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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사용자 통제권을 축소해 편의성을 높이려 했던 예상이 빗나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사과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말이다. 사실 ‘예상이 빗나갔다’는 말은 여러 기업이 공개 사과에서 자주 쓰는 멘트다. 도브, 펩시 등은 인종이나 성차별로 문제가 된 광고에 대해 “우리 예상이 빗나갔다”고 핑계를 댔다. 미안한 척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방법이다. 실제 페이스북에선 2018년 또 다른 개인정보 스캔들이 터졌다. 현대사회에는 의미가 상실된 사과들이 도처에 넘친다. 많은 조직이 온갖 사소한 사과는 남발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진짜 사과에는 실패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두 저자는 이처럼 공분을 자아낸 이상한 사과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그 문제점을 진단한다. 저자들은 일단 ‘익명의 사과’가 나온다는 건 일이 적당히 사그라들기만을 바란다는 뜻이라고 비판한다. 제대로 된 사과의 기본은 책임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나섰다 한들 엉뚱한 소리만 해선 곤란하다. 전문용어만 잔뜩 늘어놓거나 책임을 회피하며 복잡하게 사과하는 것, 다른 핑계를 줄줄이 대는 것 등이 그렇다. 유명한 양자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양자물리학을 설명하면서 ‘고양이는 죽어 있는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있다’고 한 것과 같은 화법의 사과는 현실에선 빵점이다. 미국의 신용정보업체 에퀴팩스는 데이터 유출로 1억여 명에게 피해를 준 뒤 “데이터를 관리하고 보호하는 선두주자라고 자부한다”고 말했고, KFC 대변인은 주방에 쥐가 드나드는 게 알려졌을 때 “위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안하긴 한데, 결백하단 것. 캐나다의 한 병원은 검사 오류로 인한 마약 양성 반응 때문에 두 자녀가 강제 입양된 여성에게 이렇게 사과했다. “저희는 마더리스크 약물검사 실험실에서 이뤄진 일련의 검사 업무가 현재 우리 병원의 우수성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준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사과의 탈’을 쓴 면피와 회피는 실망을 넘어 공분을 유발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오늘날 사과의 또 다른 문제점은 분노를 부채질하는 소셜미디어 때문에 엉뚱한 데까지 사과를 강요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마크스앤드스펜서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성 고정관념을 강화하니 사과하란 요구가 빗발쳤다. 신발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선택에 제한을 느꼈다는 소비자에게 공개 사과한 업체 등의 사례가 그렇다. 이런 분위기는 사소한 문제에는 얄팍한 사과를 남발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사안 앞에선 책임을 회피하게 한다. 참회, 시인, 책임, 간명성이 있는 진정한 사과가 나오려면 가짜 사과는 질타하고, 제대로 된 사과엔 적극 보상해줘야 한다. 우리 사회는 문제가 터지면 여론이 들끓다가도 금방 잊어버린다. ‘이 순간만 모면하자’는 면피용 사과 문화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잔인함의 주체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인간 전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과 남성의 폭력에 관해 폭넓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재미교포 시인 에밀리 정민 윤(29)이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안부 문제의 아픔과 폭력성을 다룬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사진) 출간을 기념한 간담회를 가졌다. 작가가 내한하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자가 격리 기간이어서 행사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 책은 2018년 미국의 대형 출판그룹인 하퍼콜린스에서 출간됐으며 미국 내 소수자 화법으로 역사 속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마음을 사로잡는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초등학교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 미국에서 공부한 1990년대생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국 역사의 아픔에 깊이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는 어릴 때부터 충격적인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의 다른 이들이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이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며 “미국 내 소수 인종으로서 우리의 훼손되고 잊혀진 이야기를 어떻게 공유하고 연대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분야의 시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 소녀는 잡힌 자갈이다. 그녀의 언어는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에 자갈이다. 소녀 한 줌. 땅이 자갈투성이다. 한국은 자갈이고 무덤이다.”(산문시 ‘일상의 불운’ 중)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와 관련 피해자들의 증언을 주된 질료로 삼았지만 그는 “이 책을 반일 민족주의적으로 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늘, 외국 아이보다 개들을 소중하게 여기는/나라에서, 오리건주 상원의원 후보가 난민들을/거부했다”(‘종 이론’) 같은 시에서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이 현대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함께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는 서문에서 “책의 심장부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지만 넓게는 유해한 남성성, 군국주의, 제국주의, 전쟁, 인종차별, 언어에 의한 고통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인은 “비판적 시선이 없는 단순 재현은 폭력이나 트라우마의 반복일 뿐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시를 쓸 때 항상 스스로에게 ‘이 사람이 발언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대신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이 그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줄 것인가’를 질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독자들도 이런 윤리적 고민과 질문을 함께 던지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의 담론을 이어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본명 김희민·36·사진)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의 일부 장면에 대해 여성 혐오 논란이 커지자 작품을 수정하고 사과했다. 문제가 된 회차는 11일 공개된 ‘복학왕’의 새 에피소드 ‘광어인간’ 2화로, 스펙이 부족한 여성 인턴 봉지은이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듯한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기안84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네이버웹툰 측도 사과했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안84의 웹툰 연재를 중지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며 파장이 확산됐다. 기안84가 출연 중인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하차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2000개 넘게 올라왔다. 이에 기안84는 13일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며 “부적절한 묘사로 심려를 끼쳐 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1982년생 노르웨이 작가의 데뷔작이 최근 유럽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스릴러 소설 ‘테라피스트’다. 장르문법의 틀을 지키면서도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응집력 있게 묘사하는 새로운 전개로 “북유럽 스릴러의 세대교체”란 평을 받았다. ‘밀레니엄 시리즈’ 스티그 라르손을 발굴해 영어권에 처음 소개했던 영국의 스타 편집자 크리스토퍼 매클호스는 “독창적 아이디어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진짜 작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이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이력도 특이하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심리학 박사이고 오슬로 대학병원의 시니어 연구원으로 폭력과 트라우마로 인한 수치심, 죄의식 등을 연구한다. 최근 본보와 가진 e메일 인터뷰에서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구상하는 걸 좋아했지만 이런 게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는데 그때부터 온갖 이야기로 머리가 윙윙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테라피스트’도 이때 나온 작품. 갑자기 남편이 실종돼 버린 심리치료사의 심경 변화와 사건의 전모를 촘촘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엮어간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누구나 느껴봤을 평범한 불안에서 얻었다. 그는 “가족, 친척 등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오길 기다리는 심정을 생각해봤다”며 “대부분은 늦더라도 연락을 받지만, 만약 그 상황이 신문에 실린 실종 기사의 일부가 된다면 이후 사건은 어떻게 전개되고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설가로서 첫 작품으로 스릴러를 택한 이유는 “인간 심리와 관계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악(evil)의 본성, 악의 심리학이 정말 흥미롭다”고 말했다. “왜 사람들이 서로를 해치는 범죄를 저지르고, 때론 그것이 일어나게끔 방조하거나 심지어 묵인하는지가 작가로서 정말 궁금한 주제였어요. 스릴러란 장르가 인기 있는 건 개인의 삶과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이런 ‘악의 속성’에 대해 모두가 품고 있는 질문을 계속 던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작가는 여름철 읽을 만한 스릴러로 길리언 플린과 힐러리 맨틀(스릴러는 아니지만 스릴러만큼 재미있다며)의 작품을 추천했다. 한국 독자들은 대개 여름 휴가철 스릴러를 찾지만 북유럽은 으스스한 범죄소설로 정평이 난 곳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작가는 “좋은 질문!”이라며 “이렇게 작고 평화로운 나라 사람들이 왜 끊임없이 살인, 범죄에 대해 쓰는 건지 나도 계속 궁금하던 바였다”며 유쾌하게 답변했다. “상대적으로 평화롭고 안정성 있는 사회가 인간의 어두움이나 상실의 위험을 탐색해보는 데 안전한 기반이 돼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저, 스칸디나비아의 날씨가 너무 춥고 어둡다 보니 다들 그런 우울한 생각만 하는 걸 수도 있겠죠!” 두 아이를 둔 워킹맘이지만 그는 글쓰기를 병행하는 것이 고되지 않다고 말했다. “애 엄마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데 글을 쓸 때는 혼자가 아니냐”며 “이건 레크리에이션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딱 한 챕터만 더 읽자’ 하면서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게 되는 몰입을 한국 독자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바라건대, 몇 명의 밤은 지새우게 할 수 있겠죠?”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마스크는 일상에서 필수품이 됐지만 아직 주류 패션의 전면에 등장하기엔 이른 것일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패션브랜드들은 최근 온라인으로 2021년 봄여름 시즌 디지털 위크를 진행했다. 그런데 루이비통, 셀린 등 250개가 넘는 유수의 브랜드 가운데 패션모델들이 마스크를 쓰고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마스크는 현재 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패션 아이콘이 됐음에도 2021년 새 컬렉션에서는 마스크가 마치 없는 것처럼 생략돼 있었던 것. 보그 등 해외 패션지에서는 “패션의 완성도에만 집착하다가 현실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 “이보다 더 많은 브랜드가 마스크를 착용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패션 브랜드들이 완벽한 컬렉션을 선보이는 데만 집착했을 뿐, 정작 우리 시대가 처한 현실에 대한 사실적 반영과 고민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시즌의 신제품 룩북에서 모델들이 이례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한 건 베르사체와 라켈 알레그라 등 일부 브랜드뿐이었다. 베르사체는 룩북의 일부 이미지에서 모델들이 마스크나 페이스 커버를 착용하고 화보를 촬영했다. 모델들이 다양한 형태의 마스크를 썼지만 전체 착장의 완성도를 훼손하거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스타일링된 것이 눈길을 끈다. 베르사체 측은 일부 모델이 마스크를 쓴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이 제품들은 시판용이 아니라 룩북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비매품으로 알려졌다. 라켈 알레그라는 혹시 모를 바이러스에서 모델과 촬영팀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룩북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당분간 꺾이기 힘든 만큼, 마스크가 진짜 ‘패션의 일부’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 알레그라는 보그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델 사진을 찍을 때 단순히 패션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2020년의 삶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패션에서 때때로 판타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에나 있는 마스크를 모델만 착용하지 않는 건 명백한 현실을 외면한 허상(illusion)의 주입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엄청난 사건들도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 방향이 바뀔 때가 있다.’ 지독하게 운이 나쁜 몇 가지 일이 겹치면서 불명예스럽게 경찰직에서 쫓겨난 팀. 그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뉴욕으로 향하다가 역시나 사소한 우연의 중복과 충동의 연쇄에 따라 아주 한적한 시골 듀프레이에서 야경꾼으로 취직한다. 시골 마을에서 1950년대식 야간 순찰이나 하고 있기엔 성실하고 유능하지만 실직과 이혼을 동시에 겪으며 심란해진 그에게 이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마을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무더운 여름밤 귀가 찢어진 채 피를 흘리며 횡설수설하는 열두 살 꼬마 루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이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이 신작 장편소설은 텔레파시와 염력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을 추적, 관찰하다가 납치해 특수한 목적을 위해 교육하는 비밀 기관에 관한 이야기다. 팀이 외떨어진 마을로 오게 된 사연과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감질나게 이야기에 예열을 가하던 작가는 화목하지만 평범한 루크의 가정에 들이닥친 괴한의 습격으로 장면을 전환하면서부터 급박하게 사건을 전개시킨다. 실신했던 루크가 깨어난 곳은 자신의 방처럼 꾸며진, 하지만 그의 방이 아닌 어떤 곳이다. 그곳엔 또래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 매일 고문과 체벌을 병행하는 이상한 실험을 당한다. 시설 관리자들은 아이들이 “세계 평화를 위해 징집당한 것이며 임무를 완수한 후 예전처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에머슨대 동시 진학을 위해 SAT까지 치른 루크는 그들이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간파한다. 우회 접속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납치되던 날 그의 부모가 피살됐다는 것을 알게 된 데다 실험 약물 부작용으로 입소자들이 죽기까지 하자 루크는 중대 결심을 한다. 이유도 정체도 알 수 없는 이 의문의 기관을 어떻게든 쓰러뜨리고 복수해야겠다는 것. 이제 남은 것은 루크를 중심으로 납치된 아이들이 어떻게 이 기관의 정체와 허점을 파악해서 탈출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외부에 알리느냐뿐이다. 독자는 루크가 얼마나 영특한 아이인지 알고 있고 초반부에 봤던 믿음직한 야경꾼 팀도 기억한다. 독자는 그 두 사람이 ‘경첩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 불과한 여러 우연 속에서 상봉할 때쯤 밝혀질 전모를 향해서 신나게 페이지를 넘기면 된다. TMI(너무 많은 정보)이자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통제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이 비밀 기관은 한국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호러나 스릴러는 무서워서 못 읽겠다는 이들도 이 책은 큰 불편 없이 읽을 수 있다. 인간성을 말살하는 끔찍한 기관과 학대보다 천재 소년 루크의 기지와 아이들의 연대가 더 빛을 발하게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특수한 목적에 아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된 비밀 기관이 있다는 설정에서 섬뜩함이나 공포보다 선의와 연대가 더 부각되는 이유는 ‘(이 책을) 손자 손녀들에게 바친다’고 쓴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티븐 킹은 항상 소설만큼이나 ‘작가의 말’이 좋은데, 이번 소설을 착안할 수 있도록 해준 오랜 동료를 추모한 이번 글 역시 그렇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생산성은 과연 시간에 비례할까. 서핑 장비를 제작하는 미국 타워패들보드는 하루 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뒤 창업 이래 처음으로 하루 매출 5만 달러를 넘었다. 그리고 이틀 후 이 기록을 또 깼다. 제조업체라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첨단 기술 투자 유치 기업인 블루스트리트캐피털은 타워패들보드의 사례에 감화를 받고 마찬가지로 하루 5시간 근무를 하자 매년 30%씩 수익이 늘었다. 현대사회에서 일의 문제점은 기술이나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한 혜택을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배달 플랫폼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영국의 디자인 기업, 일본의 숙박 애플리케이션 업체 등 주 4일 근무나 하루 6시간 미만 단축 근로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기업을 직접 탐방하고 인터뷰한 결과다. 생산성을 잃지 않으면서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는 단축근무의 새 가능성을 모색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버버리는 최근 2021년 봄여름 프리컬렉션용 룩북(look book·패션 관련 제품 정보를 담은 책자) 제작을 앞두고 회사 내부에서 모델 신청자를 받았다. 체크, 아이코닉 스프라이트 등 버버리의 고전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컬렉션의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려한 쇼 뒤편에 가려져 있던 스태프들을 전면에 내세우기로 한 것. 디자인 부서뿐 아니라 재정, 소매, 구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각 분야 근무자들이 두루 지원했다. 선택된 이들은 새로운 시즌 컬렉션을 입은 뒤에 실제 자신이 사는 집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전문 모델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성별과 연령, 체형이 다양한 직원들이 실제 거주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자연스러움과 개성이 묻어나 눈길을 끌었다.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의 고유한 개성만이 아니라 ‘버버리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인재들을 함께 선보여 더욱 자랑스러운 컬렉션”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패션쇼를 열지 못하게 되면서 이처럼 패션업체가 자사 직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룩북과 디지털 쇼로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런웨이에서 1, 2초에 전문 모델들이 완벽하게 갖춰 입거나 걸친 신제품을 선보이던 이전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려워지면서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스토리텔링이 훨씬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션 회사의 스태프들은 단순히 직원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다양성과 개성을 더욱 진실되게 보여주는 통로로 주목받는 추세다.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이끄는 구찌도 최근 디자이너들이 직접 신제품을 입고 모델처럼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 기간 구찌 홈페이지 및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에 공개한 ‘에필로그 컬렉션’에서는 남녀 기성복 디자이너 및 핸드백 아동복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 각 분야 디자이너들이 신제품을 장착하고 나온 모습을 공개했다.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이듯 디자이너의 착장(着裝) 컷을 화면에 붙여 넣는 독특한 방식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 시대를 타개하려는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전통적인 패션 공식이 또 한번 깨지는 셈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흔히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고 할 정도로 김영랑 선생은 우리 시문학사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자랑입니다. 그에 걸맞은 위상을 가진 상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승옥 강진군수(64·사진)는 3일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강진군이 영랑시문학상을 오래 운영해 왔지만 선생이 한국 시문학사에 끼친 영향에 맞지 않게 지역 단위로 작게 운영되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가 영랑시문학상을 함께 운영하게 된 올해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이자 영랑 서거 70주기인 뜻깊은 해다. 이 군수는 “김영랑 선생은 광복 후 4편의 시를 동아일보에 발표했고 동아일보가 주축이 돼 1976년 5월 강진군에 3·1운동 기념탑을 건립하기도 했다”며 “이런 여러 인연이 영랑시문학상의 공동 운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으로 잘 알려진 김영랑 선생은 전남 강진 출신으로 휘문의숙 재학 시절인 3·1운동 때 고향에서 독립만세를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군수는 “일제강점기 선생이 보여준 항일의식, 저항시는 문학사뿐 아니라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영랑 선생의 위상에 맞는 한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17회 영랑시문학상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 인근에서 예심 심사위원회를 열고 본심에 올릴 다섯 작품을 선정했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올해부터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운영한다. 올해 4월 위촉된 운영위원회(위원장 신달자 시인)는 운영요강과 심사위원 위촉 및 심사기준을 확정하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단을 꾸렸다. 김병호, 김참 시인과 이경수 문학평론가로 구성된 예심 위원은 6월부터 등단 20년 이상 시인이 2018, 2019년에 출간한 시집을 대상(기 수상작 제외)으로 추천작 15개 작품을 선정했고 이날 심사를 거쳐 최종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김소연 시인의 ‘i에게’ △박라연 시인의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신해욱 시인의 ‘무족영원’ △황재학 시인의 ‘검은 잎사귀의 노래’다.(이상 이름 가나다순) 곽재구 시인의 ‘푸른 용…’은 전남 순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쓴 작품들이 수록됐다. 일상적 삶과 여행에서 발견된 장면들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시들이 수록됐다.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넓은 지평이 미덕”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소연 시인의 시집 ‘i에게’는 일상 속에 감춰진 내면세계를 자신만의 개성적 시선으로 표현해냈다. “평면적 해석에 저항하고 기존 감각을 거부하는 자기 완결적 언어에 기초한 시집” “새로운 미학적 쾌감”이란 평이 나왔다. 박라연 시인의 ‘헤어진 이름이…’는 개인의 고통과 상처에 대한 공동체적 위로를 제공하는 작품. “언어의 화려한 겉치레를 극복하고 사유의 문장으로 시적 대상의 본질을 첨예하게 이끌어낸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신해욱 시인의 ‘무족영원’은 간결하면서도 여백이 풍부한 언어로 독특한 감각을 열어온 시인의 도약을 보여주는 시집. “새로운 시적 갱신을 통해 이전 세계를 넘어서는 경이로운 시도”라는 평을 받았다. 황재학의 시집 ‘검은 잎사귀의 노래’는 단형의 시 속에 절제의 미학을 갖춘 단아한 시를 선보인다. “말이 흘러넘치는 시대에 절제를 통한 ‘보여주기’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았다. 예심 위원들은 “다섯 작품 모두 우리말의 리듬감과 아름다움을 빛낸 시문학파의 대표적 시인 김영랑의 이름과 위상에 걸맞은 개성적인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본심은 19일에 진행된다. 시상식은 10월 16일 전남 강진군 영랑 생가에서 열린다. 상금은 3000만 원.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팔이 길게 늘어난다거나 도망치는 데 따라올 자가 없는 것, 정지시력이 탁월하고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것, 모든 날의 요일을 외우고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을 과연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초능력이라면 응당 영웅적인 성공이나 화려한 주목을 담보해야 할 것 같지만 이들이 가진 재능이란 건 정작 세상에 나갔을 때는 딱히 쓸데없는 것들뿐이다. 오히려 이런 초능력은 무능력에 가깝다. 또래와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항상 기가 죽고 소외돼 있던 이 평범한 초능력자들이 모여 결성한 단체가 ‘초인간클랜(초클)’이다.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작가 김중혁의 신작 장편 소설은 이른바 ‘초클’에 소속된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초능력자들이 벌이는 유쾌한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의 초능력과 그로 인한 아픔을 나누며 모임을 이어가던 이들은 과잉개체를 도태시키려는 동물원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쳐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한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서로의 모자람을 채우고 보완해 주면서 지금껏 없던 새 힘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손을 내밀 때 비로소 특별한 빛을 발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산뜻하고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예전처럼 여행지에서 마음껏 수영하긴 어려워진 계절.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라도 하라는 듯 올해 수영복은 과감한 컷아웃(cut out·어느 한쪽을 도려낸 듯한 스타일)부터 화려한 염색 기법까지 어느 때보다 재미있고 다채롭다. 휴가철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핫한 수영복 트렌드는 단연 타이다이(tie-dye) 문양이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일명 홀치기염색 기법.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지난해 프라다, 디올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파리·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타이다이 패턴을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한 시즌으로 끝나지 않고 수영복으로 여세가 이어지고 있다. 팔이 티셔츠처럼 긴 원피스 수영복의 등장과 원숄더 디자인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인의 래시가드 사랑을 글로벌 트렌드가 흡수하기라도 한 듯 긴 팔 원피스 수영복이 대세다. 캐주얼하면서도 보이시한 서퍼(surfer)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다. 하의에 비치타월을 두르거나 팬츠를 매치하면 바로 레스토랑으로 향해도 무리가 없는 간편한 복장으로 변신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원피스든 비키니든 한쪽 어깨에만 끈이 있는 원숄더는 드레스나 독특한 블라우스를 입은 듯 우아한 포인트가 돼 준다. 수영복에서뿐만 아니라 패션계 전반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으니 튀는 건 아닌지 걱정할 필요 없다. 러플이 달려 있거나 패턴이 화려한 원숄더 수영복은 물놀이 후 세련된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다. 인어공주가 된 양, 물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반짝이 수영복도 눈에 띄는 트렌드. 퍼플, 그린 같은 광택의 금속실로 짜여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미국 트렌드 매거진 ‘더조리포트’는 “반짝이고 눈부신 금속사로 짜인 수영복은 올해 어딜 가도 보이는 최신 유행”이라며 “햇빛이 쨍한 날 더 즐거운 기분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과감한 컷아웃 수영복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음도 기억하자. 열심히 가꾼 몸매를 자랑도 할 겸 자신 있는 곳을 과감하게 노출할 수 있다. 과한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레그컷이 높게 잘린 하이컷을 검토해 보자. 해외에서는 엉덩이가 다 드러날 정도의 하이컷도 인기인데 다리가 길고 늘씬해 보인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작품들이 제72회 에미상 최다 후보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TV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최종 후보작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160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는 ‘오자크’와 ‘더 크라운’ ‘기묘한 이야기’ 등 세 작품이 올라갔다. 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더 크라운’의 올리비아 콜먼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왕좌의 게임’으로 에미상을 제패했던 HBO는 드라마 ‘왓치맨’ 등의 선전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107개 부문 후보작과 배우를 배출했다. 인종차별주의를 고발한 ‘왓치맨’은 2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단일 작품 가운데는 최다 후보가 됐다. 1921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 300여 명을 살해한 ‘털사 인종차별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물이다. 한편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는 BBC아메리카의 ‘킬링 이브’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8, 2019년에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샌드라 오는 ‘킬링 이브’에서 사이코패스 여자 킬러를 쫓는 영국 정보부 MI5의 첩보원 이브로 출연하고 있다. 시상식은 9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리며, ABC 방송사가 생중계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인 넷플릭스의 작품들이 제72회 에미상 최다 후보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TV 예술과학 아카데미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종 후보작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160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는 ‘오자크’와 ‘더 크라운’ ‘기묘한 이야기’ 등 세 작품이 올라갔다. 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더 크라운’의 올리비아 콜먼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왕좌의 게임’으로 에미상을 제패했던 HBO는 드라마 ‘왓치맨’ 등의 선전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107개 후보작과 배우를 배출했다. 인종차별주의를 고발한 ‘왓치맨’은 2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돼 단일 작품 가운데는 최다 후보가 됐다. 1921년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흑인 300여 명을 살해한 ‘털사 인종차별 학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 범죄물이다. 한편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는 BBC아메리카의 ‘킬링 이브’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18, 2019년에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샌드라 오는 ‘킬링 이브’에서 사이코패스 여자 킬러를 쫓는 영국 정보부 M15의 첩보원 이브로 출연하고 있다. 시상식은 9월 20일 미국 로스엔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리며, ABC 방송사가 생중계한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에서부터 최근의 n번방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여성들에게 ‘불안’이란 감정은 삶을 설명하는 주요한 감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강화길, 손보미, 임솔아, 천희란 등 젊은 여성 소설가 8인이 동시대 여성들의 불안에 천착한 ‘고딕·스릴러’ 테마소설집을 펴냈다. 강화길의 ‘산책’은 죽음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화자로 삼아서 삼대에 걸친 여성 가족사를 풀어간다. 최진영의 ‘피스’는 언니의 자살 시도를 목격한 동생의 이야기. 손보미의 ‘이전의 여자, 이후의 여자’는 1930년대에 지어진 고택에 가정교사로 들어간 여성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를 그렸고 임솔아의 ‘단영’은 비구니가 주지로 있는 사찰에서 일어나는 음산한 일들을 긴장감 있게 전개한다. 작가들 각자의 개성으로 여성들이 겪는 불안을 으스스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형상화해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로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우승진 박지현 조성학), 지요건축사사무소(김세진), 온건축사사무소(정웅식)가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은 일상의 이야기를 건축으로 만드는 과정을 신선하고 새롭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요건축은 공공건축이 가진 여러 제약을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온건축은 건축표면을 활용해 자신만의 건축을 구현한 점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10월 경남 창원시에서 열리는 ‘2020 대한민국 건축문화제’에서 진행된다. ‘2020 젊은 건축가상’은 문체부가 주최하고 새건축사협의회, 한국건축가협회,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공동 주관한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선글라스는 작은 액세서리지만 전체 스타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요즘처럼 자외선 차단이 필수가 된 불볕더위에는 스타일도 살리고 눈 건강도 지키는 선글라스가 필수 아이템. 사시사철 어떤 옷에나 어울리는 클래식한 스타일도 좋지만 올여름에는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니 짙은 블랙 선글라스는 답답한 감이 있다.》 그래서인지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패리스 힐턴까지 19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쓰던 틴트 선글라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 촌스러운 걸 어떻게’란 생각은 금물. 제니퍼 로페즈, 블랙핑크 제니 같은 스타들이 즐겨 착용한 모습이 수시로 노출되는 등 가장 핫하다. 90년대 런웨이의 ‘단골템(단골 아이템)’이자 팝스타들이 자주 쓰던 복고 스타일인 틴트 선글라스는 연하게 색을 입힌 투명한 렌즈 덕분에 눈매가 모두 보이는 게 특징. 그 덕분에 마스크와 함께 써도 덜 답답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투명한 렌즈에 여러 가지 색을 입힌 틴트 스타일은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매트릭스나 스키 고글을 연상시키는 형태부터, 눈만 간신히 가릴 것 같은 반달형이나 기하학적 문양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프레임과 더 다양해진 컬러감을 더해 업그레이드됐다. 최근 유재석(유두래곤) 이효리(린다G) 비(비룡)가 결성한 혼성그룹 ‘싹쓰리(SSAK3)’는 90년대 TV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고 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즐겨 쓰는 아이템도 다채로운 컬러의 틴트 선글라스다. 이들 3명은 화보나 뮤직비디오에서 한 번씩은 각자 다른 스타일의 틴트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줬다. 비가 착용한 블루와 레드 그러데이션의 고글 선글라스는 디자이너 본봄의 제품이고, 투명한 뿔테에 블루 컬러가 더해진 유재석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셀린 제품으로 알려졌다. 신진 디자이너서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까지 레트로 느낌을 주면서 미래적인 장치를 융합한 선글라스는 보는 재미가 크다. 버버리는 이니셜 ‘B’에서 영감을 받은 굵직한 프레임에 블루 핑크 옐로 등을 넣은 묵직하면서도 과감한 틴트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프라다는 기하학적으로 절개한 다각형 프레임을,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보잉 형태로 연결된 얇은 금속 브리지에 복고 느낌의 굵은 원형 테를 매치했다. 프레임은 시각적 충격을 주도록 튀는 스타일로 만들고 그 대신 렌즈 색은 옅고 다채롭게 넣은 것이 핵심. 색상 선택도 다양하다. 옐로 그린 핑크 같은 팝컬러로 여름철 발랄하고 가벼운 옷차림에 생기를 더해줄 수 있다. 가장 안정적인 색은 브라운 계열이지만 옐로도 일상생활에서 큰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다. 패션전문지 코스모폴리탄은 “런웨이서부터 스트리트 패션에 이르기까지 가장 무난하고 세련되게 소화할 수 있는 색을 찾는다면 노란색을 추천한다”고 했다. 1970년대 느낌을 주는 베이비 핑크, 밀레니얼 핑크도 올 들어 인기를 끄는 트렌드다. 미국색채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인 클래식 블루 계열은 틴트 선글라스임에도 마냥 캐주얼한 느낌보다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선글라스는 작은 액세서리지만 전체 스타일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요즘처럼 자외선 차단이 필수가 된 불볕더위에는 스타일도 살리고 눈 건강도 지키는 선글라스가 필수 아이템. 사시사철 어떤 옷에나 어울리는 클래식한 스타일도 좋지만 올여름에는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하니 짙은 블랙 선글라스는 답답한 감이 있다. 그래선지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페리스 힐튼까지 199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쓰던 틴트 선글라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 촌스러운 걸 어떻게’란 생각은 금물. 제니퍼 로페즈, 블랙핑크 제니 같은 스타들이 즐겨 착용한 모습이 수시로 노출되는 등 가장 핫하다. 90년대 런웨이의 ‘단골템(단골 아이템)’이자 팝스타들이 자주 쓰던 복고 스타일인 틴트 선글라스는 연하게 색을 입힌 투명한 렌즈 덕분에 눈매가 모두 보이는 게 특징. 덕분에 마스크와 함께 써도 덜 답답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투명한 렌즈에 여러 가지 색을 입힌 틴트 스타일은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매트릭스나 스키 고글을 연상시키는 형태부터, 눈만 간신히 가릴 것 같은 반달형이나 기하학적 문양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의 프레임과 더 다양해진 컬러감을 더해 업그레이드 됐다. 최근 유재석(유두래곤) 이효리(린다G) 비(비룡)이 결성한 혼성그룹 ‘싹쓰리(SSAK3)’는 90년대 TV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듯한 복고 패션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즐겨 쓰는 아이템도 다채로운 컬러의 틴트 선글라스다. 이들 3명은 화보나 뮤직비디오에서 한 번씩은 각자 다른 스타일의 틴트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줬다. 비가 착용한 블루와 레드 그라데이션의 고글 선글라스는 디자이너 본봄의 제품이고, 투명한 뿔테에 블루 컬러가 더해진 유재석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는 셀린 제품으로 알려졌다. 신진 디자이너서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까지 레트로 느낌을 주면서 미래적인 장치를 융합한 선글라스는 보는 재미가 크다. 버버리는 이니셜 ‘B’에서 영감을 받은 굵직한 프레임에 블루 핑크 옐로 등을 넣은 묵직하면서도 과감한 틴트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프라다는 기하학적으로 절개한 다각형 프레임을,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보잉 형태로 연결된 얇은 금속 브릿지에 복고 느낌의 굵은 원형 테를 매치했다. 프레임은 시각적 충격을 주도록 튀는 스타일로 만들고 대신 렌즈 색은 옅고 다채롭게 넣은 것이 핵심. 색상 선택도 다양하다. 옐로 그린 핑크 같은 팝컬러로 여름철 발랄하고 가벼운 옷차림에 생기를 더 해줄 수 있다. 가장 안정적인 색은 브라운 계열이지만 옐로도 일상생활에서 큰 부담 없이 소화할 수 있다. 패션전문지 코스모폴리탄은 “런웨이서부터 스트리트 패션에 이르기까지 가장 무난하고 세련되게 소화할 수 있는 색을 찾는다면 노란색을 추천한다”고 했다. 1970년대 느낌을 주는 베이비 핑크, 밀레니얼 핑크도 올 들어 인기를 끄는 트렌드다. 미국색채연구소 펜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인 클래식 블루 계열은 틴트 선글라스임에도 마냥 캐주얼한 느낌보다는 우아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올해 10회를 맞는 박경리문학상의 최종 후보자 5명이 22일 발표됐다. 벤 오크리(61·나이지리아), 서정인(84), 윤흥길(78), 조너선 프랜즌(61·미국), 황석영(77) 작가다.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인 박경리 선생(1926∼2008)의 문학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됐다. 국내외 작가들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세계 문학상이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사진)와 함께 권기대 번역가, 김승옥 고려대 명예교수, 이세기 소설가, 유석호 연세대 명예교수, 장경렬 서울대 명예교수(가나다순)로 꾸려졌다. 22일 서울 안국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체험과 사회, 정치, 역사 등의 이데올로기적 큰 틀을 성공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며 “사회 모순과 갈등을 작품 속에서 노출하고 나름의 관점에서 문화적 해결을 향해 나아가려고 한 작가들이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 작가 세 사람이 포함됐다. 박경리문학상은 1회 수상자인 최인훈 작가 이후로는 계속 외국 작가들이 수상해 왔다.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큰 역사적 변화를 겪으며 항일, 독립, 민족주의, 사회주의 등에서 현실 이해와 극복의 열쇠를 찾으려 했던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오크리는 영국 부커상 수상작인 ‘굶주린 길’(1991년)을 포함해 ‘매혹의 노래’(1993년), ‘무한한 풍요’(1998년), ‘마법의 시대’(2014년) 등을 쓴 나이지리아 작가다. 아프리카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 중 하나로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표작 ‘굶주린 길’은 식민 자본주의의 세계와 미개발 상태 원시림의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세계가 동시에 나타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정인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혼탁한 시대상을 직접 내세우기보다는 날카로운 작가 의식을 통해 우리 사회 여러 모습을 해학과 아이러니의 어조로 그려냈다. 대표작 ‘달궁, 박달막 이야기’(2017년) 등이 있다. “상징, 실존적 시각, 서술의 기교를 통해 역사로부터 탈퇴, 초월하려는 작품을 썼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평가다. 윤흥길은 대표작 ‘장마’(1973년), ‘문신’(2018년) 등에서 6·25전쟁의 비극과 이념 대립, 산업화 과정을 통해 왜곡된 역사 현실과 삶의 부조리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그려냈다. 김 위원장은 “근대화 이전 전통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그대로 노출하면서도 그 밑바닥의 감정적, 근본적 유대를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프랜즌은 ‘인생수정’(2001년), ‘자유’(2010년) 등에서 희극적인 동시에 비극적인 미국 중산계층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 전체를 조망해 나간다. 현재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손꼽힌다. 환경, 정직의 가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황석영은 ‘객지’(1971년), ‘삼포 가는 길’(1973년) 등 한국 현대사의 고난과 노동계급의 삶을 끈질기게 형상화해 왔다. 최근작 ‘철도원 삼대’(2020년)도 일제하 근대화와 함께 독립운동, 사회주의 운동의 주된 흐름을 그려냈다. 김 위원장은 “그의 소설에 들어 있는 전체성의 원리는 대체로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는 사상과 운동”이라고 말했다. 수상자는 9월 17일 발표할 예정이다. 시상식은 10월 24일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동아일보는 최종 후보자 5명의 작품세계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사적 대화의 무단 전재’에 이어 ‘강제 아우팅(성정체성 공개)’ 논란을 부른 소설가 김봉곤 씨(35·사진)가 문제가 된 소설로 받은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김 씨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고유한 삶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뒤늦게 깨닫고 반성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자신의 지인과 사적으로 나눈 성적 대화를 무단 인용한 것이 밝혀진 단편 ‘그런 생활’로 김 씨는 올 초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앞서 19일 그의 단편집 ‘여름, 스피드’와 ‘시절과 기분’의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는 이 책들을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단 인용 논란은 10일 ‘그런 생활’에 C누나로 묘사된 출판계 종사자 C 씨가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를 김 씨가 허락도 없이 전재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김 씨가 사과했지만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이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또 이 작품을 수록한 단행본을 각각 펴낸 문학동네, 창비 측이 문제가 된 내용을 수정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일부 독자와 작가들의 공분을 샀다. 두 출판사에 대한 책 구매와 원고 청탁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생겼다. 또 ‘여름, 스피드’의 ‘영우’라는 등장인물이 자신이며 소설 때문에 강제 아우팅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작가와 출판사의 명확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결국 문학동네와 창비가 해당 작품집 판매 중단과 후속 대책 마련을 밝힌 데 이어 작가도 수상을 반납하게 된 것이다. 2016년 등단한 김 씨는 한국 문학에서는 보기 드문 성소수자로서의 일상과 동성애 문제를 1인칭 시점의 자전적 소설로 발표하며 화제와 비평의 중심에 있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