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강홍구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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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짜릿한 역전 승부,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거짓되지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 땀방울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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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까지 열리는 ‘2014 디트로이트 모터쇼’ 3大 키워드

    ‘PPL.’ ‘2014 북미 국제오토쇼(NAIAS·디트로이트 모터쇼)’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막을 올린 오토쇼에서는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반영하듯 자동차 성능(Performance)을 강조한 고성능 모델들이 대거 공개됐다. 미국 내수시장을 고려해 새로운 픽업트럭들도 첫선을 보였다. 세계 4대 모터쇼라는 명성에 걸맞게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리더들도 줄줄이 행사장을 찾았다. 베일을 벗은 오토쇼의 열기는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행사는 26일까지 이어진다.○ 차량의 최고출력 강조 이번 오토쇼 화제의 중심에는 고성능 차량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IAA)’ 등 최근 주요 모터쇼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친환경차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이번 오토쇼는 ‘머슬카의 본고장’에서 열린 행사답게 차량의 최고출력 등 성능을 강조한 모델들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대표주자는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코르벳. GM은 이번 오토쇼를 통해 ‘2014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코르벳 스팅레이의 고성능 모델 ‘코르벳 Z06’과 레이스카 ‘코르벳 C7.R’ 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6.2L급 8기통 가솔린 직분사 슈퍼차저엔진을 장착한 코르벳 Z06의 최고출력은 625마력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이런 행렬에 동참했다. 일본 도요타는 스포츠 쿠페를 기반으로 한 콘셉트카(신차의 미래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쇼카) ‘FT-1’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도요타는 13일 신차를 공개하기에 앞서 무용수들이 레이서 복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선보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독일 아우디, 일본 닛산 등도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한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현대車 美법인장 데뷔무대 다른 모터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픽업트럭 신차들도 대거 선보여졌다. 짐칸에 덮개가 없는 형태의 픽업트럭은 이동거리가 길고 비교적 화물 적재량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마치 신발처럼 여겨지는 차종이다. GM은 오토쇼 개막 하루 전인 12일 미국 디트로이트 러셀 산업단지에서 열린 GM 전야제 행사에서 먼저 중형 픽업트럭 ‘캐니언’을 공개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GM의 최고경영자(CEO) 메리 배라 사장은 “GM은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신차를 통해 어떤 시장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GM, 크라이슬러와 함께 미국 완성차업체 ‘빅3’로 꼽히는 포드는 이번 오토쇼를 통해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차체를 적용한 픽업트럭 ‘올 뉴 F-150’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리더들도 줄줄이 오토쇼를 찾았다.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독일 다임러그룹의 디터 체체 회장, 세르조 마르키온네 크라이슬러 회장,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 등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의 새 선장이 된 데이비드 주코스키 사장은 이번 오토쇼를 통해 데뷔무대를 치렀다. 16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참가 업체들을 격려하기 위해 행사장을 방문하기도 했다.디트로이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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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베트남부총리와 교류활성화 논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양국 간 교류 활성화 및 경제협력 방안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앞으로도 금호아시아나는 한국, 베트남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양국 간 우호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푹 부총리 또한 베트남 내에서 다양한 투자 활동 및 문화 교류,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 측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이 1993년 국내 항공사 중 최초로 김포∼베트남 호찌민 노선을 취항하며 베트남과 인연을 맺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베트남 빈즈엉 성에서 타이어 생산공장과 천연고무 가공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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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카페]“과거 영광 재현” 디트로이트에 등장한 타임머신車

    “당신의 미래는 백지야. 미래는 당신이 직접 만드는 것이라네.” 1990년 개봉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백 투 더 퓨처 3’에 나오는 대사다. 총 세 편으로 제작된 백 투 더 퓨처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이다.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거, 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꿈꾼다. 기자가 13, 14일 ‘2014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난 미국 자동차업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토쇼 행사장인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는 ‘백 투 더 퓨처 2’에 나온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클라우드 플랫폼 업체 ‘코비신트’가 미래형 자동차들이 하나둘 현실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실제 영화 촬영에 쓰인 차량을 유니버설 스튜디오로부터 대여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올해 오토쇼를 과거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디트로이트의 영광을 재현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해 12월 디트로이트 시가 파산 선고를 받는 등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 업체들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대표주자는 GM.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GM은 이번 오토쇼를 통해 콜벳 Z06(최고출력 625마력) 등 고성능 차량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 오토쇼는 GM 106년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배라 사장의 데뷔 무대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형 고급세단 중심으로 라인업이 편성돼 있는 크라이슬러의 경우 중형 세단 ‘200C’를 공개하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앨 가드너 크라이슬러 사장은 신차 발표 행사에서 2009년 한때 폐쇄됐던 디트로이트 인근 스털링 하이츠 공장의 가동 장면을 소개하며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이 더이상 정체돼 있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물론 미국 업체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강성 노조의 문제, 비효율적인 생산 체계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한때 거대한 국내시장을 등에 업은 채 세계 자동차업계를 호령하던 자존심을 접고 시장친화적인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 업체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오토쇼를 계기로 미국 ‘빅3’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홍구·산업부 windup@donga.com}

    •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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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가 낮추고… 기술 높이고… ‘철강 내실’ 다져야 미래 있다

    “비축된 재력으로 신규사업 부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2009년 2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글로벌 경기가 불황으로 접어든 상황이었지만 정 회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취임 직후 M&A를 전담하는 전략기획실을 신설한 뒤 크고 작은 기업들을 계열사에 편입시켰다. 반면 본업인 철강 부문에서는 M&A 대신 ‘직접 건설’ 전략을 고수했다. 그는 2010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가 잘하는 것은 철강공장을 새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것이지 M&A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5년부터 추진한 인도제철소 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당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인도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 회장이 ‘외도’에만 신경을 쓴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포스코의 ‘비(非)철강 부문’ 강화 전략은 결국 패착이 됐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가 불황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내실을 기하는 대신 신사업 투자를 전폭적으로 늘리면서 결국 그룹 전체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부실기업 인수 논란도 포스코는 2010년 8월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을 3조3724억 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계열사를 늘려왔다. 2008년 31개였던 계열사 수는 2012년 4월 2배 이상인 70개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부실 인수 논란’도 빚어졌다. 2010년 3월 울산에 본사를 둔 해양플랜트 모듈 제조업체인 성진지오텍을 1593억 원에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 성진지오텍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561억 원과 3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뒤 지난해 7월 기존 포스코그룹 계열사였던 포스코플랜텍에 합병됐다. 포스코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결국 ‘부채 증가’와 ‘실적 악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82.7%(9월 말 기준)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5.0%다. ○ “기본으로 돌아가야” 포스코가 다른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사이 경쟁 철강업체들은 ‘업종 내 몸집 불리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2006년 인도 미탈이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를 인수하면서 조강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이 탄생했다. 신일본제철도 2006년 ‘산요특수제강’에 이어 2012년 ‘스미토모금속공업’까지 인수하면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그 사이 2001년 세계 1위였던 포스코는 지난해 말 5위로 떨어졌다. 포스코 인도네시아 합작 제철소가 지난해 말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브라질 제철소도 내년에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제철소의 연간 조강생산능력은 300만 t에 불과하다. ‘차이나 리스크’도 권오준 차기 회장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중국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2009년 5억7000만 t 규모에서 2012년 7억1000만 t 규모로 3년 만에 24.2% 늘어났다. 중국 철강업체들의 급격한 증산으로 현재 세계 철강시장은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올해 산업군별 경기 전망보고서에서 “국내 철강기업들은 차이나 리스크 때문에 올해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328억 달러로 2012년(369억 달러)보다 11.2% 감소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0.1% 줄어들 것으로 산업연구원(KIET)은 전망하고 있다. 김주한 KIET 초청연구위원은 “권 회장 내정자로서는 주력인 철강 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수익성 위주로 계열사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철강사업 원가 및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강홍구 기자}

    •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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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영화 14년… 정치 외풍 ‘악연의 고리’ 끊어라

    《 2001년 세계 1위 철강회사였던 포스코의 조강생산능력 순위는 줄곧 내리막 곡선을 그린 끝에 지난해에는 5위까지 내려앉았다. 외국 철강회사들의 잇단 인수합병(M&A) 러시에 동참하지 못하면서 시장지배력은 약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영업이익도 급락했다. 위기에 처한 ‘포스코호’를 향후 3년간 이끌 권오준 회장 내정자(64)의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네, 생각은 했습니다.” 1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난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67)은 “대통령의 인도 방문이 회장 선임 일정에 영향을 미쳤나”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권오준 포스코 사장이 차기 회장에 내정된 직후였다. 이 의장의 말은 차기 회장 선정 일정을 짜면서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 선임 일정까지 고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포스코 이사회는 14일 후보자 5명을 확정한 뒤 박근혜 대통령이 인도로 떠난 15일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인도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오영호 KOTRA 사장(62)은 추천위원회 구성 직후 35분간 면접을 보고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포스코 이사회는 결국 모든 정치권의 관심이 인도에 쏠린 사이 16일 차기 회장 내정자를 전격 발표했다. 이 의장은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밝힌 뒤 언론에 여러 명의 정치인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느냐”며 “지난해 11월 승계협의회를 구성할 때부터 완전히 독립적이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진행하자고 이사회 전체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외풍’에 발목 잡힌 포스코 포스코 이사회의 이 같은 우려는 포스코에 정치권이나 고 박태준 명예회장을 정점으로 한 ‘올드보이(OB)’들의 외풍이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어서 나온 것이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한 이후에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항상 사령탑 교체 압력을 받아 왔다. 정 회장 역시 국세청 세무조사 등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외풍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당시 포스코 사장)이 사석에서 “지역구에 중소 조선업체가 있는 국회의원들을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포스코가 생산하는 조선용 후판 가격은 당시 t당 100만 원으로 동국제강이나 중국산 제품보다 t당 30만 원가량 쌌다. 조선업체들로서는 포스코 제품만 확보하면 큰돈을 벌던 시절이었던 만큼 지역구 의원을 통해 포스코에 후판을 팔라는 압력을 많이 넣었다는 얘기였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에 인사나 납품 청탁을 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많았다. 민영화 이후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가 되면서 무리한 요구가 많았다는 것이다. ○ 정준양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권 사장은 ‘회장 내정자’ 신분으로 처음 출근한 17일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그동안 사내 계파 갈등과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온 포스코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분석하고 있다. 포스코의 사내 ‘계파 갈등’도 경쟁력을 떨어뜨린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1980년대 황경로(전 포스코 회장)-안병화(전 상공부 장관), 2000년대 정준양-윤석만(전 포스코건설 회장) 등의 경쟁구도는 계파 간 갈등으로 확대됐던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회장 선정 과정에서 계파 갈등 논란이 없었던 것은 유력 후보들이 초기에 탈락한 데다 2009년 취임한 정 회장이 빠르게 친정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 사장으로서는 계파 갈등의 후유증을 겪지 않는 대신에 ‘정준양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권 사장이 공식 취임 후 ‘정준양 라인’으로 분류되는 포스코 고위 임원들을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선정 방식 및 절차에 대해서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사장의 임기는 2017년 2월까지다. 그가 연임을 하든 다른 인사가 새 회장에 오르든 2018년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사퇴 압력에 시달리지 않도록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가동된 ‘승계협의회’는 외부 후보자들을 공모하는 대신에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을 받았다. 이 방식은 정치권의 입김을 어느 정도 차단했지만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들이 추천돼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의장과 한준호 삼천리 회장의 후임 사외이사로 누가 추천될지도 주목된다. 포스코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3명과 사내이사 1명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를 추천하고 주총을 거쳐 선임된다.김창덕 drake007@donga.com·강홍구 기자}

    • 201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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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통상임금 개편, 인건비 부담 예의주시” 한국GM 생산물량 축소-인원감축 나서나

    “한국GM의 노동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GM의) 수익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GM 최고경영자(CEO) 취임을 하루 앞둔 14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메리엇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메리 배라 사장(사진)은 통상임금 개편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GM의 장래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배라 사장의 수익성 중시 발언이 한국GM의 생산 물량 축소 내지 인원 감축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배라 사장은 중국 사업의 역할이 커지면서 한국GM의 생산 물량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특별한 결정 사항을 이야기할 부분이 없다”면서도 “한국GM의 수익성과 생산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평가해 나갈 것”이라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또 “GM은 일반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원칙이 있다”며 “한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비중(전체 생산량 가운데 수출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GM의 판매 구조를 개편해 내수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GM의 수출 비중은 80.6%다. 배라 사장은 GM의 한국 철수설에 대해서는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인했다. 106년 GM 역사상 첫 여성 CEO로서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GM이 이어 온 모멘텀을 잘 지켜 가고자 한다”며 “‘가장 좋은 차를 디자인하고 생산해서 판매하자’는 우리의 슬로건에 걸맞게 모든 차급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해서는 “글로벌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중요한 차량들을 만들어 내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GM이 호주에서 생산해 오던 물량을 한국GM 공장으로 옮겨 올 가능성도 제기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스티븐 자코비 GM 해외사업부문 수석부사장은 “한국GM이 품질이 우수한 차량을 생산하는 데다 한국과 호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며 “가능성을 갖고 (생산 물량 이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지난해 12월 호주 내 2개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디트로이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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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형 제네시스-K9 투톱 “BMW-벤츠 한판붙자”

    13일(현지 시간) 오후 4시경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내 현대자동차 전시장. ‘2014 북미 국제오토쇼(NAIAS·디트로이트 모터쇼)’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전시된 차량이 단 한 대도 없었다. 전시장에는 400여 개의 좌석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만 보였다. 전시장 내 화면에 적힌 ‘Next genesis’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신형 제네시스 공개 전시장인지 모를 정도였다. 오후 4시 25분 공식 발표 행사가 시작되자 신형 제네시스 2대가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 제네시스의 완전변경(풀 체인지) 모델이다. 엔진만 기존 모델과 같을 뿐 차체 등 다른 부분은 거의 대부분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올 상반기(1∼6월)에 판매될 예정이다. 현대차 미국법인(HMA)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에 대한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발표 행사 당일 다른 차랑은 전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신형 제네시스 알리기에 ‘다걸기’ 현대차는 오토쇼가 열린 코보센터 정면 벽면에 걸린 3개의 광고판 중 1곳을 확보해 신형 제네시스 광고를 실었다. 옆에는 기아자동차 ‘K900(한국명 K9)’ 광고도 있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의 편의장치들을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 차량 일부를 뜯어낸 절개차도 1대 전시했다.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세단 모델은 부가가치가 높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네시스의 경우 2009년 구형 모델이 한국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만큼 현대차가 더 공을 들인다는 설명이다. 이날 행사는 데이비드 주코스키 HMA 신임 사장이 사장으로서 첫 공식 석상에 나선 자리이기도 했다. 주코스키 사장은 이달 1일자로 판매담당 부사장에서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했다. 주코스키 사장은 “신형 제네시스는 독일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의 프리미엄 차량과 비교했을 때 브랜드 파워는 약하지만 성능과 디자인 등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올해 2만5000대, 내년 3만 대의 신형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HMA는 올 2분기(4∼6월) 미국에 신형 제네시스 전용 쇼룸도 세울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역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아차는 이번 오토쇼를 통해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한 콘셉트카 ‘GT4 스팅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올 1분기(1∼3월) 중 미국 시장에 선보일 K900도 전시했다. 기아차는 K900 홍보를 위해 올 2월 열리는 슈퍼볼을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 차량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 주요 자동차 업체 수장들의 발걸음도 잇달아 다양한 신차만큼이나 오토쇼 현장을 찾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주요 임원들도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바로 15일 제너럴모터스(GM)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가 되는 메리 배라 부사장이었다. 이날 오토쇼 행사장에서 열린 ‘2014 북미 올해의 차(NACOTY)’ 시상식에 참석한 배라 부사장은 사장 선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GM을 대표하게 돼 영광이다. GM의 브랜드와 품질, 시장을 이어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체 수장이 신차를 직접 소개하는 자리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독일 다임러그룹의 디터 체체 회장은 이날 벤츠 발표 행사장에 세계 최초로 공개된 ‘C클래스’ 차량을 타고 등장했다. 그는 C클래스를 비롯해 ‘더 뉴 GLA 45 AMG’ 등 신차들을 직접 소개했다. ‘올 뉴 크라이슬러 200’을 소개한 앨 가드너 크라이슬러 사장은 신차에 대해 “중형 세단 부문에 기준을 제시하는 유일한 차량”이라고 강조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크라이슬러 회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했다. 마르키온네 회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시장 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성장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시아 시장에서 지프 브랜드가 영향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 시장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틴 빈터콘 폴크스바겐그룹 회장과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 등도 모터쇼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오토쇼를 방문한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은 미국 수출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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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팅어는 기아 디자인 새 아이콘 후보”

    “미국 시장에서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선보이는 것입니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사진)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2014 북미 국제오토쇼’에 ‘K900’(한국명 K9)을 출품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판매 대수를 늘리기보다는 기아차가 고급차도 만든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올해 1분기(1∼3월)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시작되는 K900은 국내 수준 정도로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K9은 지난해 국내에서 총 5029대가 팔렸다. 지난해 기아차의 미국 판매(53만5179대)가 전년 대비 4% 줄어든 것에 대해서는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차량 공급에 문제가 있었다”며 “올해는 포르테(한국명 K3) 라인업 구축 등에 힘입어 미국시장 성장률 이상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오토쇼에 선보인 콘셉트카(신차의 미래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쇼카) ‘GT4’에 대해서는 “‘쏘울’에 이어 기아자동차 디자인의 아이콘이 될 후보”라고 밝혔다. 기아차의 10번째 콘셉트카인 이 차는 현대·기아차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했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GT’와의 반응을 비교해 차기 아이콘 모델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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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소연료차 양산형 전용모델 개발 검토”

    현대자동차가 차기 양산형 수소연료전지 차량으로 전용 모델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양웅철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담당 부회장(사진)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열린 ‘2014 북미 국제오토쇼’ 현대차 전시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향후 나올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모델은 전용 차량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종으로는 중형 세단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양 부회장은 “차기 모델은 세단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소)연료전지차는 어느 정도 크기가 돼야 하기 때문에 (준중형 세단 모델인) 아반떼보다 큰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는 친환경차다. 현대차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으며 일본 도요타는 이달 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내년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 있어서 현대차는 투싼ix 모델 생산을 통해 이미 리더십을 확보했다”며 “리더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빨리 추가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디트로이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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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가볍게 더 강하게 ‘슈퍼심장’ 장착 新車 대거 등장

    2014 북미국제오토쇼(NAIAS·디트로이트 모터쇼)가 13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열린 언론 공개 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한 NAIAS는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파리 모터쇼 등과 함께 세계 4대 자동차 전시회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은 디트로이트 시는 NAIAS 개막을 맞아 모처럼 생동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참가 업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올해 오토쇼에도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자동차업체(30여 곳)들이 참가해 50여 개의 신차를 공개했다. 26일까지 2주 동안 이어질 이번 오토쇼에는 8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는 총 79만5416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고성능 차량 대거 선보여 이번 오토쇼에는 자동차의 성능을 강조한 고성능 차량들이 많이 출품됐다. 지난해 미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약 1558만 대)가 전년 대비 7.5% 성장한 데 이어 올해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업체들 또한 고성능 모델을 앞세워 정면승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는 ‘2014년 북미 올해의 차(NACOTY)’ 후보에 오른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의 고성능 모델 ‘콜벳 Z06’를 이번 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6.2L급 가솔린 직분사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콜벳 Z06의 최고출력은 625마력이다. 독일 BMW는 3시리즈와 4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인 ‘뉴 M3 세단’과 ‘뉴 M4 쿠페’를 선보였다. 뉴 M3 세단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차체 무게(1600kg)는 80kg가량 가벼워지고 최고출력(431마력)은 11마력 높아졌다. 뉴 M4 쿠페는 신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준중형세단 ‘C클래스’와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더 뉴 GLA 45 AMG’를 공개했다.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고성능 모델 ‘RC F’, 독일 포르셰는 ‘타르가 911’을 각각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독일 아우디는 스포츠카를 기반으로 한 콘셉트카(신차의 미래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쇼카)를 내놨다. ○ 미국 완성차 업체 수장들 총출동 GM 106년 역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메리 배라 부사장은 12일 미국 디트로이트 러셀 산업단지에서 열린 GM전야제 행사에서 GMC 중형트럭 ‘캐니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15일부터 사장을 맡게 되는 그는 “GM은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신차를 통해 어떤 시장에서도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직접 공개한 캐니언에 대해서는 “스타일과 품위, 적재능력을 모두 갖춘 모델로서 중형 픽업트럭 시장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크라이슬러 회장, 앨런 멀럴리 포드 회장도 모터쇼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오토쇼를 통해 ‘신형 제네시스’를 북미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의 편의장치들을 현지 관람객들에게 자세히 소개하기 위해 차량 일부를 뜯어낸 절개차를 1대 전시했다. 현대차는 2009년 한국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한 ‘제네시스’에 이어 신형 모델을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아자동차는 콘셉트카 ‘GT4 스팅어’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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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일베 스크린 닷컴’을 아십니까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는 일베 용어, 절대 쓰지 맙시다.’ 8일 한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일베 용어 사전’이 화제가 됐습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프로그래머 이두희 씨(아이디 @iamdoo2)가 강경 우파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주로 쓰는 단어들을 걸러내는 사이트 ‘일베 용어 사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이 씨는 한때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 씨가 대학 재학 중 학내 전산 보안망을 해킹해 같은 학교 출신 연예인 김태희 씨의 입학 사진을 공개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는 더욱 크게 번졌습니다. 관심이 생겨 일베 용어 사전 사이트인 ‘일베스크린닷컴’(ilbescreen.com)에 접속해 봤습니다. ‘스크린(screen·차단하다)’이라는 단어가 시사하듯 일베에서 주로 쓰는 표현들을 알려주며 ‘일베 용어’를 쓴 문장을 치면 이를 걸러내 주는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7시’(전라도가 위치상 시곗바늘 7시 지역에 있는 것에 빗대 전라도를 지칭하는 표현), ‘스시녀’(일본인 여자를 비하하는 표현) 등 다양한 일베 용어를 소개하는 한편 특정 문장을 입력하면 그 문장에서 일베 용어들을 가려내는 글 분석기가 있는 식입니다. 방문자들이 직접 단어를 수정하거나 추가할 것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8일 하루만도 여러 개의 단어가 ‘일베 용어 사전’에 등재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단어가 일베 용어가 맞느냐’부터 ‘뜻풀이가 잘못 됐다’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사이트를 만든 이 씨가 ‘일베충’(일베 하는 벌레라는 뜻으로 일베 사이트 이용자를 낮춰 이르는 말)일 것이라는 댓글도 여럿 눈에 보였습니다. 이 씨는 왜 이 사이트를 열게 됐을까요. 알고 보니 같은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전 프로게이머 홍진호 씨를 위해서였습니다. 홍 씨(아이디 @jinhoda)는 8일 오전 트위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 ‘변호인’을 본 감상평 중 ‘찌릉찌릉’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누리꾼으로부터 ‘일베충’이라며 돌팔매질을 받게 됐습니다. 이에 이 씨가 홍 씨에게 “일베 용어 때문에 괜한 오해 받아서 훅 가는 거 방지용으로 일베 용어 자동 필터 개발 중”이라는 쪽지를 남긴 뒤 사이트를 연 겁니다. 누리꾼들은 ‘찌릉찌릉’이란 표현이 일베에서 자주 쓰이는 ‘홍들홍들’(홍어와 부들부들의 합성어)처럼 특정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표현 아니냐고 했습니다. 홍 씨는 “(일베 사이트에)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다”고 해명 글을 올렸지만 비난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일베 용어’인 줄 모르고 사용하다 곤욕을 치른 경우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한 걸그룹 멤버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민주화’라는 단어가 일베에서 ‘게시글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통용된다는 것을 모르고 ‘팀이 개성 없이 획일화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일베충’이라는 비난을 받고 눈물의 해명을 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일베 용어 사전’이 SNS에서 인기리에 떠도는 것을 보며 씁쓸함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는 사람이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특정 단어나 표현조차 ‘이념’을 넣어 타인에게 낙인찍기를 강요하게 되었는지 그 폭력성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인터넷 용어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떠오르는 저만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복학 첫 학기, “‘버카충’(버스카드충전의 줄임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후배의 질문에 저는 말문이 턱 막혔던 적이 있습니다. 난생처음 들어본 단어였던 거죠. 그가 “요새 신입생들과 친해지려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던 게 문득 기억납니다. 그때도 한글 파괴 운운하며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 보면 애교 수준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는 좇아가야할 유행 같던 인터넷 용어들이 지금은 어째서 피해야 할 낙인이 돼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던 인터넷 공간이 이처럼 왜곡된 표현으로 인해 서로를 나누고 등 돌리게 하는 현실이 아쉽습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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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수소연료전지차 시대 열린다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를 덴마크와 스웨덴에 이어 국내에서도 판매한다. 이에 따라 국내에도 차세대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광주시는 올 6월 15∼20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제20회 세계수소에너지대회’ 때 활용할 ‘투싼ix’ 5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는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 시에 15대, 스웨덴 스코네 시에 2대를 각각 판매했지만 국내에서 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아이템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 사전 언론 공개 행사에서 내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국내에 수소연료전지차 500대 보급 광주시가 수소연료전지차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사업’ 시범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함께 올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서울시, 울산시, 충남도도 연내에 수소연료전지차를 각각 5대, 7대, 11대 구매할 예정이다. 이들 광역지방자치단체는 현재 구매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광주시는 연내에 10대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총 38대의 수소연료전지차가 국내에서 운행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자체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관용차로 사용할 계획이다. 투싼ix의 가격은 1억5000만 원 수준이다. 국고보조금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투싼 일반차량의 최고 사양 가격 3000만 원을 제외한 1억2000만 원 중 절반인 6000만 원 수준이다. 환경부는 올해에만 차량 구매에 수소충전소 1곳 건설까지 총 34억8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환경부는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500대를 보급하는 한편 수소충전소 10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총 보조금액은 500억 원이다. ● 궁극의 미래 자동차 현재 친환경차로는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는 차) 등이 꼽힌다.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 시간이 짧고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가 길다는 것이 장점이다. 1대 1억5000만원… 연내 일반인 대상 판매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는 충전 시간이 5분 내외로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하다. 최대 주행거리도 594km다.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전기차 ‘레이EV’는 배터리 충전 시간이 6시간(완속 충전 기준)이다. 급속 충전을 해도 25분이 걸린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도 91km 수준이다. 높은 가격대와 충전 인프라 미비 등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에는 수소충전소가 13곳 있다. 현대차 측은 초기 차량 보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40곳 이상의 수소충전소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개발팀장(책임연구원)은 “차량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연료전지 원가를 절감하고 다른 양산차 수준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개발(R&D)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인 대상 판매에도 나서기로 현대차는 올해부터 수소연료전지차를 국내외 지방자치단체 외에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우선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미국 시장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유럽 등 친환경차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일반 소비자로 대상을 넓힐 계획”이라며 “내년까지 국내외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1000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차 ::연료로 주입한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한다. 배기가스 대신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완전 무공해 차량이다.강홍구 windup@donga.com·김창덕 기자}

    • 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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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GM 스파크 ‘비트-팝’ 특별판 출시

    한국GM은 8일부터 경차 ‘스파크’에 스티커를 붙여 날렵한 이미지를 강조한 ‘비트 에디션’(사진)과 라디에이터 그릴을 바꾼 ‘팝 에디션’ 모델에 대한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두 모델은 다음 달 공식 출시된다. 비트 에디션의 외장 색상은 검은색과 빨간색, 흰색 3종류다. 팝 에디션은 검은색과 흰색 2종류다. 가격은 1219만∼1349만 원으로 기존 스파크 가격과 같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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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닛산, 7인승 SUV ‘패스파인더’ 출시… “2014년 4500대 팔 것”

    한국닛산은 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패스파인더’(사진) 발표회를 가졌다. 이번에 나온 패스파인더는 4세대 모델로 3.5L급 VQ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출력 263마력에 최대 토크는 33.2kg·m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8.9km다. 운전자가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지능형 4륜 구동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 등이 기본 장착됐다. 가격은 5290만 원이다. 기쿠치 다케히코(菊池毅彦) 한국닛산 사장은 “패스파인더는 가족과 함께 아웃도어 생활을 즐기는 40, 50대 남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 4500대를 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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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신]쌍용자동차 外

    ■ 쌍용자동차는 새해를 맞아 고객 감사 이벤트 ‘뉴 스타트업 페스티벌’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쌍용차는 다음 달 28일까지 전국 쌍용차 영업소를 방문하는 고객에게 신년운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32인치 클래식 발광다이오드(LED) TV, 클래식 오디오 등을 증정하는 경품 이벤트 등을 실시한다. 또 설 연휴 귀향 고객들을 위해 차량 40대를 대여해줄 계획이다. 자세한 내용은 회사 홈페이지(www.smotor.com) 또는 오토매니저 공식 블로그(blog.smotor.com)에서 볼 수 있다.■ 한국닛산은 새해를 맞아 1월 한 달간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구매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1월 특별 금융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인피니티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G25 스마트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는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현금 구매 고객에게는 10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인피니티 공식 전시장 또는 고객지원센터(080-010-0123)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기아자동차는 설 연휴에 귀향 차량을 무상 대여해주는 ‘해피 설 5박 6일 렌털 이벤트’를 연다고 6일 밝혔다. 귀향 차량으로는 K7 하이브리드 700h, K5 하이브리드 500h, 올 뉴 쏘울 등 총 250대가 제공된다.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누구나 차량 대여를 신청할 수 있다. 대여 신청은 19일까지 기아차 홈페이지(www.kia.com)에서 받는다.}

    • 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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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브리핑]STX중공업, 두바이서 4715억 원 건설 수주

    ■ STX중공업, 두바이서 4715억 원 건설 수주STX중공업은 3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한국가스공사의 프로젝트 법인인 ‘KOGAS AKKAS B.V’와 총 4억4900만 달러(약 4715억 원) 규모의 파이프라인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2017년 6월경 완료될 예정이다.   ■ 현대백화점 ‘응답하라 7080 체험전’ 진행현대백화점은 12일까지 천호점에서 1970∼1990년대의 대표 콘텐츠로 꾸민 ‘응답하라 7080 체험전’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전시장은 만화 ‘검정고무신’, ‘베르사유의 장미’ 등을 상영하는 극장과 당시의 오락실 인기 게임이나 인기 가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등으로 구성됐다. 입장료는 4000원이다.}

    • 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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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 바꾼 ‘올 뉴 레인지로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6일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3.0 슈퍼차저’(사진)를 판매한다. 지난해 10월 3L급 터보 디젤 엔진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제품 라인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신차에는 3L급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은 340마력, 최대 토크는 45.9kg·m이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7.9km다. 신차는 모노코크(차체와 뼈대가 하나로 돼 있는 구조) 형식의 차체를 100%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를 420kg가량 줄였다. 상시 4륜 구동 시스템을 장착해 겨울철 눈길, 빙판길 등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서라운드 카메라 시스템 같은 안전장치도 기본으로 장착됐다. 가격은 1억3090만 원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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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大韓의 회사를 만들라, 皇命이다”

    《 ‘대한의, 대한을 위한, 대한에 의한 시장을 만들라.’ 1904년 덕수궁 중명전. 대한제국 황제 고종(1852∼1919)은 궁내부 특진관(황제 자문관) 김종한(1844∼1932)을 찾았다. “부르셨사옵니까.” “재정고문 메가타 다네타로(目賀田種太郞)가 화폐개혁을 한다지 않소. 대한제국의 경제 주권을 손에 쥐고 흔들겠다는 농간이 아니겠는가.” 황제의 목소리는 노기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내탕금(內帑金·임금의 개인 비자금)을 꺼내 줄 터이니 대한제국 상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시오. 장소는 배오개다리 근처(현재 서울 종로구 예지동)가 좋겠소. 남대문과 명동은 이미 일본인들이 장악하지 않았는가.” 김종한이 대답했다. “신(臣), 내년 장마가 오기 전까지 황명(皇命)을 완수하겠습니다.” 대한제국 최초의 상설 시장이자 주식회사인 광장시장의 밑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황명을 받든 김종한은 수개월의 준비 끝에 1905년 7월 5일 시장 문을 열었다. 당시 국내 상인들은 조선 말기까지 널리 쓰이던 백동화를 없애고 일본 엔화만을 화폐로 인정하겠다는 일제의 화폐정리사업으로 갖고 있던 어음이 휴지 조각이 된 상태였다. 명동과 남대문 상권을 장악한 일본 상인들은 이를 계기로 종로 상권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광장시장은 당시 어려움에 처한 조선 상인들에게 최후의 보루였다. 광장시장이 올해로 설립 109주년을 맞는다. 광장시장과 함께 출범한 점포 임대 업체 ‘광장주식회사’가 여전히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기업의 부침(浮沈)이 심한 한국에서 100년 이상 지속된 장수 기업은 아주 드물다. 2014년 1월 3일 현재 광장주식회사를 비롯해 두산그룹(1896년), 동화약품(1897년), 신한은행(조흥은행과 합병·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이 전신), 우리은행(1899년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 전신), 몽고식품(1905년) 등 6곳에 불과하다. 국내 30대 그룹 중에서는 두산그룹이 유일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장수 기업 사례를 모은 책 ‘천년을 꿈꾸는 사람들’을 펴내며 물질적인 가치보다 신용과 신뢰, 투자와 교육 등 10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기업 장수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청마(靑馬)의 해, 한국 경제의 힘찬 도약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장수 기업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봤다. 송호식 광장주식회사 회장(64)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장시장의 변천사 속에 녹아든 장수 기업들의 연결 고리를 소개했다. 장수 기업들이 일업백년(一業百年)으로 한국 현대사의 거친 풍파를 견뎌 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또 광장시장과 궤를 같이한 기업들은 서로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영속을 갈망하는 지금의 기업인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109년 전인 1905년(광장주식회사 설립 연도)으로 시간을 돌려 보자. 》  ▼ “내탕금을 내주겠다” 광장시장에 자본주의 싹 틔우다 ▼한국 자본주의 1번지 광장시장 작가 김종광 씨가 쓴 ‘광장시장 이야기’에 따르면 광장시장은 설립 당시 시장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모으기 위해 주식을 발행했다. 주당 50원씩 총 1600주였다. 주식의 80%는 양반들이 사들였지만 이후 평민 주주들이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1912년에는 평민 주주의 주식 보유 비율이 80%까지 높아졌다. 지분이 높아진 평민들은 경영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시장을 설립한 뒤 사장 자리에 앉은 김종한이 대한제국이 멸망한 1910년 친일파 이완용이 조직한 친일단체 정우회(政友會) 총재를 맡는 등 친일 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다. 1912년 1월 주주총회에서 두산그룹 창업주인 박승직(1864∼1950)이 광장시장의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평민 주주들이 힘을 모아 김종한을 몰아내고 광장시장의 첫 평민 출신 사장을 옹립한 것이다. 이 사건은 한국 경제사에서 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박승직은 1920년까지 광장시장의 초석을 닦은 뒤 개인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평민 실업가 김한규에게 사장 자리를 넘겨줬다. 광장시장은 1945년 광복을 맞아 도약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암흑기에 접어든다. 3년간 지속된 전쟁으로 광장시장은 폐허가 됐다. 상점들이 들어선 기와집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광장시장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떠났던 난민들이 새 삶의 터전을 찾아 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광장시장은 생활필수품과 군용물자, 외제 물건의 암거래로 다시 활기를 띠었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찾아 갔다. 1953년 휴전 협정 후 이승만 대통령은 광장시장을 비롯한 서울 주요 시장의 재건을 지시했다. 전쟁을 겪은 국민에게 생필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선 시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서울시는 남대문시장과 광장시장을 신식 건물로 다시 세우는 공사를 시작했다. 1953년부터 7년에 걸쳐 이뤄진 초대형 공사였다. 현재 광장시장의 뼈대를 이루는 총면적 1만9000m²(약 5747평) 규모의 3층 건물은 이때 지어졌다. 건설 작업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1955년까지 건물 1층이 지어진 데 이어 1956년 2층 건물이 올라갔다. 이후 대규모 3차 공사를 통해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우여곡절 겪으며 꿋꿋이 성업 광장시장 재건 과정에서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1950년대 광장시장을 주름잡던 ‘정치 깡패’ 이정재다. 6·25전쟁이 터졌을 때 이정재는 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전쟁이 벌어져도 가게를 지키겠다며 피란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북한군에게 잡혀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오기도 했다. 이정재는 1953년 8월 출범한 ‘동대문시장 재건위원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대통령경호실장이던 곽영주는 고향(경기 이천) 후배인 이정재에게 힘을 실어 줬다. 이정재는 ‘동대문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광장시장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재건된 후에는 분양금을 크게 올려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1960년 4·19혁명과 함께 몰락했다. 동아일보는 1960년 5월 9일자 기사를 통해 ‘이정재 왕국’의 부조리를 낱낱이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정재 일파가 장악한 상인연합회와 납세조합은 상인들에게 청소비 명목으로 거액의 징수금을 뜯어내기도 했다. 자유당 시절 정치자금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 이정재는 1961년 5·16군사정변 때 체포된 뒤 혁명재판이 열린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그해 10월 19일 서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광장시장은 그 후로도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66년에는 완구점에서 큰불이 나 150여 개의 점포가 소실됐다. 기존 상인들과 새로 들어온 노점상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점포만 1598개에 이르는 등 크게 번성했다. 광장시장 3층 ‘광장카바레’(2004년 폐업)는 연일 대성황을 이뤘다. 1982년 야간 통금이 전면 해제되자 새벽시장까지 들어섰다. 1983년 중고교생 복장 자율화로 청소년 고객들까지 광장시장을 찾기 시작했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도 광장시장은 슬기롭게 이겨 냈다.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운동과 함께 중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노린 것이다. 한때 점포의 절반 이상이 가게를 접었지만 외환위기가 진정된 후에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2006년에는 종로구가 관광특구로 지정해 내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광장주식회사 건물 안에는 1200여 개의 점포가 성업 중이다. 점포들은 크게 한복, 청과, 침구, 구제 의류 등으로 나눠진다. 1층에는 과일을 비롯해 생선, 떡 등 각종 식품가게와 직물가게 등이 입점해 있다. 2층은 한복가게가 주를 이룬다. 2층 서쪽 일부에 수입 구제 가게가 있다. 한국 최고(最古) 기업 두산그룹 초창기 광장시장 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박승직은 국내 최장수 기업인 두산그룹의 밑바탕을 그렸다. 1896년 ‘박승직상점’을 개설한 그는 보부상 출신으로 전국을 누비면서 돈을 벌었다. 박승직의 장남인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은 광복 후인 1946년 박승직상점을 이어받았다. 박 회장은 1951년 박승직상점을 두산상회(현 두산글로넷)로 바꾸고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현재 이곳에는 두산아트센터가 들어서 있다. 박 회장은 일본인이 경영하던 쇼와(昭和)기린맥주회사를 1952년 인수해 동양맥주를 설립했다. 1953년에는 두산상회 상호를 두산산업으로 바꿔 무역업에 나섰다. 이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 한양식품 등을 잇달아 설립하면서 소비재와 무역, 건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두산그룹은 1996년 창업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지분과 OB맥주 영등포공장을 매각했다. 1997년에는 음료사업, 1998년에는 주력 사업인 OB맥주와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팔았다. 두산은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넉넉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쓰러지는 가운데서도 풍파를 피할 수 있었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후 새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시작으로 2003년 고려산업개발,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잇달아 인수해 중공업 분야를 강화했다. 소형 건설 장비 전문회사인 미국 밥캣 등 외국 회사도 인수해 종합 중공업 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박승직상점이 있던 자리에는 1996년 8월 두산그룹 창업 100주년 기념탑이 들어섰다. 탑 아래에는 두산 200주년인 2096년 8월에 공개될 타임캡슐이 묻혀 있다. 타임캡슐 안에는 박승직상점에서 두산그룹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와 물품이 들어 있다. 종로4가 인근 동대문에는 1998년 대형 패션몰 ‘두산타워’를 준공했다. 두산타워는 포목점이던 박승직상점의 명맥을 잇고 있는 셈이다. 두산그룹의 슬로건은 ‘사람이 미래다’이다. 그룹 관계자는 “박승직상점 때부터 두산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면서 “인재를 중시했던 창업자의 신념이 국내 최장수 기업의 입지를 갖추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고종이 마시던 ‘활명수’ 국내 최장수 제약회사인 동화약품은 부채 모양이 그려진 소화제 ‘활명수(活命水)’로 유명하다. 활명수는 국내 최초의 양약이다. 고종 황제의 선전관(비서 및 경호 담당)이던 민병호는 소화불량에 좋다는 궁중 비방에 양약 처방을 섞어 신식 소화제를 개발했다. 탕제처럼 달여 먹을 필요가 없었던 활명수는 급체나 토사곽란(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픈 병)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던 대한제국 말기에 이름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이었다.   ▼ ‘박승직상점’의 한 세기… 포목점서 대형패션몰로 ▼민병호는 1897년 장남 민강과 함께 ‘동화약방’을 창업해 활명수와 몇몇 약제를 만들어 팔았다. 동화약방은 국내 최초의 제조회사 및 제약회사이면서, 국내 최초의 등록상품(활명수)·등록상표(부채표·1910년)를 보유한 기업이다. 사명인 ‘동화(同和)’는 화합과 부국의 뜻을 담은 주역(周易) 구절에서 딴 것으로 ‘민족이 합심하면 잘살 수 있다’는 창립 이념을 담은 것이다. 민족의식이 강했던 민강 사장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복역하기도 했다. 석방 후 건강이 악화된 민 사장은 1931년 세상을 떠났다. 사장을 잃은 동화약방은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친인척 몇 명이 차례로 사장을 맡았지만 기울어 가는 사세를 돌려놓지 못했다. 민씨 문중은 독립운동 지원 활동을 펼치던 민족사업가 윤창식 선생에게 회사를 넘기기로 결정했다. 1937년 동화약방을 인수한 윤 선생이 우수 인력을 영입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섰다. 동화약방은 1930년대 해외로 진출했다. 전시체제였던 당시 국내 경제 사정이 나빠지자 중국 만주 지역에 활명수를 내다 팔았다. 만주 지역에 지점을 열면서 국내 1호 여성 약사인 장금산 씨를 지점장으로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내고 만주 현지 생산까지 진행했다. 동화약방은 독립과 분단,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굴곡의 현대사마다 고비를 맞았다. 광복 후 북쪽을 소련군이 장악하자 북한 쪽 거래처가 날아가 버렸다. 만주 공장도 포기해야 했다. 동화약품은 전쟁으로 공장 건물이 파괴된 상황에서도 국군과 유엔군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을 옮겨 가면서 생산을 계속했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자 서울 생산 공장을 버리고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 임시 공장을 만들고 약품을 팔았다. 동화약방은 전쟁이 끝나고 2년이 지나서야 서울로 돌아와 옛 명성을 되찾았다. 수차례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 윤 사장은 1962년 사명을 동화약방에서 ‘동화약품공업주식회사’로 바꾸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1910년대부터 활명수의 유사 상품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동화약품은 품질 개선으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탄산가스를 첨가해 청량감을 더한 ‘까스활명수’와 상처치료제 ‘후시딘’, 감기약 ‘판콜’ 같은 히트 제품도 계속 선보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부채표가 없으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를 내세워 브랜드 차별화에도 힘썼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제약 한 분야에만 집중해 온 게 장수 비결”이라면서 “앞으로는 전문의약품 분야를 강화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응사’에 등장한 ‘마산 3대 부자’ 몽고간장 “몽고간장, 무학소주, 시민극장. 마산 돈은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 기라.”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대목이다. ‘마산 3대 부자’의 자제들이 서울 여대생들과의 미팅 자리에서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당시 셋 중 누가 가장 부자였는지 우열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가장 오랜 시간 부(富)를 쌓아 온 곳이 100년 넘게 가업을 이어 온 몽고간장임은 분명하다. 몽고간장은 광장주식회사와 함께 올해 창립 109주년이 된다. 현재 몽고간장의 제조업체는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김홍구 초대 회장(1914∼1971)의 장남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과 차남 김복식 몽고장유 대표가 각각 몽고간장을 만들고 있다. 1931년 당시 17세였던 고 김 회장은 일본인 야마다 노부스케(山田信助)가 세운 야마다장유공장에 간장 배달원으로 들어가 일하다 성실한 태도로 신임을 얻어 간장 만드는 법을 배웠다. 1935년에는 2인자 격인 공장지배인이 됐다. 1945년 광복 후 야마다가 일본으로 돌아가자 그는 공장을 매입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듬해에는 회사 이름을 ‘몽고장유공업사’로 바꿨다. 1959년에는 당시 광장시장과 함께 종로 상권을 양분하던 낙원시장에 직영 영업소를 개설했다.   ▼ “돌탑 쌓듯 신뢰 쌓아… 200년 기업으로 키워갑니다” ▼1971년 고 김 회장이 타계한 이듬해 장남 김만식 회장이 가업을 승계했다. 차남 김복식 대표는 같은 해 몽고간장의 유통사인 몽고유통을 설립했다. 김복식 대표는 1973년 경기 부천시에 설립된 몽고간장 제2공장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몽고장유를 세워 독립하고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형은 영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마산몽고간장’, 동생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서울몽고간장’이란 상호를 내걸었다. 형제는 상표권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2012년 8월 김만식 회장이 동생을 상대로 ‘몽고간장’의 상표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형제가 사이좋게 상표를 나눠 쓰라는 게 판결의 요지였다. 법정 소송까지 이어졌지만 사실 두 형제의 관계는 원수지간이라기보다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수준이라는 게 줄곧 이들을 지켜본 식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생전 무엇보다 가정의 화목을 강조해 온 선대 회장의 가풍이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돌탑에 돌 하나 더 쌓아올리듯 “하루하루 맡은 일을 하다 보면 또 200년이 되어 있겠죠.” 나긋나긋한 말투로 광장시장과 장수 기업들의 역사를 설명하던 송호식 광장주식회사 회장은 앞으로의 전망을 묻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광장주식회사는 한성은행(조흥은행) 은행장이던 김한규 일가가 1976년까지 경영했다. 이후 광장주식회사 대주주가 된 송학순 회장(1915∼1999)이 새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송 회장의 조부 송우영은 광장주식회사 출범 당시부터 주주로 참여했다. 송 회장의 차남인 송호식 현 회장은 광장주식회사 상무로 입사했다. 송 회장은 일업백년의 원동력이 “한 우물만 파면서 무엇보다도 사람과의 신뢰를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100년이 넘은 회사인데 무작정 수익만 좇아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있어요. 다른 회사들이 창업주 2세, 3세가 기업을 물려받으면서 무너지는 이유도 사업을 크게 확장하다가 무리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돌탑에 돌 하나 더 쌓아올리는 심정으로 묵묵히 하던 일을 할 뿐이에요.” 시장의 또 다른 주인인 상인과의 신뢰도 강조했다. 송 회장은 “상인들의 보증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외환위기 때 점포가 600개 정도 순식간에 빠져나갔는데 보증금을 나가는 날 정확히 입금해 줬다”고 회상했다. 그때 쌓인 신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내 역할은 시장을 잘 지켜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친께서 강조한 부분이 ‘인간은 인간다워야 하고, 시장은 시장다워야 한다’는 점이다”며 “옷도 팔고 생선 비린내도 나는 지금의 광장시장 모습 그대로를 이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게 경영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도 꿈은 있다. 한때 광장시장 건물 2층을 가득 채웠던 한복상점이 다시 호황을 누리는 것이다. 송 회장은 “국민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언젠가 다시 우리 고유의 것을 찾을 때가 온다”며 “역사적인 사명의식을 가진 상인들과 함께 시장의 역사를 이어 가면 언젠가 사람들이 다시 한복을 찾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은 1959년 신축 건물이 완공된 후 줄곧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간 재개발의 압력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송 회장은 “으리으리한 건물을 짓고 분양비를 챙기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을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며 “광장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상인”임을 거듭 강조했다.에필로그 지난해 12월 24일 성탄 전야. 세밑의 종로 거리는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박승직상점 옛터와 광장시장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시장은 이른 시간부터 상인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좌판시장 가마솥에서 피어나는 뭉클한 김과 노릇노릇한 녹두전의 고소한 냄새는 잔칫집을 연상하게 했다. 동대문 두산타워에는 한껏 멋을 부린 젊은 연인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몇몇은 제법 능숙하게 상인들과 흥정을 벌였다. 시장은 변함이 없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창업 후 100년을 넘은 기업은 미국 152개, 영국 41개, 독일 24개 등으로 조사됐다. 100년 기업이 6곳에 불과한 한국은 해외에 비해 장수 기업이 적다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식민통치와 전쟁을 거치면서 100년을 버텨 온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한국 100년 기업’의 장수 비결은 어쩌면 원론적이다. 주어진 일로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신뢰를 쌓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조직학습센터 이사인 아리 드 호이스가 저서 ‘살아있는 100년의 기업’에서 지목한 장수 기업의 공통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장수 기업들은 △강한 정체성과 결속력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사업 관계인들에게 관대함을 유지하면서 △자금 조달에 보수적인 입장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장수와 번영을 바란다면 특정한 전략이나 아이디어보다 근본적인 원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광장주식회사가 동아일보에 처음 등장한 1925년 1월 28일자 기사 한 토막을 소개한다. 신문은 그림을 잘 그리는 어린이 진공섭 군을 소개하면서 “진 군의 아버지는 형제를 벌어먹이시느라고 광장주식회사에 사무원으로 계시다”고 썼다. 광장시장 사람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지런히 일터와 집을 오갔다. 그 평범한 일상이 100년을 이어 갔다. 불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다른 상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시장에 발붙일 곳이 없었다. 이 또한 기업의 장수 비결과 마찬가지다. 물론 때로는 새 사업을 개척하는 일도 필요하다. 하지만 원칙은 그대로다. 시장은 변함이 없다.이진석 gene@donga.com·강홍구·류원식 기자}

    • 201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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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기아차 2013년 755만대 팔았다

    ‘현대 기아 쌍용 ↑, 한국GM 르노삼성 ↓’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총 754만8477대의 차량을 팔았다고 2일 밝혔다. 2012년(712만2700대) 대비 5.97% 늘어난 숫자다. 현대차가 472만1156대, 기아차가 282만7321대를 판매했다.시장별로는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이 눈에 띈다. 지난해 현대차의 해외 판매량은 총 408만291대로 2012년 대비 9.3% 늘었다. 기아차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236만9321대를 해외 시장에 팔았다. 해외 판매 증가의 1등 공신으로는 중국이 꼽힌다. 현대차 중국합작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 판매 고지를 넘어 총 103만 대를 판매했다. 반면 내수시장은 2012년에 이어 감소세가 이어졌다. 현대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은 64만865대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기아차는 전년 대비 5% 감소한 45만8000대를 국내에 팔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8월에 나온 ‘뉴 코란도C’ 판매 호조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14만5649대를 팔아 전년 동기(12만717대) 대비 20.7% 증가했다. 반면 한국GM(118만4774대)과 르노삼성자동차(13만1010대)는 수출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와 15.1% 감소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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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차 연초부터 가격할인 대공세

    수입자동차업계가 연초부터 차량 및 부품 가격을 잇달아 내리며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1일부터 2000cc 이상 미국산 차량(유럽 및 일본자동차 회사의 미국 공장 생산 물량 포함)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7%에서 6%로 낮아지는 등 수입차 업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가격 인하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혼다코리아는 1월 한 달간 크로스오버(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세단의 중간 형태) 차량인 ‘크로스투어’를 700만 원, 하이브리드 세단인 ‘시빅 하이브리드’를 600만 원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미니밴 ‘오딧세이’도 200만 원 할인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일부터 부품 6000여 개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3.4% 인하한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3월 31일까지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2014 도요타 고객제일 서비스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만 원(부가세 제외) 이상 유상 서비스를 받는 고객에게 서비스 금액의 20%를 할인해주는 것이다. 한국토요타는 감사 이벤트의 일환으로 1월부터 10월까지 2회 이상, 50만 원 이상 유상 서비스를 받은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일본 도요타 시설 견학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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