 유전 개발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이 좌초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한국가스공사(18.75%), 한전기술(15.77%), 한국전력(8.82%) 등 공기업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정부, 50조 자금 동원 총력전 나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4일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전을 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날부터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시작하면서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각국 재무장관 및 주요 국제기구 총재, 글로벌 신평사 및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의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안정적인 경제정책 운영 의지를 강조하는 긴급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렇듯 당국이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쏟아낸 결과 이날은 코스피가 1%대 하락하며 폭락은 면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당분간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과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에 정치적 위험까지 추가돼 국내 증시에 대한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라며 “원화 가치와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긴 하지만, 당분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부와 금융당국은 4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계 가동을 준비했다. 불확실성 해소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는 설명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브리핑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영 활동, 국민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신용평가사, 미국 등 주요국 경제 라인, 국내 경제단체, 금융시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겠다”며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투입도 준비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며 “10조 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각 기관에도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들은 투자심리 안정 노력과 함께 주가조작, 공시위반,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각 금융협회에는 건전성 강화와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도 주문했다. 정책금융기관들에는 서민, 소상공인,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탄력적인 자금 공급 대응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와 관계기관은 금융시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도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전모 씨(65)는 6개월 전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은퇴 후 보유한 부동산을 정리해 대출금을 갚고 지방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려고 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전 씨는 “처음 내놨을 때보다 가격을 1억 원 내렸는데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은퇴 후 고정 수입이 100만 원대로 줄어든 상태라 대출 이자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으로 쥐고 있는 한국의 고령층은 보유 자산에 비해 쓸 수 있는 돈이 적다. 현금화가 가능하고 배당 소득 등이 유입되는 금융 자산과 달리 부동산 자산은 즉시 유동화하기 어렵고 대출 이자 등으로 그나마 있는 소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이 보유한 순자산의 77.1%가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 비율은 22.9%에 그쳤다. 한국인의 비금융자산 보유 비율은 미국(37.3%), 일본(43.1%, 2022년 기준)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전 씨처럼 한국에선 집 한 채가 고령층 보유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아 노인 빈곤층의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OECD는 빈곤율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 비율’로 정의하고 있는데,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OECD 기준에선 ‘똘똘한 집 한 채’로 노후를 대비한 한국 고령층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분류됐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 구입에 쓰다 보니 고령자들은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92%로 주요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높은 부동산 비중은 경제 성장 동력도 약화시킨다. 주식, 채권 등으로 흘러갈 자본이 부동산에 묶이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더 많은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며 “국내외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영국 남동부 억필드에 거주하는 맬컴 마케시 씨(83)는 농부로 일하다가 2006년에 은퇴했다. 은퇴 전엔 매일 소젖을 짜며 농사일을 했던 그지만 은퇴 후엔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 여행을 즐긴다. 마케시 씨는 “일할 때는 저소득층에 속했지만 지금은 연금 덕분에 도리어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에 해당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마케시 씨는 한 달에 2400파운드(약 425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고 있다. 국가연금이 그중 65%를 차지하고 있고 개인연금 17%, 퇴직연금은 10% 정도다. 나머지 8%는 세상을 떠난 마케시 씨의 아내가 고용주로부터 받았을 연금의 절반이다. 마케시 씨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 국가연금에 조금씩이라도 항상 추가로 납입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한두 개 갖고 있다. 소득세를 피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영국 노동연금부가 관리하는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은 2012년 디폴트 옵션을 의무화했다. NEST 가입자의 99%가 디폴트 옵션에 가입하고 있는데 연평균 수익률은 8∼9%에 이른다.● 60대에 창업 도전… 고령층 소비가 경제 뒷받침 한국에서 2025년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원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고령사회(노인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로 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프랑스는 39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된 2018년부터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965년생을 시작으로 954만 명 규모의 ‘2차 베이비부머’들이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은퇴 수순을 밟는다. 문제는 기록적인 고령화 속도와 달리 노년층의 은퇴 후에 대한 준비는 미진하기만 하다는 점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소득절벽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는 이유다. 준비 없는 초고령화로 신음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은 두둑한 연금을 바탕으로 고령층이 활발한 소비와 경제 활동에 나서는 추세다. 정부가 잘 운용해온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사적연금이 이를 뒷받침하고, 재취업 시장도 탄탄한 덕이다. 덕분에 노인들은 선진국 경제의 ‘비밀 무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70세 이상 미국인은 현재 총 가계자산의 약 26%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 부자도 많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올해 2분기(4∼6월) 말 기준 자사 401K(미국 퇴직연금제도) 가입자 중 계좌에 100만 달러(약 14억 원) 이상의 잔액을 가진 가입자가 49만7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산을 바탕으로 노인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총지출의 약 22%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고금리 추세,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제 불안정성 속에서도 탄탄한 경제성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인 소비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이비붐 세대만 해도 현재 77조1000억 달러(약 10경8109조6200억 원)의 부를 축적했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라는 쌍둥이 재앙으로부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이 은퇴했기 때문에 노년층의 지출은 실업률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연구조사평가 및 통계위원회(DREES)에 따르면 2024년 월 4000유로(약 590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은퇴자가 약 7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전체 연금 수급자 1700만 명 중 4.4%가량이다.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장피에르 퐁생 씨(78)는 법정 정년인 60세에 은퇴한 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은퇴 땐 뒤늦은 재혼에서 얻은 딸이 고작 한 살이었고, 이듬해엔 아들까지 태어났다. 60대 초반에 ‘늦깎이 아빠’가 된 그는 과감하게 부동산 컨설팅 창업을 결심했다. 60대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현직에서 잘 알던 지인들은 이미 퇴직해 고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부동산 경기가 나쁘면 아예 수입이 ‘0유로’인 달도 있었다. 전기료 등 고정 비용만 나가 적자를 볼 때도 허다했다. 퐁생 씨는 “그래도 든든한 연금보험금이 3곳에서 나왔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연금에 일반 퇴직연금과 고위 임원용 퇴직연금까지 3곳에 ‘연금 파이프라인’을 뚫어놨던 것. 3곳에서 들어오는 연금 수입은 현재 월평균 6000유로(약 882만 원)에 달한다. 그는 ‘3중 연금’ 덕에 어린 두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었다. 연금을 든든한 발판 삼아 사업도 키울 수 있다. 퐁생 씨의 지금 소득은 퇴직 전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제 두 아이는 훌쩍 자라 독립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계속 일할 계획이다. 퐁생 씨는 “일하는 게 재밌어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금으로 크루즈 여행”, 여유 누리는 은퇴 부자들“내년 70세 생일을 맞아 아들 둘, 손자 넷을 데리고 한국-일본 크루즈 여행을 갈 겁니다. 경비는 모두 제가 냅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비크로프트에 사는 애니타 하워드 씨(69)는 학교 교사를 하다가 은퇴 후 주민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책을 쓰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혼자 사는 그는 현재 아무런 경제 활동을 하지 않지만 본인의 연금만으로 손주까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을 계획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다. 하워드 씨가 은퇴 후에도 자녀, 손주를 챙길 수 있는 이유는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과 노령연금이 생활을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하워드 씨는 매달 4000호주달러(약 360만 원)의 퇴직연금과 노령연금을 받고 있다. 집의 일부 공간을 렌트하며 월 600호주달러(약 54만 원) 정도 추가 수입도 거둔다. ‘슈퍼’(최고)라는 이름을 내건 호주 퇴직연금 슈퍼애뉴에이션은 1992년부터 근로자 가입이 의무화됐는데 연간 수익률 8%대, 지난해엔 수익률 9%대를 기록했다. 맡겨두면 두둑한 연금자산을 누릴 수 있는 호주의 노인들은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해 쓰는 건 인생이 끝장난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워드 씨도 “교사로 근무했을 때 월급의 10%는 퇴직연금에 넣었다”며 “지금은 월요일마다 친구들과 모여 노래를 부르고 주민들에게 1시간 반 동안 미술을 가르치면서 만족스러운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중학교 교사 출신 시노미야 마사요 씨(70)는 국민연금과 후생연금(퇴직연금의 일종) 등 월 63만 엔(약 585만 원)을 받고,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국민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시노미야 씨는 “개인연금도 많이 적립했다. 남편도 조그만 부동산이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 면에서 식사나 의료 등 힘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도 사회 담당 강사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이어나가는 시노미야 씨는 은퇴 전보다 월급(현재 17만 엔·약 159만 원)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노후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정규직 담임 교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책임이 줄어든 데다 학부모들과 부딪칠 일이 없고, 휴일도 많아졌다”며 “여유가 생긴 덕분에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누구의 할머니, 아내보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밖에 나가서 일할 때가 재미있어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며 웃었다.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2025년을 앞두고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년과 후년 성장률이 1%대로 전망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초고령사회 원년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1일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은 19.2%로 내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기정사실화됐다. 고령사회가 된 2018년 이후 불과 7년 만의 일이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수출이 위협받는 가운데 내수라도 살려야 하는데 고령인구와 노인빈곤율의 급증은 소비 진작과 경제 선순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리우고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한 초고령화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자 노인이 여전한 소비력을 보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과 달리 한국의 고령층은 지갑을 닫고 있다. 근로소득에 의존하면서 살다가 은퇴 후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연금을 받아들고는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소비부터 줄이는 것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7.79%인 반면에 한국 퇴직연금의 10년간(2014∼2023년)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불과하다. 매월 50만 원씩 30년을 꾸준히 퇴직연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 근로자는 7억200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지만 한국 근로자에게 돌아오는 퇴직금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미국 등 선진국 은퇴자가 연금 수익 등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는 반면에 한국은 ‘쥐꼬리 연금’, ‘은퇴 거지’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벌어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점도 한국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고령층 자산의 83.66%는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은 9.41%, 금융투자 자산은 1% 미만이다. 자산은 많아도 이를 바탕으로 풍족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노인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일자리로 근로소득을 확보할 처지도 안 된다. 한국의 일하는 노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37.3%에 달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노인들이 월 100만 원도 못 벌고 있다. 정부에서 노인형 일자리를 양산하지만 월 급여는 21만 원에 불과하다. 고령 취업자를 직군별로 살펴보면 단순 노무(34.6%)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23.3%)의 합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뿐 아니라 금융자산, 일자리 기회가 모두 부족한 ‘삼저(三低)’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모 씨(73)도 2010년 그간 운영해온 가게를 닫은 뒤 마땅한 벌이가 없어 생활이 막막해진 경우다. 국민연금에 최소 금액만 넣은 탓에 월 수령액이 4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에는 다행히 인근 학교에서 숙직 전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면서 월 90만 원씩 챙겼지만, 지난해 실직하면서 이마저도 끊겼다. ● 활력 떨어지는 한국 경제도 조로화 기로초고령화는 한국 경제에도 최대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내년부터 70%를 밑돌기 시작해 2050년에는 51.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내년 20%를 넘은 뒤 2050년에는 40.1%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노동생산성 저하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달러로,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미국(77.9달러), 독일(68.1달러), 프랑스(65.8달러), 영국(60.1달러) 등의 국가가 한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15∼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은퇴할 경우 2024∼2034년 11년에 걸쳐 연간 경제성장률이 0.2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다. 결국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발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근로 의지가 강하고 교육 수준 및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만큼 이들의 특성을 반영한 취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은에서는 이들의 고용률이 증가할 경우 경제 성장률 하락폭이 최대 0.22%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연금 제도 개선으로 노인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의무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OECD 회원국의 평균치(50.7%)를 크게 밑돌고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개인들도) 퇴직금이나 주택 등의 자산을 활용해서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연금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장윤정 경제부 차장 yunjung@donga.com▽호주=송혜미, 네덜란드·독일=강우석,일본=신무경, 영국=김수연 기자뉴욕=임우선, 파리=조은아 특파원서울=전주영 이동훈 조응형 신아형 기자}
금융당국이 그동안 금지해온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발급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은 그동안 개인 투자자 진입만 가능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은 가상자산 업권에서 원하는 1순위 과제로 꼽혀 왔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정책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는 지난달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족돼 첫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은행에 연결된 실명 계좌가 있어야 하는데 법인인 경우 계좌가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해 은행들은 법인의 계좌 개설을 제한해 왔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중앙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등 비영리법인의 실명 계좌부터 단계적으로 열어주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학과 지자체 등 법인은 기부받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지갑에 보유하고 있지만 원화계좌가 없어 현금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2022년 게임회사 위메이드로부터 기부받은 1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 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금화하지 못해 당시 회계 처리를 못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에는 국내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법인에 가상자산 계좌 발급 및 투자를 허용하면 증시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두려움이나 믿음에서 벗어나 가상자산의 미래를 고민할 시점”이라면서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정부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겠다며 이번 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상법 개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었지만 재계 반발에 논란이 커지자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상법 개정안을 연내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예고해 여야 간 공방이 예상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합병, 분할 등 4가지 행위를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 등이 명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상법 개정은 100만 개가 넘는 전체 법인에 적용되는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은 2400여 개 상장법인만 대상으로 한다. 합병, 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된 ‘핀셋 규제’를 통해 주주를 보호하되 소송 남용이나 경영 위축은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 판단을 제약할 것이라는 재계 우려가 반영됐다. 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법 개정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이번 방안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특정 사례에만 적용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라고 비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존의 상법 개정 방침을 철회하고 2400여 개 상장사만을 대상으로 합병, 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해 ‘핀셋 규제’를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2일 밝혔다. 정부가 기존 입장에서 선회한 것은 전체 100만여 개 법인에 적용되는 야권의 상법 개정안이 재계에 지나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국회 논의에 따라 법 개정 방향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합병 분할 등 4가지 행위만 ‘핀셋 규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소액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운을 띄운 이후 정부 안팎에서는 상법 개정이 공론화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 등을 추가해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에 재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달 21일 한국경제인협회와 16개 그룹 사장단은 공동 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2일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상장기업의 △합병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4가지 행위를 할 때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한다는 상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조항으로 기업 경영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으로 모든 다수의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할 수 있고, 일상적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업 합병과 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정을 추가로 마련했다. 정부는 모든 합병에 대해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하고,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상장 자회사 기업공개(IPO) 주식을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재계 “원칙적으로 공감”, 민주당 “상법 개정 추진” 재계에서는 정부가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 보호에 나선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반주주의 피해 방지와 권익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단체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의무 조항과 관련해선 좀 더 구체적인 실행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주당은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며 이번 정기국회 내에 기존 방침대로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거나 빈사 상태에 빠진 한국 증시를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