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연구, 동아시아 큰 흐름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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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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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고대사 연구 고려대 김현구 교수 정년퇴임

임나일본부설 허구성 밝혀
“김춘추 활약 역사소설 쓸것”

“학생시절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겪으며 일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 답을 일본고대사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밝히며 일본고대사와 한일관계사 연구에 매진해온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65·사진)가 2010년 2월 정년퇴임한다. 1985년 같은 과 교수로 부임한 지 25년 만이다. 김 교수는 8일 고려대에서 가진 고별강연에서 “‘일본근현대사’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조용하게 떠나려 했지만 학과장의 제의로 이 자리에 섰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교수가 1977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로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국내의 일본사 연구는 불모지였고 귀국 후의 전망도 불투명했다. 일본학계는 세밀한 주제 하나에도 수십 편의 논문이 나와 있어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학계의 ‘수준 차’를 절감했다.

“당시 와세다대 교환교수였던 강만길 고려대 교수와 1년 정도 함께 자취를 했는데 술만 마시면 강 교수가 한국사로 전공을 바꾸라고 권유하더군요. 잠깐 흔들렸던 때도 있었죠.”

김 교수는 “매일 책과 씨름하다 보니 일본 고대사 연구가 임나일본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에서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삼국통일 전후의 한일관계사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한반도 남부에 왜군이 들어왔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만 이는 백제의 선진문물과 왜의 군사력을 서로 교환했던 것일 뿐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연구 성과로 내놓았다. 이 같은 성과를 정리한 논문 ‘야마토 정권의 대외정책’으로 198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가 자국 중심적 연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동아시아가 협력관계로 나아가는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사, 세계사의 흐름에서 한국사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퇴임 후 대중 역사서를 집필할 계획이다. 현재 구상 중인 것은 임나일본부설에 관한 연구결과를 쉽게 풀이한 책. 한국어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내고 일본어로 ‘한반도남부경영론은 사실인가’를 펴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요즘 역사 드라마와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아 생명력이 짧다”며 “그간 모은 사료를 바탕으로 김춘추의 삼국통일 활약상을 그린 역사소설을 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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