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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를 종종 본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47)는 단연 최강이다. 논문의 수와 품질에서 압도적이다. 박 교수는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증, 심장판막(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문) 질환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 저널에 이 분야의 논문을 300여 편 발표했다. 그중 200여 편에 이른바 ‘주 저자’인 제1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요즘도 박 교수는 매년 20∼30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라 부른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의사 의사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저널이 있다. “이 저널에 논문을 한 번이라도 올리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바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다. 박 교수는 이 NEJM에 지금까지 6편의 논문을 올렸다. 그중 2편은 주 저자다. NEJM과 함께 세계 3대 임상 저널로 꼽히는 ‘자마(JAMA)’에도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유학 중 전 세계의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15만 명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이 논문을 완성했다. 이 저널에 국내 심장의학자의 논문이 등재된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교수는 심장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평가받는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도 논문을 올렸다. 연구 결과가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관상동맥(심장동맥)의 ‘좌주간부’란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근육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해야 했다. 박 교수는 스텐트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실제 효과도 같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심장 질환자에게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박 교수가 세계 처음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용량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미국에서 90mg을 쓰는 신약의 경우 같은 용량을 한국인에게 투여했더니 내부 출혈 확률이 높아졌다. 박 교수는 이 약의 용량을 60mg으로 줄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 실적이 뛰어나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2012년에는 미국심장학회(ACC)로부터 ‘올해의 최고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전 세계 심장학자 중에서 최근 5년 동안 업적이 뛰어난 1명을 선정한다. 박 교수는 아시아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이 상을 탔다.○ “80세 이상도 거뜬히 판막 시술”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증, 판막 질환 모두 고령화하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판막 질환은 최근 조기 진단이 많아지면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앞의 두 질환과 달리 판막 질환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 있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역류할 수 있다. 호흡 곤란, 흉통이 나타나며 실신하기도 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병은 상당히 진행된 후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미리 해 두는 게 좋다. 심전도 검사로는 발견하기 힘들다. 대동맥은 좌심실과 연결돼 있다.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는 통로다.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 혈액 공급이 어려워지니 당장 호흡 곤란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증세를 ‘늙어서’ 생긴 거라 잘못 알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는 데 있다. 6개월 전 박 교수를 찾은 97세의 A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할머니는 잠을 못 잘 정도로 호흡 곤란에 시달렸다. 동네 병·의원에 가봤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대동맥판막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 박 교수는 스텐트로 인공판막을 집어넣는 ‘타비 시술’이란 것을 시행했다. 놀랍게도 호흡 곤란 증세가 싹 사라졌다. A 할머니는 3일 만에 퇴원했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850명에게 타비 시술을 시행했는데, 대부분이 80대 이상이다. 시술 성공률은 98%.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상당히 고가라는 것은 단점이다.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연결되는 판막(승모판막)이 닫히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정맥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역류한다. 가슴을 열지 않고 느슨한 판막을 클립으로 꽉 조여 주는 스텐트 시술(마이트라 클립 시술)이 지난해 국내에 도입됐다. 박 교수는 올 1월, 82세의 고령 환자를 상대로 국내 첫 시술에 성공했다. ○ “99%의 실패보다는 1%의 성공을 믿어” 박 교수는 환자들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반드시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을 환자에게 전파한다. 절망적인 상태가 99%라 하더라도 나머지 1%를 믿고 싸워보자고 환자 가족에게 말한다. 환자를 대하는 이런 자세, 계기가 있었단다. 전임의 2년차 때였다. 박 교수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 새벽 아내가 집 안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임신중독 증세로 고생하던 중이었는데, 급성뇌중풍(뇌졸중)이 찾아온 것. 급히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응급 처치를 했지만 몸의 반쪽이 마비가 돼 버렸다. 의사가 말하기를, 다시 좋아지기는 힘들단다. 청천벽력이었다.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의사는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팩트’만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한 덕분에 아내는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임신에도 성공했다. 그때 낳은 아기는 올해 20세가 됐다. 박 교수는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 가족의 희망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며 긍정적 소통이 환자와 가족의 투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금연은 필수… 의사 처방에 꼭 따라야 꾸준한 유산소운동-긍정적 사고 도움” ▼박 교수가 말하는 협심증-심근경색증 예방법 수도관을 오래 쓰면 내부에 찌꺼기가 쌓인다. 찌꺼기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돗물이 졸졸졸 나오게 된다. 협심증이 이와 비슷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2명 중 1명꼴로 협심증 위험인자인 동맥경화 증세가 나타난다”며 “미리 병을 발견해 대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자 중에는 평생 운동을 열심히 했고, 흡연도 하지 않으며, 고혈압이 없는데도 협심증 환자인 경우가 꽤 있다. 꽉 막혔던 수도관이 터져 버릴 수도 있다. 협심증을 방치했을 때 급성심근경색증이 이런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세를 미리 알아두고 대처해야 한다. 협심증은 활동할 때 통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계단을 빨리 오르거나, 빨리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 가파른 산을 오를 때 흉통이 생긴다. 때로는 목으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단, 활동을 멈추고 쉴 때는 통증이 사라진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계속된다. 10분 이상 식은땀이 나면서 가슴이 터져나갈 듯이, 혹은 칼로 베는 듯이, 혹은 치아가 빠져나갈 듯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급성심근경색증을 의심해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 예방법은 없을까. 생활습관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일단 흡연이 가장 큰 위험인자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 둘째, 의사의 처방을 꼭 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을 치료 목적으로 먹다가 큰일 날 수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고 말했다. 셋째,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적게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긍정적 사고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병에 걸린 후 불안해하는 환자보다는 병을 이길 수 있다며 씩씩한 환자들의 치료가 실제로 훨씬 잘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내 바이오벤처 엔케이맥스가 글로벌 제약사 머크 및 화이자와 공동으로 면역항암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엔케이맥스는 “자사의 면역항암제 ‘슈퍼NK 자가 면역항암제’와 머크와 화이자의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를 함께 투입하는 공동 임상시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암 치료에는 한 종류의 약을 투입하는 단독요법과 여러 약을 동시 투입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병행요법이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두 약물을 함께 투입할 때의 치료 효과를 알아보려는 것. 암 종류와 상관없이 기존 치료제에 효과가 없는 암 환자 18명을 선정해 이달 중 미국 현지에서 시작한다. 엔케이맥스의 슈퍼NK 자가 면역항암제는 높은 순도의 NK세포(자연살해세포)를 대량 배양해 만든 항암제다. 바벤시오는 머크와 화이자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대형 글로벌 제약사의 ‘콜라보(컬래버레이션) 항암제’여서 출시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두 약물의 병행치료법에 대한 특허권은 엔케이맥스와 머크-화이자가 공동 소유한다.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넘기는 사례는 적지 않다. 하지만 공동 임상시험을 통해 약효를 검증하고, 특허권을 공동 소유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번 치료법의 효과가 좋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최소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엔케이맥스의 미국 자회사인 엔케이맥스 아메리카 폴 송 부사장은 “슈퍼NK 자가 면역항암제는 순도 높은 NK세포의 활성도를 크게 높여 암 세포 살상력을 80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라며 “바벤시오와 함께 투입할 때 항암 치료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슈퍼NK 자가 면역항암제에 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투입하면 치료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엔케이맥스 박상우 대표이사는 “ASCO 발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현재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손발 바닥에 잘 생기는 암이 있다. 손톱과 발톱에도 이 암은 발생한다. 흑색종이다. 한국에서는 흑색종 환자의 상당수가 이 부위에 암이 생긴다. 흑색종은 피부암의 일종이다.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등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악성 흑색종이 가장 치료가 어렵다. 서양에서는 흑색종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 자외선이다. 자외선에 노출된 피부에서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암이 생긴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원리로 흑색종이 발병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발과 양말로 꽁꽁 감싼 발끝까지 자외선이 미쳐 암을 유발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 “환자 피부 최대한 살릴 수 있게 수술”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외과 교수(44)는 피부종양과 피부질환을 전문으로 다룬다. 노 교수 환자의 40%가 종양 환자다. 노 교수는 “발가락이나 발바닥에 가해진 만성적 자극, 혹은 외상이 원인이 돼 흑색종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의학자들이 그동안 ‘임상적으로’ 밝혀낸 사실인데, 명백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노 교수는 과학적으로 원인을 찾으려 한다. 지난해 말부터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다. 흑색종 세포를 쥐의 등, 발바닥, 혓바닥 등에 투입한 뒤 경과를 살피고 있다. 실험 결과는 2년 후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한국형 흑색종’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밝혀낼 수도 있다. 1990년대 이전만 해도 피부암은 한국인에게 생소한 질병이었다. 흑색종에 걸리면 발을 절단했다. 이런 치료법이 옳을까. 노 교수는 전공의 시절이던 2006년, 이와 관련한 논문을 국제 저널에 게재했다. 흑색종 환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발을 절단한 그룹과, 보존 치료를 한 그룹으로 나눠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내용이다. 무턱대고 발을 절단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보존 치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암에 걸린 부위 주변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광역절제술’이다. 둘째가 ‘모즈수술’인데, 개발자인 미국 외과 의사 모즈의 이름을 땄다. 노 교수는 모즈수술을 선호한다. 수술과 검사를 동시에 하는 방법이다. 암 주변 부위를 좁혀서 조직을 떼어내 1차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 결과 암 세포가 더 퍼져 있을 것으로 의심되면 부위를 더 넓혀 조직을 추가로 떼어낸다. 이런 식으로 짧게는 2, 3회, 길게는 5, 6회 조직을 떼어내고 검사하는 것을 반복한다. 치료 시간이 다소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피부를 최대한 살려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흑색종의 양상이 서양과 다르기에 한국형 치료법도 달라야 한다. 노 교수는 2015년, 서양 흑색종 치료제가 한국인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28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서양의 약물이 한국인에게는 효과가 없었던 것. 최근 여러 암 치료에서 두드러지게 성과를 내는 면역치료제도 마찬가지다. 서양 흑색종 환자에게는 50∼60%의 치료 효과를 보이지만 한국인에게는 20%에 불과하다. 한국인에게 적합한 약물 개발도 절실하다는 뜻이다. 노 교수는 “한국인의 피부암에 적합한 치료법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이와 관련한 몇몇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천성 모반도 수술 필요”선천성 모반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점이다. 노 교수의 환자 중 40% 정도가 선천성 모반 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찾아온다. 일반적으로 선천성 모반은 미용 목적의 치료로 여겨진다. 레이저 치료를 하는 의사들이 많다. 노 교수는 이런 치료법에 반대한다. 노 교수는 선천성 모반 환자 67명을 12년 동안 추적했다. 지난해 2월 그 결과를 국제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노 교수는 “놀랍게도 레이저 치료를 하면 5∼10년 후 다시 반점이 생기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2002∼2005년 치료했던 초등학생 환자 A 양이 대표적 사례다. 이 기간에 A 양은 레이저 시술을 15회 받았다. 반점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8년이 지난 후 재발했다. 노 교수는 “모반 세포가 깊이 뿌리박혀 있어 레이저가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수술 치료로 접근했다. 2014년 당시 10세 소녀 B 양은 뺨에 5cm 크기의 모반이 있었다. 노 교수는 모반 부위를 절개한 후 잡아당겨 봉합했다. 모반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이런 식으로 6개월마다 총 3회 수술을 했다. 그 결과 모반이 모두 사라졌다. 다만 수술 흉터가 남는 게 문제였다. 이 흉터가 얼굴 같은 곳에 그대로 남으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심하면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다. 흉터 치료가 단순한 피부 미용 분야가 아닌 이유다. 사실 노 교수는 수술 전부터 이 점을 감안한다. 흉터의 생김새를 예측하고 수술을 설계한다. 웃거나 찡그릴 때 나타나는 주름의 결에 따라 피부를 절개한다. 수술 후 한 달 이전에 흉터 치료를 시작한다. 먼저 상처 회복을 도와주는 테이프를 일주일 정도 붙인다. 그 다음에는 실리콘 겔 형태의 연고를 바른다. 이런 식으로 치료를 하다 보면 반점은 사라지고 선 형태의 흉터만 남는다. 바로 이때 레이저 치료를 한다. B 양도 마찬가지. 주름의 결에 맞춰 2회 레이저 치료를 했다. 지금은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실 흉터를 완벽하게 없애는 것은 현대의학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최대한 숨기는 것. 그게 가장 효과적인 흉터 치료인 셈이다.▼ 노 교수가 말하는 피부노화 방지법 ▼보습-자외선차단 중요비타민A 함유 크림도 꾸준히 바르면 효과 나이가 들어도 젊은 피부를 지킬 방법은 없을까. 노미령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외과 교수는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바르면 오히려 피부에 해가 될 수 있다. 꼭 해야 할 것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째, 피부 보습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 장벽의 기능이 약해지고 피지 분비량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고 회복 능력도 떨어진다. 따라서 수분과 유분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보습제를 꼭 발라야 하는 이유다. 둘째, 피부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자외선은 크게 UVA와 UVB로 나눈다. UVA는 하루 종일 피부로 달려들며 검게 만드는 주범이다. UVB는 햇살이 뜨거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강한데, 화상을 일으킨다. 자외선 차단제는 UVA와 UVB 모두를 막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 최소한 햇볕에 노출되기 30분 전에 발라야 한다. 자외선차단지수(SPF지수)와 상관없이 1∼2시간마다 덧바르는 게 중요하다. 셋째, 비타민A가 함유된 크림을 바르는 게 좋다. 비타민A가 활성화된 ‘트레티노인’이란 성분을 지속적으로 바르면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노화 개선에 도움이 된다. 노 교수는 “트레티노인 성분이 거칠어진 피붓결을 부드럽게 하고, 콜라겐 생성 속도를 높이며, 색소 침착을 막는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성분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이 ‘스티바A크림’이다. 이 약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따라서 의사와 상의한 후 선택해야 하며 대체로 3개월 이상 꾸준히 발라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속도로 다시 확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검토할 만큼 심각한 상황. 다중시설을 이용하는 게 두렵기까지 하다. 외출을 삼가고 집에 머무는 것이 감염을 막는 방법이다. 다만 운동 부족이 걱정이 된다. 오래 집 안에만 머물면 비만을 비롯해 각종 생활습관 병에 걸리기 쉽다. 만성질환자들 또한 증세가 악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슬기로운 집콕 운동생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선신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는 “집에서도 헬스클럽 못잖은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운동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의 도움을 받아 효과적인 집콕 운동법을 정리한다.》○ 운동 원칙을 지켜라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해야 한다. 크게 △유연성 운동(스트레칭)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으로 나눈다. 세 분야의 운동을 모두 할 수 없다면 스트레칭부터 시작한 뒤 종목을 늘려 나간다. 자신만의 ‘운동 루틴’을 만드는 게 좋다. 가급적 매일 동일한 시간대에 운동하자는 뜻이다. 집에서 운동하다 보면 느슨해지고 그 결과 2, 3일 운동했다가 슬며시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운동 시간과 종목을 미리 정해두고 매일 이행하라는 것. 처음부터 여러 운동을 하겠다고 욕심내는 건 금물이다. 꾸준함이 더 중요하다. 일단은 스트레칭을 포함해 30분 정도로 시작하되 차차 운동 시간을 늘리자. 운동 후 통증도 살펴야 한다. 통증이 2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스트레칭은 충분히몸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인대, 건, 관절, 근육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심장마비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동작마다 10초 정도를 유지하고 3회 세트로 하는 게 좋다. 효과를 높이려면 20∼30초로 늘리도록 한다. 아무런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 하나. 왼발로 선 상태에서 왼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오른발은 뒤쪽으로 빼고 오른손으로 붙잡는다. 이렇게 하면 등과, 들고 있는 발의 허벅지 안쪽 근육을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 팔을 길게 뻗으면 어깨도 부드러워진다①. 이 밖에 △양손을 머리 위에서 잡고 좌우로 몸을 굽히거나 △양발을 벌린 채로 상체를 굽혀 팔을 땅에 닿게 하거나 △양발을 벌리고 팔을 하늘로 들어올린 후 머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도 좋은 유연성 운동이다. 의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의자에서 1m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의자 등받이를 잡는다. 이어 상체를 90도 접으면서 몸을 쭉 늘려준다. 팔과 어깨, 등배가 펴진다. 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인 햄스트링도 충분히 풀어줄 수 있다.○ 근력 강화 운동우리 몸에는 ‘파워존(Power Zone)’이라는 게 있다. 무릎부터 어깨까지 우리가 힘을 쓸 때 가장 힘을 많이 내는 곳이다. 이 부위를 단련시키면 일상 생활은 물론이고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데도 무리가 없다. 런지, 스쾃, 플랭크는 하체와 함께 척추 주변의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런지는 선 자세에서 한 발을 앞으로 쭉 뻗어 굽혔다 되돌아가는 운동이다. 물병을 손에 쥐고 하면 운동 강도는 더 커진다②. 스쾃을 할 때는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엄지발가락이 15도 정도 바깥을 향하게 한다. 천천히 무릎을 굽혀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보통은 무릎을 90도까지 굽히는데, 초보자는 45도만 굽히거나 한쪽 벽을 짚고 해도 된다. 플랭크는 팔꿈치를 땅에 대고 엎드려 버티는 동작을 말한다. 보통 30∼60초 이상 지속해야 운동 효과가 커진다. 팔굽혀펴기는 팔과 가슴 근력을 키우는 대표적 운동이다. 초보자라면 무릎을 땅에 대거나 의자에 팔을 대고 하면 된다. 발을 의자에 올리고 팔굽혀펴기를 하면 강도가 커진다. 벽에 물구나무 선 채로 팔굽혀펴기를 하면 상당히 강도가 높아진다. 윗몸일으키기도 여러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 강도를 높이려면 상체를 들어올릴 때 발도 같이 든다. 초보자라면 의자 끝에 앉아서 다리만 펴서 들어올리는 식의 응용 동작도 해볼 만하다. 어떤 종목이든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15∼20회를 1세트로 하되 가급적 3세트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윗몸일으키기는 1세트를 30∼50회로 정한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경우 횟수와 세트 수를 줄여 시작하고, 차차 늘리도록 한다.○ 유산소 운동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대표적 유산소 운동을 집에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간이 협소한 탓도 있지만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층간소음을 내지 않으면서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첫째, 하버드 스텝이다③. 무릎 높이의 의자를 준비하자. 그 위에 올라섰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면서 오르내린다.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 천천히, 오래 하는 게 효과적이다. 10분 이상 하면 숨이 살짝 가쁘다. 숨을 고른 후 이어가면 된다. 다만 운동 효과를 내려면 속도를 낮추고 지속한다. 둘째, 스쾃 동작을 응용할 수 있다. 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팔은 머리 위로 올린다. 무릎을 굽힐 때 팔을 휘둘러 등 뒤로 뻗는다. 이때 무릎은 30도 정도만 굽혀도 좋다. 이른바 ‘PT 체조’의 동작과 비슷하다. 이 동작 또한 10분 정도 하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셋째, 달리기 동작을 응용하는 방법이 있다. 땅에서 발은 떼지 않고, 무릎 위만 달리는 동작을 취한다. 이 경우 상체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허리 운동 효과도 있다. 15∼20분 정도 해 주는 게 좋다. 김상훈 corekim@donga.com·양종구 기자}

KGC인삼공사는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교생을 위한 건강 케어 제품 ‘정관장 아이패스 H 100일 세트’ 에디션을 최근 출시했다고 밝혔다. 정관장 아이패스 H 100일 세트는 기존의 ‘정관장 아이패스 H’를 재구성한 기획세트다. 정관장 아이패스 H는 국내산 6년근 홍삼을 주원료로 칼슘 등의 영양성분도 함유한 제품이다.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고교생의 면역력 증진과 피로 해소 및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정관장은 “수업시간이 단축되는 등 여러 이유로 많은 고교생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고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 세트를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정관장은 이와 함께 ‘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부캐(부캐릭터)’를 활용한 응원 이벤트도 마련했다.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본캐·본래 캐릭터)과 자유롭게 꿈을 찾는 모습(부캐)의 인증샷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정관장 아이패스 H 100일 세트와 ‘고등래퍼 이영지 모델 한정판 굿즈’ 등 다양한 경품을 증정한다. 인스타그램 아이패스 공식 SNS 계정에서 9월 4일까지 응모가 가능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로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한때 인터넷 공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다. 실제 효과를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학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 환자의 절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50)는 난소암 분야에서 명의 소리를 꽤 듣는다. 그러니 이 교수에게도 “구충제가 효과가 있냐, 없냐”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 교수는 관련 논문이 있는지를 찾아봤다. 원론적이거나 빈약한 수준의 논문 몇 편이 전부. 딱히 건질 게 없었다. 그렇다면…. 이 교수는 구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는지,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곧바로 동물실험에 들어갔다.》○ “구충제 항암 효과 검증 작업 중”이 교수는 먼저 실험용 쥐에서 암 세포와 정상 세포를 분리했다. 각각에 구충제 펜벤다졸을 투여했다. 놀랍게도 암 세포가 죽었다. 하지만 환호성을 지를 수는 없었다. 독성이 너무 강해 정상 세포까지 모두 죽었기 때문. 이러면 인체에 투입할 수 없다. 흡수율도 문제였다. 구충제가 장에서 흡수되는 비율을 따져보니 5∼10% 정도였다. 독성을 없앤다 하더라도 흡수율이 낮으니 치료제로서의 기능을 못 할 수 있다. 정맥 주사로 약을 투입하는 방식을 떠올렸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구충제가 지용성 성분이어서 혈액에 흡수되지 않았다. 이 교수가 얻은 잠정 결론. “독성 제거와 흡수율 제고라는 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 교수는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부터 찾아봤다. 나노 단위의 수용성 물질로 구충제 성분을 에워쌌다. 이렇게 하면 지용성이라도 혈액에 흡수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 실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교수 또한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 진료만으로도 벅찰 텐데 굳이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가 뭘까. 이 교수는 “암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도전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난소암, 견디며 이겨내는 질환”이 교수에 따르면 난소암은 무척 까다로운 암이다. 1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90%를 넘지만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다른 종류의 암보다 전이가 잘되며 그 속도도 빠르다. 이런 성질 때문에 환자의 80% 정도는 3기 이후에 발견된다. 재발 확률도 다른 암보다 높다. 이 때문에 난소암의 5년 평균 생존율은 50% 안팎으로 떨어진다.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로 1차 치료를 한다. 이어 항암 치료를 하는데, 보통 6회가 기본이다. 항암 치료의 비중이 높은 편. 그만큼 ‘좋은 약’이 절실하다. 다행히 표적치료제가 다양해져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찾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재발했을 때도 해법은 ‘새로운 약’에 달려 있다. 약을 찾으면 환자를 살릴 수 있다. 3년 전 이 교수를 찾아온 60대 초반의 A 씨가 그런 사례다. A 씨는 그보다 3년 전에 난소암 수술을 받았고 30회 정도 항암 치료를 했다. 별 효과가 없었다. 이 교수는 다시 수술했고, 환자에게 적합한 약을 찾아내 투여했으며, 방사선 치료도 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A 씨의 몸에서 암이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A 씨는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상태. 이 교수는 “난소암은 견뎌내는 병이다. 포기하지 않으면 새로운 약물이 나와 치료가 가능해진다. 포기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15년째 새로운 약 찾기에 도전”결국 새로운 약을 찾아내는 게 관건. 이 교수는 구충제 동물실험만 한 게 아니다. 2005년부터 부인암 치료제 연구를 계속하고 매년 3, 4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실험용 쥐 혹은 사람의 세포를 쥐에 이식한 ‘인간유래동물모델’로 연구한다. 성과도 꽤 있다. 무좀 치료제의 특정 성분이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원리를 암 세포에 적용하면 암 세포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정 위장약의 성분이 암 세포 주변의 산성도가 높아져 약이 잘 듣지 않는 항암제 내성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3년 전에는 세포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암이 퍼질 때 생겨나는 특정 단백질을 죽이는 면역 세포 치료제였다. 안타깝게도 신약 후보 물질의 독성이 강해 연구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모든 연구가 성공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이 교수는 포기하지 않는다.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고 언젠가는 약으로 만들어내겠단다. 이 교수는 요즘도 바이오 벤처와 공동으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순항 중. 동물실험을 조만간 끝내고, 5년 이내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조기발견이 최선… 골반 초음파 등 매년 부인과 검진 바람직 ▼이교수가 말하는 부인암 예방법 난소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은 모두 여성 생식기에 걸리는 암이다. 이 셋을 합쳐 부인암이라 부른다. 난소암에 비하면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암은 비교적 수월한 암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정원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두 암 모두 자궁에 생기지만 발생 원리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입구인 경부에 생기는 암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70∼90%에 이른다. HPV 바이러스 백신을 맞으면 예방이 가능한 것이 특징. 실제로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면서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많이 낮아졌다. 따라서 HPV 예방 접종이 암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9∼26세가 접종 대상이며 일반적으로 3회 접종을 하면 면역력이 생긴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안쪽에 생기는 것으로, 성호르몬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50대 폐경 이후 많이 발생하지만 미혼 여성과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 비만 여성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 교수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이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결혼 연령대가 늦어지면서 30, 40대에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질 출혈은 자궁내막암의 위험 신호다. 하혈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두 자궁암 모두 조기에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자궁경부암 환자의 80%가 1기에 발견된다. 그 덕분에 5년 생존율도 비교적 높다. 다만 발견이 늦어지면 자궁을 적출해야 할 수도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항암 치료도 받아야 한다. 생존율도 크게 떨어진다. 이 교수는 “결국 일찍 발견하는 게 핵심이다. 매년 골반 초음파와 자궁경부세포 검사 같은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평생 기억에 남을 환자. 의사라면 그런 ‘인생 환자’가 한 명씩은 꼭 있다. 정규하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39)는 레지던트 때 주치의를 맡았던 한 살배기 뇌경색 환자를 떠올렸다. 응급실로 실려 왔을 때 그 아이의 뇌는 이미 절반이 막혀 있었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기에 가능한 모든 치료를 동원했다. 급기야 마취제를 강력하게 써서 일시적으로 모든 대사를 중단시켰다 재가동하는 ‘코마 치료’까지 시행했다. 생사를 넘나든 일주일이었다. 그 기간 내내 정 교수는 아이의 곁을 지켰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성인도 견디기 힘든 그 치료를 아이는 견뎌냈다.》 이후 몇 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2년이 지났다.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병실로 걸어 들어왔다. 마비 증세도 보이지 않았다. 정 교수는 “그때의 풍경이 선하다. 그저 살아주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현재는 뇌종양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아이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뇌종양은 끈질기게 치료해야 하는 병” 정 교수는 고교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한 후로는 뇌 과학에 빠졌다. 신경외과를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생 환자 스토리는 뇌경색 치료 과정에서 탄생했지만, 그 이후 정 교수는 뇌종양을 전공으로 삼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뇌종양은 생존율이 40∼50%로 낮은 질병이다. 재발률도 5∼10%로 높은 편이다.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는 양성과 악성 뇌종양으로 나눈다. 양성 뇌종양은 일단 암은 아니다. 대부분 천천히 자란다. 아예 자라지 않을 수도 있어 일단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수술이 용이한 부위라면 수술로 1차 치료를 끝내기도 한다. 다만 양성이라 하더라도 신체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하기도 한다. 일부 양성 종양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양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생겼다면 악성만큼이나 위험하다. 이 경우 악성에 준하는 치료를 한다. 악성 종양이라면 당장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암 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를 곧바로 시행한다.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머리를 열 수도 있고, 코로 내시경을 삽입할 수도 있으며 방사선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한다. 종양이 있는 부위에 따라 수술 방법도 다양하다. 때로는 수술 도중에 환자를 깨워 반응을 살피는가 하면 뇌파 분석을 병행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뇌종양은 몸에 나타나는 증상도 다양해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판정을 받으면 굳게 마음먹고, 끈질기게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병이 꽤 진행된 환자와 가족이 얼마나 더 사느냐고 물어올 때가 가장 괴롭다. 하지만 의사로서 최대한 노력할 테니 환자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빛 이용해 동시에 진단-치료 기술 개발”정 교수는 “뇌종양 치료의 국제 가이드라인은 ‘최대 안전 절제’다”라고 말했다. 뇌종양이 의심되면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절제하라는 뜻. 정 교수는 “이게 쉽지 않다. 딜레마다”라고 말했다. 뇌의 기능을 최대한 살리려면 뇌를 많이 건드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암을 잡으려면 수술 부위를 넓혀야 한다. 이 경우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을까. 정 교수는 그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레지던트를 마친 후 KAIST 의과학대학원에 편입했다. 4년 동안 뇌종양 연구를 한 후 이학 박사가 됐다. 주로 나노 약물과 빛을 이용한 치료법을 연구했다. 그로부터 10년. 정 교수는 외부 기관과 함께 ‘빛을 이용한 동시 진단-치료’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빛으로 뇌종양을 진단하는 기술은 2010년대 중반에 국내에 도입돼 일부 병원이 시행 중이다. 원리는 이렇다. 우선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한다. 특정 파장의 빛을 뇌 부위에 쬐면 그 약물이 반응해 암세포를 형광물질처럼 빛나게 한다. 주변 조직에 흩뿌려진 작은 암 조직들도 빛난다. 이 원리를 더 발전시키면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특정 파장을 찾아내 쬐면 된다. 아직까지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정 교수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암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약물 외에도 첨단 광학 기술이 필요하다. 두 가지 모두 정 교수가 KAIST에서 연구한 분야다. 정 교수가 개발한 시스템은 현재 동물실험 단계다. 실제 임상에 적용된다면 진단과 치료, 모든 분야에서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언제 임상 적용이 가능할까. 정 교수가 말했다. “10년. 빠듯하지만 그 안에 시스템을 반드시 가동시키겠습니다.”▼ 멍 때리기와 새로운 도전으로 뇌에 적절한 휴식과 활력 줘야 ▼정 교수가 조언하는 뇌건강 관리법 뇌종양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따라서 뇌종양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예방법은 없다. 뇌의 어느 부위에 종양이 생기느냐에 따라 신체에 나타나는 증세도 다양하다. 종양이 시력중추를 누르면 시력이 떨어진다. 언어중추를 누르면 말이 어눌해진다. 운동중추를 누르면 운동 기능이 떨어지고, 소화중추를 누르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식이다. 증세만으로 자가 진단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6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한다는 게 힌트라면 힌트다. 결국 60세 이후에 갑자기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면 의사와 상담하고, 이후 뇌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다. 일반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아무런 예방법이 없는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뇌를 충분히 쉬게 하고, 뇌 건강을 챙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의학자들 사이에 나온다. 정규하 고려대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가급적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이른바 ‘멍 때리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하루에 5분 정도는 반드시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의자에 앉은 채로, 혹은 샤워하는 도중 눈을 감은 상태로 가만히 있는 식이다. 그 다음에 기지개를 켜면 훨씬 뇌가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정 교수는 “이런 식의 이완 작용이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뇌를 쉬게 해 줬으면 자극하는 것 또한 정 교수가 추천하는 방법. 정 교수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뇌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했다. 휴대전화로 콘텐츠를 즐긴다면 가끔은 평소에 관심이 없던 분야의 기사를 굳이 찾아서 읽는 것도 좋다. 생소함이 자극이 된다는 것. 음식을 먹을 때도 늘 먹던 것 말고 가끔은 새로운 것을 먹을 것을 정 교수는 권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42)는 전립샘암 분야에서 ‘유망주’로 꼽힌다. 하지만 조 교수는 “원래 이쪽 의사가 꿈이 아니었다”며 “예기치 않게 미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과정을 밟는다. 이후 전공을 택해 레지던트 생활을 한다. 조 교수가 마음에 담았던 전공은 비뇨의학이 아니었다. 인턴 마지막 달, 아버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짧은 머뭇거림 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전립샘암이란다.” 명색이 의사인데 전립샘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뭘 해야 하나. 조 교수는 기꺼이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비뇨의학을 선택했고, 전립샘암 연구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러 조 교수는 유망주가 됐다.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좋다. 수술이 잘됐고 암 세포도 사라졌다. 지금은 추적 관찰 중이다. ○호르몬 치료 후 수술로 효과 높여전립샘암이 생기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을 잡아먹고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립샘특이항원(PSA)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있으면 증가한다. 보통 PSA 수치가 4 이상(단위는 ng/mL)이면 암을 의심한다. 초기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주변 장기에 침투했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르면 1, 2기의 경우 전립샘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혹은 4기 이후로는 방사선 치료나 호르몬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주로 한다. 조 교수는 이 표준 치료 지침을 종종 따르지 않는다. 3기와 4기 환자들에게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 충남 천안에 사는 6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는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PSA 수치는 74였다. 검사해 보니 3기와 4기 사이의 전립샘암이었다. 정낭은 물론이고 직장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뼈로 전이가 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 교수는 먼저 고용량의 항호르몬제를 투입했다. 한 달 후 PSA 수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춰 9개월 동안 투입했다. PSA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달 PSA 수치가 0.6으로 높아졌다. 조 교수는 PSA 수치가 반등하는 이 시기를 수술할 타이밍으로 규정한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비뇨의학계에는 이 치료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결과가 썩 좋지 않아 항암 치료와 2차 호르몬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강행’한다. 조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단 몇 개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환자에게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급적 항암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치료하고 싶다. 호르몬제만 쓰면 무기력감이나 탈모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뭐든지 도전하는 ‘좌충우돌’형 의사요즘에는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많다. 조 교수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샘을 적출할 때 방법이 좀 다르다. 대부분 의사는 전립샘 적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접 장기인 방광을 밑으로 내린다. 조 교수는 방광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 밑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한다. 시야 확보도 더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전립샘암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소변이 새는 것인데, 방광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이처럼 자기만의 치료법을 늘 개발한다. 비뇨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외부 7개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벤처도 운영한다. 그 벤처 기업에서 전립샘 적출 후 나타나는 부작용인 발기부전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 시제품이 나오며 2022년에는 진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남성 피임기구도 개발 중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의사이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과학자”라고 말했다.▼ 조 교수가 권하는 전립샘암 예방법 ▼올리브유에 데친 토마토 섭취를… 골반근육 강화 케겔운동도 도움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매주 4회 이상 새벽에 수영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달째 수영장에 가질 못했다. 대면 접촉이 적은 필라테스를 배워볼 참이다. 필라테스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이런 일상적 운동이 전립샘 건강에 좋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추가로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데쳐 먹을 것을 권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의 조합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케겔 운동도 권했다. 케겔 운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성도 마찬가지로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며 실제로 전립샘 적출 수술 전후에도 케겔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케겔 운동은 서서 해도 되고, 앉아서 해도 되며, 누워서 해도 된다. 복부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괄약근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누워서 하는 경우를 보자.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다. 이어 배를 들어올리면서 괄약근 주변을 수축하고 내려놓으면서 이완한다. 5초 수축하고 5초 이완하며, 총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그래도 전립샘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직계에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확률은 5배 높아진다. 검진할 때 반드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42)는 전립샘암 분야에서 ‘유망주’로 꼽힌다. 하지만 조 교수는 “원래 이쪽 의사가 꿈이 아니었다”며 “예기치 않게 미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인턴 과정을 밟는다. 이후 전공을 택해 레지던트 생활을 한다. 조 교수가 마음에 담았던 전공은 비뇨의학이 아니었다. 인턴 마지막 달, 아버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짧은 머뭇거림 후에 충격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병원에 갔더니 전립샘암이란다.” 명색이 의사인데 전립샘암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평범한 자영업자로, 평생 자식 뒷바라지를 해 왔던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뭘 해야 하나. 조 교수는 기꺼이 전공을 바꾸기로 했다. 비뇨의학을 선택했고, 전립샘암 연구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러 조 교수는 유망주가 됐다. 다행히 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좋다. 수술이 잘됐고 암 세포도 사라졌다. 지금은 추적 관찰 중이다. ● 호르몬 치료 후 수술로 효과 높여 전립샘암이 생기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남성 호르몬의 영향이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을 잡아먹고 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립샘특이항원(PSA)은 암과 같은 질병의 위험이 있으면 증가한다. 보통 PSA 수치가 4 이상(단위는 ng/mL)이면 암을 의심한다. 초기 전립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주변 장기에 침투했거나 전이되면 생존율이 많이 떨어진다. 현재 국내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르면 1, 2기의 경우 전립샘을 들어내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3기 혹은 4기 이후로는 방사선 치료나 호르몬 치료, 혹은 항암 치료를 주로 한다. 조 교수는 이 표준 치료 지침을 종종 따르지 않는다. 3기와 4기 환자들에게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 충남 천안에 사는 60대 초반의 남성 A 씨가 대표적 사례다. A 씨는 대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PSA 수치는 74였다. 검사해 보니 3기와 4기 사이의 전립샘암이었다. 정낭은 물론이고 직장까지 암이 침투해 있었다. 뼈로 전이가 되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 교수는 먼저 고용량의 항호르몬제를 투입했다. 한 달 후 PSA 수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호르몬제의 용량을 낮춰 9개월 동안 투입했다. PSA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달 PSA 수치가 0.6으로 높아졌다. 조 교수는 PSA 수치가 반등하는 이 시기를 수술할 타이밍으로 규정한다.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결과는 좋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암세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재발을 막기 위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항호르몬제를 투입하고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비뇨의학계에는 이 치료법이 생존율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통념이 강하다. 이 때문에 1차 치료법으로 ‘공인’되지 않았고, 그 결과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호르몬 치료 후 수술을 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간혹 결과가 썩 좋지 않아 항암 치료와 2차 호르몬 치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약점이 있지만 그래도 조 교수는 ‘강행’한다. 조 교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고, 단 몇 개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일부 환자에게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급적 항암제를 쓰기 전 단계에서 치료하고 싶다. 호르몬제만 쓰면 무기력감이나 탈모와 같은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뭐든지 도전하는 ‘좌충우돌’형 의사 요즘에는 전립샘암을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가 많다. 조 교수도 마찬가지다. 다만 전립샘을 적출할 때 방법이 좀 다르다. 대부분 의사는 전립샘 적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인접 장기인 방광을 밑으로 내린다. 조 교수는 방광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그 밑으로 수술 도구를 삽입한다. 시야 확보도 더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란다. 전립샘암 수술의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가 소변이 새는 것인데, 방광을 건드리지 않으면 그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이처럼 자기만의 치료법을 늘 개발한다. 비뇨기 질환과 관련해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미 2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외부 7개 기관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내 벤처도 운영한다. 그 벤처 기업에서 전립샘 적출 후 나타나는 부작용인 발기부전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올해 말에 시제품이 나오며 2022년에는 진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밖에도 남성 피임기구도 개발 중이다. 조 교수는 스스로를 “의사이자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과학자”라고 말했다.▼ 조정기 교수가 권하는 전립샘암 예방법은? ▼ 조정기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매주 4회 이상 새벽에 수영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몇 달째 수영장에 가질 못했다. 대면 접촉이 적은 필라테스를 배워볼 참이다. 필라테스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좋다. 이런 일상적 운동이 전립샘 건강에 좋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조 교수는 추가로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데쳐 먹을 것을 권했다. 토마토와 올리브의 조합이 전립샘암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케겔 운동도 권했다. 케겔 운동이 여성들이 주로 하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아는 이가 많다. 하지만 조 교수는 “나이가 들면 남성도 마찬가지로 골반 주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필요하며 실제로 전립샘 적출 수술 전후에도 케겔 운동을 권한다”고 말했다. 케겔 운동은 서서 해도 되고, 앉아서 해도 되며, 누워서 해도 된다. 복부나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괄약근에 힘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누워서 하는 경우를 보자. 천장을 보고 누운 뒤 무릎을 굽힌다. 이어 배를 들어올리면서 괄약근 주변을 수축하고 내려놓으면서 이완한다. 5초 수축하고 5초 이완하며, 총 5회 정도를 반복한다. 익숙해지면 횟수를 늘리는 게 좋다. 그래도 전립샘암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중년 이후의 남성이라면 정기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다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직계에 전립샘암 환자가 있다면 발병확률은 5배 높아진다. 검진할 때 반드시 전립샘특이항원(PSA) 검사를 하도록 한다. 규칙적인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암의 원인이 되는 담배는 끊어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인 암이다. 5년 생존율은 2017년 기준으로 76.5%. 꽤 높다. 정기 검진이 일등공신이다. 암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 1기 환자만 집계한다면 5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물론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영역이 ‘수술 후 관리’다.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율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병원과 의사가 늘고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46)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환자 삶의 질 개선이 핵심” 김 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할까.’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요즘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3cm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다만 이 경우 동시에 투입된 수술 도구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고안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오른쪽 상단 10cm 지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뚫고, 그곳에 미세 겸자(수술용 집게)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 수술 시간이 많이 단축됐고 환자의 통증도 줄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편하게 해야 결과도 좋고 환자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 위를 뭉텅 잘라내는 게 옳을까, 조금은 힘들더라도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게 옳을까. 김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기능 보존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유문(幽門) 부위를 살려내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배출 지연’ 부작용이 가끔 발생한다. 그때마다 약물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수술할 때 보톡스를 투입해봤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이미 받아 놓았다. 수술 후에 음식물을 평소처럼 잘 소화하고 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배출돼도 문제, 너무 더디게 배출돼도 문제다. 이 경우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대한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수술 전 금식 기간을 줄이고, 수술할 때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덜 쓰며, 수술이 끝나면 재활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그 결과 입원 기간이 1주일 이상에서 5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굵직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연구 계획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가족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의사”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며 김 교수를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조카 부부가 모두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조카 부부의 ‘강력 추천’으로 김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이가 상당히 많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다. 김 교수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일대일 대응하는 ‘사후 서비스’다. 4개월여 전, 한밤중에 김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은 지방의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괜찮은 것이냐”고 물었다. 수술 부작용을 염려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몇 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일단 가까운 병원부터 가라”고 조언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A 씨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김 교수가 전화를 걸었다. 그 환자의 목소리가 밝았다. “괜찮아졌어요.” 사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김 교수에겐 흔하다.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기꺼이 답한다. 김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대답만 듣고도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 이 소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같은 지역에 살던 B 씨를 김 교수에게 데리고 왔다. B 씨는 위암 초기였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걸렸다. 김 교수는 지방에 내려가면 가까운 병원에서 염증 수치를 꼭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답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굽거나 짠 음식 No! 항산화 기능 채소 Yes! ▼김 교수가 말하는 ‘위암 예방법’ 이른바 ‘암의 가족력’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위암은 어떨까.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이 있다. 다만 유전이 가족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생긴 것이다.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누군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같이 먹게 된다. 게다가 그 식습관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위암 가족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김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암 작용을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항산화 작용을 유발하며 항암 효과를 내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회식 풍경을 떠올려 보자. 숯불 위에 쇠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진다. 불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리고 푹 절인 마늘과 쌈장을 얹는다. 소주 한잔을 마신 뒤 푸짐하게 한입 가득. 이런 회식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낙제점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단백질이 변형돼 암 유발 물질이 발생한다. 짠 양념을 얹으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한다.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기는 삶거나 찐다.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물질이 많은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매운맛은 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 음식이 대체로 짜다. 그러니 순한 양념이 좋다. 햄, 소시지, 가공육 캔 음식도 위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급적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위축성 위염이 있다면 매년 검진을 하는 ‘성의’를 갖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추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인 암이다. 5년 생존율은 2017년 기준으로 76.5%. 꽤 높다. 정기 검진이 일등공신이다. 암을 조기 발견한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진 것. 1기 환자만 집계한다면 5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물론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이들을 살리기 위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최근 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영역이 ‘수술 후 관리’다. 환자가 빨리 회복하고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완치율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에 따라 수술 후 환자 관리에 신경을 쓰는 병원과 의사가 늘고 있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46)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이다. ● “환자 삶의 질 개선이 핵심”김 교수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술 이후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할까.’ 김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한다. 요즘 복강경 수술은 배꼽에 3㎝ 정도의 구멍 하나만 뚫고 진행한다. 다만 이 경우 동시에 투입된 수술 도구들이 서로 부딪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가 고안한 방법이 있다. 배꼽 오른쪽 상단 10㎝ 지점에 작은 구멍을 하나 더 뚫고, 그곳에 미세 겸자(수술용 집게)를 집어넣어 수술하는 것. 수술 시간이 많이 단축됐고 환자의 통증도 줄었다. 김 교수는 “의사가 수술을 편하게 해야 결과도 좋고 환자도 편해진다”고 말했다. 암을 뿌리 뽑기 위해 위를 뭉텅 잘라내는 게 옳을까, 조금은 힘들더라도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게 옳을까. 김 교수는 주저하지 않고 “기능 보존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유문(幽門) 부위를 살려내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물이 장을 타고 잘 내려가지 않는 ‘배출 지연’ 부작용이 가끔 발생한다. 그때마다 약물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수술할 때 보톡스를 투입해봤다. 결과가 만족스러웠다. 김 교수는 본격적인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은 이미 받아 놓았다. 수술 후에 음식물을 평소처럼 잘 소화하고 장을 통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빨리 배출돼도 문제, 너무 더디게 배출돼도 문제다. 이 경우 위장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약을 투입하면 부작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런 결과를 지난해 대한위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수술 전 금식 기간을 줄이고, 수술할 때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덜 쓰며, 수술이 끝나면 재활 프로그램과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그 결과 입원 기간이 1주일 이상에서 5일로 줄어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대학병원과 공동으로 굵직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소한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직접 체감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지금 머릿속에 있는 연구 계획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가족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의사” 최근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다른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았다며 김 교수를 찾아왔다. 그 할아버지는 자신의 조카 부부가 모두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조카 부부의 ‘강력 추천’으로 김 교수를 선택했다는 것. 김 교수의 환자 중에는 이처럼 가족이나 지인 추천으로 온 이가 상당히 많다. 수술 후 관리에 대한 믿음이 그 이유다. 김 교수만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일대일 대응하는 ‘사후 서비스’다. 4개월여 전, 한밤중에 김 교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김 교수에게 위암 수술을 받은 지방의 50대 남성 A 씨였다. A 씨는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괜찮은 것이냐”고 물었다. 수술 부작용을 염려하는 듯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일 수 있으니 몇 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그 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일단 가까운 병원부터 가라”고 조언했다. 몇 시간이 지났는데 A 씨의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김 교수가 전화를 걸었다. 그 환자의 목소리가 밝았다. “괜찮아졌어요.” 사소한 해프닝이다. 그런데 이런 해프닝이 김 교수에겐 흔하다.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과 달리 환자들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기꺼이 답한다. 김 교수는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은 담당 교수의 대답만 듣고도 마음을 놓는다. 그러니 이 소통을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A 씨 또한 같은 지역에 살던 B 씨를 김 교수에게 데리고 왔다. B 씨는 위암 초기였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염증 수치가 조금 높은 게 마음에 걸렸다. 김 교수는 지방에 내려가면 가까운 병원에서 염증 수치를 꼭 검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염증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왔답니다.” 그제야 김 교수는 마음을 놓았다.▼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 있지만, 유전이 큰 요소는 아냐” ▼ 이른바 ‘암의 가족력’은 의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위암은 어떨까.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위암은 확실히 가족력이 있다. 다만 유전이 가족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잘못된 식습관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족력이 생긴 것이다.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누군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구성원이 모두 같이 먹게 된다. 게다가 그 식습관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 결과 위암 가족력이 만들어진다는 것. 김 교수는 “식습관을 개선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암 작용을 하는 음식을 먹지 않고, 항산화 작용을 유발하며 항암 효과를 내는 물질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다. 통상적인 회식 풍경을 떠올려 보자. 숯불 위에 쇠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진다. 불향을 가득 머금은 고기 한 점을 상추 위에 올리고 푹 절인 마늘과 쌈장을 얹는다. 소주 한잔을 마신 뒤 푸짐하게 한입 가득. 이런 회식이 즐거울 수는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낙제점이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단백질이 변형돼 암 유발 물질이 발생한다. 짠 양념을 얹으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한다.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 고기는 삶거나 찐다. 비타민을 비롯해 항산화 물질이 많은 채소를 반드시 함께 먹는다. 매운맛은 위암을 유발하지 않는다. 다만 매운 음식이 대체로 짜다. 그러니 순한 양념이 좋다. 햄, 소시지, 가공육 캔 음식도 위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먹는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는 뜻일까.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가급적 바꾸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위축성 위염이 있다면 매년 검진을 하는 ‘성의’를 갖도록 하자”고 조언했다. 추가로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골수는 피를 만드는 공장이다. 이 골수에 문제가 생길 때 혈액암이 발생한다.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백혈병 등이 대표적이다. 악성 림프종은 매년 6000여 명, 다발성 골수종은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39)는 악성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베스트 닥터’다. 대부분의 베스트 닥터가 40대 중반 이후지만 고 교수는 마흔 살이 되지 않았다. 일찌감치 30대 초반에 서울대 의대 교수가 됐다. 전형적인 ‘천재 유형’인가 싶은데, 괴짜 냄새도 솔솔 풍긴다. 2013년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사법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의사로서 사람을 고치는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기 위해, 사회에서 통용되는 실제 규칙과 철학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법을 공부했다고 한다. 1차 시험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2차 시험 준비는 하지 않았다. 고 교수는 “원하는 것을 이룬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본업인 의사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의대에 입학한 후로 줄곧 과학과 의학이 접목된 분야를 찾았다. 그래서 선택한 진료과가 혈액종양내과였다. 신약 항암제야말로 과학의 집약체라 여겼던 것. 실제로 혈액암 분야에서는 외과적 수술보다는 첨단 항암제로 치료할 때가 많다. ● “악성 림프종 5년 새 생존율 80%로 높일 것”악성 림프종 치료는 어떻게 할까. 고 교수는 3년 전의 40대 소방관 사례를 들려줬다. 우선 강력한 항암제를 투입했다. 골수의 병든 세포를 모두 ‘청소’하기 위해서다. 이어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했다. 항암제 투입과 조혈모세포 이식을 병행하는 치료법은 가장 널리 쓰이면서도 강력하다. 다만 항암제 용량이 높아 환자의 고통이 큰 게 단점이다. 이 소방관은 현재 사실상의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다. 고 교수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 기업이 함께 진행하는 악성 림프종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두 종류의 신약을 병행 투입하는 새로운 치료법인데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다. 50% 이상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났고 일부는 암 덩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악성 림프종의 완치율은 60%를 조금 상회한다. 고 교수는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도 속속 나오고 있어 완치율이 5년 이내에 8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말기 혈액암 환자도 충분히 오래 생존”60대 초반의 다발성 골수종 환자 A 씨를 치료하기 시작한 건 2012년이었다. 항암 치료가 효과를 보는 것 같더니 4년 만에 재발했다. 원래 썼던 약은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고 교수는 A 씨에게 적합한 신약을 찾아냈다. 마침 새로 개발돼 임상 시험 중인 약 중에 A 씨에게 딱 맞는 게 있었다. 2년 후 A 씨의 암이 도졌다. 이후 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고 교수는 신약 리스트를 뒤졌고, A 씨에게 적합한 약을 찾아냈다. 다시 1년의 평화. 그 이후로 재발과 신약 찾기가 반복됐다. 요즘 A 씨는 이 신약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발성 골수종은 이처럼 재발이 잦다. 3, 4회는 기본이고 5회 이상 재발하는 사례도 꽤 있다. 고 교수는 “신약으로 교체하면서 생존 기간을 5년, 10년으로 늘리고 있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말기에도 사실상의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을 “신약의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병”이라고 했다. ● 첨단 치료법 속속 등장혈액암 분야에서 최근 ‘세포 치료’가 외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면역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 세포를 잡아먹도록 하는 방법. 연구 결과 환자 모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이미 환자 치료에 도입한 상태. 국내에서는 다발성 골수종의 경우 이르면 올해 9월, 나머지 혈액암은 내년 임상 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 교수는 혈액암과 관련한 병원 내 바이오벤처도 만들었다. 5년 전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논문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논문에 따르면 암 초기 혹은 암에 걸리기 직전의 혈액에서 돌연변이 백혈구가 검출된다. 이 백혈구가 혈액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 돌연변이 백혈구를 찾아내 제거하면 암 발병 전 단계에서 혈액암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고 교수의 생각이다. 혈액 검사만 하면 이 백혈구를 찾아낼 수 있다. 고 교수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인구의 10%에서 이런 돌연변이 백혈구가 발견된다. 이와 관련한 동물 실험을 올해 안으로 진행한다. 내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고 교수가 말하는 혈액암 예방법 ▼“비타민C 섭취 늘리고 규칙적 생활 바람직… 유해환경 노출은 피해야” 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원인조차 가늠이 되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 그러니 의사들은 원칙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유산소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하라.” 그래도 뭔가 새로운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최근 주목을 받았던 혈액암 예방법 일부를 소개한다. 첫째,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한다. 이와 관련한 연구 논문은 3년 전부터 ‘셀’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실렸다. 논문의 요지는 고용량의 비타민C를 투입하면 혈액암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백혈구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 실험에서 이 사실을 입증했다. 아직까지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고 교수는 “임상 시험까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비타민C의 부작용이 크지 않아 환자들에게도 섭취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 밤낮이 자주 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암 발생을 막는 유전자들이 있다. 사람마다 이 유전자의 생체 리듬은 조금씩 다르다. 이를테면 이 유전자가 밤에 활동을 많이 하다 낮에 둔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고 교수는 “밤낮이 자주 바뀌면 이 생체 리듬이 깨져 혈액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가급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셋째, 화학물질과 같은 유해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고 교수는 “혈액암 환자의 10% 정도가 유해 환경에 노출됐거나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유해 환경에 노출된 직업이라면 적극 검진을 받는 등 관리가 필요하다. 조기 발견은 무척 중요하다. 대체로 다발성 골수종은 고령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악성 림프종은 젊은 시기에도 발병하는 특징이 있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 검사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림프절에서 멍울이 만져진다면 악성 림프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언제 개발될까. 어떤 제약사는 이미 임상 1상을 끝내고 2상에 돌입했다거나, 머잖아 임상 3상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놀라운 속도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라 전 세계가 달려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모든 신약의 개발 속도가 이처럼 ‘속전속결’은 아니다. 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된다. 먼저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며 안전성이 입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임상 시험은 1∼3상으로 나누는데, 신약으로 나오기 전의 최종 대규모 임상 시험이 3상이다. 항암제 임상 시험은 ‘효과 좋은 약’을 바라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망’이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임상 시험에 적극 참여한다.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41)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인데, 좀 유별난 편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국내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폐암 치료제 임상 시험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것. 홍 교수는 매년 평균 110개 이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23개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3상이 44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홍 교수의 전공은 폐암. 당연히 폐암 임상 시험이 110개(89%)로 압도적으로 많다. 홍 교수가 임상 시험에 이토록 ‘집착’하는 까닭이 뭘까. ○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을” 폐암은 대체로 발견이 늦다.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같은 경우 90% 정도의 환자가 1기와 2기에 발견된다. 국가 암 검진 사업 등이 조기 발견에 적잖은 도움을 줬다. 반면 폐암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4기에 발견된다. 폐암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말기에 해당하는 4기 폐암 환자는 대체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암 치료가 중요해진다. 다만, 효과가 좋다는 항암제일수록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림의 떡’인 면역항암제도 많다. 이럴 때 임상 시험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6년 4월, 70대 남성이 홍 교수를 찾아왔다. 그 남성 또한 4기 폐암 환자. 효과가 좋다는 면역항암제는 워낙 고가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홍 교수는 환자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로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고가의 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환자는 동의했다. 그 후 2년 동안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무상으로 약을 공급받았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폐암 덩어리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홍 교수는 “모든 환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 극적 효과를 보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은 길게는 5년 동안 이어진다. 참여 환자들은 약 외에도 영상 검사까지 무료로 받는다. 교통비를 ‘보너스’로 받기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할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1억∼2억 원의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가계 재정을 짓누르는 막대한 진료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인 셈. 이런 점 때문에도 홍 교수는 환자들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한다. 현재 홍 교수 환자의 30∼40% 정도가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와 병행 투여할 때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를 알아보려면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 외로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료 현장에서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런 임상 시험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마다 시행하는 임상 시험이 다르고, 그때그때 대상자의 조건이 다르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주치의에게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 “임상 시험이 잘돼야 의료 강국”암 환자들은 효과가 좋다는 약 혹은 신약 후보 물질이 나오면 “꼭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나, 바로 투입할 수 없나”라고 묻는다. 그럴 수 없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한두 명이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그것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과학적인 근거를 객관적으로 찾아내고 정립하는 과정이 임상 시험이란 이야기다. 홍 교수가 종양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폐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 항암제라고 생각했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에 취업해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업무를 담당한 것. 1년 만에 병원의 요청으로 복귀했지만, 그 업무만큼은 놓지 않았다. 홍 교수는 지금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항암제 임상 시험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국내 의사들은 글로벌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었다. 다만 주도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홍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임상 시험의 디자인(설계) 작업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중에 결과 데이터까지 직접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 시험도 적잖게 시행되고 있다. 한국 의료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지금 당장 담배 끊고 유산소 운동 하세요” ▼홍 교수가 말하는 ‘폐암 막는 법’ “폐 건강을 지키고 싶다고요? 그럼 딱 한 가지만 우선 실천하세요. 바로 금연입니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확실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금연이 폐암은 물론이고 다른 폐 질환을 막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 홍 교수에 따르면 흡연자의 10% 정도는 폐암에 걸린다. 오래 담배를 피웠다면 이 확률은 20%로 높아진다. 금연해도 당장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금연하고 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금연하고 1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금연 이전보다 80∼90% 떨어진다. 15년 이상 금연해도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병 비율은 여전히 10% 정도 높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간접흡연은 성인이 된 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많다. 흡연의 폐해는 이처럼 끈질기고 독하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금연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홍 교수는 “그 경우 현재 발생하는 폐암의 85%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흡연력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서 정기적으로 폐 CT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금연이 대표적인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유산소 운동은 대표적인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홍 교수는 폐 건강을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추천했다. 셋째, 홍 교수는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권했다. 예방 접종을 해 두면 100% 감염을 막지는 못하지만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 홍 교수는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두 종류의 접종이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언제 개발될까. 어떤 제약사는 이미 임상 1상을 끝내고 2상에 돌입했다거나, 머잖아 임상 3상까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놀라운 속도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이라 전 세계가 달려들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모든 신약의 개발 속도가 이처럼 ‘속전속결’은 아니다. 후보 물질이 신약으로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이 소요된다. 먼저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하며 안전성이 입증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임상 시험은 1~3상으로 나누는데, 신약으로 나오기 전의 최종 대규모 임상 시험이 3상이다. 항암제 임상 시험은 ‘효과 좋은 약’을 바라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희망’이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임상 시험에 적극 참여한다.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41)도 그런 의사 중 한 명인데, 좀 유별난 편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글로벌 폐암 치료제 임상 시험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것. 홍 교수는 매년 평균 110개 이상의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123개의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 3상이 44개로 전체의 36%를 차지한다. 홍 교수의 전공은 폐암. 당연히 폐암 임상 시험이 110개(89%)로 압도적으로 많다. 홍 교수가 임상 시험에 이토록 ‘집착’하는 까닭이 뭘까. ● “말기 암 환자에게 희망을” 폐암은 대체로 발견이 늦다.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같은 경우 90% 정도의 환자가 1기와 2기에 발견된다. 국가 암 검진 사업 등이 조기 발견에 적잖은 도움을 줬다. 반면 폐암은 환자의 절반 정도가 4기에 발견된다. 폐암은 지난해 하반기에야 국가 암 검진 대상에 포함됐다. 말기에 해당하는 4기 폐암 환자는 대체로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암 치료가 중요해진다. 다만, 효과가 좋다는 항암제일수록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그림의 떡’인 면역항암제도 많다. 이럴 때 임상 시험을 활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016년 4월, 70대 남성이 홍 교수를 찾아왔다. 그 남성 또한 4기 폐암 환자. 효과가 좋다는 면역항암제는 워낙 고가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홍 교수는 환자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로서의 조건만 충족된다면 고가의 약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 환자는 동의했다. 그 후 2년 동안 임상 시험에 참여하며 무상으로 약을 공급받았다. 기적이라 해야 할까. 폐암 덩어리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홍 교수는 “모든 환자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약제를 사용해 극적 효과를 보는 사례가 꽤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시험은 길게는 5년 동안 이어진다. 참여 환자들은 약 외에도 영상 검사까지 무료로 받는다. 교통비를 ‘보너스’로 받기도 한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할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1억~2억 원의 진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가계 재정을 짓누르는 막대한 진료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인 셈. 이런 점 때문에도 홍 교수는 환자들에게 임상 시험 참여를 권한다. 현재 홍 교수 환자의 30~40% 정도가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항암제를 단독으로 투여할 때와 병행 투여할 때 효과가 다를 수 있다. 그 결과를 알아보려면 임상 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생각 외로 다양한 임상 시험이 진료 현장에서 진행된다는 뜻이다. 이런 임상 시험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마다 시행하는 임상 시험이 다르고, 그때그때 대상자의 조건이 다르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주치의에게 직접 문의하는 게 좋다. ● “임상 시험이 잘돼야 의료 강국” 암 환자들은 효과가 좋다는 약 혹은 신약 후보 물질이 나오면 “꼭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나, 바로 투입할 수 없나”라고 묻는다. 그럴 수 없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한두 명이 효과를 봤다 하더라도 그것은 ‘편견’일 수 있다는 것. 과학적인 근거를 객관적으로 찾아내고 정립하는 과정이 임상 시험이란 이야기다. 홍 교수가 종양내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수술을 할 수 없는 폐암 환자를 많이 봤다. 그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좋은 항암제라고 생각했다. 신약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잠시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 2015년 글로벌 제약사에 취업해 신약 개발과 임상 시험 업무를 담당한 것. 1년 만에 병원의 요청으로 복귀했지만, 그 업무만큼은 놓지 않았다. 홍 교수는 지금 근무하는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항암제 임상 시험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과거에도 국내 의사들은 글로벌 제약사가 진행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었다. 다만 주도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홍 교수는 “국내 의료진이 임상 시험의 디자인(설계) 작업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중에 결과 데이터까지 직접 발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임상 시험도 적잖게 시행되고 있다. 한국 의료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폐 건강 지키고 싶다면 ‘이렇게’ ▼ “폐 건강을 지키고 싶다고요? 그럼 딱 한 가지만 우선 실천하세요. 바로 금연입니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민희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가장 확실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금연이 폐암은 물론이고 다른 폐 질환을 막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 홍 교수에 따르면 흡연자의 10% 정도는 폐암에 걸린다. 오래 담배를 피웠다면 이 확률은 20%로 높아진다. 금연해도 당장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금연하고 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금연하고 15년이 지나야 폐암 발병 위험이 금연 이전보다 80~90% 떨어진다. 15년 이상 금연해도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발병 비율은 여전히 10% 정도 높다. 이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간접흡연은 성인이 된 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많다. 흡연의 폐해는 이처럼 끈질기고 독하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금연하는 날이 온다면 어떻게 달라질까. 홍 교수는 “그 경우 현재 발생하는 폐암의 85% 이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흡연력이 있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서 정기적으로 폐 CT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금연이 대표적인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 유산소 운동은 대표적인 ‘반드시 해야 할 것’이다. 홍 교수는 폐 건강을 위한 두 번째 조건으로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추천했다. 셋째, 홍 교수는 독감과 폐렴구균 예방 접종을 권했다. 예방 접종을 해 두면 100% 감염을 막지는 못하지만 감염되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 홍 교수는 65세 이상과 만성질환자, 면역이 떨어진 사람이라면 두 종류의 접종이 모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깡 열풍’으로 인해 농심 새우깡이 더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새우깡이 ‘1일 1깡’의 패러디 소재로 떠오르면서다. 그 덕분에 최근 한 달간 새우깡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농심 측은 “이처럼 새우깡이 ‘깡’ 열풍을 탈 수 있었던 건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국민스낵’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농심에 따르면 새우깡은 요즘도 연간 약 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새우깡은 1971년 탄생했다. 당시 국내 첫 스낵 개발에 나선 농심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소한 새우소금구이 맛을 제품의 콘셉트로 삼았다. 이 새우의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 실제 생새우를 갈아 넣었다.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5∼7cm 크기의 생새우 4, 5마리가 들어간다. 새우깡은 조리 방법도 여느 스낵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과자는 기름에 튀겨 만들지만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에 굽는 방법으로 만든다. 개발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 대분이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새우깡은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첫해 생산량은 20만6000박스였지만, 그 다음 해는 20배가 넘는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농심은 새우깡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트렌드에 맞춰 수시로 변화를 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을 10여 차례 바꾼 게 대표적이다. 출시 43년째인 2014년에는 패키지 변화 외에도 생새우 함량을 7.9%에서 8.5%로 높이기도 했다. 농심은 “이달 들어 6년 만에 또다시 새우깡의 패키지 디자인을 ‘젊게’ 바꿨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다. 이 교수 친구의 친척 의사 한 명이 직장암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그 환자 또한 의사이니만큼 ‘베스트 닥터’에 대한 정보도 많을 터. 그 환자가 고른 의사 또한 이 교수였다. 그 환자는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옮겨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 수술-수술 후 케어 모두 잘하는 베스트 닥터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이 교수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이 교수만의 탁월한 수술법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 대장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법이 똑같을 만큼 표준화돼 있다는 것. 다만 ‘수술 실력’만큼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는 의사 주변의 ‘전문가’만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모든 종류의 수술에 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90% 정도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나머지 10%의 환자는 개복 수술을 한다. 대장암의 경우 로봇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탓이다. 다만 직장암 중 난도가 높을 경우 로봇 수술을 종종 시행한다. 한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수술 실력은 외과 의사의 첫째 자질로 꼽힌다. 하지만 메스로만 ‘자웅’을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 교수는 “요즘 외과 의사는 수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암 덩어리만 잘라내면 외과적 치료는 끝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분야가 외과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치료 영역이 된 것. 이 교수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려면 수술 말고도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장암 수술 환자 조기 회복 프로그램 가동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 면역력을 높이는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 이 교수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염증과 관련한 논문만 수십 편을 냈을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공식적으로 2017년 모든 대장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술 6∼8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술 시작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먹는다. 이렇게 영양을 공급하면 수술 후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수술로 인한 염증 반응도 약화시켜 회복도 빨라진다. 수술 후에도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고, 다음 날이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다. 동시에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15분 이상 걷기, 30분 이상 침대 밖에서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그 결과 퇴원도 빨라진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7일 후 퇴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3∼5일 후 퇴원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염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초기 수술 환자 중 어떤 이는 재발하고 어떤 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 수술 전과 수술 후, 항암 치료 후로 환자를 분류해 분석 중이다.▼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확률 크게 줄이죠” ▼이 교수가 말하는 ‘슬기로운 장 건강 개선법’ 유산균이 장(腸)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다면 유산균을 섭취할 당시에만 효과를 보다가 그것을 끊으면 몇 주 이내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릴때 식습관이 장의 건강 좌우결국 유산균 효과를 보려면 장 속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 장 내부에 터전을 못 잡는 환경은 1,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 속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장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식습관이 잘못되면 없던 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늘 강조한다. 이미 어른이 된 후 식습관을 고쳐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교수는 “물론이다”며 지금부터라도 따라 해야 할 식습관 세 가지를 제시했다. ○ 고기는 충분히, 음식은 골고루첫째,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소박한 식사를 추천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은 없다.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둘째, 고기 섭취를 충분히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교수는 “절반만 맞다”며 “건강한 요리법을 지킨다면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채소를 함께 먹어주면 고기 섭취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식품첨가제 많은 음식 피해야셋째, 가려야 할 음식이 있다. 식품첨가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나 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나쁜 균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병 확률은 높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라도 식습관을 고치면 ‘대장암 DNA’의 작동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젊다고 과신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다. 이 교수 친구의 친척 의사 한 명이 직장암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그 환자 또한 의사이니만큼 ‘베스트 닥터’에 대한 정보도 많을 터. 그 환자가 고른 의사 또한 이 교수였다. 그 환자는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옮겨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 수술-수술 후 케어 모두 잘하는 베스트 닥터 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이 교수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이 교수만의 탁월한 수술법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 대장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법이 똑같을 만큼 표준화돼 있다는 것. 다만 ‘수술 실력’만큼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는 의사 주변의 ‘전문가’만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모든 종류의 수술에 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90% 정도는 복강경으로 진행한다. 나머지 10%의 환자는 개복 수술을 한다. 대장암의 경우 로봇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탓이다. 다만 직장암 중 난도가 높을 경우 로봇 수술을 종종 시행한다. 한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수술 실력은 외과 의사의 첫째 자질로 꼽힌다. 하지만 메스로만 ‘자웅’을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 교수는 “요즘 외과 의사는 수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암 덩어리만 잘라내면 외과적 치료는 끝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 세포가 남아있을 수 있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분야가 외과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치료 영역이 된 것. 이 교수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려면 수술 말고도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장암 수술 환자 조기 회복 프로그램 가동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 면역력을 높이는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 이 교수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염증과 관련한 논문만 수십 편을 냈을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공식적으로 2017년 모든 대장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술 6~8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술 시작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먹는다. 이렇게 영양을 공급하면 수술 후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수술로 인한 염증 반응도 약화시켜 회복도 빨라진다. 수술 후에도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고, 다음 날이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다. 동시에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15분 이상 걷기, 30분 이상 침대 밖에서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그 결과 퇴원도 빨라진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7일 후 퇴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3~5일 후 퇴원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염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초기 수술 환자 중 어떤 이는 재발하고 어떤 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 수술 전과 수술 후, 항암 치료 후로 환자를 분류해 분석 중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유산균이 장(腸)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다면 유산균을 섭취할 당시에만 효과를 보다가 그것을 끊으면 몇 주 이내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유산균 효과를 보려면 장 속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 장 내부에 터전을 못 잡는 환경은 1,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 속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장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식습관이 잘못되면 없던 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늘 강조한다. 이미 어른이 된 후 식습관을 고쳐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교수는 “물론이다”며 지금부터라도 따라 해야 할 식습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소박한 식사를 추천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은 없다.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둘째, 고기 섭취를 충분히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 교수는 “절반만 맞다”며 “건강한 요리법을 지킨다면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건강한 고기 요리라고 해서 복잡하지도 않다. 반드시 채소만 곁들이면 된다. 채소를 함께 먹어주면 고기 섭취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셋째, 가려야 할 음식이 있다. 식품첨가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나 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나쁜 균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식습관의 파급 효과는 상당히 크다. 이 교수는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병 확률은 높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라도 식습관을 고치면 ‘대장암 DNA’의 작동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 문제 등으로 인해 대장암에 걸리는 연령대가 종전의 50대 이후에서 40대로 많이 낮춰졌다. 젊다고 과신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48·여)를 찾아왔다. 박 교수는 유방암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그 환자는 이미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재발했고, 뇌까지 전이돼 있었다. 박 교수도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박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정부 지원을 받고 진행하는 암 정밀의료사업단(K마스터)의 실무 책임자다. 암 정밀의료는 유전자를 활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이 사업의 실무 책임자답게 박 교수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최적의 약을 찾아내 투여했다. 뇌로 전이됐던 암이 사라졌다. 아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꽤나 낙관적이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 환자들 사이에 박 교수는 ‘약 박사’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의 특징이며 세세한 부작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지식을 책에서만 얻은 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체득했다. 박 교수 또한 항암제를 먹었으며, 재발까지 경험한 암 환자다. 의대 본과 2학년 시절인 1993년, 세부 전공을 결정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암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수술에 생사가 달려 있었다. 5년 생존율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암 치료의 미래를 종양학에서 찾기로 했다. 지금의 진료과를 택한 배경이다. 1년 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암 판정을 받았다. 암의 종류를 밝히지 않은 박 교수는 “다소 공격적이고 5년 생존율도 비교적 낮은 암”이라고만 언급했다. 박 교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뜻인가”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도 아닌데, 1년 전 선택한 전공이 자신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분야였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후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다. 2000년경에는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재발했다. 그래도 박 교수는 씩씩하게 투병 중이다. “암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어요.” 박 교수는 그 자신이 암과 싸우고 있기에 암 환자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박 교수는 진료실에서 그 흔한 차도 마시지 않는다. 맹물만 먹는다. 이 또한 환자의 심리를 의식해서다. “암 환자들은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아요. 내가 특정 차를 마시면 그 차가 몸에 좋을 거라 지레짐작해서 그 차를 마셔요. 그러니 아무 차나 마실 수 없죠.” ○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환자의 처지에서 암을 들여다보면서 재발과 전이가 가장 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환자는 재발하지 않고 오래 사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았는데 재발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종양백신’에 주목했다. 2004년 박 교수는 미국의 종양백신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갔다. 2년의 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뒤 현재까지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는다. 예방 접종을 하면 중증 독감으로 악화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이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종식도 결국에는 백신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암에 적용한 것이 종양백신이다. 종양백신은 어떻게 작용할까. 먼저 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주사로 투여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과 싸우기 위해 T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생긴다. 단백질이 ‘항원’, T세포가 ‘항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암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늘림으로써 암을 죽이거나 재발을 막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는 이와 좀 달라서, ‘지친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과 싸우도록 하는 원리다. 종양백신은 항암제의 부작용인 독성도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셈인데, 현재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주로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만 사용되는 점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은 좋아 보인다. 일단 미국에서는 여러 암에 쓸 수 있도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 또한 국내 바이오 벤처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 중이며 올 하반기(7∼12월)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종양백신이 성공하면 다른 암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지난해 6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48·여)를 찾아왔다. 박 교수는 유방암을 전문으로 치료한다. 그 환자는 이미 유방암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재발했고, 뇌로 전이까지 돼 있었다. 박 교수도 항암제를 투여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박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정부 지원을 받고 진행하는 암 정밀의료 사업단(K-마스터)의 실무 책임자다. 암 정밀의료는 유전자를 활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이 사업의 실무 책임자답게 박 교수는 환자의 유전자를 분석한 뒤 최적의 약을 찾아내 투여했다. 뇌로 전이됐던 암이 사라졌다. 아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결과는 꽤나 낙관적이다. ●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 환자들 사이에 박 교수는 ‘약 박사’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의 특징이며 세세한 부작용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지식을 책에서만 얻은 건 아니다. 직접 경험으로 체득했다. 박 교수 또한 항암제를 먹었으며, 재발까지 경험한 암 환자다. 의대 본과 2학년 시절인 1993년, 세부 전공을 결정할 때였다. 당시만 해도 암 치료법이 다양하지 않았고, 수술에 생사가 달렸다. 5년 생존율도 아주 높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암 치료의 미래를 종양학에서 찾기로 했다. 지금의 진료과를 택한 배경이다. 1년 후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암 판정을 받았다. 암의 종류를 밝히지 않은 박 교수는 “다소 공격적이고 5년 생존율도 비교적 낮은 암”이라고만 언급했다. 박 교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늘의 뜻인가?”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도 아닌데, 1년 전 선택한 전공이 자신의 진료에 도움이 되는 분야였던 것이다. 박 교수는 이후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2000년경에는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2013년 재발했다. 그래도 박 교수는 씩씩하게 투병 중이다. “암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려 생활에 큰 지장은 없어요.” 박 교수는 그 자신이 암과 싸우고 있기에 암 환자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안다. 박 교수는 진료실에서 그 흔한 차도 마시지 않는다. 맹물만 먹는다. 이 또한 환자의 심리를 의식해서다. “암 환자들은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아요. 내가 특정 차를 마시면 그 차가 몸에 좋을 거라 지레짐작해서 그 차를 마셔요. 그러니 아무 차나 마실 수 없죠.” ●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 환자의 처지에서 암을 들여다보니 재발과 전이가 가장 큰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환자는 재발하지 않고 오래 사는데, 어떤 환자는 치료 결과가 좋았는데 재발한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이런 고민을 하다가 ‘종양백신’에 주목했다. 2004년 박 교수는 미국의 종양백신 전문가를 무작정 찾아갔다. 2년의 연구를 마치고 귀국한 뒤 현재까지 종양백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한다. 예방 접종을 하면 중증 독감으로 악화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이치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종식도 결국에는 백신에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암에 적용한 것이 종양백신이다. 종양백신은 어떻게 작용할까. 먼저 암 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의 일부를 주사로 투입한다. 그러면 이 단백질과 싸우기 위해 T세포라는 면역 세포가 발생한다. 단백질이 ‘항원’, T세포가 ‘항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암과 싸우는 면역 세포를 늘림으로써 암을 죽이거나 재발을 막는 것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면역항암제는 이와 좀 달라서, ‘지친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과 싸우도록 하는 원리다. 종양백신은 항암제의 부작용인 독성도 적고, 약제비도 덜 든다.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셈인데, 현재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주로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을 비롯한 일부 암에서만 사용되는 점도 한계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은 좋아 보인다. 일단 미국에서는 여러 암에 쓸 수 있도록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박 교수 또한 국내 바이오 벤처와 함께 이 기술을 연구 중이며 올 하반기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유방암 분야에서 종양 백신이 성공하면 다른 암 분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암 판정을 받으면 환자의 대부분은 극심한 공포에 빠진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바로 이 공포심부터 극복해야 치료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병을 고치는 의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잖게 투병 의지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재 암 투병 중이기도 한 박 교수에게 ‘슬기로운 환자 생활’을 들어봤다. 박 교수는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①현재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하라 박 교수는 “슬기로운 투병의 첫 번째 단계는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투병 의지가 강해지고,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교수는 “암 뿐 아니라 모든 중증 질환에서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좋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암 환자들을 보면, 가족을 지나치게 신경 쓰거나 직장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을수록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②가족과의 소통-리셋 노력해야 환자 홀로 암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의사가 이끌고 가족 혹은 지인이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박 교수는 환자 진료를 할 때에도 가급적 가족을 동반하도록 한다. 박 교수는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암 치료에 정말 좋은 약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생을 리셋(reset)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마음 관리가 중요하단다. 예민할수록 암에 걸리기도 쉽고, 암 환자들 또한 실제로 예민하다. 박 교수는 “화를 줄이고 일과 돈 욕심을 줄여야 암의 재발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③적절한 체중 유지와 운동이 필수 암 재발을 막는 비법을 묻는 환자들에게 박 교수는 “그런 특효약은 없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 운동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방암과 같은 여성 암의 경우 대사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반드시 적절한 운동을 해 줘야 한다. 운동을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환자가 적잖다. 박 교수는 “굳이 헬스클럽에서 전문적 트레이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매일 언제든 할 수 있는 운동을 구체적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계단을 이용하거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산책을 한다. 몇 년 전부터 휴대폰에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놓고 체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매일 평균 9800보를 걸었다. 박 교수는 “반짝 하는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하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송기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B형 바이러스 간염을 막고 술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전체 간암 환자의 75% 정도가 만성 B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다. 이어 C형 바이러스 간염(8%), 음주(7%)의 순이다. 결국 B형과 C형 간염의 항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C형 간염의 백신은 아직 없는 상태. B형 간염은 2, 3회 접종하면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모든 접종을 끝내도 항체가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사와 상의해 다음 조치를 결정하는 게 좋다. 간암 환자의 상당수가 간경변(간경화) 증세를 보인다. 간경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비만과 당뇨와 같은 대사 질환을 막아야 한다. 특히 이런 질병이 있다면 알코올이 간을 손상시키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송 교수는 “술을 끊는 게 좋다. 최소한 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에 자신이 있더라도 과음은 피해야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음주량을 미리 정해 놓는, 이른바 ‘계획적 음주’를 송 교수는 권했다. 간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어떨까. 송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간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은 후 병이 악화해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단다. 송 교수부터가 건강기능식품에 손을 대지 않는다. 송 교수는 “하루 세 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하루 세 끼 제대로, 절제하면서 먹는 것이 간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특별한 음식을 먹거나 건강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건강 유전자’가 갑자기 좋게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게 건강 유전자를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이란다. 송 교수는 “현대는 결핍이 아닌, 과잉의 시대”라며 “야식부터 끊어야 한다. 각종 영양제나 수명을 늘려 준다는 약을 먹으면서 과식하면 간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매일 야근을 하지만 야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배가 고픈데 어떻게 참을까. 송 교수는 “처음엔 힘들겠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며 웃었다. 추가로 운동 한두 가지를 권했다. 다만 죽기 살기로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송 교수는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그 운동량도 만만찮다고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