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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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책의 향기]인습에 맞서 통념 초월… 키신저가 본 리더 6인의 전략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10년 안에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이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만 관련 갈등을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 최근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은 헨리 키신저의 이런 발언으로 뒤덮였다. 반세기 전인 1969∼1975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1973∼1977년 국무장관으로 재임(일부 시기 겸임)했던 노정치인의 통찰이 지금도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였다. 키신저는 27일 만 100세를 맞이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후 초강대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집행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현대사의 거대한 궤적을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한 이 책에서 키신저는 2차대전 이후 세계를 만들어낸 여섯 리더의 전략을 고찰하고 오늘날 던지는 시사점을 조명한다. 그가 보는 리더의 자질은 정치인형과 예언자형의 두 가지다. 정치인형 리더는 사회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변화를 겪도록 이끈다. 예언자형 리더는 현상을 관리하기보다 뛰어넘으려 한다. 훌륭한 리더들은 두 속성을 종합했고, 필요한 순간에 반대되는 속성을 빌렸다. “여섯 리더 모두 물려받은 상황을 뛰어넘고 사회를 가능성의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독의 초대 총리를 지닌 콘라트 아데나워(1876∼1967)를 그는 ‘겸손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원한 통일의 가능성보다 서독의 통합을 선호해 경제 기적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 프랑스의 샤를 드골(1890∼1970)은 ‘의지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망명 중 자유 프랑스의 지도자가 된 그는 프랑스의 정치뿐 아니라 사회적 쇄신까지 주도했다. 자신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1913∼1994)에게 저자가 부여한 키워드는 ‘평형의 전략’이다. 키신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수사일 것이다. 닉슨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해 핑퐁외교를 시작했고, 소련을 견제하는 힘의 평형을 이뤘다. 이스라엘과 손을 잡았던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1918∼1981)은 ‘초월의 전략’으로 설명한다. 아시아 경제발전의 모델을 이룬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1923∼2015)는 ‘우월의 전략’이 그 열쇠였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925∼2013)에게는 ‘신념의 전략’이라는 키워드를 부여한다. 당시 영국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쇠퇴가 동반됐다. 대처 재임 기간 영국은 금융 중심지로 부상했고 공산주의 대응과 포클랜드 전쟁 승리로 새로운 지위를 찾을 수 있었다. 결론에서 저자는 여섯 지도자 모두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의 능력주의가 탄생시킨 중산층 출신 지도자였다고 말한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 때문에 이들은 인습에 도전할 수 있었고, 통념을 초월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투표에 유리하거나 자기편에게만 호소하는 수사학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지 않았고, 정파 간 불화를 초래하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 책이 나온 뒤 세계가 공통된 찬사를 보이지는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책을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과 같은 고전으로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키신저 재임 중 미국의 영향력 아래 제3세계에서 일어난 만행들을 언급하며 “자신을 과소평가한 적이 없는 키신저가 드골의 뻔뻔함을 존경하는 것을 알 만하다”고 언급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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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깔 있는 코스요리 같은 4중주 기대하세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저희를 만들었죠. 이제 엔데믹에 대한 감사를 이 콘서트로 표현하려 합니다.” 2021년 미국 최대 실내악 제전인 피시오프콩쿠르 우승, 이듬해 영국 위그모어홀 현악4중주 콩쿠르 특별상 수상과 미국 옐로스프링스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은 현악4중주단 리수스 콰르텟이 두 번째 정기연주회 ‘새로운 바람’을 연다.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리수스(risus)는 라틴어로 ‘웃음’을 뜻한다. 연습장소 부근인 서울 용산구의 카페에서 24일 만난 네 사람은 시종 잔잔한 웃음과 함께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들은 서울대 기악과 동문으로 제1바이올린 이해니와 첼로 마유경이 2010년, 제2바이올린 유지은과 비올라 장은경이 2012년 입학했다. “지은이와 제가 먼저 미국에서 같은 4중주단에 참여했는데 코로나19로 깨졌어요. 4중주를 계속하고 싶어서 한국에 있던 두 분에게 ‘텍사스로 와서 함께 4중주 수업을 듣자’고 제안했죠. 우리끼리 ‘코로나19가 낳은 4중주단(Covid born quartet)’이라고 불러요.”(장은경) 이번 공연에서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 55번과 베베른의 ‘현악4중주를 위한 다섯 악장’,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을 들려준다. “하이든 곡은 위그모어홀 공연에서 많은 칭찬을 받아 좋은 추억이 있는 곡이에요. 곡에 환영의 분위기도 있고요.”(장은경) “베베른의 곡은 짧고 간결한 현대곡입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15번은 3악장에 ‘병에서 나은 자의 감사’라는 제목이 있죠. 길고 어려운 도전이지만, 이 시대와 맞는다고 생각해 골랐습니다. 새 첼리스트가 들어와 새로운 깊이와 다양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이해니) 콘서트 제목 ‘새로운 바람’처럼 리수스 콰르텟은 변화의 시점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선배 4중주단 미로 콰르텟의 지도를 받으며 상주 4중주단으로 활동하다 이달 졸업했다. 기존 첼리스트가 미국에서 계속 활동하기를 원했지만 세 사람은 고국에서 활동하기로 마음을 맞춰 새로 첼리스트 마유경을 영입했다. 새 멤버에 대해 묻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악적이다”(유지은), “타고난 음악가인데 연습하면 맹렬하게 돌변한다”(이해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리수스의 연주는 콩쿠르에 참가할 무렵 깔끔한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한층 자유로워졌다는 평을 받는다. “예전에 ‘정갈한 한정식’ 같았다면 요즘은 주방장이 알아서 내주는 코스요리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것까지 튀어나온다는 거겠죠.”(유지은)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하면서 저희만의 색깔을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마유경) 네 사람은 미로 콰르텟에게서 배운 점으로 기교와 예술성뿐 아니라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한 점을 들었다. “자신들을 잘 알려라. 연습만 하고 다른 걸 모르는 ‘온실의 화초’가 되지 말라고 가르쳐주셨죠. 소셜미디어 활동과 다양한 성격의 무대로 계속해서 음악팬과 소통하겠습니다.”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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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지휘자, 편견 잠재우려 엄청나게 노력”

    21세기 약진 중인 세계 여성 지휘자의 목록에서 독일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45·사진)의 이름은 그 앞줄에 놓인다. 프라이부르크 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카셀 주립극장 음악감독을 지낸 그는 2018년 네덜란드의 행정수도 덴하흐(헤이그)를 대표하는 119년 역사의 명문 악단 레시덴티 오케스트라(때로 ‘헤이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표기)를 처음 객원 지휘했고 다섯 달 뒤 이 악단 차기 수석지휘자로 깜짝 지명됐다. 핀란드 라티 교향악단 수석 객원지휘자도 맡고 있는 그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처음 지휘한다. 6월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22세의 스웨덴 바이올린 신예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영화 ‘헤어질 결심’ 삽입곡으로 한층 친숙해진 말러 교향곡 5번을 메인곡으로 연주한다. 그를 18일 메신저로 만났다. ―노래와 리코더를 사랑하는 어린이였는데 지휘자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늘 노래를 하셨고 저도 그랬죠. 리코더와 피아노를 배운 건 잠깐이었고 원래 관심은 성악이었습니다. 노래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휘를 전공하게 됐죠.” ―이번에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은 한국에서도 팬이 많습니다. “어릴 때 알던 말러는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었죠. 자라면서 말러에 대한 느낌은 특별하다고 할 정도로 크게 변했습니다. 교향곡 5번에 대해서는 ‘암흑에서 광명으로’ 변화하는 ‘초월’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곡의 4악장 빠르기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어떤 지휘자는 14분 걸리지만 말러는 그 두 배로 빠르게 연주했다고도 하고요. “어떤 게 진정한 빠르기인가에 대한 논란은 관심이 없습니다. 빠르기는 리허설 순간에 결정됩니다. 그날 만나는 악단과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이후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템포를 조절하죠.” ―여성이 지휘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아직 제한이 많고, 그 반대로 여성에게 혜택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성 지휘자들은 ‘실력이 없는데 여자라서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지휘 무대는 신인이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대체할 지휘자가 넘치기 때문이죠.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입니다. 신인 지휘자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한국을 찾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번 시즌 레시덴티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어 한층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한국인 가수나 합창단원들과 많이 알게 됐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김봄소리와도 협연했습니다. 서울시향의 명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취미가 자전거 타기, 서핑, 스키라고 들었습니다. “지휘도,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건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시간 나는 대로 육체 활동으로 체력을 충전합니다. 이번 여름엔 자유롭게 말을 풀어놓아 키우는 농장에 가보려고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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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향 지휘 맡은 빌마이어, “여성 지휘자는 편견과 싸우며 엄청 노력”

    21세기 약진 중인 세계 여성 지휘자의 목록에서 독일 지휘자 안야 빌마이어(45)의 이름은 그 앞줄에 놓인다. 프라이부르크 음대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카셀 주립극장 음악감독을 지낸 그는 2018년 네덜란드의 행정수도 덴하흐(헤이그)를 대표하는 119년 역사의 명문 악단 레지덴티 오케스트라(때로 ‘헤이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표기됨)를 처음 객원지휘했고 다섯 달 뒤 이 악단 차기 수석지휘자로 깜짝 지명됐다. 핀란드 라티 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도 맡고 있는 그가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처음 지휘한다. 6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2세의 스웨덴 바이올린 신예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하고 영화 ‘헤어질 결심’ 삽입곡으로 한층 친숙해진 말러 교향곡 5번을 메인곡으로 연주한다. 그를 18일 메신저 앱으로 만났다.―노래와 리코더를 사랑하는 어린이였는데 지휘자가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부모님이 늘 노래를 하셨고 저도 그랬죠. 리코더와 피아노를 배운 건 잠깐이었고 원래 관심은 성악이었습니다. 노래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휘를 전공하게 됐죠.”―이번에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은 한국에서도 팬이 많습니다.“어릴 때 알던 말러는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었죠. 하지만 자라면서 말러에 대한 느낌은 특별하다고 할 정도로 크게 변했습니다. 교향곡 5번에 대해서는 ‘암흑에서 광명으로’ 변화하는 ‘초월’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이 곡의 4악장 빠르기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어떤 지휘자는 14분 걸리지만 말러는 그 두 배로 빠르게 연주했다는 등….“어떤 게 진정한 빠르기인가에 대한 논란은 관심이 없습니다. 빠르기는 리허설 순간에 결정됩니다. 그날 만나는 악단과 대화를 통해 교감하고 이후 공연장 분위기에 따라 템포를 조절하죠.”―여성이 지휘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아직 제한이 많고, 그 반대로 여성에게 혜택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여성 지휘자들은 ‘실력이 없는데 여자라서 기회를 얻는다’는 생각을 잠재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지휘 무대는 신인이 실패할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대체할 지휘자가 넘치기 때문이죠.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입니다. 신인 지휘자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임명될 때 그 신속함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우리 악단의 행정감독이 원래 제게 관심을 가졌고 제가 지휘하는 오페라 공연을 보러 오기도 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한 다음날 식사자리에서 제안을 받았죠.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처음 한국을 찾는 소감이 궁금합니다.“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번 시즌 레지덴티 오케스트라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어 한층 한국을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노버와 카셀 극장 등에서 오페라를 지휘하면서 한국인 가수나 합창단원들과 많이 알게 됐죠.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김봄소리와도 협연했습니다. 서울시향의 명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취미가 자전거 타기, 서핑, 스키라고 들었습니다.“지휘도,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는 건 체력이 많이 드는 일이어서 시간 나는 대로 육체 활동으로 체력을 충전합니다. 이번 여름엔 자유롭게 말을 풀어놓아 키우는 농장에 가보려고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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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깎이 춤꾼… 네 번째 도전끝에 ‘금빛 영예’

    “오래 준비한 만큼 힘들었는데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안주하지 않고 열심히 춤에 매진해서 더 크게 성장하겠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53회 동아무용콩쿠르 본선에서 일반부 남자 한국무용 전통부문 금상을 수상한 황지목 씨(25·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전문사 2년)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황 씨는 2020년 제50회 동아무용콩쿠르부터 도전을 시작해 네 번 만에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대전 월평중 재학 시절 학교 체험학습으로 여러 차례 무용 공연을 관람하고 무용을 배우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전통 무용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어릴 때 무용을 시작한 친구들과 경쟁하다 보니 열심히 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황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보유자였던 강선영(1925∼2016)을 기려 2021년 제51회 동아무용콩쿠르부터 한국무용 일반부 전통부문에 시상하는 강선영상도 받았다. 심사위원 명단과 본선 채점표는 동아무용콩쿠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실황 동영상도 추후 이 사이트에 공개한다.수상자 명단◇일반부 ▽한국무용 전통(여) △금상 이민지(21·중앙대 3년) △은상 백은애(20·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동상 김윤서(21·이화여대 3년) ▽한국무용 전통(남) △금상 황지목(25·한예종 전문사과정) △은상 이승훈(22·한양대 4년) △동상 임정우(26·세종대 대학원) ▽한국무용 창작(여) △금상 강은비(22·이화여대 4년) △은상 김현정(20·한예종 3년) △동상 김나은(21·한예종 4년) 양수현(25·이화여대 졸) ▽한국무용 창작(남) △금상 이동환(22·한예종 4년) △은상 육지현(22·단국대 4년) △동상 이민규(21·한예종 4년) ▽현대무용(여) △은상 박주연(20·세종대 3년) △동상 류다연(22·이화여대 졸) ▽현대무용(남) △금상 박용휘(24·중앙대 졸) △은상 김민재(18·덕일전자공고 졸) △동상 김주형(24·중앙대 4년) 하원준(21·한양대 4년) ▽발레(여) △금상 이예은(18·한예종 3년) △은상 박윤선(21·한예종 3년) △동상 홍서연(19·세종대 2년) ▽발레(남) △은상 김서준(18·세종대 1년) ◇고등부 ▽한국무용 전통 △금상 이수민(17·선화예고 3년) △은상 민지우(17·계원예고 3년) △동상 윤민영(18·고양예고 3년) ▽한국무용 창작 △금상 이지민(18·선화예고 3년) △은상 이대욱(17·광주예고 3년) △동상 김범민(17·국립국악고 3년) ▽현대무용 △금상 윤아인(17·선화예고 3년) △은상 오수민(17·서울예고 2년) △동상 강희수(16·덕원여고 1년) ▽발레 △금상 박건희(17·선화예고 3년) △은상 안우재(18·서울예고 3년) △동상 이재휘(17·선화예고 2년) ◇중등부 ▽발레 △금상 조수민(14·선화예중 3년) △은상 이채은(15·예원학교 3년) △동상 이지호(15·선화예중 3년) △장려상 변도원(15·선화예중 3년) 염다연(14·배화여중 3년) 박윤재(14·계원예중 3년) 공성원(14·로잔발레아카데미) 송지우(15·한양대사범대부속중 3년) 정다은(15·선화예중 3년) 이의소(13·예원학교 2년) ◇초등부 ▽발레 △금상 박봄(11·검단초 6년) △은상 조현준(12·광명광덕초 6년) △동상 고은비(12·인천영종초 6년) △장려상 오지예(11·인천원동초 6년) 서원희(12·홈스쿨링) 김서희(12·원중초 6년) 전성현(11·서울경인초 6년) 이예원(11·서울어울초 6년) 한도경(12·불정초 6년) 김세아(11·미송초 6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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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페라 ‘여왕 3부작’ 완주… “본질에 충실해야 진정한 대중화”

    민간 오페라단인 라벨라 오페라단이 도니체티 ‘여왕 3부작’을 마침내 완주한다. ‘여왕 3부작’ 마지막 편인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가 제14회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참가작으로 26∼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른다. 라벨라 오페라단은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2019년 국내 초연했다. 영국 튜더 왕조의 역사를 그린 ‘여왕 3부작’은 소프라노 주역에게 초고난도 기교를 요구하는 등 공연 조건이 까다로워 도니체티의 작품 중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레퍼토리로 꼽힌다. 8년 전 라벨라 오페라단이 이 도전을 시작할 때도 여러 음악인과 오페라 팬들은 반신반의했다. 3부작 완주를 앞둔 이강호 라벨라 오페라단 예술감독(사진)은 “도니체티 시대의 이른바 ‘벨칸토’(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가창’이라는 뜻) 오페라가 우리나라에서 팬이 많지 않아 더 많은 청중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오페라는 몇몇 인기 작품을 반복해 공연하는 일이 많았죠. 예술적으로 중요하지만 우리 무대에 소개되지 않은 명작이 많습니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음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도니체티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고, 매우 어려우면서 찬란한 성악 테크닉이 요구되죠.” 이 감독은 “‘여왕 3부작’은 특히 주역 소프라노에게 큰 파워가 필요해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자주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요즘 오페라가 대중화를 한다고 다른 장르와 연계하는 시도를 많이 하죠. 저는 본질에 더 충실한 예술을 하는 게 진정한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예술성을 높여서 오페라 마니아를 늘려가는 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죠.” ‘로베르토 데브뢰’는 작품 발표 순으로도 ‘여왕 3부작’ 중 끝에 놓인다. 도니체티가 41세 때인 1837년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의 여주인공 엘리자베타(엘리자베스 1세) 역으로는 소프라노 박연주와 이번 페스티벌 공동 오디션으로 선발한 소프라노 손가슬이 출연한다. 이 감독은 “박연주는 소리가 매우 드라마틱(극적)하고 손가슬은 감정 표현이 너무나 좋다. 두 사람이 소화하는 엘리자베타를 비교해서 감상하시면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타이틀 롤인 엘리자베타의 연인 로베르토 역에는 테너 이재식 김효종, 로베르토가 실제로 사랑하는 여인 사라 역에 메조소프라노 최찬양과 소프라노 오정희, 사라의 남편 노팅엄 공작 역에 바리톤 정승기 임희성이 출연한다. 이 단장은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주세페 니콜리니 국립음악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 라벨라 오페라단을 설립했다. “한국 성악가들의 기량은 세계적입니다. 앞으로 10년 뒤면 전 세계 극장에서 한국 성악가 없이는 공연이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오페라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죠. 그걸 만들어내는 데 남은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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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르간 거장, 6년 만에 내한… “나는 프랑스 음악 홍보대사”

    1985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23세의 올리비에 라트리가 역대 최연소로 발탁됐다. 39년째 이 자리를 유지해온 그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16일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크 ‘영웅적 소품’과 비도르의 오르간 독주곡인 오르간 교향곡 5번 등 프랑스 오르간 음악 외에 오케스트라 곡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도 오르간 독주로 들려준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오르간은 너무도 다채로워 모든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프랑스 오르간 곡 외 오케스트라 곡 편곡판들이 눈에 띕니다. “저는 오르간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오르간용으로 편곡된 음악들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상스가 편곡한 리스트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도 연주하는데, 바그너와 리스트 모두 세 프랑스 작곡가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오르가니스트 이신영)가 상당히 훌륭하게 편곡해서 제가 한번 연주해 보고 싶었습니다.” ―바흐 멘델스존 생상스 등의 오르간 곡을 연주했던 2017년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적어낸 곡을 골라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했죠. 휴대전화 메시지 서비스 알림음을 즉석에서 변주했고 관객들이 한국의 ‘애국가’를 함께 부르게 한 광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즉시 사라지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메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동안 이미 관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에 즉흥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글쎄, 한번 보시죠.”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메시앙 오르간 작품 등 여러 앨범을 발매해 왔습니다. 앞으로 나올 음반이 궁금합니다.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쿠프랭의 미사곡 두 곡이 곧 발매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샤펠 루아얄 오르간으로 녹음했습니다. 멋진 곳이죠. 그 전에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리스트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도 나올 예정이고요.” ―안타깝게도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훼손돼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죠. 화재 당시 “슬프지만 오르간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셨는데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내년 12월 8일 다시 문을 엽니다. 저는 당연히 첫번째 미사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겁니다. 우리는 화재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청소하고 복원했습니다. 지붕이 바뀌니 음향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요. 우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더 많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런 건물과 늘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여행이나 일과로 지친 채 그곳에 갔을 때도 여전히 활력이 넘치곤 했어요. 복원 뒤에도 그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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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르담 연주자 라트리 “오르간으로 어떤 음악이든 가능하죠”

    1985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23세의 올리비에 라트리가 역대 최연소로 발탁됐다. 38년째 이 자리를 유지해온 그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크 ‘영웅적 소품’과 비도르의 오르간 독주곡인 오르간 교향곡 5번 등 프랑스 오르간음악 외에 오케스트라 곡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도 오르간 독주로 들려준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오르간은 너무도 다채로워 모든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프랑스 오르간 곡 외 오케스트라 곡 편곡판들이 눈에 띕니다.“저는 오르간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오르간 용으로 편곡된 음악들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상스가 편곡한 리스트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도 연주하는데, 바그너와 리스트 모두 세 프랑스 작곡가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에 제가 연주하는 작곡가들은 음악적으로 대가족처럼 연관된 셈이죠.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오르가니스트 이신영)가 상당히 훌륭하게 편곡해서 제가 한 번 연주해보고 싶었습니다.”―한국과 인연이 각별하신 셈이죠.“(한국인인) 아내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 한국을 여행했었죠. 하지만 청중들과 다시 만나는 건 또다른 기분입니다.”―바흐 멘델스존 생상스 등의 오르간 곡을 연주했던 2017년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적어낸 곡을 골라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했죠. 휴대전화 메시지 서비스 알림음을 즉석에서 변주했고 관객들이 한국의 ‘애국가’를 함께 부르게 한 광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즉시 사라지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메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동안 이미 관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에 즉흥 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글쎄, 한번 보시죠.”―안타깝게도 2019년에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훼손돼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죠. 화재 당시 ‘슬프지만 오르간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셨는데요.“노트르담 대성당은 내년 12월 8일 다시 문을 엽니다. 저는 당연히 첫번째 미사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겁니다. 우리는 화재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청소하고 복원했습니다. 지붕이 바뀌니 음향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요. 우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더 많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런 건물과 늘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여행이나 일과로 지친 채 그 곳에 갔을 때도 여전히 활력에 넘치곤 했어요. 복원 뒤에도 그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메시앙 오르간 작품 등 여러 앨범을 발매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을 소개한다면.“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쿠프랭의 미사곡 두 곡이 곧 발매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샤펠 로얄 오르간으로 녹음했습니다. 멋진 곳이죠. 그 전에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리스트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도 나올 예정이구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금관 앙상블과 함께 녹음한 앨범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은… 말하기 이르네요, 쉬잇.”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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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90년대 호황 불러온 ‘버티기’… 지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잃어버리면 되찾기 힘들다. 통화 공급 증가 억제라는 전략을 철회하려면 신뢰성의 상실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을 감수해야만 했다. 멈출 수 없는 배에 올라탄 운명이었다. 물가안정을 추구하면서 ‘돛대에 묶여’버렸던 것이다.” 폴 볼커(1927∼2019)는 미국의, 나아가 세계의 경제적 향방과 관련해 이 순간 가장 자주 소환되는 이름이다. 그는 지미 카터 시대인 1979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임명돼 로널드 레이건 시대 말기까지 재임하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고금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강도 높은 금융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르는 고통은 필연이었다. 시위대가 연준을 둘러싸기 일쑤였고 그는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 볼커가 2018년 내놓은 이 회고록의 원제는 ‘Keeping at it’이다. ‘견뎌내기’ ‘끝까지 버텨내기’라는 뜻이다.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위협을 받는다. 카터 대통령은 신용통제 조치를 발동해 연준의 계획을 어그러뜨렸다. 레이건 대통령은 ‘선거가 있으니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말라’고 압박했다. 연준 의장을 지낸다는 것은 이런 압력들을 ‘버텨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곳곳에서 볼커는 ‘권한’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부분에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공직자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곳곳에서 터지는 비명을 견뎌내고 있는 오늘의 미 연준은 어떤 길을 갈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의회에서 거듭 이 책 제목을 인용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주주총회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볼커의 ‘버티기’는 1990년대 미국의 호황기를 불러왔다. 지금의 상황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볼커는 이렇게 회상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아는 한에는 없었다. 그런 생각은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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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리스트 홍은선 “베토벤 인간적 매력 파헤쳐”

    2014년 루마니아 국제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홍은선이 두 차례의 베토벤 첼로 전곡 시리즈 중 첫 회를 1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가 함께 한다. 홍은선은 2022년 그가 참여한 낙소스 발매 에네스쿠 실내악 음반이 세계 음반전문지들의 격찬을 받으면서 음악계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앨범은 ‘완벽한 팀워크와 정교함으로 만든 빛나는 음색, 아름다운 연주’(BBC매거진)라는 평을 받았고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 올랐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전반부에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과 4번, 후반부에 ‘헨델 유다스 마카바이우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첼로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홍은선은 “베토벤 스타일의 변화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순서를 구성했다”며 “베토벤의 음악에는 불굴의 의지 뿐 아니라 그가 느낀 좌절, 고통, 그럼에도 희망을 다시 찾는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의 인간적 매력을 파헤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3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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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아트센터 19일 개관… “이중 반사판으로 최적화된 음향 자랑”

    객석 1445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경기 부천아트센터가 지난해 10월 준공식에 이어 19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기념공연 ‘BAC 커넥티드(BAC Connected)’와 함께 공식 개관한다. 부천아트센터는 11일 조용익 부천시장과 태승진 부천아트센터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공연장의 특징과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오르가니스트 이윤희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의 축하 연주가 펼쳐졌다. 풍요한 잔향 속에서도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듀오 연주가 객석 구석까지 명료하게 전달됐다. 캐나다 오르간 전문회사 카사방 프레르가 제작한 파이프오르간의 압도적 음량이 펼쳐질 때도 지난해 준공식 직후 축하 공연에서 느껴진 ‘쏘는 듯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음향을 맡은 영국 애럽사의 나카지마 다데오 기술책임자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6개의 대형 음향반사판 아래 여러 개의 소형 반사판을 배치한 ‘이중 반사판’으로 장르마다 최적화된 음향을 조성한다. 각각의 공연과 좌석 위치마다 다양한 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승진 대표이사는 “부천아트센터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소프트웨어가 먼저 준비된 홀이자 최근 준공된 아트센터 중 유일하게 시내 중심에 있는 공연장”이라고 소개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이며, 부천 중심부인 부천시청과 부천중앙공원 사이에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재정 자립도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지원해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과 함께 국내 3대 클래식 콘서트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콘서트홀 외 304석의 블랙박스형 소공연장과 녹음 시설을 갖춘 오케스트라 연습실, 갤러리를 갖췄다. 개관 페스티벌은 19일 ‘BAC 커넥티드’를 시작으로 20일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8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6월 13일 장한나 지휘 빈 심포니(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협연), 6월 17일 베르네-메클러 오르간 듀오, 6월 25일 요엘 레비 지휘 KBS 교향악단, 7월 8일 조수미 &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7월 9일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로 이어진다. 소공연장에서도 6월 30일 륄리 ‘서민귀족’을 바탕으로 한 소극장 오페라 ‘귀족되기 대작전’을 시작으로 4개 공연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현악기를 소개하는 ‘현: 울림’전(5월 19, 20일) 등 전시와 에머슨 콰르텟의 공개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부천=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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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이 담겨… 비외탕 협주곡 5번은 작은 오페라”

    조슈아 벨(56)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의 상징이었다. 그는 1988년 데카 레이블로 내놓은 브루흐와 멘델스존의 협주곡 앨범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음반을 쏟아내며 그래미상만 네 차례 수상했다. 이후 지휘자로 변신해 2011년 영국 명문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두 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그가 2018년 ASMF를 이끌고 내한한 뒤 5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데뷔 무대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8, 19일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호흡을 맞춰 쇼숑 ‘시(詩)’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가 느낄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두 곡에 대해 설명한다면…. “19세기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습니다. 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을 담고 있죠. 느린 악장은 길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연상시킵니다. 쇼숑의 ‘시’는 딱 그 제목 같은 곡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를 위해 작곡한 작품인데 내 스승 요제프 긴골드는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쇼숑의 제자였으니 저와 꽤 인연이 있는 셈이죠.”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함께해 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SMF의 음악감독이 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전에도 이 앙상블을 반세기 동안 이끌었던 네빌 마리너경의 지휘로 자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저와는 오래된 음악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한 예를 들자면) 제가 여러 지휘자와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했지만 이 곡을 지휘자로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독주자로서 연주하는 방법도 변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 ―현대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의뢰하는데 적극적인데…. “내게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완전한 무조(無調)음악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음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음악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연주가로 성공하고 싶은 젊은 음악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연주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음악가의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실내악과 사랑에 빠졌고,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지휘하고 연주할 때 그때의 경험을 이용합니다. 또 젊은 연주가들은 가급적 많은 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제 스승 긴골드는 항상 ‘여러 사람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서울시향은 벨과의 협연 외에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근대 관현악의 방향을 바꾼 기념비적인 두 곡을 연주한다. 1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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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휘자 김은선 “베를린 필 어떤 색깔 낼지 궁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활약해온 지휘자 김은선 씨(43·사진)가 독일의 대표적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 정기연주회에 내년 4월 데뷔한다. 그는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니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 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 협연으로 쇤베르크의 ‘기대’를, 메인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SFO 음악감독실에서 9일 전화를 받은 그는 “내년이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 초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의미 깊은 콘서트를 지휘하게 되어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기대’는 구조가 복잡하고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표현한 곡인 만큼 해석하기 쉽지 않죠. 열심히 연구하면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차례 지휘해온 곡이어서 베를린 필이 어떤 색깔을 낼지 매우 궁금해요.” 김 씨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가 2011년 프랑스 리옹 오페라를 지휘할 당시 그의 보조지휘자로 활동했다. 2021년 SFO 음악감독 취임 직전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페트렌코는 악보를 절대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한밤중에 내일 아침 연습 전에 이런 지시사항들을 악보에 적어두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페트렌코가 이번 베를린 필 데뷔에 대해 축하나 당부 메시지를 전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일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유럽 악단 중 보수적인 편으로 통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82년 처음 여성 단원을 입단시켰으며 올해 2월 처음으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김 씨는 2019년 12월 SFO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2021년 취임)되면서 미국 주요 직위에 오른 동양인 여성 지휘자로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해 프로 지휘자 데뷔 이후 첫 국내 무대를 가졌다. 그는 내년 2월 23일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메인 곡은 두 달 뒤 베를린 필과 같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이다. 그는 “본디 2020년 12월에 뉴욕 필에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늦춰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2∼4월 중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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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 필 지휘 데뷔’ 김은선 “뜻깊은 쇤베르크 150주년 기뻐”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활약해 온 지휘자 김은선 씨(43)가 독일의 대표적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 정기연주회에 내년 4월 데뷔한다. 그는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니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 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 협연으로 쇤베르크 ‘기대’를, 메인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SFO 음악감독실에서 9일 전화를 받은 그는 “내년이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 초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의미깊은 콘서트를 지휘하게 되어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기대’는 구조가 복잡하고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표현한 곡인만큼 해석하기 쉽지 않죠. 열심히 연구하면서 자신감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차례 지휘해온 곡이어서 베를린 필이 어떤 색깔을 낼 지 매우 궁금해요.” 김 씨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가 2011년 프랑스 리용 오페라를 지휘할 당시 그의 보조지휘자로 활동했다. 2021년 SFO 음악감독 취임 직전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페트렌코는 악보를 절대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한밤중에 내일 아침 연습 전에 이런 지시사항들을 악보에 적어두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페트렌코가 이번 베를린 필 데뷔에 대해 축하나 당부 메시지를 전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일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유럽 악단 중 보수적인 편으로 통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82년 처음 여성 단원을 입단시켰으며 올해 2월 처음으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김 씨는 2019년 12월 SFO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2021년 취임)되면서 미국 주요 직위에 오른 동양인 여성 지휘자로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해 프로 지휘자 데뷔 이후 첫 국내 무대를 가졌다. 그는 내년 2월 23일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메인 곡은 두 달 뒤 베를린 필과 같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이다. 그는 “본디 2020년 12월에 뉴욕 필에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늦춰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2~4월 중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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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외탕 협주곡 5번, 아름다운 선율·강렬함 담겨… 작은 오페라 같아”

    조슈아 벨(56)의 이름은 1990년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의 상징이었다. 1988년 데카 레이블로 내놓은 브루흐와 멘델스존의 협주곡 앨범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음반을 쏟아내며 그래미상만 네 차례를 수상했다. 이후 지휘자로 변신해 2011년 영국 명문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두 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그가 2018년 ASMF를 이끌고 내한한 뒤 5년만에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데뷔 무대로 18, 19일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호흡을 맞춰 쇼숑 ‘시(詩)’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가 느낄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두 곡에 대해 설명한다면.“19세기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습니다. 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을 담고 있죠. 느린 악장은 길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연상시킵니다. 쇼숑의 ‘시’는 딱 그 제목 같은 곡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를 위해 작곡한 작품인데 내 스승 요제프 긴골드는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쇼숑의 제자였으니 저와 꽤 인연이 있는 셈이죠.”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함께 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ASMF의 음악감독이 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 전에도 이 앙상블을 반 세기동안 이끌었던 네빌 마리너 경의 지휘로 자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저와는 오래된 음악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여러 지휘자와 (한 예를 들자면)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했지만 이 곡을 지휘자로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독주자로서 연주하는 방법도 변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현대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의뢰하는데 적극적인데.“내게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완전한 무조(無調)음악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음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음악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연주가로 성공하고 싶은 젊은 음악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젊은 연주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음악가의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실내악과 사랑에 빠졌고,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지휘하고 연주할 때 그때의 경험을 이용합니다. 또 젊은 연주가들은 가능한 많은 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제 스승 긴골드는 항상 ‘여러 사람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서울시향은 벨과의 협연 외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근대 관현악의 방향을 바꾼 기념비적인 두 곡을 연주한다. 1만~12만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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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의 클래식感]옛 음악 연주 ‘세력전쟁’, 음악팬은 즐겁다

    “하이든 시대에 어떻게 연주하는 게 옳았다는 판단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두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그들만’ 하이든을 연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 교향곡 96번과 104번을 지휘한 이 악단 수석지휘자 파보 예르비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전문가’란 누구일까. 1830년대 바이에른 궁정 오케스트라의 플루티스트였던 테오발트 뵘은 금속세공사였던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아 플루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손에서 플루트는 여러 키(key)로 덮인 악기가 됐다. 연주가 간편해지고 반음계가 정확해졌으며 소리도 커졌다. 오보에와 클라리넷 등 다른 목관악기도 이와 비슷한 키 장치를 이어받았다. 트럼펫이나 호른 같은 금관악기들도 밸브 장치가 달리면서 예전보다 많은 음을 낼 수 있게 됐고 강력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전 악기들이 공예품이었다면 새 악기들은 기계였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는 양 창자를 말려 꼰 기존의 현이 강철 현으로 대체됐다. 팀파니 같은 타악기도 크기와 장력이 커졌다. 이런 일들이 1840년대에서 19세기 후반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는 훨씬 강력한 음향이었다. 음악사에서 당시는 모험의 시기이기도 했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중세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종합예술’ 음악극을 꾀했고, 강력해진 악기들은 그가 원하는 음향에 맞았다. 산업혁명으로 부유해진 상공인 계층이 콘서트를 채우면서 연주회장의 규모도 커졌다. 새로운 음악과 악기, 극장은 서로를 필요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는 벨기에를 중심으로 고악기 연주 운동이 일어났다. 정격(正格) 연주, 역사주의 연주 등 명칭은 갖가지지만 이들은 당시 잘 연주되지 않던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하이든에서 베토벤에 이르는 18세기 말∼19세기 초 고전주의 시대 음악까지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연구해 손대기 시작했다. 예르비가 말한 ‘전문가’들이다. 1970, 80년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고음악 아카데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이끄는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등은 하이든 모차르트 등의 레퍼토리에서 기존의 악단들이 차지하던 영역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주하는 게 옳고 저렇게 연주하는 건 그르다는 식의 판단이 넘쳐나면서 현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하이든 교향곡 같은 곡을 프로그램에 올리기를 겁먹게 됐죠.”(파보 예르비)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존 엘리엇 가드너 같은 고악기 지휘자들은 낭만주의 시대인 19세기 중반 멘델스존, 슈만에까지 손을 뻗쳤다. 악기의 혁신이 일어나기 직전 작곡가들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100년 전까지 오케스트라 현악 연주자들은 비브라토(떠는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며 20세기 초반 말러의 교향곡까지 연주하고 나섰다. 이 움직임들에는 조금씩 근대의 음악으로 영역을 넓혀온 역사주의 음악가들과 기존 현대 지휘자들 사이 ‘세력 전쟁’의 냄새가 난다. 이달 서울 예술의전당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도 그 전장 한가운데 있다. 그도 19세기 후반 브루크너와 말러의 작품을 지휘한다. 그는 “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오늘날과도 다른 소리를 낸다. 말러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 쉬츠나 바흐의 음악을 잘 알았고 나는 20세기 스트라빈스키 음악까지 잘 안다”고 말한다. 음악 팬들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칼 같은 고증에 의한 연주부터 현대 오케스트라의 관습을 백 퍼센트 따른 연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음악에서 출발한 헤레베허나 현대 오케스트라에서 출발한 예르비 모두 일종의 ‘절충주의’를 택하고 있다. 옛 연주법을 살리되 효과가 제대로 살지 않는 부분은 현대 악기와 연주법을 응용한다는 개념이다. “어떤 연주법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옳은’ 것보다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파보 예르비의 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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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로의 성자’ 페레니, 5년 만에 한국 팬 만난다

    ‘첼로의 성자’ ‘첼리스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의 직계 제자’…. 헝가리 첼리스트 페레니 미클로시(75)를 꾸미는 수식어들이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하며 잊히지 않는 기억을 심어준 그가 5년 만에 내한해 리사이틀을 갖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주최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월 11, 14일 두 차례 베토벤 첼로소나타 5곡 전곡을 비롯한 베토벤의 첼로 작품들을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와 함께 들려준다. 페레니는 1963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파블로 카살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카살스가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계속해서 초청하며 그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부터 5년 동안 카살스 선생님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고 회상했다. 1974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음악원 교수로 임용된 후 국내외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수많은 제자를 육성했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리사이틀을 펼치는 한편 2013년 사이먼 래틀 경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순회공연에 동행하는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과 협연해 왔다. 그의 연주를 특징짓는 큰 주제어들은 ‘순수함과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운 기교’다. 음색에서부터 온화한 인간미가 흘러나오며, 가식이나 꾸밈없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극히 기교적인 부분에서조차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한 천의무봉(天衣無縫)한 매력이 그의 열혈팬들을 만들어왔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소식지 월간 SPO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악보의 음표에서 시작한다. 음표를 들여다보면 순수하고 아무것도 더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음표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길을 찾는다. 나는 음표들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11일 베토벤 첼로소나타 1, 3, 4번과 ‘아가씨냐 귀여운 아내냐’ 주제에 의한 변주곡, 14일 첼로소나타 2, 5번과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첼로로 연주하는 호른 소나타 F장조를 들려준다. 두 변주곡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노래를 주제로 베토벤이 작곡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콜린스는 1999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일랜드 피아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물. 지난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페레니와 듀오 무대를 가진 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페레니가 두 차례 녹음한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도 이 레퍼토리의 대표 음반으로 주목받아 왔다. 1997년에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란키 데죄와 훙가로톤 레이블로 전집을 내놓았고, 2004년 헝가리 출신 영국 피아니스트 시프 언드라시와 ECM 레이블로 두 번째 전집을 발매했다. 첫 전집은 디지털 시대 동유럽에서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의 대표 앨범으로 인정받았고, 두 번째 전집은 ‘리드미컬한 정확함과 넓은 강약 대비, 거장적인 해석’을 인정받으며 이듬해 칸 클래식상을 수상했다. 2만∼9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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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차르트-베토벤 교향곡, 당시 악기로 명료한 연주”

    대표적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인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로 내한한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란 19세기 중후반 악기와 연주법의 혁신이 일어나기 이전의 음악을, 그 곡이 작곡되던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는 2006년 첫 내한 이후 네 번째다.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1991년 프랑스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이 악단을 이끌어온 헤레베허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벨기에인인 그는 의학을 공부하던 1970년에 역사주의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며 본격적 지휘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웅대하고 격동적인 교향곡 두 곡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교향곡은 모두 계몽주의와 희망,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죠. 오늘날 세계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명료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대악기 연주에 사용되는 거트현(강철 현이 등장하기 전 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은 각 음표를 명료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옛 춤곡이나 표현적인 접근에 적합합니다. 또한 대위법(여러 선율이 독립적으로 펼쳐지며 조화를 이루는 작곡 기법)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20세기 역사주의 악단들이 르네상스에서 19세기 중반 이전의 작품을 연주해 왔던 데 반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19세기 후반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그 이전 시대와도 다르지만 오늘날의 관악기와도 다릅니다. 그 시대의 관악기로 연주하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대부분 현대 악기와 옛 악기를 모두 훌륭하게 다룹니다. 브람스나 말러 같은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인 샤인이나 쉬츠, 바흐의 음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을 잘 알고 싶다면 바흐, 샤인, 쉬츠의 악보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브람스의 어떤 작품들은 낭만적인 화성이 있는 쉬츠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저도 노래를 했기 때문에 이 음악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바흐뿐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 심지어 20세기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 음반 레이블 ‘PHI’를 갖고 있습니다. 이 음반사 및 다른 레이블을 통해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이나 R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같은 곡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 곡들의 좋은 연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예전 내한 연주에서 받은 인상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한국 청중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하죠. 매우 활기차고 젊고 교양 있는 관객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과 통영 등에 훌륭한 연주회장들도 있고요. 곧 다시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17일 콘서트 4만∼18만 원, 20일 6만∼1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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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음악의 대가’ 헤레베허 “옛 음악 연주에는 명료함이 가장 중요”

    이 시대의 대표적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인 필립 헤레베허 지휘로 내한한다. 2006년 첫 내한 이후 네 번째 무대다.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란 19세기 중후반 악기와 연주법의 혁신이 일어나기 이전의 음악을, 그 곡이 작곡되던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1991년 프랑스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이 악단을 이끌어온 헤레베허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벨기에인인 그는 의학을 공부하던 1970년에 역사주의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며 본격적 지휘 활동에 뛰어들었다.―이번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웅대하고 격동적인 교향곡 두 곡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교향곡은 두 곡 모두 계몽주의와 희망,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죠. 오늘날 세계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요.“명료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대악기 연주에 사용되는 거트현(강철 현 등장 이전 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은 각 음표를 명료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옛 춤곡이나 표현적인 접근에 적합합니다. 또한 대위법(여러 선율을 독립적으로 펼쳐지며 조화를 이루는 작곡 기법)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20세기 역사주의 악단들이 르네상스에서 19세기 중반 이전의 작품을 연주해왔던 데 반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19세기 후반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그 이전 시대와도 다르지만 오늘날의 관악기와도 다릅니다. 그 시대의 관악기로 연주하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대부분 현대 악기와 옛 악기를 모두 훌륭하게 다룹니다.브람스나 말러 같은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인 샤인이나 쉬츠, 바흐의 음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을 잘 알고 싶다면 바흐, 샤인, 쉬츠의 악보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브람스의 어떤 작품들은 낭만적인 화성이 있는 쉬츠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저도 노래를 했기 때문에 이 음악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바흐 뿐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 심지어 20세기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개인 음반 레이블 ‘PHI’를 갖고 계십니다. 이 음반사 및 다른 레이블을 통해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이나 R 시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같은 곡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이 곡들의 좋은 연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습니다.”―예전 내한 연주들에서 받은 인상들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한국 청중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하죠. 매우 활기차고 젊고 교양 있는 관객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과 통영 등에 훌륭한 연주회장들도 있고요. 곧 다시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17일 콘서트 4만~18만원, 20일 6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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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당신의 아픔 오래 바라보다 이 세상의 아픔을 보았다

    아내가 낯설어졌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던 아내였다. 그러던 아내가 폭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삼켜 실려 가는가 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간염이 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거듭됐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걸린 아내를 20년 동안 돌봐온 남편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때로 대면하기 힘들 만큼 처참하다. 그러나 그 마음의 폐허에서 저자는 희망을 길어 올린다. 아내의 병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그 배경에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내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고 어머니는 “너만 없으면 이혼할 텐데”라며 딸을 장애물 취급했다. 폭식은 마음의 상처로부터 도망치는 행동이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했고, 그에게 습격당하는 환각에 시달렸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졌다. “빚이나 실업으로 갈 곳 잃은 이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 변화는 결실도 안겨주었다. 진료비 체납 급증 실태를 심층 취재해 인정받은 것이다. 저자가 처한 상황을 회사는 이해했고, 그는 아사히신문 빈곤저널리즘 전문 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기자답게 의료 현실에 대한 고발도 빼놓지 않는다. 간 기능장애로 인한 발작 같은 심각한 상황이 와도 일반 병원에서는 “정신병원에 가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병원이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손쉬운 답은 ‘가둬서 보이지 않게 한다’는 ‘수용(收容)주의’였다.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단지 튀어나오지 않게 억누를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서 많은 것이 이식된 한국은 어떨까. 보호자에 대한 조언도 따른다. 아내의 알코올 의존증이 깊어지자 저자는 토사물을 치우고 몸을 씻겨주고 아내가 할 일을 대신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조언을 듣고서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있어도, 일거리가 밀려도 놔두어 스스로 그 결과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사람이었다. 힘들 때면 “아내가 간경변이 악화돼 죽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늘 사이 햇살이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다면 긴 터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퇴원한 아내가 새해 첫날 떡국을 끓이자 저자는 동글동글한 떡을 먹으며 ‘이걸로 일주일은 버티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부부의 근황은? 아내는 술을 끊었다. 간단한 취미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저하증은 진행 중이다. 최근 일을 잘 잊지만 ‘싫은 일도 금방 잊으니까’라며 저자는 밝은 쪽을 본다. 제목의 서바이버(Survivor·생존자)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삶을 포기하는 듯했던 아내의 행동들이 오히려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저자는 느낀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살려고 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어른이 되어 입은 성 피해, 그런 고난을 이겨내려면 과식이나 술 같은 진통제가 필요했다.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동료 기자가 제안해 신문 디지털판에 연재한 내용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데는 ‘괜찮아. 전부 써도 돼’라는 아내의 격려가 결정적이었다. 연재물은 1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지 않은 반향을 얻었다. 책을 끝맺는 말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같이 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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