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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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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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아름답고… 실용적이고… 한국인 일상생활 유물들

    ◇한국인, 삶에서 꽃을 피우다/유권종 지음/460쪽·18만 원·연두와파랑자투리 천을 이어붙인 보자기, 투박한 솜씨로 깎은 나무인형….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물건들이 있다. 값비싼 미술품이나 귀한 고서(古書)보다 한국인의 일상을 더 잘 보여주는 생활 문화 유물들을 담은 화보집이다. 가천박물관, 가회민화박물관, 쇳대박물관, 짚풀생활사박물관 등 25개 전문 박물관들이 소장한 대표유물을 27개 항목으로 나눠 실었다. 의식주로 분류하는 대신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가 서경(書經)의 ‘홍범편(洪範編)’에 따라 위(威), 복(福), 식(食) 세 갈래로 나눴다. ‘위’에서는 신체나 건축물, 복식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유물을 묶었다. 한옥, 와당(瓦當), 한복, 화장, 장신구, 탈 등이다. 예를 들어 장신구는 단순히 몸치장이 아니라 착용한 이의 품격을 표현하는 도구였다. 이 중 뒤꽂이는 쪽머리 뒤에 꽂는 장신구로 조선시대 광해군 때부터 전 계층이 사용했다. 가르마를 탈 때 쓰거나 귀이개로 쓰는 등 실용적인 목적을 결합하기도 했다. ‘식’은 농경부터 짚과 풀, 옹기, 차문화, 한방까지 음식문화에 관한 유물을 포괄한다. 짚과 풀을 이용한 공예품은 낟알을 떨어내고 난 뒤의 짚이나 먹을 수 없는 풀에서도 쓰임새를 찾아낸 선조들의 면모를 보여준다. 주로 짚신, 짚독, 삼태기처럼 실용적인 목적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담백한 색깔의 문양을 넣은 바구니와 짚으로 엮은 갖가지 탈을 보면 그 예술적 가치도 발견하게 된다. 안휘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는 책 서문에서 이런 생활문화 유물들이 “한국성을 더 직설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한국 전통 생활문화 유물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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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장단 맞춰 읽는 아동시조 142편

    ◇연필 화났다/유성규 지음/144쪽·1만1000원·글로연·초등 1∼3학년‘춘식이 발에 걸려/쓰러져도 달렸다//막 달려 꼴찌하고/만세 만세 외쳤더니//모두 다/박수를 친다/달려 나온 우리 엄마.’ (‘나의 운동회’) 142편의 동시조(아동시조의 준말)에 어린이들의 그림을 함께 담은 책이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인 시조를 어린이용으로 재탄생시켰다. 운율을 살려 지은 덕분에 소리 내 읽는 재미가 있다. 유아를 위한 동시조집 ‘코코질 냄새’도 함께 출간됐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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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아름다움의 힘 역사를 만들다

    ◇미모의 역사/아서 마윅 지음·채은진 옮김/336쪽·1만5000원·말글빛냄“그가 들어오자 놀라움과 혼란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플라톤은 책 ‘카르미데스’에서 아름다운 미소년 카르미데스가 방안으로 들어선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 문장으로 플라톤은 인간의 미모가 타인에게 어떤 힘을 가지는지를 표현한 셈이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미모가 인간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역사 속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퐁파두르 등 여성들이 미모를 권력의 원천으로 삼은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땠을까? 영국의 제임스 1세는 자유분방한 성적 취향을 갖고 있었다. 1614년 제임스 1세는 22세의 아름다운 청년 조지 빌리어스를 만났다. 빌리어스에 반한 제임스 1세는 훗날 그에게 버킹엄 공작의 작위도 수여한다. 정치적 성공에도 외모는 중요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90cm가 넘는 키에 팔다리가 길었다. 얼굴은 거칠어 보였지만 연설을 시작하면 카리스마를 내뿜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의 경쟁자였던 스티븐 더글러스는 162cm 정도의 키에 다리가 짧고 머리가 컸다. ‘아이를 찾습니다’ 같은 악의적인 제목의 전단지가 돌아다닐 정도였다. 선거에서 승리한 쪽은 키가 큰 링컨이었다. 물론 아름다움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조지 빌리어스는 오만한 태도로 미움을 사 암살당했다. 하지만 “좋든 나쁘든 그들은 관심을 받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또 하나의 재능, 아름다움의 영향력을 일깨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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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강한 시장,건강한 정부’外

    ◇ 강한 시장, 건강한 정부(오연천 지음·올리브엠앤비)=저자가 지난 20여 년간 주요 언론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시대 순으로 모았다. 문민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재정문제, 공기업 개혁, 감세, 부동산 정책 등 각 분야에 대한 고언(苦言)을 담았다. 1만5000원.◇ 세계의 발견(라종일 지음·경희대출판국)=2008년 케임브리지대에서 개최됐던 ‘라종일 한국학 연례강좌’의 첫 번째 강연자료를 엮은 책. 한국이 근대 세계를 발견하며 겪기 시작한 갈등과 폭력,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세계로부터 재발견되기까지를 담고 있다. 1만2000원.◇ 내가 본 현장 여울목 풍경(최서영 지음·선)=언론인 출신의 저자가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엮었다. 언론계 풍속도, 출입처 이야기 등 언론계의 생태를 옛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베트남 전쟁 종군기, 북한 취재기 등을 들려준다. 일본에서 특파원을 지내면서 겪었던 삶도 돌아봤다. 1만5000원. ◇ 프랑스는 FRANCE가 아니다(함혜리 지음·M&K)=파리 풍경에 넋 놓고 있으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된다.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을 여전히 존경한다. 소형차를 좋아하고 겉치레를 하지 않는 태도는 배울 만하다. 8년간 프랑스에서 살았던 저자가 프랑스의 역사, 문화, 정치 등을 심도 있게 다뤘다. 1만2000원. ◇ 숲 그리고 희망(마크 런던, 브라이언 켈리 지음·예지)=아마존 지역을 25년간 지켜본 두 저널리스트의 르포. 아마존 원주민이 생활 터전에서 밀려나면서 시작된 아마존 정글 파괴의 역사적 배경과 과정, 앞으로의 전망까지 담았다. 1만9800원.◇ Images on Being(김장섭 외 지음·가각본)=김장섭 최영돈 이갑철 강재훈 여동완 심환근 오형근 허용무 이일섭 등 사진작가들의 아트북 시리즈. ‘Cosmetic girls’ ‘경주(慶州)’ 등을 주제로 한 사진들. 각 2만5000원.◇ 사일런트 머신 길자(김창완 지음·마음산책)=가수인 저자가 6편의 짧은 이야기를 엮어 소설집을 냈다. 말을 없애는 기계를 발명한 이 씨, 숲으로 간 고양이 죠죠, 자신이 쓰던 글 속의 여인을 만난 작가 등 저자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1만 원.◇ 몽유도원(권정현 지음·예담)=‘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시대 화가 안견과 풍수 지식이 출중했던 노비 목효지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몽유도원도를 안평대군의 이상이 담긴 비밀암호로 풀어낸다. 1만2800원.◇ 너를 반겨 놀았다(윤천수 지음·문학사상)=2007년 문학사상 장편문학상 수상작.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나루터 사공, 주막집 여인 등 당시 백성들이 벌이는 춤판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었다. 1만2000원.}

    •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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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19세기 韓中日간 서적교류 활발”

    제9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 전주대회가 29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개막했다.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동아시아 출판문화 교류의 역사를 짚어보고 한국 중국 일본 등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선정해 발표했다. 29일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기조강연에서 ‘동아시아 지식교류의 역사를 돌아본다: ‘이성적 대화’에 주목하여’를 발표했다. 그는 “17∼19세기는 명-청 교체가 이뤄지고 일본에서 에도 시대가 열린 역사적 전환기로, 출판업이 발달하고 책의 유통이 활발했다”며 “근대 동아시아는 오직 서양 따라잡기에 치중하면서 17∼19세기 극복하지 못한 중국중심주의가 서양중심주의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류사와 다케시 전 헤이본샤(平凡社) 대표편집국장은 ‘동아시아에 있어서 서적 교류의 사례: 18세기 일본의 유서(類書) 와칸산사이즈에(倭漢三才圖會)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유서는 백과사전을 말한다. ‘와칸산사이즈에’는 17세기 명나라에서 나온 왕기(王圻)의 ‘삼재도회(三才圖會)’에 영향을 받았다. 그는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와칸산사이즈에’가 다수 인용돼 있다”며 “당대 유서를 통해 동아시아 독서공동체와 지적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아시아 100권의 책’에는 한국 중국 일본이 26권씩, 홍콩 대만에서 각각 15권과 7권을 올렸다. 한국의 경우 ‘흔들리는 분단체제’(백낙청) 등 1970년대 이후의 책이 선정됐다. 선정된 책은 앞으로 각 국가에서 번역 출간된다. 전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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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수군 ‘첨자진’은 이순신이 창안한 듯”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사용했던 학익진(鶴翼陣)의 대오가 왜 두 줄이었는지, 첨자진(尖字陣)에서 학익진으로 어떻게 전환됐는지 등에 관한 연구논문이 나왔다.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의 노승석 교수는 “정조가 편찬한 병서 ‘어정병학통(御定兵學通)’의 수군 관련 부분과 순조 때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군훈련교범 ‘수조절차(水操節次)’를 최근 완역해 이를 알아냈다”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첨자진은 이동할 때의 진법이고 학익진은 전투 시의 진법이라는 사실은 알려졌으나 실제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는 없었다. 첨자진은 말 그대로 첨(尖)자 형태를 이룬다. 어정병학통에는 “첨자진을 형성하고 일제히 전진하다 척후선이 경보를 알리면 각 배는 일(一)자로 벌려 선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일자 진형이 바로 학익진이다. 책에는 학익진이 두 겹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첨자진의 양쪽 날개인 전사(前司)와 우사(右司)는 학익진의 앞줄을, 양쪽 다리인 좌사(左司)와 후사(後司)는 뒷줄을 형성했다. 장학근 이순신연구소장은 “조선 육군의 전통적인 오위진법(五衛陣法)과 중국의 쐐기진법을 결합한 것이 첨자진”이라며 “임진왜란 이후에만 첨자진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중국의 병서와 육군 전술에 능통했던 이순신이 이 첨자진을 창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학익진을 두 겹으로 만든 이유는 “장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총통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장 소장은 분석했다. 앞줄의 배에서 총통을 발사하는 사이에 뒷줄에서 발사를 준비한 뒤 자리를 바꿔가면서 총통을 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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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고동학]중국 지역간 의식구조 분석하는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

    박상수 충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9월 17일부터 닷새 동안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에 머무르며 주민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유학박람회를 찾은 중국 대학생들에게 응답을 부탁하기도 했다. 모두 149명으로부터 답을 받았다.이번 설문조사는 한중사회과학연구회 산하 중국지역사회연구모임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모임은 중국인의 지역의식과 소비의식, 사회 신뢰도 등을 연구하기 위해 2년 전 만들어졌다. 예비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베이징 톈진 시닝 등 중국의 16개 도시에 설문지를 돌렸다. 문헌조사를 하고 설문지를 다듬는 데만 2년이 걸렸고 올해 본격 설문조사를 시작한 것이다.24일에는 강원 평창군의 한 리조트에서 이 모임의 워크숍이 열렸다. 11월 말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 각자 연구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토론하는 자리였다.“우리는 중국인들이 실제로 지역감정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려 했죠. 그런데 지금 조사 결과에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애착이 있는가’에 대한 분석만 나왔어요. 이것만으로는 당초 의도와는 다른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지역감정이 행동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앞으로 알아볼 수 없을까요?”“예를 들어 중국 도시들에는 ‘청두회관’ 같은 이름의, 각 지역 출신자들의 건물들이 꼭 있어요. 자기 출신지역 단체들의 건물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등을 질문할 수 있겠죠.”이번 프로젝트가 중점을 둔 지역의식에 관한 내용이 나오자 토론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지역 갈등은 대국인 중국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라며 “중국인들의 지역의식에 관한 데이터가 이번 조사에서 나오면 한국으로서는 앞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중국인들이 성(省) 단위에 가장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발표를 맡은 유정원 한국외국어대 강사는 “(성 이하 단위인) 도시에 대한 소속감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역사회 공동체가 해체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의외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낮게 나온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모임에는 인류학 경제학 경영학 정치학 사회학 등 각 주제에 맞는 연구자가 참여한다. 모두 중국 유학을 한 선후배 사이다. 구기보 숭실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에 있는 유학생들이나 교류가 있던 중국학자들에게 부탁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중국 전역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역별로 비교해 보는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이상만 충북대 연구교수는 “문항 중에는 정부 기관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민감한 질문도 있다”며 “중국인들이 ‘이 결과를 어디에 쓸 거냐’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많아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한다’고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오후 7시에 시작한 세미나는 오후 11시가 넘어 마무리됐다. 박 교수는 “비로소 한 고개를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 진행 중인 16개 도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조사가 마무리되면 내년에는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문항을 보충해 더 정교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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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동적인 한국은 탈근대성의 실험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습니다. 정치라는 단어 ‘politic’의 어원은 도시를 뜻하는 그리스어, ‘폴리스’입니다. 결국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도시적 동물이기도 했던 거죠.” 노동이나 권력 같은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몸, 기술, 이미지 등 미시적 주제에 주목한 ‘일상생활의 사회학’을 처음으로 주창한 학자 미셸 마페졸리 프랑스 파리5대학 교수(사진)가 방한했다. 19∼21일 열린 인천세계도시인문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대표적 저서 ‘일상생활의 사회학’은 국내에 번역 출판되기도 했다. 마페졸리 교수는 21일 오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앞으로 개인주의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사회에는 선택하건 선택하지 않건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른바 ‘절대적 상호의존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언제나 공기 중에 있는 것처럼 외부와의 관계도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절대 홀로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마페졸리 교수는 탈근대적 도시를 설명하기 위해 ‘메갈로폴리스’(메트로폴리스가 띠 모양으로 연결된 거대한 도시 집중 지대)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합리성과 이성에 따라 조직된 근대적 도시와는 달리 탈근대적 도시는 구심점이나 규칙 없이 다양한 공간이 모자이크처럼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규칙성 없는 도시를 “돌로 된 정글 같다”고 묘사했다. “휴머니즘이란 사람들이 개인 안에 갇혀있지 않고 외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맺기를 통해 탈근대적 도시는 비로소 ‘돌로 된 정글’에서 인간적인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마페졸리 교수는 “이 탈근대적 도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현대 도시인들은 관계를 맺으며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며 “과거 생존을 위해 부족을 만들고 뭉쳤던 원시적 본능에 인터넷이라는 현대기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은 외국에서 보는 것과 달리 늘 뭔가가 진행되고, 새롭게 일어나고, 우글대는 역동적인 곳”이라며 “유럽이 근대성의 실험실이었다면 한국은 탈근대성의 실험실”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이어 “어제 저녁을 굉장히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식당에서 먹었다”며 “거대한 고층빌딩과 그런 예스러운 곳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서로 상반되는 것이 공존하는 탈근대성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 결집하는 것이 ‘돌로 된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일까. 마페졸리 교수는 여기에 ‘신뢰’를 덧붙였다. “관계 맺기를 ‘reliance’라고 표현합니다. 이 단어의 어원인 ‘rely’에는 단순히 관계 맺는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게 있죠. 바로 ‘신뢰하다’라는 뜻입니다.”인천=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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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료-선교 바빠 의학당 강의 소홀”

    “병원이 며칠 후면 개원합니다. 지금까지 병원은 대성공입니다. 관리들과 백성들은 병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1885년 4월 알렌의 편지) 1885년 4월에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 광혜원(12일 뒤 제중원으로 바뀜). 이곳에서 일하던 미국인 의사이자 선교사로 활동하던 이들의 속사정과 제중원을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기록된 편지가 미국 뉴욕 선교본부에 도착했다. 그 편지를 쓴 이들은 호레이스 알렌과 존 헤론, 호레이스 언더우드. 김상태 서울대 병원역사문화연구센터 교수는 미국 필라델피아 주 장로교회 사료보관소에 잠들어 있던 이들의 편지 300여 통을 처음으로 들여다봤다. 김 교수는 그 편지를 분석한 논문 ‘제중원 소속 미국인들의 편지-알렌, 헤론, 언더우드의 편지로 제중원을 읽다’를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고종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정부병원으로 원활히 운영되던 제중원은 점차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1888년 제중원에서 외국인들이 어린아이를 잡아 살해한다는 소문이 퍼져 ‘영아소동’이 벌어진 뒤 제중원의 진료 실적이 현저히 떨어졌다. 헤론은 “시간이 갈수록 (선교보다는) 학교와 병원이 조선인들의 마음을 여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1889년 5월)라고 말했다. “빈튼 의사는 병원이 가장 바쁠 때인 지난여름 내내 휴무했습니다. …빈튼은 이곳에 보내주신 사람들 가운데 최악의 인물입니다.”(1893년 9월 알렌의 편지) 의료진의 근무태도가 부실해 고민이라는 내용도 있다. 1889년 무렵 헤론은 개인병원에서 외국인 진료에 치중하느라 제중원에서는 하루 1, 2시간만 진료했다. 1891년 4월∼1893년 11월 근무한 캐드월러더 빈튼은 독실한 복음주의자로 의료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1888년 11월∼1889년 7월 근무했던 찰스 파워는 음주와 여자 문제로 미국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제중원의 의학당 운영도 벽에 부닥쳤다. 1887년 하반기가 되면서 알렌은 주미 조선공사관 참찬관(參贊官) 임무로, 헤론은 진료 때문에 강의에 나서지 못했다. ‘의학당’이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학생들 중 한 명이 기독교로 개종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도 생겼다. 이번 분석으로 제중원이 서울 종로구 재동에서 구리개(지금의 을지로)로 이전한 시기가 1886년 가을이라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파워에 관한 기록도 처음 나온 것이다. 김 교수는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보고서 형태이기 때문에 기록이 매우 상세하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선교사들의 시각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병원은 철폐됐습니다. 이 나라 정부 역시 끝장이 났습니다. 23일 아침에 일본이 궁궐을 점령했고, 지금 그들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습니다.”(1894년 7월 알렌의 편지) 1894년 7월 23일, 일본이 경복궁에 침입해 친청파를 몰아내고 흥선대원군을 옹립하자 고종은 제중원의 운영권을 알렌 등 미국 선교사들에게 넘긴다. 김 교수는 “제중원을 일본에 빼앗길까 우려했던 고종이 선교사들에게 운영권을 준 뒤 되찾아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을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제3회 병원사 국제심포지엄 ‘편지로 만나는 의사와 의학’에서 발표한다. 가오시(高晞) 중국 푸단(復旦)대 역사학계 교수가 ‘의료선교사의 편지: 중국 해관 의학보고서로 보는 100년 전 동아시아 각국의 의료’, 기타야마 오사무(北山修) 일본 규슈(九州)대 인간환경학부 교수가 ‘프로이트와 서신을 교환한 일본인들: 80년 전 일본인은 정신분석학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이명철 서울대 의과대 교수가 ‘이문호의 서신으로 본 1950년대 한국 의학도의 유럽 유학’을 발표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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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는 한국 영토, 15세기 日도 인정”

    독도 영유권 문제와 동해 명칭 표기에 관한 학술 대토론회 ‘누가 독도·동해를 침탈하려 하는가?-독도영유권과 동해 명칭 문제의 종합적 접근’이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2층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독도연구보전협회 주최, 동아일보·화정평화재단 후원. 이번 토론회에는 이기석 서울대 명예교수, 이상태 국제문화대학원대 석좌교수, 신용하 이화여대 석좌교수(독도학회장·사진)가 발표자로 나선다. 이기석 교수는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4판 발간 준비와 동해 명칭의 국제표준화’를 발표한다. 이 교수는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각국 해양과 영토 표기를 적은 ‘해양과 바다의 경계’를 발간할 때 일본이 개입하면서 동해의 명칭이 일본해로 굳어지게 됐다”며 “2009년 초 시작된 개정판 작업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태 교수는 논문 ‘고지도가 증명하는 독도의 영유권’에서 한국과 일본 고지도, 서양 지도에 독도가 지속적으로 한국 영토로 표기돼 왔다는 사실을 지도 사료와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신 교수의 발표 논문은 ‘세계인이 독도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6가지 포인트’. 신 교수는 한국이 15, 16세기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당시 한자문화권에 알렸고 일본도 이에 승복했다는 사실 등 독도가 한국 땅임을 입증하는 16가지 근거를 발표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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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고동학]‘王夫之사상연구회’

    명청시대 유학자 왕부지의 ‘독사서대전설’ 옮기는 ‘王夫之사상연구회’“이거 왜 이렇게 어려워? 오늘 부분은 정말 어렵더라고.” “번역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많이 좀 가르쳐 주세요.” 17일 오후 3시 서울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대학원 연구실. 김재경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 발표를 맡은 금종현 씨(39·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수료)에게 말을 건넸다. 가장 먼저 도착한 이종란 씨(53·철학박사, 교사)는 발표문에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치고 있었다. 명나라 말 청나라 초의 유학자 왕부지(王夫之)의 ‘독사서대전설(讀四書大全說)’을 번역하는 ‘왕부지사상연구회’의 연구모임이었다. ‘독사서대전설’은 왕부지가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사서(四書)를 새롭게 해설한 책이다. 우선 금 씨가 번역해온 첫 번째 문단을 읽었다. 곧 의문이 가는 부분에 대한 질문이 속속 나왔다. “여기 ‘사생불망(死生不忘)’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요?” “사는 것과 죽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죽기 살기로 (측은지심을) 잊지 않는다는 뜻일 것 같은데….” 모임 내내 “이 한자를 현대어로 바꾸면 어떻게 되느냐” “이 문장의 주어를 뭐로 봐야 하냐” 등 문법 문제부터 “왕부지의 의도가 뭐냐” “지난번 번역과 일관성이 있느냐” 등 내용 문제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때때로 “할수록 더 모르겠다” “결국 원점이다” “정말 어렵다”는 한탄이 튀어나왔다. 토론을 하며 의견이 엇갈릴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네 줄짜리 첫 문단 번역을 마치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왕부지의 저서는 문장이 길고 고대 중국어와 현대 중국어 어느 쪽도 아닌 탓에 번역이 까다롭다. 중국학자들도 현대 중국어로 번역하길 어려워한다. 왕부지는 유교뿐 아니라 노장사상과 불교, 서양문물까지 섭렵했다. 이날 번역 분량에도 불교 능엄경의 한 구절이 등장했다. 회원들이 “능엄경도 한번 봐야겠다”고 말하자 이종란 씨는 “이게 번역하다 보면 자꾸 다른 걸 또 봐야 하고 그러면 또 거기에 매력을 느껴서 연구하게 되고… 끝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왕부지사상연구회는 1992년 임옥균 성균관대 연구교수, 이철승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종란 씨, 김동민 유학동양학부 연구원 등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대학원 선후배들이 모여 왕부지를 공부하기 시작해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3년 ‘대학 편’을 번역한 ‘왕부지, 대학을 논하다’를 펴냈다. 세계적으로 첫 번역이다. 지금은 중용 편 번역을 마치고 교정 중이며 맹자 편을 번역하고 있다. 올해는 왕부지 탄생 390주년으로 11월 22∼24일 왕부지의 고향인 중국 후난 성 헝양 시에서 기념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연구 회원 중 5명이 참여한다. 이 대회에서 번역한 책을 나눠줄 예정이다. 뒤풀이에서 “왜 이렇게 어려운 책을 번역하느냐”고 물었다. 이상화 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 연구원은 “왕부지의 글을 보면 늘 실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 적합한 것이 뭔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철승 수석연구원은 그 자리에서 ‘유즉사이궁리 무립리이한사(有卽事以窮理 無立理以限事)’라는 구절을 써보였다. 왕부지의 ‘속춘추좌씨전박의(續春秋左氏傳博義)’ 중 한 구절이다. ‘일로써 이치를 궁구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치를 먼저 세워놓고 일을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는 의미다. “왕부지는 명나라가 망하는 것을 직접 지켜본 인물입니다. 직접 청나라에 저항하는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죠. 그는 망국(亡國)의 이유를 평생 고민하며 이론 중심의 성리학을 비판하고 실천 중심의 사상을 펼쳤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왕부지(王夫之·1619∼1692)중국 명말 청초의 유학자. 중국 후난(湖南) 성 헝양(衡陽) 출신으로 명이 멸망한 뒤 청의 관직을 거부하고 직접 청에 항거하는 군대를 일으켰다. 노장사상(老莊思想)과 불교의 인식론, 서양문물까지 섭렵한 사상가다. 주요 저서로는 ‘독통감론(讀通鑑論)’ ‘송론(宋論)’ ‘황서(黃書)’ 등이 있다.}

    • 200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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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外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붕가붕가레코드 지음·푸른숲)=아파트 방 한구석에서 수작업으로 음반을 내던 ‘취미생활’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레이블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무조건 낫다’는 정신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이야기를 담았다. 1만3200원.◇사람의 길을 가다(최성달 지음·권준 그림·영남사)=퇴계 이황이 걸어온 길과 그의 삶을 화폭에 담고 글을 붙였다. 퇴계종택, 고산정, 청량산 등 퇴계가 머물던 곳의 풍광, 퇴계의 지우(知友)와 가족들의 모습들을 담았다. 1만6000원.◇한국의 핵주권(이정훈 지음·글마당)=우리나라 원자력 분야의 역사와 앞으로의 전망에 관한 책. 저자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기대 대신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 강국으로 발전할 것을 제안한다. 2만3000원.◇담배 가게 성자(라메쉬 발세카 지음·책세상)=20세기 인도의 사상가이자 구도자 니사르가닷타 마하라지의 가르침을 문답 형태로 엮은 책. 저자는 마하라지의 제자로 그의 가르침을 영어로 통역하는 일을 맡았던 인물이다. 1만8000원.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서동욱 지음·민음사)=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10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우주적 상상력 속에 인생의 희비극성을 담아냈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는 “사랑이라는 신체적 감각을 우주적인 상상적 차원으로 쏘아올린다”고 말한다. 8000원. ◇부자 오빠 부자 동생(로버트 기요사키, 에미 기요사키 지음·명진출판)=‘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가 티베트 불교의 승려인 여동생과 함께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서를 썼다. 그는 꼭 동기가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소명을 찾는다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만3800원.◇인권의 대전환(샌드라 프레드먼 지음·교양인)=저자는 “전통적인 인권 개념이 권리주체인 시민의 주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의무 주체인 국가에 대한 구속력이 약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권 신장을 위해 법률과 사법부가 어떤 역할을 내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한다. 2만9000원.}

    •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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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1930년대의 ‘신여성’은 근대성 모방 욕망의 표현

    ◇신여성, 근대의 과잉/김수진 지음/510쪽·3만 원·소명출판 1920, 30년대는 유학생 출신의 여성 지식인이 등장하고 첫 여성 중등교육 세대가 탄생한 시기였다. ‘신여성’ ‘신여자’ ‘신가정’ ‘여자계’ 등 각종 잡지도 발행돼 신여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저자는 잡지에 실린 기사와 투고, 신문기사를 통해 ‘신여성 현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됐는지 밝힌다. 저자는 실제로 근대교육을 받은 여성은 극소수였던 데 비해 신여성 논의는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분석한다. 그 배경은 식민지 조선에서 무기력한 조선을 상징하는 ‘구여성’을 계몽하는 주체로 ‘신여성’이 탄생한 데 있었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에 대한 도전에서 출발했던 서구의 신여성 현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조선 신여성에는 세 가지 범주가 있었다. ‘신여자’는 남성 지식인들과 함께 조선사회를 문명화시킬 주체였다. ‘모던걸’은 일종의 ‘껍데기 신여자’로 근대문물을 무조건적으로 모방하는 여성을 가리켰다. ‘양처’는 남편을 내조하는 전통적 아내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개념이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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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허리를 굽히다, 그리고 세상을 굽어보다

    ◇사과솔루션/아론 라자르 지음·윤창현 옮김/358쪽·1만4000원·지안 12일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신화통신에 편지를 보냈다. 스승의 날 행사로 열린 교사좌담회에서 자신이 변질암을 화산암이라고 잘못 말한 것을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원 총리는 이 편지에서 “오류를 고치고 독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이처럼 한 사회의 리더가 공개 사과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서 2000∼2003년 ‘사과’와 ‘사과하다’가 포함된 기사의 수는 2003건이었다. 1990∼1994년 1193건에 비해 약 2배가 늘었다. 사과가 크게 늘어난 계기는 시대의 변화 덕분이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 아파르트헤이트, 종교적 탄압 등 20세기의 과오를 사죄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사회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가와 집단, 개인 간 세력 균형이 달라진 점도 작용했다. 과거와 달리 권력이 자신의 과오를 은폐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원 총리의 사과도 익명의 독자가 총리 측에 전화를 걸어 “잘못된 표기”라고 지적한 데서 비롯했다. “분별 있는 자는 결코 사과하는 법이 없다”(19세기 영국 시인 랠프 에머슨)는 데서 이제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 ‘사과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저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학장이자 정신의학과 교수로 1992년부터 이 책을 쓴 2004년까지 사과에 관한 사례 1000여 건을 모았다. 그는 이 책에서 사과의 조건이 무엇인지, 사과가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사과의 첫 번째 단계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과거 자신이 여성들을 성추행한 것에 대해 “원래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었지만…”이라고 애매한 표현을 써서 사과했다. 당시 미국 여성계는 “당신의 해명은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를 줬다니 유감입니다’라는 식의 선심 쓰는 듯한 표현이나 ‘잘못이 있을 수 있다’는 수동적 표현 역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 다음이다. 프레데리크 데클레르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 강제정책에 대해 “저희는 이를 깊이 후회합니다.…깊은 후회란 제가 시계를 되감을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일이 이렇게 되는 것만은 피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사죄했다. 그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을 석방하고 흑백분리법을 폐지했다. 피해를 회복할 보상조치까지 한 것이다. 저자는 사과의 조건으로 7가지를 제시한다. △피해자의 손상된 자존심과 명예 회복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믿음 재확인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는 확인 △미래의 안전에 대한 확신 △가해자의 심적 고통 목격 △손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 △상처를 표현할 의미 있는 대화 등이다. 이 조건을 갖출 때 사과는 비로소 손상된 관계를 치유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다. 사과는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공적인 사과에서 그렇다. 1994년 미국 헬기가 북한 영공으로 넘어가 추락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은 타협을 통해 사과의 수위를 조절했다. 헬기 조종사 바비 홀 준위장은 북한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심각한 북한주권 침해이자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었다”고 사과했다. 대신 스파이 임무 중이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과는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이를 위한 협상의 첫걸음인 경우가 많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아이 8명을 입양해 키우면서 사과의 심리적 효과를 처음 깨달았다고 말한다. 수치심과 창피함을 이기고 솔직하게 사과할 때 아이와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과는 어느 누가 잘났고 옳은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해결하는 특별한 방법”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가장 강력한 사회적 행위”라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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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두번 방한 맨유 축구 스타들의 뒷이야기

    ◇퍼 감독, 루니 좀 말려줘/김석현 지음/206쪽·1만2000원·일간스포츠 영국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7, 200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이 ‘맨유 코리아 투어’를 지휘했던 저자가 뒷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축구스타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선수마다 제각각인 입맛을 맞추기 위해 호텔 총주방장이 나섰다. 경기 때 늘 귀고리를 하는 호날두는 식당에 올 때도 색다른 복장을 선보였다. 루니는 동료들을 부추겨 밤새 술을 마시고 술값을 자신이 지불하는 면모를 드러냈다. 까다로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과 방한 조건을 협상하고, 부상당한 박지성을 경기장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등 투어를 성사시킨 과정도 설명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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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이성과 감정의 균형이 올바른 판단을 돕는다

    ◇탁월한 결정의 비밀/조나 레러 지음·강미경 옮김/424쪽·1만3000원·위즈덤하우스 급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과연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만이 결정을 내리는 올바른 방법일까?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과학잡지의 편집자로 활동 중인 저자는 “감정의 작용도 이성만큼 중요하다”고 답한다. 걸프전 당시 미군의 라일리 소령은 아군의 전투기인지 적군의 미사일인지 구분하기 힘든 레이더 신호를 포착한다. 라일리 소령은 자신이 느낀 순간적인 두려움에 의존해 공격 명령을 내렸고 군인 수백 명의 목숨을 구했다. 저자는 이를 도파민 신경세포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이 신경세포는 예측이 들어맞을 때 쾌락을 느끼도록 하는 도파민을 방출한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밀집돼 있는 전두대피질은 예측이 빗나갈 때 독특한 전기 신호를 내보낸다. 그 결과 아드레날린이 방출되면서 불안감과 긴장감을 느낀다. ‘감’에 의존해 내리는 판단에도 뇌의 복잡한 작용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성과 감정의 균형 잡힌 결정이 탁월한 결정의 비밀”이라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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