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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제도 그대로 가는 게 가장 안 좋은 방법이다. 정부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 바꿔야 한다.”(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부투자분석센터장) 정부가 2020년 도입 이후 5년이 지난 임대차 2법(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상한제)을 시장 상황에 맞게 바꾸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폐지보다는 ‘손질’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공론화 이후 정부안을 내놓을 방침인데, 법 개정이 필요해 정치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세종 국토연구원 사옥에서 ‘임대차 제도 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임대차 2법 제도 개선에 나선 건 제도 도입 후 전세 매물이 줄고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이중 가격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선 ‘인상률 상한(5%)’이 도마에 올랐다. 주변 시세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한 집주인이 피해를 본다는 데 참석자 대다수가 공감대를 이뤘다. 오지윤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물가 등 거시적 요인에 따라 상한선이 변동하는 게 맞다”고 했다. 갱신요구권 존치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 센터장은 “1회성 혜택인 갱신요구권 대신 세입자가 거주 기간을 3, 4년 등으로 선택하고 가격을 달리 매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시장에 너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기존 제도 그대로 가는 게 가장 안 좋은 방법이다. 정부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 바꿔야 한다.”(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부투자분석센터장)정부가 2020년 도입 이후 5년이 지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시장 상황에 맞게 바꾸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폐지보다는 ‘손질’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공론화 이후 정부안을 내놓을 방침인데, 법 개정이 필요해 정치 상황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세종 국토연구원 사옥에서 ‘임대차 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임대차 2법 제도 개선에 나선 건 제도 도입 후 전세 매물이 줄고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이중 가격이 형성되는 등 부작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선 ‘인상률 상한(5%)’이 도마에 올랐다. 주변 시세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한 집주인이 피해를 본다는 데 참석자 대다수가 공감대를 이뤘다. 오지윤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물가 등 거시적 요인에 따라 상한선이 변동하는게 맞다”고 했다. 갱신청구권 존치 여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송 센터장은 “1회성 혜택인 갱신청구권 대신 세입자가 거주 기간을 3, 4년 등으로 선택하고 가격을 달리 매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윤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시장에 너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갱신청구권을 사용한다면 보증금 반환 시기를 기존 세입자 요청 후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전월세 규제 대상을 지역이 아니라 주택으로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토론회 이후 국회, 시민단체와 논의를 거쳐 정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국민평형’(전용면적 84㎡)이 3.3㎡당 2억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국민평형 3.3㎡당 가격이 2억 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 12층 매물이 3일 70억 원에 거래됐다. 전용면적 84㎡는 옛 34평형으로 3.3㎡당 약 2억590만 원에 거래된 것.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이 60억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10억 원 넘게 올랐다. 이번 거래는 서초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이뤄졌다. 이 단지에서는 앞서 지난해 12월 전용면적 133㎡(옛 53평형)가 106억 원에 거래되며 3.3㎡당 2억 원 넘는 가격(약 2억400만 원)에 팔렸다. 해당 단지는 한강변에 위치한 신축 단지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매물은 단지 내에서도 가격이 높다. 전셋값도 신고가를 썼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 4층 전세 매물은 이달 23억 원에 새 입주자를 찾았다. 이 단지 같은 평형 기준 역대 가장 비싼 가격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단 문화재 위주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25일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화경당 고택 앞에서 안동시청 관계자가 류세호 씨(74)에게 말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인 류 씨는 1797년 지어진 이 고택을 9대째 지켜 왔다. 낙동강 너머 산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류 씨는 착잡한 얼굴로 갓집, 함 같은 오랜 유물들을 차로 옮겨 실었다. 그는 “불길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갑자기 대피 지시를 받고 이웃들과 말도 못 나누고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 청송에서 불에 탄 시신 발견돼이날 오후 7시경 하회마을 주민들은 이미 상당수가 마을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골목엔 남은 주민 몇 명만 불안한 얼굴로 낙동강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소방관 30여 명이 2시간째 전통가옥 지붕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동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60여 명은 주민 대피를 돕느라 마을 곳곳을 뛰어다녔다. 하회마을 주민이자 119의용소방대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유모 씨(45)는 “여기는 건물들이 다 목조주택이라 불이 한 번 붙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북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산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날 오후 경북북부 제1∼3교도소(옛 청송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안동교도소 재소자 총 3500여 명을 대피시켰다.21일부터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은 경남 하동·진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선 인근 대단지 앞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소화전에 호수를 연결해 직접 불을 끄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전북 정읍시 소성면 금동마을에서도 산불이 나 주택 13개 동을 태웠고 주민 25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커지면서 일부 고속도로와 철도가 통제됐다. 코레일은 중앙선 및 동해선 일부 구간 열차 운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 나들목∼영덕 나들목 구간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서안동 나들목 구간, 포항∼영덕∼울진을 잇는 국도 7호선도 전면 차단됐다.● 계속 되살아나는 불… 진화대원들 한계 국가동원령까지 내린 진화 작전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강풍에 건조한 공기, 고온까지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꺼진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의성과 산청, 울주를 삼킨 산불은 갈수록 진화율이 떨어지거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24일 오전 진화율이 65%까지 올랐으나, 25일 오전 다시 54%로 떨어졌다. 산청 산불도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불이 번졌다. 울주 산불도 25일 오전 98%까지 진화됐으나 오후 들어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진화율이 92%로 후퇴했다. 산불 진화 인력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경 상주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이 진화 작업 도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방부는 이날 병력 1500여 명, 군 헬기 4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및 의료 지원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후 현재까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병력은 5000여 명, 군 헬기는 총 146대다. 비 소식은 27일에야 예정돼 있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심각한 경북에는 최대 10mm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상권에는 26일 밤부터 경남 남해안 5∼20mm, 부산 울산 경남내륙과 경북서부내륙 5∼10mm, 대구 경북에 5mm 미만의 비가 예보됐다. 경북과 경남 내륙은 27일 새벽 잠깐 소강 상태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의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11년 12월 이후 14년 만에 KTX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 코레일이 정한 목표 인상률(17%)을 적용하면 현재 5만9800원인 KTX 서울∼부산 일반실 운임은 7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운임 결정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는 “논의를 시작한 건 맞지만 인상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철도 운임 인상 불가피” 25일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대전사옥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5조 원 이상의 재원이 예상되는 KTX 차량 교체 사업을 앞두고 있어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KTX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지만 한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운임 인상 필요성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KTX 운임은 2011년 12월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한 사장은 “요즘에는 대학등록금도 오르는데 (철도 요금은) 14년 동안 동결됐다”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레일이 정한 목표 인상률은 17%다. 2011년 이후 다른 교통수단 운임 인상률 등을 고려해 정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고속버스와 항공 운임은 각각 21%, 23% 올랐다. 항공 운임 인상률에 맞춰 인상할 경우 KTX 서울∼부산 일반 운임은 8만9000원까지 오른다. 코레일이 운임 인상을 추진하는 건 적자가 쌓이면서 누적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누적 부채는 21조 원에 달해 연간 이자비용은 4130억 원으로 늘었다.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 점도 운임 인상 추진 배경이다. 전기요금은 코레일 영업비용의 15%를 차지한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이 부담한 전기요금은 5796억 원으로 2021년(3687억 원) 대비 57.2% 늘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기로 하면서 올해는 전기요금으로 약 6400억 원을 내야 한다. 노후 차량 교체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운행 중인 고속열차 86대 중 46대(53.5%)가 2004년 도입한 KTX-1이다. 기대 수명이 30년이라 2033년, 2034년에는 새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미 노후화가 시작되면서 지난해부터 일부 차량은 운행 횟수를 줄인 상황이다. 차량 교체 비용은 약 5조 원으로 추산된다. 차량 제작,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7년 발주해야 2033년부터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국토부 “논의 중이나 인상 확정 아냐”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인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꾸준히 정부와 논의해 왔다”며 선을 그었다. 인상 목표 시기에 대해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인상을) 준비하지 않으면 재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X 운임을 인상하려면 국토부가 철도요금 운임상한고시를 수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국토부가 운임 상한을 결정하면 이 한도 내에서 KTX가 요금을 변경할 수 있다. 현재 운임은 고시로 정한 상한에 육박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운임 인상 여부나 인상 폭 등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대전=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앞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시행사가 부담하는 공공기여는 개발 사업으로 오른 땅값 상승분의 70% 이내로 제한된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추진되거나, 공공이 시행하는 개발 사업은 공공기여를 깎아주거나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다고 25일 밝혔다. 그동안 지자체가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해 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지자체마다 공공기여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중앙 정부 차원의 첫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공공기여는 땅의 용도나 용적률 등 도시계획을 변경해 생기는 개발 이익을 토지나 시설, 현금 등으로 공공이 환수하는 제도다. 국토계획법과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는 공공기여는 땅값 상승분의 100%까지 가능하다는 상한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없었다. 이에 지자체들은 각자 조례로 공공기여를 운영해왔다. 국토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공공기여 상한을 땅값 상승분의 70%로 정했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 시행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정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가이드라인은 건축 규제가 완화되는 공간혁신구역(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입체복합구역)에 우선 적용된다. △서울 양재역 복합환승센터 △서울 금천구 독산동 공군부대 △부산 영도구 노후공업지역 등 16곳이 공간혁신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또는 지방 공기업 등이 시행하는 사업은 공공기여를 경감 또는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국가나 지자체가 사업을 시행하거나 인구감소지역에서 시행하는 사업도 공공기여 경감 또는 면제 대상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를 따르는 건 각 지자체의 재량이다. 국토부도 “가이드라인보다 조례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 개발)와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한전 부지 개발) 사업에는 기존처럼 조례에 따라 공공기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유통, 식품업체와 관련 기관 등이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지원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5억 원을 기부한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성금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며 피해 지역 복구 및 이재민 지원 등에 사용된다. 신세계그룹은 성금 외에 물품도 지원했다. 이마트와 이마트24는 산불 피해 지역에 마스크, 음료, 에너지바 등의 물품을 23일 전달했다. 신세계그룹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재민들과 지역 사회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농심은 이날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이머전시 푸드팩’ 3000세트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라면, 백산수 등으로 구성된 푸드팩은 대피소에 머무르는 이재민과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 등에게 지급된다. 농심켈로그도 같은 날 이재민과 소방 인력을 위한 구호식품 4만800인 분을 기부했다. 오뚜기는 피해 지역의 이재민과 구조대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과 컵밥 등 제품 1만여 개를 지원했다. 제네시스BBQ그룹은 가맹점주 및 임직원 20명을 피해 현장으로 파견해 이재민과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치킨 세트 1000명분을 전달하고 이재민을 만나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멸균우유 200mL 제품 총 2만3400개를 재난본부와 이재민 대피소 등에 전달했다. 공기업들도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날 경북 의성, 경남 산청, 울산 울주 등 산불 피해 지역 이재민 생필품 지원과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 1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단 문화재 위주로 옮겨야 하지 않겠습니까.”25일 국가민속문화유산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화경당 고택 앞에서 안동시청 관계자가 류세호 씨(74)에게 말했다. 서애 류성룡의 후손인 류 씨는 1797년 지어진 이 고택을 9대째 지켜 왔다. 낙동강 너머 산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류 씨는 착잡한 얼굴로 갓집, 함 같은 오랜 유물들을 차로 옮겨 실었다. 그는 “불길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며 “갑자기 대피 지시를 받고 이웃들과 말도 못 나누고 떠나는 길”이라고 했다.● 청송에서 불에 탄 시신 발견돼이날 오후 7시경 하회마을 주민들은 이미 상당수가 마을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골목엔 남은 주민 몇 명만 불안한 얼굴로 낙동강 너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동소방서와 예천소방서 소방관 30여 명이 2시간째 전통가옥 지붕에 물을 뿌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안동시청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60여 명은 주민 대피를 돕느라 마을 곳곳을 뛰어다녔다. 하회마을 주민이자 119의용소방대에서 8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유모 씨(45)는 “여기는 건물들이 다 목조주택이라 불이 한 번 붙으면 살아남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경북 청송군 파천면에서는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을 가족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찰은 산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날 오후 경북북부 제1~3교도소(옛 청송교도소), 경북직업훈련교도소, 안동교도소 재소자 총 3500여 명을 대피시켰다.21일부터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경남 산청 산불은 경남 하동·진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선 인근 대단지 앞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소화전에 호수를 연결해 직접 불을 끄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전북 정읍 소성면 금동마을에서도 산불이 나 주택 13개동을 태웠고 주민 25명이 대피했다. 산불이 커지면서 일부 고속도로와 철도가 통제됐다. 코레일은 중앙선 영주~경주역 간 열차 운행을 멈췄다고 밝혔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서의성나들목(IC)∼영덕나들목 구간과 중앙고속도로 의성나들목∼서안동나들목 구간, 포항~영덕~울진을 잇는 7번 국도도 전면 차단됐다.● 계속 되살아나는 불… 진화대원들 한계국가동원령까지 내린 진화 작전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계속 확산되는 이유는 강풍에 건조한 공기, 고온까지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꺼진 불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의성과 경남, 울주를 삼킨 산불은 갈수록 진화율이 떨어지거나 정체 상태에 빠졌다. 산림청에 따르면 의성 산불은 24일 오전 진화율이 65%까지 올랐으나, 25일 오전 다시 54%로 떨어졌다. 산청 산불도 한때 진화율이 90%까지 올랐지만 이후 다시 불이 번졌다. 울주 산불도 25일 오전 98%까지 진화됐으나 오후 들어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진화율이 92%로 후퇴했다. 산불 진화 인력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오후 2시경 상주소방서 소속 40대 소방관이 진화 작업 도중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국방부는 이날 병력 1500여 명, 군 헬기 45대를 투입해 산불 진화 및 의료 지원에 나섰다. 산불이 발생한 후 현재까지 진화 작업에 투입된 병력은 5000여 명, 군 헬기는 총 146대다.비 소식은 27일에야 예정돼 있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심각한 경북에는 최대 10mm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불길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상권에는 26일 밤부터 경남 남해안 5~20mm, 부산 울산 경남내륙과 경북서부내륙 5~10mm, 대구 경북에 5mm 미만이 예보됐다. 경북과 경남 내륙은 27일 새벽 잠깐 소강 상태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의성=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안동=조승연 기자 ch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11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KTX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코레일이 정한 목표 인상률(17%)을 적용하면 현재 5만9800원인 KTX 서울~부산 일반실 운임은 7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운임 인상 불가피”25일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대전 사옥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여러 자구 노력에도 전기 요금 등 원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무 건전성에 한계가 왔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KTX 운임 인상이 거론됐지만 한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운임 인상 추진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사장은 “요즘에는 대학 등록금도 오르는데 (철도 요금은) 14년 동안 동결됐다”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KTX 운임은 2011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동결돼 있다. 반면, 이 기간에 고속버스 운임은 21%, 항공 운임은 23%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도 2011년 대비 27% 뛰었다. 코레일이 밝힌 목표 인상률은 17%다. 이를 적용하면 KTX 운임(서울~부산 일반실 기준)은 현행 5만9800원에서 7만 원으로 오른다. 만일 고속버스, 항공 운임 인상률을 적용하면 각 7만2400원, 8만9000원으로 뛴다. 코레일은 최근 전기요금 부담이 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됐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은 코레일 영업비용의 15%를 차지한다. 지난해 코레일이 부담한 전기요금은 5814억 원으로 3년 전인 2021년(3687억 원) 대비 57.7% 늘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올해 전기요금은 6375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 차량 교체 시기가 임박한 점도 운임 인상을 추진하는 이유다. 2004년 도입한 KTX가 노후화하면서 지난해부터 일부 모델은 운행 횟수를 줄인 상황이다. 기대수명은 30년이라 2033년, 2034년에는 차량을 교체해야 한다. 예상 투입 비용이 약 5조 원에 달하는데 차량 제작 및 시운전 시간을 고려하면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코레일의 주장이다. 한 사장은 “2027년쯤 (교체 차량에 대한) 발주를 시작해야 2034년 교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논의 중이나 인상 확정 아냐”KTX 운임을 인상하려면 국토교통부가 공공요금 운임상한고시를 수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국토부가 운임 상한 폭을 결정하면 이 한도 내에서 KTX가 요금을 변경할 수 있다. 한 사장은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운임 인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전부터 꾸준히 정부와 논의를 해왔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코레일 재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에서는 운임 인상 여부나 구체적인 인상 폭 등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는다”라면서도 “코레일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있다”고 했다.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유통, 식품업체와 관련 기관 등이 22일 발생한 경북 의성군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 지원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5억 원을 기부한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성금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며 피해 지역 복구 및 이재민 지원 등에 사용된다.신세계그룹은 성금 외에 물품도 지원했다. 이마트와 이마트24는 산불 피해 지역에 마스크, 음료 에너지바 등의 물품을 23일 전달했다. 신세계그룹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자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재민들과 지역 사회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농심은 이날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이머전시 푸드팩’ 3000세트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라면, 백산수 등으로 구성된 푸드팩은 대피소에 머무르는 이재민과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 등에게 지급된다. 농심켈로그도 같은 날 이재민과 소방 인력을 위한 구호 식품 4만800인 분을 기부했다.오뚜기는 피해 지역의 이재민과 구조대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컵라면과 컵밥 등 제품 1만여 개를 지원했다. 제네시스BBQ그룹은 가맹점주 및 임직원 20명을 피해 현장으로 파견해 이재민과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치킨 세트 1000명 분을 전달하고 이재민을 만나 위로의 마음을 전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멸균우유 200ml 제품 총 2만3400개를 재난본부와 이재민 대피소 등에 전달했다.공기업들도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날 경북 의성, 경남 산청, 울산 울주 등 산불 피해 지역 이재민 생필품 지원과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 1억 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피해 세입자들에게 집주인 대신 돌려준 보증금(대위변제액)을 경매를 통해 회수하는 과정에서 900억 원 넘게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낙찰자가 나타나지 않자 HUG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경매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경매까지 포함하면 손실 규모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사기 ‘뒤치다꺼리’ 맡은 HUG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HUG가 대위변제액을 회수하려고 경매에 넘긴 주택 가운데 인수조건 변경부 매물은 6616건이다. 인수조건 변경부란 경매 낙찰자에게 행사하는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포기하고 임차권 등기를 말소하는 걸 뜻한다. 인수조건 변경부 매물 중 낙찰 후 배당까지 완료된 매물은 2132건이다. 이를 통해 HUG가 회수한 금액은 3506억 원으로, 해당 주택에서 HUG가 회수해야 하는 전체 대위변제액(4420억 원)의 80%에 그쳤다. 나머지 914억 원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부실 채권이 됐다. HUG가 경매 조건을 바꾸는 건 대위변제액의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서다.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가 전세사기나 깡통주택 피해를 당하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이를 회수한다. 집주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피해 주택을 경매에 넘긴다. 문제는 이런 피해 주택은 낙찰자가 HUG가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유찰이 빈번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HUG는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지 않아도 좋다는 조건을 내걸고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HUG 재정난 가중 우려 HUG의 대위변제액 손실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조건을 바꾼 뒤 낙찰됐지만 아직 배당이 완료되지 않았거나, 여전히 경매가 진행 중인 매물이 4454건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매물에서 회수해야 할 대위변제액은 총 9911억 원이다. 기존 회수율(80%)을 고려하면 약 1982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HUG 측은 “부실채권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겨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빨간불’이 켜진 HUG의 재정난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사기 이후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HUG 영업손실액은 2022년 2428억 원에서 2023년 3조9962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낙찰 가격이 지나치게 낮으면 인수조건 변경을 취소하는 등 다양한 조건을 걸어 HUG 재정 손실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가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한 채 운행을 계속하다 일부 칸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홍대입구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외선순환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민들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2호선 외선순환 일부 구간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23일 서울 구로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0분경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4번 승강장에서 새로 출고된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후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진행하다 선로 끝의 정지 표지(선로 끝)를 지난 후 탈선했다. 사고 직후 공사 측은 열차가 선로 위 차막이(정지 위치를 넘지 않도록 막아주는 구조물)와 추돌해 탈선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렇게 정정했다. 조사 결과 열차의 10칸 중 1칸이 선로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사와 차장 등 승무원 외에 타고 있던 승객은 없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응급 복구 작업으로 2호선 외선순환의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오후 5시 반경에야 정상화됐다. 사고 후 9시간 40분 만이다. 복구 작업 동안 단전 조치가 이뤄지면서 오전 10시 17분부터는 지선 구간인 까치산역∼신도림역의 양방향 열차 운행도 중지됐다가 오전 10시 35분부터 재개됐다. 사고 구간과 반대 방향인 2호선 내선순환 열차는 모든 구간에서 정상 운행됐다. 공사는 “인적·시설·시스템 오류 등 정확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휴일이라 평일보다 지하철 이용 승객이 적었지만 이날 오후까지 복구 작업이 이어지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잠실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2호선이 탈선해서 (지하철로) 갈 수가 없다” “(사고) 소식을 모르고 평소처럼 지하철역에 왔다가 지금 엄청나게 지각했다”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서울시와 공사는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에 무료 셔틀버스 14대를 운영해 시민들의 이동을 지원했다. 합정역, 영등포구청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신대방역, 신림역, 봉천역 등 2호선 주요 12개 지하철역의 각 출구 앞에는 임시 승하차 정거장도 마련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조사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자를 현장에 파견해 철도재난안전상황실을 꾸리고 사고 수습 지원 및 원인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 측은 “운전업무종사자 준수사항 위반, 사고 대응 적절성 여부 등 안전 관리 체계에 이상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특별 점검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요일인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일대 부동산. 이 지역은 공인중개사들 간 합의에 따라 통상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효력 발효를 하루 앞두고 여러 공인중개사가 자리를 지키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들은 외부에서 영업 여부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커튼을 치고 일했다. 정부의 합동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하루만 해도 호가 2억∼3억 원이 내려간 전용면적 84㎡ 매물을 매수하기 위해 2명이 계약금을 보냈다”며 “상황이 급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인 ‘잠삼대청’(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에서는 효력 발생 직전 주말까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졌다. ‘잠실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매매 호가가 32억 원까지 올랐으나 이보다 최대 4억 원 낮은 28억∼29억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매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이 급하게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거래는 대출 영향을 적게 받는 ‘현금 부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1주택 이상 보유 가구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많긴 하지만 언론 분위기 등을 고려해 금액 변동을 기대하는 손님이 많다”며 “지금 급하게 매수하기보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혼란스러워하기는 매수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다른 공인중개사는 “오늘 통화가 계속 이어져 부재중 통화를 다 회신하지 못할 정도”라며 “손님들도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정책에 적응을 못 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호가가 순식간에 3억 원 넘게 떨어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합동 점검반을 꾸려 현장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2일까지 매매 계약을 중개한 사무소 136곳 중 17곳에서 이상 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가족 관계 등 특수거래 관계로 편법 증여가 의심되거나 소명되지 않은 차입금이 과다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검 당시 폐문 등의 사유로 현장 조사를 못 한 중개사무소에 대해서는 추후 재방문하거나 소명 자료 제출을 요청해 이상 거래 여부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실수요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한편 투명한 시장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현대건설이 입주자가 선호하는 쪽으로 아파트 평면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주거 품질 개선에 나선다.현대건설은 21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에서 ‘주거용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라멘조 보-기둥 접합’ 기술인증 기념 현판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라멘조는 기둥과 보가 슬래브(바닥)를 받치는 구조를 말한다. 공간을 구분하는 벽체가 없어 평면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 벽식 대비 층간소음이 덜하다. 현대건설은 여기에 각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PC 방식을 도입해 공정을 표준화하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현대건설 측은 “주거용 PC 라멘조 접합 기술로 기술인증서를 받은 최초 사례”라며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평형 변화는 물론 층간소음 없는 조용한 아파트 등 입주민 수요에 맞춘 주거 환경 제공에 앞장서겠다”고 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단 1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탄핵 정국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지난달 초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1곳이다. 이 단지는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곳으로 총 1097채 중 482채를 일반 분양했다. 4월 분양을 앞뒀던 단지에서도 공사 일정, 내부 조합 사정 등으로 분양을 늦추기로 한 상황이다. 해당 단지들은 구로구 고척동 고척4구역(고척 힐스테이트푸르지오), 성북구 동선동4가 동선2구역, 강남구 역삼동 은하수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자이더캐럿141’ 등이다.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인 3월을 맞았지만 재건축 사업 위축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분양 일정을 조절하는 곳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탄핵 이슈 등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최적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분양 가뭄은 5월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가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정지신호를 위반한 채 운행을 계속하다 일부 칸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홍대입구역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외선순환 열차 운행이 한 때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민들이 아침부터 오후까지 2호선 외선순환 일부 구간을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23일 서울 구로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0분경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4번 승강장에서 새로 출고된 열차가 운행을 시작한 후 정지신호를 위반하고 진행하다 선로 끝의 정지표지(선로 끝)를 지난 후 탈선했다. 사고 직후 공사 측은 열차가 선로 위 차막이(정지 위치를 넘지 않도록 막아주는 구조물)와 추돌해 탈선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렇게 정정했다. 조사 결과 열차의 10칸 중 1칸이 선로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기관사와 차장 등 승무원 외에 타고 있던 승객은 없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응급 복구 작업으로 2호선 외선 순환의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오후 5시 반경에야 정상화됐다. 사고 후 이 9시간 40분 만이다. 복구 작업 동안 단전 조치가 이뤄지면서 오전 10시 17분부터는 지선 구간인 까치산역~신도림역의 양방향 열차 운행도 중지됐다가 오전 10시 35분부터 재개됐다. 사고 구간과 반대 방향인 2호선 내선순환 열차는 모든 구간에서 정상 운행됐다. 공사는 “인적‧시설‧시스템 오류 등 정확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공휴일이라 평일보다 지하철 이용 승객이 적었지만 이날 오후까지 복구 작업이 이어지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잠실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2호선이 탈선해서 (지하철로) 갈 수가 없다” “(사고) 소식을 모르고 평소처럼 지하철역에 왔다가 지금 엄청나게 지각했다”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서울시와 공사는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에 무료 셔틀버스 14대를 운영해 시민들의 이동을 지원했다. 합정역, 영등포구청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신대방역, 신림역, 봉천역 등 2호선 주요 12개 지하철역의 각 출구 앞에는 임시 승하차 정거장도 마련했다.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조사위원회,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관계자를 현장에 파견해 철도재난안전상황실을 꾸리고 사고 수습 지원 및 원인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 측은 “운전업무종사자 준수사항 위반, 사고 대응 적절성 여부 등 안전관리 체계에 이상이 없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특별점검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일요일인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일대 부동산. 이 지역은 공인중개사들끼리 합의에 따라 통상 주말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은 토지거래구역 확대 효력 발효를 하루 앞두고 여러 공인중개사들이 자리를 지키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들은 외부에서 영업 여부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커튼을 치고 일했다. 정부의 합동 단속에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늘 하루만해도 호가 2억~3억 원이 내려간 전용 84㎡ 매물을 매수하기 위해 2명이 계약금을 보냈다”며 “상황이 급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서는 효력 발생 직전 주말까지 매수자와 매도자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졌다.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매매 호가가 32억 원까지 올랐으나 이보다 최대 4억원 낮은 28억∼29억 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규제 지역으로 묶이면 매도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집주인이 급하게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이렇게 이뤄지는 거래는 대출 영향을 적게 받는 ‘현금 부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1주택 이상 보유 세대 신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대출규제 강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 문의가 많긴 하지만 언론 분위기 등을 고려해 금액 변동을 기대하는 손님이 많다”며 지금 급하게 매수하기 보다는 허가구역 지정 이후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혼란스러워하기는 매수자들도 마찬가지다. 대치동에서 영업하는 다른 공인중개사는 “오늘 통화가 계속 이어져서 부재중 통화를 다 회신하지 못할 정도”라며 “손님들도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정책에 적응을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호가가 순식간에 3억 원 넘게 떨어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서울시와 자치구는 합동 점검반을 꾸려 현장 단속에 나섰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22일까지 매매 계약을 중개한 사무소 136곳 중 17곳에서 이상거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가족관계 등 특수거래관계로 편법 증여가 의심되거나 소명되지 않은 차입금이 과다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점검 당시 폐문 등의 사유로 현장 조사를 하지 못한 중개사무소에 대해서는 추후 재방문하거나 소명자료 제출을 요청해 이상거래 여부를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실수요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한편 투명한 시장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단 1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탄핵 정국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지난달 초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1곳이다. 이 단지는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곳으로 총 1097채 중 482채를 일반분양했다.4월 분양을 앞뒀던 단지에서도 공사 일정, 내부 조합 사정 등으로 분양을 늦추기로 한 상황이다. 해당 단지들은 구로구 고척동 고척4구역(고척 힐스테이트푸르지오), 성북구 동선동4가 동선2구역, 강남구 역삼동 은하수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자이더캐럿141’ 등이다.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인 3월을 맞았지만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청약 심리가 위축되며 분양 일정을 조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탄핵 이슈 등으로 아파트를 분양하기에 최적인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곳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는 곳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9년만에 또 “고정밀 지도 달라”는 구글구글이 지난달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서를 냈다. 2007, 2016년 불허 통보를 받은 구글이 9년 만에 지도 반출을 재요청하면서 안보, 산업, 외교까지 얽힌 지도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구글이 지난달 국토지리정보원에 한국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이 원하는 지도는 5000 대 1 대축척 지도다. 5000cm(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표현한 매우 정밀한 지도다. 건물, 도로, 지형까지 세부 사항이 표기돼 있다. 구글은 서버를 한국에 설치하지 않아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정부로부터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글은 고정밀 지도 요구 명분으로 구글맵 서비스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이보다 국내에 ‘구글 생태계’를 도입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더 많다. 구글은 앞서 2007, 2016년에도 지도 반출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반출을 불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글이 전과 달리 정부의 보안조치 요구를 일부 수용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의 지도 반출 ‘삼수’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vs 국가 안보구글은 한국 고정밀 지도를 요구하는 주된 근거로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구글맵은 유독 한국에서 정확도가 낮은데, 구글은 한국 고정밀 지도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구글맵으로 지도를 볼 수 있지만 경로 안내 기능은 대중교통만 제공한다. 차량, 도보, 자전거 경로 안내는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길 찾기 서비스를 활용하려면 네이버 지도, 티맵 등 국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영어로 전환해 활용해야 한다. 구글 관계자는 “다양한 구글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이 손쉽게 유용한 정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부는 구글의 요구에 대해 “국익에 우선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국가 안보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와 위성영상을 결합할 경우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도학회지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고정밀 지도를 위성영상과 중첩하면 군사 핵심 시설 중 하나인 수도방위사령부 내 침투로, 보급선,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안보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가 해외 기업에 고정밀 지도를 제공한 사례는 없었다. 과거 애플, BMW 등이 상업용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지만 모두 불허했다. 구글이 이번에 요구한 건 주요 보안 시설 위치를 삭제한 고정밀 지도다. 정부 기관, 군사 시설, 보안 시설 등 정부가 보안 필요성을 인정한 시설에 대해서는 구글이 직접 가림 처리하겠다는 것. 2016년 보안 시설 가림(blur) 처리 등 정부가 제안한 지도 반출 조건을 거절한 때와 비교하면 이번엔 구글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런데도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구글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국내 보안 시설 좌표를 모두 구글에 제공해야 한다. 해외 기업에 민감한 기밀이 넘어간다는 점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또 이번에 구글이 제출한 국외 반출 허가 신청서에는 정부 요청 시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겠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 먼저 데이터를 제공했다가 구글 정책이 변경될 경우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세금 안 내는 구글의 ‘무임승차’ 지적도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반출 승인 없이도 고정밀 지도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은 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아시아에서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 데이터센터를 준공했으며 최근에는 영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가 없어도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정확한 길 찾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구글이 미국에서 제공하는 길 찾기 서비스는 2만5000 대 1 축척의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내 2만5000 대 1 축척의 지도는 정부 승인 없이도 해외로 반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구글맵 정확도가 낮은 건 고정밀 지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구글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맵이 서비스되는 256개 국가 중 정확한 길 찾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0곳에 불과하다. 남극 등 극지방이나 북한, 쿠바 등 공산국가에서도 정확한 길 찾기 서비스가 제공된다. 국내에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는 해외 기업이 국민 세금으로 만든 지도를 활용하는 건 무임승차라는 시각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000 대 1 지도를 최초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7000억 원이며 매년 이를 갱신하는 데 약 300억 원이 투입된다. 항공사진을 촬영한 후 현장에 사람이 파견돼 등고선, 시설물, 건물명 등을 일일이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반출한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정교화할 수 있다.● “관광 산업 도움” vs “국내 업체 역차별”구글의 고정밀 지도 요구 논란은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파까지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도 반출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구글맵이 정교해지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관광객 유치 등 관광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의 김득갑, 박장호 객원교수가 한국관광레저학회에 발표한 ‘디지털 지도 서비스 규제 개선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도 반출 규제 해제 시 2027년까지 약 68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관광 수입 226억 달러(약 33조 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약 8000명의 신규 일자리, 3조9000억 원의 부가가치 창출도 예상 기대효과로 꼽았다. 연구팀은 해당 논문에서 “국내 지도 앱 경쟁력 강화, 지도 기반의 다양한 혁신 제품 출시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풀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로명주소, 지형도 등 공간정보를 가공해 판매하는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간정보 산업은 2006년 ‘중소기업 간 제한경쟁’ 대상으로 지정될 정도로 영세한 업체가 많다. 국내 공간정보 사업 종사자는 7만4858명이며 사업체 10곳 중 9곳(93.0%)은 연 매출액 100억 원 미만이다. 공간정보 업계에선 시가총액이 2조 달러(약 2908조 원)가 넘는 구글이 시장에 진입하면 시장 전체를 뺏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측은 “시장이 개방되면 현재로서는 국내 업체가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국내 지도 서비스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이 심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지도 사업자는 공간정보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에 따른 다양한 사전 사후 규제를 받고 있으나 해외 사업자는 동일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역차별 방지 방안을 먼저 마련한 뒤 반출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라진 구글-국제 정세 변수로 구글이 고정밀 지도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속내는 ‘구글 생태계’를 구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글은 길 찾기 등 정보 전달과 오락을 접목한 자동차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서비스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도에 광고를 표시하거나 특정 위치를 지나는 사람에게 원하는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광고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차, 드론,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 분야 데이터를 쌓고 실험하려면 지도 정보가 필수적이다. 구글은 지도 반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과거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16년 당시 구글은 정부로부터 지도 반출 승인 조건으로 위성영상(구글어스) 보안 처리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구글은 “지도 반출과 위성사진 필터링은 별개”라며 “다른 해외 업체도 위성사진을 파는데 구글어스만 필터링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지도 반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안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를 하겠다고 하는 등 전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달라진 국제 정세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구글은 과거부터 미국무역대표부(USTR) 등을 통해 꾸준히 지도 반출 거부가 ‘비관세 장벽’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을 상대로도 관세 인상과 비관세 장벽 해소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 논란이 자칫하면 통상 갈등의 불씨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도 반출 여부는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국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한다. 규정상 신청을 받은 후 60일 이내 반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1회에 한해 60일 연장할 수 있다. 이때 휴일, 공휴일은 기간에서 제외된다. 2016년 구글 요청 때는 6월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1회 연장된 후 최종적으로는 11월 불허 결정됐다. 이번 신청서는 2월 접수됐다. 구글의 지도 반출 ‘삼수’ 최종 결론은 7, 8월경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른 건 2016년 무렵이다. 당시 스마트폰 증강현실(AR) 게임인 ‘포켓몬 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정식 출시 전에는 강원 속초시 등 일부 지역에서만 포켓몬 고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국내 서비스가 제한적인 건 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를 갖고 있지 않아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도 반출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까지 일었다. 국회 토론회까지 열렸다. 구글은 당시 토론회에 참석해 “포켓몬 고는 혁신의 시작”이라고 추켜세우며 “지도 반출 불허 시 우리나라가 이런 흐름에 뒤처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이는 포켓몬 고 개발사가 구글에서 떨어져 나온 스타트업이라는 데서 불거진 오해였다. 당시 정부는 포켓몬 고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활용하는 게임이라 고정밀 지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포켓몬 고 열풍이 워낙 거세 구글의 입장을 동조하는 여론이 더 많았다. 이런 여론은 2017년 1월 포켓몬 고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서 반전됐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미국 나이언틱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출시 지연과 지도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에도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었다. 정확도가 낮은 구글맵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다국어 서비스가 없었다. 급기야 네이버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1개월 전에 부랴부랴 영어 서비스를 추가했다. 이후 이런 우려는 사그라들었다.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